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을 풀어 보면 토끼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를 삶아 먹는다는 뜻이에
요.
옛날 한신이란 명장은 항우를 물리치고 유방이 천하를 통일하는 데 큰
공을 세운 인물이에요. 유방은 황제의 자리에 오르자 한신의 공을 높이 사
그를 초나라 왕으로 봉했어요.
그런데 한신의 명성이 높아지고 힘이 점점 커지자 유방은 은근히 불안했
어요. 게다가 한신이 반란을 꾀한다는 소문도 떠돌았거든요.
그러던 어느 날 유방이 이런 명령을 내렸어요.
"내가 오랜만에 사냥을 즐기고 큰 잔치를 열 생각이니, 모든 제후들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이도록 하시오."
사냥과 잔치 핑계를 댔지만 사실은 한신을 체포하기 위한 계략이었어요.
한신은 이 소식을 듣고 오랫동안 고민을 했어요.
'나를 노리고 있는 게 틀림없어. 이를 어쩌면 좋지? 가지니 붙잡힐까 두
렵고 안 가자니 더욱 큰 의심을 받을까 걱정이고...."
그 때 한신의 부하 하나가 말했어요.
"종이매를 처치한 다음 그의 목을 유방에게 갖다 바치면 의심을 풀 수
있을 것입니다."
종이매는 본래 항우 밑에 있던 뛰어난 맹장이었으나 항우가 죽은 후 항
복하고 한신의 밑으로 들어온 장군이에요. 그런데 유방은 종이매에게 원한
이 있었기 때문에 그가 한신의 밑에 있다는 말을 듣고 그의 목을 베어 올
리라는 명령을 내린 상태였어요.
하지만 한신은 여전히 종이매를 숨겨 둔 채 명령을 따르지 않았어요. 항
복한 장군을 죽이는 것은 도리가 아닐 뿐더러 함부로 죽이기에 너무도 아
까운 장수였기 때문이지요.
어느 날 한신은 종이매를 찾아가 그간의 사정을 속 시원히 털어놓았어
요. 그러자 종이매는 몹시 화난 얼굴로 말했어요.
"유방이 그 동안 당신을 치지 못한 것은 우리 둘이 같이 있었기 때문이
오. 그런데 이제 유방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나를 잡아 갈 생각이라니....
차라리 내 스스로 목숨을 내놓겠소. 하지만 내가 없어지면 그 다음은 당신
차례라는 걸 명심하시오!"
이렇게 말하고 종이매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어요.
한신은 그 목을 가지고 유방을 만나러 갔어요. 그것으로 유방의 오해를
풀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어요. 유방은 종이
매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자 즉시 한신을 붙잡아 묶었어요.
'아, 종이매의 말이 맞았구나!"
한신은 뒤늦게 하늘을 우러러 탄식했어요.
"과연 토끼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를 삶아 먹고, 하늘을 나는 새가 떨어
지면 활을 부러뜨리고, 적국이 망하고 나면 장수들을 내친다더니, 그 말이
맞구나! 내 그 동안 유방을 도와 전쟁에 큰 공을 세웠건만 이제 천하가 평
정되었다고 나를 잡아먹으려 하는가!"
결국 한신은 토끼몰이가 끝난 사냥개 신세가 되고 말았어요.
따라서 '토사 구팽'은 필요할 때 요긴하게 쓰고, 필요가 없게 되면 가차
없이 버리는 비정한 인간 세상을 꼬집는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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