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동물의 피를 원하는 모기는 처녀가 아니다
모기의 수컷은 불쌍하다. 암컷의 몸통과 비교해 보더라도 가늘고 연약하여 남의 눈에
띄는 일은 거의 없다. 수컷이 바라는 것은 단지 암컷과 요행히 만나서 짝짓기할 기회를
갖는 것뿐이고, 우리들의 피를 빨아먹는 것도 알지 못한다. 게다가 이 불쌍한 수컷은 혼자
서는 암컷을 찾아낼 능력도 없어서 수컷만 수십 마리에서 수백 마리가 모여서 오로지 암
컷이 오기만을 꿈꿀 뿐이다. 암컷을 우연히 만나면 다른 수컷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혼자
서 행동하여 살짝 밀회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하지만, 수컷은 반드시 집단이다. 이런
일은 자기가 결혼할 기회를 줄일 뿐으로 암컷에게 채인 수컷이 많아질 뿐이다.
모기 수컷 집단은 보통 모기떼라 부르는 집단으로 푹푹 찌는 데다가 바람 한점 없는 여름
날 저녁 때에 나뭇가지 아래나 집의 처마밑, 오래된 우물 위 등에서 웅웅거리며 떼를 지어
모여있다. 이 '웅웅거린다'는 것이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왜냐하면 제멋대로 날아 다니
는 암컷은 이 '웅웅거리는' 수컷 집단의 날개소리를 듣고서 비로소 수컷의 존재를 알아차리
기 때문이다. 반대로 수컷의 입장에서는 아무리 불쌍하고, 불리하다 할지라도 수컷들끼리
큰 무리를 지어서 '웅웅거리는' 커다란 날개소리를 내는 것 이외에 암컷을 끌어들인 수단을
갖고 있지 않다.
모기의 귀, 말하자면 청각기관은 촉각에 있다. 촉각의 표면에 있는 미세한 털이 특정한 높
이를 지닌 음을 포착할 수가 있다. 암컷이 잘못 알고 다른 종류의 수컷 집단 속으로 날아
가지 않도록 집모기는 집모기대로, 줄무늬모기는 줄무늬모기대로 각각 특정한 날개의 진동
수를 갖고 있는데, 그 결과 특정한 날개소리를 내게 된다. 우리들의 귓전에 모여든 모기도
풍하는 높은 날개소리를 내는 종류나, 붕 하는 것 같은 낮은 소리를 내는 모기가 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수컷 집단의 날개소리를 알아 들은 암컷은 곧 그 집단, 말하자면 모기떼 가운데로 날아
들어간다. 그때 수컷의 소동은 대단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질서를 지키던 모기떼는 그 순
간에 무너져서 어지럽게 뒤 섞여 버리고 수컷은 암컷을 목표로 물밀듯이 밀려온다. 그러나
이렇게 허둥지둥 몰려드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한 마리의 암컷이 모기떼 안으
로 날아들어 가면 거의 한순간에 승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날아 들어온 암컷과 단 한 마
리 행운을 움켜진 수컷은 만난 그 순간에 짝짓기를 하고, 다른 수컷이 알아 차렸을 때는
이미 암컷은 남의 아내가 되어 버린 후로 이미 축제는 끝났다. 한 마리의 수컷을 제외한
다른 수백 마리의 수컷은 바람맞은 것이다. 그리고 암컷이 날아가 버린 후에는 또 아무 일
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웅웅거리'면서 모기떼를 다시 만들어 다음에 올 암컷을 기다리고
있을 따름이다.
짝짓기를 끝낸 암컷이 수정란을 성숙시켜서 산란하기 위해서는 꼭 동물의 혈액이 필요하
다. 그래서 암컷은 동물의 몸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 농도를 감지하는 특수한 기관으로 동
물의 존재를 감지하여 접근한다. 이처럼 피를 빨기 위해 우리들 주변에 모여든 암컷이 처
녀가 아니라는 사실만은 확실하다.
개미(1)-엄처시하의 표본
개미는 완전히 '엄처시하'이다. 한 집 안에 몇천 마리나 되는 개미가 있지만 암컷은 단 한
마리밖에 없다. 소위 여왕개미이다. 사실은 암컷이 많이 있지만 정력적이고 잘투가 심한 여
왕은 나중에 태어난 암컷에게 여왕 자리를 빼앗기면 큰일이므로 암컷이라면 인정사정 가리
지 않고 모든 암컷의 생식능력을 빼앗아서 전부 자신의 노예로 만들어 혹사시키는 것이다.
인간의 세계에도 대단히 악한 여왕의 역사가 있지만, 자기 이외의 모든 여자를 거세해서
생식능력을 빼앗아 전부 노예로 만들어 혹사시키는 그런 악녀는 정말이지 없었다. 개미의
여왕은 자신의 몸에서 나온 분비물로 암컷 개미를 모조리 일개미로 바꾸어 버리는 불가사
의한 신통력을 지니고 있다.
개미의 세계에서 수컷은 아주 무능력하고 밥만 축내는 식객이다. 다행이 여왕의 신통력으
로 신체구조가 변한 무수히 많은 여성들이 있어 그들이 헌신적으로 먹이를 모으고, 집을
지으므로 수컷은 아무 일도 하지 않더라도 즐겁게 식사를 할 수 있는 부러운 신분을 태어
날 때부터 갖고 있다. 이처럼 수컷은 고생을 하지 않지만 여왕에게는 절대로 복종한다. 몸
의 크기로 보더라도 여왕은 수컷의 두 배 정도나 되는 당당한 체력을 갖고 있고, 크고 긴
날개를 갖고 있기 때문에 수가 많다 하더라도 여왕에게 대항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단지
여왕주위를 매일 어영부영 돌아다닐 뿐이다.
무수히 많은 노예를 자유자재로 조종하여 영양도 충분해지고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여왕
은 결혼날짜를 오늘로 잡을 것인가, 내일로 잡을 것인가 생각하고 있다. 결혼은 공중에서
거행되므로 온도라든가 습도라든가 바람 등 기상상태가 화창한 축제의 날을 결정하는데 중
요한 요소가 된다. 몹시 더운 여름 바람 한점없는 날이 개미의 세계에서는 가장 좋은 길일
로 되어 있다. 여왕은 집 입구까지 나와서 바깥의 상태를 알아보다가 오늘은 안되겠다 싶
으면 다시 안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그리고 그 다음날 다시 집 입구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운명을 점친다.
드디어 결혼날짜가 되면, 여왕은 실컷 혹사시킨 일개미에게는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집
입구에서 훵하니 몸을 펄쩍이며 공중으로 날아간다. 이 광경을 본 수컷들은 나야말로 임금
이라며 일제히 날아 올라 일직선으로 공중 높이 올라가는 여왕의 뒤를 매달리듯이 힘닿는
한 날아간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여왕의 당당한 체격과 날개에 비교하여 체력도, 날아오
르는 힘도 모자라는 수컷은 한 마리가 떨어지고, 두 마리가 떨어지고 차례차례로 힘이 다
써버린 낙오자가 된다. 그리고 몇 마리인가 남은 수컷은 승리자가 되어 여왕과 맺어지려고
필사적인 몸부림으로 여왕을 뒤쫓는다. 이렇게 해서 마지막까지 남은 단 한 마리의 수컷은
그 용기와 고생과 집념에 대한 보상으로 겨우 여왕을 차지하여 공중에서 짝짓기 결혼식을
맞이하게 된다. 도중에 낙오된 가엾은 수컷개미들은 해질녁부터 밤에 걸쳐서 슬픔에 겨워
어쩔 줄 몰라하면서 날아 다니다가 점차 불빛이 그리워 집안으로 날아 들어간다. 이 수컷
들을 보통 날개미라 부른다.
개미(2)-페로몬을 아십니까?
여름날 한창 더운 한낮에 검은 개미가 땅위를 배회하고 있다. 각각의 개미의 움직임을
한번 보면 각각 뿔뿔이 흩어져서 일정한 방향성도 없기 때문에 서로간에 연락도 하지 못할
것처럼 보인다. 두 마리의 개미가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더라도 서로간에 아무런 관계도
없는 것처럼 스쳐 지나가 버리고, 가끔 두 마리의 개미가 마주치더라도 각각 발걸음을
멈추고 서로 마주 본 채로 촉각을 서로 흔들어 무엇인가 말을 하고 있는 모습이지만, 이야
기가 결론이 나서 함께 나란히 걸어가는 모습은 전혀 볼 수 없다.
그러나 개미가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땅위에 개미에게 아주 중요한 식량인 벌레의 사체,
예를 들면 거미의 사체를 한 마리 놓고, 잠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자.
아무렇게나 걷고 있던 개미 중의 한 마리가 이 거미의 바로 곁을 지난다면, 제자리걸음을
걷는 모습으로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살피다가 이윽고 일직선으로 거미를 향해서 돌진해 온
다. 그리고 죽은 거미의 다리를 물고 늘어지거나 등 위로 기어 오르든지 해서 먹이감인가
를 확인한다. 거미 밑으로 들어가서 이것을 자기 집이 있는 쪽으로 잡아당겨서 가려고 한
다. 그렇지만 거미는 개미보다 수십 배나 크기 때문에 한 마리의 개미의 힘만 가지고서는
움직일 수가 없다.
이런 경우 처음에 거미를 발견한 개미가 급히 집으로 되돌아 가서 집안에 있는 동료에게
알려 자신이 길을 안내해서 많은 개미를 운반책으로 데려오는 것이 지극히 좋은 방법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처음에 거미를 발견한 한 마리의 대미는 결코 집으로 되돌아 가지도
않고, 근처에 있는 동료에게 전령을 부탁하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각자
제멋대로 아무 방향으로나 걸어가고 있어야 할 동료 개미가 갑자기 이 거미가 있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어서 극히 짧은 시간에 거미가 있는 쪽으로 몰려든다. 그것도 상당히 먼 곳에
서도 직선으로 이 먹이가 있는 곳으로 몰려든다. 이런 모습은 처음에 거미를 발견한 개미
가 무전이라도 사용해서, 또는 각자가 가지고 있는 무선 호출기라도 사용해서 주변을 돌아
다니던 개미를 불러 모은 것으로 밖에 달리 생각할 수가 없다. 어쨌든 어미를 땅위에 놓아
둔 후 처음 발견한 개미가 이것을 발견하는데 5분이 걸렸다고 한다면 두 번째의 개미가
오는 것은 10분이 지난 후이고 세 번째의 개미가 도착한 것은 15분이 자난 후, 그리고 1시
간이 지나더라도 12마리의 개미밖에 모이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 된다. 그러나 실제는
첫 번째 개미가 5분 동안에 개미를 발견했을 경우, 10분이 지나면 이미 20마리의 개미가,
25분이 지나면 백 마리 이상의 개미가 모이고, 한 시간이 지나면 거미의 모습은 벌써
사라지고 없다.
이 '무선장치'의 정체는 실제로는 페로몬(유인물질)이라는 물질이다. 페로몬이라는 것은
귀에 익지 않은 생소한 이름이지만, 호르몬과 바꿔 생각해도 좋다. 호르몬은 우리들의 뇌하
수체 등의 분비선에서 분비되어 혈액으로 보내진다. 이것은 혈액의 순환에 의해서 신체의
어떤 부분에도 그 신호를 전달 할 수가 있다. 개미의 페로몬은 체내에 신호를 보내는 대신
에 근처에 있는 동료들에게 신호를 보낸다. 공중으로 옮겨놓은 호르몬이라고 생각해도 좋
다. 또는 이 페로몬이야말로 우리가 '냄새'로 받아들이는 미립자라고 생각해도 좋다. 이
입자는 공기 속으로 퍼져서 다른 개미가 이것을 받아들여서 '동료가 먹이를 발견했다'는
사실을 알고 그 농도가 높은 쪽으로 향하는 것이다.
꿀벌(1)-자신의 집을 어떻게 분간할까?
철새인 제비는 다음 해에도 또 같은 둥지로 되돌아 온다. 물론 전문가가 제비 발목에
표지를 붙여서 조사한 결과였다. 도중에 상처를 입은 놈이나, 병에 걸린 놈도 있겠지만
적어도 전년에 왔던 제비의 절반 정도는 되돌아 온다. 인간에게도 집으로 되돌아 오려고
하는 동작은 뜻밖에도 존재하고 있어서, 술이 취하여 도중에 전혀 기억이 없어서 어디를
어떻게 걸어 왔는지, 무엇을 하고 왔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더라도 간신히 자기 집까지
다다른 경우도 있다. 자기 집에 돌아오려고 하는 본능을 귀소성이라고 부른다.
꿀벌이라고 하더라도 일벌만을 지칭하는 것이지만 큰비가 내리지 않는 한 매일 부지런히
집에서 나와 꽃에 있는 꿀을 모아 다시 되돌아와서 자기 집으로 운반한다.
주변에 충분한 꿀이 있은 때는 별로 멀리까지 날아가지 않지만, 근처에 적당한 꽃이 없을
때에는 1킬로미터 이상이나 멀리 날아가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그리고 자기 집과 꽃이 있
는 곳을 쉬지 않고 하루에도 여러번 왕복한다.
집에서 상당히 떨어진 곳에 갔다가 원래의 집으로 되돌아 오는 경우, 방향은 태양의 각도
를 근거로 한다고 한다. 그 때문에 겹눈의 구조가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
겹눈에 관해서는 다음 나방 항목에서 자세히 설명하겠다. 태양의 각도를 겹눈으로 잡아서
틀리지 않고 집 근처까지 되돌아 오는 꿀벌은 그곳에서 목적지를 어떻게 찾을까? 예를
들면 완전히 똑같은 벌통이 10개가 나란히 있는 경우에 자기 벌통은 왼쪽에서 세 번째라고
판단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는 벌통에 색깔을 칠해서 꿀벌이 색깔을 가지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실험이나 벌통의 순서를 꿀벌이 외출중일 때 바꿔놓고 위치를 인식
하고 있는가 어떤가를 실험 등 몇 개의 조사가 실시 됐다. 꿀벌의 최종적인 판단은 색깔도
아니고, 위치도 아니고, 막연하게 주위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가 눈으로 확인한다는 사실
이 밝혀졌다. 꿀벌이 날아간 사이에 벌통부근의 모양을 바꿨더니 자기 집에 되돌아올 수
없었다. 이것은 꿀벌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나비 따위에게도 똑같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나비의 눈은 근시라고 하는데 꽃의 형태도 막연하게밖에 볼 수 없다. 연한 종이로 꽃의
모양을 만들면 나비가 근처까지 온다. 꿀의 향기보다 형태를 보는 것 같다.
꿀벌(2)-무서운 대량살육의 드라마
꿀벌은 기분이 좋을 때와 나쁠 때가 있다. 기분이 좋을 때는 벌통에 접근하더라도 결코
쏘는 일이 없고, 무수히 많은 꿀벌들은 계속해서 꿀을 운반하기에 바빠서 근처에 서있는
인간 따위는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이에 대해서 기분이 나쁠 때에는 벌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덮어놓고 인간을 방해자로 취급하여, 빨리 어딘가로 사라지라고 말하자
마자 얼굴 주위를 붕붕거리며 시끄럽게 무리를 지어 날아 다니며, 소란을 피운다. 벌통
가까이 접근하면 갑자기 수십 마리의 벌이 덤벼들어, 잘못하면 금세 몇군데 쏘이고 만다.
벌이 기분이 나쁠 때는 대개 장마철이다. 벌통 안에서는 초여름의 강렬한 햇빛을 받아
새끼벌(구더기 같은 하얀 유충)이 쑥쑥 자리고, 그 새끼벌을 기르기 위해 매우 많은 꽃에서
꿀을 딸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비가 오는 날은 벌은 잘 날지도 못하고 물이 고인 꽃에서
꿀을 잘 모을 수도 없다. 말하자면 비가 내리는 날은 일벌은 휴업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장마때는 그저께도 비, 어제도 비, 오늘도 비가 내리게 되면 진짜 열심히 일해서
모아둔 꿀의 비축량이 점점 줄어드는 한편, 남은 꿀도 어쩐지 점점 마음이 안 놓이게 된다.
2단의 벌통에서 일벌이 가장 많이 늘어날 때는 5만 마리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5만
마리의 벌의 양식으로 5일분의 꿀이 저장되어 있다 하더라도 3일간만 비가 계속 내리면
나머지는 이틀분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고 내일도 비, 모레도 비가 내린다고 가정을 하면
결국 비축분은 바닥이 나고 여왕벌을 중심으로 한 5만 마리의 대가족은 전멸할 운명에
다다르게 된다. 이렇게 되면 벌들은 '식구 줄이기', '솎아내기'를 실시하여 간신히 일족 전체
의 멸망만을 피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래서 벌집 안에서는 공포의 대량 살육이 시작된다.
5만 마리의 벌을 1만 마리로 줄여버리면 이틀분의 비축량을 열흘분으로 늘릴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일주일 동안 비가 내린다 하더라도 아직 아사로부터는 벗어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벌집 안에서 대량 살육이 시작되면 살해된 일벌들은 동료들에 의해서 벌통 입구로 옮겨져
그곳에 버려진다. 다음에서 다음으로 한 마리씩 죽은 벌의 사체를 입에 문 일벌이 벌통에
서 나와서 그곳에 사체를 버리고 간다. 이렇게 해서 벌통 입구에는 금방 벌의 사체가
산처럼 쌓여간다. 그러나 불가시의한 일은 이러한 대량 살육이 한창 진행되는 동안에도
벌통 안에서는 아무런 소란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벌통 밖에서 서서 우리가 주위를
집중시킨다 하더라도 어떤 소동도 없는 평정한 상태에서 내부에서 대살육이 벌어지고 있으
리라고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다. 살해되는 벌은 꿀이 부족한 것을 알고 미리 각오하고
있는가. 비상시의 경우에는 살해되는 순서가 정해져 있는 것인가. 어쨋든 지극히 평화로운
가운데 대량 살육이 진행된다. 만약 벌들이 '나는 싫다', '너부터 먼저'라고 다투며 도망가는
놈, 저항하는 놈, 배신하는 놈, 살리려고 하는 놈 따위가 나온다면 그야말로 "벌집을 들쑤
셔"놓은 것 같은 큰 소동이 벌어질 게 틀림없다.
나비-아름다움을 다투는 세계
햇볕이 좋은 강변에 한 마리의 나비가 민첩하게 날고 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큰멋쟁이나
비라는 이름을 가진 극히 보통의 나비이다. 두 세 번 선회하는가 싶더니 어느 바위에 앉았
다. 곧 앉아서 정착이 되면 날개를 수평으로 펼쳐서 아름다운 빨간 얼룩무늬를 뽐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 나비가 갑자기 또 확 날아 올라 멀리 하늘 가운데로 날아가 버리
는가 싶더니 4,5분 후에는 또 같은 장소로 되돌아 온다. 그리고 두세 번 선회한 후에 조금
전에 앉았던 그 바위에 앉아서 쉰다.
나비가 날아 오르는 순간을 주의깊게 관찰해 보면 대개 다른 나비가 근처를 지날 때다.
그 작은 눈에 비치는 게 있을까? 하여간 다른 나비가 근처를 지나면 확 날아 올라서 그
나비를 맹렬하게 쫓아간다. 쫓는 나비와 쫓기는 나비가 점처럼 되어 이윽고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미친듯이 쫓아간다. 그리고 침입자를 쫓아 버리면 안심한 듯이 원래의 자리에
모습을 나타내고 똑같은 바위에서 휴식한다.
즉 '세력전'이다. '세력전'이라 하면 '깡패' 같은 사람들만 쓰는 전매특허처럼 생각하지만
이러한 가련하고 아름다운 나비에게도 '구역'이 있었던 것이다. 나비라 하더라도 자신의
점유공간이 없으면 불안한 것 같이, 그 점유공간에는 절대로 방해자를 접근시키지 않는
투지를 갖고 있다. '구역'을 침범하지 않는 것은 커다란 나비이든, 작은 나비이든 '구역'밖으
로 내쫓아 버릴 때까지는 맹렬하게 공격한다. 그리고 이 '구역'을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큰
이변이 없는 한 같은 바위에는 같은 나비가 앉아 있다. 무엇을 위한 "구역"인가? 먹이를
확보하려는 것이 아니고, 배우자를 얻기 위한 수단인 것 같다.
여전히 호랑나비의 동료들 간에는 "나비가 다니는 길"이 있어서 수풀 속의 같은 경로를
몇 번이고 계속해서 돌아다니는 것을 자주 관찰할 수 있다. 아무 것도 없는 공간에도 그들
의 길이나 도로 교통법이 있는 것 같다. 이 나비가 다니는 길은 같은 나비가 같은 경로를
순회하는 경우도 있고 몇 마리의 나비가 아주 동일한 경로를 다니는 경우도 있어서, 잘 조
사해 보면 나비가 다니는 길에 있는 꽃을 차례차례 방문하는 순서까지 정해져 있는 경우도
있다.
인간이 위협하면 나비들은 일단 나비가 다니는 길을 떠나지만, 다시 원래의 길로 되돌아
온다는 사실도 알려져 있다.
파리-생명력은 어느 정도일까?
진화론의 제창자인 다윈이 생존경쟁이라는 관념의 힌트를 얻은 것은 파리의 생존에 대한
계산에서 비롯되었다. 파리가 한 번에 2백 개의 알을 낳아서 그것이 전부 파리가 된다고
가정한다면, 암컷은 그 절반인 1백 마리의 파리이다. 그 파리가 다시 2백 개씩 알을 낳아 2
만 마리의 파리가 되고, 그 중의 1만 마리의 암컷이 다시 2백 개씩 알을 낳고....고 한다면
세계는 몇 년 안에 파리 투성이가 되어 버려, 길을 걷더라도 무수히 많은 파리가 얼굴에
부딪히고, 머리에 앉아 있고, 그 앉아 있는 파리 위에도 파리가 앉아 있고......한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게 되지 않는다. 2백 개의 알을 낳는다 하더라도 어른이
되어 다음 세대를 이어가는 파리는 그 가운데 두 세 마리에 불과하다. 그래서 자연 도태라
든가 생존경쟁이라는 말이 나왔던 것이다.
그런데 곤충이라는 그룹은 현대 지구의 기후나 환경에 가장 적합하게 적응하는 것 같다.
적도에서 극지방까지 해안에서 산꼭대기까지, 습지에서 사막에 이르기까지 곤충이 없는
장소는 없고, 그 종류도 80만 종류나 된다고 한다. 동물은 최하등동물인 아메바에서 최고등
동물인 인간까지 다 계산하더라도 1백만 종류밖엔 안되는데 놀랍게도 그 중의 80%가 곤충
이다.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서는 땅속이나 목재 속으로 들어가 버리면 그만이고, 게다가
추울 때는 알이나 번데기의 형태로 월동하면 그만이다. 아무리 폭풍이 분다고 하더라도 큰
나무의 바람이 불어 가는 쪽에 꼼짝 않고 있으면 바람이 하나도 불지 않는 것과 똑같고,
아무리 큰 비가 내리더라도 나무 잎사귀 아래쪽에 머물러 있으면 빗방울 하나 스치는 일이
없다. 적으로부터 숨을 때도 몸이 작으므로 유리하고, 운동력과 감각에 관해서는 발군의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다. 빌딩 옥상에서 떨어진다 하더라도 죽지 않고, 지진이 일어나도
죽을 염려가 없다. 어떤 면으로 보더라도 사멸할 것 같지 않다.
이런 곤충 가운데서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되어, 지금부터 몇억 년이나 옛날에 발생하여
지금까지 번영을 계속하고 있는 유례없는 생활력을 지닌 벌레는 바퀴벌레이다. 바퀴벌레라
하더라도 종류가 많아서 썩은 나무 속에서 생활하는 놈도 있고, 낙엽 밑에서 생활하는
놈도 있지만 뭐라고 해도 얄미운 놈은 부엌에서 사는 바퀴벌레, 통칭 바퀴라 부르는 녀석
이다. 몸의 크기에 비해서는 민첩한 놈이므로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발을 움직
여 사람을 업신여기는 것처럼 오른쪽에서 왼쪽,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여기저기 도망쳐
다니며, 몸이 편평하므로 기둥의 갈라진 틈 같은 작은 틈새로 들어가 버려서 어떻게도 해
볼 도리가 없다. 더구나 인간이 손을 대기를 꺼리는 것 같은 불결한 장소라 하더라도 그저
신경쓰이지 않는다는 듯이 하수도를 태연하게 통로로 쓰기도 하고, 썩은 음식물 위를 돌아
다닌다. 잡으려고 해도 기름기가 있어서 마찰이 적기 때문에 슬쩍 빠져서 또 숨어버린다.
이번에야말로 막다른 궁지로 몰아 넣었다고 생각하더라도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 두었던
날개를 써서 날아가 버린다. 한 가족이 총출동한다 하더라도 좀처럼 잡을 수가 없다. 부엌
이나 먹을 것이 가까이 있는 곳에 많이 있으므로 살충제를 뿌릴 수도 없고 독가스로 죽일
수도 없다.
이런 곤충은 우리들보다는 훨씬 수질오염이나 대기오염에도 강해서 먼훗날까지 살아 남는
다고 생각하면 매우 불유쾌하다. 정말 완전하고 완벽하게 박멸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한다
면 표창을 받을 것이다.
잠자리-수억 년의 역사를 가진 기적의 곤충
우리들이 가족과 함께 하이킹을 나가서 산길이라도 걷고 있을 때 갑자기 산그늘에서 몸길
이가 30미터 이상이나 되는 공룡이 나타난다면 어떻게 될까? 아무리 평소에 텔레비젼에서
괴기영화에 익숙해져 있다 하더라도 산속에서 진짜 공룡과 마주쳤다고 한다면 침착하게 관
찰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대체로 텔레비젼에서 재미있게 보고 있는 것은 '지어낸 이야기'
라는 사실을 알고 있고, 또 극중에서는 인간이 모두 잡아 먹혀 버려서 공룡이 최후의 승자
가 되는 일은 결코 없기 때문이다. 유명한 네스호의 괴물이라든가 최근에는 백두산 천지에
도 괴물이 나타났다든가, 다양한 기괴한 동물의 존재가 화제가 되고 있지만, 적어도 현재의
한국에서는 산속에서 진짜 공룡과 마주칠 가능성은 전혀 없다. 공룡이라든가 이리조차도
인간이 휘두른 폭력에 의해서 완전히 멸종되어 버려서 마주칠 가능성은 전혀 없다. 그러나
공룡처럼 크지 않고, 눈에 잘 띄지도 않고, 우리들의 생활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동식물
가운데는 공룡과 같은 시대에 발생해서 현재도 그 당시와 거의 똑같은 형태로 자손을 이어
가며 살아 남은 종류의 생물이 실재하고 있다.
수면에서 몇백 미터, 몇천 미터나 되는 깊은 해저에는 장기간에 걸쳐서(아마 몇천 년이라
는 장기간에 걸쳐서) 빙하시대의 영향도 없으므로 수온은 거의 변화가 없고, 석유나 유기
수은의 오염도 없기 때문에 수질도 변화가 없고, 방사능의 영향도 극히 작은 상태이므로,
공룡시대의 동물이 그대로 대를 이어서 살아 있다 하더라도 그렇게 불가사의한 일은 아니
다. 실러캔스(coelacanth; 아프리카 동남부 바다에서 발견된 肺魚類에 가까운 물고기로
발견되기 이전까지는 6천만 년전에 멸종된 것으로 알고 있었음)라는 물고기는 실제로 인도
양이나 마다기스카르 섬 부근의 심해에서 2억년이나 된 화석의 물고기와 거의 동일한 형태
를 유지한 채 현재도 살아 있는 물고기다.
육상은 기후의 변화가 심하고 몇만 년 사이에는 똑같은 토지가 삼림이 되기도 하고, 들판
이 되기도 하고, 사막이 되기도 하고, 기온이 높은 시대가 있기도 하고 빙하시대가 있기도
하고, 먹을 것이 풍부한 때가 있는가 하면 거의 전무한 때도 있어서 대개의 동식물은 어딘
가에도 적응할 수가 없게 되기도 하고, 생활이 불가능하게 되어서 전멸해 버린다. 이러한
상황이 지구 표면에서 수억 년 전부터 연면히 자손을 남겨 현재도 여전히 당시의 모습을
하고서 살아 남아 있는 동물은 정말로 기적에 가까운, 상상도 할 수 없는 적응력과 생활력
을 지니고 있음에 틀림없다.
그런데 그럴 정도의 강인함도 보이지 않는, 하찮은 벌레가 몇억 년이나 살아 남은 경우가
실제로 있다. 머리를 갸우뚱거릴 만큼 작은 잠자리가 그것이다. 고대의 잠자리라고 판단 할
수 있도록 이름만은 '옛날 잠자리'라 붙여놓고 있다. 몸뚱이는 왕잠자리처럼 조금 위엄이
있지만, 날개는 실잠자리와 비슷하게 약하다. 이 옛날 잠자리는 전세계에 두 종류밖에 확인
되지 않았다. 한 종류는 일본의 산간계곡 부근에 있고, 또 한 종류인 히말라야옛날잠자리는
일본에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히말라야 산속에 있는데 아직까지 단 세 마리밖에 채집이
되지 않았다.
사마귀-탐욕스런 육식 곤충
세상에는 지독한 부인도 있어서 남편의 주머니 속이나 지갑 속을 조사하고 우편함 속에
있는 편지까지도 개봉하여 툭하면 잔소리로 남편을 몹시 나무라며 따진다.
그리고 부인 자신은 사친회 같은 곳에서 아주 교양 있는 귀부인처럼 행동하고, 무능하고
나쁜 쪽은 전부 남편이라고 산전하고 다닌다. 이런 부인과 함께 사는 남편은 얼마 안있어
증발하지 않을 수 없다. 좀더 극단적으로 되면 정부와 미리 짜고 실제 남편을 살해하여
보험금이나 점포를 빼앗든지 하는 극악무도한 아내로 나타나는 결과가 된다. 그러나 이런
악처라도 자기 남편을 잡아 먹어 버린다는 그런 일은 정말 들어보지 못했다.
사마귀라는 곤충이 있다. 몸은 가늘면서 길고, 목은 특히 길고, 그 꼭대기에 붙어 있는
3각형의 머리에는 질투심 많은 눈이 노려보고 있고, 앞발을 낫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보기만 해도 불유쾌한 곤충이다. 배는 두껍고 소름 끼친다. 도시에서는 별로 볼 수 없지만
시골에서 자란 사람들은 이 사마귀를 밟아 보면 배속에서 꿈틀꿈틀하며, 여기서 또 불유쾌
한 선충류가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대체로 사마귀는 음험해서 나무가 우거진
수풀 속에 숨어서 잠복해 있는 것을 전혀 모르고 근처를 지나던 죄없는 벌레를 앞발로
낚아채는 것이다.
사마귀의 암컷은 일반적으로 수컷보다 훨씬 크다. 그리고 수컷은 암컷의 등에 탄 채로
짝짓기를 한다. 짜짓기가 끝났든지 끝나지 않았든지 간에 적어도 수정이 끝났다 하더라도
아직 두 마리의 교미 상태가 떨어지지 않았는 데도 암컷은 갑자기 뒤를 돌아보고 자기
등에 타고 있는 남편의 머리를 물고, 그 머리를 먹기 시작한다. 사마귀의 남편은 온순한 것
인지, 자기 몸이 악처에게 먹히는데도 저항하지 않고 도망갈 생각도 않고 그대로 먹혀
버리는 것이다. 좋은 쪽으로 해석해 보면 자기 자손(수정란)의 건전한 발육을 위해서 스스
로 생명을 포함한 육체 전체를 암컷에게 영양분으로 공급해 버리는 것이다. 실험에 따르면
짝짓기를 끝낸 암컷은 수컷의 머리에 한정하지 않고, 등에 무엇이든 올라 있으면 반사적으
로 그것을 먹는 성질이 있다고 하므로, 인간이 수컷의 머리가 있던 곳에 손가락을 대면
사마귀는 그 손가락을 먹으려고 한다. 그렇다면 암컷은 자기 남편의 머리인 줄 모르고 먹
는 것이 틀림없다.
나방-겹눈의 과학
여름밤 밝은 등불을 켜놓으면 나방이나 풍뎅이 등 다양한 곤충이 등불로 모여든다. 물론
시가지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현상으로 산기슭의 숲이 가까운 장소에서 볼 수 있는 이야
기이다. 이들 벌레는 왜 등불로 모여들까? 우선 불가사의한 것은 등불이라는 것은 인간이
비교적 최근에 사용하기 시작한 조명으로 수백 년 전에는 전연 없었다는 점이다. 게다가
곤충이 등불로 모여들어 봤자 전연 어떤 이득도 없다는 점이다. 더구나 밝은 곳으로 모이
는 것이 본래의 성질이라면 보름달이 비치는 밤에는 달이 있는 쪽을 향해 날아갈 것인가
하는 점 등 여러 의문이 많은 행동이다.
나방에게 한정하지 않고 곤충은 모두 같지만, 머리에 두 개의 커다란 눈을 가지고 있다.
이 눈은 겹눈이라 해서 대롱 형태의 작은 개안(個眼; 갑각류, 곤충류 등의 겹눈을 형성하는
긴 원뿔 모양의 하나하나의 눈)이 수백 개 모여서 구형(球形)을 이루고 있으므로 이 개안
은 한 개 한 개가 조금씩 다른 모양을 하고 있다. 한 개의 개안을 달이 있는 쪽을 향하고
그 개안으로부터 절대로 달의 영상이 벗어나지 않도록 날면, 이론적으로는 곧장 날아가게
된다. 도중에 새에게 추격을 받거나, 바람에 쓸리거나 해서 방향이 바뀌면 그 개안에서
달의 모습이 사라져 버린다. 그 경우 원래와 똑같은 개안으로 다시 달의 영상을 포착하려
면 방향도 원래대로 되돌아가게 된다.
곤충이 한곳의 방향으로 곧장 날아가서 도중에 방향을 바꾼다 하더라도 또 동일한 방향으
로 돌아 올 수 있는 것은 이런 역할이라고 알려져 있다.
또 곤충의 날개의 움직임은 눈으로 들어오는 빛의 세기와 깊은 관련이 있다. 양쪽 눈에
똑같은 세기의 빛이 들어 온다면 날개는 좌우가 똑같이 움직이기 때문에 곧장 날 수 가
있다. 달의 빛 따위는 언제나 좌우의 눈에 똑같은 세기로 들어올게 틀림없다.
그런데 인간이 만들어 낸 전등은 달처럼 무한대의 거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기 때문이 곤충이 겹눈 가운에 한 개의 개안으로 달 대신에 전등을 포착하여, 그
개안에서 전등의 영상이 벗어나지 않도록 난다면 전등 주위를 도는 회전운동이 된다. 더구
나 전등은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전등 주위를 회전하고 있는 나방의 바깥쪽 날개가 강하게
움직인다. 보트를 오른쪽으로 돌리려고 한다면 왼쪽의 노를 강하게 젓는 것과 같은 이치이
다.
전등 주위를 회전하는 나방의 바깥쪽 날개가 안쪽의 날개보다 강하게 움직이면 나방의
몸은 차츰차츰 전등이 있는 쪽을 향하도록 회전하는 테두리는 점점 적어지게 되어 나방을
끌어 당겨서 전등의 위치까지 오고 만다. 결국 곧장 날기 위해서 특별히 만들어진 겹눈의
구조나 눈과 날개 사이의 운동의 성질이 가까운 거리에 있는 빛과 마주치면 그 빛이 있는
쪽으로 모여 버리는 작용을 할 따름이다. 많은 곤충들은 전등 주위를 방방 돌면서 광원에
접근해 가는 것에 주의한다면 알 수 있다.
오리너구리-인류의 진짜 조상은 새일까?
소, 말, 양 등은 '짐승'의 부류이고 '네발가진' 동물이라고 할 수 있지만, 학문적으로는
'포유동물'이라 이름한다. 소나 말은 인간에게 편리하도록 개량되어 오랫동안 가축으로서
사육되어 왔다. 최근에 말은 경마장에서만 만나볼 수 있으므로 별로 '짐승'이라는 이미지는
없다. 한국의 야생 포유동물로는 곰, 살쾡이, 너구리, 산양, 노루, 고라니, 멧돼지 등이 있다.
소형으로는 토끼, 다람쥐, 족제비, 들쥐 등이 있다. 그리고 포유동물이라는 것은 라틴어로
Mammal이라 한다. Mammal이라는 것은 유방을 뜻하는 단어이다. 그렇기 때문에 포유(哺
乳)라는 어려운 말을 사용하지 않고도 '젖 동물'이러고 하는 편이 적절하고 이치에 맞는다.
소, 말, 곰, 멧돼지, 너구리, 노루 등 포유동물의 부류는 모두 '젖'이 있다. 돌고래의 유방은
배꼽보다 아래쪽 몸의 끝부분에 가까운 장소에 붙어 있다.
전세계 자연계에는 다양한 종류의 포유동물이 있는데, 호랑이, 사자, 표범 같은 맹수도
있고, 팬더, 코알라 같이 유쾌한 얼굴을 한 종류도 있다. 그 가운데에서도 한 종류만이
'젖'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알을 낳는 기묘한 포유동물이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타스마니
나 섬의 강이나 늪에 사는 오리너구리라는 동물이다. 오리너구리는 그 입이 턱과 이빨이
있는 '짐승'의 입과는 조금 거리가 있고. 상하(上下)로도 납작한 집오리의 주둥이 같은 형태
를 하고 있다. 발가락은 넓게 퍼져서 그 발가락 사이에는 '물갈퀴'가 있어 물새처럼 재빠르
게 헤엄치고, 그 뒷다리를 주의깊게 보면 발가락이 하나 뿐인데 위쪽에 붙어서 뒤쪽을
향해 있다. 말하자면 '며느리발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오리너구리는 '부리', '물갈퀴',
'며느리발톱'을 갖고 더구나 알을 낳기 때문에 '젖'이 있는 점, 몸이 털로 덮여 있는 점,
날개가 없다는 점을 빼면 틀림없이 새의 부류이다. 이러한 기묘한 동물의 존재는 포유동물
과 새와는 극히 근연(近緣: 보기에 형태는 다르지만 생물분류의 계통상으로는 관계가 가까
움)이어서, 파충류를 공통의 조상으로 했다는 증거일 것이다.
오리너구리의 암컷은 물가에 알을 낳는다. 그 알에서 태어난 조그만 오리너구리의 새끼는
고개를 위로 향한채로 뒤집어 있는 어미의 배에 올라타고서 유방에서 모유를 빨아 먹으며
자란다. 오리너구리는 강이나 늪에 살고 있어서 집오리처럼 부리로 물고기를 쪼아서 먹는
다. 도망치는 것과 숨는 것 이외에는 방어수단이 없는 이 연약한 포유동물은 오랜 기간에
걸쳐서 자연계의 생존경쟁에 패배하여 세계 각지에서 차츰차츰 절멸하여 현재는 태평양
상의 동남쪽 일각에서만 근근히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나 타스마니아에는
사자, 호랑이, 등의 맹수가 없고, 독사 따위도 없으므로 겨우 살아 남았던 것이리라. 그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동물은 역시 인간이다. 오스트레일리아 정부는 이 진귀한 짐승을 엄중하
게 보호하고 수출도 금지하여 그 수가 줄어들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
토끼-보호색의 매커니즘
야산이나 설원은 걷는다고 해도 한국에서는 좀처럼 야생의 포유동물은 발겨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그 가운데서 다소는 아직 만나볼 수 있는 것이 토끼이다. 덤불 속에서 갑자기 길로
뛰쳐나와 잠깐 멈춰서서 인간이 있는 쪽을 바라보다가 역시 금방 반대편 덤불 속으로 뛰어
들어가 버린다, 뒷다리를 크게 차올려 인사를 하는 것 같은 모양으로 펄쩍 뛰는 모습은
상당히 애교가 있다. 토끼는 나무에 오르는 것도 불가능하고, 헤엄치는 것도 불가능하다.
게다가 적에게 달려들어 물어 뜯을 이빨도, 적을 할퀼 발톱도 없는 너무 약한 동물이다.
토끼는 지상에서는 맹수나 뱀에게 위협받고, 하늘로부터는 독수리, 매 따위에게 공격을
받는다. 이렇게 되면 적에게 잡히지 않는 방법을 찾아낼 수 없게 되고, 도망치는 것 이외에
는 달리 방법이 없다.
가정에서 기르는 토끼는 일년 내내 흰 털로 덮여 있고 야외에서 볼 수 있는 토끼는 한겨
울에도 다갈색의 체모를 하고 있다. 그렇지만 일본의 한 지방에 사는 토끼들은 겨울에는
순백색의 털로 덮여 있어서 눈 속에 있으면 어지간히 시력이 좋은 동물이라도 발견하기가
어렵고, 여름에는 다갈색의 털로 덮여 있어서 바위사이에 있으면 우리들은 바로 옆에 있더
라도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른바 보호색으로 그 교묘함은 실제로 겨울, 여름의
각각의 계절에 야외에서 관찰할 수 있다.
그런데 여름에서 가을에 걸쳐서 다갈색의 털이 점점 빠지고 그에 대신해서 겨울용의 흰털
이 생겨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어떻게 해서 그러한 털갈이가 이루어지는 것일까?
우선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자연계의 기온변화에 대응해서 이루어진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러나 아무래도 그런 것은 아닐 듯싶다. 예를 들면 여름털을 입은 다갈색의 토끼
를 상자 안에 넣고 매일 조금씩 인위적으로 상자 안의 기온을 떨어뜨려 과연 털갈이가
이루어져 흰 토끼가 되는가 관찰하면 결코 그렇지 않다. 그러면 주변이 눈으로 뒤덮였을
때 그 흰색이나 눈의 반사광선에 대응해서 흰색털이 생긴다는 발상은 어떨까? 그러나 그것
도 아닌 것 같다. 다갈색의 토끼를 내부가 새하얀 상자에 넣고 주변을 흰색으로만 꾸며서
사육시켜 보아도 다갈색의 토끼는 언제까지나 하얀 토끼로는 되지 않는다. 이렇다면 겨울
이 되어 점점 추워지게 되면 털갈이가 시작되어 하얀 털로 되는 것이라든가, 주변에 눈이
내려 새하얗게 되면, 그 색을 감지하여 흰 토끼가 된다는 단순한 인간의 발상으로는 자연
을 해명할 수가 없을 것 같다.
결론을 말해 보자. 이것은 실은 태양이 토끼에게 하얗게 되라고 지시를 내리는 것이다.
즉 토끼의 의지나 주변의 색채, 기온 등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이 태양의 명령에 따라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6월의 하지를 경계로 해서 매일 점점 낮의 길이가 줄어들어, 9월의
추분이 지나면 하루에 볕이 드는 일조시간이나 일조량은 점점 감소한다. 이 일조량이 매일
매일 감소하는 것이 토끼의 뇌하수체나 갑상선 호르몬에 영향을 미쳐 탈모가 일어나 흰 털
로 바뀌어 간다. 토끼를 상자 안에 넣고 자연계의 햇빛을 가리고 매일 조금씩 햇빛을 줄여
가면 여름이라 하더라도 흰 토끼가 생긴다.
하늘 다람쥐-익살맞은 짐승
하늘을 날 수 있는 동물을 들라면 곤충과 새가 대표적이다. 몸이 무거운 포유동물 중에는
박쥐종류 뿐이다. 박쥐 외에는 날 수 있는 동물이 없지만 하늘다람쥐는 상당한 거리를
산뜻하게 활공할 수 있는 재주를 가진 동물이다. 하늘 다람쥐는 일반적으로 숲속에 사는데
일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 동물은 낮에는 대개 커다란 고목 속의 둥지 안에서 잠을 잔
다. 가지도 말라 떨어지고, 나무 껍데기도 벗겨져서 하얀 목질 부분이 노출된 듯 싶은 바싹
마른 고목의 높이 7,8미터 되는 곳에 직경 15센티미터 정도의 자그마한 구멍이 있다면
틀림없이 하늘다람쥐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돌로 탕탕 하고 고목을 때리면 잠에서 깬 하늘
다람쥐는 위쪽의 굴에서 귀여운 얼굴을 살짝 내민다.
하늘다람쥐는 쥐를 약간 길고 가느다랗게 늘려놓은 것 같은 작은 동물이다. 하늘다람쥐는
앞발과 약간 긴 뒷발 사이에 피부가 얇은 막의 형태로 펼쳐 있어서 네 개의 다리를 전부
펼치면 연처럼 사각이 편평한 모양이 되고 그 끝에 커다란 꼬리가 주렁주렁 붙어있다.
주위가 완전히 어두워지면 하늘다람쥐가 활동하는 시간이 된다. 이 동물은 호두열매나 그
이외 나무 열매를 주로 먹기 때문에 이빨이 날카롭다. 하늘다람쥐가 떠들썩하게 운동회를
전개하여 이 가지 끝에서 저 가지 끝으로 날아다니고, 또 암수컷이 사랑의 속삭임을 나누
는 것은 새벽 무렵 슬슬 주위가 밝아지기 시작할 때이다. 다람쥐처럼 능숙하게 나무줄기를
타고 올라 가지를 쭈르르 건너서 그 끝에 쫙 하고 공중으로 몸을 날린다. 바로 그 순간에
양쪽에 있던 비막(飛膜: 날개로 사용되는 피부막)이 열려 글라이더처럼 가볍고 매끄럽게
활공하는데 때로는 20미터에서 30미터까지 날아서 목적한 나뭇가지에 착륙한다. 착륙할
때는 펼쳐 있던 비막을 휙 하고 움츠려서 몸을 세우듯이 해서 훌쩍 정지하는 그 순간 벌써
달려 간다.
하늘다람쥐도 토끼와 같이 초식성이고 연약한 동물이다. 낮에는 커다란 고목의 구멍 속에
숨어 있다가, 밤에만 활동하는 것은 다분히 적의 습격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이 되고 있다.
하늘다람쥐를 공격하는 독수리나 매, 게다가 일본에 서식하는 대형 뱀은 낮에만 활동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늘을 활공할 수 있는 것은 하늘다람쥐를 보다 안전하게 해준다. 하늘다
람쥐는 날다람쥐라고도 부른다
곰-피하지방이 겨울잠을 부른다.
곰은 겨울잠을 자는 동물이다. 즉 추운 겨울 동안은 바위굴 등에 들어가서 음식도 먹지
않고 운동도 하지 않고 꾸벅꾸벅 졸면서 지낸다고 한다. 그러나 동물원에서 볼 수 있는
곰은 겨울잠은 잔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데 겨울이 찾아오더라도 원기 왕성하게 먹이를
먹고 있다. 추운 지방의 동물원에서조차 난방을 하지 않는 경우에도 역시 사육된 곰은
겨울잠을 자지 않는다. 겨울잠이라 하면 추워져서 움직이지 않게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육된 곰이 사는 집의 온도를 점차로 내려서 영하 몇 도가 된다고 하더라도 곰은 겨울잠
을 자지 않기 때문에 추워지면 겨울잠을 잔다는 가설은 아무래도 진실이 아닌 것 같다.
실제로 동물이 겨울잠을 자는 원인은 일본의 어느 생물학자는 일본산 다람쥐를 이용해서
밝혀냈다. 그것은 피하지방이 겨울잠을 명령한다는 것이다. 바꾸어 얘기하면 피하지방이
어느 정도 두껍게 되면 겨울잠 중추가 자극을 받아서 겨울잠에 들어가는 것이다.
겨울잠을 자는 동안에 벌어지는 일을 생각해 본다면 우선 혹독한 추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추위를 막아내기 위해서는 두꺼운 피하지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또 겨울잠
을 자는 동안에는 먹이를 먹을 수 없기 때문에 그 기간 중에 소비되는 에너지원은 몸에
축적해 놓은 것만으로 부족해서는 안 된다. 그 때문에 피하지방은 무슨 일이 있어도 꼭
필요하다. 바꾸어 말하면 피하지방이 없이 무심코 겨울잠에 들어가면 추위를 견뎌내지
못 하고 얼어죽든가, 체내에 영양소가 다 떨어져서 굶어 죽든가 둘 중의 하나이다. 더구나
겨울이 되어 추위가 혹독한 해도 있고, 봄이 늦게 찾아와서 오랜 기간 겨울잠을 자지 않으
면 안심하고 겨울잠을 맞을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피하지방의 발달이야말로 겨울잠을
가능하게 하는 유일한 조건이고, 피하지방이 충분하게되면 "이제 겨울잠을 자도 좋다."라는
겨울잠 명령을 전달하는 셈이다. 실제의 예는 아니지만 만약 곰에게 점진적으로 지방을 주
사하여 충분히 지방이 축적되면 겨울이 되기 전에 겨울잠을 자기 시작할 게 틀림없다.
이렇기 때문에 가을 중순부터 곰은 활발하게 먹어댄다. 곰은 잡식성이어서 산포도 따위의
식물을 즐겨 먹고, 또 물고기나 벌레 등도 잡아 먹는다. 산열매가 풍성하므로 먹을 것이
충분히 있을 때는 좋지만 자연에서 먹이를 구하기 힘들 때, 즉 흉년에는 인가 근처까지
내려가 먹이를 구하고 여기저기 출몰한다. 이런 때에는 곰은 흥분해 있어서 인간을 습격하
는 일도 종종 있다.
박쥐-비행레이더의 비밀
도시에서는 매년 그 숫자가 줄어들고 있지만 박쥐도 포유동물 가운데에서는 결코 진귀한
동물이 아니다. 초여름부터 여름 동안에 석양 무렵 바쁘게 저공비행을 하는 박쥐 모습을
엷은 어둠을 통해서 볼 수 가 있고, 때로는 귓전을 사악사악 하는 날개소리를 남기고 지나
가는 박쥐에게 놀라는 일도 있다. 벌레도 줄어들고, 개구리도 줄어든 한국의 자연 속에서
수수하게 살아가는 약간 남아있는 자연의 풍경일 것이다. 박쥐는 모기 따위의 극히 작은
벌레를 먹고산다. 도시의 중심지는 어쨌든 교외나 농촌에는 아직도 모기가 발생하기 때문
에 박쥐도 먹이를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지 않고, 또 박쥐가 사는 장소는 동굴과 나뭇가지
이기 때문에 가까스로 살아남은 동물이라 생각된다. 박쥐의 배설물은 대부분 소화되지
않은 모기의 눈알이다. 아마 하룻밤에 몇백에서 몇천 마리나 되는 모기를 차례차례 잡아먹
고, 소화시킬 수 없는 눈알만이 한꺼번에 배설되는 것이리라.
박쥐의 날개는 포유동물에 있어서는 앞다리이고, 우리들의 손에 해당되는 부분이다. 가느
다란 뼈의 형태는 다른 동물과 같아서 손가락 뼈가 터무니없이 길고, 손가락과 손가락 사이
에는 얇은 막이 있어서 전체가 날개 역할을 하고 있다. 새의 날개와 다른 점은 손가락
끝에 해당하는 부분에 손톱이 있는 점, 또 지상을 걸어 다닐 때에는 날개를 접고 팔꿈치에
해당하는 부분을 사용해서 보행할 수가 있는 것이다.
낮에 활동하는 동물은 눈의 망막에 강한 빛을 감광하는 성분을 다량 포함하고 있기 때문
에 어둑어둑한 빛에는 별로 반응하지 않고, 야간에 활동하는 동물에는 그 망막에 극히
약한 빛에도 감광하는 성분이 다량 포함되어 있어서 조그마한 빛이라 하더라도 감지 할 수
가 있다. 즉, 사진의 필름으로 말한다면 ASA(American Standard Association; 필름의 강
도) 수가 많기 때문이다. 박쥐는 야간에 활동하기 때문에 지극히 약한 빛이라 하더라도
물체를 볼 수가 있지만 실제로는 눈으로는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어두운 공간을 맹렬한
속도로 부지런히 날아다닐 때 눈에 하나 하나 보이는 것으로는 나뭇가지나 전선 따위를 피
할 수가 없다. 박쥐의 눈을 페인트로 칠한 뒤에 날려 보내도 결코 부딪히지 않는 것을
보더라도 눈보다 훨씬 중요한 감각기관을 갖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 기관은 박쥐의 소리
레이더라고 부른다. 목구멍 깊숙이 특별한 성대가 있어서 그로부터 진동수가 매우 많은
초음파를 낸다. 날아다니면서도 끊임없이 그 소리를 바깥을 향해서 입으로 내고 있다. 그
음은 어떤 작은 물체라 하더라도 예를 들면 1밀리미터 이하의 물체에 부딪힐 경우, 반사음
이 되어서 박쥐의 귀로 되돌아 온다. 그 반사음에 의해서 물체의 존재를 빠짐없이 조사하
여 안전하게 비행하고, 동시에 작은 모기를 얼마든지 잡아 먹는 것이다.
한국의 온대지방에 사는 박쥐는 동굴 따위에 들어가서 거꾸로 매달려서 겨울잠을 잔다.
이 겨울잠은 곰 등에 비교해서 훨씬 깊은 겨울잠, 즉 체온이 훨씬 낮게 떨어진다. 따라서
겨울잠을 잘 때는 의식도 없고 감각도 움직이지 않는다. 내장의 모든 기관도 여름의 몇 십
분의 1밖에 움직이지 않는다. 그렇게 함으로써 에너지의 소비량은 극히 작아진다. 일반적으
로 무리를 지어 활동하고, 열대지방에서는 낮에는 큰 나뭇가지에 과일 같은 검은 박쥐가
무수히 매달려 있다. 열대지방의 박쥐는 대형이고 과일을 먹고 산다.
코끼리-사지도 대적할 수 없는 괴력
육상에서 가장 큰 동물은 코끼리이다. 일찍이 2억 년 가까운 옛날 중생대는 코끼리의
10배 이상이나 되는 공룡이 양치식물의 삼림이나 연못가를 활보하던 시대가 있었지만 공룡
은 뱀이나 도마뱀과 같은 부류이고 포유동물로서는 코끼리가 가장 크다. 현재 코끼리는
거의가 인간이 사육하여, 야생의 것은 인도의 아삼 지방이나 인도 반도 일부에 겨우 몇
마리가 남아 있는데 불과하지만, 대형의 아프리카 코끼리는 케냐, 틴자니아부터 콩고 지방
의 광대한 지역에 줄어들고 있다고는 하나 아직 상당히 많은 숫자가 야생상태에서 생활하
고 있다.
코끼리는 온순한 동물인데다 초식성이어서 다른 야생동물이나 인간에게 적극적으로 공격
하는 일 따위는 없다. 동물원 코끼리라 하더라도 먹이로 받는 것은 짚이나 감자뿐이고,
야외에 있더라도 식물성인 것만을 먹고 생활하고 있다. 몸이 커서 그로테스크한 모습을
하고 있는데다 길고 강력한 코를 갖고 있으므로 맹수로 오해를 받지만, 코는 인간으로
말하자면 손의 기능을 하는데에 지나지 않는다.
즉 다리를 구부린다든지 허리를 숙여서 풀을 뜯어먹기에는 너무 뚱뚱하고, 특히 다리가
절구통같이 두꺼우므로 입으로 운반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긴 코를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러
나 코끼리 자신이 위험을 느끼거나 코끼리에 대해서 다른 동물이 공격을 걸어오면 코는
어느 정도 무기로써 기능하지만, 그것은 결국 방위수단밖에 안된다. 코끼리는 다른 맹수와
비교하면 너무나 크다. 아프리카 코끼리의 거대한 놈은 몸무게가 10톤 이상이나 되므로
도저히 이 커다란 코끼리를 공격해서 넘어뜨릴 수가 없다. 그렇지만 코끼리가 다수의 맹수
에게 둘러싸이고 새끼 코끼리 등이 위험한 때에 무기로 이용되는 것은 실로 코가 아니라
발이다. 코끼리는 그 거대한 발로 차는 힘은 끔찍해서 사자 정도 되는 동물은 날아가 버리
든가, 뼈가 부러지든가, 그리고 잘릴 정도로 짓밟아버리는 것이다.
코끼리는 가족 단위로 생활하는 경우가 많아서 양친과 새끼 등을 합쳐서 인도 코끼리는
5마리에서 10마리 정도 무리를 지어서 행동하고, 아프리카 코끼리는 가족이 많이 모여서
대가족집단으로 백 마리 정도의 큰 무리를 짓는 경우도 있다. 인도 코끼리는 생활 구역도
적다기보다는 협소한 지역에 꽉 들어찬 형태이지만 아프리카 코끼리는 광대한 지역을 집단
으로 이동한다. 특히 건조기가 되면 물이 있는 장소를 찾아서 이동하고 늘상 주로 물 주변
에다 생활의 근거지를 만든다. 코끼리의 동료는 지질시대부터 물 주변에서 많이 생활했기
때문인지, 혹은 너무 커서 민첩성이 결여되어, 강으로 떠내려갈 기회가 많기 때문인지,
포유동물 가운데서는 화석으로 남아있는 예가 비교적 많다. 코끼리는 마지막에는 물속에
몸을 던져서 그 생애를 마감한다고 하지만, 이 이야기는 별로 맞지 않다. 어쨌든 세계 최대
의 포유동물로 아이들의 우상이 되어 있는 코끼리가 차츰 감소하고 있는 사실은 섭섭하지
만, 어떻게 하든지 이 지상에 살아남게 하고 싶은 것이다.
하마-충돌하면 모두 죽게 된다.
현재 지구상에서 코끼리에 이은 대형의 육상동물은 하마이다. 상당히 애교어린 얼굴을
하고 있지만 입은 터무니없이 크고, 또 입안에 있는 이빨도 거대하다. 사람의 의치는 현재
는 플라스틱을 많이 사용하지만, 그전 시대에는 능숙하게 가공된 도자기가 사용되었다.
그보다 전 시대에는 유럽에서는 이 하마의 커다란 이빨을 갈아서 사용했다. 하마는 몸이
포동포동 살이 찐데다가, 다리가 짧아서 아무리해도 다른 동물을 공격하거나 뒤쫓을 수
있는 동물은 아니다. 큰 놈은 4톤 내외의 몸무게를 갖고 있다. 하마도 중부 아프리카 습지
대에 살고 있다. 입이 그렇게 큰데도 불구하고 극히 온순한 초식동물이다. 큰 강 근처나 늪
주변의 수초가 무성한 곳이 하마의 주거지인데, 대개 20마리에서 50마리 정도가 무리를
지어 생활한다. 낮에는 거의 물속에 들어가서 겨우 눈과 귀만 수면에 내놓고 잠을 잔다.
야행성 동물이어서 밤이 되면 어슬렁어슬렁 육상으로 올라와서 물가의 풀 등을 덥석덥석
뿌리째 뽑아서 먹는다. 몸이 크고 물속에 살고 있으므로 다른 맹수에게 공격당할 걱정도
없고 다른 동물을 내쫓을 필요도 없이 한가롭게 자연을 즐기고 있는 부러운 동물이다.
그러나 하마는 겁쟁이다. 낮에 때때로 땅위로 올라와서 풀밭 가운데에서 낮잠을 잘려고
할 때도 있다. 이런 경우 조금이라도 무슨 소리가 나면 놀래서 물속으로 첨벙 하고 뛰어
들어간다. 하마는 특별히 강적이 없는데도 역시 동작이 둔하기 때문에 낮에는 물속에 있는
편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장소 같다. 땅위의 풀밭에서 하마가 낮잠을 자는 경우에 혹시
인간이나 다른 물가 근처나 낮잠을 자는 하마 주변을 지나간다고 하자.
운동신경은 둔감하더라도 감각이 예민한 하마는 이 동물의 낌새에 몹시 놀라서 결사적으
로 물을 향해 돌진한다. 지나가던 동물은 갑자기 탄환처럼 뛰쳐 나오는 거대한 하마를 피할
수가 없어서 앗 하는 순간에 냅다 부딪쳐 나가 떨어지고 만다. 돌진해 오는 하마에게 정면
으로 부딪히면 정말로 질주하는 덤프 트럭에 부딪친 것처럼 견디지 못할 정도다. 자연계는
이런 일도 있다.
기린은 왜 목이 길어졌을까?
열대 아프리카에 사바나에 사는 기린도 중요한 동물이다. 목이 무턱대고 길고 키도 터무
니없이 크다. 그렇게 목이 길기 때문에 목뼈(경추)가 대단히 많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목뼈는
7개 밖에 안된다. 포유동물은 멧돼지처럼 목이 짧은 것도 있고, 개 고양이, 인간, 그리고 기
린처럼 목이 긴 놈도, 모두 목뼈는 7개로 정해져 있다. 예외는 남아메리카에 사는 나무늘보
정도이다. 기린은 소와 가까운 동물이어서 긴 목 위에 올라 있는 작은 머리에는 귀와 짧은
뿔이 붙어 있다. 기린은 약한 동물이므로 맹수의 밥이 되는 경우가 많고, 특히 사자, 표범
등은 기린이 가장 두려워하는 적이다. 일단 맹수에게 발각되어 몇 마리가 공격당하면 이미
저항의 수단은 없다. 생존경쟁이 치열한 아프리카 들판에서 연약한 기린이 살아 남을 수 있
는 길은 적에게 발각되지 않는 것, 재빠르게 도망치는 것, 그리고 새끼를 많이 낳아서 자손
이 끊기지 않도록 하는 방법밖에 없다. 기린의 독특한 얼룩 모양도 적에게 발각되지 않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볼 수 있다. 목이 긴 이유는 가능한 빨리 적을 발견하여 도망칠 준비
를 하고, 긴 다리는 날쌔게 도망치는 중요한 운동력이다. 다만 기린은 실제로는 아무리 빠르
게 달려도 시속 40킬로미터 정도여서 사자나 표범 쪽이 훨씬 빠르므로 별로 효과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기린의 목이 어째서 그렇게 길어 졌는가에 대해서는 종종 진화론을 설명하는 좋은
예증으로 이용된다. 1805년 프랑스 동물학자인 라마르크는 기린의 목이 길어진 이유를 다음
과 같이 설명했다. 기린의 목은 원래 말의 목 정도로 그렇게 길지 않았다. 그러나 기린은 키
가 큰 나뭇잎을 먹기 때문에 태어나서 일생동안 목을 계속해서 늘린다. 그 때문에 어른이
되었을 때 어미의 목과 비교해 보면 조금씩 길어지고 있다. 이렇게 해서 어미보다 자식이
자식보다 손자가, 손자보다 그 손자의 자식이라는 방식으로 예컨대 몇 밀리미터씩이라도 목
이 길어지면 몇십대, 몇백대가 지나면 현재의 기린처럼 긴 목이 된다고 한다. 이설은 '용불
용설'이라 하는데, 끊임없이 사용하지 않는 기관은 차차 퇴화하여 인간의 꼬리처럼 없어져
버린다고 한다.
이에 대해서 1859년 유명한 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이라는 저서 가운데서 다음과 같이 설
명했다. 기린의 목은 원래는 그렇게 길지 않았다. 그러나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형제에게
도 키가 큰 사람과 키가 작은 사람이 있듯이 기린의 형제에게도 목이 긴 기린과 그렇지 않
은 기린이 있다. 기린은 키가 큰 나무의 잎사귀를 먹기 때문에 생활하는데, 그 중에서 목이
긴 기린만이 살아남는다. 부모의 대도, 자식의 대도, 손자의 대도, 항상 그 세대에서 좀더 목
이 긴 기린만이 세대를 이어서 몇십 대 몇백 대가 지난 후에는 긴 기린만이 남게 된다고 한
다.
원숭이 ― 고릴라의 생식기의 크기는?
인간과 가장 가까운 야생동물을 들라면 말할 것도 없이 유인원이라 부르는 그룹이다. 유
인원이라 하면 아시아의 열대밀림, 그렇지만 현재는 북보르네오 등 얼마 안 되는 지역에서
발견되는 오랑우탄, 다음은 아프리카 열대의 밀림에 살고 있는 침팬지와 고릴라, 어느 것이
나 모두 친밀한 동물이다. 이 가운데서 가장 큰 고릴라는 주로 지상에서 생활하지만, 침팬
지, 오랑우탄은 대산림의 나무 위에서만 생활하고 나무의 상당히 높은 지점에다가 집을 짓
고, 대체로 지상으로 내려오는 일은 없다. 어쨌든 이들 유인원을 자연상태에서 관찰하는 일
은 극히 곤란한 일이어서 지금까지 보고된 유인원을 자연상태에서 관찰은 거의 동물원에서
사육하는 유인원을 관찰한 결과이다. 유인원의 몸매는 인간과 비슷하지만 발이 비교적 짧은
편이고, 손은 매우 길어서 직립해 있더라도 지상에 닿을 정도로 길다. 발바닥은 손바닥처럼
넓고 긴 발가락을 갖고 있는데, 손가락처럼 엄지발가락이 저쪽에 떨어져 있는 물건을 집을
수가 있는 것은 분명히 수상(樹上) 생활에 적응했다고 생각된다. 원숭이나 사람은 똑같이
잡식성이어서 식물의 잎, 싹, 열매 등도 먹고, 나무 위에서 생활하는 곤충이나 도마뱀 따위
의 동물성인 것도 잡아먹는다. 송곳니는 인간보다 훨씬 날카롭게 돌출해 있고 앞니도 끝이
나와 있어서 단단한 것을 으깨서 먹는데 알맞다.
침팬지, 오랑우탄의 몸무게는 50킬로그램 전후로 인간과 큰 차이가 없고, 고릴라는 100킬
로그램이 넘는다. 그러나 대뇌의 무게를 비교해 보면 보통 성인이 1.5킬로그램에 가까운데
비해 유인원은 종류에 관계없이 4백그램 내외로 인간 대뇌의 4분의 1을 조금 넘는 정도 밖
에 안 된다. 침팬지, 오랑우탄은 부르짖는 소리로 얼마간 의사소통을 하고 있어서 다소 서로
연락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지만 대체로 언어라고 말할 단계는 아니고 그 생활은 다른
원숭이 종류보다 더 진화된 상태는 아니다. 유인원의 임신기간은 250일 이상인데 인간과 그
렇게 큰 차이는 없지만 태어나는 신생아의 몸무게는 인간 신생아의 절반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생각보다 몸무게가 적은 반면에 손발과 그 외의 발육은 인간의 유아보다 뛰어나서
생후 2개월이 지나면 어미에게 매달릴 수가 있다. 그래서 어미 유인원은 유아를 자신의 힘
으로 떠받치거나 안는다든지 하지 않고 자유롭게 나무 위를 달려 다녀도 아이가 떨어지는
일은 없다. 전문가들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신생아는 몸무게에 비해서 발육은 현저하게
떨어져 생후 1년이 지나야 겨우 야생동물이 태어날 당시의 능력에 달한다고 한다.
개와 고양이라든가 자연계에서 수컷과 암컷의 성비가 거의 1대1인 포유동물의 성생활은
일부일처제의 단혼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모든 암컷은 모든 수컷의 공유물이고, 모든 수컷은 모든 암컷의 공유물이어서 어떤 상대와
도 자유롭게 짝짓기를 할 수 있는 난혼제인 것이 보통이다. 인간은 아득한 옛날 완전히 자
연에서 생활을 했을 때는 난혼을 했다는 증거가 상당히 있다. 유인원은 일반적으로 일부 일
처제의 단혼생활을 하고, 가족을 단위로 집을 짓는다는 점은 현재 인간의 가정과 닮았다. 짝
짓기는 배위(背位)짝짓기가 행해지는데 수컷의 생식기는 고릴라의 경우는 특히 작다.
연어 ― 산란에서 탄생까지의 고생담
연어는 일반적으로 바다에서 사는 물고기이다. 북쪽 바다를 자유롭게 헤엄쳐 돌아다니다
가 충분히 성숙하여 산란기를 맞으면 수컷도 암컷도 모두 강을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한다.
그 시기는 10월경이다. 옛날에는 동해안의 바다와 연결된 강이나 하천을 거슬러 올라오는
것을 볼 수 있었지만 현재에는 주로 강원도 양양의 남대천 근처에서만 볼 수 있고 그 외에
북캄차카 반도나 알래스카의 여러 하천에서도 연어의 모천회귀(母川回歸)를 관찰할 수 있다.
해수에 사는 물고기나 담수 (淡水)에 사는 물고기는 일반적으로 혈액의 농도가 다르지만, 연
어처럼 바다의 해수나 하천의 담수 속에서도 생활하는 물고기는 그때마다 혈액의 농도를 바
꾸지 않으면 안된다. 그래서 연어의 피부에는 체표(體表)를 통해서 담수나 해수가 몸 안으로
침투하지 않도록 특별한 피막(被膜)을 가지고 있고, 또 해수가 입을 통해서 들어올 경우에는
있는 힘을 다해 염분을 버리고 물을 저장하려 하고, 반대로 담수가 입으로 들어올 때는 힘
껏 물을 버리기 위해 신장이 작동하여 조절에 나선다.
연어의 산란장소는 하천의 근원의 가까운 얕은 여울이 된 계류이다. 연어는 알을 낳고 새
끼를 남기기 위해 필사적으로 강을 거슬러 올라간다. 흐름이 급한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일
은 연어에게 있어서 쉬운 일은 아니다. 몸에 비축해 둔 에너지를 전부 다 써서 고생에 고생
을 거듭하여 상류를 향하여 올라간다. 도중에 폭포가 있으면 그것도 올라가지 않으면 안 된
다. 그렇기 때문에 근육의 탄력성과 지느러미로 물을 때리는 힘을 가지고 높이 3미터 정도
되는 폭포는 단숨에 뛰어 올라서 넘어가 버린다.
강은 상류로 올라갈수록 강폭도 좁아지고 수량(水量)도 줄어든다. 그 곳에 무수히 많은 연
어가 그야말로 물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득 모여서, 더구나 마지막 힘을 다 쥐어짜서 강
을 올라간다. 개중에는 동료들에게 눌려서 튀겨난 그 순간에 물가로 올라가 버린 놈도 나돈
다. 곰이 물고기를 잡는다는 것은 이러한 연어 무리에서 가장자리로 밀려난 놈이 많기 때문
에 가능하다. 물가로 넘쳐 나온 놈이 많다. 이윽고 연어가 힘이 다 떨어질 무렵이 되면 산란
장소에 도착한다. 암컷은 5천 개정도 되는 알 덩어리를 뱃속에 갖고 있지만 실제로 알을 낳
을 경우에는 그 알 덩어리를 한 알 한 알 분리하여 강바닥에 알을 낳고 수컷은 암컷 주변에
모여서 물 속에다 사정한다. 이렇게 해서 다음 세대를 담당할 수정란이 생긴다. 어미 연어는
자손을 남기는 일로 어미로서의 의무를 다하고 기운이 다 떨어져 죽어간다.
수정란은 3월경에 부화한다. 막 부화한 1센티미터 정도 되는 치어는 배에 커다란 알주머
니를 달고 있는데, 그곳에서 영양을 공급받기 때문에 처음 얼마 동안은 외부로부터 먹이를
공급받지 않아도 잘 자란다. 그리고 봄눈이 녹을 무렵이면 몇 센티미터 크기로 자란 어린
물고기는 부모가 올라왔던 강을 힘들게 내려가서 큰 바다로 나간다. 바다로 나온 연어는 처
음 얼마동안은 물벼룩이나 새끼새우를 먹고 지내지만 점점 몸이 자라고 이빨도 날카로워지
면 조금씩 대형새우나 어류를 먹을 수 있게 되어 눈에 띄게 성장해 간다. 연어가 바다로 나
온 후부터 해가 갈수록 자라서 성인 연어가 되어 다시 산란을 위해서 강을 거슬러 올라가기
까지는 5,6년이 걸린다. 물고기의 나이는 비늘에 나타난 연륜 같은 줄무늬 모양을 보고 판별
하는데 연어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뱀장어 ― '수직 150m의 폭포'도 오르는 에너지
뱀장어는 불가사의한 물고기이다. 강이나 호수에서 살고 있고, 바다에서도 생활하고 있다.
세계 각국에 퍼져 있지만 산란장소는 오랜 세월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다. 유럽의 뱀장어에
대해서는 덴마크의 어류학자인 슈미트라는 사람이 금세기 초에 20년에 걸쳐서 조사 연구하
여 뱀장어의 산란장소는 카리브 해의 따뜻한 바다인 대서양의 심해라는 것을 밝혀냈다. 슈
미트의 연구에 따르면 알은 봄에 낳는데 작고 매우 얇은 나뭇잎 형태를 한 치어가 산란장소
를 떠나서 헤엄쳐 다니는데 2년 반정도 걸려서 대서양을 횡단하여 유럽의 대서양 연안이나
지중해 연안, 아프리카 북부의 대서양 연안에 고생 끝에 겨우 다다르게 된다. 그 사이 몇 번
인가 변태(變態)를 하여 결국 5센티미터 정도 되는 작은 뱀장어가 된다. 그 후 유럽 각지의
하천을 거슬러 올라가 강에 들어와서 성장하여 어른 뱀장어가 된다. 다시 바다로 나가서 산
란장소로 돌아올 때까지 암컷은 적어도 2년, 수컷은 4년에서 6년이 걸린다고 한다.
최근, 북아메리카의 뱀장어 생활사(生活史)에 대해서도 연구가 이루어졌는데, 이 새로운
설에 따르면 북아메리카의 뱀장어도 그 출발점은 유럽의 뱀장어와 같이 카리브 먼바다인 대
서양의 심해라고 한다. 같은 어미가 난 알에서 부화한 치어가 카리브 해에 들어와서 북아프
리카 하천을 거슬러 올라가는 그룹과 대서양을 횡단해서 유럽으로 향하는 그룹으로 나누어
진다고 한다. 유럽의 하천에서 채집되어 자란 뱀장어와 아메리카 하천에서 포획된 어른 뱀
장어는 뼈의 숫자가 서로 달라서 지금까지 다른 종류로 알고 있었지만 원래는 같은 종류인
데 유럽 뱀장어는 대서양을 횡단한 코스가 길어서 아메리카 뱀장어보다 훨씬 운동량이 많기
때문에 뼈의 숫자가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되었다.
강에 들어온 뱀장어는 강 하구 부근에 잠깐 머물거나 하류를 떠돌기도 하지만 이윽고 강
을 거슬러 올라가서 상류로 향한다. 충분히 성장하고 동시에 성인으로 성숙하려면 무슨 일
이 있어도 몇 년 동안은 강 상류에서 생활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뱀장어는 지느러미가 적
고 지느러미의 힘만 갖고는 헤엄칠 수가 없기 때문에 몸을 꿈틀꿈틀 구부려서 강을 거슬러
올라간다. 이미 뱀장어가 햇빛이 내리비치는 폭포 위 호숫가에서 발견되는 것을 보면 수직
150미터에 가까운 폭포를 거슬러 올라가는 것은 확실하다.
물론 잉어나 연어처럼 물을 치고 튀어 오를 수는 없고, 혹시 가능하다 하더라도 100미터
이상을 뛰어 넘는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다. 뱀장어는 실제로는 암벽을 걸어서 올라가
는 것이다. 뱀장어는 가슴지느러미를 수평으로 열어서 찰싹 달라붙으면 강한 흡착력이 생긴
다, 지느러미로 물보라가 치는 암벽에 달라붙어서 서서히 오르는 것이 틀림없지만, 며칠에
걸쳐서 폭포를 다 오르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어쨋든 뱀장어는 강의 상류에서 몇 년간 살면
서 충분히 영양을 흡수하여 포동포동 살이 찌면 마침내 강을 내려와 큰 바다를 건너서 원래
의 산란장을 향한 기나긴 항해를 시작한다. 새로운 학설에 의하면 카리브 해까지는 돌아가
지 못한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카리브 해의 먼바다에서 알을 낳을 수 있는 것은 아메리카
대륙에서 자란 뱀장어 뿐으로 유럽 뱀장어의 부모는 항상 아메리카에서 자란 뱀장어가 외는
것이다.
상어 ― 사실은 겁쟁이이기 때문에 비겁한 것이다.
상어는 여러 종류가 있어서 작은 상어는 성인이 되어도 50센티미터 정도이지만 거대한 상
어, 예컨대 고래상어는 18미터나 되는 최대의 물고기 중하나이다. 상어 가운데는 사람을 잡
아먹는 상어도 있어서 사람들은 바다의 대표적인 악당으로서 두려워한다. 그러나 모든 상어
가 인간을 습격하는 광포한 것이 아니다. 서대한 고래상어 등은 정어리 따위의 작은 물고기
를 먹고살며 성질도 온순하다.
상어는 일반적으로 해질녁부터 야간에 활동하고, 먹이도 그 시간에 획득한다. 한꺼번에 며
칠분을 많이 먹어둔다고 한다. 서해안의 해수욕장 근처에도 때로는 상어가 출현해서 수영금
지가 되는 일도 있고, 또 극히 드물게 실제로 상어가 공격하여 사람의 한쪽 다리를 잘라
먹어 버린 일도 있는데 그런 사고가 일어난 것도 거의 저녁 때이다. 청새치상어, 청상아리라
는 종류가 소위 '식인' 상어 그룹에 속하는 광포한 상어이고, 열대 해역에 많은 귀상어도 온
순한 편은 아니다. 어느 놈이나 모두 모두 몸 길이가 3∼6미터 정도 된다. 몸 아랫면에 커다
란 입이 있어서 몸을 뒤집어서 먹이를 붙잡아 먹는다. 이빨은 매우 날카롭고 그 끝은 가시
처럼 뾰족하다. 빈틈없이 늘어선 커다란 이빨은 전부 안쪽을 향해서 활처럼 구부러져 있어
서 일단 달려들어 물으면 찢어서 먹을 때까지 절대로 먹이를 떨어뜨리지 않는다.
상어는 어류 중에서도 가장 하등한 그룹에 속한다. 등뼈를 비롯하여 주요한 뼈가 모두 연
골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가오리 종류와 함께 연골(軟骨)어류로 부른다. 그러나 하등한 어류
인데도 불구하고 감각은 다른 고등한 어류보다 훨씬 뛰어난 점이 많다. 바닷물 속에서 전해
지는 아주 작은 진동을 포착해 내는 감각은 다른 물고기가 서로 싸운다든지 발버둥치는 것
을 알아내서 먹이를 가로채는 데에 효과가 있다. 바닷물 속의 특별한 화학성분에 대한 감각
은 피냄새를 알아차리기에 편리한 감각이다.
결국 상어는 이런 감각을 이용하여 어려움 빠진 물고기나 상처 입은 동물을 먹이로 겨냥
하는 것이다. 상어는 비겁하고 겁쟁이이기 때문에 자신보다 몸길이가 큰놈은 승격하지 않는
다. 그러나 아무리 커다란 고래라 하더라도 일단 상처입고 피를 흘리면 즉시 분해해서 먹어
치운다.
개구리 ― 도롱뇽과 산청개구리의 지혜
커다란 개구리의 등에 작은 개구리가 타고 있고, 그 위에 또 작은 개구리가 타고 있는 광
경은 이른봄에 때때로 눈에 띈다.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보통은 짝짓기라고 생각하지만
결코 짝짓기는 아니다. 대체로 개구리는 알도 정자도 몸 밖의 물 속으로 방출하는 체외수정
을 하는데 외부 생식기관을 갖고 있지 않다. 체내에 알이 충분히 성숙한 암개구리는 얕은
물가에서 산란을 시작한다. 알은 한천질로 둘러싸인 동그란 작은 알맹인데 실모양으로 이어
져 있으면서 우르르 쏟아져 나와 알덩어리가 된다. 수컷은 이 때 대개 암컷의 등에 올라가
고 있다가 암컷이 산란을 시작함과 동시에 알 위에다 정액을 쏟으면 곧 그 곳에서 수정란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배가 불룩해져서 어슬렁어슬렁 물 속으로 들어가서 산란을 시작하려고
하는 암컷을 발견하며 수컷은 암컷에게 접근하여 등에 올라타기 때문에 등에 오른 수컷은
한 마리로 한정되지 않고 두 마리, 세 마리가 겹쳐서 올라오는 광경을 볼 수가 있다. 개구리
의 발가락에는 빨판이 있어서 든든하게 달라붙을 수가 있다. 이 빨판도 결코 개구리가 버드
나무에 달려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암컷의 등에 올라탔을 때 미끄러지지 않고 달라붙기 위
한 것이다.
물가에 낳은 알은 이윽고 부화하여 낙은 유생(幼生), 즉 올챙이가 나온다. 한천질 속에서
태어난 올챙이는 조금만 지나면 한천질에서 나와서 물위에 뻐끔뻐끔 떠오른다. 이 올챙이를
가장 좋아하는 놈은 물속에 살고 있는 같은 파충류인 도롱뇽이다. 알에서 막 깨어난 올챙이
는 그 즉시 도롱뇽의 입 속으로 빨려 들어가 버린다. 도롱뇽이 절대로 접근할 수 없는 나무
의에다 알을 낳는 개구리도 있다. 이것이 한국과 중국 중부지방의 저산지대의 연못에 사는
산청개구리라는 종류이다. 산청개구리의 암컷은 등에 수컷을 태운 채로 나무에 올라가서 산
란장소인 나무 끝으로 간다. 연못 부근의 수목에서 연못 의에 늘어진 나뭇가지 끝에 있는
무성한 잎사귀를 골라서 하얀 거품으로 싸인 알 덩어리를 낳는데, 수컷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즉시 그 위에다 사정한다. 거품에 싸인 산청개구리의 알은 이윽고 부화하여 거품 속에
서 작은 올챙이가 되어 그대로 성장한다. 그리고 이미 도롱뇽에게 잡아먹히지 않을 정도로
크게 자라면 거품을 빠져 나와서 한 마리씩 포르릉포르릉 하고 연못 속으로 뛰어 들어간다.
산청개구리는 특히 도롱뇽이 많이 있는 연못에서 볼 수 있기 때문에 몇천 년, 몇만 년 동안
에 자손을 유지시키려는 본능이 수상(樹上) 산란이라는 수단을 고안해 낸 것이리라. 올챙이
는 어미 개구리와 달라서 물 속에 용해되어 있는 산소를 아가미 호흡으로 흡수한다. 그런
점에서 물고기와 동일하다. 작은 정원에 있는 연못에 몇 마리의 암캐구리가 알 덩어리를 낳
아서 그것이 일제히 부화하면 연못이 까맣게 될 정도로 올챙이가 우글우글 거리기 시작한
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서 한 마리도 남지 않고 전멸해 버린다. 원인은 물 속에 녹아 있는
산소량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뱀 ― 돼지를 통째로 삼키는 입의 구조
뱀은 도마뱀, 거북, 악어 등과 함께 파충류에 속한다. 이 종류는 지금으로부터 약 2억년
전의 중생대 시대에 지구상에서 번영하던 공룡의 자손에 해당하는 동물이다. 공룡은 몸길이
30미터를 넘는 거대한 종류도 있고, 그 당시 지상의 왕자로서 지구상의 도처를 활보하고 물
에서 헤엄치는 놈, 하늘을 나는 놈 등 다양하게 나누어져서 번영을 계속해 왔지만, 기후 변
동에 대응하지 못하고 맥없이 전멸해 버렸다. 전멸에 다다르기까지의 원인은 여러 가지로
추측을 하지만 주로 추위였을 것이라고 상상한다. 간신히 조금 남아 있는 자손이 지금의 파
충류로 현재 존재하는 파충류도 추위를 무척 싫어하는 것 같다. 뱀, 악어, 도마뱀, 바다거북
등은 모두 열대 동물인데, 온대지방에는 겨우 몇 종류밖에 되지 않고, 한대지방에 가면 파충
류는 거의 자취를 감추어 버린다.
뱀도 열대 동물인데 아시아 열대 지역에서는 종류도 다양하고, 비단뱀처럼 독이 없으면서
도 10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종류도 있고, 킹코브라처럼 맹독을 지닌 종류도 있다. 한국에도
설악산이나 지리산에는 맹독을 가진 칠점사를 비롯해서 독사 등, 유독한 것도 있다. 뱀의 입
은 뼈가 특별한 구조를 하고 있어서 크게 벌릴 수가 있다 또한 위 아래의 턱에 나란히 있는
이빨은 가늘고 날카롭고 안으로 굽어 있어서 일단 사냥감을 물고 늘어지면 사냥감은 도망갈
수가 없고 뱀의 입으로 들어가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즉 뱀이 "아차 실패했다."고 생
각하더라도 그것을 떨어뜨리거나 토해내는 일은 불가능할 뿐더러 뱀의 이빨은 물어 찢을 수
도 없기 때문에 어쨋든 통째로 삼키는 것 이외의 방법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뱀은 자신의
몸보다 훨씬 굵은 놈도 삼켜 버려, 소화기관도 뱀의 피부도 부풀어오를 만큼 부풀어올라서
통째로 삼킨 사냥감을 위장에서 창자가 있는 쪽으로 밀어 보내면서 소화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소화는 물론 소화액 속에 함유된 각종 소화요소에 의해 진행된다. 예를 들면 구렁이가
쥐를 삼켰을 때 그 쥐가 아직 시도 근처에 있을 때에 해부해서 조사해 보면, 쥐는 소화약에
잠겨 있지만 아직 체모(體毛)도 꼬리도 그대로이다. 쥐가 위장 속으로 들어가서 창자로 보내
질 무렵에 해부해서 관찰했더니 쥐는 이미 털이 없어지고 반들반들한 상태로 피부의 일부는
녹아서 근육에서 내장기관에 걸쳐서 서서히 화학적인 분해가 시작된다. 이렇게 해서 뱀은
어떤 커다란 사냥감이라 하더라도 잘게 씹거나 이빨로 갈아 으깨는 법도 없이 소화관 안에
있는 화학적인 분해만으로 소화해서 흡수한다. 그리고 커다란 사냥감이면 1개월에 한 마리
씩 잡아먹는 것으로 충분하다.
소화에 대해서 말한다면 사자나 호랑이 같은 육식을 하는 맹수도 거의 동일하다. 그들의
이빨, 특히 송곳니는 살아 있는 토끼 따위를 잡아서 그것이 아무리 난폭하게 굴어도 도망가
지 못하도록 억누르기 위한, 말하자면 먹이를 붙잡는 기관이다. 앞니, 즉 문치(門齒)는 사냥
감이 목구멍을 통과할 수 있는 크기로 자르기 위한 기관이고 목구멍을 통과하게 되면 그대
로 삼켜서 소화액의 화학분해에 맡겨버리는 것이다.
거북 ― 짝짓기를 1개월 이상 하는 정력가
거북은 옛이야기에 나오는 것처럼 '학은 천 년, 거북은 만 년'이라는 장수를 상징하는 경
사스러운 동물로서 한국인에게 무척 친근한 동물이지만 현재는 자연 상태에서 발견하기가
무척 어려운 동물이다. 거북은 육지거북과 바다거북이 있지만 육지거북도 하천에서 그 자취
를 발견하기가 드물게 되었고, 바다거북은 가끔 어부의 그물에 걸리는 경우라든가, 알을 낳
기 위해서 특정한 해변의 모래사장에 상륙해 오는 경우 이외에는 살아있는 실물을 볼 기회
는 없다. 바다거북은 앞발 뒷발 모두 고기 지느러미 같은 형태로 바뀌어 있으므로 육상에서
걸어 다니기는 서투를 것 같다. 무거운 몸을 질질 끄는 것처럼 앞발로 모래를 헤집으면서
천천히 나아간다. 그러나 일단 바닷물 속에 들어가면 정말이지 수영의 명수가 된다. 지느러
미 형태로 변한 앞발로 천천히 물을 헤치며 평영으로 헤엄친다고 생각하는 것은 좁은 수족
관에서나 통하는 이야기이고, 넓은 대양에서는 앞발을 새의 날개처럼 빠르게 푸드득푸드득
움직여서 상당히 빠른 속도로 헤엄치며 돌아다닌다. 바다 속의 자연을 느긋하게 헤엄치는
바다거북의 자태는 하늘을 나는 새의 모습과 매우 비슷하다. 바다거북의 종류로는 다시마
따위의 해조류를 뜯어먹는 종류도 있고, 또 그 양쪽을 다 먹는 놈도 있다. 다시마를 뜯어
먹는 놈도 소라 따위를 일격에 잡아먹는 놈도 굉장한 힘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거북은 강하
고 옹골한 턱과 날카로운 이빨을 가지고 있다. 거북의 종류는 개구리 따위와 달라서 체내에
서 수정한다. 전 생애를 물 속에서 생활하는 어류나 양서류는 암수 모드 외부 생식기관을
갖지 않고 알도 정자도 물 속으로 방출하여 물 속에서 수정란이 생기지만 거북, 뱀, 악어 따
위의 파충류나 새, 포유류는 원래부터, 오직 육상에만 사는 곤충류, 거미 따위는 암수 모두
외부 생식기관이 발달하여 교미기관도 갖고 있는데, 수컷은 그 생식기를 암컷의 생식기 안
에 삽입해서 암컷의 체내에 있는 알에다가 정자를 사정한다. 체내수정인가, 체외수정인가는
동물이 고등한가 하등한가 하는 구별과는 관계가 없고 물 속에 사는가 육상에 사는가에 의
해서 결정되는 것이다. 거북이 종류는 물 속에 살지만 폐로 호흡을 하고 내장의 여러 기관
은 육상동물과 같고, 생식기관도 육상동물과 동일하다. 바다거북은 짝짓기 챔피언이어서 수
컷이 암컷의 등에 타고 수컷의 성기를 삽입하는 시간은 놀랍게도 1개월 이상에 이른다고 한
다.
조개 ― 세계의 바다를 두루 돌아다니는 행동력
모래사장에 흩어져 있는 아름다운 조개 껍데기, 하얀색, 분홍색, 푸른색, 줄무늬 모양 등
제각각의 색깔에다 더구나 각각의 독특한 광택을 갖고 있다. 이들의 아름다움은 육지의 꽃
이나 나비의 아름다움과는 또 다른 자연의 풍부함을 말해 주는 것이다. 조개의 종류를 잘
조사해 보면 모래사장에는 모래사장 특유의 조개, 예를 들면 모시조개, 바지락, 대합 등 쌍
각류(雙殼類)가, 암초가 많은 바위에는 자패(紫貝),위고둥, 갯줄무늬고둥 등의 고둥이 있지만,
그것들도 썰물이 되면 수면 위로 올라오는 얕은 부분, 썰물이 되더라도 수면 아래 부분, 게
다가 깊은 곳, 깊이 몇 미터 되는 해저 등 깊이에 따라 각각 조개의 종류가 다르다. 또 개중
에는 수심 몇백 미터나 되는 심해저에서만 살고 있고 때때로 저인망에 걸려서 세계에서 아
직 몇 개밖에 채집되지 않은 귀중한 조개도 있다.
육상에 사는 동물이라면 영남, 호남, 영동, 중부 지방, 대만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
아, 뉴기니아, 오스트레일리아 등 지역이나 섬에 따라서 종류가 상당히 달라지고 그 지역 특
유의 종류가 있지만 조개의 세계에는 거의 지역적인 특징은 없고, 예를 들면 남태평양 지역
이라든가 태평양, 인도양 지역이라든가 넓은 지역에 걸쳐서 거의 동일한 종류가 공통으로발
견된다. 그러나 바다 밑바닥에 살기 때문에 바닥을 기어다니는 것 외에 다른 이동 방법이
없고, 수면을 헤엄치거나 하늘을 나는 일이 조개에게는 불가능한데 어떻게 해서 넓은 지역
으로 이동하거나 퍼질 수가 있을까? 바다 밑바닥을 오랜 세월에 걸쳐서 천천히 이동한다고
하더라도 수심 1만 미터나 되는 필리핀 해나 마리아나 해의 해구 바닥을 기어서 돌아다니기
는 전혀 불가능한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해결책은 간단하다. 그것은 어미조개만을 보고, 조개가 알이었을 때 어떻게 생활했
는지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데에 기인한다. 육상에 사는 곤충의 대부분이 알, 유충, 번데
기, 어미벌레로 차츰차츰 현저한 변태(變態)를 하는 것과 똑같이 조개도 알에서 부화하여 곧
조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조개가 알에서 나왔을 때는 어미조개와는 조금도 닮지 않았다. 구형(球形)의 팽이처럼 작
은 벌레로 미모(微毛)가 그 주위에 나 있고 팽이처럼 뱅글뱅글 회전하면서 헤엄친다. 크기는
2,3밀리미터 정도인데 부유(浮遊) 생물로써 대양의 표면을 해류를 타고 퍼져 나간다. 그렇기
때문에 조개가 필리핀 연안에서 알을 낳는다 하더라도 그로부터 부화된 유충은 일본에도 한
국에도 중국 연안에도 인도차이나 반도에도 말레이시아 반도에도 뉴기니아에도 오스트레일
리아에도 흘러가 도착할 수가 있다.
조개 종류에는 난소만을 가진 암컷과 정소(精巢)만을 가진 수컷이 확실히 있지만 한 개의
몸 안에 난소와 정소의 양성(兩性)을 갖고서 한 마리가 암수를 겸하고 있는 놈도 있다. 그러
나 A라는 조개의 알은 같은 A의 정자와는 수정하지 않고, B라는 다른 개체의 정자와 바닷
물 속에서 수정한다. 굴조개는 바다에서 채집해 보면 난소만을 갖고 있든가 정소만을 갖고
있든가 암수의 구별이 확실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계속해서 관찰해 보면 한 마리의 굴조
개의 몸 안에서 처음에는 정소가 생기고, 그것이 없어지면 난소가 생긴다는 사실이 밝혀졌
다.
지렁이 ― 기억력을 갖고 있을까?
지렁이라는 놈은 일반적으로 별로 호감이 가지 않는 동물이다. 뱀만큼은 아니지만 가늘고
길며 구불구불하며 부드럽고 어디가 머리인지 눈인지 확실히 알 수 없다. 보통 흙 속에 있
어서 흙을 파면 몇 센티미터 정도 되는 붉은색을 띤 갈색의 지렁이가 펄떡펄떡 몸을 흔들면
서 나온다.
지렁이는 실제로는 머리도 없고 눈도 없다. 머리가 발달된 고등한 동물이 아니라 신경은
있기는 있지만 각각 몸의 마디에 되어서 사다리를 엎어놓은 것처럼 되었어 뇌라고 부를 만
한 부분이 없다. 머리가 발달된 고등한 동물이 아니라 신경은 있기는 있지만 각각 몸의 마
디에 분산되어서 사다리를 엎어놓은 것처럼 되어 있어 뇌라고 부를 만한 부분이 없다. 눈도
없고 신체표면에 빛이 밝은가 어두운가를 약간 판별하는 세포가 조금 있을 뿐이다. 그렇지
만 지렁이에게는 물체의 형태를 보는 것보다는 명암을 판별하는 쪽이 매우 중요하다. 물체
의 형태를 보더라도 지렁이의 힘으로는 공격을 가할 수도 도망칠 수도 없다. 그보다는 안전
한 땅속에 기어 들어가 가만히 있는 편이 안전하다. 흙 속에서 해가 미치는 곳으로 나오는
것은 새에게 쪼아 먹힐 위험이 많을 뿐만 아니가 몸이 말라서 죽어 버린다. 그러므로 자신
이 땅속에 있는가 땅 밖으로 나왔는가를 명암에 의해서 판별할 수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
다.
지렁이는 뇌라고 할만한 부분이 없기 때문에 완전한 기억이라든가 지능이라든가 하는 것
은 없다고 해서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지렁이를 T자형 튜브의 한쪽 끝에 넣어서 왼쪽
으로 구부러지든지 어느 쪽 이든지 둘 중의 하나로 나아가는 방법밖에 없도록 해놓는다. 좌
우의 조건을 완전히 동일하게 해놓고 지렁이를 백 번 정도 집어넣으면 왼쪽으로 구부러지는
것이 50번, 오른쪽으로 구부러지는 것이 50번에 가까운 수치가 나오는데 지렁이 자신에게는
선택성이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다음에 왼쪽으로 구부러지면 무사하게 통과할 수 있고,
오른쪽으로 구부러지면 짜릿할 정도의 약한 전류에 닿도록 장치를 해놓는다. 만약 지렁이가
오른쪽으로 구부러지면 전류에 닿아서 깜짝 놀라 되돌아가 왼쪽으로 향한다. 우리들이었다
면 다음 번부터는 물론 오른쪽으로 방향을 돌리는 것을 피하고, 부딪치면 반드시 왼쪽으로
구부릴게 틀림없다. 그러나 지렁이는 지능이 낮기 때문에 두 번째도 또 오른쪽으로 돌아서
전류에 닿으면 깜짝 놀라서 되돌아간다. 그렇지만 뇌가 없는 지렁이도 몇 번에 볓 번을 반
복해서 이 T자형 튜브에 넣어 오른쪽으로 구부러질 때마다 전류에 닿게 되면 이윽고 오른
쪽으로 돌아가지 않게 된다.
결국 기억이 형성되어 T자형 튜브에 부딪치면 반드시 왼쪽으로만 돌아가지 결코 오른쪽
으로 구부리지 않는 지렁이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뇌가 없고 신경이 사다리를
형태로 늘어서 있는 하등한 지렁이라 하더라도 몇 번이나 끈기 있게 반복하여 연습시키면
극히 간단한 기억이 생기는 것 같다. 그래서 심술궂게 T자형 튜브를 두 개 연결해서 처음에
부딪쳐서 오른쪽으로 구부리면 전류에 닿게 장치하여 왼쪽으로 구부리지 않을 수 없도록 하
고, 다음 번에 부딪치는 곳에는 왼쪽으로 구부리는 경우에 전류에 닿도록 하여 오른쪽으로
구부리면 전류에 닿게 장치하여 오른쪽으로 구부리는 경우에 전류에 닿도록 하여 오른쪽으
로 구부려야 안전하게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해서 지렁이에게 이것을 연습시킨다, 그러나 첫
번째는 왼쪽으로 구부리게 하고 두 번째는 오른쪽으로 구부리도록 하는 복잡한 것은 지렁이
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 같아서 몇 번이나 반복하여 연습시켜도 성공에 이
르지 못했다. 결국 지렁이의 능력은 부딪치면 왼쪽으로 구부린다는 단지 하나의 사실만을
기억하는 것이 고작이어서 두 번이나 구부러지는 귀퉁이를 기억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다.
촌충 ― 몸 전체가 생식기인 괴상한 벌레
지금부터 얼마 전만 하더라도 전국민의 기생충 감염률이 매우 높았다. 기생충의 대부분은
회충이었고 인간의 분뇨를 비료로 직접 야채에 뿌리기 때문에 분뇨 속에 있던 회충의 알이
입을 통해서 야채와 함께 체내에 들어가기 때문에 아주 없애지 못했다. 요즈음에 들어서는
분뇨를 사용하는 일이 거의 없어지고 화학 비료를 사용하게 되었기 때문에 회충의 기생률은
감소했지만, 반대로 화학물질에 의한 피해가 문제로 대두되었다. 회충이라든가 십이지장충과
는 다른 종류이지만 옛날부터 인간과 기타 대형 포유류 동물의 기생충으로써 촌충이라는 벌
레가 알려져 있다.
세상에서 이처럼 뻔뻔스러운 동물은 없을 것이고 또 이처럼 안일한 생활을 탐하는 동물도
없을 것이다. 촌충은 인간의 소장에 기생하고 길이 5,6미터에 달하는 장대한 동물이다. 대개
인체 속에 살기 때문에 안전하기가 이를 데 없다. 적에게 습격 당한다든지 하는 가능성은
전혀 없기 때문에 적을 공격하거나 적으로부터 방어한다든지 도망친다든지 하는데 필요한
기관이 불필요하므로, 몸의 구조가 극히 간단하다. 운동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인간의
소장 속에 살고 있기 때문에 인간이 섭취한 영양분이 충분한 먹이가 된다, 게다가 그것마저
도 완전하게 소화된 상태로 계속적으로 보내져 온다. 따라서 촌충은 자기 자신의 소화기관
을 가질 필요가 없고, 몸의 표면으로부터 무한대의 영양분을 흡수하기만 하면 먹을 것 걱정
은 끝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동물처럼 먹을 것을 찾는다든지, 발견한다든지, 쫓아간다든
지 하는 일을 할 필요가 없고 운동근육은 물론이고 감각기관도 퇴화해서 눈은 물론이고 코
도 없다. 게다가 촌충에게 있어서 더욱 사정이 좋은 것은 인체의 소장 내부라는 것은 여름
이고 겨울이고, 밤이고 낮이고 온도와 습도뿐만 아니라 환경의 변화도 전혀 없다는 것 때문
에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기관도 전혀 필요가 없다.
이렇게 되면 동물은 도대체 무엇이 남을까? 그것은 생식기관만 남는다. 즉 촌충은 그 장
대한 몸이 몇백 개나 되는 작은 체절(體節)로 나누어지지만 생활에 필요한 기관은 거의 퇴
화하여 소실되고 남아 있는 것은 각 체절에 가득 찬 정소(精巢)와 난소가 있을 뿐이다. 즉
전신이 모두 생식기관인 동물이다.
해파리 ― 생각을 못하는 동물
해파리는 바닷물 속에서 사는데, 커다란 갓을 갖고서 둥실둥실 수면 위를 떠돌아다니는
반투명의 물렁물렁한 동물로 가장 하등 동물 가운데 하나이다. 바다뿐만이 아니고 강가의
모래밭에 고인 물에서도 갓의 직경이 2센티미터도 안 되는 귀여운 민물해파리가 살고 있다.
이 민물해파리는 전쟁 때 방화용수(防火用水)처럼 미리 길어다 놓은 물 속에서 발견되는 겨
우도 있다. 해파리가 육지를 걸어다닌다든지 하늘을 나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하므로 어떻게
해서 이러한 그릇에 들어 있는 물 속에 살게 되었는지 그 이동 경로는 확실하지 않다. 물새
의 다리 따위에 붙어서 옮겨진다고 하더라도 그런 물새가 과연 방화용수 따위를 찾을까?
바다의 해파리는 인간을 쏘는 경우가 많다. 고깔 해파리는 기다란 촉수를 가지고 바닷물
에 실려서 연안으로 밀어 닥쳐 해수욕객을 마구 쏘아, 통증이 지독하므로 전기해파리 따위
로 불린다. 그렇지만 해파리가 바닷물 속에 있는 동물을 쏘는 것으로 그 동물을 죽여서 잡
아먹는 것은 아니고 쫓아버리는 것뿐이어서 해파리에게는 별 이득은 없다. 실제로는 해파리
는 자기 의사와 관계없이(의사 따위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그 촉수가 무언가에 닿기만 하면
그것이 물고기이든 인간이든 나무 조각이든 관계없이 자동적으로 가시가 박히고 자동적으로
산성의 독액이 주사되게 된다. 해파리에게는 "그것을 물리친다."는 정도의 의미 밖에 없다.
해파리는 하등한 동물이지만 그렇더라도 암컷과 수컷의 구별은 있다. 수컷의 정자와 암컷
의 알은 바닷물 속에서 만나 수정한다. 이 장소는 대개 깊은 만의 가장 깊숙한 후미에 있는
암초시대로 번식시기가 되면 수컷 해파리도 암컷 해파리도 바닷물의 흐름을 타고 만의 깊숙
한 후미에 오며 든다. 해저에서 수정된 수정란은 부화하더라도 그 상태로 곧장 해파리가 되
지는 않는다. 수심 4,5미터의 해저에 있는 바위에 식물이 싹을 트게 해서 해파리와는 다른
동물체가 나온다. 그 동물체는 높이 1센티미터 약간 안되고, 직경은 그 절반도 안 되는 매우
조그마한 원통형을 하고 있고 굳게 붙어서 생활한다. 이 소형의 동물을 폴립이라 하는데 형
상은 말미잘과 매우 비슷하다. 원래 해파리와 말미잘은 친척 관계로 인연이 가까운 동물이
다. 폴립은 한겨울에 태어나서 조금씩 성장하여 이른 봄 수온이 따뜻해질 무렵 옆으로 몇
개의 잘린 자국이 생긴다. 3월말 경이 되면 그 잘린 자국이 하나씩 하나씩 떨어져서 한 마
리 한 마리의 독립된 작은 해파리가 되어서 물위에 떠다니기 시작한다.
고래 ― 보호하지 않으면 전멸한다.
자원이 없는 나라는 여러 가지 동식물을 유용자원으로 개발하려고 하고, 자원이 있는 나
라라 하더라도 탐구심과 모험심을 갖고 새로운 자원을 자연 속에서 찾는다. 이렇게 해서 18
세기부터는 바다에 사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동물인 고래가 자원으로 주목받고 포획되기에
이르렀다. 고래는 몸길이 30미터 가까이 되는 종류도 있어서 한 마리를 잡으면 다량의 유지
(乳脂)를 얻을 수 있다. 그 유지를 원료로 해서 식용유도 얻을 수 있고, 가공해서 비누, 밀
랍, 마가린, 약품 따위도 제조할 수 있고, 또 다량의 고기는 식용으로 이용할 수가 있다. 그
외에 뼈나 수염까지 가공해서 상품으로 만드는 일도 가능하므로 실로 커다란 상품가치를 갖
고 있다. 또 대양의 한가운데서 고래를 쫓아가서 작살을 내던져 고래를 잡는 스릴은 인간에
게 하는 보람을 느끼게 하고, 남성적인 용감함이 있으므로 19세기에는 유럽 여러 나라에서
경쟁적으로 포경선을 건조하여 고래잡이에 나섰다. 고래를 잡는 스릴과 용감함을 문호 멜빌
의 소설《백경》등에 소개되어 전세계 사람들의 피를 끓게 했다. 고래는 원래 동작이 재빠
른 동물은 아니었지만 19세기의 소형 포경선에는 대양에서 고래를 찾아내는 일 조차 곤란하
고, 게다가 한번에 여러 마리를 잡는다 하더라도 너무 크기 때문에 어떻게 할 수 없으므로
실제로 작살로 잡는 것은 겨우 몇 마리였다.
그러나 20세기가 되자 1만 톤의 포경모선(捕鯨母船)이 건조되어 몇 척의 포경선을 번갈아
내보내고 잡은 고래는 모선으로 끌어 올려져 분해되고 가공되어 고래를 한 번에 몇 마리 잡
는다 하더라도 처리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점차 대대적인 고래사냥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모선은 계속 증가하는 한편 멀리 남태평양으로 헬리곱터까지 싣고 출항하게 되었
다. 고래는 헬리곱터나 전파탐지기로 간단히 발견되고, 게다가 배와는 밀접하게 무선 연락을
취하여 고래를 뒤쫓고, 작살의 정밀도를 높이기 위해 발견하자마자 도망 못 가게 작살을 던
져 버린다. 고래는 2년에 한번 정도 밖에 새끼를 낳지 않고, 새끼의 숫자도 적고 성장하는
데에 기간이 오래 걸리므로 무턱대고 남획하면 곧 그 숫자가 줄어들어 버린다.
제 2차 세계대전이 진행중이던 때 유럽 각국에서는 그제서야 고래가 감소하는 것에 눈길
을 돌려 잔혹한 포경방법에 대해서 반성을 하기 시작하여 자원도 고래 이외의 것에서 찾았
으므로 1946년에 국제포경단속조약이 제정되었다.
야생동물 ― 멸종을 막는 것이 인류가 살아 남을 수 있는 길
자원이라는 단어는 지금까지 인간이 이용할 수 있는 물건이란은 입장에서 사용해왔다. 예
를 들면 식량자원이라든가 광물자원이라든가 주로 천연에 존재하여 개발하면 직접 인간생활
에 도움이 되는 재료를 자원으로 불러 왔으므로 인간 생활과 관계가 없는 벌레라든가 잡초
라든가, 야생동물은 자원이라 부르지 않았다. 그렇지만, 자연계를 구성하는 전체를 전망할
때, 이들은 직접적으로는 인간의 생활과 관계가 없는 득이 보이지만 자연의 구성원으로서
대기의 정화, 하천의 치수 등에 관계가 있고, 이들의 존재를 잊어버리면 인간의 생존이 위협
받는다는 사실이 차츰차츰 밝혀졌다. 인간의 손에 의한 자연 파괴가 진행됨에 따라서, 인간
이 자기에게 이익이 있는 것만을 보호하고 인간에게 조금이라도 해를 끼친다고 생각되는 것
이나 인간과 경쟁하는 것을 박멸해 버린다는 사고방식으로는 인간 자신의 목을 졸라매는 결
과가 된다는 것이 명백하다. 지금 인간 전체에 반성하는 분위기가 생기고 있다.
코끼리, 하마, 기린, 얼룩말 등 아프리카 초원에 살고 있는 야생동물은 인간이 이용하여
도움을 받을 만큼 가치도 없고 오히려 인간 생활을 침해하는 동물이었다. 그리고 때로는 맹
수가 인간의 목숨을 앗아가고, 인간의 전답을 망가뜨리기 때문에 그들을 대량으로 사살하고
또 사살할 때의 그 쾌감만을 느끼기 위하여 죽여왔다. 그렇지만 원래 아프리카 벌판은 그들
야생동물의 것이고 그들의 구역이고, 그들만의 평화로운 세계였다. 그 곳에 전답을 일구어서
그들의 생활을 위협하고, 그들을 막다른 골목에 몰아넣어 야생동물을 멸종의 가장자리로 쫓
아 보낸 것은 다름 아닌 인간 자신이었다. 다른 동물의 생활권에 전답을 일구고 그 전답을
그들 야생동물이 망가뜨린다고 해서 사살하는 것은 너무 제멋대로 군것은 아닐까. 인간도
또한 자연의 일원으로서 역사적으로도 그들과 같은 장소에서 때로는 협력하면서 오랜 세월
평화롭게 공존해 왔지만 근대 문명은 총포나 자동차를 발명하여 이러한 균형을 일방적으로
무너뜨려 버렸다. 지금은 야생 생활을 팽개친 인간이지만, 야생동물은 쓸모가 없고 그 야생
동물과 공존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사고방식은 올바르지 않다.
야생동물은 광대한 구역을 거처로 삼고 우기와 건조기에는 해에 따라서는 몇백 킬로미터
나 이동한다. 동일한 장소라 하더라도 작년에는 몇백 마리나 되는 코끼리가 떼를 지어 나타
났었는데, 동일한 시기인 올해는 한 마리도 안 나타나는 때도 있다. 그 때문에 야생동물을
보호하려면 넓은 지역 전체를 어느 정도 자연 상태 그대로 놔두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러한
일은 지역에 따라서는 인구 급증이나 식량문제의 긴박함 때문에 개간을 진행하는 인간의 생
활과 맞닥뜨리지만, 지금 이들 야생동물을 완전히 멸종시켜 버리면 영구히 그 모습은 지구
상에서 사라져서 나중에는 무미 건조한 자연밖에 남아 있지 않는다.
최근 해상을 표류하는 커다란 바다거북의 사체를 종종 어선에서 줍는 일이 있다. 그 중
몇 마리는 목에 커다란 비닐이 막혀서 질식사하기도하고 소화기관이 막혀서 죽었다고 한다.
바닷 속을 떠도는 해조류라고 생각하고 먹는 비닐 때문에 죽어 가는 바다거북, 야생동물을
이런 상태로 멸망시키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까?
물고기 알 ― 대구알, 청어알, 연어알의 비밀
닭이 낳은 날달걀을 그대로 먹기도 하고 물고기의 알을 날것으로 먹는다든지 하는 것은
육식, 채식 외에 난식(卵食)이라는 말로 부를 수도 있다. 보통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음식으
로 '대구알'이 있다. 북태평양의 바다에 사는 대구라는 물고기의 알 덩어리이다. 이'대구알'의
한 개 한 개의 알은 '연어알'이라는 연어의 알이나 '청어알'이라 부르는 청어의 알과 비교해
보면 너무나 작기 때문에 한 개의 알 덩어리에 들어 있는 알의 개수는 천이나 만 단위의 숫
자는 아니다. 한 마리의 암컷 대구가 알을 낳는 알 덩어리에는 3천만개 정도 되는 알이 들
어 있다고 한다. 자신이 직접 확인해보고 싶은 독자는 한가한 틈을 타서 '대구알'을 사다가
천천히 헤아려 보아도 좋다. 대구보다 더한 물고기도 있다. 개복치라는 대형 물고기는 한 마
리의 암컷이 놀랍게도 2억 개의 알을 낳는다고 한다.
대구나 개복치의 알이 전부 수정되어 부화되고, 생육한다고 가정하면 아마 태평양도, 북극
해, 인도양도, 대서양도 몇 년 안되어서 대구와 개복치로 가득 차서, 이들 물고기의 등을 밝
으면서 바다 위를 걸어서 건널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게 되지 않는다. 그것
은 먼저 모든 알이 수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물고기라는 놈은 체외수정을 하기 때문에 수컷
의 정자도 암컷의 알도 모두 바닷물 속으로 방출된다. 물론 아무렇게나 방출되는 작은 알이
게다가 크기가 십 몇 미크론밖에 되지 않는 정자와 망망대해에서 우연히 만날 기회는 거의
제로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번식기가 되면 암컷 물고기도 수컷 물고기도 죄다 좁다란 해
역으로 무수히 몰려들어 좀 더 수정률을 높일 수 있는 상태에서 교대로 사정하고 알을 낳는
다. 그러나 그렇게 한다 하더라도 수정률은 몇 퍼센트라는 저조한 편일 것이다.
또 수정란이 되었다 하더라도 모두가 부화하여 치어가 되는 젓은 한계가 있다. 대체로 물
고기의 알 덩어리는 대단히 영양이 풍부하여 다른 물고기나 바다에 사는 동물이 눈을 부릅
뜨고 끊임없이 찾아다니는 절호의 먹이이기 때문에 교묘하게 해조류의 아래에다가 숨긴다
하더라도 곧 발견되어 버린다. 그리고 잡아먹힐 때는 대개 알 덩어리째로 삼켜 버리기 때문
에 한순간에 다수의 수정란이 없어진다. 게다가 알 덩어리는 적이 접근한다 하더라도 피할
수도 없고 저항할 수도 없다. 결국 알을 즐겨먹는 다른 동물에게 발견되면 이미 빠져나갈
수단은 전무한 것이다. 적에게 잡아먹히는 것을 모면한 수정란은 수질이나 수온이 적당하면
부화한다. 그렇지만 예년보다 수온이 낮다든지, 수질이 다소라도 다르면 부화율은 더욱 떨어
져 버린다. 간신히 부화한 치어는 대구의 경우 몇 밀리미터 크기밖에 안되고, 물론 유영능력
도 약하고 적에게 대항할 힘도 없다. 치어는 그런 과정을 거쳐서 해조류의 그늘에 숨기도
하고, 여러 가지 수단을 동원하여 적의 습격을 피하려고 하지만 처음 얼마간은 플랑크톤처
럼 바닷물 속에 떠다니므로 다른 물고기의 좋은 먹이가 되어 버린다. 커다란 물고기 가운데
도 미세한 플랑크톤이나 치어를 물과 함께 마시는 식사를 대신하는 놈이 많아서 한입에 몇
천 마리나 되는 치어를 들어 마셔 버린다. 이렇게 해서 그렇게 몇천만, 몇억이나 되는 알에
서 어미 물고기가 되는 놈은 겨우 몇 마리에 지나지 않는다.
치어 ― 어미 잃어버린 생존을 향한 길
대구나 개복치의 알이 어떤 조선으로 급속히 수정률이 올라가고, 또 알 덩어리가 다른 물
고기에게 잡혀 먹히지 않고 수온이나 수질도 안정되어서 부화율이 현저하게 높아져서 평상
시보다 몇백 배나 되는 치어가 힘차게 헤엄친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 그렇게 되면 어른으로
생육할 수 있는 물고기의 숫자도 훨씬 증가하여, 대양이 물고기로 가득 찰 정도는 아니라
하더라도 매년 몇 십 배, 몇백 배로 증가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그러나 이에 대한 답은 "아니오"이다. 알에서 막 부화된 몇 밀리미터 크기의 대구 치어가
머지않아 몸길이 1센티미터, 5센티미터로 크기 위해서는 막대한 먹이가 필요하다. 대구가 몇
십 배로 불어난다 하더라도 그것을 뒷받침하고 그것을 키울 먹이가 증가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은 도중에 굶어 죽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 게다가 약간의 먹이를 둘러싸고 동료
들끼리 서로 먹이 쟁탈전이 벌어지고, 교대로 같은 형제 대구를 뒤쫓아 다니기도 하고 상대
가 발견한 먹이를 곁에서 약탈하기도 해서 자신의 목숨을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 이렇게
되면 먹이를 찾는 데에 몇 배나 더 노력과 운동을 하여야 하고, 또 동료를 쫓아 버리기도
하고, 동료로부터 빼앗기도 하는 데에도 몇백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겨우 획득한 먹이조차
영양을 채워줄 정도가 안되고 차츰차츰 체력이 쇠약해질 뿐이다. 먹이가 절대량이 부족하고
먹이를 얻기 위해서 매일 힘에 겨운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하루도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날
이 사라져 버린다. 이렇게 해서 굶어 죽는 놈, 영양 실조로 낙오하는 물고기가 차츰 늘어나
고, 영양 불량 때문에 쇠약해지고, 쇠약하기 때문에 먹이를 획득하기가 곤란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어 결국은 무사히 어미로 자랄 수 있는 놈은 몇 마리에 불과하다는 결론에 이르고
만다.
자연계라 하는 데는 어떤 동물과 그 동물의 먹이, 그 동물을 먹이로 하는 다른 동물과의
3자 관계에서 상상 생존할 수 있는 숫자가 결정되는 것이므로 자신을 잡아먹는 적에 의해서
증가가 억제되고, 또 자신이 잡아먹는 먹이의 양에 의해서 생존 숫자가 제한되는 까닭이다.
이러한 관계를 자연의 균형이라 하고 무슨 원인으로 어떤 동물이 일시적으로 증가된다고
하더라도 위에서부터 억제 당하고 아래로부터 제한을 받기 때문에 결국은 원상태로 되돌아
가 버린다.
대나무 ― 꽃이 피면 들쥐가 증가하는 까닭
대나무는 꽃을 피우면 시들어 버린다. 대나무는 확실히 놈처럼 꽃을 피우는 일이 없어서
항상 지하 줄기로 번식하고 있다. 지하 줄기는 지하를 수평으로 뻗어서는 '수염뿌리'를 내려
여기저기에 새로운 싹을 내서 지상에 쑥 내민다. 이것이 '죽순'으로 그대로 놔두면 급속히
자라서 새로운 대나무가 된다. 이렇게 해서 매년 지하뿌리를 펼쳐서 새로운 대나무를 만들
어 일족과 함께 번영하지만 10년이나 20년을 같은 장소에서 거처를 하고 있으면 차츰 땅속
의 영양분, 특히 대나무 체내에 흡수된 채로, 땅속으로 돌아가지 못한 특수한 양분이 부족하
여 얼마 안 있어 대나무 일족의 생활을 어렵게 만든다. 그대로는 대밭 전체가 한순간에 전
멸해서 이미 '죽순'을 만드는 것도 지하줄기를 뻗는 것도 불가능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종
족 유지의 수단으로써는 꽃을 피우고, 종자를 맺는 방법뿐이다, 따라서 오랜 기간 영화를 누
리던 대밭이 전체적으로 노쇠해서 점점 전멸 일보직전에 다다를 때에 꽃을 피워서 자손을
남기는 것이다. 결국 "대나무에 꽃이 피면 시든다"라는 것은 사실이지만 인과관계는 반대로
"점점 시들어 가는 대나무는 꽃을 피운다"라는 편이 올바를 것이다.
대나무의 부하 같은 '조릿대'도 똑같아서 점점 노후화 되면 꽃을 피운다. 그리고 이윽고
열매를 맺는데 열매는 반짝반짝 빛나며 상당히 아름답다. 이처럼 조릿대의 열매는 몇십 년
에 한 번밖에 열리지 않는 데다가 매우 아름다워서 옛날부터 귀중하게 여겼다.
그런데 이 조릿대의 열매는 영양가가 높고 야생 들쥐가 매우 좋아하는 먹이이다. 쥐는 한
편으로는 쥐를 공격하는 소리개, 매, 올빼미 같은 조류나 뱀 따위에 의해서 위로부터 억제
당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쥐의 먹이가 되는 도토리나 호두열매의 수가 한정되어 있으므로 이
들 먹이에 의해서 아래로부터 제약을 받아서 일정한 숫자만이 생활한다. 몇십 년에 한번밖
에 열리지 않는 조릿대의 열매가 결실이 되어서 하늘에서 쏟아져 내린 것처럼 무진장한 먹
이가 눈앞에 준비되어 있다면 쥐는 조릿대 열매에 덤벼드는데 열중하여 지금까지 여위었던
쥐가 점점 살이 쪄서 건강하게 되어간다. 이렇게 되면 운동도 민첩하게 하고 소리개나 뱀에
게 공격당하는 일도 줄어들고, 암수 모두 정력이 좋아져서 생식력이 증대해 간다 과거에도
조릿대 열매가 익으면 들쥐가 무섭게 증가하여 때로는 대집단을 이른 사실이 기록되어 있
고, 일정한 면적 내에 너무 증가하면 대거에 줄줄 강을 건너서 이동하는 것이 관찰되어 있
다. 그러나 그런 사치스런 생활도 오래가지 않고 늘어날 만큼 늘어난 쥐의 세계에도 다음
해는 극단적인 식량 부족에 빠진다. 왜 그런가 하면 2년 연속해서 조릿대의 열매가 열리지
않기 때문에 원래의 도토리만의 부족한 식량밖에 얻을 수 없다. 그리고 너무 불어나 쥐는
소리개나 올빼미의 가장 좋은 먹이가 되어 버린다.
쥐 ― 스트레스로 자멸한다
자연계의 동물은 모두 먹이의 양과 천적의 수에 따라서 생존 숫자에 제약을 받는다. 예를
들면 쥐는 먹이인 도토리나 호두열매의 양, 천적인 소리개, 매, 올빼미 같은 조류나 뱀의 숫
자에 의해서 제약받는다. 꿀벌은 꽃의 양과 꿀벌을 공격하는 거미나 작은 새에 의해서 제약
을 받는다. 그렇다면 먹이는 무진장에다 천적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특별한 조건을 인위적으
로 만들어서 그러한 환경에서 동물을 기른다면 무한정으로 증가하지는 않을까?
예를 들면 기운이 팔팔한 쥐 부부를 몇 쌍인가 차고 같은 장소에 넣고, 먹이는 얼마든지
투여해 준다. 쥐가 좋아하는 영양 만점이 먹이를 창고 안에다 막 물을 붓듯이 투여하여 양
이 줄어들면 계속해서 공급해 준다. 물론 그 창고 안에는 소리개, 매, 올빼미 따위는 넣지
않고 뱀이나 족제비 따위도 절대로 들어가지 않도록 철망을 둘러놓는다. 이렇게 해서 쥐를
최상의 조건으로 보호해주면 확실히 많은 새끼를 낳고 그것이 단기간에 자라서, 또 새끼를
낳아서 차고 안에 가득 찰 만한 기세로 늘어간다. 혈족결혼에 의한 유전적인 피해가 일어나
지 않도록 때때로 외부에서 다른 계통의 젊은 부부를 넣어 주고 도대체 몇만 마리까지 늘어
났는가를 관찰해 본다. 어느 한도까지 늘어나면 쥐는 픽픽 죽기 시작하여 급속히 그 수가
감소한다. 그리고 가장 숫자가 많았을 때의 3분의 1정도까지 줄어들면 또 증식하기 시작하
고, 그리고 또 줄어든다고 한다. 어느 범위 내에서 증감(增感)을 되풀이 할 뿐으로 그 범위
이상으로 늘어나는 일은 불가능하다.
도중에 픽픽 쓰러져 죽는 것은 전염병이나 유전병이 아니다. 죽은 쥐를 해부해서 원인을
조사해보면 대부분은 비장이 커진다든지 부신 등의 내분비계통에 이상이 일어난 것을 알 수
있다. 이 증상은 공포, 과로, 흥분 등이 일어난 경우에 생기는 소위 스트레스 증상과 거의
동일하다. 일정 면적 안에서 종족의 숫자가 너무 불어나면 먹이가 남아돌고 또한 천적이 없
다 하더라도 생존이 불가능한 조건이 생긴다는 것, 그것이 스트레스였고 언제나 동료와 맞
부딪쳐서 놀라거나, 동료의 냄새나 동료가 내는 소리에 신경을 쓰기 때문에 발생한 신경피
로에서 기인하는 것 같다는 것은 앞으로의 인간 생활, 특히 단지나 인구가 밀집된 도회지
생활에 무언가 중대한 시사를 주고 있다.
북극곰 ― 자연은 임금의 존재를 허용치 않는다.
작은 곤충은 잠자리에게 잡아먹히기도 하고 거미의 밥이 되기도 한다. 그 잠자리나 거미
는 작은 새에게 잡아먹힌다. 작은 새는 소리개, 매 따위에게 공격당하기도 하고 뱀이나 족제
비에게 잡아먹히기도 한다. 그 뱀도 매나 독수리 같은 맹금류에게 잡아먹히는 수도 있고, 반
대로 매나 독수리 둥지 안에 있는 알을 뱀이 먹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동물계는 잡아먹느
냐 잡아먹히느냐의 격렬한 투쟁으로 낮과 밤이 지나고, 적에게 공격당하지 않도록 경계하는
것과 함께 자신의 먹이를 혈안이 되어서 찾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는, 살기 위해서 자신의
먹이를 혈안이 되어서 찾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는, 살기 위해서 피투성이가 된 매일 매일
을 보낸다. 백수의 왕이라는 사자조차 팔짱만 끼고는 있을 수 없는 실정이다. 아무리 사자가
강하다 하더라도 매일 들판을 이리 저리로 뛰어다니며 먹이가 되는 토끼 같은 작은 동물을
찾지 않으면 안 된다. 토끼 따위는 도망치는 발걸음도 빨라서 작은 굴이나 나무 동굴로 안
전하게 도망쳐 버리고, 게다가 대개 주위와 비슷한 색깔이나 형태를 하고 있으므로 발견하
는 것 자체도 쉽지가 않다. 만약 토끼를 발견하여 뒤쫓는다 하더라도 도망쳐 버려서 공쳤다
고 단념해 버리는 일도 허다할 것이다. 세 마리를 발견했다 하더라도 한 마리도 잡지 못하
는 그런 일도 종종 있을 것이다. 사자가 젊어서 원기 왕성할 때는 아직 그렇다 하더라도 늘
어서 운동신경이 둔화된 때는 매일 매일이 비극의 연속으로 젊은 날을 그리워하면 늙은 몸
을 한탄하면서 야위어 쇠잔해가는 비애의 나날을 보낼 것이다. 그리고 사자의 세계에는 자
식이 부모를 봉양한다는 예도 없고 양로원도 없다. 단지 자신의 힘만 의지해야 하는 혹독한
세계이다.
북극해의 자연도 똑같다. 북극해 부근은 물과 빙산밖에 없고 육상식물도 없는 비교적 단
순한 세계이다. 바닷물 속에 있는 플랑크톤, 그 플랑크톤을 먹고 생활하는 치어나 작은 물고
기, 그 작은 물고기를 먹고 생활하는 대구 같은 대형 북태평양 물고기, 그 대구를 쫓아가 잡
아먹고 사는 생활하는 바다표범, 그 바다표범을 주식으로 먹고사는 순백의 대형짐승인 북극
곰, 북극해의 동물은 이렇게 구성되어 있다. 이 중의 바다표범은 먹이인 대형 물고기의 숫자
와 천적인 북극곰과의 사이에 끼어서 숫자가 증가하는 일도 없고, 그렇다고 줄어드는 일도
없다. 북극곰은 이 북극지방에서는 대장이어서 먹이가 되는 바다표범이 많이 있어도, 자신을
공격해 올 천적은 전혀 없고 그래서 두려움이란 것도 없으므로 누구와 마주치거나, 어떤
형태를 보더라도 두려울 것은 조금도 없다. 그렇다면 북극곰은 언제나 즐겨먹는 바다표범을
잡아먹고, 통통하게 살이 쪄서 언제나 느긋하게 지내는가 하면 결코 그렇지는 않다. 이처럼
그 지방에서는 가장 강하고 공격받을 걱정도 없는 정상에 자리한 동물이라 하더라도 먹이를
찾는 고생, 먹이를 뒤쫓는 수고는 사자와 비슷하다. 게다가 이처럼 기후가 혹독한 극지방에
서는 혹한에 대해 버티는 힘이 가장 약하고 번식력 또한 가장 약한 것이 이 정상에 있는 동
물이다. 북극곰 같은 정상에 자리한 동물이 먹이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해마다 증가해 가
는 바다표범이 늘어나는 숫자에 비례해서 북극곰의 생존 숫자가 제한을 받기 때문에
정상에 있는 동물의 숫자는 매우 적다.
사슴 ― 천적만이 적은 아니다
미국의 카이밥 고원에서 오랜 세월에 걸쳐서 그 지역에 사는 사슴 숫자의 증감을 계산한
유명한 통계가 있다. 카이밥 고원의 약 3천 평방킬로미터의 지역에 사고 있는 사슴을 1905
년에 계산했을 때에는 약 4천 마리였다. 원래 이 곳이 숲으로 덮였을 때는 많은 사슴이 있
었지만 점점 줄어들었으므로 그 보호대책의 첫걸음으로 실제로 살고 있는 사슴 숫자를 조사
했던 것이다. 조사해본 결과 단지 4천 마리밖에 없었으므로 이것을 보호하고 증식시키기 위
해서 우선 사냥꾼을 시켜서 사슴을 잡아먹는 푸마나 아메리카 이리를 사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약 20년에 걸쳐서 대규모의 사냥이 계속되어 놀랍게도 7백 마리 이상의 푸마가 사냥
꾼에게 사살되었고 아메리카 이리는 7천 마리 이상이나 사살되어 버렸다.
이리하여 1905년에 4천 마리였던 사슴은 1918년에는 약 10배로 불어나 4만 마리가 되었고
그 5년 후인 1923년에 조사해 봤더니 약 10만 마리에 달한다는 보고가 있었다. 그 후로도
푸마나 아메리카 이리의 사냥이 계속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사슴은 10만 마리를 정점으로 해
서 이번에는 줄어들기 시작하여 1939년에는 가장 사슴 숫자가 많았던 해의 10분의 1인 1만
마리까지 감소되어 버렸다. 그 후에 또 증가하기 시작하여 1만 마리에서 5만 마리 정도 사
이에서 대체로 안정되었다고 한다. 이것은 사슴을 공격하는 푸마나 아메리카 이리의 존재에
상관없이 일정한 면적 안에서는 일정 수 이상의 사슴이 사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나
타내고 있다. 결국 사슴이 극단적으로 증가하면 당연히 먹이인 풀 종류가 부족하고, 또 3천
평방킬로미터 안을 10만 마리 이상의 사슴이 달려 다닌다면 풀의 새싹도 밟아서 망가뜨려
버려, 사슴이 필요로 하는 만큼 자라지 않은 결과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야외에 있는 실제의 동물의 숫자는 먹이와 천적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고
좀 더 복잡한 요소가 얽혀 있다. 예를 들면 다시 들쥐의 생활을 생각해 보자. 야외의 풀밭에
사는 쥐가 늘어나면 직접적으로 쥐의 먹이가 부족해진다. 먹이가 부족하면 영양상태가 나빠
져서 운동능력이 저하되고 적으로부터 공격받는 횟수가 많아져서 번식력도 저하된다. 또 집
을 지을 장소가 차례로 부족하고, 조건이 좋은 장소에다가 집을 준비할 수가 없게 된다. 예
를 들면 축축한 장소라든가 충분히 숨을 수 없는 장소에 집을 지으면 쥐는 건강을 해치게
되어 병원균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지기도 하고, 또는 천적인 소리개나 매에게 쉽게 발견된
다. 숫자가 늘어나면 그렇지 않아도 하늘을 나는 맹금류에게 발견되기 쉬워지지만, 지금까지
처럼 풀숲으로 덮여서 상공에서 보이지 않던 장소만을 왕복할 수밖에 없으므로 경계가 불충
분하게 된다. 그리고 귀가 소리개나 매에게 많이 잡아먹히면 반대로 소리개나 매에게 많이
잡아먹히면 바대로 소리개나 매 쪽은 활기를 띠어 점점 숫자가 늘어나고, 감각도 운동력도
좋아져서 언제라도 상공에서 감시를 계속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수가 늘어나 쥐에게는 유리한 조건이 전연 없고 불리한 조건만 남아 있게 된
다. 이리하여 쥐에게 있어서는 증가한다는 것이 그대로 감소하는 원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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