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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장 동물들의 언어

    목소리와 표정과 몸짓
  인간과 동물간의 대화를 주제로 한  전설이나 이야기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무수히 많다.
그러나 20세가가 되어서 이것을 과학적인  연구대상으로 삼고 실제적인 면에  응용시키려고
생각한 사람은 과연 있을까? 그런데 동물과의  대화는 실제로 가능한 것일까? 동물의 언어
란 것이 정말 존재하는 것일까? 또한 동물은 서로 대화를 나누고, 의미 있는 정보를 전하거
나 받거나 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인간의 언어와는 너무나 동떨어진 것이지만 일부 동물이 언어를 갖고 있다는 사실은 밝혀
졌다. 다만 그것은 '언어'라기보다는 좀더 다른 용어를 사용하는 편이 적당할지도 모른다. 그
러나 그것은 정보의 전달과 교제의 수단이라는 기능을 훌륭히 해내고 있다. 즉 개체가 같은
종류끼리의 교류를 도와서, 먹이를 찾거나 적에 대항하는 방어를  하는데 있어서 동일 족속
의 활동을 조정하고, 전통을 세대에서 세대로 전하고, 만족, 분노, 공포 등 감정의 상태를 표
현한다.
  일 예로 옛날부터 인간과 친구인 개를  살펴보자. 개에게는 두 개의 언어가 잇다.  하나는
같은 개끼리, 또 하나는 주인과의 사이에 주고받는 언어이다. 후자는 인간과 교제하는  과정
에서 몇 세기에 걸쳐서 완성된 것이다. 코끼리는 주로 판토마임을 사용한다.
  하등동물인 긴꼬리원숭이의 일정인 망토비비는 음성과  몸짓으로 된 복잡한 언어를  갖는
다. 그들의 음성 언어에는 약 20개의  신호가 있는데 각각 일정한 정보를 나타낸다.  위험을
알아차린 보스가 특별한 소리를 지르면 그 무리 전체가  도망치던가 방어태세를 취한다. 무
리에서 뒤쳐진 비비는 다른 소리를 지른다. 무리에서 성인이  된 동료관계를 나타내는 각종
의식에서는 전혀 다른 소리를 지른다. 예를 들면 무리 안에  있는 비비가 보스나 또는 서열
이 위인 비비를 만나면 반드시 그 앞에 몸을 웅크리고 여러 번 계속해서 '아아∼'하고  소리
친다. 이것은 복종을 의미한다. 망토비비는 이런 음성신호  외에도 눈짓, 포즈, 제스처, 표정
을 사용한다. 예를 들면 보스는 눈짓만으로도 멀리서부터 무리  전체의 행동을 지배할 수가
있다. 그 비밀은 눈꺼풀 위쪽 피부의 하얀 부분에 있다. 눈썹을 올리면 잿빛 얼굴 안에 있는
하얀 눈꺼풀이 확실히 눈에 띄게 된다. 때문에 금지나 위협을 나타내는 눈짓은 멀리서도 볼
수가 있다.
  망토비비는 또 코앞에서 꼬리 끝에  이르기까지 민첩하게 움직이는 몸  전체를 사용한다.
예를 들면 꼬리를 일정한 형태로 세워 그것을 좌우로 흔들어서 암컷은 수컷에 대한 좋고 나
쁜 감정을 나타낸다. 그러나 망토비비의 언어 속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표정이
다. 그들의 표정이 풍부한 것은 표정근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귀, 눈, 입, 머리의 피
부를 움직여서 공포, 분노, 호기심 등을 나타낸다. 이들 다양한 표정, 제스처가 15개의  눈짓
과 20개의 음성과 함께 망토비비의 언어를 매우 표현력이 풍부한 언어로 만드는 것이다.
  박쥐도 상당히 복잡한 언어를 갖고 있다. '치프', '브즈즈', '쵸루쵸루' 같은 22개 이상의 단
어가 있다. 박쥐가 자기네들 끼리끼리 나누는  소리는 4개의 그룹으로 나누어진다. 첫  번째
그룹은 어미와 새끼의 대화용, 둘째 그룹은 '군사행동'용, 수컷끼리 벌이는 싸움과 관계가 있
고, 셋째 그룹은 사랑의 언어, 넷째 그룹은 경보용이다. 오스트레일리아의 동물학자 닐슨 교
수에 의하면 보초를 서는 박쥐는 클라리넷의 단속적인 음색과 비슷한 음색으로 소리쳐서 동
료 박쥐들에게 위험을 알린다.
  인간의 언어와 비교하면 동물이 내는 소리는 단어가 아니라 완전한 하나의 문장을 이루는
경우가 많다. 콜라트 로렌츠  교수가 거위의 언어를  번역하는데 성공했는데 "가·가·가·
가·가·가"라는 6개 이상의 음절이 연속되면 "여기는 기분이 좋다. 먹을 것이 많이 있으미
까 여기세 있도록 하자."라는 의미이다. 음절이 정확히  6개라면 "여기는 풀이 적다. 잎사귀
를 조금씩 먹으면서 천천히 가도록 하자.",음절이 5개라면 "좀더 빨리 걷자." 4개면  "머리를
앞으로 쑥 내밀고 빨리빨리 걸어라." 3개면 "가능하면  빨리 걸어라. 주변을 경계하라. 날아
오르도록 하라." 가능하면 빨리 걷지 않으면 안되지만  날지 않아도 좋을 때에는 "가·기·
가"의 3음절인데, 한가운데 음절이 높은 "가·기·가"로 된다. 예를  들면 개를 발견했을 때
의 경계경보는 별로 크지 않게 코에 걸린 것  같은 1음절의 음인 "라"이고, 그것을 들은 무
리는 날개를 푸드득 푸드득 치면서 일제히 날아 오른다. 경계경보 해제는 길게 "가"이다.
  서독 엘리히 보이마 교수는 60년간에 걸쳐서 관찰한 것을 기초로 꿩과에 속하는 모든 새
들이 겨우 소리의 높낮이가 다른 30개의 소리로 도니 한 개의 언어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밝
혀냈다. 이들 소리는 일정한 기분이나 희망을 나타낸다. 보이마 교수는 마이크로폰과 테이프
레코더를 사용해서 닭이 안면을 트고 친구가 되는 모습이나,  암탉이 병아리에게 곡식을 쪼
아먹는 법을 가르치고, 흥분해 있는 병아리를 진정시키는 모습을 여러번 선보였다.
  연구 결과가 나타내듯이 많은 새들의 소리는 극히 복잡한  정보를 전달한다. 그것들은 먹
이, 집짓기, 산란, 이동 등 특히 중요한 생활 기능과 관계를 갖고 있다. 둥지 속의 암컷과 수
컷, 어미새와 병아리, 또는 무리 가운데 있는 새들 사이의 연락을 하기 위한 음성신호는  각
각 다르다.
  새의 생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노래, 즉 '지저귀는 것'이다. 지저귀는  능력은 유
전에 의해서 세대에서 세대로 전달된다. 새의 지저귐은 일정의  이야기 언어인데 삼림 속에
서 길을 잃지 않으려는 수단, 자신의 세력권을 나타내는  신호, 자기 동료를 발견하는 수단,
자기의 힘을 과시하기도 하고 또는 사랑의 기쁨을 나누기  위한 수단이다. 새의 지저귐에는
아직 과학자들이 알지 못하는 또 하나의 정보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어
느 미국 과학자의계산에 따르면 새의 목소리를 분류하는데는 대략 400개의 카테고리가 필요
하다고 한다. 새의 언어 중에서도 까마귀의 언어는 특별하다.

    까마귀의 방언과 여치의 구애
  최근 과학자들은 까마귀의 언어를 약 300종류로 분류하고 있다. 그 대부분은 아직 의미를
알지 못하지만 중한 일부 언어만은 이미 해명되었다. 예를 들면 특히 목쉰 소리로 까아까아
하고 연속적으로 우는소리는 들판에서 모임이 있으니까 모든 까마귀는 모두 모이라는  소집
령이다. 펜실베니아 대학의 후버트·플링스 교수는 이 모임에서 무엇을 하는가를 살작 엿듣
기 위하여 옥수수밭에 마이크로폰고 스피커를 숨겨 놓고 옥수수밭 상공으로 까마귀떼가  통
과할 때마다 테이프에 녹음했던 앞에 언급한 소집령을 틀었다. 몇 번인가 실패를 거듭한 후
드디어 성공했다. 까마귀떼는 스피커에서 방송한 소집령을 우연히 듣게 되자 곧, 교수가  예
상했던 장소에 내렸다. 그리고 처음에는 개개의 소리를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까아까아하고
소리질렀다. 그런데도 교수의 노력은 드디어 보답을 받아서 마이크로 폰과 증폭기는 이제껏
그 누구도 들어본 적이 없는 소리를 포착했다. 플링스 교수는 그것이 아마 사랑의 속삭임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플링스 교수는 또 하나 매우 흥미있는 언어가 달라진다. 예를 들면 시골에 사는 까마귀는
도시에 사는 까마귀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미국에 사는  까마귀는 유럽에 사는 까마귀와
'대화'를 할 수가 없다. 분명히 까마귀의 말에  방언이 존재하는 것 같다. 그는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다. 프랑스에 사는 까마귀의 울음소리를 테이프에 녹음하여, 그것을 미국의 까마귀
가 둥지를 틀고 있는 곳에서 재생해 보았다. 그러나 미국의 까마귀는 프랑스의 친구들이 우
는 소리에 반응하지 않고, 그들의 경계경보조차 이해하지 못했다.
  도시에서 도시로,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방랑하는 까마귀도 있다. 그 까마귀들은  가을
이나 봄에 이동하다가 다른 까마귀떼와 조우하여 그들의 방언을  이해하게 된다. 그들은 갈
가마귀나 갈매기의 말조차 알아듣는다. 예를 들면 이러한 뛰어난  어학 능력을 가진 동부아
메리카에 사는 까마귀의 일종은 그때까지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방언'을 말하는 유럽 까
마귀의 울음소리를 곧장 이해한다. 장기간에 걸친 실험을 한 결과 플링스 교수는  '지방까마
귀'는 약 1년간 '국제 까마귀언어학교'에서 공부하면 이같은  능력을 획득할 수 있다는 점을
밝혔다. 동일한 종족 내에서도 '교양이 높은' 놈과 '교양이 낮은'놈이 있는 것 같다.
  곤충의 교제방법은 대단히 다양하다. 예를 들면 많은 곤충은  냄새를 언어로 사용하고 잇
다. 흰개미는 일종의 전신을 사용해서 멀리까지 정보를 전달한다. 그들은 개미가 다니는  길
의 벽을 머리로 두드려서 동료에게 적의 접근을 알려준다. 모기는 전자파, 꿀벌은 춤을 가지
고 상대에게 의사를 전달한다. 유명한 독일의 과학자 카를 프릿슈가 증명했던 것처럼,  꿀벌
의 춤은 일종의 판토마임이다. 춤을 가지고 그들은 꿀이 있는 장소의 방향, 그 곳까지의  거
리, 꿀의 많고 적음을 동료에게 알려준다. 뮌헨의 하롤드 엣슈 박사는 꿀벌의 춤에는 소리가
덧붙여진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는 이들 소리를 녹음하여 분석한 결과 , 춤을 출 때  날개를
비비는 소리의 길이는 벌집에서 꿀이 있는 곳까지의 거리를  나타내고, 소리의 세기는 꿀의
품질을 나타낸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귀뚜라미나 여치가 치이치이하고 우는 언어도 매우 다양하다. 튀빙겐 대학의 후버 박사는
귀뚜라미가 내는 약 500종류의 소리를 녹음했다. 귀뚜라미의  언어는 기술적인 면으로 보면
새의 언어보다 나으면 나았지 떨어지지는 않는다.
  또 레겐 교수는 녹음한 소리가 귀뚜라미의 언어란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암컷 귀뚜라미를
전화로 불러냈다. 전화로 수컷의 소리를 들은 암컷은 곧 수화기 속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귀
뚜라미는 바이올린처럼 다양한 소리를 낸다. 즉 시맥(곤충의 날개에 무늬처럼 있는 맥)을 뒷
다리에 달린 가시로 긁는다. 소리의 길이, 크기, 가락은  시맥의 마찰부를 가시가 몇 번이나
문지르는 가에 따라 달라진다. 또 그렇게 하기 위해서 근육의 힘을 차례로 변화시킨다. 보통
은 처음에 수컷이 우는데, 그것은 이런  의미를 갖고 잇다.  "여기에 있는 나는  이러이러한
종류의 귀뚜라미이다. 나와 같은 종족의  여자  친구를 매우 사귀고 싶다"  그 소리를 들은
같은 종류의 귀뚜라미가 약간 간격을  두고 그 소리에 대답한다. 수컷은  이 상대방이 있는
방향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모습을 보이지 않는 상대를 향해  휙하고 날아간다. 그러나 상대
가 암컷이 아닌 수컷일 경우가 있다. 그럴 때는 격투를 피할 수 없다. 그 때문에 수컷은 그
렇게 되지 않으려고 때때로 구애의 노래에 싸움소리를 섞는다. 만약 싸움소리가 되돌아오지
않는다면 상대는 암컷임에 틀림이 없다. 곧 상대를 부르는  노래를 교환한 후에 2마리의 귀
뚜라미는 사랑의 이중창을 부른다. 그러나 수컷은 그렇더라도 근처에 있는 라이벌에게 위협
을 가하기 위해서 싸움소리를 계속해서 낸다. 그러나 근처에 있는 라이벌이 이 암컷을 포기
하지 않을 때는 역시 싸움이 일어난다. 2마리의 수컷은 서로  마주 보고, 서로 접근하여, 촉
각을 흔들고 몸을 진동시킨다. 그리고 때때로 몸통을 들어오려, 자신의 강함을 과시하기  위
해서 두꺼운 뒷다리를 뒤로 쳐올린다.  그래도 효과가 없을 때는 두  마리의 라이벌은 서로
싸움소리를 내면서 입을 벌리고 상대에게 덤벼든다. 앞다리로 격렬하게 때리고 들소처럼 서
로 들이받고 뒷다리로 상대를 차버리려고 한다. 혹시 이  킥이 명중하면 상대는 20센티미터
나 하늘로 붕 뜬 다음 조용히 전장터를 떠나고 승리한 수컷은 그곳에서 승리의 노래를 부른
다.

    전화로 이야기하는 돌고래
  바다에 사는 생물은 특수한 언어를 갖고 있다. 예를 들면  아조프 해에 사는 어쩐 물고기
는 둥지를 틀 때에 웅웅거리는 낮은 소리를 낸다. 이  웅웅거리는 소리를 들은 동료 물고기
는 그 세력권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그러나 집짓기가 끝나면 수컷은 암컷을 부르는 높은 소
리를 낸다. 이 물고기가 내는  소리는 무리를 지어야 한다는 신호이고  또다른 어떤 소리는
위험을 알려준다. 산란기에는 처음에 토막토막 끊어지는 소리로 부르는 것이 들리고 이윽고
그 소리가 대합창이 되었다가 마지막에는 점차 조용해진다. 즉 산란이 완료된 것이다.
  갑각류는 매우 '수다스럽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시끄러운 것은 게로 딱딱하는 소리와 매우
흡사한 30종에 가까운 소리를 낸다.  극동지방에 사는 게는 가위로 적을  놀래킬 뿐 아니라
사냥감이 거의 귀머거리가 될 정도로 커다란 소리를 낸다. 새우도 대단히 시끄럽다.  새우가
내는 소리는 삭정이가 타면서 탁탁 튀는 소리와 흡사하다.  이른바 도깨비새우는 첫째 다리
의 가위로 딱딱하는 소리를 낸다. 이 소리는  그 음파가 술잔을 깰 정도로 강할 때가  있다.
도깨비새우는 보통1평방미터에 200마리가 군생하는데 1년 내내 주야를 가리지 않고  소리를
내고 있다. 제 2차 대전중에 일본은 이 새우를  미국 해군기지근처에 대량으로 풀어 놓았는
데 그것들에 의해서 적으니 구중 음파탐지기의 기능은 완전히  마비되었다. 일본은 그 틈을
이용해 잠수함으로 침투하여 적함에 어뢰를 발사한 후에 무사히 돌아왔다고 한다.
  바다에 사는 생물가운데 가장 복잡한 언어를 갖고 있는  것은 돌고래이다. 주위의 조건이
나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서 다양한  신호를 사용한다. 어떤 놈은 정위난 유영이나  측정,
먹이감 찾기, 어떤 것은 동료들과 연락을 취하는데 사용된다  수중에서 연락을 취하기 위해
돌고래가 사용하는 많은 소리는 공중으로 뛰어 오를 때 낸다.  돌고래는 혼자 있을 때는 보
통 말이 없지만, 두 마리만 되면 활발하게 신호를 주고받는다. 대화는 항상 상대방이 부르는
것과 그에 대한 응답으로 시작한다. 뒤이어서 길이, 높낮이, 세기가 다른 일련의 호각소리가
계속된다. 이것에 의해서 정보를 여러 가지로 변화시키는 셈이다. 돌고래의 대화는 말하자면
신사다운 대화라고 할 수 있는데 한 마리가 지껄일 때는 상대방은 입을 다물고 경청하기 때
문이다.
  1961년에 존 릴리는 두 마리의 돌고래가 전화를 통해서 이야기하도록 하는 재미있는 실험
을 실시했다. 음파가 닿지 않을  정도로 멀리 떨어진 두 개의  풀장벽에 마이크와 스피커를
설치했다. 그리고 두 개의 풀장을 잇는 전화선을 연구소의  중앙 지령실로 접속시켜서 과학
자가 돌고래의 대화를 들을 수 있도록 했다. 풀장에는 한 마리씩 돌고래를 풀어 놓았다.  돌
고래는 헤엄쳐 다니면서 콜 사인(호출부호)을 내기 시작했다. 응답신호를 들은 돌고래는 곧
스피커에 바짝 접근하여 번갈아 가면서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이렇게 해서 최초로 돌고래
들의 전화로 수다떨기가 시작되었다. 처음에 돌고래들은 같은 신호만을 반복하면서 눈에 보
이지 않는 상대방을 쓸데없이 찾아다녔다. 그러나 몇분이 지나자  이 전화장치가 어떤 것이
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대화'는 대단히 '정중하게' 진행되었다. 어느쪽의  돌고래도 상대방의
말을 도중에 가로막는 법이 없이  주의 깊게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상대방의 말이 끝나고
나서야 비로소 말하기 시작하였다. 이 대화(잡담,수다)는 약 1시간 동안 계속되었다.
  랑과 스미스가 실시한 실험은 좀더 귀중한 결과를 가져왔다.  데시와 도리스라는 부부 돌
고래의 대화를 녹음한 후 그것들을  따로따로 분리했다. 4개월이 지난  뒤에 데시를 격리된
풀장에 넣고 녹음한 도리스의 소리를 들려주었다. 데시는 도리스의  콜 사인에 즉각 응답했
다. 두 사람은 타임 워치를 손에 쥐고서 돌고래와 녹음테이프와의 '대화'를 지켜보았다. 일곱
개의 높낮이가 있는 호각 소리를 듣자마자 데시는 침묵해 버렸다.  이 실험을 두 번 반복됐
는데 데시는 매번 처음에는 이야기를 하다가 테이프가 동일한 곳에 이르면 흥미를 잃고 입
을 다물어 버렸다. 테이프에 녹음된 처음의 '대화' 가운데에  도리스가 뭔가 '지껄인' 것이 4
개월이 지난 뒤에는 완전히 무의미하게 되었고, 그것을 들은 데시가 입을 다물어 버렸을 것
이라고 랑과 스미스는 생각했다. 이 실험은 돌고래가 언어와 같은 것을 갖고 있다는 가설을
어느 정도 입증했다.
  게다가 동물학자인 노리스는 돌고래의 언어가 만국 공통어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그는 태
평양에서 붙잡은 돌고래와 대서양에서 자란 돌고래를 전화로 이야기를 시켰던 것이다. 하와
이 제도의 어느 풀장에 있는 돌고래가 특별하게  입구를 제작한 하이드로폰(청음기)에 주둥
이를 찔러서 여러 가지 소리를 내자 8,000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상대방 돌고래가 그 소리를
듣고 응답했다. 두 마리는 서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이해하고 상당히 오랫동안 계속 수다
를 떨었다.
  이상으로 동물의 언어와 그 언어를 이해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의  예를 몇 가지 들어보았
지만, 우리들은 현재까지 아직 동물과 대화를 나눌 수가 없다. 그러나 만약 동물과 이야기를
나눌 수가 있다면 과학분야 뿐만 아니라 여러 산업 부문에서도 대단히 유익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일 예로 비버를 들어보자. 비버가 쌓은 제방의 크기, 장소 선정의 타당성, 구조의  복잡성,
주거의 다양성에는 전문가들조차 깜짝 놀랄 정도이다. 더군다나 그러한 건설기술은 결코 보
통 기술이 아니다.
  프랑스의 과학자들은 비버가 만든 제방의 토대가 된 곳에  파이프를 찔러 넣었다. 저장됐
던 물이 삽시간에 줄어들기 시작했다. 비버들은 수위가 내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 처음에
는 제방에 진흙을 쌓아서 높여  보았다. 그것이 효과 없다는 것을  알자마자 돌출되어 있는
파이프를 발견하고, 그 파이프를 진흙으로 막으려고 했다. 그러나 그러리란 것을 미리  예상
하고 파이프에는 옆에도 구멍이 나 있어 거기서부터란 것을 미리 예상하고 파이프에는 옆에
도 구멍이 나 있어 거기서부터도 물이 들어가도록 했다. 그 구멍을 진흙을 발라서 메꾸려는
일은 비버에게는 불가능했다. 그래서 그들은  다시 장시간 파이프 끝을  계속해서 막았지만
어떤 효과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 행동만을 갖고도 비버가  초보적인 사고능력을 갖고 있다
고 간주하기에는 충분하다. 마지막에 이르자 비버는 제방 토대의 위치가 파이프보다 아래에
오도록  완전히 제방의 형태를 바꾸어서 물이 새는 것을 막는데 드디어 성공했다.
  만약에 이들 비버의 언어를 완전히 습득하여 그들의 행동을 지배하는 메타니즘을  이해할
수 있다면 아마 수중공사에 비버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동물의 행동을 지배할 수 있으
려면 우리들의 명령을 수행할 수 있도록 그들의 언어로 명령을 내리지 않으면 안된다. 바꾸
어 말한다면 "이곳으로 오라.""저쪽으로 가라.""이것을 해라." 또는 "이것을 하지 마라.""이것
을 먹어라."라고 동물에게 지껄이지 않으면 안된다.
  콘라트 로렌츠 교수는 거위의 말을 연구해서, 그 울음소리를 흉내내는데 성공하여, 거위떼
와 친구가 될 수 있었다. 거위의 말을 연습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었지만 그는 거위
와 서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되어 그가 "빨리 걸어라.""좀더  천천히 걸어라.""그 풀밭에
조금 더 있어라.""새로운 곳으로 옮겨라."라고 명령하면 거위는 그대로 행동했다. 또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소련의 리야잔 시 근처네 있는  양봉연구센터의 과학자들은 꿀벌의 '대화'를
이해하여 그들이 내는 소리에서 그 기분을 알아내는 것을 완전히 습득했다. 꿀벌이 서로 꿀
을 훔치는 것조차 소리를 통해서 알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꿀벌들끼리 하는 대화를
'도청'해서 그들 일족의 상태를 진단하고 근처벌통에서 일어난 사건을 예상하는 새로운 방법
이 생겼다. 이 방법은 양봉에 널리 이용되기 시작하고 있다.
 
    수화를 기억하는 침팬지
  최근의 미국의 가드너 부부는 인간과 침팬지가 서로 의사를 소통하는데에 성공하였다. 침
밴지에게 영어를 가르치려는 최초의 시도는 1955년에 헤이즈 부부에 의해  행해졌다. 6년간
의 훈련 끝에 이 침밴지가 불안전하지만 그럭저럭  발음할 수 있었던 것은 겨우 네 단어에
지나지 않았다. 이 실험으로 알게된 것은 예컨데 침밴지가 성대를 진동시킬 수 있다 하더라
도 일생에 걸쳐서 기억하는 언어는 극히 적다는 사실이다.
  침밴지의 발성기관은 인간과 눈에 띄게 달라서 인간은커녕 앵무새처럼 조잘거리는 것조차
불가능하며, 자연조건 아래서는 침밴지는 음성이 아니라 주로 몸짓 언어로 의사를 소통한다.
이러한 사실을 고려한 가드너 부부는 미국 농아들이 사용하고 있는 수화(각각의 몸짓, 손짓
으로 어떤 단어나 개념을 나타낸다)를 침밴지에게 철저하게 가르치기로 했다.
  실험에 선발된 것은 '와시우'라는 이름을 가진 침밴지  암컷이었다. 와시우는 생후 18개월
이 되었을EO 밀림에서 잡혀와 가드너 부부의 '양녀'가 되었다. 실험대상으로 와시우가 뽑힌
이유는 성격이 온순하고 사람을 잘 따랐기  때문이다. 와시우는 잘 웃고 결코 울지  않았다.
얼굴 근육이 매우 잘 움직이므로 그녀의 기분을 관찰하기가 매우 간단했다.
  실험은 와시우 가족의 일원으로 인정하여 비교적 자유롭게 행동하도록 하는 것에서  시작
하였다. 와시우는 귀가 매우 밝았으므로 가드너 부부가 서로 나누는 대화가 그녀의  '미숙한
머리'를 혼란시킬 우려가 있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서로 같은 언어로 말하지 않고  수화만으
로 의사소통을 하기로 했다. 이 사항은 와시우와 접촉하는 사람 모두가 엄격히 지켰다. 처음
켳 개월 동안에 와시우는 실험담당 직원과의 환경에 익숙해졌다.  그녀는 가족과 함께 식사
를 하고 과자를 먹었다. 그리고 하루의 대부분을 잠을 자든가, 그렇지 않으면 자기 기분  내
키는 대로 하든가, 또는 그녀가 하는 것과 똑같이 수화를 하고 있는 이간들을 천진난만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따뜻하고 친밀감 있는  환경에 놓여졌기 때문에 와시우는  침밴지 특유의
노여움, 또는 절망의 소리를 내는 일은 거의 없었다.
  가드너 부부는 유인원에게 공통적인 흉내내는 능력을 기초로 해서  실험 계획을 짰다. 점
차로 와시우는 인간의 제스처를 반복하기 시작했다. 와시우가 말의 의미와 일치하는 올바른
손짓을 했을 때는 머리를 쓰다듬어 주든지 먹이를 주었다. 수화가 정확하지 않을 때는 특별
히 강조해서 올바른 손짓을 해보였다.  와시우는 목욕을 시킨다는지, 밥을 먹인다든지  하는
일상의 동작을 그 각단계를 나타내는 제스처를 섞어서 허풍을  떨면서 했다. 가드너 부부는
와시우에게 끊임없이 새로운 물건과 그림을 보여주며 이 학습을 그에 대응하는 수화로 뒷받
침했다.
  와시우는 빨리 배웠다. 매일 목욕했지만 어느 때는 놀이  상대인 인형을 목욕시키는 일도
있었다. 우선 목욕탕의 수도꼭지를 틀어 탕에 충분히 물을 채운 후 인형을 턱까지 목욕탕에
담근 후 비누로 씻고 나서 수건으로 닦았다. 또 이를 닦는 것과 그에 대응하는 수화를 기억
했다. 즉 칫솔을 의미하는 집게손가락으로  이를 닦았다. 처음에는 이런 시도에  저항했지만
곧 그것조차 좋아하게 되었다. 식사가 끝나면 의자에서 뛰어 내려 세면장으로 뛰어갔다.
  2개월이 지나자 중요한 변화가 일어났다. 가드너 부부를 따라서 가드너 부부의 친구가 있
는 곳에 손님으로 갔을 때 와시우는 목욕탕으로 다가가서 주의를 둘러보다 칫솔을 발견하지
곧 이를 닦는 시늉을 했다. 그녀에게 칫솔을 필요로 할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그녀에게  처
음으로 물건의 이름을 부르고자 하는 바램이 나타났다. 꽃에 큰 관심을 둔 것도 처음  2,3개
월이다. 이러한 일들은 속성학습에 이용되었다. 미국의 농아들이 사용하는 수화로는 꽃은 인
간의 냄새를 맡는 것처럼 주먹을 콧구멍의 하나에 붙이는  동작으로 표현된다. 와시우는 이
손짓을 기억하고 있다가 어느 날 가드너 부부가 꽃가게에 갔을 때 스스로 이 수화를 해보였
다.
  가드너 부부는 수화학습의 제1단계에서는 유아기의 더듬거리며 말을 지껄이듯이 서툰  수
화를 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런  더듬거리는
단계가 시작된 것은 훨씬 후의 일인데, 즉 자신이 기억한  상당한 수에 이르는 단어를 가지
고 문장을 짜맞춘다는 곤란에 부딪쳤을 때에 일어났다. 문맥이 통하지 않는  다종다양한 와
시우의 손동작은 그의 심적인 갈등을 나타내고 있었다. 한편으로 그녀는 확실하게 표현하기
를 바라지만 한편으로는 그것을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지 알지  못했다. 절망에 빠진 와시우
에게 가드너 부부가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야생의 침밴지는 물건을 달라고 조를 때 벌린 손을 내민다. 가드너 부부는 이것을 이용했
다. 미국의 농아들이  사용하는 수화 중에서 '주십시오'와  '이쪽으로 와라'는 지금 침밴지가
한 손동작과 매우 비슷한데, 후자의 손동작은 거기에 손가락을  자기 쪽으로 접어 구부리는
동작이 붙는다. 와시우는 즉시 이 차이점을 이해하고 이들 수화는 그녀의 말의 일부가 되었
다.
  와시우는 남을 웃기기 좋았던 '익살맞은' 짓을 그만두자 좀더 계속적인 것을 요구하여  상
대방의 양손을 잡아 끌어 자신의 양쪽 겨드랑이나 머리 근처에 갖다댔다. 가드너 부부는 이
것을 '좀더'라는 수화를 기억시키기 위해서 이용했다. 그것은 손등으로 엄지손가락과 집게손
가락과 가우데 손가락으로 물건을 집듯이 해서 손목째로 그것을 자기쪽으로 향하게 하는 몸
짓이다. 와시우는 곧 이 손동작의 의미를 이해하여 지금까지  하던 본능적인 손동작을 이것
으로 바꾸었다. 그러나 다른 때에도 이 '좀더'라는 수화를 사용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6개월이 지나자 가드너 부부는 다른  놀이를 발견했다. 즉 세탁물이  들어 있는 바구니에
와시우를 집어 넣었더니 와시우가 매우 좋아했으므로 또 한번  집어넣어 주었다.  그랬더니
와시우는 또 그러고 싶어서 애원하는 듯한 눈으로 가드너를 쳐다보았다. 그는 거기에 '좀도'
라는 수화로 대답했다. 그리고 와시우는 남을 웃길 때와 같은 손동작을 세탁물이 들어 있는
바구니 앞에서 하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와시우가 손동작을 하면  가드너는 정중하게
그녀를 바구니 속에 집어넣었다. 그 일이 있은지 몇  개월이 지나자 와시우는 '좀더'라는 수
화를 다른 경우에도 사용하게 되었다.
  동일한 방법을 써서 '열어라'라는 수화를 철저히 가르쳤다.  이것은 손바닥을 아래로 하고
양 손을 꼭 붙여서 나란히 한 다음에 두 손을 떼어서  손바닥을  위로 하는 동작이다. 처음
에는 닫힌 문을 통과하려고 할 때 와시우는 보통 양손의 손바닥으로 문을 두드렸다. 그녀가
양손을 내밀었다가 제자리로 빼는 몸짓(동작)을  보고 "열어라"라는 손동작을 대충가르치는
데에 성공했다. 그리고 이 손동작을 했을 때만 닫힌 문을 열어 주었다. 이렇게 해서  와시우
는 마침내 이 수화를 습득하여, 문이나 책장 서랍뿐만 아니라 단단하게 잠근 수도꼭지를 열
어 달라고 부탁할 때에도 이 수화를 사용하게 되었다.
  게다가 와시우는 오른손의 집게손가락을 왼손 손바닥에 대어 그것을 돌리는 '열쇠'라는 수
화도 습득했다. 와시우의 방에는 작은 자물쇠가 채워져 있는데 그것은 간단한 열쇠로 열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그러나 자물쇠를 여는 일은 와시우에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
이유는 어떤 원숭이라도 기계적 동작을 할 수 있을 만큼 잔재주가 있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
이다. 가드너는 어떤 자물쇠라도 열 수 있게 될 때까지 와시우에게 실물 교육을 시켰다.  이
윽고 와시우는 그녀에게 열쇠를 보여줄 때나, 또는 열쇠가 보이지  않을 때 그 열쇠를 달라
고 그녀가 조를 때 '열쇠'라는 손동작을 하게 되었다.
  처음 7개월이 되자 와시우는 네개, 다음 7개월째에는 더욱  능숙해져서 아홉 개의 손동작
기호를 습득했다. 그리고  2년이라는 기간이 끝날 때쯤에는 약  60개의 손동작 기호를 이해
하여 그 중의 서른 네 개 예컨대 '먹는다' '간다' '좀더 많이' '위' '아무쪼록' '바깥'  '안' '서두
르다' '냄새' '듣다' '개' '고양이' 등을 혼자서도 하였고, 일상 생활에 사용했다. 그 뿐만 아니
라 와시우는 겨우 열 개의 손동작 기호만으로는 기억할 수  없을 때, 그것을 적당한 형태로
결합시키는 것에 생각이 미쳤다. 그 의미라는 점에서는 막 말을 배우기 시작한 유아가 사용
하는 무구와 매우 비슷한 '두 개의 단어' 로 된 문장을 스스로 만들게 되었다. 예를 들면 꽃
가게에 가고 싶을 때에는 와시우는 '꽃을 열어라' , 또는 자물쇠가 채워진 문의 열쇠가 필요
할 때에는 '열쇠를 열어라'의 손동작을 했다. 단어의 수가  들어남에 따라 와시우는 점차 그
것들을 결합해서 구를 만들게 되었다.
  일부의 구는 그녀 자신이 발명했다. 가드너 부부는  와시우 앞에서 늘상 '춥다'와 '상자'라
는 두 개의 손동작 기호를 결합하여 '냉장고'를 표현했다. 그러나 와시우는 이 경우 '열다' -
'먹을 것' - '마실 것'의 세가지 기호를 사용하는 편이 간단하고 논리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했
다. 어떤 때는 개가 짖는 소리를  듣고 스스로 '듣다'와 '개'라는 기호를  결합했다. 와시우는
게다가 '나(나에게)'와 '너(너의)'라는 기호를 기억하여 '나에게  여는 열쇠를 달라'라든가 '실
례합니다. 나는 개를 듣고 있다.'라는 짧은 구에 그것을 넣어서 사용하게 되었다.
  가드너 부부는 이 침밴지의 '지식'을 실험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우선 작은 창이 있는 상
장에 물건이나 그림을 넣었다. 상자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지 못하는 시험관이 와시우
에게 작은 창으로 무엇이 보이는가를 '말하게 했다'. 만약 상자 속에 자신이 기억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있을 때는 와시우는 그것을 수화로 전달했다.
  역사 이래 처음으로 인간과  고등한 원숭이와의 사이에 정보의 교환이 가능하게 된 것은
아무리 높게 평가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가드너가 침밴지에게  가르친 것이 그 능력의
한계는 아니다. 고등원류는 8살에 성숙한다. 과학자는 와시우처럼 2년이 아니라, 예컨대 4-6
년을 가르친다면 좀 더 큰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예를 들면 고등한 원
숭이를 인간의 조수로서 과학부문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부문에도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
라고 기대하도 크게 틀린 일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이미 원숭이는 우주 비행사, 유모, 트럭
운전사로서, 또는 야자 열매를 수확하는 일에  이용되고 있다. 그렇지만 이들 '직업'은  모두
조련, 즉 일방적인 정보 전달에 의해서 교환이 가능하게 된다면 침밴지에게 다양한 많은 습
관을 만들어서 반사적이고 기계적인 노동이 아니라  의식적인 많은 노동 과정을 수행할  수
있도록 철저히 교육시킬 수가 있게 될 것이다.
 
    물고기의 음향을 이용하여 물고기를 잡는다
  바다 생물과의 교류는 인간에게 많은 것을 약속해 줄 것이다. 바다 동물의 '언어'와 그 음
향적인 특성에 대해서 현재까지 알고 있는 사실만을 갖고도 현재 전인류가 직면해 있는 바
다나 하천에 존재하는 식량자원을 이용해야 한다는 일련의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 새로운 가
도에서 몰두할 수 있을 것이다.
  유엔의 통계에 따르면  최근 20-25년 동안에  세계의 어획고는 2.5배  증가하여 1966년에
6,400만 톤에 달했다. 그렇지만 이처럼 어획고가 급증하는데도 불구하고 현재의  어로방법은
원시적인 어로방법의 영역에서 그다지 벗어나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종종 들린다. 사실 물고
기가 모여 있는 구역은 고작해야 해양의 전체 면적의 0.1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바
다에서 물고기를 잡는 현재의 방법은 산처럼 쌓인 건초더미 속에서 바늘을 찾는 거와 같다.
그러나 세계의 인구 증가를 고려한다면 1975년에 전세계 어획고는 1억 톤이 되었다. 그러나
학자들은 1억 2천만 톤까지 늘릴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현재까지 획득한 동물의
언어에 관한 생물음향학적인 지식, 즉 그들이 어떤 정보를 교환하고, 어떤 방식으로  그들의
사회를 구성하는가에 대한 지혜가 어업에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
다. 소련의 아카데미 회원인 블레포프스키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물고기 사냥꾼인 현재의 어부는 가까운 장래에 반드시  목동으로 바뀔게 틀림없다. 그들
은 마치 피리를 불 듯이 먹이를 줄 때 물고기가 내는 소리를  흉내 낼 것이다. 이런 것들이
단순한 예화는 아니다. 어부들을 특수한 음향장치를 사용해서 물고기떼를 그물 안으로 끌어
들이는 일이 가능하게 될 게 틀림없다."
  음향 어로법은 이미 실용화되어 있다.  예를 들면 소련의 참치잡이  어선에는 살수장치가
실려 있는데, 참치떼가 졸고 있는 구역으로 들어서면, 배 주위의 바다에 물을 뿌린다. 이 인
공비의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는 수면에서 작은 물고기가 튀어오를 때 내는 소리를, 또 물
방울이 낙하하면서 만드는 물의 진동은 운동하는 물고기떼가 만드는 물의 진동을 모방한 것
이다. 이런 것들에 유도된 참치떼는 인공비가 떨어지는 지점으로 몰려 들지만, 그곳에는  낚
시대가 기다리고 있을 따름이다.
  청어, 삼치, 꽁치의 어획량을 대폭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새로운  방식의
음향 어로법이 채용되었다. 보통 건착망(그물을 둥글게  쳐서 줄을 당겨 주머니의 아가리를
조르듯이 해서 물고기를 잡는 그물)에 들어간  이들 물고기는 그 3분의 1이  그물코 사이로
빠져 나가 버린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여러 다양한  방법이 시도되었지만 어떤 방법도
효과가 없었다. 여기에 힌트를 암시해 준 것은 돌고래이다. 돌고래가  삼치떼나 멸치떼를 잡
을 때에는 위협하는 듯한 강한 호각소리를 내서 그 물고기떼를 밀집시킨 다음 사방에서 일
제히 공격한다. 태평양 어업의 해양학 연구소의 연구원들은 이  돌고래가 내는 호각 소리와 
비슷한 소리를 내는 장치를 개발했다. 현재 건착망을 사용하는  어획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
로 진행된다. 우선 물고기를 유인하는 소리가 배에서 발사된다. 배의 엔진소리 같은  소음이
있더라도 물고기는 신경쓰지 않고 그 발사되는 소리를 듣고서  그물로 모여든다. 그 다음에
는 건착망의 아가리를 단단히 조일 때까지 위협하는 듯한 호각소리가 발사되는데 그 소리에 
겁을 집어먹은 물고기떼는 열린 아가리에서 앞을 다투어 그물 깊숙히 도망쳐 들어간다.
  이상은 생물 음향학을 실용화하는 그 첫 단계에 지나지 않는다. 바다는 다양한 생물이 성
장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다.  겨우 현미경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방산충에서 지구에서
가장 큰 포유 동물인 고래에 이르기까지 다종다양한 생물이 이곳에서 풍부한 먹이를 찾아내
고 번식한다. 만약 인간이 바다를  자신의 곡창지대로 만들고 싶다면  바닷속에서 벌어지는
현상에 대해 단순한 방관자에 그쳐서는 안된다. 인간에게 쓸모가 없는 물고기보다는 유용한
물고기가 많아지도록, 즉 쓸모가 없는 물고기의 숫자를 조절하고, 바다에 사는 대형  맹수류
들의 행동을 감시하여 그들을 지배하지 않으면 안된다. 여기서도  생물 음향학이 매우 유용
하게 쓰인다. 그 일 예로써 마이애미 대학의 아서 미우버그의 업무를 소개해 보자. 그는  바
하마 제도에 있는 노스 비미니 섬에 위치한 작은 연구실에서 바다의 맹수를 제어하는 재미
있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버튼을 누르면 바다밑에 설치한  수중 텔레비전과 저주파 음파
발생 장치가 작동하기 시작한다. 바다의 맹수들은 저주파의 음을  상당히 멀리 떨어진 거리
에서 듣더라도, 그것을 먹이를 먹을 때나 적에게 습격당했을 때에 물고기가 내는 소리로 착
각하여 그쪽으로 몰려든다. 그리고 음을 발사하고 나서 30초  안팎 사이에 텔레비젼 화면에
상어, 하타, 쏨뱅이의 모습이 나타난다.
  마우버그는 물고기의 행동을 연구하는 동안 아주 우연히 상어를 유인하는 방법이  머리에
떠올랐다. 그는 노스 비미니 섬의 투명한 수역에 많이 사는  매우 민첩한 작은 물고기인 자
리돔의 일종을 사용하여 실험을 실시했다. 이 물고기가 내는 소리를 계통적으로 녹음하면서,
동시에 그 행동을 텔레비젼으로 관찰하던 중에 그들의 '음성 언어(구어)'를 습득하고 그것을
사용해서 그들의 행동을 제어하는 실험을 시작했다. 일정한 소리, 특히 쩍쩍 하는 듯한 소리
를 테이프로 재생하면 이 물고기는 45도 회전하여 산란기 때와 똑같이 U자 모양의 호를 그
렸다. 또 다른 어떤 소리로 재생했더니  물고기의 몸색깔이 바뀌었다.  어느 날 미우버그는
쩍쩍 지껄이는 소리를 재생하는 버튼을 눌렀지만  물이 흐려 앞이 보이지 않아 이 물고기의
행동을 관찰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다른 소리를 내주도록 다른 직원에게 지시했다. 소리
가 발사되자마자 금세 그곳은 상어떼로 묻혀 버렸다. 이렇게 해서 아주 우연한 계기로 미우
버그는 대형 육식어종의 행동을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할 수가 있었다.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상어의 행동을 제어하는 일이 커다란 실용가치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이유는 어장, 진주 채취수역, 해수욕장 등에서 상어를 쫓아낼 수 있기 때문이
다. 그러나 미우버그 자신은 자기의 연구가 우선 첫째로 어업의 확대, 따라서 식량의 확보를
촉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만약에  어떤 물고기를 텔레비젼 카메라로  찍을 수 있다면
또 한 마리의 물고기를 그물 안으로 끌어들이는 일도  가능할 것이다."라고 그는 말하고 있
다. 상어는 한 마리씩 헤엄쳐 다니므로 상어를 어획하는 것은 채산성이 맞지 않는다. 그러나
음파를 발사하여 포획에 편리한 좁은 구역으로  상어를 모을 수가 있다면 충분히  채산성을
맞출 수가 있다.
  이와 같이 가까운 장래에는 생물 음향학이 확보한 최신의 성과를 이용하여 물고기나 기타
바다 동물에게 각종 음파를 발사하여 이들 동물의 행동을 제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
고 바다 생물이 인간에게 유용한 역할을 하도록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리나 그때까지 가
지 않더라도 물고기의 생물 음향학은 가까운 시일 안에 다음과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하천에 수렴 발전소의 댐이 건설되어 있는데, 이 댐이 물고기가 산란
장으로 이동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 그러나 음파를 사용하면 커다란 댐 근처에 설치한 양
어장으로 물고기를 보낼 수가 있다. 이미 많은 과학자들이  이문제에 매달려 있으므로 가까
운 시일 안에 댐 앞에 설치한 하이드로폰을 사용하여  물고기와 '대화'를 나누고, 초음파 발
진기는 산란장으로 향하는 모든 물고기가 알아듣도록 동시에 '몇개 국어'로  '방송'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장치에 의해서 하천의 어족  보호가 가능하게 될 것이 틀림없
다.
 
    메뚜기를 '언어'로 쫓아낸다.
  동물 가운데는 농업, 임업, 공업, 주택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또 인간이나  가축에게 전염
병을 옮기는 것도 적지 않다. 예를 들면 미국에 서식하는 10만  종의 곤충들 가운데 1만 종
은 해충인데 그 중의 90퍼센트가 농업 해충이다. 게다가 그 가운데 20퍼센트는 농업에 해를
끼치는 피해가 어마어마하다. 흰개미만 하더라도 미국에서 수천만 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피
해를 끼치고 있다. 세인트헬레나 섬에서는  한 도시가 흰개미의 습격으로  전멸되어 버렸던
일도 있다. 현재 파리, 함부르크, 볼로냐, 베니스  등 유럽의 각 도시가 흰개미의 공격을  받
아, 오래된 목조 가옥이나 도서관의 귀중한 장서가 못쓰게 되었다. 또 매년 전세계에서  2억
명이 1년간 먹을 분량의 곡물을 해충이 망쳐 놓고  있다. 농산물의 20퍼센트는 해충에 의해
서 소실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평균치이고 미개발 국가에서는 피해가 때로는 30퍼센트에
달하고 있다.
  이들 유해한 동물, 특히 해충의 방제를 가로막는 가장 큰 원인은 그들이 매우 다산성이어
서 세대 교체가 빠르다는 점이다. 한 마리의 바구미는 10개의 알을 낳는다. 집파리는  번식
이  매우  빨라서  한  쌍의  집파리가   번식을 가로막는   조건만 없다면   여름 한철에
200,000,000,000,000,000(2십경)마리의 자손을 남긴다. 편리하기로는  병충해 방제의 챔피언인
농약이 있지만 이것은 양날의 칼인 것으로 알려졌다. 즉 병충해를 방제함과 동시에 꿀벌 같
은 유익한 벌레까지도 죽여 버린다. 농약 사용이 새로운  병충해의 대번식을 초래하는 경우
도 드물지 않다. 예를 들면  펜실베니아 주나 기타 다른 주에  딱정벌레의 일종을 방제하기
위해 과수원에 DDP를 살포했다. 그런데 그  결과 사과에 붙어 사는 진딧물의  일종이 대량
발생했다. 이것은 이 진딧물이 기생하는 숙주이면서  진딧물의 번식을 억제하는 노란어리공
기생벌의 일종보다 DDP에 대한 저항력이 더 강했기 때문이다.  최근 영국에서도 똑같은 경
우를 볼 수 있다. 살충제를  살포해서 무파리를 방제할 수 있었지만  그와 동시에 무파리의
번식을 방해하는 딱정벌레를 죽여 버렸다. 그 결과 무파리의 숫자가 증가했다. 또 이런 경우
도 있다. 행동, 구조, 생리의  대수롭지 않은 차이로 병충해가  살충제의 작용에서 벗어나서
살아 남는 경우가 있다. 만약에 이변이(같은 종류의 생물의 개체 사이에 있는 여러 가지 차
이)가 유전된다면 이 변이를 갖는 형태는 그 종 가운데서 급격하게 증가해 버릴 것이다. 살
충제에 저항을 갖는 곤충의 계통은 이렇게 해서 발생한다.  그 결과 살충제를 살포하더라도
예상했던 효과가 나지 않는다. 때문에 곤충 세계의 복잡한 생물학적  연쇄에 간섭하는 경우
에는 개개의 경우마다 구체적인 상황을 면밀히 연구하여 그에 따른 병충해 구제 수단을 사
용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곤충은 진화 가정상 극히 고도의 단계에 도달했다. 곤충의 세계에 끼어 드는 일은 상당한
어려움이 있겠지만 그 실현은 가능하다. 그 첫 번째 방법으로 들 수 있는 것은 그들의 언어
를 아는 일이다. 캐나다의 위생감독관 노먼 호이티커는 모기를  구제하는데 이 방법을 채용
했다. 그는 마이크가 내장된 상자에  모기 암컷과 수컷을 각각 한  마리를 집어넣고 암컷을
부르는 수컷의 '소리'를 녹음했다.  현재 이 테이프는 특별히  설치한 살충제 에어 커튼(Air
curtain; 냉난방 장치가 있는 건물 입구에 외부공기의 유입을 막기 위해 위에서 아래로 흐르
는 공기의 벽)으로 모기를 유인하는 데에 사용되고 있다. 또 비용이 드는 배수용 수로를 건
설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소형 초음파 발생장치로 광대한 구역에서 모기를 일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메뚜기 종류는 농작물에 막대한 피해를  끼치고 있다. 몸무게라고 해봐야 불과  2,3그램에
지나지 않지만 작은 무리라 하더라도 그 전체 무게는 1만 톤 이상에 달한다. 거대한 메뚜기
대군이 때로는 수백, 수천 킬로미터에 퍼진 일도 있다. 어느 박물학자는 아프리카에서  홍해
를 횡단해서 날아가는 이동메뚜기의 대군을 관찰했다. 이 대군이 차지한 면적은 약  5,800평
방킬로미터에 이르고 구 숫자를 계산해 보니 250,000조마리(25경마리), 그 전체 무게는 놀랍
게도 4,400만 톤이나 되었다. 정말 천문학적이 숫자이다. 메뚜기의 종류의 무리는 거의 일직
선으로 난다. 그 메뚜기떼의 앞에는  국경도, 자연의 장해물도 없다.  메뚜기 대군이 습격한
밭은 몇 시간 안에 그야말로 파란 줄기도 남지 않을  정도로 뿌리째 먹어 치운다. 프랑스의
뷔넬 교수는 효과적인 메뚜기 방제수단을 개발하기 위해 메뚜기의 언어를 연구하는데  매달
렸다.
  우선 처음에는 메뚜기와 최대한 가까운 곳에 고감도 마이크를 설치하여 다양한 종류의 메
뚜기 '솔로(독창)'를 녹음해서 메뚜기가 내는 소리의 의미를 해독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리
고 장시간에 걸쳐 피나는 연구의 결과  암컷을 유혹하는 수컷의 외침소리를 해독하는  데에
성공했다. 이 콜 사인을 전자장치를 가지고 들판에서 재생했더니  금방 암컷이 데이트를 할
려고 물밀 듯이 밀어닥쳤다. 이 연구는 현재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 가까운 장래에는 스피커
로 수컷의 콜 사인을 방송하여 구제수단을 준비해둔 장소로 암컷을 유인한다든지 또는 반대
로 메뚜기 대군이 밭에 착륙하기 잔에 그들의 경계경보를 중계방송해서 그들을 내쫓아 버리
는 일도 꿈만 같은 일만은 아닐 것이다.
  일부 과학자들은 병충해 방제에는 해충이 내는 음성신호를 일정한 소리로 방해하는  방법
도 효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실험 결과가 보여주듯이 이것  때문에 많은 해충의
행동에 대혼란을 일으켜 암컷과  수컷의 데이트를 곤란하게 하든지,  또는 전혀 불가능하게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이외에 곤충의 '냄새 언어'를 이용하여 병충해를 방제하려는  시도도 실시되었다. 이를 위
해서 냄새로 유인하는 특수한 물질이 연구되고 있다. 이 물질을 병충해로 오염된 지역에 사
용하여 수컷을 유인하여 죽여버린다. 그렇게  하면 암컷이 알을 낳더라도  무정란밖에 낳지
못한다. 이 구제 방법은 대단히 유망하다. 이 물질은 무해하여 다른 종류의 곤충에게는 작용
하지 않고 목적한 해충에 대해서만 효과가 있다. 여러  다양한 '냄새 언어'를 인용하면 자연
계의 균형을 크게 파괴하지 않고 해충에게 선택적으로 작용할 수가 있다. 이 새로운 방법에
의하면 어느 해충을 전멸시키지 않고도 그 대량 발생을 방지할 수가 있다.
 
    비둘기의 긴급 경계신호
  여름이 끝날 무렵이면 밭이나 과수원에서 들새를 쫓아버릴 유효한 수단을 개발하는  일도
해충을 방제하는 문제에 뒤지지 않는 긴급한 과제이다. 가을에 수천 마리 무리를 지어서 건
너오는 찌르레기는 남유럽이나 북아프리카의 포도원과  과수원의 수확을 20-30퍼센트 정도
망가뜨리고 있다. 또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에서는 까마귀가  농작물에 커다란 피해를 끼치
고 있다.
  이외에 일부 새들은 대도시의 주민이나 기업에 적지 않은  손해를 끼치고 있다. 대도시에
는 특정한 새가 자리잡고 있다. 그 큰 특징은 숫자가 적은 종류의 새가 군생하고 있다는 사
실이다. 유럽의 대도시에 사는 새의 80-90퍼센트는 참비둘기와 참새의 일종이다. 그들은 소
음, 야간의 밝은 조명, 빈번한 자동차의 왕래라는 근대 도시의 생활에 적응하여 급격히 번식
하였는데 문자 그대로 이들이 도시를 점령하고 있다. 그리고 장소를 가리지 않고 마구 배설
물을 뿌리고 밟아서 도시를 오염시키고, 또 배설물 속에 포함되어 있는 산이 석조건물의 토
대를 침식시켜 건조물의 노후화를 재촉하고 있다.
  이들 새, 특히 참비둘기는 바이러스성  병원체를 마구 뿌린다. 또 참비둘기나  참새에게는
벼룩, 진드기, 빈대가 재생하고 있다.  그 가운데 어떤 것은  인간이나 가축에게도 꾀어들어
각종 질병을 옮긴다. 이외에 참새나 비둘기의 다리나 부리에는  닭에 기생하는 회충의 알이
붙어 있다. 가을이 되어 쌀쌀해지면 참새나 제비의 둥지에  있는 빈대는 지붕밑이나 처마밑
에서 인간의 주거로 대이동을 시작한다. 독일의 블레메르하펜, 빌헬름스하펜, 쿠크스하펜 등
의 도시는 최근 갈매기 때문에 커다란 피해를 받고 있다. 엘베 강과 우에자 강 하구 사이에
현재 약 2만에서 2만 5천마리의 갈매기가 서식하고 있다. 이들 불손한 '강도'의 대군은 금속
성의 울음소리로 시민들의 수면을 방해하고  캠프장을 습격해서는 야외의 식탁을  망쳐버린
다. 갈매기의 배설물은 연못이나 하천을 더럽히고 물고기를 엉망으로 망가뜨린다. 그리고 사
람까지 습격하게 되었다. 갈매기의 최대 피해는 어업이다. 어선에서 물고기를 내리는 안벽에
대거 덤벼들어 최고 품질의 물고기부터 청어에  이르기까지 송두리째 먹어치운다. 블레메르
하펜 시 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이 시에만도 매일 15만톤의 싱싱한 생선이 갈매기의 '아침식
사'로 사라진다.
  그러면 이들 새떼의 피해를 막으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 방법으로 생각해낸 것이 새의 언어를 연구하여 그들이 내는 소리 가운데에서 긴급 경
계신호를 분리·녹음하여 그것을 위협수단으로 역이용하는 것이다.  이들 신호의 최대 특징
의 하나는 서로 이웃하여 서식하는 다른 종류의 새에게도  공통으로 효과가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인간이 발견한 개똥지빠귀의 특징이 있는 울음소리는 숲에 사는 많은 새들에게도
위험을 알려 주고, 흰죽지참수리를 발견한 작은 새의 날카롭고  요란한 울음소리는 다른 종
류의 새에게도 동일한 반응을 일으킨다.
  최근에 이르러 과학자들은 어떤 종류의 새의 '언어'속에서 위험신호를 분리하여  테이프에
녹음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 신호를 재생해 보니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었다. 독일의 라인란
트팔츠 주에서는 찌르레기의 경계신호가 포도원에서 찌르레기의 내습으로부터 과수원을  지
키기위해 이 방법이 사용된다. 도 뮌헨이나 런던에서는 월동하는  새를 쫓아내기 위해서 그
들의 경계신호를 테이프로 재생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또 까마귀의 언어를 연구하여 긴급 위험신호를 분리하여 녹음하는 데  성공했
다. 그것을 인간의 언어로 번역하면 "위험하다! 빨리 도망쳐라!"라는 말이 된다. 그 테이프를
녹음기에 넣어서 까마귀 떼가 즐겨 찾는 장소에 눈치채지 못하게 설치한다. 까마귀 떼가 가
까이 오면 녹음기는 자동적으로 돌기 시작하고 그 테이프의 소리 때문에 까마귀 떼는 대혼
란에 빠져서 날아가 버린다. 까마귀는 몇천 마리가 한 장소에  즐겨 모이는 습성을 갖고 있
지만 이렇게 쫓겨나면 최소한 1년 동안은 그곳에 접근하지 않게 된다. 도 이 신호를 까마귀
둥지가 있는 쪽을 행해서 울리게 하면 어미 까마귀는 둥지 속에 있는 새끼나 알을 버려두고
도망쳐 버리므로 까마귀의 번식을 방지하는데도 효과가 있다.
  동물의 언어를 연구하여 얻어진 지식은 얼마 되지 않지만 지금 이야기한 바와 같이 실제
적인 면에 활용되어 상당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 동물의  언어를 연구하여 그것을 습득하는
일은 현대 과학에 부여된 가장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문제의  하나일 것이다. 그것을 해결하
는 일은 진화과정에서 잃어버렸던 인간의 먼 조상과 동물계와의 연결고리를 부활시키는  것
을 의미한다 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동물과 교류하는 새로운 방법·수단을
개발하여 짐승이나 새 또는 물고기나 곤충이 지닌 다양한 능력을 인류를 위해서 좀더 효과
적으로 이용한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된다. 이것이 현대가 해결해야할 과제이다.

    우주인과 돌고래, 언어로 이야기한다
  이것으로 동물의 언어에 고나한 장에 종지부를 찍어도 좋다. 그러나 이 문제는 또 하나의
매우 중요하면서도 흥미로운 측면을 갖고 있다. 그것은  무엇일까? 지구 이외에 우주문명이
존재한다는 것은 오늘날에는 이미 SF영역을 벗어나서 과학의 최전선의 하나의 문제가 되어
있다. 예를 들면 1971년 9월 소련의 뷰라칸 천문대에  지구 이외의 우주문명과의 교신에 관
한 제 1회 국제심포지엄이 열렸는데 소련,  미국 영국에서 노벨상 수상자급의 이론  물리학,
전파 천문학, 생물학, 천체물리학의 전문가들이 참가하여 그 가능성과 기술적인 수단등에 대
해서 구체적인 토론을 하였다. 이 장대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는 각 방면의 과학자들의
일치된 협력이 필요하고, 생명과 지적생물발생의 필연성과 우연성, 문명발전의 일반법칙, 우
주문명과 접촉하는데서 일어날 수 있는 결과에 대한 예측등 이 문제의 여러 다양한 측면을
우선 해결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우주 저편에서 보내오는 전파 속에
서 우주인의 전파를 찾아내어 해독하는 일일 것이다.
  일부 미국의 과학자들, 특히 동물과 인간의 대화의 문제에 몰두해  있는 존 릴리 등은 돌
고래 언어가 우주인의 언어를 해독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우주 문명
과 교신하는 것 같은 어려운 문제는  돌고래 언어를 전면적으로 연구하는 데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면 릴리 등이 이처럼 돌고래에게 커다란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무
슨 이유일까? 어떤 근거로 그들은 지구인과 우주인의 대화에 돌고래 언어를 연구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일까?
  릴리는 최근 출판된 《돌고래의 세계》라는 책에서  이 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대답하고
있다. "우리들은 돌고래가 모두 지능을  갖고 있다는 기본 원칙에서  출발한다.………그처럼
커다란 뇌를 가진 포유동물을 상대하는 동안, 돌고래가 발달된 지능을 갖추고, 우리들이  돌
고래와 교류하고 싶어하는 것과 같은 정도로 그들도 인간과 교류를 원하고 있다는 작업가설
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렇게 해서 선택은 이미 끝났다. 더구나 상당한 근거도 있다. 돌고래는 인간의 뇌와 많은
점에서 유사하다. 크고 복잡한 뇌, 뛰어난 학습능력을 갖고, 인간과 곧 친해지고, 인간의  언
어를 능숙하게 흉내낼 수 있다. 특히 릴 리가 주장하는  것처럼 돌고래는 우리들 인간을 이
해하고 인간과 교류하기를 갈망하고 있다. 이상의 사실들을 가지고  릴리는 이미 10년 전에
다음과 같이 언명하였다. "20년이 지나면  인간이 다른 생물과 대화를  나눌 수가 있으리란
점을 나는 확신하고 있다. 그 상대는  다른 혹성에서 날아온 우주인일 수도 있고,  지구상의
생물일지도 모른다. 후자인 경우에는 그것이 돌고래라는 사실에 나와 내기를 해도 좋다." 그
후 다수의 실험이나 돌고래의 중추신경계, 그 들의 행동, 언어 및  그 법칙성의 연구(컴퓨터
를 사용했다)를 통해서 그는 더욱더 강하게 그것을 확신했다.
  그러나 장래에 인간과 돌고래가 대화를 나누는 것이 가능하리라는 릴리의 낙관적인  견해
에 동조하는 과학자는 그리 많지는  않다. 돌고래가 우주 언어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든가
이 우주언어가 돌고래 언어를 기본으로 해서  만들어졌다는 점에 이르러서는 더 한층  그렇
다. 그렇다고 해서 돌고래가 지능이나  회화 능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릴
리가 내세운 사실이나 논리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릴리가 내세운  사실이나
논리를 일률적으로 부정할 수는 없다. 고래류에 대한 전문가는  릴리가 돌고래에 대해 갖고
있는 견해에 대해 찬성과 반대의 어느  쪽의 입장에 선다하더라도 그의 연구결과는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생물학 박사인 야블로코프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릴리의  가설과 결
론을 그처럼 간단히 부정해 버리는 것은 이제 불가능하고 부적당하다.…돌고래가 지능을 갖
고있다는 그의 결론이 비록 아무리 공상적으로 보인다 하더라도,  그것을 부정할 사실 없다
는 것도 분명하다. " 인간과 돌고래  사이에는 아직 거리가 먼 존재이고, 둘  사이에 대화가
실현된다는 것은 아직 요원한 이야기이다. 또 릴리의 기대와 예측이 빗나갈지도 모른다.  그
러나 어떤 일이 있더라도 지적인  생물과 교류하는 문제는 일정에서 뺄  수는 없을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쏟는 어떠한 노력도 과학에 있어서 결코 쓸데없는 짓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제5장 바다의 지성인

    돌고래를 탄 소년

  뉴질랜드 중부의 프렌치 파스 해협은 바닷물이 역류하여 섬이나 암초가 많은 위험한 바다
이다. 1888년 폭풍이 몰아치던 어느  날 기계류와 구두를 싣고 시드니  항으로 향하던 범선
'브린델'호의 승무원은 뱃머리 전방에 마치 강아지처럼 장난치는 청회색의 커다란 돌고래 한
마리를 발견했다. 처음에 뱃사람들은 고래 새끼로 착각하고 포경용의 작살을 집어던지려 했
는데 선장 부인이 간신히 말렸다. 브린델 호는 까불거리는  돌고래의 뒤를 쫓아서 나아갔는
데 안개와 비를 돌파하여 무사히 위험한 수역을 빠져나갔다.
  이렇게 해서 돌고래 '선원'의 대가를 바라지 않는  무상의 뱃길 안내가 시작되었다. '선원'
은 날씨가 궂든 좋든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일'을 했다. 언제나 배 주위에서 헤엄쳤는데 마치
양떼를 지키는 개처럼 가끔 배 밑바닥을  빠져나가서 반대쪽에 얼굴을 들이미는 적도  있었
다. 이렇게 해서 브린델 호와 처음으로 만난 이래 '선원은 10년이상 뱃길 안내를 계속했다.
  얼마 안있어 '펭귄호'에 승선한 술취한 승객이 '선원'을 발견하고 반장난으로  돌고래의 눈
을 겨냥하여 권총을 발사했다. 그로부터 2주간 '선원'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모두가 '선원'
이 살해당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느 맑은 날 아침 이  대가를 바라지 않는 무상의 뱃길
안내자는 다시 프렌치 파스 해협에 모습을 나타냈다. 그러나 펭귄호 만큼은 가까이 하려 하
지 않았다. 1911년 '선원'은 1888년에 갑자기 프렌치 파스  해협에 출현했던 것과 똑같이 갑
자기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아마 나이가 들어서 파도가 벅찼기 때문일 것이다.
  돌고래가 인간에게 성의를 갖고 봉사한다는 이야기는 그렇게 진기한 것은 아니다. 플라톤
도 "불행히도 배가 침몰해 버렸다면 돌고래나 신의 도움을 바라면서 헤엄치는  것이 마땅하
다."고 썼다.
  그리스의 역사가 플루타크가 《동물의 능력에 대해서》라는 책 속에서 기술한 바에  따르
면 돌고래에게 구조된 최초의 인간은 오디세이의  아들인 텔레마코스라 한다. 텔레마코스는
뱃놀이를 하다가 바다에 빠져 익사 직전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돌고래가 그를 물위로 밀어
올려 바닷가로 옮겼다. 아버지 오디세이는  아들의 목숨을 구해준 은인을  기념해서 자신의
반지에 돌고래의 모습을 새기도록 했고,  도 돌고래의 형상을 한 걸쇠가  붙은 망토를 즐겨
입었다고 전해진다.
  기원전 7∼6세기 그리스의 유명한 음유시인 오리온도 돌고래가 목숨을 구해 주었다. 헤로
도투스의 이야기에 의하면 어느 날 음악  경연대회에서 우승한 오리온은 많은 상품을  안고
시실리 섬에서 배를 타고 코린토스로 향했다. 그런데 뱃사람들은  오리온의 상품에 눈이 어
두워 그를 살해하려고 했다. 오리온은 어차피 죽을 거라면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노래나 부
르게 해달라고 뱃사람들에게 간청했다. 오리온은 노래가 끝나자 뱃사람들 손에 죽기가 싫어
서 스스로 바다속으로 몸을 던졌다. 그런데 오리온은 가라앉지 않았다. 배 근처에 갑자기 돌
고래가 나타나서 그를 바닷가로 데려갔다...
  오늘날까지 남아 있는 많은 전설나 이야기는 돌고래가 물에 빠진 사람을 도와주었을 뿐만
아니라 인간과 친한 친구가  되기도 하고, 어린이들에게는 변하지  않는 애정을 나타냈다는
사실을 전하고 있다. 예를 들면 기원전 79년 유명한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할 때 죽은 고대
로마의 저술가 대플리니우스는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바이야 마을에 살던 한 소년과 돌
고래와의 이야기이다. 소년은 마음이 내킬 때면 언제나 나폴리 해변으로 가서 "시모! 시모!"
하고 부르면 돌고래가 바닷가로 다가와서 함께 즐겁게 놀았다.  돌고래는 소년을 등에 태우
고 학교에 통학을 하기도 하고, 소년이 주는 작은 물고기나 와인에 적신 빵을 먹게  되었다.
이들의 우정은 몇 년간 계속 되었는데 소년이 그만 병이 나서 죽었다. 그러나 그 소년이 죽
은 뒤에도 오랫동안 돌고래는 바닷가에 나타나서는 어린 친구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고  한
다.
  그러면 오늘날에는 어떨까? 돌고래는 과연 인간에 대한 태도를 바꾸어 버렸을까?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대플리니우스의 시대와 똑같이  오늘날에도 돌고래는 인간을  따르고 물에
빠진 사람을 도와줄 수 있을까?
  1943년 플로리다 해안에 한 여성이 수영하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깊이가 키를  넘는
곳에 와버렸다. 낭패한 그녀는 얼마  안있어 기진맥진해서 파도 사이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가 자신을 물가로  밀어 올려 주는 것을 알았다.  밖으로 나온 그녀는
생명의 은인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려고 했지만 주변에는 근처에 머리를 내밀고 잇는 돌고래
외에는 사람은 그림자도 없었다. 목격자의 이야기에 의하면 막  물에 빠지려는 순간에 그녀
를 물가로 끌어올린 것은 옆에 있던 그 돌고래였다고 한다.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을 소개해 본다. 이것은 17년 전  타스만 해를 향한 뉴질랜드의 시
골 마을 오포노니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바위산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후미에 1955년 어느
맑은 아침 한 마리의 어린 병코돌고래가 나타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돌고래는 어부들과 친
해져서 노나 손으로 그 돌고래의 몸의 어루만질 정도가 되었다. 그리고 매일 해안에 가까이
와서는 수영하는 사람들과 장난치거나 아이들을 등에 태우고 헤엄치기도 했는데 그런  도중
에는 절대로 물 속으로 자맥질하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과 친숙해진 이 돌고래, 오포 '선원'-그 고장 사람들은 그렇게 불
렀다 -의 기사가 신문을 떠들썩하게 장식했다. 예전에는 이름도 없는 일개 어촌이었던 오포
노니 주변에 호화로운 호텔이 줄지어 들어서고 많은 오락장이  등장했다. 이렇게 해서 오포
노니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휴양지가 되고 전세계로부터 관광객과 휴양객이 쇄도했다.
  오포 선원은 지칠 줄 모르고 찾아오는 호기심 많은 구경꾼들에게 싫증도 내지 않고 마치
영화 스타처럼 행동했다. 해수욕을 하는 사람들과 장난치고 여러  가지 특별한 재주를 선보
여서 그들을 즐겁게 했다. 가장 좋아하는 것은 공놀이로 큰 공을 코 끝에 올려 놓았다가 갑
자기 공중으로 던진다. 공이 수면에 떨어지기 직전에 꼬리를 한  바퀴 돌려서 공을 다시 쳐
올린다. 구경꾼이 던졌거나 자신이 물밑에서 입으로 물고 온 빈병을 코 끝에 올려놓는 재주
도 오포선원이 가장 자신있어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마치  인간에게서 해꼬지를 당할까 두
려워하는 것처럼 오포선원은 관객에게서 꽤 떨어진 거리에서만 곡예를 선보였다.
  오포노니 주민들은 오포 선원을 보호하기 위한 위원회를 결성하여 마을 입구에 큰 팻말을
세웠다. 거기에는 "오포노니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다만 돌고래에게 위해를  가하지 말아
주십시오."라고 써있었다. 그러나 그 후  오포선원은 모터보트의 스크류에 감겨서  비극적인
최후를 맞고 말았다. 현재 오포노니 해안에는 아름다운 황갈색  돌에 아이들과 장난치는 돌
고래상이 조각되어 세워져 있다.

    돌고래는 옛날 '인간'이었다?
  그러면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많은 전설에 둘러싸인 이 놀라운 생물은 도대체 무엇일까?
동물 중의 어떤 과에 속하는 것일까? 그  계통수는 어떻게 되어 있을까? 돌고래는 어떤 능
력을 구비하여 바이오닉스의 입장에서 과학이나 산업의 어떤 분야에 인간에게 봉사할 수 있
을까?
  '돌고래는 그 옛날 인간이었는데 다른 인간들과 함께 마을에 살고 있었다. 그런데  아버지
제우스로부터 신통력을 물려받은 디오니소스의 명령으로 육지에서 바다로 옮겨가  물고기의
모습이 되었다.'라고 유명한 고대 로마 시인 오피앙이 기록했다. 오피앙은 술과 연극의 신이
었던 디오니소스(박카스)를 둘러싼 전설을 잘 알고 있었음에 틀림없다.
  즉 디오니소스는 낙소스 섬으로 건너가려고   튜레니아의 해적선을 타고 말았다.  그들은
디오니소스가 신이라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고 노예로 팔아버리려고  했다. 디오니소스는
돛대와 노를 뱀으로 바꾸고 솔개의 목소리와 피리소리로 배를 가득 채웠기 때문에 해적들은
그만 정신이 이상해져서 바다로 뛰어들어 돌고래가 되었다.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돌고래를
'바다사람'이라 부르는 것은 이와 같은 사연 때문이다. 또한 돌고래가 인간과 가까운 두뇌를
지녔고 특히 어린이들과 친한 것도 다 이런 이유 때문이다.  돌고래는 그 옛날에 지은 원죄
를 속죄하는 것이다. 대플리니우스가 말했듯이, 그래서 돌고래의 목소리도 인간의  신음소리
와 비슷한 것이다. 돌고래는 옛날부터 자신들이 인간이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
  이러한 이야기는 물론 신화지만 실제로는 어떨까? 돌고래의 조상이 무엇이었는지는  현대
과학의 힘으로는 아직 알 수  없다. 우리가 한마디로 돌고래라 부르지만  그 종류가 많아서
파일럿고래, 참돌고래, 병코돌고래, 돌곱등어 등 70종류 가까이 된다. 포유동믈  고래목의 이
빨 고래류에 속하며 세계의 어느 바다에도 분포해 있는데 일부는 하천(아마존, 갠지스)에도
살고 있어서 이것들은 하천돌고래라 부른다.
  돌고래는 폐가 있어서 그 체온이 인간의 체온에 가깝다. 암컷, 수컷 한 쌍이 짝을 지어 행
동하는데 새끼를 모유로 키운다. 돌고래에 있어서 출산은 대사건이다. 새끼가 태어나면 새끼
에게 최초의 호흡을 시키는  것이 어미돌고래의 최대관심사이다.  어미는 '주둥이'와 오른쪽
지느러미로 새끼를 수면으로 들어올린다. 그 곳에서 새끼는 처음으로 공기를 들이마셔 폐를
확장시켜서 초음파의 첫울음소리를 낸다. 새끼가 호흡을 시작하면 어미는 안심한다.  새끼는
가장 안전한 장소-어미 옆이나 꼬리지느러미 바로 위에서-인 엄마에게 찰싹 달라붙어서 헤
엄친다. 그리고 10-30분 간격으로 어미 유방에서 젖을 빨아먹는다. 돌고래의 모유는 영양분
이 풍부해서 (지방은 우유의 13배, 단백질은 4배)새끼는 대단히  성장이 빠르다. 생후 3개월
이면 체중이 35킬로그램 정도 된다. 그리고 생후 18-20개월이면 젖을  떼고 그 사이에 어른
돌고래에게서 배워 스스로 먹이를 구하는 법을 익힌다.
  대다수 과학자들은 돌고래의 조상을 육지의 포유동물로 보고 있다. 그것이 육상에서 해양
으로 '이주'한 것이다. 돌고래가 바다로 이주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5,000만년에서 6,500만
년 전의 일이다. 그러나 왜 이주를 했는지, 돌고래의 조상을 어떤 형태를 하고 있었는지, 도
대체 무엇이었는지는 돌고래의 진화에 있어서 '잃어버린 연결고리'가 바다 속으로  사라졌기
때문에 전연 알지 못한다. 단지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정체불명의 육상 포유동물이었던 돌고
래의 선조가 다시 수중생활에 적응하기까지는 오랜 세월이 걸렸다는 사실이다. 몸은 기다랗
게 되고, 두 다리는 없어지고 가슴지느러미에 앞다리의 흔적이 남아있을 따름이다. 꼬리지느
러미는 물고기의 그것처럼 수직이 아니라 수평으로 붙어서 추진기가 되었다. 이 꼬리지느러
미와 등지느러미, 게다가 가슴지느러미 덕분에  돌고래는 고속 유영이 가능한 것이다.  진화
과정에서 코도 바뀌었다. 10원 짜리 동전 크기 지름을 가진 돌고래의 콧구멍에는 흡입과 배
출을 하는 판이 붙어있다.
  포유동물의 주요한 특징을 지닌 채로 수중생활로 다시 돌아간 결과 돌고래는 다양한 모습
으로 새로운 생활환경에 적응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돌고래는 육상생활에서 수중생활
로 이행하면서 중추신경계의 복잡화라는 경로를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 돌고래가 독특한 뇌
를 지닌 것은 아마 그 까닭 때문일지도 모른다.
  돌고래의 뇌는 마치 권투 글러브 두 개를 나란히 늘어놓을 것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인
간의 뇌보다 더 구형에 가깝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커다란 측두부이다. 후두부도  대단히
크다. 돌고래의 뇌의 두정부는 인간의 뇌의 두정부와 전두부를 합쳐놓은 것과 같다.  독일의
생물학자 M 티데만은 돌고래의 뇌를 처음으로 보았을 때 깜짝 놀라서 "돌고래의 뇌는 인간
이나 오랑우탄의 뇌에 버금갈 정도로 훌륭하게 발달되어 있어서, 이로부터 어느정도 지능이
발달했다는 점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1827년 돌고래를 해부해  본
결과, 그는 돌고래의 뇌가 원숭이의  뇌보다 더 크고 기부가 인간과  똑같지만 그보다 조금
더 넓게 되어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러나 그가 얻은 이  중요한 발견은 한 세기 이상이나
도서관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그리고 최근의 연구에 의해서 비로소 돌고래의 뇌가
인간의 뇌보다도 더 크고 특정한 점에서는 인간의 뇌보다 더 복잡하게 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물론 뇌의 크기만을 갖고 동물의 지능을 판정하는 것은 잘못이다. 뇌의 질을 판정하는 데
는 몇 가지 정해진 기준이 있다. 그런데 돌고래는 이들  기준의 여러 면에서 인간과 동등하
다는 사실을 알았다. 일 예로 기억과  사고의 기능을 하는 대뇌피질을 살펴보자. 피질의  주
름, 즉 '회전'의 수는 적게 잡아도 인간보다 두 배나 많다. 돌고래의 놀랄만한 판단력과 머리
회전의 속도는 이것 때문이 아닐까? 돌고래는  인간이 따를 수 없을 정도로 재빠르게  여러
가지 일을 하고 감각한다. 또 연구결과에 따르면 돌고래의  시상과 피질의 신경세포는 인간
의 뇌와 맞먹을 정도로 빽빽하게 분포되어 있다. 대뇌속의 뉴런의 숫자도 인간의 뇌보다 1.5
배-2배가 많다. 이처럼 기억용량이 대단히 크기 때문에 돌고래는 인공적인 정보 저장수단에
의지하지 않고도 방대한 지식을 획득할 수가 있는 것이다.
  대뇌피질의 '복잡성'을 나타내는 또 하나의 기준이 있다. 피질의 각 부분에 분포되어 있는
뇌세포는 쥐나 토끼의 경우에는 4층으로 되어있지만 돌고래의 경우는 인간이나  원숭이처럼
6층으로 되어있고, 또 시상의 특수핵과 비특수핵의 숫자도 인간보다 한두 개가 더 많다.  스
위스의 피렐리 박사는 이러한 자료를 근거로 개개의 기준을 보면 돌고래는 인간과 동등하거
나 또는 그보다 더 발달된 뇌를 갖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멋진 재주 몇 가지
  돌고래는 조련이 용이한  뛰어난 학생이다. 무엇을  가르쳐도 재빠르게  비우고 조건반사
(conditional reflex: 동물이 그의 환경에 적응하기 위하여 후천적으로 획득하는  반사, 즉 어
떤 자극에 의해서 무조건으로 일어나는 반사가 그 반사와 관계가 없는 제2의 자극을 동시에
반복하여 줌으로써 결국 제2의 자극만 주어도 일어나게 되는  경우를 말함. 개에게 밥을 줄
때마다 방울을 울리면 나중에는 방울만 울려도 타액이 분비되는 것과 같은 일. 소련의 생리
학자, 파블로프에 의하여 연구되었음)에도  재빠르게 적응하는 것을  보면 정말로 경이로울
정도이다. 무엇인가 재주를 가르치려고 그것을 두세 번 보여주면  돌고래는 즉각 그것을 마
스터 해버린다.
  돌고래는 인토네이션(억양)을 이해하여  휘파람이나 제스처를 구별하므로  돌고래와 인간
사이에는 곧 상호이해가 성립한다. 수상서커스에서 돌고래가  보여주는 재주는 정말 경이롭
다. 조련된 돌고래가 간단히 선뜻 벌이는 높이 7미터에  이르는 도약은 체조 챔피언도 무색
할 정도이다. 특히 수직 도약은 정확무쌍하다. 마이애미의 마린랜드에서는 돌고래가  수면에
서 5미터까지 뛰어올라와 조련사가 입에 물고 있는 담배를  뺏는다. 이 쇼는 항상 반복되지
만 돌고래가 조련사의 몸에 닿은 것은 아직 한번도 없다.  두 마리의 돌고래가 함께 장해물
을 뛰어 넘는 재주도 다른 데서는 볼 수 없는 재주이다. 풀장의 반대편에서 헤엄쳐 와서 동
시에 공중으로 뛰어 올라 하나의 장해물을 뛰어 넘으려면 시간과 속도를 정확하게 계산해서
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서독 뒤스브르크 시의 돌고래 전용 풀장에는 미아, 스지, 풀립프, 풀랍프라는 이름을 가진
4마리의 돌고래가 멋진 재주를 선보이고 있다. 염분을 가미한 수돗물로 채워진 풀장에서 반
시간 동안 펼쳐지는 돌고래의 곡예는 많은 관람객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돌고래들은 활
활 타오르는 불 테두리를 뛰어 돌라 빠져나간다. 그리고 거의  몸 전체를 수면에 내놓고 꼬
리로 물위를 '걸으면서' 농구선수처럼 공을 불 테두리 속에 던져 넣고 또 야구도 한다.
이러한 돌고래 쇼는 이곳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나라에서도 벌어진다. 돌고래는 농구, 야구,
수구를 할뿐만 아니라 볼링도 하고, 보트를 끌어 당기거나 레이스 경주를 한다. 또 종을  치
고, 깃발을 올리고, 춤을 추고, 노래 비슷한 것까지도 부른다. 게다가 지휘자의 지휘봉에  맞
추어서 합창도 한다. 그들은 사람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음악적인 귀를 갖고 있다.
   돌고래는 대단한 음악 애호가이다. 일찍이  그리스의 시인 핀달(기원전 522-422년)도 플
루트나 하프소리에 돌고래가 정신없이  빠져들었다고 쓰고 있고,  대플리니우스도 37권으로
된 <자연사>에서 돌고래가 노래, 특히 오르간 소리를 매우 좋아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돌고
래는 상쾌한 멜로디가 들리면 배에 가까이  오지만 불협화음이나 가락이 맞지 않는  소리가
나면 곧 자취를 감추어 버린다.
   1971년 5월 라트비아의 기선 '네만'호가 대서양을 횡단해서 모함으로 귀향하는 도중에 일
어난 일이었다. 일등항해사는 비번인 선원들에게 갑판을  청소하고 페인트를 칠하라고 명령
했다. 그리고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라디오의 유쾌한 음악을 틀었다. 잠시 후 전원 한  사람
이 바다를 보다가 배 근처에 돌고래가 무리를 지어 있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가볍게 배를
앞질러서 물에 젖은 등을 번쩍이면서 공중으로 뛰어 올랐다가 다시 물 속으로 자맥질하면서
장난을 치고 있었다. 통신사가 라디오 스위치를 끄자 돌고래는 모습을 감추었다. 그러나  스
위치를 키고 음악을 틀자마자 재차 돌고래가 모여들었다. 슬픈  음악이 나오자 모습을 감추
고, 시끄러운 재즈 음악에도 반응하지  않았다. 그러나 도나에프스키의 '유쾌한  바람'이라는 
음악이 시작되자마자 배 주위는 다시 돌고래로 붐볐다. 이렇게 해서 몇 시간을 돌고래는 배
와 동행하였고 다음날도 모습을 나타냈는데 아이슬란드를 통과할 때까지 돌고래는 계속  배
와 동행했다.
  이처럼 돌고래는 뇌가 대단히 발달하여  많은 능력이나 재능을 타고났다.  그러면 바다와
육지에서 가장 진화한 생물인 돌고래와 인간과의 관계는 어떻게 해서 생긴 것일까?
  진화의 계단을 오만하게 오른 인간은 '대가를 바라지 않은 우정'이라는 돌고래의 마음씨를
무시하고 돌고래족의 애절한 호소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리고  바다에 사는 동물 중
에서 가장 지능이 발달한 돌고래와 교류하는  길을 찾는 대신에 10세기에 걸쳐서  돌고래와
그 형제인 고래를 잡는 짓을 계속했다. 최근 100년 동안만  하더라도 약 2백만 마리의 고래
를 포획하여 절멸의 위기에 빠뜨렸다.  이러한 짓은 모두 돌고래 족에  관한 정확한 정보가
없었기 때문이다. 불과 20∼25년 전만 하더라도 돌고래와 인간과의 사이에는 협력이 가능하
고 그 협력이 인간에게 유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조차 없었다.
  그렇지만 지금에 와서는 사태가 급변했다.  돌고래는 일약 인기스타가 됐고, 면밀한  연구
대상이 되었다. 바이오닉스, 생리학, 수중음향학, 언어학, 해양학의 전문가,  심해 잠수정이나
항법기기 설계자, 어업관계자 등 각 분야의 전문가가 돌고래에 관심을 쏟고 있다.  돌고래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다양한 지식이 기록되어 있고,  돌고래를 심지어 '바다의 지성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다만 돌고래의 지능에 대해서는 학계의 의견이 절반으로 나누어져 있다.  즉
돌고래가 지능을 갖고 있다고 보는 사람과 그렇지 않다고 부정하는 사람으로 나누어진 것이
다.
  예를 들면 크뉴겔 박사는 대뇌피질이 발달했다는 점에서 보면 돌고래는 토끼와  원숭이의
중간에 위치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련 연구자들 중에는 개와 원숭이의 중간이라고 간주하
는 사람도 있다. 또 일련의 과학자들은 돌고래가 길들여진 동물에 지나지 않다라고 보고 있
다. 그러나 지능이 발달했다는 점에서  돌고래가 인간에게 무척 가깝다라고  보는 과학자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 대표격으로 미국의 생리학자 존 릴리를 들 수 있다. 릴리는 최근 30
년에 걸쳐서 돌고래의 지능을 과학적으로 연구한 데이터를 근거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리
고 있다. "돌고래는 침팬지, 개, 고양이 쥐 따위의 동물과는 구별되어야 마땅하다."고.
  아마 릴리는 새로운 아이디어에 홀린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그렇듯이 너무 열중하다  보니
아직 많은 부분이 해명되지 않은 오늘날 감히 인간=돌고래라는 등식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바다의 '지성인'이 잘 발달한 커다랗고 복잡한 뇌를 갖고 잇는 것만은 분명한  사
실이다. 그렇게 판단하는 것은 바젤 시의 동물학 연구소의  포르트만 교수에 의해 원숭이보
다 훨씬 뛰어나다는 연구로 증명되었다.
  포르트만 교수는 동물의 다양한 기능이나 생리적 과정을 주관하는 뇌의 각 부분을 연구한
결과 동물의 '지능'표를 작성했다. 물론  부족한 점이 많이 있어서 완전하게  동물의 지능을
표시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르트만 교수가  테스트한 결과 얻어낸 데
이터는 매우 참고가 된다. 가장 지능지수가 높은 것은 물론 인간으로 215, 다음은  놀랍게도
돌고래로 190이다. 인간에게  약간 뒤진 것에 불과하다. 세  번째는 코끼리로 150, 오랫동안
동물 중에서 가장 지능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던 원숭이는 겨우 4등으로 63이었다. 원숭이는
모습뿐만 아니라 행동이나 정서도 인간과 비슷하기 때문에 인간 다음으로 보였는지도  모른
다. 5등 이하로는 얼룩말(42), 기린(38), 가장 교활하다고  생각했던 여우(28)로 이어진다. 그
리고 가장 밑바닥은 하마였다.
돌고래의 생활이나 그 능력에 관해 현재 진행되는 연구 중에서 과학자들이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돌고래의 '지능', '언어', '기술적인 달성'에 관한  연구이다. 이러한 것들을 연구한 결과
돌고래가 인간에게 도움을 준다는 사실이 차례차례 밝혀졌다.  여기서는 중에서 3개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자.

    돌고래의 고속유영의 수수께끼
  기술의 각 분야, 특히 배를 만드는 조선에 있어서 흥미롭고 근사한 '발명'에 관한 '특허'는
돌고래의 하사품이다. 주지하다시피 배는 속도 경쟁에 뒤져서 옛날의  모습은 이미 찾을 수
없다. 이것은 당연한 이야기이다. 제트기가 시속  800∼1,000킬로미터로 여객을 운반하는 것
에 비교하면 고속 여객선조차 마치 느릿느릿 해상을 기어가는  거북이 새끼에 불과하다. 19
세기의 쾌속 범선도, 태평양을 횡단하는 최신식 호화여객선도 모두 속도라는 점에서는 그다
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수면 아래에 있는 선체가  받는 커다란 물의 저항 때
문이다.
  속도가 증가함에 따라서 이 저항은 처음에는 속도의 제곱에 비례해서 커지지만 이윽고 속
도의 3제곱, 4제곱, 또 5제곱에 비례해서 증대하게 된다. 따라서 엔진 출력을 높여서 속도를
올리는 것은 문제가 안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엔진이 배 전체를 차지할 정도로 커지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다만 선체를 수면보다 위로 띄어버리는  수중익선의 출현에 의해서 오
랜 꿈이었던 시속 100킬로미터의 벽을  돌파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수중익선도 대형이
되면 그 뛰어난 장점도 현저하게 줄어든다.
  이래서 현재에는 항공기나 육상 교통기관의 속도가 비약적으로 증대하고 있는 데  반해서
선박 쪽은 고속화 추세에 뒤처져버려 화물선이나 여객선의 속도를 올리는 일이 급선무가 되
었다. 그리고 그 일이 극히 어려운 일인 것은 확실하다.
  배를 물의 속박으로부터 해방시킬 수 없었던 조선 공학자와는 달리 자연은 돌고래를 수중
생활에 적응시켜 물 속을 고속으로 헤엄칠  수 있도록 아주 완전한 메커니즘을  돌고래에게
주었다. 돌고래는 헤엄과 자맥질의 달인다. 물 속을 헤엄치는 돌고래의 무리를 본 사람은 맹
렬한 속도로 우아하게, 게다가 경쾌하게 헤엄치는  모습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돌고래의 최고 속도는 연구자에 따라서 12노트(시속 21.6 킬로미터), 혹은 40노트(시속 74
킬로미터)라고도 하는데 꽤 차이가 있지만  이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정확한  숫자가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최고 속도는 시속 40∼56킬로미터를 넘지 않는다고 보면 좋을 것이다. 적어
도 돌고래가 모터 보트나 화물선을 추월하여 헤엄치고 외항선과 경쟁할 정도의 속도를 내서
20세기 조선 공학자들의 얼굴을 무색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은 확실하다.
  돌고래가 시속 50킬로미터의 the도로 헤엄쳐서 몇 시간 아니 때로는 며칠간이나 쾌속선에
조금도 뒤지지 않고 따라 붙어  가는 이유를 오랫동안 알지 못했다.  어떤 사람은 돌고래가
수력학에 관한 지식을 '본능적'으로 갖추고  있다고 생각했다. 즉 배가  전진할 때 뱃머리에
탄성파가 생기는데 이 탄성파를 쓰면 큰 힘을 쓰지 않고도 전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돌고래
가 알고 있다고 했다. 로바드 L  콘레는 "마치 어린이가 얼음산에서 미끄럼  타듯이 근육을
하나도 움직이지 않고 수면 가까이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돌고래를 나는 여러 번 목격했다."
고 기록하고 있다. 또 다른 사람들은 이론적으로 계산을 해보니 돌고래는 시속  20킬로미터,
즉 실제로 관측된 속도의 절반이나 3분의 1이상 빠르게 헤엄친다는 것은 전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이 이론치와 실제치의 차이는 어디에서 생긴 것인가?
  독자 여러분도 이 다음에 돌고래를 볼  기회가 있다면 돌고래의 곡예뿐만 아니라  그들이
실제로 헤엄치는 모습을 좀더 잘 관찰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돌고래의 고속 유영의
수수께끼를 풀려고 덤벼든 사람은 동물의 운동에 관한 연구의 대가인 영국의 유명한 생리학
자 제임스 글레이 교수이다. 1939년  글레이는 자신이 타고 있던 배에  따라 붙어 추월하던
돌고래 무리를 보았다. 그는 돌고래가 헤엄치는  모습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 배는  당시
쾌속선 중의 하나로 시속 17노트를 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육상이라면 이 정도의 속도를 난
다든지 달린다든지 하는 말은 용이하다. 어쨌든 공기 밀도는 물의 800분의 1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헤엄치고 있는 유선형이 돌고래가 받는 저항을 측정하는 일은 매우 곤란하기 때문에 글레
이는 돌고래와 크기나 형태가 동일한 모형을 풀장에서 고속으로 예항(다른 선박이나 물건을
끌고 항해함)시켜 그 저항을 측정하는 별도의 방법을 사용했다. 그때 그는 역학의 법칙으로
는 도저히 설명이 불가능한 사실에 직면했다. 즉 형태도 무게도 동일한 돌고래 모형에 진짜
돌고래가 내는 추진력과 동일한 추진력을 가했더니  그 속도가 진짜 돌고래보다 훨씬  느렸
다. 면밀하게 계산을 해봤더니 진짜 돌고래에게 일어나는 저항은  형태도 크기도 완전히 똑
같은 돌고래 모형이 일으키는 저항의 7분의 1내지 10분의 1이라는 놀랄만한 결과가 나왔다
바꾸어서 말한다면 돌고래의 근육이 내는 출력은 육상 포유동물보다 적어도 10배나 큰 것이
다. 그러나 이러한 근육의 출력은 전혀 상상할 수 없다. 그 경우 산소 소비량만을 따진다 하
더라도 그것은 돌고래의 호흡기관의 한계를 훨씬 뛰어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돌고래와 육
상의 포유동물과는 근육의 조직이 전연 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보지만 그러한  차이점은
발견할 수 없었다. 두 동물의 근육의 무게는 거의 같았다.
  이래서 돌고래가 갖는 가장 큰 수수께끼 제1호가 생겨났고 약 25년간 그 수수께끼는 풀리
지 않았다. 이 기간 동안  돌고래의 체중이나 몸길이를 측정해 보기도  하고 현미경으로 그
조직을 관찰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사진도 찍어 보았다.  계산도 해보았지만 그때마다 돌고
래의 저항이 극히 작다는 사실만  입증될 뿐이었다. 이렇게 된 것은  돌고래가 헤엄칠 때에
물의 저항을 자게 하고 경계층에 층류(물흐름)를 유지하는 장치를 같고 있다고 가정하는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돌고래가 난류(소용돌이)의 발생을 막으로써 많은 에너지를 절약하여 고
속으로 헤엄친다고 가정하는 것과 그것을  실증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그러나 결국의
1960년 로켓 전문가 클레머에 의해 그것이 증명되었다.
  그러면 로켓 전문가인 클레머가 돌고래의 수수께끼에 흥미를 느껴 물 속에서 돌고래가 하
는 운동의 특징을 연구한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 로켓과 돌고래 사이의 공통점은 무엇일
까? 초속 몇 킬로미터의 속도로 로켓이 날 경우 대기의 하층부는 보통의 속도로 물 속을 달
리는 경우와 대체로 같은 저항을 나타낸다. 그래서 돌고래의 고속 유영 관한 비밀을 로켓에
이용할 수 없을까 하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많은 실험을 한 결과 클레머는 돌고래의 고속 유영에 관한 비밀은 그 몸의 이상적
인 형태나 꼬리의 상한 근육에도 있지만 주로 피부구조에 기인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현미경으로 돌고래의 피부를 자세하게 관찰해 봤더니 그것이 대단히 복잡한 구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판명되었다. 즉 표피는 얇은 외피와 그 아래의 배아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배
아층에는 고무 브러시처럼 아래로부터 진피(안팎 두겹으로 된  피부의 내층)의 탄력성이 풍
부한 유두가 돌출해 있다. 표피와 진피의 유두는 전진할 대 큰 수압을 받는 부분, 예를 들면
전두부, 지느러미의 전연부(앞쪽 가장자리) 등에 눈에 띄게 발달해  있다. 유두 아래에는 콜
라겐 섬유와 탄성 섬유가 촘촘하게 얽혀 있고 그 사이는  지방으로 채워져 있다. 이러한 피
부구조는 열 손실을 방지하고 표피와 진피의 결합력을 강하게 할  뿐 아니라 우수한 단파로
써 작용한다. 헤엄치면 몸의 표면을 따라서 유선이 생기고  몸의 후반부에는 경계층이 벗겨
져서 소용돌이가 생기지만 돌고래의 피부는 이 소용돌이가 생겨야 할 속이 움푹 꺼져 소용
돌이는 움푹 패인 곳 안으로 빨아 들어가는 모양이 된다.
  이러한 현상에 대하여 소련에서 고래류 연구의  제1인자인 A.G.트미린 교수는 다음과 같
이 기술하고 있다. "1965년 영국의 동물학자 파바스는 수류(물의 흐름) 쪽으로 분포한  고래
류의 진피에 있는 꼬챙이 모양의 근육에 주목했다. 그리고 이것을 조사하기 위해 돌고래 피
부의 표면으로부터 각질층의 얇은 막을 떼어내어 쌍안 현미경을  이 근육을 관찰했다. 몸통
의 양측에는 (그 아래쪽의 3분의 1을 제외하고) 근육이 몸의 선에 대해서 30도의 각도로 비
스듬히 뒤쪽으로 향해 있었다. 꼬리  지느러미에는 근육의 방향이 몸의 양측과  동일하지만,
가슴 지느러미와  등 지느러미에는 수평이었다. 과학자들은 고래류의 피부에 있는 진피근육
의 분포가 층류화를 촉진시킨 것이라고 보고 있다. 태형양산의  돌고래에는 이 근육의 분포
가 고속 유영을 하는 돌고래와는 다르다.

    돌고래의 피부와 기술개발
  돌고래의 고속 유영의 수수께끼를 밝혀낸 클레머는  인 공 돌고래의 피부 개발에  착수했
다. 이것은 배에 이 인공피부를 덮어씌우면 물의 저항을 줄여  속도를 올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생각에 따르면 압력의 변화를 예민하게 감지하는 부드러운 고무
막은 경계층에 흐르는 난류의 맥동(맥박치듯 진동하는 주기적  운동)을 감지하여 그것을 중
간에 포함시킨 점성이 좋은 유지에 전달할 것이다. 이렇게  유지의 점성과 고무막의 탄성에
의해 난류의 맥동 에너지를 흡수하기 때문에, 즉 경계층을  층류화하기 때문에 필요한 조건
이 갖추어 진다.
  '라민 프로'라 명명된 최초의 인공 돌고래 피부는 처음에는 두 개의 고무층, 이어서 세 개
의 층으로 되어 있고 두께는 합계 2.5밀리미터였다. 매끄러운 표피(두계 0.5밀리미터는 돌고
래의 표피를 사마귀 모양의 돌기가 있는 유지를 포함한 중층막(두께 1.5밀리미터)은 콜라겐
층과 피하지방을 가진 돌고래의 진피를 모방한 것이고, 가장 아래에 있는 내피막(두께 0.5밀
리미터)은 지지층의 역할을 한다. 완충용의 유지는  위에서 압력이 가해지면 사마귀 모양의
돌기와돌기 사이를 이동한다. 즉 단파 -모형의 표면에 가장 가까운  물의 층에 있는 소용돌
이를 없애는-의 역할을 했다.
  이 돌고래의 인공 피부는 로스엔젤레스 가까이에 있는 후미에서 이 것으로 덮어씌운 모형
으로 시험했다. 3개의 모형에 몇 가지의 구조가 다른 '라민 프로'를 덮어씌웠다. 이외에 대조
용으로 인공피부를 씌우지 않은 모형도 사용했다. 모형은 고속정으로 예항됐는데 특별한 장
치로 각 모형의 저항을 측정하여 그 결과는 무선으로 고속 사령정으로 보내졌다. 그리고 클
레머의 추정은 보기 좋게 실증되었다. 돌고래의 인공피부로 덮어 씌운 세 개의 모형의 저항
은 대조용의 모형보다 훨씬 작아  난류가 층류로 바뀌었다. 매끄러운  고무막으로 덮어씌운
소형 어뢰는 물의 마찰 저항이 거의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소형정으로 실험해 보았더니 소
형정의 속도는 40∼50킬로미터였다. 결국 추정한 돌고래의 최대 속도일 때 '라민 프로'가 가
장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이 판명됐다.
  클레머가 시작한 실험은 그 후 각국의 과학자들에 의해서 계속 이어졌다. 그리고 층의 두
께, 돌기의 크기와 배열, 유지의 점성을 여러 가지로 변화를 주어서 어뢰나 보트로 수십  번
도 더 실험을 반복하여 어떤 경우라 하더라도 물의 저항을 50∼60퍼센트 떨어뜨린다는 사실
이 실증되었다. 그러나 대형 선박에서는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없었다. 이 실패 때문에  많
은 과학자들은 돌고래의 피부를 개량하는 문제에 관한 연구를 포기하려고 하였다. 그렇지만
얼마 안있어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새로운 발견이 이루어졌다. 돌고래가 물고기를 잡는 순
간을 촬영해 보았더니 돌고래의 몸에  파형(물결처럼 기복이 있는 모양)을  한 세로 주름이
확실히 나타났다.
  이 현상을 처음으로 발견한 사람은 에사피안이다. 그는 1955년에 플로리다의 마린 랜드에
서 돌고래의 이 표피주름을 촬영했다. 그때 그는, 유영 속도가 최고속도에 달해서 그때 생기
는 소용돌이를 앞에 기술한 피부구조로는 이미 없앨 수가 없게 되었을 때에 이 주름이 나타
난다는 가설을 발표했다. 이 순간에 돌고래의 피부 주름(피부의 요철의 파도)에 파동운동이
시작되고, 고속 유영할 때 생기는 소용돌이를 없애는 일을 한다. 그 결과 접근해서 헤엄치는
많은 돌고래 주위에 생기는 이 때문에 돌고래의 무리 전체는 고속으로 유영할 수가 없는데
도 불구하고 돌고래 무리는 태연하게  고속으로 헤엄칠 수가 있는  것이다.50년대 중반에는
이 가설은 한정된 전문가 밖에 알지 못했고 곧 모두에게 잊혀진 채로 몇 년이 지났다.
  그런데 소련 연구자에 의해서 이 에사피안의 가설이 입증되었다. 즉 돌고래에게는 특수한
운동 메커니즘이 있어서 이것이 피부 표면에 '진행파(몸의 표면을 따라 꼬리 쪽으로 달리는)
를)만들어 소용돌이를 없애고 층류를 안정시켜 저항을 줄여 고속 유영을 가능하게 한다. 상
식이나 조선 공학자 의견에 거슬러서 이 '진행파'야 말로 돌고래로 하여금 최소의 에너지 소
비로 고속으로 유영할 수 있는 추진력임에 틀림없다는 사실을 최종적으로 확신한  생리학자
는 수학자와 사이버 네틱스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제까지 공학자들은 점성유체의
운동방정식을 140년에 걸쳐서 사용해 왔지만 그 계산결과가 실제와 상반된 적은 한번도 없
었다. 그런데도 돌고래만이 이 유체역학의 법칙에 따르려고 하지 않았다. 지금은 생리학자의
가설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는 일은 수학이게  맡겨졌는데 소련과학자가 그 일에 몰두해  있
다.
  컴퓨터가 내 놓은 답변은 매우 간단했다. 수중을 헤치고 나아가는 물체의 표면에 있는 어
떠한 요철도 반드시 그 속도를 감소시킨다. 단지 하나의  예외는 특수한 '진행파'인데 그 이
상적인 케이스는 돌고래라고 보여진다. 이 때 돌고래의 근육은 정학하게 최적상태로 피부를
조절하려는 형태가 된다. '진행파'는  상식적으로 말하면 속도를  떨어드리는 역할을 하지만
돌고래의 모을 '달릴' 때는 발생한 소용돌이와 하나가 d되어 그것이 유영속도를 감소시키는
엉터리 소용돌이로 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다.
  많은 실험을 한 결과 연구자는 근육의 '진행파' 외에 돌고래는 꼬리지느러미와 몸이  함께
물에 부딪칠 때에 생기는 또 하나의 물결을 이용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꼬리지느러미는 숫
자의 8자 모양을 그려 일정의 물결 프로펠러의 역할을 한다.
  최근 트미린, 소콜로프, 페르신 등의 소련 과학자들은 또 하나 돌고래의 고속 유영에 관한
비밀을 밝혀냈다. 그것은 간단히 말하면 다음과 같다. 돌고래가 유영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하
는 것은 지느러미에 있는 혈관계와 지느러미를 덮고 있는 조직(힘줄에서 나온 피복)인데 유
영 상태에 따라서 돌고래 지느러미의  탄력은 순간적으로 확 변화한다. 즉  고속 유영을 할
때나 도약할 때는 지느러미의 탄력이 최대로 되고 휴식할 때에는 지느러미가 느슨한 상태로
된다.
  그러면 지느러미의 탄력성은 어떻게 해서 변화하는 것일까? 연구 결과 탄력은 혈관에 의
해서 조절된다는 것을 알았다. 돌고래의 꼬리지느러미에는 혈액을 분배하는 한 개의 혈관이
있어서 이것이 지느러미의 혈관에 혈액을 보내는 것을 조절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지느러
미의 탄력 자동근절' 시스템이 돌고래의 고속 유영을 현저하게 촉진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조차도 돌고래의 고속 유영에 관한 최후의 비밀은 아니다. 연구자들은 돌고
래의 피부가 소수성, 즉 물을 튀기는  성질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것이  조선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는 짐작할 수도  없었던 것이다. 소수성을 가지
물체를 물 속에서 운동시키면 그것에 점한 물의 층 속에 물분자와 공기 분자의 각각의 덩어
리로 된 일종의 구상구조가 생긴다. 그 결과 물체는 마치 볼 베어링 위를 구르듯이 물 속을
운동하기 때문이다. 이상에서 보았듯이 돌고래가 고속으로 헤엄치는 것은  그 몸의 형태 외
에 몇 가지의 비밀 메커니즘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것들의 역할,  구
조, 작동원리가 대략 알려졌기  때문에 그것을 실제로 응용해서  선박의 속도를 대폭적으로
증가시킬 수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이 생각처럼 그리 간단하지 않아 실용화되기까지
는 아직 많은 어려움이 가로놓여 있다.
  예를 들면 클레머의 피복은 실제 돌고래의 피부를 극히 조잡하게 흉내낸 것에 지나지 않
아 그 소용돌이를 제거하는 능력도 실물보다 훨씬 뒤떨어진다.  이 '라민 프로'는 소형 어뢰
나 보트의 속도 밖에 증가시킬수 없고, 피복을 두껍게 하면  즉시 효과는 제로가 되어 버린
다. 그것은 당연하다. 돌고래의 피부는 단순히 수동적인 완충장치가 아니라 매끈하면서도 동
시에 능동적인 피부, 즉 추진력을 발생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다수의 신결종말이
있어서 수압의 변화를 포착하여 그 정보를 중추신경계로 보낸다. 이것을 받은 중추신경계는
근육에 지령을 보내고 근육은 수축하여  피부에 '진행파'를 만들게 한다.  발생한 난류는 이
물결에 의해 포착되어 돌고래의 몸을 따라서 흘러가는 모양이  된다. 피부는 소용돌이에 맞
추어서 그 형태를 바꾸어 소용돌이가 커지는 것을 방지한다.  이 '능동적인' 제어를 인공 돌
고래의 피부로 흉내낸다는 것은 대단히 곤란하다.
  그러나 바이오닉스의 연구에 의해서 돌고래가 지닌 뛰어난 기능을 조선에 응용할 수 있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그리고 인공 돌고래의 피복으로  덮어씌운 배가 오늘날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속도로 해상을 질주하게 될 날도 그리 멀지 않았다.
  이미 다수의 간극을 가진 고무 피복을 잠수함의 선체에 씌우려는 계획이 구상되었다.  '진
행파'를 발생시키도록 이들 간극에 펌프로 공기를 보내거나 빼거나 한다. 별도의 계획으로는
경계층에서 물을 빨아들여 소용돌이를 없애는 방법도 강구되고 있다. 유명한 미국의 전문가
찰스 몬슨은 이것을 가지고 배의 속도를 적어도 0.5배는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돌고래 피부의 소수성을 모방할 계획도 있다. 다수의 실험결과 경계층에 덧붙인 고분자화합
물이 저항을 30-50퍼센트나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돌고래 피부처럼 소수성과 소용돌이를 제거하는 성질을 가진 유연한 합성 피막이  가까운
장래에 항공기에 사용될 가능성도 많이 있다. 그 이유는  항공기에 있어서도 속도를 감쇄시
키는 정면 저항이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피막은 고체가 액체나 기체 속을 운동할  때(잠수함이나 비행기)뿐만 아니라 파이
프로 기체, 액체, 혹은 고체를 수송할 때에도 효과적인 작용을 할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 미
국 피츠버그 대학의 R. 피트는 파이프 안쪽에 돌고래 피부를 모방한 재질을 깔고 이 파이프
에 액체를 압착공기로 보냈을 때 압력의 손실이 어느 정도 감소하는가를 측정해 봤더니 놀
랍게도 35퍼센트나 감소한다는 사실이 판명되었다.  만일 충분히 긴 이러한  파이프를 만들
수 있다면 이 파이프는 저렴한 비용이 드는 수송수단이 될 것이다. 장차 '돌고래 피부'를 안
쪽에 깐 파이프로 물, 액화가스, 알코올,  액체비료를 수백 킬로미터,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저쪽까지 수송하게 될지도 모른다.

메아리와 수중 음파 탐지기
  돌고래의 '전매특허'에 대한 연구과정에서 유체역학뿐 아니라 에코 로케이션이 분야에서도
인간이 돌고래에게 뒤떨어졌다는 사실을 안 것은 그리 먼 옛날의 일은 아니다. 에코 로케이
션이란 '메아리(에코);를 이용해서 위치를 탐지하는 것(로케이션)이다. 처음에  계기가 된 것
은 1947년 플로리다의 메릴랜드의 미국 동물학자 아서 맥브리지에 의해서 돌고래가  캄캄한
밤에 혼탁한 풀장에서 그물을 교묘하게 피해서 헤엄쳐 다닌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던 것이다.
  사후에 발표된 논문에서 맥브리지는 박쥐가  초음파를 발사하여 어두운 밤이라  하더라도
안전하게 날아다닐 수 있는 것처럼 돌고래에게도 음파를 발사하여 그것을 수신하는  장치가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의 제기했다.
  수중에서 돌고래의 정위의 방법과 수단을 연구한 최초의 실험은 1955년에 미국의  생물학
자 세빌과 로렌스에 의해서 우드홀에서 진행되었다. 실험은 가로90미터, 세로20미터인  혼탁
한 수조 안에서 병코돌고래를 사용하여 진행되었다. 돌고래가 시력을 사용할 가능성을 피하
기 위해서 실험은 밤에 하기로 하였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굶주린 돌고래는 실험자가 수중
에 던진 물고기를 한순간에 발견하여 그 물고기를 먹었다.  물보라를 목표로 매우 정확하게
덤벼들었다. 물보라까지의 거리는 20미터였는데 오차는 겨우 몇 센티미터에 불과했다.
  다음에 음파나 초음파 신호를 보내고  나서 돌고래에게 물고기를 던졌다.  이 조건반사가
고정되었을 때 실험자는 물고기를 신호 없이  던지거나 또는 물고기를 던지지 않고  신호를
냈다. 그러나 돌고래는 틀리지 않았다. 물고기를  던지지 않을 때는 실험자가 탄 보트  옆을
그냥 지나쳤고, 신호를 내지 않고 물고기를 던졌을 때는  그때마다 돌고래는 물고기를 발견
했다. 어두운 밤에는 물고기를 발견하기 위해 돌고래는 문짝이 삐걱거리는 것 같은 약한 소
리를 내어 그때마다 정확하게 물고기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  이에 대해서 돌고래가 소리를
내지 않고 헤엄칠 때는 물고기를 던진다 하더라도 보트에 접근하지 않았다.
  이들 실험에서 이미 밝혀졌듯이 돌고래는 클릭음(짤깍거리는  소리)과 메아리를 사용해서
먹이를 발견하고 수중에 있는 다양한 물체를 구별한다. 그러나  이 작업가설을 확실히 증명
한 것은 원틀로프 켈로그 교수가 실시한 실험이다. 플로리다의  매릴랜드에는 두 마리의 훈
련된 돌고래 앨버트와 베티가 있었다.  이 두 마리의 돌고래를 사용한  켈로그 교수의 실험
목적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돌고래는 수중음향과 비슷한 소리를 내는가? 자신이 내는 소
리의 메아리를 포착하는 장치를 갖고 있을까? 반사된 소리에 돌고래는 반응할까? 돌고래는
정위와 먹이를 발견하기 위해서 음파를 이용하고 있을까? 켈로그 교수가 최신의 전자장치를
사용해서 실험한 결과는 모두 '예'라는 답이 나왔다.
  실험이 실시된 수조의 유리벽과 바닥의 흙탕물은 소리를 잘 흡수하므로 메아리가  발생하
지 않았다. 돌고래의 수중 가시거리가 35-85센티미터를 넘지 않을 정도로 물을 휘저어 놓았
다. 실험은 모두 야간에 실시하여 인간이 동작을 돌고래가 볼 수 없도록 했다. 수중에  하이
드로폰을 내려뜨려 돌고래가 내는 소리를 특수한 장치로 녹음했다. 실험결과는 정말로 놀라
웠다. 풀장이 조용할 때는 돌고래는 가끔 클릭음 또는 탁  하는 소리-탐색용의 음성신호-를
냈다. 물고기를 던지지 않고 물보라를 일으키면 돌고래는 짧은 클릭음을 한 번 내고나서 침
묵했다. 먹을 수 없는 것을  던졌을 때는 그것이 수면에 부딪쳐서  가라앉기 시작하는 순간
돌고래는 클릭음을 계속해서 몇 번 냈다. 그리고 물고기를 던졌을 때는 진동수가 매초 몇백
번이나 되는 소리를 많이 내면서 돌고래는 물고기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 물고기에게 접근
할 때까지 돌고래는 10-30도의 호를 그리면서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다음은 탁한 물을 가득 채운 수조(수중 가시거리 50센티미터 이하)에 미로를 설치하였다.
즉 36개의 중실(나비 같은 것의 날개 밑동 부분 중 굵은 맥으로 둘러막힌 부분) 쇠막대기를
2.5미터 간격으로 일렬에 6개씩 6렬로 늘어놓고 거기에 닿으면 벨이 울리도록 했다.  그리고
돌고래를 풀어놓았다. 처음 20분간은 벨이 겨우  4번 울릴 뿐이었다. 다음 20분간에는  벨이
울리는 횟수가 더욱 줄어들더니 뒤이어  아주 어두워졌는데도 불구하고 쇠막대기에  한번도
부딛치지 않고 헤엄치게 되었다. 게다가 아무 장애물도 없는  수조에서 헤엄치는 것보다 속
도가 훨씬 빨랐다. 그리고 이 경우 돌고래는 끊임없이 음파를 발사하고 있었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솔리스 교수도 '알리스'라는 이름을 가진 병코돌고래를 사용하여  재미
있는 실험을 했다. 눈가리개를 하고 헤엄치면서 소리 신호로  먹이를 먹게끔 돌고래를 길들
였다. 먹이를 먹을 시간이라는 신호를 하기가 무섭게 하이드로폰에 돌고래가 내는 클릭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눈가리개를 한 돌고래는  에코 로케이션에 의해서 어렵지  않게 물고기를
잡았다. 클릭음의 진동수는 알리스가 물고기에 접근하는데에 비례해서 많아졌다. 그러나  알
리스는 물고기가 자신의 위턱보다 위쪽에 있을 때, 즉  로케이션대에 들어올 때만 물고기를
잡았다. 켈로그 교수가 실험한 경우와 다름없이 돌고래는 먹이감에 접근하면서 머리를 흔들
었다. 눈가리개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알리스는 1∼2미터  간격으로 매달아 놓은 쇠막대기를
건드리지 않고 그 사이를 헤엄쳐서 빠져나와 소리로 마이크로폰에 접근했다.
  이렇게 과학자들은 많은 다양한 실험을 기초로 해서 에코 포케이션이야말로 돌고래가  물
속으로 가라앉는 물체를 찾아내는 주요한 수단이라는 동일한 결과에 이르렀다.
  그 후 진행된 연구 결과  돌고래의 수중음파 탐지기의 성능이 최신예  소나(SONAR)보다
훨씬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돌고래의 에코로케이션은 놀랄 정도로 정확하다. 목표까지 거
리가 이삼십 미터일 때 목표를 향한 방향의 오차는 불과 2분의 1도에 불과했다. 또 소련 과
학자가 흑해에서 실시한 실험으로는 돌고래는 자신이 있는 곳에서 20∼30미터 떨어진  곳에
직경 4밀리미터의 산탄을 던지자 정확하게 접근했다.
  돌고래는 초음파를 발사해서 자기 주위에 있는 물체까지의 거리뿐만  아니라 그 형태, 재
질 구조까지 탐지한다. 단단히 눈이  가려진 '알리스'는 물고기 토막과  똑같은 크기를 지닌
물이 들어 있는 젤라틴제 캡슐을 확실히 구별한다. 특히  흥미있는 것은 돌고래의  '소나'가
최신식 수중 음향장치보다 방해음파에 대해서 유효하다는 점이다. 켈로그 교수는 큰 소리를
녹음한 테이프를 사용하여 돌고래의 탐색 능력을  뒤죽박죽 혼란시키는 실험을 실시했지만,
돌고래는 자신이 내는 신호의 세기가 잡음의 10분의 1에 불과한데도 그것과 잡음을 어렵지
않게 판별했다.
  그러면 돌고래의 '소나'는 어떤 구조를 하고 있을까? 돌고래의 소리가 나오는 곳은 콧구멍
의 진정낭(귀의 전정 내부에 있는 막미로의 일부인 낭형낭 및 구형낭의 총칭. 앞의 것은 전
정의 후부를 차지하고 뒤의 것은 전하방에  있어 서로 잇닿아 있으며 연낭관으로  연결되어
있음)인데, 그 부위에 의해서 발사된 음의 주파수가 다르다고 생각된다. 돌고래가 내는 음의
주파수는 수십헤르츠에서 200∼250킬로헤르츠까지 대역이 대단히 넓다. 소리가 큰 주파수는
20에서 60킬로헤르츠의 주파수이다. 소리는 동일 주파수나  또는 서서히 주파수를 바꾸어서
연속적으로 짧은 펄스 형태로도 발사된다. 게다가  재미있게도 돌고래는 공기를 목구멍에서
밖으로 내뿜지 않고 기관에서 공기를 순환시켜서 소리를 내고 있다.
  바로 최근까지 돌고래의 송신 안테나의 구조 및 어떤 구조를 가지고 음파를 필요한 방향
으로 발사하는가가 명확치 않았다. 1962년 미국인 에반스와 플레스코트는 전두부의 소위 멜
론(지방이 풍부한 섬유질 부분)과 두개골의 움푹 들어간 앞면에 의해서 발사된 음파는 끌어
모아진 형태로 전방으로 발사된다고 생각했다. 또  소련의 베리코비치와 야블로코프는 두개
골이 초음파의 '반사경'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다. 이  멜론과 '반사경'이 돌고래의 소나 송
신 안테나에 해당하는 셈이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에 의해서  이 가설은 부분적으로 수정되
었다.
  인간이 만든 수많은 탐지기로는 송신 안테나와 수신 안테나는 하나의 것을 스위치 전화에
의해서 구분해서 쓰지만 돌고래에게는 송신  안테나와 수신 안테나가 따로따로  되어 있다.
수신 안테나는 대략 하악골인데, 물체에서 반사된  음파는 하악골의 지방층을 거쳐 내이(고
막의 속부분으로 고막의 진동을 신경에  전하는 곳)에 이른다. 외이와  이 지방층은 소리가
내이에 도달하는 유일한 통로이다. 이렇게 해서 물체에서 반사된 음파는 '귀'에 수신되고 신
호의 처리는 뇌에서 한다.
  그러면 돌고래의 소나는 어떻게 작동하는 것일까? 음파를 끌어 모은 렌즈 역할을 하는 멜
론의 크기가 일정할 때에는 주파수가 낮을수록 음파는 넓게 퍼진다. 고 주파는 바닷물에 흡
수되어 파장이 짧아 질수록, 돌고래의 '소나'의 거리에 대한 '해상력'은 높아진다.  먼곳을 대
충 바라볼 때에는 수중에서도 별로 감쇄되지 않는, 저주파의 비교적 짧은 펄스를  발사한다.
음파의 퍼짐이 최대로 커지면 돌고래는 머리를  흔들면서(대개 음파원을 전환하면서)먼곳으
니 공간을 탐색한다. 먹이감을 발견한 돌고래는 접근해 가면서 음파의 주파수를 높인다.  그
와 동시에 1초 동안에 발사되는 펄스의 수는 5∼10개에서 70∼100개까지 늘어나고, 퍽스 그
자체는 짧아진다. 음파는 점점 수렴되고 각도와 거리에 대한 '해상력'은 커진다. 그리고 먹이
감의 바로 옆에까지 간다. 돌고래가 내는 음파와 목표에서 반사된 음파가 한데 뒤섞여서 먹
이감을 발견하는데 방해가 된다. 그래서 돌고래는 '주파수 변조'를 한다. 5∼10초의 긴  펄스
를 발사하여, 예를 들면 주파수를 7킬로헤르츠에서 20킬로헤르츠까지 서서히 변화시킨다. 먹
이감이 멀리 있으면 있을수록 반사된 음파가 되돌아오는 속도가 늦어져서, 발사음파와 수신
음파 사이의 차이는 커진다. 이 차이가 일정한 수치에 이르면 뇌는 돌고래에게 먹이감을 잡
으라고 지령을 내린다. 재미있게도 돌고래는 해저까지의 거리, 해안이나 빙산까지의  거리를
측정하고 그 옆을 통과하는 배와 충돌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주파수를 변조한 음파를 발사
한다. 이것이야말로 대부분의 수중음향탐지기나 전파고도계에 사용되는 원리이다.
  돌고래는 그 '수중음향탐지장치'를 사용해서 전방에 있는 물체밖에 발견하지 못한다. 그렇
지만 뒤나 옆에서 돌고래에게 덤벼든다 하더라도 돌고래는 살짝  피해 버린다. 이것은 돌고
래가 보통 다른 동물들처럼 귀를 통해서 주위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소리는 외이를 통해서 내이로 들어간다. 이외에 신경이 발달한  돌고래의 피부가 음파 이외
에도 다른 많은 신호를 받아들인다고 생각하는 과학자들도 있다.

    인간의 좋은 조수
  한마디로 말해서 인간은 돌고래에게서 배울 점이 너무나 많다. 바다의 '지성인'의 '특허국'
에는 문자 그대로 아이디어의 보물  창고이다. 이외에 과학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돌고래를
인간의 조수로 삼아 '노동 활동'에 길들이려고 돌고래의 정신 생리학적인 능력을 연구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이 방면에서 이루어진 최초의 시도는 이미 상당히 유망한 결과를 가져왔다.
  그 일 예는 1965년 캘리포니아 앞바다에서 실시된 해저 주거 시러브Ⅱ 계획에 참가한 병
코돌고래인 타피이다. 일정한 훈련을 받은 다음에 타피는 일 실험에서 지원선인 바닌호로부
터 수심62.5미터의 해저에서 15일 동안 지낸 아쿠아노트에게 편지를 전달해 주는 연락 책임
을 맡았다. 이외에 주거를 잃어버린 아쿠아노트를 유도하기도 하고, 아쿠아노트를 상어의 습
격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역할을 담당했다(돌고래는 상어가 두려워하는 유일한 동물이다).
  타피는 매일 헬리콥터를 타고 실험 현장으로 갔다. 거기서 끝에 나일론 로프(위험한 상태
에 빠진 아쿠아노트는 그것을 붙잡고 탈출한다)를 매단 특수한 도구를 바다에 내려 놓았다.
타피는 '바닌'호와 해저 주거 시 러브Ⅱ사이를 20번 왕복했다. 수심 62.5미터에 있는  시러브
Ⅱ까지를 불과 45초만에 도착했다. 그리고 배에서 보낸 편지,  소포, 신문을 해저 주거에 배
달했다. 아쿠아노트가 작업이나 실험을 할  경우에는 타피가 그에 필요한  장비나 계기류를
가져다주었다. 또 아쿠아노트가 바닷속에서 산책을 할 때는 항상 그와 동했다. 그리고 그 뛰
어난 활약에 대한 공로로 타피는 아쿠아노트의 명예일원으로 뽑혔다.
  돌고래는 비행기 사고나 선박이 침몰했을 때 조난자의 발견이나 구조에도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다. 돌고래의 언어 중에는  자기 신변의 위험을 가리지 않고  최고 속도로 발신지를
향해서 헤엄쳐 가게 만드는 조난 신호가 있다. 이 소리는 호각 소리의 음이 나는데 두 개의
부분으로 되어 있는 것 같다. 즉 처음에는 음색이  높아졌다가 이어서 낮아지는 호각소리이
다. 돌고래는 호흡하기 위해서는 수면으로 떠올라야 하는데 부상을  입어서 떠오를 수가 없
을 때 이런 호각소리를 낸다. 이 소리를 우연히 듣게 도니 근처에 있는 돌고래는 즉시 구원
하러 그 현장으로 향한다. 맨 처음 도착한 돌고래는 부상당한 돌고래를 수면으로 밀어 올리
기 시작한다. 그리고 수면에서 한숨 돌린  부상당한 돌고래는 다시 물 속으로 잠수한다.  이
때에는 서로 같은 종류의 보통의 호각 소리로 이야기한다.
  마린랜드에서 조난 신호에 대한 돌고래의 반응을 연구한 미국의 과학자 브라운은  해상에
불시착한 조종사를 구조하는데 돌고래를 사용하려는 기발한  제안을 했다. 조종사의 비행복
에 소형 송신기를 항상 넣어 두어 불시착하면 미리 녹음 시켜둔 돌고래의 조난신호를 이 송
신기로 발신한다. 그 신호를 우연히 들은 근처에 잇는  돌고래는 조종사를 구조선이 도착할
때까지 수면으로 올려 놓든가 근처에 있는 해안까지 옮겨 놓는 다는 것이다.
  장래에 특별히 훈련된 돌고래는 우리가 해양조사를 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돌고
래를 훈련시키면 지금까지 인간이 발을 들여놓지 못한 심해부에 탐사장치를 내린다든지, 또
는 돌고래를 이용해서 표층해류, 수온, 염분 등을 측정하는  일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과학
자들은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제4장 냄새 탐색기

    현대인의 후각과 냄새
  바닷물의 냄새나 만발하게 피어서 흐드러진 봄날 꽃밭의 향기로운 냄새, 라일락이나 장미
의 달콤한 향기, 소나무숲이나 건초의 향기로 둘러싸인 여름밤... 우리들을 둘러싼 이러한 자
연의 선물보다 더 근사한 것이 있을까? 이러한 냄새 중에 어떤 것은 가끔 부지불식간에 우
리들에게 익숙해진 것도 있고 도 익숙해지지 않은 것도 있다. 이러한 냄새는 우리들을 흥분
시켜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신선한 느낌을 주며, 우리들의 기억에 멋진 추억이나 즐거운
연상을 일깨워서 인간생활에 정서가 넘치도록 해준다.
  도대체 지구상에 있는 어떤 생물이 처음으로 자기 주위로 다가온 특수한 화학물질의 분자
를 감각할 수 있었는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지구에서 일어난 생명의 발생과 진화
라는 위대한 역사를 펼쳐보면 최초의  눈이나 귀가 나타나기 훨씬 전에,  즉 동물이 요람의
땅인 바다에서 육지로 올라오기 훨씬  이전에 그 일이 일어났다고 추정할  수 있을 것이다.
유명한 미국 과학자 L. 미린 및 M.미린은 후각이  다른 모든 감각에 우선했고 그에 의해서
동물은 먹이나 이성의 존재, 위험이 접근하는 것을 멀리서도  감지할 수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후각과 냄새의 연구에 권위가 있는 캐나다 R.H.라이트도 이 견해에 동의한다.
  물론 현대인의 후각은 동굴 생활을 하던 우리들의 먼 조상의 후각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
다. 현재 우리들은 사냥하러 나가서 영양이라든가 무서운 적인  호랑이나 사자의 냄새가 어
디에서 나는 가를 구별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몇백만 년이라는 진화의 과정에
서 자연은 인간에게 예민한 후각을  남겼다. 현대의 과학기술이 아무리  진보했다 하더라도
미량의 유기물이 섞인 것을 감각하여 결정하는 능력 면에서는 인간의 코 보다 뛰어난 측정
장치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50cc의 공기 중에  겨우 100조분의 2그램의 스카톨이 존재한
다 하더라도 우리들은 그 냄새를 감각 할 수 있다. 또 스밀렌의 냄새가 나는 이오논(ionone:
단환식 세스퀴테르펜에 속하는 케톤으로 무색의 액체, α,β의 두 종류가 있는데 각각  비등
점이 다르고 민들레꽃 냄새가 나며 irone의 대용품으로 쓰임.  분자식은 C13H20O 임)이 공기
중에 30억분의 1만 있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냄새를 맡을 수가 있다.
  아침과 저녁은 인간의 후각이 예리해진다는 것은 이전부터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아침식사
를 마치면 후각은 현저하게 저하된다. 또 후각은 성별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다.  남성보다는
여성 쪽이 냄새에 민감한 법이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왼쪽 콧구멍이 오
른쪽 콧구멍보다 더 냄새에 대해서 민감하다는 사실이다.《나는 주변의 세계를 어떻게 감각
하는가?》라는 제목의 유명한 책을 쓴  맹인에다 벙어리인 올 리가 스콜로호드와는  집안에
들어설 때 냄새로 그 집에 누가 있는가를 정확하게 맞출 수가 있다고 한다.. 어느 날 그녀는
선생님 집에 새로운 신문 대신에 낡은 옛날 신문이 배달된  사실을 냄새로 알아냈다. 또 동
일한 방법으로 행길에서 그녀가 알고 있는 여인을 구별했다.
  장님에다 귀머거리의 삼중고를 극복한 유명한 헬렌 켈러 여사는 체취로 많은  친구들이나
방문객을 구별할 수 있었다. 인간은 훈련이 되면 많은 후각  능력을 발달시킬 수 있다 그러
나 한편으로는 후맹이라고 해서 일정한  냄새를 전연 맞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일천 명
중에서 한 사람이나 두 사람은 스컹크의 고약한 냄새조차도 맡지 못한다. 모든 종류의 냄새
를 맞지 못하는 신천성 백피증인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의  모발은 백발 또는 금발인데 홍
채나 후각기관에 보통 사람들처럼 황색 색소가 존재하지 않는다.
  자연계에는 수십만, 수백만 종류의 냄새가 있다. 문헌에 의하면 보통사람은 그 중에서  수
천 종류의 냄새를, 또 전문가는 수만 종류의 냄새를 구별할 수가 있다고 한다. 이와같이  방
대한 구별능력을 지닌 감각은 다른 데는 없다. 그처럼 많은 냄새를 감각, 식별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후각 계통의 정보용량이 크지 않으면 안된다. 그리고 자연도 이점을 고려하였다.. 우
리들의 후각은 비강 깊숙히 있는 두 개의 내비공에 집중되어  있다. 그 곳에는 뇌의 하부와
연결된 후세포(후세포: 후각기로 냄새의 화학적 자극에  작용하는 감각세포. 지지세포, 기저
세포와 함께 비강 상부에 점막을 형성하여 한쪽에 몇 개의 후모가 있고 다른 쪽은 후신경에
이어져 있음)는 점액을 분비하는 얇은 막에 의 해서 옆을 통과하는 공기로부터 보호받고 오
염되자 않게 된다. 후세포의 집합 - 후상피 - 의 면적은 5평방센티미터로 망막의 면적과 비
교하더라도 훨씬 넓다. R.H 라이트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주목하지 않으면 안될 것
은 감각수용면이 노출된 신경 자체라는 사실이다. 눈에는 신경과  외부 환경 사이에 수정체
가, 그리고  귀에는 고막이 있다. 냄새를 맡을 때 우리들은 외부 환경과 가장 직접적으로 접
촉하고 있는 셈이다."
  각각의 후신경의 일단은 후상피 표면의 점막층에 펴져서 약간  노출되어 있다. 그 끝에는
여러 개의 후모가 존재하는데, 이것은 분비선에서 끊임없이 공급되는 점액으로 축축히 젖어
있다. 이 후상피가 바로 냄새를 내는 분자와 신경세포가 접촉하는 접촉면이다. 후신경의  한
쪽 돌기 - 축삭은 사판의 소공을 통해서 뇌의 전단부로 뻗어있다. 이 축삭의 수효는 1억 개
에 달한다. 덧붙여서 말하면 시신경의 신경섬유의 수는 10만 개. 청각 신경의 신경섬유는  8
만개이다.
  좌우의 후와 속에 있는 이 축삭은 뇌의 각각의 측에  대응하는 후구를 향해서 모여 있다.
후구에는 약 2,000개에 이르는 사구라 부르는 소구가 포함되어 있다. 이 사구와 약 25,000개
의 후세포가 연결되어 있다. 후구와  뇌의 후각중추와는 쌍축신경으로 결합되고  이 사이에
일차 감각수용기인 후상피에서 정보가 종합되어 처리된다고 생각되어진다.
  파이트는 거듭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이외에  후상피의 일차수용기면과 뇌의 후각중
추와의 사이에는 단지 한 개의  시냅스가 존재할 따름이다...주위 환경과  이 이상 밀접하게
결부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또 빌프레드 루글로스 클라크는 이렇게 지적하고 있다.  "후구는 진화라는 입장에서 보면
변연부에 돌출한 대뇌반구의 일부분인데, 그것과 후각 수용기와의 직접 결합은 진화의 입장
에서 보면 척추동물에게는 대뇌반구가 우선 후각기관으로써 발달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우리들 인간의 냄새 분석기는 1초의 몇 분의 1이라는 단시간 내에 냄새를 수용해서 식별
한다는 또 하나의 극히 중요한 장점을 갖고 있다. 현대 화학공업의 입장에서 말한다면 이것
은 초고속 분석이다. 물론 인간이 자신의 코를 소홀히 다루어서 그것이 망가뜨려 버리는 일
은 결코 생각하지 말아야지 매일 담배연기와 담뱃진 투성이에다가, 가솔린 냄새로 마비시키
고, 각종 화학제품으로 중독시킨다면 이러한 냄새 분석기는 그다지  유용하게 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예리한 후각을 지닌  데다가 자신의 코를 소중히 하는  사람은 매우 많은
냄새 뿐만 아니라, 훈련받지  않은 사람이라면 놓쳐버릴 그런  냄새의 미묘한 뉘앙스까지도
구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향수 조향사가 그 한 예다.
  향수 조향사는 진귀한 직업이다. 인간에게 유쾌한 느낌을 주는  그런 향기를 가진 향수를
조합하는 것이 업무다. 바꾸어 말하면 향수 조향사는 예술가이다. 그러나 단지 향료의  분야
에서만 예술가이다. 그들의 작업장은 향료가  들어있는 병을 일렬로 늘어놓은  말굽 형태의
책상인데, 이것은 화가에게 있어 팔레트와 같은 것이다. 향수 조향사의  주요한 '생산용구'는
자신의 코다. 그러나 향수를 조합하는데는 민감한 코만으로는 불충분하다. 향수 조향사는 화
학에 관한 지식과 후각에 대한 기억이라는 이 두 가지를  겸비하지 않으면 안된다. 향수 조
향사를 양성하는 학교 따위는 전세계에 한 군데도 없다.  향수 조향사는 화학계열의 대학을
졸업한 후 강습을 받고, 거기다가 수십  년을 현장에서 경험을 쌓지 않으면 안된다.  냄새에
대한 기억은 다른 기억과  같이 끊임없이 훈련해야  하며 게으름을 피워서는  안된다. 항상
300개 이상의 냄새를 기억하기 위해서는  코를 소중히 여겨서, 감기  특히 코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 하고 후각을 저하시키는 음식물을 먹지 않도록 한다. 또 독한 음료수 - 술 -를
마셔서는 안되고 어떠한 경우에도 담배를 피워서는 안된다. 초원, 과수원 거기다가 소나무숲
의 냄새가 넘치는 기적의 향수를 조합할 수 있게 된 것도  다 이런 것들을 잘 지킨 덕택이
다.
  기적의 코를 소유한 사람으로 향수 조향사 뿐만 아니라 술  감정사도 있다. 뛰어난 술 감
정사는 각 나라에 문자 그대로 아주 조금밖에 없고 그 이름은 같은 분야의 동료들뿐 아니라
해외에까지 알려져 있다. 프랑스의 저명한  물리학자인 폴 랑주방은 한편으로는  훌륭한 술
감정사였다. 과학의 계획화에 관한 국제 심포지엄 석상에서 P. L. 카피차는 다음과 같은 에
피소드를 소개했다.
  1925년 취리히에서 열렸던 학회에서 점심을 먹기전에 랑주방은 와인을 마시고 그 맛과 향
기, 그 와인의 이름뿐만 아니라 양조된 연도가지 정확하게 맞췄다. 그는 자타가 공히 인정하
는 술 감정사로 때로는 물리학에서 이룬 업적보다 술 감정사라는 것을 더 자랑스러워했다.
영국 브라이트 시에 사는 베티 메디슨 양도 예리한 코를  갖고 있었다. 겉보기에는 아주 깨
끗해 보이는 병에 남아 있는 비누, 버터, 파라핀 냄새를 즉각 발견할 수 있을 정도로 그녀의
후각은 발달됐다. 그녀의 근무처는 레모네이드 공장인데 1년에 약 17만 본의 병을 냄새맡아
서 레모네이드의 품질을 떨어뜨리는 냄새가 남아 있는 병을 한 병도 놓치지 않았다.
 
    동물들의 행동과 냄새
 현대인에게 있어서 예리한 후각은 어느새 일종의 사치의  상징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 동물의 세계에서는 후각은 시각이나 청각과 동일한 역할을  하고 있다. 어떤 동물이
라 하더라도 냄새의 구름에 '둘러싸여' 있고, 이 구름이 마치 동물의 몸을 확대시킨 듯한 모
양이 되어, 그 때문에 멀리서도 그 동물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맹수는  땅거미
가 져서 어스름 할 무렵 짐승을 습격할 경우에는 우선 코로 그 범위를 정해놓은 다음에  사
냥감을 습격한다. 후각은 맹수의 부족한  시각을 보충하여 숨어있는 사냥감을  찾아낼 뿐만
아니라 적과 아군을 식별하는데도 도움을 준다.
  풀이나 유충을 먹고사는 물고기도 후각을 이용한다. 그 일례는 거의 시각을 상실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먹이를 계속 포획하고 있는 늙은 잉어에서 볼  수 있다. 눈이 거의 퇴화되
어 버려서, 진흙 속이나 동굴 같은 깜깜한 어둠 속에서 사는 동물이나 고등어, 대구 등의 물
고기도 그렇다. 이런 물고기는 먹이를 얻기 위해 주로 후각에 의존하지 않을 수가 없다.  주
둥이가 긴 해오라기라는 새는 이런 물고기의 예민한 후각을 능숙하게 이용한다. 해오라기는
얕은 여울에서 무릎가지 물에 잠긴 채 서서 날개로 두세 번 수면을 탁 친다. 그러면 날개에
서 냄새가 강한 지방분이 흘러간다. 그로부터 잠시 후에는 한쪽 다리로 서서 냄새에 끌려서
떠올라온 물고기를 기다렸다가 긴 주둥이로 잡으면 되는 것이다.
  물고기의 후각기관은 육상동물의 '코' 하고는 현저하게 차이가 난다. 물고기는 불순물이나
혹은 물에 녹아 있는 물질의 냄새를 물을 맛봄으로써 비로소  알 수가 있다. 때문에 물고기
의 후각기관은 미각기관과 함께 입 주위나 입술에 있다. 어떤 종류의 물고기에는 이들 기관
이 지느러미, 때로는 몸 전체에 분포되어 있는 일조차 있다.
  몇 년 전 과학자들은 각종 물고기의 피부에 피부세포와는 전혀 다른 방추상의 세포가 포
함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 기묘한 세포가 주변 환경으로부터 정보를 받는 화학
적인 수용기 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가설을 발표하였다. 전자 현미경으로  관찰해 보니 이
가설이 맞았다. 칼라아브라바야의 아가미 딱지와 아가미에  접한 피부부분에서 발견된 방추
상의 세포가 신경섬유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들 세포의 말단은 그저 약간 피부
표면에서 돌출되어 있다. 그리고 이 세포는 물고기가 미각을  감지하는 세포와 구조가 매우
비슷했다.
  곤충은 매우 예민한 후각과 근사한 냄새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다. 그들은 지상이나 공중
에서 냄새를 내뿜는 목표나 자기 집에 있는 개체의 특별한  냄새를 기억하고 있다. 예를 들
면 동일 종족에 속하는 개미는 촉각으로 감지한 냄새로 서로를 구분한다. 그리고 혹시 다른
곳에 사는 개미가 자기 집에 침입하려고 하면 당장 죽여버린다. 다른 종족 개미의 추출물을
바른 개미는 동료들에게 살해당한다. 꿀벌도 냄새로 꿀이 많은 꽃을 발견하나. 뒤웅박벌, 투
구벌레, 특히 흰개미는 먹이 저장소나 이사갈 장소로 가는 길을 나타내기 위해 특수한 냄새
가 나는 물질(페로몬,pheromone)을 분비한다. 모기나 파리매는 인간이나 커다란 포유동물을
냄새로 찾아낸다.
  많은 곤충들에게 있어서 자신의 냄새는 성적인 매력을 위한 강력한 무기가 된다. 예를 들
면 산누에 암컷 한 마리가 125마리의 수컷을 모은 경우가 알려져 있다. 수컷들의 일부는 창
문을 닫아버리니까 이번에는 굴뚝을 타고 들어왔다. 제이콥슨이 이끄는 미국 농무성 곤충부
팀은 30년에 걸친 연구 끝에 1960년에 50만 마리의 마이마이나방의 암컷으로부터  20밀리그
램의 성 유인물질을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그것을 '지브톨' 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마이마이
나방의 암컷 한 마리는 1만분의 1밀리그램의 지브톨을 만들어  낸다. 많은 수컷을 유인하는
데도 이만큼의 양이면 충분하다. 그러나 짝짓기가 끝난 후의  마이마이 나방의 암컷은 주변
공기 속에다 지브톨을 분비하는 것을  멈춘다. 이상과 같이 성  유인물질은 수컷에게 "여기
성적으로 완전히 성숙한 미혼의 암컷이 있다."는 신호가 된다.
  냄새는 그 발생원이 존재하는 곳이 때로는 며칠 동안이나 남아 있기도 한다. 이것은 동물
이 다른 동물에게 남긴 일종의 '편지'이다. 많은 종류의  동물들에게 냄새에 대한 감각이 이
상하게 발달했다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여러 가지 복잡한 조건 아래에 있다 하더라도 동물
이 위치를 쉽게 결정할 수 있도록 냄새가 미묘하고도 상세한 정보를 가져온다는 결론이 나
온다. 그것은 경찰견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경찰견에게 범인이 지닌 물건의 냄새를
맡게 하면 많은 사람들 중에서  범인을 찾아낸다. 냄새를 추적할 때  개는 인간이나 동물이
지상이나 공중에 남긴 뭔가 실재하는 것을 지각한다. 개는  발자국, 자동차의 흔적, 발에 밟
혀서 부러진 풀 따위의 흔적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탐색의 주요한 수단은 후각이
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경우가 알려져 있다. 트빌리시 시 교외에 차브라라 부르는 목양견
이 있었다. 그 개의 주인이면서 가장 친한 친구는 국민학교 2학년 학생인 산드로였다.  어느
날 콜호지의 의장인 산드로의 아버지는 산 속에 있는 목장으로 차브라를 파견해 달라는 부
탁을 받았다. 양치기가 차브라를 데려가려고 왔다. 그리고 겨우 산드로에게서 차브라를 떼어
서 자동차에 싣고 산 속으로 데려갔다. 그런데 목적지에 도착하기 바로 직전에 차브라는 끈
을 끊고 도망쳤다. 그 곳에서 산드로가  살고 있는 마을까지는 산을 넘고 골짜기를  오르고,
물이 불은 개천을 건너고 낯선 사람들이나 개가 있는 마을들을 통과하지 않으면 안될 먼 거
리였다. 덮개를 씌운 자동차 안에 있었기  때문에, 물론 도중에 바깥 풍경을  볼 수도 없다.
청각도, 미각도, 접촉감각도, 그리고 운동감각 등. 어떠한 정보도 차브라에게  주어지지 않았
다. 어쨌든 차브라는 그 곳까지 길을 달려온 것이 아니라 차로 운반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
리고 이틀 후에 상처투성에다가 여위어 초라해진 차브라가 주인 곁으로 되돌아 왔다.
  많은 물고기에게도 냄새는 길잡이 별의 역학을  한다. 그 좋은 예가 연어이다. 봄이  되면
냇가에 알에서 깨어난 수십억 마리의 연어 치어가 나타난다. 곧 치어는 냇가를 떠나 바다로
나간다. 그리고 바다를 몇천 킬로미터나  헤엄쳐 돌아다니다가 몇 년후  (종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2년에서 7년 후)에 소년시절을 보냈던 고향의 냇가로 놀랄만큼  정확하게 되돌아 와
서 그 곳에다 알을 낳는다. 미국의 해양생물학자 아서 하슬라가 실시한 많은 실험결과 연어,
송어가 고향의 냇가로 되돌아오는 것은 '귀소본능' 이라든가 미비의 제 6감적인 감각 때문이
아니라 후각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연어, 송어 같은 부류는 냄새에 대한 뛰어난
기억력을 갖고 있다. 그들은 기나긴 여행을 출발할때 물의  냄새가 어떻게 변하는가를 기억
하여 그 코스의 '냄새의 곡선'을 작성한 후 실제의 거리를 그것과 비교하면서 고향의 냇가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곤충 중에서는 냄새로 정위의 거리 기록을 세우는 것으로 쓰메아카나가히라다다무시가 있
었다. 몇 년전 캘리포니아에서 12만 톤의 석유가 불타버린 일이 있었다. 이 화재 현장을  목
표로 쓰메아카나가히라다다무시의 대군이 날아들었는데, 도처에  머물면서 때로는 구경꾼에
게까지 달려들었다. 이 곤충이 사는 침엽수는 가장 가까운  곳이라 하더라도 화재 현장에서
80킬로미터 이상 떨어져 있었다. 화재연기 속에 들어 있던 어떤 물질이 이 곤충을 유인했는
가는 알 수 없으며 확실히 밝힌다는 것은 극히 어렵다. 그러나 담배 연기 역시 이 쓰메아카
나가히라다다무시를 유인하는데, 축구 시합을 할 때 때때로 팬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종
종 있다.
  이상 각종 동물의 후각기관의 구조나 기능에 대해서 기술했다.  그러나 더욱 확실히 하기
위해 살아있는 냄새 탐색기의 정교함과 놀랄만한 선택성, 감도를  말해주는 몇 가지의 사실
을 들어보자. 보통 집지키는 개라 하더라도 50만 종류에 달하는 냄새를 식별한다. 예를 들면
개는 1cc의 공기 중에 유산균 분자가 9,000개를 넘으면 그 냄새를 감지한다. 더욱 자세히 비
교를 하기 위해서 예를  들어보면 공기 1cc 속에  들어있는 분자는 268×1017개라는 방대한
수에 달한다. 따라서 3.36×10-16의  농도이면 개는 유산균을 감지한다.  이렇게 감도가 높은
이유는 개의 후각기관의 구조에 있다. 대구과의 한 종류의  물고기도 매우 예민한 후각기관
을 갖고 있다. 이 물고기는  몸길이 6센티미터의 작은 물고기가 5분  동안 헤엄치고 있다면
그 물이 흘러내려오는 장소를 정확하게 찾아낸다. 이  물고기의 '코'는 100미터 떨어진 곳에
서 새가 앉았던 풀밭뿐만 아니라 15분 정에 그 새가 앉았던 장소에 사냥꾼을 안내하는 세터
(영국산 사냥개)의 코에 맞먹는다.
  또 보통 파리는 3만 종류에 달하는 화학물질을 후각기관으로 식별 할 뿐만 아니라 그  개
개 종류에 대해서 확실하게 반응을  나타낸다. 그러나 후각기관의 감도라는  점에서는 개도
파리도 산누에나방을 당해낼 수 없다. 과학자들이 이 나방을  이용하여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다. 우선 산누에나방 암컷한테서 수컷을 떼어논 후에 수컷에게 페인트로 표시를 했다.  그
다음 수컷을 작은 바구니에 담아서 여러 군데로 이동시킨  후 바구니에서 내놓았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일까? 30분도 채 지나기 전에 표시를 한 최초의 수컷이 암컷이 들어 있는 바구
니로 되돌아왔다. 이 수컷은 5킬로미터의 거리를 날아왔는데, 개중에는 11킬로미터나 날아온
수컷도 있었다. 계산 따르면 이 정도 떨어지면 공기 중에는 암컷이 만든 성 유인물질은 1입
방센티미터의 공기중에 겨우 한 개의 분자밖에 없다. 겨우 이  한 개의 분자에 불과한 냄새
가 수컷에게 먼 거리를 날아서 정확하게 암컷이 있는 곳으로 인도하는 등대의 역할을 한 것
이다.
  곤충은 또 하나 매우 흥미있는 후각의 특질을 갖고 있다.  곤충은 대상에 닿지 않고도 촉
각을 그 대상 위에서 움직이는  것만으로 그 형태를 알아낸다. 이에  대해서 인간은 아무리
냄새를 맞아 보아도 냄새를 내는 물체가 어떤 형태를 하고 있는가를 알아 맞출 수가 없다.
 
    인공의 '코'를 개발한다
  지금까지 인간이나 동물의 후각기관을 자세하게 언급한 것은 몇억년에 걸친 진화의  과정
에서 완성된 이들 기관에는 그것을 모방해서 인공적으로 후각장치를 개발할 무한한  가능성
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우주선이 랑데부하는 것과 약간의 성 유인물질의 분자
에 이끌려서 산누에나방의 암컷과 수컷이 만나는 경우와는 정말 비슷하지 않을까? 여기에는
문자그대로 모든 것, 즉  정보처리장치, 유도장치나 자기조준장치에  흥미가 솟는다. 예컨대
냄새가 공기 속나 물 속에서만 신호로 이용될 수 있고 우주공간에서는 사용될 수 없다고 무
시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들 냄새 '레이다'는 많은 부문에서 이용될 수 있을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80킬로미터나 떨어진 먼 거리에서 화재 현장으로 날아온 나방의  후각
기관을 모방한 장치를 ask든다면 원격식 화학화재 경보장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또 인
공 후각기관은 각종 화학공업부문에 다시없는 소중한 장치가 될 것이다. 화학반응의 진행상
황에 간한 정보를 모으는 현재의 전자 센서의 종류는 매우  적고, 그들 센서의 성능도 현재
및 장래의 화학공업에도 극히 불충분하다.  인간의 코와 비슷한 인공후각장치는 향료,  특히
향수 생산에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향수생산부분에서는 인조코가 향수조향사나 전문기사
보다 훨씬 더 정교하게 생산과정이나  제품의 품질을 관리할 수 있다.  또한 값싼 원료에서
어떤 냄새가 나는 향수라 할지라도 인공적으로 합성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인공 후각기관은
식품공업에도 그 용도가 광범하다. 예를 들면 부패 검지기나  원료제품을 검사하는 장치 등
에 이용할 수 있다. 유독물질을 취급하는 연구소나 기업에서는  인간의 코를 가지고는 감지
가 불가능한 독극물의 유출을 인공의 코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10년 안에 각국의 과학자나 기술자들은 인공 후각장치를 개발해 내려고  결사적으
로 매달리고 있다. 이 연구는 목적에 걸맞게 몇 가지 방향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인공후각기관의 개발은 첫째로, 군사용이나 경찰용으로 사용하기 위하여 연구하
고 잇다. 뱀장어의 후각을 연구한 결과  뱀장어가 6×1020배로 묽게 탄 알코올을  그 냄새로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바꾸어 말한다면 용적이 3,500입방킬로미터인 라도가 호수
에 1그램의 알코올을 떨어뜨린다면 뱀장어는 알코올을  탄 이 호수의 물과 다른 곳을  물을
식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알고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은 당황했다. 혹시 그러한 장
치를 인공적으로 제작이 가능하다면 적군의 함선이 남긴 '흔적'을 대양에서도 추적할 수  있
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 몇 년 동안  미국 기술자들은 냄새에서, 즉 함선이 항해 중에  남긴
냄새가 나는 물질의 존재로부터 그 함선을 발견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하는 데 몰두해 있
었다.
  '유에스 뉴스 앤드 레포트'지에 따르면 미국  과학자들은 국무성이 주문한 인간의 체취를
식별할 수 있는 '전자코'를 개발했다. 그 전자코를 발명한  사람이 주장하는 바에 의하면 헬
리콥터에 실린 이 장치는 아득히 먼 곳에 있는 인간 집단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일리노
이 공과대학에서는 항공회사와 계약한대로 갱들이 비행기에 장치한 폭탄을 발견하는 데  걸
리는 시간을 비행기 문을 닫고서 이륙하기 위해 활주로로 향하는 4분간이면 충분하다.
  어느 렌터카 회사는 술주정뱅이에게는 엔진이 시동되지  않는 장치를 자동차에 부착했다.
그 민감한 소자 - '장치의 코' -  는 자동차 안에 있는 와인 증기에 반응한다.  와인 증기를
내뱉어낸 사람이 아무리 자동차키를 돌려도 플러그를 점화할 수 없다. '전자코'가 장치의 동
작부에 운전자가 술에 취했다고 알리면 동작부가 점화 플러그와 밧데리 사이에 있는 회로를
끊어버리기 때문이다. 이 '코'는 자동차 안으로 틈새를  비집고 바람이 들어오거나 불순물이
있는 경우에도 회로를 끊어버릴 정도로 예민하다.
  이외에도 로자노와 스케프스 두 사람이 개발한 '전자코'도 알려져 있다. 이 장치는 냄새를
내는 물질의 작용으로 전류의 세기가 변화한다. 이 변화는 일정한 냄새를 식별하는 데에 이
용할 수 있다. 어떤 종류의 알코올(예를 들면 에틸 알코올)에 대해서 이 전자코는 인간의 코
보다 100배나 더 민감하다.
  미국 '하니벨'사에서는 일부 기체가 자외선을 선택적으로 흡수하는 원리에 기초한  장치를
만들었다. 이 장치에는 특수한 자외선 램프가 있는데 거기서  나오는 자외선이 예민한 검파
관에 초점이 맺히도록 한다. 자외선 램프와 검파관 사이를  기체가 통과하면 자외선의 일부
가 흡수된 결과 검파관이 받는 에너지가 감소한다. 기체의 농도가 일정한 수치에 이르면 검
파관이 경보장치의 스위치를 켠다. 이 장치는 극히 예민하여 물질의 농도가 0.00001퍼센트만
되어도 그 냄새를 감지한다. 이 장치는 드라이클리닝 공장에서 유독한 과염화에틸렌을 검출
하는데 이용되고 있다. 그 외에 이장치는 가솔린, 도료, 암모니아, 산의 냄새나 신선한 사과,
바나나 등의 냄새를 감지할 수  있다. 도둑이나 살인자는 범행현장에  손수건이라든가 장갑
같은 소지품을 남기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지문이 남지 않도록 장갑을 끼는 경우도 많
다. 과학자들이 상당히 오래 전에 증명했듯이  인간은 각기 특유의 체취가 있다. 분명히  이
체취는 유전에 위해서 결정된다. 이란성 쌍둥이만이 유전적 구조가 동일하기 때문에 체취도
매우 비슷하다. 이 의미는 지문과 동일하다. 
  인간에게는 누구나 피부 분비선이 몇 개인가  있다. 땀샘, 피지샘, 등이 있다.  발바닥에는
땀샘 밖에 없지만, 그러나 그 대신에 땀샘이 발바닥 1㎠에 최고 100개나 있다. 따라서  냄새
를 지닌 흔적의 근원은 아마 이 발바닥의 땀샘이라 할 수 있다. 조건만 양호하다면 개는 하
루 전에 남겨진 족적을 가지고 범인을 충분히 추적할 수  있다. 그와 다름이 없지만 감도와
선택성이라는 점에서 개의 후각기관보다 뛰어난 '전자 경찰견'은 미국 경찰당국이  의도하는
바에 의하면 냄새를 가지고 범인을 수사하는 데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혹시 살인이 일어났
던 집에 '전자경찰견'을 데려가서 스위치를 누르면 피해자 외에도 범행이 일어나기 전  하루
동안 이 집에 있었던 사람들을 딱 알아 맞출 것이다. 예를 들어  범인이 지문 등 모든 흔적
을 지워버렸다 하더라도 범인 자신의 체취는 반드시 남게 마련이다. 이  '전자 경찰견'의 구
조와 작동원리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극비에 부쳐져 있다. 그러나  절도범과 살인범의
체취 카드는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대기오염 자동경보시스템 개발의 제1단계가  끝났다. 이 시스템은
큰 공장 근처에 설치되어 공기중의 아황산가스(SO2)의  함유량을 감시하는 31개의 전자'코'
로 되어 있다. 아황산 가스의 양이 허용치를 넘으면 장치에 연결된 컴퓨터가 경보를 울리고
전자지도 상에 오염된 지역의 위치가 나타난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상이한 원리로 작동하는 인공코가 개발되었는데 그 어느 것도 전술한
것처럼 바이오닉스적 장치는 아니었다. 이들 장치는 예민했지만 덩치가 꽤 큰 가스분석기로
구조, 작동원리, 작동속도의 어느 면에서도 자연의 후각기관과는 다르 . 예를 들면 가스=액
체 크로마토그래피법(chromatography ; 색소물질의 분별 흡착에 의한 분리법, 여러 가지 혼
합물의 용액을 알루미나, 실리카 젤, 이온 교환수지 등의 흡착제를 채운 수직으로 된 유리관
을 통하여 흐르게 하여 흡착성의 차이에 따라 혼합물의 성분이 여러 곳에 흡착되게 하는 방
법임.)으로 네덜란드 딸기 냄새를 분석하는 장치에는 길이 120미터나 되는 나선형의 유리관
이 붙어 있다. 작동을 시키는 데는 프로그램으로 제어된 서머스타트(thermostat ; 온도를 일
정하게 유지하기 위한 자동조절기)가 필요하다. 분석하는 데는  약 1시간이 걸리는데 그 과
정이 끝나면 이 장치는 분해해서 세척하고 재충전시키지 않으면 안된다.
  미국의 앤드류 드레브닉스 교수는 후각기관을 모방한 바이오닉스적 장치를 연구해 온  선
구자 중의 한 사람이었다. 그 교수의 목표는 진료용 전자 '코'를 개발하는 일이었다. 어떤 종
류의 질병은 그 병 특유의 냄새를 발산하는데 이것은 환자의 체내에 화학적 균형이 깨졌기
때문이다. 전자 '코'는 여러 가지  질병에 특유한 냄새를 발견해서  그것을 분석하고 추정할
뿐만 아니라 그 후각 능력은 피로라든가 순응과 같은 현상과는 관계가 없어야 한다.
  냄새의 주인공이 유기물의 증기라는 것 때문에 드레브닉스 교수는 냄새를 내는 물질의 작
용으로 접촉전압이 변화하는 현상을 이용해서  인공코의 모델을 만들기로 했다.  이 장치를
작동하는 근본원리가 되는 화학적,  전기적 과정은 상당히 복잡한데도  불구하고 그 구조는
비교적 간단하게 되어 있다. 이 후각장치는 냄새를 내는 혼합물이 들어오는 유리로 만든 뚜
껑 아래에 놓인 고정된 4개의 금제 전극과 회전하는 금제 날개로 구성되어 있다. 고정된 금
제 전극판은 각기 다른 흡착제로 덮여서 스위치 접점에  연결되어 있고, 스위치의 슬라이드
는 금제 날개와 동시에 회전하게끔 되어 있다. 냄새를 내는 물질의 작용에 따른 접촉전압의
변화에 딸서   저항을 흘리는  전류,  즉 그   전압이 변화하고,  그  변화가  오실로그래프
(oscillograph ; 물리적인 진동이나 전기 진동, 즉 전류, 전압의 시간적 변화를 가상곡선으로
표시하는 장치)로 들어간다. 이 후각장치에 냄새가 없을 때는 오실로 그래프의 스크린에 직
선이 나타나지만 냄새가 있으면 특징있는 파형이 생긴다. 그  파형과 파동의 산과 골짜기의
크기로부터 냄새를 내는 물질과 공기 중에 있는 그 물질의 농도를 알 수가 있다.
  드레브닉스 교수는 최근 몇 년간 이 '전자코' 사용하여 냄새로부터 각종 질병을 정확히 진
단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방대한  실험을 되풀이했다. 피실험자인 환자는  일정하게 조성된
공기가 항상 들어오는 유리로 만든 집에 들어간다. 그리고  더러워진 공기를 분석해서 환자
가 배출한 화학물질을 결정한다. 지금가지 24개의 물질이 결정되었다. 현재 드레브닉스 교수
는 이들 물질 중에 무엇이 건강한 사람의 특징이고 또 어떤 물질이 어느 정도 농도로  각종
질병과 관련됐는가를 밝히려고 하고 있다.
스코틀랜드의 과학자 R. 몬클리프도 각종 물질의 냄새를 식별하여 그 농도를 측정하기 위한
장치를 개발했다. 그는 이 장치를 제작할 때 다음의 세 가지 현상을 이용했다. 즉 조성이 다
른 다공질의 박막이 여러 가지 향료를 선택적으로 흡수하는 능력, 이들 박막이 향료를 흡착
할 때 열이 방출된다는 점, 온도 변화에 따라서 반도체 저항기가 저항을 바꾸는 성질이다.
  이 '전자코'의 토대가 된 것을 몇 개의 동일한 크기의 작은 용기를 병렬로 연결 시켜 거기
에 냄새를 내는 혼합가스를 불어넣는 장치이다. 이 혼합가스는 공기가 콧구멍에서 축축해지
는 것과 같은 원리로 미리 축축하게 만든다. 각 용기 속에는 두 개의 똑같은 반도체 저항기
(열저항기)가 있는데 그 중 한 개는 흡착막으로 덮여 있다(물론 흡착막의 재질은 용기에 다
라서 다르게 선택한다). 열저항기는 휘트스톤 브리지(wheatstone bredge ; 영국의  물리학자
휘트스톤이 개량하여 실용화한 전기저항 측정기. 저항과 검류계 및  전지를 접속 한 회로를
주요부로 함. 콘덴서의 용량과 인덕턴스의  크기를 알아내는 데 쓰임)와  인접한 변에 들어
있다. 주위의 온도 변화는 양쪽 저항기에 작용하고 브리지(bridge ;  각 변이 회로소자로 된
사각형의 전기회로. 평형 상태에서의 성질을 이용하여   전기 저항 및 자기 측정, 발진기의
안정화, 여파기 등에 응용함)는 균형을 유지한다. 그런데 냄새를 내뿜는 물질이 흡착되면 흡
착막으로 덮힌 저항기만 가열되어 저항을 변화시킨다. 이 결과  균형이 깨져서 그 대각변에
전기신호가 나타난다. 증폭된 신호는 밀리암페어 계측기나 마이크로암페어 계측기에 측정되
는 것과 동시에 기록장치로 보내진다. 어떤 화학물질이 어떤  용기에 민감한가를 안다면 신
호가 나타나는 채널 번호를 가지고 냄새를 내뿜는 혼합 가스의  조성을 알 수 있고, 신호의
크기를 가지고 그 농도를 결정할 수가 있다.
  몬클리프의 인공코는 인간의 후각기관과 다음과 같은 몇 개의 유사점을 같고 있다. 즉 냄
새를 내는 물질에 즉각 반응하고, 냄새를 멀리하면 반응이 소멸된다. 이 장치를  작동시키려
면 공기를 그 수용면 위로 통과시키지 않으면 안된다. 또 이 장치는 '피로'를 느끼기 때문에
다음 번 실험을 하기 전에 휴식을 취하지 않으면 안된다. 또 이 장치는 약한 냄새보다 강한
냄새에 빠르게 순응한다. 즉 아무리 자극(냄새)을 강하게 하더라도 일정한 세기 이상이 되면
반응이 나타나지 않는 몬클리프의 인공코에서 얻어낸 곡선이 개구리 후상피의 전기  활동곡
선과 대단히 비슷하다는 점도 빠뜨릴 수 없는 점이다.
  이 상과 같이 몬클리프는 자신이 만든  장치에다 흡착제를 임의의 온도 측정장치와  직접
연결시키면 후상피의 모형이 된다는 점을 증명한 것이다. 혹시  온도 측정장치가 온도 변화
를 전기적 변화로 변환시킬 수  있다면 이 모형은 더욱더 진짜에  가까워질 것이다. 그러나
냄새의 질과 세기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바이오닉스적 후각장치의 개발이 초기에 아
무리 성공을 거두었다 하더라도 드레브닉스나 콘클리프가 개발한 장치는 생물의 화학적  감
각장치와는 아직 거리가 먼 모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후각 구조에 대한 3가지 가설
  그러면 생물공학자나 기술자들이 전기회로나 금속을 사용하여 이간이나 동물의  후각기관
을 정확하게 재현할 수 없다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 거기에는 많은  장해가 있다. 일
예로 곤충의 후각 수용기를 들어 보자. 냄새나 맛을 감지하는 곤충의 화학적 감각기관은 입
주위에 있는 촉각과 길이 1천분의 몇 밀리미터 또는 1백분의 몇 밀리미터의 털이 촘촘히 나
있는 촉수이다. 니쿠피티의 일종의  촉각에는 3,500개, 쇠파리에게는 6,000개  이상, 또 꿀벌
중 일벌에게는 약 12,000개의 화학적 수용기가 있다. 냄새에 대한 정보를 받아들여 처리하기
위한 수용세포와 신경망이 분포해 있는 촉각의 크기를 생각한다면 곤충의 후각기관의  구조
를 연구하여, 그것을 모방해서 인공적인 장치를 만들려고 시도하는 생물공학자의 노고가 얼
마나 큰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큰 장해가 되는 것은 냄새에  관한 물리학과 화학적인 지식이 오늘날가지도  여전히
불명료한 점이 많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역설적으로  들린 하더라도 냄새에 관한
본성은 지금가지 참된 의미에서는 연구되지 않았다고 할 수 잇다. 동일한 물질의 냄새라 하
더라도 사람에 따라서 받아들이는 방향이 다르다. 어떤 물질은 강한 냄새를 갖지만 어떤 물
질은 냄새가 전혀 없고, 또 상쾌한 냄새가 있는 하면 불쾌한 냄새가 있는 것은 어째서일까?
그 이유를 한 마디로 설명할 수 잇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도 의견
이 나뉘어 진다. 우리들이 소리의  세기가 밝기나 온도를 측정할 수  있는 지금에도 냄새의
세기를 재는 척도조차 없는 것이 현 상황이다.
  냄새의 발생과 후각의 구조를 설명하는 가설이 지금까지 30개 이상 제안되었지만  그것을
크게 나누면 다음의 3개로 된다.
  화학적 가설은, 냄새의 질과 그 세기는 물질의 화학 조성에 좌우된다고 생각한다.  주지하
다시피 각양각색의 물질의 개개 분자는 후상피라 부르는 점막표면에 잇는 신결종말에  어떤
형태로든 작용한다. 정지상태에 있을 대에는 신경섬유로 덮여 잇는 점막은 바깥 측이 정(+),
안측이 부(-) 전하를 띠고 있다. 신경을  흥분시킨다는 것은 일시적으로 전위차를 발생시킨
다는 것을 의미한다. 냄새를 내는 물질의 분자에  의해서 감극 (전해질 용액 안에서 일어나
는 전해분극을 방해하여 그 진행을 막는 일)이  발생한다. 감극은 극히 짧은 시간에 급속히
신경섬유로 퍼져 중추신경계에 일정한 반응을 일으키게 해서 인간은 냄새를 감지할 수 있게
된다.
  물리적 가설, 이른바 파동설은 냄새를 내는 물질의 능력과 물질 분자의 진동과 일정한 파
장의 빛을 결부시킨 것, 즉 후각 메커니즘은 시각 메커니즘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설이다.
즉 적외선의 양자가 후색소의 분자에 작용하여 그 구조를 변화시킨 결과 신경신호를 발생시
킨다는 것이다.
  제3의 물리=화학적 가설은 로마의 시인이며 철학자인 루크레티우스에  기원을 둔다. 그는
코 부분에 형태와 크기가 다른 구멍이 있어서 그 속으로 물질이 내는 휘발성 냄새의 입자가
들어온다고 생각했다. 냄새를 지닌 각각의 물질 입자는 그에  특유한 일정한 형태와 크기가
있어서, 냄새를 감지한다는 것은 어떤 구멍에 이들 입자가  딱 들어맞는가에 따라서 결정된
다 즉 구멍이 틀리면 냄새도 달라진다.
  푸크레티우스의 이러한 생각은 20세가 중반가지 실험으로  검증되지 않았다. 분자의 공간
적 구조를 연구하는 입체화학(19세기 말에 성립했다)도 아직  없었고 원자의 크기나 원자간
의 거리를 측정할 수 있는 분광학적 방법(20세가 후반에 발달했다)도 전재하지 않았다. 그리
고 앞에서 기술했던 몬클리프가 1949년에 푸크레티우스의 설과 매우 비슷한 입체화학적  가
설을 주장했다.
  몬클리프는 다음과 같이 가정했다. 후각기관에는  몇 개의 다른 형태의  수용기의 구멍이
있어서 각각의 형태의 구멍은 일정한 '1차'적인 냄새 - 시각의  3원색, 미각의 4가지 기본적
인 맛에 상당하는 원향 - 에 대응하여  냄새를 지닌 물질의 분자가 이들 수용기의 '구멍'에
딱 들어맞을 때 냄새를 감지한다. 바꾸어 말하면 냄새가 있는 물질의 분자는 후상피에 화학
적 혹은 그 진동 에너지에 의해서 자극을 주는 것이 아니라 그 형태나 크기에 의해서  자극
을 주는 것이다. 여기서 분자와 수용기의 구멍사이에 기계적인 상호작용이 생긴다. 각각  배
열된 분자는 플러그 다리가 콘센트에 들어가는 것과 대체로 비슷하게 수용기 구멍으로 들어
가서 신경 임펄스를 만든다. 또 일부분자는 두 개의 다른 콘센트로 들어간다. 즉 한쪽은  좀
더 폭이 넓은 수용기로 또 한족은 폭이 좁은 수용기로 들어가게 되는데 이 경우에는 복잡한
냄새를 감지한다.
  1952년에 이 가설은 미국의 유기화학자인 J. E. 암웨어에  의해서 실험적으로 입증되었다.
600개에 달하는 유기  화합물의 냄새를 연구했던  그는 100개 이상의  유기 화합물이 장뇌
(camphor, 진장, 유장, 방장 등 장목의 등치·뿌리·가지를 증류하면 장뇌유와 같이 무색 투
명한 고체 또는 반투명의 광택이 있는  결정. 독특한 향기가 있음. 물에  녹지 않으나 주정,
에테르 등에는 녹으면 상온에서 승화하기 쉬움.  셀룰로이드, 무연 화약, 필름, 강심제  등의
제조 및 방충제, 방취제의 제조에 쓰임.C10H16O)의 냄새를 갖는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 외에
에테르 냄새, 사향 냄새, 꽃 냄새, 박하 냄새, 톡 쏘는 냄새, 썩는 냄새를 불리했다. 이들 7개
의 냄새를 여러 가지 비율과 조합으로 혼합시킨 결과 암웨어 교수는 지금까지 알려진 냄새
를 모두 재현해 낼 수 있었다. 그리고 물질의 냄새가  그 화학적 성질보다는 오히려 분자의
크기와 배열, 때로는 그 전하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사실을 밝혔다. 즉 사향 냄새를 내는  분
자는 원반 형태인데 장뇌 냄새를 내는 분자는 공같이 둥근 모양이다.
  또 다음과 같은 실험이 실시되었다. 암웨어 교수는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물질의 분
자를 설계하여 그 물질에서 나는 냄새를 예언했다. 화학자들은  교수의 희망대로 그러한 분
자를 갖는 물질을 합성했다. 그것을 숙련된 향수 감정사가 조사했더니 그 냄새는 암웨어 교
수가 예언한 대로였다. 그 후의 연구결과 냄새는 분자의  형태나 크기뿐만 아니라 후상피의
'수용부분'과 분자의 접촉을 촉진하는 특별한 기능을 지닌 원자단이 분자 내에 존재하는  것
에 의해서도 좌우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상과 같이 인간의 후각기관은 분명히 '열쇠와  열
쇠 구멍'의 원리로 작동되고 있다.
  이상 열거한 3개의 가설은 언뜻 보기에는 수미일관한 것처럼 보이지만 어떤 것도 중대한
결함을 갖고 있다. 예를 들면 화학적 가설(미립자설)은 화학적으로 매우 비슷한 물질의 냄새
가 어떻게 해서 다른 가를 설명하지 못한다. 화학 조성과 냄새를 내는 성질사이에는 직접적
인 관계가 없다고 보는 과학자의 의견이 옳을지도 모른다. 파동설도 아직 해결이 안된 부분
이 많이 있다. 예를 들면 진동수가 다른 빛을 흡수하는  물질이 어째서 똑같은 냄새를 내는
가. 또는 역흡수 스펙트럼이 완전히 똑같은데도 냄새가 다른  물질이 잇는 것은 어째서일까
하는 것을 알지 못한다. 현재 물리학자들은 어떤 파장의 빛도 만들 수가 있지만 '냄새를  일
으키게 하는' 전자파를 발견하려는 시도는 모두 실패로 끝났다.
  후각에 관한 현존하는 가설 중에서도 가장 확실하다고 보여지는 제3의 입체 화학적 가설
에도 약점이 있다. 후각기관의 정보 처리량이 크다는 것과 식별할  수 있는 냄새의 수가 매
우 많다는 것이 겨우 7개의 기본적인  냄새로는 설명할 수 없다. 도  후구 내의 승모세포의
수와 수용기의 구멍 형태의 수와 보통 식별이 가능한 냄새의 수가 크게 차이가 나는 이유도
설명할 수 없다.
 
    반쯤 '살아있는' 후각기관
  이처럼 냄새에 관한 엄밀한 물리적 이론은 현재로서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가장 오래
되었고 동시에 중요한 감각의 하나인 후각은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냄새이 본성과
그 수용 메커니즘을 밝히고 지금까지의 지식을 토대로 해서 다양한 인간의 활동분야에 냄새
라는 정보의 수리와 처리를 자동화하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아마 아직도 몇 년이 걸릴 것이
다. 그리고 최근에 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새로운 방향이 제시되었다. 그것은  기술자
가 만든 후각장치를 '생물학화'하는, 즉 '반쯤 살아 있는 후각기관을 개발하는 일이다. 그 부
분의 개척자의 한 사람은 미국의 로버트 케이이다.
  그의 목표는 대기 중에 있는 유독가스의 존재를 신속히 발견하여 그 농도가 인체에 위험
한 수준에 도달하면 경보를 내는 그런 구조를 한 간단한  장치를 개발하는 일이었다. 이 장
치는 공기가 유독가스에 오염될 위험이  늘상 존재하는 탄광, 광산,  잠수함, 우주선 안에서
연속적이면서도 확실하게 작동하지 않으면 안된다. 케이는  살아있는 파리를 유독가스 냄새
를 감지하는 소자로 사용했다. 파리의 후각기관인 촉각은 와상  감각기인데 그 속에는 신경
종말이 한곳에 모인 감가신경이 있다.  케이는 파리의 뇌를 대신하는  신경절에 미소전극을
접속하여 최초로 그 생물전류를 증폭한  후 분석기로 보였다. 그  곳에서 '후각' 생물전류를
다른 모든 생물전류로부터 분리했다. 유독가스를 감지한 파리가 특이  있는 파형의 펄스 전
류를 발생하면 분석기가 즉시 경계신호를 내는 구조로 되어 있다.
  케이가 '냄새 검파관' (그는 자신이 만든 장치를 이렇게 불렀다)으로 파리를 고른 것은 더
음과 같은 몇 가지의 이유 때문이다.
  파리는 우선 입수하기가 간단하고, 그 생물전류를  해독하기가 쉬운데다가 무엇보다 후각
이 대단히 민감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다가 이 '장치' 는  사용하기가 매우 쉽다. 혹시 이 '살
아 있는 블록'이 망가진다 하더라도 성냥갑 속에는 미리 준비해둔 수십 마리의 파리를 곧장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주위에 파리가 없을 때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파리 대신데 바퀴벌레를 사용해도
좋다. 미국의 일부 탄광에서는 최근 6년 동안 유독가스의 농도를 측정하기 위해 바퀴벌레를
감각소자로 하는 장치를 사용해 왔다.  바퀴벌레는 지금까지 어떤 장치라  하더라도 검출이
불가능한 탄광의 갱내에 있는 극미량의 유독가스를  검출한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위험요인
이 생기면 즉시 경계신호를 낸다.
  생물공학자들은 파리, 바퀴벌레, 기타 다른 곤충의 후각기관의 작동원리가 장차  컴퓨터나
가스 크로마토그래프의 입력장치로 광범위하게 응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
는 각종 생산 및 연구분야에서 가스분석기나 냄새 탐지기의 기능을 독립해서 수행하는 동물
을 찾는 단계이다. 이러한 역할을 수향하려면 생물은 두  가지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않으면
안된다. 즉 극미량이라 하더라도 우리들이 필요로 하는 냄새를 감지할만한 예리한 후각기관
을 지니고 있을 것, 검지된 냄새에 대한 반응이 신속하면서도  간단 명료한 것이 아니면 안
된다.
  이와 같은 아이디어는 결코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바로 최근까지 그것을 실행에 옮길 수
가 없었다. 그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동물의 후각기관의 능력과 가능성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코로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동물
  동물계에는 각양각색의 동물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인간이 오랜 기간 냄새 탐색기로  사
용해 온 것은 겨우 3∼4종이다. 예를 들면 금세기 초에는  많은 나라의 탄광에서 갱내 가스
검지기로 카나리아를 이용했다. 카나리아는 갱내에 극히  미량의 유독가스가 들어있다 하더
라도 의식을 잃을 정도로 유독가스에 민감했다. 그러나 산소의  양을 충분히 공급하면 카나
리아는 다시 의식을 회복한다.
  일찍이 잠수함의 승무원으로 인간이 아닌 흰쥐가 승선한 적이 있었다. 7대 해양을 제패했
던 영국 잠수함조차 조금만 취급방법이 잘못되어도 대형사고를 일으키는 가솔린을 조명용으
로 사용했다. 그런데 흰쥐는 가솔린  냄새에 대단히 민감해서 가솔린이 새면  찌익 찍 하는
울음으로 위험신호를 보낸다. 그리고 흰쥐를 사육하기 위해 전체  함대의 예산에서 일정 비
용을 데어놓을 정도이다. 이 흰쥐의 냄새 탐색능력은 오늘날에도 이용되고 있다. 일부  국가
의 광부들은 갱내 가스를 검지하기 위해 흰쥐를 바구니에 넣고 다닌다 한다. 흰쥐는 갱내의
가스 냄새를 맡자마자 바구니 속에서 몹시 허둥대기 때문이다.
  광부에게는 또 하나 오랜 충실한 친구 마히와가 있다.  영국 맨스필드의 탄광에서는 매일
아침 작업을 시작하기 저에 두 사람의 전문가가 마히와가 들어 있는 큰 바구니를 들고 갱내
로 들어간다. 광부들은 여러 번 자신들을 위험으로부터 구해  주었던 마히와에게 커다란 신
뢰를 보내고 있다. 이것은 마히와가 일산화탄소에 대단히 약해서 조금이라도 공기중에 일산
화탄소가 잇으면 질식해서 죽어 버리기 때문이다.
  매년 겨울이 되면 눈사태로 큰 피해를 입는 오스트리아 알프스 지방에서는 네발 달린 짐
승으로 오랜 친구인 개가 구조활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알프스 지방 주민들은 눈
사태가 날 위험이 있는 경사면의 징후를 숙지해 두고 일정한 장소와 일정한 시기에 일어나
는 눈사태에 '칼루라'라든가 '요한나'라는 이름을 붙일 정도다. 그리고 이들 눈사태의 내습에
대비해서 대책을 세운다. 그러나 그렇게 하는데도  불구하고 오스트리아 산악지방에서는 스
키를 즐기는 사람, 나무꾼, 농민 또는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학생들이 끊임없이  눈사태
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어 매년 많은 사람들이 눈사태로  생매장된다. 이러한 경우에는 즉시
구조대가 조직되지만 때로는 눈사태가 광범한 지역에 걸쳐 있을  때가 있다. 그러한 때에는
깊은 눈 속에 매몰된 사람을 찾아내는 일이 대단히 힘들다.
  그 곳에서 활약하는 것이 바로 개다. 눈사태로 생매장된  사람을 찾아낸다는 이런 곤란한
일을 아무 개에게나 다 맡길 수는 없다. '눈사태' 전용견은 우선 첫째로 후각이 예리하지 않
으면 안된다. 그런데 도시에서 기른 개는 후각이 아무래도 조금은 둔하다. 더구나 눈보라 속
에서 눈속에 매몰된 낯선 사람을 냄새만 가지고 찾아내는 일은 많은 사람들 속에서 냄새를
알고 있는 사람을 찾아내는 일과는 전혀 별개이다. 다라서 '눈사태' 전용견을 훈련시키는 일
은 수비지가 않다. 우선 눈속에 매몰된 주인의 소지품을 찾아내게 한다. 그 일이 가능해지면
눈ㄴ속에 파묻힌 주인을 찾아내는 훈련을 한다. 그 다음은 좀더 어려운 '낯선 사람을 찾아내
는' 훈련을 한다. 잘 훈련된 '눈사태' 전용견은 안개나 어둠 때문에 산속에서 길을 잃은 사람
들도 찾아낸다. 그들은 어떤 악천후라 하더라도 곤란한 구조활동을 훌륭히  해낸다. '베리'라
는 이름을 가진 스위스의 '눈사태' 전용견은 난 고타르 고개 부근에서 50명에 달하는 사람들
을 구조했다.
  카나리아, 흰쥐, 마히와, 개는 말하자면 냄새 탐지업의 선구자이다. 최근에는 다른 많은 동
물이 그 동료가 되었다. 그 하나의 예가 앵무새이다. 앵무새는 인간의 목소리를 흉내낼 뿐만
아니라 공기 중에 있는 청산(시안화 수소)이 극히 미량 존재한다  하더라도 그것을 어떤 근
대적인 장치보다 더 정확하게 감지하는 능력을 지녔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헝가리
의 제약공장 '코바니야'에서는 10마리의 앵무새를 사들여 청산화합물에서 각종 약을  제조하
는 공장에 배치하여 청산 중독 방지를 맡겼다.
  최근 25∼30년 동안에 개는 그 예리한 후각 덕택에 많은 새로운 임무를 맡았다. 제2차 세
계대전 중에는 교묘하게 감추어진 지뢰를 탐지하는 수단은 매우  한정되어 있었다. 당시 지
뢰 탐지기는 쇠로 도니 껍데기로 둘러싸인 지뢰밖에 탐지하지 못했고 나무나 유리로 된 껍
데기에 들어있는 지뢰는 예리한 철침(쇠바늘)이 붙은 긴 장대로 더듬어서 찾는 수밖에 없었
다. 이 때문에 지뢰를 제거하는 임무를 지닌 공병대의 생명은 늘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다.
그러나 몇천, 몇만 개나 r되는 지뢰를 탐지해서 제거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조금이라도 잘못
되면 저승행이었다. 그런데 개는 상자에  들어 있든 들어 잇지 않든  간에 상관없이 폭약의
냄새를 알아낸다. 그렇지만 이 정도로 능숙하게 되려면 특수한 훈련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1942년 소련 중앙 군용견 훈련소에서 최초로  지뢰탐지견을 배출했다. 지뢰탐지견을 사용
함에 따라서 소련군의 지뢰 제거 공병대의 업무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지뢰 제거 공병대
와 지뢰 탐지견은 전쟁터에서 완전히 혼연일체가 되어 활동했다.  지뢰 탐지견의 뒤를 따라
가면 이미 발밑에서 지뢰가 폭발할  위험성은 사라졌다. 지뢰를 탐지하는  폭도 10∼15배나
넓어졌고, 지뢰를 탐지하는 속도도 20배  이상이나 빨라졌다. 게다가 지뢰 탐지기나  탐지용
장대를 사용할 수 없는 장소나 키가 큰 풀이 자라는  장소, 수목이 울창한 장소라 하더라도
지뢰 탐지견은 그 임무를 완수했다. 키예프, 오데사, 노브고로드, 베오그라드, 바르샤바, 프라
하, 부다페스트, 빈, 베를린 등 소련이나 동유럽의 각 도시가 해방될 때 지뢰 탐지견은 대활
약을 했는데 수천명의 인명과 많은 건물을 폭파의 위험에서 구했다.
  가스 누출을 발견하는데도 개가 이용된  바 있다. 처음으로 그 일을  시작한 것은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시의 가스회사이다.
 새로운 시가지에 가스관을 부설할 때  매설된 가스관에서 가스가 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때에는 가스관을 파내지 않으면 안되는데 가스가 새는 곳을 찾아내는 일도 큰 고생이
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그래서 후각이 예민한 개가 동원되어  가스가 새는 곳을 짧은 시간
안에 찾아내도록 시킨다. 타린 시에서는1968년부터 동유럽계의  목양견을 가스 누출 탐지에
사용해 왔는데 그 중에서 가장  우수한 놈은 '딩고'호이다. '딩고'호는  3개월의 훈련을 받고
전체 길이 5,713미터에 이르는 시내의 23개 거리를 맡았는데  시의 정식 직원으로 임용되어
매월 약 20만원의 월급까지 받았다. 이외에도 폴란드와 다른 나라에서도 수십마리의 목양견
이 가스 누출을 탐지하는데 활약하고 있다. 전문가의 의견에 의하면 그 개들은 어떤 장치를
갖고도 검출이 불가능한 미량의 가스 누출이라도 알아 맞춘다고  한다. 가스 누출을 발견한
개는 그 곳에 쭈그리고 앉아서 응급처치반이 달려올 때까지 계속해서 짖는다.
  몇 년 전에 개의 예리한 후각을 지질 조사에 이용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그것을 생각해낸
사람은 광물학 연구소의 바실리예프 박사이다. 우선 교통성에서 몇 마리의 개를 페트로자보
츠크 지질학 연구소로 데려왔다. 처음에는 황철광의 광석을 잘  감추고 그것을 찾는 훈련을
시켰다. 이윽고 개는 모암이나 다른 광석 속에서 어느 특정한 원소만을 함유한 광석을 골라
낼 수 있었다. 이 훈련을 우수한 성적으로 끝마친 한 마리의 '무트라'라는 개는 1966년에 큰
공적을 세웠다. 시추를 시작하자마자 '무트라'는 그곳으로 가까이 와서 몇 번이나 그 주위를
빙빙 돌다가 갑자기 한쪽 옆으로 달려가 50미터 떨어진  곳에 멈춰서서 짖어대기 시작했다.
지질 조사대가 그곳에 시추를 해보니 훌륭한 황철광 광상이  발견되었다. 그후에도 많은 지
질조사대가 개를 이용하고 있다. 예를 들면 1970년에는  일루티시 지질조사대가 8마리의 동
유럽 계열의 목양견으로 상당한 실적을 올렸다.
  마약 밀수입에 애를 먹던 핀란드에서는 마약 밀수 방지에  개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세관
에는 특별한 훈련을 받은 라브라드르 개를 배치하여 세관이나 항구로 입국하는 입국자의 의
복이나 수하물을 감시하게 하였다. 마약 냄새를 맡은 개는 즉시 짖기 시작한다. 스웨덴도 핀
란드의 경험을 도입하여 마약 단속에 개를 이용했다. 그  중에서도 '검은 악마'라고 하여 밀
수입자들을 공포에 떨게 만든 놈은 '코케트'라 부르는 라브라도드개로 마약 냄새를 기가  막
히게 잘 맡아서 자동차에 숨겨둔 마약을 찾아내는 것이 그 개의 임무이다. 이 네발 달린 탐
정은 자신의 임무에 대단히 충실해서 대형 트럭을 조사하는데도 불과 3시간밖에 걸리지 않
다 한다.
  이상과 같이 개를 비롯해서 카나리아, 흰쥐등 '살아있는' 냄새 탐색기가 이미 이용되고 있
지만, 앞으로 점점 그 숫자는 늘어날 것임에 틀림없다. 동물의 후각은 다양해서 각각의 용도
에 맞는 '살아 있는' 냄새 탐색기가 발견될 게 틀림없다. 그러나 단지 그것만이 목적은 아니
다. 살아있는 후각장치는 진화의 과정에서 만들어진 한계를 뛰어 넘을 수가 없다. 현재 화학
공업은 눈에 띄게 발달한 결과 강력한 생리적 작용을 갖지만 그 분자가 후상피를 자극하지
않는 많은 인공물질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인공의 후각기하면 이들 물질의  냄새를 감지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다.  많은 국가의 과학자들이 다양한 조건  아래서 생물의 후각기관에
대한 생리학적 연구나, 생물이 냄새에 고나한 정보를 수집하고 처리하는 과정을 바이오닉스
적 연구에 몰두해 있다. 또 불질의 냄새와 그 물리적 및 화학적 성질과의 관계에도 더욱 메
스를 가해서 인공 후각기의 개발을 진행시키고 있다.  유명한 생리학자인 파블로프는 "후각
은 생리학에서도 가장 어려운 문제중의 하나다."라고 말했지만 생리학, 바이오닉스, 화학, 전
자공학 등의 전문가들의 협력으로 여태껏 비밀의 베일에 감춰진 '냄새의 정원'의 실체가  가
까운 장래에 밝혀질 것이 틀림없다.

제3장 자연계의 기상예보관

    일기예보가 맞지 않는 까닭

  정확하게 날씨를 예측한다는 것은 인류 그 자신과 똑같을 정도로 옛날부터 내려온 문제중
의 하나이다. 날씨를 어느 정도 예측할  필요가 생긴 것은 인류가 정주생활, 즉  농경생활로
이행했던 때부터이다. 한발이나 홍수, 폭풍우나 태풍 등이 인류에게 많은 손실을 끼쳤다. 이
때문에 엄습해 오는 이들 천재를 적시에 예지하여 일 하기에 좋은 날씨를 예견하는 방법을
배우지 않으며 안되었던 것이다.
  인간이 오랜 세월에 걸쳐서 관찰을 거듭한 결과 하나 하나의 대기 현상의 경험적인 관계
를 밝혀낸 것은 아득한 기원전의 일이다. 날씨를 점치는 많은 징조가 밝혀져서 그것을 누구
라 하더라도 배우기 쉽도록 언어의 음을 글로 전했다. 예를  들어 현재 남아 있는 바빌론의
점토판에는 "태양에 해무리가 생기는 때에는 비가 내린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또 그리스인은 1년의 매일 매일의 평균 날씨를 석판에  새긴 특별한 달력을 만들었다. 이
들 석판은 바다와 접한 도시의 시장이라든가 광장 등 사람이 많이 다니는 장소의 기둥에 고
정시켜 놓았는데 뱃사람이나 농민들이 매우 신뢰했다. 그리고 이 달력에 맞추어서 수렵이나
어로 작업을 하기도 하고 큰 배로 멀리 항해를 하거나, 또 농사를 짓기도 했다.
  오늘날에는 이 석판은 알아주는 사람도  없이 박물관에 처박혀 있다. 몇  세기 동안 여러
민족이 자연의 관찰에 기초해서 축척해 온 날씨를 예측하기 위한 다양한 징조에 관한 일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지금은 일기 예보를 과학적 근거에 기초해서 하고 있다. 재일 날
씨 또는 2-3일 후의 날씨에 관한 것을 라디오나 텔레비전의 일기 예보라든가, 출근 전에 신
문을 봐서 아는 것이 보통인 시대에 살고 있다. 현재에는  날씨에 대해서 관심을 갖지 않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일기 예보의 '수요자'는 농업이나 토목 분야의  종사자들, 조
종사, 뱃사람, 건축 분야등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는 수억의 사람들에게  걸쳐 있다. 그리고
일기 예보가 적중하는 확률은 괄목할 만큼 높아졌다. 이것은 관측망의 확대, 계측기의  개량
에도 그 이유가 있지만 주로 물리학과 역학의 법칙을 보다 완전히 응용한 데에 힘입은 바가
크다. 즉 기단(수평 방향으로 온도, 습도  등이 어디나 대개 같은 넓은 범위에  걸쳐서 퍼져
있는 공기의 대규모 덩어리)의 운동을  수학적인 모델로 작성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컴퓨터의 출현으로 비로소 가능하게 되었던 것이다. 또  기상위성은 일기 예보의 역
사에 새로운 한 페이지를 장식하였다.
  기상위성에는 지표의 설원이나 구름의 상태를 촬영하는 장치라든가 지표나 구름이 반사하
고 흡수하는 에너지를 측정하는 장치가 실려 있다. 기상위성은  동일한 지점의 상공을 하룻
동안에 두 번 통과하도록 되어 있는데 반경 5킬로미터의 구역을 촬영한다. 지상으로 전송하
는 사진에는 태풍이나 허리케인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는 저기압의 거대한 구름의  소용돌이
를 볼 수 있다.
  태풍이나 허리케인의 발달을 저지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전에는 태풍이나 허리케
인이 갑자기 도시나 마을을  덮쳤지만, 지금은 기상위성의 도움을  받아 우리들은 태풍이나
그 밖의 천재지변을 예지하고 저기압과 고기압의 움직임을 추적할  수 있다. 기상위성 덕분
에 예보관은 '날씨 공장' 이라 부르는 지역까지 관여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을 획득하게  되
었다.
  이처럼 최근에는 기상학이 진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일기 예보가 틀리는 것은 왜일까?  그
주요한 원인 중 하나는 대기권의 전층이나  도달하기 곤란한 지역의 기상 관측이  완전하지
않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기상 관측이 육지에서 실시되고 있는데, 육지 면적은 지
표의 3분의 1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 뿐만 아니라  관측에 있어서도 전체의 모든 특성
을 다 관측하지 않을 뿐 아니라, 관측하는 부분도 대기권의 하층부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
다.
  데이터의 부족을 보충하고 '날씨  공장'에 깊숙이 침투하기  위해 라디오존데(Radiosonde;
전파를 이용하여 대기상층의 기온, 습도, 기압의 기상요소를 측정하는 기계, 기구, 로켓 등에
소형 무선 송신기를 장치하고 통과하는 고층대기의 상태에 따라 변화하는 전파신호를  수신
함으로써 측정함. 상층 대기의 우주선, 자외선, 오존 농도, 우주선의 강도 전장의 세기, 방사
능 상태, 구름의 높이 및 농도 등을 측정하는 것도 있음)를 이용한 관측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경우 최고 30킬로미터의 고도에서 관측한 데이터를 무선으로  지상에 송신해 온다. 그러
나 유감스럽게도 라디오 존대의 움직임을  컨트롤하는 것은 인간이 아니라  바람인 것이다.
따라서 특히 중요한 '지점'의 정보를 자유롭게 수집할 수 없는 것이다.
  비행기가 이러한 '빈 자리'를 메꾸어  주지만 라디오존데보다 더 높이  비행할 수는 없다.
인공위성이 비행하는 고도까지 도달할 수 있는 것으로 기상 로켓이 있다. 그러나 그것도 빈
번하게 쏘아 올리기에는 돈이 너무 많이 든다.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할 유력한 방법은 없
다고 볼 수 있다. 또 비행기나 로켓 자체도 그것이 대기속을 비행할 때 대기층에 혼란을 조
성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들을 이용하는데도 당연히 한계가 따른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일기 예보가 맞지 않는 두  번째 이유는 일련의 대기현상의 원인과  결과, 연속성에 대한
지식이 아직 충분치 않다는 점이다. 하나의 예로 다음과 같은 것을 생각해보자. 두 곳의  조
그마한 대기의 소용돌이가 생겼다면 어느 곳에서도 이것을 발견할 수가 없다. 그러나 이 소
용돌이가 생겼다면 어느 곳에서도 이것을 발견할 수가 없다. 그러나 이 소용돌이는 점점 발
달하여 날씨를 변화시키는 결정적인 도화선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은 물론  예외이다.
그러나 이러한 것이 일기 예보를 빗나가게 만드는 것이다.
  그 이외에 또 두개의 이유가 있다. 그 중 하나는 예보 작성의 근거가 되는 정보는 방대한
양인데 그것을 최소한의 시간에 처리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이다. 1초에 수십만 번의 연산
을 하는 컴퓨터라 하더라도 이 일을 처리하기에는 불가능하다.  또 하나의 기상학자가 위성
에서 보내온 사진을 아직 충분히 해독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일기 예보가 빗나가는 이유 중의 일부는 일기도에 의해서 일기를 예보하는 현재의 방법의
기초는 과학적이지만, 그 성질상 아무리 해도 부정확을 추래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것은 천문학에서 일식과 월식을 예보하는 것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천문학에서 하는 예
보는 정확한 계산에 기초를 두고 있기 때문에 그 오차가 최소가 된다. 이에 대해서 기상 예
보관 쪽은 매번 새로운 대기현상을 분석하지  않으면 안되고 개인적인 주관이 어떻게  한다
하더라도 개입된다. 기상학은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역사가 일천하기 때문에  수백 년에
걸쳐서 축적된 데이터라는 것이 아직은 없다. 자연의 힘에  관한 법칙성을 설명하는 이론을
수립하는 데에는 뭐라 해도 이들 테이타를 비교하는 것이  필수 불가결하다. 예보관의 임무
는 어느 쪽인가 하면 의사의 업무와 매우 비슷하며, 지식  외에 날카로운 직관과 사태의 직
전을 예견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대기의 상태는 원래 불안정하다. 이들의  상태가 그저 약간만 변화한다  하더라도 예상을
뒤엎는 결과를 발생시킬 수가 있다. 따라서 현상의 원인을 밝혀내고, 날씨에 관한 각각의 요
소에 대한 데이터가 충분하다 하더라도 예보관이 절대적으로 정확한 일기 예보를  발표한다
는 일은 불가능하고, 이후의 날씨에 대해서는 극히 대략적으로밖에 판정할 수 없는 것이다.
 
    태풍의 내습을 예보한다.
  이상에서 열거한 몇 가지 이유 때문에 예보관으로서는 고의는 아니라 하더라도  우리들을
곤란하게 만든다. 결국 우리가 기상 예보관을 너무나 믿었기 때문에 흠뻑 비에 젖기도 하고,
맑은 날에 우산을 들고 다니는 꼴이 되기도 한다. 또  기상 예보관을 믿지 않는다면 공항에
서 며칠씩이나 날씨를 기다리거나 갑자기 찾아온 폭풍에 화를 내기도 한다.
  정확하게 일기를 예보하는 문제가 아직껏 해결되지 못했다. 자연은  우리 인간에게 이 문
제를 해결할 수 있는 비밀을 좀처럼 보여 주지 않지만,  그렇다고 결코 불가사의한 일은 아
니다. 대기 속에 생기는 모든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천연의 살아 있는 기압계, 온도계,
습도계, 기타 다수의 '측정기'를 인간은 옛날부터 일상생활에 사용해 왔다.  그런데 오늘날까
지 그 '구조'나 작동원리를 이해하고 그것을 기상학에 활용하지 못한 사실이 오히려  불가사
의한 일이다.
  생물과 주위 환경과의 상호작용에 관한 데이터에  기초해서 대기(물리적)현상과 생물학적
현상을 끝까지 철저하게 연구하여 얻어진 지식을  일기 예보의 정밀도를 높이는 데  이용할
시기가 이미 도래했다. 다음에 바이오닉스(생물공학)가 거둔 새로운 연구 부문에 관한 최초
의 성과를 소개하겠다.
  통계에 따르면 1년 동안 바다에서 수천 명이 목숨을  잃는다. 그 대부분은 폭풍이나 태풍
을 만난 선박이 조난 당해서 발생한 사고이다.1929년에 북대서양과 북해에 들이닥친 격렬한
폭풍 때문에 한 번에 6백 척이  넘는 선박이 난파됐다. 그보다 더  비극적인 일은 1964년에
발생한 사고로 지금까지 발생한 해난  사고에 대한 기록을 모두 다시  써야 할 형편이었다.
서유럽의 언론에 발표된 대부분의 기사가 그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선원들은 이 해를 '숙명
의 해'라고 부를 정도다.
  폭풍우를 멈추게 하거나 그 진로를 변경시키는 일은 현재로서는 아직 불가능하다. 그러나
폭풍우의 접근을 사전에 미리 알고 그  진로를 피한다거나 가장 가까운 기항지로  피난하는
일은 가능하다. 그렇지만 유감스럽게도  보통의 기압계를 갖고는 폭풍우가  몰아치기 2시간
전에야 '감지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물론 현지 쾌속 정기선이라 할지라도 이 기압계만으
로는 폭풍우를 빠져 나오기가 불충분하다. 그러나 많은 바다새나  바다 동물은 폭풍우를 피
하는데 좀더 적당한 상태에 있다. 뱃사람이나 해안에 사는  주민들은 이미 옛날부터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는데, 이들 동물은  폭풍우가 접근하는 것을 사전에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예를 들면 아직 기압계의 눈금이 내려가지 않고, 날씨가 악화될 기미가 전연  보
이지 않는, 폭풍이 내습하기 훨씬 전에 돌고래는 바위 뒤로 피난하고 고래는 먼바다로 나간
다. 또 날씨가 졸은 날에는  파도치는 바닷가 돌틈 사이를 돌아다니던  뱀의 일종은 육지로
올라온다. 상어나 갈매기도 날씨의 악화나 폭풍의 접근을 미리 알 수 있다.
  도대체 이 '제6감'은 무엇일까? 대기 속이나 바다속에서 발생하는 물리적 과정과 그  과정
을 생물의 몸이 감지하는 생리학적 감각과의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단 말인가? 인간이 폭
풍우의 접근을 예보하려면 광대한 지역의 기상조건에 관한 정보를 입수하고 이 정보를 바탕
으로 해서 일기도를 작성하지 않으면 안된다. 기상학자는 오직  이 일기도를 해석하는 것만
날씨의 변화를 예언할 수 있다. 바다새나  물고기, 기타 동물들에게 '일기도'의 역할을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도대체 어떤 '관측장치'가 폭풍의 접근을 정확하면서도 제때에  그들에
게 경고해 주는 것일까? 생물공학자들이 만약 이 수수께끼를 풀 수만 있다면 일기예보의 정
확도를 훨씬 높일 수 있을 게 틀림없다.
  많은 생물들에게는 우리가 아직 밝혀내지 못한  날씨를 예보하는 기구를 몸에 지니고  있
다. 생물공학자가 실험대상으로 첫 번째로  꼽은 것을 해파리이다. 해파리를 자세히  관찰해
보니까, 폭풍우가 접근하기 훨씬 전인데도 연안의 안전한 곳으로 서둘러 몸을 숨겼다.
  그렇다고 한다면 해파리 같은 하등동물이 어떻게 해서 몇 시간도 더 전에 폭풍우가 접근
하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단 말인가? 해파리의 몸을 잘 조사해 보았더니 초음파를 감지하는
귀를 갖고 있는게 밝혀졌다. 폭풍우가 일어나기 10-15시간 전에 발생하여 물속에서 잘 전달
되는 초음파(주파수 8-13헤르츠, 인간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다)를 해파리는 이 귀로 포착할
수가 있다. 해파리의 '귀'는 맨 끝부분에 둥근 공이 붙은 가는 막대로 되어 있다.  공 속에는
액체가 들어 있어, 그 위에 떠  있는 작은 돌이 신경 종말기관(신경계의 말단부,  곧 말초에
있는 기관, 말초신경의 종말부의 구조적 분화나 그 연접구조물로써 그 신경의 분포 내지 지
배를 받음, 구심신경의 종말기인 감각 종말기는 수용기로, 원심신경의 종말기인 운동 종말기
는 교과기의 기능을 함, 말단기관)에 접촉해 있다. 초음파는 액체가 들어  있는 공으로 우선
전달되고, 그로부터 거품안에 있는 작은 돌을 통해서 신경에 전달된다. 모스크바 대학의  생
물공학자들은 해파리의 '귀'의 작동원리를 이용하여 폭풍우를 자동적으로 예보하는 전자장치
를 개발했다.
  해파리의 '귀'를 모방한 이 전자장치는 약 10헤르츠의 공기 진동을 포착할 수 있는 메가폰
(megaphone; 음성이 멀리 들리게 입에 대고 소리를 내는 도구, 확성나팔)과 이 진동수의 공
기 진동만을 통과시키고 기타 '잡음'은 차단시키는 공진기, 포착한 신호를 펄스 전류(전류파
형의 하나, 간헐적으로 짧은 시간만 흐르는  전류, 전류가 흐르고 있는 시간에 비해  파고가
큰 것을 말함)로 변환시키는 크리스털 픽업(crystal pickup; 레코드 플레이어에 쓰는 픽업의
한가지, 도셀염등의 결정판을 써서 바늘 끝의  진동을 전기로 바꿈), 증폭기, 거기에 측정기
로 구성되어 있다. 이 장치는 배의 브리지(bridge;  선장이나 함장이 지휘하는 곳)에 고정시
켜 놓는다. 스위치를 올리면 메가폰이  천천히 회전하면서 폭풍우의 신호를 찾기  시작한다.
그 신호가 발견되면 피드백(feed back; 전기회로에서  출력의 일부를 입력측으로 돌리고 출
력을 증대 또는 감소시키는  일)의 원리로 작동하는 특별한  장치에 의해 메가폰이 멈추고,
어느 방향에서 폭풍우가 올 것인지를 가리킨다. 브리지에는 측정기와  빛 또는 음파로 폭풍
우의 도래를 알리는 표시기가 놓여 있다. 여기서 설명한 폭풍우 검지기는 15시간 전에 폭풍
우가 내습하는 것을 알려주고, 그 폭풍우의 세력까지도 나타낸다.
  일부 물고기가 지지고 있는 '기압계'에  관해서 생물공학자가 실시하고 있는 연구는  아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예를 들면 메기는 폭풍우가 몰아닥치기 전에 반드시 수면 위로 떠오른
다. 미꾸라지과의 한 종류(Nemachilus)는 맑은 날에는 마치 박물관의 진열품처럼 수조 밑바
닥에 정지해 있다. 그렇지만 그것이 기다란 몸을 구부려서 헤엄치기 시작하면 잠깐 동안 일
지라도 하늘에 구름이 나타난다. 그리고 상하 좌우로 활발하게  헤엄쳐서 돌아다니면 곧 비
가 내리기 시작한다. 중국 일부 지방 농민들은 이 살아있는 '청우계'를 이용하고 있다.
 미꾸라지도 기압의 변화에 대해서는 매우 민감하다. 이 물고기는 날씨가 나빠지기 전에 수
면위로 떠오르는데, 날씨 면화를 만 하루전에 포착한다. 일본 연안의 심해저에 사는 예쁜 작
은 물고기를 관찰하고 있으면 일기 변화를 사전에 미리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작은 물고기가 이처럼 정확하게 날씨를 예보할 수 있는 것은 왜 그럴까?
그 비밀은 부레의 특수하나 구조에  있다. 물고기의 부레는 보통 몸의  비중을 주위의 물의
비중과 똑같이 만들어서 물고기가 자유롭게 헤엄쳐 다닐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한다. 앞에
서 예를 든 일본 물고기의 부레는 또 하나의 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즉 그 물고기의 부
레는 기압의 변화를 포착하는 예민한 기관이다. 기압계가 겨우  감지할 정도의 기압의 면화
를 포착할 정도로 그 감도가  예민한 데다가 기압의 완만한 변화에  대해서도 민감하다. 이
물고기가 정확하게 날씨를 예보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거머리(Hirudo medicinalis)도 날씨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이 거머리는 날씨가 좋은
날에는 수조의 밑바닥에 길게 누워 있지만 비가 오기 전에는 몸을 구부리면서 빠르게 헤엄
쳐서 불에서 기어나오려고 하고, 수면보다 위쪽 벽에 찰싹 달라붙는다. 지렁이가 땅위로  기
어나오려고 할 때는 건조하고 좋은 날씨가  천둥을 동반한 불안정한 날씨로 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구리 청우계를 만들어 보자
  개구리는 뛰어난 '예보관'이다. 개구리는  대기의 매우 작은  변화까지도 예민하게 감지할
수 있는 장치를 지니고 있다. 아프리카 원주민들은 개구리의  이러한 특징을 오랜 옛날부터
이용하고 있다. 그들에게 있어서 특히 중요한 것은 우기가  언제 시작될 것인가를 정확하게
알아내는 일이다. 왜냐하면 우기에 대비하여 주거지나 밭농사를 준비하지 않으며 안되기 때
문이다. 원주민은 우기가 시작되기 전에 나무에 사는 개구리가  물에서 올라와 나무로 올라
간다는 사실을 관찰해 왔다. 만약 개구리의 예보가 맞는  것이라면 개구리 알은 말라버리고
자손은 대가 끊어질 것이다. 그러나 개구리의 예보가 빗나가는 일은 좀처럼 없기 때문에 그
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라이베리아 대학의 박물학자도  이 아프리카산 개구리의 '예보'가
매우 정확하다는 것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독자 여러분도 흥미가 있다면 한번 손수  '개구리 청우계'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구조는
매우 간단하다. 잼이나 마요네즈 병에 약간의 물을 넣고  거기에 나무젓가락으로 만든 작은
사닥다리를 거쳐 놓으면 된다. 그 뒤에는 개구리를 붙잡아서 병속에 넣으면 완성된다.  개구
리가 병에 익숙해지면 관찰을 시작해  보자. 개구리가 사다리로 올라가면 날씨가  나빠지고,
사다리를 내려오면 변덕스런 날씨가 될 것이다. 또 개구리가  수면에서 첨벙첨벙 하고 있다
면 맑은 날이 될 것이다.
  이 예보는 매우 정확하다. 그 이유는 개구리의 피부가 매우 쉽게 수분을 증발시키기 때문
이다. 대기가 건조하다면 피부는 곧 수분을 잃는다. 그 때에 봄이면 개구리는 물속에 엉덩이
를 붙이고 있게 된다. 비가 내릴 것처럼 습기가 많은  날씨에는 개구리는 피부의 수분을 잃
을 위험이 없으므로 수면으로 나오게 된다.
  대부분의 새들도 뛰어난 기상 '예보관' 이다. 그들은 진화하는 과정에서 기압의 변화, 밝기
의 감소(태양광선을 약화시키는 얇은 구름은 악천후가 될 징조), 뇌우가 오기 전에 대기 중
에 전기가 축적되는 현상 등에 대해서 매우 민감하게 되었다.  특히 중요한 것을 새가 기상
의 모든 변화를 사전에 감지한다는 점이다. 이것들은 새들의 지저귐이나 행동, 또는  철새의
도착과 출발 시기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여러분 중에는 되새라는 새의 울음소리를 들어본 사람이 있을 것이다. 되새가 평상시와는
달리 마치 훌쩍거리면서 우는 것처럼 단조롭게 울 때가 있다.  이런 때에는 반드시 비가 내
린다. 꾀꼬리는 맑은 날에는 플루트 음과 배우 비슷한 소리로 운다. 그러나 날씨가 나빠지기
전에는 찢어지는 금속성의 목소리로 운다. 종달새가 장시간 시끄럽게 지저귀면 맑은 날씨가
계속되고, 깃털을 곤두세우고 멈춰서 있으면 얼마 안 있어 천둥을 동반한 비가 내린다. 갈가
마귀가 피곤한 목소리로 울 때는 여름이나  가을이라면 반드시 비가 오고 겨울이라면  눈이
된다. 그런데 또 폭풍이 불기 전에는 종달새가 높이 날았다 낮게 날았다가 한다.
  참새가 무리를 지어 땅으로 내려와 모래 목욕을 하면 비가  내리고, 삭정이 뒤에 숨어 있
으면 세찬 한파나 눈보라가 날린다. 참새가 겨울에 서로 사이좋게 지저귀면 눈이 녹는 날씨
가 된다. 날이 흐리거나 안개가 끼는 아침이면 들꿩의 사랑스런 지저귐은 보통 때보다 늦게
시작해서 늦게 끝난다. 들꿩은 며칠 후에 날씨가 나빠질 것 같으면 울지 않는다. 날씨가  나
쁜 아침에 들꿩이 사랑스럽게 지저귄다면 날씨가 좋아지리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두루
미가 평상시보다 빨리 날아오면 봄이 빨리 오고, 두루미가 높게 날 때는 가을이 길어지리라
는 것을 나타낸다.
  곤충과 거미는 대기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다음과 같은 역사적 사실이 전해  온다.
1974년 가을 프랑스군은 네덜란드를 침입했다. 당시 최강을 자랑하던 프랑스군을 저지할 만
한 병력도 대포도 없었던 네덜란드는 운하의 수문을 열어서 도로를 물에 잠기게 했다. 이같
은 조치로 프랑스군의 진격은 저지된 것처럼 보였다. 사실  프랑스군은 이미 퇴각할 준비를
시작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령관은 거미가 평소보다 2배나 더 정력적으로 거미줄을 치는 것
을 보고 갑자기 퇴각을 중지하도록  명령하였다. 일반적으로 거미는 날씨가  화창하게 맑은
날에 이런 행동을 한다. 이윽고 기온은 떨어지고 물이 얼었다. 프랑스군의 진격을  방해하던
것은 없어졌다.
  개미와 벌은 비가 다가오는 것을 사전에 미리 인간에게  알려준다. 미가 다가오면 개미는
개미집의 입구를 필사적으로 틀어막고, 꿀벌은  벌집 속에 틀어박혀 버린다. 파리나  말벌은
날씨가 나빠지기 전에 집안이나 자동차 안으로 날아 들어가려고  한다. 큰 멋쟁이나비가 바
람이 닿지 않는 장소나 나무구새(살아있는 나무의  속이 오래 되어 저절로 썩어  생기는 구
멍)에 피난처를 찾고 있다면 몇 시간이 지나면  틀림없이 천둥과 비가 온다. 또 귀뚜라미가
밤늦도록 시끄럽게 운다면 날씨는 맑을 것이다. 모기가 떼를 지어 날아다니는 때도 역시 좋
은 날씨가 된다.
  일부 곤충은 장기 일기예보를 한다. 예를 들면 가을에  개미집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겨
울은 혹독하게 춥다. 추운 겨울이 올 때 꿀벌은 겨우 눈에 보일 정도의 작은 구멍만을 남겨
놓고 벌집의 출입구를 막아버린다. 그러나 따뜻한 겨울이 올 때는 출입구를 막지 않는다.
 
    살아있는 '습도계'
  공기의 습도가 상당히 높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한 짚신벌레의 감각기관에 관해서  최근
네덜란드의 한 동물학자가 연구를 했다.  그 결과 짚신벌레의 몸에는  습도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고감도의 '습도계'가 약 100여 개나 붙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 습도계는 얇
은 표피로 덮인 작은 돌기(어떤 형체에서 뾰족하게 나온 부분)인데  표피 가까이 까지 신경
종말이 뻗어있다. '습도계'를 덮고 있는 표피는 물의 침입을 방지하는 것과 동시에 신경종말
이 공기와 닿도록 구조가 되어 있다. 어떤 종류의 갑충류에서도  이와 똑같은 기관은 볼 수
없었다.
  또 하나의 살아있는 '습도계'를 들어보자 어느 맑은 날 뉴턴이 산책을 나갔는데 도중에 양
치기를 만났다. 양치기는 비맞기가 싫으면 어서 집으로 들어가라고 뉴턴에게 충고했다. 뉴턴
은 그 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런데 채 30분도 안되어서 양치기가  예측한 대로 뉴턴은
흠뻑 비에 젖고 말았다. 이런 정확한 예보에 깜짝 놀란  뉴턴은 그 양치기에게 무슨 근거로
비가 내릴 것을 알았는지 물었다. 그  양치기는 양털을 보면 비가 올 것인지  어떤지 알 수
있다고 대답했다 한다. 자연은 또 염소 같은 가축에게도 일기를  예보할 수 있는 능력을 주
었다. 염소가 지붕 밑으로 숨으면 비가 내리고 풀밭에서 놀고 있으면 반드시 하늘이 갠다.
  소련의 극동지방이나 시베리아의 침엽수 대삼림에는 다람쥐과에 속하는 작은 설치류가 살
고 있다. 시베리아에 전해오는 민화속에는 이 다람쥐가 종종  저축을 잘하는 주인공으로 등
장한다. 사실 다람쥐는 가을에 최고 8킬로그램에 달하는 서양 삼나무 열매를 저장한다. 겨울
이 되면 겨울잠을 자고 봄이 되어 햇빛이 따뜻하게 다람쥐 굴을 내리 쪼이면 눈을 뜬다. 그
러나 곰처럼 먹이를 찾아서 온 숲속을 헤매지 않고 자신의 창고를 파내어서 거기에 저장해
둔 나무 열매를 먹는다. 사냥꾼들의 이야기에 의하면 이 다람쥐는 놀란 정도로 일기 변화에
민감한 반응을 나타낸다. 날씨가 맑은 데도 갑자기 다람쥐가  금속성 목소리로 울며 안절부
절 못할 때가 있다. 다람쥐가 이와 같은 행동을 할 때에는 머지 않아 갑자기 어두운 구름이
자욱히 끼면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아침에 금속성 목소리로  울면 저녁때는 날씨가 변한
다. 이 예보는 기상관측장치나 컴퓨터의 보조수단으로써 예보관이 사용할 정도로 정확하다.
 
    자연의 캘린더
  진화 과정에서 생물은 주위 환경의 여러  가지 특성이 변화하는 것을 민감하게  포착하여
이들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온갖 다수의 생물학적 구조, 적응 장치를 만들었다.  온
갖 다수의 자극을 수용하는 이들 장치는 생물공학자나 기상 예보관에게는 대단한 관심의 대
상이다. 가축의 행동을 오랫동안 일상적으로 관찰을 한 결과로써 사용되는 속담류에서도 그
들의 연구에 도움이 되는 유익한 것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  중에 몇 개를 소개해 보
자.
  말이 코를 킁킁거리면 날씨가 나빠지고, 머리를 흔들며 하늘을 쳐다보면 비가 내린다.  또
말이 땅바닥에 옆으로 눕게 되면 여름에는 비가, 겨울에는 눈이 내린다.
  개가 자꾸만 땅을 파면 비가 내리고 이리저리 마구 뛰어다니면 날씨가 나빠져서 눈이 내
린다. 또 개가 웅크리고 있으면 추워지고 몸을 쭉 펴서 뒹굴면 날씨가 따뜻하게 된다.
  고양이가 얼굴을 씻고 발을 핥으면 맑은 날씨가 되고,  얼굴을 감추면 추워지거나 날씨가
나빠진다. 또 고양이가 난로 곁에 웅크리고 있으면 곧 날이 풀린다.
  오리가 수면을 날개로 치면서 쉬지 않고 자맥질을 하면 비가 온다.
  혹독한 한파 속에서 칠면조가 울면 따뜻한 바람이 분다.
  역시 식물도 기온, 기압, 대기와 토양의 습도, 태양의  조사량의 변화에 대해서 동물과 마
찬가지로 민감하다. 몇 개의 식물의 행동에서 장기 일기예보가 가능하다. 예를 들면  자작나
무가 호도나무보다 빨리 새잎이 나오는 해는 여름날씨가 좋다. 그러나 호도나무가 자작나무
보다 빨리 새잎이 나오는 해는 여름에 찬비가 많이 내려서 흉년이 든다. 졸참나무에 도토리
가 많이 열리면 그 해 겨울은 매섭게 춥다. 낭떠러지나 경사면, 또는 철도 제방의 눈석임(눈
이 속으로 녹아서 스러짐)에 노란 민들에 꽃이 핀다면 3월말이나  4월초에는 따뜻한 날씨가
된다. 4월 초순에 풀밭이나 숲의 빈터에 벚꽃이 피면 곧 날씨가 따뜻하게 된다.  마가목나무
의 흰 꽃은 날씨가 따뜻하게 될 징조다. 봄이 되어 자작나무나 단풍나무의 수액, 즉  고로쇠
나 거자수가 나오면 날씨가 안정된다. 연못, 호수, 개천의  가장자기에 백합의 하얀 잎이 나
오면 서리가 내리지 않는다.
 농촌 사람들은 오랜 경험을 통해서 자연계의 다양한 변화를 일정작물의 파종시기나 이식시
기와 연결시킬 많은 징후를 이용해서 지금까지 적시에 씨를 뿌리고 수확을 하고 건초를 산
처럼 쌓아올렸다. 이런 모든 일의 근거가  되는 것은 자연의 살아있는 달력이다. 예를  들면
귀롱나무의 꽃이 필 때라든가, 졸참나무의 싹이 틀 때 등이다. 그리고 이러한 시기를 선정하
는 것은 매우 정확하였다. 사시나무가 꽃이 피면 당근씨를 파종할 때가 다가왔다는 것을 가
리킨다. 귀룽나무의 꽃이 러시아의 삼림을 하얗게 단장하기 시작하면  감자를 옮겨 심을 때
가 시작된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은 농촌 사람들 사이에서는 '귀룽나무꽃이 피면 밀을  파종
하라'라든가, '졸참나무 싹이 나오면 완두콩울 파종하라'라든가 하는 일종의 판에  박힌 말이
되었다. 그렇지만 이러한 사실은 농사뿐만 아니라 과학에 있어서도 매우 유익하다.
  수십, 수백의 식물들은 하루의 일기 변화를 정확하게 인간에게 전해준다. 예를 들면  양치
식물의 잎이 아침부터 닫혀 있다면 따뜻한 좋은 날씨가 될 것이다. 시베리아 박새도 정확한
청우계이다. 비가 오기 전에 꽃을 열고 많은  꿀을 꺼낸다(그 향기는 수백 미터까지 날아간
다). 금잔화, 아욱, 나팔꽃 등은 날씨 변화에 극히 민감하다. 하늘이 맑더라도 꽃이 닫혔으면
곧 비가 내린다. 별꽃이 아침부터 닫혀 있는 때도 역시 비가 곧 내린다는 전조다. 전나무 그
늘에 피는 보라색 꿩의 비름도 6월에서 9월에 걸쳐서 정확하게 날씨를 예보한다. 장미색 혹
은 자주빛 꽃잎이 밤에도 닫히지 않고 열려 있다면 다음  날 아침에는 반드시 비가 내린다.
그러나 평상시처럼 밤이 되어 꽃잎이 닫힌다면 날씨가 좋을 증거다.
  이처럼 청우계 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식물은 대략 400종이나 된다. 여기에다 새,  물고
기, 곤충을 합친다면 자연계에는 수천이 넘는 살아있는 예보관이 있는 셈이다. 이들  살아있
는 예보관이 지닌 수수께끼를 해독하여서 수천 년 동안이나  실행되어 왔던 '살아있는 기상
관측장치'를 모방하여 그것을 일기예보에 유용하게 사용하는 것, 이것이 생물공학자에게  부
여된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이다.
 
    지진 예측의 문제와 해답
  이러한 것 외에도 과학자들은 가까운 장래에 지진을 예측하는 문제도 해결할 수 있으리라
고 기대하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 해서?"라고 독자들은 생각할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뒤에 기술하기로 하
고 여기서는 문제의 현상을 간단히 소개해 보자.
  1966년 미국 잡지 '사이언스'의 내용 중에 F. 프레스와 V. 브라이어스는 다음과 같이 기술
했다.
  "몇 년전에는 지진을 예지하는 일은 점성술사, 지진 연구자, 매명가(이름을  날리려는 자),
또는 '최후의 심판'의 날을 떠벌리는 광신자들의 영역에 속하는 문제였다. 혹시 어떤 과학자
가 이 문제에 대해서 무슨 발언을 하는 경우가 있다 하더라도 그 과학자는 동료 과학자들로
부터 따돌림당하지 않을까 걱정하여 남의 눈에 잘 띄지 않게 조심스레 의견을 발표하는 것
이 결코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사정이 변했다. 이젠  지진을 예측하는 문제가 특히 중요시되었고,  많은
나라의 과학자들이 그 해결책을 찾는 데 몰두하고 있다.  어떻게 이처럼 상황이 변했는가는
전세계 신문이 인류 최대의 참사로 보도한 최근에 일어난 몇 개의 사건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1948년 10월 5일 한밤 중 투르크멘 공화국의 수도인 아슈하바트 시민이 깊게 잠들었을 때
멀리 남쪽에 있는 산맥에서 땅울림에 일어났다. 이것이 최초의 상하 운동이었다. 곧이어  계
속해서 옆으로 요동을 쳤다. 진도 7의 격진이었다. 몇 초안에 발전소, 방송국이 무너지고 수
도관이 파열되어 많은 가옥이 무너졌다.
  1960년에는 세 차례에 걸쳐서 인류에게 지진의 재앙이  덮쳤다. 2월에는 모로코의 아가디
르 시가 지진으로 궤멸됐다. 이 소식이 신문  지면에서 사라질까 말까할 쯤인 5월 21,  22일
25일 3일 동안 칠레에 몇 차례의 큰 지진과 많은 약진이 덮쳤다. 발디비아와 푸에르토 몬트
의 두 도시가 파괴되고 칠레의 절반 이상의 마을이 피해를 당했다.
  이 지진에 의해서 육상뿐만 아니라 해저, 특히 아타카마  해구의 경사면의 지형이 현저하
게 변형이 되었고, 거대한 해일이 발생했다. 높이 10미터에 달하는 해일이 태평양을  횡단하
여 15,000킬로미터나 떨어진 필리핀, 하와이, 일본, 쿠릴 열도, 캄차카를 덮쳤다. 그리고 바다
로 접한 많은 도시나 마을이 파괴되어 물에 잠겼다. 이 해일은 캘리포니아,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에서도 관측되었고, 세력을 약화되었지만 인도양이나 대서양까지 그 영향을 미쳤다.
  진앙지인 칠레 연안에서는 해일 때문에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  지진이 일어났을 때 무너
지지 않고 남아 있던 건물도  이 해일에 의해 완전히 파괴됐다.  지각이 대규모로 이동하여
깊은 균열이 발생했기 때문에 산악지방에서는 여러 곳에 땅이 갈라지고 산사태가 일어났다.
지진이 일어난 지방에서는 14개의  화산이 활동을 시작하였는데, 지금까지  있던 화산 외에
새로운 화산이 출현하여 일부 섬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1960년의 발생했던 세계최대급의 지진의 상처가 다 아물기도 전인 1965년 3월 28일에 칠
레에 재차 대지진으로 35개의 도시가 피해를 입었다. 100년  동안 보지 못했던 격렬한 지진
이었다. 칠레 대학의 지진 연구소장인 에드가르드 카우젤은 지진의 강도가 히로시마에 투하
된 원자폭탄 30개의 분량과 맞먹는다고 발표했다. 진앙부분에 생긴  갈라진 틈은 깊이가 30
킬로미터에 달했다. 지진계는 1분 30초에 1회의 진동을 기록했다. 지진의 세기는 진도 7이었
다.
  13개월이 지난 1966년 4월 26일 '현지시간 5시 23부네  타슈켄트에 진도 6의 열진이 발생
했다'는 타스 통신의 뉴스가 전세계를 뒤흔들었다. 같은 해 8월 19일과 21일에는 지진이  터
키를 덮쳤다. 3년 후인 1969년 3월 28일 재차 지진이 터키를 덮쳤다.
  1969년은 미국을 비롯한 몇몇 국가에게는 불운한 해였다. 미국의  23개 주에 상당히 강한
203개의 지진이 관측되었다. 이외에도 같은 해에 페루, 셀레베스, 이란,  에티오피아, 모로코,
포루투칼, 남아프리카, 아랍에미레이트, 알바니아에 지진이  덮쳤다. 이 지진으로 수백  명이
목숨을 잃고 수만 명이 집을 잃었다.
  1971년 2월 9일 캘리포니아 남부에 대지진이 덮쳤다. 처음  지진이 기록된 것을 아침 6시
2분이었다. 이 지역 방송국의 방송에 따르면 방송국 빌딩이 마치 바람에 대나무 흔들리듯이
격렬하게 흔들렸다. 로스엔젤레스 시내의 건물이 무너지고 피해는  시를 중심으로 반경 200
마일의 구역에 이르렀다. 뒤이어 몇 차례의 여진이 있은 후 아침 8시에는 두 차례에 걸쳐서
격렬한 지진이 일어났다.
  처음 지진이 발생한 시간에는 대다수의 시민들이 아직 잠자리에 있다가 겨우  일어나려던
참이었다.
  당황한 수천 명의 시민이 허둥지둥 집을  뛰쳐나와 속옷 바람으로 안전한 장소를  찾아서
우왕좌왕했다. 그러나 멀리까지 피난하기에는 불가능했다. 특히 시의 북부는 주요 도로가 지
진으로 파괴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처음에 발생한 지진으로 댐이 무너지고, 가스관이 파열되
어 홍수가 일어났다.
  위성도시를 포함해서 약 800만 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 로스엔젤레스 일대는 중대 사태에
빠졌다. 시의 중앙부는 마치 격전을 치른 전쟁터와 흡사한 양상이었다.
  이상 열거한 것은 실제 일어난  몇 개의 대지진을 예로 들어본  것이다. 실제로는 전세계
지진관측소의 자료에 따르면 5분에 한 번씩 지진이 일어나고,  1년에 일어나는 지진의 합계
는 10만을 넘어선다. 지진의 격렬함은 장소에 따라서 다르다. 지진이 전혀 일어나지 않는 광
대한 지역이 있는가 하면 격렬한 지진이 빈번히 일어나는 지역도 있다.
  지진이 일어날 때 가장 위험한 지역이  두 군데 있다. 첫 번째 지역은  환태평양지대이다.
이 지역은 캄차카, 알래스카, 북아메리카의 연안을 통과하여  남아메리카에 뻗어 있고, 거기
서 오스트레일리아 쪽으로 방향을 돌려  인도네시아, 중국 연안을 통과하여 일본에  이르고,
그리고 캄차카에서 끝난다. 두 번째 지역은 지중해 지진대이다. 이 지역은 포르투칼과  스페
인에서 이탈리아를 거쳐 발칸 반도, 그리스, 터키, 코카서스, 소아시아와 소련의 중앙 아시아
공화국을 거쳐서 바이칼 지방에 이른다. 그 후 태평양  연안에서 환태평양 지진대와 합류하
는 지역이다.
  환태평양 지진대와 지중해 지진대에 들어 있는 지역 중에서 격렬한 지진이 가장 자주 일
어나는 곳은 일본이다. 지진의 파괴력과 지진이 일어나는 횟수라는  면에서 보면 일본과 어
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나라는 칠레일 것이다. 칠레  국민에게 있어서 지진은 일상적인 다
반사이다. 그 곳에서는 적어도 3일에 한번은 지진이 일어난다. 20세기의 70년 동안 칠레에서
는 진도 6-7의 지진이 20차례나 일어났다. 과학자들의 계산에 따르면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
에 대지진이 일어날 확률은 90%에 달한다고 한다. 그 이유는 칠레가 환태평양 지진대의 위
에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대지진의  40%가 이 광대한 지진대에서 발생하고
있다.
  칠레 지진이나 아슈하바대 대지진처럼 격렬한  지진은 1년에 1-2회 일어나는데 오랫동안
인간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
  대지진의 에너지는, 과학자들의 계산에 따르면 진앙지에서는 1025-1027에르그(erg; 일 또는
에너지의 단위, 1dyne의 힘이 물체에 작용하여 그 힘의 방향으로 1cm 움직였을 때 그 힘이
행한 일)에 달하는데 100메가톤급의 원자폭탄 100개의  힘에 상당한다. 따라서 모든 천재중
에는 지진이 1등을 차지하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이상의 사실은 대지진이 얼마나 피해를 가져오는가 하는 점 외에 피해를 최소한으로 방지
하기 위해서 지진을 예측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나타내고 있다.
  지진을 예측하는 문제는 날씨를 예보하는  것과 똑같은 정도로 옛날부터  언급되어 왔다.
그러나 지진을 예측한다는 것은 그보다 훨씬 어려운 문제이다.  과학의 힘만 가지고는 현재
로서는 지진을 완전히 예측하는 일도, 그것을 방치하는 일도 불가능하다.
  그렇다며 어째서 지진을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할까? 소련의  과학아카데미 회원인 M. 사
르프드스키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그 이유는 지진학자가 싸우지 않으면 안될  적이
직접 공격에서 몸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다. 지진은 최신식 관측장치를 사용하더라도 연구가'
불가능한 상당히 갚은 진원(최고 600-700킬로미터)에서 발생한다. 그 때문에 지진이 발생하
는 메커니즘이나 지진에 선행하는 과정에 대해서 밝혀진 사실이  거의 없는게 현실이다. 지
진이 발생하는 메커니즘에 관한 이론의 토대를 이루는 것은 주로 다음과 같은 간접적인 데
이터이다. (1)진원지 위에 있는 지층의 표면 이동에 관한 테이터  (2)지각 내부와 동일한 고
온, 고압의 조건 아래서 실험적으로 암석에 힘을 가했을 때에  생기는 그 특성의 변화에 대
한 데이터 (3)지진파의 전파에 관한 관측 데이터. 그러나 현재까지 알아낸 결과는 앞으로 알
아내지 않으면 안될 것에 비교한다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대지진이 일어날 조짐은?
  지진은 고립된 현상이 아니라 지구와 그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반적인 과정과 건계가 있다
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러한 현상으로 우선 들 수 있는 것은 방사능이 방출한 열을
받아서 생기는 지각의 각각 부분의 변형, 수직 및 수평이동, 온도와 압력의 영향으로 유동성
을 띠고 있는 지구 내부의 블록 이동을 동반하는 조산운동이다.  이 외에도 지진은 지구 내
부에서 일어나는 핵반응에 의해서도 생긴다(이것은 특히 심발성 지지에 꼭 들어맞는다). 조
산운동과 물리적 과정은 지각 표면층의 각각의 부분에 강한 압력을 가한다. 그 결과 단층이
일어나는데 이것이 지진의 피해 정도를 좌우한다.
  지진학자들은 대부분은 대지진이 때로는 수십 년에서 수천 년에 이르기는 장기간에  걸쳐
서 준비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 기간에 에너지가 한 곳으로 모인다. 이 과정은  물질
의 강도가 한계를 넘을 때까지  계속되는데, 이 때 대략 말하자면  물질이 파열되어 진원을
둘러싼 부분으로 지진파가 전달되기 시작한다. 즉 지진이 일어난다. 과학자들은 지진이 일어
나기에 앞서 다음과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고 보고 있다. 진앙 지역의 지표면의 경사가 찌그
러지는 변화, 소규모의 지진의 증가, 잔층 부근의 암석의 물리적 특성이나 지각 상부의 전도
성의 변화, 퀴리점(curie점, 퀴리 온도; 온도 상승에 의하여 강자성체나  강유전체가 그 성질
을 소실하는 임계 온도)의 이동 등이다. 이들의  변화에 따라서 지구 자장도 변화하는 경우
가 있다. 천연 혹은 인공의 지진류(earth current; 지구 표면에 가까운  부분을 흐르는 전류)
는 가장 예민한 지시기이다. 이상 열거한 현상들 중에서 어느 정도는 실제로 지진이 일어나
기 전에 관측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일본 니이가타와 돗토리현에서 발생한 진도 6의 지진이 일어나기 전에 진앙에
서 60-70킬로미터 떨어진 지진 관측소에 이상하게  지면의 경사가 찌그러지는 변화가 관측
됐다. 또 극히 작은 신장력(10-9-10-10)에 대해서도 지하수의 수위가 더없이 민감하다는 사실
이 밝혀졌다. 특히 1964년 알래스카에 대지진이 일어난 후  미국 남동부에서 우물의 수위변
화가 관측되었다.
  지하수 속에 들어 있는 라돈 함유량의 변화도 지진의 전조가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타슈
켄트의 지하수를 조사해 봤더니 1961년이래 라돈 함유량이 계속해서 증가했다. 그리고 1965
년 중반에는 거의 2배로 증가했는데 계속해서 증가했다. 그리고 1965년 9월에서 1966년 4월
26일에는 라돈의 함유량이 감소하며, 1966년 말에는 라돈 함유량이 1956년의 수준으로 떨어
졌다. 그러나 1967년 2월부터 다시 서서히 증가하더니 3월 중반에는 일정하게 되었다.  그리
고 3월말에 진도 6의 지진이 타슈켄트를 덮쳤다. 이후 라돈 함유량은 다시 현저하게 감소했
다. 라돈 함유량과 지진의 발생과의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아제르바이잔의 지진 연구자들은 또 하나의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했다. 그것은 지진이 일
어나기 전에 방사능 레벨이 아주 작은 양이지만 높아지는 현상이다. 인간의 귀에 겨우 들릴
정도의 땅울림도 지진의 전조로써 중요하다. 1966년 4월 지진이 발생하기 전에 타슈켄트 북
부 주민들은 몇 번이나 이상한 땅울림을 들었다. 특히 지하실에 있는 사람들은 확실히 들을
수 있었다. 이것은 아마 지층이 아주 조금 변동함으로써 생기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결과  생
긴 지진파는 급속하게 감소되었기 때문에 타슈켄트 지진 관측소에서는 관측을 못했을  것이
라고 생각된다.
  이상의 사실들에서 알 수 있듯이 지진을 예측하려면 위에 열거한 모든 현상을 최대한으로
정확하게 기록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지진이 일어날  우려가 이는 지역에 관측망을
빙 둘러쳐서 장기간에 걸쳐서 지진  현상을 계속 관측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 일은 막대한
비용을 요하는 곤란한 사업이다. 그러나 소련만 하더라도  국토의 20%가 지진 빈발 지역이
고, 지진의 발생에 관한 확실한 이론이 아직 확립되어 있지 않은 현재, 지진이 끼치는  커다
란 피해에 대해 생각한다면 그렇게 아까운 지출이 아닐 것이다.
  소련이 지진 예측에 관한 계획을 시작한 것은 아슈하바트에서 지진이 일어난 직후인 1950
년의 일이다. 그러나 지진에 관한 지식이 부족한 데다가 관측 장비마저 완전하지 않았기 때
문에 이 계획은 예상했던 만큼 발전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현재는 사태가 일변했다.  타슈켄
트 지구에는 깊이 500미터의 우물을 파서 그 밑에 지진계를 설치하여 미약한 지진이라 하더
라도 관측할 수 있게 되었다. 고감도의 관측장비는 지면의  완만한 경사의 변화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태양과 달의 조석간만의 현상에 의해  생기는 지구 표면의 변형까지도
기록할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한 물건이다. 일면 '타슈켄트  지하의 소리'라는 이 고감도의 관
측장비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도청'할 수 있어서 지진관측소 직원들은 지진 발생을  예측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일본의 과학자들도 지진 예측에 새로운 방법과 수단을 개발하는데 모든 노력을 쏟아 붓고
있다. 그들은 지각 내부의 미세한 변화를 연구하면 대지진을  예측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있다. 한편 미국의 과학자들은 레이저를 이용한 장치를 개발했다. 그들은 이 장치의 '바늘'의
역할을 하는 것을 길이 5킬로미터의 레이저 광선이다. 예를 들어 1천분의 1밀리라도 지면이
어긋나면 레이저 광선의 '바늘'은 원래 위치에서 크게 움직이게 되어 있다.
 
    지진을 예고하는 동물
  생물공학자들은 생물학자, 생물물리학자, 전기공학자, 그  외에 지진학자와 협력해서 별도
의 입장에서 지진을 예측에 관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예를 들면 일본의 어류학자인 스
에히로 교수는 지진의 접근을 감지하는 심해어의  행동을 연구하면 지진을 예측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스에히로 교수는 오랜 세월을 걸쳐서 모은 역사적 사실이나 목격
자의 증언, 확실해진 사실에 의해서 그 가설을 증명하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이나 증언
의 대부분은 동경대학 지진학연구소의 연보에 소개되어 있다. 예를  들면 1923년 여름 벨기
에인 아마튜어 어류연구가가 하야마 해안에서 '히게'라는 물고기가 떠오른 것을  발견했는데
이 물고기는 심해에서만 사는 물고기이다. 그리고 그 이틀 후에 관동대지진이 일어났다.  또
1933년에 한 어부가 스에히로 교수에게 자신이 잡은 뱀장어를  가져왔다. 심해 뱀장어는 보
통 수천 미터의 깊은 바다 속에 살고 있는 물고기이다. 그리고 그날 산리쿠 난 바다에 대지
진이 일어났다.
  그렇지만 이러한 사실이 허다하게 있는데도 불구하고 스에히로 교수는 물고기에게 지진을
예측하는 능력이 있다는 자신의 가설의  정당성을 그것만으로는 완전히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런데 1963년 11월 11일에 일어난  하나의 사건은 그의 의혹을 완전히  씻어 주었다. 그날
아침 니이지만 주민이 길이 6미터나 되는 심해어를 잡았다. 이 소식을 보도하려고 텔레비전
방송국은 스에히로 교수에게 헬리콥터를 타고 현지에  다녀오지 않겠느냐고 부탁했다. 그런
데 스에히로 교수는 강의가 있게 때문에 거절하고 헤어질 무렵 '그 근처에 지진이 일어나겠
군' 하고 농담섞인 말을 했다. 그리고  이틀 후에 실제로 지진이 니이지마 부근에  일어났던 
것이다. 
  스에히로 교수는 이런 문제에 대해 결코 농담을 하는 일이 없었다. 지진이 일어나기 직전
의 심해어의 활동을 전면적으로 연구하면 지진을 예측하는데 도움이 되리라고 확신했다. 그
리고 1964년 스에히로 교수는 지진이 일어나기  직전의 심해어의 특별한 활동에 대해  뭔가
관찰하면 지진을 예측할 수 있다고 신문을 통해서 세계의  모든 사람들에게 호소했다. 스에
히로 교수의 호소는 많은 나라의 과학자들에 의해서 이해되었고 지지를 받았다.
  '지진 예보관'이 될 수 있는 것은 심해어 뿐만이 아니다. 일본 농림성 측에서는 여러 차례
지진이 일어나기 몇 시간 전에 이 물고기가 우왕좌왕하기 시작한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
이다. 아마 이 물고기는 극히 미세한 지각의 진동을 포착하는  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생
각된다.
  생물공학자들은 이외에도 지진의 전조가 될 수 있는 많은 사실을 파악하고 있다. 개, 고양
이, 하이에나, 호랑이, 코끼리, 사자등 많은 가축이나 야생동물은 지진이 가까이 온  것을 예
감하고 그것을 불안한 행동으로 표출하고 있다. 다음에 몇 가지 예를 소개하겠다.
  1954년 오를레앙 빌딩(알제리)을 파괴한 지진이 일어나기 전에 많은 가축이 도망쳤다. 같
은 해 그리스에서도 지진이 일어나기 전에  동물들이 똑같은 행동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졌
다. 그리고 이들 동물이 주는 경고라고 할 수 있는  행동에 주의를 기울인 사람들은 죽음을
면할 수 있다.
  유고슬라비아의 스코피에서는 지진이 일어나기 몇 시간전에 동물원의 동물이 이상한 소동
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동물원의 경비원인  보르체 트로야노프는 이 지진이  일어나기 전날
밤처럼 동물들이 소란을 피운 적이 없다고 말했다. 처음(지진이 일어나기 4-5시간 전)에 슬
프고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거린 것은 딩고 종류의 개였다. 세인트버나드 개가 곧 그에 호응
하여 울어댔다. 이들의 듀엣이 수십마리의  다른 동물들의 슬픈 울음고리가 보태졌다.  놀란
하마는 물에서 뛰쳐나와 높이 170센티미터의 벽을 넘었다.  코끼리는 코를 높이 치켜들면서
호소하는 듯한 목소리로 으르렁거렸다. 하이에나가 큰 소리로  으르렁대고 호랑이, 사자, 표
범이 떠들기 시작했다. 이 소란스런 동물의 콘서트에 동물원에 사는 새들이 가세했다.  깜짝
놀란 사육사들이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동물들을 진정시키려고 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얼마가 지나자 마치 누군가의 명령에 따르기라도 하듯이 동물들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그리고 우리의 가장 깊숙한 곳에 숨어서 어둠  속에서 무언가를 가만히 기다리
기 시작했다. 1963년 7월 26일 5시 26분 공포의 첫 지진이 일어났고 뒤이어 계속해서 두 번
째 지진이 잇달았고 스코피에 시는 쓰레기더미로 변했다.
  이외에도 동물이 지진에 매우 민감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을 나타내는 많은 사실일  있
다. 아슈하바트 목장의 마굿간에서 말들이 지진이 일어나기 두 시간 전부터 발을 쿵쿵 구르
며 금속성의 소리로 울다가 철망을 끊고 도망갔다. 말을 마굿간 입구에서 붙잡아서 그 곳에
묶어놨다. 그러나 지진이 일어나기 15분 전에  말은 입구에 있는 문을 차 부수고  달아났다.
마부가 말을 붙잡으려고 했을 때 지진이 일어났고 마굿간은 완전히 파괴됐다.
  아슈바하트의 유리 공장의 여자 직원인 류보피 크리츠는 저 비극적인 밤의 분위기를 다음
과 같이 말하고 있다.
  "그날 밤, 나는 테라스에서 자고 있었어요. 지진이 일어나기 한 시간 전에 내가 키우던 스
피츠가 소란을 피우기 사작하면서 울타리로 덤벼들었어요. 나는 그 소리에 눈을 떴어요.  스
피츠는 침대 밑으로 기어 들어가서 슬프게 낑낑거렸어요. 그리고  나서 침대 밑에서 나와서
내 얼굴을 핥기 시작했어요. 마지막에 내 잠옷을 물고서  나를 침대에서 억지로 끌어내리려
고 했어요. 나는 누군가가 출입문을 열어 봤어요. 스피츠는 통로를 달려나갔다가 곧  돌아와
서 내 잠옷을 물고 집 바깥으로 끌어 당겼어요. 나는 보도로 나왔고 그 순간 땅이 기우뚱거
리면서 흔들렸어요..."
  또 여교사인 비올레타 트리미나는 개미가 지진이 일어나기 전에 대이동하는 흥미로운  사
실을 관찰했다. 즉 개미들은 지진이 일어나기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전에 지하에 있는 집
을 버리고 번데기를 입에 물고 이동을 시작했다.
  또 1968년 5월 15일자 신문 '콤스몰리스카야 프라우다'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보도하고 있
다.
  "지진이 일어나기 바로 이틀 전에 나이 많은 투르그멘 사람이 그 시의 고위직에  있는 사
람을 찾아와서 '지진이 일어날 것입니다.' 라고 알렸다. '어떻게 알았느냐?'고 물었더니, 노인
은 '뱀과 도마뱀이 굴에서 나와  도망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3일
후에 지진이 일어났다."
  우리들 주변에 있는 동물 중에 지진을 예측하는 능력을 지닌 것이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예는 이외에도 많이 있다. 그렇지만 인간을 지진이 일어나기 전이 아니라 지진이 일어난 뒤
에서야 그것을 머리에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들 살아 있는 '지진계'의 '구조'나 '작
동원리'를 진지하게 연구하는 과학자는 지금까지 거의 없었다.
  그러면 왜 동물은 지진에 대해서 민감한 것일까? 동물의 몸에는 지진을 예지하는 어떤 장
치가 존재하는 것일까?
  한 가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점은 앞에서 기술한  '지구 내부의 소리', 즉 단층을 초래하는
탄성에너지가 축적된 결과 발생하는 초음파가  동물에게 지진의 발생을 알려주는  위험신호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다. 다만 이 가설에는 하나의 약점이 있다. 즉  지진관측
소는 매일 수많은 약한 지진파를 기록하고 있는데, 동물들은  이들 지진파와 지진의 전조가
되는 지진파를 어떻게 구별하는가 하는 점이다.
  지진파는 이미 알고 있듯이 종파와 횡파의 두 종류가 있다.  종파는 공기 속이나 물 속도
퍼져 나가지만 횡파는 땅속으로만 퍼져 나간다. 지진의 전조가  되는 신호는 아마 진동수가
다른 종파와 횡파가 일정 비율로 섞인 것에서 나오는 신호일 것이다. 일부 동물은 인간에게
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진동수가  낮은 음을 들을 수가 있다.  이것은 조건반사라는 방법을
사용해서 밝혀낼 수가 있었다. 일부 동물은 인간의 귀로 들을 수 있는 한계인 16헤르츠보다
더 낮은 12헤르츠, 때에 따라서는 8헤르츠의 소리를 알아 들을 수가 있다. 그래서 폭풍이 들
이닥치기 전에 해파리는 물가로 나오고, 심해어는 수면으로 떠오른다. 초음파는 해파리에 대
해서는 위로부터 작용하고, 심해어에 대해서는 아래로부터, 즉 해저에서 작용한다.
  그렇다면 저주파의 진동이 동물에 대해서 직접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일까? 그렇지 않으면
초음파를 동반한 위험에 관해서 유전적으로 남아 있는 기억이 해파리나 심해어로 하여금 본
능적으로 초음파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것일까? 현재로서는 아직 어느 쪽으로도 결론을 내리
기가 곤란하다. 그렇지만 다음 사실만을 확실하다. 원시 대양의 생물에게는 도태의 과정에서
초음파를 감각하는 기관이 완성되어 있었다. 그 이유는 물 속에서는 모든 운동이 이 초음파
를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혹시 일부 동물, 예를 들면 심해어가 지진을 예측하는 것이 초음파를 지각하는 그
능력에 의한 것이라 한다면 지진에 앞서서 나타나는 이 초음파를 포착하는 생물학적 장치를
만들 가능성도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장래에 이 장치를 만들 가능성도 나올 수가 있
을 것이다. 그리고 장래에 이 장치가 완성되는 그 때가  되면 지진이 빈발하는 지방에 사는
주민들에게 텔레비전이나 라디오로 다음과 같이 지진을 예보하는 것도 꿈같은 일만은  아닐
것이다.
  "시민 여러분 전기나 가스 스위치를 내리고, 불 단속을 잘하고 집에서 나오십시오! 초음파
지진 예보국에서 알려온 바에 따르면 3시간 뒤에 N지방에 지진이 일어날 예정입니다..."
  물론 지진 예측과 같은 어려운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까지는 실패도 있을 것이고, 또 현
대의 과학기술에 의해서 귀중한 발견이 이루어 질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최근의 일
련의 실험 결과 물방개를 모방한 장치가 0.4옹스트럼의 파동을  촉각으로 감지하는 것이 밝
혀졌다. 여치과의 덤불여치는 자신이 앉아 있는 식물을 통해서  전해지는 지면의 미세한 진
동을 감지할 수가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덤불여치는 진폭이  수소 원자 직경의 2분의 1
에 상당하는 진동에 반응한다. 이것은 극동지방에서 일어난 지진을 모스코바에 있는 덤불여
치가 감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자연이 만들어낸 초고감도 '지진계'의 '구조'를 해명하여
그것을 인간의 손으로 만들 수가 있다면 얼마나 근사한 일일까?
 
    화산 폭발과 생물의 행동
  생물공학자들의 일정에 올라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는 화산의 폭발을 예지하는  것이
다. 여러분 중에는 '폼페이 최후의 날'이라는 영화를 보신 분도 있을 것이다. 이 영화는 기원
전 79년에 베수비오 화산의 폭발로 인해서 고대도시 폼페이와 헤르쿨라네움이 매몰된  역사
적 사실을 근거로 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무서운 지진이 베수비오 화산 일대에 요동쳤다. 부
근 일대의 어둠 속에서 베수비오 산 꼭대기의 하늘이 아침  놀처럼 빛나고 있다. 집이 무너
지고, 이윽고 화산탄(공중으로 분출된 용암이 굳은 것)과 화산재가 폼페이 시내로 쏟아졌다.
이렇게 해서 고대 로마의 도시 폼페이와 헤르크라네움은 1,800년 동안 묻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베수비오 화산의 폭발은 역사상 최대의 것은 아니다.
  전설의 대륙 아틀란티스는 일찍이 에게해에 존재해 있었지만 기원전 약 3400년에  산트린
화산의 폭발로 인해서 해저로 침몰했다는  것이 점점 유력해지고 있다.  1883년 칼라카트아
화산이 폭발할 때 슨다 열도의 섬 중 하나에도 그와 똑같은 일이 생겼다. 8월26일 오후 1시
를 전후해서 이곳에 땅울림이 있었는데 그것이 멀리 바타비아에까지 미쳤다. 다음날 수소폭
탄 1,000개분에 상당하는 대폭발이 일어났다. 상공 30킬로미터 높이까지 거대한 화산재의 기
둥이 떠올랐고, 폭발의 충격파는 음속으로 지구를 3바퀴나 돌았다. 계속해서 높이가  35미터
에 이르는 대해일이 발생했는데 시속  656킬로미터라는 맹렬한 속도로 전세계로 퍼져  나갔
다. 섬에는 차례 차례로 높은 파도가  밀어닥쳐 모든 것을 쓸어가 버렸다. 수마트라와  자바
해안은 원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일변했다. 식물은 사라지고  용암이 모든 것을
뒤덮어 버렸다. 칼라카트아 섬은 해저로 침몰했고 화산이 폭발하던  원래의 정상 부분만 겨
우 해상에 얼굴을 내밀 뿐이었다.
  현재 전세계에는 약 7,000개의 활화산이 있는데 그 중의 3분의 2는 태평양과 점한 섬들에
집중되어 있다. 칠레에 30개 이상, 자바섬에  35개, 알래스카와 알류산 열도에 50개,  일본에
50개, 그 외에 소련의 캄차카와 쿠릴 열도에도 존재해 있다. 화산이 폭발하기에 앞서서 땅울
림이나 지진이 일어나고 산의 경사면과 분화구에 균열이 생겨 유독가스나 뜨거운 물을 분출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갑자기 폭발이 일어난다. 화산 활동을 늘상 관측하고 있
는 고감도의 장치라 하더라도 화산 폭발을 예보하는 데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인간은 옛부터 화산활동의 수수께끼를 풀려고 애써왔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현재로서는
아직 화산 폭발을 정확하게 예지하기까지는 거리가 좀 있다.
  몇 년 전  미국의 화산학자들은 비행기에  가시광선과 적외선을 사용한 고감도의 장치를
싣고 하와이의 킬라우에아 화산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적외선과 화산 활동과의 관계
를 조사하려는 것이다. 화산학자들은 이 조사에 의해서 화산  폭발을 예측하는 시스템을 완
성기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1969년에는 오스트레일리아의 과학자가 뉴질랜드의
한 지역에서 화산 관측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압전자성효과 - 외부 자장의  변화에 의해서
결정의 기계적 응력이 변화하는 현상 -를 이용한  매우 고감도의 장치를 사용한 결과 화산
이 폭발할 때와 화산이 폭발하기 전의 화산 지방의 자성의  변화를 발견할 수가 있었다. 오
스트레일리아 과학자들은 이러한 변화가 화산 내부에 실재하는 전류에 의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아마 이외에도 화산 활동에는 무언가 전조가 존재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지만 지금
으로서는 아직 상세한 것은 알지 못한다.
  그런데 많은 동물이 화산 폭발을 예측하는 능력을 구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줄 자료는
허다하게 존재하고 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알려져 있다. 1902년 4월  카리브해
의 마르티니크 섬에서 50년 동안 잠자던 플레 화산이 갑자기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산피
에르 시의 시민들은 별로 놀라지 않고 처음 2,3일 동안은  플레 화산이 연기를 내뿜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5월 7일 밤 화산이 폭발할 때 나오는 붉은 빛이 플레시를 비추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7시 50분에는 플레 화산과 피에르 시가 마주한 쪽에 마치 거대한 불이  문짝처
럼 아가리를 열었다. 그 화산에서 쏟아져 나온 검은 연기는 굉장히 큰 소리와 함께 불과 30
초만에 시내 전부를 덮쳐버렸다. 이 천재지변의 결과 폐허가  된 시내에서 3만 명의 사람과
고양이 1마리가 시체로 발견되었다.
  그렇다면 산 피에르시의 시민들이 키우던 가축과 플레 화산 주위에 살던 새나 짐승은 도
대체 어디로 모습을 감추어 버렸단 말인가?
  조사해 본 결과 아직 플레 화산이 폭발할 징후가 전혀 없던 약 1개월 전에 동물들은 마르
티니크 섬에서 '피난'을 가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맨 처음에  이동을 시작한 것은
새였다. 먼 옛날부터 일부 철새는 시 근처에 있는 호수에서 '쉼터'를 마련했다. 그렇지만  이
해는 이들 철새는 시근처에 있는 호수에서 '쉼터'를 마련했다. 그렇지만 이해는 이들 철새가
이곳에 들르지 않고 통과하여 아프리카 남부로 날아가 버렸다.  4월 중순에는 이 섬에 사는
많은 텃새들도 귀가 멍멍할 정도로  시끄럽게 울면서 이 섬을 떠났다.  플레 화산의 분화구
근처 풀밭에 사는 뱀도 역시 4월 17일에 여행을 떠났다. 동물들은 인간과 달라서 화산이 폭
발하리란 것을 예측하고 있었던 것이다.
  1956년 3월 캄차카의 베즈미얀누이 화산이 폭발할 때도 곰은  죽지 않았다. 곰은 미리 굴
에서 나와 안전지대로 달아났던 것이다.
  그렇다면 동물들은 어떻게 해서 화산이 폭발할 것을 예측할 수 있을까? 동물들에게 위험
신호를 내는 것이 인간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초음파일까? 그렇지 않으면 몸으로 감지할 수
없는 미세한 진동, 또는 최신의 장치로도 검지가 불가능한  화산의 심부에서 오는 적외선일
까? 현재로는 과학자들이 이 문제에 대답할 수가 없다. 그러나  많은 동물이 화산의 폭발을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생물공학자로 하여금 이 불가사의
한 현상의 연구에 몰두하도록 만드는 것도 이와 같은 사실 때문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 과학자의 관심을 끄는 것으로 앵초의 일종이 있다. 이것을 자바 섬이
원산지인데 '지진화'라 부른다. 이 앵초는 화산의 경사면에서만 볼 수 있다. 이 종류는  다른
앵초와 달라서 화산이 폭발하기 전에만 꽃을 피우는데 그 꽃이 주민들에게는 화산이 폭발하
는 위험신호가 된다. 화산 기슭에 사는 주민들은 앵초 꽃을  보기만 하면 곧 안전한 지역으
로 피난한다. 더구나 이 앵초의 예보가 빗나간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이다.
  이들 생물의 초능력에 관한 수수께끼가 멀지 않아 풀려서  인간이 그것을 이용해 폭풍우,
지진 , 해일 , 화산 폭발과 같은 천재를 정학하게 예지할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