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llow my blog with Bloglovin FraisGout: 대화의 테크닉

대화의 테크닉

1. 설득 유도의 작전


    당사자 아닌 제삼자를 예로 들어라

  어떤 상황과 조건이 주어졌을 때에 말재주만 믿고 설득을 꾀하고자 한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른바 설득을 위한 설득을 하다 보면 상대방은 자신의 변명이나 처지를
이해시키려는 입장이 됨으로 설득의 진의를 깨닫지 못한다.
  만일 이쪽에서 직설적인 어조로 강조하게 되면 상대의 응답도 강하게 나오게
되고, 몇 번의 이러한 과정이 되풀이 될 것이며, 대화를 통한 설득의 불가능을
피부로 느끼게 될 것이다.
  대화를 통해 설득하고자 할 때에는 직선적인 방법보다는 우회하는 방법을 쓰는
것이 좋다.
  만일 A라는 사람을 설득하고자 한다면 A와 똑같은 B를 지적하여 A에게 말해
보자.
  "저 B말이야. 너무 경솔할 뿐 아니라, 하라는 공부는 하지 않고 방황만 한단
말이야. 어때, 네가 한번 주의를 주지 그래?"
하는 식으로 제삼자를 지적하여 간접적으로 A의 심중에 충고와 설득의 화살을
던진다.
  그러면 A라는 사람은 그것을 불쾌하게 생각하지 않으며 B의 행동에 대해 먼저
지적을 내린 사람의 충고에 감사할 것이다.
  버나드 쇼오는 이러한 설득의 명수였다고 한다.
  한 때 쇼오의 작품이 공연되고 있는 연극을 자신이 관람하게 되었을 때의
일이다. 관객 중에 휘파람을 계속 부는 사람이 있어 연극을 상연하기가 곤란하게
되었다. 그러자 쇼오는 슬그머니 그 사람의 옆자리에 다가가서 이렇게 물었다.
  "연극이 재미가 없나 보죠?"
  "네. 지독히 시시한 연극이요"
  이 말을 듣고 난 쇼오는 즉각
  "저 역시 동감입니다. 그렇지만 우리 둘이서 저 많은 관객을 상대할 수야 없지
않겠습니까?"
하며 상대의 행동에 대해 넌지시 충고를 하였다.
  휘파람을 불던 사람은 쇼오의 말을 듣고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는 휘파람을 불지 않았다. 쇼오가 이와 같이 우회적인 설득을 편 것을
상대에게 직접적으로 충고하는 것은 벌집을 건드리는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른 형편을 생각하게 하여 자기의 잘못된 과오를 지적 받게 하고, 다시 살펴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인 설득 대화이다.
  유베날크는 사람을 상대했을 때 서로 다른 의견이 생겼다면 논쟁을 피하라고
했다. 다른 의견은 서로에게 못과 같아서 때리면 때릴수록 더욱 깊이 박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설득하고자 하는 상대가 직설적인 이쪽의 충고에 반박하고
나서게 되면 설득은 성공하기가 어렵다.
  상대의 기분을 맞춰 주어 우선 나의 의견에 동조하게 만든 다음 제삼자의
비행을 예로 들어 이쪽의 견해를 밝혀 상대로 하여금 수긍케 해야 한다. 그러면
제삼자의 행동을 나쁘다고 생각하여 이쪽의 의견에 동감을 표할 것이다. 또한
설득을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 준비되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면 이쪽의 역할을 대행하여 제삼자를 설득하므로써 자신도
설득 당하고 마는 배후의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상대의 입장에서 말하라

  거절하기 위해서라면 무슨 이유든지 명분이 있기 마련이다.
  그 명분에 대해 이쪽에서 재차 설득하여 '예'라는 대답을 얻기 위해서는
상대가 말하는 명분에다 자기를 세워 놓고 명분의 내면에 숨어 있는 진실된 감정에
호소하면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일본 모대학 교수의 저서 '자기 표현술'에 이렇게 되어 있다.
  유명 작가인 K씨가 여행을 떠났다가 음독 자살을 했다. 이 소식에 보도진들이
밀려오고 세상 사람들은 온통 K씨의 자살 원인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보도진들은
K씨의 자살 원인을 찾기 위해 슬픔에 잠겨 있는 미망인에게 사정사정하며 자살에
대한 자료를 얻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미망인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계속 흐느껴 울기만 하는 것이었다.
  기자들은 저마다들 마감 시간에 쫓겨 급기야 추측 기사를 작성하여 송고하고
말았다.
  그러나 D신문에는 다른 신문에서 전혀 예기치 못했던 기사가 '사련의
종말'이라는 제하에 특종으로 보도되었다.
  타사의 기자들이 D신문사에 둔하기로 소문난 Y기자에게 보기 좋게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이었다.
  후에 알게 된 일이지만 그 당시 Y기자가 특종을 잡게 된 경위는 대강
이러했다.
  그 날 Y기자는 K씨의 음독 자살 뉴스를 듣고 취재를 떠나기에 앞서 자기 집으로
발길을 돌려, K씨의 죽음에 조의를 표하는 의미에서 검은 예복을 입고 사고
현장으로 찾아갔다고 한다. 그때 다른 사람들이 모두 돌아가고 텅빈 빈소에서
흐느껴 우고 있는 미망인에게 심심한 조의를 표하는 예의를 잊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Y기자의 태도에 감복한 미망인이 K씨의 음독 원인을 고백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들어보면 Y기자는 진정한 마음으로 상대의 입장에 서서 슬픔을
공감한 것이다. 인위적으로 자기의 의사에 동조케 하려면 이런 자세가 필요하다.
  상대의 입장에 서서 상대의 감정에 공감하여 같은 입장이 되어 보는 것이
설득의 기본적 태도이다.
  사람들은 흔히 상대가 이론으로 이쪽의 말에 반발하면 이론으로써 상대를
설득하려고 꾀하나 실제적으로 감정적인 이해가 앞서지 않고는 설득의 묘를
기하기 어렵다.
  대인관계에서 획기적인 성공을 얻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중합해
보면 모두들 이론형의 설득을 폈을 뿐이며, 어느 누구도 감정의 교류를 가능케
해 줄 상대의 입장이 되지 못했다. 또한 상대에게 감사함을 받고자 하는 정서적
자세가 결여되어 있었다.
  거절의 명분은 감정적인 이해가 따라 줘야 한다.
  설득은 감정의 일방통행에 의해서 가능해지는 것이 아니며 진지한 마음의
교류에 의해서만 실현되는 것이다.
  설득을 위한 대화가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는 것은 상대의 미묘한 감정의
흐름을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자기의 부족점을 먼저 시인하라

  서로의 견해 차이로 대립이 격화되었을 때는 어떠한 설득도 소용없다.
  대립이 격화되었다는 것은 서로의 자존심이 경직되었다는 의미로 자존심의
손상을 어느 정도 보상받을 수 있느냐에 따라서 대립의 완화 여부가 좌우된다.
  미합중국의 독립에 크게 기여한 벤자민 프랭크린은 필라델피아에서 헌법
제정에 대한 의회가 개회되었을 때, 강한 설득력으로 교착 상태에 빠졌던 회의를
타개한 일이 있다.
  당시 헌법 제정을 위한 회의가 진행되는 도중에 의견 차이가 심해져 서로
인신공격까지 서슴치 않는 상태가 되자 프랭크린은 단상에 올라 '정직하게
말합니다만, 저 역시 이 헌법에 전면적으로 찬성한다고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전적으로 찬성하지 못한다는 확신도 없습니다. 제 자신도 어떤 경우에는
자신의 의지를 변경치 않으면 안 될 입장에 놓인 때도 있었습니다. 이 의회에
참석하신 여러분! 상세한 부분을 살피면 서로 다른 의견이 있을 것이지만
누구라도 완전무결한 사람은 없습니다. 서로 양보하여 이 헌법에 찬성을
해주시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하였다. 프랭크린은 자기의 결점을 내보여 대립된
회의 진행의 타결을 호소한 것이다.
  프랭크린의 이 방법이 즉각 효과를 나타낸 것은 물론이다.
  의회에 참석했던 의원들은 프랭크린이 '자신 역시 오류를 범하는지
모르지만'이라는 겸손한 말을 솔직하게 받아들여 동지적인 입장을 갖게 된
것이다.
  대립이 심하게 격화될 때는 우선 이쪽의 결점을 내보이고 그것을 인정한 다음
비로소 상대의 감정에 호소할 일이다.
  이 원칙과 효과는 심리학에서도 증명되고 있다.
  미국 '허버트 연구소'의 솔로킨 교수가 사람의 감정이 태도와 관계하는 상관
관계에 대해 실험을 하였다.
  먼저 서로 잘 어울리지 않고 질시하던 두 사람의 남녀 학생을 한 조로 하여
남학생 쪽에서 상대인 여학생을 맑은 눈으로 바라보며 친절한 태도를 취하도록
지시했다. 그 결과 이런 지시를 받지 않았던 여학생도 점차 굳어졌던 마음을
부드럽게 녹이고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더라는 것이다.
  솔로킨 교수의 이런 간단한 실험에 의해서도 알 수 있듯이 서로의 감정이
강하게 대립되었을 경우에는 먼저 이쪽의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를 가지고 상대의
마음이 풀어지도록 해야 한다.
  두 사람이 모두 자기들의 입장에만 신경을 쓴다면 어느 한 쪽도 수그러들지
않을 뿐더러 다음의 설득도 기대할 수가 없을 것이다.
  설득을 꾀하는 사람이 먼저 상대의 자존심을 살려주는 것이 긴 안목의 설득을
위한 배려이다. 설득의 궁극적 결과가 이쪽의 의도에 좌우되는 것이라면 잠시
동안의 양보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설득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몇 발자국 뒤로 물러서는 것도 바람직하다.


    상대를 자기의 입장에 세워라

  '저의 입장이 되어 보면 어떻겠습니까?'라는 말로써 상대에게 자기의 입장을
설명하면 효과가 있다.
  상대를 자기의 입장에 서 보라고 하는 말은 정신적으로 상대에게 역할 연기를
시키는 것이다.
  역할 연기란 대역을 맡겨 이쪽의 상황을 실감케 하고 심리적으로 부담을 주는
것이다.
  미국의 인간관계 전문가인 L.깁슨에게 육군 대령인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의
출세 비결이 바로 앞서 말한 역할 연기의 소득이었다.
  그 대령이 육군 사관학교(웨스트 포인트)에 입학하려고 할 당시에 미국에는
대공황이 닥쳐 학비 걱정이 없던 육사에 지원자가 쇄도했다. 흔한 말로 연줄이
없으면 입학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그는 연줄이라고는 전혀 없었으나 용기를 내서 주의 유력자를 찾아다니며
'만약 당신이 저의 입장이 되어 본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하고 단도
직입적으로 추천을 의뢰하였다. 그 결과 그는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어내었다.
  상대를 설득시키려면 우선 상대를 자기의 관심거리에 집중시켜 같은 입장에서
관심을 가지도록 유도할 일이다.
  1746년 4월 켄버런드 공작에게 패배하여 왕위를 놓치고 스코틀랜드로 피신한
찰스 왕자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서 피신 생활을 계속했으나 결코 위험한 순간은
그에게 닥치지 않았다.
  캔버런드 공작은 엄청난 액수의 현상금을 내걸어 국민들의 심리를 자극했지만
찰스 왕자는 5개월 동안 가난한 어부들 틈에서 유유히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제 아무리 도의적인 사람이나 신의를 중시하는
사람이라도 재물에 현혹되면 마음이 흔들리게 마련인데 그들은 결코 그런 실리를
노출시키지 못했다.
  그것은 찰스 왕자의 설득의 힘이었다. 그는 어부들에게 '여러분도 저의 입장에
서 보시요'하는 단 한마디의 말로써 인간적인 공감을 불러일으켰던 것이다.
  사람들이란 항상 스스로 불행한 존재하고 생각한다. 부자는 부자대로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지 못한 것을 불행으로 생각하고 있다. 가난한 사람은 가난을
불행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모두 같이 불행하다는 심리를 잘 이용하면 설득의
효과는 클 것이다.
  행복하다는 기분에 젖어 있을 경우라면 설득할 필요도 없고, 설득하려고도
하지 않는 것이 인간들의 심리이다. 상대의 입장과 나의 입장이 동등한 것임을
강조하거나 '나의 입장에서 보면 당신도 이해할 것'이라는 설득은 가장 효과적
테크닉이다.
  인간은 이해와 협력의 심리가 작용하게 되면 다른 어떤 욕망의 힘보다도
강하다. 인간의 만족이란 주고자 하는 심리에서도 얻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입장을 바꿔 놓고 생각해 보십시오'의 한마디가 주는 힘은 의외로 크다.
상대에게 '자기 헌신'의 기회를 줄 수 있도록 솔직하게 협조를 바라는 설득이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상대의 실수를 감싸주어라

  세상을 현명하게 살려면 타인과의 충돌을 피해야 한다. 지혜롭게 사는 길도
상대와 논쟁을 피하는 길이다.
  그리고 때로는 상대에게 호의적인 반응을 얻어야 될 경우도 생기기 마련이다.
  이런 경우에는 이쪽이 상대방보다 못하다는 입장을 강조하면 틀림없이 좋은
결과를 얻는다.
  "사람은 가르치지 않는 체 하면서 은밀히 가르쳐야 잘 배우며, 모른다는 것을
잊어버린 것으로 인정해야 잘 받아 들인다"
  체스터 필드가 그의 아들에게 금언으로 남긴 이 말은 남에게 자기의 지혜를
내보이게 되면 호감을 사지 못한다는 것을 나타냈다.
  때로는 상대의 잘못을 모르는 척 해야 될 경우도 있고, 그 잘못의 이유를
공감하는 듯한 화법도 필요하다.
  상대는 이런 배려에 고마움을 느끼는 것이 당연하다.
  다른 사람의 잘못됨을 부득이 꼬집어 말해야 될 때라도 호의적인 반응을 얻기
위해서는 언제나 자신은 상대보다 못하다는 전제를 지킬 일이다.
  사람은 자기가 옳다고 인정한 일이 설령 잘못된 결과를 초래했더라도 좀처럼
고치려 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어떠한 변증법적인 이론을 도입해서라도 자기의
잘못을 변명하려고 한다. 이런 사람한테는 묘한 심리를 자극하는 방법이
우선이다.
  마음적으로는 싫어도 상대를 감싸주고 격려한 결과 성공을 거둔 이야기를
들어보자.
  D공작사에서 생산되는 공구 중에는 국내에서 유일한 제품이 몇 가지 있었다.
  외국 제품이 있기는 했으나 배를 이용하여 도입하기에는 시간상 많은 손실이
따랐으므로 D공작사로서는 자못 콧대가 높았다.
  마침 건축업을 하는 E라는 친구가 D회사에서 제품을 주문해 사용하기로
예약하고 공구를 주문하였다.
  그런데 D회사로부터 인도되어 온 제품을 살펴보니 전혀 규격이 맞지 않았다.
그래서 그 친구는 D공작사에 강경히 항의키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강경한
항의까지는 좋으나 그 후의 일이 문제였다.
  건물의 완공 예정일까지 외제 공구가 도입될는지도 확실치 않은
상황이었으니까 말이다.
  생각다 못한 E라는 친구가 D사를 찾아가 사장에게 정중히 말했다.
  "이번에 보내 주신 공구를 보니까 규격이 약간 틀리는 것 같은데 혹시 다른
곳으로 갈 것이 잘못 저희에게 전해진 게 아닐까요? 그렇지 않으면 제가 잘못
적어 드렸던가요?"
  공구를 잘못 제작한 회사측을 나무란 것이 아니고, 오히려 잘못의 책임을 E가
모두 덮어쓴 것이었다.
  E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은 D공작사의 사장은 제 제작을 서둘렀다고 한다. 그
누구도 처음에는 예상 못했던 일이었다.
  이와 같이 세상을 살아가는데는 상대와 논쟁을 의식적으로 피하는 처세가
필요하며, 때에 따라서는 논쟁을 벌여야 할 상대의 잘못을 감싸주는 아량도
베풀어야 되는 것이다.


    설득의 장애를 유리하게 이끌어라

  상대방을 설득하려고 할 때 가장 중요시 되는 것은 상대방이 자신의 설득에
거부 반응을 나타낼 때이다.
  이러한 거부 반응은 인간적인 본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상대방을
설득할 때 상대방이 자기의 설득에 전적으로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게 될
것이라는 안이한 사고방식은 위험스럽기 짝이 없는 생각이다. 그보다 장애가
더욱 많이 개재되어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여기에서 장애가 대두되는 것은 무엇보다도 인간적인 성질에서 비롯된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타인의 존재나 사상에 대해 배타적일 뿐 아니라 자기의
자아에 상대의 주의 사상이 유입되는 것을 의식적으로 거부한다.
  여기에서 설득의 테크닉이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설득에 장애가 대두된 상황에 처하게 되면 우선 그 장애에 대해
좌절이나 실망을 할 것이 아니라 그 장애를 이해하는 태도를 지녀야 한다.
장애를 이해한다는 것은 될 수 있는 대로 자기를 납득시킬 수 있도록 아량을
지니라는 것이다.
  어느 건축가는 '건축 설계의 어려움보다 인간관계의 구조적인 상관관계가 더
어렵다'라고 말하면서 자기는 상대에게 설득할 일이 있을 때에 설득을 가로막는
장애를 모두 자기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고 말했다. 또한 설득의 장애물은 모두
빨갛게 칠해 버려라는 말을 신조로 삼고 있다고 했다.
  장애물을 빨갛게 칠해 버린다는 말은 설득의 장애를 자기에게 유리하도록
새롭게 변화시킨다는 말이다.
  또한 설득의 말을 잘 듣지 않으려는 사람에게는 뻔뻔하고 거만하다는 생각을
하기에 앞서 '무척 솔직하신 편입니다'하는 칭찬의 뜻을 표현하면 바람직한
분위기로 이끌 수가 있다.
  저술가인 협파드란 사람은 붓을 들어 상대를 비평하거나 공박할 때는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처럼 날카로웠으나 정면으로 자기에게 도전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들의 비난을 모두 기분 좋게 받아들여 결코 상대에게 불쾌한 여운을 주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심지어 자기의 견해에 대해 정면으로 도전장을 낸 사람을 자기 집으로 초대하여
먼저 그들의 말에 경청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리하여 결국 비난하던 상대에게
자기의 주장을 옳게 납득시켜 설득해 버리곤 했다.
  설득을 하고자 할 때 결코 정면 승부를 유혹하는 장애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설득에 있어 장애란 당연스레 작용할 수 있다는 관용의 자세를 가져 도리어 그
장애를 자기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도록 이용할 일이다.
  사사건건 시비를 가리려고 하는 태도가 역효과를 나타내 설득의 기회를 갖지
못하게 만든다.
  장애가 대두될 경우에는 처음부터 이해하는 태도로 출발하라.@ff
     2. 거절 격퇴의 작전


    상대의 요구를 일단 수긍하라

  대인관계에서 상대의 부탁을 한마디로 잘라 거절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비록 들어줄 수 없는 어려운 부탁이라도 우선은 진지하게 들어주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부탁을 하는 상대는 듣고 있는 자신이 가지는 부담보다 훨씬 큰 어려움을 마음
속에 감춰 두고 있다. 그렇게 때문에 딱 잘라 거절하게 되면 마음에 커다란 못을
박는 상처를 줄 수 있다. 급격한 변화에 인간은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기대했던
일이 순간적으로 허물어지게 되면 걷잡을 수 없는 허탈감에 싸이게 된다.
  자기가 도저히 들어줄 수 없는 부탁이라도 적절한 이유로 먼저 부드럽게
상대방을 이해시킨 후 거절 의사를 밝히는 것이 좋다.
  그러나 이것보다 더욱 효과가 높은 것은 먼저 상대의 부탁에 대해서 수긍을
하는 것이다.
  즉, 상대에게 커다란 양보를 하는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히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면 누구든지 자기의 무리한 부탁이 싱겁게 받아들여진다는 것에 일종의
죄의식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그 순간에 거절의 의사를 은근히 덧붙이면 마음의
반동 작용을 유발시켜 곧 부탁을 철회시킬 수 있다.
  미국의 저명한 음악 지휘자 허락크는 과거 20여년 동안 성격이 괴상한
연구가들을 별탈 없이 통솔해 왔다. 그의 비결은 말썽꾸러기 연구자들의 조그만
일에도 동조해 주고 보살피는 것이다.
  어느 날 사라핀이라는 성악가가 목이 아파 독창회의 약속을 어길 수밖에
없다는 통보를 해 왔다. 그는 화가 났으나 표면상으로는 온화하게, 그리고 동정적
태도로 사라핀의 건강을 염려하면서 그의 요구를 쾌히 승낙한다고 말하였다.
  허락크가 의외로 쉽사리 승낙하자 사라핀은 자신이 도리어 미안해져서 잠시
시간을 달라고 그에게 부탁하는 것이었다.
  마침내 사라핀은 지휘자의 배려에 감복하여 아픈 몸을 이끌고 혼신의 힘을
다해 독창회 무대에 섰다.
  그리고 지휘자에게 부탁하기를, 자기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으니 청중들에게
양해를 얻어 달라는 것을 잊지 않을 정도로 자상한 배려도 했다.
  허락크는 상대가 건강을 이유로 거부하는 요구 조건을 들어주는 체 하면서
자기의 요구도 거절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처음부터 단호히 거절의 의사를 표현하면 불쾌한 기분이 끝내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태프트 대통령이 어떤 관리의 부인에게서 남편을 상당히 높은 직위에
임명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처음에는 자기가 할 수 있는 데까지 선처하겠다고
약속했으나 다른 사람이 후에 그 직위에 오르자 그녀는 갑자기 태도를 돌변하여
그를 공격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즉시 그녀의 공격에 대응하지 않고 잠시
침묵을 두었다가 그녀를 설득하는 편지를 썼다. 그녀는 그의 편지를 받자,
약속을 받았다가 거절을 당한 부인 역시 대통령에게 사과의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깍듯이 경어를 사용하자

  경어를 사용하는 것은 자기보다 우위에 있는 사람에게 예의를 밝히는 의미도
있고, 긴밀하지 못했던 관계의 사람들 사이에 서로 존경의 뜻을 나타내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아주 가까운 사이의 친구나 연인끼리 경어를 사용한다면 얼마나
아이러니컬한가. 그만큼 경어는 한편으로 거리감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곳에서 사용되는 말이라도 경어는 친절하게 들리기는 하지만 따뜻한
인간의 정을 모두 말해 주지는 못한다.
  친절하다는 것은 다분히 서로의 이익을 위한다는 말로도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의도적인 냄새마저 풍긴다.
  경어에 얽힌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D신문사에 근무하던 K군은 같은 사무실 안의 N양을 은근히 좋아하게 되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같은 사무실에서 4년여를 함께 생활하면서도 N양의 호감을
사지 못했다고 한다.
  기다리다 지친 K군은 뾰족한 묘안을 생각해 낼 수 없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K군은 N양에게 경어를 사용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K군에게 아주 적절한 비방을 가르쳐 주었다고 한다. 비방이란 다름이
아니고 다음날 출근 즉시 경칭을 모두 빼 버리고 평어로 그녀의 이름을 부르라는
것이었다. 그러자 한 달이 채 못되어 그들은 좋은 결과를 얻게 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 왔다.
  경어는 그만큼 사람의 감정을 가라앉혀 소원하게 만드는 효과를 지니고 있다.
  친밀했던 관계라도 필요에 의해 멀어지고 싶을 때는 경어를 고의적으로 사용해
보라. 그러면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질문으로 화제를 바꿔라

  흥미롭지도 않고 도움도 주지도 못하는 화제를 계속하는 사람에게는 누구나
싫증을 느낀다.
  회화의 목적이 엉뚱하게 빗나가고 있어도 태연히 이야기를 계속하고, 또 그
마무리를 옳게 유도할 줄 모르는 사람도 있다.
  이런 상대와 대화를 나눌 때는 대화를 컨트롤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궁벽한 자리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 지리한 분위기를 모면하려는 생각이 먼저 앞서 무리하게
이야기를 중단하기를 요구하거나 이야기의 잘못된 점을 지적, 이의 시정을
요구하게 되면 대화의 중단을 초래함은 물론 인간관계에 커다란 구멍을 내는
결과가 빚어지므로 주의가 요구된다.
  이 때는 상대가 말하고 있는 화제의 초점을 엉뚱하게 유도하여 다른 화제로
대화의 초점을 돌리게 하는 것과 대화 도중에 새로운 화제를 제공하는 순간을
잘 포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테면 상대가 잠시 숨을 들이키기 위해 이야기를 멈췄을 때, '화제를
바꾸어서 안 됐지만 이런 이야기는 어때?'라든지 '그런데 말이야, 이런 경우는
어떻게 하지? 자네 의견을 듣고 싶은데'하며 정중하게 새로운 화제를 내민다.
  그러면 상대는 자기의 이야기가 충분했기 때문에 감명을 받은 것으로 오인하고
 새로 등장한 화제에 대해서 관심을 쏟게 될 것이다.
  또한 화제를 바꿀 경우에는 질문의 재치를 이용할 일이다. 가령 '아참! 아주
재미있는 사건이 있네', '오라, 그렇군!'하면서 상대의 주의를 자극한다.
  아무리 이야기에 얼이 빠져 계속하던 상대라도 이쪽의 말에 흥미가 있으면
자연히 귀를 기울이게 된다.
  화제를 바꾸는데 화법의 재치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예를 들어 상대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첫마디는 접속사, 혹은 감탄사를 써야
된다는 것이다. 그저 말의 내용을 무턱대고 떠들기만 하면 내용에 대해 쉽사리
흥미를 갖지 못한다. 서로 자기들의 이야기를 하기에 정신이 없을 정도로 대화가
혼란해진다.
  그러나 접속사, 감탄사를 사용하면 일단 주의를 환기시키기 때문에 말의
첫머리를 상대에게 강하게 주입시킬 수가 있다.
  '그리고', '그러나', '그런데 말야', '오호라', '어머', '참'등의 말이 그
예이다.


    의사표시는 단정적으로 하라

  상대방으로부터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고역스러운 일도 없다.
  적당히 기회를 봐서 상대의 이야기를 그치게 하려고 마음은 먹었지만 적절한
방법이 없을 때, 노골적으로 불쾌한 얼굴을 할 수도 없고 감정적으로 말을
그치게 할 수도 없다.
  이럴 때 한마디의 적절한 표현이 절실하게 필요하게 된다.
  이 때 만약 이쪽에서 '그 이야기는 듣고 싶지도 않아'라고 한다면 과연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일본의 한 박사가 조사 집계한 바에 의하면 세일즈맨을 격퇴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표현은 '그런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아', '그 이야기는 너무 어려워',
'그 이야기는 나중에 듣지'하는 식의 표현은 앞서의 예보다 훨씬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통계 결과였다.
  영국 속담에 '나쁜 친구는 입에 꿀을 바르고 가슴에 칼을 품는다'라는 말이
있다.
  말만 번드르 하게 주워대는 상대는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상대의 입장을
전혀 생각지 않는다.
  그저 대하소설을 읽어 내려가듯 자기의 개인적인 흥미만을 생각하거나, 자기의
욕구를 만족시키는데 급급해 있기 마련이다. 재치 없는 세일즈맨이란 바로 이런
타입의 사람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ff
      3. 비평 힐책의 작전


    비평은 위로의 말로 끝맺어라

  친근감이 결여된 비판은 꾸중에 지나지 않는다.
  비판은 항상 상대에게 감정을 상하게 만들기 때문에 자칫 적대감을 불러
일으켜 개인적으로 적의를 품게 될 우려도 있다.
  존경했던 사람에게서 비판을 받으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기분이 상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존경하고자 하는 마음은 따뜻한 포용의 정을 느낄 때라고 한다. 이와 반대로
차가운 비판의 말을 들을 때, 그 정이 가실 것은 뻔한 이치이다.
  정유 공장의 작업 감독관이 공장 내를 순시하던 중 '화기 엄금'이라는 주의가
엄연히 걸려 있는 곳에서 한 직원이 태연스레 담배를 피워 문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감독관은 슬며시 그의 곁으로 가서
  "담배 맛이 그렇게 좋은가? 나도 한 대 주게"
하며 손을 내밀었다.
  직원은 감독관으로부터 불호령이 떨어질까봐 당황하여 어쩔 줄 몰라 했다.
하지만 돌연히 감독관이 담배 한 대를 청하는 바람에 그 직원은 잠시 마음이
놓였다. 직원이 담배를 받아든 감독관은
  "자 그러면 어디 한 대 피워 볼까? 참 그런데 말일세 여기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이 가스통이 폭발하면 어떻게 되지? 폭탄 창고 옆에서 불장난을 해서야 되나. 자
우리 저 밖으로 나가지. 내게 아주 질 좋은 담배가 있네. 자네에게도 내가 한 대
줌세. 그리고 앞으로는 이런 곳에서 절대 금연하라구"
하는 것이었다.
  이 정도의 힐책은 감독관의 자상한 배려였다. 또한 사실 실천하기에는 퍽
어려운 자세였으나 감독관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나도 자네 못지 않은 골초야. 어때 한참 일을 하고 나면 담배 맛이 그야말로
꿀맛이지?"
하는 동조의 빛마저 띄우는 것이었다.
  감독관은 적당한 분위기로 힐책을 마친 후 끝에 위로의 말까지 덧붙였다.
  힐책이 전개되므로써 의욕의 상실을 불러오게 한다면 이것은 전적으로
힐책자의 과실이라고 할 수 있다.
  힐책 비평의 의도란 좀더 좋은 결과를 바라는데 있으므로 힐책의 논조를 의욕
상실로 비약시키면 결국 힐책은 힐책으로 밖에 되지 못한다.
  상대의 마음속에 '힐책을 받았다'가 아닌 '위로를 받았다'가 되게 해야 한다.
  업무를 할당하여 지정 기일까지 완수하라고 일렀던 사원이 아직 미결인 채
있다는 보고를 받으면
  "자네답지 않은 걸, 그 정도라면 자네의 능력으로 얼마든지 할 수 있을 텐데.
그러나 너무 걱정은 말게. 나 역시 때론 슬럼프에 빠지곤 하니까. 아마 자네도
요즘 무척 피곤한가 봐?"
하는 힐책과 위로의 끝말을 잊지 말아야 할 일이다.
  미국의 제너럴 휴즈의 창설자인 그레어런스 프란시스도 이런 방법을 힐책
작전에 동원하여 성공을 거둔 사람이다.
  그는 상대의 불미스러운 점을 탓하고 난 후에 상대의 자아를 다시 회복시켜
주는 위로의 말을 잊지 않았다.
  그리하여 직설적인 힐책의 강요를 했을 경우에 얻을 수 없는 존경심까지도
함께 얻어 신망 있는 기업가의 표본이 되었다.
  유종의 미는 힐책 작전에서도 가장 중요하다.


    비판은 은밀히 하라

  비판은 은밀한 분위기에서 정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공개적으로 상대의 결점을 지적하거나 제 3자에게 들어보라는 듯이 상대에
대한 비판을 확대시키면 감정을 자극시키고 모욕감을 느끼게 되어 비판의 효과가
없을 것이다.
  비판을 하는 데는 상대가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둘 만의 자리를 만들어
은밀한 분위기임을 생각하게 만든다.
  인간은 자존심의 너울을 벗고 소탈한 기분으로 전환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한다. 그러므로 자존심을 최대한 살려주는 태도를 보이면서 비판을 시작하며
진지하게 이쪽의 말을 받아들인다.
  H무역의 D부장은 M이라는 사원에게 이런 귀뜸을 하는 것이었다.
  K라는 무역부 사원이 외국 오퍼상의 '오더'에 엉뚱한 견적을 띄워 보내 주문을
포기하게 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평소에도 실수가 잦아 하루는 퇴근 시간에 단
둘만이 있게 된 기회를 잡아 번번한 실수를 문책하게 되었다.
  D부장으로서는 단 둘만의 분위기라는 데서 허심탄회하게 K의 실수를 들어
개선할 것을 당부하게 되었다. 그 때 갑자기 퇴근을 했던 여사원 하나가 회사로
되돌아와 자기의 책상으로 가다 그들의 분위기를 눈치채고 멈칫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묵묵히 듣고만 있던 K는 당황한 듯 문책을 계속하던 D부장의 말문을
막아서더니 거센 목소리로 반발하는 것이다.
  D부장으로서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정당한 문책을 하는 자기에게 당돌하게
반발하는 K의 심사가 괘씸하기도 했다. 그 순간 갑자기 들어선 여사원 때문에
그랬구나 하는 생각에까지 신경이 쓰이자 그만 문책할 기분을 잃고 말았다는
것이다.
  D부장의 경험은 우리 주변에서 무수히 일어나는 평범한 일이다.
  문책이라는 한마디의 말 때문에 인간 사회의 연결이 단절되는 비극도 일어날
수 있다.
  공개적인 비판은 자극을 주워 잃어버린 명예를 회복하고 분발하는 계기가 될
수 있겠지만, 그보다도 심각한 패배감을 느끼게 하는 편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잘못을 꾸짖는 것은 말의 힘에 있는 것이 아니고 인간의 정에 좌우된다.
  이 세상은 공동사회의 인상을 풍기고는 있지만 지극히 심각한 개인주의가
팽배해 있다.
  자기 혼자만의 만족으로 미소를 얻고 자기의 불만은 자기 혼자만으로 그치도록
노력하기도 하는 한편, 무능력한 점은 남이 알아채지 못하도록 상당한 조심을
한다.
  특히 개인적인 생활을 침해하는 비판이나 충고는 금물이다.
  적어도 감정의 자극을 최대한으로 축소시킬 수 있는 훌륭한 비판이란 비판의
내용을 제 3자가 알 수 없도록 배려하는 데서 출발하는 것이다.


    우월감을 상하지 않게 하라

  충고와 비평은 어쨌든 기분 좋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 자기가 충고를
하는 입장에 놓이게 되면 아뭏든 상대보다는 우월한 입장에 놓여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데 이런 경우에 특히 처세가 중요하다.
  즉, 아무리 건전하고 진지한 충고라도 상대의 자존심을 건드리거나 상처를
자극하면 역효과를 얻게 된다.
  충고를 하는 사람이 분명 상대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라고 섣부르게 판단을
내려 충고하게 되면 인간관계에 크나큰 상처를 남길 뿐이다.
  그러므로 적당히 분위기를 조성하고 부드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여건을 만든
후 입을 열어야 한다.
  미국의 인간관계의 전문가인 제임스 벤더 박사는 충고와 비평의 타이밍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나의 경우를 보면 대부분 충고를 요구하는 사람들에게 우선 '나 역시 잘
모르지만'하고 말문을 연다. 상대가 '저쪽도 잘 모르고 있구나'하는 우월감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이다. 상대가 우월감을 느낀 후 충고를 하면 거의 완벽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벤더 박사의 이론에 의하면 '사대의 감정의 흐름을 교묘히 이용하여 우월감을
자극한 후 입을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때는 상대가 자청해서 충고나 조언을 의뢰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거의 모든 사람이 칭찬 섞인 말을 듣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자기의 자존심을 은폐하고 머리를 숙이는 상대에게 우월감을 느끼고 직언을
서슴치 않는 사람은 실패하는 일이 많다.
  앞서 이야기를 옮겨 적었던 벤더 박사에게도 이런 일화가 있다.
  유명한 제과 회사의 노무관리를 담당하는 감독관에게서 어느 날 노무관리에
대해서 조언을 청해 왔다. 벤더 박사는 정중히 사장실에 안내되어 사장으로부터
단도 직입적인 질문을 받았다.
  "박사님은 우리 회사에 대해 무슨 일을 하실 수 있습니까?"
  벤더 박사는 잠시 대답을 망설이는 표정을 짓더니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만... 우선 중역의 의견을 들어 보겠습니다"
하고 대답했다.
  이 말을 들은 사장은 그 즉시 박사에게 향후 3년 동안 자기 회사의 자문을
부탁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일화에서 알 수 있는 것은 그 제과 회사에서는 그 동안에도 몇 명의
유능하다는 전문가를 초빙한 적이 있는데 초빙되어 온 전문가가 한결같이 그들의
지론을 내세워 일방적인 충고를 서슴치 않았는데 벤더 박사는 처음에 '잘
모르겠습니다'하고 겸손한 태도로 임했기 때문에 사장의 우월감을 진작시켰다는
것이다.
  충고와 조언도 때에 따라서는 똑같은 내용이 전달되는 언어에 의해서 전혀
다른 효과도 낼 수 있다.


    때로는 공개적인 비평도 하라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 자신을 천박하다거나 불공정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저질렀을 경우에도 자기가 한 행동에 대해
합리화시키려고 하고, 숱하게 많은 억지 변명의 자료를 동원하여 자기의
무고함을 변명하려 한다.
  그리고 누구라도 자기의 잘못을 지적하지 않을 때까지, 또한 자기가 가장
친절하고 공명정대하다고 생각할 때까지 자기의 자존심 뒤에 몸을 감추려 한다.
  인간은 자기의 처지가 약화되는 기분을 갖게 되면 힐책의 말이나 비평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런 사람은 외골수로 평가받아 사람들에게 신용을 잃게 되고, 친구들의
충고는 커녕 모든 일에 무관심하게 대하는 바람에 외롭게 되는 경우를 우리들은
많이 봤다.
  위대한 과학자로 알려진 뉴턴도 한때 아주 평범한 원리를 자기 나름대로
고집하다가 하인의 빈축을 받은 적이 있었다.
  뉴턴이 늙어서의 일이다. 하루는 빨갛게 단 난로 옆에 앉아 있자니 더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참다 못한 뉴턴은 하인을 불러
  "이 난로의 불을 끄게"
라고 말했다. 그러나 하인은
  "난로 불을 끄게 되면 곧 춥다고 다시 피우라고 하실 텐데요?" 하고 뉴턴의
즉흥적인 기분을 이해할 수 없다는 태도로 되물었다. 그런데도 그는 하인의
충고를 듣는 척도 않고 계속 하인을 다그쳤다. 마침내 하인은 몹시 안 됐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난로 옆에 바싹 당겨 앉아 계시지 말고 의자를 멀리해 놓고
앉으십시오"
  뉴턴은 자기의 외골수 덕분에 하인의 한심스런 충고를 받게 되었던 것이다.
  뉴턴의 일화에서 알 수 있듯이 하인의 비평은 아주 세련된 것으로 뉴턴으로
하여금 더 이상의 변명을 늘어놓지 못하게 만들었다. 변명을 늘어놓는
상대에게는 변명하는 자세가 어리석음을 잘 납득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설득의 경우처럼 점잖고 부드러운 어조가 여기에서도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변명이란 또 다른 변명을 생각해 내기 위한 것이므로 비평의 끝맺음을
이쪽의 의논대로 강행시키려면 단도직입적이고 직설적인 언어를 때로는 사용해야
한다.
  무지한 사람은 무지를 꼬집고, 무례한 자는 공손치 못함을 공개적으로
비난해도 좋다.
  단, 둘이 전개된 비평은 사슬에 얽매어져 실마리를 찾을 수 없게 된다. 그러나
공개적인 비평은 이쪽의 비평과 상대의 변명이 대중 앞에서 공정히 심판을 받게
되므로 상대의 변명을 더 이상 유발하지 않는다.


    지나친 간섭은 피하라

  예술 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이기적이고 독선적인 면이 다분하다. 또한
개인주의적 경향이 예술로 비약한 것인지, 예술을 함으로써 개인화가 되어
버리는지, 혼자만 있을 때가 제일 쾌적한 때라고 술회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사람들에게 작품에 대한 간섭을 한다든지, 사생활에 대해서 추궁을 하게 되면
벌컥 화를 낸다.
  이쪽에서는 친절한 기분에서 우러나온 말이었으나 받아들이는 입장에 놓인
사람은 친절한 그 한마디의 말이 거북스럽고 감정을 건드리는 말처럼 들리는 것
같다.
  이 외에 보통 사람들도 간섭을 받게 되면 감정이 격해질 것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H.시놋트가 사람이 노여워지는 원인을 분석했는데 거기에
나타난 것을 보면 자존심을 상했을 경우, 욕구 불만일 경우, 수면 부족, 심리적
불안일 경우 등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시놋트 박사가 분석해 낸 결과를 토대로 가설을 세워 보면 사람들은
간섭받기를 가장 싫어한다고 할 수 있다.
  상대를 비평할 때는 지나친 간섭이라는 인상을 주지 말아야 한다.
  베어링을 생산하는 H회사에 잘 아는 친구가 제작부에 책임자로 있다. 그
친구가 위로부터 '베어링 생산량을 늘리도록 하라'는 지시를 받고 아래
공원들에게 다시 지시를 내렸는데 너무 오랫동안 작업에 별 진척이 없다는
불평을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친구의 작업 독려 방식을 듣기로 했는데 그의 작업 독려의 방법은
매일 매시간 작업장을 돌아보며 작업에 대해 간섭을 하고 작업이 부진한
곳에서는 장시간을 지켜본다고 했다.
  그래서 그에게 몇 가지 좋은 의견을 말해 주었다.
  우선 거의 매시간 순시하던 규칙을 버리고 간섭을 최대한으로 줄이며 공원들이
잘못하여 작업량이 미달되었을 경우에는 아무런 힐책도 하지 말고 잠시 휴식을
갖도록 배려하라는 말이었다.
  그런 후에 구체적으로 작업반 편성의 효율적인 면을 고려하여 보기로 했는데
먼저 일러준 대로 실천해 보았더니 처음 며칠 동안은 제법 반응이 좋았으나 결국
마찬가지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결국 작업조를 A, B로 나누어 놓고 그들이 일할 수 있는 능력껏 하라고
생산 목표를 일단 정해 주지 않도록 권유했다. 그랬더니 한 달도 못되어 그 친구가
찾아와서 대성공이었음을 일러주는 것이었다.
  친구가 성공을 거둔 비결을 분석해 보면 첫째 직접적인 간섭, 가령 작업을
감독하는 사람이 일일이 지시, 교정, 독려한다던가 하는 것을 없앤데 있었고,
간접적으로는 목표량을 임의로 해보라고 하여 독자적인 작업을 가능케 했다는 데
있었다.
  비평으로 좋은 결과를 유도하기 위해서 지나친 간섭을 거리낌없이 실천하는
어리석음이 도리어 효과가 없음을 단적으로 증명해 준 것이다.@ff
    4. 친근 호감의 작전


    필승의 신념을 보여라

  인간의 마음이란 때론 불안정한 충동에 의해서 좌우되는 경우가 있다. 일을
해보고 싶은 것도 충동이고 도중에 포기하고 싶은 것도 충동이다.
  이러한 충동은 극히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것이긴 하지만 가끔 비약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인간관계를 연구하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충동적 용기를 신비스러운
힘으로 보는 사람까지도 있다. 조직적인 두뇌 활동의 유기적인 힘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의 충동은 자기 자신의 능력을 계발시킬 수 있는 잠재적 힘을
지닌 충동을 말한다.
  현재의 수준에 만족치 않고 계속 활동 영역을 확대시키기 위해서 이 충동적
의지를 효과적으로 이용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여기에서 자기에게 유리한 충동적 의지란 곧 신념을 말한다. 신념이란 자기의
주관이나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근본적 자세임으로 순간 순간 번득이는
충동에서 신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방의 호감을 얻는 길에는 몇 가지 패턴이 있다. 우선 그 하나의 패턴은
이쪽이 건실하게 보이고, 강한 신념 속에 불타 있다는 사실을 인정시키는
일이다.
  신념이 있는 사람의 눈빛은 상대를 매료시키는 힘을 지니고 있다. 신념의
의지를 굳힌 상대와 대면한다는 것은 사람들의 기쁨이다.
  엘바섬을 탈출하여 그의 조국 프랑스의 영광을 되찾자고 호소하는 나폴레온을
보고 그의 옛 부하들은 한결같이 재도전의 용기를 얻었다. 왜냐하면 신념에
차 있는 나폴레온의 눈빛에는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신념의 신뢰는 그 밑바탕에 강한 힘을 동반하므로 대단히 중요하다. 인생
성공이 바로 신념의 여부에 의해서 가름된다는 것은 그만큼 큰 신념을 지녔다는
것이다. 신념을 얻을 수 있는 길은 자기를 중시하는 사상에서부터 비롯된다.
  사람이 긍지를 갖게 되면 자기 스스로 다른 사람에게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결코 자만과 오만이 아닌 '나는 꼭 필요한 사람이다'라는 중시가
타인의 협조와 신뢰를 얻게 한다.
  광고 도안사들은 스폰서의 의뢰를 받아 작품의 제작을 끝낸 후, 심각한
불안감에 휩싸인다고 한다.
  자신의 도안이 얼마만큼 광고 효과를 거둘 수 있는가 하는 불안감보다는
스폰서가 어느 정도 자기의 작품을 신뢰하는가가 더 초조하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 놓이게 된다면 자신의 의사를 관철시키려고 초조해 할 것이
아니라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먼저 가져야 한다.
  전문가의 신념에 넘친 제의에 스폰서는 신뢰받고자 하는 의욕을 일으킨다.
얼마만큼 타인의 호감과 도움을 받을 수 있는가는 결국 자신의 신념도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항상 안정되지 못한 정신적인 변화를 적절히 조화시켜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신념의 의지를 자기 것으로 해야 한다.
  신념은 곧 하고자 하는 충동적 의지가 자기 것으로 고착된 상태를 말하기
때문이다.


    듣기의 명수가 되라

  '모든 사람에게 너의 귀를 주어라. 그러나 너의 목소리는 몇 사람에게만
주어라'
  세익스피어가 이렇게 말한 것처럼 세련된 화법은 듣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인간은 선천적으로 이야기하기를 즐긴다. 이와 반대로 듣기에는 그렇게 관심이
있는 편이 아니다.
  미국 '미네아폴리스'의 한 성인 학교에서 스피치 코스와 듣기 코스를 개설하여
5년 동안 성인들의 관심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스피치 코스에는 언제나
사람들이 꽉꽉 차 있었으나 듣기 코스에는 단 두 사람의 희망자밖에 없었다.
  인간은 이야기를 함으로써 상대의 협조와 동의를 구하려고 한다. 하지만 듣는
것으로 상대를 만족시킬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대화의 목적은 이해되고자 하는 인간의 속성을 만족시키는 수단인 것이다.
  일찍부터 기독교에서 행해진 참회도 이와 같은 인간의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참회를 통해 말하는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법이다.
  정신 분석학자 프로이트도 이 참회를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인간은 감정이나
혼란한 경험을 배출시키기 위해서 말하는 것의 중요성을 인식했다'고 하여
병적인 인간 심리의 돌파구로써 말하는 정신 치료 요법을 창안하기도 했다.
  그러므로 말하는 인간의 속성을 만족시키면 호감을 얻기가 쉽다. 만족시키는
방법으로써 듣기의 중요성이 대두된다는 말이다.
  누구든지 듣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은, 한편 상대방의 이야기가
흥미롭지 못하다는 데에도 이유가 있겠지만, 듣는다는 것이 자기를 수동적인
입장에 놓여지게 한다는 기분을 싫어하는 것이다.
  그러나 듣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사람은 타인에게 가장 호감을 느낄 때가
자기의 이야기를 들어줄 때라고 한다. 이 원칙에 충실하면 듣는 이가 말하는
사람 이상으로 대화의 이득을 얻는다.
  설득의 명수 소크라테스도 아테네의 청년들에게 '먼저 자네들이 말해 보게.
그것으로 나는 판단할 테니까'라고 제의했다고 한다.
  D실업은 좀처럼 노사 분규가 일어나지 않기로 소문이 나 있었다. 그래서 그
계통의 회사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대표이사로 있는 B씨의
설득 솜씨가 뛰어나다는 중론이었다.
  B씨는 임금 문제나 처우에 관해서 사원들이 농성을 벌이면 주모자급 한두 명을
자기 방으로 부른다.
  그는 농성 사원들을 자기 방으로 부른 다음, 그들의 요구 조건을 경청한다.
경청하는 태도가 무척 진지하고 호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사원 대표들은 격했던
감정을 어느 사이 버리고 조그만 소리를 자기들의 주장을 말한다.
  그러나 주장을 말한다고는 하지만 강력한 어투는 결코 아니고 강요의 의미도
심각하지 않는 그런 식이었다.
  어떠한 형태의 논쟁이라도 상대의 입에 시선을 모으고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사람은 말하는 사람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좋은 이야기이다.

    상대의 심리를 파악하라

  아무리 까다로운 상대와 대면하더라도 심리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한다면 기적을
일으킬 수 있다.
  록펠러는 '누군가 자기 의견에 반대했을 때에는 우선 감정적인 반대인지,
이성적인 반대인지를 간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상대의 심리, 반대 원인 등을 간파하지 못한다면 설득은 영원히 해결할 수
없다. 상대방이 감정적으로 반감을 사고 있다면 상대에게 논리적인 설득은
시간만의 손실에 불과하다. 이럴 땐 논리적인 설득보다는 감정적인 설득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나이 쉰 살이 다 되어 가는 어느 경양식집 여주인은 초로의 얼굴인데도
단골손님이 끊이질 않았다.
  그녀의 비결은 손님의 심리를 정확히 파악하여 응대하는 것이었다. 손님이
기분이 좋을 때는 함께 기뻐해 주고, 우울해서 말없이 술잔만을 기울이고 있을
때는 조용한 격려의 말을 잊지 않았다. 또한 손님의 호칭도 가지각색이었다.
'아빠'에서부터 '선생님', '아무개씨'라는 간단한 명칭으로 손님들에게 신뢰받게
되었고, 때로는 한 가족 같은 기분에 젖기도 했던 것이다.
  성공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사람들의 감정의 섬세한 부분까지 살필 줄 알았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런 이야기가 있다.
  학벌도 신통치 않고 미모도 빼어나지 않은 K라는 여자가 가정 사정 때문에
직장에 나가려고 입사시험을 치르게 되었다.
  마침 M실업에서 비서직을 한 자리 비워 두고 공개 채용하기로 했는데 다행히도
그녀는 필기시험에 합격하여 면접을 하게 되었다.
  면접관인 비서실장은 그녀에게 자기 소개를 하라고 하였다. 그래서 그녀는
이렇게 자기를 소개했다.
  "저는 성격이 깔끔한 편이라 사무실에 먼지 하나라도 날아다니지 않게 할
생각입니다. 보시다시피 학벌과 기타 여러 가지 면에서 부족한 점은 많습니다만
부지런하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과연 어떤 생각으로 비서실장이 그녀를 합격시켰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비서실장을 보았을 때 보통 이상으로 세련되었고 깔끔한
성격이라는 것이 직감적으로 느껴져서 그렇게 소개했다고 한다.
  비서실장이 그녀를 채용하기로 결정한 것도 아마 그녀의 자기 소개에서 깔끔한
성격을 엿보아 결정을 내린 것으로 생각해도 좋다. 상대의 심리를 파악하여
자기를 인상 지워 준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로 미루어 상대의 호감을 얻기 위해서는 심리 파악부터 시작해야 된다는 것은
상식적인 일이다.


    감각어를 사용하라

  대화의 묘미란 자신의 감각을 상대의 감각에 접촉시켜 전달하는 데 있다.
  감각이 예민한 젊은 층의 사람들이 감각을 자극시키는 감각어에 약하듯
감각에를 적절히 구사할 줄 아는 사람은 대화에서 성공할 수 있다.
  감각어는 지적인 호소력보다는 감정의 심리를 자극하는 말이다.
  다정한 연인 관계에 있는 사이라면 한마디 한마디에 사랑스런 정이 가득 담겨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상투적인 선동의 말을 쓴다면 어떤 상대라도
정이 슬그머니 사라질 것이다.
  좀 더 감각적인 면을 고려하여
  "오늘 날씨는 아주 싱그럽군. 대지의 만물도 신선하고 생기에 차 있어. 어때
우리 오늘 광릉에나 가서 신선한 숲의 내음이나 맡아볼까? 송추에 가서 시원한
물소리를 들어도 좋고"
라고 하든지
  "나는 요즘 갑자기 우아한 분위기에 사로잡히고 싶어. 꿈속의 궁전에 사는
왕자처럼 행복한 분위기에 말야. D극장의 X X 가 아주 멋진 영화래? 나의 꿈을
그려내듯이 꼭 같은..."
하면 상대도 이쪽의 무드에 그대로 젖어 들고 만다.
  감각이란 인간이면 누구나에게 있는 것이다. 단단한 것보다는 부드러운 것,
차가운 것보다는 따뜻한 것을 찾으려 하고 무미건조한 말보다는 감각을 자극하는
정감적인 말을 인간은 즐긴다.
  지적인 것보다는 감정이 앞서는 것이 인간의 속성이다. 보다 친밀한 관계로
이끌기 위해서는 감각어의 활용이 대단한 효과를 가져다 준다.
  위대한 종교개혁 운동의 지도자가 된 마르틴 루터가 젊은 시절, 가난한
친구들을 위해 이 집 저 집 빵조각을 구걸하러 다녔다.
  루터는 그 때 아주 훌륭한 목소리를 지니고 있었으므로 여러 집에서 좋은
대접을 받았다. 어느 날 곤란드 고다의 집에 다다랐다. 그 집의 주부는 루터의
목소리에 이미 감탄해 있었던 터라 그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많은 지원을 약속해
주었다.
  루터는 훌륭한 목소리 하나로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고, 그 후 종교개혁의
횃불을 들 수 있는 학업을 계속할 수가 있었다.
  루터의 이 일화에서 볼 수 있듯이 감각에 호소한다는 것은 모든 사람들에게
친밀감을 증대시키는데 가장 큰 작용을 한다.


    악의 없는 속임수를 써라

  첫인상이 호의적이라면 대화는 성공적이라고 약속할 수 있다. 그러므로
상대방의 시선을 어떻게 호의적으로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것이 큰 관심사라
하겠다.
  여기에서 말하는 속임수란 위트와 유머를 포함한 것으로 첫대면에서 긴장을
풀어 주고 친밀감을 일으키는 작전이다.
  오스카 와일드는 말한다.
  '거짓말쟁이의 목표는 단순히 기뻐하는 것이며, 기쁨을 주는 것이다'
  친한 사람일 경우에는 손쉽고 재미있는 거짓말을 한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만우절 때는 누구나 속여서 즐겁다. 또한 속아서 재미있는 거짓말을 생각해
내려고 분망해진다.
  직장의 동료들 또한 가족들에게 알맞는 거짓말을 꾸며대느라고 바쁘다.
  그러나 누구 하나 속아서 기분 나빠하는 사람은 없다.
  악의 없는 속임수는 보다 긴밀한 인간관계를 도모해 준다.
  대학 입시에 응시해서 발표를 기다리던 막내딸이 발표장에서 전화를 걸어왔다.
  "엄마. 나 틀렸어"
  어머니의 마음은 순간 천 길 만 길 낭떠러지에 곤두박질한다. 그러나 다음
순간,
  "아냐, 그건 거짓말이야. 나 됐어, 됐단 말야"
  딸아이의 자랑스런 두 번째의 목소리가 귀를 어지럽힌다.
  "원 계집애두"
  어머니의 가슴에 순간적으로 속았구나 하는 웃음이 용솟음친다. 진정 잠시
동안의 실망을 맛보게 해 준 막내딸의 속임수가 어머니의 애정을 더욱 짙게
만들어 준 것이다.
  실적 위주를 부르짖는 사장이 그 전날 야근하는 직원들 앞에서 또 다시 실적에
대해 부르짖고 퇴근했다. 그 다음날 잔뜩 긴장한 채 들어선 사장 앞에 보이는
것은 모두 미결 상태 뿐이었다. 직감적으로 자기의 명령이 실천되지 못한 것을
안 사장은 노발대발 언성을 높였다.
  그런데도 직원들의 표정은 태평 무사, 사장의 꾸짖음을 개의치 않는 태연한
모습이었다. 궁금하고 이상스럽게 생각하는 사장 앞에 어느 직원이 갖다 바친
서류 뭉치는 실적을 자랑하고픈 속임수에 제물로 이용되었던 이른바 실적의
뭉치였다.
  사장은 잠시 동안 기만당했다는 불쾌감보다 부하 직원들의 애교 있는 속임수가
재미있어 그날 저녁 때 술자리를 마련해 푸짐하게 베풀었다고 한다. 악의 없는
속임수는 이 밖에도 우리들 주변에 수없이 일어난다.
  따라서 첫대면에 어색함을 모면하는 데도 약간의 속임수는 도움을 줄 수가
있다.


    최고라는 선전은 하지 말라

  "술이라면 역시 X X 입니다"
  "이것은 국내 제일입니다"
  이런 선전 문구에 현혹되는 사람을 요즘은 찾아 보기가 힘들다. 어딘가
독선적인 냄새를 풍겨 거만스럽게 느껴지는 탓이다.
  지나친 과장과 선전이 도리어 충동을 억제하는 결과를 빚는다는 것은 광고
선전을 담당한 기획자들 사이에서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 되어 버렸다.
  따라서 겸손한 바탕 위에 성실한 자세를 강조하는 것이 상대의 호감을 끄는
요소라는 것을 간파한 유능한 기획자는 자기 상품의 질적인 장점을 내세워
장점만을 선전한다.
  미국에서도 최상급의 선전은 금물로 되어 있다. 어느 기업이든지 '가장
우수한', '유일한'이라는 최상급 대신 'X X 가 좋은', 'X X 에 효과가
있는'등으로 꼬집어 선전한다.
  M씨가 부산의 K호텔로 안내되어 들어섰는데 외관으로 보기에는 허술했으나
실내는 서울의 특급 호텔에 못지 않은 호화 시설이었다.
  내심으로 감탄하면서 방안으로 들어서다가 웨이터에게 한마디 물어 보았다.
  "이 호텔이 부산에서 제일 가는 호텔 인가요?"
  그러자 웨이터는 공손히
  "아닙니다. 한 네 번째 쯤 될 겁니다. 그러나 최고가 되려고 모두 노력하고
있습니다"
  웨이터의 그 말이 M씨는 대단한 호감을 불러일으켰다.
  최고가 아닌 것이 최고를 지향하는 노력은 대단한 것이다.
  정상을 정복하려는 끈기와 성실에는 누구든지 감탄을 아끼지 않는다. 그러므로
최상급에 있는 존재보다는 그 아래에서 최상급을 지향하는 자세를 갖춘 것이
더욱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어 마음을 끌리게 한다.
  한 아름다운 아가씨가 있었다. 전형적인 미모의 조건을 모두 갖춘, 그래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오만하게 보이고 또 오만해진 아가씨였다. 주위에서 너무
찬사를 보내기 때문에 행동은 물론 말까지 거만하다고 인정받아 친구에게 따돌림
받는다는 것이었다. 그녀에게 단 한마디의 충고 밖에 할 수 없다.
  "당신은 당신 스스로 한국 최고의 미인임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당신은 미에 있어서 제 2인자라고 생각하십시오"
  그녀가 이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 소화했는지 모르지만 최상급의 찬사만을 받아
사람들에게 거리감을 주었던 것이 오래지 않아 친구들과 동격의 입장에서 잘
어울리게 되었으며 겸손하게 보이도록 노력하여 주위 사람들의 진심에 찬 찬사를
받게 되었다는 소식이 전해 왔다.
  지나친 과장은 진실성이 결여되었음을 말한다. 영국 속담에도 '빈 수레가 더
요란하다'고 하는 말이 있다. 과대 선전으로 내용을 위장하면 호감을 받지
못한다.
  진실된 자세가 사람의 호감을 받게 되는 첫째 조건이다.@ff
      5. 유머 위트의 작전


    유머의 위력을 알라

  인도의 지도자 간디가 한때 자기의 마음속에 자리잡은 불안을 고백하면서
'나에게 유머를 즐길 수 있는 센스가 없었다면 자살하고 말았을 것이다'고 말한
일이 있다. 정신적으로 그렇게 강인 할 수가 없고, 뚜렷한 개성을 지녔던 그도
이렇게 유머를 의식적으로 즐겨 언제나 이야기하면서 킬킬대고 웃기를 즐겼다.
  그가 말하는 대로 유머는 인생을 만족시키는 자극제이다. 유머 없는 삶은
무미건조하고 비생산적이다. 유머는 자아의 밖에서 자아를 관조하는 초자아이다.
  따라서 유머는 타성에 젖은 인간 생활에 청량제로써 훌륭하게 작용한다.
  대화에 있어서 유머는 논쟁을 예방하고 불만을 갖고 있는 상대방을 부드럽게
감싸 해소시켜 주는 데 효과가 크다.
  특히 의사 소통에 장애가 끼어 서로 화를 내게 되었다거나 대화가 단절되었을
때의 역할은 커다란 것이다.
  만약 어떤 일에 의견을 일치시키지 못하여 불만이 싹트게 되면 먼저 웃으며
난국을 타개하려는 노력을 하라. 대개 사람들은 큰일보다 사소한 일에 신경을
쓰고 화를 내기 쉽다.
  이렇게 되면 서로 마음이 경직되어 더 이상 대화를 나누려 하는 의욕을 상실케
된다. 대화의 의욕을 상실한다는 것은 중대한 실패의 징후이다. 어떤 경우라도
침묵보다는 소통이 훨씬 발전적이기 때문이다.
  유머는 이런 긴박한 순간을 기지로써 모면시키는 힘을 지니고 있다. 아무리
불만에 차 있던 상대라도 유머러스한 분위기에 젖어 들면 불쾌한 감정을
잊어버리기가 쉽다.
  웃음은 외형적으로 나타나는 형식이다. 따라서 말을 내용이라고 한다면 유머는
내용을 가꾸어 주는 형식이다. 형식이 내용의 결점을 보완하고 새롭게 전개시키는
것이다.
카알라일은 '진실된 유머는 머리로부터 나온다기보다 마음에서 나온다. 말의
노예가 되지 말라. 남과의 언쟁에서 화를 내기 시작하면 그것은 자기를
정당화시키기 위한 언쟁이 되고 만다'고 하여 언쟁이 일어났을 경우에 미소의
힘을 최대한 활용하여 언쟁의 요소를 둔화시 하라고 하였다.
  한글학자인 조윤제 박사의 '한국의 유머'에 보면 '한마디의 유머란 어려운
문제를 손쉽게 해결하고 죽음의 위기도 개척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갈파했다.
  상대방이 욕구불만의 상태에서 대화를 회피하거나 우호적인 분위기를
깨뜨리려고 한다면 유머의 힘으로 상대의 불만을 중화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유머란 어떤 불만도 해소시킬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사커레이는 '멋진 유머란 사교 무대에서 입을 수 있는 의상보다 훨씬 멋진
장식이다'라고 말하며 상대방에게 만족을 주는 최대의 효과를 가져다 주는 것은
유머라고 했다.
  블르스 버튼도 '인간이란 무언가 재미있는 이야기에 일단 따라서 웃으면 그
사이에 곧 돈독해진다'고 말한다. 이들의 말에는 모두 유머의 진가가 잘 그려져
있다.


    실수를 되풀이 하라

  사정이 급하여 공중 화장실에 뛰어 들어간 청년이 '숙녀용'이란 팻말을 보지
못하고 게다가 노크도 없이 화장실 문을 와락 열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한
아릿다운 아가씨가 있는 것이 아닌가. 당황한 청년이 엉겁결에 문을 얼른 닫고
미안해 어쩔 줄을 모르다가 정식으로 사과를 한답시고 다시 문을 열더니 '이거
정말 미안하게 됐습니다'하고 고개를 꾸벅하더라는 유머가 있다.
  이쯤 되면 한 번의 실수가 아닌 연속적인 실수인데 그러나 사실 상대방을
웃기는 것은 이 두 번째의 실수 때문이었다.
  화장실 안의 처녀는 처음에는 어이가 없고 불쾌했으나 두 번째의 실수를
되풀이하는 청년의 엉뚱함에 질겁과 동시에 그만 폭소를 터뜨리고 말았다.
  단 한 번의 실수는 인생을 그르치게 할 수도 있다. 비록 그 실수가 아주
사소한 것이라 할지라도 충격을 가져다 주기에는 정도의 차이가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똑같은 실수를 두 번 저지르면 아무리 강심장의 소유자라도
웃지 않을 수 없다. 처음에는 고의적으로 나쁜 마음에서 저질러진 실수로
알았으나 두 번째도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는 것을 보고는 악의가 없음과
고의적이 아니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친구가 있다. A는 아침부터 큰아들이 속을 썩혀 화를 참으며
회사에 출근했고, B는 아들이 시험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어 기분이
만점인 상태였다. B는 출근 즉시 시무룩해 있는 A에게 아들 자랑을 했다.
  "어이 이번에 우리 아들 녀석이 S대 법대에 합격했네"
  그리고는 내내 즐거운 듯 계속 얘기하는 것이었다.
  "자네 아들은 뭐 우리 아들보다야 똑똑하잖아?"
  A는 B의 말에 입맛이 쓴 듯 더욱 불쾌해지고 말았다.
  "축하하네. 그러나 이제 그 얘긴 그만하라구"
  딱딱하게 대답하고 나서 A는 다시 자기의 일에 몰두했다. 생각 같아서는 B에게
화풀이라도 하고 싶었으나 꾹 참고 말았던 것이다.
  그런데 B가 다시
  "이봐, 자네 아들도 법학을 전공한다지? 어때 우리 누가 먼저 고시에 패스하나
내기할까?"
  A는 웃고 말았다. 너무도 사정을 모르면서 떠들어대는 B가 우스웠기
때문이었다. A로 봐서는 B의 자랑은 마음에 상처를 주는 실수인 것에 틀림없다.
그러면서도 B는 자꾸 되풀이하여 남의 속을 긁어 놓으니 이젠 실수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웃음이 나왔던 것이다.
  실수가 되풀이 되면 웃음이 유발된다. 아무리 심한 실수라도 계속하면 유머로
인정된다.


    지나친 과장을 이용하라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을 확대시키거나 비약시키는 것이 과장의 패턴이다.
따라서 정상적인 대화에서 과장은 실로 위선이 될 수도 있고 허풍이 되기도 하여
신뢰를 해치거나 웃음을 유발시켜 꼭 잠긴 상대방의 마음을 열기 위함이라면
실행하여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과장의 방법은 실재하는 것을 이용할 수도 있고 또한 존재하지 않는 무형의
것도 이용할 수 있다.
  야구 해설자가 투수의 구질에 대해서 해설을 한다.
  "저 투수의 공은 노인들의 걸음걸이처럼 느리군요"
  그러나 이런 표현은 웃음을 유발할 수 없다.
  "공이 어찌나 느린지 지금 저 공이 어느 회사제품인가도 알 수 있겠어요"
  공이 느리다 보니까 공에 씌여 있는 글씨까지 보인다는 과장이다.
  한 샐러리맨이 다방에서 커피를 한 잔 시켰다. 종업원이 부지런히 날라다 놓은
커피를 한 입 마시는데 지독하게 달았다. 그러자 샐러리맨이
  "아가씨 이것은 설탕에다 커피를 탄 것이겠지?"
라고 빈정댔다. 종업원은 허리가 아프도록 웃을 수밖에. 이렇게 되면 커피 맛에
대한 불평이 은연 중에 받아들여지는 동시에 상대에게 호감을 주기까지 한다.
  언어의 표현이란 실로 무궁무진해서 똑같은 내용물이라도 어떤 그릇에 담겨져
나오느냐에 따라 그 맛이 다르다. 차분하게 표현하면 진지하게는 들리나
설득형이 되고, 서둘러 둘러치면 거짓으로 들리는 한편, 웃음으로써 표현하면
서로의 마음을 열어 준다.
  과장의 대화에 이런 예화가 있다.
  이조 중종 때 대사성을 지낸 양응정이란 사람이 있었다. 그는 일찍부터 유머를
즐겨 아무리 거북한 부탁을 하더라도 익살스럽게 접근해 오면 이내 허락하고 마는
것이었다. 그가 어떤 지방의 원으로 있을 때였다. 관사를 짓는 목수가 집을
마음에 들지 않게 지어 괜시리 짜증이 나 있었으나 그럭저럭 상량식을 하게 되어
잔치가 벌어졌다.
  그런데 과일 쟁반에 담겨져 나온 잣이 하도 싱싱하여 하인을 시켜 잣을 언덕에
심게 했다. 그리고 양응정은
  '다음에 이 잣나무가 자라면 베어서 나의 관으로 쓰겠소'라 하자 손님이
'열매를 맺으면 그 열매를 심어 그 나무로 관을 짜겠소'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마지막으로 그 날의 주역인 목수가 입을 열기를 '그럼 저는 두 분께서
돌아가시면 그 나무로 관을 짜드리리다' 하고 응수하는 것이었다.
  양응정과 손님은 저마다 장수의 꿈을 과장하여 자랑한 것인데 목수가 하는
말이 가장 그럴 듯하므로 사또는 목수의 불미스러웠던 점을 잊고 그에게 벼 다섯
섬을 내렸다고 한다.
  이렇게 흔한 일상의 예를 과장시켜 말하면 웃음을 유발하게 된다. 웃음의
유발은 또 대화의 부드러운 소통을 가능시켜 준다. 따라서 대화가 원만히
이루어지기 위한 과장은 필요하다.@ff
      6. 인상 강화의 작전


    자기만의 상표를 만들라

  상대의 기억 속에 자신의 인상이 기억 남게 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요인이
뒤따른다.
  신체적으로 키가 크다든지 혹은 작다든지, 비만형이나 아니면 형편없이
말라 있다든지 하는 것도, 상대의 기억 속에 자기를 기억되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으며, 성격상의 특징도 아울러 여기에 포함된다.
  그러나 언어의 특징, 그 중에서도 말버릇은 특별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말버릇이란 바꾸어 말하면 심층 심리에서 표현되는 언어인데 버릇이란 어미가
붙어서 모두 나쁜 습관만을 지적하는 것 같으나 좋고 나쁜 것 이전에 상대에게
기억되는 특징적 버릇을 지칭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특징적인 입버릇을 개개인의 상표라고 한다면 그 이유는 어떤
이유에라도 입버릇은 즉 상투적인 말씨를 쓸 때마다 기억되게 하는데 얼핏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위대한 정치가나 사업가들의 자전적 기록을 살펴보면 모두 자기만의 독특한
말버릇이 있었음을 고백한다. 자기 자신도 모르게 내뱉게 되는 말버릇은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상대를 기억하게 하는데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
  더욱 그것은 이쪽의 인상을 구체화시키고 형상화시키는데 도움을 준다.
  흔히 사람들은 '야유 죽겠어', '피곤한데'등의 말을 습관적으로 잘 사용한다.
이런 말들은 모두 자신의 심층 심리에서 나오는 말로써 언어 심리학에서는
심층 언어라고 부른다. 따라서 심층 심리에서 나온 이런 말들을 자주 사용하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실제로 그런 사람이 되고 만다. 그러므로 말버릇으로 성격
판단도 가능할 수 있다.
   K라는 사람이 소설을 쓰는 중에 M과 이야기를 할 때 이렇게 실토하는
것이었다.
  "나는 M씨가 자주 쓰는 '그게 그래요'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M씨의 얼굴이
떠오르곤 합니다"
  그 말을 듣게 되면 M의 모습까지, 입표정까지도 낱낱이 기억된다고 한다.
  K의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M씨 역시 처음에는 무의식중에 사용했던 '그게
그래요' 때문에 여러 사람한테 지적을 받곤 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이 누구나
제각기 가질 수 있는 말버릇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나서부터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게 되었다. 오히려 그 버릇 때문에 M씨를 기억하기에 도움이 된다는 K의
말이 더욱 고맙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좀더 많은 사람들 사이에 강한 인상을 주기 위해서는 크게 색다른 입버릇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그러나 말버릇이 상대방에게 천박한 인상을 주거나 불쾌한 인상을 주는
말이어서는 안 된다.
  말버릇이 저질적이면 자신의 이미지도 역시 저질이라는 범위 안에서 기억된다.
  유머러스하면서도 재미나고 또는 한편으로 자기 혼자만의 특징적인
말버릇이라면 자신을 팔 수 있는 상표로도 손색이 없겠다.


    정열적 표현

  선비 허생의 이야기는 신화 속의 주인공처럼 우리에게 전해진다.
  장안의 갑부에게 단도 직입적으로 1만냥의 차용을 제의하여 주위 사람들의
경악을 불러일으켰던 그는 정열적인 신념 때문에 결국 차용에도 성공했고
사업에도 수완을 발휘하는 기적을 만들었다.
  '정열은 입을 열면 반드시 남을 굴복시키는 일류의 변설가이다'라고 라
로슈퓨코는 '도덕적 반성'에서 말한다.
  정열은 상대의 불안과 불신을 모두 제거해 주는 강한 힘을 지니고 있어 정열에
불타 있는 사람을 대하게 되면 누구든지 저절로 그의 말에 수긍하게 된다.
  요즘 일본의 전자 제품 '내셔널'로 유명한 마쯔시다 사장의 처세술이 국내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는데 정열의 화신이라면 바로 그를 두고 하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그는 국민학교를 4학년에 중퇴하고 자전거 가게에서 점원으로 일하다 오사까
전기 회사에 들어가 '소케트'의 개조에 찬안하고 독립했다.
  그때의 자본금이라 겨우 입에 풀칠할 정도의 액수였지만 그는 다른 것은
염두에 두지 않고 소케트 개량에 열중했다.
  그 후 마쓰시다의 사업은 순조로웠으나 1920년에 불어닥친 경제 공항 때문에
그는 큰 전기를 만나게 되었다. 그래서 마침 제작에 들어간 내셔널 램프의
대대적인 선전을 결심하게 되었다. 이 무렵 마쓰시다는 '오까다' 건전지 회사
사장을 찾아가 건전지 1만개를 희사해 달라고 다짜고짜 요구했다.
  그는 1만 개의 건전지를 희사 받아 자기의 램프에 건전지까지 포함시켜 1만
개를 선전용으로 무상 보급할 예정이었다.
  오까다 사장도 그의 제안을 듣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무리한
이야기라는 생각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이 선전은 절대적으로 효과가 있다. 금년 중에 20만 개의
판매 실적을 올릴 자신이 있다. 20만 개의 판매를 위해 1만 개는 그대로 뿌리는
것이다'고 주저하는 오까다 사장을 설득하여 마침내 허락을 얻어내게 되었다.
  마쯔시다의 대단한 정열에 굴복한 오까다의 협조는 예상대로 성공을 거두어
기대했던 판매 수량도 2배가 넘어선 40만 개였고 그 결과 마쯔시다는 오늘날
가장 성공한 실업인의 표본으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확실히 내셔날 램프의 성능도 좋았으나 그것을 성공시킨 것은 마쓰시다의 정열
때문이었다.
  정열이야말로 성공의 비결이요, 설득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는 믿음직한
신뢰의 바탕이 된다는 것을 입증한 실화이다.
  미국의 자동차왕 헨리 포드의 일화에도 이런 것이 있다.
  그가 미국 전역을 자기 자동차로 가득 채우겠다고 결심하고 회사를 설립한 후
얼마 정도는 고전을 겪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자동차의 가격을 대폭 인하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강경히 만류하는 주주들을 설득시켜 결국 미국에서
뿐 아니라 세계적인 자동차 왕의 칭호를 얻었다. 그 역시 정열로써 설득을
가능케 했고 정열로써 입지한 표본이다.


    핵심적인 짧은 말을 하라

  프랑스의 문호 빅톨 유고의 의문 부호 '?'와 느낌표 '!'의 일화는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흔히 이런 형태의 함축성 있는 말을 놓고 '촌철살인'이라고 하는데 아주
짤막한 말로써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을 말한다.
  대화에 있어서도 이와 마찬가지로 무수히 많은 언어 중에서 화제에 빗나가지
않고 핵심을 찌르는 말은 짧을수록 강한 인상을 준다.
  우려한 말보다 직감적인 표현이 어필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흔히 경험할
수 있다.
  생활의 속도화가 이루어져 말도 따라서 변화하는지는 모르나 간단 명료한
대답을 요구하는 사람이 늘어가고 너저분한 변명의 나열을 싫어하는 것이
현대인의 특징이다.
  어떤 신문사에서 유명한 여배우의 사진을 필요로 하게 되어 촬영에 솜씨 좋은
기자로 하여금 그녀의 사진을 촬영하라고 지시했다. 사진 기자는 숲 속에서
카메라를 들고 숨어 그녀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그녀는 막상 촬영의
기회를 포착했다 싶어 셔터를 누르려고 하면 그 때마다 얼굴을 가리거나 그 밖의
다른 이유로 촬영을 못했다.
  사진 기자는 할 수 없이 신입 기자에게 그 일을 부탁하고 말았다. 물론 그
일이 대단히 어렵다는 단서도 잊지 않았다. 그랬더니 채 한 시간도 못되어
그녀의 사진을 찍어 가지고 돌아왔다.
  깜짝 놀란 사진 기자는 어떤 방법으로 촬영했는가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무슨 좋은 요령이라도 있었나?"
  "아뇨, 그냥 부탁을 했을 뿐인 걸요"
  "아니 부탁을 했을 뿐이라구?"
  사진 기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신입 기자는 그녀의 집을 찾아가서
초인종을 누른 후 그녀가 나타나자 아무 꺼리낌 없이 '신문에 당신의 사진이
필요해서 찾아왔습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자 그녀는 미소를 지으면서
선선히 응하라는 것이었다.
  촬영의 요령을 알고 있던 선배 기자는 촬영의 비결을 알고 있었음으로 해서
대담할 수가 없었고, 신입 기자는 자기가 필요한 것을 요령 없이 짧게 부탁할 수
있었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다.
  이처럼 짧고 핵심적인 말이 상대에게 강한 인상을 준다. 우리들의 일상 대화는
모두 설명형이다. 한 가지 요건을 수식하여 줄줄이 나열해야만 쉽게 이해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 자꾸 길어진다.
  그러나 장식이 화려한 것일수록 실제 속내용은 그렇게 충실하지 못한다.
부탁이나 협조의 말은 짧게 하는 훈련을 필요로 한다.
  이런 의미로 해서 시저의 명언인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는 아직도
짧으면서 정곡을 찌르는 말로 전해져 온다.
  상대의 마음에 강한 암시와 지워지지 않는 인상을 주는 말이란 아무리
목소리가 좋고, 말이 우아하며 성의가 있다 하더라도 실제로 그것이 효과를
나타내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짧으면서 핵심을 찌르는 말이란 오직 대화법을 향상시키는 훈련에서 얻어지는
것이다.


    침묵을 조절하라

  대화를 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의 주위를 이쪽으로 집중시키는
일이다.
  효과를 염두에 두지 않고 이야기를 한다면 별문제이겠으나 대화란 최소한의
효과를 기대하고 시작하는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상대가 얼마만큼
이쪽의 이야기에 관심을 두고 있는가 하는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대화는 지속적인 효과를 거두는 것이라고 알려져 왔으나 좀더
심리학적인 면에서 살펴볼 때 비단 대화가 계속 진행되는 것만이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첩경이 아니라는 견해가 유력해진다.
  대화가 계속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은 대화의 중단을 의미하지 않는다. 다만
적절한 호흡을 두고 침묵한다는 것이다.
  대개 계속적인 대화는 조급히 효과를 거두려는 심리가 개재하여 과정의
양상에는 주의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러기 때문에 대화의 진행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는 군더더기의 말도
횡설수설하게 되고 서두르게 된다.
  잠시 동안의 침묵을 두고 대화를 계속하면 이러한 불편은 크게 떨어진다.
똑같은 템포에 같은 음량으로 계속 말하기 보다는 적당한 기복을 가지면서 말을
하면 의외로 효과가 크다는 말이다.
  H대 문리대 수학과 K교수는 독특한 화법으로 강의하기로 유명하다.
  교수는 지리하게 강의가 진행되는 분위기를 자기 스스로 알아차려 학생들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것이다.
  함수 문제가 장시간 계속되면 누구든지 주의가 흐트러진다. 그럴 때만 그는
잠시 분필을 놓고 창가로 가서 창 밖을 내다본다.
  교수가 갑자기 강의를 하다 말고 창 밖을 내다보고 있으면 학생들의 시선은
자연히 교수 쪽으로 향한다. 그러면 그는 다정한 어조로 자기의 경험담을
이야기한다. 물론 오랜 시간 계속되는 이야기가 아니며 수학에 관계되는
이야기도 아니다.
  이렇게 적절한 시간차 강의를 즐기는 K교수의 강의가 명강의로 대학가에
소문나 있었던 것이다.
  대화에 있어서도 적절한 침묵을 이용할 줄 아는 센스가 필요하다.
  상대가 이쪽의 이야기에 흥미를 못 가진다거나 처음부터 무관심하면 대화의
최초에서부터 침묵을 이용해도 효과가 있다.
  누구든지 상대와 대면하면 이야기가 시작될 것으로 믿게 되는데 이야기를
시작할 것이라는 평범한 습관 때문에 처음부터 주의와 관심을 모으지 않게 된다.
  그나마 처음에는 관심을 가졌던 사람도 기복이 없고 흥미가 없는 이야기라고
자평을 내렸을 때부터 산만해지기 마련이다.
  이럴 때일수록 갑자기 이야기를 중단하고 침묵하게 되면, 흐르던 음악의
선율이 끊이면 일어나는 반응처럼 상대적으로 관심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언어의 순서를 역전시켜라

  저널리스트 사회에서는 이미 널리 알려진 이야기지만 개에 대한 이야기가 퍽
재미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어떤 경우든지 '개가 사람을 물었다'하면 뉴스면에 게재될 성질의 것이 못
되지만 '사람이 개를 물었다'한다면 자못 귀추가 주목되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이것은 주어와 목적어의 개념이 역전되어 평범한 화제가 쇼킹한 반향을 불러
모은다는 상징적인 말이다.
  언어는 이처럼 항시 의외성을 만들 수가 있다.
  우리가 평소 사용하는 상투어도 단어의 순서를 뒤바꾸어 놓으면 보편적인
개념을 탈피하게 된다. 또한 신선한 기분을 갖게 하기 때문에 이야기의 파급과
전달 효과가 아울러 증대된다.
  대화에 있어서 보편적인 이야기를 강하게 인상 지워 주려면 언어의 순서를
역전시켜 볼 일이다.
  언어의 순서는 항상 일정해서 고착된 선입감일 수도 있으므로 고정 개념을
탈피하면 새로운 감동을 얻을 수 있는 신선함을 발휘할 수가 있다.
  수평적 사고의 창시자인 에드워드 보노는 신선한 사고의 원동력은 '사물의
관계를 의식적으로 역전시키는 데서 산출된다'고 말한다. 여기에서 그는 모든
대인관계에서도 언어의 도치를 활용할 것을 주장했다.
  언어의 순서를 도치시켜 평소에 우리가 쓰는 말을 변화시켜 보자.
  인사말의 경우 통상적으로 호칭을 앞에 쓰고 다음에 인사말을 쓴다.
  예를 들면
  '김선생님, 안녕하셨습니까'의 말을 '안녕하셨습니까? 김선생님'으로 쓴다면
인사말이 강하게 받아들여질 것이다.
  부탁의 경우라면 '이것 좀 부탁합니다'가 '부탁드립니다. 이것 좀'으로 바꾸어
'부탁'의 의미가 강조되게 한다. 또 연인들 사이에서 고백을 할 때라면 '영희씨
사랑합니다'가 될 것이나 '사랑합니다. 영희씨' 한다면 훨씬 '사랑'의 의미가
강하게 표현된다.
  이러한 언어의 도치는 특정한 경우 뿐만 아니고 어떠한 일상적인 회화에서라도
응용할 수 있는 테크닉이다.
  냉장고를 판매하는 사람의 말을 가정해서 생각해 보자.
  보통 세일즈를 위해서 신형임을 강조할 경우라면 '이 냉장고는
최신형입니다'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최신형 냉장고입니다'한다면 어떤 인상을 줄 것인가. 비단 이런
상품 판매 뿐이 아니라도 강조하고자 하는 부분을 상대에게 강하게 인상 지워
주려면 이야기의 앞에다 도치시킬 일이다.
  똑같은 내용의 말이라도 언어의 의외성을 활용하면 훨씬 인상적인 내용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


    잔존 효과를 살려라

  문장에 있어서도 주제가 되는 부분을 글의 앞머리에 두는 방법, 끝 부분에
두는 방법, 그리고 중간 부분에 삽입하는 방법 등 몇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앞
머리에 두는 방법을 두괄식이라고 할 수 있다. 두괄식의 장점은 단정적인 결론을
피력하여 내용 전개에 포인트를 두는 점에 있다. 다음 끝 부분에 두는 방법인
미괄식은 최종적 정리를 요령 있게 마무리하는 데 장점이 있으며, 마지막 중간
부분에 삽입하는 양괄식은 중간 중간 요점을 밝혀 준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보편적 문장 구성에서는 앞부분에 내용을 전개시킨 후 최종적으로
정리하여 주제를 밝히는 미괄식이 통례로 되어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대화에 있어서도 가장 강하게 말하고자 하는 말은 최후에
하는 것이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
  대화에도 문장 구성법의 연역법을 도입하는 식이다.
  대개 처음과 끝은 어떠한 일이라도 가장 힘이 든다. 특히 이야기의 끝을
어떻게 마무리지어 상대의 마음에 깊은 인상을 주는가 하는 문제는 보다 더
어려운 일임에 틀림이 없다. 대화의 결과가 최후의 한마디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설전이 심각하게 전개되어 인간관계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었다
하더라도 헤어지는 순간에 '어쨌든 미안하네. 모든 것은 내 불찰이야'라고
한마디하면 그때까지 악화된 감정이 곧 사라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것을
심리학에서 잔존 효과라고 한다.
  글래드 스톤이나 브라이트 같은 명연설가도 미리 끝맺음의 말을 생각해서
청중들이 마지막의 단 한마디 말에 명확한 인상을 얻도록 되풀이해서 외우곤
했다. 그들이 이 방법도 잔존 효과를 이용한 것이다.
  남북전쟁의 전운이 서서히 싹트고 있을 때, 노예해방에 불만을 풀고 무력으로
대항하겠다고 결의를 굳힌 남부 사람들을 위해 링컨은 최후의 연설문을
준비하였다.
  "내전의 중대 문제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내가 아닙니다. 정부는 여러분을
공격하지 않습니다 (중략)
'평화냐 칼이냐'의 엄숙한 문제는 여러분 것이며 나의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 초고를 본 국무장관 슈워드는 연설문의 끝이 너무 무뚝뚝해서
인상적이지 못하고 극적 변화가 너무 초발적이라고 지적하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슈워드의 충고를 받아들여 링컨이 초고한 원고를 보면 훨씬
우아하면서도 평화를 추구하자는 링컨의 심중이 강하게 드러나 있다.
  "나는 얘기를 끝맺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들은 적이 아니라 친구입니다.
우리는 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중략) 추억의 신비적인 악기의 줄이 우리의
선천적인 선에 다시 스칠 때(그 시기는 반드시 올 것이지만) 합중국의 코러스가
높이 올려 퍼질 것입니다"
  링컨은 '평화냐 칼이냐'하는 표현으로 평화를 강조한 것으로 생각했으나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보면 평화의 마음을 읽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추고에서
보여준 '합중국의 코러스'란 끝말은 잔존 효과를 최대한 이용한 것으로 앞서
문장의 말과 중간에 기록했던 강한 설득과 강용의 내용을 끝에 가서 평화의
이미지로 바뀌게 한 인상깊은 말이 되었다.
  상상치 못했던 사실을 말하라

  인간관계에 있어 전혀 예기치 않던 일을 당하면 이미 머리 속으로 그려져 있던
기존 관념은 생각하지 않게 되고 색다른 기분을 느끼게 마련이다.
  더욱이 예기치 않던 일이 자기를 즐겁게 하거나 마음을 끌어 당기는 일이
있다면 상대에 대해 신선한 인상을 받게 된다.
  파격의 미라는 것은 예술에서 뿐만이 아니고 인간의 감정에도 깊은 영향을
주는 것이다.
  일상적인 우리의 인간관계란 대부분이 도식적인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생활에 쫓기게 되고, 보다 스피디하게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상대에게 새로운
감각으로 접촉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당연한 형태로 이루어져야 할 대화에서도 전혀 새로운 행동으로
접근하여 상대의 마음을 흡족하게 만들면 인간관계에 유리한 점이 적지 않다.
  예기치 못했던 일이란 언어, 행동에서 비롯되는 일이다.
  항상 쓰는 호칭을 갑자기 바꾸어 친밀감이 깃들게 한다든지 걸음걸이에 박력을
주어 변화를 가져 보자. 그러면 틀림없이 눈에 뛸 정도로 변화되어 있을 것이다.
  전혀 예상치 않던 행동으로 오늘날까지도 인용되는 재미있고 인상적인
이야기를 예로 들어보자.
  1492년 미국 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는 국민들의 거족적인 환영을 받았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그의 인기를 시샘해서 '신대륙의 발견이라고 떠들건 없어.
누구든지 서쪽으로 배를 몰고 가기만 하면 발견할 수 있었던 거야'하고
비꼬았다. 콜럼버스는 이런 비양거림을 듣고 연회석상에서 잠자코 테이블 위에
놓인 달걀을 하나 집어들더니 좌중에 있는 사람들을 돌아보고 '이 달걀을 세워
보시요'하는 것이었다.
  시샘을 하던 무리들은 그 달걀을 세워 보려고 애썼으나 둥근 달걀이 세워질 리
없었다.
  그것을 본 콜럼버스는 달걀을 집더니 한 쪽 끝을 테이블에다 툭 쳐서 깨뜨린
후 세우는 것이었다. 그 광경을 본 모든 사람들이 '그런 식이라면 나도 할 수
있다'고 소리쳤다. 그러자 콜럼버스는 '물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은 누구도 이런 방법을 생각해 내지 못했습니다. 신대륙의 발견도
이와 같은 것입니다. 누가 먼저 생각했느냐가 문제지요'하며 부드럽게 말했다.
  사람들은 콜럼버스의 이 예상치 못했던 행동과 말에 강력한 인상을 받고 그
후로는 콜럼버스를 비웃지 못했다.
  상대에게 강한 인상을 주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직접적으로 반응을
나타낼 수 있는 것이 바로 예기치 않던 언어와 행동을 하는 일이다.
  빡빡 깍은 대머리로 전세계 영화 팬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겨 준  X X 도 무명의
시절이 있었다. 어느 날 그는 갑자기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줄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하다 머리를 삭발키로 결심하였다. 그리하던 것인데 결과적으로 그것이 그를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 주게 된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인간관계에 신선감을 주는 것은 대화의 신선미에 있겠지만 행동도 이에
수반되어야 더욱 강하게 표현된다.


    언어를 시각화하라

  말은 하고자 하는 내용 속에 시각적 요소가 많으면 많을수록 인상을 강렬하게
전달할 수 있다.
  사람은 언어를 전달하고 받아들이는데 동작의 보조를 받는다. 내용의 전달이
충실하기 위해서는 언어를 동작과 얼마만큼 조화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다시 말하면 언어의 시각화가 잘 이루어지면 상대가 이해하기에 수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언어의 시각화란 동작과 조화되지 않는 언어를 가지고
이상스러운 몸짓만 크게 한다고 하는 것과는 다르다.
  말을 듣고도 동작적인 영상이 머릿속에서 그려질 수 있는 시각적인 언어를
찾아 사용하라는 말이다. 이 시각적 언어에 대한 이야기로는 데일 카네기의
유명한 에피소드가 있다.
  한때 카네기가 세일즈맨으로 취직하여 지방을 전전하는데 마침 다고타주의
래드 힐이라는 기차역에서 기차를 기다리게 되었다. 기차를 기다리다 무료해진
그는 역 구내를 빙글빙글 돌면서 섹스피어의 '햄릿' 중에 한 대목을 몸짓을
섞어 가며 혼자 읊조리고 있었다. '아, 저기 단검이, 저기 보이는 것은 칼,
자루가 이쪽을 향해서, 자, 빼앗아 쥐자, 쥐어지지 않는구나...'하면서
중얼거리고 있으니까 갑자기 순경 하나가 달려오더니 '아니 어째서 당신은
여성을 협박하는 거요?' 하며 꾸짖는 것이었다.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했던 카네기가 자세히 되묻자 바로 앞집에서 문을
내다보던 여자 하나가 카네기의 제스처를 보고 질겁을 하여 경찰에 신고했던
것이다.
  이 에피소드에서 볼 때 말의 전달이 시각적 요소에 의해서 좌우된다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에드워드 헙바드는 '연설에 있어 사람의 마음을 끄는 것은 말이 아니라
태도이다'라고 해서 말에 시각적 요소를 가미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백화점의 레코드 상점에서 손님에게 어떤 레코드를 지칭해서 상대에게 소개할
때라면 '이걸 보시죠. 교향곡 전집으로 새로 나온 레코드예요'라고 평범한
소개에 그칠 것이다. 그러나 이 소개의 말에 시각적 요소를 삽입시킨다면 '이
교향곡 전집은 계절에 관계없이 사시사철 언제나 들을 수 있는 장점이
있죠'한다면 손님의 머릿속에 계절의 다양한 모습이 그려지게 되어 청각에
호소해야 되는 음악이 시각적 흥미를 끌게 된다.
  신체적으로 눈과 뇌를 연결하는 신경이 귀와 뇌를 연결하는 신경보다 훨씬
굵다.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더 낫다'라는 속담은 시각적 요소의
장점을 대변한다.
  존 H.패터슨(주:내셔널 캐슈 레지스터사 사장)은 그의 회사 판매원들에게
'생각하고 있는 것을 이해시키기 위하여, 혹은 주위를 끌기 위하여 말에만
의지할 수는 없다. 무엇을 보일 필요가 있다. 필요한 때는 항상 그림을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물론 모든 경우에 그림을 보여 말을 도울 수는 없지만, 시각적 동작, 시각적
언어의 사용에 대한 중요성을 암시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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