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작가: 조설근(1715? --1763? )
조설근의 120회본 90만자라는 엄청난 양 속에 가보옥을 중심으로 총 448명이 등장하는 복잡다단한 장회체 소설이다. 전반80회까지 조설근이
쓰고 후반 40회는 고악이 썼다고 한다. 남녀 주인공의 애정비극과 귀족가정의 흥망사가 주요내용이나, 청대 귀족 가정의
문화풍속교육혼인 등이 상세히 서술되어 있어 귀족사회의 생활상을 알 수 있는 좋은 자료이자 예술적 기교도 매우 뛰어난
작품이다.
* 생애
중국 청나라의 소설가 조설근의 이름은 점, 호가 설근이다. 그의 집안은 증조부 때부터 궁중에서 필요로 하는 작종 직물의
직조구입공급 등의 일을 맡아보았고 황제의 이목이 되다시피 했다. 그의 조부의 두 딸은 왕비로 선발되어 궁중에 들어갔다.
이로 보아 조씨의 가문은 호화롭게 지냈으리라고 추축할 수 있다. 그리고 조설근의 조부 조인은 시사화곡에 능한 명사이자 이름난
장서가였다. (전당시)는 바로 그가 주도하여 찍어낸 것이다. 조인은 조설근의 문학수양에 도움을 주었다. 조인이 죽은 후 조설근 부친의
형제들이 조부가 하던 일을 맡아 했는데 그 무렵은 왕실내부의 싸움이 격렬한 때였다. 그의 집안도 싸움에 연루되어 쇠퇴의 길을 걷게
되었는데, 이러한 시기에 조설근이 살았다.
그는 13세 이전까지는 남경에서 임금의 은혜와 조상의 덕분으로 비단옷을 입고 고량진미의 호화로운 나날을 보냈다. 그러나 13세 이후
북경으로 이사한 후 온 집안이 죽을 먹으며 외상술을 마시는 처지에 몰렸다.
귀족가정은 조설근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우선 심각한 계급의 낙인을 찍어놓았는데, 그는 자기 본래의 계급에 대한 향수의 정을 품게
되고, 그의 세계관은 허무적이고 비관적인 색채를 띠게 되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귀족가문의 흥성으로부터 쇠망에 이르는
엄청난 변화와 그 자신이 겪은 빈곤한 생활이 그의 사상감정에 큰 변화를 가져오게 했다는 점이다. 그는 자기의 본래 계급의 추악한
면에 대해 심각한 인식을 가질 수 있었다. 이런 생활과 인식은 그의 (홍루몽) 창작에 충분한 생활적 기초를 제공했다.
(홍루몽)은 그가 만년에 곤궁한 상태에서 어릴 적의 추억을 바탕으로 약 10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쓴 작품이나 마무리를 하지는 못했다.
(홍루몽) 창작에 대해 10년 동안 보면서 다섯 번이나 수정을 했다. 실로 글자마다 피이니 10년의 고생이 예사롭지 않도다 라고 말했다.
생활이 어려운데다가 단 하나뿐인 어린 자식마저 요절하니, 작자는 그 고통 때문에 병이 나서 (홍루몽)을 80회까지밖에 못 쓰고 50세도
못되어 세상을 하직한다. 그가 세상을 뜨면서 남긴 것이란 벽에걸린 거문고와 칼 한자루뿐이었고 하며, 그의 부인은 의탁할 곳이 없게 되고
써놓은 원고도 정리할 사람이 없었다. 따라서 장례도 한두 벗이 대강 지냈다고 한다.
후에 고악이 40회를 덧붙여 (홍루몽)은 120회본이 되었다.
* 홍루몽의 성립
(석두기) (금옥록) 등 다양한 이름을 가진 (홍루몽)은 120회, 90만자라는 엄청난 양 속에 가보옥을 중심으로 총 448명이 등장하는
복잡다단한 소설이다. 18세기 초 백년망족 이요 시예지가 로 불리는 가가, 그중에서도 영국공 가원과 영국공 가원 집안에서 겨우 8년 동안
벌어지는 인간 및 가세의 흥망쇠사로서, 다시 줄거리를 좁히면 영국부의 주재자인 가정의 2남인 가보옥, 그의 고종사촌인 임대옥과
외종사촌인 설보채가 여자들의 왕국인 대관원에 살면서 벌어지는 삼각연애의 비극이다. 즉, 가보옥과 임대옥의 아름답고 슬픈 연애소설이다.
가보옥은 귀족가정의 반역자로 봉건도덕의 범위를 벗어나 행동하는 과벽한 성격의 소유자요, 임대옥은 우수와 병이 많은 재녀로 애정을
지상시하고, 설보채는 현숙다정한 숙녀로서 여덕을 표방함으로써 그 개성이 선명하다.
여기서 보옥을 사이에 두고 암투가 벌어지는데, 보옥의 조모는 보옥이 대옥을 사랑함을 알면서도 그녀의 병약을 빙자해 보채와 결혼시키자
이를 안 대옥을 피를 토하면 죽고, 보옥 또한 대옥의 죽음에 상심한 나머지 명예와 가족을 버리고 출가하기에 이른다.
한편 (홍루몽)의 구성과 성격에 있어 조설근의 자전석 소설로 보고 있는데, 그렇다면 (홍루몽)은 곧 그의 가문의 부침이요 조설근 개인의
체험이다. 따라서 (홍루몽)은 인생의 부귀귀천을 바라 보면서 남녀의 애정과 가정의 갈등을 그린 회한과 애상의 책이지, 결코 시대를
풍자하고 역사를 반영한 소설은 아니다.
* 작품 내용
과거가 가씨 성을 가진 두 형제는 국가의 창업기에 공을 세워 영국공과 영국공의 벼슬을 받아 그들의 대저택에서는 지금 그들의 자손들이
살고 있다. 영국부의 주재자인 가정의 2남인 가보옥은 태어날 때 아름답고 투명한 5색이 찬란한 구슬을 입에 품고 출생했다 하여 보옥이라
이름지었다. 살갗이 희고 귀공자다운 우아함에 보는 사람마다 모두 귀여워했다.
보옥은 매우 영악했는데 여자이 몸은 물로 되어 있으나 남자의 몸은 진흙으로 되어 있다. 나는 여자아이를 보면 시원스러우나 남자의 몸을
보면 기분이 나빠진다 고 말할 정도였다.
보옥의 누나는 궁중의 귀비로 들어갔으며 친정에 다니러 온 기념으로 뒤뜰에 대관원이란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었다.
대관원에서 보옥은 그의 아름다운 누이들, 사촌자매들과 함께 그곳에서 살며 꽃을 사랑하고 시와 술음악을 즐기는 생활을 계속한다.
보옥을 둘러싼 젊은 미녀들 중에서도 특별히 눈에 띄는 여자는 임대옥과 설보채 두 사람이었다. 대옥은 고종사촌으로, 일찍 조실부모하여
보옥과 함께 자랐다. 우수가 담긴 찌추린 얼굴과 지나칠 만큼 날카로운 신경을 가진 감상적인 그녀와는 달리, 보채는 남경의 부호집에서
태어난만큼 대범하고 침착하며 합리적인 여자다. 미모에 있어서도 대옥에 못지않은 모란꽃 같은 여자였다. 대관원에는 이들 말고도 많은
미녀들이 있었다. 보옥은 이러한 미녀들에 둘러싸여 마음껏 즐기지만 가씨집안도 비극적인 운명의 서곡이 울리기 시작한다. 자살사건이
잇따르자 다감다정한 소년 보옥은 혼자 상심에 젖는다(이상이 80회 줄거리).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보옥은 구슬을 잃어버려 넋을 잃고 바보와 같은 상태가 되는데 이를 돕고자 보옥의 혼담이 진행된다. 병약한 대옥을
택하지 않고 보채를 맞아들이자 대옥은 실망한 나머지 보옥이 결혼하는 날 피를 토하고 죽는다. 한편 보옥은 결혼 상대자가 대옥인 줄 알고
좋아하다가 보채임을 알고 비관한 나머지 명을 앓는다. 그 즈음에는 이미 대관원도 쇠퇴해버린다. 보옥의 병세가 점점 악화될 즈음 어느 날
한 승려가 보옥이 잃어버린 구슬을 가지고 나타나자 보옥은 다시 소생하여 미혹의 세계를 벗어나 진리를 깨닫게 된다. 그후 갑자기 행실이
좋아지고 학문에 열중하여 장원급제한다. 보채는 당시 임신중이었으나 시험장에서 나온 보옥은 그대로 집에도 들르지 않고 출가한다. 그의
나이 19세였다.
* (홍루몽)의 작품성
(홍루몽)은 이상주의와 현실주의, 유토피아와 인간세계, 대관원의 세계와 그 밖의 세계 등 양면의 세계를 선명하게 대비시키는 가운데
인간의 현실을 허무와 무상으로 종결짓고 있다.
이 작품에서 조설근은 낭만주의와 사실주의의 수법을 성공적으로 운용했다. 낭만주의 수법으로 신비의 색채를 깔았고, 사실주의 수법으로
섬세하고 충실하게 성격을 전달했다. 동시에 그 제재 또한 늘 두 가지 주선을 지키고 있다. 하나는 삼각으로 벌어지는 애정이요, 하나는
가씨가 몰락하는 사회적 변동이다. 하나는 낭만이상유토피아의 추구요, 다른 하나는 현실과 오염과 음욕 등 쇠락이다.
이처럼 (홍루몽)은 전체적으로 탈속 의 의지가 번지르한 가운데 작자의 인생에 대한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 그는 만년에 이미 사획개조의
능력이나 사회에의 적응력을 상실하여 현실로부터의 도피는 불가피했다.
한편 그에게도 예술적 방법을 통한 사회에의 적극참여한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윤리나 교육의 도구로서가 아니라, 생활의 반영으로서
시대가 주는 교훈이 그것이다. 즉, 그는 종교나 운명으로 통해서가 아니라 철저한 현실을 통해서 군주시대의 외척귀족 등이 문란한
사치와 호화로부터 몰락하는 과정을 폭로했고, 나아가서 장원과 농노들의 경제적 빈곤상을 넌지시 파헤치기도 했다.
이밖에도 (홍루몽)은 가정에 있어 5대가 동거하는 대가족제도의 종법도덕이 붕괴하는 말로를, 정치에 있어서 법의 강조를, 혼인에 있어서
자유주의를, 사회에 있어서 3계층을, 종교에 있어 불교도교로의 편향을, 경제에 있어 세가의 몰락 원인을 직접 간접으로 설파하여
후대의 사회에 영향을 끼친 바도 적지 않다.
90만 자나 되는 대하소설이 복잡하게 스토리를 전개하고 있음에도 등자하는 중심인물은 선명한 개성과 구성 면에서 예술적 성공요인이 되고
있다.
비극소설이 일반적으로 시작해서 종결까지 한 차례의 클라이맥스를 갖게 되는 데 반해, (홍루몽)은 스토리가 변할 때마다 클라이맥스를
거듭해서 보여주다가 끝내는 파멸에 돌입했다.
또 하나는 대화를 통해서 훨씬 생동적인 분위기 전달을 꾀한 점이다.
이밖에도 수사 및 기교에 있어 외곽으로부터 서서히 핵심으로 몰고가는 방법이나, 한가지 사건의 묘사로써 기타 사건을 연대시키는
일석이조법, 서로 관계없는 일들을 연결시킴으로써 순통시키는 방법 등을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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