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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질은 유전된다?

김흥동
  인제의대 상계백병원

  일반인의 과반수가 간질을 유전되는 질환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자녀에게 유전되는 비율은 2--4p 에 불과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진료실을 찾아온 40대의 아주머니께서 간질이 유전되는 것이 아니냐고 은근히
물어보셨다. 왜 그런 질문을 하느냐고 여쭤 보았더니 "아들이 여자 친구를
사귀는데 그 여자의 남동생이 간질이 있다"는 것이다. "둘이 결혼해서 간질하는
아이를 낳으면 큰일이니 자기 아들이 그 여자 친구와 더 가까와져서 결혼을
한다고 하기전에 떼어 놓아야 하겠다"는 것이다.
  나는 "간질의 원인은 단지 유전에 의한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원인이
있으므로, 아이를 낳았을 때 그 아이가 유전 때문에 간질환자가 될 가능성이
매우 적다"고 말씀드렸다. 단지 그것만을 이유로 두 사람을 떼어 놓으려는 것은
부모의 과도한 욕심임을 강조하였다.
  그 아주머니가 나의 조언을 받아들였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의외로
간질이 유전에 의해서 발생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한 예로
필자가 1990년에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간질에 대한 인식도를 조사한 결과
전체의 53.4p의 사람들이 간질을 유전질환으로 알고 있었다.
  간질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여 뇌에 손상을 줄 수 있는 모든 질환(뇌감염증,
뇌출혈, 뇌경색, 뇌종양, 뇌외상, 저산소성 허혈성 뇌손상 및 뇌대사장애 등의
여러가지 요인)에 의하여 일어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러한 원인에
의하여 손상받은 부위에서 비정상적인 전기가 방출되어 재발성 경련이 일어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경련억제에 관여하는 개별적인 능력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러한 능력은 유전 성향에 의해서도 결정될 수 있다. 또한 몇
가지 종류의 간질은 염색체의 국소위치이상이 확인된 유전질환으로 규명되어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연소형 근간대성간질 및 중심측두부 극파동반
양성소아간질등이다.
  그러나 이러한 종류의 간질이 전체 간질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비교적 적다.
더구나 유전적 경향이 있는 종류의 간질은 경과가 가볍고 예후가 좋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유전경향을 갖는 이러한 종류의 간질에서도 실제로 자녀가 동일한
간질로 나타날 확률은 6--7p 정도이다. 가장 가벼운 경과를 밟는 중심측두부
극하동반 양성소아간질의 경우에는 자녀에게 나타날 확률이 12p정도로 비교적
높지만 대부분의 경련이 사춘기 이전에 자연히 없어지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전체 간질환자에서 자녀가 간질로 나타날 확률은 2--4p
정도로 일반발생률 1--2p에 비해 2배 정도의 차이 밖에는 보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보통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양성간질이 유전적
경향을 많이 가지고 있다. 말하자면 간질환자 중 유전적인 경향이 있을 경우에
오히려 예후가 비교적 좋은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아주 경과가
나쁜 악성간질은 대부분 뇌의 손상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오히려
유전적 경향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간질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유전적 질환이 아니며,
일반인들의 개념과 달리 악성간질일수록 유전적 경향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유전적경향이 있는 간질이라 하더라도 자녀에게 유전될 확률은 아주 낮다.
유전되는 종류의 간질은 대부분 양성경과를 취하므로 일상생활이나 학습 등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저절로 낫는 비율(완해율)도 높은 경향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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