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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법학

(순수 법학)
    저자: 켈젠(Hans Kelsen, 1881 - 1973)
  철저한 실증주의자이자 민주주의 이론가인 켈젠이 칸트의  존재  와  당위  이원론과 법의  강제성  이론을 바탕으로, 실정법 그 자체의
구조를 냉정하게 이론 과학적으로 인식하려는 실정법의 이론을 수립하려 한책. 그 결과 그는 법규의 단계구조상 종국적 가설로서의
근본규범 을 설정했다. 이 책은 민주주의와 직결된 가치상대주의 및 법의 기술성을 전제한  가치판단 의 배제라는 점에서, 나치스의
배경하에서 실천적 의의를 지녔을 뿐만 아니라. 법의 본질에 대한 영원한 문제제기이기도 하다.
    생애와 작품활동
  히틀러가 미국에 선사한 최대의 선물로 알려진 망명학자 한스 켈젠은 오스트리아의 법학자로, 프라하에서 출생하여 빈 대학을 졸업한 후
빈 대학과 쾰른 대학의 교수를 역임했다. 그러나 유대인이라는 신분 때문에 히틀러에 의해 추방되어 스위스로 망명하였다. 그후 오스트리아
신공화국의 정치적인 중심세력이었던 사회민주당의 일원으로서, 신헌법의 기초를 맡았고 또 몇가지 헌법해설서를 썼다. 1940년에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에서 2년간 법대강사를 지내고, 교수가 될 수 없게 되자 1942년 이후에는 버클리 대로 옮겨 국제정치학 교수로
활동했다. 그후 그는 1967년 대학에서 은퇴하고 1947년 작고 했다.  천국 속의 망명 이란 말이 있지만 켈젠은 학문적으로 자신의  순수법학
이 인정받지 못하는 미국학계에서 외로운 한평생을 보냈다. 그는 한평생 유태인 학자고, 스스로  내면적인 만족 에만 산다고 고백하면서,
법철학과 국제법 연구에 일생을 받쳤다. 그는 신 칸트 학파의 방법에서 출발하여  순수법학 이라는 독자적 방법을 제창, 빈 학파를
창시하였으며, 자유주의 입장에서 민주주의의 본질과 가치를 구명하였다. 또한, 다수결, 의회주의의 원리를 해명하여 파시즘과
마르크스주의를 비판하였으며, 제2차세계대전 후에는 평화주의, 국제주의, 국제법 우위설의 입장에서 국제법을 강의하였다. 그의 학설은
(국법학의 주요문제) (일반국가학) (순수법학) 등의 저서와 수많은 논문 등을 통해 유럽 대륙법학계에 커다란 파문을 던졌다. 이중
(순수법학)은 제2차대전 전의 그의 학설을 총 결산한 것인데, 그의 견해가 명쾌하게 요약되어 있다. 이책이 출판된 1934년에 유태인이자
자유주의자인 그는 나치의 화를 피해 제네바에 있었다.
    켈젠의 헌법관
  헌법에 대한 정의는 헌법을 어떻게 볼 것이냐 하는 헌법관에 따라 달라지는데, 흔히 다음과 같은 3가지의 헌법관이 존재한다.
    규범주의 헌법관  19세기 이후의 국가 철학은 국가를 일정한 가치와 연결시키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현상학적 국가관이 주류를
이루어왔다. 그런데 여기서는 헌법을  국가의 조직과 작용에 관한 근본규범 으로 정의한다. 이러한 국가관에 의하면  존재  와  당위 를
엄격히 분리하여 윤리적 문제를 법적 관찰대상에서 제외시킨다. 이 규범주의적 헌법관에 의하면 국가의 존립목적이나 정당성은 헌법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정치 의 영역에 속하게 된다. 그리고 국가가 성립하면 그 자체의 정당성을 획득하게 되며, 국가는 스스로의 자기 목적을
갖게 된다. 따라서 국가의 권력과 조직은 기본권과 유리된 통치구조가 되며, 대표적인 학자로는 예리네크, 켈젠 등이다.
    결단주의 헌법관 칼 슈미트는 헌법을 헌법제정 권력의 주체가 사회공동체의 종류나 형태에 대하여 내린  근본 결단 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헌법관도 규범주의와 마찬가지로 객관적 가치세계와 단절된 채 이해하고 있으며, 다만 통치구조의 성립에 있어 민주적 정당성이
확보되어야 하며, 통치구조는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그 목적이 있다고 하였다. 또한 근본결단은 혁명이나 다른 결단에 의하여만 변경이
가능하고 헌법 개정에 의해서는 바꿀 수 없다고 본다. 이는 헌법의 생성적 측면을 강조하고, 동시에 민주적 정당성을 강조한 점에서, 그리고
위기시의 이론으로서는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규범성을 경시하고, 헌법을 너무 순간적으로 이해한 점, 그리고 결단의 과정이
도외시되었다는 점 등의 비판을 받고 있다.
    종합주의 헌법관  스멘드는 국가의 본질을  다양한 이해관계를 지닌 사회공동체가 일정한 가치를 향하여 통합되는 과정 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는 국가의 존재근거를 객관적 가치질서에 의해 설명을 시도하며, 동시에 헌법을 통합과정에서의  일체감 의 가치적 공통분모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함으로써, 헌법은 당연히 가치적 성격을 지니게 된다. 이 헌법관에 의하면 국민의  기본권 보장  이야말로 통합의
원동력 내지 가치지표가 된다. 국가의 통치구조도 기본권 보장과 실현을 위한 것이고, 국가존립의 정당성 및 국가창설의 원동력도 곧 기본권
보장이다. 그러나 규범적 측면을 경시하고 규범을 가치체계에 연결시킴으로써 유동성을 강조한 점, 또 통합이란 국가에만 유일하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순수 법학)의 내용
  켈젠은 순수법학의 창시자로 유명한데, 여기서 말하는  순수 란 법이론이 논리적으로 자체에 근거하는 것이지. 법 이외의 정치적인 가치에
의존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제1장 (법과 자연) : 법이 사회현상이기는 하지만 사회와 자연과는 전혀 다르다. 따라서 법학이 자연과학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법이
자연에서 명확히 구별되어야 한다. 법은 규범이며 규범과학으로서의 법학은 자연의 인과적 설명을 목표로 하는 과학과는 확실히 구별된다.
순수법학의 견지에서 파악된 법학은 자연의 영역과 명확히 구별된다. 순수법학의 견지에서 파악된 법학은 자연의 영역과 명확히 구별된
의미의 영역에서 특수한 법칙성을 문제삼는다.
  제2장 (법과 도덕): 법과 도덕을 소박하게 관계짓는 자연법론과는 달리, 순수법학은 양자를 확실히 구별하고 실정법의 평가를 의식적으로
배척한다. 과학으로서의 법학은 법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는 것을 유일한 임무로 하며 순수법학은 반이데올로기적이어야 한다. 
  제3장 (법의 개념과 법규의 이론): 실증주의 견해로 볼 때 법은 외적 강제질서로 파악된다. 이같이 파악되는 것은 일종의 특수한 사회적
기술이며 그 자체는 정치적, 윤리적으로 색채가 없다. 
  제4장 (법학의 2원론과 그 극복): 전통적인 법학에서는  객관적인법 , 즉 보통 의미의 법과  주관적인 법 , 즉 권리로 구별되어왔다.
후자는 분석에 의해  법 창설에의 참가 로써 전자에 환원될 수 있다. 법학에 있어서 제1차적으로 중요한 개념은  권리 가 아니라  의무 다.
권리주체로서의  인격 이라는 개념도 똑같이 해소 된다.
  제5장 (법질서와 단계구조): 하나의 법질서는  근본규범 을 정점으로 한 통일적인 단계구조를 이룬다. 여러가지 국내법 질서는 이같은
통일성을 지니며 병존하고, 점점 고차적인 법질서로서의 국제법에 의해 통일된다. 법질서의 단계구조를 분석함으로써, 입법, 사법, 행정의
관계, 재판의 기능법 해석의 작용 등 주요문제가 새로운 각광을 받으며 고찰된다. 
  제6장: 해석은 법을 단계적으로 창설하는 과정에서 상위 단계에서 하위단계로 이행할 때 수반되는 정신적 활동이다. 상위 규범의 내용은
하위규범 정립작용을 실체적으로나 수속적으로도 구속한다. 그러나 이 구속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위규범. 말하자면 테두리로서의
의의를 갖는 데 불과하다. 이 테두리 가운데는 통상 복수의 선택 가능성이 있으며, 그중 어느 것을 택하는가는 이론적 인식의 문제가
아니라, 실천적 정책의 문제다.
  제7장 (법 창설의 방법)  : 순수법학은 법질서의 단계구조를 동적으로 고찰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이 견지에서 보면  공법과 사법 이라는
전통적 구별이 상대화된다.
  제8장 (법과 국가): 순수법학의 입장에서는 법과 국가의 2원적 대립이 부정되고, 양자의 동일성이 주장된다(법질서로서의 국가의 개념).
제9장 (국가와 국제법): 전통적인 국가주권의 도그마는 국제법과 국내법 관계라는 문제에 대해 국내법 우위를 구성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런
사고방식은 국제법을 부정하는 데 지나지 않는다. 이에 대해 국제법 우위의 구성은 단순히 소극적으로 모순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근거를 지니고 있다. 순수법학은 국가개념을 상대화하여, 모든 법의 인식적 통일을 확립함으로써 중앙집권적
세계질서를 위한 길을 연다.
      영향 및 평가
  가치배제 켈젠은 한마디로 법의  당위적  측면보다 법의  존재적  측면에 관심을 기울였다. 그는 실정법의 구조적 분석에 주안점을
두었는데, 그 분석은 가치에 관한 모든 윤리적, 정치적 평가로부터 독립되어야 한다. 또 그 분석은 있는 그대로의 법만을 관심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실증적 이라 할 수 있고, 법학을 불순하게 만든  가치 와 같은 요소들을 제거한다는 점에서  순수법학 이라 한다.
  법단계설 순수한 법이론을 연구한 켈젠의 논지에서는 이성과 자연에 기초를 두는 절대적이고 불변적인 자연법을 배제하고,  실정법 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는 법을 통일체로서 파악해야 한다며,  법단계설 을 제시하고 있다. 즉, 그는 법질서의 내부구조로 상위.
하위의 개념을 인정하고, 하위의 법규는 상위의 법규에 기초하여 창설되고, 따라서 상위의 법은 하위법규의 효력근거라 보았다. 이렇게
단계적 구조의 국내법 질서체계가 곧 국가라고 봄으로써  법 과  국가 를 동일시하고 있다.
  오류 그러나 그의 순수법이론은 몇몇 중요한 점에서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것이 학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즉, 당위와 존재를 전혀 별개의
두 영역으로 구별하는 것, 법가치에 대한 합의적 논의의 포기, 국가와 법을 동일시하는 견해 등은 오늘날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것
말고도 법의 실체적 내용을 외면했다는 점, 법단계설에서의 근본규범에 대한 설명이 어려운 점 등이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데올로기로부터의 독립이라는 그 방법론의 강조는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구조를 가진 법질서를 고찰하는 학자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또한 근본규범과 그에 부수되는 규범체계의 추구는 법적 실재의 본질에 관심을 가지고, 법학 영역의 명확한 한계를 추구하는
법학자들에게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또한 그의 학설에는 대단히 독창적이면서도 시사로 가득 찬 견해도 적지 않다. 특히 법질서의
단계구조를 동적으로 분석한 것이라든가, 이것을 바탕으로 한 그의 법해석이론 같은 것은 아직까지도 많은 의의를 지니고 있다. 또 1934년
제네바에서 서술된 본서가 나치스의 폭정과 자유로운 학문은 압박하는 데 대한 과감한 반론이라는 점을 상기할 때, 본서의 역사적 의의는
크다 하겠다.
  정의란 무엇인가 켈젠의 또 다른 저서인 (정의란 무엇인가) (1967)는 그가 버클리 대학에서 정년퇴임시 강의한 것으로, 강연내용 외에도
정의에 관한 논문, 성서의 정의관, 플라톤의 정의관, 철학과 정치의 상대주의 인과율과 응보율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영원한 물음인  정의
에 관해 이만큼 논리적이고 과학적으로 구명한 책이 없어, 법학도들에게는 필독서로 권하고 싶은 책이다. 고별강연에서 그는 인류사상 많은
학자들이 정의를 구명하려고 노력하였지만 모두 실패했다고 지적하고, 그 스스로도 한마디로 정의를 무엇이라 표현할 수 없지만,  나에게
있어서의 정의는 민주주의의 정의, 관용의 정의를 말할 수 있을 뿐 이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