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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 하청

양쯔 강과 함께 중국에서 제일 큰 강인 황하는 강물이 언제나 누런 황토
빛을 띠고 있어서 누를 황자, 강 하자를 써서 '황하'라는 이름이 붙었어요.
  백년 하청이란 황하가 항상 흐려서 맑을 때가 없다는  데서 비롯된 말로,
아무리 기다려도 기대하는 일이 이뤄지지 않음을 뜻해요.
  옛날 중국 춘추 시대 정나라는 힘이 몹시 약한  나라였어요. 북으로는 진
나라, 남으로는 초나라로부텨 수시로 공격을 당했지요. 그래서 오른쪽 뺨을
맞기가 무섭게 왼쪽 뺨을 맞는 형편이었어요.
  그 무렵 정나라가 채나라로 쳐들어가 공자를 사로잡았어요.  당시 채나라
는 초나라의 속국(형식상 독립국이나 실제적으로는 다른 나라의 지배를 받
는 나라)이었으므로, 이에 대한 보복으로 초나라가 정나라로 쳐들어왔어요.
  정나라는 큰 혼란에 빠졌어요. 정나라의 지도자들은 긴급히  회의를 열었
어요. 그런데 의견이 두 갈래로 나뉘었어요.
  "지금 우리는 몹시  위태로운 상태에 빠져 있소. 우린 결코  초나라를 당
해 낼 수 없소. 그러니  하루빨리 항복을 하는 것이 현명한 생각이오. 우리
가 살 수 있는 길은 공물을 준비해서 초나라를 맞이하는 것뿐이오."
  이런 항복론에 맞서, 다른 한편에서는 진나라에 구원을  청하자는 의견이
나왔어요.

  "지금까지 우리 정나라는 대국인 진나라를  섬겨왔소. 약소국일수록 신용
이 없으면 당장 망하는 법이오. 지난날 우리는 진나라와  다섯 번이나 동맹
을 맺었던 만큼 이제 와서 그 신의를 저버린다면 스스로 무덤을 파는 꼴이
될 것이오. 그렇게 된다면 진은 우리를 멀리하고, 결국 초나라가 우리를 속
국으로 삼을 것이오. 지금 초나라는 멀리서 온 군사들이라  몹시 지쳐 있고
머지않아 식량도 떨어질  것이오. 그러니 우리는 궂게 성을 지키면서  진의
구원을 끝까지 기다려 봅시다."
  그러자 항복론을 펴는 쪽의 신하가 다시 이렇게 맞받았어요.
  "옛말에 백년 하청이란 말이 있소이다. 다시 말해  백 년도 안 되는 짧은
사람의 목숨으로는 황하의 강물이 맑아지기를 기다릴 수  없다는 뜻이지요.
지금 진나라의 구원을  기다리는 것은 마치 황하의  흐린 물이 맑아지기를
기다리는 꼴입니다. 그러니  어서 항복하여 백성들의 고통을 덜어 주는  것
이 좋을 듯하오이다!"
  이 말을  들은 정나라 왕은 곧  초나라에 항복하여 화친을 맺었어요.  이
이야기는 '좌전'에 있는 것인데, 약소국은 설움을 잘 나타낸 이야기예요.
  요즘은 어떤 일이 곧 된다고 해 놓고는 며칠이 지나고 몇 달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을 때 '백년 하청'이란 표현을 쓰곤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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