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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의 누

혈의 누
  저자: 이인직(1862-1916)

고전소설적 요소와 현대소설적 요소를 함께 가지고 있는 최초의 신소설이자 그 대표작. 1906년에 <만세보>에 연재된 바 있고 이듬해에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던 신소설로, 이 소설은 청일전쟁 때에 가족과 헤어지게 된 한 소녀가 일본. 미국에서 겪는 시련을 중심사건으로 삼고
있다. 비록 왜곡되고 부분적이기는 하지만, 이 소설은 개화기 당시의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작가의식의 면에서나 서술방법의 면에서
신소설의 모델이 되고 있다.

  생애와 작품활동
호는 국초, 경기도 이천 출생. 1902년 정부유학생으로 일본에 건너가 동경정치학교에 입학했다. 1903년 귀국하고 1904년 일본육군성 한국어
통역관으로 제1군 사령부에 배속, 1906년 <만세보>의 주필이 되어 최초의 신소설  혈의 누 를 발표하면서 계속 많은 작품을 썼다.
1907년 이완용의 도움으로 경영난에 빠진 <만세보>를 인수, <대한신문>을 창간하여 사장에 취임한 후 이완용의 비서를 지내는 등, 친일적
행위를 했다. 1908년 원각사를 중심으로 신극운동을 전개,  설중매 와 같은 신소설을 신극으로 각색하기도 했으며, 같은 해에  은세계 를
직접 무대에서 상연했다.
1910년 한일합병이 조인될 때는, 이완용의 수족이 되어 그 매개역할을 담당하기도 했으나 한일합병 이후 숨은 공로자임에도 불구하고 흔한
작위도 받지 못하고, 경학원 사성이라는 말직에 보임되었다.
그러나 신문학사상 근대소설의 성격을 잘 파악하고 구상력과 성격묘사에도 능했으며, 최초로 사실적 산문문장을 구사하여 신소설을 개척한
공로는 크다.
그의 작품인  귀의 성 은 무기력한 양반가문의 본처와 평민층의 딸인 첩 사이의 갈등을 매개로, 봉건적 가족제도의 불합리성과 몰락하는
양반계급의 무력한 면을 보여준 작품이다.  치악산 은 계모를 둘러싼 고부간의 갈등, 갑오개혁 이후의 신. 구사상의 대립, 미신타파 및
하급계층의 반발 등을 내용으로 한다.
한편 그의 작품 중 주제가 가장 뚜렷하고 신극과 밀접한 관계를 지닌  은세계 는 처음부터 끝까지, 부패와 학정으로 양민을 수탈하는
양반관료에 대한 평민 최병도의 현실고발과 반항을 보여준 작품이다. 반봉건의식이 강한 최병도가 봉건관료에게 수탈당하기를 거부하다
맞아죽는 전반부와, 최병도의 자식인 옥순 남매가 미국에 유학갔다 귀국하여 반민중적이고 사대주의적 태도를 보여주는 후반부로 나누어져
있다.
  신소설과 이인직
신소설
 신소설 이란 이인직의  혈의 누 를 필두로 한 20세기초에 등장한 일련의 개화기 소설의 총칭이다. 고소설과 현대소설의 교량적 역할을 한
과도기적 성격의 신소설은 정치의식의 대두와 함께 반봉건적인 주제를 담고 있으며, 인간성의 자유로운 발현을 억압하는 사회적 모순을
고발하고 있다.
 신소설 이란 명칭은 신소설 작가들과 신소설을 간행한 출판사들에 의해서 사용되었는데, 거의 비슷한 시기에 일본과 중국에서도  신소설
이란 용어가 등장하였다. 현재는 개화기에 출현한 소설에 대해 양식상의 명칭으로 이인직. 이해조. 최찬식 등에 의해 창작된 작품들을
지칭하는 말로 통하고 있다.
신소설이 등장하게 된 요인은 국어운동의 요구와 독서대중의 확대, 기업적 성격을 지닌 근대적 출판사의 출현과 직업적 작가의 등장, 개항에
의한 서구의 근대적인 개화사조의 수용, 일본과 중국의 영향 등을 들 수 있다.
표현면의 특징은 언문일치에 가까운 문체를 시도하고 서술의 역전을 많이 구사하여, 단선적 시간경과에 의한 사건전개를 지양했다. 그리고
사건의 분절화를 정착시켜 산문적인 문장에로의 발전을 가져왔다.
주제면의 특징은 전근대적인 가치관인 유교적 질서, 즉 가부장제. 남성위주. 신분차별 등을 비판하면서 신교육관. 신여성관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미신 등 주술적 세계관을 탈피하고 합리적 세계관을 주창하였으며, 자주독립, 근대적인 민주사상 및 악에 대한 과감한 저항과
징계를 보이고 있다.
주제상으로 보아, 신소설은 소수를 제외하고는 문명개화에 대한 소박한 낙관주의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 새로운 풍습과 지식. 문물은 곧
아름다운 미래에의 야곡이며, 그것의 원천인 바깥세계는 동경과 선망의 대상이 된다., 주인공들은 위기상황에서 흔히 일본인. 서양인의
도움을 받으며 무한한 기대를 품고 외국으로 유학을 떠난다. 이와 같은 안이한 낙관주의로 인해 신소설은 새로운 삶의 가능성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천박한 개화주의로 전락하였으며, 이인직 등의 작품에서는 당대의 역사적 정황을 몰각한 친일적 환상을
보이기도 하였다. 이 점은 같은 시대의 역사. 전기류가 대외적 자존의 문제에 민감한 의식을 지녔던 사실과 대조적이다.
이인직
이인직은 신소설의 특성을 파악, 뛰어난 구상력과 노련한 성격묘사 등으로 신소설을 개척한 공로가 크다. 요컨대 신소설의 문학적 가치를
확립시킴으로써 장래에 싹트게 될 한국 근대소설의 기초를 이룩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인직이 문학사적으로 갖는 의의는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는데, #1최초로 사실적 산문문장을 구사하여 신소설 문단을 확립한 점 #2극장
원각사를 세워 신극운동에도 공헌한 바가 크다는 점 #3그러나  혈의 누   은세계  등의 작품을 통하여 친일의식과 반민족의식을 강렬히
드러내고 있음도 기억해야 한다.
  주요 등장인물
이 작품은 조선에 청일전쟁을 불러들인 봉건제도를 비판하고, 신교육. 신문명을 받아들일 것과 자주독립 및 자유연애사상을 다루고 있는
작품으로, 주요 등장인물은 다음과 같다.
김옥련: 청일전쟁으로 부모를 잃고 일본인 군의관에게 구출되었다가, 다시 구완서의 도움으로 미국에 유학간 여주인공.
구완서: 부국강병의 뜻을 품은 유학생.
김관일: 옥련의 아버지. 청일전쟁을 통해 부국강병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유학감.
작품의 주요내용
평양성이 청일전쟁의 와중에 휘말리자, 피난가던 중 남편과 자식을 잃은 한 부인이 모란봉을 정신없이 헤매며 찾고 있다. 딸의 이름을
부르며 걷는 동안, 어느새 날은 어두워져 앞길을 분간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데, 마침 잃어버린 아내를 찾아 헤매던 어느 외간남자와
부딪혀 봉변을 당할 뻔했으나, 일본헌병에게 구출되어 이튿날 무사히 집에 오게 된다.
그녀의 남편 김관일은 아내를 찾아 헤매다가 집에 돌아와 걱정스레 기다리며 생각에 잠긴다. 남의 나라 사람들이 남의 땅에서 전쟁을 치르는
현실과, 평양성 백성들이 저승의 염라대왕과 평양감사 염라대왕 둘을 모셔야 하는 모순된 현실의 원인이 모두 나라가 부강하지 못한 탓이라
생각한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그는 큰일을 이룰 것을 결심하고 그 길로 외국으로 유학을 떠난다.
이튿날 집에 돌아온 김관일 아내 최씨부인은 날마다 딸과 남편을 그리며 돌아오길 기다리나 끝내 돌아오지 않자, 비관하여 대동강물에 몸을
던진다.
그런 와중에 최씨부인의 친정 아버지 최주사는 부산에서 사위를 만나 자초지종을 전해들은 후, 딸과 손녀의 안부를 확인코자 평양에 온다.
그러나 이미 그의 딸은 유서를 남겨놓고 자살하러간 후였다. 하지만 최씨부인은 뱃사공에게 구출되어 며칠 뒤 다시 집으로 돌아와 아버지와
극적인 상봉을 한다.
한편 옥련은 피난중 어머니를 잃고 헤매다가, 폭탄 파편에 맞아 부상을 입지만, 일본인 군의관에게 구출되어 목숨을 건지게 된다. 군의관은
옥련을 치료한 후 집으로 데려갔지만, 집엔 아무도 없고 최씨부인이 벽에 써놓은 유서만 남아 있어, 불쌍한 처지에 빠진 옥련을 자신이
거두기로 한다.
비록 부모와 헤어져 소식조차 모르는 처지이긴 하나, 옥련은 군의관 정상소령의 부인에게 보내져 그녀의 보살핌으로 오사카에서 새 삶을
시작한다. 원래 총명하고 예쁜 탓에 부인의 사랑을 받으며 일본에서 학교도 다니는 등, 어느 정도 정상적인 삶을 꾸려갈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정상이 전사하자 차츰 부인의 태도는 바뀌어간다. 게다가 개가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옥련으로 인해 놓치게 되자, 그녀는 옥련을
노골적으로 박해하기 시작한다. 마음 착한 옥련은 참으려고 노력해보기도 하고, 불쌍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자살하려 하기도 하나, 모두
이루지 못하고 견디다 못해 결국 가출하고 만다.
갈 곳이 없는 옥련은 단지 오사카를 떠날 결심으로 도쿄 행 기차를 타는데, 거기서 우연히 구완서와 마주친다. 처음엔 같은 조선인이고 말이
서로 통한 것 때문에 얘기를 나누던 중, 옥련의 불쌍한 사연을 전해들은 구완서는 옥련에게 자신과 함께 미국으로 유학갈 것을 권한다.
구완서는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청일전쟁과 같은 불상사를 다시는 당하지 않기 위해 조선을 독일의 바이마르 공화국처럼 부강하게
만들겠다는 포부를 지니고 유학길에 오른 터였다. 따라서 그는 옥련에게도 공부를 마친 후 조선의 여자교육에 힘쓸 것을 부탁하고 옥련은
이에 동의한다.
미국에 도착한 그들은 워싱턴에서 언어장벽을 극복하고 공부하게 되며, 옥련은 고등소학교를 우등으로 졸업하기에 이른다. 조선인 여자로서
역경을 딛고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기에 이른다. 조선인 여자로서 역경을 딛고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게 되자 옥련에 관한 신문기사가
실리는데, 바로 옥련의 아버지 김관일이 이를 우연히 보게 된다. 그는 곧 딸을 찾기 위해 신문에 광고를 낸다. 이 광고를 보게 된 옥련은
드디어 아버지와 만나 회포를 푼다. 김관일은 그간의 사정을 듣고 난후 딸의 혼인문제를 꺼내는데, 옥련과 구완서는 자신들의 문제이므로
자신들이 의논하여 결정할 것을 주장하고 결국 서로 결혼할 것을 약속한다.
남편으로부터 옥련의 사연을 편지로 전해들은 최씨부인은 딸이 귀국하기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옥련 또한 집으로 돌아갈 날만 손꼽아
기다리면서 상편이 끝난다. 하편은 7년 후에 <매일신보>에 연재되다 미완으로 끝난  모란봉 이다.
  감상 및 문학사적 의의
최초의 신소설이면서도 대표작으로 인정되고 있는  혈의 누 는 고대소설적 요소와 현대소설적 요소를 함께 지니고 있다. 이 소설은 1906년
7월 22일부터 10월 10일까지 <만세보>에 연재된 작품으로서, 청일전쟁으로 인해서 옥련일가가 뿔뿔이 흩어지는 시기에서부터 옥련이 일본을
거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서 아버지와 만나 어머니의 소식을 듣고, 어머니에게 편지하기까지의 10년간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구체적이고 현실감 있는 배경. 주제를 당시의 시대적 문제와 직결시켰다는 점 등이 보다 근대적 요소로 등장하였으며, 관용적인 한문구를
배제하고 일상적 구어체의 표현력을 충분히 활용한 문체 또한 현실감을 높이는 데 중요한 몫을 하고 있다.
최초의 신소설
여주인공 옥련의 일생은 고대소설  숙향전 의 주인공 숙향의 일생과 비슷한 면이 있다. 어려서 부모를 잃고 고생하나, 위기 때마다 조력자를
만나 결국은 행복한 결말을 이룬다는 대체적인 일생의 유형이 동일하다. 다만  혈의 누 는 옥련의 일생을 일본. 미국 등 외국의 문물과
관련시켜서 근대적인 성향을 부각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고대소설과 다르다. 신소설의 양면성과 과도기적 성격은 이러한 사실에서 기인된다.
신소설은  혈의 누  이후 많이 양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내용과 형식상의 괴리로 인하여, 질적 향상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 결과  혈의 누
가 신소설의 최초의 작품이면서도 대표적인 작품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친일적 개화론
그러나 주제면에서 신교육사상이나 자유결혼사상 등의 개화사상을 보여주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권선징악적인 주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한 형식면에서도 일대기적인 형식, 해피엔딩의 구조 그리고 우연성에 의한 소설의 전개 등을 취하고 있어, 일본이나 미국의 배경
외에는 고소설을 보는 이상의 신선미를 주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신문명에 대한 일방적인 경도와 낙관적인 개화주의에 기울어 있다는
부정적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의 소설들에 등장하는  김관일. 강동지. 최명도  등은 조선말기에 형성된 평민층의 전형이며, 그들은 개화사상을 깊이 인식하고
봉건관료의 학정에 강하게 저항한다. 작가는 이들을 통해 조선말기의 사회. 경제적 갈등을 구체적으로 그려내고 반봉건 문명개화사상을
주장했다. 그러나 그들이 봉건사회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주역으로 나가지 못하고, 봉건관료체제에 대한 맹목적인 부정과
근대문물제도에 대한 무조건적인 긍정에서, 결국 친일개화론으로 기울어지는 한계를 보여준다.
이런 태도는  혈의 누 와  은세계 에서는 외세에 대한 찬양으로,  귀의 성 에서는 양반에 대한 평민들의 허황된 복수로 드러난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구성과 묘사에 있어 놀랄만한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특히  혈의 누 에서는 청일전쟁중 한 여인이 가족을 찾아
헤매는 장면을, 이전 소설의 순차적 평면적인 서술과는 달리 인과관계에 의한 입체적인 서술방식으로 그려냈다. 각자의 신분에 맞는 언어를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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