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윤미
단국의대 가정의학과
축농증에 걸린 학생이 성적이 떨어지는 것은 두뇌가 나빠져서 오는 결과가
아니라 축농증으로 인한 두통 때문이다. 축농증이 머리를 나쁘게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꾸준히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느날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이 머리가 아픈 것을 주증상으로 진료를 받으러
왔다. 앞머리가 주로 아픈데 고개를 앞으로 숙이면 얼굴 전체가 무거워지면서
아픔이 더 심해져서 도무지 책을 볼 수도 없다는 것이었다. 병력청취를
하다보니 약간의 열도 있고, 코가 목뒤로 넘어가는 등 급성부비동염으로
생각되는 증상이 있었고 진찰소견상 목 뒤쪽으로 누런 뿐비물이 흘러 내려가고
있었고 광대뼈가 있는 부위에 약간의 압통도 있었다. 바로 X선 사진을
찍어보았더니 의심했던 대로 양쪽상악부비동에 염증으로 생각되는 소견이
관찰되었다. 진단명을 가르쳐주고 치료에 대해 설명해주었더니 그 여학생과 또
같이 온 어머니는 깜짝 놀래면서 '축농증이요? 축농증에 걸리면 머리가 나빠질
수도 있다는 데 어쩌죠? 한창 공부를 해야하는 나이인데...'라고 걱정을
하는 것이었다.
축농증에 걸리면 머리가 나빠진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꽤 많이 있다.
그러나 공부를 잘 하지 못하는 이유로 ' 축농증이 있어서...'라고 설명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축농증이 머리(뇌)를 나쁘게 한다는 것은 잘못된
지식이다. 물론 축농증 자체가 머리를 나쁘게 하지는 않는다.
아마 축농증이 생기면 흔히 두통을 느끼기 때문에 축농증이 머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상상을 하게 만들기 때문일 것이다. 또 다른 이유로는
축농증이 생기면 두통과 함께 얼굴에 압박감을 느끼게 되는데, 고개를 앞으로
숙이거나 머리를 움직이면 더 심해지는 것과 관련된 것이다. 대개 책을 보거나
무엇을 쓰려고 하면 고개를 앞으로 숙이고 몸을 약간 굽히는 자세를 취하게
되는데, 이런 자세는 축농증의 증상을 더 심하게 만들고, 그로 인하여 공부를
덜 하게 되면 자연히 성적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런 결과는 축농증이 머리를
나쁘게 한다는 생각을 심어줄 수 있다.
만일 축농증을 곧바로 진단하여 치료를 받게 한다면 축농증에 의한 증상을
느끼지 않게 될 것이고, 따라서 일상생활이나 학업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축농증이 머리를 나쁘게 한다는 잘못된 생각을 버리고 꾸준히
치료를 받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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