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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면피

옛날에 왕광원이라는 사람이 있었어요. 그는 똑똑하고 재능이  뛰어나 과
거에 시험에 합격했어요.  그런데 이 사람은 출세를 위해서는 어떠한  수단
과 방법도 가리지 않았어요. 특히 윗사람에게 아첨이 심했지요.
  어느 날 높은 벼슬아치  하나가 시를 한 수 지었어요. 그러자  옆에 있던
왕광원이 말했어요.
  "아, 이렇게 훌륭한 시는 제가 열 번을  죽었다 깨어나도 보기 힘들 것입
니다. 정말 어르신의 인품이 그대로 담겨 있는 명문 중의 명문입니다. 이태
백이 살아 돌아온다 해도 이런 시는 짓지 못할 것입니다."
  그의 말에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렸어요.
  "에이, 쯧쯧.... 저  친구 또 시작이구먼. 정말  눈꼴이 시어서 못 봐 주겠
군!"
  "그러게 말일세. 어쩌면 사람이 저렇게 능청스럽게 아첨을 떨 수 있는지,
원!"
  하지만 그는 주위 사람들의 시선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어요. 그저 좀
높은 벼슬아치다 싶으면 있는 말, 없는 말 온갖 아부를 다 떨었지요.
  한번은 어느 고관이 술에 취해서 길을 걷고 있는 것을 본 왕광원은 그에
게 쪼르르 달려갔어요.
  "나리, 그 동안 편안하셨습니까?"
  고관이 그를 보자 술김에 채찍을 들고 이렇게 말했어요.
  "오, 자넨가? 내 이 채찍으로 자네를 때리고 싶은데 맞아 볼 텐가?"
  고관은 그저 술주정을 한 것뿐인데 그는 정말로 등을 돌려 댔어요.
  "예, 어르신이 때리는 매라면 기꺼이 맞겠습니다."
  고관은 진짜로 매를 때렸어요. 그래도 그는 화를 내지  않고 헤헤 웃으며
고관의 비위를 맞추었어요.
  "헤헤헤.... 나리께서 때리는  매를 맞다니 정말 영광입니다.  기분이 풀릴
때까지 마음껏 때려 주십시오."
  그가 아양을 떠는 꼴을 보다못해 한 친구가 그에게 핀잔을 주었어요.
  "자네는 창피하지도 않나? 어떻게 그런 모욕을 받으며 산단 말인가!"
  "모르는 소리 말게.  그분에게 잘 보여 두면 얼마나 이로운지  알기나 하
나? 난 그분이 발바닥을 핥으라고 해도 그렇게 할 걸세."
  "...."
  그의 대답에 친구는 그만 말문이 막혀 버렸어요.
  이 사실이 온  마을에 퍼지자 사람들이 그를 가리켜 '낯가죽이  두껍기가
열 겹의 철갑 같다.'고 했어요.
  '철면피'란 말은 여기서  나왔어요. 부끄러운 줄 모르고  뻔뻔스러운 사람
을 일컫는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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