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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에도 궁합이 있다

두 가지 약을 동시에 사용할 경우 전문가에게 물어라
  혹자는 의아해할 것이다. 생년월일시도 없고 따라서 사주도 없는 무생물인 약물에 '
웬 궁합'이냐고. 그러나 약은 살아 있는 사람에게 투여되어 치료 효과뿐 아니라 부작
용과 독성을 함께 나타내는 특별한 물질이므로 약과 약 사이에 특별한 반응이 일어날
수도 있는데, 바로 이러한 특성 때문에 약의 궁합은 존재하며 또 중요하게 여겨진다.
  이러한 특별한 반응을 '병용 효과'라고 말하는데, 우리가 여러 가지 약을 한꺼번에
사용하게 되는 이유는 첫째, 두 가지 이상의 질환이나 증상을 동시에 치료하기 위해,
둘째, 처방된 약이 가지고 있는 부작용을 다른 약을 사용하여 억제하기 위해, 셋째,
두 종류의 약을 조합함으로써 약효를 증강시키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이러한 목적으로 사용한 여러 약들이 원래 목적과는 다른 작용을 나타내기도
하기 때문에 환자나 소비자 스스로 판단해서 사용하면 안 된다.
  그러면 먼저 약과 약 사이의 궁합에는 어떤 종류가 있는지 살펴보자..

  #1 상승 작용 

  서로 다른 두 가지의 약물을 어느 정도 용량내에서 동시에 투여했을 때 그 효과가
각각의 약을 단독으로 투여했을 때 나타나는 작용을 더한 것보다 강한 작용이 나타나
는 것을 말한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궁합'이나 '찰떡 궁합' 이라고 할까. 이러한
상승적 작용의 예는 위염이 있을 때 위산을 억제시키는 약(시메티딘, 파모티딘)과 위
점막 보호제(상품명:겔포슨 미란타, 암포젤, 탈시드, 데놀, 아즈렌, 노엘 등)를 함께
사용하거나, 감염에 의한 염증이 발생하였을 때 병균을 죽이는 약(항생제)과 고름이나
진물을 제거시키는 약(소염제)을 함께 사용하는 경우이다. 또한 여러 종류의 해열 진
통제들 가운데 두 가지 이상을 함께 사용하는 경우도 상승 작용을 응용한 방법이다.

  #2 상가 작용 

  서로 다른 두 가지 약물을 어느 정도 용량내에서 동시에 투여했을 때 그 효과가 각
각의 약을 단독으로 투여했을 때 나타나는 작용을 더한 것과 거의 같을 때를 말한다.
이러한 궁합은 '본전치기의 궁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상가 작용의 예에는 고혈압을 치료할 때 사용하는 레제르 핀(상품명:레셀핀)
과 치아자이드(상품명:다이클로지드)의 병용이 있다.

  #3 길항 작용 

  서로 다른 두 가지의 약물을 어느 정도 용량내에서 동시에 투여했을 때 그 효과가
각각의 약을 단독으로 투여했을 때 나타나는 작용을 더한 것보다 약한 작용이 나타나
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작용은 '밑지는 궁합'의 예가 될 것이다.
  이렇게 약물의 궁합이 나쁜 이유에는 첫째 두 약물이 서로 같은 부위의 약물 수용체
에 작용하기 때문에 그 효과가 약하게 나타나는 것(약리학적 길항 작용), 둘째 두 약
물이 서로 반대의 효과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효과가 약하게 나타나는 것(생리학적
길항 작용), 셋째 한 약물에 의해 다른 약물의 체내 유효 농도가 낮아지기 때문에 효
과가 약하게 나타나는 것(생화학적 길항 작용), 넷째 산성 약물과 알칼리성 약물을 함
께 사용하는 경우와 같이 두 약물의 화학적 성질이 반대이기 때문에 효과가 약하게 나
타나는 것(화학적 길항 작용) 등이 있다.
  약리학적 길항 작용의 예는 아세틸콜린과 아트로펀의 병용이고, 생리학적 길항 작용
의 예는 에피네프린과 아세틸콜린의 병용이다. 또한 생화학적 길항 작용의 예는 테트
라사이클린과 위산 중화제(중조, 알미늄, 칼슘, 마그네슘을 함유하는 겔포스, 노루모
같은 약)의 병용이고, 화학적 길항 작용의 예는 비타민 C(아스코르브산)와 중조의 병
용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상과 같은 약물의 궁합들을 고려해서 약을 사용하도록 결정하
는 일은 소비자가 아니라 의사나 약사와 같은 전문가의 몫이다. 그리고 아직 약물들의
병용 관계가 모두 명확히 밝혀진 것은 아니며, 특히 한약과 양약의 관계는 앞으로 계
속해서 연 구해야 할 과제들이다.
  따라서 어떤 약들이 어떤 궁합을 가지는지에 대해서 모든 소비자들이 자세하게 알
필요도 또 알 수도 없지만, 모든 약물에는 좋은 궁합과 나쁜 궁합이 있음을 생각하여
약을 함부로 이것저것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만약 부득이하게 여러 가지 약을 동시에 사용해야 할 경우에는 적어도 2~3시간의 간
격을 두어 각각의 약들이 대사되고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여유를 주는 것이 바람직하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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