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llow my blog with Bloglovin FraisGout: 제2장 생물계의 전문기술자
Showing posts with label 제2장 생물계의 전문기술자. Show all posts
Showing posts with label 제2장 생물계의 전문기술자. Show all posts

제2장 생물계의 전문기술자

    별을 관측하는 개미
  19세기 프랑스의 천문학자인 앙리 형제는 어떤  종류의 개미가 눈에 보이지 않는  별이나
성운에 방사되는 자외선을 감지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음을 알아차리고 이 개미에게 별의 관
측을 '위탁'했다. 즉 육안으로 볼수 없고 사진의 건판에도  감광되지 않는 별이 있다고 예상
되는 방향에 미리 맞춰놓은 천체 망원경의 접안  렌즈에 이 개미를 집어 넣은 작은 상자를
달았다. 곧 개미는 허둥대기 시작했다. - 개미는 그 별을 '발견했던' 것이다. 즉 개미가 허둥
대기 시작한 시간은 천문학자도 알지 못하는  미지의 새로운 별을 개미가 발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앙리 형제가 새로운 별을 발견했다는 보고는 후세의  연구자에 의해 모두 확인되
었다.
  인간은 동물에게 여러 가지 다양한 일을 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관개용 수로의 최적 노
선을 결정하는 데에 일반적으로 토목기술자의 계산에  따르거나 컴퓨터를 사용한다. 그러나
당나귀를 이용하면 좀 더 일이 빠르고 효과적이다. 이 당나귀라는 짐승은 도로가 아닌 경우
두 지점간의 최단거리를 정확히 뽑아낸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당나귀가 선택한 코스는 높낮
이, 즉 기복이 가장 적다. 이 최단거리와 구배(비탈)가  가장 적다는 점이야말로 최적노선을
결정하는 최대의 요소가 아닐까?
  최근 아프리카의 보츠와나에 기묘한 우편배달부가 출현했다.  차치와오 쿠치와의 두 개의
촌사이에는 전화도 없고 버스도 다니지 않는다. 20킬로미터라면 걸어가기에는 조금 먼 거리
다. 그 곳에 사는 주민들은 특산품인 타조를 훈련시켜 타조의 목에 편지를 넣은 우편가방을
걸었다. 이 특이한 우편배달부는 20분 후에는 모래먼지를 뒤집어 쓰고 목적지에 도착했다.
  주민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그들은 이 타조를 완전히 신용하여 현금서류마저 타조에게  맡
긴다고 한다. 인간보다도 새가 더 정직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전화가 없다고 해서 어느 곳에서나 타조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이
유는 타조가 살지 않는 곳이 더 많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가축을 길들이는 편이 훨씬 간
단해 보인다. 그래서 90년 전에  벨기에의 어떤 사람은 고양이를  우편배달부로 이용하려는
실험을 했다. 즉 37마리의 고양이에게 공용편지를 묶어서 리에지 시로부터 반경 30킬로미터
가 되는 여러 지점에서 출발시켰다. 도중에  골짜기, 냇가, 삼림, 호수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고양이들은 모두 목적지에 도착했다. 가장 빠른 고양이는 4시간 18분에 주파했다. 평균 시속
7킬로미터이다. 가장 늦게 도착한 고양이는 24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대부분의 고양이는  공
용편지를 잘 묶었는데도 불구하고 도중에  그것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이러한  이유로 결국
고양이는 우편배달부가 되지 못했다.
 
    전쟁과 평화의 비둘기
  비둘기라고 하면 전연 이야기가 달라진다. 비둘기는 방향감각이 분명하고 최고 시속 70킬
로미터로 500-600킬로미터를 난다. 방향 감각이 좋다는  것, 자기 집을 기억하여 그 곳으로
되돌아온다는 비둘기의 독특한 성질을 인간이  처음으로 이용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2000년
전이라는 역사적 기록이 남아있다. 이런 이유로 전령 비둘기는 확실하면서도 발빠른 파발꾼
이 되었다. 로마 시대의 장군 브루터스가 이용한 이래 전령 비둘기는 많이 보급되었다. 1891
년 비둘기에 의한 우편이 뉴질랜드에서 정식으로 채용되었다. 특수한 종이에 쓰여진 통신문
을 비둘기 발에 묶고 그 끈에다 우표를 붙였다.
  보불전쟁(1870-1871년)이 일어났을 때 프로이센군에 포위된 파리에서 전령 비둘기가 마이
크로 필름에 촬영한 편지를 배달했다. 이 마이크로 필름에는  3평방센티미터에 2만 자나 되
는 글자가 들어 있었다고 한다. 프로이센군은  이 전령 비둘기를 잡기 위해 매를  동원했다.
그러나 프랑스 측도 당하고만 있을 수 없어서 비둘기 꼬리에 특수하게 제작된 작은 피리를
달았다. 그 피리소리에 놀란 매는 한 마리의 전령 비둘기도 죽이지 못하고 기지로 돌아왔다.
  이어서 제 2차 세계대전에는 양쪽 모두 합해서 약 백만 마리의 전령 비둘기가 이용되었는
데 상당한 역할을 수행하였다. 영국 해군 역사에는 다음과 같은 사실이 기록되어 있다.
  1942년 봄 독일 공군기는 한 척의 영국 잠수함을  발견하고 폭탄공격을 퍼부었다. 폭격이
끝났을 때 잠수함의 키와 부상 장치가 망가져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위급한 상황을 알려야
되는데 물 속에서는 무선통신이 작동하지 않았다. 승무원들은 앉은  채로 죽음을 기다릴 수
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성공할 확률이 매우 적긴  하지만 단 한가지 방법이 남아
있었다. 잠수함에는 두 마리의 전령 비둘기가 있었던 것이다. 그 비둘기가 기지와 연락을 해
줄지도 모른다. 전령 비둘기를 탈출용 캡슐에 집어넣고 어뢰발사관에서 물속으로  발사했다.
그 다음은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일각이 여삼추였다. 그리고 만 하루가 지나고 이틀째가 되
자 구조대가 극적으로 도착했다. 그들을 죽음에서 구해준 것은 바로 전령 비둘기였다.  폭풍
이 치는 바다를 수백킬로미터나 날아가서  잠수함의 위치를 알리는 통신을  배달한 것이다.
이 공적에 의해서 비둘기는 최고의  특별훈장을 받았고 기념비가 건립되었다.  또 잠수함의
정식 승무원이 되었다. 이외에도 파리에서는 전쟁 중에 세운 공적을 기리기 위해 전령 비둘
기 기념탑이 건립되었다.
  그러나 무선통신뿐만 아니라 위성통신 시대가 된 오늘날에도 전령 비둘기가 존재할 수 있
을까? 그렇다. 멋지게 존재하고 있다. 예를  들어 로이터 통신의 기자는 오늘날에도  기사를
편집국에 넘기는데 전령비둘기를 이용하는  경우가 있다. 교통체증으로  복잡한 간선도로를
자동차로 달려가서 기사를 넘기는 것보다는 전령 비둘기에게 맡기는 편이 빠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비둘기는 현재도 군사적인 목적에 이용되고 있다.  영국 신문 '선데이 텔라그라프'
의 1970년 말의 보도에 의하면 미국의 군사전문가는 지뢰가 매설된 지대나 군사목표물을 발
견하는 데에 비둘기를 이용하기로 하고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미국 국방성은 미시시피
대학의 동물심리학과 계약을 체결했다.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를 군사적인 목적에 이용하려는 기도가 미국에서 최근 30년 동안 여
러번 실시되어 왔다. 예를 들면 제 2차 세계대전 중에  스키너 교수가 추진했던 '비전' 계획
의 줄거리를 미국 정부가 발표했다는 뉴스가 1960년에 미국  신문에 보도되었다. 이것은 미
둘기를 이용하여 로켓을 유도한다는 것이었다. 몇 년간에 걸쳐서  다수의 실험을 반복한 결
과 이 특이한 유도장치는 최종적으로 다음과 같은 작동을 하게 되었다.
  로켓 탄두에 목표(비행기 혹은 함선)를 추적하는 장치를 싣는다. 그 영상이 특수한 스크린
에 투영된다. 스크린 앞에 있는 횃대에 비둘기가 서있다. 비둘기는 자기 시야에 영상이 나타
나면 훈련받은 대로 그 영상을 부리고 콕콕 찍는다. 로켓이 목표물을 향해서 정확하게 날고
있으면 목표물의 영상 스크린 중앙의 어둡게 된 부분에 나타나는데 보이지 않는다. 단지 로
켓이 조금이라도 코스에서 벗어나면 목표물의 영상은 스크린의 밝은 부분으로 이동하기  때
문에 비둘기는 곧 그것을 찍는다. 그리고 영상이 사라질 때까지 그 행동을 계속한다.
  스크린의 표면은 전류가 통하고 있고, 비둘기의 부리에는 금속으로  만든 뾰족한 것이 씌
워있다. 때문에 목표물의 위치에 따라서 스크린에서는 일정한 크기의 전류가 흐른다. 이  전
류는 변압정류기를 통해서 제어용 키로 보내지는데 그에 따를 가도만으로 방향이  수정되어
로켓은 정확한 코스로 되돌아간다. 이 장치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스키너 교수는 로켓에
다가 다섯 마리에서 일곱 마리의 비둘기를 싣자고 제안했다. 한 마리나 두 마리의 비둘기가
틀리더라도 대다수의 비둘기의 결정에 따라 로켓을 정확한 코스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당연히 떠오르는 의문은 동물 심리학자인 스키너  교수가 왜 기계적, 전기
적, 기타 자동제어적인 장치가 아닌 비둘기를 이용했을까 하는 의문이다. 비둘기의 눈은  매
우 정교하게 만들어진 기관으로 영상의 극히 세세한 부분까지  식별이 가능하다. 스키너 교
수가 비둘기를 로켓 제어에 사용하려는 기발한 생각을 하게 된 것도 이것 때문이다. 박사가
실제로 증명한 것처럼 이 아이디어는 완전히 실현 가능한  것이었다. 스키너 박사는 이외에
비둘기의 뛰어난 비행능력을 이용한 또 하나의 계획을 제안했다. 이 목적을 위해 로켓이 일
정한 목표를 향하게 할뿐만 아니라 급격하게  위치를 바꾸는 목표를 향해서 복잡한  코스를
취해서 날도록 로켓을 유도하는 훈련을 실시하였다.
  제 2차 세계대전의 초창기에는 스키너 박사의 계획을 실시하는 것이 미군에게 도움이 됐
지만 '비전' 계획이 완료된 1944년에는  이미 그 필요성이 사라졌고,  모든 자금이 원자폭탄
개발에 쓰여졌다.
 
    품질을 관리하는 비둘기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를 군사적인 목적으로 이용하려는 데 대해서는 이 정도로 끝맺고 평
화적인 이용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자. 최근 비둘기의 '직업'에 새롭고도 중요한 것이 추가되
었다. 제품의 품질을 관리하는 것이다. 그것은 다음과 같은 계기에서 비롯되었다. 미국의 어
느 전자기기 제조업체가 만든 고가의 전자장치가 어떻게 된 일인지 곧 고장이 나버렸다. 그
러나 주문한 상대방은 화를 내며 보상을 요구했다. 원인을 따져 보았더니 어느 부품의 피복
에 육안으로는 전혀 식별이 불가능한 배우 작은 균열이 생겨서 고장난 것으로 판명됐다. 그
결과 회사의 간부진은 동물심리학자에게 상담을 의뢰했다.
  이윽고 문제의 부품을 나르는 콘베이어 곁에 훈련받은 비둘기를 집어넣은 바구니가  놓여
졌다. 그 바구니 속에는 신호장치와 연결된 두장의 유리판이 있다. 비둘기는 눈앞에 있는 콘
베이어 위를 흘러가는 부품을 보고서 품질이 좋으면 '합격'이라는 신호를 나타내는 유리판을
부리로 쪼고, 기준에 조금이라도 틀리면 '불량품'이라는 신호를 나타내는 유리판을  쫀다. 이
실험을 수백 번이나 반복해서 했다. 물론 불량품을 찾아낸  경우에는 포상으로 옥수수 알맹
이를 주었다. 처음에 비둘기는 눈에 띄는 불량품만을 선별했다. 그러나 실험이 끝나갈  무렵
에는 인간의 눈으로는 식별이 불가능한 불량품을 가려내게  되었다. 훈련시간은 '학생'의 능
력에 따라 다르지만 50-60시간이 보통인데 못보고 빠뜨리는 불량품은 전체 불량품의  1%정
도라는 성적을 올렸다.
  비둘기를 제품의 품질관리에 이용하려는 시도가 소련에서도 모스크바의 기계제작  공장에
서 있었다. 그것은 볼 베어링의 볼을 검사하는 일이다. 이러한 책임 있는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비둘기를 교육한 기술자는 미국과  똑같은 장치를 만들었다. 그렇지만  전혀 경험이
없는 일인데다가 민감한 비둘기라는 살아 있는  생물을 상대로 하는 이 품질관리  시스템을
잘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상당한 고생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예를 들어 비둘기는 빛을 싫
어하기도 하고 포상으로 준 먹이를 먹이통에서 꺼내 먹는 것을 싫어하기도 앴다. 또 비둘기
가 쪼는 힘에 강약이 있었으므로 점점 스프링을 적당히  조정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런데
도 가까스로 목적한 대로 잘 되어서 비둘기는 볼 베어링의 볼의 좋고 나쁨을 식별할 수  있
데 되었다.
  그런데 2일째에는 모든 볼을 불량품으로 가려내는 뜻밖의  사태가 일어났다. 포상으로 먹
이를 준다거나 조명을 개량해 보아도 효과가 없었다. 원인은 전혀 다른 곳에 있었다. 비둘기
는 번쩍번쩍하게 연마된 볼 표면에 묻어 있는 인간의 지문 흔적을 식별하여 그 볼을 불량품
으로 가려냈던 것이다. 그래서 볼에 묻은 지문 흔적을 닦았더니 비둘기는 다시 정상적인 검
사를 하게 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비둘기는 불량품을 골라내야만 먹이를 받게 되는데 더 많
이 먹이를 받으려고 '속임수'를 쓰기도 한다는 것이다.
  비둘기를 제품의 품질관리에 이용한 소련의 기술자의  경험에 의하면 처음의 훈련은 3-5
일을 필요로 하는데, 2-3주간 뒤에는 이미 비둘기는 숙련된 검사원이  되어 제품의 흠이 적
으면 적을수록 더욱 주의를 기울인다.
  육안으로 하는 면밀한 품질검사가 필요한 경우에는 비둘기를 이용한 품질관리가 모든  점
에서 인간이나 자동장치를 사용한 검사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것은  발할 필요도 없다. 현재
공업의 각 분야에는 몇만, 혹은 몇십만 이라는 숫자의 인간이 이 품질검사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이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유용한 노동을 하고 있다고 할 수는 있지만, 자기 자신이  제
품을 만든다고는 할 수 없다. 품질관리용의 자동장치를 완비하려면  많은 시간과 돈이 들고
그 결과 제품의 단가가 올라간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갈라진 틈, 튀어나온 부분, 긁힌  자국,
기타 손상된 불량품을 골라낼 수 있는 만능 자동검사장치를 제작한다는 것은 그렇게 간단하
지만은 않다. 이러한 자동장치를 만들려면 필히 고급의 광학장치를 만들어서 도형을 식별하
는 일을 이 장치에게 철저하게 가르치지 않으면 안된다. 즉 현재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
제 2차 세계대전 후에 생겨난 과학의 새로운 분야, 기계, 동물, 사회 등에 나타난 제어와 통
신의 유사성을 찾아내서 인공두뇌의 실현과 오토메니션의 개량을 지향하는 것)가 직면해 있
는 가장 곤란한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서 비둘기의 시각기관은 대단한  선택능력을 갖고 있다. 비둘기는  어떤 형태의
손상을 검사하다가 다른 형태의 손상을 검사하는 데로 단시간 동안에 쉽게 전환할 수 있다.
이런 전환에 들어가는 재교육은 2-3시간이면 충분하다. 게다가 비둘기는  몇 시간이고 계속
해서 작업을 할 수도 있고, 그 동안에 피로하다는 징후도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검사도 소
홀히 하는 법이 없다. 비둘기를 이용한 제품의 품질관리를 채용하면, 공장은 짧은  기간동안
에 검사의 질을 현저하게 높일 수가 있다. 이  방법은 전자장치, 계기, 기계, 등의 제작부문,
통조림 공장, 과일이나 야채의 선별, 혹은 은행 등에서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 스탠포드 대학의 손타이머 박사는 비둘기에게 문자를 가르치는 실험을 실
시하였다. 즉 26마리의 비둘기에게 각각 로마자의 알파벳을 하나만 기억시켰다. 이 한 조 26
마리의 비둘기를 주요 은행의 지점에 배치한다. 수표를 받을  비둘기는 거기에 사인한 사람
의 성을 '읽고서' 특수한 자동장치의 알파벳 키를 그 순서대로 부리로 쫀다. 그 일이 끝나면
자동장치는 돈을 지불하기 위해 수표를 자동식 회계로 보낸다.
  이와 똑 같은 방식으로 한다면  비둘기를 우편물 선별에도 이용할 수  있다. 즉 콘베이어
옆에 26마리의 비둘기를 배치한다. 각각의 비둘기에게는 알파벳의 어느 한 분자만을 기억시
켜 놓는다. 예를 들어 L이라는 문자를 기억한 비둘기는 L(혹은 배달지구 기호)을 보면 키를
쫀다. 그렇게 하면 투하장치의 접점이 닫히고 그 편지는 해당되는 장소에 들어간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전혀 다른 여러 가지 필적으로 쓰여진 문자나 숫자를 식별할 수 있도
록 비둘기를 훈련시켜야 한다. 그렇지만 이 훈련도 전연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어쨌
든 비둘기는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제품의 흠집조차도 식별해 내기 때이다.
 
    생물 경비원
  최근 뱀이 시드니 시내에 있는 상점에 경비원으로 등장했다. 잘 길들여진 뱀은 매우 양심
적이다. 즉 밤이 되어도 잠자지 않고 근무처를 이탈하지 않고 자신의 임무를 수행한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의 이러한 뱀에 대한 경험은 미국에서도  급속히 받아들여졌다. 그 이
유는 집 지키는 개의 가격이 급등하여 현재에는 승용차 가격과 맞먹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
국에서는 상점이나 술집의 주인들은 경비견을 이용하던 것을 그만두고 값싸고 확실한  경비
원을 다른 동물 중에서 찾기 시작했다. 그 시작으로  구렁이가 등장하여 시카고의 술집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최근 25년에서 30년 사이에 뱀 이외에도 이제까지 상상도 하지 못했던 동물을 경비용으로
이용하였다. 예를 들어 남아메리카에서는 양떼를 지키기  위해 1942년부터 타조를 이용하였
다. 발 빠르고 싸움을 좋아하는 이 새는 자신의 임무를 훌륭히 완수하여 양도둑들에게는 공
포의 대상이었다. 타조는 양떼 근처에서 어슬렁거리는 낯선 사람을  내쫓을 뿐만 아니라 자
동차조차 추적하여 차에서 나오려는 사람까지 공격한다.
  일본에서는 꽤 오래 전부터 적당한 조건을 갖춘 만이나 후미(호수나  바다가 육지로 파고
든 곳)에 물고기를 양식하기 위한 해저목장을 조성한다고 하는 구상을 연구했다. 동경 대학
해양학연구소의 구로키 민로 교수는 물고기떼의 행동감시에 돌고래를 이용하는 연구를 시작
했다. 이 계획은 12년 예정으로 이  기간에 돌고래는 교수가 작성한 '교육과정'을  끝마친다.
이 교육을 받은 돌고래가 인간의 지시에 따라서 물고기떼의 운동방향을 변경시킨다는  것이
다. 또 남아프리카에서는 얕은 바다에서 물고기떼를 그물로 몰아넣는 - 말하자면 바다의 목
양견으로 이용할 목적으로 돌고래에게 이미 훈련을  시작하였다. 현재로는 포트 엘리자베스
에서 돌고래를 훈련중인데 가까운 장래에 실제 어장에서 실험할 예정으로 있다. 만약 이 실
험이 성공한다면 어업에 있어서 일대 기쁜 소식이 될 것이다.
  현재로는 농업의 많은 부분에 새로운 파수꾼이 필요하다. 옛부터 있었던 허수아비나 땡땡
이(줄에다 깡통을 매달아 줄을 당겨서 소리를 내어 논밭의 새를  쫓는 장치)가 이제는 효과
가 없기 때문이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밀밭을 망쳐놓은 에뮤라는 새를 쫓기 위해서 기관
총을 사용했다는데 생각했던 만큼 효과가 오르지 않았다. 어떤 사람들은 독극물을 사용하라
고 하지만 그것을 불가능하다. 새는 어떤 경우에는 해를 끼치기도 하지만, 다른 경우에는 유
익한 활동을 하기 때문이다.
  소련 파블로다르 주에 사는 농민 시울리카는 수박밭의 파수꾼으로 커다란 독수리를  사용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커다란 독수리의 날카로운 눈매는 쥐도 새도 피할 수가
없었고, 이미 몇 년동안 그 독수리 덕택에 풍작이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새와 비행기의 공중전
  요즘 비행기와 새는 관계가 썩 좋지 못한 것 같다. 예를 들어 스위스의 알프스 상공을 비
행 중이었는데 별안간 검은 그림자가 조종실을 가렸다. 거대한 독수리가 뒤쫓아온다는 것을
알아차리자 조종사는 처음에 깜짝 놀랐다. 그러나 설마 자신에게 위험이 닥칠 줄은  몰랐다.
비행기가 독수리와 충돌하는 것을 피하려고 고도를 올렸다. 그러나 공격해 오는 놈은 한 마
리가 아니라 두 마리였다. 충돌할 위험성이 높아졌다. 이윽고  한 마리가 기를 쓰고 덤볐다.
그 순간 기체는 크게 흔들렸다. 다행히 비행기는 무사했다. 그러나 이것으로 공중에서의  한
판 승부가 끝난 것은 아니었다. 남은  한 마리가 집요하게 뒤쫓아왔다. 깜짝 놀란  조종사는
몇 번이나 급선회를 시도했지만, 그 독수리를 뿌리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공항 상공에서 공
중제비를 돌아 간신히 위기를 모면한 사건이 있었다.
  이와 동일한 사건이 기니아에서도 일어났다. 에어 기니아의 정기  여객기 AN24형 비행기
가 승객 40명을 태우고 칸칸 시를 향해 날고 있을 때였다. 처음에는 무슨 일인지 알지 못했
다. 칸칸 시에 도착하기 몇 킬로미터 전에 대머리 독수리가 비행기로 돌진해 왔다. 앞유리창
이 산산조각이 나고 세찬 공기의  소용돌이가 조종실을 강타했다. 조종사의  얼굴을 공기의
소용돌이와 충돌하여 눈을 뜰 수 없었다. 계기판도 망가졌다. 간신히 비행장에 착륙시킬  수
있었다. 뒤에 판명된 바에 따르면  이 여객기는 대머리 독수리가 작은  새를 잡아먹고 사는
지역을 통과했던 것같다. 대머리 독수리는 이 초대받지 못한  손님을 놀래키려 했는데 반대
로 자신이 생명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이와 같은 비행기나 헬리곱터가 새떼의 습격을  받는 사건은 각국에 이미 많이  보고되어
있다. 그러나 가장 사고가 많은 곳은 철새의 이동경로에  해당하는 비행장 상공에서 새떼와
부딪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새는 공중에서 비행기를  발견하고도 코스를 바꾸어서 비행기에
게 길을 내주려고 하지 않는다. 왜 코스를 바꾸려고 하지 않을까?
  조류는 지구상에 출현한 이래 이제껏 비행기처럼 하늘을 나는 괴물을 만난 일이 없기 때
문에 이런 날개를 가진 거대한 '친구'를 공중에서 만난다 하더라도 길을 양보하지 않는 것이
다. 정기여객기는 그 숫자가 속도와 함께 증대일로에 있다. 새는 속도가 빠른  정기여객기의
코스와 충돌하더라도 비행기를 피하려고 하지  않는다. 한편 조종사 쪽도  비행기의 속도가
너무 빨라서 새를 피할 여력이 없다. 기상조건이 양호한 한낮에도 시속 250-300킬로미터 이
상의 속도로 날기 때문에 조종사는 마주치는 새의 모습을 거의  알아볼 수 없다. 이 정도의
속도라 하더라도 무게 4킬로그램의 돌과 부딪힌다면  기체는 300킬로그램의 충격을 받는다.
게다가 요즘 항공기는 이런 느린 속도로는 비행하지 않는다.  제트기가 무게 6-8킬로그램의
돌과 정면으로 충돌하면 비행기의 꼬리 부분에 있는 수평, 수직 날개는 비틀려서 떨어져 버
릴 것이다.
  오늘날 항공기의 아킬레스건은 제트 엔진이다. 몇 년전 미국에 있는 공항 상공에서  '엘렉
트라'형 비행기가 이륙 직후 엔진에서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나서 기수를 바다로 향해 돌진
한 큰 사고가 일어났다.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주지하다시피 터보 제트 엔진의 앞부분에는 커다란 개구부, 즉 공기를 빨아들이는 구멍이
있다. 지상에는 엔진을 전부 작동시키지 않는다 하더라도 근처에 있는 작은 물체는 전부 이
개구부로 빨려 들어가고 말 것이다. 터보 제트기 '엘렉트라'는 이륙 직후 찌르레기떼와 만났
는데, 그 일부가 공기와 함께 공기 흡입구로 빨려 들어왔다. 그리고 이 찌르레기가 터빈  날
개에 큰 손상을 입혔고, 또 엔진 내부에 있는 공기 통로를 막아 버렸기 때문에 이 비행기는
갑자기 속도가 떨어져서 바다에 추락했던 것이다.
  또 1970년 10월에는 뉴욕행 점보 여객기 보잉 727의 엔진 중 하나에 공항 상공을 날고 있
던 들꿩이 빨려 들어가 버렸다. 이 때문에 이 비행기는 연료 탱크에 들어 있는 연료를 전부
버리고 어쩔 수 없이 비상 착륙을 시도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 새와 비행기 사이에는 공중뿐만 아니라 지상, 즉 공항에서도 서로 사이가 좋지 않다.
통계에 따르면 비행기와 새 사이의 충돌의 절반 이상은 비행기가 이착륙할 때, 즉 저공비행
에서 생긴다고 한다.
  그렇다면 새와 충돌하는 것을 예방하고, 공중 여행의 안전도를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좋
을까? 옛날 같으면 밭에 떼로 몰려다니는 참새를 쫓는 데  땡땡이면 충분했다. 그러나 현재
에는 이착륙 활주로에서 새들을 내쫓으려면  좀더 교묘한 수단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된다.
많은 나라의 과학자와 기술자들은 이미 20년 동안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몰두해 왔다. 그들
은 새들은 위협할 수 있는 유효한 방법을 찾기 위해 모든 방법을 다 찾아내어 실험해 왔다.
예를 들어 막대기 끝에다 죽은 새를 부자연스럽게 매단다든지,  독수리나 매 같은 맹금류의
박제를 늘어놓거나, 녹음기로 총소리를 틀어놓았다. 어떤 나라에서는 현재까지도 새를  쫓기
위해서 공항 직원이 소형차를 타고서 활주로를 돌아다니며 공포탄을 발사하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새는 여전히 공항 상공을 날아다니는데, 어느 쪽으로  날아
갈지, 어디에 멈출 것이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조사에 따르면 지금까지 시도된 새 쫓는 방법의 대부분은 일시적인 효과밖에 없다는 것이
확실해졌다. 새는 소리나 동료의 사체에도 곧 익숙해져 버리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120데
시벨의 강력한 소리를 이용하여 활주로에서 새를 쫓는 실험을  했는데 결과는 실패였다. 새
들은 곧 이 강력한 소리에 익숙해져서 소리와 동시에 무언가 실제로 위험이 나타나지 않는
한 마이동풍 격이었다. 어떠한 위협도,  겉보기에는 그럴싸한 위험도 새들의 본능을  이겨낼
수 없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새들을 공항에서 쫓아낼  유효한 수단을 어디에서 찾아야 한단  말인가?
그 해답은 의외에도 새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 근처에 있는 미국 공군기지에서는 새들을 퇴치하기 위해  독수리
를 이용하였다. 즉 특별히 훈련된 독수리는 전체길이  4킬로미터의 활주로에서 비둘기 떼를
쫓아 버렸다. 이 독수리 작전이  실시되기 전까지 1년간 활주로에  나타난 비둘기의 숫자는
36,829마리였는데, 1970년에는 그 숫자가  193마리로 격감했다. 비둘기의  자기 보존 본능이
독수리가 있는 공항에 가까이 가지 않도록 한 것이다.
  또 영국에서는 훈련된 매를 공항에 배치하여 늘 공항 상공을 날아다니던 갈매기를 쫓아버
렸다. 현재 북유럽 각국은 영국에서의 이 경험을 도입했다.
  활주로 상공에서 비행기와 비둘기, 갈매기, 찌르레기와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서 최근 독
수리나 매가 시작한 '공항보안 업무'는 실제상으로  이들 맹금류의 '제2의' 직업이다. 비행기
가 출현하기 훨씬 이전에 인간은 야생의  짐승을 잡아서 주인 곁으로 가져오도록  독수리나
매를 훈련시켰다. 현재까지도 새의 가장 오래된 이 직업을 겨루는 콩쿨대회가 열리고 있다.
  그루야지의 수도인 트리빌 시의 '로코모치프' 스타디움에서는 수천 명의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매가 메추리를 사냥하는 대회가 열렸다. 참가자는 그루지야 각지에서 모인 80명,  우
선 주인이 부르면 횃대에 앉아  있는 독수리는 주인의 주먹에 앉는다.  그 다음에 메추리를
풀어주어 날린다. 그리고 날아간 메추리를 사냥하는 기량을 서로 겨루는 것이다.
 
  매사냥과 가마우지 길들이기
  크고 작은 새를 붙잡으려고 맹금류를 훈련시키는 일은 그렇게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야생
의 매는 이리와 같이 무서운 짐승에게는 결코 덤비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이 훈련시
킨 매는 커다란 이리에게 용감히 덤벼들어  한 쪽 발로는 이리의 머리를, 또  한 쪽 발로는
얼굴을 꽉 붙잡고서 사냥꾼이 말을 타고 달려올 때까지 그  상태로 계속 버틴다. 훈련은 매
를 가족의 일원으로 길들이는 것부터 시작한다. 매를 잡은 후  3-4일간은 먹이를 주지 않는
다. 이윽고 매는 주인의 손에 있는 고기를 먹게 된다. 이러는 동안 주인은 매가 자신에게 친
숙해지도록 매 곁을 떠나지 않는다. 어떤 경우라 하더라도 결코 매에게 모욕을 주어서는 안
된다. 큰 소리를 내서도 안된다. 자존심이 센 매는 이러한 모욕을 결코 잊지 않고 복수를 하
기 때문이다. 매가 사냥감인 여우뿐만  아니라 주인의 머리에다가 돌을  떨어뜨리는 경우도
있다.
  매가 주인의 목소리뿐만 아니라 발소리까지 분별하여, 눈에 안대를 대고서 시끄럽게 떠드
는 소리에도 꼼짝 않고 주인의  손에 앉아서 '가라!'는 주인의  명령을 기다리게 되기까지는
꽤 여러 날이 걸린다. 물론 그 동안 박제를 사용하여 이리 혹은 여우 잡는 방법이나 "가라!"
하는 주인의 명령에 따르는 훈련도 받는다.
  이러한 준비가 끝나야 비로소 매사냥이 시작된다. 물론 사냥꾼의  손에는 눈에 안대를 댄
매가 털을 곤두세우고 꼼짝 않고 앉아 있다. 여우의 붉은 꼬리가 언뜻 보이자마자 매사냥꾼
은 "가라!"하고 외치면서 안대를 풀어 준다. 매는 쏜살같이 날아올라 사냥감에 덤벼든다. 매
사냥꾼은 말을 전속력으로 몰아서 격투의 현장으로 달려간다.
  그러는 동안에 한 쪽 발로 여우의 눈을, 또 한 쪽 발로 등을 꽉 움켜진 매는 여우를 빙빙
돌리거나 거대한 날개로 여우를 내리친다. 사냥꾼은 말에서 내려와서 준비한 고기를 매에게
준 후 다시 자기 주먹에 앉도록 한다. 이렇게 해서 매는 다음 공격을 기다린다.
  이처럼 새는 사냥개의 대리 역할을 할뿐만 아니라 사냥개보다도  더 우수하다. 어떠한 사
냥개도 할 수 없는 일을 멋지게 해내는 새도 있다. 그 한 예가 가마우지이다.
  가마우지는 자맥질의 명수일 뿐 아니라 물고기를 잡는다는 접에 있어서는 다른 어떤 새보
다도 뛰어나다. 가마우지는 어업에 이용할 수 있다. 어부는 훈련된 가마우지를 배에  태우고
출발한다. 어장에 도착하면 가마우지 머리에 쇠고리를 끼워서 긴  끈을 단 후에 가마우지를
놓아준다. 물고기가 아무리 재빠르다 할지라도 가마우지는 반드시 물고기를 잡는다.  그런데
가마우지는 머리를 단단히 조인 쇠고리와 끈 때문에 물고기를 삼킬 수가 없다. 어부는 가마
우지를 잡아당겨서 물고기를 토해내게 한다. 가마우지를 이용한 이러한 어업은 중국이나 일
본에서 옛날부터 있어 왔다. 유럽의 일부 호수에서도 이 가마우지 어업을 볼 수 있다.
 
    물고기를 이용하여 물고기를 잡는다.
  물고기나 짐승을 잡기도 하고 버섯이나 과일을 채취하도록 인간에게 훈련받은 동물  중에
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것도 있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에서는 표범을 이용하여 사냥을
했다.
  이에 뒤지지 않는 흥미있는 것은 빨판상어를 이용해서 게나  물고기, 거북이를 잡는 방법
이다. 이 빨판상어는 상어나 청새치 따위의 대형 불고기에 흡착하여 그 일부분을 상으로 받
는 물고기이다. 그 빨판상어의 머리 꼭대기에는  지느러미가 변화한 흡반이 있다. 무게 5-6
킬로그램의 물건을 흡착하여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흡반의 흡착력은 강력하다. 열대지방에
서는 거북을 잡기 위해 빨판상어를 이용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물고기로 물고기를 잡는다는 아주 특이한 방법을 일본의 한 어부가 생각
해냈다. 그는 이미 25년 동안 각종 동물을 길들이는 실험을 계속해 왔는데 몇 년 전에 자신
의 실험결과를 발표했다. 그의 논문은 어류학자들로부터 대단한 주목을 받았다. 고베에는 세
계 각국으로부터 과학자와 어업 전문가들이 과연 그의 주장이  맞는지, 아니면 속임수를 쓴
것인지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모여들었다. 그리고 많은  손님들 앞에서 그는 잡지에
쓴 내용대로 그 방법을 실증해 보였다.
  처음에 그는 물고기를 잡아먹는 새, 즉 독수리를 이용해서 실험해 봤다. 이들 새를 훈련시
키는 데는 비교적 짧은 시간으로 가능했지만 사냥감을 갖고 돌아오도록 훈련시키는 데는 실
패했다.
  그래서 2년 뒤 그는 어떤 동물이 살아 있는 사냥감을 삼키는 습성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
을 해 보았다. 그리고 자기가 생각하는 바를 실험하기 위해 꼬치고기를 선택했다. 우선 튼튼
한 꼬치고기 치어를 몇백개의 작은 수조에 넣고 날고기를  조금씩만 주면서 키웠다. 이윽고
날고기를 주는 것도 중지하고 양질의 단백질 사료만을 주었다.
  3년간에 걸친 이 새로운 먹이에 길들이는 실험에 합격한 놈은 겨우 7마리로, 전부 암컷이
었다. 그는 실험을 계속했다. 새로운 먹이에 길들여진 수컷이  몇 마리 성장했을 때, 날고기
를 먹지 않게 된 양친에게서 태어난 꼬치고기가 육식 본능을 일부 상실했다는 사실을 알았
다. 그가 양식의 마지막 단계에서 이용한 것은 이 세대이다.
  '길들인' 암컷과 '야생의' 수컷을 짝짓기 시켜서 얻어낸 꼬치고기는 육식성의  본능이 남아
있긴 했으나 기묘한 행동을 했다. 즉 작은 물고기를 수조에 넣었더니 이들 꼬치고기는 작은
물고기에 덤벼들어 붙잡기는 했지만 삼키지는 않았다.  날고기는 이제 꼬치고기와는 상관이
없게 된 것이다. 다음번 실험은 연못에서 했는데, 꼬치고기가 물고기를 잡아서 보트로  가져
오도록 훈련시킬 필요가 있었다. 이 실험도 잘 진행되었다. 아마 포상으로 먹이를 주었기 때
문일 것이다. 가장 우수한 꼬치고기를 이용하여 그는  체중이 1킬로그램이나 나가는 물고기
를 3천마리이상 잡았다. 이 결과에  고무된 그는 다양한 연대의  꼬치고기 20마리의 훈련을
개시하여 그 실험결과를 잡지에 발표했던 것이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이 결과를 놓고 동물학자 사이에서는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다
수의 동물학자들은 형질이 고정된 꼬치고기의 새로운 종을 그가 육성한 것인지 아닌지 의심
하고 있다.
  물고기는 관개수로를 대청소하는 데도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관개용수의 수요가
가장 많은 봄과 여름에 수초는 수로의 유량을 3분의 1 혹은 4분의 1로 감소시킨다. 그 결과
농업에 심대한 손실을 끼친다. 소련에서도 특수한 제초기를 사용하거나 운하 바닥을 트랙터
에 강철 로프를 달아 끌어 당기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했지만 산뜻한 효과를 올릴  수
없었다. 그래서 1960년에서 61년에 걸쳐서 카라쿰 운하와 아무다리야 강에 초식성 물고기 -
초어, 백연, 흑연 -을 대량으로 방류했다. 초어는 대형의 욕심이 많은 물고기인데 하루 밤낮
에 자신의 체중과 동일한 양의 풀을 먹는다. 백연쪽은 초어와 달라서 식물 플랑크톤을 먹는
다. 이 실험결과 초어가 수로의 대청소에는 대단히 유용하다는 점이 밝혀졌다. 초식성  물고
기는 이외에도 또 하나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카라쿰  운하에 연한 도시나 마을 주
민들은 모기의 대량 발생에 정말이지 골머리를 썩였다. 모기에  물리면 가축의 생산성이 눈
에 띄게 떨어졌는데 모기 중에는 말라리아를 옮기는 것도 있기 때문이다. 초어는 모기 퇴치
에도 큰 역할을 했다. 그 이유는 초어가 물에 사는 풀을 먹어  버려 모기가 알을 낳을 장소
가 없어져 버렸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