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llow my blog with Bloglovin FraisGout: 함흥 차사

함흥 차사

"어휴, 더워라! 날씨가 푹푹 찌는구나."
  덜렁이네  가족은 모두 선풍기 앞에 모여 앉아 더위를 식히고 있었어요.
  "아빠, 우리 수박 사다가 시원하게 얼음을 띄워 먹어요."
  "좋지, 내가 얼른 사 가지고 올 테니까 엄마랑 기다리고 있거라."
  덜렁이는 엄마와 함께  아빠가 사올 수박을 목이 빠지게 기다렸어요,  그
러나 한참이 지나도록 덜렁이 아빠는 돌아오지 않았어요.
  "어휴, 하여간 네 아빤 어디만 가면 함흥 차사야!"
  "함흥 차사가 뭔데요?"
  "너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 알지?"
  "예, 활을 잘 쏘았다는 사람 말이죠?"
  "그래, 이성계는 나라를 세워 임금의 자리에  올랐지만 마음 고생을 많이
했단다. 아들들이 서로 임금이  되려고 싸움을 벌였기 때문이야. 그 싸움의
장본인은 다섯째 아들  방원이었는데, 이성계는 형제들끼리 서로  죽이기까
지 하는 다툼이 일어나자 세상에 뜻을 읽고 임금의  자리를 내놓았지. 그리
고는 한양을 떠나 송도에 가 있었단다."

  "그럼 다음 임금은 누가 되었어요?"
  "뒤를 이어 정종이 왕위에 올랐지. 그러나 얼마  안 있어 동생 방원이 임
금의 자리에 올랐는데 그가 바로 태종이야. 그 소식을  들은 태조 이성계는
매우 노여워하며 송도를 떠나 먼  함흥 땅으로 들어가 세상과 인연을 끊어
버렸지."
  "그럼, 태종은 아버지를 찾지도 않았나요?"
  "아니야, 태종은 아버지를  다시 한양 땅으로 모셔 오려고 무진  애를 썼
어. 왕의 심부름꾼인 차사를  수도 없이 함흥으로 보냈단다. 그런데 함흥으
로 떠난 차사들은 모두 돌아오지 못했지."
  "왜요?"
  "왜냐 하면 화가  머리끝까지 나 있던 태조가  아들 태종이 보낸 차사를
오는 족족  잡아 죽였기 때문이야. 서로  왕이 되려고 형제끼리 피를  부른
싸움을 지켜 본  태조의 심정이 오죽했겠니. 심부름꾼만 애꿎게 목숨을  잃
은 거지. 그 때부터  심부름을 가서 아무 소식 없이 돌아오지  않거나 더디
오는 것을 가리켜 함흥 차사라고 부르게 된 거야."
  "아, 그렇구나. 정말, 재밌다!"
  "그나저나 네 아빠는 정말 왜 아직도 안 오시니...?"
  덜렁이 엄마는 은근히 걱정이 되는 눈치였어요.
  "엄마, 재가  나가서 한번  찾아볼까요? 대신  아이스 크림  사 먹게  돈
좀.... 히히히."
  덜렁이는 엄마에게 돈을 받자 부리나케 달려나갔어요. 그런데  30분이 지
나도록 덜렁이는 돌아오지 않았어요.
  "어휴, 이 녀석. 아이스 크림 사 먹을 돈으로  오락실 간 게 틀림없어. 수
박 사러 간 사람이나 찾으러 보낸 아이나 둘 다 함흥 차사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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