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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사진(CT)을 찍어야 확실한 진단이 붙는다?

변재준
  청주가정의학과의원

  노벨의학상을 공학자에게 안겨준 컴퓨터 단층 촬영기, 그러나 모든 질병이
컴퓨터 사진으로 해결된다고 생각하면 오판.

  대학병원에서 근무할 때의 일이다. 밥만 먹고 나면 소화가 안되고 윗배가
불편하고 가끔 새벽에는 속이 쓰린 경우도 있다고 40대 아주머니가 찾아왔다.
동네병원에 가면 위염이라고 하면서 약을 주는데 몇 달을 먹어도 먹을 때만
좋아지고 완치가 안되니 정밀한 진단을 받고 싶다는 말씀이셨다. 나는 우리
나라에 위암이 많으니 최근에 검사를 받은 적이 없다면 위 내시경검사를 하는
것이 좋겠다고 권하였다. 그러나 이 아주머니는 컴퓨터사진을 찍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위나 십이지장에 대한 병을 진단하는 데는 위 내시경이 가장
정확하다는 이야기를 해드려도 막무가내로 컴퓨터사진만을 고집하였다. 필자는
컴퓨터사진이라고 해서 모든 병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고 병의 종류에 따라 그
진단방법이 다르니 의사가 권하는 검사를 받도록 한참동안 사정하다시피 설득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사회에 컴퓨터 바람이 불면서 심지어는 세탁소에도 컴퓨터세탁이라고 써
붙여야 장사가 되는 세상이 되었다. 아이들 장난감도 컴퓨터오락게임기가 단연
인기를 달리고 있다. 과연 컴퓨터로 오락을 하면 아이들의 지능이 전자두뇌처럼
이상하게 변해버릴지는 두고 볼 일이다.
  컴퓨터사진(정확히 말하면 전산화단층촬영)은 공학자가 발명하여 의학의
영역에서 그 공헌도가 인정되어 노벨생리의학상을 공학도가 받게 되는 첫
기록을 세운 대단한 업적이다. 특징은 아무런 통증없이 인체조직의 변화를
단면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으로 특히 암의 진단에 있어서 그 우수성이
증명되었다.
  그러나 컴퓨터사진이 어떤 병에나 가장 정밀한 진단을 내려줄 것이라는
기대는 크게 잘못된 것이다. 예를 들어 두드러기는 눈으로 보면 그냥 진단이
붙는 것이고, 기관지천식은 청진기를 대고 소리를 들으면 아는 것이고,
고혈압은 혈압을 재보면 아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 컴퓨터사진이나 더욱 최근에
등장한 자기공명사진(MRI)을 찍어봐야 정상으로 나올 것은 뻔한 일이다. 나는
진찰결과 배에 뭔가 만져지는 것 같은 데도 컴퓨터사진에서 아무 이상이 없어서
무시하였다가 1달 후에야 간암을 찾아낸 뼈아픈 경험이 있다.
  모든 병을 치료하는 데 있어서 정확한 진단이 앞서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컴퓨터사진과 같은 보다 비싸고, 보다 복잡하고, 보다
최근에 개발된 기계를 동원하면 정확한 진단을 붙일 수 있다는 생각은
오해이다. 모든 병에는 각각에 대한 진단방법이 따로 있다는 것을 알고 의사와
상의해서 보다 적합한 진단방법을 택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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