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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마비는 중풍의 초기 증상이다?

박수철
  연세의대 신경과

  중풍은 중추신경의 손상으로 생긴다. 외형상 이와 비슷한 것으로 말초성
안면신경마비가 있다. 그러나 이 둘은 증상이나 원인이 뚜렷이 구별되기 때문에
이를 모두 중풍으로 부를 수는 없다.

  찬바람이 솔솔 불고 밤낮의 기온차가 감기라도 들 것 같은 날 오후, 외래에는
공교롭게도 비슷한 증상을 가진 환자가 몇몇 있었다. 먼저 진료실에 들어온
환자는 20대의 젊은 여자로 손으로 입을 가리고 짙은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는데
모습으로 보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것 같았다. 우선 입이 돌아가고 한쪽
눈이 안감겨 결혼도 안한 처녀가 얼굴에 심각한 이상이 생겼으니 그럴 법도
하다. 이 환자를 더욱 걱정하도록 만든 것은 잠시 기다리는 동안에 마침 자신과
비슷한 증세를 가진 환자를 만났는데, 그 분은 나이가 환갑이 넘으신
할아버지로 이미 풍으로 진단받고 한방에서 침을 맞다가 걱정이 되어 양방
치료도 겸하기 위해 방문한 환자였다. 그 처녀는 이렇게 젊은 자신에게 풍이 온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자신의 이상이 심각한 것으로 여겨져서 더욱 걱정이 된
것이었다. 자세한 진찰결과 두 환자의 증상은 같은 것이었고
말초성안면신경마비 이외에는 다른 국소신경결핍 증상이 없어 자세한 경과와
예후를 설명해드리고 안심시켜 드릴 수 있었다.
  이와 같이 말초성안면신경마비는 어느 연령층에서나 쉽게 볼 수 있으며
위에서처럼 계절에 따른 뚜렷한 호발시기를 갖는 병은 아니나 일부
환자들에서는 상기도감염증과 같은 감기증상이 선행되는 예를 볼 수가 있다.
  이병의 원인은 아직 뚜렷이 모르나 단지 중추신경계를 떠난 안면신경이 그
주행과정 어느 부위에서 손상을 받아 일어나는 것이다. 흔히 중풍(의학용어로는
뇌졸중) 이라고 말하는 중추신경의 손상 때문에 생기는 중추성안면마비와는 그
증상이나 병이 발생된 곳, 그리고 원인이 뚜렷이 다르며 따라서 예후도 크게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얼굴마비가 왔다고 해서 모두 중풍은 아니며 또한 중풍의
시작이라고 할 수도 없다.
  예전 시골에서 다듬이 돌을 베고 자면 입이 돌아간다고 하는 말을 흔히 듣게
되는데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는 이와 같은 안면신경마비를
와사풍(본인도 이 말을 외래에서 환자들에게서 배웠음)이라고 불렀다. 이런
까닭에 이와 같은 말초성안면마비가 풍이나 풍의 시초로 잘못 인식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이와 같은 단순말초성안면마비는 중추성과는 달리 완전 손상이 아니라면
대부분 수개월에 걸쳐 거의 완전히 회복되며 발생 초기 며칠간을 제외하면
별다른 약물치료가 필요없고 손상후 약 2주 후에 안면근육에 근전도를 시행하면
안면신경의 손상정도를 알 수 있다. 반면 중추성안면 마비(중풍)의 경우
말초성과는 달리 안면마비의 정도가 심하지 않아 눈을 감거나 뜨는 데 문제가
없으나 안면 이외의 국소 신경결손 증상(예를 들어 한쪽 팔다리의 마비나
언어장애 등)이 나타나므로 쉽게 감별할 수 있고 이 경우 원인을 찾거나
계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필자가 외래에서 보았던 환자들도 발병 후 수일이 지난 환자들이었고 또한
이전에 건강하던 환자들로 별다른 약물투여 없이 수개월 후 만족할 정도의
호전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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