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llow my blog with Bloglovin FraisGout: November 2019

임신과 약에 대한 이야기

임신의 시작一약은 언제부터 주의해야 하는가
  우리는 좀 모자라는 듯한 사람을 보고 "너는 어머니 뱃속에서 열 달 다 못 채우고
나왔냐?"라며 놀려 댄다. 일반적으로 인간은 어머니 뱃속에서 열 달 동안 자라면 이
세상에 태어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때의 열 달이란 날로 쳐서 280일, 그러니까 한 달을 30 일로 잡으면 9개월
하고 10일이다. 28일을 한 달로 생각하는 이유는 여성의 생리 주기가 28일인 것과 밀
접한 관계가 있다.
  그러나 사실 280일이란 수정된 날로부터의 기간이 아니라 수정에 필요한 난자가 배
란을 위해 난소에서 준비될 때부터의 기간이다. 여성의 난소는 배꼽의 양쪽 아랫배에
위치하고 있으면서 난자를 배출하고 있는데, 한 쪽에서 배란하는 기간은 2개월마다이
고 그것이 좌우 교대로 배란하기 때문에 배란이라는 현상은 한 달에 한 번꼴이 된다.
  배란된 난자가 수정되지 못하면 배란된 지 24~48시간 이내에 변질되어 대하(냉)와
섞여 자신도 모르게 질을 통해 배출된다. 한편 난자가 수정되어 수정란이 되었을 때를
그것이 착상할 수 있도록 자궁내막은 증식하여 두터워지는데, 만약 수정이 이루어지지
않아 난 자가 배출되어 버리면 증식된 자궁내막은 떨어져 나가게 되어 생리 현상이 일
어난다.
  이렇게 한쪽에서 배란된 난자가 배출된 후 자궁 내막이 떨어져 나가는 생리현상(월
경)이 시작되면, 나머지 한 쪽의 난소에서는 새롭게 임신을 위해서 또 하나의 난자를
성숙시키려고 원시난포가 준비된다. 우리가 임신 기간을 280일로 잡는 첫 기준은 원시
난포가 준비되는 날, 즉 그 전 달에 증식된 자궁내막이 떨어져 나가는 현상으로서의
생리가 시작되는 날이다. 그래서 임신여부를 알기 위해서 산부인과를 방문하면 간호사
가 제일 먼저 물어 보는 것이 마지막 생리의 시작일이다.
  원시난포가 준비되기 시작하여 14일이 지나면 난포와 그 속에 있는 난자는 성숙해져
서 난자가 난소에서부터 배출되는데, 이때 난자가 정자를 만나게 되면(보통 나팔관에
서 만난다) 수정란이 되어 사실상 임신에 돌입하게 된다. 따라서 엄밀하게 임신의 기
간을 따진다면 280일에서 14일을 뺀 266일이 되는 것이다. 이것은 9개월이 약간 모자
라는 기간이다.
  전자현미경을 통해서 수정란을 보면 '천천히 자전하면서 나팔관을 빠져 나와 수정된
지 6~7일 사이에 착상하기에 적당한 자리를 골라서 가장 좋은 곳에 안착'하게 된다(이
때 자궁의 어떤 사정으로 인해 나팔관을 제대로 빠져 나오지 못해서 수정란이 나팔관
에 착상되면, 모체에게는 치명적일 수도 있는 자궁외임신이 된다).
  이러한 사실을 통해서 우리는 수정란이 착상된 상태를 '정식으로 임신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고, 이때가 바로 '임신의 시작'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모
체에서 태아가 자라는 기간은 약 260일이 되는데, 여기에서 우리의 관심 즉 약을 주의
해서 사용 해야 하는 기간도 260일이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수정이 되었다고 해서
모두 임신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며, 수정란이 착상을 하지 못하여 불임이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인공 수정의 경우는 착상의 여부가 성공과 실패를 가름짓고
있다.

  태아와 모체의 연결-어린 생명에게 독한 약을 먹이지 말자
  예로부터 탯줄은 인간의 질긴 생명력으로 비유되어 왔다. 그만큼 탯줄은 우리 인간
의 생명의 근원으로 인식되어 오고 있으며, 사실 그러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수정란이 수정된 지 6~7일이 지난 후에 자궁내막에 착상하여 탯줄이 형성되면, 그때
부터 259~260일 동안 탯줄을 통해 태아와 모체는 연결된다. 태아와 모체를 연결시키고
있는 탯줄은 엄밀히 말하자면 혈관 즉 핏줄이다. 탯줄은 착상된 곳에 있는 모세혈관이
점점 굵어져 태아에게 영양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을 정도로 발달된 것이다. 이 세상
의 어떤 사람도 어머니 뱃속에서 자랄 때 탯줄을 통해 영양을 공급받고 호흡마저도 전
적으로 어머니에게 의지하는데, 그 증거인 배꼽은 죽을 때까지 남는다.
  탯줄에는 한 가닥의 정맥과 두 가닥의 동맥이 통하고 있어, 어머니로부터의 유용한
혈액은 정맥을 타고 들어오고, 태아에게서 배출되는 노폐물이 포함된 혈액은 동맥을
통해 내보내게 된다.
  어머니 뱃속의 태아는 어머니의 핏속에 들어 있는 영양분을 먹고 자란다. 어머니가
과일을 많이 먹으면 태아도 과일을 많이 먹은 것과 같게 된다. 어머니가 단백질을 많
이 섭취하면 태아도 단백질을 많이 섭취하는 것과 똑같아서 그렇지 못한 태아보다 체
력면에서 유리해진다. 어머니가 술을 마시면 태아도 술을 마시는 것과 같게 되고, 담
배를 피우면 태아도 담배를 피우는 것과 같게 된다. 다른 음식들과 달리 술이나 담배
는 해독 작용을 하는 간을 거치면서 당장 인체에 큰 해를 끼치지는 않는다. 그러나 태
아의 간은 이제 막 생기 기 시작했거나 이미 생겼다 하더라도 모양만 갖춰져 있을 뿐
그 기능은 전혀 없기 때문에, 태아는 어머니에 의한 술이나 담배의 독을 피할 길이 없
어진다.
  특히 어머니가 담배를 피우게 되면 담배의 작용에 의해 탯줄 속의 혈관이 긴장되어
태아에게로 가는 영양의 유통이 힘들어진다. 따라서 술이나 담배는 마시고 피우는 어
머니보다는 태아에게 그 위험이 훨씬 복합적이고 크게 나타난다.
  그리고 약은 술이나 담배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 아무리 약을 모체에게 적당한 양만
큼 사용했다 하더라도 태아에게는 과잉으로 작용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임신할 가능성
이 있는 여성이 피임을 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언제나 임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살아
야 하며, 약, 술, 담배, 그리고 X-선 검사 등은 항상 임신을 고려한 후에 행동으로 옮
겨야 한다.
  그러나 만약 생리 예정일 전에 약을 복용했는데, 생리가 없어서 임신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약 때문에 유산을 한다든지, 약 때문에 기형아가 태어날까를 염려하여 지나
친 걱정을 하지는 않아도 된다. 왜냐하면 만약에 임신을 했다 하더라도 생리 예정일 1
주일 전까지는 아직 수정란이 착상되지 않았고, 생리 예정일을 앞둔 1주일 동안은 수
정란이 착상은 되었어도 모체로부터 본격적으로 영양이 공급되지는 못하고 수정란의
자체 분열이 이루어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때에 어머니가 약을 먹었다 하더라도
태아에게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실제로 어머니가 사용한 약이 태아에게 가장 심각하게 영향을 미치는 기간은 임신
후 27~67일 가량이다. 따라서 생리 예정일 지났는데도 임신의 가능성을 고려치 않고
약을 복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아니 그 이전에 임신을 준비하면서 피임을 하지 않
는 여성이라면 자신이 병에 걸리지 않도록 몸가짐을 조심하고 약이 필요없도록 주의해
야 할 것이며, 부득이 약을 사용해야 할 경우라면 의사나 약사와 반드시 의논을 해야
한다.

  어머니가 먹은 약이 태아에게 치명적인 예들
  1961년 11월 서독 함부르크 대학의 소아과 과장이었던 렌츠 박사는 끔찍하고 놀라운
사건을 발표하였다. 임신중에 탈리도마이드라는 새로 발명된 수면 진통제를 먹은 산모
가 양팔이 없고 손이 어깨에 붙은 기형아를 낳았다는 것이다.
  산모들이 탈리도마이드를 먹은 이유는 입덧이었는데, 입덧이 너무 심해서 괴로울 때
아예 수면 작용이 있는 탈리도마이드를 먹고 푹 자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
다. 탈리도마이드를 생산한 제약회사가 '부작용이 없어서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약'
이라고 과대 광고를 해서 믿고 복용했음은 물론이다.
  이것이 이른바 '탈리도마이드 사건'이다. 생각만 하여도 끔찍한 양팔이 없는 기형아
(의학 전문 용어로 '포코멜리아'라고 한다)가 서독에서만 10만 명이 태어났고, 이 약
을 수입해서 사용하던 영국, 프랑스, 일본 등 20여개 국에서도 숫자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기형아가 태어났다. 다행히도 우리 나라에는 그 약을 들여오기 전이어서 아무 피
해도 없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하여 새로운 약을 개발하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 먼저 약의 안전성
을 요구하게 되었다. 더욱이 약을 복용하는 사람이 산모일 경우에 태아에 미치는 영
향, 즉 기형아를 낳게 하는 성질인 최기성이 있는가에 대해서 철저하게 연구하게 되었
다.
  연구결과 태아에 나쁜 영향을 주는 약은 탈리도마이드말고도 얼마든지 있다는 사실
이 점차 알려져서 임신중인 어머니들은 함부로 약을 사용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사
실이 확실해졌다.
  약은 특수한 용도를 위해 먹게 되므로 약이 몸에서 가는 곳은 이미 정해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질병이 발생한 부분에서 통증과 같은 강한 신호를 보내 약이 그 부분
에 더 많이 집합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그러한 원리는 약의 성분이 목표하는 부분에
모이기 쉽도록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약을 먹은 임신중인 어머니의 아픈 부위의 조직과 태아의 신체 조직중 어느
부분이 닳아 있다면 자연히 태아에게도 많은 양의 약이 이동해서 병이 든 부분이 아니
어도 강한 작용이 미치는 결과가 나타난다.
  태아에게 나쁜 약의 종류는 많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나쁜 영향을 미치는 약에는 진
정제, 진통제, 항생제 등이 있다. 특히 탈리도마이드 같은 진정제 계통은 그 구성상
태아에게 치명적으로 제조되어 있다.
  진정제는 대개 뇌조직 안에 쉽게 들어가고 오래 잔류하여 진정 효과를 장시간 유지
하도록 만들어져 있는데, 사람의 뇌조직은 인지질등 지방이 많은 조직이므로 진정제는
지방조직에 오랫동안 체류 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태아의 몸을 구성하는
조직에도 지방분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에, 임신한 어머니가 진정제를 복용하면 태아
에게도 진정제가 유입되고 계속 쌓여 기형아를 낳게 되는 것이다. 즉 태아는 진정제에
의해서 오랫동안 취한 상태에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진통제 중에도 통증을 지각하는 뇌를 마비시키도록 작용하는 종류들(마
약성 진통제)은 진정제와 같은 기전으로 태아에게 매우 위험하다. 또한 감기약에 들어
있는 항히스타민제 역시 뇌에 작용하는 약으로 태아에게 위험하다.
  한편 입덧이 심할 때 사용하는 진토제는 진정제와 마찬가지로 뇌의 구토중추를 억제
하고 소화관의 역류를 조종하는 작용이 있는데, 이러한 목적으로 사용된 진토제는 때
때로 태반에 강한 자극을 주어 출혈을 유발하거나 자극에 의한 유산 같은 부작용을 일
으키기도 한 다.
  항생제가 태아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항생제 편에서 언급했지만, 대부분의 항생제는
임신중에 사용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특히 단백질 합성을 저
해하는 작용이 있는 항생제를 사용하게 되면 태아가 기형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임신을 하게 되면 변비가 심해지는 경우도 많은데, 이럴 때 무심코 사용한 변비 치
료약 중에는 대장을 자극하여 배변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는 것도 있다. 이러한 변비약
은 모체의 골반내장기에 울혈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변비라고 해서 함부로 약을
먹을 것이 아니라 우유나 물, 과일을 많이 먹고 변을 보는 습관을 형성하도록 노력해
야 한다.
  특히 평소에 약을 사용하는 습관이 있는 여성의 경우, 자신이 임신 연령이면서도 임
신이 된 사실을 알지 못하는 임신 초기 즉 임신 3개월까지의 기간은 태아의 세포분열
이 왕성히 일어나고 주요 장기가 형성되는 시기이므로 약의 종류에 따라서는 사소한
부작용이 원인이 되어 유산이 되거나 선천적인 기형아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임신 연령의 여성은 언제나 약을 조심하여야 한다.

  그러나 어머니의 병이 더 치명적이다
  앞에서 임신중에 어머니가 약을 복용했을 때 태아에게 얼마나 위험한가에 대해서 언
급하였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임신한 어머니 가 매우 심한 증상의 질병으로 앓고
있는데도 태아만을 생각해서 약을 먹지 않은 채 무턱대고 견뎌 내려는 자세를 보이는
것도 좋지 않다. 그러면 어머니뿐 아니라 태아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낳
게 될 때도 있다.
  예를 들어 모체가 감기에 걸리면 태아에게 영향을 주는데, 심한 경우 심장판막증등
을 일으켜 선천적으로 심장에 장애를 가진 아이가 태어날 수도 있다. 이렇게 모체뿐
아니라 태아에게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질병에는 감기 외에도 신우신염과 같은 요
로감염증, 양수감염, 풍진 등의 급성 전염병, 폐결핵, 담낭염 등이 있다.
  이상과 같은 질병들은 모두 어머니에게 발열을 일으키므로, 임신했을 때 몸에서 열
이 있으면 참고 기다리기보다는 빨리 병원으로 가서 치료를 하는 것이 안전하다. 이럴
때 치료제를 제대로 쓰기만 한다면 약의 부작용을 너무 겁내지는 않아도 된다.
  여기에서 중요한 사실은 태아에 영향이 있기 때문에 약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고 약을 필요로 하지 않는 생활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질병에 시달리
고 있는 모체는 할 수 없이 약의 도움이 필요하게 된다. 그것마저도 거부하겠다는 단
순한 생각으로 약의 부작용을 막으려고 한다면, 병의 증상만 더욱 악화되거나 아니면
병이 길어지거나 해서 모체의 질병이 태아에게 나쁜 영향을 주게 되어 더욱 나쁠 수도
있다.
  그러면 임신중에도 비교적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약을 알아보자. 임신중에 사용
할 수 있는 약과 사용할 수 없는 약을 구분하는 방법으로 A, B, C, D, E 효능군 분류
방법이 있다. 이들 중에서 A 나 B군은 임신중에 사용할 수도 있는 비교적 안전한 약들
이고 C, D, E군은 임신 중에 절대로 사용할 수 없는 약들이다.
  그렇다고 어떤 약들이 A나 B군에 들어 있는지 자세히 알 필요는 없지만 A, B군중에
서 임신했을 때 가장 걸리기 쉬운 질병에 사용되는 약을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소화불량: 소화 효소제(상품명:훼스탈, 베스타제, 제스탄)
  설사, 변비:유산균제제(상품명:락테올, 미아리산, 메디락)
  두통, 치통, 근육통: 아세트아미노펜(상품명: 타이레놀, 스파맥)
  콧물: 졸리지 않는 항히스타민제 (상품명: 지미코 )
  가래: 브롬헥신 (상품명: 비졸본)
  염증: 페니실린계 항생제(상품명: 펜브렉스, 아모넥스, 펜그로브 등)
  물론 임신했을 때는 이상의 약들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러나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병이 들었는데도 무턱대고 참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여기서 말한 약들은 우
리들이 접할 수 있는 약들 중에서 비교적 안전한 성분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임신했더
라도 사용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되면 사용할 수도 있게 분류되어 있는 것이다.

  입덧과 이에 사용되는 약
  그러면 임신한 거의 모든 어머니가 겪게 되는 입덧과 임신중독증에 대해서 알아보고
그에 대한 올바른 대책도 함께 찾아보자. 입덧과 임신중독증은 임신이라고 하는 양성
의 신생물에 대해서 모체가 반응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임신이 계속되는 한
이 반응은 없어지지 않고 계속된다. 그러나 양성의 신생물이기 때문에, 또한 자기 자
신의 몸에 잘 합치하는 성격을 지닌 신생물이므로 임신이 진행되어 가면서 익숙해져
차츰 개선되는 경우가 많다.
  보통 임신 5~6주경부터 나타나는 메슥거움, 구역질, 식욕부진, 입맛의 변화, 타액증
가 등을 통틀어 입덧이라고 하는데, 입덧은 전체 임산부의 50~80% 정도에서 나타나고
처음 임신한 어머니에게서 더 많이 나타난다. 또 쌍둥이를 임신하였을 때 특히 심하
다.
  입덧의 증상이 가장 심하게 나타날 때는 이른 새벽등 공복시이며 모체가 임신이라는
이상의 상태에 익숙해져 가는 임신 14~16주가 되면 대개는 멎게 된다. 그런데 입덧이
너무 심하여 소변 속에서 '케톤체'가 검출될 때도 있고, 입덧이 일어나는 기간이 너무
길어 태아를 출산할 패까지 입덧으로 시달리는 경우도 있다. 소변에서 케톤체가 검출
되면 그
치료를 위해 포도당 주사(흔히 링게르라고 한다)를 맞거나 비타민을 먹기도 한다. 입
원해서 치료받는 것이 좋을 때도 있다.
  입덧이 발생되는 가장 큰 원인은 '자궁 벽에 붙어 있으면서 태아에게 영양을 공급하
는 기지 역할을 하고 있는 태반'의 융모 조직에서 분비되는 '고나도트로핀'과 같은 물
질 때문이다
  이러한 입덧의 괴로움을 피하기 위해서 10년 전까지만 해도 진토 제나 진정제를 사
용하기도 했었으나, 그에 의한 부작용이 계속 밝혀지면서 지금은 정신적으로 안정을
취하고 최악의 경우에 포도당 주사, 비타민 공급(특히 비타민 B6가 효과적임이 밝혀졌
다), 그리고 영양수액 주사를 이용하여 모체와 태아를 보호하기도 한다.
  한편 일본의 의사들(일본에는 한의사가 없다)은 입덧에 한약을 처방하기도 하는데,
물론 한약에도 부작용이 있지만 양약의 A, B군에 해당될 정도로 순한 약들을 여기에서
소개해 보기로 하겠다.
  #1 증상이 매우 가볍고 건구역질 정도에는 계지탕
  #2 구역질이 있으면서 목이 마르면 오령산
  #3 심장이 두근거리고 어지럽고 구토가 심할 때는 소반하가복령탕
  #4 체력이 떨어지고 구토가 심하고 배의 힘은 약한데 명치가 단단 할 때는 건강인삼
한하환
  #5 명치가 답답하고 식사 후에 체한 것 같지도 않은데 토하며 목구멍에 무엇이 걸려
있는 것 같을 때는 복령음합반하후박탕
  일본에서 이상과 같은 한약을 쓰는 것과는 달리 우리의 전통적인 민간요법에서는 연
근을 이용한다. 연근에는 '네룸빈' '누훼린' '로투신' '알메타빈' '당분'과 같은 성분
이 들어 있어 식용으로도 많이 이용되어 왔는데, 입덧을 가라앉히기 위해 사용할 때는
연근을 갈아 즙을 내어 하루에 반 컵씩 마시는 것이 좋다.

  임신중독증과 이에 사용되는 약
  임신중독증은 입덧과 마찬가지로 임신이라는 양성의 신생물에 대한 모체의 반응이라
고 볼 수 있다는 것을 앞에서 이미 말하였다. 그런데 입덧이 임신 초기에 일어났다가
차차 적응해 가는 것과는 달리 임신중독증은 임신 말기 즉 임신 8개월에서 10개월 사
이에(임신 28주 이후) 많이 발생한다.
  임신 초기에 임신이라는 신체의 변화에 대해서 몸이 적응해 가더라도 임신 말기에
이르면 태아가 점점 커지고, 달걀만하던 자궁이 박덩이같이 커진다. 그 결과 신장이나
혈관이 그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여 임신중독증이 발생하는 것이다.
  임신중독증의 뚜렷한 증상에는 몸이 붓고, 혈압이 높아지고, 소변을 통해 단백질이
빠져 나오는 등의 세 가지가 나타난다. 이러한 임신중독증의 위험이 높은 여성은 특히
쌍둥이를 임신하였을 때, 유전적으로 고혈압의 가능성이 높을 때, 만성신장염이나 당
뇨병 등의 합병증이 있을 때 등의 경우이다.
  우리가 쉽게 임신중독증을 판단할 수 있는 증세는 임신한 어머니의 정강이 앞을 손
가락으로 누르면 움푹 들어가서 잘 복귀되지 않는 것이며, 그 밖에 손이 뻣뻣해지고
저리며 1주일에 500g 이상이나 체중이 증가하는 경우 등인데, 이럴 때는 빨리 병원에
서 임신중독증 여부를 진단 받아야 한다.
  임신중독증을 치료하는 약으로는 고혈압 치료제, 이뇨제, 강심제, 경련 예방제 등이
사용되기도 하지만 이러한 약들은 태아에게 미칠지도 모르는 나쁜 영향을 고려하여 신
중히 투여하게 된다. 전문의의 판단 없이 사용할 수 없는 약들이다.
  임신중독증에 걸렸을 때 임신한 어머니가 취해야 할 행동은 몸과 마음을 안정하고
가급적 똑바로 누워서 지낸다. 식이요법으로는 소금을 조금만 섭취하고 고단백, 저칼
로리 음식을 먹어야 하며 동물성 지방은 먹지 말아야 한다. 또 당분도 가급적 줄이는
것이 좋다.
  임신중독증을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면 태아 발육 지연, 태아 가사, 태아 사망 등 태
아에게 치명적인 상태를 초래할 뿐 아니라, 임산부 사망률이 가장 높은 위험한 질병으
로 이어진다. 또한 무사히 태아를 출산하게 되더라도 모체의 신장에 오랫동안 해를 끼
치게 된다.
  이렇게 위험한 임신중독증은 특히 예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데, 평소에 혈압
이 높거나 신장에 병이 있는 여성은 임신을 신중히 고려해야 할 것이며, 일단 임신하
게 되면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일상 생활에서
음식물 섭취에 유의하고 심신의 안정과 휴양을 충분히 취하여 임신 이외의 스트레스는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겠다.
  일본의 의사들이 임신중독증에 처방하는 한약을 참고로 소개하겠다.
  #1 빈혈과 냉증 그리고 어지러움과 두통이 있으면서 배꼽의 양쪽 아랫배가 단단하고
또한 통증이 있을 때는 당귀작약산
  #2 목이 마르고 물을 많이 먹는데도 오줌은 잘 안 나오며 땀을 잘 흘리고 구토가 있
을 때는 오령산
  #3 땀이 국고 허리 아래가 무거우며 부종이 심할 때는 방기황련탕

  건강한 어머니에 건강한 태아가
  어머니 뱃속에 있는 태아에게는 어머니가 우주요, 자궁이 환경이요, 탯줄이 생명줄
이다. 즉 태아가 정상적이고 건강하게 자라나서 완전한 인간으로 태어날 수 있는가 어
떤가는 어머니의 모든 조건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유전적으로 특히
아버지의 유전자 이상으로 이미 어떤 결함을 가지고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말이다.
  부모도 어찌할 수 없는 유전적 소인으로 이상을 가지고 태어나는 경우, 예를 들어
대머리, 혈우병, 주근깨, 색맹, 간질과 같은 이상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현대 의학기술
로 개선이 불가능한데, 그러한 종류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태아 이상은 어머니의 건강
이 지켜지지 않기 때문에 생겨난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앞에서 임신한 어머니가 약을 복용하면 태아에게 어떻게 위험을 초래시키는가
에 대해서 언급하였지만, 가장 좋은 것은 임신했을 때 병이 들어도 태아를 위해 참고
약을 먹지 않는 것이 아니라, 아예 아프지 않아서 약이 필요없도록 하는 것이 더욱 중
요한 생활 태도이다.
  평소에 감기, 신경통, 불면증 같은 증상에 시달리는 여성이 임신을 하여 약이 태아
에게 나쁘다고 약을 먹지 않고 견뎌 낸다고 하더라도, 평소에 감기 한번 안 걸리고 치
통 한번 앓아 보지 않은 여성이 임신했을 경우와 비교하여 '어느 쪽의 태아가 좋은 영
양을 공급받고 어머니의 면역체를 많이 받아서 세상의 각종 병균들을 잘 막아 낼 수
있을 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그 답은 분명하다.
  따라서 임신을 준비하고 있는 모든 여성은 아들인지 딸인지, 몇 월 며칠에 낳아야
좋은지 등에 대해 관심을 갖기보다는 자신의 몸을 건강하게 유지시키고 자신의 몸에
더 많은 면역력을 키우기 위해서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아이에게 평생 간직될 재산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임신한 어머니가 임신 3개월 이내에 풍진에 걸리면 기형아, 특히 심장병,
신장병, 백내장, 난청 등 선천성 기형아가 태어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임신하기 전의
모든 여성은 자신이 풍진에 면역성이 있는지를 검사하여 면역이 형성되어 있지 않다면
예방 주사를 맞아서 임신했을 경우에 걸릴지도 모르는 풍진을 미리 막아야 한다.
  한편 생후 6개월까지의 아기는 스스로 면역력을 키울 능력이 없기 때문에 어머니 뱃
속에서 받은 면역력으로만 각종 병균과 싸워야 한다. 이러할 사실로 미루어 보더라도
임신한 어머니가 태아를 보호하기 위해 약을 먹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아예 병
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많은 면역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좋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한 노력이 선행된 후에 태교를 생각하는 마음가짐이 어머니에게 갖추어진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일본 속담에 '가을 가지는 며느리에게 먹이지 말라'라는 속담이 있
다. 이 말은 가을 가지에 많이 함유되어 있는 '알칼로이드'라는 약의 성분이 몸에 자
극을 줄 수 있고, 더욱이 며느리는 임신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태중의 아이를
생각해서 전해져 내려오는 속담이다.
  우리 나라에서도 옛부터 임신중에는 약을 써서는 아니될 뿐 아니라 음식도 가려 먹
어야 한다는 금기사항이 많이 전해져 내려온다.
  현대 의학적으로 보면 근거 없는 금기사항도 많지만(예를 들어 임산부가 닭고기를
먹으면 닭살을 가진 아이가 태어난다는 등의 금기사항), 하나하나씩의 근거를 따지기
전에 그에 담긴 어머니와 태아에 대한 존중 사상을 우리가 계승하는 데에 의의가 있을
것이다.

  피임약에 대한 오해
  약국을 찾는 젊은 주부들 가운데는 '지난 달 생리가 없는 걸로 봐서 아무래도 임신
한 것 같은데, 피임약을 먹고 생리를 하면 임신이 중단되는 거 아니냐?'며 피임약을
찾는 경우가 가끔씩 있다. 아마도 피임약을 사용하면 임신이 안 된다는 사실이 언제나
적용된다고 오해하고 있는 데서 비롯된 행동인 것 같다.
  먹는 피임약은 임신을 위해서는 가장 기본 조건인 '난자가 배란' 되는 것을 억제하
여 임신을 막는다. 먹는 피임약 속에는 모체가 임신을 하게 되면 분비를 증가시키는
호르몬이 들어 있다. 그래서 피임약을 먹게 되면 임신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임
신했을 때와 같이 임신호르몬이 몸 속에 존재하게 된다. 그러면 난소에서는 모체가 임
신한 것으로 착각하고 난자를 성숙시키지도 않고 또한 배란시키지도 않게 되는 것이
다.
  따라서 만약 임신이 된 다음에 임신호르몬이 들어 있는 피임약을 먹으면 임신이 중
단되지는 않는다. 만약 생리가 없어 임신인 것 같은 생각이 들면 임신진단시약으로 확
인하여 임신 여부를 가려 볼 수는 있지만, 임신이 확인되었을 때 먹는 약으로 임신을
중단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우리 나라의 여성 가운데는 이렇게 피임약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
다. 그러한 잘못된 지식이 사전 피임을 철저히 하지 않고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그때
가서 피임약 먹으면 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우리 나라가 낙
태의 천국이라는 사실은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데, 특히 모성보호를 위해서도
그러한 잘못된 현상을 고쳐야 한다.
  그런데, 혹시 그렇게 낙태가 많은 이유 중에 하나가 잘못된 피임 상식 때문은 아닌
지? 그러면 여기서 먹는 피임약을 바르게 사용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먹는 피임약은 한
단위의 분량이 21정으로 되어 있다. 피임약을 먹기 시작하는 날은 생리 첫 날이다(이
날은 제품마다 조금씩 차이가 날 수도 있으므로 각 제품의 설명서를 잘 읽고 사용해야
한다) 복용 방법은 매일 1정씩 21일 동안(3주 동안) 복용하고 7일 동안(1주 동안) 쉬
었다가 다시 21일 동안 복용하는 것을 반복한다. 생리는 약을 쉬는 시기에 시작되어
그 사이에 마치게 된다. 복용 날짜 세는 방법은 주 단위이므로 복용하기 쉽게 되어 있
다. 복용 시간은 취침 전인데, 만일 잊어 버렸을 때는 늦어도 다음날 아침에 전날분을
복용하고 그 날 밤에 또다시 1정을 복용하면 피임에 실패하는 일이 드물다.
  그러나 먹는 피임약은 사람에 따라서는 많은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특히 호
르몬 분비에 이상이 있거나 간장병이 있거나 자궁암, 유방암 등이 있을 것으로 의심스
러울 때에는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또한 피임약을 먹으면 마치 임신했을 때와 같
은 입덧 증상의 부작용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럴 때는 비타민 B6를 다량 복용하면 그
런 증상이 없어지므로 이용해 볼 만하다.

영양제 이야기

피로를 회복시키는 영양제
  현대인들은 피로 타령을 많이 한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툭하면 외치는 소리가 '아
이고, 피곤해 죽겠다'라는 말이다. 그러니 자연히 약국에 와서 피로 회복을 위해 약을
찾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자면 피로 회복제라는 의학적 용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원칙적으
로 따지자면 피로란 신체적, 정신적, 환경적으로 복합된 증상이므로 간단하게 알약 몇
알이나 물약 한두 병을 마신다고 풀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약국에서 피로 회복제라는 알약과 물약을 복용하면 소위 '반짝'
하고 몸과 마음에 생기가 도는 회복을 경험한 사람이 매우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그
런 경험을 해 본 사람들이 원칙적으로 체력을 키우려는 노력은 등한히 한 채 약국에서
피로 회 복제만을 찾는다.
  그러면 피로를 풀어 준다는 영양제의 정체는 무엇인가?
  그 의문을 풀기 전에 먼저 피로의 정체부터 알아보기로 하자.
  피로에는 다음과 같이 세 가지의 종류가 있다.
  첫째 병리적인 피로이다.
  몸 어딘가의 중요 기관에 병이 생기기 시작했을 때는 초기 증상으로 피로감이 생긴
다. 간기능 저하, 당뇨병, 위장병, 폐결핵, 빈혈, 기생충, 만성 알코올중독 등은 제일
먼저 피로를 앞세우는 질병들이다. 이러한 경우는 아무리 쉬어도 피로가 점점 더 심해
지므로 병원에서 진찰받는 것이 급선무가 된다.
  둘째 생리적인 피로이다.
  건강한 사람이라도 적당한 휴식을 취하지 않으면 혈액 속에 피로 물질이 축적되어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셋째 심리적인 피로이다.
  감정의 갈등, 불안 또는 권태감에서 생기는 피로인데, 같은 일이 라도 좋아서 하는
일에는 피로가 생기지 않는다. 직업이나 대인 관계 또는 목표 달성 등에 문제가 있어
서 생기는 피로인 것이다.
  이렇게 세 가지로 분류된 피로들 가운데 영양제가 가장 효과를 보이는 피로는 생리
적인 피로이다. 영양제는 혈액 속에 쌓인 피로 물질을 분해 해독, 배설시키는 각종 신
진대사를 원활하게 한다. 앞으로 이러한 영양제들의 종류와 각각의 효과를 검정해 보
기로 하겠다.
  그러나 그러한 생리적인 피로에 관계되는 영양제를 알아보기에 앞서 피로의 더 근본
적인 원인이 될 수 있는 병리적인 피로와 심리 적인 피로를 퇴치하기 위해 노력해야
함은 말할 필요도 없는 사실이 다. 즉 '내 몸에 어떤 질병이 있는 것은 아닌가? 나의
심리적인 갈등이 지나친 것은 아닌가? 하는 질문에 먼저 명확한 답을 얻어야 할 것이
다.
  따라서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특별한 질병이 없는가를 항상 확인하여야 한다.
또한 자신이 처한 환경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잘못된 것은 고쳐 나가는 등 건강한
정신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여서는 안 된다.
  피로를 만들지 않는 삶에 또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는 적당한 휴식(음
악 포함)과 운동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피로 회복제의 왕좌는 비타민 B군에게
  기분 좋지 않은 일이 있어서 술을 많이 마신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면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프고, 속이 울렁거리며, 온몸이 두드려 맞은 것처럼 아프거나 물에 적신 솜
처럼 무거워지는 경험을 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원래 술 즉 알코올은 우리 몸에 들어가서 이산화탄소와 물로 분해되어 몸 밖으로 배
출된다. 그런데 알코올은 몸에서 저절로 이산화탄소와 물로 분해되지는 않는다. 몸에
들어간 알코올은 먼저 '알데하이드'라는 물질로 바뀐 후에 이 알데하이드를 분해하는
효소가 작용하여 이산화탄소와 물로 바뀌게 된다. 우리가 술을 마셨을 때 얼굴이 붉어
지고, 가슴이 뛰고, 머리가 아프고, 몸이 무거워지는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대부분 알
데하이드에 의해서이다.
  따라서 알데하이드가 몸에서 분해되지 않고 남아 있는 정도에 의해 알코올 후유증의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다. 이 알데하이드는 분해 효소에 의해 분해되는데, 이 분해 효
소를 움직이게 만드는 데에 바로 비타민 B군이 작용하고 있다. 비타민 B군이 알코올의
후유증을 해소시키고 피로를 푸는 열쇠를 쥐고 있다는 것은 이러한 원리 때문이다.
  알코올 분해뿐만 아니라 우리 몸에서 일어나고 있는 수많은 신진 대사를 작동시키는
각종 효소들을 움직이게 만드는 물질-이것을 보조 효소라고 한다-의 구성 성분이 바로
비타민 B군이므로 비타민 B군이 피로 회복제의 왕좌를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사실 비타민은 1900년 이전까지 그 존재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었다. 처음으로 영양
소라는 화학적 존재를 발견했던 1800년경에는 동물과 인간의 영양소를 단백질, 당질,
그리고 지방질로만 분류해 내고, 그에 의한 에너지량만을 중요하게 여겼다. 물론 지금
도 그 세 영양소는 여전히 중요하다. 그러나 식량이 풍부해지면서 에너지의 양보다는
에너지를 활력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비타민이나 미네랄의 중요성이 새롭게 부
각되고 있는 것이다.
  비타민이나 미네랄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전의 영양학자들은 오늘날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식품을 불량식품으로 단정하는 경우가 흔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수프나 야
채는 단백질이나 열량도 적어서 좋은 식품이 될 수 없으며, 토마토 통조림도 단백질이
나 열량이 적어서 좋지 않은 식품이라고 했다. 단지 야채가 필요한 것은 섬유질과 무
기염을 공급해서 맛을 좋게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1907년에 롱워시라는 영양학자는 가난한 집안에서 비싼 오렌지를 먹지 않아도 그 영
양가에는 실제로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으며, 단지 오렌지는 식사에 식욕을 돋구
고 야채도 음식을 맛있게 하는데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선원의 괴혈병이나 해군의 각기병 그리고 어린이의 구루병(곱추병)을 연구하
던 과학자들에 의해서 이러한 질병들은 병원균이나 독소 같은 외부요인에 의해 발생되
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먹는 음식 중에 어떤 미량의 물질이 결핍되면 생긴다는 사
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한 연구 결과는 마침내 1912년 폴란드의 화학자 푼크에 의해서
제기된 '우리 몸에서 결핍되면 질병을 일으키는 미량의 물질을 비타민이라고 부르자'
는 주장으로까지 이어졌다.
  여기에서 언급하는 비타민 B군은 1916년 미국의 영양화학자인 맥컬럼이 지용성인 비
타민과 수용성인 비타민을 구분하는 과정에서 지용성을A로, 수용성을B로 나누는 과정
에서 공식화되었다.
  이렇게 비타민이 우리에게 인식되고 이용되기 시작한 초기에 이미 비타민 B군이 발
견되었는데, 그러면 좀 더 자세히 비타민 B군의 종류와 성질과 효과를 알아보기로 하
자.

  비타민 B군의 종류와 효과
  수용성 비타민인 비타민 B군에는 사실 별다른 유사성이나 관련성이 없는 십수 가지
의 비타민이 포함되어 있다. 즉 그 하나하나는 별로 닮지 않은 것들이지만 발견할 당
시 비타민에 대한 인식이 낮았고 또 하나의 화합물이라고 생각되었던 것에서 각각을
분리하는 과정에 의해 발견되었으므로 하나의 군으로 엮어 놓게 되었다.
  비타민 B군에는 다음과 같은 비타민과 각각의 효과가 있다.
  #1 티아민 (비타민 B1) 우리가 섭취한 탄수화물 즉 당질을 분해하여 에너지를 발생
시키는 효소 반응에 보조 효소로서 작용한다. 우리가 당질을 먹으면 포도당으로 변했
다가 근육에서 또다시 분해되어 에너지가 발생하는데, 이때 비타민 Bl이 없으면 아무
리 밥을 많이 먹어도 에너지가 될 수 없기 때문에 쉽게 피로해진다. 특히 뇌는 포도당
이외의 영양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비타민 Bl이 모자라면 두뇌 활
동이 둔해진다.
  봄철에 전신이 나른하고 피로하기 쉬우며 졸음이 오는 춘곤증은 바로 비타민 Bl 결
핍증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스트레스를 받으면 소변을 통해 비타민 Bl의 배설이 많아
져 결국 결핍되어 피로해지며, 밤을 새워 시험공부를 하는 학생이나 신경질이 많은 사
람에게도 비타민 Bl 결핍증이 생기기 쉽다.
  물론 비타민 Bl이 모자라면 다리가 붓고 맥박이 빨라지며 피로해지는 각기병이 생긴
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이 피로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비타민은 비타민 B중에서도
B1이다. 따라서 비타민 B1은 신체의 활동력을 증강시키고 신경통을 없애는 데 없어서
는 안 될 영양분이다.
  하루 권장 섭취량이 10mg인 티아민이 많이 들어 있는 음식 (100g에 들어 있는 mg
수)  효모(2.5), 근대(0.5), 냉이(0.5), 참깨(0.5), 콩(0.7), 땅콩 (1.1), 양미리(1.
7), 돼지고기(1.0), 돼지 콩팥(2.40), 싸리버섯 (0.9), 마늘장아찌 (0.96)
  #2 리보플라빈(비타민 B2)
  과산화지질을 분해하여 동맥경화증삐나 고혈압을 예방하는 효소 반응에 보조 효소로
작용하고 있다. 즉 과산화지질이 혈액 속에 존재하면 혈관내벽에 상처를 내게 되고,
그 상처에 콜레스테롤이 달라붙어 동맥경화증이 생기며, 그 동맥경화증이 고혈을 유발
시키는데, 비타민 B2가 그런 작용을 막는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비타민 B2를 많이
섭취하면 비만증과 당뇨병도 예방할 수 있다.
  한편 비타민 B2는 성장을 촉진하기 때문에 비타민 B2가 모자라면 성장이 멎을 뿐 아
니라 피부병이 생기고 입이 자주 헐게 된다. 또한 비타민 B2는 식욕을 증진시키고 감
기 같은 전염병에 대한 저항력을 강화시키는 역할도 하고 있다.
  하루 권장 섭취량이 10mg인 리보플라빈이 많이 들어 있는 음식
  마늘(0.5), 버섯(0.5), 김(1.5), 돼지 간(2.3), 소 간(2.1), 메뚜기(5.6), 달걀 노
른자(0.4), 굴(0.4), 도미(0.5), 양미리(1.3), 피조개(2.12), 효묘(2.60)
  #3 나이아신 (비타민 B3) 탄수화물과 지방 그리고 단백질 대사에 관여하는 효소 반
응에 보 조 효소로 작용한다. 따라서 우리가 먹은 모든 음식이 제대로 이용 되도록 작
용하고 있는 중요한 비타민이며 또한 혈관을 확장시키는 작용도 있다. 특히 말초혈관
을 확장시키는 작용이 있어서 심장이나 뇌에 영양을 공급하는 데 꼭 필요하다.
  나이아신이 결핍되면 '펠라그라'라는 증상이 나타나는데, 설염, 피부염, 뇌질환이
유발되며 옥수수를 주식으로 하는 사람들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옥수수에는 나이아신
의 재료가 되는 '트립토판'이라는 물질을 억제하는 인자가 있기 때문에 나이아신 결핍
증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하루 권장 섭취량이 100mg인 나이아신이 많이 들어 있는 음식
  완두(45.0), 갓(13.0), 무청(10.0), 바지락(57.6), 돼지 염통 (38.7), 소 위(22.3),
돼지 콩팥(51.4), 굴비(13.2), 넙치 (13.6), 도미(12.2), 소 피(13.4), 파래(12.2)
  #4 피리독신 (비타민 B6)
  단백질 즉 아미노산의 합성과 이용을 원활하게 하는 효소 반응에 보조 효소로서 작
용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아미노산을 세포막으로 이동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이러한
작용으로 세포막이 튼튼해지고 특히 혈관의 탄력성을 높아진다. 피리독신이 모자라면
단백질대사가 불완전하여 동맥의 핏줄을 이루는 탄력성 단백질의 생성이 저해되기 때
문에 동맥의 탄력성이 저해되어 동맥경화증에 걸리기 쉬워 진다. 뿐만 아니라 피리독
신 결핍증으로 피부염, 경련성 발작, 빈혈등이 나타날 수도 있다.
  피리독신의 하루 권장 섭취량은 10mg이며, 피리독신이 많이 들어 있는 음식에는 육
류, 정미하지 알은 곡류, 그리고 효모 등이 있다.
  #5 시아노코발라민(비타민 Bl2)
  우리 몸에서 피가 만들어지는 데 반드시 필요한 인자로서 DNA 합성에 관여하고 있
다. 따라서 비타민 Bl2가 모자라면 빈혈이 생긴다.
  빈혈이 생기면 어지러움과 피로를 느끼게 되며, 피부가 거칠어지고, 구역질을 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 빈혈을 치료하기 위해서 철분을 많이 섭취하는데도 차도가
없으면 비타민 Bl2가 결핍되어 일어나는 악성 빈혈이 아닌가를 의심해 보아야 한다.
  그런데 이 비타민 Bl2가 흡수되기 위해서는 위점막에서 분비되는 '내인자'라는 일종
의 단백 물질과 결합되어야 한다. 위를 떼어 낸 수술 후의 환자나 내인자가 결핍된 사
람은 반드시 주사로 비타민 Bl2를 공급받아야 한다.
  또한 비타민 Bl2는 신경기능을 유지하고 성장을 촉진하며 체중이 감소되는 것을 막
는다.
  하루 권장 섭취량이 6mcg(mcg=1/1000mg)인 시아노코발라민은 거의 모든 음식에 골고
루 들어 있는데, 물고기, 유제품, 육류 및 그의 내장, 달걀 등에 특히 많이 들어 있
다.
  #6판토텐산
  당질, 지방, 아미노산의 대사에 관계되는 효소 반응의 보조 효소 A의 구성성분으로
서 작용하며, 체내 점막의 결합조직을 강화하는 작용을 한다. 따라서 판토텐산이 부족
하면 소화성궤양, 위하수, 빈혈, 저혈압 등이 생기기 쉬우며, 비타민 B2의 작용을 돕
기도 한다.
  또한 당뇨병 치료에 보조 작용이 있으며 피로감, 권태, 두통, 불안, 구토증, 근육경
련을 개선시키는 작용이 있다.
  하루 권장 섭취량이 50mg인 판토텐산이 많이 들어 있는 음식에는 육류의 내장, 달
걀, 정미하지 않은 곡류 등이 있다.
  이상과 같은 여섯 가지의 비타민을 통틀어 비타민 B군이라고 하는데, 여기에서 언급
한 것처럼 비타민 B군은 모두 우리가 먹은 음식에서 에너지를 만들어 내고, 신진대사
를 원활하게 만드는 작용을 한다. 이러한 작용들 때문에 우리가 비타민제를 복용하면
'반짝' 하는 효과를 느끼게 된다. 이렇게 중요한 비타민 B군이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먹는 음식 속에 골고루 들어 있기 때문에 평상시에 '편식을 하거나 술이나 담배 같은
특정 영양분 소모 물질을 많이 소비하거나' 하지 않는다면 일상 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데 그다지 불편함이 없을 것이다.
  한편 항생제를 사용할 경우, 항생제에 의해서 비타민 B2 비타민 B6 등의 이용에 장
애가 일어나 결핍될 수 있으므로 이의 보충이 필요하다. 특히 결핵약 '아이나'를 복용
하는 사람은 비타민 B6 이용에 장애를 받으므로 반드시 함께 섭취해야 한다. 또 당뇨
병을 가진 사람은 언제나 비타민이 부족해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비타민의 에이스 A, C, E
  서양에서는 명인 또는 정예 선수를 에이스 ACE라고 하는데, 비타민에도 정예 즉 ACE
가 존재하니 곧 비타민 A, 비타민 C, 비타민 E이다. 이 비타민 ACE는 우리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뇌졸중 즉 중풍을 방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즉 비타민 A는 세포점막을 부드럽고 탄력있게 해 주고, 비타민 C 는 혈관내벽의 세
포를 강화시켜 줄 뿐 아니라 콜레스테롤 중에서 동맥경화증의 원인이 되는 성분(LDL)
의 양을 감소시켜 주며, 비타민 E는 과산화지질의 생성을 방지함으로써 동맥경화증이
되지 않게 하 여 뇌졸중을 막는다고 한다. 또한 이들은 점막, 세포, 조직 등의 발암성
물질의 침입에 대한 저항력을 크게 하기도 한다.
  그러면 여기서 비타민의 정예 비타민 A, C, E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기로 하자. 앞
에서 비타민 C가 감기를 막아내는 성질이 있음을 이미 언급했기 때문에 비타민 C에 대
해서는 그 나머지 효과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겠다.
  #1 비타민 A(레티놀)
  우리는 비타민 A가 결핍되면 야맹증에 걸린다는 사실을 상식적으로 알고 있다. 그런
데 비타민 A에는 밤눈을 밝게 하는 작용보다 더 중요한 작용이 있는데 바로 우리 몸의
모든 점막이 변성, 각화, 손상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다. 또한 피부 밑에 있으면서
우리 몸을 지탱하고 있는 뼈나 이의 생장에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비타민 A가 결핍되면 제일 먼저 피부가 거칠어지고 각화 되는 증상이 나타나
는데, 특히 털이 난 부위가 심하다. 또 안구 건조가 일어나서 각막과 결막의 이상을
일으켜 눈알이 뻑뻑하고 따갑게 느껴진다. 물론 야맹증도 빼놓을 수 없는 결핍증이다.
  한편 비타민 A 결핍증으로서 새롭게 발견되고 있는 사실은 피부나 점막에 암이 발생
될 가능성에 대한 것이다. 즉 비타민 A는 항암제나 예방제로서의 가능성을 주목받고
있다.
 그렇지만 지용성인 비타민 A를 과량 섭취하면 체내에 축적되어 식욕부진, 구토, 두
통, 복시, 가려움증과 같은 부작용을 일으킨다.
  비타민 A의 하루 요구량은 5,O00IU이다. IU란 International Unit즉 국제 단위란 뜻
으로서 미량 영양소의 양이 mg으로 표시하기 어려울 정도로 작을 경우에 사용한다. 그
리고 그 단위의 절대량은 영양소마다 차이가 난다. 비타민 A 1IU는 0.3mcg이며, 다음
에 나을 베타 -카로틴 lIU는 0.6 mc9이다.
  비타민 A가 많이 들어 있는 음식(100g에 들어 있는 lU 수) 돼지 간(3,835), 소 간(1
1,850), 뱀장어(1,140), 소 허파(575), 호박(558), 버터(720) ,달걀(500), 돼지고기(2
50)
  #2 비타민 A의 전구 물질: 베타- 카로틴
  당근이나 감자 및 여러 채소와 과일에 포함되어 있는 노란색의 물질인 베 타 -카로
틴은 우리 몸에 들어가면 비타민 A로 바뀌어 그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그런데 베 타
-카로틴이 비타민 A보다 우리의 관심을 더욱 많이 끄는 이유는 비타민 A의 과잉증이
베타-카로 틴에서는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섭취한 베 타 -카
로틴 중에서 필요한 만큼만 비타민 A로 바뀌기 때문이다.
  베 타~카로틴을 충분히(매일 500,0001U) 섭취하여도 비타민 A에서 나타나는 부작용
은 나타나지 않으며, 특히 주목할 만한 사실은 베 타-카로틴이 우리 몸 속에서 암을
일으키는 단선수소라는 이중 산소를 붙잡는 기능으로 강력한 항암 작용을 한다는 것이
다.
  또한 베 타-카로틴은 상처치유를 촉진시키고 면역성을 증가시키며 그 밖에 비타민 A
의 작용을 독성 없이 발휘하는 영양소로서 각광을 받고 있다.
  하루 권장 섭취량이 20,000IU인 베타-카로틴이 많이 들어 있는 음식
  김(27,000), 파래(21,000), 들깻잎(12,000), 고춧잎(9,000), 풋고추(8,1000), 당근
(7,200), 무청(5,226), 시금치(4,992), 갓 (3,589), 아욱(3,316), 쑥(4764), 쑥갓(2,9
70), 부추(2,435), 소 간(2,635), 근대(1,560), 냉이(1,389), 깍두기(568)
  #3 비타민 C(아스코르브산)
  비타민 C가 우리 몸에서 모자라게 되면 괴혈병이 생긴다는 사실은 비타민 C의 존재
가 밝혀진 1930년대보다 무려 수백 년 전부터 어렴풋하게 알고 있었다. 특히 장기간
항해를 하는 선원들에게서 많이 발생했던 괴혈병을 치료하기 위해 1536년 카티에는 솔
잎의 침출 액을 사용했으며, 1747년 린드는 라임 주스를 이용했다.
  요즘은 비타민 C가 모자라면 괴혈병이 걸린다는 사실을 거의 모두가 잘 알고 있을
뿐 아니라 구하기도 쉬워져서 그리 큰 관심을 끌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노벨상을
두 개나 받은 폴링 박사에 의해 이 비타민 C의 효과가 새롭게 대두되었고 많은 양을
사용하는 대량 요법까지 나타나게 되었다.
  비타민 C는 새콤한 맛을 내는 산성의 물질로서 체내에서는 산화되어 있는 각종 효소
를 환원시킴으로써 그 효소들의 활동을 원활하게 재생시키는 작용을 한다. 이러한 작
용으로 앞에서 언급했던 감기를 치료하고 예방하게 되는데, 비타민 C에는 그 외에도
다음과 같은 중요한 작용이 있다.
  첫째 발암성 물질인 '니트로소아민'의 생성을 억제한다.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물
가운데 아질산과 2급아민이라는 것이 들어 있는 경우 그것이 발암성 물질인 니트로소
아민으로 전환되는데, 비타민 C는 그 생성을 막으며, 니트로소아민의 발암성을 약화시
킨다. 생선이나 고기가 타게 되면 니트로소아민이 많이 생성되므로 그런 음식을 먹을
때는 비타민 C를 특히 많이 섭취해야 한다.
  둘째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어 준다. 비타민 C는 콜레스테롤을 용해시키기도 하고
또 생성을 억제하며, 콜레스테롤이 생겼다 하더라도 동맥경화증에 관여하지 않는 성분
(HDL)으로 바꾸는 작용을 한다.
  셋째 스트레소를 해소시켜 준다. 현대병의 약 70%는 스트레스의 축적으로 생긴다고
까지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우리 몸은 추위나 더위 또는 심리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으
면 부신피질이라는 장기에서 호르몬을 분비시켜 위기를 넘기도록 되어 있다. 요즈음
사람들은 워낙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살다 보니 부신피질에서 웬만큼 호르몬이 분비되
어서는 턱없이 부족하게 된다. 그런데 비타민 C가 부신피질의 기능을 활발히 하여 호
르몬 분비를 원활하게 만들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준다는 것이다. 따라서 피
로, 담배, 술등으로 자신의 몸을 혹사시키는 사람은 특별히 비타민 C의 섭취에 유의해
야 한다.
  넷째 디스크에 효과가 있다. 언뜻 비타민 C가 디스크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생각
이 들겠지만 분명히 디스크에 효과가 있다.
  흔히 디스크라고 부르는 것은 척추뼈 사이의 물렁뼈가 둥글다고 해서 묘사된 것이고
정 식 명칭은 추간판이다. 추간판의 물렁뼈는 콜라겐이라는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고
비타민 C는 이 콜라겐 합성을 활발히 한다. 그런데 비타민 C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으
련 물렁뼈가 약해져서 조그만 충격에도 견디지 못하고 비뚤어져 디스크에 걸리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비타민 C를 충분히 공급하면 졸라겐이 원활하게 생성되어 물렁뼈가 튼
튼해지고 디스크도 치료, 예방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다른 모든 뼈와 뼈를
연결하는 물렁뼈에도 작용하기 때문에 비타민 C가 모자라면 다른 뼈들도 약해진다.
  이 밖에도 비타민 C에는 노화의 원인이 되는 과산화지질의 생성을 막으며, 간장의
해독력을 증진시키고, 피부에 멜라닌 색소가 생기는 것을 억제해 주기 때문에 피부를
희게 하는 등의 작용이 있다.
  하루 권장 섭취량이 500mg인 비타민 C가 많이 들어 있는 음식
  고춧잎(230), 피조개(100), 쑥(75), 시금치(65), 무청(50), 무 (44), 딸기(52), 글
(40), 연근(45), 쑥갓(45), 부추(40), 냉이 (36), 소 간(30), 자두(30), 오이(30), 아
욱(30), 비름(30), 김(28), 근대(26), 마늘종(22), 호박(20), 당근(12)
  #4 비타민 E (토코페롤)
  토코페롤이 우리에게 처음 알려지기 시작했을 때는 주로 임신과 관계된 효과만이 주
목을 받았다. 토코페롤의 명칭도 토코는 아기를, 그리고 페르는 임신이라는 어원을 가
지고 있다. 사실 토코페롤을 불임의 남성이 사용하면 정자수가 10배 가량 증가하고,
불임이나 습관성 유산 증세가 있는 여성이 사용하면 정상적인 분만을 하게 되는 효과
가 있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모든 환경이 변화한 것처럼 토코페롤의 이러한 효과도 많
이 퇴색되었다. 백신이나 항생제 등의 발달로 전염병이 퇴치되기 전에는 인간 생활의
가장 큰 덕목은 다산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국가에서 인구를 억제하는 보건 정책을 채택하고 있으며, 우리
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따라서 한때 토코페롤의 역할은 축소된 듯 여겨지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제 사람들은 오래 살게 되었고, 전염병보다는 성인병을 두려워하게 되었으
며, 성인병 중에서도 심장병, 뇌졸중, 동맥경화증 등을 가장 겁내게 되었는데, 여기서
토코페롤은 또 다른 면에서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우리의 관심을 끌
게 되었다.
  그러면 요즈음 들어 우리의 성인병 예방에 희소식이 되고 있는 비타민 E의 효과를
알아보기로 하자.
  첫째 혈액의 응고를 막아 뇌혈전을 예방한다.
  둘째 폐의 세포기능을 강화시켜 숨이 차고 호흡이 곤란해지는 것을 막아 준다.
  셋째 간장기능을 활성화시켜 해독기능을 증가시킨다.
  넷째 과산화지질의 생성을 막아 동맥경화증, 지방간, 혈전의 발생을 막는다.
  다섯째 피부염, 불임증에 효과적이며, 최근에는 항암 작용이 있다는 것도 밝혀지고
있다.
  여섯째 근육의 순발력을 강화시켜 운동력을 강화시키고 요통도 방지하고 치료한다.
  일곱째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을 완화시키는 작용이 있다.
  여덟째 세포막의 투과성을 높여 근육이 아플 때 근육 속에 축적된 젖산을 배출시킴
으로써 통증을 완화시킨다.
  아홉째 뇌하수체, 부신피질, 난소 등의 호르몬 분비를 정상화시키기 때문에 원인불
명의 두통, 생리통, 갱년기 장애에도 효과적이다.
  열째 말초혈관을 확대시켜 주므로 혈액순환을 개선하여 동상과 같은 냉증, 치질 등
에도 효과적이다.
  이상과 같은 효과가 모두 토코페롤에 있다니 토코페롤은 우리 몸에 좋은 물질임은
분명한데, 그러면 우리는 하루에 얼마나 섭취를 하면 좋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토코페롤의 발견 초기에는 하루에 50~100mg ,즉 100~200IU 정도가 권장 섭취량이었
다. 그런데 토코페롤은 지용성이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과잉 섭취로 인한 부작용이 밝
혀지지 않아, 최근권장량 보다는 많은 양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다. 토코페롤
은 비타민 C와 더불어 비타민 대량 섭취 건강법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어 주목된다.
  우리들 대부분은 미정맥 곡물, 달걀, 식물성 기름, 밀가루, 채소 류, 건과류 등의
음식을 통해 하루에 약 15IU 정도의 비타민 E를 섭취하고 있기 때문에, 보통 비타민 E
가 결핍된 사람은 드물다. 그러나 영양제의 형태로 비타민 E를 보강하는 것이 유리한
사람도 많다.

  제5의 영양소 무기질-미네랄
  무기질이라는 말은 탄소와 결합하지 않는 물질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실제로 탄수화
물과 단백질, 지질, 비타민은 모두 유기 성분으로서 탄소가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이
무기질 중에는 건강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여러 가지 생화학 및 생리학적 대사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많다.
  인간의 건강에 필요한 무기질에는 뼈와 이를 구성하고 있는 칼슘을 비롯하여 마그네
슘, 인산, 나트륨, 칼륨, 염소, 유황과 같은 성분이 있고, 미량 성분 중에는 철, 요
드, 구리, 망간, 아연, 몰리브덴, 셀레늄, 크롬이 있다.
  무기질 중에서도 미량 성분의 역할에 보다 많은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데, 미량 성분
을 보강함으로써 암과 심장병 및 다른 퇴행성 질병을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실
험결과가 많이 나와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 미량 성분이 우리 몸에서 제대론 효과를 발휘하려면 탄소를 함유한 분자(유
기물)와 결합되어야 한다. 그래서 직접 쇳덩이를 먹는다든가, 석회석을 먹는 식으로
무기질을 그대로 섭취하는 방법은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위험하다. 우리가 이
러한 무기질을 음식물을 통해서 섭취해야만 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1 칼슘
  예로부터 뼈째 먹는 생선이나 우유 및 유제품에 많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칼슘
은 우리 몸의 뼈와 이의 중심적인 구성 성분이라는 사실 말고도 신경의 전달 및 신경
의 안정, 근육수축, 심장박동, 혈액응고, 에너지 생산, 면역기능계 유지에 중요한 역
할을 한다.
  따라서 우리 몸에서 칼슘이 부족하면 뼈와 이가 약해질 뿐 아니라 심장박동의 이상
과 치매(노망) 그리고 근육경련 및 경기를 유발시킬 수 있다. 즉 인간의 수많은 세포
들의 복잡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각종 반응을 조정, 조절하는 매개체가 꼭 필요한
데, 칼슘은 가 장 훌륭한 매개체로서 작용을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폐경기의 여성은 여성호르몬의 분비 감소로 인해 칼슘의 흡수가 줄어드는데,
그 결과 배에서 칼슘이 빠져 나와 골다공증이 유발되기도 하므로 칼슘이 결핍되지 않
도록 적절한 보강책이 필요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임산부들도 칼슘이 결핍되지
않도록 주 의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칼슘을 과다하게 섭취하면, 핵산과 단백질 합성과 같은 반응에서 반드시 필
요한 마그네슘의 작용을 억제시켜 마그네슘 결핍을 일으키고, 신결석등의 부작용이 일
어나므로 반드시 적절한 양만을 보강해야 한다.
  하루 권장 섭취량이 1,000mg인 칼슘이 많이 들어 있는 음식
  멸치(1,860), 우렁이(1,202), 문어(1,197), 참깨(1,100), 양미리(1,091), 뱅어포(1,
056), 마른 미역(870), 어리굴젓(491), 파래(403)
  #2 철분
  철분이 우리 몸 속에서 피를 만들어 빈혈을 치료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철분은 인체 구석구석에 산소를 공급하여 에너지를 낼 수 있게 하는 헤모글로
빈이 적혈구 안에서 만들어지고 기능을 수행하는 데 깊숙히 관여하고 있다.
  따라서 빈혈이 되면 쉽게 피로해지고 기운이 없어진다. 빈혈을 알아보는 방법으로는
아래쪽 눈 밑을 뒤집어 색깔이 선명한가를 보는 것이 일반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또한 철분은 우리 몸에서 세포와 세포가 튼튼하게 결합되어 있도록 작용하고 면역계
를 유지시키며, 여러 신경 전달 물질을 생산, 조절하고 산화제에 의한 손상으로부터
보호하기도 한다.
  철분이 부족하면 신생아, 청소년, 임신부에게 잘 나타나는 빈혈증은 물론 피곤, 주
의력 산만, 민첩성 감소, 근육 허약, 감염성 증대 등의 문제를 일으킨다.
  그러나 철분을 너무 많이 섭취하면 유전적 돌연변이나 동맥경화증 및 암을 유발하는
유리기를 생성할 가능성도 있으며, 비타민 E를 파괴하는 부작용도 있으므로 적절한 양
을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 철분 결핍이라는 진단을 받고 빈혈약을 복용할 경우에는, 핏속의 결핍분만 채
우면 되는 것이 아니라 몸의 철분 결핍 상태도 함께 해소해야 하는데, 몸에 여분의 저
장 철분을 충분히 보충해 주기 위해서는, 약 6개월 정도 철분제를 계속 복용해야 된
다.
  평소부터 철분 부족의 기미가 있는 사람이 임신했을 경우에는, 음식을 통해 철분을
보충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므로 임신한 날부터 철분제를 복용하기 시작해도 좋다
(임신부의 하루 권장 섭취량은 60mg다).
  일반 여성의 하루 권장 섭취량이 18mg인 철분이 많이 들어 있는 음식
  들깻잎(37.5), 파래(29.5), 김(17.6)7대추(24.0), 어리굴젖(20.0), 조갯살(20.3),
돼지 간(16.4), 소 퍼(12.2), 소 간(10.1), 참깨 (16), 풋고추(10.6), 콩(7.5)
  #3 셀레늄
  최근 인간의 노화를 방지하고 암을 예방한다고 각광을 받기 시작한 물질 중에서 비
타민 C와 베타-카로틴 다음으로 과학적인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 셀레늄이다. 셀레늄
은 우리 몸에서 아주 적은 양만이 필요한 필수 미량 무기질인데, 한때는 셀레늄을 발
암 물질이라고 위험하게 여기기도 하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셀레늄이 인체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사실이 확인되어 그 섭취가 권장되고 있다. 셀레늄의 작용
을 살펴보면 관상동맥 질병, 뇌혈관 질병, 말초혈관 질병, 암, 퇴행성 관절염, 간경
변, 만성 폐기종 등을 예방한다고 한다.
  이러한 노화방지, 만성 질환 억제 이외에도 정자의 생성과 정자 운동에 기여함으로
써 남성의 정력 및 성기능을 증대시킨다는 보고도 나와 있다.
  그러나 셀레늄은 여러 가지 독성이 있을 수 있으므로 과잉 섭취는 주의해야 하며,
특별식품을 통해 섭취하는 것이 좋다. 셀레늄이 많이 들어 있는 식품으로는 브로콜리,
버섯, 양배추, 셀러리, 오이, 양파, 당근, 양조용 효모, 곡류, 생선, 동물의 내장등이
있다.
  셀레늄은 비타민 E와 함께 섭취하면 서로 효과를 높인다는 사실 을 알아두자.
  #4 아연
  우리 몸에서 아연은 100여 개 이상의 효소를 활성화시키는 데 관여하고 있으며, 특
히 생물학적 소질을 결정하는 요인인 핵산 즉 DNA와 RNA생성에 관련된 효소의 활성화
에 없어서는 안 될 무기질이다. 또한 아연은 세포막의 구조와 기능에 작용한다.
  이 아연은 노화지연(우리 몸의 산화 방지), 면역성 증진, 암 예방 효과를 가진다.
또 남성의 정력강화, 남성불임 치료, 전립선 이상 예방, 소염 작용을 통한 류머티스성
관절염 치료와 여드름 및 원형 탈모증의 치료, 예방에 응용할 수 있다.
  그래서 아연이 결핍되면 성장저조, 식욕부진, 성기능 저하, 정신적 혼수, 상처치유
지연, 감각 이상, 피부 변색 및 감염성 증대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그러나 아연을 장기적으로 과다 섭취하면 구토, 구역질, 설사, 복통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하므로 유의하여야 한다. 아연이 많이 들어 있는 음식물로는 해산물과 육
류 그리고 콩 등이 있으며 일반적 인 식품들에 널리 포함되어 있다. 또 아연을 약으로
섭취할 때는 구리와 셀레늄을 함께 섭취하는 것이 좋은데, 아연은 장내 흡수되는 과정
에서 구리와 경쟁하므로 많은 양의 아연을 섭취하면 구리가 결핍되기 때문이다. 아연
과 구리의 비율은 약 10:1 정도가 바람직하다고 한다.

  그 밖의 영양제
  과학의 발전은 우리가 무심코 섭취하던 각종 음식물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 가고 있
다. 앞에서 예를 든 비타민과 무기질들은 이미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내용도 많지만,
연구가 거듭됨에 따라 과거에는 알지 못하였던 새로운 작용들이 계속 밝혀지는 종류이
다. 여기에 서 다루는 그 밖의 영양제도 과거에는 그저 에너지를 내거나 맛을 돋구기
위해 사용되었던 종류였지만 이제 연구가 진행됨에 따라 그 약리 작용이 새롭게 조명
되고 있는 것들이다.
  물론 아직까지 연구가 완전히 진행되지 않아 100% 그 효과에 대해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점도 있지만 우리가 음식을 섭취할 때 무턱대고 배를 채우려고만 할 것이 아니
라, 과학적으로 건강을 도모하면서 맛도 즐긴다면 더욱 좋지 않겠는가?
  #1 레시틴
  레시틴은 인지질로서 세포막을 구성하고, 세포막에서 물질을 세포 안으로 통과시키
는 교량 역할을 하며, '아세틸콜린' 이라는 신경 전달 물질의 원료가 된다. 우리 몸에
아세틸콜린이 결핍되면 노망이라고 불리는 치매(알츠하이머) 증상이 나타나기 쉽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로 건강한 정신을 위한 레시틴의 역할은 중요하다.
  레시틴은 심장혈관의 질병을 막고, 기억상실과 신경계 질환을 막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으나, 그 확실한 근거를 밝히기 위해 계속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아직
연구가 끝난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콩, 간, 양배추 등 레시틴이 많이 들어 있는 음식
을 즐겨 먹는 것은 정신 건강을 위해 매우 유익하다(혈중 콜레스테롤이 높지 않은 사
람은 달걀 노른자도 좋다).
  특히 혈중 콜레스테롤치가 높아서 나이아신(비타민 B3)을 많이 섭취하는 사람은 레
시틴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레시틴으로서 약 10g). 왜냐하면 니코틴산
은 세포의 성장을 방해하는 작용을 하는데, 레시틴이 그를 보완해 주기 때문이다.
  #2 어류와 해산물의 지질
  지방에 관한 우리의 상식은 될 수 있으면 적은 양을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
이다. 실제로 우리 몸에 지방이 너무 많으면 과산화지질이 형성되어 노화와 발암의 원
인이 되는 유리기가 많이 발생되므로 가능한 한 적게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지방의 성분 중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콜레스테롤은 원래 우리 몸의 간과
내장에서 만들어져서(전체 양의 4/5 정도) 세포의 대사 과정, 성호르몬 및 스테로이드
성 물질(부신피질호르몬등) 생성 등에 작용하는, 생명유지를 위한 필수 물질이다. 그
런데 체내 에서 필수적인 기능을 수행하고 난 후에도 혈액 안에 너무 많은 양이 남아
있으면 문제를 일으킨다. 핏속에 콜레스테롤이 많아지면 심장마비나 뇌졸중과 같은 심
장순환계에 이상을 일으킬 위험성이 높다는 사실은 이미 많은 연구로서 밝혀졌다.
  그런데 어류와 해산물의 지질인 '에코사-펜테노익산' 즉 EPA는 문제의 콜레스테롤을
상쇄시키거나 그 양을 낮추는 작용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즉 높은 혈중 콜레스테
롤치 때문에 육식을 제한하는 사람이라도 생선이나 해산물을 통해 지방을 섭취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사실은 일본인이나 에스키모인과 같이 생선을 많이 섭취하는 사람들
에게 대한 역학조사를 통해 밝혀졌다.
  그러나 EPA를 너무 많이 섭취하면 그 속에 소량 들어 있는 세톨레산에 의해 출혈이
나타날 수도 있고, 오히려 면역 기능이 감소되거나 발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따라
서 우리는 특별히 EPA제품 을 이용하기보다는 생선이나 해산물을 일상적으로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 어류와 해산물의 지질에는 '도코사헥사노익산' 즉 DHA라는 고도불포화지방산도
함께 들어 있다. DHA는 신경 세포의 기능, 특히 기억 형성에 관여하고 있다. 따라서 D
HA를 많이 섭취하면 기억력 회복에 효과적이며, 노망 치료에도 효과적이다. 요즘 갑자
기 기억력이 뚝 떨어진 사람이 있다면 DHA가 많이 들어 있는 생선(다랑어, 정어리, 가
다랭이 등)을 좀 많이 먹는 것이 좋다.
  #3 섬유질
  원래 섬유질은 영양가가 없는 음식물의 성분으로 알려져 왔다. '소화되지 않는 탄수
화물' '영양가는 없이 배만 부른 음식'으로 알려져 왔던 섬유질이 최근에 와서 각광을
받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 결장암이나 직장암 등의 질병을 예방한다. 우리가 먹는 모든 음식 중에는 발암
성 물질이 들어 있는데, 창자 속에 오래 머무를 수록 더 많은 손상을 입히게 된다. 그
런데 섬유질은 그러한 발암 물질이 창자의 벽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해 줄 뿐 아니라,
배변을 쉽게 해 주는 작용을 한다.
  둘째 당뇨병에 효과적이다. 어떤 이유로 섬유질이 많은 음식이 당뇨병 환자에게 유
익한지에 대한 기전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당뇨병 환자가 섬유질을 많이 섭
취하면 인슐린 요구도가 25~30% 감소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현재 미국, 캐나
다, 영국, 오스트레일리아의 국립당뇨병협회는 당뇨병 환자들에게 섬유질이 많은 음식
을 섭취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셋째 콜레스테롤과 혈압을 저하시킨다. 섬유질은 동맥경화증 등 을 방지하는 고밀도
콜레스테롤(HDI)은 증가시키는 반면 성인병을 일으키는 저밀도 콜레스테롤(LDL)은 저
하시켜, 전체적으로는 콜레스테롤의 양을 줄이는 작용과 혈압을 낮추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넷째 체중감소를 위한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다. 섬유질은 뱃속에서 그 양이 엄청나게
늘어나 조금만 먹어도 섬유질이 덜 포함된 음식에 비해 포만감은 더하고 공복감은 덜
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유익한 효과에도 불구하고 섬유질은 뱃속에 가스를 차게 하고, 설
사를 유발시키며, 소장의 활동을 방해하고, 무기질을 부족하게 만드는 부작용이 있으
므로 매일 40~60g의 섬유질 섭취 기준을 초과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4 마늘
  우리 나라 사람의 고유한 냄새가 마늘이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우리는 매일 마늘을
많이 먹는다. 사실 마늘은 세계 도처에서 양념 식품으로 사용되는 일반 식물인데 요즘
에는 마늘이 콜레스테롤 함량을 감소시키고, 동맥혈관이 좁아지는 것을 예방하는 작용
이 있다고 해서 더욱 각광을 받게 되었다.
  일제시대 때 우리 나라 사람들의 마늘 냄새를 지독히도 구박했던 일본 사람들도 이
제는 마늘의 효과를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섭취를 권장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일
본사람들이 마늘 냄새를 싫어하는 것은 여전해서 그들은 마늘을 숙성, 발효시켜 먹는
다. 이렇게 해도 효과는 있지만 생마늘의 유효 성분이 고스란히 보장되지는 않는다.
천연의 마늘, 즉 냄새를 제거하지 않은 싱싱한 마늘을 찧어서 사용하는 것이 가장 효
과적이다.
  첫째 마늘은 심장병의 위험성을 증가시키는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킨다. 마늘에는 지
방산, 콜레스테롤, 지방, 인지질의 생합성을 방해하는 함황 물질(황 성분을 포함하는
물질)이 들어 있다고 추측되고 있는데, 이러한 물질의 작용으로 동맥경화증과 심장혈
관 질병을 방지할 수 있다.
  둘째 항생 효과가 있다. 옛날부터 상처가 생기면 마늘을 빻아 붙이거나 무좀에 마늘
을 빻아 붙였던 우리의 생활요법이 이제는 세계 적으로 인정을 받게 되었는데, 특히
캐나다 등지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다른 항생제보다 더 싸고 안전하면서도 비슷한
효과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셋째 항암 효과가 있다. 현재 미국국립암연구소는 항암 물질 연구에 마늘을 포함시
키고 있다. 지금까지 암을 치료하기 위해 마늘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은 없지만, 마늘
이 피부암의 전단계에서 상태를 정지시킨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어 주목되고 있다.
  넷째 정력을 증강시킨다. 원래 동양의 불승은 마늘을 먹지 않는 데, 그 이유는 마늘
이 정력을 증강시키기 때문이라는 속설도 있다. 사실 여러 동물실험에서 마늘은 확실
히 근력과 심력을 증강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사람의 정력이 얼마나 증강되
는지는 아직 확실히 밝혀지고 있지 않다.
  한편 파와 양파는 거의 모든 면에서 마늘과 유사한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
다. 또한 고추에는 치명적인 혈액응고(혈전색전증)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는데, 이는
섬유소 용해 작용에서 기인하며, 고추에 진통 작용이 있다는 사실도 밝혀지고 있다.
  #5 유산균
  요구르트로 더 많이 알려진 유산균은 우유를 발효시킨 제품이다. 유산균 제품이 콜
레스테롤 양을 낮추고 피부를 깨끗하게 해 주며 수명을 연장시킨다는 등의 얘기가 뚜
렷한 증거자료 없이 전해지고 있지만, 확실한 사실은 유산균이 장과 여성의 질에 있는
미생물들의 생태적 균형을 유지시키는 데 유용하다는 것이다.
  항생제를 설명하면서도 이미 언급하였지만 장기간 항생제를 복용하는 사람은 설사나
칸디다를 예방하기 위하여 경구용 유산균이나 질내용 유산균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김치라는 훌륭한 유산균 제품을 늘 먹기, 때문에 따로 섭취할
필요가 없다는 말도 있지만, 인스턴트 식품과 잦은 외식으로 김치를 옛날만큼 먹지 않
게 되었으므로 유산균 제품의 소비를 막을 이유는 없다. 특히 김치를 잘 먹지 않는 어
린이나 매운 음식이 좋지 않은 위장관련 질환자는 유산균 제품의 섭취가 필요하다.
  #6 기타 건강식품
  요즘은 붐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건강식품을 애용하는 사람이 많다. 알로에, 스쿠알
렌, 로얄제리, 화분, 효소 제품, 클로렐라 등 외국에서부터 인기를 얻고 우리 나라에
들어온 건강식품은 굉장히 많다. 또 흑염소 중탕, 개소주를 비롯한 49종류의 건강식품
은 우리 나라 한약재에서 부작용이 별로 없는 특징이 있는 것들로서 널리 애용되고 있
다.
  의약품이 특정 질병을 겨냥하여 만들어지고 사용되는 것과는 달리 건강식품은 특별
한 질병이 없는 사람이라도 과로나 스트레스로 지친 사람이 활력을 되찾기 위해 부작
용이나 독성의 염려 없이 사용 할 수 있도록 배려되어 있다. 따라서 자칫 마치 만병통
치약인 것 같 이 오해를 받기도 하는데, 건강식품이라도 사람에 따라서는 다소간 부작
용이나 독성이 있으므로 건강식품을 구입하기 전에 반드시 전문가의 조언에 따르는 것
이 좋다.
  또한 비싼 건강식품을 이용하기보다는 주변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재료를 이용
하는 생활요법을 실천하는 것이 경제적인 손실과 건강식품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
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다.

  유명 영양제의 효과 분석
  여기에서는 우리 나라 사람들이 특히 좋아하는 몇 가지 영양제의 성분과 효과에 대
해서 알아보기로 하자.
#1 아로나민 골드
  아로나민 골드는 비타민 Bl, B2, B7, Bl2 활성형이 주성분으로 각각 50mg, 2.5mg,
2.5mg, 5.22㎕씩 함유되어 있고, 거기에 비타민 C(70mg)와 비타민 E(20mg)가 첨가되어
있다. 활성형 비타민이 아로나민 골드의 장점인데, 활성형이란 비타민이 간장에서 변
화된 형태를 말하는 것으로 흡수가 잘 되고, 조직 친화력이 높고, 체내에 오래 머물면
서 지속적으로 작용하며, 체내 이용율 또한 높다고 할 수 있다.
  비타민 B군들은 체내에서 보조 효소로서의 역할을 한다. 각종 효소 반응을 원활하게
만들어 젖산과 같은 피로 물질을 체외로 배출시켜 피로를 회복시키고, 신경과 근육의
대사를 촉진하고 상한 신경의 재생을 도와주어 신경통이나 근육통에 효과를 발휘한다.
아로나민 골드는 성인 1일 2회, 1회 1정씩 복용한다.
  #2 우루사
  우루사는 웅담에 들어 있다는 '우루소데속시콜린산'을 주성분으로 하고, 거기에 비
타민 Bl과 B2가 첨가되어 있다. 웅담이란 동양에서 오랫동안 귀하게 여겨 오던 약재인
데, 이의 성분을 규명하고 또 합성시켜 제제화하게 된 것이 우루사이다.
  따라서 우루사는 담즙 분비가 잘 안 되는 간질환과 담낭, 담도의 이상, 담석증, 고
지혈증을 개선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라고 비타민의 보강으로 피로회복의 효과도 있다. 그런데 우루사를 간장의 기능이
나쁘지 않는 사람이 자주 복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 우루사는 1일 3회, 1회 1~2캅셀씩
복용한다.
  #3 쓸기담
  쓸기담은 우루사의 주성분인 '우루소데속시콜린산'이 우루사의 2배 들어 있고 비타
민은 들어 있지 않다. 따라서 쓸기담은 우루사를 이용하는 목적과 유사하게 사용할 수
있다.
  #4 헬민
  헬민에는 '아르기닌 티디아시케이트'라는 성분이 들어 있는데, 이 성분은 간세포 보
호 작용과 해독 작용 그리고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등의 영양소 대사를 촉진하는 보
조 효소 A의 합성 작용이 있다. 따라서 헬민은 간기능부전과 중독성 간장애, 간경변증
초기에 치료 효과를 나타낸다.
  헬민은 1일 2회, 1회 1캅셀씩 복용한다.
  #5  프로헤파룸 골드
  프로헤파룸 골드는 소간장의 가수분해물이 주성분이며, 거기에 간장 재생에 필요한
성분들인 '엘 -시스테인' '콜린산' '이노시톨' '토코페롤' '치옥토산아마이드' 등이
첨가되어 있다.
  따라서 프로헤파룸 골드는 만성 간염, 간경변, 중독성 간질환의 개선을 위하여 사용
할 수 있다.
  이상의 5종류의 유명 영양제를 살펴보면 아로나민 골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간장
질환에 사용되는 약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간장 질환 치료제가 영양제나 피로 회복
제로 많이 사용되는 이유는 우리 나라 사람들(특히 남성)의 술이나 담배 소비량이 세
계적인 만큼, 사람들이 간장 이상을 우려하는 탓이다.
  그러나 이러한 약들은 간장에 이상이 있는지의 여부를 건강검진을 통해 확인한 후에
사용하는 것이 좋다. 또한 간장에 이상이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먹는 모든 약이 간
장을 통해 대사되므로 약 그 자체가 간장에 해로울 수도 있다는 점을 알고 사용하여야
한다.

  정력제라는 이름의 환상
  사람이 오래 살고 건강하게 살고 싶다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한결같은 소원이
다. 그런데 일부 남성들은 건강하고 오래 사는 것을 성적인 능력과 비례하여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사실 인간의 성적인 능력이란 원래 종족보존의 본능에서 비롯된 것인데,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산아제한이 정책으로 정착되어 오면서 그러한 종족보존의
의미보다는 쾌락의 의미로 더욱 많이 인식이 되고 있다.
  특히 갱년기에 접어들고 자식을 더 이상 생산할 필요가 없어진 나이가 되면 정력이
떨어지는 현상은 당연한 일인데도 불구하고, 정력제라고 이름이 붙은 동, 식물을 닥치
는 대로 섭취하여 정력을 계속 유지하려고 한다. 심지어는 젊은 사람보다 더 정력을
발휘하려는 남성들이 간혹 있다는 보도에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물론 약국에서 판매하는 약 중에도 정력 증진 작용이 있다고 보고된 종류들이 있다.
하지만 그러한 약들도 오랫동안 사용하면 오히려 정력이 그 전보다 더욱 약해지게 되
는 것들이 적지 않으므로 신중하게 사용해야 될 것이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문제는 뱀, 도마뱀, 개구리, 까마귀, 곰 쓸개, 불개미, 구룡충,
생쥐 새끼, 사내아이 오줌, 해구신, 요힘빈, 칸타리스, 부자 같은 것을 정확한 약리적
규명도 없이 정력에 좋다는 소리에 솔깃해서 함부로 먹어 대는 데 있다.
  실제로 어떤 정력제가 효과적인지를 규명하려면 한두 사람의 개인적 체험담 정도로
는 안 되며 정확한 약리 작용이나 통계적인 측정을 통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떠
도는 소문 내지는 풍문에 불과 한데도 사람들이 거기에 집착한다.
  약국에서 판매하고 있는 정력제에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들어 있는 경우
가 많은데, 이러한 호르몬제를 장기적으로 사용하면 그 호르몬이 체내에 과도하게 남
아 있으면서 부작용을 일으킨다. 또 혈액 중에 호르몬이 많아지면 그것을 분비하는 기
관의 작 용이 감퇴되어 그 약의 사용을 중단해도 정상적인 호르몬 분비가 되지 않아
약중독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결과적으로는 정상적인 정력이 훨씬 더 약해지는 것이
다.
  사실 정력제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불임 부부의 원인이 남성에게 있을 때 정력제를
사용하여 임신을 유도하는 일이 그것이다. 그러나 그런 예를 제외하고는 정력제를 사
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특별히 정력이 떨어지는 남성의 경우 그 이유를 살펴보면 당
뇨병과 같은 질병이 있거나, 매우 격심한 노동이나 정신적 스트레스가 쌓여 심신이 피
로해졌을 때가 많다. 이때는 질병의 진단을 받아 보거나, 운동, 독서, 취미 활동, 음
악 감상 등을 통해 건강을 유지 증진시키도록 노력하는 것이 훨씬 현명한 처사이다.
굳이 지금까지 그 효과가 과학적으로 밝혀진 정력제를 추천한다면 비타민 E와 아연 등
을 꼽을 수 있다.

진통제 이야기

통증에도 종류가 있다
  옛날에 우리 선조들은 머리가 아프면 머리에 횐 끈을 질끈 동여매고 자리에 누워서
회복되기를 기다렸다. 요즘도 TV 사극을 보면 그러한 장면을 가끔 볼 수 있다(머리에
횐 끈을 동여매는 것은 혈관 확장으로 인한 두통이 효과적인 방법으로서, 매우 과학적
처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장면을 보면 남자보다는 여자들이 특히 흰 끈을 많이
애용했던 것 같다. 세상 살다 보면 남자고 여자고 머리 아픈 일이 많이 생기겠지만 여
자들에게 머리 아픈 일이 더 많이 생기는 모양이다.
  이렇게 '아프다' 하면 우리가 제일 쉽게 떠올리는 부위는 머리인데, 머리말고도 이
아픈 것, 그리고 여성의 생리통이 또한 포함된다. 우리가 '통증'에 대해서 두통, 치
통, 생리통을 한족속쯤으로 엮어서 생각하게 된 것은 순전히 진통제 광고 덕분이다. '
두통. 치통. 생리통 ... 이라는 선전을 워낙 많이 듣다 보니 이제는 자연히 그 세 가
지 통증이 무근 연관성이 있겠거니 하고 생각하게 된 것이리라. 또한 아픈 증세에 있
어서 우리에게 익숙한 종류 중 하나에 배 아픈 복통이 있다. 우리는 배 아플 때 '내
손이 약 손이다' 하시면서 쓰다듬어 주시던 어머니나 할머니의 손길을 잊을 수 없다.
  그런데 이러한 여러 가지 통증들이 모두 같은 원리로 발생되고 느껴지는 것은 아니
다. 우리 몸의 피부나 근육 등이 상처가 나거나 염증이 생기거나 화상을 입었을 때 느
끼는 통증과 뱃속이 아픈 통증은 그 아픔을 느끼는 신경의 구조에 있어서 상당히 다르
다. 특히 배가 아픈 것을 느끼는 과정은 매우 복잡하다. 전자를 체성통이라고 하는데,
체성통과는 다르게 우리 몸의 내장에서 일어나는 이상을 느끼는 내장통도 있다. 복통
은 이 두 가지가 서로 복잡하게 얽혀, 배아픔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먼저 체성통에 대해서 알아보자. 우리의 피부나 그 밑에 있는 근육에는 체성신경(체
성지각신경)이라는 것이 있다. 이 신경은 '칼에 베이거나, 꼬집히거나, 침에 찔리거
나, 화상을 입거나' 하였을 때 상처에서 나온 통증 물질(프로스타그란딘, 브레디키닌
등)을 지각하여 그것을 등뼈 속에 있는 척수를 통해 대뇌로 전달한다. 이때 느끼는 아
픔이 체성통이다.
  이러한 체성통은 국소성이 확실한 통증으로 아픈 부위를 쉽게 판별할 수 있는데, 우
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해열 진통제로서 그 아픔이 가라앉게 된다.
  다음으로 복통을 보면 체성통이 느끼는 통증 감지 과정과는 다른 과정을 밟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러분 중에 혹시 맹장염에 걸려 본 사람이 있다면 잘 알 수 있을
것인데, 소위 맹장염이라고 부르는 충수염에 걸렸을 때는 충수가 있는 오른쪽 아랫배
가 아픈 것이 아니라 배 전체에 아픔을 느끼게 된다(물론 아픈 부위를 누르면 격심한
통증이 느껴진다). 따라서 맹장염에 걸린 사람들은 처음에는 소화불량 때문에 배가 아
픈 것으로 착각하기 쉽고, 병원에서도 오진하기 쉽다.
  이렇게 고장난 내장 부위가 아니라 배 전체가 아픈 이유는 바로 내장통과 체성통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위나 폐 그리고 장 같은 내장에는 내장지각신경이 분포
되어 있다. 이 신경은 '위나 장의 근육이 뒤틀린다든가, 팽창한다든가, 염증이 생겼다
든가, 피가 안 통한다든가, 암세포가 자라고 있다든가' 하였을 때 일어나는 내장의 압
력 변화등을 지각하여 척수를 자극하고 그 자극은 자율신경에 의해서 뇌로 전달된다.
  사실 복통의 원인이 되는 내장의 이상 그 자체로 인해서 느끼는 통증은 둔하며 지속
적이지 못하지만, 내장 주변에 분포되어 있는 체성지각신경이 간접적으로 자극되어 통
증을 느끼게 된다. 이것은 내장에서 비롯된 자극으로 인해 피부 쪽에서 통증을 느끼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복통의 원인은 이와 같이 굉장히 복잡하다.
  한편 두통은 위에서 말한 체성통과 내장통과는 또 다르게 그 원인이 복잡하다. 이
두통은 머리 자체의 이상에 의한 것도 있지만, 몸 속 여러 기관의 이상을 머리에서 호
소하는 경우가 더 많다.
  또 몸의 어딘가에 통증 원인이나 통증 물질로 인해 느끼는 통증과는 달리 신경 자체
의 이상에 의해서 통증이 유발되는 신경통도 있다.
  이상과 같은 여러 가지 통증은 우리에게는 매우 귀찮은 것으로 여겨지지만, 우리의
생존을 위해서 없어서는 안 될 매우 중요한 감각이기도 하다. 통증이란 이상을 방지하
거나 줄일 수 있게 하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몸이 통증이라는 신호를 보내지 않는다면
우리는 병소의 위치나 종류를 알아 낼 수 없을 것이다. 그 통증이 느껴지는 곳, 통증
의 종류, 통증의 강도, 통증의 시간 등으로 병을 추정할 수 있다.
  그러나 통증은 그 자체로 매우 심각한 스트레스를 일으키기도 하므로 병의 치료와
더불어 진통제를 사용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단 통증이 있을 때 그 자세한 원인을 알
지 못한 상태에서 아프다고 무조건 진통제를 사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진통제의 종류와 진통 원리
  우리가 일반적으로 접할 수 있는 진통제에는 해열 진통 소염제라고 분류되는 모든
약이 포함되는데, 두통, 근육의 통증, 치통, 관절통, 외상통, 요통, 어깨결림, 테니스
엘보(관절염), 무릎관절염, 생리통 등에 폭넓게 쓸 수 있다.
  진통제로 사용하는 약들은 발열감기에 해열제로 쓰는 약과 거의 유사한데(아스피린,
아세트아미노펜, 이부프로펜, 디클로페낙, 피록시캄, 메페남산 등이 있다), 이러한 약
을 해열제로도 진통제로도 사용할 수 있는 이유는 발열을 일으키는 물질과 통증을 일
으키는 물 질이 같기 때문이다.
  즉 우리 몸의 신진대사에 이상이 생겼거나, 외부의 충격을 받았거나, 병균의 침입을
받았을 때, 그러한 비상사태를 통증이라는 확실한 감각으로 뇌에 전달하기 위한 '척후
병'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물질은 '프로스타그란딘' '브레디키닌' '히스타민' '세
로토닌'등이다.(이들을 국소호르몬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이 물질들이 발생되면 통증
과 발열이 일어나고, 또한 염증도 함께 따라온다.
  특히 일반적인 발열과 통증에는 프로스타그란딘과 브레디키닌이 가장 많이 관여하고
있는데, 우리가 사용하는 진통제들은 대부분 이 프로스타그란딘의 합성을 억제하거나
브레디키닌의 작용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진통제의 대부분이 진통 작용과
더불어 해열 작용 그리고 소염 작용도 함께 가지게 되는 것이다.
  두통, 치통, 생리통에 쓰이는 진통제라고 광고하는 약들은 대부분 이러한 약에다 각
성 효과를 위해서 카페인이 첨가되어 있다. 카페인은 대뇌피질에 작용하여 명석한 사
고, 신속한 연상, 기억력 증진, 반응 시간 단축 등의 효과를 나타내고 피로감과 졸음
을 없애 주는데, 우리가 마시는 커피 한 잔 속에는 100~150mg이 들어 있다.
  또 정신적, 육체적 안정을 돕기 위해서 신경 안정제 같은 약물을 쓰기도 하며, 근육
이 아플 때는 긴장된 근육을 풀기 위한 근육 이완제 '클로로메자논(상품명: 도랑코팔)
'도 쓴다.
  그런데 이러한 진통제나 이완제들을 계속해서 사용하게 되면 매우 위험하다. 왜냐하
면 우리 몸에 통증이 생겼을 때 병의 근본적인 원인이 제거되고 또 치료되는 것이 가
장 중요한데, 진통제를 사용해서 통증이 없어지면 마치 병인이 제거된 것처럼 착각을
해서 병의 치료에 소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약들은 대부분 소화관 장
애나 신장 장애 그리고 간장 장애 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한편 이상과 같이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진통제와는 달리 통증에 대해 매우 강
력한 효과를 지닌 마약성 진통제도 있다. 의약품 역사상 추출 제1호로 기록되어 있는
모르핀(양귀비에서 추출)은 가장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이다.
  마약성 진통제는 일반 해열 진통제의 작용기전과는 매우 다른데, 마약성 진통제는
통증을 가장 최종적으로 느끼는 뇌를 직접 마비시킴으로써(수용체와 결합한다고 표현
된다), 통증을 아예 느끼지 못하게 만드는 작용을 한다.
  이러한 마약성 진통제는 한때 매우 유익한 약으로 인식된 적도 있었으나, 약물 의존
성과 남용이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비화되어, 지금은 그 사용이 엄격하게 규제되고 있
으며, 우리가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약이 되었다.
  우리 몸은 원래 어느 정도의 이상은 스스로 치료할 수 있는 방어력과 면역력을 가지
고 있기 때문에, 통증이 있을 때 약을 쓰지 않아도 저절로 낫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가능한 한 그러한 능력을 키워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우리는 요즈음 조금만 아파도 참지 못하고 진통제를 사용하는 분위기 속에서
살고 있다. 그렇게 되면 통증을 느끼는 감수성이 점점 더 예민해지고, 진통제에 대한
의존성이 높아지며, 더욱더 많은 약을 사용해야 만족한 효과를 느끼게 된다.
  따라서 한 알의 진통제를 사용하더라도 '내가 느끼는 통증의 원인은 무엇인가?' '내
가 사용하는 진통제는 적절한 것인가?' '나는 얼마나 자주 진통제를 사용하고 있는가
?' 등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봐야 할 것이다.

  두통과 진통제
  두통이라고 하면 '쪽골이 아프다, 뒷골이 땡긴다, 머리가 멍멍하다, 골이 앞으로 쏠
린다, 골이 지끈지끈 아프다' 등과 같이 표현만 다양한게 아니라, 그 원인도 다양하다
(흔히 뒷골이 땡기는 경우에 고혈압이라고 스스로 판단하여 약국에서 우황청심환 같은
약을 사 먹는 사람이 많은데, 물론 고혈압으로 그러한 두통이 오기도 하지만 근육수축
성 두통에 의한 두통도 이와 비슷한 증상을 나타내므로 무조건 고혈압이라고 판단하는
것을 크게 잘못된 일이다).
  그러면 두통의 원인별 증상과 그에 대한 대응책으로서 사용 가능한 약에 대해서 알
아보자. 우선 두통은 급성 두통과 만성 두통으로 나뉜다.
  급성 두통을 유발하는 질병을 살펴보면,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일산
화탄소중독(소위 연탄가스중독)이 있고, 뇌의 동맥에 생긴 혹 같은 것이 터져서 생긴
출혈(거미막하출혈)이나 기타 뇌 부분의 출혈(뇌출혈로서 소위 중풍의 원인이 된다),
또 혈압이 높아서 뇌에 부종이 생겼을 때, 뇌에 염증이 생겼을 때(수막염, 뇌염 등),
고열이 날 때나 과음 후, 그리고 이, 귀, 코나 눈의 염증이 생겼을 때, 교통사고와 같
은 외부충격을 받았을 때와 같이 상당히 심각한 질병이나 증상에 의해 2차적으로 통증
을 느끼는 경우가 대 부분이다. 이럴 때의 두통은 그 질병이나 증상의 자극이 직접적
으로 뇌의 통증을 느끼는 중추로 전달되어서 발생한다.
  다음으로 만성 두통은 오랜 세월에 걸쳐서 일어나는 두통으로서 지속성인 근육수축
성 두통과 발작적이면서 반복해서 일어나는 편두통이 있다. 보통 병원의 신경내과에서
치료를 받는 외래환자의 두통 비율을 알아보면 근육수축성 두통이 약 60%, 편두통이
약 25%, 양쪽이 혼합된 두통이 약 5% 가량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즉 이 두 가지 요
인에 의한 두통이 약 80%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두통의 원인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두통 증상이나 타나면, 급성 두통은
되도록 빠른 시간에 병원에 가서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따라서 급성 두
통에 대한 약은 여기에서 언급하지 않겠다.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아도 뾰족한 방법이 없는 만성 두통의 경우 우리는 흔히 진통
제를 사용하게 되는데, 이에 대해서 알아보자.
  먼저 근육수축성 두통을 알아보면 전에 긴장성 두통이라고 부르던 것으로 그 이름대
로 정신적인 긴장이 어깨나 몸의 근육을 수축시켜서 어깨와 목의 근육이 뻣뻣해지면서
아프고 그것이 머리로 와서 두통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 통증은 앞머리나 뒷머리,
또는 머리 전체에서 느끼게 되는데, 아픔의 성질을 말하면 비교적 둔탁한, 눌리는 것
같은 통증이다.
  이러한 고통을 흔히 머리를 죄는 듯하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러한 증상은 특별한
다른 질병이 없이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거나 신경증이 있는 사람에게 많다. 따라서 이
러한 증 상이 나타나면 대부분 진통제(아스피린, 아세트아미노펜, 이부프로펜 등)와
신경 안정제, 근육 이완제를 사용하게 되는데, 그에 앞서 정신적, 육체적 긴장을 풀기
위한 심리적 요법을 최우선으로 써야 한다.
  일상적으로 쓸 수 있는 생활요법으로는 어깨나 목을 맛사지 하거나 따뜻이 하여 긴
장을 풀고 목을 전후좌우로 움직이는 목 체조를 꾸준하게 실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다.
  다음으로 편두통에 대해서 알아보자. 편두통은 혈관의 확장으로 일어난 두통이기 때
문에 맥박이 칠 때마다 한쪽 관자놀이에 지끈지끈 쑤시는 통증이 느껴지며 심할 때는
구토가 뒤따르기도 한다. 편두통은 뇌의 혈액 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생긴 울혈
(피가 고여 있는 현상)에서 비롯된 두통으로 특히 젊은 여성에게 많다.
  울혈이 생기는 이유는 혈관이 부드러워서 쉽게 확장되기 때문이며, 월경 전후에 오
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완전주의자이며 야심적인 사람이 욕구불만
이 있을 때 두통이 시작된다고도 한다.
  편두통은 보통의 진통제가 잘 듣지 않을 때가 많은데, 그 특효약으로는 '에르고타
민' 이라는 약이 있다. 그런데 에르고타민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려면 편두통이 본격
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적당량을 재빨리 먹어야 한다. 또 이 약은 혈관을 수축시키므로
여러 가지 부작용이 있는 위험한 약으로 분류되어 시중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약이
다. 에르고타민의 부작용을 완화시킨 약이 시중에 나와 있는데 디클로랄페나존(상품명
:마이드린, 미가펜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약은 치료약이 아니라 발작만을 일시적으로 가라앉히는 역할을 할 뿐
이므로 발작의 예방을 위해서 정신 신경 안정제나 항세로토닌제 등의 약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세로토닌이라는 물질이 편두통의 통증과 관계 있으므로 항세로토닌이 사용
되는 것이 다).

  치통과 진통제
  머리가 아픈 두통 못지 않게 우리를 자주 괴롭히는 통증으로 치통이 있다. 옛말에도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속이 시원하다'라는 표현이 있는데, 그만큼 이가 아픈 것은
참기가 힘들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요즈음은 어른뿐 아니라
3~4세의 어린이들도 충치로 괴로움을 겪는 경우가 많아졌다. 사탕이나 초콜릿 그리고
콜라 같이 충치를 잘 발생시키는 간식류가 넘쳐 나기 때문이다.
  그러면 치통을 일으키는 이와 잇몸의 병에는 어떤 종류가 있으며, 그러한 병에서 치
통은 왜 일어나는지 알아보기로 하자.
  치통의 가장 원초적인 이유는 치태와 치석이다. 치태란 이와 이 사이에 남아 있는
음식 찌꺼기에 세균이 번식한 것을 말한다. 치태에는 여러 종류의 세균이 포함되어 있
는데, 그 중 '스트렙토코카스뮤탄'라는 세균은 이를 녹여 버린다. 이렇게 이가 녹은
상태를 충치라고 한다.
  흔히 우리는 식사 후에 물로 몇 번 헹구는 것으로 음식 찌꺼기가 없어지는 것으로
착각하기 쉬운데, 그 정도로는 이에 붙은 음식 찌꺼기는 없어지지 않는다. 실제로 치
약을 사용하지 않고 가볍게 칫솔질만 한다고 해도 치태는 제거되지 않는다.
  이렇게 생긴 치태에 침 속의 칼슘이나 인이 결합하여 잇몸과 이 사이에 눌어붙은 것
을 치석이라고 한다. 치석은 한번 생기면 이를 아무리 열심히 닦아도 없어지지 않는
다.
  치태와 치석은 이렇게 쉽게 생기는데, 치태와 치석이 이를 상하게 하면 먼저 충치가
되고, 충치가 심해지면 이의 신경(치수)에 염증을 일으키는 치수염이 되며, 치수염이
심해지면 이와 이를 받치고 있는 치조골의 사이에 있는 치근막에 염증을 일으키는 치
근막염이 된다.
  한편 치태와 치석이 잇몸을 상하게 하면 잇몸에 염증이 생겨 치은염이 발생하고, 치
은염이 심해지면 치주에 염증이 생겨 잇몸이 부어오르고 이가 흔들리는 풍치 즉 치주
염이 되며, 치주염이 심해지면 고름이 잇몸에 고이게 되는 치주농양이 된다.
  이러한 이와 잇몸의 병이 있을 때 이나 잇몸을 자극한다든가 양치질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치통이 발생하게 된다. 그리고 정신적 피로가 치통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여러 원인으로 인한 치통 중에서도 가장 통증이 격렬한 경우는 치수염에 의
한 발작으로 치수 속을 지나고 있는 혈관이 확장, 충혈되어 혈액량이 증가될 때이다.
치수는 단단한 상아질로 에워싸여 있기 때문에 혈액량이 증가하면 치수의 내압이 높아
지고, 신 경섬유가 강하게 압박되어 통증이 일어나는 것이다.
  특히 급성 화농성치수염인 경우에는 치수가 부패하여 가스를 발생시키는데 이 가스
가 빠져 나가지 못해 치수의 압력이 매우 높아져서 신경을 압박하기 때문에 몹시 심한
통증을 느낀다. 밤에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심한 이 통증은 진통제로도 멈추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 밖에 치통의 원인이 되는 질환과 통증을 연결시켜 보면, 충치는 찬물이나 공기가
이에 닿으면 아프고, 치근막염은 치아가 들뜬 듯한 느낌이 들며 원인이 되는 이를 두
드리면 아프다. 치은염은 아프지는 않고 사과를 먹거나 양치할 때 피가 나고, 치주염
은 이가 흔
틀거리며, 치주농양은 잇몸을 누르면 통증을 느끼게 된다(인사돌이나 파로돈탁스 같은
약들은 잇몸을 튼튼하게 만드는 약인데, 이런 약들을 사용해야 할 때에는 먼저 치석을
제거하는 것이 그 효과를 보다 확실하게 그리고 오랫동안 유지시킬 수 있는 비결이다)
.  한편 흔히 사랑니라고 하는 지치가 날 때 염증을 일으키는 지치주위염도 있는데,
심한 경우에는 입을 열기 힘들 정도로 염증이 심해지기도 한다. 사랑니가 나지 않는
사람도 많은데, 난 경우에는 모두 빼 버리는 것이 좋다.
  이렇게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되는 치통은 단것을 적게 먹고 음식을 먹은 후에 양치
질을 깨끗이 하는 등 평소에 관리를 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치통이 일어나면 일반적인 해열 진통 소염제를 사용할 수는 있지만, 그것은 임시방
편이며 진통제로 통증이 가라앉았다고 해서 그 원인이 나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반드
시 치과로 가서 완전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지금 세계 최장수국인 일본에서는 '80세까지 20개의 이빨을 유지하자'라는 목표하에
구강보호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80세까지 20개의 이를 유지하려면 치
통이 전달하는 이와 잇몸의 이상에 세심하게 주의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할 것이
다.
 
  복통과 진통제
  그러면 우리가 복통으로 느끼는 통증을 어떻게 분류할 수 있는지 먼저 알아보자.
  #1 내장성 복통
  우리 몸의 내장은 잠시도 쉬지 않고 계속 움직이고 있다. 여기에서 내장이란 식도,
위장, 소장, 대장, 담낭, 요관, 자궁 등을 지칭한다. 그런데 우리는 그러한 내장의 움
직임을 느끼지 못한다. 손이나 팔, 발이나 다리의 움직임이나 자극을 쉽게 알 수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만약 잠시도 쉬지 않고 우리의 신진대사를 위해서 일하고 있는 내
장의 움직임을 우리가 일일이 다 알고 지낸다면 아마 정신이 매우 혼란스러워 돌아 버
릴는지도 모른다.
  따라서 건강한 상태에 있는 경우, 우리는 뱃속에 마치 아무것도 없는 것으로 착각할
정도로 편안하다. 그리고 밥을 매우 많이 먹었다든가 조금 상한 음식을 먹었다든가 하
는 정도의 이상에는 실제 그 상태의 심각함보다는 경미한 자극을 받을 뿐이다. 실제로
뜨겁거나 차가운 음료수를 마신다고 생각할 때 입에서 강하게 느끼는 자극이 라도 그
것을 삼키고 나면 느끼지 못하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그렇게 내장이 다른 신체 근육이 느끼는 아픔을 민감하게 느낄 수 없는 이유는 내장
지각신경에 있다. 즉 내장지각신경은 일반적인 자극으로는 통증을 느낄 수 없으며 위,
장, 폐 등의 내장에 이상이 있어서 내장이 경련을 일으키거나, 늘어나거나, 확장되거
나, 염증을 일으키거나 하는 심각한 상태에 이르면 내장성 복통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통증은 아픔이 더했다 덜했다 하고 불쾌한 둔통이나 욱신 거리는 산통, 간헐
적으로 아픈 동통 등이 있으며 주로 복부의 정중 선을 경계로 하여 좌우가 아프다. 이
러한 내장성 복통을 일으키는 병으로는 위, 십이지장궤양, 식중독등의 급성 위장염,
요로결석, 협심증, 어린이 폐렴, 급성 납중독, 히스테리 등이 있다.
  이러한 통증이 있을 때는 진통제를 함부로 먹어서는 안 되며 빨리 진단과 치료를 받
아야 한다. 저절로 통증이 가라앉는 경우도 있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병원에서 그 원
인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다 만 단순히 경련에 의한 통증이라는 것이 확인되었을 경
우에는 소화관의 꼬임이나 긴장을 누그러뜨리고 진정시키는 '항콜린'작용약(스코폴라
민, 상품명:가스파파, 가스베린 등)을 사용하여 통증을 완화시킬 수 있다.
  #2 체성 복통 내장에서 일어난 이상이 점점 더 심해지면 그 자극이 복막이나 장간
막, 횡격막 등의 내장을 싸고 있는 막에 전달되어 느껴지는 통증이다. 우리 몸의 내장
과는 달리 이러한 막들에는 통증을 지각하는 신경이 분포되어 있으므로 '브레디키닌'
이나 '프로스타그란딘' '혈구 성분' 등과 같은 통증 물질이 발생되면 동통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통증의 증상으로는 쉴새없이 아프고 또한 찌르는 듯이 아프거나 욱신욱신 쑤
신다. 복부의 정중선을 끼고 좌우의 같은 부위는 아프지 않으며 일부만이 아프다. 체
성 통증이 발생한 경우의 질병은 긴급 개복수술이 필요한 위, 십이지장의 천공, 충수
염으로 인한 복 막염, 자궁외임신에 의한 파열, 어린이의 장중첩 등이 있고, 경과를
보아 가면서 수술이 필요한 담석증, 간농양, 맹장주위농양 등이 있다. 이들 모두 진통
제로 해결할 수 없는 위험한 질병이므로 통증이 나타나면 곧바로 전문적인 처치가 필
요하다.
  #3 관련통
  앞에서 이미 언급한 것처럼 내장의 통증지각신경의 특징은 경미한 증상에서는 쉽게
그 감각을 감지할 수 없다. 그런데 내장의 질병 증상이 점점 커지면 그 자극이 내장지
각신경이 들어 있는 척수 부분 에 강한 자극을 준다. 그렇게 되면 척수 부분에 있는
체성지각신경 (피부에 연결되어 있는 신경)이 자극되어 뇌로 전달된다. 즉 자극의 원
인이 되는 질병은 뱃속에 있지만 뇌는 피부를 통해 아픔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러
한 통증을 내장의 자극으로 인해 피부의 통증으로 느껴진다고 하여 관련통, 또는 방산
통이라고 부른다.
  이 관련통이 나타난 부위에 따라 병이 일어나고 있는 장기를 대강 추정할 수 있는데
예를 들면 담낭에 관계된 병일 때는 오른쪽 어깨 쪽에, 급성 취장염일 경우에는 왼쪽
상복부에서 왼쪽 늑골을 따라, 요로계의 병이나 여성의 내생식기의 병일 때는 아랫배
쪽에 각 각 관련통이 생긴다. 따라서 관련통에 의해 어떤 질병인가를 판단하는 것은
무리이며, 섣불리 진통제로 아픔을 가라앉혀서 안 된다. 통증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병원에서 진단을 받고 치료를 해야 한다.
  이상과 같이 세 가지의 복통 외에도 신경성 기능 이상이 원인인 복통도 있고, 척수
신경의 질환이 복통의 원인이 되는 경우와 같이 신체의 다른 질병이 원인이 되는 복통
이 가끔씩 발생된다. 따라서 급성 투통과 마찬가지로 복통이 발생하면 진통제로 해결
할 생각을 하지 말고 병원에 가서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함을 다시 한번 명심
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복통들의 원인이 밝혀진 후에 통증을 완화시키는 정도로 진통제를 사용
할 수는 있다. 왜냐하면 통증 그 자체가 스트레스로 작용하여 치료에 방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에는 해열 진통제보다 마약성 진통제가 많이 사용된다.

  생리통과 진통제
  우리 주변의 아가씨들이 한 달에 한 번씩 배가 아파서 어쩔 줄 몰라하는 경우를 가
끔씩 볼 수 있다. 그럴 때면 어른들이 하는 말이 있는데, '결혼해서 시집가면 다 낫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생리통은 여자가 소녀에서 성숙한 여성으로 변해 가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가장 중요한 변화인 생리현상에 따른 것이다. 그러면 여성이면 누
구나 겪는 생리통은 왜 일어날까? 이 의문을 풀기 위해 먼저 생리현상이란 어떤 것인
지 먼저 알아보자.
  여성의 생리현상은 쉽게 이야기해서 자궁에서 임신을 준비하고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였을 때, 미리 준비했던 장치들을 몸 밖으로 내보내는 현상이다. 성숙한 여성의
생식기는 임신을 위해서 여러 가지 준비를 하는데, 난자를 성숙하게 만들어 난소에서
배출시키는 일과 동시에 수정된 난자가 자궁에 붙어서(착상) 자랄 수 있도록 자궁내막
을 두텁고도 울창하게 만드는 일을 한다. 그런데 그러한 준비가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
고 난자가 수정되지 않으면 난자는 죽고, 두터워진 자궁내막은 떨어져 나오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생리혈이며 이러한 일은 약 28일을 주기로 반복된다.
  생리통은 이 두터워진 자궁내막이 생리혈로 떨어질 때 느끼는 통증을 말한다. 이 생
리통은 신체가 정상적인 경우에라도 약간씩은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우리가 신체의
다른 부위에 생긴 상처가 아물어서 딱지가 떨어질 때나 허물이 벗겨질 때 아픔을 느끼
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생리현상의 조건이 완전한 상태에서 일어나는 자궁내막의
탈락은 원래 통증이 거의 없다.
  따라서 생리통이 느껴질 때는 이미 정상적으로 자궁내막이 떨어지는 정도의 아픔은
아니다. 아주 심한 통증을 느끼게 되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즉 별다른 질병
이 없는 원발성과 자궁내막에 이상이 생겼거나 혹이 생긴 여파로 인한 속발성으로 나
눌 수 있다.
  원발성 생리통은 대부분 출산을 아직 경험하지 못한 젊은 여성에게서 많이 발생한
다. 즉 출산을 한 번 하게 되면 아기가 지나갔기 때문에 자궁의 입구가 느슨해져서 생
리혈이 수월하게 배설되어 통증도 일어나지 않는 데 반해, 미산부는 자궁경관이 좁아
서 생리혈이 지나가기 어렵다. 이렇게 자궁의 내부에 생리혈이 가득차게 되면 그 압박
으로 인해 아픔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생리 첫날과 둘째날 통증이 심하다). 이렇게 특
별한 질병이 없으면서 생리통이 심한 경우에 아스피린이나 아세트아미노펜 그리고 이
부프로펜 등을 비롯한 시판 진통제를 한 달에 한 번 정도 사용하는 것은 그다지 해롭
지는 않다(이러한 해열 진통제들은 자궁을 강하게 수축시키는 '프로스타그란딘'의 생
성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러한 원발성 생리통으로 고생하던 여성도 결혼
을 하고 출산을 하게 되면 거의가 그러한 고통으로부터  해방된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것은 속발성 생리통이다. 즉 출산을 경험한 중년 여성에게 자궁
의 질병으로 인해 생리통이 유발되는 것이다. 생리통을 유발하는 자궁의 질환으로는
자궁근종과 자궁내막증이 있다.
  자궁근종이란 자궁 속에 혹이 생겨서 그 때문에 근육의 긴장이 커지고 생리 때마다
통증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이러한 혹이 암일 가능성은 별로 없다). 이러한 경우에는
생리기간 내내 통증이 지속되는 특징이 있다. 그런데 자궁 바깥쪽에 생기는 근종은 상
당히 크게 자라도 전혀 통증이 없으며 자궁내막의 바로 아래나 뒤쪽에 근종이 생기면
생리혈의 양은 무척 많아지지만 통증은 별로 없는 등 예외적인 현상을 보일 때도 있
다.
  다음으로 자궁내막증이란 자궁 안쪽을 싸고 있어 생리 때마다 탈락되어 배출되는 자
궁내막이 원래 자궁 속에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알 수 없는 원인으로 난소 속에 섞
여 들어갔거나 '더글라스와'라고 하는 자궁과 직장 사이, 즉 뱃속에 드문드문 흩어져
있는 경우가 있어 생리 때마다 그곳에서 출혈을 일으키고 통증이 일어 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통증이 일어날 뿐 아니라 특히 난소 속에 내막이 섞여 있으면 생리 때
출혈이 나올 곳이 없기 때문에 조금씩 난소 속에 괴어, 1~2년 지나는 사이에 묵은 혈
액이 마치 초콜릿같이 응고되어 난소 속에 쌓이게 되는 경우까지도 있다. 이러한 자궁
내막증이 있는 경우 생리기간뿐 아니라 생리가 끝나도 통증이 계속되고 요통이 나타나
기도 한다.
  이상과 같은 자궁근종과 자궁내막증에 의한 속발성 생리통은 이미 말했던 것처럼 중
년기 이후의 여성에게 많이 나타나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해열 진통제로 덮어 놓으려고
하지 말고 산부인과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은 후에 진통제를 사용하여야 한다.
  여성의 생리에 관계된 통증에는 생리혈이 배출될 때가 아니라 배란이 될 때 나타나
는 배란통도 있는데, 이러한 경우에는 경구 피임약(상품명: 미니보라, 마이보라)을 사
용하여 배란을 억제함으로써 통증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 이용되기도 한다.

  신경통과 진통제
  "얘야, 비올 것 같다. 빨래 걷어라" 하시는 할머니의 말씀은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일기예보로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약국에서 유난히 파스류를 찾는 환자가 많은 날은
비가 올 확률이 크다고 한다. 이렇게 비가 올 때나 날씨가 흐릴 때 할머니의 허리나
무릎 그리고 온몸의 뼈 마디마디가 아픈 것을 우리는 신경통이라고 표현한다. 그러면
이러한 신경통이 왜 생기며, 어떤 종류가 있는지, 그리고 신경통에 사용하는 진통제는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아보자. 먼저 신경통이 발생되는 이유를 알아보면, 그 이유를
확실하게 알 수 있는 신경통과 그 이유를 알 수 없는 신경통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일
반적으로 후자의 것을 본태성 신경통이라고, 전자는 속발성 신경통 혹은 2차성신경통
이라고 부른다.
  원래 신경통이란 구체적인 병명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증상의 호칭일 뿐이다. 우리
몸 안에는 숱한 신경이 사통팔달 달리고 있는데, 우리 몸이 외부의 충격을 받거나 내
부에서 이상이 생기면 그 부위의 신경이 자극을 받아서 아픔을 느끼게 된다. 그러한
분명한 자극에 의한 통증을 신경통이라고는 부르지 않는다. 그런데 어떠한 이유에 선
지 구체적인 자극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신경이 달리고 있는 길을 따라 통증이 일어날
때 그것을 신경통이라고 한다.
  신경통의 전형적인 증상은 갑자기 찌르르 하는 무척 강한 전기의 충격과 같은 통증
을 느끼게 되는 것인데, 계속되는 것이 아니라 간헐적으로 아팠다가 좀 덜했다가 하는
특징을 보인다.
  본태성 신경통의 경우 현대의학도 아직 그 원인을 정확히 규명해 내지 못하고 있다.
즉 신경통 환자가 숨진 뒤에 해부도 해 보고, 그 신경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아도 전
혀 이상한 곳을 찾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그 원인을 알 수 없으므로 그 뚜렷
한 치료법도 없는 단계이다.
  속발성 신경통은 여러 가지 병으로 신경이 압박당해서 일어난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 원인이 되는 병들을 살펴보면 당뇨병, 납중독, 알코올중독, 뼈의 변형과 암세포에
신경이 침윤되거나 압박을 받았을 때, 그리고 대상포진이라는 헤르페스성 질환을 앓고
난 뒤에 생기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신경통은 본태성과 속발성을 막론하고 40~50대 이후의 사람에게 많고, 여성
이 남성보다 1.5배 가량 많이 발생한다.
  다음으로 신경통이 일어나는 부위별로 살펴보면, 3차신경통(주로 아랫입술이나 아랫
턱 그리고 콧등이 아프다), 설인신경통(혀의 안쪽에서 귀에 걸쳐 날카로운 통증이 퍼
진다), 늑간신경통(갈비뼈에 붙어 있는 신경에 발작적으로 심한 통증이 온다), 좌골신
경통(허리에 서 엉덩이와 넓적다리 그리고 종아리까지 이어지는 통증이 온다) 등이 있
다.
  여기서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좌골신경통의 경우는 그 90%가 척추의 변형이나 디
스크 등으로 신경이 짓눌려서 생기며 그 외에 척수의 종양, 납중독 등으로 유발되기도
하므로 좌골신경통을 노인네의 고질병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그 원인이 되는 질환을 찾
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요추에 이상이 있어서 좌골신경통이 생기는 것과 마찬가
지로, 무거운 것을 머리에 이는 습관이 있다든지 하여 목뼈의 이상이 온 경우 어깨에
서 팔꿈치 그리고 팔목까지 통증이 이어 지기도 한다. 이렇게 통증의 부위나 원인의
진단에 따라 치료를 받고도 계속되는 신경통으로 시달리는 환자가 우리 주변에는 무척
많다. 그러한 사람들은 많은 경우 진통제중독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된다.
  신경통을 가라앉히기 위해서 사용되는 진통제도 앞에서 언급했던 다른 통증의 진통
제와는 크게 차이가 없다. 물론 이럴 때는 해열 작용이 강한 것은 필요없으므로 진통
작용의 효력에 초점이 맞춰진다. 따라서 아스피린이나 아세트아미노펜보다는 이부프로
펜이나 디클로페낙 그리고 메페남산, 피록시캄, 설린닥 같은 진통제가 더욱 많이 사용
되며 대부분 시판하므로 쉽게 구할 수 있다.
  이러한 진통제들은 앞에서도 이미 말했던 것처럼 원인 치료제가 아니며 오래 사용하
면 위장, 간장, 신장 등에 심각한 장애를 유발시킬 수 있으므로 꼭 필요한 때에 적량
을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약들로도 통증이 가라앉지 않는 경우에는 마약성 진
통제인 모르핀을 쓰기도 하는데 그것은 마약이므로 엄격한 제제 속에 의사의 판단으로
만 사용하게 되어 있다.
  진통제는 복용하는 약뿐 아니라 파스류와 같이 외용제제도 많이 있다. 이러한 파스
류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만성 신경통에는 혈행 효과를 좋게 하는 후끈후끈한
파스(온파스)가 좋으며 반대로 삐었다거나 외부 충격으로 염증이 생겨 부었을 경우에
는 혈관을 수축시키는 작용이 있는 시원한 파스(냉파스)가 좋다.
  그런데 온파스는 피부에 대한 자극이 너무 강하여 여성의 피부나 남성이라도 피부가
약한 사람은 사용하기에 적당하지 않기 때문에 무자극성 파스도 새로이 시판되고 있
다. 또한 침술의 원리를 응용하여 경혈 자리에 붙이는 자석파스류도 시판되고 있다.

  신경통의 생활요법
  신경통은 원인이 불확실하고 치료가 불가능할 때도 많아 진통제를 사용하기보다는
물리적인 요법을 사용하는 것이 유리할 경우도 많다. 즉 냉, 온찜질을 하 거나, 온천
에 들어가서 몸을 따뜻이 하거나, 안마같이 주무르는 방법들을 사용 할 수 있다. 또한
통증은 불안한 상태에 있을 때 더 심하게 느껴지므로 마음을 편하게 하고 잠을 푹 자
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런데 이렇게 신경통이 찾아왔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도 좋겠지만 평
소에 신경통을 앓았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 다시 그런 통증에 시달리지 않기 위해서 사
용할 수 있는 생활요법을 두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1 마늘을 으깨 먹는다
  마늘은 우리 민족에게 매우 사연이 많은 식품이다. 단군 신화에 나오는 곰과 호랑이
가 여인이 되는 시험을 쑥과 마늘로 거쳤다지 않는가? 우리 민족의 역사를 5천 년이라
고 보는데, 아마도 마늘은 5천년의 역사 동안 우리 민족의 저력을 키워 온 요인 중 하
나이다.
  이렇게 우리 민족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 마늘 속에는 '알리 신'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다. 그런데 이 알리신이 신경통을 진정시키는 작용을 한다. 즉 알리신은 통증
이 일어나고 있는 신경에 자극을 주어 통증을 제거한다.
  한편 알리신은 마늘을 통째로 먹거나 익혀서 먹으면 그 효과가 많이 떨어지며 마늘
이 파괴되어 효소가 밖으로 나와야만 알리신이 라는 물질이 만들어진다. 즉 마늘은 잘
으깨 날것으로 먹어야 효소의 반응이 활발해져서 많은 양의 알리신이 만들어진다는 것
이다.
  또한 이 마늘을 으깰 때 생기는 알리신은 비타민 Bl과 쉽게 결합하여 '아리사이아
민' 이라는 합성물을 만드는데, 신경통에 대한 효과는 알리신이 단독으로 사용되었을
때보다 아리사이아민 쪽이 더 크다. 신경에 대한 자극이 훨씬 더 강력하고 지속 시간
도 길다.
  그리고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신경통에 매우 좋은 효과를 주므로 비타민 B
l과 단백질이 듬뿍 함유되어 있는 식품-콩이나 간 등-을 마늘 으깬 것과 함께 오랫동
안 먹으면 신경통의 해소에 큰 도움이 된다. 단 생미역을 한 조각 먹어 마늘 냄새가
나는 것을 막는 예절도 몸에 익히면 더 좋겠다.
  #2 표고버섯 우린 물은 마신다
  표고버섯을 요리할 때 표고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 물에 담갔다가 쓰는데 이때 나온
떫은 맛이 나는 물은 대부분 버린다. 그런데 그 표고버섯 우린 물(표고 엑스)이 무릎
과 허리가 아픈 신경통에 효과적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표고 엑스는 특히 혈중 콜레스
테롤이 높은 환자의 신경통에 효과적이라고 한다.
  표고 엑스에 함유되어 있는 성분이 무엇인지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말
린 표고에는 비타민 D의 모체인 '에르고스테롤' 이란 물질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이
비타민 D는 골격의 형성에 가장 중요한 비타민이므로 이 성분이 뼈를 강하게 하여 주
변의 신경에 통증을 유발하지 않도록 억제하지 않을까 추정하고 있다. 또한 관절 주변
의 힘줄이나 물렁뼈의 움직임을 부드럽게 하는 어떤 성분이 있다는 추정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표고 엑스를 만드는 방법은 말린 표고 중에서도 동고라 불리는 작은 알맹이 30g을
14~20도의 물 1리터에 담가 하룻밤 우린다. 이 물을 하루에 한 컵씩 계속해서 마신다.
비위에 맞지 않아서 마시기 힘든 사람은 한 번 끓였다가 식힌 후에 마셔도 좋다.

  진통제를 사용하기 전에
  아스피린을 비롯한 아세트아미노펜, 이부프로펜, 메페남산, 피록시캄 등의 진통제를
우리의 일상 생활에서 거부감 없이 사용하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사실
아스피린이 처음으로 시판된 때는 1899년이고 그 이전에는 아편에서 추출한 모르핀이
진통제로서 주로 사용되었다. 모르핀이 처음으로 추출된 것은 1801년이며 그 이전에는
아편이나 버드나무 가지를 삶아서 사용했다. 한편 동양 권에서는 진통제로 수많은 생
약의 한약제가 이용되고 있는데 지금 까지도 계속 이용되고 있다.
  그런데 모르핀의 마약성은 매우 위험하기 때문에 그 자리를 아스피린으로 대치해 왔
지만 아스피린 역시 약100년간 사용해 오면서 많은 부작용이 밝혀졌다. 현재는 그것을
대신하고 더 우수한 효과를 내기 위한 해열 진통제가 계속 개발, 시판되고 있다.
  그러나 해열 진통제의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무단히 노력해 왔지만 개발한 후 상당
시간이 지나면 예기치 못했던 새로운 부작용이 나타나 사용하는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해열 진통제를 사용하려는 사람은 그에 앞서 다음과 같은
주의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1 통증의 원인을 분명히 파악한 후에 진통제를 사용한다
  우리 몸이 느낄 수 있는 통증의 원인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누구에게 맞았
다든가, 칼에 베었다든가, 곪았다든가' 하는 눈으로 보아도 알 수 있는 통증에서부터
암 말기에 이르러 생명이 다해 가는 상태에서 갑자기 나타나는 통증까지 있다. 또한
그 원인을 알기 어려운 통증도 많아 전문가도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질병이 원인인 경
우도 적지 않다.
  따라서 우리 몸의 일부에 통증이 나타나면 그 원인을 반드시 밝혀 내고, 그 원인을
제거하는 노력과 함께 진통제를 사용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야만 한다. 진통제는 결
코 치료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환자들 중에는 '누가 어떤 약을 쓰니까 잘 낫더
라' 하는 말에 매우 솔깃해져서 원인 질환을 찾기 전에 우선 당장 따라하는 경향이 있
다. 물론 통증을 견디기 힘들어서 그렇겠지만 결코 그러한 행동이 몸에 이롭지 않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2 진통제는 가려 써야 한다
  물론 진통제는 어떤 종류의 통증에든 다소 효과가 있지만, 효과의 측면에서 몇 가지
로 나눌 수 있다. 몸에서 열이 나고 통증이 있을 때는 해열 작용이 있는 진통제를 사
용해야 한다. 해열 작용이 있는 진통제로는 아직도 아스피린이 많이 쓰이고 있지만 아
세트아미 노펜과 이부프로펜의 사용이 점점 늘고 있는 추세이다. 이들 모두는 발열 물
질이나 통증 물질을 억누름으로써 아픔을 가라앉히는 역할을 한다.
  진정 작용을 주로 하는 진통제도 있는데, 이런 진통제는 아픔으로 적게 받아들이도
록 마음을 변화시키는 작용을 하는 진통제이다. 그리고 진통제와 진정제를 혼합한 약
도 많이 쓰이고 있다.
  그 밖에 목이나 어깨가 뻐근할 때와 같이 근육이 뒤틀리는 것을 막아 주는 진경 진
통제도 있는데, 경련을 멈추고 아픔을 가라앉히는 종류이다.
  이렇게 진통제에는 효력면에서 여러 가지 종류가 있지만 보통 시판되는 약은 해열
진통 소염제라고 생각하면 별다른 무리가 없다.
  #3 같은 약의 계속적인 사용은 피한다
  모든 약에는 부작용이 있지만 특히 진통제에는 소화가 잘 안 되거나 위와 장이 나빠
지기도 하고 적혈구나 백혈구 등의 혈액의 구성 성분이나 신장에 장애를 일으키기도
한다. 그런데 그러한 부작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통제를 계속해서 사용해야 한다면
같은 약의 연용은 피해야 한다. 즉 진통제의 부작용은 각각의 약마다 다르므로, 효과
가 좋다고 한 가지 약을 오래 사용하면 부작용이 발생한 장기가 심하게 손상되기 때문
이다.
  #4생활요법을 실천한다
  우리 나라 속담에 '화장실 들어갈 때 다르고 나을 때 다르다' 라는 말처럼, 몸이 아
파서 진통제를 사용할 때 '이 통증이 가라앉으면 운동도 좀 하고 휴식도 좀 취해서 다
시는 진통제 신세를 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라고 다짐하다가도 진통제 몇 알로 통
증이 가라앉으면 그때의 다짐을 까맣게 잊어 버린다.
  실제로 별다른 질병 없이 통증이 유발되는 경우에는 진통제를 사용하면서도 마음이
불편한 것은 사살이다. 그러나 많은 경우 알약 하나의 편리함에 길들여져서 자신의 몸
을 단련시키는 사람이 드문데, 지금부터라도 평소에 몸을 가꾸는 습관을 들여 나가는
것이 현 명할 것이다. 아침 저녁으로 맨손체조라도 꾸준히 하고, 되도록이면 많이 걷
고, 틈나는 대로 등산도 하고, 영양소를 고루고루 섭취하도록 습관을 들이자.
  또한 한 알의 진통제를 찾기 전에 칡차(칡 속에는 '다이제인'이라는 진통, 진경 작
용을 하는 물질이 들어 있다)나 유자차(유자에 들어 있는 '구연산'은 우리 몸의 신진
대사를 촉진시켜 오랫동안 복용하면 각종 통증을 해소하는 작용이 있다)등 적절한 자
연식품을 이 용하는 방법도 적극적으로 시도해 보자.

항생제 이야기

우리 나라는 항생제의 천국
  최근에는 외국에 장기적으로 출장을 나가거나 여행을 하는 사람이 무척 많아졌다.
그런데 그렇게 외국으로 나가는 사람들이 반드시 준비해 가는 물건들 중에는 으레 상
비약이 포함되어 있기 마련이다.
물론 외국에 나가면 말이 잘 통하지 않는데, 갑자기 아프기라도 하면 곤란해질 것이
분명하므로 현명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 중에는 말도 잘 통하고 그 쪽 물정을 잘 아는 사람이면서도 꼭
준비해 가는 약이 있으니, 바로 항생제이다. 선진국에서는 의약분업이라는 제도 아래
약의 처방은 반드시 의사가 하고, 약의 조제나 판매는 반드시 약사가 하도록 역할을
분리하고 있다. 따라서 상처가 나서 곪아 터져도 병원에서 의사에게 처방 받지 않고는
약국에 가서 아무리 사정하여도 항생제를 구입할 수 없다. 왜냐하면 항생제는 치료의
약품으로 구분되어 판매에 엄격한 제한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의약분업이 되어
있지 않은 일본 같은 나라에도 항생제만큼은 판매에 제한을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나라의 경우는 어떠한가? 열이 조금 올라도 항생제, 배가 아파도 항생
제, 이가 아파도 항생제, 머리가 아파도 항생제, 기침만 해도 항생제, 콧물, 재채기에
도 항생제, 벌레에 물려도 항생제, 피부습진에도 항생제, 신경통이 심해져서 붓고 아
파도 항생제 ... 이런 식이다.
  약사들은 약국에서 환자를 대하다가 무슨 병이든지 무턱대고 항생제를 찾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곤 한다. 더구나 환자 스스로 '몇백 원짜리' 또는 '몇 밀리짜
리'라고 지정해서, 그것도 본인이나 다른 어른을 통하지 않고 어린이에게 심부름을 시
키는 사람들까지 있다고 하니 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우리 나라는 의약분업제도가 확립되어 있지 않고, 아무런 규제도 하지 않고 있기 때
문에 항생제를 아무나, 언제나, 어디서나 구입하여 사용할 수 있는데, 그러한 의미에
서 항생제의 천국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는
항생제를 선진국에서는 왜 철저히 규제하는지, 우리가 알고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을
까?
  그러한 의미에서 먼저 항생제는 무엇인지, 어떤 종류가 있는지 알아보기로 하자.

  항생제의 정의와 종류
  항생제라는 용어의 뜻은 '미생물이 만들어 낸 물질로서 미생물의 발육을 저지하는
물질'이다. 여기서 미생물이라고 말할 때, 앞의 미생물은 사람에게 이로운 것이고 뒤
의 미생물은 사람에게 해로운 것이다.
  사람의 몸에 들어와서 유해한 작용을 하는, 즉 질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은 세균, 리
케치아, 바이러스, 곰팡이, 원충 등 크게 다섯 가지로 나뉜다.
  이렇게 사람에게 질병을 일으키는 균(미생물)에 대해서 치료 효과가 있는 의약품을
'항균성 화학요법제'라고 부르는데, 이러한 범주에는 '항생제' 말고도 '화학적 합성유
기항균제'가 있으며, 보통 화학요법제라고 하는 이 의약품의 예에는 결핵약 '아이나'
와 주로 방광염에 쓰이는 '설파제(상품명:박트림)' 등이 있다.
  질병을 유발시키는 미생물 중에서 항생제가 가장 자주 그리고 일반적으로 쓰이는 대
상은 세균이다. 항생제는 염증을 일으키는 여러 원인들 중에서도 특히 세균을 죽임으
로써 염증을 치료하는 약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럼 우리에게 염
증이라는 병을 가져다 주는 세균이란 놈들은 어떻게 생겼는지 살펴보자.
  이 세균(박테리아)이라고 하는 미생물은 생긴 모양에 따라 우선 분류된다. 길다란
막대처럼 생긴 세균은 간균, 둥근 공처럼 생긴 균은 구균, 둥근 공이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생긴 균은 연쇄상구균, 둥근 공이 포도송이처럼 모여 있는 균은 포도상구균이
라고 한다. 물 론 이 균의 종류에 따라 발생되는 질병도 각각 달라진다. 혹시 여러분
중에서 여름에 상한 단팥빵을 먹고 식중독에 걸려 배탈 나고 열이나 고생한 경험이 있
다면 그것은 포도상구균에 의해 발병한 것이다.
  한편 세균은 '그람'이라는 사람이 만든 염색액에 의해 염색되는 세균과 염색되지 않
는 세균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이러한 구분법을 그람 염색법이라고 하는데, 염색되는
것은 '그람 양성균', 염색되지 않는 것은 '그람 음성균'으로 나누기도 하는 것이다.
  이렇게 서로 다른 방법으로 구분하는 이유는 생긴 모양에 의해서는 각각 다른 질병
이 발생하곤 염색여부에 의해서는 유효한 항생제의 범위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미생물의 종류와 유효한 항생제를 연결지어 보면 다음과 같다.
  #1 그람 양성균(일반 화농증, 폐렴, 기관지염, 임질균, 가스괴저균, 녹농균)에만 작
용하는 항생제:페니실린, 바시트라신, 린코 마이신, 조사마이신.
  #2 그람 음성균(이질, 설사, 장티푸스, 식중독, 백일해 등)에만 작용하는 항생제:
폴리믹신, 콜리스틴
  #3 그람 음, 양성균에만 작용하는 항생제: 세팔로친, 세팔로리딘, 스펙티노마이신
  #4 그람 음, 양성균과 항산성균(결핵성 질환)에만 작용하는 항생제:스트렙토마이신,
가나마이신, 네오마이신, 사이클로세린
  #5 주로 그람 양성균, 리케치아, 바이러스에 작용하는 항생제:에리스로마이신, 로이
고마이신
  #6 주로 그람 음, 양성균, 리케치아, 바이러스에 작용하는 항생제:클로람페니콜, 테
트라사이클린, 겐타마이신, 메타사이클린, 독시사이클린
  #7 곰팡이, 원충에 작용하는 항생제:트리코마이신, 나이스타틴, 그리세오풀빈, 암포
테리신
  #8 항암 작용이 있는 항생제:사르코마이신, 마이토마이신, 크로모마이신, 불레오마
아신

  이렇게 항생제의 종류가 많은 것은 바로 사람의 몸 안에서 질병을 일으키는 미생물
의 종류도 수없이 많기 때문이다. 항생제의 종류는 이와 같이 복잡다양하기 때문에 병
원균의 종류, 내성, 감수성, 부작용에 대한 예민성 등을 과학적으로 시험하는 균검사
를 통하지 않고 항생제를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 시판되고있는 내복 항생제의 종류는 약 50가지이며(성분으로만 나누
어서),   1포장 단위도 50mg, 100mg, 150mg, 250mg, 300mg, 400mg, 500mg 등 매우 다
양하다.     이렇게 여러 종류의 항생제가 시판되고 있는 이유는 그만큼 병원균도 다
양하고 그에 대한 항생제의 효과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항생제와 인간의 수명
  항생제의 숫자가 이렇게 많은 것은 우리의 생명과 건강을 위해 다양하게 기여하는
것임을 말해 주고 있기도 하다. 먼저 항생제가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 약인지 인간의
수명 연장의 역사를 통해 알아보기로 하자.
  1991년의 우리 나라 사람들의 평균 수명이 남자 68세, 여자 76세라는 통계가 일전에
보고되었다. 세계에서 제일 오래 산다는 일본의 평균 수명을 보면 남자 79세, 여자 86
세를 근접하고 있다고 한다.
  1905년~1910년 사이에 실시된 인구조사에 의하면 당시의 평균 수명이 남자 22.4세,
여자 24.2세로 나타났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22여 년밖에 못 살았다는 말은 아니다.
영유아의 사망률이 매우 높았기 때문에 평균 수명을 많이 단축시킨 것이다.
  그러면 이렇게 연장된 수명과 증가된 삶의 기회는 어디에서 비롯 되었을까?
  이 수명 연장의 역사를 뒷받침해 주는 요소들은 다양하게 존재한다. 그러나 그 많은
요소들 중에서 항생제와 그의 선조 백신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 나라 사람들의 사망요인이 정부에 의해서 공식적으로 조사되기 시작한 것은 전
쟁이 끝나던 해인 1953년부터였다. 1948년 정부 수립 후 얼마되지 않아서 발발한 전쟁
때문에 그 전까지는 공식적으로 사망이나 출생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지지 못하였던 것
이다.
  1953년 처음으로 실시된 우리 나라 사람들의 사망요인 조사에서 가장 큰 요인으로
드러난 것은 결핵이었다. 그리고 폐렴과 기관지염이 4위로, 감염 및 기생충성 질환이
8위로 드러났다. 그리고 당시의 평균 수명은 남자 48세, 여자 53세 정도였다.
  1958년~1959년 사이의 주요 사망요인 중 1위는 폐렴 및 기관지염이었고 2위는 결핵
으로 드러났다. 이때는 폐렴 및 기관지염으로 인구 10만 명에 73.8명이 사망하였고,
결핵으로 인구 10만 명에 39.5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1966년~1967년 사이의 주
요 사망요인 1위는 역시 폐렴 및 기관지염이었고 2위는 결핵으로 드러났다.
  1974년의 주요사망요인에서는 큰 변동이 일어났는데 악성신생물 즉 암이 제1위로 부
상되었고, 폐렴 및 기관지염은 4위로 떨어졌다.
  그리고 1980년에는 결핵이 제8위가 되었을 뿐 폐렴은 10위에도 들지 않게 되었다.
  이러한 큰 변화의 요인은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즉 영양상태의 개선, 주거환경
의 개선, 교육수준의 향상 등 많은 요인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
을 끼친 요인 중 하나가 바로 항생제임을 부인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위의 사망
원인에서도
보았듯이 수명 연장의 역사 이면에는 각종 균을 정복한 역사가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20세기초의 평균 연령을 22~3세로 묶어 놓았던 것은 다름아닌 '염병' '괴질' '역질'과
같이 각종 균에 의한 질병이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항생제의 사촌 맏형, 천연두 백신
  이렇게 항생제가 우리들 인간의 생명과 건강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그러면 이러한 항생제는 어떻게 만들어졌고 또 발전되어 왔는가에 대해서도
알게 되면 항생제를 사용하는 데 있어서 주의할 점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항생제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그의 사촌 형뻘 되는 백신에 대
해 잠깐 언급하는 것이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백신은 주로 우리들에게 왠지 두렵고 아픈 불주사 같은 예방 주사로만 인식되어 있
지만, 요즘은 소아마비나 장티푸스 백신과 같이 먹는 형태로 개발되어 있기도 하다.
  백신이 처음으로 이용된 것은 천연두를 퇴치하기 위해 이용된 인두법으로, 500년경
중국에서였다. 즉 천연두를 앓고 있는 환자의 상처에서 고름을 약간 채취하여 천연두
를 앓지 않은 건강인에게 상처를 내고 발라 주는 이독제독의 방법이었던 것이다. 이
러한 이독제독의 인두법이 어떻게 해서 시작되었는지는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지만,
아마도 '이열치열'의 방법을 응용한 '우연한 경험적 발견이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해 본다.
  이와 같은 인두법은 중국에서 아랍을 거쳐 아프리카와 유럽(1700 년경)으로 전해졌
으며, 또다시 미국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인두법이 전해지면서 인두법이 법적으로 제도화되기도 했으나(1760 년경 워
싱턴 장군은 모든 미국 군인에게 접종을 받도록 명령), 그의 부작용에 대한 논란도 적
지 않았다. 왜냐하면 인두를 통해 천연두가 오히려 악화되어 죽는 일이 벌어졌을 뿐
아니라, 천연두를 앓는 환자에게 천연두가 아닌 다른 질환이 있을 경우에는 천연두를
피하려다 다른 질환을 얻게 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영국의 시골 의사였던 에드워드 제너가 사람이 아닌 소에서 고름을 채취
하는 방법 즉 '우두법'을 1798년에 발견해 냄으로써 천연두와 인간의 싸움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되었다.
  우두법은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가 수많은 사람을 죽음과 흉한 반흔으로부터 구해 냈
다. 우두법은 인두법이 전달된 경로를 반대로 밟아 중국으로 유입되었으며, 마침내는
우리 나라에도 정약용과 지석영에 의해 우두가 시술되었다. 우두종두가 우리 나라에서
얼마나 널리 실시되었는가는 1911년 6월 당시 전국의 종두업자 수가 1,135명에 달했다
는 사실만 가지고도 넉넉하게 알 수 있다.
  1798년 시행되기 시작한 우두법 이래로 180년이 지난 1977년, 드디어 이 지구상에서
천연두는 사라졌고 국제보건기구에서는 천연두가 퇴치되었음을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요즘에 태어나는 아이들은 우두를 맞지 않을 뿐 아니라, 곰보 자국을 지닌 아이도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런데 천연두 백신인 우두법이 시행되면서 다른 전염병의 백신도 함께 개발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여러분의 오해이다. 천연두 백신에 이어 두번째로 백신
이 등장한 것은 그로부터 90 년이나 지난 1881년이었다.

  백신과 항생제
  1880년 당시 미생물이 병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밝혀 낸 파스퇴르와 동료 과학자들은
드디어 한 세기 전 1789년에 그들의 선배인 제너가 발견한 종두법에서 힌트를 얻어 탄
저병 병원체의 시체(사균)를 이용해 탄저병 백신을 만들었다. 그 후에 다른 전염병의
백신들은 빠른 속도로 개발되어 나갔고, 당시 만연하던 각종 전염병도 퇴치되기 시작
하였다.
  그러면 우두에 이어 두번째의 탄저병 백신이 개발되기까지 왜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렸을까?
  파스퇴르와 동료 과학자들이 전염병은 병원균이라는 미생물에 의해서 발생, 전염된
다는 '전염설'을 확립하기 전, 유럽에서는 상당히 우랫동안 '장기설'이 유력한 전염병
발병이론으로 일반화되어 있었다. 즉 전염병이 썩은 공기에서 발생한다는 주장이었다.
  이러한 장기설은 식민지와의 무역으로 돈을 번 당시 권력층에 의해 강력히 지지되고
있었다. 만약 전염설이 확립될 경우 모든 항구에서 검역과 격리가 실시되어야 하는데,
무역을 하는 자신들에게 불편과 불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 확실하였으므로 전염설이 확
립되지 못하도록 모든 압력을 행사했던 것이다.
  따라서 과학자들이 전염설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현미경을 통해서 균의 존재를 밝히
고, 한천배양액에 균을 배양시키는 등의 방법을 이용해서 세균의 존재를 확실히 증명
하고, 또한 그 세균이 질병을 일으키는 감염원이라는 사실을 밝혀 내야만 했다.
  진실과 권력 사이에서 파스퇴르나 코흐 같은 과학자들은 엄청난 노력을 쏟아부어,
드 디어 세균의 존재와 세균 때문에 전염병이 발생된다는 사실을 밝혀 내게 되었다.
물론 이러한 과학자들의 노력에 무려 300년이나 앞서 1590년경 폴란드의 얀센이라는
사람이 현미경을 만들어 놓았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제너가 우두법을 개
발할 때는 현미경을 통한 실험은 실시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일단 전염설을 입증시킨 과학자들은 그에 만족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들의 연구
와 노력의 목적이 인간을 질병에서 구해 내는 데 있었기 때문이다. 계속되는 실험과
관찰 그리고 천연두 백신으로부터 얻은 영감을 통해, 인류를 각종 전염병으로부터 구
출하는 데 선구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던 백신도 개발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본격적인 백신 개발의 시대로 접어들 당시에는 아직 백신이 어떤 기전으로
면역을 형성하게 되는지 정확하게 규명하지는 못한 상태였고, 다만 경험적으로 우두의
방법을 빌려 와서 이용하였다고 볼 수 있다. 백신이 면역을 형성하는 기전은 생리학과
병리학이 더 발전한 후에 밝혀졌는데, 병원균의 시체나 생균을 약화시킨 것(항원이라
고 부른다)이 우리 몸에 들어가면, 그것을 무독화시킬 수 있는 항체가 생성되는 기전
으로 면역이 형성된다.
  백신이 개발되어 수많은 사람들이 예방 주사를 통해 전염병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 것은 커다란 행운이었지만 그렇다고 모든 전염병과 세균의 감염을 백신으로
막아 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모든 전염병에 대한 백신이 개발된 것은 아니었고, 예방 주사를 접종하고도 감염되
는 예도 많았으며, 또한 모든 사람이 모든 예방 주사를 맞기는 어려웠다.
  따라서 백신이 개발되고 나서도 전염병의 유행은 계속되었고, 사망자수가 상당히 줄
긴 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죽어 갔다. 물론 '606호' 같은 화학요법제가 이미 개
발되어 사용되기는 했지만 부작용이 많았고 치료 효과도 화실하지는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로이 개발된 것인 항생제이다.
  최초의 항생제는 1928년 플레밍 박사가 푸른곰팡이에서 개발한 페니실린으로, 후에
2차대전 당시 수상이었던 처어칠 경을 폐렴에서 극적으로 구출해 낸 사건은 많은 사람
들이 잘 알고 있는 일이다.
  그런데 백신과 항생제가 사촌뻘이라는 이유는, 모두 전염설이 확립된 후 그 과학적
근거에 의하여 병원균과 전염병의 관계, 병원균의 증식 과정, 병원균의 약점 등을 연
구하는 과정에서 도출된 산물이라는 점에서이다.

  플레밍 박사와 페니실린
  1881년 영국의 농촌에서 가난한 농부의 9남매 중 여덟번째로 태어난 알렉산더 플레
밍은 고향에서 국민학교를 졸업한 후 런던으로 나와 공예학교 상업과를 졸업했다. 그
리고는 5년간 상선회사에 다니다가, 새롭게 공부를 시작하여 의과대학 시험에 전국에
서 1등으로 합격하고 1901년 10월 런던 세인트 메어리즈 의과대학에 입학하였다.
  의과대학에서 공부하는 동안 플레밍이 가장 흥미를 느낀 과목은 세균학이었다. 그
무렵 프랑스에서는 파스퇴른 독일에서는 코흐 등의 위대한 세균학자가 나와서 여러 가
지 전염병의 병원체를 발견해 내는 동시에 예방 접종 백신을 만드는데 성공하여 의약
학 연구에 모범이 되고 있던 터였다. 또한 세인트 메어리즈 의과대학 교수 중에는 유
병한 세균학자인 암로드 라이트 박사가 있었다.
  라이트 교수의 연구실인 예방접종연구실에 드나드는 가운데 플레밍은 '나도 세균학
을 연구하여 파스퇴르처럼 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법을 발견하자!'라고 결심하게 되
었고, 강의시간이 끝나면 언제나 라이트 교수의 연구실에서 현미경과 씨름하게 되었
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흐른 1928년 어느 날, 플레밍은 세인트 메어리즈 대학병원의 연
구실에서 포도상구균을 연구하고 있었다. 포도상구균을 연구하기 위해 그 균을 한천이
담긴 유리접시에 배양하던 중, 유리접시에 푸른곰팡이(학명:페니실리움 노타툼)가 번
식되 어 있는 것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플레밍이 그 유리접시를 쓰레기통에 버리려다가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어 자세히 들여다보니, 푸른곰팡이가 생긴 곳에는 포도상구균의 무더기가 말
끔히 없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거참 이상한 일이다. 푸른곰팡이가 있는 곳에 포도상
구균이 없다면, 혹시 푸른곰팡이에서 생긴 물질이 포도상구균을 없애 버리는 힘을 가
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한 플레밍은 그때부터 자나깨나 푸른곰팡이와 씨름
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플레밍은 마침내 푸른곰팡이로부터 포도상구균이나 폐렴균을 없애는 물질
을 뽑아내는 데 성공했고 그 물질을 '페니실린'이라고 이름지었다. 항생 물질 제1호이
자 의약연구에 혁명적 변화를 초래한 페니실린은 이렇게 해서 이 세상에 태어나게 되
었다.
  그러나 플레밍 박사가 분리하여 사용한 균주는 배양액 1ml당 1~2단위의 페니실린밖
에 생산하지 못하는 것이어서 그 실용성은 대단히 미약했다(페니실린의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보통 1회에 30 ~60만 단위가 사용되어야 한다).
  그래서 페니실린이 태어난 후에도 10여 년간은 그다지 큰 각광을 받지 못하였다. 그
런데 1939년 2차대전이 일어나자 병사들의 부상으로 인해 페니실린의 수요가 엄청나게
증가하였다. 또한 1941년 미국이 참전을 결정하게 되자 미국 정부는 미국의 한 제약회
사에게 거액의 자본은 투자하면서 페니실린을 대려 생산할 것을 요구하게 되었고, 마
침내 몇 톤이나 되는 커다란 탱크에서 페니실린이 대량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하여 작업 과정도 단순화되고 그만큼 노동력도 덜 들게 되었으며 따라서 생
산비도 낮출 수 있게 되었다. 2차대전 동안 수많은 군인과 일반인들이 페니실린으로
목숨을 건지고 감염증의 고통으로부터 해방된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페니실린의 형제들
  페니실린이 생산되기 시작한 초기의 형태는 주사제였다. 먹을 경우에는 위산 때문에
파괴되어 효과가 없어지기 때문이었다. 페니실린은 독성이 극히 적은 항생제이며 치료
효과가 아주 강하여 그야말로 이상적인 영약으로 전세계에 보급되었다. 그러나 아주
드물게 '페니실린 쇼크' 라는 무서운 부작용(페니실린 사용 후 발열, 피부감각 이상,
호흡곤란, 두드러기, 혈압저하, 의식상실, 무기력이 나타나고, 심한 경우 10분 이내에
사망하기도 한다)이 발생했다. 또 페니실린의 영향을 받지 않는 '내성'을 가진 포도상
구균이 나타나기 시작하였고, 내성균의 비율은 점점 높아져 갔다.
  따라서 이러한 페니실린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노력을 기울여
야 한다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게 페니실린이 개량되기 위해서는 그
의 구조를 알아야만 되는데, 미국과 영국이 합동으로 연구하여 페니실린의 구조가 확
정되고 마침내 여러 가지 신페니실린(페니실린의 동생들)이 개발되었다.
  더 값싸게 대량으로 생산하기 위한 방법을 개발하는 가운데 강력한 효과를 가진 페
니 실린 G가 태어났다. 또 주사약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었던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 노
력하는 가운데 페니실린 G가 태어났다. 그러나 페니실린 G도 페니실린 V도 내성균이
생기는 것에 대해서는 어찌할 수가 없어서 약 50여 가지의 페니실린의 동생들은 더 생
겨나야만 했다.

  항생제의 족보-항생제의 세대교체
  항생제 중 가장 먼저 세상에 태어난 페니실린은 주로 그람 양성 구균에 대한 효과가
뛰어났는데 점차로 효력이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세균이 페니실린에 대한 저항력을 가
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포도상구균이 쉽게 내성을 갖게 되어 페니실린으로 치료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졌다.
  내성 포도상구균은 페니실린 분해 효소를 가지고 있으므로 내성 포도상구균용 페니
실린은 페니실린 분해 효소에 의해 분해되기 힘든 성질을 가지도록 개발한 것이었다.
이렇게 개발된 내성 포도상구균 페니실린에는 메치실린(주사약), 옥사실린(내복약, 주
사약), 클 록사실린(내복약, 주사약) 등이 있는데, 이들을 신페니실린이라고 통칭한
다.
  페니실린이나 신페니실린은 주로 그람 양성구균에 작용하는 사용 범위가 좁은 항생
제였다. 따라서 그람 음성간균에 대해서도 유효한 페니실린을 만들어 내게 되었는데,
우리가 흔히 사용하고 있는 암피실린(내복약, 주사약), 아목시실린(내복약), 탈암피실
린(내복약), 바캄파실린(내복약) 들이 그것이다. 이들은 사용범위가 넓은 페니실 린으
로 반합성 페니실린 또는 스펙트럼 페니실린이라고 한다.
  이 밖에도 더욱 사용범위가 넓은 페니실린들도 많이 개발되어 페니실린계 항생제는
현저한 진보를 이루어 왔지만 연쇄구균이나 폐염구균과 같은 그람 양성구균에는 처음
개발된 페니실린이 가장 효력이 크다. 이러한 효력의 차이는 항생제를 사용하기 전에
반드시 균검사를 통하여 적절한 항생제를 찾아야 한다는 사실을 말해 주고 있다.
  이렇게 푸른곰팡이에서 페니실린계 항생제를 생산하면서, 또 다른 곰팡이에서도 항
생 물질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게 되었는데, 방선균(학명:스트렙토마이세스), 사
상균(학명:세파로스포리 움) 등이 바로 그들이다.
  방선균에서 산출한 스트렙토마이신은 1945년에 등장하여, 그 이전에 사용되고 있던
화학요법제와 함께 결핵치료에 특효약으로 수많은 사람을 구제하였다. 또한 일반적으
로 많이 사용하고 있는 에리스로마이신이나 테트라사이클린 같은 항생제도 같은 종류
의 균에서 생산되는 종류이다.
  사상균에서 산출하기 시작한 '세펨계 항생제'는 광범위 페니실린계 항생제와 유사한
작용을 하는 항생제로서 페니실린계 항생제보다 매우 유리한 장점이 있는데, 즉 내성
균에 대해서도 강한 살균력을 나타내는 것이다. 따라서 매우 독한 항생제로 알려져 있
는 세펨계 항생제는 세프라딘(상품명:브로드세프), 세파드록실(상품명: 듀리세프)과
같이 내복약으로 약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것도 있지만, 현재 병, 의원에서 주사제로
가장 많이 쓰이는 항생 물질이다.
  특히 세펨계 항생제는 세대 구분이 있어 제1세대, 제2세대, 제3세대에 이어 지금은
제4세대의 제품개발이 시도되고 있다. 이러한 세대의 차이는 항생제의 유효범위를 점
점 넓혀 나가려는 노력의 결과로 형성되었는데, 세대수가 높을수록 항균범위도 넓고
항균효과도 강력한 것이다. 따라서 원인으로 되는 균이 불명인 경우에도 사용할 수 있
는 항생제는 많아져서 일면 의약학의 발전을 느낄 수 있기도 하지만, 될 수 있는 한
원인균을 조사하여 그에 대해서만 가장 효과가 좋은 항생 물질을 사용하는 것이 원칙
이다. 우선 편리하다고 처음부터 제3세대에 속하는 광범위 항생제(이는 모두 주사제인
데, 세포탁 심등이 있다)를 안이하게 사용하다가 내성균이 생기게 되면, 결국에는 치
료할 약이 없어지는 불행을 당하게 된다. 항생제 사용을 잘못한 결핵 환자 중에는 돈
을 쌓아 놓고도 치료할 약이 없어 죽을 날만 기다리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병원에 가서 무턱대고 빨리 낫게 독한 주사를 놓아 달라고 말하면 제3세대 항생
제 주사의 사용을 자청하는 것이 되니, 이런 무리한 요구는 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그러면 이렇게 내성을 비롯한 항생제의 부작용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왜 존재
하는지'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로 하자.

  항생제와 같이 오는 불청객 1-내성균의 조성
  1942년 미국의 제약회사에서 페니실린이 대량 생산되기 시작하면서, 백신과 항생제
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인류를 세균의 무서운 위협 속에서 구해 내게 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인류에게 소중한 존재인 백신과 항생제에도 예기치 않은 현상이 발생하
게 되었으니, 그것은 곧 쇼크를 비롯한 부작용이다.
  외국의 경우 백신과 항생제를 비교해 볼 때 백신은 대부분 예방 주사의 형태로 병원
이나 보건소 등에서만 제한하여 접종하며 경구 투여(먹는 약)의 형태라도 마찬가지이
다. 따라서 일반 환자나 소비자가 쉽게 접할 수도 없을 뿐더러 발생되는 부작용에 대
해서도 병원을 비롯한 의료기관에서 적절한 대처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나라에서 항생제는 약국을 통해 특별한 제한 없이 판매되고 있기 때문
에, 소비자가 쉽게 접할 수 있어, 항생제로 인해 발생되는 부작용에 대해서 적절한 대
처를 하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의약분업이 되지 않은 우리의 상황에서는 항생제에 대
해서 이해하고 항생제로 인한 분작용을 이해하고 대처하는 방법을 환자와 소비자들이
스스로 알아서 해결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항생제를 오, 남용했을 경우 발생될 수 있는 부작용으로는 쇼크, 내성균의 조성, 균
교대현상, 유전자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혈액 장애, 간 장애, 위장관출혈, 청각 장애
등이 있다. 또한 최근의 새로운 항생제 주사 중에는 술과 함께 복용했을 때 심각한 장
애를 일으키는 것도 있다. 이렇게 많은 부작용은 비단 항생제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
지만 그 중에서 내성균의 조성, 균교대현상, 유전자에 미치는 영향 등은 항생제에만
존재하는 심각한 부작용이다.
  내성균이라는 것은 특정한 항생 물질에 반응하지 않고 질병을 일으키게 되는 균을
말한다. 특정 항생 물질에 반응하지 않게 되는 이유는 세균이 그 항생제를 분해하는
효소를 만들어 내는 능력을 획득하였기 때문이다. 마치 우리가 어떤 특별한 상황, 예
를 들어 춥다든 가, 배고프다든가, 권투선수의 경우처럼 많이 얻어 맞는다든가 했을
때, 그에 대해 적응하는 능력이 생기는 것과도 같은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내성균이 생기는 이유는 첫째 감염원이 된 세균을 정확하게 파괴시킬 수 있는 항생
제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세균에 감염되면 아무 항생제나 사용하기 이전에 먼
저 감염된 세균이 어떤 종류인지, 어떤 항생제에 의해서 파괴될 수 있는지 균검사를
먼저 해 보고 선택해야 하는데 그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무턱대고 사용하게 되면
쓸데없이 많은 항생제를 사용하게 되고, 그렇게 많이 사용한 항생제를 이길 수 있는
내성균이 또 발생된다는 것이다.
  둘째 항생제의 사용량을 정확하게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항생제의 사용량은 세균을
죽일 만큼만 사용되어야 한다. 6시간마다 1알씩 복용하게 되어 있는 규정을 무시하고
빨리 낫고 싶다고 4~5시간마다 2~3알씩 복용한다고 해서 세균이 깡그리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흙에 비료를 준다고 생각해 보자. 식물이 빨리 자라는 것을 소원한
나머지 비료를 너무 많이 주면 식물은 빨리 자라기는커녕 오히려 죽어 버리고, 땅마저
썩어 버리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이 항생제의 주어진 사용량을 정확하게 지키지 않고
많이 사용하게 되면 병은 낫지 않고 오히려 그 항생제를 이길 수 있는 내성균이 발생
된다.
  셋째 항생제의 사용 시간 및 사용 기간을 정확하게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사용 시
간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핏속의 항생제 농도가 일정하게 유지되기 어려워진다. 핏
속의 항생제 농도가 유효치 이하로 떨어지면 죽어 가던 세균은 전세를 가다듬어 새로
이 인체를 공략 한다. 그렇게 세균으로 하여 인체를 공략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 질병
이 호전되지 않으면,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약을 사용하게 된다. 그 결과 질병이 다
나은 후에 또 다른 질병에 감염되면 처음부터 높은 단위의 항생제를 사용해야 하게 되
는 것이다. 또한 세균이 완전히 없어질 때까지 사용해야 하는 기간을 지키지 않고 증
상만 호전되었다고 사용을 중지하게 되면, 마치 꺼져 가던 불씨도 조심하지 않으면 불
이 나는 것처럼 죽어 가던 세균이 다시 살아나 질병은 또다시  기승을 부리게 된다.
이렇게 되면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약을 사용하게 되어 내성균
이 생성되는 것이다.
  내성균이 생기게 되면 환자 본인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감염되는 경우가 생기
는데, 이렇게 간접적으로 내성균에 감염된 사람은 처음부터 고칠 약이 없어 고생하게
되니 소위 '약공해'라고 말할 수 있다. 성병이나 결핵균의 경우는 그러한 내성균이 특
히 많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가령 매독은 옛날에는 코의 연골을 침범하여 코를 납작하게 만드는 특성이 있었는
데, 요즈음은 그런 사람은 볼 수 없기 때문에 매독이 없어진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요즘의 매독 병원체는 내성이 생기고 변질되어 옛날처럼 코를 떼지는 않지만,
주로 신경에
들러붙어 신경매독(뇌와 척수의 장애 유발)을 만드니 더욱 치료하기 힘들고 무서운 질
병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교차내성의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교차내성이란 특정 약제에 대해
서 내성이 생겼을 때 그 약제와 화학적 구조나 작용기전이 동일하거나 비슷한 약제에
대해서도 공통적인 내성을 나타내는 성질을 말한다. 예를 들면 테트라사이클린과 오레
오마이신, 애클로마이신, 클로로마이세틴은 서로 교차내성의 가능성을 가진 항생제이
다.

  항생제와 같이 오는 불청객 2-균교대현상
  우리들이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스스로의 방어력이다. 신
체의 방어력을 유지하는 요소로는 병균이나 독소 등의 항원이 꼼짝하지 못하게 결합해
버리는 항체와, 병균을 먹거나 움직이지 못하게 만드는 백혈구, 그리고 신체가 외부와
접촉되는 부위에서 세균을 직접 죽이는 각종 물질이 있다. 눈에는 눈물이, 코에는 콧
물이 액체의 상태로 세균의 침입을 막아내고 있다. 또한 귓속이나 기관지와 같은 부위
에서는 털이 세균을 막아내기도 하고 위에서는 강한 산성의 소화액이 세균을 죽이기도
한다.
  또한 우리 몸에 나쁜 세균을 잡아먹는 유익한 균이 항상 존재하여 우리 몸이 나쁜
세균에 감염되는 것을 막아 주는 부위도 있는데, 바로 입 속과 창자 특히 대장, 그리
고 여성의 질이 대표적인 곳이다.
  그런데 항생제를 많이 오래 사용하게 되면 무차별 폭격으로 우리 몸에서 일종의 파
수병 노릇을 하고 있는 유익한 균까지 깡그리 죽여 우리의 몸은 완전한 무균상태에 이
르게 된다. 그렇게 되면 평상시에는 전혀 힘을 쓰지 못하던 바이러스나 대장균 또는
곰팡이균 같은 것들이 덤벼들어 고치기 힘든 질병을 일으킨다. 바로 이러한 상황을 균
교대현상이라고 한다.
  항생제를 오랫동안 사용하는 사람에게서 구내염과 같은 입 안의 염증이나, 설사나
변비와 같은 대장 이상 증세, 여성의 경우 세균성 질염이나 다른 염증을 치료하려다가
질 속에 칸디다라는 곰팡이가 번식하여 매우 가렵고 끈적끈적한 분비물이 많아지는
등, 완치가 어 려운 증세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 바로 균교대현상으로 인한 질병이다.
  구내염은 그 자체로는 위험한 질병은 아니지만 입 안이 헐어 본 사람이면 누구나 알
수 있듯이 말하기도 어렵고 음식을 먹기도 어려운 매우 귀찮은 증세이다. 또한 대장균
은 우리가 먹는 음식에서 매일매일 섭취되므로 일단 균교대증에 의해 대장 이상이 발
생하게 되 면 치료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특히 여성의 질에서 발생되는 균교대증은 성
접촉이 없는 미혼 여성에게서도 발생되기 쉬운데, 이는 본인에게도 당혹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치료하는 데 매우 큰 어려움이 따르는 불행한 일이다.

  항생제와 같이 오는 불청객 3-유전자에 대한 작용
  항생제는 유전자에도 작용을 한다. 특히 그러한 작용은 사상균류로부터 만들어지는
항생제인 테트라사이클린, 클로람페니콜 등인데, 이러한 항생제는 세균의 단백질 합성
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세균에 의한 염증을 치료하기 위해 사람이 이러한 항생제를 사용하면 세균의 단백질
합성만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세포핵의 유전자를 변질시키는데, 임신한 부인이 항생
제를 사용하면 기형아를 낳고, 보통사람의 경우에는 암세포로 발전하기도 한다.
  물론 임신한 부인은 모든 약을 섭취할 때 매우 신중해야만 한다. 특히 항생제의 경
우 더욱더 조심해야 하는데, 임신중에 가나마이신을 사용하면 태아의 제8뇌신경을 손
상시켜 청각 장애아를 낳게 된다. 또한 임신중에 테라마이신을 복용하면 태아의 이가
황색, 회색, 갈색 등으로 변색되는데 이러한 변색은 영구적이다. 그 밖의 항생제들도
많은 양을 사용한 동물실험에서 기형이 발생했다는 실험결과가 나와 있다.
  임신한 부인에 대한 항생제의 부작용은 이제 모자보건교육이 확산되면서 상당히 줄
어들고 있다. 그러나 보통사람의 항생제에 의한 암세포 유발은 매우 심각한 문제로 부
각되어야 한다.
  30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 나라의 가장 큰 사망요인은 결핵이나 폐렴 같은 감염성 질
병이었다. 그런데 1990년대에 와서는 가장 큰 사망요인으로 암이 부상되었다. 이와 같
은 변화와 더불어 사망률도 현저히 낮아졌고 평균 수명도 연장되었는데, 이러한 변화
를 긍정적인 것으로 본다면 항생제는 수훈갑의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그
렇게 고마운 항생제가 발암 물질이 될 수 있다니 그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2차대전이 한창일 무렵에 새로이 개발된 두 가지 위력적인 물질이 있다는 소문이 항
간에 떠돌았다고 한다. 그 하나는 원자폭탄으로, 성냥갑만한 것이 인간의 상상을 넘는
폭발력을 통해 결국 일본을 패망시켰다. 나머지 하나는 항생제로서 폐렴등으로 죽어
가던 사람을 살려 놓는 위력 때문에 '약의 원자탄'이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그런데 원자폭탄이 예기치 못했던 방사능으로 인해 수많은 후유증을 낳았고 그 중에
서도 특히 발암성이 지금까지도 문제가 되고 있는 것처럼, 항생제에도 쇼크나 위장관
출혈 등과 같이 사용 후 바로 나타나는 부작용보다는 발암성이 이제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항생제 사용에 있어서 명심할 점들
  우리 나라에서 시판되고 있는 항생제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고 적용범위도 다르다.
더구나 1회에 사용하는 단위는 성인을 기준으로 했을 때 100mg에서부터 1,000mg까지로
10배 가량 차이가 있으며, 1일 사용 횟수도 1일 1회에서부터 1일 6회까지로 사용법이
다양하다.
  이렇게 항생제의 종류가 다양하다 보니 그에 대해서 잘 모르는 일반인들은 단위를
나타내는 수치가 크면 독한 항생제라는 통념을 갖는 것 같다. 그러나 그러한 통념은
옳지 않다. 더구나 비싼 항생제가 독한 항생제는 더더욱 아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병
균을 죽일 수 있는 항생제가 바로 가장 독한 항생제이다.
  따라서 항생제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에는 먼저 균검사를 통하여 적절한 항생제를 찾
아야 내성균이 생기지 않고 최단 시간에 치료를 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성병이
나 피부병이 부끄럽다고 병원에 가기를 주저하여 아무 항생제나 사용하면 절대로 안
될 것이다. 병, 의원에서 염증을 치료할 때에도 균검사를 하지 않고 항생제를 처방하
지 않도록 균검사를 요구하자. 균검사는 귀찮고 쑥스러운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라
는 의식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 환자가 요구하는 균검사를 거절할 권리를 가진 의사
는 어디에도 없다.
  또한 처방된 항생제는 사용 횟수와 사용 간격을 정확하게 지켜야 함을 명심해야 한
다. 만약 바쁘다든가 실수로 횟수와 간격을 정확하게 지키지 않아서 염증의 치료가 정
상적 과정을 밟지 않게 되면, 치료를 위해 처방되는 항생제의 단위가 점점 높아져서
여러 가지 부작용이 유발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그리고 치료가 완전하게 끝날 때까지 항생제를 사용하여야 한다. 치료가 덜 끝난 상
태에서 증상만 없어졌다고 투약을 중단하면 병균이 잠복해 있다가 그 전보다 더욱 심
하게 발병할 가능성도 있고, 아울러 다른 장기에까지 확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외국에서 시판이 중지되었거나 신중히 사용되고 있는 항생제가 처방되었을 경우에는
다른 항생제로 바꾸어 처방할 것을 요구해 보자. 왜냐하면 항생제를 처방하는 의사 모
두가 의약 정보에 신속하지는 않고, 무엇보다 내 건강과 내 생명은 내가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외국에서 시판이 중지되었거나 신중히 사용되고 있는 항생제
  플루클록사실린(상품명: 플록신)
플루클록사실린을 사용하면 황달을 비롯한 간손상을 일으킬 위험성이 매우 높다는 사
실이 호주의 임상연구팀에 의해 발표되었다. 특히 노인 환자나 2주 이상 장기 복용자
에게는 이런 위험이 월등히 높은데, 클록사실린이나 디클록사실린도 비슷한 부류이므
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하였다.
  린코마이신(상품명:린코마이신, 린코신), 클린다마이신(상품명: 클레오신, 클린다마
이신)
린코마이신과 클린다마이신을 사용하면 클로스트리디움균과 그 세포독의 내성균이 자
라나서 생기는 위막성 대장염을 유발시켜 생명을 위협하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꼭 필
요한 경우에만 사용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클로람페니콜(상품명:신도마이세틴, 헤로세친, 네오세친-비) 클로람페니콜은 세균성
장염인 이질에 특효약으로 알려져 있으나 부작용으로 조혈기관인 골수기능이 저하되어
치명적인 재생불량성 빈혈을 일으키므로 선진국에서는 뇌수막염, 장티푸스, 로키산 반
점열 등 부작용의 위험보다 그 효과가 뚜렷한 경우에만 사용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즉
폐렴, 이질, 성병의 치료와 특히 예방의 목적으로는 절대로 이용하지 못하게 하고 있
으며 거의 사용이 금지되어 있다.
  에리스로마이신(상품명:에리신, 에리스로-피, 아이로손, 스테판, 프로마이신, 이 -
마이신 좌약) 에리스로마이신은 간에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선진국에
서는 등록이 취소되어 생산이 금지되었다.
  테트라사이클린은 우유 및 유제품과 킬레이트 화합물을 만드는 성질이 있어, 이들을
함께 섭취하면 항생제의 효과는 떨어지게 된다. 밥 대신 우유와 빵으로 간단하게 요기
하고 항생제를 복용하려고 한다면 그 항생제가 테트라사이클린이 아닌지 먼저 확인해
보자.        대부분의 항생제는 위벽을 직접 공격하는 성격이 있다. 위장병을 앓고
있거나 평소 위기능이 나쁘다고 생각되는 경우에는 항생제와 더불어 위보호제를 함께
복용하고, 위기능이 나쁘지 않더라도 가급적 식후 30분이나 식직후의 규정을 지키도록
하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항생제를 발견하기까지 끊임없는 노력을 경주하였던
제너, 파스퇴르, 코흐, 플레밍 등과 같은 선각자들의 뜻을 이어가는 데는 두 가지 길
이 있다.
  그 하나는 과학자나 보건의료 전문가들의 몫으로, 그들 선각자들이 살았을 당시에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던 전염병과 용감하게 싸웠던 것처럼, AIDS와 암 그리고
환경 오염으로 인한 질병 등 현재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들과 싸워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내는 것이다.
  나머지 하나는 항생제를 사용하는 모든 사람의 몫이다. 항생제는 땅에서 솟아난 것
도 하늘에서 떨어진 것도 아니다. 항생제는 전염병이나 감염증에 걸려 있거나 걸릴 가
능성이 있는 모든 사람을 구하기 위해, 장기설을 신봉하던 동료과학자들의 질시나 상
업자본가들의 위협 속에도 굴하지 않은 용기 있는 과학자들의 땀의 결실이다. 따라서
항생제를 사용해야 하는 모든 사람들이 정화하게, 신중하게, 효과적으로 사용하여 항
생제의 오, 남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시키는 노력을 하는 일이야말로 그들의 뜻
을 이어 가는 길이다. 그리고 그들도 무덤 속에서 우리가 그런 노력을 해 주기를 기원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항생제의 짝꿍 소염제
항생제에게는 소염제라는 협조자가 존재한다. 항생제가 병균을 직접 죽이는 작용을 한
다면 소염제는 병균과 체내 방어 체계가 투쟁하면서 만들어 낸 고름이나 체액, 찌꺼기
같은 것을 없애는 작용을 하여 치료가 신속하고 완전하게 되도록 돕는 작용을 한다.
  다래끼가 났을 때 항생제만 사용하면, 고름이 오도 가도 못하고 갇혀서 부은 것이
없어지지 않아 고생하기도 하는데, 이런 일을 미연에 방지하려면 소염제를 같이 사용
해야 한다.
  소염제의 종류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효소로서 단백질과 섬유소 등을 분해하
는 작용이 있다. 그리고 또 하나는 해열 진통 소염제로서 열을 일으키고, 통증을 일으
키며, 충혈과 부종 즉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인 '프로스타그란딘'이 합성되는 것을 막
는 작용이 있다.
  먼저 소염 효소제를 살펴 보면 '세라치오펩티다제'(상품명:단젠)와 '브로멜라인'과
'결정트립신'의 혼합제제(상품명:기모타부) 등이 있다. 병균이 우리 몸 안에 들어오면
항체나 백혈구 또는 리소짐과 같은 우리 몸 안에 있는 방어 체계들과 격렬한 싸움을
벌이게 되는데, 이러한 싸움의 결과 죽은 시체들이나 부러진 무기들이 바로 고름이나
진물의 형태로 우리 몸 안에 고여 통증이나 부종을 비롯한 여러 가지 불편한 감각을
만들어 내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고름이나 진물의 성분을 좀더 자세히 분석해 보면
그것들은 대부분 단백질이 변성된 변성단백이거나 섬유소의 괴사 물질 그리고 그러한
물질 주변에 갇혀 있는 물 등이다.
  만약 그러한 병균과 우리 몸의 싸움이 경미하게 일어나서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될 정도라면, 싸움의 결과 만들어진 고름이나 진물도 소염 효소제의 도움 없이 자체적
으로 청소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몸에 침입한 병균이 아주 많고 또한 증식 속도가 매우 빠른 독한 균이
라면 우리는 항생제의 도움을 받아 그것들을 처치해야 하는데, 항생제의 도움으로 독
한 균이 모두 죽게 되었다면, 세균과 항생제와 백혈구들의 싸움의 잔해를 청소하는 것
도 소염 효소 제의 도움을 받는 것이 병을 빨리 낫게 하는 좋은 방법이 된다. 왜냐하
면 아무리 병균이 다 죽었다 하더라도 고름이나 진물이 남아 있으면, 우리 몸은 계속
통증이나 갑갑함으로 고통을 느끼게 되고, 치료가 덜 되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염증을 치료하고 병균을 죽이기 위해서 항생제를 사용할 때 함께 소염 효소제도 사
용하게 되면, 항생제가 죽인 병균의 시체를 소염제가 바로바로 청소하기 때문에, 통증
도 줄 뿐 아니라 항생제의 공급도 원활해져서 병균을 죽이는 데 드는 시간이 단축되는
효과도 볼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소염 효소제의 작용을 다시 한번 정리해 보면
  #1 병균이 있는 장소(병소)와 그 주변의 섬유소가 망가진 물질(괴사 물질) 및 고름
을 분해, 청소시켜 회복을 촉진한다.
  #2 세균이 침입하여 염증이 생겼을 때, 염증 부위에 나타나서 발열과 통증을 일으키
는 물질인 '브레드키닌' '프로스타그란딘' 등을 분해시킨다.
  #3 우리 몸에 원래 존재하는 단백 분해 효소를 생성시킨다.
  #4 항생제가 병소조직에 침투하기 쉽게 만든다.
  #5 병소 주위의 체액 순환을 촉진하여 부종을 가라앉히고, 혈종을 응해, 제거하도록
돕는다.
  이러한 작용들이 있기 때문에, 소염제는 항생제의 짝꿍으로서 염증치료에 단단히 한
몫을 하고 있다.
  한편 우리가 해열 진통제로 사용하는 약들도 소염 작용이 있는 종류가 많은데, 아스
피린이나 부루펜 그리고 폰탈과 같은 해열 진통 소염제들은 앞에서 말한 소염 효소제
와는 달리 프로스타그란딘의 합성을 저해함으로써 소염 효과를 나타내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해열 진통 소염제들은 세균의 침입이 원인이 되는 염증에 대해서보다는 외상이
나 충격을 받았거나 독물 등이 들어왔을 때 그것을 이겨내기 위해 우리 몸에서 방어적
으로 일어나는 염증의 소염 효과를 위해 사용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 왜냐하면 이들
해열 진통 소염제는 세균의 시체나 찌꺼기를 분해할 수 있는 능력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균이 침입하여 고열이 나고, 통증이 심할 때는 해열 진통 소염제를 함께
사용하는 것이 좋을 때도 있다.

  사람에게 사용하는 항생제, 가축에게 사용하는 항생제
  약국에서 항생제를 사 가는 사람들 가운데는 사람에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기르
는 애완용 개나 고양이 또는 물고기에게 사용하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떨 때는 직
접 강아지를 약국에 데리고 와서 "이 강아지가 눈곱이 끼고 밥을 잘 안 먹으니, 적당
한 항생제 좀 주세요" 하며 애처러운 표정을 짓는 사람도 있다. 봄이 되면 길가에서
파는 노란 병아리를 몇 마리 사 와서 하룻밤 자고 나서 시들시들해 졌다고 항생제를
먹이는 꼬마들도 적지 않다. 또 어항에서 키우는 물고기를 위해서 항생제를 사는 사람
도 무척 많다.
  일반적으로 약국은 사람을 위한 약을 파는 곳이지 가축이나 동물용 약을 파는 곳이
아니므로 약사로서도 곤란할 때가 있다. 그러나 그럴 경우 아주 위독해서 가축병원으
로 보낼 정도가 아니면 대개 항생제를 사용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사람이 아닌 동물에게 항생제를 사용하는 데에는 약간의 문제가 있다. 물론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집에서 기르는 애완용일 때는 키워서 잡아먹지 않기 때문에
괜찮지만, 애완용이 아닌 식용일 경우 문제는 심각해지는 것이다.
  원래 미생물에 의한 전염병이나 감염증은 인간에게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파스
퇴르가 1868년에 처음으로 병원균의 존재를 확인한 것도 인간의 질병이 아니라 누에고
치에게 병을 일으키는 연쇄 상세균이었다. 또한 코흐도 1876년에 소에게 탄저병을 발
생시키는 간균을 확인함으로써, 전염병의 원인으로서 장기설을 타파하고 미생물설을
결정적으로 확립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사람과 마찬가지로 동물도 미생물에 의해 감염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 백
신을 사용하고 이미 감염되었을 때는 항생제를 사용하여 치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다.
  그러나 식용으로 키우는 동물에게 항생제를 사용하였을 경우에는 간접적으로 사람이
항생제를 사용한 결과가 되기 때문에, 동물의 질병을 치료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어
항생제를 사용하게 되면 장차 사람에게 어떤 부작용을 안겨줄지에 대해서 전혀 고려하
지 않은 것이다.
  특히 우리 나라는 최근 10~20년 사이에 식단이 많이 바뀌어 육류 소비의 증가가 두
드러지고 있다.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계란 등을 많이 먹게 되어 소, 돼지, 닭이
식용을 위해 대량 사육되고 있다. 또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민물고기나 바다생선의
양어장이 대규모화되면서 이들이 사용하는 항생제의 양은 도저히 추적할 수 없을 정도
의 엄청나게 늘었다.
  그러나 식용동물에 사용하는 항생제의 양을 알 수 있고 그 양이 엄청나다 하더라도
현재로서는 그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규제 방법이 별로 없다. 왜냐하면 항생제를 다
량 사용한 동물을 사람이 섭취하였을 때의 부작용에 대해서 연구된 적이 별로 없기 때
문이다.
  1986년에 농수산부가 제정, 고시한 '동물약품규격규정서'에 기재된 동물약품 371개
품목 중에 항생제는 독시사이클린, 린코마이신 등 사람에게 사용하는 거의 모든 종류
가 다 망라되어 있다. 그런데 그러한 항생제의 설명에서 동물의 질병을 치료하는 데
적당한 용량 과 용법에 관한 언급만 있을 뿐, 그 항생제를 사용한 후 식용으로 사용했
을 때 인체에 미치는 부작용에 대한 언급은 어디에도 없다. 다만 몇몇 약에 대해서 가
축을 도살하기 며칠 전에 투약을 중지해야 한다는 경고만이 있을 뿐이다(그러나 그 경
고가 잘 지켜진다는 보장 은 없다).
  일전에 유방염을 막기 위해 항생제를 사용한 젖소의 분유가 말썽이 된 적이 있다.
그리고 요즈음의 계란은 쉽게 상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많은 주부들이 깨닫고 있다. 실
제로 산란용의 닭에게 독시사이클린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투약을 중지한 후 11일~19일
동안이나 독시사이클린이 계란 속에 g당 0.05㎍보다 많은 농도로 존재한다는 것이 밝
혀진 바 있다. 또한 염산린코마이신은 질병 치료용으로 사용 될 뿐 아니라 사료 첨가
제의 형태로 병아리, 브로일러 등의 성장 촉진, 체중 증가, 사료 효율 개선을 위해서
사용되기도 하며, 그 밖에 많은 항생제가 사료 첨가제로 사용된다니 더욱 놀랍다.
  더구나 수입개방이 가속화되면서 외국산 육류가 더 많이 밀려들어 오게 되면, 그렇
잖아도 병든 소 수입으로 국민을 경악시킨 적이 있었는데 항생제를 잔뜩 사용한 육류
가 수입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따라서 보사당국은 가축의 항생제 사용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역학조사하며
모든 사람들이 안심하고 식사할 수 있도록 조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