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운몽> : 작가: 김만중(김만중, 1637 - 1692)
인간의 부귀영화가 일장춘몽이라는 주제의 소설로 조선 중기의 문인 김만중이 쓴 소설이다. 육관대사의 제자 성진이 8선녀를 희롱한 죄로
인해 인간계에 양소유로 환생하여 역시 이승으로 환생한 여덟 여인들을 아내로 맞아 부귀공명을 누리다 보니 마침내 그것이 한바탕 허무한
꿈이었음을 깨닫는 내용의 소설로, 조선후기 몰락한 양반들의 회고적인 꿈을 그린 작품이다. 현실과 꿈, 유교와 불교, 천상과 지상의
세계라는 상호 대립적인 세계를 설정하고, 꿈속에서 부귀와 공명을 추구하다가 문득 꿈에서 깨어나는 주인공을 통하여, 인간 역사상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물음인 현실적인 삶의 의미와 초월적인 깨달음의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고 있는 고대소설의 전범이다.
생애와 작품활동
서포의 어머니는 흔히 맹자의 어머니와 비유되곤 한다. 자식교육에 대한 어머니의 헌신적인 노력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조선후기의 문신소설가. 호는 서포. 조선조 예학의 대가인 김장생의 증손이요, 병자호란 때 순절한 김익겸의 유복자로 태어나
오로지 어머니 윤씨의 남다른 가정교육에 힘입어 성장했는데 그의 생애와 사상도 어머니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 생활이 어려워지자 베짜고
수놓는 것으로 생계를 이어갔으나 학업에 방해가 될까 봐 어린 자식들에게는 보이지 않았다 한다.
<소학> <당시> 등을 윤ㅆ기 직접 가르쳤고 <맹자> <중용> 등은 곡식을 주고 사서 읽혔으며, <좌씨전> 한 질이 있으나 그 값이 너무 비싸
아들이 감히 말을 못하고 있자, 부인이 베틀 가운데의 베를 끊어 주었다고 한다. 또 이웃이 옥당서리를 알게 되어 홍문관의 <사서>와
<서경언해>를 빌려내어 손수 이를 베껴서 자식들에게 주었다 하니 자식들의 학업성취에 얼마나 정성을 기울였는가를 알 수 있다. 이는 후일
서포가 학자로 성공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서포는 어머니의 지극한 정성에 보답이라도 하듯 1655년 문과에 급제하여 지평수찬 등을 역임하고 암행어사로 활동한다. 그러나
임금 앞에서 직언도 불사하는 강직성으로 관직을 삭탈당하고 <김>씨 성을 사용하지 못하는 벌을 받기도 했다.
이후 예조참의로 복귀하여 대사헌을 거쳐 대제학에까지 오르는 등 7년간은 전생애를 통한 황금기였다. 그러나 변덕쟁이 임금인 숙종이
정비인 인현왕후를 폐비시키고 장희빈을 세우려 하자 이를 반대하다가 남해에 유배당한다. 유배지에서 숙종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쓴 것이
<사씨남정기>다. 이러한 와중에서 그의 어머니 윤시는 아들의 안부를 걱정하던 끝에 병으로 죽었으나 효성이 지극했던 그는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한 채 남해의 유배지에서 56세를 일기로 숨을 거둔었다.
그의 사상과 문학은 독특한 특징을 보인다. 주희의 논리를 비판하거나 불교적 용어를 거침없이 사용한 점 등에서 사상의 진보성을 찾아볼
수 있으며, 그가 주장한 <국문가사 예찬론>은 문학이론에서의 진보성을 보여준다. 김시습의 <금오신화> 이후 허균의 뒤를 이어 소설문학의
거장으로 나타난 그는 우리 문학사에 획기적인 전기를 가져왔다.
즉, 소설을 천시하던 조선시대에 있어 소설의 가치를 인식, 창작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문학은 마땅히 한글로 써야 한다고 주장하여
이후 구소설의 황금시대를 가져오게 한 것이다. 그의 우리말과 우리글에 대한 국자의식은 높이 살 만하며, 특히 숙종을 참회시키기 위해 쓴
<사씨남정기>나, 모친을 위로하기 위해 순수한 우리말로 유배지에서 쓴 <구운몽> 같은 국문소설의 창작은 허균을 잇고 저선후기 실학파
문학의 중간에서 훌륭한 소임을 수행한 것으로 평가된다.
저작 동기 및 작품 해설
서포가 이 작품을 저작할 당시는 영어의 상태였고 부친의 분사, 모친의 병환 등 실로 헤아릴 수 없는 자기의 가계를 생각할 때 자신의
심정은 그야말로 서인파의 중진으로서 벼슬의 꿈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러나 서포 모친의 병환은 날로 더해가고 가계의 사정은 더욱
절박했다. 모든 것을 청산하고 세상을 등져야 할 체념적 인생관 속에는 변화불측한 꿈만이 남았다. 고향의 소식은 끊기고 몽매간에도 잊을
수 없는 어머니. 그래서 여기에서 <구운몽>은 출발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구운몽>은 모친의 무료함을 덜고 위로할 목적으로 단시일에 저술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로는 3교화합의
이상화이다. 서포는 이 현묘하고 심도있는 3교의 이상화를 실제로 정치와 생활에 반영하고 싶었으나 시간이 너무도 없었다. 그래서 3교의
이상적 실천화를 위해 <구운몽>을 저작한 것이다.
이 작품의 주제는 인간의 부귀영화가 일장춘몽이라는 소설로 숙종 때의 몰락해가는 귀족들의 회고적인 꿈의 세계를 그린 것이다.
<구운몽>을 저작할 당시 서포는 <사씨남정기>의 실패로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태였다. 유로써 입신출세할 서포였으나 이미 어렵게 되어 도와
불에 귀의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유교의 현실적 실천과 불교의 내세적 이념과 도교의 고답적 도피사상의 각축장을 조성하면서도 결국은 불가의 숙명론적 세계에 귀의케
하는 성진의 생애야말로 흥망성쇠를 한깃 숙명에 되돌리고 모든 인생의 희비애락을 일장춘몽으로 결론짓는 서포의 마지막 패러독스는 드디어
이차원의 인생관종교관으로 귀일하게 하는 유일의 허무사상, 바로 이것이 <구운몽>의 주제인 것이다.
서포는 이 작품에서 영원한 안주의 세계를 희구하는 내세주의에 모든 것을 귀결시키고 향락이나 부귀공명도 거부하고 영원한 구원을
열망한다. 전생에 약속한 윤회의 세계로 다시금 돌아가는 인간이 여기에 있다. 즉, 주인공이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뜻을 꿈 속에서 실현하다
다시 현실로 돌아와, 꿈속의 허망한 부귀공명이 일장춘몽이라는 대승불교의 핵심인 공사상을 중심으로 유교와 도교의 3교 융합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작품은 현실 - 꿈 - 현실로 바뀌는 과정이나 양소유가 8명의 여인과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을 재미있게 꾸몄다. 8명의 여인이 각기
개성을 갖추도록 배려를 하면서 작품에 등장하는 환경인물심리를 우아하고 품위있는 문체를 활용하여 세밀하게 묘사해놓은 점은
이 작품을 돋보이게 한다.
다음으로 <어머니 콤플렉스>가 작품 전면에 나타난다. 선계에서 육관대사의 제자 성진이 용궁에 가서 술을 마시고 대접을 받고 오다가
돌다리에서 8선녀를 만나는 것이 도입부의 <어머니 콤플렉스>로 볼 수 있고, 양소유가 토번국을 칠 때 꿈속에서 용궁에 초대되어 용녀인
백릉파와 가연을 맺는 것은 전개부의 <어머니 콜플렉스>라 할 수 있다.
또한 서포는 <구운몽>에서 작가 자신의 처지를 간접적으로 그리고 잇는데, 주인공들은 정부인의 경우를 제외하면 거의 모두 부모를
여의였거나 형제자매가 없다. 유복자 서포가 갖는 인간적인 동정은 자신의 슬픔이나 그의 모당 유부인의 고독까지도 생각하여 주인공들이
같은 처지에서 화해를 모색케 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이 작품에서는 서포의 진보적 사상이 돋보이기도 하는데, 양소유의 두 부인과 여섯 첩에서 낳은 자녀들은 모두 적자서자의 구별
없이 벼슬을 한다고 그리고 있는 것이 이를 단적으로 증명해준다.
서포의 유머 감각 역시 뛰어난데, 선의의 속임수를 작품 전반에서 볼 수 있다. 즉, 양소유가 여장하여 정소저를 만나고, 춘운이
선인귀신으로 둔갑하여 양소유와 정을 맺는다는 점, 또는 황태후가 양소유에게 정소저의 죽음을 거짓 알린다든가 하는 것들이다.
이러한 선의의 거짓은 오히려 무의미한 인간세상에 위트로서 나타난다.
작품의 주요내용
중국 당나라 때 남악 형산 연화봉에 서역에서 온 육관대사가 법당을 짓고 불법을 베풀었는데, 동정호의 용왕도 이에 참석한다. 육관대사는
제자 성진을 용왕에서 사례하러 보낸다. 이때 형산의 선녀 위부인이 8선녀를 육관대사에게 보내 인사드리려 한다. 용왕의 후대로 술에 취해
돌아오던 성진은 8선녀와 석교에서 만나 서로 희롱한다. 선방에 돌아온 성진은 8선녀의 미모에 도취, 불문의 적막함에 회의를 느끼고 속세의
부귀와 공명을 원하다가 육관대사에 의해 8선녀와 함께 지옥으로 추방되고 다시 인간세상에 환생한다.
성진은 회남 수주현의 양 처사의 아들로 내어났는데, 양 처사는 신선이 되려고 집을 떠났다. 아버지 없이 자란 양소유는 15세에 과거를
보러 경사로 가던 중 화음현에 이르러 진 어사의 딸 채봉을 만나 마음이 맞아 혼약한다. 그때 구사랑이 난을 일으켜 양소유는 남전산으로
피신했는데, 그곳에서 도사를 만나 음률을 배운다. 진채봉은 아버지가 죽은 뒤 관원에서 잡혀 경사로 끌려간다. 이듬해 다시 과거를 보러
서울로 올라가던 양소유는 낙양 천진교의 시회에 참석했다가 기생 계섬월과 인연을 맺는다. 경사에 당도한 양소유는 두련사의 주선으로
여관으로 가장하여 정사도의 딸 경패를 만나는 데 성공한다.
과거에 급제한 양소유는 정사도의 사위로 정해졌는데, 정경패는 양소유가 자신에게 준 모욕을 갚기 위해 시비 가춘운으로 하여금 선녀처럼
꾸며 양소유를 유혹하여 인연을 맺도록 한다. 이 때 하복의 새 왕이 역모를 꾸미니 양소유가 절도사로 나가 이들을 다스린다. 돌아오는 길에
계섬월을 만나 정을 나누었는데, 이튿날 보니 하복의 명기 적경홍이었다. 두 여자와 후일을 기약하고 상경, 예부상서가 된다.
진채봉은 서울로 잡혀온 뒤 궁녀가 되었는데, 어느 날 황제가 베푼 주석에서 양소유를 보고 애가 탄다. 까닭을 물어 진채봉과 양소유는
관계를 알게 된 황제는 이를 용서하고 누이인 난양공주는 후에 진채봉과 형제지의를 맺는다.
양소유는 어느 날 밤 난양공주의 퉁소 소리에 화답한 것이 인연이 되어 부마(임금의 사위)로 간택되지만 정경패와의 혼약을 이유로 이를
물리치다가 옥에 갇힌다. 그때 토번왕이 쳐들어와서 양소유가 대원수로 출전된다. 진중에서 토번왕이 본낸 여자객 심요연과 인연을 맺게
되고, 심요연은 자신의 사부에게 돌아가면서 후일을 기약한다. 양소유는 백룡담에서 용왕의 딸인 백룡파를 도와주고 그녀와 또 인연을
맺는다. 그동안 난양공주는 양소유에게 혼약이 물리침을 당해 실심에 빠진 정경패를 만나보고 그 인물에 감탄하여 형제가 되어 정경패를
제1공주인 영양공주로 삼는다.
토번왕을 물리치고 돌아온 양소유는 위국공에 봉해지고 영양공주난양공주와 혼인한 데 이어 진 궁녀와 만나 동침하는 가운데
진채봉임을 확인하게 된다. 양소유는 고향으로 노모를 찾아가 경사로 모시고 오다가 낙양에 들러 계섬월과 적경홍을 데리고오니, 심요연과
백룡파도 찾아와 기다리고 있다. 그뒤 양소유는 2처 6첩을을 거느리고 일가화락한 가운데 부귀공명을 누리며 살아간다.
생일을 맞아 종남산에 올라가 가무를 즐기던 양소유는 역대 영웅들의 황폐한 무덤을 보고 문득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고 비애에 잠긴다.
이에 9인이 인간세계의 무상과 허무를 논하며 장차 불도를 닦아 영생을 구하자고 할 때, 호승이 찾아와 문답하는 가운데 꿈에서 깨어나
육관대사의 앞에 있음을 알게 된다. 본래의 성진으로 돌아와 전죄를 뉘우치고 육관대사의 가르침을 받고 있는데, 8선녀가 찾아와 대사의
가르침을 구한다.
이에 대사가 설법을 베푸니 성진과 8선녀의 본성을 깨우치고 적멸의 대도를 얻어 극락세계에 돌아갔다고 한다.
서포문학의 문학사적 의의
서포는 복잡다단한 생을 살다 갔는데, 그 모진 인생의 종국의 결산이 <구운몽>이라 한다면, <구운몽>은 위대한 인생 체험기라고도 할 수
있다. 다음과 같은 점에서 <구운몽>은 문학사적 가치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1) 이 작품은 고대소설 창작에 있어서 전범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김시습의 <금오신화>에서 소설문학으로 진입하여 허균의 <홍길동전>으로 일단 진보를 보였을 뿐 그후 모든 소설이 전기작품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 작품에서는 전기적 요소가 불식되고 현실적인 인ㅅㅇ문제가 주제로 씌어졌기 때문이다. 이 소설로 인해
우리의 고대소설의 형식이 완성되자 바야흐로 영정조 시대에 들어와 한글소설이 대성황을 이루게 되었다. <옥루몽>과 같은 <몽>자
소설이 유행하기도 했다.
(2) 작가의 인생관의 반영문제이다. 흔히들 예술은 인생의 거울이라고 하고 소설은 작가의 영상이라고도 하는데, <구운몽>은 서포의 생생한
인생축도를 암시해놓은 것이다. 남아로 태어나서 이루지 못한 인간의 이상을 작품에서 독백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명리와 야욕이 있고
여자와 영화가 있고, 종교와 학문이 있다. 이것이 서포가 현실에서 추구한 인생관의 전부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서포는 불교를 위시한
3교사상의 융화성을 역설했다.
(3) 이 소설이 국문학사상 높은 평가를 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어느 나라 말이든 그 나라 말만이 참된 그 나라의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다>>는 굳은 신념을 가지고 순한글로 이 작품을 집필했다는 점이다.
<구운몽>은 이후에 소설에 영향을 미쳐 이 작품자체를 늘리거나 축소하여 개작한 작품이 계속 나왔을 뿐만 아니라, <구운몽>과 같은
설정을 하면서 다른 사건을 결합시키는 작품들도 대거 등장했다. 그러므로 이 작품은 고대소설 창작의 전형적인 모범을 제시히여 소설사의
획기적인 전환을 마련했다고 할 수 있으며 고대소설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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