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시대 공민왕 때 성은 안씨고 이름이 소목인 선비가 있었어요.
소목이란 한자로 작을 소자에 눈 목자이니 즉 눈이 작다는 뜻이에요. 유
난히 눈이 작아 이름을 그렇게 지은 거지요.
그는 어느 날 길을 가다가 사람들이 담벼락에 모여서 웅성거리는 것을
보았어요.
'무슨 일일까?'
가까이 다가가 보니 나라에서 과거 시험을 치른다는 방이 붙어 있었어
요.
'음.... 내 실력을 시험할 좋은 기회구나.'
평소에 열심히 학문을 갈고 닦은 안 선비는 당당히 과거에 급제하여 벼
슬길에 오르게 되었어요.
얼마 후 임금은 과거에 급제한 안 선비를 불렀어요.
"오, 장하다! 그대가 이번 과거 시험에 급제를 했다고?"
"예, 그렇사옵니다."
"그래, 그대의 이름이 무엇인고?"
"예, 안소목이라 하옵니다."
"소목이라...? 눈이 작다는 뜻인데 이름으로 쓰기에는 영 좋지 않은걸....
내가 그대를 위해 이름을 지어 주겠노라."
"황공하옵니다."
"음.... 어떤 이름이 좋을까?"
한동안 곰곰이 생각에 잠겨 있던 공민왕은 갑자기 무릎을 탁 쳤어요.
"옳거니, 좋은 생각이 있다. 소목이란 두 글자를 한 글자로 합치면 어떻
겠는가? 그러니까 소자와 목자를 합쳐서 살필 성자로 하면 원래 이름도 버
리지 않으면서 뜻은 훨씬 좋아지지 않겠는가?"
평소 자기 이름을 탐탁지 않게 여기던 안 선비는 임금이 직접 이름을 지
어 주자 무척 기뻤어요.
그래서 선비의 이름은 안성이 되었는데, 임금이 '안성'이란 이름을 맞춰
줬다고 해서 '안성맞춤'이란 말이 나왔다고 해요.
또 다른 얘기도 있어요.
예로부터 안성 지방에서 만드는 놋그릇은 튼튼하고 질이 좋기로 유명했
어요. 안성 놋그릇은 다 만들어진 것을 장에 내다 파는 '장내기'와 주문을
받고 만드는 '맞춤'이 있었는데, 부자들은 그릇을 맞춰 썼다고 해요. 그래서
안성에서 맞춘 그릇처럼 잘 만든 물건이나 잘 된 일을 가리켜 '안성맞춤'이
라 부른다고도 해요.
그 밖에 갖바치에게서 비롯된 말이라는 얘기도 있어요. 갖바치란 옛날에
가죽으로 신을 만들던 사람이지요.
안성에서는 갖바치들이 완성된 제품을 시장에 내다 팔지 않고,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주문을 받았다고 해요. 그래서 자신의 발에 꼭 맞는 신발을
맞출 수 있었죠. 안성맞춤은 여기서 비롯된 말이라고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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