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king the English Working Class)
저자: 톰슨(Edward P. Thompson, 1924~)
노동계급의 개념과 그 형성과정에 대한 대답으로 씌어진 저서. 톰슨은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의 산업혁명 시기에 영국 노동계급의
형성과정을 노동자들의 전체적 경험을 추적하여 규명한 결과, 노동계급을 자본주의 생산관계의 자동적인 산물로 보는 천박한 마르크스주의
나, 자본주의 체제의 한 구성요소로 보는 기능주의적 접근 을 비판하고, 계급의 형성을 구조와 주체간의 상호작용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았다. 민중의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삶을 드러낸 대표적인 아래로부터의 역사 이다.
생애와 작품활동
톰슨은 영국 태생으로 아프리카와 이탈리아에서 종군생활을 하였으며,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수학하였다.
톰슨은 일찍부터 영국의 노동빈민에 관심이 많아, 그 방면의 전문서적을 탐독하였다. 그는 영국노동자들에 대한 방대한 자료들을 각
지역으로부터 수집해가면서 본서를 집필하기로 결심하였으며, 이제까지 영국노동자들에 대해 정설로 되어오던 인습적인 사회사에 반기를
들고나섰다.
다시 말하면 노동자들의 다수집단을 자유방임주의의 희생물로 간주하는 페이비언 학설이나, 그들을 노동력의 원천이나 떠돌아다니는
이주자들로 보려는 경험론적 경제사 이론, 그리고 그들의 시대를 복지국가나 사회주의 공화국의 선구시대로 관망하려는 천로역정 의
주장들을 모두 배격하고, 가난한 양말직공이나 농민. 직조공. 기술공 등 기계기술과 사회구조의 변화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을 위하여 붓을
들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단지 떠돌아다니다가 사라지는 부랑민이 아니라, 바로 그들이 영국노동계급을 형성하여 선량한 계급의식을 수립한 시대적
선봉 자들임을 입증하고자 했다. 그는 1962년 레비흄재단으로부터 연구기금을 받아 여기에 소개하고자 하는 영국노동계급의 형성 이라는
책을 완성하게 되었다.
영국노동계급의 형성 의 내용
영국노동운동사를 조금이라도 접해본 사람은 영국노동계급의 형성하면, 이제는 고전이 되어버린 이 책을 연상하게 된다.
이 책은 1780~1832년의 기간에 영국의 노동계급이 형성되었다는 가설 아래, 그들의 성립배경과 발달과정을 구명한 일종의 사회경제사의
전문서이다. 이제까지 영국사에 있어서 가장 격렬한 논쟁과 크나큰 관심을 불러일으킨 문제는 16~7세기의 소위 젠트리에 관한 논쟁이며,
다른 한가지는 산업혁명기의 노동빈민에 관한 논쟁이다. 전자에 대해서는 우리에게 이미 충분히 소개되었으나, 후자에 관해서는 아직 이렇다
할 만한 논문이나 저술이 나오고 있지 않는 실정이다. 본서가 세계학자들의 비상한 관심을 집중시키는 데에는 몇 가지의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술한 바와 같이 본서의 주제는 영국노동계급이 1780~1832년의 기간에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1790년 이전의 노동자들은 토지귀족에게
예속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본서를 전 3편으로 나누어 영국노동자들의 발달과정을 논술하고 있다.
제1편 자유의 나무
1편에서는 산업혁명 이전에 있어서의 노동자들의 상황과 노동계급형서의 배경들이 서술되고 있다. 그는 노동계급 형성의 배경으로 가난한
자의 종교였던 감리교 부홍운동, 인민대중운동, 양심과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는 영국인의 생득권사상 등 세 가지를 들고 있다. 이 세 가지
전통들은 경제적 변화와 더불어 일반 영국인들에게 전파되었으며, 특히 산업혁명과 프랑스 혁명의 영향으로 새로운 사회를 지향하는
운동으로 전개되었다는 것이다.
제2편 아담의 저주
2편에서는 산업혁명으로 야기된 각종 파괴적 영향들과 이에 따른 정치적. 사회적. 종교적 탄압정책들이 논술되고 있다. 그는 특히
현장노동자들과 기술공. 직조공 등 그 중에서도 기계기술과 사회변화에 의해 실직된 노동자들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그는 다시 장을
따로 만들어 노동자들의 생활용품과 주택, 그들의 자녀문제. 종교 기타 생활들에 대해 상술하고 있다.
제3편 노동계급의 출현
3편에서는 노동계급으로 변신하는 노동자들이 그들을 둘러싼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나갔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주로 19세기
초기에 있었던 그들의 급진사상과 러다이트(기계파괴)운동, 결사금지법 반대운동 및 의회개혁운동 등을 예로 들어 노동계급의 움직임을
추적하고 있다. 그리고 편에서 저자는 계급의식 을 인용하여 노동계급의 문화를 다시 한번 주지시키고 있다.
톰슨의 주장을 다시 한번 요약하면 영국의 노동계급은 산업혁명 이전시대(18세기 후엽)로부터 그 전조가 배태되어, 19세기 초엽에
이르러서는 노동계급으로 성장하게 되었으며, 차티스트 운동(19세기 중엽)을 전후하여 절정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본서에 대한 논란
톰슨의 이론에 대해 우선 제기되는 문제는 과연 영국의 노동계급이 1780~1832년 사이에 형성되었는가 하는 것이다. 그런데 영국노동계급의
형성의 시기를 논의하는 가운데 자연히 계급 에 관한 개념문제가 등장하게 되었다. 즉, 톰슨이 계급 을 어떤 의미로 사용하였으며,
노동계급의 형성을 주장하게 되었는가 하는 것이다. 그의 계급 의 개념은 구조나 카테고리로서가 아니라, 인간관계에서 일어나는
역사현상으로 파악되고 있다는 점에서 학자들의 논의를 불러일으켰다.
그중 한가지는 톰슨의 계급 을 상대론적 개념으로 보려는 학자들(밀스)이 등장하였다. 이것은 톰슨의 계급 개념이 어느 특정시대의
직업집단이나 노동임금 및 공장제도와 관련된 것이 아니라, 생산관계에 따라 언제나 다른 계급경험을 야기시키는 성격의 개념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주장은 그를 청년 마르크스주의 노선에 서 있게 하여, 인간의 의지, 다시 말해서 노동자들의 자유의지를 중시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른 한가지는 그의 계급 을 절대론적 개념으로 해석하려는 학자들(쿠리에, 하트웰)로서, 그들에 의하면 톰슨은 공장노동자들을 제외한
직조공. 기술공. 양말직공 들과 같은 기계기술과 사회변화에 의해 실직된 노동자들 만을 취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장노동자들이
기초되지 않은 곳에 노동계급이란 존재할 수 없으며, 계급의식 또한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반박은 상술한 시기에 노동계급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결론에 이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전체론적 입장에서 영국노동계급의
형성을 주장하는 그를 논박하는 사람들은 소위 분리주의 학자들이었다(말콤, 토머스). 그들은 러다이트 운동을 각 지역별로 심층연구한
결과에 의해 러다이트 운동과 개혁운동 사이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러나 그들의 주장에도 석연치 않는 점들이 있는
실정이다.
최근에 톰슨의 연구에 대한 종합적 탐색이 시도된 것은 구조 기능주의 학파에 의해서다. 그들은 사회적 갈등을 일종의 사회제도의 병폐로
간파하고, 사회구조와의 균형을 중시하였다. 그러므로 그들에게 톰슨의 계급개념이 중요하게 반영될 리가 없었다. 이 학파 역시 자본주의의
변호자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학자들의 논의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본서에 대한 평가
이 책은 노동사 연구에 획기적인 지표가 되었고, 그가 내린 계급의 정의는 계급연구에 있어서 새로운 기운을 불러일으켰다. 이 책에서
톰슨은 노동계급을 단순히 산업자본주의의 산물 내지는 희생물로서만 보아온 기존의 역사가들의 관점에 도전하고, 노동계급은 사회. 경제적
조건에 의해 만들어진 것만이 아니라, 스스로를 만든 역사의 주체 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그때까지의 계급개념에 반대하여 계급을 그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하는 것이라고 규정함으로써, 동적이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관계 속에서 계급을 이해하려고 시도했다. 이런 톰슨의 접근방법은 즉각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켜, 많은 역사. 사회학자들이 이에
대해 긍정적 혹은 부정적 견해를 표명했다. 첫째, 본서는 마르크스주의적 노선에 기초하여 구성되었다는 점이다. 톰슨은 역사의
발전과정을 하나의 필연적 진보의 과정으로 낙관하고, 산업혁명기간의 노동자들의 집단을 하나의 사회구조나 카테고리로 보기보다는
역사현상의 하나로 간파함으로써, 노동자들의 계급의식을 선명하게 부각시키고 있다. 그러나 노동계급의 지위를 확고하게 심화시켜주는
반면, 과도한 신념과 감정, 과소한 분석과 객관으로 지나간 사실들을 도식화하였다는 학자들의 비난 또한 적지 않은 실정이다. 이것은
바꾸어 말하면 그가 모든 사회현상을 전체론적(holistic)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저자는 산업혁명 이전의 사건들은
모두 노동계급의 형성을 위해 수렴되고 있는 듯한 신념 아래 해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 본서는 사회적 갈등(Social Conflict)의 기능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는 점이다. 저자는 사회변동이 마치 사회계급의 갈등으로부터
일어난 것으로 해석함으로써, 산업혁명 기간에 있어서 노동자들이 하나의 노동계급으로 발돋움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관망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계급의 갈등이론은 구조기능주의 학파에 의해 비판을 받게 되었다.
셋째, 본서는 휘그주의적(Whiggist)전통에 반기를 든, 그리하여 노동빈민과 가진 것이 없는 인민운동을 대변한 신사회사 의 선봉이라는
점이다. 그는 대체로 하몬드나 루드 및 홉스봄의 접근방법을 따르고 있다고 하겠으나, 루드 등이 대중의 행동을 하나의 일탈형태로,
홉스봄이 집단현상으로 바라본 데 비해, 그는 사회기능의 한 현상으로 고양시킨 점에서 높이 평가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나아가서 그가
아직까지 역사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일반 대중의 사건들을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관념사나 지성사의 일익을 감당해낸 역저임에는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