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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을 많이 쓰면 노이로제가 된다?

이도희
  계요병원 정신과

  신경을 쓰지 않고 이 세상을 살아갈 수는 없는 일이다. 흔히 신경을 많이
쓰면 걸린다는 로이로제 증세의 원인은 무엇 때문일까?

  노이로제는 신경증을 말하는 독일어 'NEUROSE'에서 유래한 외래어다.
정신의학에서 신경증은 크게 정신병과 구분하여 쓰는 말로 자아의 기능은
유지되고 있고 현실검증력도 보존되어 있는 비교적 경한 질환을 통칭하여
부르는 말이다. 이에 속하는 각각의 질환은 역사적으로 볼 때 정신과의 각
학자나 학파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다. 1990년판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를 보면
신경증을 불안신경증, 히스테리아, 공포신경증, 강박반응성장애,
신경증성우울증, 이인성증후군, 심기증, 기타 신경증성 장애 및 상세불명신경증
등으로 분류해 놓았다.
  정신과 외래에서 환자를 볼 때 여러가지 신경증의 증세를 호소하는 분들을
만날 수 있다. 이들은 "이유없이 불안하다", "가슴이 답답하고 두근거린다",
"잠을 못이루겠다", "매사에 귀찮고 의욕이 없다", "내과에서는 이상도 없다고
하는데 항상 배가 아프고 거북하다", "머리가 아프다"는 등등 많은 증세를
호소한다. 그들 중 많은 분들은 이러한 증세는 신경을 쓰거나 좋지 못한 일을
경험하면 더욱 심하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리고 아마도 이들이 정신과를
찾게 된 직접적인 동기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러한 신경증적인
증세가 세상에 사는 일에 신경을 많이 써서 생긴 것일까? 다시 말하면 신경을
많이 쓰는 것이 노이로제, 즉 신경증에 걸리는 직접적인 원인일까? 이런 물음에
대해 정신과 의사의 입장에서 '그렇지 않다'고 대답할 수 있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한 개인이 경험할 수 있는 갈등은 항상 있었다.
그것이 집단적인 것이든 개인적인 것이든 인간의 생활속에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필연적인 조건이다. 더욱이 우리가 살고 있는, 빠르게 변하고
여러가지가 혼란스러운 현대사회는 그러한 갈등을 보다 많이 경험하게 된다.
어찌 신경을 안쓰고 살아갈 수 있을까? 한편으로는 적절히 긴장을 하고 신경을
쓰는 일은 일상생활이나 개인적인 성취에 있어서는 필수적이다. 입시를 앞둔
수험생이 공부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면 결과는 뻔하다. 그렇다고 모든 수험생이
신경증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그러면 신경증의 원인은 무엇일까? 많은 심리학적 연구와 생물학적 연구가
있지만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공통적으로 얘기해 볼
수 있는 것은 각 개인에게 신경증으로 발전할 소질이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소질은 유전적인 측면과 인격발달의 과정에서 충격적인 경험을 포함한 환경적인
요소들에 의해서 결정된다. 이러한 소질을 가진 사람들은 많은 사람들이 경험할
수 있는 일상적인 사건에서도 예민하게 반응하여 신경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
  신경증은 많은 사람을 고통스럽게 하기도 하지만 심리학적으로 긍정적인
측면도 가지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칠 자신의 내면의 문제를 알게
해주어 이를 극복하게 해줌으로써 그 사람의 인격을 성숙시키는 데 기여해
주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 신경증을 효율적으로 극복하는 일은 자신을 새롭게
인식하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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