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반테스가 누구야?"
"이런 바보! 거 있잖아, 돈 키호테 쓴 사람...!"
'세르반테스' 하면 갸웃거리던 사람도 '돈 키호테' 하면 고개를 끄덕일
거예요. 그만큼 돈 키호테는 동서양에 걸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누구나
즐겨 읽는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잘 알려져 있지요.
소설의 원래 제목은 '재치 있는 기사 돈 키호테 라 만차'이며, 줄거리를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아요.
돈 키호테의 본명은 '캐사더'이며, 스페인의 라 만차라는 마을에 사는 귀
족 출신의 늙고 가난한 지주예요. 우연히 '기사 이야기'를 읽다가 그 재미
에 푹 빠져, 즐기던 사냥도 농사일도 팽개치고 밤낮없이 이야기에 파묻히
지요. 그러다 마침내는 정신이 이상해져서 스스로 이야기 속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집니다. 그리곤 세상의 악을 몰아내기 위한 모험을
떠나지요.
그는 이름도 기사답게 '돈 키호테 라 만차'로 고치고, 조상 대대로 내려
오던 낡은 갑옷을 창고에서 꺼내 입고, 늙고 초라한 말 로시난테에 올라탔
어요.
"나는 악한 자를 무찌르고, 착하고 약한 자를 돕는 용감한 기사이다. 자,
나를 따를 자 없느냐?"
이 모험길에는 이웃의 농사꾼이며 정직하지만 어리석은 산초 판사가 따
라 나섰어요. 돈 키호테가 산초에게 어느 섬의 영주를 시켜주겠다고 꾄 것
이지요.
돈 키호테는 가는 것마다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지르지요.
돌아가는 풍차를 난폭한 거인으로 알고 달려들다가 상처를 입기도 하고,
양 떼를 적군으로 잘못 알고 창을 휘두르기도 해요. 또 놋대야를 뒤집어쓴
이발사를 기사인 줄 착각하고 싸움을 걸기도 하지요.
그래서 사람들에게 비웃음을 사고 봉변을 당하기도 하지만, 정작 돈 키
호테 자신은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고 사리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지 깨닫
지 못해요. 오히려 정의를 사랑하고, 옳은 일을 위해서는 목숨도 아끼지 않
는 용감한 기사라는 환상에 젖어 있어요.
돈 키호테의 이러한 모습은 후세의 사람들에게 두고두고 흥미와 논란이
되었어요.
흔히 생각이 깊고 행동이 지나치게 신중한 사람을 '햄릿형 인간'이라고
하는데, 이 햄릿형 인간과 정반대의 인간형이 바로 '돈 키호테형 인간'이에
요. 현실을 무시하고 맹목적인 정의감에 이끌려 이상을 향해 저돌적으로
행동하는 행동주의자를 말하죠.
이런 말은 러시아의 시인이자 소설가인 투르게네프가 처음 썼어요. 그는
'햄릿을 사랑하기는 힘들지만, 돈 키호테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
이다.'라고 해 돈 키호테에 더 깊은 애정을 보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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