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약과 주사약의 차이
주사 맞는 일은 보통 공포의 대상이다. 가는 주사침이 팔이나 엉덩이에 꽂히는 것은
생각만 해도 소름인 끼친다. 그래서 아이들은 병원 문턱만 넘어서도 울음을 터뜨리는
경우도 있고, 횐 옷 입은 사람만 봐도 간호사인줄 알고 숨이 꼴깍 넣어갈 정도로 울어
대기도 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 나라 사람들은 아플 때는 먹는 약만으로는 성이 안 차 주사
를 반드시 맞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병원에 가서 진찰받은 후 주사를 맞지 않고 약만
받아 오는 경우에는 괜히 약국만 가도 될 것을 병원까지 왔다고 후회하기 일쑤이다.
또 기왕 맞을 거라면 독한 주사 한 대로 단번에 병이 나아 버리는 기적을 바라기조차
한다든가? '아픈 만큼 성숙해지는 것'이 아니라 '아픈 만큼 잘 낫는 것' 이라고 생각
들 하는 모양이다.
그러면 우리의 병을 기적과 같이 치료해 준다고 오해를 받고 있는 주사가 어떤 약인
지, 그리고 먹는 약과 주사약이 어떻게 다르게 작용하는지 알아보자.
주사약에는 정맥 주사, 피하 주사, 근육 주사등이 있다. 주사제는 소화관을 통과하
지 않고 혈관으로 가기 때문에 위장에서 분해되지 않고 또 위장 장애를 일으키는 일이
없다.
원래 우리들의 몸은 매우 정교해서 소화관에서 흡수된 것은 지방을 제외하고 대부분
이 일단 간장이라는 관문을 통과하여 간장에서 몸에 이롭지 않은 것은 분해해 버린다.
약이란 신체에서 보면 많은 경우 이물로서 본래 몸이 요구하고 있는 영양분이 아니
므로, 약은 간장을 지나는 동안에 대사되어 양이 줄어든다. 내복하는 약은 대부분 여
기에서 분해되어 효능이 떨어진다. 그런데 주사제는 위장뿐 아니라 간장도 통과하지
않고 직접 혈액 중에 들어가므로 내복약에 비해 작용이 신속하여 효과가 빠르다. 그렇
기 때문에 효능이 강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앞에서 말한 여러 가지의 부작용(유해 작용)도 일어나기 훨씬 쉽다. 예를 들
면 페니실린 등에 의한 쇼크도 내복으로는 극히 드물지만 주사로는 자주 나타난다. 따
라서 주사제는 내복으로 사용 할 수 없거나 긴급할 때 외에는 될 수 있는 한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사가 필요한 경우와 주사 부작용
주사가 필요한 조건은 크게 두 가지로서 다음과 같다. 먼저 약물 쪽에서 보면 당뇨
병 치료약인 인슐린처럼 하복에 의해 위장에서 파괴되어 효과가 없어지는 약물, 또는
결핵약인 스트렙토마이신처럼 내복으로는 흡수되지 않거나 흡수가 아주 나쁜 약물을
사용할 때는 주사가 아니면 효과가 없기 때문에 주사를 이용하여야 한다.
다음으로 환자 쪽에서 보면 약물을 내복할 수 없는 경우나 병의 상태로 보아 신속한
효과가 요구될 때에는 주사를 이용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주사는 속효성이라고 하는
이점이 있는 반면 지속성이 없는 결점이 있다. 즉 내복약보다 신속하게 혈액 중의 약
물농도가 상승하지만 그 반면 신장에서 신속하게 배설되어 금방 효과가 소실된다. 특
히 정맥 주사에서는 이 현상이 현저하고 피하 주사에서는 비교적 느리며 근육 주사는
그 중간이다.
더욱이 내복하는 것으로도 유효한 약물을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으면 집에 도착할
때에는 이미 효과가 많이 없어져 버린다. 그러므로 특히 지속성이 없는 항생제 주사
등을 하루에 한 번씩만 맞으면 거의 효과가 없는 것은 당연하다.
중증인 입원 환자에게는 점적 주사(소위 링게르라고 통하는 수액제 주사)를 사용한
다. 이것은 지속적 효과를 나타내는 외에 대량의 액체를 보급할 수 있다. 이는 탈수
증, 쇼크 증상의 회복에 매우 유용하다. 또 영양 보급도 어느 정도 가능하고 혈액 전
해질의 균형조 절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음식물 섭취가 가능한 사람에게는 점적 정
맥 주사로.영양을 보급할 필요는 없다.
약물의 종류에 따라 피하, 근육, 정맥의 어느 것으로도 주사할 수 있는 것과 특정한
주사 방법만을 이용해야 하는 것도 있다. 또 일주일 또는 그 이상의 간격으로 근육 주
사를 하면 되는 효력이 늦게 나타나는 것도 있다. 이것은 아주 서서히 흡수되도록 만
들어져 있다.
내복약으로 소화관 장애가 일어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주사에 의해서도 예기치 않은
장애가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피하 주사, 근육 주사로는 주사 부위의 출혈, 근육의 위축, 신경 장애 등을 일으키
는 일이 있다. 정맥 주사로서는 혈관염이 일어나는 일도 있고 또 급속한 주사로는 순
환계, 호흡계의 장애가 일어나는 일도 있다(정맥 주사를 맞으면서 숨이 차고 가슴이
답답한 경험을 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또 각종 부작용이 일어나는 경우에 내복하는
것보다는 정맥 주사가 증상이 급격하고 강한 경향이 있다. 그 외 각종 주사액의 혼합
은 효과에 변화를 미치는 일이 적지 않다.
주사에 대한 결론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은 내복으로 잘 흡수되는 약물은 원칙적으로
주사를 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신속한 효과를 바랄 때에는 주사한다. 위장에 직접
적인 작용을 기대하는 약물은 주사하지 않는다. 또 동일한 작용을 나타내는 약물의 내
복과 주사의 병용은 가능한 한 피해야 한다.
지금 제약업계에서는 주사와 동일하게 '효과가 감소하지 않으면서 효율이 좋은 제
형'의 개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언젠가는 주사를 맞지 않아도 되는
날을 기대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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