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llow my blog with Bloglovin FraisGout: 온몸이 말하는 건강 신호

온몸이 말하는 건강 신호

그 형에 그 병이 온다. 아침부터 이씨는 고민에 빠졌다.  '무슨 병원부터 먼저 가야 하니?
안과부터 갈까, 이비인후과부터 갈까? 아냐, 지난 주부터 자꾸만 가슴이 두근거리고  불편한
게 아무래도 찜찜해. 우선 내과부터 가야겠어.'
  40대 후반의 그는 요즘 들어 이런저런 걱정거리로  밤잠을 설치고 있었다. IMF가 닥치면
서 회사에서는 구조 조정이다 뭐다 해서 마음이 심란하고,  재작년에 세를 주었던 셋집에서
는 방을 빼겠다며 전세금을 돌려달라고 안달이었다. 수중에 여유  돈이 있으면 방이 빠지지
않더라도 전세금을 돌려주겠지만 이미 월급마저 30퍼센트 깎인 판에 그럴 돈이 있을 리 없
었다. 그러니 애면글면 속만 탔다. 너무 피곤하고 계속해서  속을 끓인 탓일까, 이씨는 마치
심장병에라도 걸린 듯 가슴이 두근두근거리면서 불편했다. 눈도 붉게 충혈되면서 깔깔한 느
낌과 함께 눈물이 나면서 통증이 느껴졌다. 무얼 먹어도 입맛이  너무 써서 아무것도 못 먹
을 지경이었고, 목에도 가시가 걸린 듯  따갑고 답답했다. 마침내 그는 어렵게 휴가를  내서
병원에 가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증상이 하도 여러 가지라 무슨 병원부터 가야 할지 갈
피를 잡을 수 없었다. 한참을 망설이던 그는 내과, 안과, 이비인후과가 한곳에 모여 있는 종
합 클리닉을 찾았다. 1층부터 4층에 걸쳐 이곳저곳을 들른 그의  손에는 세 봉지의 약이 한
움큼 쥐어져 있었다.
  이씨와 같이 대부분의 사람들의 여러 가지 증상이 한꺼번에 나타나면 각 통증 부위에 따
라 진료 과목을 달리해서 치료받게 된다. 하지만 한의학에서는  병증 하나하나를 따로 떼어
생각하지 않는다. 몸 속의 오장육부와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나타나는 발현 현상으로  본다.
예를 들어 이씨에게서 나타나는 가슴 두근거림과 눈의 통증, 쓰다쓴 입맛, 목의 불편함 등은
모두 하나의 원인에서 비롯되는 증상들이다. 즉 심장의 화가 지나치게 많이 쌓일 때 나타난
다. 좀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한의학에서는 정신 기능을 담당하는 기관이 뇌가 아니라  심장
이라고 본다. 그러니까 이씨의 병은 일종의 신경성으로, 불안초조한 상태가 계속되거나 신경
을 지나치게 많이 쓰면 나타나는  심장 기능의 이상이다. 심장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면
심장과 연관된 신체 기관에 병증이 나타나는데, 입맛이 쓰다는 것은 혀가 심장과 밀접한 관
계에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입맛이 쓴 것은 심장에 열이 많이 쌓였다는 증거다. 눈이  빨갛게
충혈되면서 까끌까끌하고 눈물이 나면서 자꾸 아픈 것도 심장의 화가 지나치게 많아서 생기
는 것이다. 따라서 이씨는 표피적인 증상만  치료할 것이 아니라, 우선 심장에 쌓인  화부터
다스려야 한다. 그래야 눈, 목, 입맛의 이상 증세가 정상으로 회복된다.
  자동차를 보면 내부 기관에 이상이 생겼을 경우 그걸 표시하기 위해 빨간 경고등이 켜진
다. 이는 눈으로 잘 확인되지  않는 자동차 내부의 이상을 미리  알려주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우리 몸도 이와 마찬가지다. 사람이 병에 걸렸다는 것은 곧 그 근본을 이루고  있
는 오장(간장, 심장, 비장, 폐장, 신장)과 육부(담, 위, 대장, 소장, 방광, 삼초)에 이상이 생겼
다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몸의 여기저기에 빨간 경고등이 켜진다. 이씨에게 나타난 눈과 목
과 입맛의 이상 증세가 바로 그 빨간 경고등인 셈이다. 특히 얼굴에 있는 눈, 귀, 코, 혀, 입
술의 다섯 기관은 오장의 건강을 표시해주는 중요한 부위다.  황제내경의 영추편을 보면 오
장과 다섯 기관과의 상관관계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코는 폐에 속한 기관이므로 폐에 병이 생기면 숨이 차고  코를 벌름거리게 된다. 눈은 간
에 속한 기관이므로 간에 병이 생기면 눈시울이 퍼렇게 된다. 입술은 비에 속한 기관이므로
비에 병이 생기면 입술이 누렇게 된다. 혀는 심에 속한  기관이므로 심에 병이 생기면 혀가
가드라들어 짧아지며 광대뼈 부위가 벌겋게 된다. 귀는 신에 속한 기관이므로 신에 병이 생
기면 광대뼈 부위와 얼굴이 거멓게 되고 귀가 몹시 마른다.
  이렇게 눈코귀입의 생김새와 상태를 보면 그 사람의 병을 찾아낼  수 있다. 즉 생긴 대로
병이 오는 것이다. 한의서에 보면 얼굴과 오장육부의 관계를 그림으로도 그렸는데, 동의보감
에 나오는 '관형찰색도'나 장개빈의  '장부색현면부도' 등이 그것이다. 이  그림들은 장기와
얼굴 부위의 관계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난다.  얼굴뿐만  아니라 신체의
각 부위와 전체적인 피부색도 우리 몸의 건강 상태를 반영한다.   예를 들어 옆구리와 겨드
랑이는 간담의 상태를, 허리는 신장의 상태를, 살은 비위의  상태를, 근육은 간의 상태를 각
각 반영한다. 2부에서는 바로 이러한 상관관계를 자세히  알아보려 한다. 그를 통해 우리의 
몸에 나타나는 다양한 증상들이 어떤 원인에서 비롯되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또, '그 형에 그 병이 온다' 는 형상의학의 관점에서  체질의 유형을 분류해보고, 각 체질
에 따라 잘 생기는 병과 그에  대한 치료법도 알아본다. 특히 그 동안  직접 치료했던 임상
사례를 통해 구체적인 이해를 돕도록 하였다.

    1장 생긴 모습으로 본 오행 체질
  동양 사상의 우주만물론은 오행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여기서 오는 목, 화, 토, 금, 수라
는 다섯 가지 종류의 사물과 거기서 추론되는 다섯 가지  추상적인 현상을 말하며, 행은 그
것의 운동변화를 의미한다. 따라서 오행이란 다섯 가지 종류의  사물과 현상들이 서로 돕거
나 서로 억제하면서 움직이고 변화해가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오행의 속성을 인체의 장부
와 관련하여 상생상극하는, 즉 서로 돕거나 억제하는 이론을 가지고 인체의 생리 현상과 병
리 현상을 이해하고 설명하려는 것이 바로 한의학에서의 오행설이다. 오행설에 따르면 사람
의 체질도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누어진다. 즉 오행을  이루는 목화토금수에 의해 목체, 화체,
토체, 금체, 수체로 분류된다. 그리고 각 체질별로 체내 장기의 허실이 다르고 그에 따라 사
람의 생김새와 성격, 병리 현상도 서로  달리 나타난다. 이 오행 체질을 중심으로  기본적인
특성과 질병과의 상관관계를 알아보려 한다.  그런데 토체의 경우는 하나의  고유 체질로서
구분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토체는 목체, 화체, 금체, 수체로 갈라져 나오는 근원이기 때문이
다. 토체는 다른 모든 체질의 근원이 되므로 한 가지로 구분될 수 없는 것이다.
  화체형의 사람: 입술이 얇고 작으며 눈이  동그랗다. 화체형에 속하는 사람은  '화체'  또
는 '조류' 라고 하여 하늘을 나는 새와 비슷한 생김새와 특성을 지니고 있다. 우선 생긴 모
습을 보면, 입술이 얇고 작으며 하관(얼굴의 아래쪽)이 좁고 뾰족하다.  눈은 아주 동그랗게
생겼으면서 눈동자에서 빛이 반짝반짝난다. 가슴은  마치 새의 가슴처럼 흉골이  약간 앞쪽
으로 불거져 있다. 그리고 화체형의 사람들 중에는 얼굴이 붉은 경우가 많다.
  화체형의 사람은 거의가 성격이 불같이 급하다. 무슨 일을 하든 꾸물대는 법이 없고 신속
정확하게 해치운다. 약속 시간이나 약속한 일에 대해선 칼로 무를  베듯 한 치의 어김도 없
이 반드시 지키고야 만다. 예의범절 또한 아주 깍듯하다. 또 항상 가만히 있질 못하고  뭔가
를 해야 적성이 풀린다. 이렇게 성격이 불같이 급하면서도  동시에 정확하길 원하므로 스스
로 마음이 편치 못할 때가 많고 가슴이 자주 두근거린다.  그러면서도 언제나 웃기를 잘 한
다. 화체는 오행의 원리상 인체 내의 심장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흔히들 화병을 '심화
병' 이라 하고 '심화가 끓어오르다' 라고  표현하는 것도 심(심장)과 화의 밀접한  관계에서
비롯된다. 화체형의 사람이 잘 웃는 것도  심이 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슴 두근거림  등
심장병이 잘 돈다. 마음이 편치 못하고 항상 불안초조하므로  신경성 질환으로 고생하며 잠
이 별로 없고, 식욕이 없는 편이라 먹는 것에도 관심이 없다. 또 변비의 경향이 있으며   허
리와 다리가 잘 아프다. 가슴, 잔등, 어깻죽지 사이로 아플   때도 있으며 허리와 잔등이 맞
당기면서 아프기도 하다. 한데 화체형의 경우 어깨가 아프기 시작하면 잘 낫지 않는 특징이
있다.
이는 화체형의 근본을 이루고 있는 심장에 깊은 병이 들었기 때문에 그렇다.
  이렇듯 화체형은 심장과 깊은 관계에 있으므로 평소 생활할 때 심기를 안정시키고 심장을
보하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심장의 기능을 도와주는 식품으로는 연자(연씨), 밀, 달걀, 살구,
씀바귀, 붉은팥 등이 있다. 연자는 심장을 도와주고 마음을 안정시키며 심기를 원활히  순환
하도록 해준다. 그리고 달걀은 마음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는데, 특히 환자위는 명치  아래
에 있는 열을 없앤다. 생것으로 하루에 한 알씩 먹으면 좋다.
  수체형의 사람: 입이 약간 튀어나오고 움직인다. 수체형의 사람은 '수체' 또는  '어류' 라
고 하는데, 그 생김새나 성질이 물고기와 많이 닮아 있기  때문이다. 대체로 얼굴색이 검고,
입이 아주 발달되어 앞으로 튀어나온 듯 보인다. 그리고 걸음을   걸을 때 엉덩이를 약간씩
흔들면서 걷는 특징이 있다. 흑인들이 모습을  떠올리면 될 것이다. 이 형의 사람들은  무척
영특하여 똑똑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행동은 느린 듯하면서도  재빠르며 겁이 많고 잘
놀란다. 이것은 물고기의 행동 특성을 생각하면 금방 이해할 수 있다. 수족관의  물고기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한참을 죽은 듯 가만히 있다가도 갑자기 몸을 돌려 재빠르게 헤엄친다. 그
와 마찬가지로 행동이 느린 것처럼 보여도 막상 어떤 일을 하기 시작하면 타의 추종을 불허
할 만큼 신속하게 움직인다. 또한 수체형의 사람은 성격상 아주 냉정하고 몹시 차다. 자신과
관계없는 일이다 싶으면 냉정히 돌아선다. 이것이 자칫 부정적으로   비칠지 모르지만 바로
이런 성격 때문에 일의 맺고 끊음이 분명하여 일처리에 있어선 인정을 받는다.
  오행상 수는 신장과 관련을 맺고  있다. 따라서 신장이 허실에 따르는  여러 가지 병으로
고생하는 수가 많다. 헛배가 부르고 소화가  제대로 안 되며, 대변을 누기가 힘들어  변비로
고생한다. 평소보다 일을 조금 지나치게 했다 싶으면 금방 피곤해지면서 허리가 아프다.  뒷
목과 어깻죽지가 아프고 입에서 냄새가  날 때도 많으며 불면증으로  고생한다. 어지럼증을
호소할 때도 많다.
  신장이 상하기 쉬운 수체형들은 지나친 성생활과 너무 힘겨운 일은 피하는 것이 좋다. 또
땀이 났을 때 찬물에 목욕을 하거나 습기 있는 땅에 오랫동안 앉아 있는 것도 금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신장이 상해서 병이 찾아온다. 신장을 따뜻하게  해서 신수기를 보하려면 신
장의 모양과 비슷하게 생긴 오미자를 달여 먹으면 효과적이다. 소의 콩팥도 신을  보해준다.
밤을 구워서 수시로 먹는 것도 좋고, 검정콩을 소금과 함께 넣어 삶아 먹어도 좋다.  아니면
산수유를 달여 먹거나 굴조갯살을 삶아 먹는 방법도 있다.
  목체형의 사람: 몸체에 비해 팔다리가 길다.  목체형에 속하는 사람은 '목체' 또는 '주류'
라고 하여 달리 기를 잘 하는 동물과 비슷한 특징을  지닌다. 얼굴형은 갸름하게 생기고 눈
꼬리가 위로 들려 있다. 위로 치켜  올라간 눈꼬리 때문에 약간 신경질적으로 보인다.  그리
고 서양 사람처럼 몸체에 비해서 팔다리가 길고, 털이 많은 편이다. 전체적으로 보아 늘씬한
체형을 지니고 있다.
  이런 형은 목체주류라고 했듯이 달리기를 비롯해 운동을 잘  하며, 다른 사람들한테 인정
이 많다는 얘기를 듣는다. 또한 냄새를 잘 맡는다. 하지망 성질이 약간 급하고 화를 잘 내는
편이다. 예민하고 날카로운 성정 때문에 항상 무엇엔가 쫓기는 듯 불안해하는 경향도  있다.
목체형의 사람은 간목이라 해서 간 쪽으로 병이 잘 온다.  간은 근육을 주관하므로 근육 질
환으로 고생하는 수도 많다. 또 털이  많다는 건 몸에 습열이 잘 쌓일  수 있다는 뜻이므로
이로 인해서 류머티즘이나 허리다리병이 오기 쉽다.
  따라서 평소에 결명자나 냉이씨, 복분자, 산수유, 더덕, 모과, 밀 등을 자주 섭취하여 간기
를 보해주면 좋다. 결명자는 간에 병이 왔을 때 열을 내리고 간기를 도와주는데, 연한  줄기
와 잎으로 나물을 만들어 먹어도 된다. 모과는 간으로 들어가서 힘줄과 피를 보해주며, 냉이
씨는 간기가 막힌 것을 치료하고 눈을 밝게 한다.
  금체형의 사람: 목이 짧고 어깨가 넓다.  금체형 체질의 사람은 '금체' 또는 '갑류'  이므
로 거북이 같은 형이라 할 수 있다. 생김새를 보면 목이 짧고 어깨는 넓은 편이다. 얼굴 모
습은 대체로 둥글넓적하게 생겼다. 전체적으로 피부색은  흰 편에 속한다. 이 금체형의  사
람들은 영감과 예감이 뛰어나 상상력이 탁월하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로부터 아이디어맨이
라는 얘길 자주 듣는다. 새로운 일을 기획하고  추진하는 데도 남다른 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싑게 우울해지는 성격이라 가끔씩 혼자 있길 원하고,  또 울기도 잘 한다. '폐금' 이
라  하여 금체형의 사람들은 폐와 관련된 호흡기 계통에 병이 잘 온다. 감기가 들어도 기침
을 유난히 많이 하며, 약간만 심해져도 천식이 되어버린다. 또 폐는 인체의 피부를 주관하기
때문에 피부병이 잘 생기는데, 한번 피부병이  생기면 쉽게 낫지 않는 특징이 있다.  어깨가
아플  때도 자주 있다. 성격상 우울해지기 쉬우므로 신경성 질환에도 잘 걸린다.
  금체형들은 평소 도라지를 많이 먹으면 폐기를 고르게 해주므로 아주 좋다. 특히 폐에 열
이 있어 숨이 몹시 찰 때 도라지를 가루내어 먹거나 달여 먹으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오미
자를 차나 알약으로 만들어 수시로 먹어도 좋다. 귤껍질도 가루내어 먹거나 달여 먹으면 폐
기를 잘 돌게 한다. 호두, 복숭아,  우유, 기장쌀, 살구씨도 폐에 좋은 식품들이다.  살구씨는
죽을 쑤어 먹는 것이 좋다.
  이렇게 치료한다. 화체형의 사람 불같이  급한 성격도 병이 되나요?  올해로 60세가 되는
박씨는 부인과 함께 진료실로 들어섰다. "어디가  불편해서 오셨습니까?" 나의 물음에 그는
잔뜩 찡그린 얼굴로 말했다. "얼마 전부터 오른쪽 갈비뼈 아래가 가끔씩 끌어당기는 것처럼
불편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더니 요새는 가만히 앉아 있을 때도 자꾸 아프네요. 지난번엔  밥
먹다가 갑자기 등이 땅기고 아파오는  바람에 그냥 그 자리에 한참을  누워 있기도 했어요.
근데 통증이 올 때 손을 대고 누르면 좀 편해집니다."
  우선 환자의 생김새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작은 키에 입술이 얇고, 눈은 동그라면서  반짝
반짝 빛이 났다. 또 턱은 뾰족하게 생겼는데, 전체적으로 아주 예민하고 급한 성격에 빈틈없
어 보이는 인상이었다. "성격이 무척 급하실 것 같군요. 또 매사에 철저해서 남한테 싫은 소
리는 절대로 듣기 싫어하는 편이구요. 물론 다른 사람한테 싫은 소리를 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으실 텐데, 어떠세요?" 이렇게 물어보자 환자 본인은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이는데 옆
에 앉아 있던 부인이 호들갑스럽게 대답했다.  "성격이 급한 정도가 아니에요. 금방  뭐라도
쫓아올 것처럼 너무 서둘러서 탈이에요. 별로 급한 일도 아닌데 한번 마음을 먹으면 끝장을
보고야 말죠. 그렇게 육십 평생을 살아온 사람이에요."  생김새와 성격으로 보아 박씨는  분
명  화체형에 속했다. 대개 화체형의  사람들은 성격이 몹시 급한데, 그러면서도 동시에 꼼
꼼하고 철두철미해서 스스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타입이다. 게다가 싫은  소리를 하기도
싫고, 듣기도 싫어하니 혼자서 속을 끓이는 일이 많을  수밖에 없다. 환자의 성격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다시 한번 물어보았다. "손님 같은 분은 무슨  일이 있으면 꼭 미리 가서 기
다려야 직성이 풀리고, 한번 약속한 일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반드시 지키는 틀림없는 성격
이에요. 먹을  게 있어도 절대 혼자 먹지  않죠.  맞습니까?" "어떻게 그렇게 잘 아십니까?
제 성격이 꼭  그래요." 박씨는 놀라워하는 표정을 짓더니 슬며시 입가로 웃음을 흘렸다.
  이번에는 맥을 짚어보았는데 방광이 좋지 않은 걸로 나왔다.  환자에게 방광과 관련된 몇
가지 증상을 물어보니 모두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확진을  위해 마지막으로 한 가지를
더 물었다. "방광이 좋지 않으신데, 혹시 소변 보는 데 불편한  점은 없습니까?" "소변을 자
주 보는 편이죠. 밤에 잠을 자다가도 꼭 두 번 이상은 소변을 보러 일어나곤  합니다." 박씨
의 경우는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보아 심장 기능이 약해지면서 전신의 기운이 많이 떨어져 있
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우선 화체형인 박씨는 원래 심장 쪽으로 병이 오기 쉬운 체질이다. 그런데다 급한 성격에
매사 빈틈없고 정확해야 하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되고,  그것이 심폐기능을 상하게 만드
는 것이다. 심폐란 자동차의 엔진 같은 기관으로, 여기에 문제가 생기면 전체적으로  기력이
떨어지면서 기의 순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렇게 기가 순환되지 않고 상초(인체
를 3등분했을 때 가슴 이상 부위를 말한다)에 맺히면  옆구리나 등, 가슴 등이 결리고 아파
온다. 박씨의 경우도 이에 해당했다. 연령으로 보아 심장이 허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고
'천왕보심단'을 투여했는데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었다.
  화체형의 사람 고3  수험생인데요, 명치끝이  아프고 늘 불안해요.  "너 지금  반장이니?"
"네!" "몸이 그렇게 아픈데도 꼭 반장을 해야 되겠니?" "네!" "..." 열여덟 살짜리 고3 수험생
소녀와 진료 도중에 나눈 대화다. 소녀의 대답이 어찌나 당차고 씩씩하던지 나는 결국 할말
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러자 옆에 서 있던 어머니가 이런 얘기를 들러주었다.  "워낙 마음
이 여리고 약한 아이라 학교에서 반장까지 한다는 게 믿기지 않아요. 그런데 담임 선생님께
선 야무지게 잘 한다고 그러시네요. 하지만 가만히 보아하니까,  남 앞에서는 씩씩한 척하는
데 집에만 오면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통 말도 없고  제대로 먹지도 않아요. 맨날 아프다는
소리만 하고 말예요." 구체적으로 어디가 어떻게 아프냐고  물으니 가슴이 항상 두근거리면
서 답답하고 불안하다고 했다. 조금만 신경을 써도 금방  체하면서 명치끝이 아프고 어지러
울 때가 많단다. "생리는 규칙적으로 하니?" "아뇨. 시험 보는 달에는 두 번도 해요. 아무래
도 전 시험 주기가 생리주기인 것 같아요."
  이 여학생의 경우 병원에선 수험생에게 흔히  나타나는 신경성 질환으로 보고 올해만  잘
넘기면 된다고 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일시적으로 나타난 현상이 아니었다.  기
질상 늘 안고 있던 문제가 고3이 되니까 더욱 두드러지게 심해진 것이다. 따라서 이 경우에
는 반드시 치료를 해야 한다. 여학생의 모습을 보면 이마가 넓은 데 비해 턱은 좁고 뾰족했
다. 또 미간에는 여드름같이 뭔가가 많이 돋아 있었다. 입매는 가늘고 작으면서 야무져 보였
고, 가슴 부분이 마치 새가슴처럼 약간 앞으로 나왔다.
  이런 생김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넓은 이마와 미간에 돋아 있는 여드름 같은  것이
었다. 이미가 넓다는 건 꿈과 야망이 남달라서 욕심과 샘이 많음을 뜻한다. 욕심과 샘이  많
으니 일이 자기 뜻대로 안 되면 남보다 훨씬 더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마음이
편치 않으니 미간에 뭐가 많이 나는 것이다. 사람의 미간은 속마음을 겉으로 나타내주는 기
상대 구실을 한다. 속상하고 화났을  때 얼굴을 찡그리면 제일 먼저  미간에 주름이 잡히는
걸 볼 수 있다. 그리고 맥을 짚어보니 매우 울한 맥이 나왔다. 심기가 몹시 불편하다는 얘기
였다. 그래서 마음을 안정시키고 심기를  다스려주기 위해 '향사평위산'을  처방했는데,  가
슴 두근거림도 없어지고 몸이 좋아져서 전보다 더 열심히  공부한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그
러면서 마지막으로 덧붙이는 얘기가 재미있었다. "옆집 엄마가 혹시  공부 잘 하게 하는 약
도 짓느냐며 물어봐 달래요." 세상에 어디 그런 약이 따로 있겠는가. 다만 공부  스트레스로
건강이 나빠졌다면 그건 얼마든지 치료할 수 있다.
  수체형의 사람 항상 몸이 무겁고 아침이면 일어나기 싫어요. 39세 된 여자 환자로 2년 전
에 혼자가 되어 독신으로 살고 있는 경우였다. 그녀는 요즘 들어 땀을 많이 흘리며 몸이 굉
장히 무겁고 나른해서 아침이면 일어나기 싫을 정도라고 호소하였다. 그리고 허리도 아프고
입병이 자주 난다고 했다. "집에만 들어가면 가슴이 너무 답답해요. 심장이 두근두근  뛸 때
도 있고, 특별히 걱정되는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불안초조하구요. 게다가 오른쪽 무릎에 몽
우리 같은 게 잡히는데 왜 그렇죠?" 그녀의 생김새를 보니 몸체에 비해 머리가 컸으면 골격
도 크고 단단했다. 또 입이 앞으로 튀어나온 것으로 보아 전체적으로 수체형에 속하는 체질
이었다. 이마와 광대뼈 부위에는 기미가 많이 끼어 있었으며 눈은 반짝반짝 빛이 났다. 맥을
짚어보니 비장에 떨어졌는데,  이는 기혈의 운행이 순조롭지 못함을 뜻했다.
  수체형이면서 기혈의 운행이 나쁘고 얼굴에 기미가  끼어 있음을 볼 때 아무래도  한습에
상한 듯싶었다. 특히 그녀는 지난해 겨울 이후로 증상이  심해졌다고 했으므로 거의 틀림없
이 보였다. 그래서 한습으로 인한 불편한 증상을 없애기  위해 '오적산'을 체질에 맞게 가미
하여 투여했는데 예상 외로 빨리  치료 효과가 나타났다. 광대뼈 부위에  끼에 있던 기미가
점점 엷어지면서 다른 증상들도 많이 호전되었다. 사실 이 경우는 혼자 사는 여성들에게 흔
히 나타나는 증상들과 많이 일치했기 때문에 '시호억간탕'을 쓸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생김새가 수체형으로 생겼다는 것을 중시하여 그에 따라 처방한 사례이다.
  목체형의 사람 생식기 주변에 습진이 생겨 고통스러워요. 여러 환자들을 대하다보면 환부
의 위치나 증상에 따라 솔직히 말하지 않고 그냥 넘기려는  경우가 있다. 특히 생식기에 문
제가 생겼을 때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라면 그런 경향이 더  심하다. 얼마 전 의학을 전공하
는 여대생 이양이 어머니와 함께 찾아왔다. 키는 165센티미터이고 몸무게는 45킬로그램이었
는데, 코가 오똑하면서 살이 없고 허리가 길게 빠진 전형적인 목체형이었다.
  목체형이란 말 그대로 나무가 쭉쭉 뻗어올라간 모양새처럼 일자형으로 늘씬하게 생긴  사
람을 말한다. 성격도 나무의 속성대로 온순하고 매사에 정직하고  곧아서 염치없는 짓은 도
무지 못 한다. 또 남이 염치없는 행동을 하는 꼴도 못 봐준다. 그런데 목에 해당하는 장기는
간이므로 항상 간을 조심해야 하고, 증상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날  때도 간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양은 평소 소화가 잘 안 되고, 가끔씩 몸을 꼿꼿하게  펴기 힘들 때가 있다고 호소하였
다. 또 안경을 끼고 있었는데 근시라고 했으며, 담음의  증상도 보였다. 진찰을 해보니 깔깔
한 삽맥이 나왔다. 이는 스트레스로  인해 기가 울체된 상태로 여러  장기가 서로의 기능을
방해하고 있는 맥이었다. 그리고 진맥 도중에 유심히 살펴보니 손바닥에 땀이 흥건했다.  손
바닥의 땀은 위가 좋지 않거나 심장에  부담이 갈 정도로 긴장했을 때, 또는  진액이 샐 때
나타나는 증세이다.
  복진상으로 아픈 부위는 오목가슴, 즉 위가 아닌 명치였으며 이 부분이 아픈 것을 한방에
서는 심구자통이라 하여 마음이 편치 못해서 일어나는 현상으로  본다. 과중한 공부로 인한
스트레스라고 여겨졌다. "여기 오기 전에 피부과에 다녀왔어요. 엉덩이 쪽에  습진이 생겨서
요." 어머니는 딸이 왜 이렇게 병치레가 잦은지 모르겠다며 한마디 했다. 이곳에  곧장 왔으
면 다른 증상들과 함께 피부병도 치료할 수 있었을 텐데,  아마도 피부 질환을 한방으로 어
떻게 고칠까 싶어 피부과와 한의원을 따로 찾은 것  같았다. 환자에게 어디쯤이냐고 물었지
만 항문 가까이의 엉덩이 부분이라고만  할 뿐 자세히 말하려 들지  않았다. 아무래도 좀더
정확한 진찰이 필요할듯싶어 한사코 꺼려하는 이양에게  환부를 보여달라고 청했다. 예상대
로 환부는 항문과 생식기 주변이었으며 질로도 연결되었다. 며칠간  양약을 바른 탓에 상처
는 많이 말라 있었지만 음부에서 시작된 상처가 확실했다. 간에 습열이 맺혀 나타나는 증상
으로 판단되어 다시 이양에게 물었다. "질 주변이  축축하면서 냉이 콧물처럼 뭉클뭉클하게
나오지 않았어요?" 이양은 놀라며 그렇다고 대답했고, 그제서야 아래가 가렵고 습하며 진물
이 나기도 한다고 했다.
  이러한 증상은 긴장의 습열로 인한 생식기 이상에서 비롯된다. 바로  그 형에 그 병이 온
것이다. 대개 목체는 간 계통에 병이 오기 쉬운데, 간경맥은 아랫배와 생식기에 연결되어 있
으므로 스트레스나 과로로 인해 간에 습열이 생기면 생식기 쪽으로 반응이 나타나게 마련이
다. 얼마 전 목체형의 늘씬한 남자가 음경이 짓무르고 고름이 차는 심각한 상황에서 치료를
받아 완쾌된 사례도 이와 같은 경우다. 대개 간장에 습열이  있으면 입이 쓰고 소변이 시원
찮으며 옆구리가 결리는데, 이양도 같은 증상들을 호소했다. 그래서 간장의 습열을 치료하는
'용담사간탕'을 처방하여 꾸준히 복용토록 했다. 며칠 후, 증세가  빠른 속도로 호전되어 소
화가 잘 되고 질 주변도 많이 좋아졌다고 했다.
  보통은 생식기 질환이나 성병, 피부병도 한방에서 고칠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갖지만,  환자
의 체질을 정확히 파악하고 근본적인 원인을 치료하면 오히려 한방 효과가 더 뛰어난 경우
도 많다.
  목체형의 사람 우리 엄마는요, 매일 아프다고 화만 내요. 환자에게 어디가 아파서  왔느냐
고 물었더니 함께 따라온 다섯 살배기 딸아이가 대뜸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우리 엄마
는요, 매일 아프다고 화만 내요." 환자의 생김새를 보니 피부가 검고 눈꼬리가 위로 바짝 올
라간 것이, 언뜻 보기만 해도 보통 성질이 아닌 듯싶었다. "아이를 낳고 나서 몸무게가 10킬
로그램이나 빠졌어요. 그 뒤로는 별 것 아닌 일에도 자꾸만 신경이 곤두서요."  본인은 살이
빠지고 건강 상태가 나빠졌기 때문에 신경이 예민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원래부터 그런 기질
을 타고났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답답해서
통 잠을 이룰 수가 없어요. 낮에는 목에서 카르르 소리와 함께 헛기침이 나고, 밤이면  노란
가래침까지 나와요. 작년 가을부터는 아예 천식에다 알레르기성 비염까지 생겼다니까요." 그
밖에 다른 증상은 없느냐고 묻자 이렇게 말했다. "손발이  항상 차고 얼굴이 창백한 편이에
요. 그래서 그런지 여름인데도 땀이 안 나요. 허리도  뻐근하고, 아랫배에 묵직한 느낌이 들
면서 아프고요. 냉이 심해서 어떨 땐 물냉이 주르르 쏟아질 정도예요."  이쯤 되면 모든  증
상의 원인은 너무나도 확실하다. 이 환자는 팔다리와 목이  늘씬하게 생긴 목체형의 여성이
었다. 이런 형의  사람은 인정이 많고 운동을 좋아하며  냄새를 잘 맡는 장점이 있다. 하지
만 성질이 급하고 예민하며 날카롭다는  단점도 갖고 있다. 그러다보니  마음에  맺히는 게
많아서 항상 무엇엔가 쫓기는 것 같고 심리적으로 안정이 잘 안 된다. 이것이 바로 병의 원
인이다. "그런 것도 병의 원인이   되나요?" 두말할 것도 없이 '물론  그렇다' 이다. 게다가
이 환자는 여자이면서도  남자같이 생겼기 때문에 언제나  가슴이 두근거리고 답답한 담음
의 증상이 나타나고, 그로 인해 불면증에  시달렸던 것이다. 또 이런 사람들은 관절에  병이
잘 오므로 어깨, 허리, 무릎이 시원찮고 손발이 저리면서 항상 피곤한 것이  특징이다.
  무엇보다도 불면증과 천식을 고치고자 했던 이 환자에겐  '가미이진탕'을 처방하여  여타
의 증세까지도 다 좋아지는 효과를 보았다. 환자가 이것을  하도 신기해하길래 내가 맞장구
치듯 '보너스' 라고 했더니 어찌나 호탕하게 웃던지 예전의 그사람이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
였다.
  금체형의 사람 가슴이 결리고 숨이 많이 차요. "일 년 전부터 가슴이 결려요.  올 1월쯤에
는 숨이 차기 시작해서 종합병원에서 폐기능 검사와 심전도  검사를 받았는데, 결과는 아무
이상도 없다네요. 그래도 여전히 가슴이 결리고 숨도 차요." 황씨는 38세의 여성으로, 145센
티미터의 키에 몸무게가 52킬로그램이나 나갔다. 좀 뚱뚱한 편이었으나 배는 나오지 않았다.
얼굴은 사각형에 가깝게 각이 지고 넓적했으며 코는 옆으로  약간 퍼진 생김새였다. 피부색
은 흰 편에 속했다. "출산  관계는 어떻게 되십니까?" "열여덟 살짜리  아이가 하나 있고요,
유산을 세 번 정도 시켰어요." 본래 금체형은 폐 질환, 그러니까 기관지나 천식 등을 조심해
야 하는 체질이다. 더욱이 황씨는 피부색이 희므로 폐의 건강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특히 황씨처럼 얼굴이 각진 사람은 기가 맺혀 울체되기 쉬워서  화에 의한 병이 잘 온다.
기란 화의 싹이고 가슴은 기의 바다인 까닭에, 가슴이 결리고 숨이 찬 증상이 온 것이다. 이
런 증상을 한의학에서는 '기천' 이라 한다. 기천의 경우  호흡곤란은 있어도 가래 끓는 소리
가 없는 게 특징이며, 신경이 예민한 부인들에게 많이 나타난다. 이처럼 기천 증상이 찾아왔
을 때 가장 좋은 치료 방법은 약이 아니다. 약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운동이나 취미 생활을
통해 기를 풀어주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런 방법을 써도 잘 안 될 때에는 향부
자, 소엽, 감초 등으로 구성된 '정기천향탕' 이나 '가미사칠탕' 을 체질에 따라 가감해서 처
방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황씨에게는 체질에 맞게 '정기천향탕'  을 써서 좋은 효과를 보
았다.
  금체형의 사람 두통이 몹시 심하고 입 안이 바짝바짝 말라요. 정씨는 51세의 여성으로 가
게를 운영하면서 아이들을 키우는 맞벌이  주부였다. 나이로 치면 아직도  한창 의욕적으로
살아갈 시기인데도 몸은 벌써 10년쯤은 더 늙어버린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4년 전쯤이었
어요. 겨울에 전철을 타려고 발을 디디는데 무릎이 뜨끔하더라구요. 그러더니 감각이 없어지
면서 엉치부터 다리까지 팍팍하고 아픈 거예요. 그때부터 건망증도 심해진 것 같고,  저녁이
면 몸이 너무 아파서 손가락 하나 까닥 못 해요. 일을 조금만 해도 금방 몸살이  나고, 작년
부터는 귀에서 소리까지 나요." 이 환자는 목이 짧고, 어깨가 넓고, 얼굴은 둥글넓적했다. 그
리고 잠시도 가만히 못 있는 성격이었다. 이를테면 일복을 타고났기 때문에 없는 일도 만들
어서 해야 하는 사람이다. 그러니 다른 사람보다 몸이 빨리 고장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맥
은 위에 떨어졌는데, 맥으로 보아 늘 피곤을 느끼고 관절  마디마디가 좋지 않으며 눈이 침
침하고 머리가 맑지 않은 체질이었다.
  "두통이 여간 심한 게 아니에요. 한번 아프기 시작하면 사나흘은  꼼짝없이 앓아눕죠." 열
이 훅 났다 식었다 하거나 식은땀이 흐르지 않느냐고 물으니 모두 그렇다고 답했다. 그리고
목에 가래도 끼고 기침이 나기도 한단다. "입이 마르지는 않습니까?" "마르다 뿐입니까? 화
가 났을 때는 입이 마르다못해 말문이 막혀서 물을 떠다  놓고 마시면서 얘길 하는걸요. 숨
도 콱콱 막힐 때가 있고, 놀라기는 어찌 그리 잘 놀라는지 문 닫는 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라
요."
  이 정도의 증상이면 허로증치고도 굉장히 심한 경우에 속한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어쩔
수 없이 이곳저곳에서 고장 신호가  오게 마련이지만, 정씨는 그 시기가  너무 빠르다고 할
수 있다. 가게일이며 집안일이며 아이들 키우기까지 일이 너무 많은데다, 타고난 성격상  가
만히 있지 못하니까 허로증이 빨리 찾아온 것이다. 기계를  쉴새없이 돌린다거나 어딘가 고
장난 기계를 계속 움직이면 더 빨리 닳는 건 정한  이치가 아니겠는가. 허로증의 여러 가지
증상을 보이던 이 환자에게는 '가미인삼양영탕' 을 처방하였다. 그리고 되도록 힘든 일을 피
할 것과 부부관계를 자제하라고 일렀다. 하지만 워낙 가만있지를  못하는 성격인지라 꽤 오
랜 시간 약을 복용해야 했다. 그래도 치료한 보람이 있어 지금은 자기 나이에 맞는 건강 상
태를 유지하고 있다니 참으로 다행이다.

    2장 얼굴형
  사람은 음성이 아니라 표정으로도 말한다. 얼굴 표정 속에서  사람의 마음과 생각이 담기
고,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살이까지도 배어 있기 때문이다. 나이 마흔이 되면 자기 얼굴에 책
임을 져야 한다는 얘기도 마찬가지다. 더욱이 사람의 속생각뿐만 아니라 사람의 몸 속에 들
어 있는 오장육부의 건강 상태까지 얼굴에 나타난다. 한의학적으로 볼 때 얼굴 부위는 인체
의 근본을 이루고 있는 오장육부와 그대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동의보감에서도 이 점
을 강조하고 있다.
  천중, 천장, 사공, 인당, 액각, 방광 부위에 나타나는 빛을 보고 병의 예후를 판단할 수 있
다. 이곳이 생명의 근원이 되는 곳인데, 의사들은 잘 보지 않는다. 여기서 천중은 코에서 곧
장 위로 올라가 머리털이 난 짬을 말하며, 천장은 이마, 사공은 이마의 바로 아랫부분, 인당
은 양쪽 눈썹 사이, 액각은  사공의 좌우 부분, 방광은 양쪽  이마 모서리를 가리킨다. 결국
얼굴은 생명의 근원이 되는 부위이므로 의사들이 환자를 진찰할 때 반드시 살펴보아야 함을
강조한 말이다. 얼굴은 또한 인체 내의 기와 혈이 운행하는 통로인 경맥들이 모였다 흩어지
는 곳이기 때문에 손끝 발끝 등 몸의 구석구석에까지 연결되지  않은 곳이 없다. 따라서 몸
의 어딘가에 병이 들면 얼굴에 나타날 수밖에 없다. 특히  경맥 중에서도 모든 양경맥이 다
머리까지 올라오므로 다른 신체 부위에 비해 얼굴은  추위에 잘 견디며 땀도 더 많이 흐른
다. 이처럼 얼굴은 전신의 건강 상태를 살필 수 있는 신호등인 셈이다. 얼굴로 건강을  진단
하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눈, 코, 귀, 입 등 얼굴의 각 부위별로 그 모양과 색을 살
필 수도 있으며, 전체적인 얼굴색으로 질병을 진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서는  얼굴형만
을 중심으로 살펴보려 한다. 얼굴색에 관해서는 피부색을 다루는  부분에서 같이 다룰 것이
며, 얼굴의 각 부위도 따로 항목을 나누어 자세히 살펴볼 생각이다.
  사람들을 보면 얼굴형이 동그란가 네모난가, 아니면 세모나게 생겼는가에 따라 서로 성격
도 다르고 질병의 종류도 차이가 난다. 바로 생긴 대로 병이 오는 것이다. 우리 주위에서 흔
히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얼굴형을 중심으로 자세히 알아보자.
  얼굴이 네모난 사람. 얼굴 모양이 네모나면서 각져 보이는 사람이  있다. 이를 '기과'  라
고 하는데, 기과형의 사람들은 한마디로 부지런한  노력가라고 할 수 있다. 기란 그  성질상
한곳에 가만히 머물러 있지 않고  계속 순환하기 때문에, 체질적으로 기를  많이 지닌 기과
형들 역시 항상 부지런히 일하고 끊임없이 노력한다. 또 그렇게   해서 기를 소모하고 순환
시켜야 기과형의 사람들은 심신이 편안해진다. 기과형들은 기가 실하거나(기능이 이상 상태
로 항진된 것) 허한(이상 상태로 약한 것)데서 오는 기병을 많이 앓는다.  왜냐하면  남자는
양에 속하므로 기가 많아도 흩어지기 쉬운  반면, 여자는 음에 속하므로 기를  만나면 막히
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기병이란 기가 원활히 운행하지 못해서 생기는데,  우선 기가 울체
되면(병으로 기가 몰려서 풀리지 않는 것을 말함) 가슴이 더부룩하면서 아프고 배와 옆구리,
허리 쪽으로도 통증이 온다. 간혹 이유 없이 혼절하거나 목에 가래가  많이 끼고 몸 전체가
부어오를 때도 있다. 여자의 경우에는 기가 울체되면  자궁에 혹 같은 것이 잘 생긴다. 폐는
기를 간직하는 곳이라서 기가 부족하면 천식이 오기도  하고 숨쉬기가 곤란하며 기운이 쭉
빠진다. 그 밖에도 대소변이 시원찮거나 갑상선 질환, 치질,  불면증 등이 찾아오는 수가 있
다.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 중에서  기를  돋워주는 식품으로는 인삼, 생강, 황기, 
귤껍질, 무, 총백(뿌리가 붙어 있는 파의  흰 부분), 소고기 등이 있다.  특히 무는 매운맛과
단맛이 같이 들어 있어서 기를 천천히  풀어주면서 동시에 빨리 내리는 성질이  있다. 무씨
를 볶아서 달여 먹거나 가루내어 먹어도 좋다.
  얼굴이 동그란 사람. 얼굴에 각이  지지 않고 동그랗게 생긴 얼굴형을  '정과' 라고 한다.
이런 정과형들은 대개 통통하게 살이 찌는 편이며 기색이  밝다. 심각하게 생각하거나 고민
하는 일이 별로 없으며 실의에 빠지지도 않는다. 성격이  명랑하고 낙천적이며 비위가 좋기
때문이다. 그리고 움직이기를 싫어하는 경향이 있으며 눕기를 좋아한다.
  정과형의 사람들은 몸이 잘 붓는데, 이는 원래 습이 많은 체질이라서 그렇다. 또 류머티스
관절염도 오기 쉬우며 허리와 등이 아플 때도 많다. 특히  누설이 잘 되기 때문에 당뇨병으
로 고생하는 수가 있다. 여기서  누설이 잘 된다는 것은 몸  밖으로 영양분이 빠져나간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항상 당뇨병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정기를 보해주는 식품으로는
구기자, 산수유, 복분자, 참깨, 부추씨 등이 있다. 구기자는  정기를 보하는 데 아주 좋은 식
품으로 알약을 만들어 먹기도 하고 술에 담갔다가 먹어도 좋다.
  얼굴이 세모난 사람. 세모나되 역삼각형으로 생긴  얼굴을 '신과' 또는  천수형이라고 한
다.
이와 반대로 삼각형의 얼굴을 가진 사람을 지적형이라고 한다.  천수형들은 머리가 좋고 예
민하다. 하지만 신경이 예민한  까닭에 칠정(기뻐하고 성내고  근심하고 사색하고 슬퍼하고
놀라고 무서워하는 것)에 쉽게 마음이 상하여 병이 오는 수가 많다. 그래서 신과 사람들 중
에는 신경성 질환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흔하다. 허리와 다리가 잘 아프며, 가슴  두근거림으
로 힘들어하는 경향도 있다. 건망증도 있는 편이다.
  지적형의 사람들은 천상 여자 같은 기질을 갖고 있다. 만약 지적형의 남자라면 주위 사람
들로부터 여자 같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매사에 꼼꼼하고  성실하다. 너무 꼼꼼하여 다소
간 소심한 기질도 타고났다고 할 수 있다. 얼굴이 세모난 사람들은 예민하고 날카로운 성격
이 만병의 원인이므로 평소 마음을 안정시키고 편안하게 해주는  식품을 자주 먹으면 좋다.
대표적으로 인삼과 연밥(연실)을 들 수 있다.  인삼은 마음을 진정시키며 심기를 잘 통하게
하고 기억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으며, 연밥은 정신을 보양해주므로 오랫동안 먹으면 마음이
즐거워지면서 성내는 것도 멎게 한다.
  얼굴이 갸름한 사람. 얼굴이 아래로 내려올수록 조금씩 넓어지면서,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달걀처럼 갸름한 형태를 띠고 있는 것을 말한다. 이를 '혈과'  라고 한다. 기과의  사람들에
겐 기병이 잘 오듯이 혈과에 속한 사람들은 혈병이 오기 쉽다.  혈허에 의한 두통 증상으로
고생하기도 하며 생리불순이 오기 쉬우며 어혈로 인해 병이  찾아온다. 따라서 혈과의 여성
들은 어혈을 제대로 풀어줄 수  있도록 산후 조리에 특별히 신경을  써야한다. 그렇지 않으
면 산후병으로 굉장히 고생한다.
  기병은 주로 낮에 심하고 날이 저물면서 증상들이 점점 가벼워지는 데 반해, 혈병은 밤이
되면 더 심하고 낮에는 가벼워진다. 그래서 혈과 사람들의 증상을  보면 대부분 밤에 더 심
해진다. 혈을 고르게 하고 어혈을 풀어주는 식품으로는 당귀와  부추즙을 대표적으로 들 수
있다. 당귀는 피를 고르게 하고 잘 돌아가게 하며 피를 보충하기도 한다. 또 부추즙은  가슴
속에 뭉친 어혈을 잘 풀어준다.
  이렇게 치료한다. 네모난 얼굴. 일년 열두달 감기가 떨어지지 않아요. 이씨는 미싱일을 하
고 있는 직업 여성이다. 생김새를 보니  직업을 가질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다. 이런  사람은
조금만 한가해지거나 직업을 갖지 않고 쉬면 저절로 병이 오게 되어 있다. "일년 열두달 항
상 감기가 떨어지질 않아요. 그래서  계속 예방 접종까지 하고 있는데도  아무 소용이 없어
요." 구체적인 감기 증상에 대해 물어보았다. "머리가 아프고 가슴이 답답해요. 또 팔다리가
저려서 매일같이 주물러야 할 정도예요. 제가 미싱일을 하는데 그것 때문에 아픈 게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그런지 오른팔은 도대체가 물건을 들고 다닐 수 없게 늘 아파요. 아니, 아픈
게 아니고 저린 거라고 해야  맞나? 아무튼 뭐라고 표현하기 힘들어요."  이 증상들은 결코
감기 때문에 오는 것이 아니었다. 다른 데 그 원인이 있었다. "혹시 신경성 위염이  있지 않
으세요?" "예, 위염 때문에 몇 년 동안 병원에 다녔어요. 공복에는 속이 쓰리고 헛배부른 것
처럼 늘 가스가 차요." "만사가 귀찮지 않습니까?" "어머, 맞아요. 그저 귀찮은  정도가 아니
라 아침만 되면 눈을 뜨기가 싫어요. 또 한번 누우면  다시 일어나기가 싫고 움직이는 것도
힘들어요."
  이 환자는 기과로 실하게 생겼는데,  그 기가 제대로 풀리지 않고  맺혀서 머리도 아프고
감기 기운도 잘 낫지 않는 것이다. 신경성 위염도 다 그 이유 때문이다. 기과로 생긴 여성은
마음씨는 아주 곱지만 고집이 셀 뿐만 아니라 애교가 없고  마음이 항상 편치 못하다. 명랑
하고 활발한 면도 있지만, 그 반면에 매우 예민하여 슬픈 장면을 보면 남들보다 더 많이 우
는 성격이다. 또 항상 답답하다. 그런데 남자의 경우는 양에 속하기 때문에 언제나 기가  흩
어지기 쉬워서 기병이 적다. 하지만 여자는 음에 속하기 때문에 기가 많이 울체되고, 따라서
기병이 많다. 이때는 기를 풀어주어야 병이 치료되는데, 기를 풀어주는 방법에는 향소산처럼
향부자, 소엽 같은 걸 쓰기도 하며 담음이 있을 때는 이진탕에 창출, 백출을 사용한  이진탕
가감방을 쓰기도 한다. 화가 있을 때는 황련해독탕을 써서 풀어준다.
  이 환자는 아랫배에 가스가 차고 헛배부른 증상이 있으므로  '평위산' 을 쓰면 될 것이다.
한데 보통 평위산이라고 하면 비위를 조절해주는 약으로만 알고  있으므로, 기가 실한 여성
에게 이 약을 썼다고 하면 고개를 갸웃거리는 분들도  있으리라 짐작된다. 그러나 평위산을
체질에 맞춰 처방하면 기가 실한 여성에게 좋은 효과를 보인다. 이 환자에게는 '가미평위산'
을 투여한 결과 그녀를 오랫동안 괴롭히던 여러 가지 불편한 증상들이 많이 좋아졌다.
  사각지고 넓적한 얼굴. 치질로 인해 하혈이 심해요.  "치질이 너무 심해요. 출혈량도 많구
요. 그래서 그런지 늘 피곤하고  어지럽지요. 밥을 먹으면 식곤증  때문에 꼼짝하기가 싫고,
소화 기능도 나빠졌어요." 성남에 산다는 이씨는 치질 증세를 호소하였다.  그녀는 얼굴형이
사각지면서 넓적했고 얼굴에 개기름이 많이 흘렀다. 사각형 얼굴의 기과들은 인간의 기본적
인 감정에 무척 예민하여 신경성으로 인한 증상들이 잘  나타난다. 게다가 이씨처럼 얼굴이
넓으면 비장의 기능이 좋지 않다. 비장이 좋지 않으니 음식물을 잘 소화시킬 수 없고,  따라
서 식곤증이 생긴다. 맥은 빠르게 움직이고 힘이 있었으며, 대변을 볼 때 배가 아프면서  뒤
끝이 개운치 않고 생리량도 많다고 하였다.
  이씨의 경우, 비장의 운화 작용이 제대로 안 되어 몸에  습이 많이 쌓였기 때문에 치질이
생긴 것으로 판단되었다. 습 때문에 소화가 잘 안 되면서  몸이 무겁고 양기가 올라가지 못
해서 치질 증상이 나타난다. 습을 제거하고 양기를 승양시킬 목적으로 '보중익기탕' 에다 피
를 맑히는 약들과 항문 주위와 직장의 어혈을 제거하는  약을 적절히 가감하여 투여하였다.
약의 효과가 매우 좋아 한 제를 복용하던 중 출혈이 멈추고 다른 증세들도 좋아졌다는 반가
운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그녀의 병은 계속해서 치료를 해야  완치될 수 있으므로 잠시 멈
춘 걸로 안심해선 안 된다고  주의를 주었다. 그러나 이런저런 일을  핑계로 이씨는 그대로
상황을 방치하였다. 결국 두 달 후 다시 출혈이 시작되었다. 게다가 길을 걷다 쓰러져  병원
에 갔더니 빈혈이 너무 심하다며 수혈을 권해 수혈까지 받았단다. 이씨는 집 근처의 한의원
에도 다녀보았지만 별 효과가 없어 다시 찾아왔노라고 했다.
  나는 그녀의 빈혈이 출혈 과다로 인해 일어난 것이라고  생각하여 치질이라는 병증 보혈,
양혈, 생혈, 익양시킬 목적으로 '전생활혈탕'을 우선 투여했다. 그랬더니 어지럽고 기운 없는
증상이 좋아졌고, 한번 놀란 탓인지 꾸준히 치료한 결과 치질과 출혈, 그리고 빈혈까지도 나
았다. 사실 드러내놓고 말할 수 없으면서 큰 고통을 겪는 것이 바로 이 치질이다. 흔히 치질
이 심해지면 수술로 완쾌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원인 치료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또다시
재발하거나 수술로 인한 후유증으로 고생하게 된다.
  치질의 원인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피곤한 상태에서 저녁을 많이 먹으면 간에 부담이 가
서 항문 주위의 근육이 탄력을  잃고 치질 증상들이 발생한다. 또는  음식을 지나치게 먹어
비장이 음식을 제대로 운화하지 못하면 대장에 식적(먹은 것이 소화되지 않아 생기는 적)이
모여 치질이 생긴다. 그리고 과음이나 과식 후에 성생활을 하면 정기가 심하게 손상되어 치
질이 생길 수 있다.
  턱이 뾰족한 역삼각형 얼굴. 공연히 불안하고 작은 일에도 예민해요. 어느 정신과  의사의
수필을 보니 "자신의 말을 귀기울여 들어주는 친구가 한 명만 있어도 사람은 절대로 미치지
않는다" 는 말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자살률이 높은 나라일수록 정신과  의사들이 돈을 잘
번다고 한다. 얘기할 데가 마땅치 않은 사람들이 돈을  지불하면서까지 신세 한탄을 늘어놓
기 때문이라는데, 가끔은 나도 정신과 상담을 할 때가 있다. 다만 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상담료가 무료라는 것이지만.
  53세의 김씨는 어디가 아파서 왔느냐고 물으니 대뜸 팔자  타령부터 늘어놓았다. 그게 거
의 30분 동안은 계속되었던 듯하다.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치료에 도움이  된 내용만 대충
요약하자면 이렇다. "지금 생각하면 다 팔자소관이지 싶습니다. 열한 살 때 협담으로 수술을
받았는데 의사도 죽는다고 했어요. 그래도 다시 기적같이  살아났지 뭡니까? 하지만 촌구석
에 무슨 돈이 있어 제대로 치료를 받았겠어요. 결국 치료도 다 받지 못하고 퇴원했죠.  그렇
게 아프기 시작하면서는 통 누구하고 어울리질 못했어요."   그 다음에 재발한 적이 없느냐
고 물으니 서른 살 때 광부  생활을 잠깐했는데 그때 폐결핵을 앓았다고  한다. 8개월 동안
약을 먹으면서 요양한 덕에  폐결핵은 완치되었지만 지금껏 가래도 많이 끼고 가끔씩 혈흔
도 보인다고 걱정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답답해서 잠도 잘 못 자요. 병원에  가보면 아무
이상이 없다면서 오히려 저한테  왜  없는 병을 만드느냐고 그러네요. 그럴  때면 동료들도
저를 멀리하는 것만 같고...  정말 어떻게 살아야 할지..."  이 환자는 건강도 건강이지만, 그
보다 사회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절 더 걱정하는 듯하였다. 동료들과 잘 지내다가도 공연
히 불안하고 예민해져서 아무리 중요한 모임이라도 핑계를  대고는 피해버린다는 것이다.
  김씨의 외모를 보니 법령(광대뼈와 코 사이를 지나 입가로 내려오는 선)이 파이고, 양 볼
에 살이 없으면서 턱이 뾰족했고, 이마에 주름이 많이 잡혀 있었다. 이런 사람은 원래  여유
가 없고 매우 예민한 형으로, 성격이 굉장히 급하면서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이 특징이다.  김
씨의 경우처럼 가슴이 두근거리고 답답하며 공연히 불안하고 예민해지는 증상을 한의학에서
는 '심조증' 이라고 한다. 이럴 때는 '향사평위산'을  쓰면 잘 듣는다. 사람은 힘이 있을 때
비로소 모든 일에 자신감이 생긴다. 그리고 그 힘을 만드는  데는 건강보다 더한 것이 없다
고 생각한다. 김씨는 어느 정도 건강을 되찾자 사회 생활에도 점차 적응해 나가는 눈치였다.
  역삼각형에 콧구멍이 드러난 얼굴. 허리와 다리가 아프고 설사를 자주 하네요. 심씨는  평
소에 허리가 아주 안 좋고 무릎이 시큰거리는 등 관절에  무리를 느끼고 있었다. 직업상 한
발로 서 있거나 무거운 철판 같은 걸 많이 들기 때문에 피곤이 가실 날이 없는데다가, 얼마
전에 엉치뼈 양쪽에서 골수를 빼서 제공했다는 것이다. "혹시나 해서요. 혹시나... 골수 제공
한 것이 잘못돼서 그런가 싶어 걱정스런 마음에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수술 전에는 그런 일
이 없었는데 음식만 먹으면 아랫배가 아프고 설사를 자주 해요.  명치끝이 답답한 게 영 불
편하구요." "환자분은 체질상 허리와 다리가 좋지 않은 형이에요. 그런데  혹시 목에 가래가
끓거나 음낭이 축축하지는 않습니까?" "가래 때문에 아침이면 항상 목이 쉽니다. 그건 그렇
고, 음낭이 축축한 건 어떻게 아십니까?"
  심씨는 역삼각형의 얼굴을 가진 천수형이었고 콧구멍이  훤히 드러나 보이는 사람이었다.
천수형은 어깨가 발달하고 허리 다리가 약한 체질이므로 심씨도 허리와 다리에 불편한 증상
들이 나타나는 것이다. 또 콧구멍이 훤히 드러난 사람은 대부분  방광이 좋지 않아 소변 쪽
으로 이상이 잘 생긴다. 결국 심씨는 하체를 약하게 타고났기 때문에 밑불이 시원치가 않다.
그러므로 그 위에 있는 위장이  원할하게 작용하지 못해 상복통이  나타나는 것이다. "원래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인 것 같으데, 혹시 땀을 많이 흘리십니까?" "손바닥에 어찌나 땀이 나
는지 누구랑 악수하기가 겁나요. 조금만 움직거렸다 하면 온몸이 흠뻑 젖지요. 또 소변도 잦
고 대변도 묽은 편인데 제 몸에서 물 같은 게 많이 빠져나가는 것 같아요."   살이 찌지 않
고 마른 사람은 땀을 흘리지 않아야 하다.  그런데도 심씨는 땀을 많이 흘리고 있었다. 이는
좋지 않은  증상으로, 몸에서 진액이 새어나가는  것이다. 당연히 뼈마디가 좋지 않을 수밖
에 없다. 일도 많이 하는 사람이 땀도 많이 흘리고, 게다가 골수까지  제공했으니 기운이 아
예 탈진해버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심씨의  경우는 불편한 증상들을 없애는 게 급선무
였으므로 '가미보신탕'을 처방하였다.  보신탕을 주겠다고 하니까 아연실색하던 심씨의 모습
이 떠오른다. 아마 복날에  먹는 그 보신탕을  떠올린 모양이다. 그후  혈색이 많이 좋아진
얼굴로 재진을 받으러 다시 찾아왔다.
  동그란 얼굴. 트림이 자주 나오고 다리에 힘이 없어요. 57세의 장씨는 얼굴이 둥글게 생긴
여자 환자였다. 키도 약간 작으면서 몸매도 보기 좋게 통통하게 첫인상이 매우 부드러워 보
였다. "왜 이렇게 피곤한지 모르겠어요. 원래부터 누워 있길 좋아하는 편이긴 하지만 요즘엔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몸이 무거우면서 도통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는 거예요. 소화가 잘
안 돼서 그런지 트림도 자주 나오구요. 또 다리랑 무릎도  자꾸 아파서 저녁이면 뜨거운 물
로 찜질을 하고 있거든요." 장씨처럼 얼굴이 동그라면서 통통한 체형의 사람들은 대체로 식
습관에 문제가 있을 수 있었다. "뭐든 가리지 않고 잘 먹는  편이시죠?" "그럼요. 아프기 전
에는 뭘 먹어도 다 꿀맛 같았어요.  석 자 가시를 삼켜도 목구명에 걸리지  않고 꿀꺽 넘길
정도였죠.  근데 요샌 통 입맛이 없어요.  먹어도 소화도 잘 안 되구요."  혹시 저녁을 많이
먹지는 않는지, 그리고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에 대해 물어보았다. "아무래도  아침보다 저
녁을 많이 먹게 돼요.  아침엔 식구들 챙겨주느라 제대로 식사할 시간이 없거든요. 저녁이면
아이들도 모두 오니까 맛있는 반찬도 하게 되고, 그러니까 과식하는 일도 종종 생기죠."  좋
아하는 음식은 특별히 따로 없지만 냉면을 무척 즐겨 먹는단다. 그리고 물은 언제나 냉장고
에서 방금 꺼낸 찬물을 마신다고 했다. 늘  몸 속에 열이 있는  것 같아 뜨거운  물은 입에
대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장씨는  형상의학에서 볼 때 전형적인 양명형이었다.  양명형은 체
질상 위열이 많아서 배고픈 걸 잘 참지 못하고 과식하게  되므로 비위가 상하기 쉽다. 장씨
의 경우도 주로 밤에 음식을 많이 먹고 종종 과식할 때가 있다고 했는데, 이렇게 되면 비위
가 금방 상하고 만다. 비위가 상하니 소화불량 증세가 나타나고 트림도 자주 하는 것이다.
특히 오장육부 중에서 비위는 팔다리(사지)를 주관하므로 무릎과  다리가 아픈 것도 비위가
상해서 생겨난 증상이다. 그래서 손상된 비위 기능을 보하고 음혈을 돋우기 위해 '육군자탕'
에 황기, 산조인을 가해서 처방했는데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었다.
  갸름한 얼굴. 자꾸 살이 빠지는데, 살찌는 약 좀 없을까요? 27세의 기혼 여성인 윤씨는 키
가 161센티미터에 몸무게가 43킬로그램의 마른 체격이었는데 자꾸만 살이 빠져서  고민이라
며 찾아왔다. "아기를 낳은 지 얼마나 됐죠?" "일 년학 한 달 정도 됐어요." 이 환자는 손발
에 땀이 많이 났다. 원래 손발에 땀이 나는 것은  진액, 즉 호르몬이 새나간다는 뜻이다. 밤
에 잠잘 때 흘리는 땀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낮에도 너무 많이 땀을 흘리는 것은  호르몬이
새는 현상이다. 이렇게 진액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고 뼛속으로  들어가지 못하면 몸에 살이
붙지 않고 자꾸 마르는 게 당연하다. 또 손발이 차가워지면서 여러 가지 병이 온다. "그런데
선생님, 얼마 전에 담석 때문에 고생을 했는데 그때 밑으로  담석을 빼냈어요." "수술하지는
않았죠?" "네."
  윤씨는 체질상 담석이 많이 생기는 사람이다. 담석이 생기는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
데 바짝 마른 사람의 경우 대체로 담석이 많이 생긴다.  특히 바짝 말랐으면서 옆구리가 길
고 얼굴이 갸름한 사람들을 보면 담석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갸름한 얼굴에 옆구리가
긴 사람은 간담에 이상이 많이 생기는데, 이 때문에 담석으로 고생하는 것이다.
  진맥을 해보니 비장에 떨어졌다. 이것은  비장이 약하다는 뜻으로, 빈장이 약하면  소화가
잘 안 되면서 피곤을 많이 느끼고 뒷목과 어깻죽지가 뻣뻣해진다. 또 등과 허리가 뻐근하면
서 머리가 맑지 못하다. 이런 증상이 있느냐고 물으니, 평소에 피로감을 많이 느끼는 편이며
어깨와 뒷목이 뻣뻣해 자주 주무른다고 했다.
  윤씨의 경우 살이 찌려면 우선 비장의 기능을 호전시켜야 한다. 그래야 음식물을 잘 소화
시켜 체내에 영양분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고, 그러면서 서서히 살이 붙는다. 뚱뚱한 사람
이 살을 빼는 것도 마찬가지지만  살을 찌우는 것도 천천히 이루어져야  한다. 살이 찐다고
해서 황새같이 마른 사람이 하마같이 되는 법은 없다.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그렇게 할 수
는 없다. 따라서 우선은 기초 체력을 튼튼히 해주는 약을 써서 손발이 따뜻해지면서 소화가
잘 되게 해서 체중도 2-3킬로그램씩 늘어나게 하는게 좋다. 특히 이 환자는 아기를 낳은 지
얼마 안 되므로 체질에 맞게 '가미십전대보탕'을 썼다.

    3장 눈
  어릴 적에 칠판 글씨가 잘 보이지  않는다거나 밤눈이 어둡다고 하면 어머니가  부리나케
시장으로 달려가 소간이나 돼지간, 아니면 간유(명태나 대구 등의 생선 간에서 추출한 기름)
를 사다 먹이셨던 기억이 난다. 결명자차도 눈에 좋다며 열심히 끓여주셨던 것 같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소간을 비롯해 돼지간, 간유, 결명자는 딱히 눈에만 좋은 식품이라기보다는
오장육부 중 간 기능을 돋워주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왜 눈이 나쁠 때 간 기능을 원활히 해
주는 식품을 먹는 걸까?
  한의학에서는 눈을 '간의 상태가 나타나는 구멍' 으로 본다.  눈은 간과 아주 밀접하게 관
련되어 있어서 간의 건강 상태를 눈에서 살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황달 현상은 주로 간이
나빠졌을 때 나타나는데, 이때 눈을 보면 노랗게 변해 있다. 간의 이상 증세가 곧바로  눈에
나타나는 것이다. 따라서 간의 기능이 저하되면 당연히 시력이 나빠진다. 요즘엔 유치원생들
도 안경을 쓰고 다니는 경우가 많은데, 모두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듯싶다. 하지만 한의
사인 내가 보기엔 대단히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의학에서는  사람은 50세를 전후로
해서 간 기능이 떨어지고 담즙이 줄어들면서 시력이 나빠진다고  본다. 그런데 50세가 되지
않은 어린 아이들이 이미 안경을  쓰기 시작했다는 건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약간
과장해서 말한다면, 실제 나이는 어리지만 간의 나이는 이미  중년을 넘어 노년기로 들어섰
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간이 허해지면 공연히 눈앞에 꽃무늬 같은 것이 어릿어릿 나타
난다. 또 간에 있는 혈에 열이 있으면 마치 핏발선 것처럼 눈이 충혈되며 붓는 현상이 일어
난다.
  눈은 간뿐만 아니라 오장육부 모두와 관계가 있다. 오장육부의 정기가 다 모여서 눈이 이
루어진 까닭이다. 그래서 눈의 질병은 간단히 치료될 것  같으면서도 막상 치료에 들어가면
어려움이 많이 따른다. 어디서부터 비롯된  눈병인가를 정확히 파악하는 일이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이다. 또 원인 치료를 하지 않으면 조금 나은 듯싶다가도 금방 재발한다. 우선, 눈의
흰자위는 오장 중세서 폐와 관련이 있다. 그리고 검은자위는 간과, 검은자위의 중심에  있는
눈동자는 신장과 관련된다. 양 눈의 바깥쪽 끝과 눈 구석에  있는 빨간 핏줄은 심장과 관련
이 있으며, 눈꺼풀은 비장(소화기 계통)과 관련이 있다. 따라서 오장이 모두 조화롭게 제 기
능을 다할 때 눈도 건강해진다.
  건강한 눈은 흰자위와 검은자위가 모두  투명하면서 빛이 나고 선명하다.  또한 눈꺼풀은
누런 빛을 띠면서 윤기가 나야 하며, 크기는 작은 것이 큰 것보다 좋다. 눈의 생김새에 따라
각각 어떤 병이 오기 쉬우며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알아보자.
  눈이 큰 사람. 흔히들 눈이 크면 겁이 많다고 하는데, 이는 한의학적으로 볼 때 근거가 있
는 말이다. 눈이 큰 사람은 대체로 간담이 허한 경향이 있다. 간담이 허하면 겁이 많아 무서
움을 잘 타고, 누가 뒤에서 쫓아오는  것처럼 괜히 불안해한다. 무서움이 많기 때문에  혼자
있길 싫어하고 밤에 잠을 잘 때도  꼭 불을 켜놓고 자려 한다. 간담이  허하기 때문에 눈이
큰 사람은 목에서 가래가 잘 끓고 편도가 자주 붓는다. 그래서 감기에 걸렸다 하면 열이 많
이 난다. 편도가 부울 때는 반드시 열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손톱이 얇으면서 잘 부러지기도
하는데, 이것은 손톱이 간담의 영화를 반영하는 데서 연유한다. 다시 말해 간담의 기능이 좋
으면 손톱이 단단하며 빛깔도 투명하고 건강하다. 또 눈이 큰  사람은 두통 증상도 많이 나
타난다. 따라서 눈이 큰 사람은 간담의 기를 도와주는 모과나 밀,  총백(파의 잔뿌리가 달린
부분과 파의 흰 부분. 뿌리 끝에서  위로 10센티미터 정도가 된다), 부추 등을  많이 먹으면
좋다. 더덕을 달여서 먹거나 나물을 만들어 먹어도 간기를 보해줄 수 있다.
  눈꼬리가 위로 올라간 사람. 눈꼬리가 올라가 있고 코도 위로 들려 있는 사람을 한의학에
서는 '태양형' 이라 부른다(여기서의 태양형은  사상체질에서 말하는 태양형과는 다르다. 양
명, 궐음, 태양, 소양, 소음 등 육경에 의해 분류한 것이다). 태양형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
에게 아주 예민하고 섬세하다는 인상을 준다. 실제로도 성격이  예민하고 감정의 기복도 크
다. 자신의 의지로도 감정의 변화를 걷잡지  못할 때가 많다. 금방 좋아졌다 금방  싫어졌다
하는 등 마음의 갈피를 못 잡으며 허영심이 많고 헛된  망상을 잘 한다. 한마디로 현실감이
부족하다. 하지만 감성이 풍부하고 상상력도 뛰어나기 때문에 미술이나  음악 같은 예술 방
면에서 남다른 재능을 보인다. 디자이너나  음악가 등 예술적 감각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직종에 종사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눈꼬리가 올라간 사람은 예민한 성격대로 신경성 질환이 잘  찾아온다. 기가 제대로 운행
하지 못하고 울체되어 가슴답답증이 오기도 하며, 뒷목이 뻣뻣하면서  목에 뭔가가 걸린 듯
불편할 때도 있다. 이러한 가슴답답증이나 목이 불편한 증상들은 대부분 심화에서 온다.  또
한 관절이 약하여 무릎, 어깨, 허리 등이 늘 시원찮고 손발이 자주 저리며 항상 피곤해한다.
아울러 발열오한이나 코막힘, 두통 같은 것도 이들을 괴롭히는 주요 증상들이다.
  눈꼬리가 아래로 처진 사람. 눈꼬리가 아래로 처지고 코도 아래로 처진 듯 내려먹은 사람
을 '태음형' 이라고도 한다. 태음형의 사람들은 언뜻 보기엔  양쪽 눈매가 아래로 처져서 무
척 양순하고 선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현실적인 감각도 아주 뛰어나며 이기적이라 할 만큼
손해 보지 않으려는 성향도 지니고 있다. 헛된 꿈을 꾸기보다는 실리를 따지는 현실성이 있
기 때문에 무슨 일이든 책임감 있게 해내며 완벽주의를 추구한다.  이렇게 일 잘 하고 성실
하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는다. 하지만 간혹 깍쟁이 같다는 소리를 들을 때
도 있다. 눈꼬리가 아래로 처진 태음형들은  '태음복통'  이라고 하여 명치끝이 자주  아프
며, 대변을 잘 참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뱃속에 뭔가  그득하게 찬 것처럼 헛배가
불러올 때도 많고, 배가 자주 아프면서 토하거나 설사가 심한 경우도 있다.
  눈이 안쪽으로 들어간 사람. 눈이  안으로 쑥 들어간 사람을 '궐음형'  이라고도  하는데,
대체로 젖꼭지가 큰 편이며 간혹  왼쪽 젖꼭지가 들어가 있기도 하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
은 추위를 유난히 많이 탄다는  것이다. 그래서  날씨가 조금만  추워도 쉽게 몸이 상하며, 
몸이 냉하기 때문에 여성의 경우는 불임이나 자연유산 등으로 고생하기 쉽다. 또 혀가 말리
는 듯한 증상이 있으며, 아랫배가 마치 조르는 것처럼 아프기도  하다. 만성 장염이나 두통,
허리 통증의 증상도 잘 나타난다. 그리고 눈이 쑥 들어가 있다는  것은 비위가 좋지 않다는
뜻이므로 위장병 때문에 고생한다. 눈이 들어간 궐음형의 사람들은  몸이 냉하므로 이에 각
별히 유의해야 한다. 냉장고에서 막 꺼낸 맥주나 음료수, 물 등은 가급적 마시지 말고, 지나
칠 정도로 차게 냉방된 곳에서는  장시간 생활하지 않도록 한다. 예쁜  꽃을 피우는 씨앗도
적당한 온도가 있어야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듯, 사람 역시 몸의 체온이 적당히 유지되어야
기혈의 순환이 잘 되면서 건강하게 살 수 있다. 평소 오수유나 세신, 생강 등으로 몸을 보해
주면 더 좋다.
  지금까지는 눈의 모양에 따라 어떤 병이 잘 찾아오는지를  알아보았다. 그런데 눈 자체만
을 놓고 생각해보면 무엇보다도 화에  의한 눈병이 가장 많다. 누구든  심하게 화를 내거나
과도하게 신경을 썼을 때 온몸의 기운이 쭉빠지면서 눈앞이 아득해지고 침침해지는 걸 경험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럴 때 마음의 울화를  풀어주는 '억청명목탕'을 처방하면 눈이 밝
아지는데, 이는 바로 눈병이 화에서 비롯됨을 증명한다.
  얼굴이 사각으로 각지게 생겼거나 역삼각형을 하관이 빠진 사람, 눈꼬리가 위로 올라갔거
나 콧등에 살이 없고 날카롭게 생긴 사람들은 신경성 질환으로 고생하는 수가 많은데, 이때
눈 쪽에도 여러 가지 불편한 증상들이 찾아온다. 몸에 화열이  많이 쌓이면 갑자기 눈이 벌
겋게 붓고 눈이 부시면서 깔깔한 느낌이 든다. 또 눈물이  멎지 않으면서 별안간 한기가 들
고 눈앞이 흐릿해진다. 이때는 심장과 간에 열이 올라 눈이 아픈 것이므로 통증부위인 눈만
치료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도 심장과  간에 있는 열을 내리고 기와  혈이 잘 돌아가도록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 눈병은 저절로 낫는다. 눈곱으로도 건강을 진단할 수 있다.
눈곱이 많이 끼면서 단단하거나 진득진득하면 폐가 실한 것이고,  눈곱이 묽으면 폐가 허한
것이다. 그리고 눈병이 들어 아픈데도  눈곱이 끼지 않는 것은 몸의  원기가 몹시 쇠약해져
있음을 말한다.
  눈병을 고치려면 약 처방도 해야 하지만, 그보다는 생활 처방이 중요하다. 눈병이 있을 때
는 특히 먹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약을 먹어도 효과를 볼 수  없다.
닭고기나 생선, 국수, 술, 찹쌀, 뜨거운 음식, 기름진 것, 짠  것, 신 것 등을 먹지 않도록 한
다. 이런 자극성 음식 대신 채소나 과일 위주로 담백하게 식단을 짜서 먹는 것이 좋다. 또한
성생활도 되도록 자제하는 것이 좋으며, 사소한 일에 지나치게  화를 내거나 슬퍼하거나 괴
로워하지 않도록 심리적인 안정을 취하도록 한다.  눈병은 주변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
소금' 과 '맑은 물' 만 가지고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다. 소금은 특히 피가 몰린  것을 잘
풀어주기 때문에 눈이 흐릿하게 보이지 않거나  충혈되었을 때 소금물을 끓여 눈을  씻으면
아주 좋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소금 끓인 물로 양치를  하거나 눈을 씻으면 눈이 밝아지고
치아가 튼튼해지는 데 좋은 효과가 있다. 눈알이 까닭없이 부으면서 앞으로 돌출되는 것 같
을 때는 눈에 맑은 물을 자주 넣어주면 절로 낫는다.   이 물에 맥문동, 뽕나무뿌리껍질, 산
치자를 달여서 복용해도 좋다.
  무엇보다 눈병을 예방하고 눈을 건강하게 하려면 평소에 다음과 같은 생활 수칙을 잘 지
키도록 하자. 첫째, 책을 보거나 일을  하는 틈틈이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도록 한다. 눈을
너무 혹사시키면 간이 피곤해지는데, 이를 한의학에서는 간로라고 한다. 이때는 눈을 똑바로
떴다가 감고 감았다가 다시 뜨는 식으로 눈 운동을 자주  하면 좋다. 동의보감에 의하면 간
로에 의해 생긴 눈병은 "3년 동안 눈을 감고  있지 않으면 치료하지 못한다" 고 하였다. 둘
째, 손바닥을 뜨거워지도록 비빈 다음 두 눈에 갖다 대고 여러 번 꾹꾹 누른다. 그러면 눈다
래끼도 잘 생기지 않고 눈이 밝아진다. 셋째, 손가락으로 양쪽 눈썹 끝에 작은 구멍이  있는
곳을 누르고, 손바닥이나 손가락으로 광대뼈 부분을 비빈다. 또는 귀를 손으로 40번 정도 잡
아당기면서 비벼 약간 따뜻해지면 곧  손으로 이마를 쓸어올린다. 이렇게 여러  번 한 후에
침을 몇 번 삼킨다. 장기간 매일 이렇게 하면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렇게 치료한다. 눈이 큰 사람.  눈이 크면 겁도 많다는데, 정말  그런가요? 다섯 살배기
꼬마가 엄마 손을 꼭 잡고 들어서는데, 커다란 눈망울이 무척 순해 보였다. 흔히 눈이  크면
눈물도 많고 겁도 많다고 한다. 이 말은 눈이 큰 아이의 경우 감정적으로 동요되기 쉽고 마
음이 여리기 때문에 소극적이고 겁이 많다는  뜻이다. 이 꼬마도 겁이 무척 많다고  하였다.
"엄마가 옆에 있는지를 확인해야만 마음을  놓고 잘 놀아요. 잠시도  엄마와 떨어져 있으려
하질 않지요. 무서움도 엄청 많이 타요. 절대로 혼자자는 법이 없고 잠시도 집에 혼자  있질
못해요."
  우리는 아주 무서운 일에  맞닥뜨리면 간담이 서늘해졌다고 하며,  무서움을 잘 이기느냐
그렇지 않느냐를 알아보기 위해 담력 시합이라는 것도 한다.  이것은 무서움을 느끼는 것이
간담의 허실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를 찾아온 꼬마의  경우는 담이 허해서 무서움을
많이 느끼는 것이다. 담이 허한 아이들의 특징을 보면 눈이 크거나 눈 밑이 검게 그늘진 것
처럼 색이 검고, 손톱 발톱이 얇으며, 간혹 비만한 경우도 있다.
  "보세요, 이 아이는 지금 손톱 끝이 얇고 갈라져 있습니다. 왜 우리 아인 과일도  잘 먹는
데 손톱이 약할까 하고 생각해보신 적 없으세요?" "네, 정말 그러네요. 그리고 우리 아인 검
사를 하면 아무 이상이 없다는데도 목에 가래가 끼고  콧물이 자꾸 흘러요." "그게 바로 담
이 허해서 생기는 증세예요."
  담이 허해서 생기는 증세로는 편도선이 자주 붓거나 목 옆에 몽우리가 생기면서 잘 없어
지지 않고, 고열이 자주 나고 두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더러는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콧물이
흐르거나 코가 막혀 답답해하고 기침도 심할 뿐더러, 한열이 있어서 입에서 냄새가 날 때가
있고 대변을 자주 보거나 밤에  자다가 소변을 지리기도 한다. 자세한  설명과 더불어 허한
담을 치료하기 위해 '인숙산'을 처방하셨다. 이렇게 하면 위에서 얘기했던 여러 가지 증상이
치료되면서 아이는 무서움도 덜 타고  자신감이 생기게 될 것이다. 물론  겁이 많다고 해서
모두 담이 허한 것은 아니다. 신장(콩팥)이 허약하거나 간이 허해도  겁이 많을 수 있다. 따
라서 아이의 증세와 맥, 생긴 모습, 피부색 등을 잘 관찰하여 치료해야 한다.
  눈꼬리가 올라간 사람. 머리가 심하게 아프면서, 마치 텅 빈 것 같아요. 10년 동안 신경성
위장병으로 약을 먹고 있는 남씨는 요즘 들어 머리가 너무 아파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한다
고 했다. "머리가 심하게 아프면서, 마치 텅 빈 것같이 느낌이 아주 이상해요. 또 머리가 아
프면 막 어지럽고 천장이 빙글빙글 돌아요. 헛구역질도 하구요." 그리고 조금만 신경을 쓰면
목이 뻣뻣하게 굳어서 제대로 목을 돌리지 못할 지경이란다.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목을 주
무른다고 하며 자신의 아픈 증상을 호소하였다.
  남씨의 머리를 보니 몸집에 비해 큰 편이었다. 한의학에서는 큰  곳에 병이 잘 온다고 한
다. 예를 들어 머리가 크면 머리병이 오고  옆구리가 길면 옆구리에 병이 오기 쉽다. 즉  큰
부분의 기능이 실하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는 새 자꾸 써먹게 되고, 그러면 쉽게 병이 올 수
밖에 없다. 복진을 해보니 명치 부위에 통증이 느껴진다고 하였고, 배꼽 위를 눌러보니 그곳
도 아프다고 했다. "소화도  잘 안 되고  신경을 쓰면 명치  부위가 답답하지 않으십니까?"
"예. 소화도 안 되고 신경만 쓰면 아프고 답답해요."
  환자의 얼굴을 살펴보니 붉은 편이었고 눈꼬리가 위로 올라갔으며 코끝이 뾰족하여  신경
이 예민하다는 걸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맥도 간에 떨어졌는데, 이것도 마음에 무엇인가  맺
혀 있다는 뜻이다. 이 병은 '담화두통' 이었다. 담과  화에 의해서 발생하는 두통으로, 이 환
자의 경우 담의 증상도 있었고  예민하게 생긴 모습을 보니 화가  있음도 확실했다. 그래서
담화두통에 처방하는 '가미이진탕'을 복용케 하였다. 이 약을 몇  제 복용한 후에 두통도 신
기하게 치료되었을 뿐만 아니라 뱃속도 편해졌다며 고마워하였다.
  눈꼬리가 올라간 사람. 임신 중인데 혈압이 자꾸 올라가서 위험하대요. "다들 결혼만 하면
아이는 그냥 쉽게 낳는 줄 알았어요.  저도 건강하니까 당연히 그럴 거라 생각했죠.  그런데
예정일이 가까워질수록 혈압이 계속 올라가서 위험하다고 하네요."  이런 환자를 대할 때면
사람살이 중에서 자식 낳는 일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가 새삼 생각하게 된다. 건강상
의 위험까지도 무릅쓰고 아이를 낳으니 말이다. "의사는 아이가 너무 커서 그러니 제왕절개
라도 해서 예정일을 앞당기자는데 저는 왠지 께름칙해요. 웬만하면 자연분만으로 낳고 싶은
데..." 사실 요즘엔 특별한 문제가 없어도 제왕절개로 출산하는 경우를 흔히  보는데, 한의사
인 나로서는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이다.  수술은 여러 모로 산모에게나  아기에게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어쨋든 수술하지 않고 찾아준 젊은 산모가 기특하여 우선 칭찬부터  해주었다.
게다가 맥을 짚어보니 아이가 큰 게 아니라 잔뜩 긴장하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한약으로
쉽게 다스릴 수 있는 경우였다.
  "맥을 짚어보니 아이가 잔뜩 긴장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자꾸 혈압이 높아졌던  겁니다.
아이가 정상아보다 크지는 않습니다. 다만 힘이 없으니까 늘어져  있어서 큰 것처럼 생각되
는 거예요." "왜 그런 건데요?" "산모분께서 워낙 활동적이니까 태아가 제대로 안태를  하지
못해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겁니다."
  김씨는 눈꼬리가 위로 치켜올라가고 코가 아주 강하게 생겼으므로 남자처럼 기 위주로 생
긴 형이었다.  이런 여성들은 자궁의 기능이 약하고 음혈이 부족하므로 포하는 능력이 부족
하다. 그래서 임신이 잘 안 되고, 임신이 되더라도 자연유산이 되거나 임신 중에 여러  가지
질환에 시달리기 쉽다. 그러므로 이런 여성들은 사회 생활을 해서 기를 소모해야 건강할 수
있다. "하긴 직장을 다니다가 출산일이 가까워져서 집에 있으려니 마늘 하나를 까면서도 막
신경질을 내게 돼요. 생긴 대로 살아야 한다는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은 것 같아요." 아기가
제대로 안태되지 않아 혈압이  높았던 김씨에겐 해삼이  들어간 '가미팔진탕'을 처방하였다.
드디어 예정일에 자연분만을 하게 된 김씨에게 건강한 아들을 낳았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
었다.
  눈이 안쪽으로 들어간 사람. 영 기운이 없고 자꾸만 어지러워요. 68세의 곽씨  할아버지는
기침이 끊이지 않아 고생하던 중 본원에서 약을  먹고 완쾌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가미육
미탕' 과 '금수육군전'을 번갈아 써서 치료했었는데, 얼마 전 매우 야윈 얼굴로  다시  찾아
오셨다. "아니, 왜 이렇게 야위셨어요?" "글쎄말이오, 한 일 년 사이에 5킬로그램이 그냥 빠
지네그려. 아주 죽겠어. 통 밥맛도 없고 기운을 낼 수가  없으니... 내가 원래부터 살이 찌는
체질이 아닌데다가 먹는 것까지 영 신통찮고 소화도 안 되니  어지러워서 살 수가 없네. 그
래, 저번에 기침이 신통하게 멎길래 먼  길 마다않고 이렇게  찾아왔으니 잘 좀  봐주게나."
말씀을 너무도 점잖게 하시는 양반이라 옛날에  태어나셨더라면 선비소리를 들으셨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한데 생김새를 보면 그다지 건강한 형이 아니었다.
  할아버지는 눈이 안으로 쑥 들어가 있는 궐음형으로, 이렇게 눈이 들어간 것은 비위가 좋
지 않음을 뜻했다. 따라서 소화가 안 되는  원인은 여기에서 찾을 수가 있다. 또 귀가  아주
큼지막하게 잘생기셨다. 말로는 "할아버님  귀가 정말 참 잘생기셨네요"  라고 했지만 이건
금수가 나쁘다느 것을 의미했다. 금수란 오행에 의하면 폐와 신을 말하는데 폐가 나쁘니 숨
이 차는 것이요, 신이 나쁘니 어지러운 것이다. 그리고  폐신은 등뼈를 뜻하는 것으로, 등뼈
는 우리 신체에서 기둥에 속하므로 이 할아버지는 근본 기둥이  약하다고 볼 수 있다. 예전
에 밭은기침이 끊이지 않았던 것도 모두 이 기둥이 약한 데서 온 병이었다. 이 밖에도 소변
을 자주 보고 입과 코가 마르며 다리에 힘이 없다고 하셨던 곽씨 할아버지께는 '가미삼령백
출산'을 처방하여 토기를  돋워주었다. 토기를  돋워주면 토생금해서  어지럼증도 없어지고 
소화 기능과 식욕이 살아날 것이라 기대했기 때문이다. 처방 이후, 평생 살이 쪄본 적이  없
다던 할아버지께서도 요즘엔 적당히 살이 붙어 10년은 더 젊어보이는 듯싶었다.
  눈곱이 많이 끼는 것도 병이다. 눈곱 하면  으레 아침마다 끼는 것, 혹은 몸이 피곤할  때
많이 끼는 것 정도로 대수롭잖게 넘겨버린다. 그러나 눈곱으로도 건강을 진달할 수 있다. 한
의학에서는 눈이 붉거나 핏발이 많이 서면서 눈곱이  끼면 '열안' 이라고 하여  '경효산'을
투여한다. 그리고 눈곱을 통해 폐의 허실 상태를 알아볼 수 있다.  눈곱이 묽으면 폐가 허하
다고 보아서 '팔미환' 이나 '가미십전탕' 으로 치료한다.
  수원에서 왔다는 김씨(38세)는 기가 부족하고 피로가  많이 쌓인 맥이 나왔다. 또 안경을
끼고 있었는데 근시와 난시가 겹쳐 있다고  했다. "요즘 들어 눈곱이 부쩍 많이  끼어요. 전
추위를 굉장히 많이 타서 더운  날씨에도 이불을 푹 뒤집어쓰고 자야  해요. 어깨가 시리고
허리도 많이 아파요." 김씨는 묽은 눈곱이 많이 끼었는데, 게다가 속이 울렁거리고 어지럽기
도 하며 열이 훅 올랐다 으슬으슬 추웠다 하는 등 담음 증세도  모두 갖고 있었다. 또한 젊
은 나이에 비해 벌써부터 흰머리가 희끗희끗 보였다. 보통  사람보다 많이 추워하고 허한한
맥이 나온 것으로 보아 음양기혈이 모두 허약하다고  판단하고 '가미십전탕'을 적절히 가감
하여 투여했다. 예상한 대로 효과가 바로 나타나 눈곱이 훨씬  덜 끼었으며 피곤한 것도 많
이 사라졌다. 그러나 완치를 위해 몇 제를 연속해서 더 복용하였다.
  불이라도 난 것처럼 눈에 열이 많이 나요. 우리는 종종 눈의 흰자위가 붉어지거나 눈동자
가 붓고, 밝은 곳에 나오면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고, 추운 데 노출되면 아픈 증상을  느낄
때가 있다. 이런 것들은 대부분 화열에 의해서 일어난다. 이때는 마음을 안정시키고 간의 열
을 식혀주면서 피의 운행 상태를 좋게 하고 기가 제대로 순환하게끔 해야 한다. 또한 침 치
료도 병행하면 병세 회복에 상당히 도움이 된다. 37세의 박씨는 미혼이었다. 얼굴형이  사각
으로 각져 있는 박씨는 콧등에 살이 없으면서 아주 오똑하여 기질이 강하고 예민해 보였다.
  "눈에 열이 확확 나면서 충혈되는 때가 많아요. 마치  가제로 눈을 닦아내는 것처럼 쓰라
리고 너무 아파서 할 수만 있다면 눈알을 꺼내 찬물로 시원하게 씻어서 다시 넣었으면 좋겠
어요."
  박씨는 항상 머리가 묵직하고 맑은 콧물이  흐르며 가슴이 두근거리고 무엇에 쫓기는  듯
불안하다고 말했다. 맥을 짚어보니 심, 소장에 떨어졌는데, 이로써 열에 의한 신경성임을 확
인할 수 있었다. 신경성으로 화가 많이 쌓이면 눈이 충혈되고 통증이 오는 것이다.  박씨에
겐 혈의 운행 상태를 조화롭게 하는 '사물탕' 에다, 화를 치료하는 데 으뜸가는 '황련해독탕
'을 썼다. 그러자 예상대로 눈이 맑아지면서 가슴  두근거림과  피곤증이 많이 없어졌고 생
리 상태도 한결 좋아졌다. 병을 치료하는  데 있어 머리쪽 증상과  또 다른  신체의 이상이
복합되어 나타날 때는 머리를 위주로 해서 치료하면 전신의 건강을   꾀할 수 있다. 자연은
대우주, 인간은 소우주라는 차원에서 하늘이 맑으면 대지의 만물이 다 화창한 것과 같은 이
치다.

4장 귀
  신장이 안 좋은 사람은 대개 귀 쪽으로도 이상이 온다.  귀가 먹먹해서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거나 염증이 생겨 고생한다. 이는 신장의 건강 상태가  귀에서 그대로 나타나기 때문
이다. 한의학에서는 '신이 멀리 듣는 것,  즉 귀를 주관한다' 고 본다.   그래서 신장이 좋은
사람은 평소 소리를 잘 들으며 귓병에도 잘 걸리지 않는다. 반대로, 늘상 가는귀가 먹은  것
처럼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하거나 중이염 등 귓병으로 자주 고생하는 사람은 자신의 신장
기능을 한번쯤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귀울이, 즉 이명 현상도 신장의 기능이 나빠졌을 때 오는 수가 많다. 담화로 인해 양쪽 귀
에서 매미 우는 것 같은 소리가 날  경우도 있는데, 이때는 소리가 세게 들린다. 이와  달리
신 기능이 약하고 음이 허해져서 귀울이 증상이 나타날 때는 소리가 약하게 들린다. 신장이
귀를 주관한다는 것은, 거꾸로 말하면 귀의 생김새, 즉 귀의 크기와 색깔, 위치, 상태에 따라
신장의 건강을 살펴볼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더 나아가  신장은 우리 몸의 건강을 유지하
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므로 전신의 건강 상태까지도  판단할 수가 있다. 신장은 '정'을
저장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정이란 정액을 비롯하여 사람이 활동하는 데
필요한 모든 근본적인 물질을 폭넓게 가리킨다. 정이 있어야 다른 모든 장기와 기관들이 조
화롭게 작용할 수가 있다.
  그러면 과연 어떻게 생긴 귀가 좋을까? 귀는 작으면서 단단하고  힘이 있어야 좋다. 귀가
크고 너무 부드러워 힘이 없는 경우는 신장이 허약한 것이다. 귀의 모양과 색깔, 그리고  귀
가 어떻게 위치하고 있는지를 보아 건강과의 관계를 알아보자.
  귀가 크고 힘이 없는 사람. 부처나 신선 혹은 옛날  왕후장상들을 그린 그림을 보면 거의
가 귀가 크면서 귓불이 두둑하고 아래로 늘어져 있다. 그래서인지 일반적으로 귀가 크고 귓
불이 늘어진 것을 잘생긴 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건강 면에서 볼 때는 좋은 귀라고 할 수
없다. 귀는 작고 단단해야 한다. 귀의 크기는 신장의  크기와 직결되는데, 귀가 작으면 신장
도 작고 신장이 작으면 내장의  여러 기관들이 편안하고 잘 상하지  않는다. 반대로 신장이
크면 허리가 잘 아프고 나쁜 기운에 상하기 쉽기 때문에  건강치 못하다. 귀가 크면서 단단
하지 못하고 힘이 없는 사람은 신장이 약하므로 여기서 비롯되는 여러 가지 증상들로 고생
하게 된다. 조금만 피곤해도 중이염, 귀울이증, 허리 통증이 오며 뒷목과 어깻죽지가 불편하
고 아프다. 어지럼증도 자주 호소하며 헛배가 부르고 소화가 안 된다. 겁이 많고 마음이  공
연히 초조해지기도 하며, 당뇨병에도 걸리기 쉽다.
  귀가 위로 올라붙은 사람. 귀는 위치상 하악골(아래턱을 이루는 말굽 모양의 뼈) 앞에 단
정하게 붙어 있어야 신장의 모양 또한 단정하고 건강하다. 그렇지 않고 귀가 너무 올라붙어
있으면 신장도 제 위치보다 높이 붙어 있는 것이므로 병이  오게 되는 것이다. 신장이 높이
있으면 등과 척추가 아파서 구부렸다 폈다 하는 동작을 잘 하지 못한다.
  귀가 내려붙은 사람. 귀가 아래로 처진 듯 내려붙은 사람은  신장도 제 위치에 비해 아래
로 내려붙어 있다. 이렇게 신장이 내려붙어 있으면 허리와 궁둥이가 아프고, 호산증으로  고
생하는 수가 많다. 호산증에 걸리면 아랫배에서 옆구리, 허리 쪽으로 돌아가면서 통증을  느
끼고 위장이 좋지 않아 항상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 가슴에 통증을 느낄 때도 많고 어깻죽
지가 아프면서 신경질을 잘 내기도 한다. 또 감기 몸살에  걸린 것처럼 온몸이 오슬오슬 한
기를 느끼면서 아프고, 땀이 많이 난다.
  귀에 때가 낀 것처럼 색깔이 나쁜 사람.  귀의 색깔은 맑고 윤택해야 좋다. 마치 때가  낀
것처럼 색깔이 나쁘면 신장도 좋지 못하다. 따라서 신장이 좋지  않을 때 나타나는 여러 가
지 증상으로 고생하는 수가 있다. 간혹 귀가 유난히 붉어지거나 검은색을 띠기도 한다. 귀가
붉어지는 것은 신장에 열이 있다는 표시이며, 귀가 검은 것은 신장에 병이 들었다는 것인데
이때는 이마와 광대뼈 부위도 검어지는 걸 볼 수 있다.  이렇듯 귀의 색깔로도 건강을 진단
할 수 있으므로 가끔씩 귀의 상태를 살펴보는 것이 좋다.
  귀가 가렵거나 귀속에서 매미 우는 소리나 북을  치는 소리 같은 게 들리기도 하고 귀가
잘 들리지 않는 등 귀에 나타나는 병은 대부분 신장의  기능이 저하되었을 대 생기지만, 그
밖에도 여러 가지 원인을 생각해볼 수 있다.  몸 속에 피가 부족해서 생길 수도 있고,  기가
허약하거나 화를 많이낼 때, 습이 쌓였을 때, 간에 열이  많을 때도 귓병이 온다. 일을 너무
많이 해서 과로할 때, 오랜 기간 설사를 하거나 중병을 앓고 났을 때, 성생활을 지나치게 했
을 때는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귓병이 오기 쉽다. 이는 신장의  정기가 부족하여 음이
허해졌기 때문에 몸 속의 화를 제대로 억누르지 못해서 생기는 것이다. 이때는 귀가 가렵거
나 귀에서 종소리가 들리기도 하는데 빨리 치료해주지 않으면 점차 귀가 먹어 소리를 듣지
못할 수도 있다. 특히 과로해서 귀가 먹었을 때는 얼굴의  광대뼈 부위가 시커멓게 되고 귓
바퀴가 마르면서 때가 낀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귓병을 앓을 때 왼쪽 귀냐 오른쪽 귀냐에 따라  그 원인이 서로 달라진다. 귓병이
왼쪽 귀로 오는 것은 대체로 성을 잘 내는 사람에게서 볼 수 있다. 즉, 화로 인해 오는 병은
주로 왼쪽으로 나타난다. 특히 여자들은 기가 쉽게 울체되어 마음에 화가 많이 쌓이므로 왼
쪽 귀를 앓는 경우가 흔하다. 반면에 남자들은 오른쪽 귀를 앓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남자
들이 체력 소모가 심한 일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오른쪽 귀가 잘 아픈 것은 체력
이 떨어지고 몸의 기운이 다했음을 말해준다. 성생활을 지나치게 했을 때도 오른쪽 귀가 아
프다.
  이렇게 귀에 병이 왔을 때는 근본 원인을 찾아내어 치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예방
의 차원에서 본다면 손으로 귓바퀴를  자주, 많이 비비는 것만으로도 크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귓바퀴를 단련시키면 신장의 기능을 좋게 하고, 이로써 신장이 좋아지면 뼈도  튼튼해
진다. 예전에 할아버지들이 손주가 귀엽다며 귀를 만지거나 잡아당기던 단순항 행동도 자세
히 따지고 보면 이렇듯 깊은 뜻이 담겨있다. 평소 귀를  자주 마찰하거나 단련하는 것은 건
강 장수를 위해 꼭 필요한 운동이라 하겠다.
  이렇게 치료한다. 한쪽 귀가 얇으면서 축 처진 사람. 허리가 아파 회사에 못 나갈  지경이
에요. 정비기사로 일하고 있다는 김씨는 20대 후반의 청년이었다. 직업상 무거운 물건을  많
이 들고, 하루 종일 엎드려 있거나 서 있는 등 막노동에 가까운 일을 한다고 했다. 그래서인
지 얼마 전 허리 디스크에 걸려 수술을 받았는데 도무지 차도가 없다며 걱정스런 얼굴로 내
원하였다. "수술을 해도 낫질 않는데다  회사까지 못 나갈 지경이  되고 보니까 유명하다는
병원은 다 찾게 되더라구요. 목포니 평택이니, 허리만 잘 고친다면 전국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돕니다." 수술을 했는데도 아프다는 건 하지 않은 것만 못하다는 얘기였다. 물론 양의학에
서는 최선의 선택이었겠지만 한의학적 관점에서  보자면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수술이었다.
허리 아픈 이유는 따로 있는데 그 원인을  치료하지 않고 허리만 수술했으니 더 큰 문제가
되는 것이다.
  김씨의 외모 중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귀가 짝짝이라는 점이었다. 오른쪽 귀는 정상이었
지만 왼쪽 귀가 처지고 얇으면서 앞으로 숙어진 형이었다. 또 콧구멍이 드러나게  생겼는데,
이런 것들이 모두 허리 아픈  것과 연관이 되었다. "지금 맥도  짚어보지 않고 생긴 모습만
갖고 몇 가지 여쭤보겠습니다. 어려서  소변을 좀 늦게 가리셨죠?" "네,  늦게까지 이불에다
실수를 하곤 했습니다만..." "요즘에도 몸이 피곤하면 소변 실수를 하실 때가 있습니까?" "아
이고, 창피한 얘기지만 솔직히 좀 그렇습니다."
  본인이 말한 대로 이 환자는  소변에 이상이 있음에 틀림없었다.  소변이 뿌옇다, 말갛다,
노랗다 하면서 색깔이 자꾸 변할 것이고, 임질이나 방광염 또는 전립선처럼 소변 뒤끝이 개
운치 않으면서 찌릿할 때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조루증도 있을텐데, 일을 무리하게  하거나
성생활이 너무 잦으면 이런 증상들은 더 심해진다.  "소화도 잘 안 될 텐데요?" "오른쪽 아
랫배에 가스가 차는지 부풀어올라요.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지 모르겠네요." "설명은  잘 안
되겠지만 윗배는 물론이고 배꼽과 아랫배 쪽으로 항상 거북하고  답답할 겁니다. 그리고 항
상 피곤하시죠?" "네에... 피곤하면  눈부터 흐려져요. 그리고  발가락이 아플 때도 있어요."
그럴 것이다. 본인이 일일이 열거하지는 않았지만 눈이 침침하면서 머리가 맑지 못하고,  뒷
목이 뻣뻣하면서 어깻죽지도 좋지 않을 것이다. 또 등살이 땅기면서 허리가 뻐근할 때도 있
고, 다른 관절도 온전치는 않을 듯싶었다.
  맥이나 증상, 얼굴의 생김새로 보아 김씨는 선천적으로 방광이  매우 좋지 않은 사람이었
다. 그 때문에 허리가 아픈 것인데, 이미 수술을  받았으니 원상복귀는 힘들다고 봐야 했다.
깨진 그릇을 아무리 잘 붙여놓는다고  해도 원래 제 모습을 찾기란  어려운 법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그냥 뇌두면 당뇨에 걸릴 가능성이 많은 체질이었다. 입이 자꾸 마른다든지 발
가락이 아픈 것도 그 징후로 보아야 한다. 당뇨가 오면  발가락이 썩어들어가는 병이 올 수
있다. "치료를 하려면 각오로 하셔야겠습니다. 오래 걸리는 병이니까 말입니다."  방광이 좋
지 않아서 허리가  아팠던 김씨에게는 '가감팔미탕'을  처방하였다. 사실 김씨의 경우는 체
질에 의한 병인데다가 수술로 몸을 건드려놓았기 때문에 완쾌되려면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
했었다. 그러나 예상했던 것보다 효과가 빨리 나타나  비교적 빠른 시일내에 치료를 끝마칠
수 있었다.
  귀가 짝짝이인 사람. 키가 많이 컸으면 좋겠어요. 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가 키가 많이  컸
으면 좋겠다고 어머니와 함께 찾아왔다. 내원할 당시의 키는 141센티미터로, 다른  친구들에
비해 키가 너무 작아서 언제나 앞줄에만 앉는다며 속상해했다. 하긴 요새 아이들은 영양 상
태가 좋아 중학생만 돼도 160센티미터를 훌쩍 넘는 경우가 흔하다. "제가 편식을 좀 하거든
요." 아이는 자신의 키가 작은 원인이 편식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편식에
의해서만 키가 작은 건 아니다. 그보다는 체질적으로 무슨  문제가 없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어디 아프거나 불편한 데는 없니?" "비염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면 늘 재채기
를 한참씩 해요. 그리고 밤엔 식은땀을 많이 흘려요."
  생김새에 눈길을 주니 배가 많이 나와 있는데다 피부색이 유난히 검고 윤기가 없어 보였
다. 아무래도 성격이 좀 예민할 것 같아 이에 대해 물어보았다. "성격이 예민한 편이라고 할
수 있죠. 어떻게 보면 활달하고 어떻게 보면 잘 토라져요. 그래서 저랑 자주 부딪치죠. 무슨
일이든 한번 마음을 먹은 건 반드시  해내고야 말아요. 좀 유별나다 싶기도 하죠."  곁에 서
있던 어머니가 이렇게 거들었다. 내가 보기에 이 어린이는  책임감 강하고 무척 지혜롭지만
냉정할 때도 있어서 항상 자기 뜻대로 일이 잘 되지 않으면 굉장히 속상해할 것 같았다. 그
때문에 머리 아프다는 소리도 많이  할 것이다. "피곤하면 입에서 냄새가  나지 않니?" "예.
그리고 가슴이 답답하고 한숨을 잘 쉬어요. 머리도 자주 어지럽고, 또 다리도 많이 아파요." 
  이 어린이는 얼굴의 양 볼에 거의 살이 붙지  않았는데, 이런 얼굴을 흔히 하관이 빠졌다
고 한다. 하관이 빠진 사람들은 대체로  밤이면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식은땀을  흘린다.
아침에 일어나도 개운치 않고 많이 피곤해하는 경향이 있다. 간혹 대변의 상태가 마치 염소
똥처럼 나올 때도 있다. 이것은 성질에 의해서, 즉 화에  의해서 몸 안이 타는 현상이다. 그
래서 피부가 거칠어진다. 더욱이 이 어린이는 왼쪽 귀가 오른쪽 귀보다 더 큰데, 이렇게  귀
의 생김이 좋지 않으면 신장 기능이 나쁠 수 있다. 귀는 신장과 연결되는 신체부위로,  작고
단단하며 양쪽 귀가 바르게 생겨야 신장도 튼튼하기 때문이다.  피부색이 검은 것도 신장과
관련된다.
  결국 이 경우 신수기가 부족하여 몸 안에 쌓이는 열(화)을 눌러 주지 못해서 피부가 거칠
어지고 키도 크지 않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따라서 '자음강화탕'을 체질에 따라 가감해서 처
방해야 하는데, 이렇게 하면 피부에 윤기도 나고 전체적으로 건강이 좋아지면서 키도  큰다.
다시 약을 지으로 온 어머니의 말에 의하면, 아직 키가  크는 것까진 모르겠지만 밤에 식은
땀을 흘리거나 가슴이 답답하고 어지워하는 증세가 많이 가셨다고 한다.
  왼쪽 귀에서 소리가 나는 사람. 귀에서 소리가 나면서 항상 피곤해요. 방학동에 사는 박씨
는 47세였으며 164센티미터 키에 55킬로그램이 나가는 자그마한  체격의 남자 환자였다. 입
술은 두툼한 편이고 코는 크면서 뾰족하게 생겼는데, 병원에서  백혈구가 맣다고 해서 입원
치료를 받은 적이 있었다.
  "왼쪽 귀에서 자꾸 소리가 나요. 사실 원래는 오른쪽 귀가 좋지 않았죠. 어려서 사고를 당
한 뒤로 오른쪽 귀가 자주 아프고 잘 들리지도 않거든요.  하지만 지금 제일 불편한 증상은
만성 피로감입니다. 몸이 항상 피곤하면서  버스를 타면 차멀미를 하듯  약간 느글거리기도
하고 괜히 불안해요. 가스가 차면서 방귀가 잘 나오구요. 또 머리가 굉장히 뻐근하고 무거운
것 같은 느낌을 받는데, 도대체 왜 이런 거죠?"  박씨는 언뜻 봐도 아주 부지런하고 잠깐이
라도 가만히 못 있는 체질이었다. 말하자면 모든 일에 굉장히 성실한 타입이다. 하지만 이런
성격 때문에 체력 소모가 너무 많아서 진액과 에너지가 고갈되고 항상 피곤을 느끼는 것이
다.
  원래 남성은 체력을 소모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오른쪽 귀가 좋지 않고, 여성은 화가 많기
때문에 왼쪽 귀가 좋지 않은 게 원칙이다. 특히 박씨의  경우는 워낙 성실해서 남들보다 진
액과 에너지를 더 많이 소모하는  성격이므로 오른쪽 귀가 좋지 않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어려서 오른쪽 귀까지 다쳤으니 더 이상 말할 게 없었다.  따라서 이것의 영향으로 왼쪽 귀
도 나빠졌다고 봐야 했다. 머리가 뻐근하고 무거운 것 같은 증상도 뇌수가 부족해서 나타나
는 증상이며, 백혈구 수가 많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또한 박씨는 괜히 마음이  불안하
다고 했는데, 이건 기운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력이 뛰어나면 어떤 시험을  치르더라
도 자신이 있듯, 기운이 많으면 무엇을 하든 불안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를 못하니
까 자꾸 불안초조해진다는 말이다.
  이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섭생을 잘 하는 일이다. 즉, 조반석죽의 원칙을 반드시  지키고
식후에는 가볍게 산책을 한 다음 일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해도 안 될 경우 한의학
에서는 '육미지황탕'과 '보증익기탕'을 합방하여  쓴다. 박씨에게도 이 처방을  체질에 맞게
투여한 결과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었다.
  귀에서 물이 나오는 사람. 무릎이 아파서 오래 걷지를 못하겠어요. 얼마 전에 얼굴이 붉고
마마 자국이 나 있는 52세의  남자분이 한의원을 찾아왔다. "한 달  전부터 무릎이 말할 수
없이 아픕니다. 일 분 정도만 걸어도 그 자리에 주저앉아서 쉬지 않으면 걸을 수 없을 정도
로 심합니다." "무릎 중에서도 어디가 아프십니까?"  이렇게 통증의 부위를 물어본 것은 한
의학에선 같은 통증이라도 부위에 따라 원인과 치료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무릎 바깥쪽
의 통증은 담경의 이상에서, 안쪽은 간경의 이상에서 온다. 그리고 무릎 앞쪽이 아프면 비와
위경에, 뒤쪽이 아프면 방광경에  이상이 있는 것이다. "무릎  안쪽으로 통증에 느껴집니다.
그러니까 정면에서 무릎 안쪽으로 통증이 심하죠. 그리고 허리도 시큰시큰 아파옵니다. 날씨
가 흐리거나 비가 오려고 하면 몸이 무겁고 더 아픈  것 같아요." 환자의 생김새를 보니 배
가 많이 나온 양명형이었다. 양명형은 힘을 쓸 때는 강하게  쓰지만 일단 병이 나서 무너지
기 시작하면 여기저기 안 아픈 곳이 없다. 이 환자가 바로 그런 경우에 속했다. 더욱이 코끝
이 붉은 것으로 보아 풍이  오기 쉬운 사람이기도 했다. "다른  데 아프신 곳은 없습니까?"
"피곤하다 싶으면 오른쪽 귀에서 물이 나옵니다." 귀에서 물이 나오는 것과 다른 아픈 것은
서로 연관되는 병이다. 즉, 몸에 습(물기)이 많기 때문에 나타나는 증상이다. 특히 환자의 생
김새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었다. 살이 찌고 배가 많이  나온데다가 얼굴 전체가 불그스름하
고 푸석푸석 부어 있는데, 이것은 몸에 습열이 많다는 얘기다.
  습열이란 얼굴이 불그스름하면서 열이 올라오는 것을 말하며, 습열이 조성되면 날이 흐리
거나 비가 오려고 할 때 몸이 아파오는 것이 특징이다.  오죽하면 일기 예보보다 더 정확하
다고 하겠는가. 이렇게 습이 너무 많아지면 얼굴이 푸석푸석  부어오를 뿐만 아니라 자꾸만
눕고 싶고 피곤도 많이 느낀다. 심할 경우엔 관절  증상으로 변해간다. 관절이란 건 뼈인데,
습이 뼈를 갉아먹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환자의 병을 확인하기 위해 한 가지를 더 물어보았다. "어떤 때는 머리가 맑지
못하면서 뭔가 뒤집어쓴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습니까?" "예, 맞아요. 종종 그럴 때가 있습
니다." 환자의 체형과 병증으로 보아 확실히 습열로 인해  무릎과 허리가 아픈 것으로 판단
되었다. 나는 약을 지어주기에 앞서 몇 마디 말을 해 주었다. "이 병은 고칠 수 있는 병이니
안심하십시오. 하지만 치료는 좀 오랫동안 받으셔야 합니다. 당분간은 다리를 사용하지 마시
고 좀 쉬시기 바랍니다." 습열을 제거하기 위해 '가미자혈양근탕'을 투여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좋은 효과를 보았다. 이 밖에도 습에 의한 병을 치료하는 처방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전체적으로 몸이 무거우면서 살이 말랑말랑할 경우에는 '인삼양위탕'을,  눈 밑이 숯을 칠해
놓은 듯 검고 속이 느글거리는 등의 담음 증상이 있을 경우엔 '육군자탕'을 쓴다. 하지만 개
인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나므로 반드시 한의사의 전문적인 처방이 필수적이다.
 
    5장 코
  얼굴은 모든 양의 기운이 모였다 흩어지는 곳이며, 그 중에  코는 그 얼굴의 한복판에 자
리잡고 하늘의 기를 몸 속으로 받아들이는 역할을 한다.  코를 '신기가 드나드는 문' 이라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리고 코는 땅에서 나는 곡식을  받아들여 땅의 기운과 통하는 입과
짝을 이루어 사람의 근본이 된다. 즉, 입과 코는 각각 소우주인 인체의 음과 양을 이루고 있
다. 이렇게 인체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코는 하늘의  기를 받아들여 심장과 폐에 저
장해둔다. 특히 코는 폐의 구멍이라 할 만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따라서 폐와 심장이 건
강하고 제대로 작용해야 코도  아무 불편 없이  숨을 쉬고 냄새  또한 잘 맡을  수가 있다. 

또한 코는 비위, 대장, 방광 등 인체의 거의 모든 장부와 관련이 깊어서 콧병을  치료하려면
우선 어떤 장기 또는 경락에 이상이 생겼는지를 정확히 가려내는 것이 중요하다.
  잘생긴 코라면 하면 콧대가 서고 똑바르며 약간 크면서 색이 고르고 윤택한 것을 말한다.
이런 코는 기가 원활히 소통되므로 건강에도 별문제가 없다.  그렇지 않고 코가 비뚤어졌거
나, 지나치게 짧거나, 콧등에 기미가 끼었거나 하면 그 모양새도 좋지 않지만 건강에도 바람
직하지 못하다. 여기서는 코의 생김새를 중심으로 건강과의 관계를 살펴보려고 한다.
  코가 큰 사람. 코는 기를 받아들이고 순환시키는 작용을 하는 곳이므로, 코가 크다는 것은
기의 순환 작용이 아주 좋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코가 큰 사람은 밖에 나가 활발히 움직
인다거나 여러 사람고 만나는 등 기를 많이 소모하는 일에  적합하다. 만약 코가 큰 사람이
바깥 활동을 못 하고 집에만 있으면 기가 풀리지 않고 뭉쳐 울체되기 때문에 병이 오기  쉽
다. 코가 큰 여성들이 바로 그렇다. 코가 큰 여성들이 자신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집에만
있으면 얼굴에 기미가 많이 낀다든지, 두통 때문에 고생을 한다든지, 가슴에 통증을  느낀다
든지 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조금만 신경을 쓰거나 자기 기분에 맞지 않으면 소화불량에
걸리고 속쓰림, 신물 넘어옴, 가슴 답답함, 목에 가래가  붙어 뭉치는 등의 증상들이 나타나
기도 한다. 이런 여성들 중에는  갑상선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  많으며 천식, 만성 피로,
불안초조, 무력감, 요통 등 여러 질병들이 생긴다. 특히 아기를 갖는 데도 어려움을 겪기 쉽
고, 임신을 해도 자연유산이 되는 경우가 많다.
  코가 낮으면서 짧은 사람. 한의학에서 말하는 못생긴 코는  콧대가 낮으면서 길이가 짧은
코를 가리킨다. 하지만 여성은 못생긴 코를  가졌다고 해도 별로 흠이 되지 않는다.  여성은
코보다는 입 위주로 생겨야 하기 때문이다. 못생긴 코가 문제되는 것은 남성의 경우다. 코가
못생긴 남성은 젊고 건강할 때에는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지만 과로한다든지 병에 걸려
체력이 떨어지면 이것을 계기로 해서 약점이 서서히 드러난다.
  코가 못생긴 사람들의 성격을 보면 대체로 매우 소심하고 잔소리를 많이 하며 진취력, 성
취력, 실행력 등이 부족하다. 시험을 보면 지나치게 긴장하는 탓에 알고 있는 문제도 실수로
틀리곤 하는데, 자신도 이런 성격을 잘 알고 있어서 늘 미리미리 준비하고 노력한다. 한마디
로 노력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노력이 너무 지나치면 이것으로 인해 노쇠 현상이 빨리 찾
아오는 걸 볼 수 있다. 즉 위와 장에 이상이 생기고, 허리 통증이나 만성 피로  등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더욱이 소심한 성격이기 때문에 심장에 이상이 오는 수도 있다.
  코가 휜 사람. 코가 휜 경우 한의학에서는 등뼈가 휘었다고 본다. 이때 코는 등뼈에  해당
한다. 코가 휘어지는 원인은 몸이 냉하기 때문이다. 배꼽  이하의 생식기 쪽, 그러니까 인체
의 근본 바탕이 차서 그 위로 올라가는 등뼈가 휘는 것이고,  이에 따라 코도 차츰 휘는 것
이다. 이런 사람에게는 여러 가지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게 특징이다. 우선 코가  휜
사람은 등뼈가 휘었기 때문에 허리와 등과 어깨가 아프고 뒷목이  늘 뻣뻣하다. 또 눈이 맑
지 못하고 침침하며 소화불량 증세와 함께 속이 느글느글 메슥거리며 장이 좋지 않고 심장
통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이런 사람에겐 무엇보다 근본 바탕을 좋게 해주는 치료를 해야 한
다. 그러면 앞에서 보았던 여러 가지 증상들이 좋아지면서  전신의 건강이 호전되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코가 휜 것도 차츰차츰 제 모습을 찾는다.
  코가 아래로 처진 듯 내려먹은 사람. 코의 모양이 아래로  처진 듯 내려먹게 생긴 사람을
'소음형' 이라고도 한다. 이런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아주 느긋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종
종 게으르다는 소리를 듣기도 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또한 자기가  한번  마음먹은
것은 끝까지 밀고 나가는 뚝심이 있다. 하지만 이런 뚝심이 고집으로 보일 때도 많다.  고집
이  세기 때문에 생각대로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화를 잘 낸다. 소음형은  원래 아랫배가
차고 대장이 나쁜 체질이기 때문에 주로 아랫배에 가스가 차고 불쾌한 증상을 자주 느낀다.
가슴답답증과 우울증도 잘 찾아오는데 이는 고집 세고 화를 잘 내는 성격에서 기인하는 경
우가 많다. 또한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고생하는 사람들도 많이 볼 수 있다.
  콧등이 불룩하게 나온 사람. 콧등이  불룩하게 나온 것을 한의학에선는  삼초가 맺혔다고
한다. 삼초란 사람의 몸을 3등분하여  위에서부터 상초, 중초, 하초라고 할  때 이것을 모두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삼초가 맺혔다는 말은 삼초의 순환  작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다는 뜻이다. 삼초가 제대로 순환되지 않으면 상초는 상초대로, 중초는 중초대로, 하초는 하
초대로 문제를 일으킨다. 상초는 하초에서  만들어진 진액을 뿜어올리는 작용을  해서 심폐
기능을 도와주는데, 이것이 막히면 폐결핵 등으로 고생하는 수가 있다. 그리고 심장이  두근
거리거나 가슴 통증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중초는 소화 기능을 도와주는데, 이 역시 순환
작용이 안 되면 만성 소화불량이나 십이지장궤양 등을 일으킨다.  하초는 진액을 만드는 곳
이다. 따라서 삼초가 결한 사람은 악성  변비로 고생하며 소변 보는 것도 시원찮다.  여성의
경우에는 생리불순이나 생리통으로 고생하기도 한다. 이렇게  인체의 상중하가 고루 소통되
지 않으면 전신을 통해서 여러 가지 병증들이 나타나고  체중이 감소한다. 콧등이 불룩하게
튀어나온 사람은 이런 점에 유의하여 건강 관리를 해야 한다.
  코가 붉은 사람. 일반적으로 술을 많이 마시면 코가 붉어진다고 알고 있다. 흔히들 딸기코
라고 말하는 '주사비' 가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코가 붉은 사람들이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풍이라고 하겠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풍이란  중풍과 고혈압 등을 일컫는데, 이외에도  풍에
의한 증상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류머티스 관절염, 퇴행성 어깨관절주위염, 허리 디스크, 안
면마비, 알레르기성 증상 등이 다 풍에 의해 발생하며, 반신 마비가 되는 경우도 쉽게 볼 수
있다. 또한 신장이 열을 받아서 코가 붉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에는 신장의 기능이  원
활해지도록 신수기를 돋워주면 해결된다.
  콧구멍이 밖으로 드러나 보이는 사람.  콧구멍이 드러난 것은 관상학적으로  봐도 재물이
새나간다고 해서 별로 좋지 않다. 건강상으로도 이런 코를 가진 사람은 방광이 좋지 않아서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난다. 어려서부터 소변 쪽에 이상 현상을 보이는데, 유뇨증이라고  하
여 소변을 잘 참지 못하여 자주 보거나 늦게까지 소변을  가리지 못한다. 그리고 나이가 들
어서도 방광 쪽으로 불편한 증상들이  많이 나타난다. 이렇게 방광이 좋지  못해 소변 보는
데 이상이 생기면 아랫배가 불쾌하고 허리가 아프다. 그리고  두통과 함께 뒷목이 뻣뻣하고
어깨 아픈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소변을 보고 나서도 뒤끝이 개운치 않으며 소변색이 뿌
옇다가 말갛다가 누렇게 변하는 등 색깔이 자주 바뀐다.  한의학에서는 소변이 변색되는 걸
'소변황탁' 이라고 하는데, 소변황탁은 소변을 통해 몸 속에 있는 것들이 밖으로 빠져나가는
걸 말한다. 이런 증상을 오랫동안 방치하면 나중엔 당뇨와  같은 성인병으로 발전하기도 한
다.
  콧등에 기미가 낀 사람. 코의 중앙에 마치 기미가 낀 것처럼 그늘이 생기는 사람을 볼 수
있다. 흔히 이런 경우는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쉽고, 더욱이 여성들은 피부미
용상 보기 싫다 하여 피부과나 성형외과를 찾기도 한다. 하지만 기미라는 표피적 현상만 보
지 말고 내부 장기와 관련해서 근본 원인을 찾아내 치료하면  의외로 간단히 없앨 수 있다.
먼저, 젊은 사람의 경우 콧등에 기미가 생기는 것은 비위가 좋지 않은데서 비롯된다. 그래서
소화장애, 변비, 설사, 속쓰림,  트림, 더부룩한 증상들이 나타나므로  이때는 비위의 기능을
다스려주면 좋은 효과를 보게 된다. 이와 달리, 나이가 50대 이상인 사람의 경우엔 허로증으
로 인해 콧등에 기미가 생긴다. 따라서 모든 기능이  쇠약해지면서 나타나는 증상들을 호소
한다. 즉 식욕이 떨어진다거나 정신은 혼미해지기도 하며 허리와  등, 가슴, 옆구리 같은 근
육과 뼛골이 모두 아프다. 또 열이 훅 올랐다 식었다하면서 땀이 나고, 감기는 아닌데  마치
감기처럼 기침과 끊이지 않는다. 이외에도 기력이 없으며 몸이  무거워서 항상 눕기를 좋아
하고 마음이 항상 불안초조하다. 심할 때엔 입술이 타들어가고 뼛속에서 열이 나기도 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대로 코의 생김새에 따라 여러 가지 병이  올 수 있는데, 콧병만을 위주
로 본다면 대개는 대기 중의 나쁜 기운이나 몸 속에 지나치게 열이 있을 때 쉽게 병에 걸린
다. 코가 막히는 것은 폐가 바람과 찬기운에 상했기 때문이며, 누런 콧물이 줄줄 흐르는 '비
연증' 도 바깥의 찬기운이 몸 속의 열을 억눌러서 생기는  것이다. 코 안에 군살이 생겨 자
꾸 아프면서 콧구멍을 막는 것은 폐에 심한 열이 오랫동안   계속되었을 때 나타난다. 그러
므로 콧병에 걸리면 우선 몸에 열이 생기지  않도록  맵거나 뜨거운 음식을 되도록 피하는
게 좋다. 특히 금주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 술은 몸에 열을 만드는데 이 더운 열이 찬 기운
을 만나면 걸쭉하게 엉켜 잘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코끝이 붉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술을
마셔서 코가 붉어진 데에는 백염(소금)을 물에 개어  코를 늘 문지르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코를  건강하게 하면서 폐의  기능까지 개선하는 간단한 방법이  있는데, 가운뎃손가락으로
콧마루 양쪽을 수시로 20-30번씩 문지르는 것이다.  이때 코 안팎에서 열이 나도록  뜨거워
질 정도로 한다. 또한 양쪽  콧방울 옆부분을 가운뎃손가락으로 많이 문지르면   냄새를 잘
맡지 못하는 사람에게 아주 좋다.
  이렇게 치료한다. 코가 큰 사람. 아기를 갖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결혼한 지 벌
써 일 년 반이 되어가는데도  아기 소식이 없어 걱정이라며 찾아온  여성이었다. 체격은 좀
마른 편이었고 피부가 까무잡잡하게 검었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남자처럼  생겼다고 할
수 있다. 그녀의 남편은 일본에 디자인 공부를 하러 갔다가 만난 44세의  일본인이었다. "임
신 경험이 있으신가요?" "아뇨. 불임 때문에 여기저기  병원을 찾아다니고 있어요." "생리는
순조롭게 하고 계십니까?" "한 4년쯤 전이었어요. 생리도 아닌  것이 한 달 동안 까만색 피
가 조금씩 나온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대학병원을 찾았더니  난소기능부전인 것 같다며 지
금은 결혼하지 않은 상태니까 굳이 치료할 필요가 없다며 결혼 후에나 다시 오라고 하더군
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결혼 전이긴  하지만 생리 기능에 이상이  발견되었다면 그때
치료를 받았어야 했다. 어쨌든 그후의 상태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 다음엔 한동안 괜찮다가
몸이 피곤하고 힘들면 조금씩 다시 그리고는 했어요. 최근엔 생리 기간이 6일 정도  되는데,
3일 정도는 정상적으로 하다가 4일째부터는 생리량이 확 줄어들어요. 주기를 체크해보니 점
점 생리일이 늦어지고 있더군요." 아무래도 생식기 계통에 선천적인 결함이  있는 듯싶었다.
"그럼 초경은 언제부터 하셨습니까?" "고등학교  2학년 때 시작했으니까 열일곱  살부터 했
죠."
  한의학에서는 여성의 신체 발달 단계를 7세 단위로 나눈다.  초경이 시작하는 때는 7*2인
14세로, 이를 천계라고 해서 생식 능력이 생겨난다고 본다. 그리고 폐경은 7*7인 49세에 이
루어지는데 이때가 되면 월경이 없어지면서 아이를 낳지 못한다고  하였다. 한데 이 여성은
14세에서 무려 3년이나 늦게 시작되었으니 여성으로서의 능력이 약하고 생리도 불순할 수밖
에 없었다. 일단 생리에 관련된 증상을 모두 알아보는 게 좋을 듯싶었다.
  그녀는 우선 생리주기가 아주  불규칙하고, 몸이 피곤하다 싶으면  냉 대하가 많아지면서
음부가 가렵고 아프다고 했다. 특히 부부관계를 가진 후에 통증이 있고 성욕도 별로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성욕이 없는 게 당연하죠.  초경을 고등학교 2학년 때 했으니 병은  이미
여기서부터 생긴 것입니다. 겉으로는 건강해  보여도 성을 담당하는 기관이 형편없는  거죠.
그러니 성욕이 생길 리 있나요.  다시 말해 여성으로서의 약점을 많이  갖고 있다는 말입니
다." 진맥과 생긴 모습으로 보건대 성격도 어느 정도 짐작되었다. 이 여성은  체질상 성격이
아주 예민한 타입으로, 원래는 명랑쾌활하지만 화도 잘 내고 우울증에 빠지기도 쉬웠다.  또
직업을 갖고 사회 생활을 하는 게  좋은데, 지금은 디자이너 일을 그만두고 집에만  있단다.
종종 이렇게 한 사람의 맥을 짚어보면 배우자의 건강도 짐작될  때가 있다. 이 경우가 바로
그랬다. "신랑도 건강이 좋지 않을 것 같네요. 우선  허리가 아플 겁니다. 땀도 많이 흘리고
굉장히 피곤을 느낄 거예요. 환자의 맥을  보니 그렇습니다. 두 분 모두 아기를  가지시려면
굉장히 노력해야겠습니다. 환자분은 더 많이  신경 쓰셔야 하겠어요. 저는 환자분을  여자로
보지 않고 남자로 봅니다. 외모에 있어 여자는 눈이 크고 입술이 커야 하는데, 환자분은  눈
과 입이 모두 작으면서 그에 비해 코가 아주 크거든요. 또 골격도 남자처럼 큽니다.  그래서
바깥 활동을 하는 게 좋습니다. 안에만 있으면 오히려 신경질도 나고 우울하며 힘들지만 밖
으로 나가면 내 세상을 만난 것처럼 지낼 수 있습니다." "예, 저도 일을 하면 참  좋습니다." 
사람을 남성과 여성으로만 나눌 수 있는 건 아니다. 남자 같은 여자도 있고, 여자 같은 남자
도 있다. 성적으로만 모든 것을 판단할  수는  없다. 특히 한의학에서는 눈과 입술이  크고
가슴과 엉덩이가 발달한 사람을 여성으로 보며, 여자 중에서도  코가 크며 어깨가 벌어지고
체격이 큰 외모를 가진 사람을 남자로 분류한다. 그러므로 남자 같은 여성들은 자연히 불임
의 가능성이 높으며, 여성으로서의 역할보다는 남자처럼 직업을 갖는  것이 정신 건강과 육
체 건강에 훨씬 바람직하다. 따라서  이 환자에게는 여성으로서의 부족한  점을 보충해주기
위해 '가미사물탕'을 처방하여 좋은 효과를 보았다.
  코가 아래로 처진 듯 내려먹은 사람. 난소에 물혹이 생겼어요. 28세의 새댁이었다. 피부가
하얗고 콧대가 오똑하면서 콧방울이 약간 처져 있었는데, 전체적으로 아주 예쁘장한 모습이
었다. 그런데 진찰실로 들어오자마자 호떡집에 불이라도 난 것처럼 정신없이 허둥거리는 것
이었다. "의사 선생님, 어떡해요? 아기를 가져야 하는데  난소에 물혹이 생겼대요." 무슨 일
인가 싶어서 잠깐 불안했었는데 막상  얘기를 듣고 보니 그리 걱정할  일이 아니었다. 여성
중에는 난소에 물혹이 나는 경우가  그리 드물지 않으며, 물혹만 없애면  임신하는 데도 별
무리가 없다. 그런데 그녀의 얘기를 들어보니  문제는 그리 간단치가 않았다. "사실은  결혼
직전에 한쪽 난소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기 때문에 난소가 하나밖에 없어요."   사연을 들
어보니 이랬다. 결혼 전 조씨는 백화점에서 근무했는데, 결혼을 6개월 정도 앞두고 소화불량
증세와 오른쪽 아랫배가 아주 거북하게 땅기면서  통증이 오더란다.  혹시 맹장염이 아닌가
싶어 병원에 갔더니 검사 결과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얘기를 들었다. 맹장에는 아무런 이상
이 없고, 엉뚱하게도 난소에서 제법 큰 혹이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그녀는 한쪽 난소
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고 나서는  소화불량 증세도 많이 가시고 결혼식도
무사히 치를 수 있었다. 한데 결혼한 후 한참 지나서 또다시 소화가 잘 안 되면서 아랫배가
땅기고 가스가 차는 듯  불쾌하더란다. 다시금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보았는데, 마른하늘
에 날벼락이라고 나머지 난소에도 물혹이  생겼다는 통보가 떨어졌다. 아기  가질 생각으로
잔뜩 부풀어 있던 그녀의 꿈이 산산조각나는 순간이었다. "어떻게 수술하지 않는 방법이 없
을까요?" 태산 같은 걱정으로 얼굴빛마저 창백해진  그녀를  바라보며, 나는 우선 안심시키
는 일부터 했다. "너무 걱정 마세요. 한의학에서 보면 아주 간단한 원리로  설명될 수  있는
병이니까요."
  소화가 안 되면서 아랫배가 땅기고 난소에 물혹이 생기는 것은 하초의 기체 현상에서 비
롯된다. 그러니까 아랫배가 차서 순환 작용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난소와 나팔관 등
에 병이 오게 되며 소화도 잘 되지 않게 마련이다. 이럴 경우에는 하초의 기체 현상을 풀어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소화제를 먹어도 효과가 없다. 이 새댁에게는 '가미반총
산'을 처방하여 한 달 가량 투여했다. 그  결과 난소의 물혹이 없어졌으며 자연스럽게 임신
이 되었다. 너무나 고맙다는 새댁의 전화를 받고 보니 내 마음도 기뻤다.
  콧구멍이 밖으로 드러나 보이는 사람. 부부관계를 하면 소변이 잦고 아랫배가 아파요.  한
이학의 입장에서 삶을 정의한다면 '밥  먹고 숨쉬고 일하고 성생활하는  게 전부이다' 라고
할 수 있다. 이 네 가지가 원만히  충족되면 불편한 곳 없이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밥 먹고 숨쉬고  일하는 것까지는 인정을 하면서도 네  번째 성생활에 와
서는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실제 임상에서  환자들을 치료하다보면
성생활 장애가 건강한 삶을 꾸려가는 데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곧 알게 된다.
  40대 후반의 부부였는데, 아내의 병색이 여간 깊어 보이는 게 아니었다. 맥을 짚어보진 않
았지만 콧구멍이 들린 것으로 보아 방광이 좋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방광이
무척 좋지 않으시군요"라고 하자 부부가 모두 깜짝 놀라는  게 아닌가. "어머, 박사님! 그걸
어떻게 아세요?" "아주머니처럼 콧구멍이 드러나 보이는 사람은 대개 선천적으로 방광이 좋
지 않거든요." "안 그래도 그 문제 때문에 이렇게 왔어요. 15년 전부터  방광염을 앓고 있거
든요. 그런데 부부관계만 가졌다 하면 배가 남산같이 불러오면서  소변이 자주 마려운 거예
요. 소변이 꼭 거꾸로 치솟는 것 같구요. 아랫배도 많이  아픈데, 염증이 생기는 걸 제가 금
방 느낄 수가 있어요." 아내가 이렇게 말하자 옆에 앉아 있던 남편이 다음의 얘기를 해주었
다. "이 사람이 원래는 아주 건강했던  사람인데 요새는 어깨가 아파서 통 일을  못 합니다.
작년 3월인가 아침에 일어나면서 어지럽다고 하길래 병원에 다니기 시작했죠. 한데 그때 이
후로 기운도 빠지고 찬바람만 쐬면 살이 마치 칼로 저미는  것 같대요. 뒷목도 뻣뻣해서 꼼
짝도 못 하구요." "기력이 많이 떨어지셨군요. 그럼 지금 방광염  약을 복용하시는 겁니까?"
"산부인과 약이랑 방광염 약이랑 두 가지를 다 먹고 있는데, 약을 자꾸 먹다보니까 위가 나
빠졌어요. 또 주사를 하도 맞아서 그런지 엉덩이도 딱딱하구요." "맥도  방광에 떨어지는 걸
로 보아 피곤을 잘 느끼고 위가 약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고칠 수 있을까요?" "그럼요. 오
래 된 병이라 시간이야 걸리겠지만 어쨌든 낫는 병입니다.  무엇보다 체력이 떨어져서 오는
병이니까 체력을 다시 보강해주면 됩니다."
  이 부인의 증상은 임질이 일종인데  현대 의학에서 말하는 임질과는  종류가 다른 '노림'
이라는 병이다. 노림이란 화를 잘 내거나 성생활이 과다할 경우, 소변을 오래 참는다든지 술
과 고기를 지나치게 많이 먹었을 때, 그리고 습열에 의해서 생기는 병이다. 그래서 환자에게
위에서 얘기한 것들을 삼가도록 당부하고 '가미팔물탕'을 투여하였다. 얼마 후 다시 본원을
찾는 부부는 아내의 건강이 회복되자 다시 신혼처럼 사는 기분이라며 활짝 웃었다.
  코가 휜 사람. 갈비뼈 아래쪽에서 통증이 느껴져요. 32세의 남성인 이씨는 왼쪽  옆구리의
갈비뼈 아랫부분, 그러니까 허리의 잘록하게 들어가는 부분의 약간 위쪽에서 통증이 느껴진
다고 하였다. 처음 아프기 시작했을  때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았으나  원인을 찾지 못하고
계속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공복시에 복통과 함께 가스가  많이 차고 트림을
자주 하며 멀미가 심해 버스를 타지 못할 정도란다. 환자의  생김새 가운데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비뚤어진 코와 유난히 붉어 보이는 입술이었다. "등뼈나 허리가 아프지는 않나요?"
"예, 등의 한가운데가 아파서 가끔 등을 두드려달라고 할 때가 있습니다. 특히  요추하고 흉
추 사이가 아주 아파요. 허리 통증도 있구요." 맥을 살펴보니 대장에 떨어졌다. 그래서 맥에
따라 다른 질문을 해보았다. "혹시 음낭이 서로 다르게 생기지 않았습니까?" "크기는 잘 모
르겠는데, 한쪽은 약간 밑으로 처져 있고  한쪽은 올라간 것 같아요."   코가  비뚤어진 것,
등과 허리가 아픈 것, 그리고 음낭이 서로 다른 것 등은 모두  한 가지 원인에서 비롯된 현
상이다. 명문화쇠, 즉 배꼽이하 생식기 계통의  기능이 시원치 않아  밑불이 약하기 때문이
다. 밑불이 약하면 몸이 냉해져서 코도 제  모양을 갖추지 못하고 휘어 있는 것이다. 날씨가
추우면 물체가  오그라드는 것과 마찬가지 원리다.   옆구리와 등, 허리가 아프고 아랫배에
가스가 찬 것처럼 거북한 것도 그 때문이다.
  사람의 몸은 좌우를 나누어 왼쪽은 혈이 관장하고 오른쪽은  기가 관장한다. 그런데 온도
와 한열이란 건 양쪽에 똑같이 작용하지 않는다. 음낭도 인체와 같이 좌우로 나누어져 있어
서 양쪽 음낭이 서로 다르다. 특히 이씨의 경우는 밑불이  시원찮아 몸이 냉하기 때문에 한
쪽이 오르라들어 위로 올라가 있다. 이런 이유로 옆구리가 아픈 것인데, 이를  한의학에서는
'산증' 이라고 한다.
  산증의 증상을 살펴보면 남자의 경우는 음낭이 가끔씩 붓고  아프며, 여자의 경우는 질에
서 통증이 느껴진다. 또 아랫배와  옆구리가 불쾌하고 아프면서 신경질과 짜증이  늘어난다.
그 밖에도 장열오한이라 해서 감기 몸살처럼 오슬오슬 추울 때가 있으며 코가 막히기도 한
다. 고관절과 심장, 가슴 부위 등이 아프며 소화도 잘 안 되고 메슥거릴 때가 있다. 또한 얼
굴이 후끈 달아오르고 어지럽거나 가슴이 두근거리고 답답한 경우도 있다. 온몸 여기저기가
쑤시고 배에서 소리가 나며 소변이 시원찮은 증상이 나타나며 오른쪽이나 왼쪽  어깻죽지로
통증이 온다. 이씨의 경우에는 위의  증상들이 모두 적용되었다. 남성의 근본을  돋우어주기
위해서 '온신산'을 투여하였다.
  콧구멍이 짝짝이인 사람. 덩치는 큰데 쉽게 지치고 늘 피곤해요. 고등학교 12학년생인  장
군은 180센티미터를 웃도는 큰 키에 건장한 체격을 지닌  청년이었다. 체격이 워낙 좋아 겉
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였지만 늘상 피곤해서  걱정이란다. "얘가 덩치는 백두산만한데
쉽게 지치는 것 같아서요. 항상 피곤하다고 하고 틈만 나면 자려고 하니 큰일이에요. 내년이
면 고3인데...". 그 외에 허리도 가끔 아프고 늘 코가 막힌다고 호소했다. 또 입병이 잘 나서
연고를 바를 때가 자주 있단다. 생긴 모습과 호소하는 증상으로 보건대 몸이 허약해서 오는
것이었다. 이 학생은 덩치는 크지만 몸은 매우 허약한 음성양허형 체질이다. 이런 체질의 사
람은 쉽게 지치고 잠이 많은 게 특징이다. 양이 허하기  때문에 낮에도 병든 닭처럼 꾸벅꾸
벅 졸 때가 많다. 또 양기가 부족해서 온몸으로 뻗치지를  못하므로 코가 항상 막히고 입병
이 자주 나는 것이다. "어항  속의 물고기를 잘 관찰해보면 덩치  큰 붕어나 잉어는 천천히
돌아다니고 쉽게 죽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손톱만한 열대어들은 요리조리 바쁘게 다
니면서도 생명력이 아주 강하죠. 인간도  똑같습니다. 그런대 아드님 콧구멍이 짝짝이인  줄
알고 계셨습니까?" "키우면서도 잘 몰랐는데 지금 보니 정말 그러네요. 그게 피곤한 거하고
무슨 관련이 있습니까?"
  무슨 정도가 아니고 아주 관계가 깊다. 이것은 남자로서의 근본 바탕이 매우 좋지 않다는
것은 의미한다. 근본 바탕이 약하면 소화장애가 일어날 가능성이 많으며, 쉽게 지치고  항상
피곤해한다. 더욱이 이 학생은 눈썹이 진하고 눈꼬리가 위로  올라갔으며 입술 위주로 생겼
는데, 이같은 생김새는 남성적이기보다 여성적인 성격이 많음을 말해준다. 즉 마음이 여리고
소심하여 뻗어나가는 힘이 부족한 것이다.  게다가 맥까지 매우 허한했으므로  이 학생에겐
'가미육군자탕'을 처방하였다. 아직 어려서 그런지 약 효과가  굉장히 빨리 나타나기 시작해
서 고3이 되기 전에 만성 피로를 치료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대학생이 되었다며
다시 찾아와서는 아르바이트한 돈으로 어머니 보약을  지어갔다. 어찌나 기특하던지 엉덩이
를 두어 번 토닥거려주었다.
 
    6장. 입·혀
  우리는 입을 통해 커다란 즐거움을 만끽한다. 바로 음식의 맛을 느낄수 있다는 것이다. 새
콤하고 쌉쌀하고 달콤하고 매콤하고 짭짤한 음식의 맛 말이다. 그 때문에 사람들은 더 새롭
고 좋은 맛을 찾기 위해 상어 지느러미며 곰 발바닥이며  원숭이 골이며, 그 밖의 기상천외
한 것들도 결코 마다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음식의 맛은  어떻게 해서 느껴지는 것일까?
이것에 관심을 갖고 문제를 풀다보면 새삼  우리의 인체 국조가 얼마나 신비한지를  깨닫게
된다. 이른바 입맛이라고 하는 건 입과 혀를 주관하는 비장과 심장의 조화에서 비롯된다.
  오장 가운데 입과 입술은 비장에 속하고 혀는 심장에 속한다. 이렇게 입과 입술에 비기가
통하기 때문에 오곡의 맛을 잘 알 수 있으며, 혀에  심기가 통하기 때문에 다섯 가지 맛(신
맛. 쓴맛, 매운맛, 단맛, 짠맛)을  잘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비기와 심기가 제대로 작용하지
않으면 맛을 골고루 감지해내지 못한다. 병으로 앓아누웠을 때 입맛이 마치 소태처럼 쓴 것
은 심장에 열이 있어서이며, 밥알이 모래알처럼 꺼끌거리며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는 것은
비장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위장이 상하여 양기가 허해졌기 때문이다.
  모든 음식물을 받아들이는 입과 입술은 소화 기능을 맡고  있는 비장과 통한다. 한의학에
서 비장은 위장과 짝을 이루는 것으로 보는데, 위장은  음식물을 받아들이는 기관이고 비장
은 그 음식물을 소화시키는 곳이다. 흔히들 비위가 좋다, 비위를 거스르다, 비위를 맞추다라
고 하여 비와 위를 한데 묶어 말하는 것도 서로 밀접한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또한 비장은
단순히 음식물을 소화시키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소화시킨 음식물의 영양분으로 힘살(근육)
을 만들어내므로 인체의 형틀을 형성하는 아주 중요한 기관이다.  그래서 비장의 기능이 좋
지 않으면 인체가 제대로 모습을 갖추기 어렵다. 이러한 비장의 건강 상태가 나타나는 곳이
바로 입술이다. 입술의 모양은 작고 야무지게 생겨야 좋다. 입술이 크면서 힘이 없다는 것은
곧 비장이 약하다는 말이므로 비장이 약한 데서 비롯되는 여러 가지 증상들로 고생하는 수
가 많다. 입술의 모양과 색깔로 건강을 진단해보자.
  입술이 크면서 힘이 없는 사람. 이미 말한 바 있듯이  입술이 크면서 힘이 없으면 비장이
약하다. 그러므로 비장이 약한 데서 여러 가지 불편한 증상들로 고생한다. 우선 비장은 소화
기능을 맡고 있기 때문에 비장이 약하면 소화기능 장애를 겪는다. 음식을 잘 소화시키지 못
하고 설사를 자주 한다. 또 많이 먹지 않아도 늘 헛배가 부르기 때문에 속이 더부룩하고 불
편하다. 장에서 꾸룩꾸룩 소리가 날 때도 있으며 트림이 잘 올라온다. 그리고 비장은 팔다리
와 근육을 주관하고 있어서 사지를 잘 움직이지 못하거나 관절 마디마디가 아플 때도 있다.
몸이 무겁고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으니 매사가 귀찮게만 여겨지면서 눕기를 좋아한다. 당
뇨병이 오기도 쉬우므로 신경 써서 건강 관리를 해야 한다.
  입술이 비뚤어진 사람. 입술이 바르지 못하고 비뚤어진 사람은  인체를 구성하는 근본 형
틀이 좋지 않다. 특히 이런 사람은 창만증에 걸리기 쉬우므로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창만증
이란 비장이 몹시 허약해졌을 때  생기는 병인데, 뱃속에 물이 고여  배가 팽창되는 증세를
말한다. 창만증에는 몸이 허해서 오는 경우와  몸이 실해서 오는 경우가 있다. 몸이  허해서
오는 허창 때는 잘 먹지 못하면서 계속 토하고 설사를 한다. 몸은 부었다 내렸다 하면서 손
가락으로 눌러보면 움푹 들어가고 물렁물렁하다. 실창 때는 몸에  열이 나고 목구멍이 마르
면서 늘 배가 불러오르고 속이 아프다. 손가락으로 눌러도 잘 들어가지 않는다. 입술은 비장
뿐만 아니라 생식기와도 관련된다. 한의학에서는 여성의 경우 입이 잘생겨야 한다고 보는데,
이는 입술이 혈에도 해당하고 생식기와도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생식기가  바르게 생기고
혈이 제대로 돌아야 여성의 고유 기능인 임신과 출산이 순조롭다. 결국 입술이 비뚤어진 여
성들은 근본 바탕이 좋지 않기  때문에 임신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또 임신이 되었다고
해도 자연유산 등 위험이 따르므로 아주 조심해야 한다.
  입술이 두툼한 사람. 입술이 두툼한 사람은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잘 먹으며, 음식을 먹을
때는 허겁지겁 빨리 먹어치우는 경향이 있다. 음식을 먹고  나서는 움직이기 싫어하고 그대
로 자리에 누워 있으려고 한다. 그래서  자꾸만 살이 찌고 몸이 무거워진다. 하지만  입맛이
당긴다고 해서 지나치게 많이 먹거나 음식을 빨리 먹으면  비위의 기능이 상하는데, 그러면
음식물을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한다. 따라서 영양분을 충분히 공급받지 못하므로 항상 기운
이 없고 눈동자에도 힘이 없으며 땀을 많이 흘린다. 이것은 모두 기력이 쇠한 까닭이다.
  요즘에는 예전과 달리 비만 아동들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이런  아이들은 대체로 입술이
두툼하다. 아이 때는 혈기가 왕성하기 때문에 여기저기 부산하게 돌아다니며 활발하게 움직
이는 게 정상인데, 비만아들은 몸을 움직이기 싫어한다. 이렇게 되니 자꾸 옆으로만 살이 찌
고 키가 잘 자라지 않는 것이다. 또 비만으로 인해 당뇨나 고혈압 등 성인병에 걸리기 쉽고,
비위가 상해 팔다리나 관절 통증을 호소하는 수도 있다. 또한 입술은 혈에 해당하기 때문에
입술이 두툼하면 변비로 고생하거나 혈허두통이 생기기도 한다.
  입술이 얇은 사람. 대체로 입술이 얇은 사람은 먹는 데 별로 관심이 없다. 식사 때만 되면
무얼 먹을까로 고민스러워하며 식사량도 그다지 많지 않다. 하지만  먹는데 관심이 없을 뿐
이지, 맛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미식가 중에는 얇은 입술을 가진 사람이  꽤
많다. 입술이 얇은 아이들을 보면 음식을 먹을 때 깨작거리며 잘 먹지 않는 걸 볼 수 있다.
이럴 때 억지로 야단을 쳐서 먹이면 금방 토해버리기 일쑤이다. 따라서 이런 아이들은 억지
로 먹이려 애쓰지 말고 적은 양을 자주자주 먹이면 좋다. 또한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끊
임없이 뭔가를 하며 움직이는 특징이 있다. 이처럼 먹는 양은 적으면서 활동량은 많으니 당
연히 살이 붙지 않고 마른다.
  입술이 건조하고 트는 사람. 건조한  장소에 오래 있지 않아도 늘  입술이 마르고 트면서
껍질이 일어나고 벗겨지는 사람이 있다. 이미 말한 바 있지만, 입술은 생식기와 밀접한 관련
을 갖고 있어서 입술에 각종 트러블이 생기면 생식기 쪽으로도 이상이 온다. 입술이 건조하
면서 트고 벗겨지는 여성은 거의 틀림없이 냉 대하로 고생한다. 따라서 입술에 혈색이 돌지
않고 자꾸만 마르거나 트는 여성들은 화장으로 이를 감추려 하지 말고 일단 생식기에 이상
이 없는지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그 밖에도 비장에  이상이 있으면 입술이 트는 경우가
있는데, 비장을 튼튼하게 하면 말끔히 치료된다.
  입술이 자꾸 마르는 사람. 노인들의 경우에 입술이 자꾸 마르는 것은 진액이 부족해 나타
나는 현상이다. 몸에 진액이 부족하면  여러 가지 증상이 동반된다.  두통과 어지럼증, 관절
통증이 찾아오며 감기 비슷하게 가래와  기침이 많아지고, 열이 훅 났다  식는 한열 증상도
나타나며 땀을 많이 흘리기도 한다. 이런 증상과 함께 입술이  자꾸 마르면 몸 속의 진액이
부족한 것이므로 이를 중심으로 치료해야 한다.
  입술색에 따른 건강 진단. 입술이 탈색된 듯 허옇게 된 것은 혈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특
히 생리의 양이 많거나 생리  기간이 너무 길어졌을 때 입술색이  탈색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급하게 서둘러서 치료를 해야 한다.  입술이 푸른 것은 몸이 냉하기 때문이다.  몸이
차면 소화도 잘 안 되고 장이 나빠서 설사를 하기도 한다. 한랭성 두드러기라 해서 추운 곳
에만 나가면 두드러기가 나서 고생하는 경우도 있다. 여성은 특별히 냉한 것이 좋지 않은데,
이것이 불임의 원인이 될 때가 있다. 입술이 붉은 것은 위열이라 하며, 배고프면 잘 참지 못
하고 음식을 급하게 먹기 때문에 위장병이 생기기 쉽다. 특히 손바닥에 열이 있으면 위장이
나쁜 것이다. 30-40대의 남성들은 성생활 과다에 의한 경우도 있다. 이때는 땀을 많이 흘리
고 항상 피곤하며 허리가 아프면서 어지러운 증상이 찾아온다. 입이 비장에 속해 있다면, 혀
는 심장에 속해 심장의 부림을 받는다. 혓바늘이 돋거나 갈라지고 혓바닥이 붓는 증세, 혀가
뜬뜬해지거나 혀에서 피가 나는 증세 등 혀에 생기는 대부분의 이상 현상은 심장에 열이 있
을 때 나타난다. 이는 심장과 혀가 서로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혀가 맛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심장이 혀를 주관하기 때문이다. 한의학에서는 심장이 정신 기능을 맡고 있다고  본다.
그래서 음식물이 혀에 들어왔을 때 그것이  매운지, 짠지, 달콤한지를 인식할 수 있는  것이
다. 더욱이 정신 기능을 담당하는  것은 심장에만 국한되지 않고 오장에  고루 뻗어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각 장부의 상태에 따라 혀에서 느끼는 입맛이 달라지게 된다.
  예를 들어 입맛이 유난히 달게 느껴지면서 자꾸만 먹을 것을 찾게 되는 것은 비장에 열이
있어서이다. 양명형의 사람들이 무엇이든 잘 먹고 항상 입맛이 좋은 것은 비위에 열이 있어
서 그렇다. 하지만 이런 체질의 사람은 살이 쪄도 힘이  없어서 언제나 노곤함을 많이 느낀
다. 입맛이 쓰면서 입 안에 헌데가 많이 생기는 사람은 심장에 열이 있는 것이다. 간기에 열
이 있어도 입맛이 쓴데, 이것은 간에 열이 쌓이면 담즙이 새어나오기 때문이다. 간담의 문제
에 의해 입맛이 쓴 사람들을 보면 대체로  결단력이 부족하여 잡생각이 많고 화를 잘 내는
경향이 있다. 음식을 먹고 났을 때 신물이 많이 올라오는 것은 간에 열이 있어서이다.  간기
가 비장의 기운을 억누르기 때문에 입맛이 시어지는 것이다. 평상시 화를 많이 내거나 스트
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들에게서 주로 나타난다. 그리고 폐에 열이 있으면 입맛이 맵다.
  입과 혀의 병도 그 증세와 형상에 따라 근본 치료를  해야겠지만, 그다지 심하지 않은 병
증은 간단한 방법으로 다스릴 수 있다. 입 안이 허는 것은 백반으로 치료하면 좋은데,  우선
물을 따뜻하게 데운 다음 그 물에 백반을 녹여서 자주 양치하면 낫는다. 또 입술과 입 안이
허는 데는 꿀을 입 안에 늘 머금고 있으면 좋다. 수박도 입 안이 허는 것을 치료해준다. 수
박즙을 천천히 마시면 되는데, 겨울에는 수박을 구하기 힘들므로  미리 수박껍질을 태워 가
루를 낸 다음에 이용하도록 한다. 분말로 만든 수박껍질 가루를 입에 물고 있으면 된다.
  입에서 냄새가 날 때는(구취의 경우) 아침에 일어났을 대 맑은  물을 입에 머금었다가 뱉
어내기를 몇 번씩만 해도 간단히 치료할 수 있다. 참외도  구취를 없애는 데 이용하면 효과
적이다. 참외시를 가루낸 다음에 그 가루를 꿀에 개어 앵두알만하게 알약을 만든다.  그것을
매일 아침 양치한 후에 한 알씩 물고 녹여 먹으면 된다. 유자는 술을 마시는 사람의 입에서
냄새가 날 때 이용한다. 입 속에 유자를 늘 물고 있어도 좋고, 달여서 그 물을 마셔도 된다.
혀가 부은 것을 치료할 때는 아주까리씨(피마자)를  이용하면 좋은데, 먼저 기름을 낸  후에
종이 심지에 묻혀 태우면서 연기를 쐬면 된다. 이러한 방법은 모두 일종의 민간요법인데 이
것으로 잘 치료되지 않으면 반드시 전문 한의사와 상담하는 게 좋다.
  이렇게 치료한다. 입술이 비뚤어진 사람. 속을 후벼 파는 것처럼 쓰리고 아파요. "약을 먹
고 나서 혓바닥 갈라진 게 감쪽같이 나았어요. 입술 가장자리가 터지는 것도  괜찮아졌구요.
선생님, 한번 보세요." 두 번째  진료를 받으려고 찾아온 51세의 이씨는  들어서기가 무섭게
이렇게 말했다. 처음 이 환자를 진찰했을 때는 마주 대하기가  힘들 정도로 몰골이 말이 아
니었다. 인당(미간) 부분이 찌그러들고 입술이 비뚤어진 생김인데다 입술 근처는 터지고 찢
어지고 해서 징그러운 느낌마저 들었다. 더욱이 입안이 온통  파이고 갈라져서 말도 제대로
못할 뿐더러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있어서 진찰하는 데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났다. 그런데
이젠 입병이 거의 나았다고 하니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었다.
  "한 일 주일 전쯤인가, 이불 빨래를  좀 하고 났더니 그때부터 당최 허리에  힘이 없네요.
그리고 속쓰린 것도 여전한 것 같고, 오후엔 숨이 가쁘고 두통이 너무 심해요. 무엇보다  속
을 후벼 파는 것 같아서 도통 뭘 먹을 수가 없네요. 그래서 더 기운이 없다 싶기도 하구요."
"목에 가래가 끼거나 가슴이  답답하면서 입이 마르지는 않나요?"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참, 그리고 신물도 올라와요. 기지개를 켤 때 쥐가  나기도 하구요." 벌써 10년째 이런 증상
들로 시달려왔다니 애초부터 쉽게 나으리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런저런 불편한 증상들을
말하는 환자의 모습을 바라보니 우선 안쓰러운 생각부터 들었다.
  앞에서 말한 대로 이 환자는 입이 비뚤어졌는데, 여성의 입은 생식기와 관련된다.  그러므
로 뿌리에 해당하는 생식기가 건강하지 않아서 여러 면에서 조절 작용을 제대로 하지 못하
는 건 당연한 이치이다. 특히 자식 하나 얻지 못하고  오십을 넘겼으니 그 속이 오죽하겠는
가. 마음이 불편하여 속에서 자꾸 화가 치솟아오르니 숨이 가빠지고 머리가 터질 것 같으며
신물이 넘어오는 것이다. 10년이나 된 신경성 증상들을 잠재우기  위해 화를 누르고 맑히는
'화담청화탕'을 처방하였다. 워낙 오래 된 병이라 시일을 넉넉히 잡고 지금도 꾸준히 치료를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올 때마다 차츰차츰  증상들이 호전되고 있어 의사인 나도, 또  환자
본인도 무척 흐뭇해하고 있다.
  입술색이 푸른 사람. 멍이 잘 들고 생리 때마다 유방이 아파요. 여성에게 있어 생리  기능
은 건강하게 살아가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27세의 김씨는  인공유산 후 이것이
엉망이 되어버린 경우였다. "결혼 전에 인공유산을 한 번 했거든요. 그후로 생리가  아주 없
어져버렸어요. 그래서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았는데 그 뒤로는  생리 주기가 점점 늦어지면
서 기간도 3일로 줄어들었어요. 또  생리에 검은색을 띤 덩어리가 섞여서 나와요." 이것만으
로도 유산의 후유증으로 자궁에 숙질이 생겼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정작 환자가 찾아온
이유는 불임이었으므로 좀더 자세한 것을 물어보았다. "입술색이 아주 푸른데,  추위를 많이
타는 편입니까?" "네, 엄청 추위를 많이 타요. 항상 이렇게 입술색이  푸르니까 보는 사람마
다 혹시 심장병이 아니냐며 물어볼 정도죠. 그리고 머리를  만져보면 늘 미열이 느껴지는데
손발, 특히 발뒤꿈치는 한여름에도  얼음처럼 차고 시려요. 아랫배도  찬 편이구요." 김씨는
피부색이 검었으며, 살짝만 부딪혀도 멍이  잘 든다고 하였다. "생리 전후에  특별한 증상은
없습니까?" "생리 전에 몸살이 좀  심하고 굉장히 우울해져요. 가슴이 답답할  때도 있구요.
참, 저는 생리 때 유방이 아프면서 젖이 나오거든요." 이처럼 김씨는 불임의 조건은 전부 다
갖추고 있었다. 우선 입술이 푸르다는 게 그랬다. 입술이  푸른 것은 '한증' 으로, 환자 본인
이 느낄 정도로 손발과 아랫배가 차니 이것만으로도 임신이  순조롭게 이루어질 리 없었다.
그리고 멍이 잘 든다는 것은 혈병에 걸리기 쉽다는 뜻으로,  혈 위주로 되어 있는 여성에게
이처럼 나쁜 건 없다고 봐야 했다. 게다가 생리 때 유방이 아프고 젖이 나온다는 건 자궁에
숙질이 쌓인다는 얘기이므로 하루빨리 치료를 해야 한다.
  "선생님, 임신도 임신이지만 약을 먹으면 이런 게 전부 치료되나요?" 물론이다. 순서로 보
아도 이런 모든 증상들이 치료되어야  건강하고 총명한 아기를 낳을 수  있다. 임신보다 더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라고 하겠다. "그럼  얼굴에 나는 것도 없앨  수가 있습니까?" 그것도
물론이다. 여성은 아기를 가질 조건을  갖추게 되면 얼굴부터 좋아진다. 얼굴이  좋아진다는
건 전신의 건강이 좋다는 뜻이고, 이는 자궁이 최적의 상태에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김
씨에게는 음혈지부인 자궁을 튼튼하게  해줄 목적으로 '제음단'을  처방하였다. 처음엔 몸이
따뜻해지는 걸 느낀다고 하더니 곧 생리가 정상을 돌아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혈색
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싶었는데 곧 임신했다는 소식을 들려주었다.
  입냄새가 심하고 혓바닥이 얼룩덜룩한 사람. 입 안이 잘  헐고 입냄새가 나면서 축농증도
심해요. 16세의 소녀였는데, 입냄새가 무척 심하고 혓바닥에  얼룩덜룩한 무늬가 있었다. 축
농증이 생긴 지는 2년 정도 되었으며 축농증 증세도 심해지면 온몸이 몹시 피곤해지면서 입
안이 파이곤 한단다. "몸이 약한 편이라 위염과 장염으로 고생한 적도 있어요.  생리 때마다
허리가 아프다고도 하는데, 손발이 유난히 차서 그런 게 아닌가 싶어요. 또 쉽게 피로를  느
끼고 밤에 잠잘 때 혼자 재우면 가위에 눌려요." 같이 온 어머니의 얘기였다.
  우선 소녀의 생김새를 살펴보았다. 피부색은  흰 편이었고, 입이 좀 튀어나왔으며  입술은
얇고 색깔이 좋지 않았다. 또 마른 체격에 뼈도 약해 보였다. 이 소녀를 괴롭히고 있는 구취
와 축농증, 그리고 혓바닥에 있는 무늬, 혀가 파이는 증상, 생리통과 가위눌림 등은 모두 연
관이 되는 것들이다. 여기서 제일 중요한 증상은 입 안이  허는 것과 혓바닥에 생긴 얼룩덜
룩한 무늬였다. 한의학에서 볼 때 혀는 심장이 주관하고 있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심열을 다
스려주는 것이 급선무다. 그렇게 하면 혀뿐만 아니라 다른 증상들까지 다 좋아진다.  그리고
이 여학생의 경우는 입술은 얇고 입이 튀어나온 것으로 보아 체질상 화체조류에 속했다. 화
체조류형은 새의 성질을 닮아 아주 예민하기 때문에  무슨 일을 하든 생각이 너무 많은 게
탈이다. 매사 쉽게 넘어가는 법이 없고 항상 고민에 싸여 있다. 그러니 당연히 살이 붙지 않
고 마를 수 밖에 없다. 심열을 다스리는 데에 여러 가지 처방이 있지만 나이 어린 사람에게
는 '도적산' 이나 '심미도적산' 을 쓴다. 이  여학생에겐 체질에 맞게 '도적산'을 써서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입술이 마르고 트는 사람. 갈수록  태열기가 심해져서 고생스러워요. 포동포동 살이  찌고
무척 귀여워 보이는 일곱 살짜리 여자 아이가 진료실로  들어왔다. "세 살 때부터 태열기가
있었는데 갈수록 더 심해져서 데리고 왔어요." 생긴 모습을 보아하니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잘 먹을 것 같아 먼저 물어보았다. "아이가 배고픔을 잘 참지 못하고 뭐든 잘 먹을 것 같은
데, 어떤가요?" "밥은 그다지 많이 먹지 않는데 늘 입에 군것질거리를 달고 살아요." 태열이
얼마나 심한지 묻자 아이의 옷을 걷어올리며 엄마가 말했다. "몸 전체가 다 태열기예요." 여
기저기를 자세히 살펴보니 특히 팔다리의 주관절 부위가 더  심했다. 또한 아이는 어린애답
지 않게 입술이 바짝 마르고 껍질이 일어나 있었다. 이처럼  입술이 트는 것은 혈이 부족해
서 나타나는 현상이므로 그에 따라 몇 가지를 확인하기로  했다. "혹시 아이의 팬티에 어른
처럼 냉 같은 게 묻어 있지는  않던가요?" "아니 그걸 어떻게 아세요? 오래  전부터 팬티가
지저분해서 산부인과에도 갔었어요. 그런데 의사 선생님 말씀이 손으로 만져서 그런 거니까
손을 자주 씻어주라고 했어요." 여기서 손으로 만진다는 건 가려움증이 있다는 말인데, 그렇
다면 낮과 밤 중에 언제 더 가려움을 느끼는지 물었다. "낮에는 그런대로 잘 노는데 잠들기
전이면 굉장히 많이 가려워해요. 보기 딱할 정도죠. 그리고 여름철엔 심하게 짓무르기도  하
구요. 지금도 계속 피부과에 다니면서 연고를 받아다가 발라주고 있었요. 그러지 않으면  긁
느라고 잠도 못 자는걸요."
  이 아이는 체질상 양명형에 속했다. 양명형이란 양명경이 지나는 부위인 얼굴, 젖가슴, 배,
허벅지 등에 유난히 살이 많이 찌는 체질을 말한다. 이 체질은 본래 다기다혈하여 배고픔을
잘 참지 못하고, 식사를 할 때면 마치 허기진 사람처럼 허겁지겁 먹는다. 또한 위경에  열이
있어서 언제나 입맛이 좋고 무엇이든 맛있게  먹으며, 땀을 많이 흘리는 특징이 있다.  일단
생긴 대로 병이 온다는 차원에서 아이의 체질에 맞춰 '사백산'을 가감하여 처방했는데, 얼마
후 태열기가 많이 가라앉아 이제는 잠이 들때도 긁지 않고 편안하게 잔다며 고맙다는 인사
를 전해왔다.
  입술이 두툼한 사람. 명치끝이 답답하고 거북해요. 겨울로 들어선다는 입동이었지만  날씨
는 그리 춥지 않았다. 아침 강의를 마치고 오후 진료를  준비하고 있는데 일찌감치 중년 부
부가 진료실로 들어섰다. "어디가 안 좋아서 오셨습니까?" 올해 42세라는 오씨는 속이 답답
하다고 호소하면서 명치끝이 제일 거북하고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병원에 가서 내시경 검사
를 해보니 위궤양 증세가 약간  있단다. 그리고 입이 자꾸 마르면서  쓴맛이 심하고 만사가
다 귀찮다는 것이다. 허리가 결릴 때가 있느냐고 묻자, 의류 계통의 일을 하고 있어서  무거
운 짐을 많이 나르기 때문에  허리 다리가 늘 불편하다고  했다. "식욕은 어떠세요?" "요샌
통 먹지를 못합니다. 잠자는 것도 너무 힘들어서 꼭 지옥에 있는 것 같아요." 오씨는 입술이
두툼하고 코가 낮으면서 콧구멍이 밖으로 드러나 보이는 생김새였다. 이렇게 입술이 두툼하
고 코가 낮은 사람들은 대개 밑불이 시원찮은 경우가 많다. 그래서 밑으로 끌어당기는 힘이
없으니 소화가 안되고 식욕도 떨어지는 것이다. 진맥을 해보니 대장에 떨어졌다. "지금 맥을
보니 대장에 떨어지는군요. 위도 약간 처져 있고 소화 기능이 좋지 않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까 각별히 식습관에 주의를 기울이셔야 합니다. 한꺼번에 너무 많이 먹지 말고 조금씩 나누
어 드세요. 또 아침은 많이, 저녁은 적게 드시는 것도 잊지 마시구요."   오씨처럼 선천적으
로 약한 체질은 여러 가지 불편한 증상들이  찾아오게 되어 있다. 눈이 침침하고 머리가 맑
지 않으며 항상 피곤함을 느낀다. 또 등살이 아프고 허리가 뻐근할 때도 있다. 방광이  좋지
않으니 소변 보는 것도 시원찮을 것이다. 나는 오씨에게 병의  원인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화롯불에 밥을 올려놓았는데 불이  시원찮으면 처음엔 밥이 익지 않습니다. 그런데
도 계속 올려놓으면 밥은 되지 않고 솥이 망가지죠. 사람으로  보면  이것이 바로 궤양입니
다. 그리고 환자분 같은 경우는 병이 많이 진행되었고 오래 된 편입니다. 시일이 좀  걸리더
라도 꾸준히 약을 쓰셔야 합니다." 이  경우 무엇보다 근본 체력을 돋워주어야 했으므로 체
질에 맞게 '팔미탕'을 가미하여 복용케 하였다. 약을  다 먹었을 즈음 오씨의 부인이 진료실
을 방문하여 남편의 건강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며 한 제를 더 짓겠다고 했다.
 
    7장 피부색
  몸에 병이 없고 건강하면 피부색도 윤택하고 제 빛깔을 띤다. 하지만 체력이 많이 떨어져
허약해지거나 체내의 장기에 병이 들면 얼굴색을 비롯한 온몸의 피부색이 변한다. 피부색은
인체의 이상 유무를 표시해주는 경고등인 셈이다. 예를 들어  얼굴색이 허옇게 되면서 재채
기를 잘 하는 것은 폐에 병이 온 것이며, 얼굴색이 시커멓게 되면서 하품을 잘 하고 불안초
조해하는 것은 신장에 병이 온 것이다. 또 눈 밑이 숯을 칠해놓은 듯 유난히 검으면서 가슴
이 두근거리고 속이 메슥거리는 이상 증세는 담음증이라고 하는데,  이는 인체의 근본인 정
기신혈이 좋지 않을 때 생긴다.
  피부는 우리 몸의 오장육부뿐만 아니라 정신 작용과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괴기 영
화를 보면서 마음이 불안해지거나 아주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어 신경이 날카로울 때 대
부분의 사람들은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변한다. 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오르고 분을
삭이지 못하면 얼굴이 시뻘개지는 것 등이 바로 그렇다. 그리고 피부 속으로는 기가 흐르는
경맥들이 자리잡고 있다. 피부의 맨 바깥쪽과 안쪽에는 각각  손맥과 낙맥이라는 경락이 흐
르고, 피부 위로도 중요한 경락들이 흘러 인체의 안과 밖을 긴밀하게 연결해준다. 이렇듯 피
부색은 인체의 이상 유무를 나타내며, 동시에 선천적으로 타고난  피부색을 보고 각 장기들
의 기능을 진단할 수 있다. 그에 따라 어떤 병에 유의해야 하는지도 알아볼 수 있다. 여기서
는 얼굴색을 포함해 전체적인 피부색을 중심으로 살펴볼 것이다.
  피부색이 희끗희끗하면서 나쁜 사람. 간혹 얼굴이 희끗희끗하면서 때깔이 나쁜 사람을 보
게 된다. 바로 이런 경우를 얼굴색이  나쁘다고 표현한다. 얼굴색이 제 빛깔을 띠지  못하고
희끗희끗하면서 때깔이 나쁜 것은 심폐  기능이 좋지  않아서이다. 의서에는 '심폐가  손하
면 색이 패하고' 라고 쓰여 있다. 심폐  기능이 나쁘다는 것은 자동차에 비유하자면 엔진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엔진은 자동차의 핵심 부분으로 여기에 이상이  생기면 제대로 속도를
내지 못할 뿐더러 여러 가지 고장을 일으킨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근본적인 에너지가  부족
한  것이므로 항상 피곤하고 허약하며, 온몸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한다. 어린아이들의 경우 
발육부진 현상이 나타나서 키가 제대로 크지 않으며, 감기 등 잔병치레로 고생한다. 이런 아
이들을 선천성 허약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약을 잘못 써도 얼굴색이 나빠질 수 있다. 대개  아이들의 경우 열이 나고 콧물이
흐르면서 기침을 하면 무조건 감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열심히 감기약을 지어 먹인다.  하
지만 이때 귀를 한번 만져불 필요가  있다. 귀가 뜨거우면 감기지만, 반대로 귀가  차가우면
감기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귀가 차가우면서 감기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것은 아이들의
성장 과정에서 나타나는 '제구실' 이다.  즉 병이 아니라 성장하면서  거치게 되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자꾸 감기약만 쓰면 독한 약  기운을 이기지 못해 심폐 기능
이 약해진다. 자동차로 치면 엔진에 부담이 가는 것이다. 그러면 얼굴색이 나빠지면서  전체
적인 체력까지 약해져버린다. 아주 조심해야 할 일이 아닐 수 없다.
  피부색이 붉은 사람. 피부색이 붉어지는 것은 우선 심장에 열이 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
다. 심장에 열이 자꾸 쌓이면 심장의 기능 역시 나빠지는데, 이렇게 되면 심장병이 잘 온다.
한의학에서는 얼굴이 벌겋게 되면서 잘 웃는 사람은 심장에 병이 들었다고 본다. 심장이 나
쁘면 괜히 가슴이 두근두근거리고 불안초조하며 건망증도  심해진다. 심장이 원래 약하거나
심장병으로 고생하는 사람은 여름철과 겨울철에 특히  조심해야 한다. 여름철은 심왕신쇠한
계절로 심장이 왕성하고 신장이 약해진다. 다시 말해 여름이 되면 저절로 심장 기능이 아주
왕성해진다는 뜻이니, 이렇게 되면 원래부터 심장이 약한 사람들에겐 무리가 따르고 힘들게
마련이다. 또 겨울은 추운 계절이므로 몸이 차가워질 수밖에 없는데, 몸이 냉해지면 심장 또
한 제 기능을 다하기 어렵다. 동맥경화나 뇌졸중으로 쓰러지는  사람이 겨울철에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얼굴색이 붉은 건 주로 심장에서 기인하지만 간혹 습열이나 명문화쇠로 인해 붉어지는 경
우도 있다. 습열은 얼굴이 동그랗고 뚱뚱한 사람이나 털이 많은 사람에게 생기는데, 열이 위
로 떠오르면서 피부색이 붉어지는 것이다.  명문화쇠로 붉어지는 경우는 인체  내에 원기가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명문이란 우리 몸에 원기를 만들어내는 중요한 곳으로, 쉽게 말하자면
로켓의 배터리와 같은 역할을 한다. 특히 명문의 화는 비위를  덥게 하여 음식이 소화 작용
을 돕는데, 이 화가 시그라들어 영양분을 흡수하지 못하게 되니 기운이 날 리 없다.  기운이
없으면 당연히 몸이 허해지면서 열이 위로 뜨는 것이다.
  피부색이 흰 사람. 피부색이 희면 호흡기  계통의 질환에 걸리기 쉽다. 이는 흰색이  폐와
연결되어 있어서 그렇다. 조금만 바람을 쐬었다 하면 어김없이  재채기를 해대고 기침이 쏟
아진다. 추운 곳에 오래 있어도 마찬가지다. 이런 현상은 피부색이 흰 사람의 경우 외기, 즉
바깥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다는 걸 보여준다. 따라서 바깥일을  많이 하는 남자들은 피부가
흰 것보다는 검은 쪽이 훨씬  바람직하다. 한의학에서 '남자는 피부가  검어야 하고 여자는
피부가 희어야 한다' 고 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남자와  달리 여자들은 주로 집에서  활
동하므로 피부가 하얘도 별문제가 없다. 하지만 선천적으로 피부가  검은 여성은 집에 있기
보다 사회 활동을 많이 하는 것이 기질상으로도 잘 맞고 건강에도 좋다.
  피부가 흰 사람은 폐 기능의 이상으로 우울하기 쉬우며 울기를 잘 하고, 열이 훅 났다 식
었다 하는 한열왕래 증상이 잘 나타난다. 오슬오슬 추울 때도 있으며, 배꼽의 오른쪽으로 동
계(심장과 연결되어 있는 복대 동맥의 박동이 긴장이나 불안 등으로 보통 때보다 강하고 크
게 나타나는 현상)가 느껴진다. 또한 땀을 많이 흘리는 편이고, 몸을  차갑게 하거나 찬물을
많이 먹으면 금방 폐에 병이 든다. 그러므로 에어컨 바람을 오래 쐬면 안 되고 찬물이나 찬
음료수는 되도록 피해야 한다. 맥주도 차갑게 해서 먹는 음료이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피부색이 푸른 사람. 푸른색을 띠고 있는 사람은 긴장병을 조심해야 하는데, 사실  푸른색
을 판단하기란 전문가인 한의사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피부색이 푸른 사람은 지나치게
깨끗한 걸 좋아한다. 조금만 지저분해져도 마음이 편치 않아 어쩔 줄 몰라하며 곧바로 치워
놓고야 만다. 결벽증 환자들을 보면 대부분 여기에 속해 있다. 냄새에 대해서도 유난히 민감
하며, 신경질을 잘 내는 특징이 있다. 이런 사람은  배꼽의 왼쪽으로 동계가 느껴지며, 손으
로 만져보면 딴딴하면서 아프다. 소변을 보고 나서도 시원치 않을 때가 많으며 변비 경향도
있다. 꼼짝하기 싫을 정도로 사지를 움직이기가 힘들며, 다리 근육에 경련이 생길 때도 자주
있다. 아랫배나 옆구리가 결리는 경우도 있다. 또한 간이 허약해지면 눈이 침침하고  희미해
지며, 귀가 잘 들리지 않는다. 마음이  불안초조하여 누군가 자기를 잡으러 오는 것만  같은
공포감을 느낀다.
  이러한 체질이 가장 조심해야 할 점은 화를 많이 내는  것이다. 칠정 중에서도 불같이 화
를 내는 것이 가장 나쁜데, 화를  내면 기가 위로 거슬러 올라가 간을  쉽게 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높은 데서 떨어져 어혈이 생기면 빨리 치료해야 한다. 계절로 보면 가을철
이 가장 좋지 않은데, 이는 간장이 가장 힘들어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피부색이 검은 사람. 햇빛을 많이 쬐지 않아도 얼굴이  검게 보이거나 전체적으로 피부색
이 검은 사람이 있다. 이처럼 피부색이 검은 사람들은 신장병을 조심해야 한다. 신장이 허약
하면 뼛골이 잘 아프며 피곤할 때 입에서 냄새가 많이 난다. 또 헛배가 부르고, 뒷목이 뻣뻣
하면서 어깨가 아프다. 변비로 고생하는 수도 많다. 특히 체력이 떨어지면 마음이 공연히 초
조하고 불안하면서 곧잘 무서워한다. 무서움을 많이 타는 것은  이렇게 신장이 약해서 오는
수도 있고, 담이 허해서 오는 수도 있다. 신장은 계절적으로는 장하라고 해서 무더운 한여름
철이 가장 힘든 때이다. 그래서 신장이 안 좋은 사람들은  여름나기가 그 어느 때보다 어려
우므로 여름철 건강 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신장을 좋게  하는 약으로는 녹용, 오미자, 복분
자(산딸기), 토사자, 산수유, 육미지황탕, 온신산, 가감팔미탕  등이 있다. 평소 돼지고기, 밤,
검은콩, 검은참깨 등을 수시로 먹으면 신장을 보해주므로 아주 좋다.
  피부색이 노란 사람. 얼굴이 누렇게 되면서 트림을 잘 하는 것은 비병이라고 해서 비장에
병이 든 것이다. 평소 얼굴을 비롯해 피부색이 유난히 노란빛을 띤 사람들은 비장으로 병이
오는 수가 많다. 비장의 기능이 약해지면 '비위가 상한다' 고 하여 배꼽 부위에 동계가 느껴
지며 그곳을 눌러보면 뜬뜬하고 아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또 헛배가 자주 부르고 그득하
면서 음식을 먹으면 잘 소화되지 않고 몸이 무겁다. 비장은 팔다리를 주관하기 때문에 사지
에 힘이 쭉 빠지면서 자꾸만  눕고 싶고 뼈마디가 아프다. 간장이  나쁘면서 동시에 비장에
병이 생기면 '비풍' 이라  하여 황달이 생기거나  뱃속에 열이 나면서 가슴이  답답하고 몸 
전체가 누렇게 변한다. 비장의 기능을 보해주는 식품으로는 대추, 곶감, 좁쌀, 강엿, 찹쌀, 소
고기, 붕어, 아욱 등이 있다. 대추는 비장을 보하고 중초(신체를 3등분 했을 때 가운데 부분
을 말함)를 편안하게 해주는데,  대추를 삶아 살만 발라내어  알약을 만들어 먹으면 비위를
고르게 하는 데 아주 좋다.
  이렇게 치료한다. 피부색이 희끗희끗하면서 나쁜  사람. 질 주변에 물집이 잡히고  가려울
때도 있어요. 피부색이 희끗희끗 나쁘면서 얼굴에 밝은 빛이 없고  수심에 가득 찬 듯 보이
는 송씨는 30세의 미혼 여성이었다.  그녀는 단전 호흡을 3개월째  하고 있다는데 그곳에서
심인성이니 신경서이니 화담이니 해서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들었던 모양이다. 그 얘기들을
나에게 하면서 정말 그런 이유 때문에 자신이 아픈  건지 물어보았다. "우리나라 분들은 건
강에 관심이 많아서인지 반의사 노릇을 하려는 사람이 꽤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섣부른
지식을 가지고 환자가 미리 진단을 해버리면 오히려 치료에 방해가 되죠. 그보다는 지금 겪
고 있는 증세만 있는 그대로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나머지는 의사가 알아서 치료할 수 있도
록 말이에요."
  구체적으로 어디가 아픈지 말해보라고 하자, 조금만 신경을 쓰면  목에서 가슴까지 꽉 막
힌 것 같다고 했다. 또 소화도  안 되고 어지러우면서 메스꺼움을 많이 느낀단다.  팔다리에
기운이 없이 계단을 오르내리기도 힘든데, 뒷목이랑 등뼈가 아플 때도 있다는 것이었다. "대
변은 잘 봅니까?" "아뇨. 아랫배가 굉장히 찬데다 배꼽 주변이 아프면서 설사를 자주 해요."
증상을 종합해보건대 송씨는 장이 원래부터 나쁜 체질로 여겨졌다.  특히 목이 아프다는 말
에 관심이 갔는데, 한의학에서는 목을 자궁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혹시
음부에 뭐가 나거나 가렵지 않은지 알아보았다. "이런 얘길  하기는 좀 뭣하지만 의사 선생
님 앞이니까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사실 질 주변에 뾰루지가 하나 있거든요. 그런데  산부인
과엘 가서 치료를 받아도 잘 낫질 않아요. 원인도 모르겠다고 하구요. 가끔 물집이 잡힐  때
도 있고 가렵기도 해요." 통증이 없느냐고 물으니, 어떨 땐 벌레가 쏘는 것 같기도  하고 또
어떨 땐 집게벌레가 무는 것  같기도 하단다. 송씨처럼 미혼 여성이  이러한 증상을 호소할
때는 자궁에 음혈이 충만한데 양기를  받지 못해서 그런 것이다. 보통  늦게까지 혼자 사는
여성들에겐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증상이 많이 나타난다. "맥이 아주 울한테, 마음
이 편치 못한가요?" "당연하죠. 나이 삼십 먹은 노처녀인데요." "꽃이 예뻐야 나비가 날아오
듯 얼굴색이 좋아져서 운도 트이는 법입니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려면 우선 건강부터 되
찾아야죠."
  음혈이 충만한 이유로 여러 가지 증상을 호소하던 송씨에게는 귀비탕, 보중익기탕, 그리고
시호억간탕을 번갈아 투여하였다. 그러고 나서는 일단 사람이 여유 있어진다 싶었는데 얼굴
색이 점점 제색을 찾더니 어느새 질 주위에 나 있던  뾰루지도 없어졌단다. 이제는 좋은 인
연을 만나는 일만 남은 셈이다.
  피부색이 붉은 사람. 얼굴이 붉어지고 입술이 자꾸 말라요. 51세의 이씨는 얼굴이  붉어지
고 입술이 마르는 것 때문에 내원한 환자였다. 직업은 바라춤과  나비춤 등 불교 의식 무용
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라 하였다. "아이들을  가르치다보니까 신경 쓸 일도  많고 몸이 무척
피곤해요. 그래서 그런지 짜증을 잘 부리는  편이죠. 또 말을 많이 하니까  입이 잘 마르고,
더운 데를 못 들어갈 정도로  얼굴이 붉어집니다." 열이 후끈  달아올랐다가 식으면서 땀이
나지는 않느냐고 물었더니, 2년 전에는 그랬는데 요즘엔 그런 증상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대
신 무대 분장을 해도 피부가 건조해져서 화장이 예쁘게 잘 받지 않는다는 말을 덧붙였다.
  또한 환자는 눈이 잘 충혈된다고 호소했다. 한의학에서는 눈병은  모두 화에 의해서 발생
하는 것으로 본다. 아무래도 이씨는 심화로 인해 병이 온 듯싶었다. "원래 잘 불안해하고 여
유가 없는 편인 것 같은데, 어떠십니까?" "맞아요. 항상 불안해하는 편이고  상대방이 내 단
점을 알아보지 않을까 싶어 초조할 때도 있구요. 아무튼 잘  돼도 불안하고 못 돼도 불안해
요." 역시 사려과다(쓸데없이 생각을 많이 하는 것)에서 온 병이 분명했다. 이렇게 지나치게
걱정을 많이 하면 심장이 상하고, 그로 인해 입술이 잘 마른다. 또 심장이 좋지 않으면 화도
잘 내지만 웃기도 잘 하면서 감정의 변화가 심하다.
  이씨의 얼굴을 자세히 보니 인당 부위에도 붉게 무엇인가가 나 있었다. 이것 역시 마음이
편치 않아서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일단 환자의 불안한 마음을 달래줄 필요가 있겠다 싶었
다. "제가 지어드리는 약을 드시면 세상이 다 즐거워 보이실 겁니다. 하지만 꼭 하나 알아두
셔야 할 게 있어요. 이 세상의 모든 일은 다 예정된 대로 돌아간다는 사실입니다. 인간은 그
런 상황 속에서 열심히 그리고  부지런히 노력하면서 살면 되는 겁니다.  남이 나를 어떻게
볼까 고민할 필요도 없고, 최고가 되려고 안간힘을 쓸 필요도 없는 거죠."  이씨에게는 심화
를 꺼주고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 '청심온담탕'을 투여하였다. 한 제를 복용하고 와서 하는
말이 얼굴에 났던 붉은 것이 많이 줄어들었으며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고마워하였다.
  피부색이 붉은 사람. 항문이 자꾸 작아지는 병이래요. 독일에서 유학 생활을 한다는  조씨
는 집에 잠시 다니러 왔다가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진료를  받으러 왔다. 그는 얼굴이 붉은
편이었는데, 특히 광대뼈 부위에  주홍색 크레파스를 칠해놓은 것처럼  유난히 홍조를 띠고
있었다. "광대뼈 부위에 홍조를 띠는 것은 건강 상태가 매우  좋지 않다는 표시입니다." "어
머, 그래요? 다른 의사들은 모두 혈색도 좋고 예쁘다고 하던데요." 일반 사람들의 눈은 의사
와 다르니까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의사인 내가 보기엔 별로 좋은 징후가  아니었다.
어쨌든 환자의 모습 하나하나가 나에게는 진찰하는 데 매우 중요한 단서가 된다. 광대뼈 부
위의 홍조만 보고서도 이 환자가 신혼이라는 걸 금방  눈치챌 수 있었으니 말이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되셨죠?" "네, 한  8개월쯤 됐어요." "아직 신혼이네요. 한창  좋을 때죠. 그런데
구체적으로 어디가 아프십니까?" "뭐 특별히 아프다기보다는, 신경만 쓰면 뒷머리가 한쪽으
로 흔들리면서 울리는 느낌이 들어요. 어떨 땐 종이 하나 들어 있나 싶을 정도죠. 그리고 항
문이 자꾸  작아지는 병이라는데 독일에 있는 병원에선 수술을  하라고 그러더라구요. 하지
만 이국땅에서 수술받고 누워 있는 것도 좀 그렇다 싶어서 약만 먹었는데 지금은 많이 괜찮
아졌어요."
  현재는 어떤 상태냐고 물어보았다. "아주 피곤하다 싶을 때만 그런 현상이 나타나요. 항문
이 따끔거린다든지 굵은 변을 볼 때 피가  섞여 나온다든지 하는... 아참, 그리고 땀을  무척
많이 흘려요." "일단 약을 먹으면서 성생활을 자제하도록 하세요." 성생활과 이 환자의 병이
무슨 상관이 있나 의아해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이 환자는 성생활을 지나치게 해서 음허
화동에 의한 갖가지 증상들이 나타난 것이다. 광대뼈 부위에 홍조를 띤 것도, 또 땀을  많이
흘리는 것도 똑같은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래서 조씨에겐 '자음강화탕'  을 처방하였
다.
그가 곧 독일로 떠났기 때문에 본인에게선 경과가 어떤지 듣지 못했지만 얼마 후 어머니가
찾아오셔서 말씀하셨다. "아들한테 국제 전화가 왔는데 약을 더 지어서  보내달라고 하네요.
아주 효험이 좋다면서."
  피부색이 흰 사람.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환절기 때마다 고통스러워요. 환절기가 되면 극성
을 부리는 질병 중에 하나가 알레르기성 비염이다. 더욱이 요즘처럼 대기 오염이 심하면 호
흡기 계통의 질병은 점점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37세의 조씨도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환절
기 때마다 고생하는 사람이었다. 조씨는 피부색이 하얗고 얼굴형이 사각져 보이는 생김새였
다. "코 때문에 왔습니다. 한동안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고생했는데 이젠  축농증이 되어버렸
어요. 수술도 여러 번 했는데 계속 코가 막히고 콧물과 재채기가 멈추질 않아요." 수술은 레
이저 수술까지 세 번이나 했다고 한다. 또한 조씨는 20년  전부터 맨바닥에 오래 앉아 있으
면 오른쪽 늑골 아래가 결려서 앉아 있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허리는 괜찮습니까?" "허리
도 뻐근하게 아픕니다. 그리고 밥을 먹으면 더부룩한 느낌이 들구요. 콧속뿐만 아니라  입이
잘 마르기도 해요."
  조씨의 콧물과 재채기 증상은 찬 곳에 있을 때 더 심해지고, 하루 중에선 기온이 제일 낮
은 이른 아침에 고통스럽다고 했다. 이는 추위와 바람 등  외기에 잘 적응하지 못해서 그런
것으로, 조씨처럼 피부색이 흰 사람들에게 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특히 조씨는 입이 잘 마
른다고 했는데, 입이 마르는 증상은 진액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따라서 진액을 보충하는  약
을 써서 환절기에 적응하는 힘을 기르면 불편한 증상들이 없어진다. 그리고 이 환자는 진찰
도중 계속해서 콧구멍을 움직이고 있었다. 한의학에서는 '코는 폐의 구멍' 이라 하여 콧구멍
을 움직이는 사람은 폐가 좋지 않다고 해석한다. 이런 여러  가지 요인으로 수년간 비염 증
상에 시달렸던 조씨에게는 '가미보폐탕' 을 적절히 가감해서  오랫동안 투여하였다. 두 제를
복용하고 나서야 증상들이 거의 다  없어졌다. 이 환자는 피부색이 희기  때문에 찬 기온을
이겨내기 힘들다는 점과 콧구멍을 움직이는 현상을 보고 치료한 좋은 예이다.
  피부색이 흰 사람. 땀이 많이 나고 아침이면 기침이 심해져요. 살결이 희고 얼굴이 둥글넓
적한 여섯 살짜리 아이가 찾아왔다. 겉으론 꽤나 튼실하고 건강해 보이는 아이였다. "보기엔
건강한 아이 같지만 사실 그렇지가 않아요. 아침에 일어나면  어찌나 기침을 해대는지 정신
이 없을 정도예요. 코도 좋지 않아서 예전에 축농증을 앓은 적도 있어요. 이비인후과에도 다
녀보았지만 치료받을 때만 괜찮고 다시 찬바람을 쐬면 같은  증상이 또 나타나요. 근본적인
치료가 어려울까요?" 아이가 땀을 많이 흘리느냐고 물으니,  많이 흘리는 정도가 아니라 줄
줄 흘러내린다고 하였다. 코는 많이 나오지 않지만 언제나 막혀 있어 상당히  답답해한단다.
"이렇게 살결이 희고 통통한 아이는 겉으론 훤하고 건강해 보이지만 사실은  허약한 체질입
니다. 쉽게 지치고 땀을 많이 흘리고  외기에 잘 적응하지 못하죠. 그래서 조금만  찬바람을
쐬거나 날씨가 더워지면 금방 코가  막히고 땀을 줄줄 흘리는  겁니다." "아침에 기침을 더
많이 하는 건 왜 그렇죠?" "인체의 양기는 아침에 위로 올라가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아이는 양기가 승양되는 힘이 부족하여 아침이면 기침을 하는 겁니다."  이런 경우 성인 남
자라면 아침에 발기되는 일이 거의 없으며, 기운이 전신으로  뻗치지 못하므로 아침에 일어
났을 때 몸이 무겁고 찌뿌드드하다. 이런 것을  코가 안 좋다고 코만 치료하면 근본 원인은
그대로 남아 있으므로 계속해서 같은 증상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겉으로 보이는 증상에 대
해서는 양방이 빨리 치료하는 것 같지만 이러한 기운의 흐름을 읽지 못한 채 치료하면 표피
적인 것에만 그치고 만다. 이 아이의 경우에 보기시키고 계절에 대처하는 힘을 키워주기 위
해 '가미보중익기탕'을 처방하였으며 놀라운 효과가 있었다.
  피부색이 검은 사람. 사흘이 멀다 하고 감기에 걸려요. 해마다 환절기가 되면 어린이 감기
환자로 진료실은 늘 만원이다. 대부분 양방으로  짧게는 몇 주, 길게는 몇 달을  치료하다가
효과가 없자 찾아오는 이들이다. 감기에도 여러 가지 원인이 있고, 또한 감기처럼  보이지만
감기가 아닌 경우도 있다. 따라서 아이의 체질과 증상을 잘  살펴서 올바른 치료 방법을 찾
아야 한다. "너 지금 몇 살이니?" "여섯 살이에요." 오랫동안 아파서 그런지 아이는 영 기운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이가 사흘이 멀다 하고 감기를 달고 다녀요. 소아과를 제 집 안방
드나들듯하니까요. 그리고 요 근래는 조금만 뛰놀아도 땀에 흠뻑 젖고 무척 힘들어해요.  일
년 전에 한약이  좋다고 해서 용을  넣어 세 첩이나  먹였는데도 별 효과가  없지 뭐예요."   
아이의 잔병치레가 너무 심한 것 같다며 엄마는 걱정을 늘어놓았다. 먼저 감기 증상이 구체
적으로 어떤지 알아보았다. "아기 때는  감기에 걸리면 40도 가까이  열이 올라서 응급실에
간 적도 많았어요. 그런데 점점 자라면서 열은 오르지 않는데 대신 기침을 해대요. 항아리에
서 소리가 나듯 쿵쿵 울리는  기침을 해서 보기가 안쓰러워요. 코도  마르면서 된코가 많이
나오구요. 어제까지 계속 이비인후과에 다녔는데도 영 낫지를 않네요." 그리고  기침 증세는
낮보다 밤에 더 심하고, 어떤 감기로  시작했든 꼭 마지막에는 기침을 한다고 했다.  이상의
여러 가지 증상과 진맥, 생긴 모습을 종합해보건대 이 아이는  감기에 걸린 것이 아니라 체
질적인 요인으로 감기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이건 감기가 아닙니
다. 우선 귀를 만져봐서 아이의 귀에서  열이 나면 감기지만 그렇지 않으면 감기가  아니죠.
이 아이는 귀가 차가우니까 감기가 아닌 겁니다. 또 기침을  할 때 콜록거리지 않고 한꺼번
에 몰아서 하는 것과 밤에 더 심한 것으로 보아 한방에서 말하는 '야수'  라고 할  수 있습
니다. 이건 체질적인 요인으로 일어나는 증상이죠."
  대부분의 엄마들은 아이가 기침을 하고 열이  나면서 콧물을 흘리면 다 감기라고  생각한
다. 하지만 귀가 뜨겁지 않으면 감기가 아니므로 여러 가지 치료를 받아도 잘 낫지  않는다.
특히 이 아이의 경우 피부색이 무척 검었는데, 이렇게 피부색이 검으면 병이 올 때 신장 쪽
으로 오기 쉽다. 피곤하거나 몸이 안 좋으면 입에서 단내가 나고, 변비의 경향이 있으며  식
은땀을 잘 흘린다. 무서움을 아주 많이 타기도 한다. 아이의 엄마에겐 이런 증상이 있느냐고
물으니 어떻게 맥만 보고도 그렇게 자세히 알 수  있는지 신기하다고 말했다. "준호는 가만
히 있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약을 지어드릴 테니
까 시간 맞춰서 잘 먹이세요. 우선 열 첩만 먹이고 다시 나오도록 하세요." 나는  아이의 체
질에 맞도록 '자음강화탕'을 가미하여 처방하였다. 얼마 후 아이 엄마가 찾아와 기침도 멎고
땀도 흘리지 않게 되었다며 다시 약을 지어갔다.
  피부색이 검은 사람. 마음이 항상 불안하고 조마조마해요. 파주에서 왔다는 35세의 송씨는
피부색이 무척 검었다. 그리고 머리카락은  윤기가 없고 굵었으며, 광대뼈가 나온  얼굴이었
다. 첫눈에 보아도 무척 예민한 성격임을 알 수 있었다. "항상 마음이  불안하고 조마조마해
서 앉아 있을 때도 늘 쪼그려 앉는 버릇이 있어요. 만사가 귀찮고 집안일도 손에 안 잡히고
사람 만나는 것도 재미없어요."
  송씨는 마음이 몹시 불안할 때면 가끔 술을 한두 잔 정도 마시는데, 그러고 나면 조금 편
안해진다고 했다. 이런 증세가 시작된 것은 3년 정도 되었단다. 송씨는 집에 있으면  마음이
편치 않고 답답해서 견딜 수가 없지만 나갈  수 있는 형편이 되지 않는다며 고통을 호소했
다. "늘 속이 답답하고 가슴 한가운데 뭔가가 달려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조금만  서서 일
하면 아랫배가 아프고 허리에 통증이 와요. 뒷목이 뻣뻣해지면서  어깨가 눌리듯이 아플 때
도 있구요." 그야말로 온몸에 안 아픈  곳이 없었다. 한의학에서 볼 때 여성의  경우 피부가
검다는 건 신수기가 부족하다는 뜻으로, 이같은 증상은 모두 신장이 허할 때 나타난다. 의서
에는 신장이 허하면 마음이 공연히 초조하고 곧잘 무서움을  타며, 얼굴빛이 검고 기지개를
잘 켜며 아랫배가 아프다고 하였다.  또한 신장이 나쁠 때에는 뼛골이  아픈 골수통과 대변
보기가 어렵고 어지럼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송씨에게 담음증과 형상이 있어 정충
으로 보고 이진탕에 백복신, 빈랑, 맥문동, 목향을 가미하여 투여했다. 하지만 별 뚜렷한  효
과를 보지 못했다. 이어 송씨의 증상을 신이 허해서, 즉 음이 부족해서 오는 것으로  판단하
여 '자음강화탕'을 복용케 하였다. 꾸준히 복용한 결과  예상대로 마음이 안정되고 이곳저곳
아팠던 증상도 많이 좋아졌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해왔다.
  피부색이 노란 사람. 다리가 약하고 먹는 게 부실해요. 다섯 살짜리 사내 아이가 엄마  손
을 꼭 붙잡고 들어왔다. "잘생긴 꼬마 신사께서  어디가 아파 오셨나요?" 아이의 머리를 쓰
다듬으며 묻자 옆에 있던 엄마가 걱정스런 눈빛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뭐든 먹는 게 아주
부실하고 다리가 약해요. 감기에 한번 걸리면 몇 주씩 가구요. 또 감기에 걸렸다 하면  코가
부어오르기도 해요." 아이는 나이에 비해 그리 큰 편이 아니었는데 엄마 말에 의하면 네 살
이후로 체중이 계속 똑같다고 했다. 또 먹는 것도 신통찮고  다리 아프다는 소리를 자주 한
다는 것이다.
  아이의 얼굴색이 노란 것과 다리가 아픈 것, 그리고 밥을 잘 안 먹는 것 등을 종합해보건
대 비위의 기능이 좋지 않아 보였다. 얼굴색이 노란빛을 띠고  있는 건 비위가 좋지 않다는
표시인데, 이렇게 비위가 좋지 않으면 팔다리에 힘이 없고 약해진다. 왜냐하면 팔다리를  주
관하는 장기가 비위이기 때문이다. "체질적으로 이 아이는 비위가 좋지 않습니다. 그래서 밥
도 잘 먹지 않고 다리가 약한  거죠. 비위의 기능을 보해주면 키도 크고  튼튼해질 겁니다."
"그럼 약에 녹용도 들어가나요?" 흔히들 녹용은 모든 체질에 다 좋은 줄  알지만 전혀 그렇
지 않다. 그리고 녹용을 비롯해 아무리 좋은 약이라 해도  개인의 체질에 맞춰서 써야 효과
를 볼 수 있다.  이 아이에겐 식욕부진을  치료할 목적으로 '양위진식탕'을  처방했다. 어느 
부모든 아이가 잘 먹지 않고 자꾸 병치레를 하면 그보다 더 큰 걱정은 없을 것이다. 아이들
이 잘 먹지 않는 것에도 다 원인이 있게  마련이므로 그 원인을 파악해서 치료해줄 필요가
있다.
  피부색이 노란 사람. 체력이 달리고 기억력도 떨어지는 것 같아요. 장차 큰일을 하려는 사
람일수록 그에 맞게 더 건강해야 한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를 실천하는
사람은 드문 게 현실이다. 특히  사법고시 등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더욱 건강에 신경
써야 하는데도 실제로는 너무나 건강을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어떤 일을 해나가려면 능
력도 있어야 하지만 그 능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건강이 있어야 한다.
  이번에 찾아온 33세의 한씨도 고시를  준비하면서 몸이 나빠져 찾아온  경우였다. 한씨는
워낙 몸이 좋지 않으니 2차 시험을 보는데 그 전날 긴장이 되어 한숨도 자지 못한 채 시험
을 보았다고 한다.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니 전체적으로 노란색을 띠고 있었다. "항상 피곤에
절어 있는 것 같아요. 신경이 예민할  때도 많고 불면증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또  기억력도
떨어지는지 자꾸 깜빡깜빡  잊어먹어요." "아침을 많이  먹습니까, 저녁을  많이 먹습니까?" 
요즘 사람들은 대부분 아침을 거르고 저녁을 많이 먹는데  이는 아주 잘못된 식습관이다.
옛말에 조반석죽이라 했으니, 아침을 든든히 먹고 저녁을 적게 먹어야 건강할 수 있다는 말
이다. "환자분은 위장병을 가장 조심하셔야 합니다." 맥을 보니 대장에 떨어졌다. 이렇게 대
장에 떨어졌다는 얘기는 아침에 일어나도  개운치 못하다, 항상 피곤하다, 눈이  침침하면서
머리가 맑지 못하다, 뒷목이 뻣뻣하다,  어깻죽지가 뻐근하고 등살이 땅기면서 허리도  좋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환자의 손을 만져보니 손도 찼다. 이건 항상 피곤함을 느낀다는 말이
다. 바로 이럴 때 약을 써야 한다.  약을 제때에 올바르게 쓰면 기름이 떨어진 차에  기름을
넣어주어 잘 굴러가는 것처럼 금방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  한씨의 경우는 특별히 아픈 곳
이 있는 게 아니고 몸이 전체적으로 허한한 것이기 때문에 '가미천보탕'을 복용케 하였다.
 
    8장 뼈, 치아
  뼈는 골수가 모여 저장되는 곳이다. 뼈가 아플 때 흔히들 뼛골이 시리다. 뼛골이 아프다고
하는 것도 뼈와 골수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뼛골이 아프고  시린 증상은 뼈에 골수가 부
족하여 찬 기운이 뼈까지 스며들기 때문에 나타난다. 결국  뼈가 튼튼하여 아프지 않으려면
골수가 충만해야 하는데, 이  골수와 뼈를 만들어내는 장기가  바로 신이다. 신은  예로부터
'강함을 만드는 기관' 으로 여겨졌다. 뼈를 만들고 근육을  튼튼하게 해서 인체의 골격을 강
하게 해주는 것이다. 물론 신 기능중에서 가장 중요한 작용은 생식과 성장이지만 골격을 강
하게 하는 것 또한 아주  중요하다. 신장이 약한 사람들 가운데는  허리 디스크나 요통으로
고생하는 이들이 많다. 또 발목이나 손목에 힘이  없고 자주 삐는 것도 볼 수 있다.  따라서
특별한 이유 없이 이런 증상에 자주 시달린다면 한번쯤 신 기능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뼈에 병이 생기면 오래 서 있지 못하고 걸을 때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기 시작한다. 또 귀
가 마르면서 때가 낀 것처럼 된다.  이렇게 뼈에 병이 있을 때 귀의  색깔이 나빠지는 것은
뼈와 귀 모두 신장이 주관하는  신체 부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귀가  크거나 귀의 색깔이
좋지 않은 사람은 신 기능의 이상으로 인해  뼈 쪽으로도 병이 오기 쉬우므로 조심해야 한
다. 뼈의 병은 신기에 열이 있을 때도 생기며 외기 중 바람, 습기, 추위, 담에 의해서도 걸릴
수 있다. 신기에 열이 있으면 허리와 잔등을 제대로 펴지  못하고 뼈가 마르면서 골수가 줄
어들어 통증이 온다. 그리고 외기의 나쁜  기운에 상하면 뼈가 시리고 아프다. 특히  추위에
손상되거나 열이 뼛속까지 뚫고 들어가면 다른 통증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굉장히 아프다.
더욱이 이렇게 뼛속까지 병이 들어간 것은 약으로도 치료하기 어렵다.
  그런데 허리 디스크나 팔다리 뼈의 통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체로 얼굴에 광대
뼈가 튀어나와 있다. 한의학에서는 광대뼈를 뼈의 근본으로 생각하는데, 광대뼈가 크면 몸의
뼈도 굵고 광대뼈가 작으면 몸의 뼈도 작다고 한다. 형상의학에 의하면 광대뼈가 나오고 뼈
가 굵은 사람은 타고난 근력이 강하므로 항상 일을 많이 하는 체질로 본다. 이런 체질은 편
안히 앉아서 놀고는 못 배기는 성격이라 언제나 부지런하고  생활력이 강하다. 하지만 이런
성격 때문에 과로하기 쉽고, 또 그것이 원인이 되어 병이 찾아온다. 한의학적으로 말하면 이
를 '노권내상' 이라 한다 즉 뼛골 빠지게 일을 하는 성격  탓에 뼛골이 부실해져서  나타나
는 증상인 셈이다.
  뼈가 굵은 사람들은 젊고 건강할 때는 별문제가 없이 오히려 건강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
지만, 나이가 들고 쇠약해지면 병이 오기 시작한다. 기계도 쉬지 않고 돌리면 빨리 닳는  것
처럼 말이다. 또 덩치 큰 자동차가 연료를 많이 소모하듯이 뼈가 굵은 사람들은 골수,  뇌수
와 같은 수액들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와 관련해 여러 가지 질병이 오기 쉽다. 그 대표
적인 질병으로 골다공증을 들 수 있다. 즉 뼛골이나 전신의 관절들이 아프며, 골절상을 입기
쉬우며, 퇴행성 관절 질환이나 골수 질환 등의 증상이 생긴다. 또 허리와 등이 아프고  뒷목
이 뻣뻣하면서 어깻죽가 잘 아프다. 헛배가 부르면서 소화가 잘 안 될 때도 있고, 때로는 변
비처럼 대변이 시원찮으며, 자주 어지러우면서 귀가 울기도 한다. 그 밖에도 조금만 서 있으
면 정강이가 피곤하거나 쥐가 나며, 나이에 비해 흰머리가 빨리  나는 것도 뼈가 굵은 사람
들에게 오기 쉬운 증상이다. 뼈를 튼튼히 해주는 한약재로는 숙지황이나 오미자, 녹용, 황구
육이 있으며 음식으로는 검은콩, 검은참깨 등 검은색 나는 것들이 도움이 된다.
  뼈가 상하면 치아도 약해지면서 시큰거리거나 아프고 흔들리는 등 여러 가지 불편한 증상
들이 생긴다. 치아는 뼈의 나머지로서, 이것 역시 신의 주관하에 있는 까닭이다. 일반적으로
초콜릿과 사탕 등 단맛이 강한  음식은 치아에 좋지 않다고 하여  굉장히 조심하는데, 이는
뼈를 튼튼히 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왜냐하면 단 것을 많이 먹으면  뼈가 아프고 혈이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치아는 뼈와 마찬가지로 신에 속해  있으므로 신의 작용을 직접적으로  받는다. 아이들의
경우 7-8세가 되어 유치 대신 영구치로 이빨을  가는 자연스런 변화도 신기에 의해 이루어
지는 것이다. 여자는 7세, 남자는 8세가 되면 신 기능이 왕성해지는데 바로 이때 튼튼한  영
구치를 갖게 된다. 그러다가 40세가 되면 신 기능이  쇠약해지면서 치아가 약해지기 시작하
고 65세를 전후로 해서 이빨이  빠진다. 따라서 아이들이 이빨을 갈  무렵에는 칼슘 섭취로
이빨을 튼튼히 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신 기능이 나빠지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 또한 잊어
서는 안 된다.
  신의 원기가 부족해져서 오는 이빨병에는  잇몸이 파이고 이뿌리가 드러나면서  흔들리는
증상이 있다. 또 치아 사이가 자꾸 벌어지는 것은 신 기능이 약해서이다. 치통 증상 역시 신
이 허해서 오는 수가 많으며, 어혈이나 찬 기운 또는 벌레가 먹어서 이빨이 아플 때도 있다.
이빨병으로 고생할 때에는 참기름 같은 기름 종류나 마른 대추는 절대로 금해야 한다. 만약
이를 지키지 않으면 증상이 더욱 심해지며, 낫다가도 다시 도져버린다.
  모든 병이 그렇듯이 치아도 평소에 건강하게 관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데, 다음을 실
천하면 치아뿐만 아니라 전신의 건강까지도 좋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첫째, 매일 새벽에
일어나서 소금 약간과 더운 물을 입 안에 물고 치아를  문지른다. 그런 다음 소금물을 뱉고
나서 아래위 치아를 100번씩 마주 두드린다. 이때 너무 세게  할 필요는 없다. 둘째, 음식을
먹은 다음에는 녹차 등을 진하게 우려낸 찻물로 입을 가신다.  이렇게 하면 입 안이 텁텁하
거나 치아 사이에 낀 찌꺼기가 다 없어진다. 특히 치아 사이에 고기가 끼었을 때 찻물로 양
치하면 굳이 이쑤시개로 후벼 파낼 필요없이 저절로 빠져나온다. 셋째, 아침저녁으로 조용히
앉아 아래위 치아를 마주 두드려주기만 해도 된다. 이 방법은  정신을 맑게 하는 데도 아주
좋다.
  이렇게 치료한다. 골다공증이 나이에 비해 일찍 왔어요. 올해로 60세가 되는 김씨는  병원
에서 골다공증 진단을 받았단다. 키는 150센티미터 정도였고 몸무게는 53킬로그램으로 약간
통통해 보였다. 피부색은 검은 편이었다. "제가 폐경을 좀 일찍 맞았어요. 서른 살에 월경이
끊어졌으니까요. 그래서 그런지 다리도 많이 휘고 골다공증도 나이에  비해 좀 일찍 왔다고
해요." 재작년에는 길을 가다가 삐긋하는 바람에 무릎관절을 다쳐 수술까지  받았다고 한다.
"무릎 수술말고는 수술을 받으신 적이 있습니까?" "수술을 여러 번 받았죠. 딸 때문에 왼쪽
신장을 하나 떼어주었구요, 자궁 쪽으로도 수술을 한번 했어요. 그리고 작년에는 갑자기  칼
슘이 많이 빠져나가 검사를 받아봤더니 부갑상선 있는 데 혹이 생겼다고 해서 그걸 떼어내
기도 했죠."
  김씨는 피부색이 검었는데, 한의학의 관점에서 볼 때 피부색이  검은 사람은 원래 신장이
좋지 않다. 신장이 좋지 않으면 뼈 쪽으로 이상이 오기 쉬운데, 이는 뼈를 주관하는  장기가
신장이기 때문이다. 김씨 역시 신장이 좋지 않아 뼈에 이상이 온 것이다. 더구나 신장을  하
나 떼어냈으니 골다공증이 빨리 올 수밖에 없다. 신장은 하나만 있어도 정상적인 생활이 가
능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건강한 상태라고는 볼 수 없으므로 여러 모로 신경을 쓰는
것이 좋다. 특히 사계절 중 여름철은 신장이 나쁜 사람들에게 아주 고통스런 계절이다. 그러
므로 신장이 나쁜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증상들, 가령 허리와  무릎이 아프다든지 뒷목이 뻣
뻣하면서 어깻죽지가 아프다든지, 어지럽다든지 하는 증상들이 여름철엔 한 단계 더 심해진
다. 칼슘이 빠져나가는 것도 마찬가지다. 신장을 도와주는  기본적인 약으로는 신기환, 육미
지황탕, 팔미환 등이 있지만 이런 약들은 수술 경험이 없는 경우에 권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경우는 왼쪽 신장이 없으니까 '좌귀음'  을 투여하면 전신의 건강이  좋아지면서 여러 가지
불편한 증상들이 없어질 것이다.
  치아가 검은 것도 문제가 되나요? 16세의 한양은 생후 4개월 때 다리가 안쪽으로 구부러
지고 다리 한쪽에 힘이 없어 종합병원에서 검사한 결과 근육 조직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자라면서 저절로 많이 좋아져서  지금은 거의 정상적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두통과 어지럼증이 심해져 우리 한의원을 찾아왔다. "두통이 있고 항상 머리가 무거워요.
그리고 키도 좀 컸으면 좋겠어요."  환자가 이야기하는 모습을 유심히  보고 있는데 치아가
보통 사람들보다 검다는 게 특징적으로 눈에 띄었다. 또 얼굴이 잘 붉어지는 체질이기도 했
다. 몸에 비해 머리가 큰 편이었고, 얼굴에 여드름 같은  것도 많이 나 있었다. 아무래도 신
수기가 부족한 듯싶어 그에  대한 증상을 물어보았다.  "평소에 허리가 좋지  않을 때가 있
지?" "예. 잠자고 일어나면 허리가 뻐근해요. 피곤하면 입냄새가 나기도 하구요." "가끔 어지
러울 때가 있을 것 같은데."  "맞아요, 가끔씩 하늘이 빙빙  돌면서 어지러울 때가 있어요."
"변비가 있지 않니?" "그렇게 심하진 않지만 시원하게 변을 보는 건 아니예요." 한양은 자신
이 말하지도 않은 증상을 내가 먼저 물어보자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아무튼 한양의 경우는 신장 기능이 저하되어 신수기가 부족해지면서 생긴 병증이었다. 한
의학에서 치아는 신에 속하는데, 치아가 검다는 것은 곧 신장이 좋지 않다는 뜻이다. 이렇게
신장이 나쁘면 뼈도 약할 수밖에  없다. 또한 신은 수를 조절하기  때문에 신수가 부족하면
대변도 시원치 않고, 화가 위로 올라가서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다. 따라서 이 경우엔  뼈를
튼튼하게 해주는 약을 써야 하므로 '육미지황환' 을 처방하여 효과를 보았다.
  치아가 너무 아파요. 이가 아프고 욱신거리면서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해 고생하는 노인
들을 주변에서 흔히 보게 된다. 노년에는 신체의 모든 기능이 허약한 상태이기 때문에 통증
이 생길 경우 잘 가라앉지 않는다.  특히 치통은 더욱더 치료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치아는
뼈의 일부분으로 뼈의 일부분으로  뼈는 신장에서 주관하는데, 신장  기능이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진 노인들을 치료하기란  대단히 어렵기 때문이다. 얼마  전 고등학교
동창에게 전화를 받았다. "어머니께서 이가 아파 고생하고 계셔. 치과에 여러 번 다녔는데도
잘 낫지를 않아서..." 칠순이  되신 어머니께서 고통스러워하시는 게  무척 보기 안쓰럽다며
이야기하는 친구에게 어머니를 한번 모시고 나오도록 했다. 며칠  후 친구의 어머니가 찾아
오셨다. "우리 아들이랑 친구라면서요. 그런데 내가  이가 너무 아파서 먹지도 못하고  잠도
제대로 잘 수가 없다우. 나 하나만 고생하면 그만인데  애들까지 덩달아 고생시키니 미안하
기도 해서..." 치과에 가서 신경을 죽이는 치료를 받았지만 그때만 조금 덜할 뿐 통 낫질 않
는다는 것이었다.
  친한 친구의 어머니인지라 각별히 신경이 쓰여 다른 증상들도 자세히 여쭤보았다. 친구의
어머니는 치통뿐만 아니라 오래 전부터 허리도 아파 고생하고 계신다고 말씀하셨다. 치통의
경우 한의학에서는 팔미환, 독활산, 사위탕, 청위산, 옥지환  등을 처방하게 되어 있다. 그런
데 친구 어머니가 뼈가 약해져서 오는 통증으로 판단되었다. 즉 신원이 허해져서 치통이 온
것이다. 이럴 땐 신장을 보해주는 '팔미환'을 처방하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으므로 팔미환
한 제를 지어드렸다. 그러고 나서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친구에게서 고맙다는 전화를 받게
되었다. "요새 어머니께서 아프다는 말씀을 안 하셔.  진지도 잘 드시고, 허리도 괜찮으신가
봐. 고맙다. 내가 다음에 저녁 한번 사마." 이렇듯 모든 통증에는 원인이 있게  마련이다. 노
인들의 고질적인 치통도 근본 원인을 알아내 처방하면 나을 수가 있는 것이다.
  기운이 빠지면서 낮이면 꾸벅꾸벅 졸곤 해요. 바짝 마른 체형의 서씨는 이유 없이 기운이
빠지고 낮이면 졸음이 와서 견디기 힘들다고 했다. 이  환자는 양성음허형으로 근육보다 뼈
위주로 된 체질이었다. 우선 환자가 호소하는 피로감의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몇 가지 질문
을 했다. "성격상 일을 대충대충 못 넘기고 항상 일을 하는 편이죠?" "네. 다른 사람이든 저
든 가만히 있는 꼴을 못 봐요. 다른 사람이 하는 일도 맘에 들지 않으면 제가 가서 직접 참
견할 때도 있어요." "평소 깊은 잠을 못 이룰 것 같네요. 성생활도 자신이 능력보다 좀 무리
하시는 편이구요." "그걸 어떻게 아세요?"
  서씨와 같은 양성음허형들은 아무리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다. 또 성격상 강단이 있
고 아주 부지런해서 늘 일에 파묻히는  형이다. 하지만 그렇게 때문에 탈이 생기게  되는데,
한번 병이 들면 크게 앓는다. 겉에서 거치는 것 없이 바로 몸 속 깊이 들어가버리기 때문이
다. 그 밖에 서씨가 호소하는 증상으로는 목에 가래가 끼고, 오래 일을 하고 나면 허리를 못
펼 정도로 뻐근하고 무릎도 가끔씩 아프다는 것이다. 식욕도 별로 없고, 특히 땀을 많이  흘
린다고 하였다.
  이 중에서 땀을 흘리는 증상은 아주 좋지 않은 징후였다. 마른 체질은 원래 땀이 별로 없
어야 정상인데, 땀을 많이 흘린다는 건 진액이 몸밖으로 빠져나온다는 얘기다. 진액이란  자
동차의 기름과 같은 것으로, 서씨의 경우 진액이 빠져나오니  허리와 어깻죽지가 아프고 피
부가 건조해지며 목에 가래가 끼는 것이었다. 그래서 뼈에 기름을 쳐주기 위해 '가미신기탕'
을 처방하였다. "이 약은 뼛골에 기름을 치는 것입니다. 환자분께선 병이 깊이  들었으니 이
약을 꾸준히 드시고 치료하셔야 해요."
  변비 때문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사람이 먹기만 하고 배설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물어볼 필요도 없는 질문일  것이다. 특히 노인들의 경우엔  대소변의 상태가 전신의
건강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노인성 변비는 진액이 고갈되어 나타나는 현상으로, 이로  인
해 중풍이 올 수도 있고 치매에 걸릴 수도 있으므로  한시라도 빨리 치료해야 한다. 하지만
서둘러 치료한다고 해서 기력이 약한 노인들에게  함부로 설사시키는 약을 쓰면 절대로  안
된다. 그러다가 자칫 위기가 손상되면 오장육부의 기능이 완전히 떨어져서 다시 회복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가장 좋은 치료법은 진액을 보충시켜주는 보음약을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다.
즉 가미보중익기탕이나 보음익전, 소풍순기환, 가미사물탕 등을 체질에 맞게 꾸준히  투여하
면 전신의 건강이 좋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배변 기능이 순조로워진다.
  72세의 전씨 할머니도 노인성 변비  때문에 무척이나 고생을 하시던  경우였다. 광대뼈가
크고 뼈대가 굵으며 귀가 크고 잘생긴 전씨 할머니는 소화가  잘 안 되었고 변비가 심했다.
또 기침과 가래가 늘 끊이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전씨 할머니의 경우는  뼈가 굵은 것으로
보아 뼈를 구성하는 영양소,  즉 정수와 골수가 부족해서  그런 것으로 판단되었다.  그래서
'가미지황탕'을 처방해서 3개월 동안 복용했는데, 그후로는  대변이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가
래도 많이 없어졌다고 기뻐하셨다.
  이처럼 노인성 질환을 미리 예방하기 위해선  대소변의 상태를 잘 관찰하여 이상이  있을
경우 즉시 치료해야 한다. 집에서도 변비를 치료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이 있어 소개해본다.
일명 '소마죽' 이라고 하는데, 소자와  마자인을 같은 양으로 가루낸  다음 거기에 쌀가루를
넣고 죽을 쑨다. 이것을 꾸준히 먹으면 변비가 해결되면서 건강도 좋아진다.
 
    9장 근육
  근육이 아프다 또는 근육이 땅긴다고 해서 대개는 근육을 하나로 생각하지만  한의학에서
는 근과 육을 서로 달리 본다. 근은 힘줄이요 육은 말 그대로 살을 뜻한다. 무릎을 구부렸다
폈다 하지 못한다거나, 이른바 '쥐가 났다' 고 하여 경련이  일어나는 것은 근(힘줄)의 작용
이 좋지 못해서이다. 그리고 뚱뚱한가 마른가 하는 것은 육(살)의  문제와 연관된다. 힘줄과
살의 구분은 다이어트를 할 때도 매우 중요하다. 좋은 다이어트란 전체적으로 살이 빠져 몸
매가 날씬해지면서 동시에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런데 날씬해지고 싶다는 욕심에만 눈
이 어두워 무조건 굶는다거나 지나칠 정도로 운동을  하면 살은 약간 빠질지 모르지만  힘
줄이 상하고 만다. 무릎을 비롯해 관절들이 아프고  땅기며 경련이 일어날 수도 있다. 손발
을  잘 놀리지 못하면서 걷는 것조차 불편해지기도 한다. 한의학에서 근과  육을 나누어 보
는 것은 근육을 주관하는 장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근을 주관하여 몸의 힘줄을 생기게 하는
곳은 간이며, 살을 주관하는 곳은 비위다.  따라서 간이 병들면 힘줄이  경련을 일으키거나
아프다.
또 비위에 나쁜 기운이 들어가면 살에 병이 나서 고통을 받는다.
  먼저 간과 힘줄의 관계부터 알아보자. 힘줄은 땅기면서 불편한  것은 간기에 열이 있어서
인데, 이때는 담즙이 나오므로 입맛이 아주 쓰다. 이런 증상은 주로 생각은 많지만 일이  뜻
대로 되지 않아 고심하는 사람이나  성생활을 지나치게 하는 사람에게서  나타난다. 그리고
흔히 '쥐가 났다' 고 말하는 증상은 힘줄에 혈액이나 진액이  부족해서 경련이 일어나는 것
으로, 바로 이 혈액을 저장하고 공급하는  장기가 간이다. 힘줄과 살이 푸들거리는 현상  역
시 혈이 부족하여 힘줄에 영양분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해서 생기는  것이다.  간혹 힘줄에
경련이 일다가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경우도 있다. 보통  사람들로선 무척이나 놀랍고 무서
운 증상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화열을 없애는 약만 쓰면 금방 낫는 병이다. 이는 열이 너
무 지나쳐서 풍이 온 것으로, 풍과 화가 서로 억눌러서 정신을 잃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굳이 한방 처방이랄 것까진 없지만 다리와 무릎의 힘줄이 땅기면서 아플 때 아주 좋은 방
법이 있어 이를 소개한다. 우선 큰  모과를 준비하여 술과 물을 섞은 것에  넣고 푹 무르게
익을 정도로 달인다. 그런 다음 이것을  갈아 고약처럼 만들어 아픈 부위를 감싸주면  된다.
모과 고약을 처음 붙일 때는 뜨겁게 해야 하며, 이것이 식으면 다시 바꿔 붙이도록 한다. 하
룻밤에 3-5번 정도 바꿔 붙이면 된다.
  힘줄과 달리 살은 비위에 속한다. 그래서 비장이 허하면 살이 많이 빠진다. 비장은 위에서
받아들인 음식물을 소화흡수하여 인체 곳곳으로 운반하는 기능을 담당하는데, 이 기능이 원
할치 못하므로 당연히 살이 빠지는  것이다. 하지만 몸이 말랐다고 해서  반드시 병이 있는
건 아니다. 본래부터 마른 사람은 그 개인의 체질인바. 이렇게 뼈만 있고 살이 없는  체질을
한의학에서는 혈허유화형이나 음허형, 또는 담체라고 한다. 오히려 선천적으로 마른  체질들
은 비위도 튼튼하고 강단이 있어서 평소엔 잘 아프지 않는다.  그러나 한번 병이 들어 아프
기 시작하면 큰병이 오기 쉬우므로 조심해야 한다.
  이와 반대로 살찐 사람이 갑자기 여위면서 음식을 달가워하지 않는 게 병이다. 병을 앓고
난 뒤에 몸이 몹시 수척해지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특히 뚱뚱한  체질의 사람들은 비위의
기능을 손상시키기 않도록 올바른 식습관을  가져야 한다. 뚱뚱한 체질은  기허습담형 또는
양허형이라 해서 양기가 허하고 습기에 잘 상하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체질상 잠이 많으며
낮에도 꾸벅꾸벅 잘 졸고, 관절염이나 담음증 등에도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위무력증도  있
어서 평소 과식하지 않으면 괜찮지만 자기 양보다 조금 더 먹었다 싶으면 금방 거북해지고
소화가 안 된다. 따라서 아침은 많이,  저녁은 적게 먹는 조반석죽의 원칙을 반드시  지켜야
하며, 식후에 곧바로 드러눕기나 일을 해서는 안  된다. 식사 후에 200-300보 정도 것도 비
위의 기능을 도와주는 아주 좋은 방법이다. 생것, 날것, 찬 것도 되도록 피하도록 한다. 만약
이를 오랫동안 계속 지키지 않으면 식적(먹은 것이 소화되지 않아  생기는 적)으로 인한 여
러 가지 증상들이 발생한다. 식적복통, 식적설사, 식적요통 등이 그러하며,  식궐증이라 해서
간질 비슷하게 별안간 혼수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이렇게 치료한다. 다리를 구부렸다 펴지를 못하겠어요. 51세의 박씨는 아들에게 부축을 받
으며 진료실로 들어섰다. 방금 정형외과에 들러 검사 결과를 보고 오는 길이라는데,  검사상
으론 아무 이상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걷는 모양새나  의자에 앉을 때 몹시 힘
에 부쳐하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병이 꽤 깊은 듯했다. "이렇게 된 지는 한두  주쯤 됐어요.
등산 갔다 와서 바로 김장을 했는데 그때부터 갑자기 다리가 아프기 시작하는 거예요. 오금
을 못 펼 정도로요." 다리의  어느 부위가 많이 아프냐고 묻자  주로 뒤쪽하고 양 측면으로
통증이 느껴진다고 했다. "다리를 구부렸다 폈다 할 때 펴기가 더 힘듭니까,  아니면 구부리
기가 더 힘듭니까?" "않았다 일어날 때 굉장히 아프니까 구부리는 것보다 펴는  게 더 힘들
다고 봐야죠."
  박씨는 뼈가 굵은 사람이므로 원래 뼈 쪽으로 병이 오게  되어 있다. 그런데 다행히도 뼛
속까지는 병이 들지 않은 모양이었다.  왜냐하면 구부렸다 펴지 못하는 건  근육에 병이 든
것이고, 폈다가 구부리지 못하는 건 뼈에  병이 든 것이기 때문이다. 박씨는 구부렸다  펴는
것이 더 힘들다고 했으니 뼈의 병이 아니라 근육의 병이다. "관골이 불그스름한데 언제부터
그랬습니까?" "전 폐경이 굉장히 빨리 왔거든요. 한 7, 8년쯤 되는데 그때부터 그런 것 같아
요." 폐경 후 광대뼈 부위가 불그스름해지는 것은 대개  조열 증상이라 그에 대해 물어보았
다. "얼굴에 열이 훅 났다 식었다 하지 않습니까?" "아니오." "그럴 리가 없는데요.  우선 맥
부터 봅시다." 맥이 간에 떨어지는 것으로 보아 분명 조열 증상이 있을 터였다. 그런데도 증
상이 없다는 건 뭐든 약을 먹고 있다는 의미였다.  "혹시 약 드시는 게 있나요?" "3년 전에
산부인과에서 갱년기 검사를 받았는데 병원에서 호르몬제를 줘서 계속 먹고 있어요."  바로
그게 문제였다. 배씨는 나이에 비해 너무 일찍 폐경을 맞았다. 다시 말해 다른  사람보다 노
화가 빨리 왔다는 뜻이며, 이로 인해 조열 증상이 생겨 광대뼈 부위가 불그스름하게 변했던
것이다. 조열은 피를 말리는 것이므로 매우 좋지 않은 증상이다. 그런데 피를 저장해두는 간
은 근육을 주관하므로 피가  마르면서 근육에 이상이 온  것이다. "당장 호르몬제를 끊으십
시오. 조열은 피를 말릴 뿐만 아니라 뼈에 있는 진액을 말리기도 합니다.  호르몬제는 조열
증상이 나타나는 걸 임시로 꺼주는 기능을 할 뿐입니다. 일종의 진통제라 할 수  있죠.
그러니 병을 치료하는 것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을뿐더러, 호르몬제를  끊으면 바로 조열 증
상이 나타날 겁니다. 물론 증상이 전보다 더 심해지죠." 이렇게 우선 호르몬제를 끊게 한 후
허로로 인한 조열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가미인삼양영탕'  을 처방했다. 처음에는 호르몬제
를 끊은 후유증으로 조열 증상이 더 심해졌다. 하지만 곧 불편한 증상들이 조금씩 사라졌다.
그리고 원래 추위를 많이 타고 땀을 많이 흘리는 체질이었는데 그것도 나아졌다며 온 가족
을 데려와서 치료를 부탁하는 것이었다.
  아킬레스건이 끊어졌어요. 52세의 남자 환자인 이씨는 눈썹이 진한 편이었으며 눈은 안으
로 푹 꺼져 들어가 있었다.  그는 운동을 하는 도중에 오른쪽  발목의 아킬레스건이 끊어져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수술 결과가 그다지 좋지 않아 한의원을 찾게 되었
단다. 그의 모습 중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눈썹이 진하다는 점이었는데, 눈썹이 진한  사람
은 대체로 간이 좋지 않다. 맥도 역시 간에 떨어졌으며, 환자도 지방간 수치가 높고 간 기능
이 좋지 않다고 얘기했다. 
  이 환자는 팔다리가 길고 몸매가 늘씬한 목체형인데 원래 강단이 있고 건강한 편이다. 하
지만 무슨 일이든 꼼꼼하고 성실하게  처리하는 성격 때문에 항상 몸에  무리가 온다. 이런
이유로 온몸의 기능이 전반적으로 약해지면서 간 기능도 저하되는  것이다. 간은 우리 몸에
서 근육과 인대를 주관하는데 간 기능이 저하된 상태에서 운동을 했으므로 아킬레스건이 끊
어진 것이다. "허리가 아프지는 않습니까?" "전에  허리를 다친 적이 있는데 운동을 하면서
많이 나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위로 올라가는지 허리 위쪽으로 전체가 아파요. 몇 해 전부터
등판하고 어깨가 쑤시면서 아파서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예요.  전신이 뻐근하고 눈뿌리가 아
프고 심할 땐 뭔가가 올라오는 것 같아요. 또 오래 전부터 코가 막히고 비염이 있더니 누런
농 같은 것도 흐르네요. 아무래도 축농증이 아닌가 싶어요. 이런저런 증상으로 약을 많이 먹
으니까 알레르기 증상도 나타나구요."
  양약을 먹었을 때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간의 해독 작용이 순조롭지  못해서이
다. 그리고 누런 콧물이 흐르는 이유는 병이 워낙 오래되어 뇌수가 흘러나오는 것으로 보였
다. 이 환자의 경우 간 기능이 저하된 이유는 아무래도 신장 쪽에 이상이 있어서 그런 듯싶
었다. 한의학에서는 수생목이라고 하여 수에  해당하는 신장이 좋아야 목에  해당하는 간이
건강하다고 본다. 그런데 이씨는 소변을 시원하게 보지 못하고  음낭 밑이 축축하다고 했으
므로 신장이 좋지 않은 게 분명했다. 이럴 땐 신수기를  돋워주면 간 기능이 좋아진다는 원
리하에 '신기환'을 처방했다. 더구나 오른쪽 다리의 이상은  신장이 약해서 나타난 것이므로
이 약은 더욱 효과가 좋았다.
  근육이나 뼈가 부러지거나 끊어졌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양방에만 의존한다. 하지만 한
방으로도 매우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바이올린 실기 시험을  일 주
일 앞두고 손가락이 부러진 고3 수험생이 있었는데 한약으로 치료해 무사히 시험을 치르게
한 적이 있다. 정형외과 의사도 놀랄  정도였다. 이러한 한방의 놀라운 효과가 잘못된  편견
때문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 걸 보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10장 팔다리, 손발
  팔은 어깻죽지, 팔죽지, 팔굽, 팔뚝, 손목까지를 말하며 다리는 넓적다리, 허벅지, 무릎, 종
지뼈, 장딴지, 정강이를 가리킨다. 인체 중에서 팔과 다리 그리고 손은 모두 양의 근본이 된
다. 그래서 항상 가만히 있질 못하고  움직이려 하며 힘쓰기를 좋아한다. 만약 이와  반대로
팔다리와 손에 힘이 없으면서 나른하고 자유자재로 움직이지 못한다면,  이는 곧 건강에 적
신호가 켜졌다는 얘기다. 팔다리를 쓰지 못하고 나른하면서 아픈 것은 비위의 정기가 잘 돌
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비와 위는 막을 사이에 두고 서로  접해 있으면서 진액을 돌리는 기
능을 하는데, 이것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팔다리가 음식물의 기를 받지  못해 힘줄과 뼈와
살에 기운이 빠지게 된다. 흔히 임상에서 환자를 치료하다보면 팔과 다리에 부종이 올 때는
얼굴이 누렇게 되면서 소화불량 증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즉, 비위의 작용이 곧바로 팔다
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특히 소화를 담당하는 비장의 역할은 아주 중요하다. 비장의 기능이 실해도, 또 허해도 팔
다리 병이 온다. 비장이 실하면(기능이 이상 상태로 항진된 것) 팔다리를 들지 못하는데, 이
병은 기름진 음식을 너무 많이 먹었을 때 생긴다. 비장이 허해(기능이 이상 상태로 약한 것)
팔다리를 쓰지 못하는 건 위로 진액을 잘 돌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때는 '십전대보탕' 등
으로 정기를 보해주어야 한다. 이렇듯 팔다리와 비장의 관계는  소화 작용이라는 연결 고리
를 중심으로 밀접하게 이어진다. 비장이 건강해야 음식물을 잘 소화시켜 팔다리가 튼튼해지
고, 동시에 팔다리를 자주 움직여주고 운동을 해야 비장의 소화 기능 역시 좋아진다. 선천적
으로 비장이 아무리 튼튼하다고 해도 매일 음식만 먹고 팔다리를 움직이지 않은 채 누워 있
다면 음식물이 제대로 소화될 리 없다. 식후에 잠깐이라도  산책을 하면서 팔다리를 움직여
주라는 얘기도 바로 그 때문이다.
  한의학에서 팔다리는 성체의 근본이라 했다. 이 말은 팔다리를 잘 움직여 소화 작용을 원
할히 하면 음식물로부터 충분한 기를 받아들여 건강한 몸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음식은 팔다리가 편안히 쉬어야 하는 저녁이나 밤에는 먹지 않는 게 좋고, 본격적으로 활동
하기 시작할 무렵인 아침에는 많이 먹어야 좋다. 또 아침에  먹을 때는 잠자리에서 금방 눈
을 뜬 직후에 먹는 것이 아니라,  조금 일찍 일어나 하루 일을 생각한  다음에 식사를 하면
더욱 좋다. 가벼운 아침 체조 후에 밥을 먹으면 꿀맛처럼 단 것도 팔다리의 소화 작용이 원
활해져서이다. 팔다리 병은 주로 비위와 관련해서 오지만  담음이나 신경성, 기혈 순환장애,
과음, 풍한습에 의해서도 불편한 증상이 생긴다. 담음이 원인으로 아픈 경우는 팔다리와  가
슴, 잔등, 허리, 엉치 등으로  은근하면서도 참기 어려운 통증이  느껴지면서 힘줄과 뼈까지
땅긴다. 이것은 담이 중완에 막혀서 비기가 잘 돌지 못하기 때문이다. 술을 너무 많이  먹는
사람도 흔히 팔이 아파오는데, 이때는 목덜미까지 부어오른다.
  팔다리만이 아니라 손바닥을 통해서도 위의 상태를 알 수  있다. 손등보다 손바닥이 유난
히 뜨겁고 열이 나면 위가 별로 좋지 않다는 얘기다.  따라서 손바닥이 뜨거운 사람은 특별
히 식습관에 주의해야 하고, 위의 기능을 잘 다스려주어야 한다. 또한 감기에 걸렸을 때  손
바닥이 뜨거운 것은 나쁜 기운이 속에까지 들어갔다는 뜻이므로 반드시 전문의에게  진찰을
받아야 한다. 손바닥보다 손등이 더 뜨거운 건 나쁜 기운이  아직 몸 속까지는 들어가지 않
은 것이므로 함부로 해열제를 쓰거나 독한 약을 복용하지 않는 게 좋다.
  손바닥과 손등, 손톱으로 구성되어  있는 손의 중요성은 최근에  유행하고 있는 수지침을
통해서도 익히 잘 알려져 있다.  수지침은 인체를 자연이라는 대우주의  축소판인 소우주로
보는 생각을 밑바탕에 깔고, 인체의 각 부위에 해당하는  손의 지점을 자극함으로써 병증을
치료한다. 이 방법은 다른 침에 비해 부작용이 적고 일반인들도  손쉽게 배울 수 있다는 점
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병 치료에 가장 중요한 것은 병증의 원인을 정확히 가려
내는 일인데, 이는 전문의가 아니고는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문제이다. 일반인들이  수지침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은 분명 경계해야 할 일이다.
  굳이 수지침이 아니더라도 손을 쥐었다 폈다 하는 동작이니 두 손을 마주 비비는 것만으
로도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런 동작을 수시로  하면 손바닥에 있는 경혈들을 자극하
여 기혈이 잘 돌아간다. 발 역시 평소 안마를 잘 해주면 건강에 매우  좋다. 특히 용천혈(발
가락을 모두 오므렸을 때 발바닥 앞쪽으로 움푹 들어가는 곳)을 중심으로 자주 주무르면 두
통이나 구토, 설사, 고혈압 등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된다. 발의 건강을 위해서는 매일
발을 닦아 청결 유지와 함께 혈액 순환이 잘 되도록 하고, 언제나 따뜻하게 해주면 좋다.
  마지막으로 손톱에 대해 알아보자. 손톱은  간담의 영화를 누리는 곳이다. 따라서  간담이
허하면 손톱이 얇고 윤기가 없으며 잘 부러진다. 이런 손톱을  가진 사람은 무서움을 잘 타
고 목에서 가래가 자주 끓으며 편도가 많이 붓는 특징이 있다. 이는 모두 간담이 허해서 오
는 증상이므로 적절한 처방이 필요하다. 손톱으로 건강 상태를  알아보는 손쉬운 방법이 있
다. 우선, 한쪽 손톱을 다른 쪽 손의 손톱으로 꽉 누른다. 그런 다음 누른 부위가 하얗게 변
했다가 손을 떼면 금방 원래의 붉은빛으로 돌아와야 건강이 좋은 것이다. 만약 다시 붉은빛
으로 되지 않거나 돌아오는 속도가 너무 늦으면 건강 역시 좋지 못한 수가 많다.
  이렇게 치료한다. 위 절제 수술을 받았는데 장딴지에서 자꾸 쥐가 나요. "5년 전에 대학병
원에서 위 절제 수술을 받았습니다. 그후부터 음식을 먹기도 힘들고 소화도 잘 안 돼요.  게
다가 이상하게도 장딴지에서 자꾸 쥐가 나네요. 언젠가는 길을 걷다가 갑자기 쥐가 나서 한
참을 길거리에 그대로 서 있던 적도 있어요." 현재 교수로 재직 중인 이씨가 진료실을 찾아
온 것은 지난해 가을이었다. 수술 후 여러 증세로 시달리면서 이곳저곳에서 한약도 많이 썼
지만 별 효과가 없었단다. 그러다 우연히 동료 교수의 소개로 나를 찾게 되었다고 한다.  먼
저 어떤 증상 때문에 위  절제 수술을 받았는지 물었다. "수술하기  전에 가끔 술을 먹으면
새벽 두어 시부터 계속 물만 토하는 증세가 지속되었죠. 그리고  나서 얼마 후에 외국에 나
갔는데 거기서 아주 심한 감기로  엄청 고생을 했어요. 그때부터 참지  못할 정도로 대변을
보고 싶을 때가 자주 생기곤  했죠. 아무래도 이상하다 싶어 병원에서  검사를 받으니 위에
상처가 많이 났으니까 수술을 해야겠다고 그러더군요." 이씨의 맥을 보니  대장에 떨어졌다.
맥이 대장에 떨어졌다는 건 선천적으로 대장이 좋지 않다는 뜻이다.
  결국 이씨는 위보다 대장 쪽이 더 좋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대장이 정상적으로 빨아들이
는 기능을 제대로 못 하니 그 위에 있는 위장이 함께 고장난  것이다. 대변이 참지 못할 정
도로 급한 것도 대장이 나빠서 일어난 현상이었다. "수술 전에 비해 몸이 많이 피곤하고 만
사가 귀찮기만 해요." 이씨는 수술 후의 증상들이 좋지 못한 것에 대해 걱정이 많았다. 그러
나 한의학의 관점에서 볼 때 당연한 현상들이었다. 위는  팔다리를 주관하는 장기이므로 위
의 상태가 좋지 않으면 팔다리,  어깨, 무릎 등이 아프다. 또  장딴지에서 쥐가 나는 경우가
많다. 팔다리, 어깨 등이 아프니 사지에 기운이 빠지면서 피곤하고 만사가 귀찮을 수밖에 없
다. "다른 곳에서도 약을 많이 썼지만 효과가 없었다고 하셨죠?  그건 아마도 위에 바로 작
용하는 약을 써서 그런 것 같습니다. 이선생님처럼 위가 좋지  않은 경우엔 막바로 위에 작
용하는 약을 쓰면 효과를 볼 수 없지요. 그보다는 약이 심폐에서 작용하여 간접적으로 위에
가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이씨의 걱정은 계속 이어졌다. "병원에서는 제가 체질적으로 위가 잘 자라지 않는다고 하
더군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위가 거의 자라지 않는 상태라는 거예요. 그리고 요새는 감기도
자주 앓아요." 오행상 토생금이라 하여 토에 해당하는 비위가 건강해야 금에 해당하는 폐가
좋아지는 법이다. 이씨같이 비위가 약한 사람은 토생금의 작용이 원활하지 못하므로 감기에
자주 걸린다. 나는 걱정이 많은 이씨를 위해 몇 년 전 치과의사 한 분이 이씨와 같이 위 절
제 수술을 받은 후 피부가 가려워 손을 댈 수 없을 만큼 예후가 좋지 않았는데도 약을 써서
회복되었다는 얘기를 들려주며 안심시켰다. "가루약으로 조제해드릴 텐데  한 달 정도 드시
면 많이 호전될 거예요. 그런데 주의하셔야 할 점이 있습니다. 위와 장의 병은 특히  회복기
에 신경을 많이 써야 완치될 수 있어요. 조금 병이  나았다 싶으면 환자들은 음식을 조심하
지 않게 되어 꼭 고생하곤 합니다. 그러니까 제가 말씀드리는 것을 항상  지키도록 하세요."
나는 이씨에게 몇 가지를 당부하며 반드시  지키도록 했다. 첫째, 아침은 많이 먹고  저녁은
조금 먹을 것. 둘째, 식사 후에는 반드시 200보 내지 300보를 천천히 걸을 것.  셋째, 음식을
급하게 먹지 말 것. 넷째, 식사를 할 때는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먹을 것. 그리고는 심
폐에서 작용하는 '가미삼령백출산'을 가루약으로 지어 복용케 했다.  깊은 병이라 치료 기간
이 좀 걸리긴 했지만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었다.
  허벅지와 장딴지 뒤쪽이 쥐나는 것처럼  땅겨요. 올해 28세인 성씨는 한  달 전에 축구를
하다가 엉덩이 쪽의 뼈를 삐끗했는데 밤에  자고 일어나니 통증이 허리로 올라오고  그것이
여태까지 계속된다고 호소했다. 또 허벅지와 장딴지 뒤쪽, 발바닥이 마치 쥐나는 것처럼  땅
긴다는 것이다. 성씨는 배가 약간 나오고 전체적으로 퉁퉁한 편이었다. "허리와 엉덩이가 굵
은 체형이군요. 밥을 먹을 때 급하게 먹는 편이죠?" 허리  고통을 호소하던 청년은 내 질문
이 좀 황당했는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해를 돕기 위해 나는 동의보감을 펴 보이며 천
천히 설명했다. "여기 보세요. '정강이는  비위에 속함' 이라고 되어 있죠?  환자분의  맥을
짚어보니 맥이 비위에 떨어졌어요. 쉽게 말해서 비위가 좋지 않다는 뜻입니다. 지금  환자분
께서 겪고 있는 증상은 모두 위장과 관련되어 나타나는 겁니다. 비위가 약해 장딴지도 땅기
고 허벅지도 좋지 않은 거예요."
  손을 만져보니 손등보다 손바닥이 더 뜨거웠다. 이 역시 비위의 기능이 좋지 않음을 말해
준다. 사법고시를 준비 중인 성씨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그런지 소화도 안 되고 트림을
많이 하며 땀도 꽤 많이 흘린단다. "혹시  쓰러진 적은 없나요?" 성씨는 쓰러지지 않았느냐
는 말이 이상했는지 어리둥절해했다. "건장한 청년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게 좀 이상하게 들
릴지 모르겠지만, 환자분 같은 체질은 위장이 좋지 않기 때문에 갑자기 쓰러질 수 있습니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식궐증이라는 거죠. 지금 공부 중이라니까 야참 같은 걸 많이 먹을 텐데
그렇게 저녁에 음식을 많이 먹거나 폭식을 하면 위장 기능이 아주 나빠지면서 혼절을 하는
거죠. 물론 반드시 일어나는 일은 아니지만 평소 주의하셔야 합니다."  그리고는 얼마  전에
성씨와 똑같은 증상으로 쓰러졌던 어느 목사님의 얘기를 들려주었다.
약을 지으러 왔을 때 쓰러지는 걸 조심하라고 당부하자 반신반의하는 표정을 지었는데 그로
부터 얼마 후에 정말로 쓰러졌던 것이다. "혹시 공부하면서  자신이 노력한 것에 비해 결과
가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할 때가 많지 않나요?" 그렇게 물어보자 청년은 열심히 노력하지만
결과가 그만큼 나오지 않아 무척 안타깝다고 하였다. "환자분은 겉보기에 체격은 좋지만 다
른 사람에 비해 체력이 약한 편입니다.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선 무엇보다 체력을 보충해주
는 게 급선무죠." 나는 식궐증 증세를 보이는  성씨의 체질에 맞추어 '가미육군자탕'을 처방
하였다. 증상이 한결 가벼워졌다며 약을 한 제 더 지어가겠다고 찾아온 성씨의 얼굴이 밝아
보였다.
  허리가 한쪽으로 휘고 잘 펴지도 못해요. "저희 남편이 한 달 동안 허리를 제대로 펴지도
구부리지도 못해요. 자꾸 아프다고 하면서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모 방송국에 출연하면
서 알게 된 박교수로부터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얼른 환자를 데려와보라고 하자 그날 오
후에 부부가 같이 내원하였다.
  환자는 올해 44세로, 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란다. 눈썹이 진하고 얼굴이 통통하며 배에 살
이 찐 전형적인 양명형이었으며 전체적으론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인상이었다. 맥은 비장에
떨어지고 있었다. 곁에 있던 박교수가 덧붙이길, 남편은 원래 남의 말을 잘 믿지 않는  성격
인데 얼마 전에 10년 동안 고생하던 딸의 피부병이 이곳에 다녀간 후로 많이 좋아진 걸  보
고는 오게 되었단다. 환자는 허리가 한쪽으로  휘고 잘 펴지도 못했으며, 걸음도 제대로  못
걸었다. 증상이 얼마나 심했던지 진료를 하는 몇 분 동안에도 몹시 힘들어하면서 땀을 뻘뻘
흘리고 손까지 떨었다.
  "병원에 가면 분명히 수술을 하자고 그럴 것 같아서 한 달 동안 꼼짝않고 누워 있기만 했
어요." 그는 밥을 먹으면 노곤해지면서 눕고 싶어지고, 늘 대변과 소변이 시원치  않다고 했
다. 그는 털이 많고 얼굴이 붉었는데 그것으로 습열이 많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런 경우 흔하
게는 '당귀점통탕'을 투여하게 된다. 하지만 그의 경우는 좀 달랐다.  다리를 약간 저는  것
으로 보아 풍한습에 의한 허리다리병으로 판단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몇 가지 질문을 더 해
보았다. "이 병을 앓기 전이나 앓는 동안 감기 몸살로 고생한 적이 있습니까?" "네. 감기 몸
살을 심하게 앓은 후부터 허리와 다리가 아프기 시작했어요.  추나 치료를 받아보기도 했는
데 오히려 치료 후에 증상이 더 심해졌죠." "열이  나면서 골이 아픈 적은 없나요? 이걸 한
의학에선 장열두통이라 하거든요." "감기에 걸렸을 때 그런 것 같아요." 그리고 관절마다 여
기저기로 돌아다니며 아플 때도 있었단다. 가끔 쥐가 날 때도 있고 아랫배가 불쾌하면서 가
슴이 두근거리고 숨이 차며, 햇빛을 싫어하고 속이 메슥거린다고 하였다.
  이런 증상들로 미루어보건대 풍한습에서 오는 각기병으로  판단되어 '대황좌경탕'을 투여
했다. 대황좌경탕은 무척 신기한 약으로, 양명형의 사람이 허리다리가 붓거나 대소변이 시원
찮을 때 복용하면 놀라운 효과를 볼  수 있다. 우선 대황좌경탕을 체질에 맞게  지어 한 제
를 복용케 하였다. 얼마 후에 치료 도중 신기하게 허리다리병이  나았다며 부인에게 감사의
전화가 걸려왔다. "남편의 증상이 많이 좋아졌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손목에서 팔꿈치까
지 너무너무 아파요. 한의원을 찾는 환자들 중에는 무턱대고  침을 놓아달라는 사람이 더러
있다. 40세의 주부인 안씨 역시 그런 경우였다. 손목이 삐끗했는데 팔꿈치까지 아프고  저리
다고 했다. 하지만 아픈  양상을 보니까 삐어서 아픈 게 아니고  신경성, 즉 화에 의해 나타
난 증상이었다. 이럴 때는 약으로 치료해야지 침을 맞아보았자 아무 소용이 없다. 그래서 마
치 화두를  던지듯 "이 세상에 내 뜻대로   되는게 하나도 없지요?" 하고 물음을 던져보았
다. 그랬더니  아니나다를까 "선생님이 어떻게  제 마음을 그리   잘 아신대요?" 하는 대답
이 돌아왔다. 병의 원인이 신경성이었으므로  팔뿐만 아니라 어깨까지 다 아플 것이었다. 그
리고 소화불량 증세도 분명  있으리라 짐작되었다. "신경성  소화불량이  있으시죠? 기분이
좋지 않으면 차라리 굶어버려야지 억지로 먹으면 목에서 가슴까지 꽉 막힐 겁니다. 또 위에
서 꾸르륵꾸르륵 소리가 날 때도 있고, 목에 가래가 끼면서 눈물을 잘  흘리기도 하구요." "
네에, 사는 게  답답하고 항상  무기력해요. 제가 원래  좀 예민한  편이거든요."  "그렇죠?
감정의 기복이 큰데다 자존심이 강해서 남이  하는 소리를  잘 못 들을 겁니다.  그게 바로
이 병의 원인이에요. 신경이 예민한 사람은 감정이 맺히면 어깨와  팔 그리고 등 같은 데가
아프기 쉽죠."
  "사실은 팔과 어깨 통증 때문에 정형외과에 꽤 오랫동안 다녔어요. 그런데 원인을 모르니
물리치료나 받아보라고 하더라구요. 물리치료도 하고 약도 먹고 별짓을 다했지만 도통 낫지
를 않는 거예요. 그래서 침이나 한번 맞아볼까 하고 이렇게 들렀죠. 그럼 나을 수 있다는 말
씀이세요?" "물론이죠. 원인이 분명하니까 당연히 치료법도 있는  겁니다." 한의학에 따르면
'남자는 양에 속하여 기가 흩어지기  쉽고, 여자는 음에 속하여 기가  울체되기 쉽다.' 이는
여자의 경우 기병에 걸리기 쉽다는 말이다. 기병이란 스트레스, 즉 화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화를 풀어주면 잘 낫는다. 이렇게 신경성 화에 의해 팔과  어깨에 심한 통증을 느끼던 안씨
에게는 '백계자산'을 처방했다. 두 번째로 내원했을 때는 통증도 사라지고 맥도 현저히 좋아
졌다.
  손끝 발 끝에 물집이 잡히더니  영 낫지를 않네요. 습이 인체에서  담당하는 중요한 역할
중의 하나는 관절 부위를 관장하여 뼈마디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특히
손과 발, 그 중에서도 손가락과 발가락은  습에 해당된다. 따라서 습이 너무 많거나  적으면
이상 증세가 뚜렷히 나타난다. 예를 들어 손가락과 발가락의 마디마디가 퉁퉁 부어오르거나,
손바닥과 발바닥에 무좀과 습진이 생기기도 한다. 무좀과 습진이  생길 때는 물집이 잡히면
서 갈라지는 등의 증상이 뒤따른다. 이렇게 습으로 인해  병이 왔을 때는 보통 '인삼양위탕'
이나 '평위산'을 처방하는데, 때로는 기를 보해줌으로써 습을 없애는 방법도 쓴다.
  41세의 김씨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그녀는 은행에 다니면서 두 아이를 키우는 맞벌이 주
부였다. 3년 전쯤부터 손끝과 발끝에 물집이 잡히기 시작했다는데, 여름만 되면 더 심해진다
고 한다. 겨울에는 좀 덜하긴 하지만 그 대신에 피부가 갈라지고 잘 튼단다. 또 목과 얼굴에
도 좁쌀처럼 자잘한 것들이 돋아나 고생하고 있었다. 피부과에서는 주부습진 또는 알레르기
성 피부병으로 진단하고 먹는 약과 바르는  연고를 처방했는데 전혀 차도가 없노라며  매우
속상해했다. 얼굴 모습을 보니 무척  영리하고 똑똑하게 생긴 풍인형이었다. 한데  광대뼈에
실핏줄이 솟아 있어서 맥을 짚어보니 비장에 떨어졌다. 한의학에서는 얼굴과 사지가 비위에
속해 있다. 비위 기능이 좋지 않으면 얼굴에 뾰루지나 여드름  같은 것이 많이 나고 팔다리
가 아프다.
  결국 김씨의 경우 얼굴과 목에 나타난 피부병도, 그리고 손발의 습진도 모두 비위가 나쁜
데서 연유한 것이며 그 근본  원인은 습에 상했기 때문이다. 습이  지나치게 많으면 비위가
상하게 되는 까닭이다. 이처럼 습이 비위를 상하게  해서 생긴 주부습진을 치료하기 위해 '
가미평위산'을 처방하였다. 이 약은 습을 다스려서 비위를 좋게 해주므로 비교적 빠른 기간
안에 효과를 볼 수 있다. 약을 복용하기 시작하자 먼저  얼굴이 뽀얗게 바뀌고 광대뼈에 있
던 실핏줄이 자취를 감추었다. 당시 직장인임에도  불구하고 얼굴에 잡티가  많아  전혀 화
장을 하지 못했던 사람이 드디어 화장할 수 있게 되었다. 또 석 제쯤  먹고 났을 때는 맥부
터 좋아지기 시작하더니 손발의 물집이 없어졌다. 이렇게 5개월   정도 치료하자 마침내 완
치되었다.
  엄지발가락이 벌겋게 붓고 아파요. 환자들 중에는 간단히 치료할 수 있는 병도 그 원인을
제대로 몰라 이 병원 저 병원 전전하며 고생하는 이들이 많다. 얼마 전에 치료했던 50대 가
정주부인 김씨도 그랬다. 너무 꼭 끼는 신발을 신어서 그런지 엄지발가락이 벌겋게 붓고 많
이 아프다고 호소했다. 그 동안 물리치료도 계속 받고 몇 군데 병원도 돌아다녀보았지만 별
로 나아지는 기미가 보이지 않았단다.  그런데 찾아가는 병원마다 한결같이  수술을 하자고
했다는 것이다. "몸에 칼을 대는 건 무섭고, 혹시 침으로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싶
어서 찾아왔어요." 한의학에서 봤을 때 김씨의 증상은 간단한 원리로 설명할 수  있었고, 이
렇게 원인이 분명한 만큼 치료 또한 어렵지가 않았다. 우선 손가락과 발가락은 12경맥이 시
작되는 부위이자, 동시에 끝나는 부위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부위에 병이 났다는 건  그에
해당하는 경락에 문제가 생긴 것이므로  그것을 집중 치료하면 된다. 몇  번째 발가락 혹은
몇 번째 손가락이 어떻게 아프냐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지는데,  특히 엄지발가락은 간과 비
의 기능이 순조롭지 못하고 울해서 아픈 것으로 본다. 즉 신경을 많이 쓸 때 나타나게 된다.
  김씨에게 이런 설명을 차근차근 해주었지만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몇 개월
씩 치료해도 아무 효과가 없었는데 어떻게 한약으로 치료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게다
가 침을 놓겠다는 소리도 하지 않으니 그저 허황된  소리로만 들렸는지 별말없이 돌아갔다.
한데 며칠 후 남편과 함께 다시 내원하였다. 김씨의 얘기를  들은 남편이 약을 한번 써보자
며 적극 권유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미사물탕'을 투여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벌겋게
부어오른 엄지발가락이 차츰 가라앉으면서 통증도 없어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쉽게 고칠
수 있는 것을... 여름 내내 물리치료를 받느라고 고생만 했잖아요. 요새는 모두들 화색이  좋
아졌다고 한마디씩 해요." 여기서 치료를 그치지 않고 재발도   방지하고 허약한 몸도 보할
겸해서 석 제를 연속해서 복용토록 하였다. 이처럼 모든 통증에는 반드시 원인이 있게 마련
이므로, 그 원인을 찾아 제거하면 아무리  심한 통증이라도 거짓말처럼 치료할 수 있다.  이
것이 바로 한방 치료의 우수한 점이다.

    11장 머리카락, 털
  사람의 몸에 난 털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머리카락을 비롯해 눈썹, 턱수염, 구레나룻,  콧
수염, 겨드랑이 털(액모), 생식기 주변의 털(음모), 그리고 온몸에 수없이 돋아나 있는 잔 솜
털까지. 언뜻 생각하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일 것 같은 이러한 털은 우리 몸에서  어떤
역할을 할까? 요즘엔 미용상 보기 싫다고 하여 겨드랑이 털이나 팔다리의 털을 없애는 여성
들이 많지만 건강을 위해서는 한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털은 인체의 습기와 열을 조절하는 기능이 있다. 또 일정 부위에 집중적으로 나는 머리카
락이나 겨드랑이 털, 음모 등은 해당 부위의 역할을 도와주면서 보호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예를 들어 겨드랑이 털은 사춘기 이후에 생기는 2차 성징을 나타내는 것으로, 특히 온도 조
절에 있어 중요한 기능을 담당한다. 체온을 잴 때 주로 겨드랑이의 열을 재는 것도 그 때문
이다. 한의학적으로 보면 겨드랑이는 수소음심경과 수궐음심포경의 경락과 연관되어 심장을
포함해 그에 연결되어 있는 기능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 뿐만 아니라  털은 인체의 기혈과
오장육부와도 연결되어 우리 몸의 건강  상태를 말해준다. 우선 기혈이  왕성하고 원활하게
돌아가야 인체의 모든 털이 건강하고 윤기를 띤다. 한의학에서는  여자에게 수염이 나지 않
는 이유도 기혈의 원리로써 설명한다. 즉  혈기가 왕성해야 털이 나는데, 여자는 기는  많은
반면에 생리 등으로 인해 입 주위의 혈이 부족하기 때문에 수염이 나지 않는 것이다.
  특히 여자의 생식기와 입은 아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서 입 주위에 물집이나  부스럼
등이 생기면 생식기 주변에도 그와 비슷한 것들이 돋아나는 걸 보게 된다. 서양 의학에서는
이를 '헤르페스' 라는 피부병으로 보며 완치가 어렵다고  하지만 한의학에서는 생식기 계통
의 기능을 순조롭게 다스려주면 입 주위의 문제는 저절로 해결된다고  본다. 이렇게 기혈의
영향을 받는 털은 오장육부와도 연결되는데, 그 중에서도 신이 가장 중요하다. 신 기능이 저
하되면 머리카락도 희어지며, 생식기 주위에 나는 음모 역시 변색되거나 빠진다. 여기서  음
모의 이상 현상은 서양 의학으로 설명하면 뇌하수체나 갑상선, 성 호르몬의 기능이 좋지 않
을 때 나타나는데, 이는 바로 한의학의 신 기능에 해당하는 것이다.
  우리 몸의 털 가운데서도 머리카락은 신에 속한 부위로, 나이를 먹어 머리가 하얗게 세거
나 빠지는 현상이 모두 신 기능과 직접 관련된다. 동의보감의 내용을 잠깐 들여다보자. 내경
에 "여자는 7살에 이빨을 갈고 머리털이 길어지며 35살에 얼굴이 마르고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하다가 42살이 되면 얼굴이 마르고 머리가 희어진다. 남자는 8세에 이빨을 갈고 머리털
이 길어지며 40살에 머리털이 빠지고 치아에 윤기가 없어진다.  그리고 48세에 얼굴이 마르
고 머리가 희어진다." 고 하였다.
  신 기능은 치아(치아는 뼈의 나머지라 했다)와 머리카락을  직접 주관하면서 인체의 성장
과 발육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따라서 머리카락이 나이에 비해 일찍 세거나 유난히 거칠
고 잘 빠지는 것은 근본적으로 신 기능이 많이 떨어져  있다고 봐야 한다. 성생활을 지나치
게 즐기는 사람의 경우 머리가 희끗희끗 세는 것도 심한 체력 낭비로 인해 신장이 허해졌기
때문이다. 또한 머리카락은 혈의 나머지라고 해서 혈의 상태에  따라 색깔과 광택이 달라진
다. 혈이 왕성하면 머리카락에 윤기가 반질반질 나고, 혈이 부족하면 윤기가 없어지면서  거
칠고 뻣뻣하다. 혈이 열을 받으면 머리카락의 색깔이 누렇게 변하고, 혈이 상하면 하얗게 센
다. 그러므로 머리카락이 잘 빠지는  사람이나 윤기가 없으면서 머리카락  끝이 갈라지거나
부스러지는 사람은 혈을 위주로 해서 치료해야 한다.
  혈뿐만 아니라 기도 머리카락에 영향을 미친다. 신경이 예민하거나  울화가 쌓여 기가 맺
히면 머릿결에 힘이 없고 가늘어지며, 까치머리처럼 머리카락이 들뜨기도 한다. 또 원형탈모
증이라 하여 머리 군데군데  동전모양으로 둥글게 머리카락이 빠지는  현상 역시 스트레스,
즉 신경성에서 오는 수가 많다. 신경성이란 바로 한의학에서 말하는 기 순환 장애이다. 형상
의학에서 보자면 머리카락의 길고 짧음도 질병을 치료하는 데  하나의 잣대가 된다. 머리카
락은 혈의 영화를 누리는 부분으로, 대체로 머리카락이 긴 사람은 여성적인 기질을 많이 지
니고 있다고 본다. 요새는 머리카락을 길게 기르고 다니는 남자들을 흔히 보게 되는데, 이런
사람들을 자세히 관찰하면 감수성이 예민하고 꼼꼼하며 섬세한 성격임을  알 수 있다. 예술
방면에 종사하는 사람들 중에 머리 긴 남성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이런 경우 형상의학
에서는 남성이라 해도 여성의 차원에서 진단하고 처방하게 된다.
  반대로, 머리를 짧게 자른 여성들은 대개 남성적인 기질이 강하다. 혈보다는 기 위주로 되
어 있어 집에 가만히 있으려  하기보다 바깥 활동을 좋아한다. 이런  사람은 자신의 소질을
살려 사회적인 활동을 하면서 적극적으로 살아야 병이 없다. 기 위주의 체질이기 때문에 기
가 울체되거나 기를 너무 소모해서 오는 병이 많다. 온몸에 돋아나 있는 잔털도 형상의학에
서는 중요하게 여긴다. 잔털이 비교적 긴 편에 속하면서 까맣게  보일 정도로 많이 나 있는
사람을 습열 체질이라 하는데, 이는 몸에 습기와 열이 많다는 뜻이다.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
차 있는 숲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나무가 거의 없는 초원은 메마르면서 건조한
반면에, 나무가 많은 숲은 습기와 열기가 차면서 축축하고 따뜻하다. 이와 마찬가지로  인체
에도 잔털이 많으면 습기와 열이 쌓이게 된다. 습열은 뼈와 관절을 손상시키기 때문에, 잔털
이 많이 난 사람들은 퇴행성 관절염이나 류머티즘 등으로 고생하기도 한다.
  또한 털이 많은 사람은 성격상 뒤끝이 없고 화끈하지만 한번 화를 내면 불같이 터뜨려버
린다. 이런 기질은 음을 쉽게 손상시키기 때문에, 이로 인해 갑자기 다리가 마비되거나 기절
하는 수가 있다. 그래서 한의학에서는 사람의 일곱 가지 감정 중에 노(성냄)가 가장 나쁘다
고 하였다. 건강하게 살아가는 데는 약 처방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더 소중한 것이 바로  자
기 감정을 조절하고 마음을 편히 다스리는 지혜가 아닌가 싶다.
  이렇게 치료한다. 머리카락이 빠지는 사람. 다이어트 후에 머리카락이 많이 빠져 고민이에
요. 포도 다이어트, 사과 다이어트, 덴마크식 다이어트 등  살을 빼기 위한 여성들의 전쟁은
가히 치열하다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키 크고 바짝 마른 서구형의 미인을 추구하는 풍조
때문이리라. 하지만 사람은 제각기 자기 키에 맞는 체중을  갖추어야 기본적인 건강을 유지
할 수 있다. 무리한 다이어트로 체중을 줄이고 나면 그에  따른 후유증이 반드시 따르게 마
련이다. 여대생인 주양도 무리한 다이어트로 건강을 손상시킨 경우에 해당했다. 엄마와 함께
진료실에 들어선 주양은 키가 껑충하고 아주 날씬했다. "생리가 끊기고 나오지 않아 진찰을
받아보려고 왔어요." 생리가 나오지 않은 지는 한 4개월쯤 되었다고 한다.  처음엔 병원에서
호르몬 주사를 맞으니 생리가 다시 나왔는데  그 다음부터는 주사를 맞아도 생리가  없다는
것이다.
  주양의 맥을 살펴보니 매우 활달하지만 예민하면서 감정의 기복이 심한 성격이었다. 그리
고 키는 169센티미터였고 몸무게는 47킬로그램으로, 무척 마른 체형이었다.  "원래부터 그렇
게 말랐나요?" "말도 마세요. 얘가 다른 걸로는  속을 썩인 일이 없는데 대학교에 들어가면
서부터 살 빼는 것 때문에 부모 속을 무척 썩였어요. 그러고 나더니 생리를 하지 않는 거예
요." 옆에 가만히 있던 주양의 엄마가 호소하듯 딸의 얘기를 늘어놓았다. "체중이 얼마나 줄
었는데요?" "고3 때는 65킬로그램이었으니까 6개월 새에 20킬로그램 가까이 살을 뺀 거죠."
6개월 동안 20킬로그램 가까이 살을 뺐다는  게 너무나 놀라워 도대체 어떻게 살을  뺐는지
물어보았다. 그러자 하루에 한 끼만 먹고 계속 운동을 했다는 것이다. 대답을 듣고 보니  그
저 놀라울 뿐이었다. "혹시 머리카락이 빠지지 않니?" "너무 많이 빠져서 고민이에요."   남
자도 머리카락이 빠지는 현상은 좋지 못하지만, 특히 여자에게는 대단히 나쁜 현상이다.
머리카락은 혈의 영화를 누려야 하는 부위로 혈이 부족해지면 곧바로 머리카락에 증상이 나
타난다. 머리카락이 거칠어지고 갈라지며 탈모가  되기도 한다. 더욱이 여자는 혈의  영화를
누려야 온몸의 건강 상태가 좋아진다. 이런 얘기를 들려주자 자신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
는 것에 동의하는 듯했다. "속이  메슥거리거나 가슴이 두근거릴 때가  있고 배에서 소리가
나지 않니? 소변도 좋지 않을 거야." 주양은 놀라운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녀의 경우 생리가 나오지 않고 탈모가 되면서 전신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은 무리
하게 다이어트를 하는 바람에 신체의 기름기가 모두 빠져나와  일어난 것이었다. 다시 말해
몸 속의 혈이 부족해져서 일어난 것이었다. 다시 말해 몸  속의 혈이 부족해져서 나타난 증
상이다. "내가 체질에 맞게 약을 잘 지어줄 테니까 꼬박꼬박 잘 챙겨 먹어야 한다." 내가 이
렇게 말하자 쭈뼛거렸다. "한약 먹으면 살찔까봐 그러니?" "예." 대답하는 목소리가 아주 단
호했다. "그렇다면 네가 원하는 대로 살찌지 않는 약을 지어주지. 하지만 한  가지 말해두고
싶은데, 넌 169센티미터의 키에 맞는 체중을 유지해야 건강할 수 있어. 아무리 예뻐도  건강
을 잃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지 않을까?" 주양은 혈이 영화를 누리지 못해 생리가 끊기고 머
리카락이 빠지는 것이므로 '가미사물탕'을 체질에 맞게 처방했다. 얼마 후 주양은 탈모 현상
도 많이 좋아졌고 생리도 다시 시작했다며 소식을 전해왔다.
  머리카락이 흰 사람. 가슴에 뭔가 걸려 있는 것처럼 답답해요. 하루는 얼굴이  불그스름하
고 머리가 하얗게 센 할아버지 한 분이 오셨다. 연세가  65세이긴 했지만 나이에 비해 머리
가 너무 많이 세었다. 그래서 언제부터  머리가 세기 시작했는지 물었다. "30대부터  머리가
세기 시작했어요. 아무래도 유전인 것 같아요. 저희 어머니께서도 머리가 빨리 세기  시작하
셨거든요." 한의학에서는 머리가 하얗게 세는 것을 나뭇잎이 푸른빛을 잃고 누렇게 뜨는 것
과 똑같이 본다. 나뭇잎이 누렇게 되는 이유는 수분과 영양분이 제대로 미치지  못해서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머리카락이 하얗게 세는 것도 신체 기능이 나빠지면서 혈이 영화를 누리지
못하거나 남자의 경우는 신수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얼굴이 붉다는 것 역시 밑이 약하다는 증거로, 이렇게  선천적으로 근본이 허약하면 자연
히 위쪽으로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머리카락이 나이보다 빨리  세고 얼굴이 필요 이상으로
붉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그래 어디가 가장 불편하십니까?" "가슴에 뭐가 걸려 있는 것 같
고 피리 소리 같은 게 나기도 해요. 꼭 천식 앓는 사람처럼요." 소변 상태를 묻자 소변을 보
아도 늘 시원치 않고 잔뇨가 남아 있단다. 혈압도 높아서 일 년 전부터 혈압약을 복용 중이
라고 했다. "맥을 볼 테니 아무 말씀도 하지 마세요. 진맥할 때 말씀을 하시면 전혀 다른 맥
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서씨의 손을 잡으니 무척이나 차가웠다. 맥은 간에 떨어졌는데, 이
는 간 기능이 좋지 않음을  말해준다. 그래서 간의 상태가 직접  나타나는 손을 보여달라고
하자 얼른 뒤로 감추며 말했다. "손톱에 무좀이 있어서 여러 해 동안  고생을 하고 있어요."
여러 가지를 바탕으로 판단해보건데, 서씨는 간과 신장의 기능이  많이 떨어져 있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한의학에서는 수생목이라 하여 수에 해당하는 신장의 기능이 좋아야 목에 해당하는  간의
기능도 좋다고 본다. 따라서 서씨가 겪고 있는 병증의 근본 원인은 신장에 있는 것이다. "할
아버님께선 신수는 훤하다는 말을 많이 들으시지만 선천적으로 몸이 약한 체질입니다. 물고
기도 몸집이 큰 것보다는 작은 것이 생명력이 강한 것처럼 사람도 마찬가지죠. 하지만 선천
적으로 몸이 약한 사람은 꾸준히 관리를  하면 건강을 유지하며 오래 살 수  있는 데 반해,
건강하다고 함부로 몸을 다루면 쉽게 건강을 망칠 수  있습니다." 나는 서씨에게 꾸준한 건
강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지금 서씨에게 나타나는 여러 가지 증상은 한방에서 말하는  음허화동에 의한 것이다. 이
때는 선천적으로 약한 밑불을 약으로 돋워주어야 하므로 '가미자음강화탕'을 처방하였다. 근
본이 허약하니까 가슴과 목에 무엇이 있는 듯하면서 피리 소리가 났던 것이다.
  머리카락이 흰 사람. 찬바람만 가시면 땀이 비 오듯 흘러요. 양씨는 53세인데도 젊은 사람
못지않게 머리카락이 칠흑같이 검었다. 아무래도 이상하다  싶어 물어보았더니 역시 염색한
머리라고 했다. 사실은 보통 사람들보다 머리카락이 빨리 세어 몇 년 전부터 염색을 해왔다
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원래 신 기능이 좋지 않아  피곤을 많이 느끼는 체질이므로 그에
대해 물어보았다. "아침에 자고 일어나도 개운치가 않고 눈이 침침하거나 머리가 맑지 못하
지 않나요?" "네, 그런데요." "또 등이랑 목이 뻣뻣하고 허리와 다리가 시원치 않죠?" "그래
요. 얼마 전에 허리가 삐끗한 후로는 허벅지까지  아파요. 물리치료도 받고 있긴 합니다만...
그리고 땀을 유난히 많이 흘리거든요. 무슨 이유가 있나요? 찬바람만  가시면 땀이 비 오듯
흘러서 어디를 다닐 수가 있어야죠. 오른쪽 귀에서 웅웅거리는 소리가 들릴 때도 있습니다."
말을 마치자마자 양씨는 마른기침을  연거푸  서너 번을 했는데,  위에서 말했던  증상이나
마른기침이나 모두 같은 원인에서 오는 것이었다. 생김새를 보니  하관이 빠지고 턱이 뾰족
한 게 음이 부족한 형이었다. 그 때문에  코뼈도 휘었고 몸이 안 좋으면 허리와 등뼈,  다리
쪽으로 제일 먼저 병이 오게 되어 있다. 더구나 땀을 많이 흘린다고 했는데, 이는 신장이 제
구실을 다하지 못해서이다. 우선 양씨에겐 보음을 하면서 신장  기능을 호전시키는 게 가장
중요했다. '자음강화탕'을 처방한 건 그 때문이었고, 곧 효과를  볼 수 있었다. 병이 낫자 본
인보다 부인 쪽이 더 고마워했으며 이젠 온 가족이 단골이 되었다.
  털이 많은 사람. 속이 쓰리고 답답해서 밤잠을 설쳐요. 신경을 조금만 썼다 하면 속이  더
부룩하면서 소화불량 증세로 시달린다는 28세의 미혼 여성이 있었다. 소화불량 증세가 나타
난 것이 벌써 10년쯤 되었다고 하는데 심할 때는 속이 쓰리고 답답해서 밤잠을 설칠 정도란
다. "소화가 안 되는 것 외에 다른  증상은 없습니까?" "그것만 고치면 소원이 없으니 제발
그것만이라도 고쳐주세요." 한의원에 와서 이런 식으로 말하는 환자들이 종종 있다. 서양 의
학에서 내과와 외과를 구분하고 눈코입귀를  따로따로 치료하니까 으레 그러려니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우리 몸은 각각 분리된 것이 아니라 서로 유기적인 관
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증세도 하나의 원인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
다. 따라서 환자는 자신의 증상을 있는 그대로 모두 말해주는 게 가장 바람직한 태도다.
  "어머 그래요? 그럼 다 말씀드려야겠네요. 사실은 비염도 있구요, 어렸을 때 귀를 앓은 이
후로는 귀가 울리면서 잘 안 들리기도 해요. 코가 답답하고 막히기도 하는데, 가끔은 콧속에
서 냄새가 날 때도 있어요. 목도 잘 붓고요." 또한 몸이 피곤하면 눈코귀입이 다  좋지 않으
면서 가슴이 답답하단다. "날이 흐리면 더 심해지지 않나요?" "그런 편이긴 한데, 설마 신경
통 같은 건 아니겠죠?" "아닙니다. 환자분께선 몸에  털이 많죠. 바로 그게 문젭니다." 털이
많으면 체내에 습열이 쌓이게 된다. 그래서 허벅지가 아프고 소화가 잘 안 되면서 호흡기가
좋지 않은 등의 증상이 흐린 날에 더욱 심했던 것이다.  우선 습열을 없앨 목적으로  '자혈
양근탕'을 처방했다. 그랬더니 허벅지  아픈 것과 비염은  순조롭게 치료되었는데 소화불량
증세는 좀 낫는 듯싶더니 다시 도졌다. 얼마 후에 소화가 안 된다며 다시 찾아왔던  것이다.
"신경 쓸 일이 좀  있었거든요. 전 신경이 예민해지면  막 먹어대는 버릇이 있어요.  그래서
그런지 또 소화가 안 되네요."
  이럴 땐 다른 방법으로 치료해야 했으므로 한습에 의한 것으로  판단하여 '오적산'을  투
여했다. 이번에는 약효가 확실하게 나타나  신경을 써도 별문제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과식을 하면 천하장사라도 배겨낼 재간이 없으므로 늘 적당히 식사를 하도록 당부했다.

    12장 주름, 기미, 여드름
  여성들의 큰 고민거리 가운데는 주름, 기미, 여드름 같은  피부 트러블이 있다. 요즘엔 화
장술이 잘 발달하여 눈에 띄지  않게 감추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부작용을 일으켜 더
심각한 문제를 만들기도 한다. 간혹  주름살 제거 수술 등으로 좀더  젊고 예쁘게 보이려는
미적 욕구를 만족시키는 이들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표피적인 방법으로는 근본적인 해
결이 불가능하다. 주름이나 기미, 여드름은 단순히 피부의 문제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피
부를 주관하는 인체 내의 오장육부와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일어나는 문제이다.
  주름, 기미, 여드름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개 심장이나 폐가 좋지 않다거나  담음
의 증상을 갖고 있다거나 하는 식으로 다른 증상까지 호소한다. 이는 겉으로 드러나는 피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좀더 근본적인 원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걸 말해준다. 바꿔 말하자
면, 적절한 치료를 통해 피부 문제를 일으키는 근본 원인을  제거해야 비로소 제대로 된 효
과를 볼 수 있다. 이렇게 하면 피부 문제뿐만 아니라 전신의 건강까지도 되찾을 수 있다. 돌
멩이 하나로 두 마리 새를 한꺼번에 잡는다는  건 바로 이럴 때를 두고 하는 말이다.  주름,
기미, 여드름은 그것이 어느 부위에 많이 생기느냐에 따라 원인을 달리 볼 수 있다. 피부 문
제가 생긴 부위를 통해 원인을 알아보도록 하자. 원인을 알면  어떤 것이든 치료 가능한 법
이다.
  1. 주름-주름은 나이가 들면 당연히 생기는 것으로  알고, 그래서 대수롭잖게 넘겨버린다.
하지만 왜 나이가 들면 주름이 생기는 걸까? 나이가 들어도 주름이 생기지 않는 사람이 있
는 반면, 나이가 젊은데도 주름이 많이 생기는 사람이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주름은 몸
속의 진액이 부족할 때 겉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쉽게 말해 고무  풍선에서 바람이 빠져
쭈글쭈글해지는 것과 같다. 진액은 우리 몸 속을 돌면서 피부를 윤택하게 해주고 관절을 부
드럽게 움직이도록 하며 땀과 침을  잘 돌게 한다. 그런데 이것이  부족하면 뼈를 마음대로
구부렸다폈다 하기 힘들고 다리가 시큰거리면서 얼굴이 마르고 주름이 생기는 것이다. 나이
가 들어 진액이 줄어드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으로, 장기의  기능이 저하되기 때문에 일어난
다. 노인들의 경우 입이 자꾸 마른다든지, 눈이 뻑뻑해지는 것 등이 바로 그렇다. 하지만 젊
은 나이인데도 주름이 유난히 많다면 장기의 이상을 한번쯤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얼굴 전체. 나이에 비해 주름이 너무 많다는 것은 좋은 현상이 아니다. 얼굴 전체에  주름
이 많이 잡혀 있다면 허로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허로란 체력을 너무 소모하여 기진맥
진했졌다는 뜻이다. 기운이 다 빠져버렸으니 진액을 만들어낼 수가 없는 건 당연하다.  이렇
게 허로에 의해 주름이 많이 생겼다는 건 그만큼 고생을  많이 했다는 표시이다. 또한 일을
지나칠 정도로 많이 해도 주름이 생긴다. 과로에 의해 노권내상에 걸린 것이다. 음식을 통해
충분히 영양분을 공급받고 그에 알맞게 일을 해야 몸의 기능이 순조로운데, 그렇지 않고 계
속 일만 해대니 몸의 상탕가 나빠질  수밖에 없다. 광대뼈가 튀어나온 사람, 얼굴이  각지고
네모난 사람, 뼈가 굵은 사람 등이 노권내상에 잘 걸리는 유형이므로 평소 무리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이마. 유난히 이마 주위에 주름이 많은 것은 폐의 이상으로 해서 나타나는 수가 많다.  폐
가 안 좋은 사람은 전반적으로 호흡기 계통이 약하므로 감기에 걸렸다 하면 기침이 심하고,
조금만 악화되어도 천식으로 발전하기 쉽다. 이마에 주름이 많은  사람은 대체로 영감이 뛰
어나며 금방 우울해지기도 하고 울기도 잘 한다. 눈가. 웃을 때 눈가에 주름이 많이  잡히는
사람은 심장이 약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사람은 평소 예의바르고 약속을 잘 지키는 성
격이라 주위 사람들로부터 정확하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매사  정확하지 않으면 못 견디
므로 신경이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또 체질상 잘 웃는 편이며, 입 안이 헐 때가 많다. 간혹
음경통으로 고생하기도 한다.
  콧등. 웃음을 지을 때면 콧등에 주름이  생기는 사람이 있다. 콧등에 주름이 생기는  것은
간이 약해서이다. 체질상 간이 약하면 어지럼증이나 두통 증상을 자주 호소하는데, 이는  간
이 혈을 저정해두는 곳이기 때문이다. 혈에 의한 병은 오전보다 오후에 통증이 더 심해진다.
그래서 콧등에 주름이 있는 사람은 오후가  되면 더욱 피곤해하면서 허리와 다리의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입 주의. 입은 모든 음식물을 받아 먹는 곳이므로 소화 기관인 비위와  연결
된다. 입 주위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입 주위에 주름이 많은 것은 비위가 약한 탓이다. 비위
가 약해지면 소화가 제대로 안 되면서 속이 더부룩하고 식욕을 별로 느끼지 못한다. 그리고
비위는 사지를 주관하므로 비위가 약하면 항상 쉽게 피곤하고 눕기를 좋아한다.
  법령이 깊게 파인 경우. 법령이란  콧방울 바로 옆에서부터 입 아래쪽으로  길게 나 있는
선을 말한다. 이곳이 깊게 파인 사람은 허리와 다리가  약하다. 즉 신기가 약하다는 뜻이다.
또는 간신이 약하다고도 한다. 간과 신장이 좋지 않으므로 소변  보는 게 항상 시원치 않으
며 변비의 경향도 있다. 팔다리에 힘이 없어 노곤할 때가 많고 다리 근육에 경련이 잘 일어
나기도 한다. 또 눈이 침침하면서 무서움도 많이 타며 불안초조해한다.
  2. 기미-한창 푸르러야 할 시기에 있는 나무가 잎이 누렇게 뜬다면  이는 분명 뿌리와 줄
기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기미도 이와 마찬가지다. 얼굴에 혈색이 돌지 않고 여기저기 거뭇
거뭇하게 기미가 낀다면 틀림없이 원인이 있는 것이므로 그  원인을 찾아내 치료해야 한다.
  광대뼈 부위. 광대뼈 부위에  기미가 끼는 원인으로는 산후  허로증, 위장장애, 비만 등이
있다. 산후 허로증은 유산을 너무 많이 했거나 출산 후 몸조리를 제대로 못 했을 때, 그리고
자궁 제거 수술을 받았을 때  나타난다. 산후 허로증이 오면 만성  피로, 어지럼증, 열이 훅
났다 식는 한열 증상과 함께 광대뼈 부위에 기미가 많이 낀다. 이는 열이 올랐다 내렸다 하
면서 몸 안의 기와 혈이 손상되기 때문에 생긴다. 위장장애로  인해 기미가 낄 때는 얼굴이
누렇게 뜨면서 속이 더부룩하고 헛배가 부른다.  또 신물이 넘어올 때도 자주 있다.  대체로
위장장애는 아침식사를 많이 하고 저녁을 적게 먹거나, 술을 지나치게 많이 먹을 때, 신경이
너무 예민할 때 오는 병이므로 약보다는 우선 섭생을 잘 해야 한다.
  요즘엔 소아비만이 많은데, 이런  비만아들을 보면 광대뼈 부위에  기미나 주근깨가 많이
끼어 있다. 비만의 원인은 뭐니뭐니 해도 잘못된 식습관에 있다. 생것이나 찬 것을 오랫동안
즐겨 먹는 것, 아침을 자주 거르는 것, 식사 후에  바로 드러눕는 것, 인스턴트 식품을 남용
하는 것 등이 모두 비만의 원인이 된다. 따라서 식습관을 바로잡으면 기미도 없어지고 아울
러 다이어트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얼굴 전체. 얼굴에 전체적으로 기미가  있다는 것은 뿌리에 이상이  있다는 뜻이다. 우선,
소화장애나 신경과민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서 많이 볼 수 있다. 소화장애를 자주 일으킨
다는 것은 비위가 약하다는 말인데, 비위가 약한 사람의  생김새를 보면 얼굴이 넓적하면서
안으로 꺼진 듯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람은 음식을 아주 조심해서 먹어야  한다.
저녁을 적게 먹도록 하고, 식사 후에는 반드시 200-300보 정도를  걸어 소화 작용을 도와야
한다. 신경과민으로 기미가 낄 때는 만성 피로, 무력감, 잦은 소변, 생리불순, 가슴 두근거림
증상이 같이 나타난다. 신경과민 증상은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더 많은데, 얼굴에 살이  없으
면서 각진 여성이나 코가 오똑하고 날카롭게 생긴 여성들에게 주로 나타난다. 특히 혼자 사
는 여성의 경우에 기미가 끼는 걸 흔히 보게 된다.  동시에 만성 감기나 피로감, 두통, 요통
등으로 고생하고 땀이 많고 나면서 하혈할 때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증상들은 주기적으로
나타나며 생리 때 더 심해지는 특징이 있다. 이는 성과  관련된 생리 작용이 순조롭지 못하
기 때문에 일어난다.
  눈 밑과 눈 주위. 한의학에서는 눈 밑과 눈 주위에  시커멓게 기미가 끼는 것을 '담음' 형
상이라고 한다. 담음이란 비장에서 진액을 온몸으로 퍼뜨리는 기능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
았을 때 생기는 증상이다. 속이 메슥거리면서 어지럽고 가슴이 두근거린다. 또 뱃속에서  꾸
르륵꾸르륵 소리가 나기도 하며, 소변이 잦고 막상 소변을 보고 나서도 시원치가 않다. 배꼽
과 명치 중간을 눌러보면 압통이 느껴진다.  담음증은 날것(생선회나 육회 등)이나 찬 것을
오랫동안 너무 많이 먹었을 때 생기는데, 체중이 급격히 늘거나 줄어드는 것도 모두 담음에
의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음식 조절이 가장 중요하다. 날 것, 찬 것은
절대 금물이며 야채를 갈아 만든 주스 같은 것도 되도록 피하는 게 좋다.
  양 뺨. 얼굴의 측면은 바람, 온도,  습도 등 외부 여건에 잘 적응하지  못할 때 병이 나는
부위이다. 얼굴의 측면은 밭으로 치면 둔덕에 해당하므로, 둔덕이 약하면 외부 환경을  이기
지 못해 씨앗이 뿌리를 내리지 못하듯 사람도 병이 드는  것이다. 풍한습에 의해 인체가 상
하면 양 뺨에 기미가 낄 뿐만 아니라 어깨와 팔도 아프게 된다.
  콧등. 위장장애가 있거나 허로증이 오면 콧등에 기미가 낄 수 있다. 위장장애로 인해 기미
가 끼는 경우는 20-30대 연령층에서  많이 나타나고, 허로증으로 인한 경우는  50대 이상의
중장년층에서 많이 볼 수 있다. 허로증이란 낡고 오래 된 기계일수록 자꾸 삐걱거리고 고장
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람도 나이를 먹으면 여러 가지  기능이 저하되면서 여기저기 아프
고 불편해지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나이와 상관없이 허로증이 빨리 찾아오기도 한다.  예를
들어 지나치게 일을 많이 하거나 과도한 성생활 등으로 기력이 쇠약해지면 허로증으로 고생
하게 된다.
  3. 여드름-여드름이 청춘의 심볼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여드름만큼  사람의 애를 태우는
것도 없다. 그 많은 여드름을 다  짜낼 수도 없거니와, 오히려 짜내면  더 상태가 악화된다.
더욱이 기미나 잡티와는 달리 치료 후에도 흉터가 남고,  피부 노화를 촉진시키므로 되도록
빨리 치료하는 것이 좋다.
  이마. 남자의 경우 이마는 심장, 턱은 신장에 해당한다. 반대로 여자의 경우 이마는  신장,
턱은 심장에 해당한다. 이렇게 여자와 남자를 반대로 보는 것이 한의학의 특징 중 하나이다.
따라서 여자의 이마에 여드름이 많이 났다고 하면 이는 신장의 기능이 좋지 않아서이다. 한
의학에서는 신장의 기능이 좋지 않다는 것을 '신수기가 부족하다' 고 표현한다. 신수기 부족
으로 이마에 여드름이 많이 난 여성은 대체로 피부가 거칠고 피부색은 검은 편이며, 요통과
어지럼증 그리고 귀울이 등의 증상이 같이 나타난다. 이때는 신수기를 돋워주는 육미지황탕
등을 쓰면 여드름은 물론이고 신장의 기능까지 좋아진다. 물론 개인의 체질에 맞춰 약을 써
야 할 것이다.
  턱 주변. 사람마다 턱의 생갬새는 모두  다르지만, 그 중에서도 유난히 턱이 나온  사람이
있다. 이른바 주걱턱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턱이 나온 사람을 한의학에서는 식물의  뿌리가
밖으로 드러난 것과 똑같이 보기 때문에 근본이 부족한 것으로 여긴다. 근본이 부족하면 비
위위 순환장애를 일으키므로 대개의 경우 위장이 나쁠 수밖에 없다. 이와 반대로 턱이 거의
없는 사람은 허리와 다리, 자궁 및 기타 부속 기관이 허약하다. 물탱크가 작으면 물을  많이
저장하지 못하는 것과 똑같은 이치이다. 여성의 턱은 화, 즉 불에 해당한다. 여기서 화 또는
불이란 신경이 예민하여 사소한 일에도 속을 끓이거나 화를 낼 때 몸에 생기는 열 같은  것
이다. 몸에 열이 쌓이면 위쪽으로 뜨면서 밖으로 분출되기도 하는데, 턱 주변에 나는 여드름
이 바로 그것이다. 이때는 마음을 가라앉히는 약을 처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스
스로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얼굴과 가슴. 그리 흔치는 간혹 얼굴과 가슴 부위에 여드름이 같이 나는 경우를 볼 수 있
다. 가슴에 여드름이 나는 것은 담열로 인해 생기는데, 담음증의 하나라고 보면 된다. 즉 날
것이나 찬 것에 예민한 사람은 이런 음식을 많이 먹으면 기혈이 제대로 순환되지 않으면서
상초(가슴 이상 부위)에 화가 쌓이는데, 그로 인해 가슴에  여드름 따위가 돋아나는 것이다.
담열이 원인이라면 구내염과 가슴 통증, 뒷목 뻣뻣함 등의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 이 밖에도
얼굴의 측면과 광대뼈 주위에도 여드름이 나지만, 이에 대해선  기미 부분에서 이미 다루었
으므로 생략하기로 한다.
  이렇게 치료한다. 이마와 광대뼈에 기미가 낀 사람. 발이  더워서 양말을 못 신어요. 이미
와 광대뼈에 마치 때가 낀 것처럼 기미가 내려앉은 가정주부 최씨가 목에 뭔가 낀 듯  답답
하다며 불편함을 호소하였다. 그리고 트림을 심하게 하며 왼쪽 팔이 아프다고 하였다.  특히
가장 견디기 힘든 건 발이 너무 더운 나머지 양말을 못 신는다는 것이었다. "한겨울에나 며
칠 신을까 발이 너무 뜨거워서 양말은 엄두도 못 내요.  겨울에도 샌들같이 앞이 트인 신발
을 신고 다닐 정도예요." "그 외에 어디 불편한 곳은  없으세요?" "없는 것 같은데요." 내가
보기엔 결코 없을 것 같지 않은데 환자 본인은 한사코 없다고 하니 이젠 하나씩 확인하면서
진료를 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질문하는 방식으로 진료를 시작했다. 이 환자는  이마와
광대뼈에 기미가 끼어 있고, 성격은 아주 예민한 사람이었다. 게다가 피부가 뱀살처럼  갈라
지고 허옇게 일어나 있었다. 신장기능의 저하로 진액이 많이 부족한 듯싶었다. "피곤하면 입
에서 냄새가 날 때가 있죠?" "네." "가끔 어지러울 때도 있고 뒷목이 뻣뻣하면서 어깻죽지가
아플 겁니다. 그리고 등과 허리도 다 좋지 않을 거예요." "네, 맞아요." "눈이 침침하고 배에
가스가 차면서 헛배가 부르지 않습니까?" "아니, 그걸 다 어떻게 아신대요?" "아주머니 얼굴
에 다 쓰여 있거든요. 귀에서 소리가 날 때도 있나요?" "말도  못해요. 파리가 윙윙거리면서
날아 다니는 것 같아요." "마음이 항상  불안하고 조급해서 마치 쫓기는 것  같고, 원래부터
겁이 많은 편 아닙니까?" "아이고 족집게시네요. 마음이 불편한 것까지 다 아시고." "마지막
으로 한 가지만 더 물어볼게요. 몸 아픈 게 여름이면 더 심해지지 않습니까?" "여름에는 거
의 환자나 다름없어요. 여름만 되면 딴 나라에 가서 살다오면 소원이 없겠다니까요."   역시
신장 기능에 문제가 있어 진액이 체내에 잘  돌지 않으면서 일어나는 증상들이었다.
내가 환자에게 여름철 건강 상태에 대해 물어본 것도 신장 기능을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사
계절 중 여름은 심왕신쇠한 계절로 신장이 쇠약해지는 때라서, 원래부터 신장이 안 좋은 사
람이나 신장이 하나밖에 없는 사람은 여름철이면 기운을 차리지 못하고 굉장히 힘들어한다.
최씨 역시 여름을 무척 힘들어하는 것으로 보아 신수기를  돋워주는 치료가 필요했다. 최씨
의 경우 뼛속에 기름을 치기 위해 '신기탕'을 투여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발 뜨거운 증상
이 사라졌다. 그리고 환자가 가장 신기해했던 것은 거칠었던 피부에 윤기가 돈 것과 이마와
광대뼈에 끼어 있던 기미가 눈에  띄게 엷어졌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예뻐질 줄 알았으면
진작에 한약으로 치료할 걸 그랬어요."
  광대뼈에 기미가 낀 사람. 유산한 후로는  임신이 잘 되지 않아요. 32세의 김씨는  결혼한
지 5년이 되도록 아직 아기가 없다며 내원한 여성이었다. 처음 만나자마자 가장 눈에 띈 것
은 광대뼈 주변에 많이 끼어있는  기미였다. 이것으로 유산한 경험이 있으리라  짐작되었다.
"혹시 유산한 경험이 있나요?" "네... 3년 전에 어렵게 아기를 가졌는데 그만 자연유산이 되
는 바람에..." "몇 개월째 그랬습니까?"  "2개월 정도 되었던 것  같아요." "유산된 개월수에
따라 진단이 달라지니까 정확히 기억해보세요." "음 그러니까... 딱 2개월 채웠을  때였어요."
아기를 갖게 되면 열 달 동안 뱃속에서 건강하게 잘 키워 예쁘게 낳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사람의 일이란 마음대로 되지 않는 법이다. 불행하게 열  달을  다 채우지 못하고 유산되는
불행한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유산이 되더라도 2, 4, 6개월 등 짝수 달에 유산을 하
면 굉장히 안 좋다. 짝수 달은 음에 해당하여 자궁의 문이 닫혀 있기 때문이다. 이때 유산이
된다는 건 닫혀 있는 문을 억지로 열고 아이를 꺼내는 식이므로 자궁에 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자궁에 숙질이 생겨 병이 오기 쉬우며, 또 다음 임신에 지장을 초래한다.
  김씨는 임신 2개월째 유산이 되었으므로 자궁에 숙질이  생겼을 가능성이 많았다. 그런데
다 얼굴에 기미까지 낀 것으로 보아 분명 자궁이 좋지  않았다. 옛말에도 여자는 얼굴이 고
와야 임신이 잘 된다고 했다. 얼굴이 곱다는 건 예쁘게  생겼다는 말이 아니고 피부에 혈색
이 돌고 잡티 없이 깨끗하다는 뜻이다. "생리  땐 어떤 증상이 있죠?" "유방이 무척 아프고
생리통도 심해요. 혹시 무슨 이상이 있나 싶어서 병원에도  다녀봤지만 전부 괜찮다고 했어
요. 그런데도 점점 생리 주기가 불규칙해지는 게 아무래도 이상해요. 신경을 많이 써서 그런
지 처음엔 34일, 35일 주기였는데 지난달과 지지난달엔 45일 주기로 또 늦춰졌어요." 김씨의
맥을 보니 담에 떨어졌는데, 이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는 얘기였다.
  "신경을 꽤 많이 쓰시나봐요. 성격이 원래 예민한  편이죠? 텔레비전을 보면서도 잘 울고
말예요." 김씨는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나갔다. "임신이 되지  않아 고민이에
요. 남편 보기도 미안하고 시부모님들께도 죄스러워요."  김씨의 경우 생리 때 유방이  많이
아프고 기미가 낀 것으로 보아 자궁에  숙질이 있는 게 분명했으므로 자궁숙질을  제거하기
위해 '가미제음단'을 처방했다. "아기를 꼭 갖고 싶은데 정말로 임신할 수 있을까요?" "제가
지어드리는 이 약을 잘 드시면 기미가 차츰 없어지면서 곧 임신이 될 겁니다. 이번 음력 11
월에도 임신이 가능하겠지만 제가 권해드리고 싶은 때는 내년 음력 3월입니다. 왜냐하면 준
비 기간도 적당하고, 또 봄에 갖는 아기가 가장 건강하고 똑똑하거든요." 여성들은  한 달에
한 번씩 배란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부  임신이 되는 것은 아니다. 임신은 일 년에  네
번 가능한데 그 시기를 잘 맞춰야 아기를 가질 수 있다. 어쨌든 임신이 가능하다는 말에 김
씨의 얼굴이 한결 밝아졌다.
  얼굴에 주름이 많은 사람. 눈이 뻑뻑해서 못 살겠어요. 노인들의 얼굴을 떠올리면 가장 이
마에 깊게 파인 주름이 생각난다. 그런데 왜 나이가 들면 주름이 생기는 걸까? 주름이란 바
람 빠진 풍선이 쭈글쭈글해지듯 체내에 진액이 부족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렇게 진액이
부족해지면 몸의 건강 상태도 나빠지는  법인데, 그 중에서도 가장 먼저  눈 쪽으로 불편한
증상이 찾아온다. 마치 기계에 기름이 없으면 뻑뻑해지면서 잘 돌아가지 않는 것처럼,  눈에
눈물이 줄어들면서 이물질이 들어간 듯 껄끄럽고 빽빽해지는 것이다.  이럴 때 흔히 사람들
은 안과를 찾거나 약국에서 안약을 사서 눈에 넣는다. 하지만 근본 치료를 하지 않은 채 안
약만 넣으면 일시적으로 효과를 볼지는 몰라도 다시 재발하게 된다. 진액 부족으로 인해 눈
이 뻑뻑할 때는 진액을 보충해주는 증손백출산이나 노인신기환, 각병연수탕, 보중익기탕  등
을 체질에 맞게 쓰면 효과가 좋다. 눈의 불편한 증상을 없앨 뿐만 아니라 쇠약해진 몸의 상
태도 호전시킬 수 있다.
  63세의 강씨가 내원한 것은 3개월쯤 전이었다. 그는 광대뼈 부위와 얼굴이 붉었으며 마른
체격에 성격이 무척 급했다. "얼마 전부터 눈에 뭐가 들어간 것처럼 아주  껄끄러워요. 그리
고 관절이 아파서 그런지 잘  걷지도 못하겠구요. 조금만 추워도 손발이  차고 몸이 떨려와
요." 강씨는 얘기를 나누는 도중에도 계속 손을 떨었다. 우선 그의 생김새 중에서 광대뼈 부
위가 붉다는 것은 진액이 고갈되었다는 표시다. 진액이 부족하여  온몸으로 골고루 돌지 않
으니 자연히 불편한 증상들이 많이 생길 수밖에 없다. 걸음도  잘 걷지 못하고 손발이 차갑
고 온몸이 떨리는 증상은 바로 그 때문이다. 강씨는 무엇보다 부족한 정기를 돋워주어야 했
으므로 '육미지황탕' 에 '보중익기탕'을 합방하고  지모와 황백을 4그램씩 첨가해서 투여했
다.
얼마 후 그는 피로감이 훨씬 덜하고 눈의 불편한 증상이 없어졌다며 기뻐하였다.
  미간과 콧등에 주름이 있는 사람. 밤만 되면 온몸이 바늘로 찌르는 것 같아요. 56세의  김
씨는 내원 당시 제산제와 호르몬제, 진통제 그리고 다른 한의원에서 지은 한약을 동시에 복
용하고 있었다. 이유인즉 몸이 아프기 시작한 후 2년 동안 검사란 검사는 모두 받아보고 좋
다는 약도 거의 다 먹어보았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해 통증만이라도 가라앉힐 수 있는 약을
먹는 거란다. "별의별 검사를 다 했는데도  병원에선 정확한 원인을 모르겠다고 해요.  정말
답답한 노릇이에요." "증세가 어떤지 말씀해보시죠." "잠을 자려고 누웠다 하면 마치 바늘로
콕콕 찌르는 것처럼 온몸이 쑤시고 저려와요. 그러면서 등허리에  바위 하나를 올려놓은 것
같이 무겁고 땅기고, 아무튼 고개조차 돌릴 수가 없어요. 그러니 늘 밤잠을 설치는데 낮에라
도 눈 좀 붙여보려고 하면 또 쑤시고 저리니..." "그래서 진통제를  드시는군요. 그럼 제산제
는 왜 드십니까?" "그걸 안 먹으면 뱃속에  가스가 차면서 위쪽으로 치받쳐 올라와요. 그리
고 아침마다 신물이 넘어오는데 영 기분이 좋지 않아서 밤이면 꼭 먹어요." "호르몬제를 드
시는 이유는 뭐죠?" "생리가 없어서  산부인과 검사를 받아봤더니 폐경기는  아니니까 약을
복용하라고 하대요."
  이런 환자를 보면 너무나 안타깝다. 이런저런 약들로 불편한 증상들을 잠시잠깐 억누르고
있지만 근본적인 치료가 안 되니 얼마나 견디기 힘들겠는가. 게다가 약을 너무 많이 먹으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좋은 약이란 일시적인 고통을 덜어주는 것이 아
니라 근본적인 치료를 해서 약 없이도 건강하게 살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때마침 김씨
는 주름을 펴는 성형수술을 한 지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오히려 얼굴에 남아
있는 주름이 더 선명하게 보였다. 제일 눈에 띈 것은 미간과 콧등에 뚜렷하게 나 있는 여러
개의 주름이었다. 이는 뿌리의 기가 끊어진 것을 뜻하며 허리와 다리가 좋지 않다는 것이다.
주름이란 나무의 나이테처럼 사람의 체질이 겉으로 드러난 표시이기 때문에 아무리  성형수
술을 한다고 해도 다시 생기고 만다.
  또한 이 환자는 바늘로 찌르는 것처럼 온몸이 아프다고 했는데, 이는 화를 뜻하며 기과의
여성에게 잘 나타나는 증상이다. 특히 아픈  증상이 밤이면 더 심해지는 것은 어혈과  사혈,
즉 나쁜 피가 많이 몰려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얼굴과 손등에는 검버섯이 만발했는데 이렇
게 나이에 비해 빨리 그리고 많이 생겼다는 것은 외기에 상한 것으로 봐야 한다. 진맥을 해
보니 뭔가 울한 맥이 나왔다. 자신은 마음 상할 일이  아무것도 없노라고 했지만 본래 예민
한 성격인데다 갱년기까지 맞으려니 우울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여러 가지를 종
합해보건대 김씨는 허로증이라는 병에 걸린 것으로 판단되었다. 허로증을 무슨 병이라고 하
느냐고 반문할 사람도 있겠지만 이때  어떻게 치료하느냐에 따라 노후의  건강이 결정된다.
만약 이 환자도 고치지 않고 그대로 놔둔다면 남은 여생을 불편한 증상과 함께 고통스럽게
보낼 수밖에 없다. 허로증으로  고생하던 김씨에게는 '가미인삼양영탕'을  처방하였다. 워낙
병이 깊은 경우였으므로 약을 여러 제 복용해야 했다. 눈 밑이 검은 사람. 가슴과 팔에 피부
병이 생겨 무척 가려워요. 얼마 전에 32세인 주부가 가슴과  팔에 생긴 피부병을 고칠 없겠
느냐며 찾아왔다. "요즘 들어 식욕이 통 없고 입냄새도 심하게 나요. 그러면서  가슴과 팔에
피부병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맥주를 마시고 나면 가려움증이 더  심해져요."   피부병이 생
긴 부위를 자세히 살펴보니 끝이 볼록하게 올라온 것이 꼭 물사마귀처럼 보였다. 그런데 피
부병이 맥주를 마시면 더 심해진다는 얘기와  환자의 눈 밑에 거뭇거뭇한 그늘이  드리워져
있는 형상으로 보아 담음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일단 담음 증상이 있는지  물었다. "가
끔 속이 느글거리고 메슥메슥할 때가 있습니까?" "예.  요즘 들어 그런 증상이 더 심해졌어
요." "얼굴이 후끈 달아오르면서 어지럽고  가슴이 두근거리죠? 가슴이 답답하기도 하구요."
"맞아요. 근데 제가 그런  걸로 고생하는 줄 어떻게 아셨어요?"  아주 놀랍다는 듯 눈을 동
그랗게 떴다. "그리고 여기저기 쑤시지요?" "아이를 업으면 어깨가 아프고 뼈마디가 욱신거
려요."
  또한 환자의 얼굴을 보니 예민하면서 신경이 날카롭고 결벽증도  있어 보였다. 그래서 성
격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니 다 맞는다고 했다. 식욕을 느끼지 못하는 건 아무래도 신경성
인 듯싶었다. 배 부분을 진찰해보니 배꼽에서 진물이 나면서 냄새가 났다. 한의학에서는  이
것을 옹저라고 하는데, 옹저란 쉽게 말해 곪는 것이다. 옹저는  큰 병 중의 하나로 본다. 진
단 결과 눈 밑이 검은 것과 피부병이 서로 연관되어  있고, 성격이 예민하면서 날카로운 점
도 이 병의 원인이 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따라서 담열에 의해서 오는 피부병으로 판단하
여 이진탕에 창출, 백출, 천궁, 산사를 가미해서 1차 치료를 하고, 2차로는 배꼽의 옹저를 치
료하기 위해 '가미평위산'을 처방하였다.
  법령이 깊게 파인 사람. 엉덩이뼈를 삐끗한 후로 허리와 다리가 번갈아 아파요. 62세의 정
씨는 택시 운전을 한 지 20여 년이 다 되어간다는데, 늘 의자에 앉아 있는 자세가 불안했단
다. 그러던 어느 날 왼쪽 엉덩이뼈를 삐끗했는데 약국에서 지어준 약을 먹고 파스를 붙였더
니 곧 괜찮아졌다가 최근 들어 장딴지가 아프기 시작했다고  한다. 처음엔 물리치료를 받으
면 곧 낫곤 했는데 지금은 왼쪽 오른쪽 할 것 없이 허리와 다리가 번갈아가며 아프다고  호
소하였다. "소화는 잘 됩니까?" "가끔씩  소화불량으로 고생할 때가 있어요.  한데 그때마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픕니다. 땀도 많이 흘리구요. 시원한 냉면을 먹어도 등에서는  식은땀이
줄줄 흐르거든요." "몸이 많이 축나셨군요. 이제 기계가 낡을 때도  됐으니 기름을 쳐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정씨는 법령이 깊숙이 파이고 이마에 주름이 많은 생김새로, 원래 허리와 다리가 안 좋고
신장 쪽으로 병이 오기 쉬운  체질이었다. 또 몸이 말랐는데도 땀을  지나치게 흘린다는 건
진액이 새고 있다는 증거이므로 한시라도 빨리 몸을 보해주어야 했다. "젊은 사람 같았으면
엉덩이뼈가 삐끗한 정도로 이렇게 고생하지  않을 거예요. 그만큼 몸이  허약해졌다는 얘기
죠." 정씨에게는 '노인신기환'을 처방하여 허리와 다리의 통증을  치료하였다.  체력이 쌓이
자 땀도 덜 나고 늘 개운하다며 "한약이 이렇게 좋은 줄 몰랐다"고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왔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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