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앞둔 25세의 처녀 조모씨가 애인과 함께 여관에 들어갔으나 생각했던 대로 흠뻑 사랑에 빠지지 못해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
동안 월경이 없어 『이상하다』고 여겨왔던 그녀는 『사랑을 확인하자』며 졸라대는 애인의 성화에 못 이기는 척 하면서 몸을 맡겼으나 상대방의 끈질긴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을 성사 시키지 못했던 것.
남자는 남자대로 신경질이 났던지 아무 말없이 방바닥에 벌렁 드러 누웠고 자신은 미안한 마음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고 한다.
이 여성은 선천적으로 질(膣)이 발달되지 않은 「무질증」로 진단된다. 이 경우 질이 없기 때문에 성(性) 관계가 안되는 것은 당연지사. 입구가 형성돼 있지 않아 남성(男性)이 침범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무질증은 태아가 형성될 때 뮐러씨관이 생기지 않아 나타난다. 여성기의 질은 위로 자궁에 이르는 길이 7cm가량의 관상기관(管狀器官)으로 여성 성기(性器)의 일부다. 방광과 요도 뒤에서 직장 앞으로 내려가 아래부분은 질구(膣口)를 형성하고 있다. 처녀는 점막(처녀막)이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경우는 흔적만 남아있다. 질은 점막 에 주름이 많은 관계로 아이분만 때 산도가 되기도 한다.
흔히 「무질증」은 사춘기 인데도 월경이 없거나 남자와의 성관계 때 성사가 안됨에 따라 발견 되는데 자궁이 없을 뿐 성기의 외형과 난소· 나팔관은 정상적인데다 배란도 정상적 으로 돼 대리모를 이용할 경우 아기를 가질 수 있다.
「무질증」 환자는 평생 그냥 살겠다고 작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성인이 된 후 질 구축 수술을 받으면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할 수 있다. 단 수술 후 구멍이 좁아지지 않도록 질 확장기를 사용하고 활동적인 성 생활을 영위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래야 만 남 못지 않은 성기(性器)를 간직할 수 있게 된다.
흔히 자신이 「무질증」이라는 사실을 알게되면 의욕과 희망을 잃어버린 채 정상적인 삶을 포기해 버리지만 20대 초반에 질 재건수술을 받으면 결혼 등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데 아 무 이상이 없다. 여아 3~5천명에서 한명꼴인 「무질증」 환자는 대구시내에서 2백50명~4백 20명 가량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무질증」은 비싸지 않은 수술비로 평생 만족을 얻을 수 있으므로 반드시 수술받는 것이 좋을 듯하다. 성 문제라고 부끄러워 하거나 절망에 빠 질 필요가 없다. 성 문제가 삶의 의욕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알고 적절한 시기에 현명한 판 단을 하길 바랄 뿐이다.
〈영남대의료원 산부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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