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와 방법)
저자: 가다머
현대 해석학 의 고전으로 불리는 이 책은 해석학을 단순한 문헌 이해의 방법론에서 본격적인 존재론의 철학으로 한 단계 격상시킨 작품.
독일 관념론의 현대적 2대 지주인 현상학 과 해석학 중, 해석학은 슐라이어마허의 (성서) 해석으로부터 출발한다. 해석학은 어떤
텍스트나 특정상황이 역사적으로 달리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인데, 가다머는 (진리와 방법)에서 이전까지의 해석학이 주관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비판하고, 이 책에서 객관성의 원리를 확보하려고 했다.
생애화 작품활동
헨리히가 1974년 내한하여 강연할 때, 칸트의 (순수이성비판)과 함께 세기적 철학서로 꼽은 책이 바로 가다머위 (진리와 방법)이다.
가다머는 현대독일의 대표적 철학자로 독일의 마르부르크에서 출생하였다. 그는 아리스토텔레스의 해석을 통하여 그의 철학을 형성하였고,
존재론의 하이데거로부터 결정적인 영향을 받았다. 가다머는 하이데거의 제자이자 평생동안 그의 친구였다. 또한 하이데거는 그의 철학의
해설자라고도 말할 수 있다. 가다머는 1938년 라이프치히 대학, 1947년 프랑크푸르트 대학, 1949년부터는 하이델베르크 대학교수를 지냈다.
그러나 두 철학자는 전혀 다른 영역에서 철학의 길을 걸었다. 그는 일반적으로 철학적 해석학 의 권위자로 알려져 있는데, 그의 철학적
배경은 하이데거의 해석학적 존재론에 바탕을 두고 있으면서 해석학의 새로운 철학적 정립을 완성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기본적
문제의식은 19세기적 역사의식에 잠긴 상대주의와 공허한 교양주의를 20세기 시대경험의 입장에서 극복하고, 정신과학에 있어서의 이해와
인간존재의 역사성의 관련을 밝혀내는 일이었다. 철학적 해석학 이라고 칭하는 이 시도는 (진리와 방법)이라는 결실을 가져왔다. 특히
역사해석의 다양성, 언어성, 역사성, 전통유보라는 인간존재의 기본적 형식과의 관련에서 작용사 라는 이름 아래 적극적으로 의의를 부여한
이 저서는, 60년대 후반 이후 정신과학의 위기가 명료해짐에 따라 수많은 논의를 불러 일으켰다.
현대철학에서의 해석학
그리스 시대부터 텍스트 의 의미를 다른 정신세계에서 자기 자신의 정신세계로 옮겨놓는 것을 과제로 하는 기술은 17세기에 이르러
해석학 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그것은 세 가지형태, 즉 고전적 작품의 해석에 있어서는 어문학적 해석학으로서, 성서해석에 있어서는
신학적 해석학으로서, 그리고 법전의 해석에 있어서는 법학적 해석학으로서 체계적으로 발전되었다. 슐라이어마허 해석학 의 기원은
그리스 철학에까지 소급될 수 있으나, 학으로서의 체계적 기초는 슐라이어마허에 있어서 해석학은 우선 해석법으로서, 성서나 고전들의 가장
정당한 이해를 위한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인간의 이해 자체를 문제삼았다. 그는 처음으로 이해 자체의 현상을
주목하고, 이해의 보편법칙을 파악하려고 했다. 또한 이해의 과정을 의식적으로 구체적인 언어와 직접 결합시켰다. 그에 의하면 해석학에
있어서 가장 먼저 전제되어야 할 것은 다만 언어이고, 가장 먼저 발견되어야 할 것도 언어에서 발견 되어야 하며, 해석학의 과제는 언어의
과제였다.
딜타이 슐라이허마허의 뒤를 이은 딜타이는 우선 이해라는 개념을 인문과학의 방법적인 특수성을 논하면서 사용했다. 즉, 자연은
설명하고 정신생활은 이해한다 는 것이었다. 그는 처음에는 자연과학과 구별되는 인문과학의 방법론으로 해석학을 생각했지만, 삶에 대한
철학적 연구가 진전됨에 따라 인간 삶 자체가 해석학적이며, 이해한다는 것이 인간 삶의 가장 본질적인 모습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신학자가 (성서)를 해석하듯이, 철학자는 역사적으로 주어진 삶을 이해하는 방법으로 해석한다는 것이다.
하이데거와 가다머 딜타이의 사상을 이어받은 하이데거는 이해를 존재론적 문제로 다루면서 인간존재의 실존적 구성으로 파악했다. 그리고
하이데거가 제시한 이해의 순환구조의 존재론적 분석을 기초로, 가다머는 그의 주저 (진리와 방법)에서 인식의 지평성, 이해의 역사성을
제시하고, 근대적 방법지의 진리개념을 비판했다.
(진리와 방법)의 내용
여기서 소개하는 (진리와 방법: 철학적 해석학의 제특징)은 그 부재가 말해주듯이 철학적 해석학에 관한 저서이며, 1960년 초판이 발행된
이래 해석학의 새로운 기반을 마련해준 3부로 구성된 역작이다.
제1부 제1부에서 가다머는 예술의 경험에 있어서 진리의 물음을 드러내려고 한다. 그는 여기서 근대의 미학이 칸트의 (판단력 비판)에
의해서 주관화되었다고 비판하고, 미학적인 차원의 초월을 서술한다. 그는 예술에 관한 인식론적 관점을 배격하고, 그것을 존재론적으로
분석한다. 예술작품은 주관적인 미학적 의식의 대상이 아니라, 작품 자체가 오히려 우리에게 자기 존재의 진리를 드러낸다고 한다. 예술작품
자체가 예술경험의 주관으로서, 우리를 자기의 존재로 불러들인다. 따라서 예술의 이해는스스로의 존재진리를 드러내는 작품세계에
참여함으로써 수행된다. 더 나아가서 가다머는 예술작품의 존재론을 정립하고, 그의 해석학적 의미를 밝힌다. 하나의 예술작품은 일단
형태화되고 난 후에는, 그의 창작자나 해석자의 의식으로부터 독립되어 자기자신의 고유한 존재방식을 갖게된다. 작품은 그 자체의 자율성을
가지고 창작자의 의견이나 창조적 행위로부터 원칙적으로 벗어나게 된다. 그러므로 예술작품에서 의도된 의미는 작품 자체의 존재의
진리이며, 예술작품의 존재가 그의 진리에 있어서 드러나도록 하는것이 작품의 이해다.
제2부 제2부에서 그는 진리의 물음을 정신과학에 있어서의 이해로 확대한다. 가다머는 우선 슐라이어마허의 낭만주의적 해석학,
역사학파와 낭만주의적 해석학의 결합으로서의 랑케와 드로이젠의 역사주의를 비판하고, 딜타이에 있어서 역사의 인식이론적 문제가 어떻게
정신과학 일반의 해석학적 기초로 발전되는 가를 서술한다. 정신과학에 있어서 인식론적 물음, 즉 방법론적 사고는 현상학적 탐구에 의해서,
특히 하이데거의 해석학적 현상학적에 의해서 극복된다. 가다머는 여기서 해석학은 진리의 경험이요, 정신과학의 인식론일 수 없다는 것을
명백히 하고 자기의 사상을 해석학적 경험의 이론 으로서 정립한다. 해석학적 경험은 이해의 역사성 속에서 이루어지며, 따라서 이해의
역사성은 가다머에 있어서 해석학적 원리로 된다. 그는 이해의 역사성에서 나타나는 해석학적 문제들, 즉 해석학적 순환과 선입견,
시간간격의 해석학적 의미 등을 차례로 그의 서술의 주제로 삼는다. 이해의 역사성은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한편으로는 역사적 과거의
사실과 의미연관을 이해함이며, 다른 하나는 이해자체가 하나의 역사적 사건이라는 것이다. 역사를 이해하는 우리는 역사 속에서 살고
역사에 의해서 이미 규정되어 있으며, 우리 자신의 역사적 상황과 의미지평으로부터 이해하려고 한다. 따라서 이해는 객관적인 역사의
의미내용과 이해의 주관이 서로 만나고 융합하는 데서 이루어진다. 이러한 이해과정에서 가다머에게 우선 문제되는 것은 역사적 의미를
이해하려 할 때 우리는 이미 역사에 의해서 규정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즉, 우리는 이해의 선구조와 해석학적 순환 속에 있다. 그런데
가다머는 해석학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신이해 라는 개념 대신에 신입견 이라는 좀더 폐쇄적으로 보이는 개념을
도입한다. 그러나 그는 자기의 선입견을 계몽주의 이래 부정적 의미로 통용되는, 따라서 배적되어야 할 선입견과 분명히 구별한다. 선입견은
전통, 권위 등 일정한 역사적 지평에 의해서 제약된, 그러나 아직 학문적으로는 반성되지 않은 이해로서, 모든 이해의 통로를 마련해주는
전제요, 출발점이 된다고 한다. 그것은 이해과정에 있어서 타당성 여부에 따라 검토되고 수정될 수 있다. 그러므로 가다머는 선입견의
생산적 성격을 강조하고 그의 복권을 요구한다. 역사적 존재로서의 인간이 전통과 역사적, 문 거 권위 속에 존재하며, 이해에 있어서
그것에 의해 제약된 선입견으로부터 출발한다 함은 해석학적으로 어떠한 의미를 갖는 것일까? 우리는 이해함에 있어서 어떠한 경우에도
우리의 현재를 버리고 과거로 돌아가 과거와의 직접적인 관계를 재생산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역사적 사실이나 전승된 텍스트는 그것이
주어진 우리의 현재의 상황과의 관계속에서 이해되어야만 한다. 텍스트의 의미를 이해함은 곧 그것을 현지에 적용함 이라고 하낟. 이때
텍스트의 사실은 우리에 대해서 단지 해석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이미 그속에서 생각하고 이해하는 의미지평이며, 이것은 우리의
역사성의 지평 안에 주어져 있다. 역사적 사실은 이러한 해석학적 상황 속에서 드러나며, 또한 현재와 관계하고 우리에게 이해지평을
넓혀준다. 이해는 단지 우리의 주체적 행위에 의해서 수행되는 것이 아니라, 텍스트와 해석자, 즉 과거와 현재의 서로 다른 역사적 지평이
만나고 융합되는 데서 이루어진다. 가다머는 이해를 자기 이해와 전통 사이의 긴장관계에서 일어나는 변증법적 매개과정으로 파악한다.
그런데 역사적 지평과 융합은 영향사적 연관성의 매개에 의하여 가능하다고 한다. 영향사 란 이해에 대한 역사의 부단한 작용을 말한다.
모든 역사적 사건과 문화적 전승은 우리의 역사 안에서 작용하고 해석되며, 그래서 우리 자신의 고유한 이해지평 속으로 들어온다. 이러한
영향사적 연관성이 이해의 가능성을 매개한다.
제3부 제3부에서 가다머는 언어를 실마리로 하여 해석학이 존재론으로 전향함을 밝힌다. 텍스트 이해의 과정은 언어적 과정이라는 것,
따라서 과거지평과 현재지평의 융합도 대화수행의 형식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은 언어가 해석하적 경험의 매체임을 의미한다. 그래서,
가다머는 언어를 해석학적 존재론의 지평으로 파악한다.
철학사적 의의
전후 해석학은 자연과학적 사고에 기초를 둔 과학이론과 사회비판이론의 거센 물결에 의해서 뒷전으로 밀려나게 된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해석학이 그의 본질상 엄격한 과학적 요구를 충족시킬 수 없었으며, 전통적으로 사회이론과 연결되지 못한 때문이었다고 생각된다. 가다머는
그의 스승인 하이데거가 그의 저서 (존재와 시간)에서 표명한 존재론적 해석학의 입장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하이데거에 있어서 해석학은
삶의 객관화된 형태를 실천적으로 이해하는 방법적 이론이 아니라, 이해 자체가 이미 인간적 삶의 보편적 현상이다. 그래서 삶을 현존재로
표현하는 하이데거는 자기의 기초적 존재론 을 현존재의 해석학 으로서 전개하였다. 가다머는 이러한 존재론적 해석학을 이해의
역사과정과 결부시키면서 영향사 이론 을 정립하였다. 이해는 객관에 의한 인간의 주관적 과정, 즉 인식론적 과정이 아니라 학문 이전의
인간, 현존재의 보편적 존재양식이라고 한다. 존재론적 과정인 이해를 그의 역사성에 있어서 철학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철학적 해석학 의
과제이다. 따라서 가다머는 (진리와 방법)에서 방법론적 노력을 그의 철학적 해석학의 과제 영역으로부터 배제한다. 과학의 방법론은 진리로
이끄는 것이 아니고, 진리의 경험을 오히려 배제한다는 것이다. 진리의 경험은 학문적 방법의 규제영역을 능가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 대한
반론도 거세다. 아펠과 하버마스는 가다머의 철학적 해석학의 보편성 요구를 비판한다. 이들은 딜타이로부터 가다머로 연결되는 해석학은
그것이 의미하는 해석학적 지평만으로는 아직도 사회적 실천을 위한 설명으로 미흡한 것이라고 반문한다. 여기에 하버마스의 해석학적
이해의 융합지평에서는 경험과학적인 세계, 또는 딜타이의 역사적 연관을 자유로운 자기화로 해소시켜 버리고는 있지만, 해방과 개혁이라는
사회적 필요조건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버마스는 비판한다. 여기서 하버마스는 해석학적, 비판적 사회학 을 주장한다. 그는 가다머의
(진리와 방법)은 언어성위 관념론 이라고 공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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