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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바다의 지성인

    돌고래를 탄 소년

  뉴질랜드 중부의 프렌치 파스 해협은 바닷물이 역류하여 섬이나 암초가 많은 위험한 바다
이다. 1888년 폭풍이 몰아치던 어느  날 기계류와 구두를 싣고 시드니  항으로 향하던 범선
'브린델'호의 승무원은 뱃머리 전방에 마치 강아지처럼 장난치는 청회색의 커다란 돌고래 한
마리를 발견했다. 처음에 뱃사람들은 고래 새끼로 착각하고 포경용의 작살을 집어던지려 했
는데 선장 부인이 간신히 말렸다. 브린델 호는 까불거리는  돌고래의 뒤를 쫓아서 나아갔는
데 안개와 비를 돌파하여 무사히 위험한 수역을 빠져나갔다.
  이렇게 해서 돌고래 '선원'의 대가를 바라지 않는  무상의 뱃길 안내가 시작되었다. '선원'
은 날씨가 궂든 좋든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일'을 했다. 언제나 배 주위에서 헤엄쳤는데 마치
양떼를 지키는 개처럼 가끔 배 밑바닥을  빠져나가서 반대쪽에 얼굴을 들이미는 적도  있었
다. 이렇게 해서 브린델 호와 처음으로 만난 이래 '선원은 10년이상 뱃길 안내를 계속했다.
  얼마 안있어 '펭귄호'에 승선한 술취한 승객이 '선원'을 발견하고 반장난으로  돌고래의 눈
을 겨냥하여 권총을 발사했다. 그로부터 2주간 '선원'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모두가 '선원'
이 살해당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느 맑은 날 아침 이  대가를 바라지 않는 무상의 뱃길
안내자는 다시 프렌치 파스 해협에 모습을 나타냈다. 그러나 펭귄호 만큼은 가까이 하려 하
지 않았다. 1911년 '선원'은 1888년에 갑자기 프렌치 파스  해협에 출현했던 것과 똑같이 갑
자기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아마 나이가 들어서 파도가 벅찼기 때문일 것이다.
  돌고래가 인간에게 성의를 갖고 봉사한다는 이야기는 그렇게 진기한 것은 아니다. 플라톤
도 "불행히도 배가 침몰해 버렸다면 돌고래나 신의 도움을 바라면서 헤엄치는  것이 마땅하
다."고 썼다.
  그리스의 역사가 플루타크가 《동물의 능력에 대해서》라는 책 속에서 기술한 바에  따르
면 돌고래에게 구조된 최초의 인간은 오디세이의  아들인 텔레마코스라 한다. 텔레마코스는
뱃놀이를 하다가 바다에 빠져 익사 직전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돌고래가 그를 물위로 밀어
올려 바닷가로 옮겼다. 아버지 오디세이는  아들의 목숨을 구해준 은인을  기념해서 자신의
반지에 돌고래의 모습을 새기도록 했고,  도 돌고래의 형상을 한 걸쇠가  붙은 망토를 즐겨
입었다고 전해진다.
  기원전 7∼6세기 그리스의 유명한 음유시인 오리온도 돌고래가 목숨을 구해 주었다. 헤로
도투스의 이야기에 의하면 어느 날 음악  경연대회에서 우승한 오리온은 많은 상품을  안고
시실리 섬에서 배를 타고 코린토스로 향했다. 그런데 뱃사람들은  오리온의 상품에 눈이 어
두워 그를 살해하려고 했다. 오리온은 어차피 죽을 거라면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노래나 부
르게 해달라고 뱃사람들에게 간청했다. 오리온은 노래가 끝나자 뱃사람들 손에 죽기가 싫어
서 스스로 바다속으로 몸을 던졌다. 그런데 오리온은 가라앉지 않았다. 배 근처에 갑자기 돌
고래가 나타나서 그를 바닷가로 데려갔다...
  오늘날까지 남아 있는 많은 전설나 이야기는 돌고래가 물에 빠진 사람을 도와주었을 뿐만
아니라 인간과 친한 친구가  되기도 하고, 어린이들에게는 변하지  않는 애정을 나타냈다는
사실을 전하고 있다. 예를 들면 기원전 79년 유명한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할 때 죽은 고대
로마의 저술가 대플리니우스는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바이야 마을에 살던 한 소년과 돌
고래와의 이야기이다. 소년은 마음이 내킬 때면 언제나 나폴리 해변으로 가서 "시모! 시모!"
하고 부르면 돌고래가 바닷가로 다가와서 함께 즐겁게 놀았다.  돌고래는 소년을 등에 태우
고 학교에 통학을 하기도 하고, 소년이 주는 작은 물고기나 와인에 적신 빵을 먹게  되었다.
이들의 우정은 몇 년간 계속 되었는데 소년이 그만 병이 나서 죽었다. 그러나 그 소년이 죽
은 뒤에도 오랫동안 돌고래는 바닷가에 나타나서는 어린 친구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고  한
다.
  그러면 오늘날에는 어떨까? 돌고래는 과연 인간에 대한 태도를 바꾸어 버렸을까?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대플리니우스의 시대와 똑같이  오늘날에도 돌고래는 인간을  따르고 물에
빠진 사람을 도와줄 수 있을까?
  1943년 플로리다 해안에 한 여성이 수영하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깊이가 키를  넘는
곳에 와버렸다. 낭패한 그녀는 얼마  안있어 기진맥진해서 파도 사이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가 자신을 물가로  밀어 올려 주는 것을 알았다.  밖으로 나온 그녀는
생명의 은인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려고 했지만 주변에는 근처에 머리를 내밀고 잇는 돌고래
외에는 사람은 그림자도 없었다. 목격자의 이야기에 의하면 막  물에 빠지려는 순간에 그녀
를 물가로 끌어올린 것은 옆에 있던 그 돌고래였다고 한다.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을 소개해 본다. 이것은 17년 전  타스만 해를 향한 뉴질랜드의 시
골 마을 오포노니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바위산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후미에 1955년 어느
맑은 아침 한 마리의 어린 병코돌고래가 나타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돌고래는 어부들과 친
해져서 노나 손으로 그 돌고래의 몸의 어루만질 정도가 되었다. 그리고 매일 해안에 가까이
와서는 수영하는 사람들과 장난치거나 아이들을 등에 태우고 헤엄치기도 했는데 그런  도중
에는 절대로 물 속으로 자맥질하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과 친숙해진 이 돌고래, 오포 '선원'-그 고장 사람들은 그렇게 불
렀다 -의 기사가 신문을 떠들썩하게 장식했다. 예전에는 이름도 없는 일개 어촌이었던 오포
노니 주변에 호화로운 호텔이 줄지어 들어서고 많은 오락장이  등장했다. 이렇게 해서 오포
노니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휴양지가 되고 전세계로부터 관광객과 휴양객이 쇄도했다.
  오포 선원은 지칠 줄 모르고 찾아오는 호기심 많은 구경꾼들에게 싫증도 내지 않고 마치
영화 스타처럼 행동했다. 해수욕을 하는 사람들과 장난치고 여러  가지 특별한 재주를 선보
여서 그들을 즐겁게 했다. 가장 좋아하는 것은 공놀이로 큰 공을 코 끝에 올려 놓았다가 갑
자기 공중으로 던진다. 공이 수면에 떨어지기 직전에 꼬리를 한  바퀴 돌려서 공을 다시 쳐
올린다. 구경꾼이 던졌거나 자신이 물밑에서 입으로 물고 온 빈병을 코 끝에 올려놓는 재주
도 오포선원이 가장 자신있어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마치  인간에게서 해꼬지를 당할까 두
려워하는 것처럼 오포선원은 관객에게서 꽤 떨어진 거리에서만 곡예를 선보였다.
  오포노니 주민들은 오포 선원을 보호하기 위한 위원회를 결성하여 마을 입구에 큰 팻말을
세웠다. 거기에는 "오포노니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다만 돌고래에게 위해를  가하지 말아
주십시오."라고 써있었다. 그러나 그 후  오포선원은 모터보트의 스크류에 감겨서  비극적인
최후를 맞고 말았다. 현재 오포노니 해안에는 아름다운 황갈색  돌에 아이들과 장난치는 돌
고래상이 조각되어 세워져 있다.

    돌고래는 옛날 '인간'이었다?
  그러면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많은 전설에 둘러싸인 이 놀라운 생물은 도대체 무엇일까?
동물 중의 어떤 과에 속하는 것일까? 그  계통수는 어떻게 되어 있을까? 돌고래는 어떤 능
력을 구비하여 바이오닉스의 입장에서 과학이나 산업의 어떤 분야에 인간에게 봉사할 수 있
을까?
  '돌고래는 그 옛날 인간이었는데 다른 인간들과 함께 마을에 살고 있었다. 그런데  아버지
제우스로부터 신통력을 물려받은 디오니소스의 명령으로 육지에서 바다로 옮겨가  물고기의
모습이 되었다.'라고 유명한 고대 로마 시인 오피앙이 기록했다. 오피앙은 술과 연극의 신이
었던 디오니소스(박카스)를 둘러싼 전설을 잘 알고 있었음에 틀림없다.
  즉 디오니소스는 낙소스 섬으로 건너가려고   튜레니아의 해적선을 타고 말았다.  그들은
디오니소스가 신이라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고 노예로 팔아버리려고  했다. 디오니소스는
돛대와 노를 뱀으로 바꾸고 솔개의 목소리와 피리소리로 배를 가득 채웠기 때문에 해적들은
그만 정신이 이상해져서 바다로 뛰어들어 돌고래가 되었다.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돌고래를
'바다사람'이라 부르는 것은 이와 같은 사연 때문이다. 또한 돌고래가 인간과 가까운 두뇌를
지녔고 특히 어린이들과 친한 것도 다 이런 이유 때문이다.  돌고래는 그 옛날에 지은 원죄
를 속죄하는 것이다. 대플리니우스가 말했듯이, 그래서 돌고래의 목소리도 인간의  신음소리
와 비슷한 것이다. 돌고래는 옛날부터 자신들이 인간이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
  이러한 이야기는 물론 신화지만 실제로는 어떨까? 돌고래의 조상이 무엇이었는지는  현대
과학의 힘으로는 아직 알 수  없다. 우리가 한마디로 돌고래라 부르지만  그 종류가 많아서
파일럿고래, 참돌고래, 병코돌고래, 돌곱등어 등 70종류 가까이 된다. 포유동믈  고래목의 이
빨 고래류에 속하며 세계의 어느 바다에도 분포해 있는데 일부는 하천(아마존, 갠지스)에도
살고 있어서 이것들은 하천돌고래라 부른다.
  돌고래는 폐가 있어서 그 체온이 인간의 체온에 가깝다. 암컷, 수컷 한 쌍이 짝을 지어 행
동하는데 새끼를 모유로 키운다. 돌고래에 있어서 출산은 대사건이다. 새끼가 태어나면 새끼
에게 최초의 호흡을 시키는  것이 어미돌고래의 최대관심사이다.  어미는 '주둥이'와 오른쪽
지느러미로 새끼를 수면으로 들어올린다. 그 곳에서 새끼는 처음으로 공기를 들이마셔 폐를
확장시켜서 초음파의 첫울음소리를 낸다. 새끼가 호흡을 시작하면 어미는 안심한다.  새끼는
가장 안전한 장소-어미 옆이나 꼬리지느러미 바로 위에서-인 엄마에게 찰싹 달라붙어서 헤
엄친다. 그리고 10-30분 간격으로 어미 유방에서 젖을 빨아먹는다. 돌고래의 모유는 영양분
이 풍부해서 (지방은 우유의 13배, 단백질은 4배)새끼는 대단히  성장이 빠르다. 생후 3개월
이면 체중이 35킬로그램 정도 된다. 그리고 생후 18-20개월이면 젖을  떼고 그 사이에 어른
돌고래에게서 배워 스스로 먹이를 구하는 법을 익힌다.
  대다수 과학자들은 돌고래의 조상을 육지의 포유동물로 보고 있다. 그것이 육상에서 해양
으로 '이주'한 것이다. 돌고래가 바다로 이주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5,000만년에서 6,500만
년 전의 일이다. 그러나 왜 이주를 했는지, 돌고래의 조상을 어떤 형태를 하고 있었는지, 도
대체 무엇이었는지는 돌고래의 진화에 있어서 '잃어버린 연결고리'가 바다 속으로  사라졌기
때문에 전연 알지 못한다. 단지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정체불명의 육상 포유동물이었던 돌고
래의 선조가 다시 수중생활에 적응하기까지는 오랜 세월이 걸렸다는 사실이다. 몸은 기다랗
게 되고, 두 다리는 없어지고 가슴지느러미에 앞다리의 흔적이 남아있을 따름이다. 꼬리지느
러미는 물고기의 그것처럼 수직이 아니라 수평으로 붙어서 추진기가 되었다. 이 꼬리지느러
미와 등지느러미, 게다가 가슴지느러미 덕분에  돌고래는 고속 유영이 가능한 것이다.  진화
과정에서 코도 바뀌었다. 10원 짜리 동전 크기 지름을 가진 돌고래의 콧구멍에는 흡입과 배
출을 하는 판이 붙어있다.
  포유동물의 주요한 특징을 지닌 채로 수중생활로 다시 돌아간 결과 돌고래는 다양한 모습
으로 새로운 생활환경에 적응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돌고래는 육상생활에서 수중생활
로 이행하면서 중추신경계의 복잡화라는 경로를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 돌고래가 독특한 뇌
를 지닌 것은 아마 그 까닭 때문일지도 모른다.
  돌고래의 뇌는 마치 권투 글러브 두 개를 나란히 늘어놓을 것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인
간의 뇌보다 더 구형에 가깝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커다란 측두부이다. 후두부도  대단히
크다. 돌고래의 뇌의 두정부는 인간의 뇌의 두정부와 전두부를 합쳐놓은 것과 같다.  독일의
생물학자 M 티데만은 돌고래의 뇌를 처음으로 보았을 때 깜짝 놀라서 "돌고래의 뇌는 인간
이나 오랑우탄의 뇌에 버금갈 정도로 훌륭하게 발달되어 있어서, 이로부터 어느정도 지능이
발달했다는 점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1827년 돌고래를 해부해  본
결과, 그는 돌고래의 뇌가 원숭이의  뇌보다 더 크고 기부가 인간과  똑같지만 그보다 조금
더 넓게 되어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러나 그가 얻은 이  중요한 발견은 한 세기 이상이나
도서관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그리고 최근의 연구에 의해서 비로소 돌고래의 뇌가
인간의 뇌보다도 더 크고 특정한 점에서는 인간의 뇌보다 더 복잡하게 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물론 뇌의 크기만을 갖고 동물의 지능을 판정하는 것은 잘못이다. 뇌의 질을 판정하는 데
는 몇 가지 정해진 기준이 있다. 그런데 돌고래는 이들  기준의 여러 면에서 인간과 동등하
다는 사실을 알았다. 일 예로 기억과  사고의 기능을 하는 대뇌피질을 살펴보자. 피질의  주
름, 즉 '회전'의 수는 적게 잡아도 인간보다 두 배나 많다. 돌고래의 놀랄만한 판단력과 머리
회전의 속도는 이것 때문이 아닐까? 돌고래는  인간이 따를 수 없을 정도로 재빠르게  여러
가지 일을 하고 감각한다. 또 연구결과에 따르면 돌고래의  시상과 피질의 신경세포는 인간
의 뇌와 맞먹을 정도로 빽빽하게 분포되어 있다. 대뇌속의 뉴런의 숫자도 인간의 뇌보다 1.5
배-2배가 많다. 이처럼 기억용량이 대단히 크기 때문에 돌고래는 인공적인 정보 저장수단에
의지하지 않고도 방대한 지식을 획득할 수가 있는 것이다.
  대뇌피질의 '복잡성'을 나타내는 또 하나의 기준이 있다. 피질의 각 부분에 분포되어 있는
뇌세포는 쥐나 토끼의 경우에는 4층으로 되어있지만 돌고래의 경우는 인간이나  원숭이처럼
6층으로 되어있고, 또 시상의 특수핵과 비특수핵의 숫자도 인간보다 한두 개가 더 많다.  스
위스의 피렐리 박사는 이러한 자료를 근거로 개개의 기준을 보면 돌고래는 인간과 동등하거
나 또는 그보다 더 발달된 뇌를 갖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멋진 재주 몇 가지
  돌고래는 조련이 용이한  뛰어난 학생이다. 무엇을  가르쳐도 재빠르게  비우고 조건반사
(conditional reflex: 동물이 그의 환경에 적응하기 위하여 후천적으로 획득하는  반사, 즉 어
떤 자극에 의해서 무조건으로 일어나는 반사가 그 반사와 관계가 없는 제2의 자극을 동시에
반복하여 줌으로써 결국 제2의 자극만 주어도 일어나게 되는  경우를 말함. 개에게 밥을 줄
때마다 방울을 울리면 나중에는 방울만 울려도 타액이 분비되는 것과 같은 일. 소련의 생리
학자, 파블로프에 의하여 연구되었음)에도  재빠르게 적응하는 것을  보면 정말로 경이로울
정도이다. 무엇인가 재주를 가르치려고 그것을 두세 번 보여주면  돌고래는 즉각 그것을 마
스터 해버린다.
  돌고래는 인토네이션(억양)을 이해하여  휘파람이나 제스처를 구별하므로  돌고래와 인간
사이에는 곧 상호이해가 성립한다. 수상서커스에서 돌고래가  보여주는 재주는 정말 경이롭
다. 조련된 돌고래가 간단히 선뜻 벌이는 높이 7미터에  이르는 도약은 체조 챔피언도 무색
할 정도이다. 특히 수직 도약은 정확무쌍하다. 마이애미의 마린랜드에서는 돌고래가  수면에
서 5미터까지 뛰어올라와 조련사가 입에 물고 있는 담배를  뺏는다. 이 쇼는 항상 반복되지
만 돌고래가 조련사의 몸에 닿은 것은 아직 한번도 없다.  두 마리의 돌고래가 함께 장해물
을 뛰어 넘는 재주도 다른 데서는 볼 수 없는 재주이다. 풀장의 반대편에서 헤엄쳐 와서 동
시에 공중으로 뛰어 올라 하나의 장해물을 뛰어 넘으려면 시간과 속도를 정확하게 계산해서
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서독 뒤스브르크 시의 돌고래 전용 풀장에는 미아, 스지, 풀립프, 풀랍프라는 이름을 가진
4마리의 돌고래가 멋진 재주를 선보이고 있다. 염분을 가미한 수돗물로 채워진 풀장에서 반
시간 동안 펼쳐지는 돌고래의 곡예는 많은 관람객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돌고래들은 활
활 타오르는 불 테두리를 뛰어 돌라 빠져나간다. 그리고 거의  몸 전체를 수면에 내놓고 꼬
리로 물위를 '걸으면서' 농구선수처럼 공을 불 테두리 속에 던져 넣고 또 야구도 한다.
이러한 돌고래 쇼는 이곳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나라에서도 벌어진다. 돌고래는 농구, 야구,
수구를 할뿐만 아니라 볼링도 하고, 보트를 끌어 당기거나 레이스 경주를 한다. 또 종을  치
고, 깃발을 올리고, 춤을 추고, 노래 비슷한 것까지도 부른다. 게다가 지휘자의 지휘봉에  맞
추어서 합창도 한다. 그들은 사람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음악적인 귀를 갖고 있다.
   돌고래는 대단한 음악 애호가이다. 일찍이  그리스의 시인 핀달(기원전 522-422년)도 플
루트나 하프소리에 돌고래가 정신없이  빠져들었다고 쓰고 있고,  대플리니우스도 37권으로
된 <자연사>에서 돌고래가 노래, 특히 오르간 소리를 매우 좋아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돌고
래는 상쾌한 멜로디가 들리면 배에 가까이  오지만 불협화음이나 가락이 맞지 않는  소리가
나면 곧 자취를 감추어 버린다.
   1971년 5월 라트비아의 기선 '네만'호가 대서양을 횡단해서 모함으로 귀향하는 도중에 일
어난 일이었다. 일등항해사는 비번인 선원들에게 갑판을  청소하고 페인트를 칠하라고 명령
했다. 그리고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라디오의 유쾌한 음악을 틀었다. 잠시 후 전원 한  사람
이 바다를 보다가 배 근처에 돌고래가 무리를 지어 있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가볍게 배를
앞질러서 물에 젖은 등을 번쩍이면서 공중으로 뛰어 올랐다가 다시 물 속으로 자맥질하면서
장난을 치고 있었다. 통신사가 라디오 스위치를 끄자 돌고래는 모습을 감추었다. 그러나  스
위치를 키고 음악을 틀자마자 재차 돌고래가 모여들었다. 슬픈  음악이 나오자 모습을 감추
고, 시끄러운 재즈 음악에도 반응하지  않았다. 그러나 도나에프스키의 '유쾌한  바람'이라는 
음악이 시작되자마자 배 주위는 다시 돌고래로 붐볐다. 이렇게 해서 몇 시간을 돌고래는 배
와 동행하였고 다음날도 모습을 나타냈는데 아이슬란드를 통과할 때까지 돌고래는 계속  배
와 동행했다.
  이처럼 돌고래는 뇌가 대단히 발달하여  많은 능력이나 재능을 타고났다.  그러면 바다와
육지에서 가장 진화한 생물인 돌고래와 인간과의 관계는 어떻게 해서 생긴 것일까?
  진화의 계단을 오만하게 오른 인간은 '대가를 바라지 않은 우정'이라는 돌고래의 마음씨를
무시하고 돌고래족의 애절한 호소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리고  바다에 사는 동물 중
에서 가장 지능이 발달한 돌고래와 교류하는  길을 찾는 대신에 10세기에 걸쳐서  돌고래와
그 형제인 고래를 잡는 짓을 계속했다. 최근 100년 동안만  하더라도 약 2백만 마리의 고래
를 포획하여 절멸의 위기에 빠뜨렸다.  이러한 짓은 모두 돌고래 족에  관한 정확한 정보가
없었기 때문이다. 불과 20∼25년 전만 하더라도 돌고래와 인간과의 사이에는 협력이 가능하
고 그 협력이 인간에게 유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조차 없었다.
  그렇지만 지금에 와서는 사태가 급변했다.  돌고래는 일약 인기스타가 됐고, 면밀한  연구
대상이 되었다. 바이오닉스, 생리학, 수중음향학, 언어학, 해양학의 전문가,  심해 잠수정이나
항법기기 설계자, 어업관계자 등 각 분야의 전문가가 돌고래에 관심을 쏟고 있다.  돌고래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다양한 지식이 기록되어 있고,  돌고래를 심지어 '바다의 지성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다만 돌고래의 지능에 대해서는 학계의 의견이 절반으로 나누어져 있다.  즉
돌고래가 지능을 갖고 있다고 보는 사람과 그렇지 않다고 부정하는 사람으로 나누어진 것이
다.
  예를 들면 크뉴겔 박사는 대뇌피질이 발달했다는 점에서 보면 돌고래는 토끼와  원숭이의
중간에 위치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련 연구자들 중에는 개와 원숭이의 중간이라고 간주하
는 사람도 있다. 또 일련의 과학자들은 돌고래가 길들여진 동물에 지나지 않다라고 보고 있
다. 그러나 지능이 발달했다는 점에서  돌고래가 인간에게 무척 가깝다라고  보는 과학자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 대표격으로 미국의 생리학자 존 릴리를 들 수 있다. 릴리는 최근 30
년에 걸쳐서 돌고래의 지능을 과학적으로 연구한 데이터를 근거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리
고 있다. "돌고래는 침팬지, 개, 고양이 쥐 따위의 동물과는 구별되어야 마땅하다."고.
  아마 릴리는 새로운 아이디어에 홀린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그렇듯이 너무 열중하다  보니
아직 많은 부분이 해명되지 않은 오늘날 감히 인간=돌고래라는 등식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바다의 '지성인'이 잘 발달한 커다랗고 복잡한 뇌를 갖고 잇는 것만은 분명한  사
실이다. 그렇게 판단하는 것은 바젤 시의 동물학 연구소의  포르트만 교수에 의해 원숭이보
다 훨씬 뛰어나다는 연구로 증명되었다.
  포르트만 교수는 동물의 다양한 기능이나 생리적 과정을 주관하는 뇌의 각 부분을 연구한
결과 동물의 '지능'표를 작성했다. 물론  부족한 점이 많이 있어서 완전하게  동물의 지능을
표시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르트만 교수가  테스트한 결과 얻어낸 데
이터는 매우 참고가 된다. 가장 지능지수가 높은 것은 물론 인간으로 215, 다음은  놀랍게도
돌고래로 190이다. 인간에게  약간 뒤진 것에 불과하다. 세  번째는 코끼리로 150, 오랫동안
동물 중에서 가장 지능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던 원숭이는 겨우 4등으로 63이었다. 원숭이는
모습뿐만 아니라 행동이나 정서도 인간과 비슷하기 때문에 인간 다음으로 보였는지도  모른
다. 5등 이하로는 얼룩말(42), 기린(38), 가장 교활하다고  생각했던 여우(28)로 이어진다. 그
리고 가장 밑바닥은 하마였다.
돌고래의 생활이나 그 능력에 관해 현재 진행되는 연구 중에서 과학자들이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돌고래의 '지능', '언어', '기술적인 달성'에 관한  연구이다. 이러한 것들을 연구한 결과
돌고래가 인간에게 도움을 준다는 사실이 차례차례 밝혀졌다.  여기서는 중에서 3개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자.

    돌고래의 고속유영의 수수께끼
  기술의 각 분야, 특히 배를 만드는 조선에 있어서 흥미롭고 근사한 '발명'에 관한 '특허'는
돌고래의 하사품이다. 주지하다시피 배는 속도 경쟁에 뒤져서 옛날의  모습은 이미 찾을 수
없다. 이것은 당연한 이야기이다. 제트기가 시속  800∼1,000킬로미터로 여객을 운반하는 것
에 비교하면 고속 여객선조차 마치 느릿느릿 해상을 기어가는  거북이 새끼에 불과하다. 19
세기의 쾌속 범선도, 태평양을 횡단하는 최신식 호화여객선도 모두 속도라는 점에서는 그다
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수면 아래에 있는 선체가  받는 커다란 물의 저항 때
문이다.
  속도가 증가함에 따라서 이 저항은 처음에는 속도의 제곱에 비례해서 커지지만 이윽고 속
도의 3제곱, 4제곱, 또 5제곱에 비례해서 증대하게 된다. 따라서 엔진 출력을 높여서 속도를
올리는 것은 문제가 안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엔진이 배 전체를 차지할 정도로 커지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다만 선체를 수면보다 위로 띄어버리는  수중익선의 출현에 의해서 오
랜 꿈이었던 시속 100킬로미터의 벽을  돌파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수중익선도 대형이
되면 그 뛰어난 장점도 현저하게 줄어든다.
  이래서 현재에는 항공기나 육상 교통기관의 속도가 비약적으로 증대하고 있는 데  반해서
선박 쪽은 고속화 추세에 뒤처져버려 화물선이나 여객선의 속도를 올리는 일이 급선무가 되
었다. 그리고 그 일이 극히 어려운 일인 것은 확실하다.
  배를 물의 속박으로부터 해방시킬 수 없었던 조선 공학자와는 달리 자연은 돌고래를 수중
생활에 적응시켜 물 속을 고속으로 헤엄칠  수 있도록 아주 완전한 메커니즘을  돌고래에게
주었다. 돌고래는 헤엄과 자맥질의 달인다. 물 속을 헤엄치는 돌고래의 무리를 본 사람은 맹
렬한 속도로 우아하게, 게다가 경쾌하게 헤엄치는  모습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돌고래의 최고 속도는 연구자에 따라서 12노트(시속 21.6 킬로미터), 혹은 40노트(시속 74
킬로미터)라고도 하는데 꽤 차이가 있지만  이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정확한  숫자가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최고 속도는 시속 40∼56킬로미터를 넘지 않는다고 보면 좋을 것이다. 적어
도 돌고래가 모터 보트나 화물선을 추월하여 헤엄치고 외항선과 경쟁할 정도의 속도를 내서
20세기 조선 공학자들의 얼굴을 무색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은 확실하다.
  돌고래가 시속 50킬로미터의 the도로 헤엄쳐서 몇 시간 아니 때로는 며칠간이나 쾌속선에
조금도 뒤지지 않고 따라 붙어  가는 이유를 오랫동안 알지 못했다.  어떤 사람은 돌고래가
수력학에 관한 지식을 '본능적'으로 갖추고  있다고 생각했다. 즉 배가  전진할 때 뱃머리에
탄성파가 생기는데 이 탄성파를 쓰면 큰 힘을 쓰지 않고도 전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돌고래
가 알고 있다고 했다. 로바드 L  콘레는 "마치 어린이가 얼음산에서 미끄럼  타듯이 근육을
하나도 움직이지 않고 수면 가까이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돌고래를 나는 여러 번 목격했다."
고 기록하고 있다. 또 다른 사람들은 이론적으로 계산을 해보니 돌고래는 시속  20킬로미터,
즉 실제로 관측된 속도의 절반이나 3분의 1이상 빠르게 헤엄친다는 것은 전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이 이론치와 실제치의 차이는 어디에서 생긴 것인가?
  독자 여러분도 이 다음에 돌고래를 볼  기회가 있다면 돌고래의 곡예뿐만 아니라  그들이
실제로 헤엄치는 모습을 좀더 잘 관찰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돌고래의 고속 유영의
수수께끼를 풀려고 덤벼든 사람은 동물의 운동에 관한 연구의 대가인 영국의 유명한 생리학
자 제임스 글레이 교수이다. 1939년  글레이는 자신이 타고 있던 배에  따라 붙어 추월하던
돌고래 무리를 보았다. 그는 돌고래가 헤엄치는  모습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 배는  당시
쾌속선 중의 하나로 시속 17노트를 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육상이라면 이 정도의 속도를 난
다든지 달린다든지 하는 말은 용이하다. 어쨌든 공기 밀도는 물의 800분의 1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헤엄치고 있는 유선형이 돌고래가 받는 저항을 측정하는 일은 매우 곤란하기 때문에 글레
이는 돌고래와 크기나 형태가 동일한 모형을 풀장에서 고속으로 예항(다른 선박이나 물건을
끌고 항해함)시켜 그 저항을 측정하는 별도의 방법을 사용했다. 그때 그는 역학의 법칙으로
는 도저히 설명이 불가능한 사실에 직면했다. 즉 형태도 무게도 동일한 돌고래 모형에 진짜
돌고래가 내는 추진력과 동일한 추진력을 가했더니  그 속도가 진짜 돌고래보다 훨씬  느렸
다. 면밀하게 계산을 해봤더니 진짜 돌고래에게 일어나는 저항은  형태도 크기도 완전히 똑
같은 돌고래 모형이 일으키는 저항의 7분의 1내지 10분의 1이라는 놀랄만한 결과가 나왔다
바꾸어서 말한다면 돌고래의 근육이 내는 출력은 육상 포유동물보다 적어도 10배나 큰 것이
다. 그러나 이러한 근육의 출력은 전혀 상상할 수 없다. 그 경우 산소 소비량만을 따진다 하
더라도 그것은 돌고래의 호흡기관의 한계를 훨씬 뛰어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돌고래와 육
상의 포유동물과는 근육의 조직이 전연 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보지만 그러한  차이점은
발견할 수 없었다. 두 동물의 근육의 무게는 거의 같았다.
  이래서 돌고래가 갖는 가장 큰 수수께끼 제1호가 생겨났고 약 25년간 그 수수께끼는 풀리
지 않았다. 이 기간 동안  돌고래의 체중이나 몸길이를 측정해 보기도  하고 현미경으로 그
조직을 관찰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사진도 찍어 보았다.  계산도 해보았지만 그때마다 돌고
래의 저항이 극히 작다는 사실만  입증될 뿐이었다. 이렇게 된 것은  돌고래가 헤엄칠 때에
물의 저항을 자게 하고 경계층에 층류(물흐름)를 유지하는 장치를 같고 있다고 가정하는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돌고래가 난류(소용돌이)의 발생을 막으로써 많은 에너지를 절약하여 고
속으로 헤엄친다고 가정하는 것과 그것을  실증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그러나 결국의
1960년 로켓 전문가 클레머에 의해 그것이 증명되었다.
  그러면 로켓 전문가인 클레머가 돌고래의 수수께끼에 흥미를 느껴 물 속에서 돌고래가 하
는 운동의 특징을 연구한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 로켓과 돌고래 사이의 공통점은 무엇일
까? 초속 몇 킬로미터의 속도로 로켓이 날 경우 대기의 하층부는 보통의 속도로 물 속을 달
리는 경우와 대체로 같은 저항을 나타낸다. 그래서 돌고래의 고속 유영 관한 비밀을 로켓에
이용할 수 없을까 하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많은 실험을 한 결과 클레머는 돌고래의 고속 유영에 관한 비밀은 그 몸의 이상적
인 형태나 꼬리의 상한 근육에도 있지만 주로 피부구조에 기인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현미경으로 돌고래의 피부를 자세하게 관찰해 봤더니 그것이 대단히 복잡한 구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판명되었다. 즉 표피는 얇은 외피와 그 아래의 배아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배
아층에는 고무 브러시처럼 아래로부터 진피(안팎 두겹으로 된  피부의 내층)의 탄력성이 풍
부한 유두가 돌출해 있다. 표피와 진피의 유두는 전진할 대 큰 수압을 받는 부분, 예를 들면
전두부, 지느러미의 전연부(앞쪽 가장자리) 등에 눈에 띄게 발달해  있다. 유두 아래에는 콜
라겐 섬유와 탄성 섬유가 촘촘하게 얽혀 있고 그 사이는  지방으로 채워져 있다. 이러한 피
부구조는 열 손실을 방지하고 표피와 진피의 결합력을 강하게 할  뿐 아니라 우수한 단파로
써 작용한다. 헤엄치면 몸의 표면을 따라서 유선이 생기고  몸의 후반부에는 경계층이 벗겨
져서 소용돌이가 생기지만 돌고래의 피부는 이 소용돌이가 생겨야 할 속이 움푹 꺼져 소용
돌이는 움푹 패인 곳 안으로 빨아 들어가는 모양이 된다.
  이러한 현상에 대하여 소련에서 고래류 연구의  제1인자인 A.G.트미린 교수는 다음과 같
이 기술하고 있다. "1965년 영국의 동물학자 파바스는 수류(물의 흐름) 쪽으로 분포한  고래
류의 진피에 있는 꼬챙이 모양의 근육에 주목했다. 그리고 이것을 조사하기 위해 돌고래 피
부의 표면으로부터 각질층의 얇은 막을 떼어내어 쌍안 현미경을  이 근육을 관찰했다. 몸통
의 양측에는 (그 아래쪽의 3분의 1을 제외하고) 근육이 몸의 선에 대해서 30도의 각도로 비
스듬히 뒤쪽으로 향해 있었다. 꼬리  지느러미에는 근육의 방향이 몸의 양측과  동일하지만,
가슴 지느러미와  등 지느러미에는 수평이었다. 과학자들은 고래류의 피부에 있는 진피근육
의 분포가 층류화를 촉진시킨 것이라고 보고 있다. 태형양산의  돌고래에는 이 근육의 분포
가 고속 유영을 하는 돌고래와는 다르다.

    돌고래의 피부와 기술개발
  돌고래의 고속 유영의 수수께끼를 밝혀낸 클레머는  인 공 돌고래의 피부 개발에  착수했
다. 이것은 배에 이 인공피부를 덮어씌우면 물의 저항을 줄여  속도를 올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생각에 따르면 압력의 변화를 예민하게 감지하는 부드러운 고무
막은 경계층에 흐르는 난류의 맥동(맥박치듯 진동하는 주기적  운동)을 감지하여 그것을 중
간에 포함시킨 점성이 좋은 유지에 전달할 것이다. 이렇게  유지의 점성과 고무막의 탄성에
의해 난류의 맥동 에너지를 흡수하기 때문에, 즉 경계층을  층류화하기 때문에 필요한 조건
이 갖추어 진다.
  '라민 프로'라 명명된 최초의 인공 돌고래 피부는 처음에는 두 개의 고무층, 이어서 세 개
의 층으로 되어 있고 두께는 합계 2.5밀리미터였다. 매끄러운 표피(두계 0.5밀리미터는 돌고
래의 표피를 사마귀 모양의 돌기가 있는 유지를 포함한 중층막(두께 1.5밀리미터)은 콜라겐
층과 피하지방을 가진 돌고래의 진피를 모방한 것이고, 가장 아래에 있는 내피막(두께 0.5밀
리미터)은 지지층의 역할을 한다. 완충용의 유지는  위에서 압력이 가해지면 사마귀 모양의
돌기와돌기 사이를 이동한다. 즉 단파 -모형의 표면에 가장 가까운  물의 층에 있는 소용돌
이를 없애는-의 역할을 했다.
  이 돌고래의 인공 피부는 로스엔젤레스 가까이에 있는 후미에서 이 것으로 덮어씌운 모형
으로 시험했다. 3개의 모형에 몇 가지의 구조가 다른 '라민 프로'를 덮어씌웠다. 이외에 대조
용으로 인공피부를 씌우지 않은 모형도 사용했다. 모형은 고속정으로 예항됐는데 특별한 장
치로 각 모형의 저항을 측정하여 그 결과는 무선으로 고속 사령정으로 보내졌다. 그리고 클
레머의 추정은 보기 좋게 실증되었다. 돌고래의 인공피부로 덮어 씌운 세 개의 모형의 저항
은 대조용의 모형보다 훨씬 작아  난류가 층류로 바뀌었다. 매끄러운  고무막으로 덮어씌운
소형 어뢰는 물의 마찰 저항이 거의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소형정으로 실험해 보았더니 소
형정의 속도는 40∼50킬로미터였다. 결국 추정한 돌고래의 최대 속도일 때 '라민 프로'가 가
장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이 판명됐다.
  클레머가 시작한 실험은 그 후 각국의 과학자들에 의해서 계속 이어졌다. 그리고 층의 두
께, 돌기의 크기와 배열, 유지의 점성을 여러 가지로 변화를 주어서 어뢰나 보트로 수십  번
도 더 실험을 반복하여 어떤 경우라 하더라도 물의 저항을 50∼60퍼센트 떨어뜨린다는 사실
이 실증되었다. 그러나 대형 선박에서는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없었다. 이 실패 때문에  많
은 과학자들은 돌고래의 피부를 개량하는 문제에 관한 연구를 포기하려고 하였다. 그렇지만
얼마 안있어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새로운 발견이 이루어졌다. 돌고래가 물고기를 잡는 순
간을 촬영해 보았더니 돌고래의 몸에  파형(물결처럼 기복이 있는 모양)을  한 세로 주름이
확실히 나타났다.
  이 현상을 처음으로 발견한 사람은 에사피안이다. 그는 1955년에 플로리다의 마린 랜드에
서 돌고래의 이 표피주름을 촬영했다. 그때 그는, 유영 속도가 최고속도에 달해서 그때 생기
는 소용돌이를 앞에 기술한 피부구조로는 이미 없앨 수가 없게 되었을 때에 이 주름이 나타
난다는 가설을 발표했다. 이 순간에 돌고래의 피부 주름(피부의 요철의 파도)에 파동운동이
시작되고, 고속 유영할 때 생기는 소용돌이를 없애는 일을 한다. 그 결과 접근해서 헤엄치는
많은 돌고래 주위에 생기는 이 때문에 돌고래의 무리 전체는 고속으로 유영할 수가 없는데
도 불구하고 돌고래 무리는 태연하게  고속으로 헤엄칠 수가 있는  것이다.50년대 중반에는
이 가설은 한정된 전문가 밖에 알지 못했고 곧 모두에게 잊혀진 채로 몇 년이 지났다.
  그런데 소련 연구자에 의해서 이 에사피안의 가설이 입증되었다. 즉 돌고래에게는 특수한
운동 메커니즘이 있어서 이것이 피부 표면에 '진행파(몸의 표면을 따라 꼬리 쪽으로 달리는)
를)만들어 소용돌이를 없애고 층류를 안정시켜 저항을 줄여 고속 유영을 가능하게 한다. 상
식이나 조선 공학자 의견에 거슬러서 이 '진행파'야 말로 돌고래로 하여금 최소의 에너지 소
비로 고속으로 유영할 수 있는 추진력임에 틀림없다는 사실을 최종적으로 확신한  생리학자
는 수학자와 사이버 네틱스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제까지 공학자들은 점성유체의
운동방정식을 140년에 걸쳐서 사용해 왔지만 그 계산결과가 실제와 상반된 적은 한번도 없
었다. 그런데도 돌고래만이 이 유체역학의 법칙에 따르려고 하지 않았다. 지금은 생리학자의
가설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는 일은 수학이게  맡겨졌는데 소련과학자가 그 일에 몰두해  있
다.
  컴퓨터가 내 놓은 답변은 매우 간단했다. 수중을 헤치고 나아가는 물체의 표면에 있는 어
떠한 요철도 반드시 그 속도를 감소시킨다. 단지 하나의  예외는 특수한 '진행파'인데 그 이
상적인 케이스는 돌고래라고 보여진다. 이 때 돌고래의 근육은 정학하게 최적상태로 피부를
조절하려는 형태가 된다. '진행파'는  상식적으로 말하면 속도를  떨어드리는 역할을 하지만
돌고래의 모을 '달릴' 때는 발생한 소용돌이와 하나가 d되어 그것이 유영속도를 감소시키는
엉터리 소용돌이로 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다.
  많은 실험을 한 결과 연구자는 근육의 '진행파' 외에 돌고래는 꼬리지느러미와 몸이  함께
물에 부딪칠 때에 생기는 또 하나의 물결을 이용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꼬리지느러미는 숫
자의 8자 모양을 그려 일정의 물결 프로펠러의 역할을 한다.
  최근 트미린, 소콜로프, 페르신 등의 소련 과학자들은 또 하나 돌고래의 고속 유영에 관한
비밀을 밝혀냈다. 그것은 간단히 말하면 다음과 같다. 돌고래가 유영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하
는 것은 지느러미에 있는 혈관계와 지느러미를 덮고 있는 조직(힘줄에서 나온 피복)인데 유
영 상태에 따라서 돌고래 지느러미의  탄력은 순간적으로 확 변화한다. 즉  고속 유영을 할
때나 도약할 때는 지느러미의 탄력이 최대로 되고 휴식할 때에는 지느러미가 느슨한 상태로
된다.
  그러면 지느러미의 탄력성은 어떻게 해서 변화하는 것일까? 연구 결과 탄력은 혈관에 의
해서 조절된다는 것을 알았다. 돌고래의 꼬리지느러미에는 혈액을 분배하는 한 개의 혈관이
있어서 이것이 지느러미의 혈관에 혈액을 보내는 것을 조절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지느러
미의 탄력 자동근절' 시스템이 돌고래의 고속 유영을 현저하게 촉진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조차도 돌고래의 고속 유영에 관한 최후의 비밀은 아니다. 연구자들은 돌고
래의 피부가 소수성, 즉 물을 튀기는  성질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것이  조선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는 짐작할 수도  없었던 것이다. 소수성을 가지
물체를 물 속에서 운동시키면 그것에 점한 물의 층 속에 물분자와 공기 분자의 각각의 덩어
리로 된 일종의 구상구조가 생긴다. 그 결과 물체는 마치 볼 베어링 위를 구르듯이 물 속을
운동하기 때문이다. 이상에서 보았듯이 돌고래가 고속으로 헤엄치는 것은  그 몸의 형태 외
에 몇 가지의 비밀 메커니즘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것들의 역할,  구
조, 작동원리가 대략 알려졌기  때문에 그것을 실제로 응용해서  선박의 속도를 대폭적으로
증가시킬 수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이 생각처럼 그리 간단하지 않아 실용화되기까지
는 아직 많은 어려움이 가로놓여 있다.
  예를 들면 클레머의 피복은 실제 돌고래의 피부를 극히 조잡하게 흉내낸 것에 지나지 않
아 그 소용돌이를 제거하는 능력도 실물보다 훨씬 뒤떨어진다.  이 '라민 프로'는 소형 어뢰
나 보트의 속도 밖에 증가시킬수 없고, 피복을 두껍게 하면  즉시 효과는 제로가 되어 버린
다. 그것은 당연하다. 돌고래의 피부는 단순히 수동적인 완충장치가 아니라 매끈하면서도 동
시에 능동적인 피부, 즉 추진력을 발생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다수의 신결종말이
있어서 수압의 변화를 포착하여 그 정보를 중추신경계로 보낸다. 이것을 받은 중추신경계는
근육에 지령을 보내고 근육은 수축하여  피부에 '진행파'를 만들게 한다.  발생한 난류는 이
물결에 의해 포착되어 돌고래의 몸을 따라서 흘러가는 모양이  된다. 피부는 소용돌이에 맞
추어서 그 형태를 바꾸어 소용돌이가 커지는 것을 방지한다.  이 '능동적인' 제어를 인공 돌
고래의 피부로 흉내낸다는 것은 대단히 곤란하다.
  그러나 바이오닉스의 연구에 의해서 돌고래가 지닌 뛰어난 기능을 조선에 응용할 수 있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그리고 인공 돌고래의 피복으로  덮어씌운 배가 오늘날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속도로 해상을 질주하게 될 날도 그리 멀지 않았다.
  이미 다수의 간극을 가진 고무 피복을 잠수함의 선체에 씌우려는 계획이 구상되었다.  '진
행파'를 발생시키도록 이들 간극에 펌프로 공기를 보내거나 빼거나 한다. 별도의 계획으로는
경계층에서 물을 빨아들여 소용돌이를 없애는 방법도 강구되고 있다. 유명한 미국의 전문가
찰스 몬슨은 이것을 가지고 배의 속도를 적어도 0.5배는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돌고래 피부의 소수성을 모방할 계획도 있다. 다수의 실험결과 경계층에 덧붙인 고분자화합
물이 저항을 30-50퍼센트나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돌고래 피부처럼 소수성과 소용돌이를 제거하는 성질을 가진 유연한 합성 피막이  가까운
장래에 항공기에 사용될 가능성도 많이 있다. 그 이유는  항공기에 있어서도 속도를 감쇄시
키는 정면 저항이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피막은 고체가 액체나 기체 속을 운동할  때(잠수함이나 비행기)뿐만 아니라 파이
프로 기체, 액체, 혹은 고체를 수송할 때에도 효과적인 작용을 할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 미
국 피츠버그 대학의 R. 피트는 파이프 안쪽에 돌고래 피부를 모방한 재질을 깔고 이 파이프
에 액체를 압착공기로 보냈을 때 압력의 손실이 어느 정도 감소하는가를 측정해 봤더니 놀
랍게도 35퍼센트나 감소한다는 사실이 판명되었다.  만일 충분히 긴 이러한  파이프를 만들
수 있다면 이 파이프는 저렴한 비용이 드는 수송수단이 될 것이다. 장차 '돌고래 피부'를 안
쪽에 깐 파이프로 물, 액화가스, 알코올,  액체비료를 수백 킬로미터,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저쪽까지 수송하게 될지도 모른다.

메아리와 수중 음파 탐지기
  돌고래의 '전매특허'에 대한 연구과정에서 유체역학뿐 아니라 에코 로케이션이 분야에서도
인간이 돌고래에게 뒤떨어졌다는 사실을 안 것은 그리 먼 옛날의 일은 아니다. 에코 로케이
션이란 '메아리(에코);를 이용해서 위치를 탐지하는 것(로케이션)이다. 처음에  계기가 된 것
은 1947년 플로리다의 메릴랜드의 미국 동물학자 아서 맥브리지에 의해서 돌고래가  캄캄한
밤에 혼탁한 풀장에서 그물을 교묘하게 피해서 헤엄쳐 다닌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던 것이다.
  사후에 발표된 논문에서 맥브리지는 박쥐가  초음파를 발사하여 어두운 밤이라  하더라도
안전하게 날아다닐 수 있는 것처럼 돌고래에게도 음파를 발사하여 그것을 수신하는  장치가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의 제기했다.
  수중에서 돌고래의 정위의 방법과 수단을 연구한 최초의 실험은 1955년에 미국의  생물학
자 세빌과 로렌스에 의해서 우드홀에서 진행되었다. 실험은 가로90미터, 세로20미터인  혼탁
한 수조 안에서 병코돌고래를 사용하여 진행되었다. 돌고래가 시력을 사용할 가능성을 피하
기 위해서 실험은 밤에 하기로 하였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굶주린 돌고래는 실험자가 수중
에 던진 물고기를 한순간에 발견하여 그 물고기를 먹었다.  물보라를 목표로 매우 정확하게
덤벼들었다. 물보라까지의 거리는 20미터였는데 오차는 겨우 몇 센티미터에 불과했다.
  다음에 음파나 초음파 신호를 보내고  나서 돌고래에게 물고기를 던졌다.  이 조건반사가
고정되었을 때 실험자는 물고기를 신호 없이  던지거나 또는 물고기를 던지지 않고  신호를
냈다. 그러나 돌고래는 틀리지 않았다. 물고기를  던지지 않을 때는 실험자가 탄 보트  옆을
그냥 지나쳤고, 신호를 내지 않고 물고기를 던졌을 때는  그때마다 돌고래는 물고기를 발견
했다. 어두운 밤에는 물고기를 발견하기 위해 돌고래는 문짝이 삐걱거리는 것 같은 약한 소
리를 내어 그때마다 정확하게 물고기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  이에 대해서 돌고래가 소리를
내지 않고 헤엄칠 때는 물고기를 던진다 하더라도 보트에 접근하지 않았다.
  이들 실험에서 이미 밝혀졌듯이 돌고래는 클릭음(짤깍거리는  소리)과 메아리를 사용해서
먹이를 발견하고 수중에 있는 다양한 물체를 구별한다. 그러나  이 작업가설을 확실히 증명
한 것은 원틀로프 켈로그 교수가 실시한 실험이다. 플로리다의  매릴랜드에는 두 마리의 훈
련된 돌고래 앨버트와 베티가 있었다.  이 두 마리의 돌고래를 사용한  켈로그 교수의 실험
목적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돌고래는 수중음향과 비슷한 소리를 내는가? 자신이 내는 소
리의 메아리를 포착하는 장치를 갖고 있을까? 반사된 소리에 돌고래는 반응할까? 돌고래는
정위와 먹이를 발견하기 위해서 음파를 이용하고 있을까? 켈로그 교수가 최신의 전자장치를
사용해서 실험한 결과는 모두 '예'라는 답이 나왔다.
  실험이 실시된 수조의 유리벽과 바닥의 흙탕물은 소리를 잘 흡수하므로 메아리가  발생하
지 않았다. 돌고래의 수중 가시거리가 35-85센티미터를 넘지 않을 정도로 물을 휘저어 놓았
다. 실험은 모두 야간에 실시하여 인간이 동작을 돌고래가 볼 수 없도록 했다. 수중에  하이
드로폰을 내려뜨려 돌고래가 내는 소리를 특수한 장치로 녹음했다. 실험결과는 정말로 놀라
웠다. 풀장이 조용할 때는 돌고래는 가끔 클릭음 또는 탁  하는 소리-탐색용의 음성신호-를
냈다. 물고기를 던지지 않고 물보라를 일으키면 돌고래는 짧은 클릭음을 한 번 내고나서 침
묵했다. 먹을 수 없는 것을  던졌을 때는 그것이 수면에 부딪쳐서  가라앉기 시작하는 순간
돌고래는 클릭음을 계속해서 몇 번 냈다. 그리고 물고기를 던졌을 때는 진동수가 매초 몇백
번이나 되는 소리를 많이 내면서 돌고래는 물고기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 물고기에게 접근
할 때까지 돌고래는 10-30도의 호를 그리면서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다음은 탁한 물을 가득 채운 수조(수중 가시거리 50센티미터 이하)에 미로를 설치하였다.
즉 36개의 중실(나비 같은 것의 날개 밑동 부분 중 굵은 맥으로 둘러막힌 부분) 쇠막대기를
2.5미터 간격으로 일렬에 6개씩 6렬로 늘어놓고 거기에 닿으면 벨이 울리도록 했다.  그리고
돌고래를 풀어놓았다. 처음 20분간은 벨이 겨우  4번 울릴 뿐이었다. 다음 20분간에는  벨이
울리는 횟수가 더욱 줄어들더니 뒤이어  아주 어두워졌는데도 불구하고 쇠막대기에  한번도
부딛치지 않고 헤엄치게 되었다. 게다가 아무 장애물도 없는  수조에서 헤엄치는 것보다 속
도가 훨씬 빨랐다. 그리고 이 경우 돌고래는 끊임없이 음파를 발사하고 있었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솔리스 교수도 '알리스'라는 이름을 가진 병코돌고래를 사용하여  재미
있는 실험을 했다. 눈가리개를 하고 헤엄치면서 소리 신호로  먹이를 먹게끔 돌고래를 길들
였다. 먹이를 먹을 시간이라는 신호를 하기가 무섭게 하이드로폰에 돌고래가 내는 클릭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눈가리개를 한 돌고래는  에코 로케이션에 의해서 어렵지  않게 물고기를
잡았다. 클릭음의 진동수는 알리스가 물고기에 접근하는데에 비례해서 많아졌다. 그러나  알
리스는 물고기가 자신의 위턱보다 위쪽에 있을 때, 즉  로케이션대에 들어올 때만 물고기를
잡았다. 켈로그 교수가 실험한 경우와 다름없이 돌고래는 먹이감에 접근하면서 머리를 흔들
었다. 눈가리개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알리스는 1∼2미터  간격으로 매달아 놓은 쇠막대기를
건드리지 않고 그 사이를 헤엄쳐서 빠져나와 소리로 마이크로폰에 접근했다.
  이렇게 과학자들은 많은 다양한 실험을 기초로 해서 에코 포케이션이야말로 돌고래가  물
속으로 가라앉는 물체를 찾아내는 주요한 수단이라는 동일한 결과에 이르렀다.
  그 후 진행된 연구 결과  돌고래의 수중음파 탐지기의 성능이 최신예  소나(SONAR)보다
훨씬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돌고래의 에코로케이션은 놀랄 정도로 정확하다. 목표까지 거
리가 이삼십 미터일 때 목표를 향한 방향의 오차는 불과 2분의 1도에 불과했다. 또 소련 과
학자가 흑해에서 실시한 실험으로는 돌고래는 자신이 있는 곳에서 20∼30미터 떨어진  곳에
직경 4밀리미터의 산탄을 던지자 정확하게 접근했다.
  돌고래는 초음파를 발사해서 자기 주위에 있는 물체까지의 거리뿐만  아니라 그 형태, 재
질 구조까지 탐지한다. 단단히 눈이  가려진 '알리스'는 물고기 토막과  똑같은 크기를 지닌
물이 들어 있는 젤라틴제 캡슐을 확실히 구별한다. 특히  흥미있는 것은 돌고래의  '소나'가
최신식 수중 음향장치보다 방해음파에 대해서 유효하다는 점이다. 켈로그 교수는 큰 소리를
녹음한 테이프를 사용하여 돌고래의 탐색 능력을  뒤죽박죽 혼란시키는 실험을 실시했지만,
돌고래는 자신이 내는 신호의 세기가 잡음의 10분의 1에 불과한데도 그것과 잡음을 어렵지
않게 판별했다.
  그러면 돌고래의 '소나'는 어떤 구조를 하고 있을까? 돌고래의 소리가 나오는 곳은 콧구멍
의 진정낭(귀의 전정 내부에 있는 막미로의 일부인 낭형낭 및 구형낭의 총칭. 앞의 것은 전
정의 후부를 차지하고 뒤의 것은 전하방에  있어 서로 잇닿아 있으며 연낭관으로  연결되어
있음)인데, 그 부위에 의해서 발사된 음의 주파수가 다르다고 생각된다. 돌고래가 내는 음의
주파수는 수십헤르츠에서 200∼250킬로헤르츠까지 대역이 대단히 넓다. 소리가 큰 주파수는
20에서 60킬로헤르츠의 주파수이다. 소리는 동일 주파수나  또는 서서히 주파수를 바꾸어서
연속적으로 짧은 펄스 형태로도 발사된다. 게다가  재미있게도 돌고래는 공기를 목구멍에서
밖으로 내뿜지 않고 기관에서 공기를 순환시켜서 소리를 내고 있다.
  바로 최근까지 돌고래의 송신 안테나의 구조 및 어떤 구조를 가지고 음파를 필요한 방향
으로 발사하는가가 명확치 않았다. 1962년 미국인 에반스와 플레스코트는 전두부의 소위 멜
론(지방이 풍부한 섬유질 부분)과 두개골의 움푹 들어간 앞면에 의해서 발사된 음파는 끌어
모아진 형태로 전방으로 발사된다고 생각했다. 또  소련의 베리코비치와 야블로코프는 두개
골이 초음파의 '반사경'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다. 이  멜론과 '반사경'이 돌고래의 소나 송
신 안테나에 해당하는 셈이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에 의해서  이 가설은 부분적으로 수정되
었다.
  인간이 만든 수많은 탐지기로는 송신 안테나와 수신 안테나는 하나의 것을 스위치 전화에
의해서 구분해서 쓰지만 돌고래에게는 송신  안테나와 수신 안테나가 따로따로  되어 있다.
수신 안테나는 대략 하악골인데, 물체에서 반사된  음파는 하악골의 지방층을 거쳐 내이(고
막의 속부분으로 고막의 진동을 신경에  전하는 곳)에 이른다. 외이와  이 지방층은 소리가
내이에 도달하는 유일한 통로이다. 이렇게 해서 물체에서 반사된 음파는 '귀'에 수신되고 신
호의 처리는 뇌에서 한다.
  그러면 돌고래의 소나는 어떻게 작동하는 것일까? 음파를 끌어 모은 렌즈 역할을 하는 멜
론의 크기가 일정할 때에는 주파수가 낮을수록 음파는 넓게 퍼진다. 고 주파는 바닷물에 흡
수되어 파장이 짧아 질수록, 돌고래의 '소나'의 거리에 대한 '해상력'은 높아진다.  먼곳을 대
충 바라볼 때에는 수중에서도 별로 감쇄되지 않는, 저주파의 비교적 짧은 펄스를  발사한다.
음파의 퍼짐이 최대로 커지면 돌고래는 머리를  흔들면서(대개 음파원을 전환하면서)먼곳으
니 공간을 탐색한다. 먹이감을 발견한 돌고래는 접근해 가면서 음파의 주파수를 높인다.  그
와 동시에 1초 동안에 발사되는 펄스의 수는 5∼10개에서 70∼100개까지 늘어나고, 퍽스 그
자체는 짧아진다. 음파는 점점 수렴되고 각도와 거리에 대한 '해상력'은 커진다. 그리고 먹이
감의 바로 옆에까지 간다. 돌고래가 내는 음파와 목표에서 반사된 음파가 한데 뒤섞여서 먹
이감을 발견하는데 방해가 된다. 그래서 돌고래는 '주파수 변조'를 한다. 5∼10초의 긴  펄스
를 발사하여, 예를 들면 주파수를 7킬로헤르츠에서 20킬로헤르츠까지 서서히 변화시킨다. 먹
이감이 멀리 있으면 있을수록 반사된 음파가 되돌아오는 속도가 늦어져서, 발사음파와 수신
음파 사이의 차이는 커진다. 이 차이가 일정한 수치에 이르면 뇌는 돌고래에게 먹이감을 잡
으라고 지령을 내린다. 재미있게도 돌고래는 해저까지의 거리, 해안이나 빙산까지의  거리를
측정하고 그 옆을 통과하는 배와 충돌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주파수를 변조한 음파를 발사
한다. 이것이야말로 대부분의 수중음향탐지기나 전파고도계에 사용되는 원리이다.
  돌고래는 그 '수중음향탐지장치'를 사용해서 전방에 있는 물체밖에 발견하지 못한다. 그렇
지만 뒤나 옆에서 돌고래에게 덤벼든다 하더라도 돌고래는 살짝  피해 버린다. 이것은 돌고
래가 보통 다른 동물들처럼 귀를 통해서 주위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소리는 외이를 통해서 내이로 들어간다. 이외에 신경이 발달한  돌고래의 피부가 음파 이외
에도 다른 많은 신호를 받아들인다고 생각하는 과학자들도 있다.

    인간의 좋은 조수
  한마디로 말해서 인간은 돌고래에게서 배울 점이 너무나 많다. 바다의 '지성인'의 '특허국'
에는 문자 그대로 아이디어의 보물  창고이다. 이외에 과학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돌고래를
인간의 조수로 삼아 '노동 활동'에 길들이려고 돌고래의 정신 생리학적인 능력을 연구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이 방면에서 이루어진 최초의 시도는 이미 상당히 유망한 결과를 가져왔다.
  그 일 예는 1965년 캘리포니아 앞바다에서 실시된 해저 주거 시러브Ⅱ 계획에 참가한 병
코돌고래인 타피이다. 일정한 훈련을 받은 다음에 타피는 일 실험에서 지원선인 바닌호로부
터 수심62.5미터의 해저에서 15일 동안 지낸 아쿠아노트에게 편지를 전달해 주는 연락 책임
을 맡았다. 이외에 주거를 잃어버린 아쿠아노트를 유도하기도 하고, 아쿠아노트를 상어의 습
격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역할을 담당했다(돌고래는 상어가 두려워하는 유일한 동물이다).
  타피는 매일 헬리콥터를 타고 실험 현장으로 갔다. 거기서 끝에 나일론 로프(위험한 상태
에 빠진 아쿠아노트는 그것을 붙잡고 탈출한다)를 매단 특수한 도구를 바다에 내려 놓았다.
타피는 '바닌'호와 해저 주거 시 러브Ⅱ사이를 20번 왕복했다. 수심 62.5미터에 있는  시러브
Ⅱ까지를 불과 45초만에 도착했다. 그리고 배에서 보낸 편지,  소포, 신문을 해저 주거에 배
달했다. 아쿠아노트가 작업이나 실험을 할  경우에는 타피가 그에 필요한  장비나 계기류를
가져다주었다. 또 아쿠아노트가 바닷속에서 산책을 할 때는 항상 그와 동했다. 그리고 그 뛰
어난 활약에 대한 공로로 타피는 아쿠아노트의 명예일원으로 뽑혔다.
  돌고래는 비행기 사고나 선박이 침몰했을 때 조난자의 발견이나 구조에도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다. 돌고래의 언어 중에는  자기 신변의 위험을 가리지 않고  최고 속도로 발신지를
향해서 헤엄쳐 가게 만드는 조난 신호가 있다. 이 소리는 호각 소리의 음이 나는데 두 개의
부분으로 되어 있는 것 같다. 즉 처음에는 음색이  높아졌다가 이어서 낮아지는 호각소리이
다. 돌고래는 호흡하기 위해서는 수면으로 떠올라야 하는데 부상을  입어서 떠오를 수가 없
을 때 이런 호각소리를 낸다. 이 소리를 우연히 듣게 도니 근처에 있는 돌고래는 즉시 구원
하러 그 현장으로 향한다. 맨 처음 도착한 돌고래는 부상당한 돌고래를 수면으로 밀어 올리
기 시작한다. 그리고 수면에서 한숨 돌린  부상당한 돌고래는 다시 물 속으로 잠수한다.  이
때에는 서로 같은 종류의 보통의 호각 소리로 이야기한다.
  마린랜드에서 조난 신호에 대한 돌고래의 반응을 연구한 미국의 과학자 브라운은  해상에
불시착한 조종사를 구조하는데 돌고래를 사용하려는 기발한  제안을 했다. 조종사의 비행복
에 소형 송신기를 항상 넣어 두어 불시착하면 미리 녹음 시켜둔 돌고래의 조난신호를 이 송
신기로 발신한다. 그 신호를 우연히 들은 근처에 잇는  돌고래는 조종사를 구조선이 도착할
때까지 수면으로 올려 놓든가 근처에 있는 해안까지 옮겨 놓는 다는 것이다.
  장래에 특별히 훈련된 돌고래는 우리가 해양조사를 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돌고
래를 훈련시키면 지금까지 인간이 발을 들여놓지 못한 심해부에 탐사장치를 내린다든지, 또
는 돌고래를 이용해서 표층해류, 수온, 염분 등을 측정하는  일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과학
자들은 큰 기대를 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