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갈등이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형. 문제 자체를 없었던 것으로 하자고 하면서 좋은게 좋은 거 아니냐는 식으로 덮어버리려고 한다. 대부분의 문제를 사소하다고 여기고 보다 더 큰 명분, 이를테면 화합 사랑 애국 같은 명제 밑에 모이라고 한다. 싸운 학생들을 억지로 악수하게 하는 선생도 이 경우에 속한다. 부모는 자식들간의 갈등을 주로 이런 식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표면적으로는 갈등을 제거한 듯 보이지만 안에서는 계속 곪아 간다.
둘째 문제의 본질과는 상관없는 권위나 지위에 의존하는 형. 문제를 일으킨 사람이 윗사람일 경우 주로 ”나이가 몇살이냐, 어떻게 대들 수 있느냐”는 식으로 말한다. 아랫 사람이 잘못을 저질러 윗사람에게 야단을 맞았을 때 ”어떻게 그렇게 비인간적으로 야단 칠 수 있느냐”는 식으로 윗사람을 오히려 비난하는 경우 역시 이 부류에 속한다. 여자와 싸우다가 ”여자가 왜 그래”라며 윽박지르는 남자들도 이 부류이다.
셋째 다른 사람들에게 호소하는 형. 이런 사람들은 평상시에는 당사자에게 태연하게 행동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에게 자기 하소연을 늘어 놓는데 오해 과장 축소 은폐 모함이 따른다. 그러나 나중에 무슨 말을 했었는지도 제대로 기억을 못하거나 딱 잡아뗀다. 당사자와 직접 이야기하는 경우는 드물며 오해가 풀어져도 사과하거나 반성하지 않는다. 다중인격적인 면모를 갖고 있으며 가장 멀리 해야 할 대상에 속한다.
넷째 책임을 밝히려고 하는 형. 보통사람들은 입으로 직접 거론하기 힘들어하는 것들도 거침없이 끄집어 내어 밝히고자 한다. 연장자들을 당황하게 만들며 상대방에게 서운함 혹은 괘씸함을 안겨주기도 한다. 자기주관에 따른 이분법적 사고가 강하다. 자식에게 ”우리 대화하자”고 해 놓고 자식이 무슨 말을 하면 오히려 야단을 치고 그래서 자식이 침묵하면 이제는 말을 안한다고 야단치는 부모도 이 유형에 속한다.
이러한 유형들은 누구에게나 조금씩 섞여 있으나 갈등이 발생하게 되면 어느 한 유형이 집중적으로 표출된다. 갈등에 대한 유형들이 서로 다를 경우 어느 한 쪽이 백기를 들어야 화해가 이루어지지만 표면적인 것에 불과하다. 누군가와 갈등이 있다면 자신과 상대방의 논리유형을 파악하라. 서로 다른 유형이라면 차라리 더 이상 만나지 말거나 그것이 어려우면 침묵하는 것이 서로를 위해 좋다. 당신에게는 당연한 말이 상대에게는 전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 있음을 인정하며 살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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