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llow my blog with Bloglovin FraisGout: 2. 대학생 상담사례

2. 대학생 상담사례

  2. 1. 대학생 상담의 특징 및 유의점
  대학에서의 상담은 원칙적으로 대학생을 그 대상으로 하므로 대학생의 발달
특징에 대한 적절한 이해가 없이는 대학에서의 상담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여기서는 우선 대학생의 발달적 특징에 관해서 간추려
보기로 한다.
  먼저 대학생은 연령적으로 청년 후기에 속한다. 청년기란 발달과정에서 독특한
의미를 갖는다. 인간의 일생은 유년기, 소년기, 청년기, 노년기 등으로 나눌 수
있으며, 각 시기들은 모두 독특한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어떤 사람의 일생과 그
사람의 사회에 대한 공헌을 평가하려 할 때 그 공과의 기초가 마련되는 시기가
청년기이다. 실제로 가치 있고 창조적인 일을 하는 시기는 장년기이지만 청년기에
확립되는 성격, 인생관 및 가치관은 장년기 활동의 기반이 될 것이다. 유년기나
소년기의 경험은 청년기의 경험과 통합되어 개인적 성격으로 형성되어 간다.
그리고 청년기에서 형성되는 개인적 성격이 장년기의 결실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우리 나라를 포함하여 세계적인 추세를 볼 때, 인구에 비해 대학생의 숫자는
상대적으로 급격한 증가를 보여왔다. 지난 수십년간 대학의 숫자가 증가함에 따라
자연히 대학의 질이나 교육목표도 다양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학교육은 더
좋은 직업을 가지게 되는 요건이 되며 사회적 지위를 얻게 되는 길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젊은이들의 꿈과 희망이 현실에서 좌절당하는 수도 많다. 즉,
졸업이 좋은 직장을 보장해 주는 것이 아니며, 불경기 때문에 예측했던 좋은
직장을 갖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대학과 정부간의 가치관의 마찰
때문에 대학생활중에 여러 가지 문제가 야기될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들이 대학
내에서 대학생 상담의 필요성을 증가시키고 있다.
  대학에 입학을 하면서 신입생들은 갑자기 다양한 환경에 접하게 된다. 개개인의
소양이 행동으로 표현되는 기회가 많아지며, 종교, 가치관, 인생관, 정치적 견해
및 사회문제에 대한 다양한 견해들이 대학생을 기다리고 있다. 이렇게 다양하고
풍부한 자극들은 대학생에게 배울 수 있는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이
다양성은 너무 갑자기 한꺼번에 엄습함으로, 미처 받아들이고 이해하기도 전에
혼란을 줄 수 있고, 좌절감과 심한 불안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다시 말해서,
대학 신입생들은 비교적 단조로운 생각만을 가지고 있었다. 예를 들어 기독교인은
기독교 이외의 종교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도 좋았고, 입시준비 때문에 실제로
관심을 가질 여유도 없었으며 기회도 적었다. 그러나 대학에서의 각종 공개강좌는
기독교인인 대학생을 가만히 두지 않는다. 불교강좌나 회교강좌에 가도록
자극하며, 불교나 회교가 결코 가치 없는 공허한 가르침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고 혼란을 경험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에 시일이 지나면, 다시
심리적 평온을 찾을 수는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대학생은 과거의 경험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혹은 지금까지의
경험이 새로운 환경에는 부적당하다는 것을 느끼기도 한다. 심한 경우에는
학업면에서나 운동, 음악감상과 같은 여러 가지 취미활동에서 자신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다른 학생들을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을 느끼며 열등감에 빠지기도 한다.
  대학 교정에서 대학생들이 당면하는 문제들은 이렇게 다양한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문제가 상담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대학생들이 당면하는 주요
문제들로는 학업 외에 이성교제, 교우관계, 부모로부터의 독립, 진로문제 등이
있다. 특히 중고등학교에서는 가장 중요한 과제였던 학업문제가, 대학입시라는
경쟁을 통해 길러진 비슷한 학업성취도를 가진 학생의 집단 속에서는 또 다른
양상으로 변화하게 되며 오히려 교우나 이성관계 문제가 보다 큰 문제로 대두
되기도 한다. 이와 아울러 전공 분야가 이미 결정되어 있는 상황하에서의 전공과
적성, 흥미 분야 그리고 취업간의 갈등, 군입대 문제, 제대 후 학교 상황에서의
재적응, 배우자 선택이라는 여러 가지 과제에 당면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대학생 상담에서는 이러한 대학생의 발달과업에 대한 이해와 독특한 상황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2. 2. 대학생 상담사례
  이 사례는 대학생들이 흔히 호소하는 대인관계의 불편함을 주로 다룬 사례이다.
이 사례의 내담자는 대학생다운 언어능력과 사고능력이 구비되어 있었으므로,
분석적 기법이나 대인관계에서의 행동개선을 위한 역할연습도 효과적으로
적용되었다.
  다음에는 분석적 기법이 적용된 과정을 보다 잘 살펴볼 수 있도록 전 회기분의
상담을 요약과 축어록을 섞어 제시하였다.

  (사례 8) "남의 눈치를 보는 나 자신이 싫다!"
  1. 내담자의 인적사항 및 상담동기
  내담자는 대학교 3학년의 여학생으로 학생생활연구소에서 자아 성장을 위한
집단상담 프로그램(8주)에 참가한 후 내담자가 스스로 개인상담을 신청함으로써
시작되었다.
  2. 내담자가 호소한 문제
  "사람들 만나는 게 불편하다.", "기분이 우울하고 친구들 만나는 것이
두렵다.", "친구들에게 무척 잘해주는 데 친구들이 그만큼 안해주면 섭섭한 걸
남들보다 더 쉽게 느끼는 것 같다.", "결정을 못하고 소극적이다."
  3. 가족사항: 부(52세, 농사), 모(49세, 농사), 오빠(26세), 내담자(23세,
대3), 여동생(18세), 여동생(14세)
  4. 상담목표와 계획
  목표: 친구들을 대하는 데 있어서의 불편감을 해소한다.
  계획: 대인관계의 불편함이 생겨나는 원인을 가족 내의 감정전이 관계에서
탐색한다. 이 과정을 정신 역동적인 관점에서 단기상담으로 접근한다.
  5. 상담과정
  (1회: 19xx. 9. 18)
  내담목적, 문제의 진술, 가족관계 조사, 상담의 구조화, 상담목표의 설정 후,
내담자가 친구들과 주위 사람들에게 지나치게 친절한 이유를 탐색(내담자를
싫어하게 될까봐, 즉 거부당하는 걸 못견뎌 하기 때문).
  다음 면접까지, 가능하면 친절이 지나치다 싶은 행동은 줄이고 먼저 불필요하게
말을 걸지 않도록 노력해 보기로 합의하였다.

  (2회: 19xx. 9. 25)
  친구들과 있어도 말을 하려다가 눈치보고 지나치게 또 친절하게 구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가만히 있어야지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엠티(MT: 교외에서의 숙박
단합대회) 갔다오다가도 모르는 사람이 많아서 불안했는데 먼저 말하지 말아야지
하고 참고 있었다. 내가 안하면 다른 사람이 먼저 말을 하니까 어색한 분위기는
덜했던 것 같다. 남을 즐겁게 하기 위해 안해줘도 될 것까지 해주는 경우가 많다.
그냥 먹을 거라도 내가 안 먹고 남주는 경우가 많다. 어렸을 때에도 청소같은 걸
미리 다 해 놓거나 부모님이 좋아하실 쪽으로 행동 많이 했다. 거의 모든 걸 혼자
알아서 하다시피 했는데, 이상한 것은 그러면서도 적극적으로 판단력이 강하지
못하고 의존적이다. 어떤 학교를 선택하면서도 네 뜻대로 해라 이런 식.
그러면서도 결정을 못하고 항상 망설이다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결정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상황의 탓을 많이 한다.
  얼마 전에는 시간이 급한데 선배가 차 한잔 사주겠다고 해서 같이 가게 되었다.
약속이 있다고 말을 못해서 가긴 갔는데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것 같았고 너무
답답했다. 남자친구들한테도 마찬가지다. 편지가 오길래 그냥 답장해 주었더니
단순한 게 아니었다. 계속해서 편지가 오고 나도 확실히 이 사람이 아니라는
결정은 아닌 것 같다. 내가 진짜 싫어 하는 사람이다 싶으면 쉽게 결정을
내리는데 그렇지 않을 때는 자주 이 사람 저 사람 비교하게 된다.

  (3회: 19xx. 10. 5)
  (녹음불량 부분을 생략)
  내3: 그런데 선생님이 저번에 뭐라셨냐 하면 어느 때 좋은가 그걸 생각해보라고
하셨는데 생각해 보니까 다 저를 위해서 해줄 때만 좋았던 것 같아요. 신경써
준다거나 뭐. 그럴 땐 좋은 것 같애요.
  상3: 응, 어떻게 하면 신경써 주는 것 같은가, 관심가져 주는 것 같은가요?
  내4: 그러니까 아프다고 그럴 때 약을 사준다거나 저는 그럴 때가 기억에
남아요. 윗집에 또 아는 선배가 있어요. 같은 써클인데 좀 친했거든요. 왔다갔다
가까우니까 밤에도 돌아다니고 놀고 그랬거든요. 친해졌는데 그러니까 저는 부담
없이 대했는데 이젠 그런 소리가 들리더라구요. 제가 여자로 보인다고. 그래서
어느 때는 신경이 쓰였어요. 그래도 어느 선을 그어놓고 놀았으니까, 그게
계기라면. 그리고 여러 가지 생각이 있었어요, 그런 것들이. 그러니까 지금 꼭
선택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더 좋은 사람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상4: 그러니까, 이 사람 저 사람 가까이서 많이 보게 되니까 다른 사람들, 다른
면이 있는 거구나. 그러면 내가 너무 일찍 선택한 것은 아닐까. 지금 남자친구는
군대가고 아무도 없는데 그런 기분이 들겠구나. xx는 별 관계 아니니까 같이
놀러다니고 얘기하고 자연스럽게 대하고. 그런데 여자로 본다 한다면은 나한테
그런 낌새를 주는 어떤 면이 있는 건 아닐까...?
  내5: 저한테요?
  상5: 그런 생각은 안해봤나.
  내6: 전 특별하게 그랬다는 생각은 안해요. 제가, 저는 제가 누구한테나 하는
방식으로 대하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은 오해를 하는지 어쨌는지
이상해지더라구요. 그래서 고민도 많이 했어요. 제가 잘못한 일이 아닌가. 그런데
저는 누구나 대하는 방식으로 대하거든요. 그러니까 특별히 그런 식으로 대하진
않는데.
  상6: 응. 특별히 그런 식으로 대하진 않는데. 누구에게나 대하는 그런식이
오해를 불러 일으킬 소지가 있는 것은 아닐까. 아. 그러고 내마음이 정말, 정말
이 사람을 아무 것도 아닌 사람으로 대했을 까? 아주 미묘하게 내게서 멀어져
가지 않도록 하는 마음이 있는 건 아닐까.
  내7: 예. 제가 좀 거절을 못해요. 그러니까 무슨 부탁을 하거나 하면 대부분
들어주거든요. 예를 들면, 늦게 놀러오거나 그랬을 때 아주 늦었으니까 다음에
놀러오라고 그럴 수 있는데, 그러니까 저는 계속 그렇게 대하니까 그래서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았던 것 같애요.
  상7: 부탁하면 거절하지 않고... 이렇게 한 번 생각해 보면 어떨까. 나 자신이
태도야 친구같이 대하고 편하게 대하고... 그렇기는 하지만, 내 밑바닥에 깔린
것은 떠나기를 원하지 않는다. 내 곁에서 맴돌아 주기를 원하는 게 아닌가. 그게
남자로선지 친구로선지 그런 구분조차 내 마음엔 없이... 분명히 해서 그
맴돌기가 끝나는 것을 내가 원하지 않는다. 누구든지 내 곁을 떠나는 것을 원하지
않는 데 누가 날 좋아해 주지 않는다는 걸 견딜 수 없고, 그런 마음이 나를
아무도 거절하지 못하는 행동을 하게 하는 것은 아닌가... 얘기 들으면서 그런
생각이 드네.
  내8: 응, 저도 그런 것 같애요. 제가 좋아하는지 안하는지도 모르겠어요. 제가
먼저 사람과 친해지는 경우가 드물었거든요. 상대방이 저한테 관심을 가지면 괜히
좋아요. 좋다가 나한테 서운하게 했다 그러면, 싫고 그랬거든요. 그런 게 다...
  상8: 그렇지. 내가 어떤 사람을 진짜 좋아하는 것도 있고. 남이 날 좋아하는
것이 좋은 것도 있고... 그러면 지금 군대간 친구 말고 윗층형이라고 했나. 그
친구, 그 사람이 좋은 건가... 그 사람이 날 좋아하는 게 좋은 건가.
  내9: 좀 괜찮다고 생각은 했는데 또 그러니까 좋은 것보단 호감이 가요. 그런데
요새 와선 그렇게 안 친하거든요. 그러니까 서로 만나는 일도 없고. 어제는
기분이 나빴어요. 놀러갔는데 기분 나쁜 소리를 했어요.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써클 얘기였는데 기분이 나빠서 그냥 왔거든요. 그런데 의식적으로 절 좀 피하는
것 같아요. 보면 여러 가지 문제가 있고 그러니까 어떤 이유인진 잘 모르겠는데,
요즘 저희집엔 절대 안 오거든요. 요새 안 오고, 어제는 가니까 그렇게
반가워하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그냥 조금 앉아 있다가 왔어요.
  상9: 응. 그 사람이 그렇게 변해 버린 게 속상하지 않아. 지금은.
  내10: 예. 속상해요. 그러니까 너무 갑자기 그렇게 발걸음을 끊고 신경을 써야
될 것 같지는 않은데. 그렇게 갑자기 그런다는 게 말로 하는 것도 아니고
그러니까 더 이상하더라구요. (오랜 침묵)
  상10: 상당히 그 친구가 좋아질려고는 그랬었구나. 자주 오고가고 하면서.
  내11: 예. 의식 못했지만, 안 보이면 보고 싶고.
  상11: 생각이 그쪽으로 쏠려 있으니까 군대간 남자친구에게 편지쓰는 건 좀
뜸해지고. 지금 이웃 선배에 대한 그 감정을 감별할 수 있겠어요?... 아직은 안
되겠다, 화가 나 있으니까.
  내12: 예. 그래서 제가 객관적으로 보게 되었어요. 그러니까 내가 좋아할 수
있는 인물일까... 아닌 것 같더라구요. 뭐 제가 그렇게 좋아할...
  상12: 가까이서 자주 오고 가고 하면서 xx에게 신경써 주고, 아무도 없을 때,
그게 좋았겠구나.
  내13: 예. 같이 다니면서 놀고.
  상13: 면회갔을 때. 그 때 얘기를 좀 해보자. 무슨 애기를 했고.
  내14: 면회를 친구랑 같이 갔잖아요. 그런데 친구하고만 얘기를 하는 거예요.
나한테 얘기를 안하고 걔만 쳐다 보고 얘기를 하는 거예요. 같이 길을 한참 걸어
갔어야 했는데 그래서 그만 가야 되겠다고. 원래 한두 시간 만나고 갈려고
했어요. 그래서 화가 났었어요. 물론 걔를 생각해서 얘기를 했는지 모르지만.
  상14: 기분이 나쁘지요.
  내15: 예. 간간이 섞어서 하긴 하는데 저도 알지만 그게 화가 났거든요. 그래서
저한테 별로 한 얘기가 없었어요. 그냥 뭐 여러 가지. 그애에 대해서 물어보고
그런 얘기만 하고. 둘이 있을 땐 얘기를 잘 하는데 여럿이 있을 땐 저한테 얘길
잘 안해요.
  상15: 그런 것들 기분이 나쁘지요.
  내16: 예. 너무 어색하잖아요. 자연스럽게 해도 되는데.
  상16: 어색해서 그럴까. xx를 여러 사람 앞에 특별한 인물로...
  내17: 그런데 어느 정도는 오히려 그게 더 눈에 뛸 수가 있잖아요. 말 한마디도
안하고 그러는 게.
  상17: 남에게 어색해 보여 기분이 나쁜 건가, 날 대접 안해주는 게 기분이 나쁜
건가, 어떤 게 더 기분이 나쁜건가.
  내18: 오히려 저한테만 얘기해도 싫을 거예요. 그런데 너무 또 안하는 것도
저도 그런 건 싫은데. 저하고만 얘기한다거나 그런 건 싫은데. 그러니까 제가 좀
서운했던 게 같이 다녔을 때도 여기 있을 때도 남을 의식을 많이 하는 것
같았어요. 그러니까 같이 다니고 그런 것을. 저도 여러 사람 앞에서 손잡고
다니는 것을 그런 것을 애초에 싫어하니까, 남을 의식을 많이 하니까, 저도 그런
것이 싫었지만, 요즘 그렇게 진짜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오히려 그게 진짜로
좋아한다면은 남을 의식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자연스럽게 그렇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제가 못하면서도 그렇게 바라게 되요, 상대방한테.
  상18: 의식하는 것, 그러니까...
  내19: 진짜로 나를 좋아할까 하는 생각이 있어요.
  상19: 응. 나는 그 진짜로 좋아할까 하는 생각, 정말 좋아한다면은 남을
의식할까. 남을 위해서 더 신경을 쓰는 거지. 내 감정을 상하면서까지... 하는
느낌도 있었을 것 같고, 남들 앞에 굳이 별 사이가 아닌 것처럼 보일려고 그랬을
거고, 그렇게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헤어질 의사가 없고 미래까지
생각하는 걸까 하는 그런 의심도 있었을 것 같애요. 미래에 대한 의심이지. 현재
진짜 좋아하는가 안 좋아하는가도 있지만 미래에 헤어지게 될까봐 대비하는 게
아닌가.
  내20: 그러니까 제가 언젠가 면회를 갔었는데 뚜렷한 느낌이, 저를 믿지
않았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러니까 그런, 남자들의 대부분이 군대가면서 느끼는,
언젠가는 변한다는 생각을 한다고 그러더라구요. 그런데 나는 그래도 생각을
하면서 있었는데, 저를 믿지 않았는데 이젠 확실하다 이런 걸 느끼게 한 적이
있어요. 어떤 상황인지는 뚜렷이 기억이 안 나는데 그런 느낌이 들더라구요. 나를
믿지 않았구나, 어쩌면 나를 시험한다고나 할까.
  상20: 응... xx가 떠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단 말이지요. (예)
근데 xx가 참 감정이 억압되어 있구나. 늘 xx는 표현의 문제같이 얘기를 해서,
표현의 문제인가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거든. 그런데 감정 자체가 굉장히 억눌려
있어서 xx 자신이 그것을 알아보기가 참 힘들것 같애요. 감정이 없는 사람은 없단
말이예요. 그런데 화가 난다. 기분이 나쁘다. 그런 것들은 많이 표현하는데,
그것은 보다 자연스럽게 나오는데, 좋다. 사랑한다. 이런 긍정적인 것에 대해서는
xx가 느끼기를 굉장히 두려워하는 것 같애요. 그러고 xx 자신은 구별을 하고
싶은데 모르겠구요.
  내21: 어떤 강한 자극이 있을 때는 알겠는데, 그러니까 머리 속으로 생각하는
감정이랑 진짜 우러나오는 것은 틀리잖아요. 그러니까 저는 대부분 누가 뭐래도
싫지가 않아요. 특별하지 않을 경우, 그런데 어느 때는 정말 싫을 때가 있어요.
괜히 그것은 머리 속으로 싫어서가 아니라 진짜로 싫어서, 그 때는 행동을 똑바로
하겠어요. 싫은 식으로. 내가 싫으니까 행동해야겠다는 식으로 하는데, 딴 때는
안 그래요. 잘 모르겠어요. 내가 머리 속으로만, 아 이러면 기분 나쁘지. 이런
생각만 들어요. 또 남들에 비춰보길 잘해요. 남들이 기분 나쁠 거라는 생각도
하고. 잘 모르겠어요, 감정을.
  상21: xx같은 경우엔 부정적인 감정은 좀 나와요. 변별도 하고. 근데 좋다,
사랑한다, 이런 것을 자기 자신이 볼 것을 굉장히 두려워 하는 것 같애. 이것은
곧 미래에 대한 불안일 수도 있고, 다시 말해서 사랑을 나중에 잃게 될까봐 지금
좋다는 것을 알았는데 나중에 그게 깨지면 내가 산산조각이 나버릴 것 같은 그런
불안. 하여튼 좋다는 것을 굉장히 못 받아들이는 것 같애.
  내22: 예. 그래서 남들이 일상생활에서 보면 조그만 것 갖고도 웃고 얘기하고
그러거든요. 그런데 저는 다 하찮게 보여요. 그러고 어떤, 저는, 남들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좋게 느껴지지 않으니까 안 좋은 것을 먼저 생각하게 되요. 그러니까
겉으로는, 아 그런가보다 그렇게 생각하지만, 속으로는 전혀 좋은 걸 못
느끼겠어요.
  상22: 응. 그러니까 좋은 걸 좋은 줄 못 느끼는 것, 그 자체가 좋은 걸
느꼈다가 깨질까봐 하는 불안 때문이 아니냐구요.
  내23: 그래서 제가 애써서 표현을 했어요. 아, 이거 무척 좋다. 그랬는데
상대방이 그렇지 않다고 부딪친 거예요. 그게 뭐가 좋아 그런 식이랄까. 그래서
어느 때는 그 영향이 있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어요. 단순한 거래도 용기를 내어서
얘기한 거였는데 안 그렇다고. 친구가 저랑 좀 반대인 친구가 있어요. 그러니까
어떤 물건을 사러가도 난 이게 좋은데 말을 못하는 거예요. 제 친구는 분명히
아니라고 그럴거니까. 뭐 옷을 본다거나 그래도 아, 난 저게 예쁘다고 그러면
아니라고, 자기는 이게 낫다구. 그래서 저는 직접적으로 내 주장을 펴지 못하고
그냥 지나가는 말로 난 저게 괜찮은데, 뭐 그냥 그런 식으로만 얘기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상23: 기분이 나쁘겠다... 답답하기도 하고...
  내24: 나같으면. 그래도 아 그래 이렇게 자기 맘에 안 들더라도, 어 그게
좋은데 나는 이게 더 좋다는 식으로 좀 동조를 해줄 수도 있는데. 그냥 한마디로.
  상24: 꼭 동조가 아니어도 좋지요. '너는 그게 좋구나, 나는 이게 좋아.'
이렇게 해도 좀 다르겠지.
  내25: 그러니까 그래서 이게 좋다. 그러면 그래 너와 나는 틀리니까 이런
식으로 생각을 하는 데도, 그래도 저는 좋지는 않아요. 그게 남한테 눌려졌다는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그런 게 많았어요. 친구랑 같이 제 옷을 산다고
치면 제 맘에 드는 것보다도 오히려...
  상25: 걔가 좋다는 것.
  내26: 걔가 괜찮다고 오히려 저거다 주장을 강하에 펴면 내 것을 살 수도
있는데 그렇게 못하니까, 난 이게 좋아도 딴 것을 갖고 와서 이게 어때서 좋고
잘맞는 것 같고, 그러자면 또 그런 것 같고, 그러니까 그렇게 되요. 그러니까
결정을 잘 못해요.
  상26: 결정을 잘 못하는 것보다, 결정하는 데 있어서 남의 결정을 잘
따르는구나. 그런 점도 좀 변해야 되겠네.
  내27: 예. 남의 말에 그래야 될 거라고 수긍해야 되는 게... 이젠 나하고 좀
틀린 점이 있잖아요. 그런데 그쪽으로 이해를 하는 거예요. 남의 말이 옳다는
것을 내 스스로가 이해를 시키는 거예요.
  상27: 나한테 설득시키는 거지요. 왜 그럴까...
  내28: 그러니까 내가 내 뜻을 못 펴니까, 받아들일 입장이라면 그냥은
못받아들이겠으니까.
  상28: 아니 왜, 주장을 안하고 남의 의견을 받아들이려고 애를 쓸까?
  내29: 거기에는 제가 표현을 못한다는 주장적이지 못한 것도 있고 저는 남의
의견도 들어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여러 가지 생각, 저는 친구랑 가다가 여럿이
가다가 제 뜻이 강해요. 말하는 게, 그런데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한 번 얘기를 해요. 그러면 아니래요. 그냥 자기 뜻이 강하다고 그러면 그냥
마음의 문을 닫아버려요. 걔 뜻만 받아들이지 않고 내 뜻만, 저게 옳지 않은데
어쩌면 저도 강하고. 상대방도 강한 것 같은데, 그냥 들으면서도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많거든요.
  상29: 응. 그러니까 내 의견을 피력해 주지를 않는다는 얘기군요.
  내30: 내 얘기를 해봤자 안 들을 건 뻔하고 괜히 헛수고 할 필요 없다. 이런
식이 되버리거든요.
  상30: 피력하면 어떻게 될까요?
  내31: 그러니까 자신이 없죠. 어쩌면 상대방과 싸우는 입장이잖아요.
  상31: 싸우면 어떻게 되나요?
  내32: 안 좋겠죠 뭐.
  상32: 뭐가요?
  내33: 친구랑 사이가...
  상33: 그 친구랑 사이가 안 좋다. 안 좋으면 어때요?
  내34: 기분이 나쁘잖아요.
  상34: 사이가 좀 안 좋으면 어때...
  내35: 제가 또 그렇게 싸우고 나서 처리를 잘 못해요. 그러니까 미안했다고
그러면서.
  상35: 안 그러면 어때요? 미안하지도 않은데...
  내36: 한 번 볼 사이도 아닌데...
  상36: 안 보면 되지 뭐, 그래 너는 가서 네 일 해라, 나는 내 일 할테니까.
그러면 어떠냐구요.
  내37: 글쎄. (침묵)
  상37: xx씨가 불편하겠다. 마음이, 왜 마음이 불편할까.
  내38: 그러니까 나를 의식할 것 같고.
  상38: 의식한다는 건 어떻게?
  내39: 나쁜 쪽으로 생각할 수도 있고 가장 큰 문제는 그것일 것 같애요. 나를
안 좋게 생각할 것 같애요.
  상39: 맨 첫번째로 올라가요. 단계별로 내려왔지만 xx가 주장을 하면 충돌이
생길 거고 만약에 충돌이 생긴다면 저쪽에서 xx를 나쁘게 생각할지 모른다.
  내40: 예. 지금 뭐 같이 다니고. 친하고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면 생각나는 게
있는데. 친한 친구가 같이 다니는데. 그 때는 남은 그래도 생각해서 한마디 하면,
그 애는 자기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한마디로 해요. 네가 말한 건 그게 아니라
난 이렇게 생각해. 뭐 안 좋은 것 같애, 이렇게 말하면, 난 아닌 것 같애, 이렇게
딱 말을 하거든요. 그러면 저는 갑자기 한 방 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러면 좀 뭐라고 그럴까. 기분이 안 좋거든요. 그러면서도 얘기를 못하겠어요.
아 얘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고 말할 때는 그것을 염두에
두고 말하게 되요.
  상40: 내 감정이 표현되지 못하고.
  내41: 예. 그 애한테는 가장 두렵다고 그런 거는, 걔는 딴 애들, 친한 애들이
많아요. 어쩌면 나보다 더 친하게 되지 않을까. 그런 두려움이 가장 커요.
  상41: 나보다 더 친하다는 것은 나를 덜 좋아하게 된다는 거지요. 싫어하거나
덜 좋아하거나 사랑해 주지 않거나.
  내42: 예. 저한테는 그래도 가장 친한 친구라고 생각하니까. 이렇다면 저는
가까운 친구가 없어진다는 거죠.
  상42: 잃는다는 거네요, 또. 내 곁을 떠나는 거네. 주장을 못하는 것, 누가
좋은지 모르는 것, 누구에게나 잘 해주게 되는 것은 장점같지만, 전부 한
가지에서 나온다구요. 날 사랑하지 않게 될까봐. 내게서 없어질까봐. 떠나
갈까봐. 그것을 한 번 찾아봅시다. 앞으로는. 그 불안,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해야 되고. 응 내 곁에 있던 사람은 안 떠났으면 좋겠다는 그 불안이
어디에서부터 생겼는지... 그때 잠깐 떠올렸었지요. 엄마한테 충분히
엄마로서 사랑을 못받고, 그런 거하고 관계가 있을지. xx이 나름대로 연결을 한
번 시켜봐요. 그게 해결이 되야지, 좋다 싫다고 될 거고 미래에 떠나가고 변하고
헤어지고 깨지고 하는 것도. 즐거운 일은 아니지만 지금처럼 두렵지는 않을거야.
  내43: 그런데 저는 그 두려운 것조차 잘 느끼지를 못하잖아요.
  상43: 그렇지. 오늘 한 얘기를 잘 기억해 봐요. 이 테이프를 xx한테 줄께요.
무슨 얘기 했었는지 다시 한번 들어보고 그러고 이게 또 단서가 될지 몰라요,
생각하는데. 이렇게 내가 몰아가지고 왔지만, 주장을 하면 어떠냐, 싸우게 될
거다. 싸우면 어떠냐, 안 보면 그만이지. 불편하다. 불편하면 어떠냐, 그 애가
딴 애들한테 나에 대해서 안 좋은 소리를 할 것 같다. 즉, 나를 안 좋아하게 될
거다. 싸워서 불편하면 싸웠을 때 내가 불편한 것은 그 사람이 나를 싫어하게
되고 다른 사람도 나를 싫어하게 될까봐다. 그럼 처음으로 돌아가서 밑바닥에는
남들이 나를 싫어할가 하는 게 깔려 있는 거구요. 내가 너무 빨리 해가지고, 아마
xx한테 충분히 수긍이 안 갈 것 같으네요.
  내44: 사실은 이젠 그 원인이 가장 어렸을 때 그래서 저한테 있다는 것도
인정하는 게 힘든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가정에 대해서 열등의식 같은 게
있어요. 그러니까 남한테 창피한 것일 수도 있잖아요. 그러니까 얘기를 좀 안하는
편이예요. 가정에 대해서 인정하고 싶지가 않고 얘기를 잘 안해요. 좀 얘기하기가
힘든 것 같애요.
  상44: 그 힘든 걸 같이 느끼겠는데요. 지금 xx하고 세 번 만났는데 처음에
만났을 때 아주 힘들게 엄마 얘기가 아주 조금 나오다가 한 번도 안했다구요.
(예) 그러니까 내가 모든 걸 다 얘기하리라 하는데도, 그런 자세로 xx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입이 안 떨어졌을 때에야 얼마나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생각하고 싶지
않은...
  내45: 예. 그냥 묻어두고 싶은... 그래서 저번에 집단상담 할 때도 사실
집안얘기 할 때가 제일 싫었어요. 못하겠더라구요. 저는 그 잘하는 애 있었죠.
참 신기했어요. 저는 그런 용기가 안 나더라구요.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그 때는
제가 진실되게 얘기를 못했어요.
  상45: 응. 그래요, 그것도 우리가 극복해야 할 과제예요. 우리 이 얘기를
연결지어서 다음에는 좀 집안얘기도 좀 하고 그럽시다. 지금은 현실 얘기가
나왔으니까. 그것하고 옛날하고 어떤 관련이 있는가. 열등하지 않아도 될 것은
이제 처리하고...
  내46: 그렇게 생각하려 해도 안 돼요.
  상46: 그 심정 알지요, 이젠 그런 거 정리하면 좀 편하게 될 거예요. 생각이
아니라 감정으로 될테니까. 그 작업을 좀 합시다.

  (4회: 19xx. 10. 12)
  (첫 부분이 생략됨)
  내4: 집에 혼자 가야 되잖아요. 써클룸에 들리고 그랬는데. 집에 갈 생각을
했는데, 혼자 가는데 날씨도 춥고 기분이 안 좋더라구요. 갈 때까지 그런 생각을
했어요. 내 주위에 사람이 없다는 것 같다는.
  상4: 혼자 버려진 느낌...
  내5: 그래서 막 저는 걸음이 빠르거든요. 그런데 어제 같은 경우에는, 생각해
보면 걸음 빠른 이유를 생각해 봤는데, 사람들을 피해서 그냥 집에 가고 싶은,
그래서 그런 것 같아요.
  상5: 어저께 언제부터 기분이 나빠졌어요?
  내6: 수업 끝나고 집에 갈 때 과사무실에 잠깐 들렀었는데요. 아, 내일
시험보는데 노트를 보여 달라고 그랬어요. 친구한테 그랬더니 별로 관심을 안
둬요. 그래서 그냥 나와 버렸거든요. 딴 사람들하고 얘기하고 그러길래 그냥 혼자
나오는데 그래서 더욱 나빴던 것 같애요.
  상6: 그게 기분을 나빠지게 했구나.
  내7: 친구가 저는 그래도 신경써 주고 싶은 친구인데. 오면 '왔냐' '앉어',
하고 그래야 되는데. 물론 평소 때는 같이 안 다니고 그러더라도... 딴
사람들보다 특별한 관계이길 바라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구요.
  상7: 응, 그렇게 대하지를 않는 것 같다구...
  내8: 마음은 어떤지 모르지만 반응을 할 때 그렇게.
  상8: 응. 그럼 어저께만이 아니라 늘 그래요?
  내9: 예. 그러니까 딴 친구들. 친한 친구들하고 집에 같이 가거나. 뭐 그런데
뭐 집에 갈 때나 같은 경우에도 같이 가자거나 그럴 수 있고. 생각해 준다는
인상을 못 받겠어요.
  상9: 응. xx의 그 친구에 대한 기대가 불합리한 거예요? 걔 자체가 그렇게 좀
반응이 그런 거예요...? xx가 생각할 때 어디에 더 문제가 있는 것 같은가...
  내10: 그런데, 그게 제가 그랬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에
지금은 그러니까 좀 친했을 때 그런 반응을 했으면 됐는데, 제가 또 딴 친구랑
매일 같이 다니고 그러니까. 의례적으로 그렇게 생각될 수도 있잖아요. 어, 걔랑
같이 가겠구나. 뭐 그러니까 자기는 매일 같이 가는 친구랑 가고.
  상10: 그러니까 새삼스럽게 xx한테 같이 가자 그럴 게재가 아니란 말이지요.
  내11: 예. 그러고 전 방향이 매일 틀렸으니까. 딴 데 갈 때 있고 뭐 그런
생각을 했었어요. 그래도 전 마음 속으로는 신경을 많이 썼거든요. 집에를 자주
놀러 간다거나. 그런데 걔는 원래 놀러 다니지를 않아요. 그런데 얘기는 안했지만
우리집에 놀러도 오고 그러길 바라거든요. 그런데 그게 어떤 면에서는 제가 가기
싫으니까. 대신 그 어떤, 서로 주고 받는 게 있어야 될 것 같아요.
  상11: 응. 그 애는 놀러를 안 다니는구나. 오면은 할 수 없이 맞이하기는
하지만. 아니면 우리집에 가자 하고 몰려도 가요?
  내12: 예. 그러기도 하죠, 친구들끼리. 가면은 친구들도 많고 그래요. 그래서
더 안 가는지도 모를 거예요. 집이 가깝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뭐 심심하거나
그러면 생각이 나요. 그러면 한 번쯤 들러보고 그러는데. 왜 걔는 그런 생각이
안 들까. 그런데 집에 있으면서도 안 그럴까... 그 생각. 저를 그만큼 안
생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상12: xx같은 기분이 안 드는 걸 보니까 내가 저를 생각하고 좋아하는 것만큼
저는 안 그런 것 같으다. (예)
  내13: 그러고 가끔 집에 놀러 가고 그러면 친구들도 많고 그러는데. 다 우리
과죠. 우리 과 애들인데도 이렇게 대하는 게 약간 뭐라 그럴까. 친한 친구보다
약간 소외감을 느끼게 하는 것 같애요. 그래서 참 서운할 때가 많아요. 그 애가
자기가 지금 할 일이 있다거나, 자기가 지금 누구랑 더 좋은 사람이 있다, 그러면
가는 걸 참 안 반기는 것 같애요. 그래도 저같은 경우는, 으례 오면은
들어오라든가 뭐, 그래도 반가운 척이라도 해야 되지 않나. 그런데 저는 그게
오래 전부터 그런 생각을 했거든요. 걔에 대해서.
  상13: 걔는 더 정직하구나, xx보다. 안 반가우면 안 반가운 척하고 안가고
싶으면 안 가고.
  내14: 예. 그런 것 같애요.
  상14: 응. 그런데 걔가 좋아요? xx는 걔한테도 대우 좀 받고 싶어요?
  내15: 그런 것 같지도 않아요. 그런데 그러니까 그런 점들이 안 좋아요.
  상15: 그 애가 그렇게 좋은 것도 아닌데. xx는 왜 그렇게 걔를 챙기지...?
  내16: 응. 그게, 대하기 편하고 그 애도 신경써 주거든요. 그러니까 한 때는
되게 친했었어요. 그러니까 지금보다 초기에는. 그런데 계속. 지금 상태는 그렇게
친하다고 말할 수도 없고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도 없는데... (침묵 6초) 그것도
제가 볼 때는 한 사람이라도 내 곁에 두고 싶다는 그런 생각 같아요.
  상16: xx는 아무도 못 버리는구나. 여자고 남자고. 좋건, 좋지 않건.
  내17: 저는 제 주위에 사람이 많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더
그러는지도 모르죠. 없다고 생각하니까. (침묵)
  상17: 응. 애들과 모두 친해야 되네요.
  내18: 그래서 너무 오랫동안 안 만났다는 느낌이 들 때. 그러니까 주말 같은
때도 집에 있다가, 아, 이런 때 가봐야 되겠다.
  상18: 너무 오래 안 만나면 어때요...?
  내19: 그러니까 잊혀질 것 같잖아요.
  상19: xx가?
  내20: 저한테도 그렇고.
  상20: 잊혀지게 된다는 말이지요. 그러면 어때요? 친하지 않으면, 떨어져
나가면 어때요, 좀 버리지요, 인제. 친한 친구한테는 필요한 친구죠? xx한테.
정신적으로도 그렇고, 시간적으로도 그렇고, 같이 있을 때도 그렇고... 그런데
반기지도 않고 내가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내21: 지금 생각하면 만났을 때, 제가 맞춰주는 것 같았어요. 그러니까 뭐,
하나의, 내 마음의 문을 닫고 걔 말만 들어주고. 원래 또 자기 얘길 잘하는
편이니까. 그런 것, 내 얘기는 안하고 그냥... 얘기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나랑
재미도 없고. 그러니까 고민을 얘기 못하는.
  상21: 그러니까 대화가 아니고, 제 얘기만 일방적으로 하고, 그러면 재미
없지요.
  내22: 그렇죠.
  상22: 그것을 왜 그렇게 못 버리고 쥐고 있어요?
  내23: 그래서 그게 어쩌면 지금 더 멀어지게 했는지도 몰라요. 예전보다는.
  상23: 응, 재미없는 것.
  내24: 예. 그것도 있고. 나랑 틀리다는 생각을 너무 많이 갖게 하니까,
그런데... (침묵)
  상24: 버릴 수 있을까?
  내25: 글쎄요.
  상25: xx가 결국 걔를 찾아 가고, 그래도 특별하게 말이래도 걸고, 그러는 거는
내가 너를 아직 잊지 않고 있다, 너한테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를 통해서 걔의
관심을 너의 우정의 표시로 받아내려는. (예) 그런 마음 아니예요. 그러면 내가
그럴 만큼 그 친구가 필요한 존재인가. 그냥 친한 친구랑 다니다가 엠티같은 데
가서는 같이 얘기하고 오면 되는 게 과친구들이지.
  내26: 그러니까 제가 원하지 않는데도 그렇게 미리.
  상26: 그럴 필요 없지 않은가... 주로 학교에 오면 둘이만 다니나?
  내27: 요새는 많이 나아졌는데. 옆에 사람과 얘기도 하고. 저는 그게 무척
심했어요. 초에는 모르지만 인상이나 봐서 나랑 친하지도 않고 그러면은 아예
마음을 안 주는 거예요. 얘기할 때도 의식적으로 하고 그래서 지금 별로 얘기
안하던 사람과 지금 얘기해 보면 의외로 그냥 자연스럽게 얘기하고 그래서 놀라는
경우가 많거든요. 뭐 같은 얘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같은 공통적인 얘기 진지하게
얘기할 수도 있는 데 저같은 경우는 대충 한다거나 그랬는데, 그냥 별로 말
안하던 애도 만나서 우연히 자리가 되서 얘기하면 얘기가 참 잘되고 그게 잘
들어주고 그러는 것 같더라구요. 물론 친한 애들도 따로 있지만 그런 문제를
떠나서 그러니까 그것과 모두 연관시킬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상27: 응. 그러니까 언제든지 기회가 주어지면은 여러 아이들하고 갖자 자기의
얘기를 하는 시간도 참 좋다. 그런 얘기를 많은 사람들한테 xx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해도 되는구나.
  내28: 예. 그래도 되는데 저는 우선 뭐 옆에 앉거나 그래도 뭐 얘 나랑 친한
앤데? 아닌데? 이런 생각이 먼저 들고. 그리고 괜히 부담을 갖고 그랬었거든요.
그 아이 잘 보일 것도 없고. 그냥. 나름대로. 그 여자친구한테 얘기하는 것도
그렇고. 잘 보일려고 그랬던 게 근본적인 문제인 것 같은데, 그러니까 약간
감추고 그러는 게 많았던 것 같애요.
  상28: 어떤 얘기를 하다가 내 약점이나 그런 것들이 나올까봐 관두고, 삼가는,
좋은 면만 주로 보여주고.
  내29: 예. 그러고. 친한 애들하고만 더 얘기하고 뭐 옆에 앉아 있어도 그래도
나랑 얘기를 많이 했던 얘하고 더 얘기를 하게 되요. 그런 것을 부담으로 느꼈던
것 같애요. 그런 것도 있었던 것 같애요. 내가 모르니까 그 사람들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 얘기를 하고 뭐. 그리고 얘기를 많이 해보지도 않았는데. 아, 나에 대해서
잘못 생각할 수도 있고.
  상29: 그런 것들이 걱정이 되죠. 지금은 자연스럽게 xx가 얘기할 수 있어요?
  내30: 예. 인제는 별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해요. 어제도 별로 친한 애들이
아닌데 그냥 했어요. 몇 명 안 듣는데 얘기를 많이 했거든요. 그래서 아 그렇게
의식하고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상30: 그러니까 나 보여주기 연습을 하고 있는 중이구나. 가끔씩 드러 내놓기.
  내31: 예. 좀더 솔직해진다고 그럴까요?
  상31: 그래요. 그런 변화가 좀 필요할 것 같아요. 저번에 우리 집단상담
하면서도 xx는 거의 앉아서 듣기만 했잖아요. 억지로 시키면 말을 했지만, 또
xx가 얘기하는 것은 깊이 있는 얘기였는데... 그러니까 그런 식으로 자신을
노출해도 되는데 잘 안하더라구요. 그런 것들이 좀 변화되야 할 점이라고 생각이
되네요... 약점 잡힐까봐 그러나...?
  내32: 예. 그래서 생각을 많이 해요.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그리고 제가 좀
변화가 심해요. 즐거울 때 말을 많이 하고 그래서 어떤 때 실수를 할 때가
있잖아요. 아, 그 실수 때문에 오히려 말을 안하게 되는 경우도 있어요.
  상32: 실수할까봐.
  내33: 예.
  상33: 약점 잡히고 혹은 자기노출을 안하고 이런 것들이 말이예요. 이런 생각이
나는데, 즉 xx가 부모들 기대대로 행동해 왔잖아요. 그런 거하고 연결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다른 사람의 기대대로 행동하려니까, 엄마 아버지는 집에서 웃고
명랑하고 일 잘하고, 이런 것들을 원하는데 그런데 실제 마음은 갈등도 있고
이렇단 말이에요. 그것 다 감추어 둬 버릇하니까. 해봐야 이해받지도 못하고 괜히
그런 것 가지고 신경질내 봐야 욕이나 먹고 그런 것들이 좀 반영된 게 아닌가
싶으네요.
  내34: 예.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도 싫다는 얘기를 별로 안했던 것 같애요. 싫은
데에도 속으로만 그러고 표현을 안하고... 그리고 지금 생각나는데, 선생님이, 제
바로 밑에 동생이랑 비교를 많이 했어요. 엄마가, 그러니까 동생이 화가
나잖아요. 그래서 지금도 좀 그러는데 그러니까 오히려 더 그렇게 되버렸는지도
몰라요. 쟤는 안 그러는데 너는 왜 그러느냐 이런 식으로...
  상34: 그러니까 xx가 동생한테 모범이었구나.
  내35: 그러니까 싫어하는 것을 보니까, 엄마가 그러는 것을. 내가 더 그런
쪽으로 안했던 것 같애요. 사실 나도 똑같은 욕구가 있고 그랬는데도. 바로 밑에
동생이 옷 투정을 잘해요. 그런데 사실 누구나 그럴 수 있잖아요. 하지만 저는
그런 말을 별로 안했어요. 그래서 제가 대학교 오고 나서 마음놓고 옷 사달란
말을 못했어요. 지금도 그렇고... 그러니까 집 사정도 생각했고, 그런데 맨날
집에 가면 엄마가 그런 얘길 해요. 동생이 공부 안하고 옷만 사달란다고...
  상35: 그렇지. 그게 바로. 그런 갈등하고 연결이 되겠네요. xx가 전에 그 왜
세련된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세련된 것. 뭔가 다른 것 같고. 그런데 나는
그러면 안 될 것 같고. 그런 욕구가 갈등상태라 그랬잖아요. 그리고 집에서 그런
옷 입고 가면 집에서 저건 대학생이 뭐냐 할 것 같다고 했고, 대학생이 되어서
그게 뭐냐는, 동생하고 비교하면서, 나한테 그 밑바닥에 세련되고 싶고 이쁜 것
입고 싶은 그 욕망들을 가리는.
  내36: 예. 그래서 내가 직장을 다녀서 내가 벌 수 있을 때 그런 걸 다
추구하겠다. 이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상36: 참. 이, 삼, 사학년이 예쁠 때예요, 제일. 그리고 예쁘게 입고 싶고
이것저것 해보고 싶고, 화장도 해보고 싶고, 그런 욕구가 굉장히 많을 때예요.
그런데 누구나 자기 욕구만큼 다 실현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욕망 자체를
부정하기 시작하면은 해결점이 없지요. 앞으로 내가 벌어도 못 살 수도 있고.
내가 나를 위해서 쓰겠다는 생각이 있지 않으면은 있어도 못 써요. 또 어떤 때는
너무 그게 맺혀 있으면은 안 써도 될 것 같은 데 지나치게 쓰는 사람도 있고,
보상하는 거지요. 벌기 시작하니까.
  내37: 그러니까 저는 저를 위해서 하는 일이... 별로 못하는 것 같애요. 그러면
잘못된 거 같다고 생각했던 거 같애요. 그러니까 예를 들면 집에서 보내주는
용돈을 써야만 하는 그 상황, 뭐, 책을 산다거나 그렇게 생각했어요.
  상37: 응. 그러니까 부모가 싫어하지 않는 것들에만 써야 한다고 생각했겠다.
  내38: 예. 하지만 저도 이젠 사실 쓸 데가 무척 많잖아요... 하지만 그래도
어떤 면에서는 어른들이 볼 때는 노는 데 쓰는 거죠, 대부분이. 그런데 저는 집에
가서 학교 얘기 안하는데 이해를 해주실지가 의문이에요. 그러니까 모르니까.
예를 들어서, 축제라는 말은 들어봤지만 축제가 어떤 거고.
  상38: 그걸 대학생 녀석들이 왜 하는질 모를 거고.
  내39: 그리고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모르시죠. 그리고 뭐 집에 와 있으면 공부는
안하고 뭐 그런다느니. 그러니까 아예 안하는 거죠. 결국 싫어하시는 일은 많이
못하는 거죠.
  상39: 응. 결국은 현실적인 문제하고 부딪치겠다. 부모는 이해를 못할거고
그러나 내 생활은 그게 아니고 그러면 무조건 못하는 게 아니고 이것은
해봤자이니까 이런 얘기를 하지 말고. 하지만 그런 것도 필요할 것 같으네요.
가서 축제기간인데 축제는 뭘 위해서 하는 거고 그렇게들 대학에선 해요. 이
소리를 해줘도 되는데...
  내40: 예. 그런데 저는 아예 안했던 것 같애요. 그러니까 그 이해범위안에 있는
거만 조금 말씀드리고, 그러니까 이제 집에 가서 학교에서 있었던 일, 저는 그냥
그 속에로 들어가는 거예요. 그러니까 제 생활을 가지고 들어가는 게 아니라 집에
가면 그 집안 일에서만 제가 관심을 갖고 오는 건 아니고 주는 쪽만 하는 거죠.
  상40: 응 집에 가선 그 점을 좀 바꿔야 할 것 같은데...
  내41: 예. 그래서 거의 제가 그래도 둘째고 그러니까 크면서부터 얘기할 사람이
없었던 거예요. 그런데 인제 동생이 고등학생이 되고 그러니까 좀 얘기하게 되요.
집에 가면 걔 얘기도 듣고, 얘기도 해주고 그러거든요. 저 혼자 생각하고 그런
버릇이 들었었던 것 같애요.
  상41: 응, 그러니까 자기 노출의 버릇을 안했으니까. 실제로 그 상황이 되어도
무슨 얘기를 어디까지 얘기해야 되는지 모르지요.
  내42: 예. 그리고 두려워요.
  상42: 두렵지요. 두렵다는 것은 내 약점 같은 것을 보여가지고 나를 싫어하면
어떻게 되나. 실수하면 어떡하나. 그런 두려움이겠지요. 그래도 오늘 한 얘기
중에 xx가 그래도 전혀 모르는 사람들하고 완전히 얘기를 안하고 그런 데서부터
변하는 자기 모습을 얘기하니까 희망이 보여서 참 좋으네요.
  내43: 아. 그랬는데요. 그런데 저는 다시... 어제나 오늘 같은 경우에 또
피하고 싶어요, 사람들을. 아는 사람이 지나가도 모르는 척 지나가고 싶고. 그
사이, 상담오기 전하고 똑같은 상태가 되었어요. 그러니까 그 사이에서는 상담할
때는 의식을 못했었거든요. 그냥 가다 보면 인사하면 되지 이렇게 생각했는데.
또 불편하고 그러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지나가게 되고 만나지 말았으면 하고.
그런 생각이 들어요.
  상43: 모르는 체하고 싶으면 모른 체하지 뭐. 이제 xx가 모른 체하더라도 모른
체하고 싶더라도, 대하면 대하기 불편해서 어떡하나, 안 만났으면, 하지를 말고,
상투적인 말이라도 말 건네야 되고.
  내44: 이젠. 그러면 안 그래야 될 일을 그러는 것 같애요. 그리고.
  상44: 안 그래야 될 일이라니요?
  내45: 그래도 남들같은 경우라든가 그런 것도 있고.
  상45: 아. 지나가다가 누구를 만나도 반갑다는 표시를 해주어야 된다고
생각하니까요. 만났구나 표시만 해주면 안 될까요?
  내46: 저는 안 그랬어요. 그래서 만나면 멈춰서서 몇 마디라도 얘기해야 되고,
그냥 지나가면 반기지 않는 것 같고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상46: 응. 그러니까 사람 대하는 게 부담스럽다고... 왜 반겨야 돼요? 그냥
지나가면서 쓱 한 번 웃으면 되잖아요, 여러 말 안하고.
  내47: 그래도 몇 번 만나고 그랬는데.
  상47: 응. 그러니까 xx는 그래도 친하고 그랬으니까. 잊어버리지 않게,
찾아가고 그래야 한다. 그리고 내가 이렇게 생각하니까 저도 이래야 되고 내가
가고 했으면 저도 한 번쯤 와야 되고. 그런데 안 그렇거든요. 내가 가고 싶으면
가는 거고, 안 가고 싶으면 안 가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에 상처를 xx처럼
받지 않아요. 지나가는 애들한테 '수업 가니' '잘 가' 이래도 되거든. 그런데
어떻게 지내?하고 물어봐 줘야 될 것 같은 기분이군요. 몇 마디라도 상대편의
안부를.
  내48: 예. 매일 보거나. 이해해줄 친구는 안 그러는데. 그렇게 나를 잘 모르고
그런 사람한테 더.
  상48: 이해 못해줄 사람한테 그렇게 환대할 필요 뭐 있어요? 섭섭하면 어떻고.
  상49: 이젠 조금 나아진 것 같애요.
  상49: xx뿐 아니라 누구든지 불편할거야. 부담스럽고 반갑지 않은데, 반가운
척해야 되니까. 반갑지 않을 때 일부러 반갑지 않은 척해야 할 필요는 없지만,
반가운 척할 필요도 없지 않을까요. 가다가 친한 친구 만났는데 '어머 얘' 할
수도 있지만 반갑지 않은데 뭐 하러 반가운 척하지? 아무리 많아도 xx가 아무도
없다고 느껴지는 것처럼 그 양이 문제가 아니라 늘 가까이 할 수 있는 사람 한두
명만 있으면 되는 것 아니야. 자 이제부터 필요 없는 사람 버리기다.
  내50: 잘 될지 모르겠지만. 그러니까 마음 속에서 걔로 인해서 부담감을 갖지
말고.
  상50: 걔한테 잘 해줘야겠다는 생각을 버리는 거지. 그냥 그 상황이 되어서
해주게 되면 해주는 거지. 내가 일부러 너를 특별히 생각하고 있다는 표현을 하는
거, 그런 점에서 버린다는 거야. 또 내가 사랑 받아야 할 사람 명단에서 빼버리는
거야. 걔한테는 사랑 안받아도 돼. 걔한테는 잘해주지 않아도 돼. 못해주는
것하고 잘해주지 않는 것하곤 다르지. 못해줄 필요는 없어. 그리고 잘해줄 필요도
없다. 반갑지 않는 사람 다 버리기야. 길거리에서 만날 때 반가운 척할 필요
없기다. 딱 한마디만 하기야. 보통 사람들한테.
  내51: 한마디요.
  상51: 잘 지내?하고 그냥 지나가기야. 오래 얘기하기 없어요.
  (뒷부분 생략)

  (5회: 19xx. 10. 18)
  편안하게 지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친구들과 함께 있는데 소외감 느낀
일이 없었다. 함께 레포트(학습보고서)로 낼 슬라이드 만드느라 우리집에 왔는데
내가 말을 안하고 있어 불편했다. 뭔가 말을 해야할 것 같은 기분도 있었는데,
내가 말을 하면 이야기가 잘 되지 않았다. 나를 대상으로 이야기가 되지 않으니까
그랬던 것 같다. 경쟁심이 강하게 느껴진 친구가 결혼 얘기를 했는데 관심을 갖고
싶지가 않았다. 그 친구가 너무 독선적이고 그러니까 내 얘기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기분이 있다. 괜히 우리집으로 오라고 그랬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애들은
슬라이드 만들고 나는 저녁도 해줬는데 손해나는 기분도 든다. 커피랑 가스가
떨어져서 사러 나갔다가 돈도 없고 애들도 배가 부른데, 애들을 위해서 과자를
사고 있었다. 결국 사긴 샀는데 '걔네들 좋아하겠지' 했는데 하나도 안 먹었다.
애들은 설거지도 안하고 그냥 가버려서 너무 속이 상했다. 상담 후에 기분이
좋다. 침묵하는 자세가 어색하다. 남들 위해서 해주는 경우가 많다. 쓸데 없는
말을 하고 나서 후회를 많이 한다. 나는 혼자 있는 것을 불안해 하는 것 같다.
혼자 있을 때 누구라도 들러주면 기분이 좋다. 혼자 있을 때 오히려 더 소외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생각을 하다 보면, 너무 불합리한 생각으로 넘어가서 그런
생각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아직까지도 내 생활에 지장이 있을 만큼 남을 먼저
생각하고, 기분도 나쁜 것 아니면 좋은 것이다. 너무 쉽게 기분이 나쁜 것 같다.
남들하고 같이 있는데 아무 것도 안해주면 안 될 것 같다.

  (6회: 19xx. 10. 26)
  혼자 있었던 시간이 많았다. 의식을 안하면 무의식적으로 또 남을 위해서
행동을 하고 있다. 예전 상태로 돌아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어제
모임이 있었는데 내가 얘기하려고 하는 것을 자제하였다. 꼭 해야 될 때
말하였다. 하지만 말 안하고 있는 게 아직은 불편하고, 이야기하고 있는 사람에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될 때도 불편하다. 수업시간에 질문을 받으면 말을
못한다. 확실하지 않으면 안하는 게 낫다. 도서실에서 공부하다가 써클 선배와
같이 나왔다. 집 앞에 지나면서 이따 들를지도 몰라 그랬는데, 내가 기다린 것
같다. 기다리면서 누구라도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나. 혼자 있는
시간을 잘 지내야 되겠다 하는 생각은 했었는데, 아직까지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혼자 있으면 책 읽거나, 그냥 누워 있거나, 청소한다. 책도 재미
있어서가 아니라 대부분 읽어야 하거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읽는다. 즐기는 것
자체가 유익하다는 것을 몰랐던 것 같다. 이익이 되고 실질적인 것만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부모님들도 착실한 것을 원하셨다. 그리고 남의 도움 받으면
쉽게 될 일을 혼자 다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남에게 귀찮게 하면 나를 싫어할
것만 같다. 사람들을 너무 의식하면서 사는 것 같다. 남들은 나를 착하고
잘해준다고 하지만, 나 자신은 내가 위선자이고 솔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얼마전 별로 안 친한 친구에게 인사 안하고 지나갔다. 마음 속으로 멀어졌다고
생각했는데도 전혀 아쉬움이 안 생겼다.

  (7회: 19xx. 11. 2)
  느낌을 다른 사람에게 정직하게 표현하려고 애쓴다. 그 전에는 내 기분이
어떤지조차 몰랐는데, 요즈음은 기분이 어떤지, 왜 그런가를 생각하려고 한다.
상담을 시작하고 나서는 남들이 하는 말이 잘 들어온다. 어제 써클 선배가 늦게
왔다고 얘기하는데 말투며, 내용이 인신공격 같아서 기분이 나빴다. 기분이
나빴는데 가만히 있었다. 근데 왜 기분이 나쁜지 알게 되니까, 그냥 있을 수
있었다. 그 말투가 언짢다고 얘기하고 싶었지만, 너무 공개석상이라 다음 기회로
미루었다. 요번 주에 용돈 때문에 집에 갈 거다. 아직도 부모님께 내가 필요한
만큼 달라고 얘기를 못한다. 더 달라고 하면 어디에 그렇게 쓰느냐 물을 것
같다. 내게는 아껴쓰지 않는다라는 얘기로 들리기도 한다.
  (용돈 달라는 말을 어떻게 할 것인지 역할연습)

  (8회: 19xx. 11. 9)
  용돈을 탔기는 탔는데 연습한 대로 말은 못했다. 얼마 줄까 하시기에 원하는
액수를 말씀드렸다. 예전 같으면 주시는 만큼만 받았을 것이다. 엄마는 액수만
궁금하지 어디에 쓰는지 설명할 여유를 주지는 않는다. 그 전까지는 날 믿기보다
관심이 없어서라고 생각했었다. 엄마가 부모로서의 자질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부모들과 대화가 거의 없는 환경에서 자라서 그렇다. 외할아버지, 할머니가
엄마가 국교 2년 때쯤 모두 돌아가셔서 그런지 부모의 역할이 무언지 잘 모르는
것 같다. 지금은 나와서 생활하니까 서로 신경써 주려고 그런다. 고교 때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불평도 하고 그랬다. 그러면 엄마는 막 화를 내셨다.
  초경이 고교 때로 늦었다. 그런데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엄마는 생각하셨다.
나는 심각하게 생각했었다. 육체에 대한 컴플렉스(열등감)가 많다. 국교 때부터
중학교까지 허리가 아팠다. 어느 순간부터 다 나았다. 고등학교 때는 내 신체에
대한 컴플렉스가 많이 작용해서, 누가 내게 등이 굽었다, 이렇게 얘기하면, 너무
당황스러웠다. 초경 후도 월경이 불규칙해 결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지금은 나아졌다. 엄마와 한번 부딪친 이후로는 엄마에게 얘기 잘 안한다. 대학교
때 이성관계의 성공경험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 사람들이 내 곁을 떠나가지
않도록 여지를 주는 것 같다. 상대방이 친구 이상의 반응을 보이면, 그
다음부터는 모른 척한다. 깊은 관계가 되는 게 두렵다. 친해졌다가 떠나갈까봐
두려워진다. 무언가 부족한 느낌, 아직까지도 내가 모르는 감정들이 많은 것
같다.

  (9회: 19xx. 11. 23)
  군대간 남자친구가 휴가 나왔다. 시험 기간인데 같이 놀고 싶기도 하고 마음의
안정이 안 된다. 같이 여행하고 싶었는데 내가 시험이라서 다음에 가자고 그
친구가 그랬다. 같이 가고 싶었는데 못가게 되어 섭섭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시험땐데 부담이 줄기도 하였다. 그 친구가 시험 때라 할 게 많으냐 그러면 없다
그런다. 할 게 많다 그러면 상대편이 불안해 할 것 같다. 불안해 하는 것도 싫고
나를 집에 일찍 들여보내는 것도 싫다. 그냥 조금 있다 하지 그런 기분이 들어
만나자고 할 때 만난다. 둘이 같이 있으면 심심해 하면서 여러 사람 같이 있으면
재미있어 해서 섭섭했다. 이런 얘기를 직접 하지는 못하고 그냥 화만 내고 만다.
아직도 솔직하게 자기 의견을 표현하는 것이 참 힘든 것 같다. 나는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면서 행동하는데 그 친구는 자신이 어떻게 하나를 먼저 생각하고
행동해서 나와 같지 않은 것이 불만이다.

  (10회: 19xx. 12. 9)
  상담 테이프(녹음)를 들으니까 내 자신이 안쓰럽게 생각이 되었다. 객관적으로
다시 들으니까 나 자신이 그런 약한 면이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흘려
버리는 점들을 선생님이 지적해 주시는 것 같다. 친한 친구가 남자친구랑 같이
노느라고 토플(TOEFL) 시간에 안 들어왔다. 그 친구를 뺏기는 게 싫은 것 같다.
내가 남자친구 만날 때도 그 친구처럼 할텐데 남이 남자친구 만나면서 나를
섭섭하게 하는 게 싫다. 마음을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혼자 많이
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11회: 19xx. 12. 14)
  토플을 듣느라 늦게 왔다. 시간이 겹치는 줄 모르고 상담 약속을 했다. 토플은
계속하는 거니까 한 번쯤 빠져도 된다고 생각했다. 선생님을 불편하게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남자친구가 예전 여자친구 이야기를 하면서, 휴가
나와서 얼마 전에 만났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듣는 순간 기분이 나빠 신경을 내고
왔다. 다음 날 그 이야기 듣고 속이 상했다. 내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그렇게
생각할 줄 몰랐다고 하였다. 오히려 서로가 감정을 잘 전달할 계기가 되었다.

  (12회: 19xx. 12. 26. 종결)
  상1: 요즘 어떻게 지내요?
  내1: 기분이 묘해요. 특별한 일이 없으면서도 크게 즐겁지도 않고. 집에만 있고
싶고. 어디가도 흥미가 없어요.
  상2: 친구들과 같이 다니는 게 힘들었어요?
  내2: 그냥 순간인 것 같아요. 잠깐 그랬다가... 그냥 힘없이 지냈어요.
  상3: 혹시 이전에는 xx가 남들에게 받는 관심이 참 중요했는데, 이제는 그게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게 되니까 그런 거 아닐가.
  내3: 글쎄요. 그렇게 연결짓진 않았는데... 남들에게 무관심해지긴 했어요.
그냥 집에서 혼자 있는 게 편안하고 그래요. 어제 친구가 와서 같이 잤는데요.
걔랑 같이 얘기하고...
  상4: 친구가 오는 게 방해가 되진 않았어요? (네) 때로는 xx가 해야지 할 때
찾아오면 방해가 될 때도 있을 것 아니야. 그런 때 어떡하지?
  내4: 그럴 때는 대개 내가 할 일을 미뤘던 것 같아요.
  상5: 온 사람을 어떻게 못하고... 시큰둥 했겠다.
  내5: 그러기도 하고 (5초) 그냥 반가운 척하고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상6: (15초) 지금 무슨 생각해요?
  내6: 아무 생각도... 손에 잡히질 않아요. 혼자 머리 속으로만 이거 할까, 저거
할까만 하고... 이제 4학년이니까 논문도 써야 하는데.
  상7: 이전보다는 xx가 안정되어 보이는데요.
  내7: 좀 틀린 것 같아요. 생활하는 것도, 생각도 많이 바뀐 것 같고. 그전에는
많은 불안 속에서 살았던 것 같아요. 생활 속의 작은 일, 친구들, 요즈음 그런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노력해서 그런지 편하게 사는 것 같아요.
  상8: 처음 상담 시작할 때는 사람들하고의 갈등, 사람들 사이에서 느끼는
소외감. 잘 안해주면 화가 나고, 사람들에게 잘하려고 그러고, 그런 것들이
주제들이었는데, 이제 대충 해결방안들을 우리가 찾아가면서 자신을 통찰할 수
있는 능력은 생긴 것 같아요. 어떻게 생각해요?
  내8: 네. 크게 변한 것 같지는 않은데... 모르는 사람이나 많은 사람들
틈에서는 아직도 불안해요. 근데 많이 나아졌어요. 예전에는 써클문 열고
들어가는 것도 많이 망설였는데 지금은 그냥 들어가면 다들 자기 일하고 있고...
그리고 모르는 사람에 대한 두려움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고.
불안하다고 안 만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것들이 제게 많은 열등감을
주고 그것 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아요. 남들에게 제가 못나 보이지 않나, 가정
생활이나 그런 것들이 걸렸었는데, 그렇게 큰 자신감은 아니지만 이젠 남하고
다를 것도 없고, 못난 것도 없고 그렇단 생각이 들어요. 누구나 집안은
비슷할텐데 유독 열등감을 느꼈던 것 같아요.
  상9: 집안이라니... 어떤 것들을 이야기하는 건가요?
  내9: 형편도 어렵고, 부모님의 학력도 신경쓰이고... 대학 와서 보니까 모두
학벌, 집안이 좋으니까 신경이 많이 쓰였던 것 같아요. 아버지는 그래도 괜찮은데
어머니가 더 그랬던 것 같아요.
  상10: 한 번 과장을 해서 집안의 나쁜 점을 극대화시켜 보자. 돈도 없고...
  내10: 그렇게 없는 것도 아닌데.
  상11: xx이는 아주 풍족한 집안. 겉도 번듯하고 그런 집안을 원하잖아요?
  내11: 네. 우리 지방에선 아주 못사는 것도 아닌데... 그러니까 현실과 제
바라는 것과는 아주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상12: 직업도 변변치 못하고. 엄마는 또 많이 배우지도 못하고. 하지만 사람
사는 게 다 그런데 말이야.
  내12: 그래서 이제는 그렇지 않은 경우를 많이 보려고 그래요. 집안이 그렇고,
그거를 남한테 보인다는 게 되게 싫은 것 같아요. 그런데 이제는 우리보다 못사는
사람도 그냥 무난히 잘 살아가는 것 같아요. 나도 꼭 남한테 보이는 걸 두려워 할
필요가 없는 것 같아요. 오빠만 해도 친구들도 집에 데리고 오고... 나만 그렇게
생각하나 보다 싶고 너무 과민하게 받아들인다 싶어요. 하지만... 속시원히
해결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상13: 그럼, 시간이 많이 걸리지.
  내13: 저는 피하려고만 노력했던 것 같아요. 요번에 집에 가서도 많이
느꼈어요. 엄마 봐도 마음에 안 드는데 동생하고 저를 비교해 봤어요. 근데
오히려 동생은 엄마에게 그랬으면 좋겠다를 솔직하게 얘기하고, 저는 피하려고만
한 것 같아요. 그 전에는 동생이 반항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요번에는 오히려
동생이 솔직하다 생각했어요.
  상14: 어떤 점이 마음에 안 들어요, 엄마의?
  내14: (3초) 글쎄요... 신경질을 많이 내셨어요. 그래서 상대방도 기분 나쁘게.
하느라고 하는데도 짜증을 내며 말씀하세요. 나같으면 안 그럴 것 같은데...
요번에 가서는 조용히 있었어요, 제가.
  상15: 아까 집안에서 동생이 오히려 솔직한 편이었다. 그런 걸 많이 느꼈다고
그랬는데, 그러면서 역으로 나는 피하기만 하는 사람이다. 불만을 느껴도 말을
못하고, 말을 못하면 불만을 느끼지 말든지.
  내15: (6초) 저는 참 엄마에 대해서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아요. 그러지
않아도 못 배우고 그랬는데 엄마가 자존심 상할까 하는 의식이 있으니까. 인제
 TV를 봐도 그래요. 이해를 못하시잖아요. 화면이 바뀌었는데도 이게 이거지
이러시니까 짜증이 나요. 그러면 저는 차근차근 말씀드리려고 노력을 해요.
이해를 못하시니까... 근데 동생 같은 경우는 아유, 그것도 모르냐는 듯이 얘기를
하거든요. 동생이 좀 그런 식으로 얘기를 하죠, 솔직하게. 저는 그냥 자제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기분 상하지 않게 하도록.
  상16: 참, 엄마한테 불만이 많으면서도 엄마를 많이 생각해 주는 맏 딸이군요.
엄마가 얼마나 자존심 상하겠어.
  내16: 그럴 것 같아요. 다 그러니까 식구들이. 인제 요새는 아버지도 장난을
잘 하세요. 니네 엄만 그렇단다 하면서. 그럴 때 혼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고
그러니까.
  상17: (5초) xx자신이 엄마하고 그만큼 동일시 하니까 배운 것도 없고, 하는
행동이 못 배운 티가 나고 그런 것이 속상하고 그렇지요 (네) 그냥, 엄마는
엄마일 뿐이고, 못 배운 세대일테고 그럴텐데... 그렇다면 내가 부끄러워 할 일은
아니지. 남들한테 안 보여줘야 될 나의 치부가 아니라고. 근데 엄마가 부끄럽다는
얘기는 xx이가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내17: 네. 거의 그러다시피 한 거죠. 모든 것을 다. 저와 연관이 된 거죠. 모두
그렇게 생각했던 거 같아요. (3초) 많이 부끄러워 했던 거 같아요. 엄마에
대해서도 다 알면은 오히려 나를 과소평가할것 같은 그런... 그래서 더 얘길
안했던 것 같아요. 우리 집안 얘기나... 고향이나 이런 거 물으면 하기 싫고.
  상18: 이젠 괜찮아요?
  내18: 네. 이제는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어요.
  상19: 좋은 이야기를 해주었어요. (12초) 이제는 우리가 쭉 해온 얘기들을
정리해 봐야 할 것 같아요. xx생각은 어때요?
  내19: 제가 가지고 있는 문제는 충분히 얘기가 되고 골자 같은 건 얘기가
됐다고 생각하고요. 부수적인 것은 그 문제에서 파생된 거니까... 제가 좀더 제
자신에 대해서 관찰하면 많이 변화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상20: 그 동안 우리가 했던 것도 처음의 대인관계 불편이라든가, 아까 얘기한
그런 것들은 대충 정리가 된 것 같고, 그리고 집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어떠어떠한
것들이 부끄러워서 숨기고 싶었다 등이 잘 정리가 된 것 같아요. 그러고 그 동안
우리가 주욱 작업해 온 것들, 예를 들면, 남한테 쓸데 없이 챙겨주지 않기라든가.
미리 알아서 뭐 어떻게 해주지 않기, 이런 것들은 조금 해결이 되어 가는 것
같아요.
  내20: 네. 부담이 없어졌어요. 마음의 부담이 참 많이 없어진 것 같아요.
  상21: 이제 대충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는 건 이 정도면 되지 않을까 싶은데
xx 마음은 어때요?
  내21: 네.
  상22: 더 뭔가 있는 듯하고 섭섭하진 않아요?
  내22: 아니요. 그렇지 않아요. 근데 일주일마다 선생님 뵙고 속시원히 이야길
하면 일주일은 뭔가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그래도 이 시간만은 정기적이니까
자극적인 것도 되고 그랬어요.
  상23: 내가 갑자기 xx를 떼어 버리는 기분은 아니에요?
  내23: 아니, 저도 그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얘기하면서 거의 얘기가 다
된 것 같다,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선생님이 정리하는 느낌도 들고요. 저도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근데 다 지나가고 나니까 별 고민거리가 아닌 것
같아요. 저한테는 큰 거였는데 선생님한테는 시시한 얘기일 수도 있었겠다
싶고요.
  상24: 사람 사는 게 다 그렇지요. 그리고, 지나고 보니까 별게 아니지만 앓고
있을 때는 얼마나 고통스러워요.
  내24: 네. 상담 시작하기 전에는 참 어두웠던 것 같아요. 이제는 안에 담고
있기보다는 밖으로 폭발을 시키려고 그래요.
  상25: 그 작업은 한참 해야 할 작업이네요. 그러면 다음 학기부터는 한달에
한 번 정도씩 만나는 거로 합시다.

  6. 상담자의 총평
  상담 초기에는 주로 가족 내에서 생활해 온 방식과 현재 대인관계에서 행동하는
방식이 유사하다는 점을 관련지어가며 상담이 진행되었다. 즉, 어머니로부터
원하는 만큼 관심을 받지 못했다는 갈등이,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전이되고 있음을
통찰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그리고 중, 종반으로 진행되면서는 그 불안으로
인하여 나타나는 비주장적 행동에 대하여 적절한 주장행동을
모델링(예시)함으로써 실제 행동상의 변화가 일어나도록 이끌어 갔다.
  이 내담자는 대학생이었으므로 신체발달 상태라든가 학업문제는 성장과정의
일부로 탐색하는 데 그치고 현재 겪고 있는 생활상의 대인관계 문제를 주제로
상담을 진행하였다. 이 내담자는 대학생으로서 상담과 근접한 분야의 학과를
전공하고 있고 자신에 대해 깊이 탐색하는 성격 유형이었다. 이전 상담내용을
깊이 반추하고 그와 관련하여 이후 상담의 주제를 착실히 준비하는 편이었으므로
상담에 빠른 진전이 있었고, 상담자로서는 단기 정신분석적 기법을 적용하기에
적절한 내담자였다.
  이후 이 내담자는 대인관계에서의 불편함이 훨씬 감소된 상태가 유지되었고,
학업에 보다 전념하여 대학원에 진학하여 전문직으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사례 8)을 읽고
  이 내담자는 친구를 만나는 것이 두렵고 불편하다는 점을 호소하였고 상담자는
그 이유를 가족과의 (특히 어머니와의) 감정이 다른 인간관계로 전이된 것으로
보았다(상담계획, 3회 (상42), 4회 (상33) 등 참조). 상담과정 전체를 읽어 보면,
상담자의 이러한 가설은 이 내담자에게 적절하였으며, 상담과정이 무난하게
진행되도록 훌륭한 길잡이의 역할을 해준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마치 합리적
정서치료(RET)의 축어록을 보는 것 같은 인지적 접근(3회 (상29)~(상36))과
역할연습(7회 요약) 등의 기법을 적절한 시점에 활용한 것이 상담목표달성에
유익하였으리라고 본다. 즉 정신역동적인 접근과 인지적 - 행동적 접근이 각각
씨줄과 날줄이 되어 상담과정을 잘 이끌어 갔다고 할 수 있겠다.
  이 상담은 12회로 종결되었다. 종결의 제의를 상담자가 먼저
하였고((상19, 21)) 내담자도 자신의 문제가 상당히 정리되었음을
말하면서((내19, 20, 23)) 그 제의에 동의하였다. 그런데 종결에 관한 논의가
시작된 바로 그 회기에 종결 결정이 이루어진 것은 조금 급하다는 느낌이 든다.
가능하면 내담자가 상담과정을 충분히 반추하고 앞으로의 생활계획을 구체적으로
짜보고 그것을 상담자와 나눌 수 있도록 종결을 한 주 정도 더 미루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1991. 9. x대 상담 전공생)

  (사례 8)에서의 연구 문제
  1. 이 사례에서 상담자는 내담자의 '대인관계에서의 불편감의 해소'를 목표로
정신역동적인 단기상담으로 접근하려 하고 있다. 즉, 내담자가 느끼는
대인관계에서의 거부불안의 원인을 가족관계(특히 어머니와의)의 경험에서
탐색하고자 했다.
  이러한 접근이 상담자의 주관적 판단과 취향에 의한 것으로 수긍하더라도, 이
내담자의 문제해결에 어느 정도로 도움을 주고 있는가?
  2. '단기' 상담이라고 하지만 12회라는 면접시간의 양에 비해서 면접의 질은
다소 비생산적인 내용으로 점철되고 있다는 면에서 보면, 차라리 이 내담자에게
자기주장훈련이나 대인관계 중심의 집단상담을 권유했어야 하지 않을까?
  3. 3회 면접의 (상33, 34, 35, 36)은 치료적 개입으로서 어떤 의미가 있는가?
그리고 (내37)에서의 침묵은 어떤 성격의 심리적 반응인가?
  4. 3회 종결부문에서 "편하게 될 것"이라는 식의 안심과 지지적 반응을
상담자와 내담자간의 촉진적 관계가 이미 형성되어 있다는 전제에서 이루어진
것인가?
  5. 4회에서 (상22) (상24)처럼 불편한 상대와 '왜 헤어지지 않느냐?'보다
내담자의 불안에 대한 공감적 이해가 더 유익하지 않았는가?
  6. 내담자가 상담과정의 중반인 6회에서 "예전 상태로 돌아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고, 최종 면접인 12회(내12)에서는 "...하지만, 속시원히
해결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 두 내담자 반응들이 상담과정에서
갖는 치료적 의미는 무엇인가? 그리고 이같은 반응들에 대해서 이 사례의
상담자는 어떻게 대처했다고 볼 수 있는가?
  7. 월 1회로 예정된 개학 후의 후속(추수)면접에서는 무엇을 목표로 어떻게
접근해야 할 것인가?

  (사례 9) "인간행동에 관한 생각 등을 정리하고 싶다..."
  1. 내담자에 대한 배경 정보
  (상담. 검사신청서 기재사항)
  (1) 인적사항: 만 19세, 남, 공과대 3년, 지방 중소도시 출신
  조모(86세), 부(54세, 교원, 대졸), 모(50세, 국졸), 큰형(28세, 중졸),
작은형(25세, 대졸, 군인), 내담자, 남동생(19세, 대재)
  (2) 찾아온 목적: 인간의 행동에 대한 생각과 기타 생각들에 대한 정리를
위하여
  (3) 가정에 대한 느낌: 단란하고 조용한 유교적인 가정
  (4) 기타: 안내문을 읽고 찾아왔고, 과거에 상담을 받은 적은 없다고 함
  2. 접수면접 및 상담자 배정
  접수면접: 1986. 4. 18.
  접수 상담자: 신경진
  접수 상담자가 본 문제: 작은 문제를 추상화시켜 매우 깊이 생각함.
  내담자 희망: 40대 이상의 나이 지긋한 상담자를 희망. - 연구소 주례
사례회의(86. 4. 19)서 본 상담자가 사례를 담당키로 합의.
  3. 심리검사 결과(접수면접 후 실시)
  간이정신진단검사(SCL-90-R): 도표생략
  다면적 인성검사(MMPI): 도표생략
  4. 1회 면접시의 내담자 행동 및 인상
  평균 이상의 신장, 남성다운 외모의 인상을 주었고 예의가 바르다고 보았음.
비교적 긴장된 자세로 정좌했고 상담자에게 줄곧 시선을 주면서, 언어표현에는
극히 조심스러워 했다.
  5. 1회 면접의 진행
  마주 앉도록 하고 상담에 관한 안내설명을 한 후 녹음을 하는 것에 대한 양해를
받음. 녹음에 대해서 처음엔 주저했으나 상담자의 설명을 들은 후 소극적으로
동의한 것으로 판단되었다.

  (1회 면접 녹음내용)
  상1: 상담신청서에 '인간의 행동에 대한 생각과 기타 생각들에 대한 정리를
위해서'라고 찾아온 목적을 기입했는 데 지난번 접수면접에서 어느 정도 이야기가
되었는지, 대체로 거기서 충분히 이야기가 안 되었을 거예요.
  내1: 어떤 문제인지 대강 그것만...
  상2: 나로서는 여기 적은 것밖에 모르니까요. 그러니까 나하고 상담하는 동안에
이런 찾아온 목적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야기가 될 것인지...
  내2: 먼저 말씀드릴 게, (여기에) 전주 금요일쯤에 왔었거든요. 근데 그저께
저녁 때쯤에 무슨 생각을 했는데, 그 생각이 어떤 답이 되지 않을까, 그 동안
고민해온 것에 대한.
  상3: 금요일 날 생각을 해봤군, 무엇인지 모르지만. (네?)
  내3: 전부터 생각하던 고민들이 그저께쯤 어떤 생각을 하다가 인제, 거기에
대한 해답이랄까, 됐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지금 이틀밖에 안 지났으니까 지금도
그 생각이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겠는데요. (음) 답이라는 생각이 들기는 하는데.
  상4: 그 금요일까지 생각했던 고민이 무엇이고 금요일 저녁에 답이라고 생각,
정리랄까 한 것이 무엇인지 나한테 알려주어야...
  내4: 아까 교수님이 말씀하셨듯이 어떤 프로그램해 온 것을 이렇게 말씀드리고
그 다음에 교수님이 생각하신 것을 듣고 생각하려고 왔는데요, 대강...
  상5: 난 일종의 상담이 무엇이란 것을 이야기한 것이니까 너무 거기에 구애받지
마세요.
  내5: 그러니까 사랑의 이기적인 그런 거요, 어떤 생각을 한참 하다가 윤리학
책을 읽어 보니까 심리학적 이기주의라고 나왔던데요. 제가 생각했던 그런 것을
(음) 그러니까 대부분의 사람의 행동이 이기적이 아니냐, 그러니까 자기 이익에서
출발, 비롯된 것이 아니냐 하는 생각을 거의 깊이 생각, 그 생각에 빠져 있었다
하는, 그러니까 물론 그 전에는 옛날에는 어떤 다른 사람들에 대한 불만이랄까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이 나쁜 짓을 하는 것을 보고 그렇게 해서 될까. 그렇게
사람이 이기적이어서 될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대학교 1학년 후반이나 그 나
자신도 이기적인 면이 발견되고... 그러니까 인제 제가 이기적이란 것에 대해서
참, 이기적이란 말이 안 좋은 뜻으로 쓰이잖아요. 나 자신을 이기적이라고
생각하니까 기분이 안 좋은 건데요... 그 책에서 그러니까 그런 심리학(?)의
이기주의에 대한 반론을 보고 그런 대강 나름대로 결론 같은 것을 생각해 봤는데
그렇다고 그 반론들이 확실히 틀렸다는 생각이 안 들어요, 제게.
  상6: 가만있자... 구체적으로 말이야 (녹음이 잘 안 들림) 이기적이란 것에
대해서 책에서 무어라고 했다는 일반적인 이야기보다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
  내6: 그럼 남들이 이기적이란 것을 이제는 생각한다든가 고등학교 때부터 어떤
주위에서 법률을 어긴다든가 규칙을 어긴다든가 학교에 대해서요. 그런 것하고 볼
때 느낌이 혹시 있었을 것이구요. 전부터 대학교 입학할 때 선배들이 책을
주었거든요. 교양서적에 대해서 후배들 여러 명이 선배를 찾아갔을 때 선배들이
책을 넣어 놓으면 후배들이 책을 서로 받으려고 하는 그런 걸 볼 때에 좀
지나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구...
  상7: 그러니까 차례를 기다리지 않고.
  내7: 차라리 일단 모아 가지고 나누어 가지면 되지 않을까. 물론 그런 생각이
들면서도 나 자신이 그렇게 달라고 해 가지고 못 가졌기 때문에 그런 생각하게
되는 게 아니냐 그런 생각이 들긴 하던데, 그런데 남들에 대한 그건 이기적이란
건 그런 것들이죠.
  상8: 예. 앞을 다투어 가면서 필요한 것을 먼저 가져 갈려고 하는 모습을 볼
때...
  내8: 그리고 또 학생들 사회에서 어떤 시험에서 부정 같은 것 있잖아요. 그것을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텐데. 그런데 하는 학생들이 있단 말이에요. 그런 걸
볼 때 그것도 좀 그렇고.
  상9: '그것도 좀 그렇다'는 것이 기분이 어떻다는 이야기인가?
  내9: 좋지 않은 거죠.
  상10: 나에게 피해도 줄 수 있는 거고...
  내10: 네, 그러니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그러니까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그런 사람들의 행동이 나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에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또
나쁘게 보지 않는가, (자기 반성을 하는 거겠군) 그런 생각도 들고, 그런데 저
자신에 관한 그런 생각을 해볼 때요, 저 아래 버스에 나이 많은 할아버지가
타셨다고 했을 때 자리를 양보해 드린다고 할 때요, 과연 제가 할아버지를...
할아버지에게 저렇게 보인다는 그런 생각 순수한 감정에서 일어서는가 아니면
어떤 어른에게 어떻게 하라는 교육, 외면화된 그런게 있을 게 아녜요. 근데
양보를 안하고 가만이 있으면 그런 마음과 편하려는 마음과 사이에 갈등이 있지
않아요. 그래서 그걸 피하려고 일어서는지 남의 눈총이 무서워서 일어서는지,
그런 걸 이렇게 자신에게 물어볼 때 어떤 할아버지께서 애처롭게 보이기 때문에
순수한 감정에서 일어섰다라고 자신있게 대답할 수가 없는 것 같애요, 제
자신에게.
  상11: 자기 자신에게? (네) 두 가지가 작용한다는 이야긴가?
  내11: 두 가지가 작용을... 저 실은 물론 순수하게 일어섰다고 대답하고
싶지만은, 그렇게 생각하게 된다고 할지라도 자기 합리화가 아닐까, 그러니까
아예 교육받은 것 때문에 일어선다는 생각은 잊어버리고 순수한 감정에서
일어섰다고 생각하는 합리화가 아닌가 하는 감도 들고.
  상12: 합리화 한다면 어떻다는 건가? 나쁘다는 건가?
  내12: 물론 그 합리화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면.
  상13: 자리를 양보하는 것은 피해를 주는 게...?
  내13: 네, 그것은 사회적으로 좋다고 생각되는 거죠. 사회에 득이 되는 그런
경우라든가, 다른 경우에요. (음) 그러니까 제가 하는 행동에 있어서요, 가령
친구를 만나고 싶어서 전화를 한다. 그렇게 했을 때, 보고 싶어서, 물론 그
친구도 저를 만나고 싶어해요. 그리고 저도 만나고 싶어서 전화를 하는 거고,
그런데 전화를 하는 직접적인 동기랄까 그런 걸 생각해 보면 그 친구가 나를
만나면 기뻐할 것이다라는 생각이 있을 수 있지만 그건 직접적 동기라기보다는
전화를 하게 되는 것은 내가 보고 싶다라는 것 때문이 아닌가. 그 친구는 나에게
있어서 그러니까 나의 보고싶은 것을 해소 시켜 주는 어떤 하나의 심하게 말하면
수단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또 문제인 것 같고.
  상14: 거기서 내가 느끼는 것은 에- 마음이, xx의 생각이 말이지, 자기
반성적이고 섬세하고 도덕적인 면에 대해서 평상시에 많이 생각하는 분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나고, 또 하나는 친구를 만나는 그 이야기 말이죠. 내가 보고 싶어서
만나는 면도 있을 거고 내 수단으로 불러내는 수도 있겠고, 또 상대방도 나를
만났을 때 기뻐하고 하니까 서로 좋다 이거지, 서로 좋으면 되지 않느냐 하는
의문이 생긴다구요. 그것은 꼭 이건 이거고 저건 저거여야 된다는 그런 식의
분류가 필요가 있겠느냐는 의문이 생기는 데 거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둘
다 작용할 수 있는, 상대방을 위해서도 또 나를 위해서도.
  내14: 물론 그런 친구를 만나는 건 괜찮은 걸텐데요. 만나게 되는 자기 마음,
그런 친구 만나도 좋고 두 가지가 작용하기 때문에 어.
  상15: 꼭 한쪽이 되어야 하나?
  내15: 아니에요, 한쪽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이 드는 건 아닌데요. 물론 그
양쪽이 딱 되어 있으면 저 자신에게 좋다고 생각드는 데요. 근데 과연 사람이
그런 존재인가 하는 생각이 아니라면 좀 너무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상16: 사람이 그런 존재인가, 상당히 철학적인 표현을 쓰네... 그러니까 xx는
자신은 이기적인 인간이 되고 싶지 않다는 이런 마음인가?
  내16: 그렇다고 볼 수 있어요. (작은 목소리로)
  상17: 그러니까 남들도 나한테 이기적으로 대하지 말았으면 하는... 내가
이기적이 되고 싶지 않은 사람인데 왜 남들은 이기적이냐 이기적인 것이
부담스럽다. 남들이 이기적으로 노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평상시에 느끼는가?
  내17: 평상시에 많이 느끼는 것은 아닌데, 그러니까 규칙 같은 것을 어긴다든가
할 때 그런 생각을...
  상18: 규칙, 예를 들어서 어떤 규칙?
  내18: 그러니까 시험에서 부정도 있겠고 신호등 같은 걸 어긴다든가.
  상19: 이번의 중간시험... (다 끝났어요) 끝났어? (네) 컨닝하는 친구들을 더러
보았겠군?
  내19: 제 답 쓰느라고 바빠서요.
  상20: xx의 마음이 좋은 면이 있다고 봐, 규칙을 지켜야 되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거나 가능한 너무 이기적이거나 개인적으로 놀지 않는 그런 우리 사회가
앞으로 되어야 하지 않겠어요. 기본적으로 사람은 이기적이고 자기를 위해
살지만, 남에게 부담이나 피해를 주지 않는 정도의 개인주의는 괜찮은데 남에게
피해나 부담을 주는 그런 이기주의는 점점 없어지는 사회가 되어야겠지요. 그러니
xx경우는 참 좋은 생활태도와 관점을 가지고 있는데 주위의 돌아가는 것은 반드시
그렇지 않을테니까 마음의 부담을 느낄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
  내20: 저 자신에게 있어서요. 가령 이런 말 한 것까지도요. 그깐 남의 칭찬을
받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냐는, 그깐 어떤 선행을 함에 있어서 남의 칭찬을
염두에 두지 않느냐는, 그런 것이 오히려 주된 동기가 되지 않느냐, 순수한,
버스에서 자리를 어떻게 하고 그런 거요.
  상21: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내가 이런 짓을 하지 않느냐.
  내21: 그런 걸 생각해 볼 때 뭐, 다른 사람들이나 나나 마찬가지 아니냐
하는...
  상22: 내가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자리를 양보하고 컨닝도 안하고
뒤쳐지더라도 순서를 기다리고 그런 식으로 계속 살아간다면 어떻게 될까?
  내22: 네, 그렇게 되면 손해를, 아주 심하게 보는 경우가 있겠죠. 학생시절에는
뭐 큰 구속 같은 게 있을 수 없잖아요. 그런데 사회에 나간다고 하면 사회엔 많은
악이 존재하고 있잖아요. 규칙에서 벗어난, 융통성이라고 표현하는, 가령 제가
기업체에 들어갔다고 했을 때요. 정부에서 어떤 일을 여러 회사 중에서 그 중 한
곳에 지정하는 경우에요. 그런 경우에 인제 예산 같은 것을 써서 보내면 딱 가장
합당한 쪽을 정부에서 정해 주어야 하잖아요? 실제로 그렇게 한다고 보기엔
어려울 것이고 로비 활동이랄까, 그걸 담당하고 있는 사람을 회사에서 뇌물을
쓴다든지 방법을 강구해서 자기네 회사가 그걸 맡을 수 있도록 하잖아요. 만약
그런 걸 안한다면 그걸 하는 것이 정상적인 일이 못 되잖아요. 그런데 안한다면
회사에 손해될 것이고요. 나 자신도 능력이 없는 사람으로 평가될 것이고.
  상23: 그런데 xx도 현재의 그런 이상적인 원칙주의를 지키다 보면 이기적이
아닌 상황 철학을 지키다 보면 손해를 볼 것이다 하는 걸 예상하는구먼... 또
손해를 보고 싶지는 않다는 마음도 있겠고.
  내23: 그렇죠.
  상24: 손해를 보고 싶지는 않지만, 그러나 이기적이 되고 싶지는 않다...
(고개 끄덕임) 고개를 끄덕이는 것 보니까 내 이야기가...
  내24: 그러니까 그런 것은 앞으로 닥칠 이야긴데요. 지금 거기는 별로 느끼지
못하거든요. 약간, 그 때는 그저 뭐, 선하게 산다고 할까. 선하게 살면서 다른
사람을 같이 선하게 만들기 위해서 노력해야 되느냐, 아니면 그냥 같이
어울린다든가 행동을 한다든가 그런 식으로 대하느냐. 아니면 다 때려 치우고
혼자 숨어 산다든가, 혼자, 세 가지 방법이 있겠는데요. 그건 나중 일이고 그렇게
그것보다는요, 나 자신의 행동에 있어서, 그런 행동이, 나 자신의 현재 행동도요,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가 아니냐, 말의 조리가 없는데...
  상25: 괜찮아, 조리가 없지 않아... 이제 마지막 한 말은 나도 마찬가지 아니냐
그런 뜻이었지?
  내25: 네, 거의.
  상26: 그렇게 하구 지난 금요일 날 얻은 답일 것 같다는 생각이... (네) 그거
뭐였어?
  내26: 친구가 불러낼 때 뭐 나의 이익을 위해서고 자리를 양보하는 것도 내가
불편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그렇게 생각할 게 아니라 그것이 직접적인
분명한 답일지는 모르겠는데요. 그렇게 생각할 때 다만, 저의 양심 같은 게 있을
거 아니예요. 받아 온 교육에서 생겨났다든가 어쨌다고 하는, 그런 것이
있을텐데, 어떤 행동을 함에 있어서 어떤 내적인 갈등이 생긴다면 행동하지
않아야 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그냥 해도 되지 않느냐. 그러니까 버스에서
자리를 양보할 때 아무런 뭐가 느껴지는 것이 없으면 당연한 것이고 괜찮은 게
아니냐. 그러니까 양심에 거리끼지 않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냐, 그런 생각이죠.
  상27: 양심에 거리끼지 않으면...
  내27: 네, 물론 그 양심을 내세워 가지고 인제 모든 걸 합리화시키며 괜찮다고
생각하며 산다고 하면 나중에 가서는 그 양심을 버려버린다면 독선적인 사람이
되겠지만요. 그 양심을 지키며 노력하며 산다면, 양심을 버리지 않는 한 괜찮은
게 아니냐 하는...
  상28: 비록 손해를 보더라도? 손해와 부담을 전혀 받지 않고 양심을 지킬
수는...
  내28: 그건 없겠죠. 현실적으로 딱 손해라는 걸 느낄 수 있으니까요. 그런, 그
그건 나중 일이고, 그러니까 일단요, 행동을 하면서 친구를 불러낼 때, 나의
이익을 위해서 한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러니까 친구가 이용의 수단으로 된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러니까 양심에 비추어 하지 말아야 할 것이고 부담이 없이
자연스럽다면 해야 될 것이 아니냐는...
  상29: 이제 그 해답이라고 한 그 말이 나한테 극히 자연스럽게 들리네... 행동
결정하는 데 자연스런 원칙도 될 수 있을 것 같고... 다시 말하면 분명히 이건
이거고, 저건 저거다는 식으로 묶이기 힘드니까, 조금은 부담스럽더라도, 합리화
같은 생각이 들더라도 하여간 양심을 최대의 원칙으로, 양심에 갈등을 느끼지
않을 때는 어떤 방향의 행동도 괜찮다는, 상당히 자연스럽게 합리적으로
들리는... (침묵 4초) 그러나 어떤 행동은 전혀 부담이 안 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 조금 부담되더라도 그러나 대전제가 큰 갈등이 없는 양심이 가르치는 대로
한다는.
  내29: 친구한테 전화하거나, 자리 양보는 그걸로 충분하다고 보는데요. 거기엔
지금 문제가 있다고 생각이 들지는 않는데요...
  상30: 그럼, 어떤 경우에 문제가 된다고 생각이 되나.
  내30: 그러니까 상담하러 온 것(문제)이 그것이 해결되었다고 할까, 해결됐다고
생각을 했으니까요. 불과 이틀 밖에 안 됐으니까. 인제 어떨지는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해답이라고 생각이 드니까 그랬는데, 아니 나중에요. 그런...
(편안하게 앉으세요) 양심대로 계속 살아 나간다면 손해가는 경우가 많이 있을 거
아니에요. 크게 지금보다 훨씬 크게요. 그렇다면 그럴 경우에도 과연 내가 양심껏
행동할 수 있게 되겠느냐고 생각할 때 그건 어렵겠지요 (음, 그 때 가서
이야기지만은) 네.
  상31: 그 때 가서는 기본적인 양심의 틀은 유지하면서 조금씩 신축성 있게 나갈
수... (양심대로 한다면) 그러니까 양심대로라는 게 문제가 되겠지. 꼭 양심대로
해야 한다는 식으로 '꼭' 자가 붙고 '대로'라고 하게 되면 신축성이 없어지니까
문제가 되겠지. 즉 이거면 이것이고 저것은 저거다라는 식으로 흘러가기 쉽다는
걱정이 나에게 들어요. 양심은 지켜 나가되 행동, 말, 기다림 등의 강도에
있어서는 신축성이 있을 수 있지 않느냐, 그러니까 우리가 지금 일반론으로
이야기하고 있는데 가령 가족관계에 있어서 xx가 살아오는 동안에 형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갈등을 느꼈거나 이런 것은 모순이라든가 서로에게 좋지 않다 또는
부담스럽다 등등의 경험을 (그런 건 거의 없어요)... 아버지에 대한 일반적인
느낌은 어때요? 아버지한테 어떤 느낌이 와요?
  내31: 그저 괜찮고 좋아요. (작은 소리로) (그저 괜찮고 좋아?) 남의 말처럼
그렇네요. (웃으며)
  상32: 아버지의 성품을 묘사한다면? 어떤 분이라고 말할 수 있나?
  내32: 그렇게 다정스럽지는 않지만은 어느 정도 존중은 해주고, 말로
표현하기가 좀 쉽지 않은데요...
  상33: 어렸을 때 아버지 편에서 아들인 xx에게 즐겁게 기분좋게 해주신 일이
뭐예요?
  내33: 그런 건 주로 공부랄까. (공부 잘했을 때, 서울대 입학했을 때든지) 예.
  상34: 내 이야기는 아버지가 xx에게 해주신 일이 뭔가, 공부 잘했다고
칭찬해주신 건가?
  내34: 아, 그러니까 저를 즐겁게 해주신 그런 것 말인가요? (음) 그저 집안
분위기를 시끄럽지 않게 해주신, 집에 가면 편하니까, 그거 말할 수 있지요.
특별히 나를 위해서 하셨다기보다 집안 평화랄까, 화목하게 이루는 것을 저한테
도움을 준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요.
  상35: 집안 분위기가 상당히 화목한 모양이지? (네) 그럼 아버지가 어렸을 때
이야기도 좋아요. 아버지가 xx에게 섭섭하게 하고 미흡하게 하신 경험이라든가,
살다보면 그런 게 있기 마련인데...
  내35: 그런 것 별로 없는데요... 아주 어렸을 때는, 국민학교 때요, 잘못했을
때 때리신 경우가 있었거든요. 종아리 같은 데 그 땐 잘못해서 때리신 거니까,
인제... (원망하지 않았고) 잘못했으니 맞는 거니까요.
  상36: 잘못하지도 않았는 데 매맞은 경우나 대우를 잘못 받은 그런 기억이
없다는 이야긴가? (그런 경우가 몇 번...) 꼭 야단맞는 것 뿐만 아니라... (네,
그런 것 좀) 자네네는 형제가 많은 데 동생도 남동생인가? 딸은 없고 4형제이네!
(네) ...아버지와 어머니가 형제간을 편파적으로 대우 않고 골고루 대해 주셨다고
생각해?
  내36: 그렇다고 볼 수도 있고 저를 좀 높이 보시는 경향이, (기대를 많이
하셨다는 말?) 물론 기대도 있지요.
  상37: 높이 보았다는 건 무슨 뜻인가?
  내37: 높이 본다기보다 저를 좀더 낫게 대우한다고 할까. (좋게?) 네.
  상38: 그런 예를 들 수 있나?
  내38: ...남들 앞에서 말함에 있어서 저를 칭찬하는 반면 동생을 약간 ...안
좋게 말한다든가 좀...
  상39: 뭔가 칭찬받을 이유가 있겠지... 의젓했다든가 뭔가 장점이 있었겠지.
  내39: 아니 그렇게 칭찬한 적은 없는데요. 뭐랄까 공부를 잘 한다는 한가지
때문에 그런 거죠.
  상40: 동생은 어느 학교에 다니는데? (xx대 사범대예요.) 그러니까 형하고
동생이 xx대 졸업했거나 재학중인데 xx이는 서울대에 들어오니까 xx에 대한
부모님들의 기대 등으로 해서 자네를 우대하는 식의? (네, 남들 앞에서 자식
자랑하는 식의 그런 것 있잖아요) 그런 때는 기분이 어때요?
  내40: 제 옆에서 직접 하는 건 못 들었는데요, 집안에서 인제 농담식으로 우리
어머니는 xx밖에 (나만) 이야기 안한다고 하는 말 그런 식의... (음) 만약에 남,
내 앞에서 한다면 같이 듣고 있으면 안 좋지요. 옆에 있기가 민망스럽겠죠. 자기
칭찬을 바로 듣는다는 게 그렇잖아요... (8초 침묵)
  상41: 그러니까 가족 중에는 뭐 개인주의랄까 이기주의적인 그런 요소가...
  내41: 그건 못 느끼죠. 그냥 가족이라는 생각 때문인지 너 나를 따지는 것이
거의 없으니까요.
  상42: 어머님에 대해서는 어떻게 느끼고 있어?
  내42: ...어머님도 그냥, 보통 어머니.
  상43: 어머니가 '보통' 어머니가 있고 보통이 아닌 어머니가 있나. (같이 웃음)
판단을 묻는 게 아니고 어머니- 했을 때 어떤 걸 느끼나, 무엇이 연상이 되고
어떤 느낌이 전달되는지?
  내43: ...(5초 침묵)
  상44: 나의 경우에는 지금 칠순이 넘으셨는데 나를 위해서 참 고생하신
어머니다, 내가 인제는 뭔가 어머니한테 해드려야겠다 하는... 어머니가 참
착하고 그런 분인데 혹시 행복하시지 않다 하는 그런 생각이 없을까 하는 그런
약간의 걱정이 있다구. '어머니'하고 생각할 때 그게 내 느낌이야... 어머니를
연상할 때 엄마가 좋은 엄마이고 약하고 순진하시고 고생하신 분 하는 연민의 정
같은 것이 있다구. xx 경우는 어떤가?
  내44: 저희가 감정 같은 건 거의 없거든요. 어떨 때 가끔씩 인제 어머니가 좀
어떤 면이 있지 않느냐고 느껴요.
  상45: 그 '어떤'면이란 게 무어예요?
  내45: 그러니까 뭐, 가령 xx에 갔다가 집을 떠나 올 때요. 언젠가 한번은
어머니가 시골 가신다고 버스 정거장에 같이 나왔거든요. 그때 저는 버스에 타
있고 어머니가 내리시고 그 다음에 어머니가 손 흔드실 때요...
  상46: 그걸 말로 표현해 주면 좋겠는데 그 모습이 참... 어떠했다는 느낌인지,
그 모습이?... (5초 침묵) 장면이 나에게 생생하게 연상된다구 아들을 바래다
주고 헤어지면서 엄마가 손을 흔들어 준다는 그 장면은 내가 생각이 드는데 그
때 어떤 느낌이 들었느냐는 거지.
  내46: 가슴 뭉클한 어떤 거겠죠.
  상47: 그것 참 실감 있는 이야긴데. 한참 동안 뭉클한 심정의 그 때... 지금
침을 삼키고 있군. (웃음) 사소한 이야기겠지만 xx 처음 (이 방에) 들어와서
이기적인 것, 합리화라고 하는 그런 어떤 철학적인 이야기를 할 때보다는 지금
엄마와 헤어졌을 때의 뭉클한 감정을 느꼈고 그 느낌을 실감 있게 이야기해
주었을 때, 그러고나니까 xx가 더 인간적인 것을 더 이해하겠다 이거야...
  다시 말하면 개인주의가 어떻고 민주주의가 어떻고 하는 도덕이 어떻게 하는
이야기는 내가 수없이 듣고 하는 흔한 이야기다 이거지. 사람들이 얼마나
이기주의적이고 이타주의적이냐 하는 것 등은 논리적인 토론에 불과한데 이제 그
어머니와 헤어질 때 뭉클함을 느꼈다고 말하는 xx의 모습이 나한테 참 크게
절실하게 전달된다는 것이지, 또 친근감이 나고. 아까는 메마른 토론을 하는 것
같더니 xx가 그렇게 웃기도 하고 자기의 심정 세계를 이야기해 주어 고맙기도
하고 대화가 밀도가 있게 되는 것 같고, xx는 어떻게 느끼는지 몰라도... (7초
침묵)
  내47: 그런데 제가 아까 같은 이야기인데요. 그런 이기적인 걸 생각할 때,
심각하게 된 이유가... 그러니까 남녀간의 사랑이에요. 사랑이 뭔지 참
애매한데요. 여기저기 너무 광범위하게 있으니까요. 그런 경우에 있어서 어떤
여자를 좋아한다고 할 때요. 저 같은 경우에서 좋아한다라는 좋아한다고
생각한다든가 남이 나보고 누구를 사랑하라 하면 그럴 수 있다고 긍정하는데요.
내가 현재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거나 남이 나 보고 너는 누구를 사랑하고 있다고
하면 그것을 받아들이기는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제 자신이 그러질 못한 것
같아요. 사랑이란 말에 대한 어떤 그걸 (네 낱말이 잘 안 들림) 모르겠는데요.
제가 어떤 여자를 보고 싶다 만나고 싶다 할 때, 그것이 또 사랑이라고 표현할 때
여러 가지 감정들을 과연 그 여자를 만나려고 하는 게 그 여자를 위해서냐 그
여자를 위한 것이 뭐가 있느냐는 걸 볼 때, 일단 나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냐
그러니까 그 여자가 아니고 딴 여자였더라도, 다는 아니지만 다른 여자가 그 여자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고 볼 때, 그 여자를 어떤 아까 같이 수단이 될지
그렇잖아요. 그런 생각이랄지, 그런 생각을 계속하게 돼요.
  상48: 그런 생각이 자꾸 반복되구 있어요?... (침묵) 내가 요청하고 묻고 싶은
건 xx가 눈에, 마음에 드는 여학생이 있나, 진행이 안되도 좋아요, xx에게 직접
관계되는 실례를 가지고 이야기하자구. (네) 아까 그런 개념적인 선에서 나도
얼마든지 이야기할 수 있어요. 그러나 그건 별로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른 사람하고도 그런 건 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되고... 왜냐하면, 내가
그녀를 위해서 내가 사랑한다거나, 나의 수단으로 사랑한다는 말이 다 일리가
있고, 일리가 있으나 전부는 아니지, 상대방도 (이쪽을) 수단으로 생각할 수
있고, 자기의 자아를 만족시켜 주는 동무나 수단으로 생각할 수도 있고,
피장파자이다 이거지. (아니 그런데...) 그런 식의 토론은 얼마든지 또 할 수
있는데, 난 구체적인 예를 들면서 이야기했으면 좋겠어... 그런 예가 있어?
  내48: 그러니까 어떤 여자를 좋아한 경우가 있었죠. 지금도 그런 상태랄까.
근데 과연 그 여자를 사랑한다고 할 수 있느냐고 생각해 볼 때요. 또 그 여자가
이야기가 또 그런 식으로 되는 것 같은데 (아, 그건 너무 신경쓰지 말고), 그
여자가 가령 교통사고를 당해 다리를 잘렸다면 내가 그 여자를 계속 사랑한다고
할 수 있느냐? 거의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서구요...
  상49: 사랑하지만 결혼이라든가, 자주 만나는 것은 뜸해질 것이다? (네) 사랑의
마음은 남을 수도 있겠지.
  내49: 그런데 그것이 과연 사랑이냐고 생각할 때...
  상50: 사랑이 어떻게 되야 한다고 생각해?... (침묵 4초) 그러니까 그렇게
이야기하면 한이 없다는 말이지, 사랑이란 걸 어떤 개념으로 받아들이고 어떤
것이 사랑이라 생각해? 완전한 합치점이랄까 24시간 같이 있어야 되는 것이
사랑이라고 믿는지... 그래서, 이제 말하는, 사귀는 여성이 여학생입니까? 그
사람하고 실제로 돌아가고 있는 과정 예를 들어 가지고 이야기해 봐. 그 여학생이
어떻게 이야기했고, 어떻게 되었을 때 내게 회의나 갈등이 일어났다든지, 또 어떨
때는 회의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식으로 이야기해야... (침묵 8초) 사귄지 오래된
사람인가?
  내50: 중학교 동창인데요... 아니 그 이야기를 하자면 국민학교, 중학교
동창이고, 고등학교는 시골서 있었거든요. 고등학교 땐 거의 못 봤죠. 그러니까
(대학에) 입학한 후 가서 만났고 만나보고 그런데 그러니까 이상한데요. 1학년
1학기 때 시험거부가 한창일 때요. 9월달에 실컷 놀다가 공부를 한참 하는데
문제가 안 풀려요. 이상하게 기분이 안 좋았어요. 그 때 친구하고 기숙사에
있었는데 애들하고 이야기하다가 그 때 왠지 하여간에 기분이 우울해지고
자신감이 다 없어지고 그랬어요. 그 때 인제 왜 내가 이런 상태에 있게 된가를
원인을 생각해 봤는데요. 문제를 풀다가 그렇게 된 것이니까 학과공부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냐 그랬었고, 그 다음에 그 때 추석이 좀 지난 때였는데 추석 때
안 내려가서 좀... (쓸쓸하기도 하고?) 네, 그것이 약간 또 걸린 것도 아니냐, 그
다음에 또 인제 이성에 대한 그런 것도 아니냐, 그 옆에 친구들은 무어라 무어라
하는데, 그걸 보고 듣고 하는 데서 뭐 느낀 것 때문인지도. (그래서 전화로
불러냈어?) 여러 가지를 생각해 봤는데요. 그건 지금까지도 학과공부 때문에 그런
것이 원인이잖느냐 다른 원인은 있을 게 아니잖느냐고 판단되면서 그 이성문제를
여러 가지 생각하고 그런 상태서 벗어 나려면 이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떻게
할 것인지를 생각할 때 또... 어떤 형식적 애인, 형식적이란 말은 친구와
이야기하다가 생각한 건데요... 그러니까 어떤 형식적이란 말을 어떤 뜻으로
썼는지 저 자신도 잘 모르겠고... 근데 진짜 애인은 아니고 그런 애인이 되어
달라고 그랬거든요. 그랬더니 뭐 (전화를 했어? 만난건가?) xx에 가서 만나서
그랬더니 그런다고 해요.
  상51: 그러니까 말하자면 진짜 애인이 아니고 이성 파트너가 되어 달라?
  내51: 그런 셈이죠. (그래) 그래 가지고 그러니까 참 집에 돌아올 때 가슴이
벅차데요.
  상52: 가슴이 벅차다는 것은 기분이 좋았다는 말인가?
  내52: 그런 거겠죠. 그러다가 그 뒤 한 달 뒤쯤 해서 그거 그만 두자고
했거든요.
  상53: 실제로 어느 정도 진행된 뒤에 그만 두자고 한 것인가...?
  내53: 그저 별로 진행된 거 없이, 앉아서 이야기하고 생각들을 이야기하고
그런.
  상54: 손목 잡고 키스는 안하고?
  내54: 그런 것은 생각도 못하죠.
  상55: 그것은 생각도 못했다. 그러니까 그냥 말 동무로 그쳤군.
  내55: 그렇죠. 그렇게 그만두고, 그 뒤에도 중학교 동창이니까 안 만날수는
없잖아요. 만나서...
  상56: 그런데 거기서 사랑이란 문제가 어떻게 연결이 되지?
  내56: 그 뒤에 편지를 써 보내면 답장이 안 온다는 말이에요. 그러면 아주
기분이 안 좋고 그런 상태에 있었고, 편지가 한두 번은 왔었을 것이고... (침묵)
계속 더 말씀드려요? (이야기하기가 힘들어?) 네? (이야기하기가 힘들어?)
아니요. 힘들다는 게... 다 이야기하기가 좀 그럴 것 같기도 하고... 1학년 2학기
때 그러고 편지 계속 써 보내는데 답장이 안 오고 해서 기분이 안 좋고, 그 다음
중간고사 끝났고 기말고사가 다가오는데 그 때 시험공부하면서 공부를 안해
놨으니까 또 시험이랑 생활에 대한 자신감을 거의 찾지 못했고, 그러고...
겨울방학 때 좀 만나고... (침묵 4초)
  상57: 지금은 어때? 그 사람에 대해서.
  내57: 조금 있다가 말씀 드릴께요. 2학년 때 가 가지고, 그... 2학년 때는
편지를 하지 말고 나 자신을 그냥 정리하자고 열심히 공부하려고 했고, 나 자신의
정리기간이랄까, 가만히 있자고 생각하면서, 그러면서도 마지막으로 1학기 말쯤
편지를 썼거든요. 보냈더니 답장이 왔어요. 안할려고 생각했는데, 또 편지써서
보냈어요. (작은 목소리로) 그것이 잘못인지는 몰라도, 그러곤 또 답장이 안 오고
뭐 계속 그런 계속 그런 상태랄까. 기분이 영 아주 안 좋다가... (답장이 오거나
만나면 괜찮고) 만나면 꼭 괜찮다기보다... 하여간 그러다가 편지를 오랫동안 안
쓴 걸 다 보내고 그 뒤에 또 한 번 만나고... 여름방학 때 만나 가지고, 한 번
만나서 헤어지는데 뭐, '앞으로는 연락을 할 방법도 없고 만날 그럴 것도 없다'고
그래요... (튕기는 거구만) 네? (튕겨) (웃음) 그렇죠 그런 식이.
  상58: 그 땐 기분이 나빴나?
  내58: 네 꼭 별로 안 좋았겠죠. (별로 안 좋다니?) 아주 속상하기보다는 어떤
허탈하다고 할까요.
  상59: 하여간 채인 기분이란 것은 허탈하기도 하고 자존심 상하기도 하고.
  내59: (말을 가로막으며) 그건, 그 때는 그랬고... 그 뒤에 또 얼마 뒤에
만났거든요. (음) 그 때 편지를 써가지고 편지를 전해주고 그리고 만났는데 그
편지가 뭐 그 둘 사이에 관계된 것을 써 가지고 보냈어요. '더 이상 만나기도
싫고 나 자신을 보이기도 싫고...' 그런 시들한 내용을 쓴 편지를 전해주고
갔는데, 그리고 인제 내가 쓴 편지를 다 돌려 받았거든요, 그걸 읽어 봤는데 제가
쓴 걸요, 읽어 보니까 나 인제 나를 만나기 싫고 보기 싫고 그런 게 인제 더
이상은 싫다. 나 자신을 보이는 것이 그렇다. 자연스럽지 못하다. 그런 내가 쓴
편지를 다 읽어 보니까는 모순이 무척 많은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이런 말 했다가
저런 말을...
  상60: 그 여학생을 좋아하는 방향이 있고 싫어하는 방향도 있고.
  내60: 아니 그런 것이 아니라요, 어떤 무책임한 어떤 것이 있었잖느냐.
  상61: xx쪽에서 보면, 어떤 땐 충동적으로 어떤 땐 무책임하게 이야기하다가
또는 다르게, 왔다갔다 했다는 이야기지.
  내61: 책임, 무책임보다... 말이 잘 안 되네요. 그러니까 제가 그런 것들을
보거나 그 때 그 전까지는... 저로 인해서 그 여학생한테는 피해를 주지
않았느냐, 자기는 만나기 싫은데 만나자고 한다든가 그것도 그렇고... 그런 것,
죄책감 같은 것이 있었구요. 그 다음에 더 이상 만나기 싫다고 했으니까 그럼
당연히 안 만나야 되지 않나 그렇게 생각했고.
  상62: 그러나 보고 싶으면.
  내62: 바꾸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했죠 (낫다고...) 그런데 그게
여름방학이었는데요. 그 뒤에 계속 못 봤는데, 할 염치도 없구 더구나 그리고
겨울방학이 되어 가지고 어떻게 해 가지고 그 여학생이 휴학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어요. 2학년 2학기 때 그래서 내가 만나러 가야 되느냐 안해야 되느냐는
생각이 들고, 휴학한 이유를 들어 보니까 사대를 다녔었는데요, 평범한 여자가
되는 것이 자기의 꿈이 아니었고 학문을 하는 것이 꿈이었는데 그래서 다른 또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휴학을 했다고 해서... 어쨌든 무조건 만나러
갔어요. 만나러 가는 것이 잘 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하는 상태였지만.
  상63: 그게 나한테는 좋게 들린다. 이것저것 생각하기만 하는 것보다 우선
만나고 싶다고 할 때는 가서 만났다는 사실이 나에게 좋게 들리는데. (무슨
말인가를 하려고 함) 꿍그리고 앉았는 것보다는 여하튼 만나고 보자고 내려갔다면
좋은 거라고 봐.
  내63: 만나기 싫고 보이기 싫다고 한 사람인데 또 잘못을 저질렀다는 생각이
들잖아요.
  상64: 그래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할 때 그렇게 움직일 수 있었다는 것이
난 좋게 들었다는 거야.
  내64: 근데, 그 마음이 또 항상 그런 것은 아니잖아요?
  상65: 항상 그 정도는 아니겠지.
  내65: 근데 마음이 진척될 것이냐는 생각을 할 때... 어쨌건 그랬고 그 때 못
봤거든요. 몇 번을 갔는데 전부 다 못 봤어요. 2월달에 계속 못 보고 올라왔지요.
그랬고, 여기서 생활하는 데 언젠가 편지가 왔어요. 내 말을 누구한테 들어
가지고 (자네가 찾아갔다는 말을?) 아니죠. 그런 줄은 알았는데요. 3월 달에
모임이 있었거든요. 고향 동문회가 있어 가지고 거기에 왔었다는 말을 들어
가지고 편지를 쓰게 됐다고 하는 편지였는데, 그러고 자기가 이사갔다고 자기의
주소와 전화번호 적어주고 그리고 단서를 붙인 게 꼭 할말이 있지 않으면 좀 안
만났으면 좋겠다고 1년 동안 수험생(재수)이잖아요. 그러니까 꼭 할 말이 있지
않으면 이제부터는 안 만났으면 좋겠다고...
  상66: 그 꼭 할 말이라는 게...?
  내66: 과연 그 꼭 할 말이라는 게 반드시 해야 된다고 하는 말은 없잖을까.
  상67: 그저 만나고 싶을 때가 있지 않을까 하고 그런 생각인가?... 꼭 그러고
듣고 싶은 말은... 그 사람 편에서는 어떤 말을 듣고 싶을까?
  내67: 그깐, 친구이기를 바래고 그런 거죠, 자연스런 사이 결코 애인은 되지
않고...
  상68: 그쪽에서 애인이 아니고 자연스런 친구이기를 원하는 것 같애?
  내68: 네, 그렇게 말은 하고... (말은 그렇게 하지만 또 마음이란 다를 수도
있지) 그렇다고 생각이 들어요.
  상69: 그게 맞을지도 모르지. 그 다음 xx편에서는 그럼 좋은 친구로 계속
됐으면 좋겠다는 이런 생각인가?
  내69: 근데, 그게 좋겠지만 계속 친구인 것이 과연 내가 그 여자를 만났을 때
친구 사이로 유지하면서 그럴 수 있는가가 어려운 것 같아요.
  상70: 그럴 수 있다는 것은 무슨 말인가?
  내70: 그깐 친구 사이를 유지하면서 자연스러울 수 있을까 하는... 과거의
행동에 대한 (과거의 무슨 행동?) 그 여자를 좋아한 걸 사랑까지는 가지는
못하지만 좋아했다는 생각 때문에 만나면 자연스럽게 되지는 못하지 않을까
하는... 물론 그러면서도 지금 내일 아마 만나게 될 거예요.
  상71: 내일 만난다고 하면 어떤 느낌을 가질 것 같아?
  내71: 일단 반갑고... (반갑고) 반갑고 나중엔 뭐 시험공부(?) 하는 것에 대한
그런 이야기가 될 거고...
  상72: 그럼 시간이 이미 다 됐는데 내일 만난다고 하니까 만나고 나서 만나는
과정하고, 만나고 나서 어떤 느낌이 드는지, 그리고 여학생과의 솔직한 이야기를
해 두는 게 좋을 것 같아. 주고 받은 이야기 가운데서 무언가 나한테 의미가 있고
또 정리할 것이 무엇인지를... 나하고 검토해 보지. 단, 내일 만나는 데 만날
때는 가능하면 솔직히 이야기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애. (누구한테요?) 그
사람한테.
  내72: 그럼 (그 사람한테) 부담가지 않아요.
  상73: 그럼 부담되는 것까지 포함해서 이야기 하는 것이지...
  내73: (침묵 5초)
  상74: 내가 이 이야기를 너한테 하면 네가 부담을 가질 것 같은 생각이
든다라든가. 내가 과거 너를 좋게 생각했는데 그게 사랑인지 아닌지 생각해
보았고, 또 내가 조금 너한테 무책임하기도 했고, 너를 만나러 여러 번 갔을 때
어땠고... 이런 이야기를 솔직히 적나라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가장 양심적이라는
게 내 생각이야.
  내74: 그런데 그런 것이 그 여학생한테 심적인 충격이랄까, 그걸 주어 가지고
좀 계속 안 좋은 상태가 되어 좀 공부를 열심히 못하다든가 하는...
  상75: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너 공부하는 데 지장이 혹시 있을까 하고
우려도 있다. 이 이야기도 하는 거지... 그러나 이 얘기를 해주는 것이 너를 가장
존중하는 거고 나를 가장 솔직히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야기한다고.
  내75: 그런데 이야기를 안하면 피해를 받게 되지는 안잖아요. 받을지도 안
받을지도 모르고.
  상76: 그러나 만난다는 사실 자체도 그 사람에게 혹 피해나 시간낭비 혹은
혼란을 준다는 생각은 안했어?
  내76: 물론 하나도 안 줄 수는 없지요. 분명히 주겠지요.
  상77: 아까 이야기한 솔직한 이야기가 어떻게 상대방에게 피해를 준다는 것인지
나는 이해가 안 돼.
  내77: ... 그러니까 이럴 수 있잖아요. 자기가 어떤 별로 좋아하지 않는 데
사랑한다고 막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자기가 편할 수는 없잖을까 하는.
  상78: 자기는 별로 사랑 안하는데 xx가 사랑한다는 제스추어를 보이면 부담을
줄 게 아니냐? (네) 일 리가 있어. 그러나 그런지 아닌지는 아직 확인 못했지?
  내78: 그렇죠. 마음에 (마음 속으로만 이 생각 저 생각으로) 그렇지만
편지라든가를 볼 때는 속마음은 어떨지는 모르지만 자기는 친구 사이가 좋다는
식이었으니, 그럴 수가 있지 않을까.
  상79: 있을 수는 있지. 그러나 그렇다고는 이야기 못해. 또 설령 그렇다고 해도
피해를 주고 안 주는 것은 가 봐야 아는 것이고 또 어느 정도 주더라도 그것은 그
사람이 소화할 일이지, 그렇다고 xx쪽에서 사랑하고 싶은 연애감정을 더...
저쪽에서 xx쪽으로보다는  xx쪽에서 저쪽으로 좋은 감정이 더 있다고 생각하나?
(네, 그렇죠. (작은 목소리로)) 그럼 그 얘기도 하는 거지 뭐, 너한테 공부에
지장을 줄지는 몰라도, 네가 나를 사랑하는 것보다는 내가 너를 더 사랑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이런 얘기 너의 공부에 혹시나 지장을 주지 않기를 바란다는, 또
네가 솔직히 이야기해 주니 내 마음 정리가 된다든가 하는 그런 식의 솔직한
의사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봐. 자기를 위해서도 그렇고 xx를 위해서 그렇고.
상대방 쪽에서 이야기 하자면 '아, 이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것 같은데
사랑한다는 말은 분명히 하지 못하고, 내가 혹 상처를 입을까봐 우물쭈물 하는 게
아니냐' 등의 온갖 추측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게 되지.
  내79: 그러리라고 생각이 안 드는데요.
  상80: 반대로, 상대방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지. 그래서 하여간 우정, 연애
관계에서는 가장 중요한 원칙이 솔직한 이야기야, 가정이 없이. 그리고 상대방이
내가 바라는 것만큼 나를 좋게 생각 안하더라도 기다리고 받아들이는... 정
싫다면 할 수 없는 거고 그런 마음 가짐이 중요하다는 말이지. 내가 이렇게 하면
저 사람이 어떻게 할 것이라는 등의 가정을 하면...
  (1회 면접의 녹음 끝)
  6. 1회 면접 후 상담자의 검토사항
  (1) 상담자의 의문점
  왜 나이가 든 상담자를 원했는지?
  사귀는 여학생과의 관계(불협화음 등)에 대한 자책감 또는 그녀에 대한 억제된
적개심이 있는가?
  이미 끝나 버린 관계에 대한 미련 및 좌절감, 아니면 성 충동에 대한 통제불능
상태의 의식불안을 주지화하고 있는가?
  내담자의 주지화 현상은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싶은 감정이 있으나
거부반응 가능성에 대한 예기적 불안을 방어하는 수단이 되고 있는가?
  (2) 상담자, 내담자 반응의 의미 및 적절성이 검토되어야 할 곳: 내30, 상31,
상44, 상46, 내50, 내51, 내57, 내59, 내61, 상63, 내72, 상74 등.
  (3) 내담자 및 상담관계에 대한 상담자의 느낌: 인상적 외모에는 호감이
갔으나, 일반론적, 개념론적 진술에는 답답함을 느꼈으므로 상담자의 역전이
감정이 유발될 가능성이 있음직.
  (4) 상담자가 생각한 상담과정의 방향
  감정표현의 촉진 등을 통한 내담자 감정의 자율적 수용, 구체적
대인(여성)관계의 탐색 등을 통한 내담자 관념의 현실 검증을 촉진하는 것 등.
  7. 1회 면접 후 사례연구회의에서의 질의와 논평
  질문(1): 이 내담자를 다시 만났을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상: 사실은 내담자가 찾아오지 않았으면 하는 심정이 있다. 학생의 '양심론'
논의에 대해 저항심리가 작용해서인 것 같다.
  논평(1): 내담자와의 토론식 면담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상담자
모형으로서 단순하고 적극적인 탐색 또는 직면반응이 더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2): 내면적인 문제를 외면화시키고 있는 이 내담자의 태도 때문에 상담자가
애를 먹었을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미성숙하고 자기공개에 익숙치 않은 내담자의
경우에는 이럴 수밖에 없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바로 그런 부분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상담의 초점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3): 남자형제만의 가족 출신에다 '이것 아니면 저것'식의 공과 대학생 특유의
사고방식을 감안한다면, 내담자를 그렇게 부담스럽게 볼 필요가 없기도 할
것이다.
  질문(2): 상담의 내용이 '말 장난'의 느낌을 준다. 상담목표가 더 구체화되지
못하고 6하 원칙을 활용하는 등의 적극적 접근이 불가능했던 또 다른 이유는
무엇인가?
  질문(3): 내담자가 보다 솔직한 자기표현을 못한 배경요인을 상담자에 대한
이미지와 느낌에서 찾아 보아야 하지 않을까? 내담자의 문제가 단순하지는 않은
사례로 보이는데..., 내담자가 당초에 40대 이상의 상담자를 원한 이유는
무엇인가?
  논평(4): 1회 면접에서부터 상담문제가 보다 선명히 규명되어야 할 것이다.
가령, 내담자가 말하는 '피해'의 의미를 심층적으로 탐색함이 필요하다. 그리고
'분명히 밝히지 않으면 상담을 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임으로써 내담자의
반응양식을 다소 변경시킬 수도 있지 않았을까? 또한 면접중의 상호작용
샘플(행동반응 예)을 화제로 삼을 수도 있다고 본다.
  (5): 내담자가 말을 시원하게 하지 않지만 상담실에 왔다는 사실이 보다 '큰
말'이 아닌가? 마음을 선명히 할 수 없다는 사실 자체에 초점을 두어서
진행했어야 된다는 것이다.
  질문(4): 부상(father figure)욕구의 맥락에서 고찰할 필요가 있을지도...
왜 40대 이상의 상담자를 원했었는지를 물어 봤는가?
  (5): 집단상담을 권유해 봤는가? 집단상담을 한 후 개인상담으로 연결할 수도
있지 않은가?
  논평(6): 이성에 관한 것 등 답답하게 느껴진 내담자의 주지화가 문제인
듯한데. 구체화시키려고 했던 상담자의 접근은 결국 상담자의 개인적 욕심에
머무는 것이 아닐지.
  (7): 종합적으로 보면, 상담자의 인격적 대화방식이 내담자에게 어느 정도의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8. 상담과정의 진행
  매주 약속된 지정 시간에 50분~60분씩의 면접이 진행되었고 1, 2, 3회의 녹음
테이프는 내담자가 집에 가지고 감.
  1회 4. 23: (5항의 녹음자료 참조)
  2회 5. 1: 교제하는 여성과의 자기주장 표현의 역할연습(빈 의자 기법):
"그녀를 사랑하는지?"에 대한 유목별 검토.
  3회 5. 8: 사랑의 '책임'(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 등의 관념론에 대한 역설
의도적 지적: '상담은 왜?'에 대해 '사랑에 관련된 이기주의와 양심의 문제를
정리하기 위함이었다'고 함. 내담자가 다음 회에서 상담이 종결되기를 제안.
  4회 5. 15: 인간의 선, 악의 의지(본능)론에 대한 화제로 시작. 내담자의 자기
반성적 숙고적 태도 등을 장점으로 지적. 상담자는 즉시 종결 대신 1개월 후의
재면접을 제안, 동의를 얻고 '상담평가문항'에 응답케 함. (별첨문항 응답내용
참조). 접수 면접시의 심리검사 결과의 요지를 해석해 줌.
  9. 4회 면접 후 내담자 반응
  (상담 및 상담자에 대한 내담자의 반응) - (양식생략으로 해당사항 기재)
  1. 상담을 하고 난 기분은 어떻습니까? 약간 좋다.
  2. 당신은 상담에 얼마나 진지하게 참여했습니까? 매우 진지하였음.
  3. 상담에 대해 어느 정도 만족하십니까? 매우 만족
  4. 상담자가 당신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했다고 생각하십니까? 약간 이해
  5. 상담자가 상담에 얼마나 진지하게 참여했다고 생각하십니까? 매우
진지하였음.
  6. 학생생활연구소에 대한 전반적인 느낌은 어떻습니까? 약간 좋음.
  7. 상담자가 당신을 얼마나 인간적으로 존중했다고 생각하십니까? 매우 존중함.
  8. 상담에서 당신은 주로 어떤 주제에 대해 이야기했습니까? ( )

  * 비고
  문항응답에 대한 내담자의 반응: '망설여진다'(?) "선생님이 옆에 있기
때문이기도"
  상담에의 '매우 만족'이라고 답한 근거?: "어느 정도의 해답을 얻었기 때문",
"지금은 거의 나 자신에 대한 정리가 됐다"

  (내담자의 상담자 평가 질문지)
  다음 항목들은 상담자에 대한 당신의 느낌을 알아보기 위한 것입니다. 당신의
생각과 가장 가깝다고 생각되는 것에 ㅇ표를 하십시오. (양식생략으로 해당사항
기재)
  1. 주의를 기울인다: 약간 그렇다.
  2. 분석적이다: 매우 그렇다.
  3. 분명하다: 매우 그렇다.
  4. 자신감이 있다: 매우 그렇다.
  5. 경험이 많다: 매우 그렇다.
  6. 전문적이다: 매우 그렇다.
  7. 많이 알고 있다: 매우 그렇다.
  8. 통찰력이 있다: 매우 그렇다.
  9. 지적이다: 매우 그렇다.
  10. 논리적이다: 매우 그렇다.
  11. 노련하다: 매우 그렇다.
  12. 준비가 되어 있다: 약간 그렇다.
  13. 상냥하다: 매우 그렇다.
  14. 이해심이 있다: 매우 그렇다.
  15. 매력적이다: 매우 그렇다.
  16. 격식을 차리지 않는다: 약간 그렇다. 매우 그렇다.
  17. 인상이 밝다: 약간 그렇다. 매우 그렇다.
  18. 친밀감이 느껴진다: 매우 그렇다.
  19. 일체감이 느껴진다: 매우 그렇다.
  20. 열의가 있다: 매우 그렇다.
  21. 우호적이다: 매우 그렇다.
  22. 호감이 간다: 매우 그렇다.
  23. 사교적이다: 매우 그렇다.
  24. 온화하다: 매우 그렇다.
  25. 비밀을 지킨다: 매우 그렇다.
  26. 의존할 만하다: 매우 그렇다.
  27. 정직하다: 매우 그렇다.
  28. 개방적이다: 매우 그렇다.
  29. 믿을 만하다: 매우 그렇다.
  30. 존경할 만하다: 매우 그렇다.
  31. 책임감이 있다: 매우 그렇다.
  32. 사심이 없다: 매우 그렇다.
  33. 진지하다: 매우 그렇다.
  34. 솔직하다: 매우 그렇다.
  35. 진실하다: 매우 그렇다.
  36. 편견이 없다: 매우 그렇다.

  (사례 9)를 읽고
  첫 회기는 전반적으로 매우 지루하고 답답하게 진행이 되었다. 내담자는 자신이
상담을 받겠다고 결정을 내리게 한 구체적인 문제에 대해서 솔직하게 얘기하는
것을 회피한 채, 계속 일반적인 상황에 대한 생각만을 늘어 놓고 있다. 상담자는
내담자와의 논리적인 토론을 중지하고 내담자가 처해 있는 구체적인 어려움을
탐색하려고 시도하나 번번히 내담자에 의해 방해를 받는다.
  1회 축어록의 초반부(상1~상45)는 거의 논리적인 토론으로 진행이 되나,
중반부부터는 상담자가 화제의 방향을 정해 줌으로써 좀더 구체적인 얘기로
진행이 된다. 그런데 상담자의 이런 노력(예를 들어, 상48, 상50)이 내담자에게
자신의 얘기를 털어놓도록 하는 압력으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을 듯하다.
  중반부부터 내담자는 '사랑'이라는 주제로 상담자와 토론한다. 여기서도 역시
자신이 당면하고 있는 구체적인 상황을 표현하지 않는다. 하지만 상담자의
구체적인 탐색과 명료화에 의해 내담자가 해결하고는 싶었지만 꺼내기를 꺼려하는
자신의 이야기가 조금씩 나온다. (내50)과 (내56)의 반응을 볼 때, 내담자는 그가
사귀던 여자친구에게서 받게 될지도 모르는 거부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여자친구와의 관계를 적극적으로 진행시키지 못했으리라는 인상을 받는다.
여자친구에 대한 사랑의 감정이 있으면서도 그런 감정을 표현함으로써 그
여자친구에게 받게 될지도 모르는 거부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자신의 감정을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그리고 사랑이 아니라는 것으로 축소시켜 버린 듯하다.
이러한 태도는 이성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대인관계에서도 나타나서 대인관계에서
내담자를 위축되게 만들 수도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내담자는 자신의 상황을
관념화함으로써 타인으로부터의 거부에 대해 자신을 방어해 온 듯하다. 따라서
자신의 생활(특히 대인관계)에 적극적으로 끼어들지 못하고 타인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고 자신의 감정을 속시원하게 내보이지 못함으로 해서 스스로도
답답함을 많이 느낄 것이다. 내담자는 이런 문제 때문에 상담을 요청한 것으로
추측된다. (내58)에서 상담자의 '기분이 어땠냐'는 질문에 대해 '별로 안
좋았겠죠'라고 대답함으로써 자신이 느꼈던 기분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하듯 객관화를 시킨다. 본 사례에서의 전반적인 내담자의 반응을 볼 때,
상담자는 무엇보다도 내담자의 이야기의 초점을 현실로 끌어들이고 자신의 감정을
타인에게 솔직하게 털어놓게 하는 연습을 시키는 것이 필요했을 것이다. (1991년
10월, x대 상담 전공생)

  (사례 9)에서의 연구 문제
  1. 본 사례에서의 내담자와 같이 주지화와 일반화를 하는 내담자에 대해서는
어떤 상담전략이 필요할 것인가?
  2. (상48)과 (상50)의 반응은 화제의 초점을 내담자의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이야기로 끌어 들이기 위해 필요한 반응이지만 내담자에게는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 놓도록 강요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이 때 상담자가 어떤
식으로 반응을 하면 내담자에게 그런 압력을 주지 않겠는가?
  3. 본 사례는 4회의 상담으로 종결이 되는데 상담을 연장함으로써 내담자의
보다 심각한 문제가 드러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상담이 4회로 종결된 것에서
상담자의 접근방법에서의 문제점은 없는가?
  4. 본 사례에서의 내담자는 여자친구와의 관계를 제대로 이끌어 가지 못한다.
이런 내담자를 남녀 혼성으로 구성되는 집단상담에 참여시킨다면 어떨 것인가?
  5. 본 사례의 1회 축어록에서 나타난 상담자의 치료적 태도와 촉진적 접근은
어떤 것들인가?

  맺음말
  "상담자는 긴 동토길의 지친 나그네를 동반하는 여행자이다."
  이 사례집에 수록된 9개의 사례들은 모두 두 저자가 직접 상담한 사례들이다.
그 중 (사례 7)과 (사례 9)는 이장호가, 그리고 나머지 7개 사례는 최윤미가
상담하였다. 두 저자가 같이 책을 내게 된 배경은, 선임 저자가 후임 저자의
사례들에 관한 '교육지도'를 한다는 명분으로 1년 이상 같이 공부를 하는 가운데,
두 사람 사이에서 이루어진 우정과 '함께 하는 상담적 호흡'에서 출발되었다. 즉,
'나' 아닌 '남'을 이해하고 도움을 준다는 과정이 얼마나 어렵다는 사실을, 두
사람이 실제로 경험한 자기 사례들에서 다시금 공감하면서, 이른바 '상담자들'인
우리의 인간적 한계와 잠재력을 동시에 성찰하는 계기로 삼고자 했다. 우리들은
이러한 성찰을 학습상으로는 교육지도를 포함한 사례연구를 통해서, 그리고
인간적으로는 상담 능력상의 한계와 내담자들의 거의 무한한 자기치유능력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하여, 우리 모두의 '있는 그대로의 참모습'에 직면하는
노력에서 이룰 수 있음을 믿게 되었다.
  사례기록에서는 상담의 주요 원동력인 상담자의 심리적 자세와 내담자에 대한
면접 외적인 배려와 지원활동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기 마련이다. 이 책에서도
역시 사례기록의 주요 내용은 대체로 상담자 - 내담자간의 의사소통 자료와 기타
객관적 지표들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들은 사례마다 첨부된 다른
전문가들의 의견과 논평이 결코 상담자들의 인간적 노력을 경시한 평자들 나름의
형식적인 평가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저자들의 자기성찰을 더욱
자극하고 앞으로의 노력을 격려해 준 것으로 믿으며, 이 자극과 격려에 힘입어
그만큼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보기로 한다.
  다시 말하지만, 사례연구에서의 교육지도와 선후배 상담자들의 인간적 지지는
우리들의 성장을 위한 주요 영양소일 것이다. 끝으로 저자들과 여러 번
공부마당을 함께 한 동학 두 분의 '교육지도를 받은 소감'과 사례연구자로서의
경험담을 아래에 소개하면서 끝맺고자 한다.

  [교육지도를 받은 소감]
  상담할 때에는 언제나 마음은 앞서도 방법을 몰라 답답하고 그래서 자신이
무능한 것 같아 개운하지 못했었습니다. 교수님께서 귀한 시간을 할애하여 주시고
답답한(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한회 한회 공부를 하면 더 할수록 처음의 우리가
얼마나 답답하셨을까... 생각됩니다) 저희들을 이끌어 주셔서 얼마나 많은 자유를
저희들에게 주셨는지... 감사할 따름입니다.
  꽉막힌 상담의 길에 교수님은 언제나 새로운 출입문을 열어 주시어서, 언제나
감탄하고 신기합니다.
  고도의 신경을 쓰셔야 되는 섬세한 상담작업이지만... 사람들 이해하고자 하는
나의 노력이 제 주위에 계신 분들의 마음의 평화와 안식에 씨앗이 되어 주소서!
하는 바램을 갖고 1991년을 시작합니다. 감사합니다. (이현표, 중앙교육평가원)

  한 사례연구자의 경험
  얼마 전 평소 상담을 잘 하는 것으로 평판이 나 있는 선배 한분에게 상담을
잘하는 비결을 물어본 적이 있다. 그 대답은 '수퍼비전(교육지도)을 열심히 받는
것'이었다. 수퍼비전은 개인적으로 받는 경우도 있지만, 자신의 사례를 여러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여 지도받는, '사례연구회' 같은 성격을 띠는 자리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이 자리는 지도교수뿐 아니라 선배, 동료,
후배가 지켜보는 가운데 축어록이라는 이미 움직일 수 없는 물증과 함께 도마
위에 올라가는(?) 스릴 넘치는 자리이다. 물론 평소 그 모임의 분위기가 어떠냐에
따라서, 또 예전의 발표 때 받은 평가가 어떠했는가에 따라서 사례발표자가
느끼는 그 스릴의 종류와 정도가 달라질 것이다. 그렇지만 상담의 경험이 얕은
초심자 중에서, '나의 실력을 보여줄 기회가 드디어 왔으니 기쁨으로 가슴이
설레인다'고 생각할 사람은 별로 많지 않을 것이다.
  사례연구는 상담자가 전문적으로 성장하는 데 꼭 필요한 과정이며, 실제 이러한
경험은 책에서 얻을 수 없는 많은 것을 가르쳐 준다. 그러나 얻는 것이 많은 만큼
투자해야 할 노력 또한 상당하다. 우선 축어록을 만드는 일부터 고달프다. 한
시간의 상담내용을 축어록으로 만들려면 하룻밤을 꼬박 새워도 부족하다. 플레이,
스톱, 리와인드, 스톱, 플레이... 밤새도록 녹음기와 씨름을 해도 아직 많은
분량이 남아 있다. 또 풀어낸 것을 읽기 좋게 워드프로세서에 입력하고 프린터로
뽑아내고 복사하는 일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내담자의 특성, 심리검사 결과,
전회기까지의 요약, 지도받고자 하는 내용 등도 잘 정리하여 축어록과 함께
제출해야 한다. 이렇게 애를 써서 발표준비를 마치고 수퍼비전 시간을 기다린다.
(실제로는 시간에 쫓기면서 준비하기 때문에 여유 있게 기다리는 경우는 별로
없고, 발표시간에 맞추어서 따뜻하게 잘 구워진(?), 즉 복사기에서 막 복사되어
나온 축어록을 급하게 돌리는 경우가 많다.)
  발표시간에는 모든 참가자들이 녹음된 것을 들으면서 축어록을 검토한다.
상담의 전반적인 흐름에 대하여, 상담목표와 앞으로의 상담전략에 대하여, 또한
상담자 반응의 적절성에 대하여 많은 지적을 받고 새로운 대안을 찾게 된다.
때로는 지도자로부터 심한 질책을 받고 완전히 그로기 상태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과분한 평가에 내심 기고만장해지기도 하는데, 보통 잘한 점과 잘못한 점을
골고루 지적 받게 된다. 때때로 지도자 없이 비슷한 수준의 동료들과 토론을
벌이는 경우도 있게 되는데, 지도자의 권위에 눌려 별 말이 없던 사람들이 아주
활발하게 토론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것도 그 나름대로 유익한 경험이
되는 것 같다.
  수퍼비전 시간에 지적되는 내용들을 발표자가 그 자리에서 모두 다 소화해
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보통 그 내용을 녹음해 두었다가 나중에 다시
들어보아야 한다. 상담을 공부하는 과정에 있는 사람은 우선 배우고자 하는
겸손한 마음가짐으로 지도내용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또 자신의 사례뿐
아니라 다른 상담자의 사례, 특히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른 선배들의 상담내용을
연구하고 토론하는 것이 매우 유익한 것 같다. 따라서 사례연구회에는 가능하면
자주 참석해서 토론되는 내용들을 자신의 성장을 위한 자양분으로 활용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상담자도 나름대로의 인간적인 약점과 상처를 가지고 있는, 격려와 사랑이
필요한 존재이다. 상담의 길이 어렵고 고달파 보일 때, 포기하고 싶을 때, 같이
사례연구를 하며 갑론을박하던 동료들의 격려와 정서적인 지원은 매우 소중하다.
이들로부터 받는 사랑은 새로운 힘과 용기를 준다. 이것은 사례연구의 또 다른
유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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