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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치미를 떼다

옛날 어느 마을  사람들이 매사냥을 나섰어요. 우리 조상들은 야생의  매
를 길들여 사냥에 이용하곤 했어요.
  "앗, 꿩이다!"
  그 순간, 날쌘 매  한 마리가 공중으로 솟구치더니 꿩을 향해  발톱을 내
려꽂았어요. 꿩은 날카로운 매의 발톱에 꼼짝없이 잡히고 말았어요.
  매의 주인이 축  늘어진 꿩을 주우려 하자 얌체  같은 사람 하나가 불쑥
나섰어요.
  "이건 내 매야!"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 이건 내 매라구!"
  둘 사이에는 한동안 실랑이가 벌어졌어요. 매 주인은  어처구니가 없었지
만 별다른 도리가  없었어요. 매들의 생심새가 비슷했기 때문에 남의  매를
탐내 자기 매라고 우겨도 뾰족히 할 말이 없었어요.
  "그러지 말고  매와 꿩 중에서  하나씩 고르게. 그리고 앞으론  시치미를
꼭 달게나."
  "시치미라구요?"
  "그렇다네. 시치미란  주인이 누구인지 알  수 있도록 매의 꽁지에  달아
놓은 이름표지. 그러면 이런 일로 아옹다옹 다툴 일이 없을 것 아닌가?"
  그 날 노인 덕분에 매 주인은 매를 찾을 수 있었어요.
  며칠이 지난 뒤, 마을  사람들은 또다시 매사냥을 나왔어요. 물론 이번에
는 쇠뿔로 얇게 만든 이름표를  매의 꽁지에 하나씩 붙들어 매고서 말이에
요.
  "시치미만 보면 누구 매인지 쉽게 알 수 있겠지? 이젠 싸울 일이 없겠구
나!"
  매의 주인은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자기 매를 쓰다듬었어요. 그러나  오
늘 역시 매 주인과 얌체 사이에는 또 싸움이 벌어졌어요.
  "이 매는 내 거야!"
  "시치미를 뗀다구 모를 줄 알고? 이건 내 매라구!"
  매 주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소리를 질렀어요. 이번에도 매를  탐낸
얌체가 매의 시치미를 떼고서 자기 매라고 무구 우기고 나선 것이지요.
  노인도 이제는 어쩔 도리가 없다는  듯 혀를 끌끌끌 차며 고개를 내저었
어요.
  이렇게 해서 '시치미를 떼다.'라는 말은 알고도 모른 척 딱 잡아뗄 때 쓰
는 말이 되었어요.
  우리 주변에도 얌체처럼 시치미를 떼는  뻔뻔스런 사람을 간혹 볼 수 있
어요. 이런 사람은 시치미를  떼면 동시에 자기 마음 속의 양심도  함께 떨
어진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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