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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에 자주 걸리는 사람은 기관지가 약한 것이다?

류재환
  경희대 동서의학연구소

  기침과 가래가 생기면 감기. 감기가 쉽게 낫지 않으면 기관지가 약한 탓.
이런 자기진단은 종종 큰 병을 방치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진공의 시절의 일이다. 자주 감기에 걸리는 것은 이유로 진료를 청한 40대
여자환자가 있었다. 불편한 점을 자세히 물어본 결과 약 3달 전부터 목이
간질간질 불편하고, 가래가 나오며, 기침이 자주 나고, 밥맛도 없으며, 전신이
몹시 피곤하고 체중도 줄었다고 했다. 처음엔 감기인가보다고 생각하여 집에
있던 감기약을 먹었는데 낫질 않았다고 했다. 그 뒤로 여기저기 유명하다는
약국약도 먹어보고 양의원 약도 먹어 보고 한약도 먹어 보았는데 전혀 낫는
기미가 없었다고 했다. 전에 갔던 병원에서는 혹시 모르니까 가슴사진이라도
찍어보자고 해서 사진을 찍었는데 별 이상이 없었단다. 내가 나이를 먹어서
기관지가 약해진 모양이라고 생각하고 집에서 그냥 지냈는데 증상이 점점 더
하는 것 같아 불안해져서 한번만 더 진찰을 받아보자고 생각하고 병원을
찾았다.
  환자의 증상이 상당히 오래되고 그렇다고 진찰상 뚜렷한 이상이 있는 것도
아니고, 흉부X선사진도 정상이었다기에 가래검사를 시행해 볼 생각이 들었다.
며칠간 계속해서 가래를 받아오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기에 환자는 처음에는
그 검사를 안하고 싶다고 했지만 기관지결핵이나 기관지악성종양 등
흉부X선사진이나 진찰로는 쉽게 발견되지 않지만 심각할 수도 있는 몇몇질환의
이름을 대며 환자를 설득하여 가래검사를 실시하였다. 그런데 다행인지
불행이지 가래검사결과 결핵균이 발견되었다. 이 환자는 기관지내 결핵이었던
것이다.
  다행히 발견이 되었기에 망정이지, 만일 이 검사에서도 발견이 되지
않았다면 이 환자는 나는 기관지가 약하다는 생각속에 아무런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지냈을 것이고 그 결과 환자의 질병은 더욱 깊어졌을 것이다.
  기관지결핵 진단에 따라 환자는 항결핵제 치료를 받기 시작하였고 약 2주
정도 지나서 증상이 무척 좋아졌으며, 그 뒤로도 치료를 꾸준히 계속하여
완전히 낫게 되었다.
  이 환자에서 보듯이 기침이나 가래와 같은 증상은 감기에 흔히 동반될 수
있는 증상으로 이런 증상이 생기면 많은 사람은 감기에 걸린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것이 계속되면 감기가 안 낫은 것으로 자신의 기관지가 원래
약하기 때문이라고 자기진단을 내리고 마냥 방치해두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많이 있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한편으로는 만일 진찰을
받아보았다가 무슨 병이라도 발견되면 어떡하나라는 걱정 때문일 수도 있다.
물론 요즘은 감기후 기관지가 민감해졌기 때문에 조그만 자극에도 기침이 나고
가래가 나오는 일이 꽤 오랫동안 지속되는 일이 많다. 아마 기관지가
약해졌다는 진단은 이런 경우에 해당되는 말인 것같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는
대개 증상이 시간이 갈수록 더 좋아지고 검사상에도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 것은 보통이다.
  기관지에는 흔한 질환은 아니지만 기관지악성종양이나 기관지결핵, 기관지내
진균증, 식도-기관지루 등과 같은 상당히 중한 질환들이 있을 수도 있고, 그
외에도 급만성기관지염, 기관지확장증, 기관지성천식 등이 있다. 게다가
빠뜨릴 수 없는 것은 협연이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기관지염으로, 기침이나
가래 등의 증상으로 고생하면서도 자신의 기관지가 약하다고만 생각하고
담배를 계속 피우는 일은 정말 답답한 노릇이다.
  무엇인지 원인을 잘 모르는데도 막연하게 기관지에 책임을 돌리면서 그냥
지내기보다는 정확한 원인을 찾아 노력을 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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