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호메로스(Homeros, BC 800년경)
두 작품 모두 트로이 전쟁과 그 여파를 다룬 한 쌍의 서사시.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아)는 신과 영웅에 대한 찬양과 인간정서의 심오한
표현이 도달하는 시적 완성도라는 측면에서는 물론이고, 서양정신이 문학이라는 형태를 통해 표현된 최초의 사례로서 문화사적인 가치를
지니는 작품이다. 고대 그리스 인들은 이 서사시들에서 헬라스 세계의 통일성과 영웅주의 상징을 발견했고, 도덕적 가르침과 실제적인
지헤의 원천을 보았으며, 이 작품들은 우리가 아는바 서양문학의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 생애와 작품
서양 최고 최대의 서사시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아)의 작자로 알려진 그리스의 시성 호메로스의 생애에 관해서는 확실히 알려진 것이 없다.
따라서 학자들 중에는 그를 실재 인물이 아니라 전설적 시인, 또는 개인이 아니고 편력시인의 집단명, 장님인 걸식 시인이라고 보는 이들도
없지 않다. 그리고 이 두 서사시가 과연 호메로스의 작품인가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그러나 기원전 5세기의 철학자 크세노파데스와 역시 기원전 5세기의 사학자인 헤로도토스의 저서에서 언급되는 역사적 증거를 비롯, 근대의
역사학고고학적 발견과 연구 및 언어학상의 조사연구에 의해 호메로스는 실재 인물이고, 이 두 서사시도 그의 작품이라는 것이 거의
정설로 되었다.
이 설에 의하면 호메로스는 기원전 900-800년경에 소아시아 이오니아 해변의 스미르나 또는 키오스 섬에서 살았으며, 호메로스가 살던
시대의 시인들은 음유시인들로서, 군중 앞에서 자유롭게 노래하는 인물들이었다. 이러한 시들은 구전, 전승되었다. 호메로스도 여러 도시를
전전하는 장님 음유시인으로, 자기 민족에게 전해내려오는 구비문학을 집대성하여 자신의 천재성과 위대한 상상력과 창조력으로 이 두
서사시인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아)를 완성했다.
이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아) 두 편의 서사시는 완전한 예술적 구성으로 당시 문화에 대한 지주적 존재였고, 서구의 시문학 전반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침과 동시에 그의 이름은 시인의 대명사처럼 되었다. 문예사적인 면에서의 두 서사시는 다 함께 용의 주도하게 짜여진 플롯, 시적
음악성, 상상력에의 호소, 성격묘사의 박진감, 정서적 긴장감 등에서 수준 높은 문학성이 깃들어 있다.
* 서양사상의 2대 원류: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
영국의 비평가 매튜 아널드는 세계역사는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 사이를 오락가락한다 고 했다. 이는 오늘날 서양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2개의 지주를 그리스 정신과 크리스트교 정신으로 본 것이다.
그리스 사상은 인간 중심사상으로 인간의 이성과 감정을 존중하고 인간의 현세적 의미의 긍정과 자아를 강조하여 후에 서양의 철학과
과학문학(사실주의)예술 등에 지속적인 영향을 주었다.
반면 크리스트교 사상은 신 중심으로 특히 영성과 덕성을 존중하고 내세적인 성격을 띠는데, 이는 뒤에 신학과
예술문학(낭만주의)에 영향을 주었다. 단테의 (신곡), 밀턴의 (실락원) 등은 그리스 신화나 크리스트교 사상을 알지 못하고는 그
이해가 어렵고, 번연의 (천로역정)도 크리스트교 사상이 그 밑바탕이 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그리스의 문화와 사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리스의 역사나 철학 등을 통해 접근할 수도 있으나, 우선 흥미있고 자유로운
인간과 신의 세계를 넘나드는 그리스 신화를 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된다. 왜냐하면 그것이 그리스 문명을 바탕으로 하는 서양문명의 모든
분야, 곧 문학조형예술회화 등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철학자들도 그들의 추론이 한계에 부딪쳤을 때
해결책으로 신화의 도움을 구하기도 하는데, 이처럼 신화는 이성 과 신앙 의 중간에서 고유의 생명력을 가지고 우리 곁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 인들에게는 영원이나 내세의 개념이 없었기에 인간보다 더 많은 신을 섬겼다. 그들은 신도 인간과 똑같이 울고 웃고 사랑하고
미워하며 질투하는 존재로 보았다. 다만 불사 라는 점만 달라, 신들은 불사의 음식인 암브로시아를 먹고 발효된 벌꿀로 만든 넥타를 마실
뿐 인간과 다를 바 없다는 신인동형론(anthropomorphism)이라는 독특한 신관을 가졌다.
인간의 감정과 지혜의 보고인 그리스 신화가 오늘날 인류공동의 재산으로 남게 된 것은 호메로스를 비롯한 몇몇 사람의 공로가 그 밑받침이
되었다.
먼저 호메로스는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아)에서 그리스 신화를 체계적으로 서술한 것은 아니지만, 그리스의 신과 영웅들을 생생하게
묘사함으로써 신화에 활력과 생명력을 주었고, 이어서 헤시오도스의 (신통기)와 (일과 나날), 그리스의 3대 비극시인인 에우리피데스,
아이스킬로스, 소포클레스는 그리스 신화를 충분한 이성적 고찰에 의해 심화시켰다. 그러나 그리스 신화에 대한 현재의 체계적인 모습은
로마 시인인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 트로이 전쟁과 (일리아드) (오디세이아)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아)는 공통적으로 트로이 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한 쌍의 서사시들이다. 그런데 18세기까지만 해도 호메로스의 두
작품에 기록되었던 그리스 이전에 존재했었다는 에게 해 문명(미케네 문명과 크레타 문명)이 과연 실재했을까에 대해 확신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오스트리아의 슐리만은 어릴 적부터 호메로스의 시 속에 그려진 트로이에 흥미를 갖고, 언젠가는 트로이의 웅장한
성벽을 발굴하리라 결심하고 돈을 모은 다음, 드디어 40세가 되어서야 소년시절의 꿈을 이룰 수 있었다. 1870년 그는 호메로스가 그의
시에서 묘사한 트로이의 유적들을 발굴하여 그 실재성을 입증했던 것이다.
그러면 (일리아드) (오디세이아)의 공통적인 배경인 트로이 전쟁의 원인과 배경에 대해서 살펴보자. 아킬레우스의 어머니인 테티스의
결혼신장에 불화의 여신인 에리스가 초대받지 못하자 화가 난 그는 이 사과를 최고의 미인에게 라는 말과 함께 황금 사과를 식장 안에
던졌다. 이에 제우스는 아내인 헤라, 딸들인 아케나와 아프로디테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기가 곤란하자 축하차 온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에게
심판권을 주었다.
자기가 선택받기 위해 헤라는 재물과 권력을, 아테나는 무인의 영광을, 아프로디테는 이 세상의 최고의 미인을 제의하자 결국 아프로디테가
선택된다.그런데 당시 그리스의 최고의 미인은 헬레나였는데, 그녀는 이미 스파르타의 왕인 메넬라오스의 아내가 되어 있었다. 파리스가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도움으로 헬레나를 트로이로 납치하자, 메넬라오스의 친형이자 미케네의 왕인 아가멤논을 총사령관으로 하여 트로이
원정대가 출발한다.
그런데 오디세우스는 원정을 피하기 위해 정신이상을 가장했으나 곧 탄로가 났고, 아킬레우스도 여장을 하여 피했으나 오디세우스에
발각되어 함께 원정대에 참여한다. 아킬레우스의 어머니인 테티스는 비록 자기 아들이 발꿈치를 제외하고는 불사신이지만 트로이 전쟁에
참여하면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피신을 시켰던 것이다. 그후 전쟁 10년째에 발생하는 영웅 아킬레우스의 사랑과 분노, 그리고
트로이의 총대장 헥토르의 죽음을 다룬 것이 (일리아드)이며, (오디세이아)는 트로이 전쟁이 끝난 후 그리스의 영웅 오디세우스가 고향으로
돌아가는 도중 10년동안 방랑하면서 온갖 모험을 하고 20년 동안 수절해온 부인 페넬로페와 상봉한다는 이야기를 다룬 서사시다.
* (일리아드)
1. 등장인물
아킬레우스: 그리스의 젊은 영웅으로 친구의 죽음에 분노하여 적장 헥토르를 죽이고 복수를 하는 인물.
헥토르: 선량한 마음을 지닌 트로이 군의 용장으로 용감한 성격을 지닌 인물.
테티스: 아킬레우스의 어머니이자 여신으로 아킬레우스를 아끼고 사랑하는 인물.
아가멤논: 그리스 군의 총수로 성직자 크리세스의 딸을 해방하라는 아킬레우스의 부탁을 거절하여 신으로부터 전염병을 불러오게 한 인물.
2. 주요내용
아폴론의 신관 크리세스는 포로가 된 딸의 석방을 그리스군의 총수 아가멤논에게 간청했다가 거절당하자 신에게 복수를 청했다. 신은
전염병을 그리스 군에게 보내 많은 병사가 앓게 되었다. 이에 고심하던 그리스 군 제1의 용사 아킬레우스는 회의를 열고 전염병의 원인을
예언자로부터 교시받아 아가멤논에게 소녀의 반환을 부탁했다. 그러나 화가 난 아가멤논은 아길레우스의 여자 브리세이스를 탈취한다.
명예를 훼손당한 아킬레우스는 아가멤논에 대한 분노 때문에 어머니인 바다의 여신 테티스를 통해 대신 제우스에게 그리스 군의 패배를
청원하고 전쟁에서 물러나 버린다.
아킬레우스의 어머니 테티스는 아들이 받은 묘욕을 갚기 위해 제우스에게 그리스 군의 패배를 약속하도록 한다. 이윽고 그리스 군의 전세가
약화되어 아가멤논은 보물과 함께 아킬레우스가 사랑하는 여자를 반환한다는 조건으로 아킬레우스에게 용서를 구하지만 아킬레우스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때 트로인 군은 그리스 군의 진지로 육박하여 많은 배에 불을 지르게 된다. 아킬레우스의 친구 파트로클로스는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입고 출정하여 트로이 군을 패주시키지만, 트로이의 대장 헥토르에게 패해 갑옷을 빼앗긴다.파트로클로스가 헥토르에게
죽음을 당하자 아킬레우스는 친구의 죽음을 슬퍼하며 복수를 다짐하고, 아킬레우스의 어머니 테티스는 헥토르를 죽이면 아킬레우스도 죽게
된다고 알려준다. 그러나 아킬레우스는 친구를 구하지 못했기 때문에 죽는 것이 낫다고 하면서 외친다.
기선을 제압한 트로이 군사는 아킬레우스의 고함에 놀라 진군을 멈추고 야영한다. 아킬레우스는 분노를 풀고 아가멤논과 화해하게 되지만,
앞서 화해를 거절했을 때 이미 비극의 씨는 뿌려져 있었다. 아길레우스는 전차를 타고 싸울 준비를 한다. 이때 불사의 명마 크산토스는
그에게 죽음이 다가온다고 예고하지만 아킬레우스는 이에 굴하지 않는다. 한편 트로이 군은 성내로 후퇴하고 헥토르만 성 밖에 머물고
있었다. 이제 싸움터에 있는 사람은 아킬레우스와 헥토르, 그리고 신 아폴론 뿐이었다. 헥토르는 쫓아오는 아킬레우스를 맞이하며 싸우게
되었지만 견디지 못하고 도망해버린다. 두 사람은 트로이의 거리를 쫓고 쫓기면서 세 번을 돌고, 결국 죽음을 당할 처지에 놓이게 된
헥토르는 자신이 죽으면 매장해줄 것을 간청했으나 아킬레우스는 이를 거절하고 그의 시체를 끌고간다. 그는 먹지도 자지도 않고 헥토르의
시체를 전차에 매달고 매일 파트로클로스의 무덤을 돌지만, 신 아폴론은 헥토르의 시체가 손상되지 않도록 도와준다. 그리고제우스는 이러한
폭거를 중지하도록 테티스를 보내 아킬레우스에게 전한다.
헥토르의 아버지 프리아모스 왕은 제우스의 명에 따라 헤르메스 신에 이끌려 황금을 실은 마차를 끌고 밤에 평원을 가로질러 아킬레우스의
진영에 도착한다. 젊은 영웅 아킬레우스는 노왕을 정중히 맞이했으나 두 사람은 서로 자신들의 불행을 알고 슬퍼한다. 새벽에 프리아모스
왕이 성내로 도착하자 트로이는 온통 슬픔에 잠긴다. 그리고 젊은 영웅 헥토르의 장례는 장엄하게 거행된다.
3. 작품 해설
(일리아드)는 그리스 군의 트로이 공격 10년 중의 불과 수십일간의 사건을 15,693행으로 표현한 장편 서사시다. 이와 같이 (일리아드)는
하나의 사건에 집중하여 트로이 격전 중의 일어나는 영웅 아킬레우스의 노여움과 그 결과 생긴 친구의 죽음과 그 복수를 중심으로 하고, 이
두 사건을 통해 알킬레우스의 순수한 용자다운 성격이 차례차례로 부각된다. 그의 너무나도 저돌적인 마음은 신들조차도 막을 수 없다. 그와
대조적인 존재가 헥토르다. 그 상냥한 마음씨와 아름다운 행동에 의해 아킬레우스 이상으로 그의 용기를 그리고 있다. 두 젊은 용사는
자신들의 운명을 알면서도 끝까지 용사다운 정열과 순수한 행동으로 일관하여 읽는 독자로 하여금 진실된 의지와 인간의 비극을 일깨우게
해주는 것이다.
이 장편 서사시는 오랫동안 동서양을 막록하고 거의 모든 작품들의 전형이 되었으며, 오늘날 현존하는 작품, 즉 시와 소설 등 문학작품의
선조가 된다는 것을 그 누구도 부정하지 못한다. 호메로스가 그리스 신들과 젊은 영웅들의 이야기를 썼다는 자체로 새로운 역사의 실마리,
즉 트로이 전쟁이 실존했었다는 것을 강력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이들 신들은 오랜 기간 동안 인간들의 정신에 존재해 있었고, 이것이
작품으로서 나타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 (오디세이아)
1. 등장인물
오디세우스: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노여움을 사서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가, 아테네의 도움으로 고향으로 돌아가 아내를 괴롭히는
청혼자들을 물리치는 용감한 무사.
페넬로페: 오디세우스의 아내로 궁내의 청혼자들이 그녀에게 청혼하지만 거절하고 20년 동안 남편을 기다리는 여인
텔레마코스: 오디세우스의 아들로 아버지를 도와 어머니를 구한 용감한 소년.
아테네: 오디세우스의 운명을 가슴 아파하여 그를 구해주고 도와주는 여신.
2. 작품의 주요내용
트로이 전쟁이 끝난 지 10년이 되었으나 지혜가 많은 영웅 오디세우스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노여움을 사서 고향 이타카로 돌아갈 수가
없었다. 대신 제우스는 오디세우스의 운명을 가슴 아파하는 여신 아테네의 요구를 받아들여 그를 귀향시키고자 한다.
한편 오디세우스의 고향 이타카에서는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아내 페넬로페에게 포악하기 이를 데 없는 청혼자들이 결혼을
강요하고 있었다. 그들은 무위도식하며 궁전의 재물을 탐하고 살림을 어지럽히고 있었다. 오디세우스의 아들 텔레마코스는 아직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어머니 페넬로페의 청혼자들에게대항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신 아테네의 권고로 은밀히 오디세우스의 행방을 찾으러 집을
떠나 어렵게 아버지의 소식을 전해듣는다.
여신 칼리프소는 오디세우스를 자기의 섬에 붙들어놓고 못 가게 말리고 있었지만 제우스의 명령으로 오디세우스를 고향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풀어준다. 그러나 배가 바다의 신 포세아돈이 일으킨 폭풍으로 침몰하게 되고, 간신히 살아난 파이에쿠스 인들의 나라에 표류해 도착하게
된다. 마침 강으로 빨래하러 나왔던이 나라의 공주 나우시카는 오디세우스를 도와서 아르키노스 왕의 환대를 받게 해준다. 오디세우스는
왕에게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지금까지 자신이 당한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애꾸눈 거인인 퀴플로프스에게 잡아먹힐 뻔한 사람의 이야기와,
사람을 돼지로 바꾸어버리는 마녀 카르케와 함께 1년간 지낸 이야기 등의 모험담을 이야기해준다.
아르키노스 왕의 도움으로 간신히 이타카에 도착한 오디세우스는 여신 아테네로부터 페텔로페에게 청혼한 청혼자들의 폭거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책략을 써서 그들을 물리치기로 한다. 아테네는 오디세우스를 거지의 모습으로 바꾸어 충성스런 양돈가 에오마이오스의 오두막으로
보낸다. 그곳으로 오디세우스의 아들 텔레마코스가 찾아온다. 오디세우스는 자기의 정체를 밝히고 텔레마코스와 함께 청혼자들을 퇴치하기
위해 계략을 짠다. 텔레마코스는 궁전으로 돌아가고 아버지의 귀환을 비밀에 부친다.
오디세우스는 거지행색을 하고 궁전으로 들어가 페넬로페와 시녀들 앞에 나타난다. 일찍이 오디세우스의 유모였던 노파가 오디세우스의 발을
씻기다가 발에 난 상처를 보고 한눈에 그를 알아본다. 하지만 궁전에는 청혼자들과 내통하는 시녀들이 있어서 오디세우스는 자신의 정체를
비밀에 부쳐달라고 노파에게 말한다.
한편 시달림에 못 이긴 페넬로페는 오디세우스의 강한 활로 12개의 도끼를 관통할 수 있는 자와 결혼하겠다고 선언한다. 궁전의 넓은 방에
모인 청혼자들은 차례로 이것을 시도하지만 한 사람도 시위에 살을 메기기 위해 활을 휘게 하지 못한다. 이어 오디세우스가 나서서 자신이
해보겠다고 제의한다. 청혼자들은 거절하지만 페넬로페는 이를 허락한다. 텔레마코스로부터 활을 건네 받은 그는 힘도 들이지 않고 활시위에
활을 메긴 뒤 12개의 도끼를 보기 좋게 관통시킨다. 그러자 실내에 모여 있던 청혼자들은 당황한 빛을 감추지 못한다. 이때 자신이
오디세우스임을 선언하고 나서 그는 방 안에 있던 청혼자들을 하나씩 없앤다. 텔레마코스도 무장을 하고 아버지와 함께 싸운다. 넓은 방은
삽시간에 도살장으로 변하고 청혼자들은 모조리 죽음을 당하고 만다. 페넬로페와 오디세우스는 20년 만에 재회를 하고 잠자리에 들게 된다.
이튿날 오디세우스는 포도원으로 가서 연로한 아버지 라에르테스와 재회한다. 여기에 피살된 청혼자들의 가족들이 쳐들어오지만 여신
아테네의 중재로 화평이 맺어진다.
3, 작품해설
12,110행의 (오디세이아)의 대서사시는 각각 24권으로 그리스 알파벳 순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오디세이아)는 트로이가 함락된 후 지혜로
유명한 오디세우스가 돌아가는 도중에 경험하는 10년 동안의 일들을 기록하고 있다. 배를 타고 항해하는 동안 그는 괴물이나 악한들로부터
공격을 받기도 하고 아름다운 여인들의 유혹을 받기도 한다. 또한 신에서 노예들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유형의 인물도 만나게 된다. 그가
타고 있던 배가 난파되고 바다에서 전투가 벌어지는 등 그가 겪는 갖가지 모험은 곧 인생의 축소판이나 크게 다름없다. 항해도중 그가 겪게
되는 방황과 모험은 인간이라면 으레 겪게 되는 보편적인 경험이다. 그의 모험에는 유혹과 도전, 투쟁과 고통, 그리고 승리가 깃들어
있다.오디세우스의 삶의 여정이 그러하듯이, 인간이 겪게 되는 것은 갖가지 고통과 역경, 좌절과 절망, 순간적인 기쁨과 승리감의 총화가 곧
삶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도 호메로스의 유머와 슬픔, 스릴의 아기자기한 맛, 자유분방하고 대담한 수법을 구사하여 변화무쌍한 이야기를 이끌고 있는
신축자재한 문체와 필치, 구성의 치밀함과 스케일의 방대함을 맛볼 수 있다.
호메로스의 시는 그가 발표한 뒤 곧 국민적인 서사시가 되었고, 그 언어와 기법은 그리스뿐만 아니라 라틴 문학을 비롯하여
근대문학현대문학에 이르기까지 서구문학 전체가 직접 간접으로 영향을 입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이다. 그의 언어는 오랜 전통의
결과인 기교의 극치를 이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러운 순박함과 생동감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그 속도와 명쾌함은 성좌처럼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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