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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사람의 피를 수혈하면 젊어진다?

조한익
  서울의대 임상병리과

  수혈은 꼭 필요한 경우에만 실시해야 한다. 혈액에 대한 무지는 수혈에 대한
그릇된 생각을 갖게 만들기 십상이다.

  몇달 전 일간지에 고령인 북한의 모 고위인사가 자신의 젊음을 위해 젊은
처녀들의 피를 수혈받고 있다는 기사가 실린 적이 있다. 설마 그럴리가 도대체
믿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북한이 폐쇄적이고 한 개인을 신격화하며 대중을
억압하는 사회라고 하지만 그처럼 비상식적이고 비인간적인 일이 있으랴 싶었던
것이다. 왕조 시대에 절대적 권위자인 왕이 자신의 젊음을 위해 어린 처녀와
잠자리를 함께 하였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처녀의 피를 수혈하는 것에는 미치지
못할 듯 싶다. 혈액에 대한 편견과 왜곡도 이쯤되면 그 정도가 지나치다.
하지만 오래 살고 싶은 욕망이 강하면 강할수록 턱없는 짓을 할수도 있을 만큼
이 문제에 대해 차근차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수혈은 꼭 필요한 경우에만 실시해야 한다. 혈액의 산소운반, 지혈, 그리고
백혈구기능이 낮아지거나 혈액량이 줄었을 때, 이를 회복하고 유지하기 위해
시행하는 것이다. 또한 수혈의 효과는 치료를 위한 약물처치와는 다르다.
수혈된 혈액은 자체의 수명이 다하면 기능도 다하게 되므로, 일시적이며
보존적인 치료의 한 방법일 뿐이다. 혈구성분 중 수명이 가장 길다는 적혈구의
수명이 120일이므로 수혈된 적혈구 중에는 이미 수명이 거의 다 된 적혈구도
적지 않은 것이다. 현재까지 수백년 동안 혈액이 연구되어 왔으나 젊은 사람의
혈액이 젊음을 준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과거에는 전혈을 수혈함으로써 필요없이 혈액성분이 수혈되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필요한 성분만을 수혈하는 것이 원칙으로 되어있다. 예를
들어 혈액의 산소운반 기능이 저하되었을 때는 적혈구구성분제제를,
혈소판저하에 따른 출혈경향이 문제될 때에는 혈소판성분제제를, 혈장내
응고인자가 부족할 때는 바로 그 응고인자제제를 수혈하는 식으로 필요한
성분만을 수혈하는 것이다. 또한 수혈에 따르는 부작용도 적지 않아 수혈의
적응증을 더욱 엄격하게 하고 있다. 비록 안전한 혈액을 공급하기 위해
철저하게 검사하고 있으나 여전히 수혈에 의한 간염, 후천성면역결핍증의
전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혈액은 혈액이 부족한
상태만을 대치할 수있을 뿐이므로 수혈은 꼭 필요한 경우에만 실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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