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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신체화형 장애의 상담사례

  4. 1. 신체화형 장애의 증상과 치료
  신체화형 장애(somatoform disorder)의 주요 특징은 뚜렷한 신체적 원인을
발견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두통이나 기타 통증, 혹은 신체적 생리적 기능의
마비증상을 경험하는 것으로 이를 통칭하여 신체화형 장애라고 한다. 이중전환형
장애의 진단에는 보통 다음 네 가지 조건을 고려하게 된다. 첫째, 청력, 시력의
상실, 혹은 신체 일부의 마비 등과 같이 신체기능이 부분적으로 상실되거나
변화가 있다. 둘째, 증상을 설명할 수 있는 뚜렷한 신체적 근거를 발견할 수
없다. 셋째, 심리적 요인이 증상 형성에 관련되었다는 증거가 발견된다. 넷째,
꾀병과는 달리 환자가 임의로 조작한 것이 아닌 경우이다. 신체기관 그 자체는
온전함에도 불구하고 다리나 팔의 일부 혹은 전부가 마비되는 수도 있고,
감각기능이 마비되거나 통증에 대한 정상적 반응이 손상받는데 이를
전환형(conversion) 장애라 한다.
  이러한 전환형 장애의 증상들은 그 성질상 심인성 통증처럼 심리적인 요인과
강하게 연합되어 있다. 사실상 이러한 증상들은 과도한 스트레스 상황하에서
어떠한 행위나 책임을 면하게 해주거나 타인의 주의를 끌려는 욕구가 매우 강할
때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외에 신체화형 장애에는 브리케
증후군(Briquet syndrome)이라 하여, 뚜렷한 신체적 장애를 찾을 수 없는데 두통,
복통 등의 통증, 현기증, 호흡곤란, 심장기능장애 등 갖가지 증상을 호소하면서
여러 병원을 찾아다니며 불필요한 수술을 받거나 많은 약물을 복용하게 되는
경우이다. 그리고 심인성 동통이라고 분류되는 장애 역시 여기에 속하는데 신체적
이유 없이 갖가지 동통을 호소하는 것이다.
  전환형(conversion)이란 용어 자체는 정신분석학파의 원조인 프로이드로부터
유래한 것으로, 그는 전환형 장애가 억압된 본능적 에너지가 감각-운동적
채널(통로)로 전환되어 그 정상적인 기능을 방해함으로써 발생하는 것으로
보았다. 즉, 한 개인의 내적인 불안과 심리적 갈등이 신체적 증상으로 전환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환형 장애에 대한 정신분석적 치료의 골격은 자유연상과 같은
정신분석적 기법들을 사용하여 억압된 본능적 에너지를 의식화시키고 그것을
정화시킴으로써, 본능적 에너지가 신체적 증상으로 잘못 전환된 것을 해소하는
것이다.
  한편, 전환형 장애에 대한 사회문화적 이론은 이 장애가 사회문화적 배경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즉, 성적인 욕구의 표현을 과도하게 억압하는
사회문화적 풍토에서 이러한 전환형 장애가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프로이드가 주로 활동하던 19세기 말 혹은 20세기 초의 유럽의 사회문화적 풍토는
여성의 성적인 욕구 표현을 심하게 억압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당시의 여성에
있어서 이 전환형 장애가 비교적 빈번하게 발생하는 편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요즈음 성적인 태도가 많이 개방되면서부터는 이러한 장애의 발생 빈도도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와는 달리 전환형 장애에 대한 행동주의적 이론은 크게 두 가지의 구성
요소들을 가정하고 있다. 첫째, 이 증상의 사람들은 이전의 개인적 경험이나
타인의 신체적 실제 증상들을 통해서 증상에 대한 자신의 병적인 역할을
학습한다는 것이다. 둘째, 그러한 증상은 심리적 고통을 경감시켜주고 책임을
회피하는 핑계가 되어 주거나 타인의 관심을 끄는 등 2차적인 긍정적 보상을
받음으로써 강화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전환형 장애 자체는 어떠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증상을 가장하는 꾀병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전환형 장애에 대한 행동주의적 치료에서는 강화적 접근(reinforcement
approach)과 조작적 조건형성의 원리를 사용하여 환자들의 증상을 해소(또는
완화)시키는 것과, 단계적 둔화와 같은 기법을 사용하여 전환형 증상의 유발
요인에 대한 불안을 감소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서
자기주장훈련 및 사회적 기술 훈련과 같은 것을 병행하여 사용함으로써 증상의
유지로 생겨난 심리적 나약성과 의존성을 극복하도록 한다.

  4. 2. 신체화형 장애 내담자의 상담사례
  이 내담자는 위경련, 근육경직 등의 전환증세와 담석증세와 유사한
정신신체증상을 호소하였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정신역동적인 기법으로
접근한 사례이다. 앞에서 기술한 다양한 증례를 참고로 하면서 이 사례의
전체과정을 분석, 검토해 보기로 한다. 그리고 이 사례에서는 한 회기분의
상담내용 축어록을 상담자의 언어반응을 중심으로 분석해 보고자 한다.

  (사례 5) "얼굴근육이 마비된다..."
  1. 내담자의 인적사항 및 상담 경위
  내담자는 여학생으로서 대학교 3학년에 다니다 휴학중 대학에서 집단으로
실시하는 성격검사를 받은 후 검사결과 해석 면담과정에서 상담자가 상담을
권유한 데 응하여 상담이 이루어졌다.
  2. 내담자가 호소한 문제
  대인관계 특히 이성관계에서 이성을 대하는 데 불편하다. 얼굴 근육이 마비된
적이 있다. 두통과 위경련이 자주 일어난다. 담석증 증세 등이 있으나 병원에서는
신경성이라 한다.
  3. 심리검사 결과(다면적 인성검사(MMPI))
  이 내담자의 상태에 관하여 보다 정확한 정보를 얻고 상담종결후 결과를
객관적으로 비교 평가하기 위하여 첫 상담 직전 MMPI를 실시하고 상담종결 2주 후
추수상담을 한 후 MMPI를 다시 한 번 실시하였다. 검사결과는 수동 의존적
성격(passivedependent personality) 유형으로 우울, 긴장, 불안감이 신체화형
증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표 생략)
  4. 가족관계: 부(56세, 사업실패 후 무직), 모(49세, 소규모 상업), 오빠(28세,
해외근무), 오빠(27세, 회사원), 내담자(23세, 대3 휴학)
  5. 상담과정
  (1회: 19xx. 5. 2)
  현재 몸이 아파 휴학 상태이다. 아버지의 사업실패 후 경제적으로 곤란한
편이다. 남자친구에게는 생각과 달리 쌀쌀맞게 이야기한다. 불면이 심하다.
아버지는 현재 무직 상태이다. 어머니가 조그만 장사를 하고 오빠 둘은 회사원,
고졸 학력이다. 고3부터 위경련으로 고생해 왔다. 대학 2학년 겨울 무렵부터
얼굴근육에 경련이 일고 움직여지지 않는 일이 잦았다. 침을 맞았으나 효과 없고
요즘도 간혹 그런 일이 있다.

  상담자는 주 1회씩 상담을 하되, 이 증상의 근원을 분석하여 증상을 제거하는
노력을 함께 하기로 내담자와 합의하였다.

  (2회: 19xx. 5. 9)
  담석증이라고 세 군데 병원에서 진단을 받고 수술하려다가, 어느 외과에 다시
가서 초음파 검사를 받았는데 전혀 이상이 없다고 하였다. 아버지가 나에게 bad
seed(나쁜 씨)라 하였다. 아버지는 큰 할아버지에게 그 말을 하곤 했는데 그 날은
나에게 하였다. 그 말을 듣고 나서 심장이 멎고 숨이 안 쉬어졌다. 대학 1학년 때
사귀던 남자 (5년 위) 친구와 함께 놀러간 적이 있었는데, 안 좋은 일이 있었다.
육체적 관계를 요구해 왔는데 너무 무서웠다. 그와는 1학년 초에 사귀기 시작해서
그 해 여름 방학에 헤어졌다. 서울에 혼자 사는 고모가 계신데, 좋다.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 서울 고모에게 가 있었다. 그 해 겨울 추워서 그랬는지 기차타고 서울
고모에게 가는데 얼굴근육이 마비되었다. 요즘 사귀었던 남학생은 착해서 좋았던
것 같다. 그런데 헤어져야 할 것 같아 헤어졌다.

  상담자는 정신신체증상과 여러 가지 전환증상을 호소하는 내담자에게 증상이
자주 일어나는 상황 직전에 일어난 일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신체증상이 갖는
의미를 생각해 보도록 권하였다.

  (3회: 19xx. 5. 16)
  아버지는 남과 다르게 생겼다. 서양인같이 생기고 어려서부터 머리가 희고
시력이 약했다. (상담자가 추측하기에 albinism 같음) 유치원 때까지는 집이 꽤
부자였었다. 국민학교 2학년 때 집에서 문방구를 시작하여 내가 아버지와 함께
거기서 일했다. 어머니는 밥만 나르고 집에서 공책을 만들었다. 집에서는
남자친구 사귀는 것 모른다. 알게 되면 아버지는 술마셨을 때 뭐라고 할 것이다.
그게 싫다. 어릴 때에는 사랑받기 위해 하는 행동이 많았던 것 같다. 정에 굶주린
것 같다. 최근에 헤어진 남자친구를 도서관 앞에서 우연히 봤는데 모른 척했다.

  상담자는 부모가 남학생 사귀는 것을 알면 싫어하기 때문에 그 남학생을
좋아하는 자신의 감정과는 별도로 부모에 순종하기 위해 헤어지려 한다는 점을
명료화하였다. 또한 부모에 순종하는 것이 부모에게 거부당하지 않기 위한
노력이라는 점에 대하여 통찰하도록 하였다. 신체질환의 호소로써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내고 있음을 통찰하도록 하였다. 한편 남자친구를 다시 만났을 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역할연습(role play)을 하게 함으로써 새로운
반응양식을 시도하도록 하였다.

  (4회: 19xx. 5. 24)
  어머니에게 남학생 사귄다는 이야기를 했다. 의외로 이해를 잘 해주셨다.
헤어지려 한 그 남학생에게 전화했는데 없어서 전화해달라고 했는데 전화가 안
와서 조금 속상했다. 거의 잠을 못잤다. 그리고 나서 며칠후 우연히 식당서
만났는데 마음이 동요되었다. 그렇지만 가만히 있었다. 그는 한참 쳐다보다가
그냥 먼저 나가버렸다. 괜히 그에게 전화했던 것 같다. 주말 연휴에는 좀 많이
아팠다. 다리하고 팔이 저려서 걸을 수가 없었다. 어머니가 약방에 가서 약을
지어 왔다. 피순환이 안 좋아서 그렇다고 한다. 고3, 2학기에는 몸이 굉장히
아파서 굿을 했었다. 무당이 귀신 들렸다고 했다. 대학 1학년 때는 공부 안한다고
혼난 적이 많았다. 집에서 TV 보고 그러면 아버지가 공부 안한다고 야단친다.
그러나 요즘은 TV 봐도 야단치지 않는다. 자주 아프니까 대학 1, 2학년 때보다
관대해지셨다. 학점 안 나올 때 쇼크가 컸다. 저번에 물리, 화학 점수가 밑바닥을
헤맸다. 그 시험지 받고 나서는 곧 실험시간에 들어가야 했었는데, 쇼크를 많이
받아 실험실에 들어가지 못하고 그냥 집에 갔다. 전혀 힘이 없고 걷지도
못하겠어서 친구들 부축을 받고 택시타고 집에 갔다.

  상담자는 주말에 갑자기 아프기 전 특별한 일은 없었는지, 묻고, 신체증상이
자주 일어나는 상황을 파악하여 신체증상이 신경성임을 통찰하도록 하였다. 이번
마비증상이 있기 전날에는 남자친구의 과축제가 있었는데 파트너로 불러주지
않았다고 하였다. 혼자 그가 있을 만한 곳을 찾아 다녔으나 만나지 못했고 매우
괴로웠다고 하였다. 이 이야기를 하는 중에 내담자가 고통스런 일이 있을 때 몸이
아프다는 점을 인식하였다. 상담자는 오늘 다 이야기하지는 못했지만 몸이 아팠던
또 다른 많은 경우를 기억하고 그 직전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기억해 보고
오도록 하였다.

  (5회: 19xx. 5. 31)
  남자친구 앞에서 너무 자존심만 내세우는 것 같다. 남자친구를 만났는데 편지를
보낸 것조차 자존심이 상한다고 그에게 말했다. (편지는 남자친구에 대한 감정을
직접 표현한 내용이었다). 남자친구가 처음에는 별로였는데 남들이 괜찮다고
하는 데에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 나는 생각이 나쁜 것 같다. 남자와 같이
다닐 때 남들에게 내가 어떻게 보일까에 신경이 쓰인다. 같이 다니는 사람을 통해
보상하려 하는 것 같다. 어머니에게는 속마음 이야기를 가끔 하지만 아버지에게는
안한다. 아버지는 원래 말이 없는데 술 잡숫고 오면 그 때 평소에 품은 섭섭했던
이야기를 한다. 그런 게 두렵다. 그러니까 아버지에게는 가만 있고 속마음을 안
보여줘야 한다.

  상담자는 아버지에게 속마음을 이야기하지 않아야 후에 탈이 안 날것이라는
내담자의 느낌이 남자친구에게 대하여서도 똑같이 나타나기 때문에 좋아하는
속마음을 안 보이거나 쌀쌀맞게 구는 것이 아닌지를 생각해 보도록 권했다. 즉,
감정전이의 관점에서 해석을 지도했다.

  (6회: 19xx. 6. 7)
  마음이 잘 안 잡힌다. 저번 남자친구와의 일로 다른 사람들의 뒷말이 많은 것
같아 기분이 나쁘다. 마음의 여유가 없다. 몸이 아파서 그런 것 같다. 복학해서
장학금도 받아야 하는데 신경이 쓰인다. 부모님한테도 그렇고 사람들한테는 공부
잘 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 중학교 때 친구들 때문에 괴로운 적이 있었다.
미안하다는 말을 잘한다. 시험 때에는 친구들한테 얘기하는 것도 방해하는 것
같아 미한하다. 남들한테 폐를 끼치는 것이 겁난다. 죄의식이다. 남들이 말하기
전에 내가 다 알아서 해야 할 것 같다. 상대방이 조금만 서운하게 해도 가슴에
박힌다. 후배가 극장 가자는 데 너무 냉정하게 거절한 것 같다.

  상담자는 장학금을 받아야 한다든가 시험성적을 받고 난 후 쓰러질 뻔한 일
등이 부모로부터 오는 기대에 부응하려는 강한 인정 욕구에서 기인하는 것이며,
이 인정 욕구가 좌절될까봐 혹은 좌절되었을 때 신체증세로 나타나는 점에 대하여
이야기하였다. 또한 타인에게 거절을 한 후 몹시 신경이 쓰이는 것도, 거절을
하면 남들이 자신을 틀림없이 싫어하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에서 기인하는 것임을
내담자와 함께 이야기하였다.

  (7회: 19xx. 6. 15)
  한동안 좀 친했던 과 형이 있었는데 그 형과 같이 공부 안하기로 했다.
좋아하다가 내가 싫어하면 그 사람은 이용당한 셈뿐이 안 된다. 그 형이 아프다고
해서 꽃을 들고 하숙집으로 병문안을 갔다. 가서는 특별한 감정이 있는 것으로
알까봐 이상한 소리만 했다. 나를 다 보여주면 나를 얕볼 것 같다.

  상담자는 꽃을 사서 일부러 찾아간 자신의 행동이 상대방에게는 특별한 감정이
있다는 느낌을 주었을텐데 말로는 특별한 감정이 없다고 하니, 상대방은 내담자
쪽의 모순된 메시지를 해석하기 곤란했을 것임을 지적하였다. 그리고 꽃을 사들고
병문안을 간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가를 인식하도록 한 후 그 감정을 가장 적절히
표현하려면 어떻게 말하는 게 좋을지 이야기해 보도록 하였다.

  (8회: 19xx. 6. 22)
  도립병원에서 준 약을 먹으면 졸립다. 신경성이라는데 신경성이기보다 몸이
약한 것 같다. 미워하는 사람도 없는데 몸이 자주 아프다. 몸이 아플 땐 감정을
억제하기가 힘들다. 대학친구들은 이기적이다. 자취하는 친구와 시내에 나갔다가
사고 싶은 게 있어 돈을 빌려달라고 했더니 곧 쓸 데가 있다며 빌려주기 싫어해
기분이 나빴다. 그 친구가 돈 빌려달랄 때 내가 빌려주지 않은 적은 없다. 하지만
그런 일로 기분이 나쁘다고 말을 해서는 안 될 것 같다. 내가 그런 얘길 하면
상대방이 이해심이 없는 내 본모습을 볼 것 같아 싫다. 본모습을 보면 남들이
싫어하게 될 것 같다.

  상담자는 자신의 부정적 감정이 의식되지 못하도록 억제하던 내담자가 기분이
나쁘다는 부정적 감정을 인식하고 이야기한 점을 격려 하였다. 그리고 이외에도
당시에는 지나쳐 버렸지만 속상했거나 기분이 나빴던 상황, 기뻤던 상황 등을
생각해 보고 당시의 감정을 재표현하도록 하였다. 또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것은 남들이 자신을 싫어하게 될까 하는 거부당하는 것에 대한 불안에서
기인하는 것임을 지적하고, 이 생각의 불합리성을 내담자가 스스로 인식하도록
하였다.

  (9회: 19xx. 6. 28)
  몸이 아픈 것이 신경성 같지 않다. 상담하면서 속상한 일을 다 얘기하는 데도
몸이 아프다. 고3 때 아플 때는 엄마가 매일 저녁 도시락을 학교로 가지고 왔다.
나에 대해 정성을 많이 쏟는 느낌이었다. 고3 말 때 우유를 먹고 체한 적이 있다.
그 후로 일년에 한 번씩은 위경련이 일어난다. 고3 때는 성적도 잘 안 나오고
그러니까 공부를 포기하고 싶고 그랬다. 부모님이 실망하는 게 두려웠다.
붙어야만 했다. 고3 때 우유먹고 위경련이 일어난 것은 입학시험 보기 한 달쯤
전이다. 위경련이 시험과는 관련없는 것 같다. 우유가 상한 것은 아니었다.
긴장되었던 것 같다. 복학할 생각하면 두려움이 많다. 못 따라갈 것 같다.
자취하는 친구가 싫다. 요즘은 그 친구 때문에 갈등이 많다. 며칠 전 그 친구가
집에 오고 싶어 전화했는데 몸이 아프다고 거절했다. 그것이 마음에 걸린다.
그러면서도 복학하고 나서 그 친구마저 없으면 어떡하나 싶다. 그런데도 그
친구가 싫다. 그 친구는 자기 친구의 단점을 떠벌린다. 그 친구가 오늘
집(타지방)에 가므로 한참 못 만날테니 떠나기 전에 만나자고 하는데 어떡할지
모르겠다.

  상담자가 고3 때 위경련이 처음 일어났던 당시 내담자의 심리적인 상태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내담자는 그 위경련 증상이 심리적인 원인일 수 있었음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리고 몸이 아픔으로써 어머니로부터 관심을 받을 수 있고
스스로에게는 몸이 아프니 공부를 잘할 수 없다는 변명을 할 수 있으므로
내담자가 이차적 이득을 얻고 있음을 납득하였다. 한편 친구 문제에 대해서는
친구를 만날까 말까 망설일 때의 감정이 무엇인지를 내담자가 인식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그 감정을 가장 솔직히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지
가능한 여러 가지 방법을 상담장면에서 해 보도록 하였다.

  (10회: 19xx. 7. 18)
  그 친구가 집에 가고 나니까 생각도 멀어지고 편했다. 지난 번 상담 후 그
친구가 자기 집으로 가기 전에 한 번 만나자고 할 때 거절했다. 한 사람이 날
미워하면 모든 사람이 날 미워하는 걸로 생각했었다. 그래서 거절하지 못한 것
같다. 요즘은 편안해지려고 노력한다. 한달 전까지만 해도 사람 만나는 것 피하고
웃지도 않고 그랬는데, 이제는 사람 만나는 것이 반갑고 즐겁다. 소화도 잘 된다.
그 친구에게는 그 애가 진실하지 못한 게 불만스럽다고 얘기했다. 그 친구도 그럴
줄 알았다고 하며 풀어졌다. 이제 상담 그만해도 될 것 같다. 많이 편안해졌다.

  상담자는 내담자와 함께 초기상담에서 설정한 상담목표를 검토하고 변화된
행동을 구체적으로 이야기 나누었다. 이 과정에서 내담자는 소화불량, 두통 등의
증상이 완화되었음을 이야기하고 기타 여러가지 신체 증상들이 심리적 원인으로
생겨나고 있음을 인식하였다. 그리고 자신감이 없어 남들에게 자기 마음을 전혀
표현하지 못하거나 엉뚱한 방식으로 표현하던 것으로부터 보다 솔직하게 표현하는
주장적 행동이 많아졌음을 이야기하였다. 이러한 구체적 변화가 이루어졌음을
상담자와 내담자가 함께 확인하고 상담을 종결하였다. 그리고 2주 후의 MMPI를
통하여 내담자의 변화를 객관적으로 측정했고 이 검사 후의 한 달 후
추수면접에서도 내담자의 변화가 지속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6. 면접과정에서의 상담자 반응에 대한 분석
  여기서는 사례연구의 한 방법으로서 면접중의 상담자 반응의 유형과 빈도를
조사해 보았다. 조사의 자료는 5회 면접의 축어록이었다.
  (상담자 반응의 분류)
  상담자의 반응을 체계적으로 살펴보기 위하여 연구자가 활용한 방법은 상담자의
언어반응 유형의 분석이었다. 상담자의 언어반응들은 다음과 같이 분류되었다.
  (1) 탐색: 내담자로부터 필요한 정보를 얻거나, 내담자의 사고를 미리
유도하거나, 또는 내담자가 선택한 주제를 정교화하는 것이다.
  (2) 수용: 내담자가 자신의 문제를 진술할 때, '음', '예' 등의 언어반응을
함으로써 내담자의 말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태도를 나타내는 것이다.
  (3) 안심: 내담자의 문제를 최소화하여 줌으로써 불안을 감소시키는 것이다.
감정의 지지, 승인, 강화 등을 포함한다.
  (4) 구조화: 상담진행의 성질, 조건, 제한점, 목적 등을 설명해 주는 것이다.
  (5) 조언: 내담자가 어떤 방향으로 가게끔 적극적으로 지시하거나 충고하는
것이다. 행동의 적극적 통제나 간섭도 포함된다.
  (6) 바꾸어 말하기: 내담자 표현의 취지를 살리면서 몇 개의 단어를 바꾸어
반복하는 것이다.
  (7) 명료화: 내담자가 이야기한 것의 실체를 요약해 주거나, 내담자 말 중에서
모호한 점을 확실히 해주는 것이다.
  (8) 반영: 내담자의 말에서 표현된 기본적 태도 및 주요 감정의 내용을
파악하여 새로운 말로 정리해 주는 것이다.

  (상담축어록 내용 및 상담자 반응의 분류)
  - 5회 면접의 축어록 -
  내1: ...남자친구한테 그냥 학교에서 만나서 얘기했어요. 모르겠어요. 제가
화가 난 것도 같고. 동갑내기라 그런지 제가 자존심만 내세운 것 같아요. 걔는
저한테 배운 게 많다고 그러더라구요. 너무 냉혹하다는 식으로 얘기하면서 냉혹한
걸 배웠대요.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상1: xx씨가 그 친구한테 무슨 말을 했어요? (탐색) (상담자는 내담자가
남자친구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말을 했는지를 알아보고자 하였다.)
  내2: 아휴, 편지 보내놓고 자존심 상해서 일주일 동안 잠도 못잤다고 그랬어요.
그리고 나서 항상 얘기할 때 빙빙 돌거든요. 걔는 진실되게 얘기하자고 그러는데,
말이 안 나와요. 글쎄요. 그런 말도 했었어요. 편지내용에 대해 얘기를 했었는데,
편지 보내기가 힘들었다는 식으로 얘기하고, 있는 자존심 없는 자존심 다
팽개치고 쓴거고 그 편지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고... 그랬더니 그걸
어떻게 우습게 받아들이겠냐고, 진실되게 받아들인 것처럼 얘기하면서요.
  상2: xx씨는 겉으로는 쌀쌀하면서 속으로는 안 그런 걸 그 친구가 아는 게
중요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명료화) (탐색) (내담자가 남자친구의 태도에
대해서 어떻게 느끼는지에 대해 시간적 여유를 주어 스스로 답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였다.)
  내3: 네, 그게 중요했다고 생각해요.
  상3: 그렇다면 평소에 xx씨가 어렵게 지내는 것, 그 친구에게 좀 진지하게
얘기를 하면 어떨까? (조언)
  내4: 근데, 그 앞에서는 진지하게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맴돌기만
하고. 그리고 그 친구도 여자를 사귀는 데 문제점이 있는 것 같아요. 너무
소극적이라 그럴까. 제가 좀 잘 해주는 듯 싶으면 속마음을 좀 털어놓고 제가
진실되지 못하다 그러면 똑같이 나오는 것 같고, 좀 남자라면 리드하는 게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도 없고... 그리고 어제, 다른 때 같으면 기분이 나빴을텐데 어제
경우는 내 마음도 거의 확실히 정해놔서 마음의 동요는 없었던 것 같아요.
  상4: 그래. 이제 그 친구랑 더 만나느냐, 안 만나느냐는 좀 접어두고. xx씨가
원하는 형, 좋아하는 것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1학년 때 xx씨 쫓아다니던
사람. 적극적이고 주도적이고 그래서 무섭고. 그러면서 그렇지 않은 걸 착한
사람이라고 그랬는데 착한 사람을 만나 보니까 바로 이렇게 되네. xx씨 자신이
적극적이지 못하니까 역으로 더 감싸주면 좋겠고. 그러면 그래도 안 되고, 안
그래도 안 되고... (탐색)
  내5: 제가 만나는 사람이 한쪽으로는 너무 적극적이고, 한쪽으로는 너무
소극적인 영 반대인 사람을 만났던 것 같아요. 저한테 문제점이 많다고
생각하구요. 이제 누굴 사귀거나, 정을 주는 일은 제가 자제해야 되겠고. 이제
누구한테 정 주는 게 힘들 것 같아요.
  상5: (10초) 그 양쪽 중에 아버지는 어느 형인가? 어느 쪽에 더 가깝나? (탐색)
(상담자가 가지고 있는 가설을 내담자에게 질문함. 그러나 먼저 (내5)에 대한
이야기에 대한 반응이 필요했다. 예컨대, '이번 남자친구와의 일로 다시는
사람들과의 만남이 잘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드는군요.')
  내6: (10초) 이 쪽에 더 가깝지 않을까. 아까 그 친구요.
  상6: 어떤 점들이 비슷하지요? (탐색)
  내7: 마음이 여린거요.
  상7: 어떤 것이 마음이 여린건가... (탐색)
  내8: 전 그 친구가 참 착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아버지도 착하시지만 한편으론
무척 꼼꼼하세요. 그 친구도 그런 것 같아요. 어제도, 조그만 일에 신경을,
신경을 많이 쓰는데 만나면... 너 뭐 바뀌었다, 그래요.
  상8: 그 친구가 xx씨한테 관심이 참 많구나... 그 친구도 정리하려고 그랬던
거 같아요? (명료화) (상담자 자신이 아버지와의 관계를 묻고자 했던 애초의
의도에서 벗어나 다시 남자친구와의 관계를 정리하고자 하는 화제로 돌아갔다.
아버지에 대한 화제를 계속 이어서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했다.)
  내9: 제 느낌상은 안 그랬어요. 마지막에는... 정리하려고 그런 건 아닌 것
같아요. 너한테서 냉혹한 걸 배웠다고 그랬는데, 그게 무슨 말인지 잘
몰랐거든요. 나중에 생각해 보니까 저는 그 친구랑 질질 끌고 나중에 헤어진 게
싫었어요. 그리고 편지보낸 것도 제가 꼭 다시 해보자는 그런 것도 있지만,
지저분하게 매달리는 그런 기분이 들었거든요.
  상9: xx씨가 좋은데 매달리면 어때요? 저쪽에서도 싫다고 하지 않고. xx씨도
좋고. (조언) (직접적으로 내담자의 행동을 지시하고 있다.)
  내10: 좋기보다는... 편지 보내고 나서 후회하고 왠지 좋지 않았던 것 같아요.
  상10: 어떻게 받아들였대요? 전화한 것은. (탐색)
  내11: 안 물어 봤어요. 챙피해서요.
  상11: 뭐가 챙피해. 내가 전화 걸어서 전화해 달라고 했는데 안 해줘서 난 참
마음이 아팠다고. (조언)
  내12: 그렇게 차마 말할 수가 없더라구요.
  상12: 왜 못할까... 그게 진짜 xx씨 마음 아니야? (명료화) ((내12)의 의미를
명료화하고 있다.)
  내13: 진짜 마음이지만... 편지 얘기할 때도 굉장히 힘들었거든요. 제가 이렇게
볼 때 그 친구는 제 자존심을 꺽어 놓고 싶었나 봐요. 말하는 게 그래요.
  상13: 자존심을 꺽어놓고 싶어한다고 그랬는데 객관적으로 남들이 보면 xx씨가
불필요한 것들을 가지고 고집을 부려요. 편지하는 거 아무 것도 아니거든. 근데
뭐 그리 창피하고 자존심 상해요. 자기 마음 전하는 건데. 전화하는 것도
마찬가지지. 자기 입장에서 보면 나만 상처입는 것 같지만 남들이 보면 참 별것도
아닌 것, 그걸 진실인데 감추려고 노력하니까 무엇이 진실인지 어리둥절하는
거라... (조언) (내담자의 행동이 상대방에게 어떻게 반영되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내14: 전화얘기도 그랬어요. 편지 쓰듯이 너희 집에 전화하고 나면 자존심이
상해서 잠도 못 잔 적이 있다고, 어떤 땐 너무 속상해서... 여자가 다, 큰,
자존심 버리고 전화한다고.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모르지만 그 친구랑 말할 때
빙빙 도는 그런 것은 항상 똑같은 것 같아요. 만나면 진실하게 대화가 안 되는 것
같아요.
  상14: xx씨 태도 자체가 변화해야 할 것 같아요, 나는. 남한테 참 잘해주고
싶단 말이야. 근데 잘해주면 그건 자존심 상하고 그러니까 또 아니려고
노력해야지. 아무 것도 아닌 척. 왜 자기 진실을 보여주는 게 자존심이 상하는
거지요? (반영) (탐색)
  내15: (11초) 그 친구뿐만 아니라 다른 남자 만나도 다 마찬가지인걸요, 제가.
(7초) 제 느낌상으로는 절 괜찮게 생각하는 것 같은데, 저는 과 형 이상으로는
아직... 그래서 항상 부정적으로 얘기를 하거든요. 근데 어저께 너무너무
고맙더라구요. 시험도 얼마 안 남았는데 그렇게 해줘서. 제가 그래서 형이 속상할
때 찾아오면 얼마든지 받아주겠다고 그랬더니, 그제야 좀 대화가 부드러워졌다고
할까요. 좋아하는 거예요. 어느 친구를 만나더라도 제가 그런 얘길하는 거예요.
뭐, 미팅시켜 준다, 누구랑 잘돼봐라. 저한테 호감 갖는 그 자체에 대해서 많은
거부 반응 일으키는 것 같아요. 제 자신이.
  상15: xx씨가 특별히 다른 사람한테 미팅시켜 줄까, 부러 더 그러는 것 같다.
(7초) 나는 너한테 맘없다, 이걸 강력히 표현해야 하지? 왜 상대편은 마음에
있는지 없는지 꿈도 안 꾸는데 왜 그렇게 강조해야 하나? (명료화) (탐색)
(내담자의 행동의 의미를 찾기 이전에 (내15)의 반응의 요약이 필요했다.)
  내16: 아니, 그것도요, 좀 제가 느끼기에 저 사람이 나한테 마음이 있다 이런
걸 느끼면 그런 말이 쉽게 나오더라구요.
  상16: xx씨 마음은 그럴 때 어떻고. (탐색)
  내17: 저는 남자 만나기가 참 두려운 것 같아요. 그러니까 제가 아무래도 엄마,
아빠한테 정을 못 받아서 그런지 몰라도 어떤 한 사람한테 정을 주기 시작하면
금새 줄 것 같아서 두려워요.
  상17: 그렇게 정을 줬는데 저 쪽에서 달아날까봐 두려운 거겠지요. 나는 조금만
잘해주면 폭폭 빠지는데... (명료화) (반영)
  내18: 저는 어떤 한 사람 만나서 금새 헤어지는 것 싫거든요. 결혼생각까지
하게 되고요. 그리고 이 사람이랑 같이 갔을 때 남들이 무시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상18: 그러니까 어디에 남자친구를 내놔도 부끄럽지 않아야 한단 말이지요.
(명료화)
  내19: 네, 사실 그 친구 사귀는 것보다도 그 친구의 친구들을 봤는데 하나같이
별로인 것 같아요. 저는, 저는 못났어도 친구는 괜찮은 애들 사귀는데... 그래서
그 친구를 무시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좋아하면서도... 그러니까 제가 못난
것을 친구들에게서 보충하려고 하는 심리가 있었던 것 같아요.
  상19: 내가 못났으니까 멋있는 친구와 함께 다녀야 내 걸 다 보충할 수 있다.
(명료화)
  내20: 그런 생각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사실은요, 이 친구 좋아하긴 했는데
정말로 좋아한 건요 동창친구한테 물어봤어요. 어떠냐고. 괜찮다고. 별로 느낌도
없었고 방학 때 도서관에서 만났을 때 괜히 저 때문에 살빠졌다는 얘기하고 그럴
때도 별로 작용이 없었는데 그 친구도 괜찮다고 하고 선배언니도 좋게
얘기하더라구요. 그래서 그런 것이 더욱 작용했던 것 같아요.
  상20: 그러니까 xx씨한테는 남들에게 어떻게 보이냐가 많이 중요했구나...
(명료화)
  내21: 네, 그게 중요하고 어저께 과 형이랑 같이 다니는 데도 타인을 많이
의식하게 돼요. 같이 간다고 그러면 소문나는 거 싫어서. 친구들한테 얘기
안하고. 제 생각이 좀 못된 것 같아요.
  상21: xx씨가 자기 자신한테 자신이 없어서 그렇지요... (명료화)
  내22: 자신 없어요.
  상22: 자신이 없으니까 자꾸 남의 것을 빌려다가 메꿔야 한다구요. 그 생각이
옳다 그르다가 아니라 왜 그런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냐면 xx씨가 자신을
못났다고 생각하니까. 그러면 거기까지는 좋아. 그래서 그 친구가 좋다고
생각했으면 붙잡아야 할 것 아니야. (명료화) (반영)
  내23: 더 이상 못잡을 것 같아요.
  상23: xx씨가 누굴 좋아하면 폭 빠질 것 아니예요. 그러니까 xx씨 자신이
힘들겠지... (반영)
  내24: 생활하기가 힘들 것 같아요.
  상24: 그쪽에서도 xx씨만큼 좋아한다고 파악이 되면 괜찮지요? xx씨한테.
(탐색)
  내25: 근데 그 친구는 말을 안해요. 저는 느낌보다는 말하는 게 더 확실하니까,
그게 나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상25: xx씨 하는 말들만 들으면 누가 사랑한다고 생각하겠어요? xx씨가 말은
자존심 상할까봐 진실되게 안해도, 태도에서 오는 느낌은 있을 거 아니예요.
(명료화) (상담자의 반응이 내담자의 반응에 비해 앞서 가고 있으므로 야단치는
느낌이 든다.)
  내26: 어제는 웃으면서 얘기했어요.
  상26: 그냥 웃으면서 얘기했다고 저 사람이 날 좋아하는구나 생각하나? 아닐
거예요. 그것만은 아닐거야. (5초) xx씨는 남들한테 참 잘해 줄거야. 그리고
나서는 잘해준 게 자존심 상하니까 말을 톡톡 거리고... 진실과 관계없이, 마음은
남들에게 잘해주고 싶은 거라고. 잘해주는 것을 남들이 몰라줘도 속상하고
알아주면 자존심 상하고. xx씨 자신이 스스로 옭아매잖아요. (명료화) (반영)
(상담자가 내담자에 비해 한 발 앞서 가면서 내담자의 행동의 의미를 직면시켰기
때문에 (내31)은 혼란을 느끼게 된다. 차분히 정리해 줄 필요가 있다.)
  내27: 제 맘을 저도 잘 모르겠어요.
  상27: (10초) xx씨가 누굴 굉장히 좋아하면 어떻게 될 것 같은가...? (탐색)
  내28: 굉장히 잘해줄 것 같아요.
  상28: 그치요? 저쪽 상대방은 어떨 것 같아요. (탐색)
  내29: 잘 모르겠어요.
  상29: xx씨한테 따뜻하게 잘해주는 사람이 나타날 것 같은가? (탐색)
  내30: 없을 것 같아요.
  상30: 그럼 xx씨가 잘해주면 손해네. 난 있는 대로 빠지고. 나에게 그런 사람은
이 세상에 없을 것 같고. (반영) (내담자의 감정을 상담자가 대신 말로 표현하고
있다.)
  내31: 네. 만나기 힘들 것 같아요. 어제 그 친구 말 못한다고 생각했는데
어제는 너무너무 말도 잘하고 굉장히 착했던 친구 같아요. 많이 변했대요.
자기가.
  상31: 왜 끝낼려고 그러지요, 그 친구하고는? (탐색) ((상29), (상34)의 가설을
구체적인 현실상황에서 시작할 수 있는 실마리를 풀고 있다.)
  내32: 사실 축제 도중에도 그 친구 찾으려고 많이 애를 썼거든요. 근데 어제
만나보니까 옛날의 그 친구가 아닌 것 같아요. 착한 친구 원했는데... 마음이
열리지지도 않고 이제 그 친구 봐도 감정이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어제
굉장히 끝날 때 차갑게, 쌀쌀맞게 대하더라구요. 몇 번 부드럽게 얘기하자고
했는데도 계속 그래서...
  상32: 저쪽에서 쌀쌀맞게 얘기하니까 어떤 기분인가? (5초) xx씨를 이전처럼
사랑하는 것 같지 않지. (명료화)
  내33: 네. 이전처럼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아요.
  상33: xx씨 마음은 조금 제쳐두고. 그럼 xx씨가 빨리 헤어지자 그래야
자존심이 안 상하겠네. (반영)
  내34: 그 때는 별로 자존심 상한다 그런 느낌 없고 그 전에 다 얘기했으니까.
그리고 얘도 별로 크지 않은 애구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나랑 똑같은.
  상34: 내가 계속해서 드는 생각은 xx씨가 그 친구랑 헤어지려고 하는 생각도
저쪽에서 나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 그게 확인되는 순간 너무
괴로우니까 그 전에 헤어지려고 애쓰는 거지. 확인을 계속해서 바라면서 확인되는
게 두려우면서... 어떡해야 돼나? 안 만나야지? (네) 헤어져야지? (네) (내담자의
행동의 의미를 해석하고 있다.)
  내35: 5월 1일에 확인된 것 같아요. 그전엔 잘 몰랐어요. 그전엔 헤어지는 것
반, 만나는 것 반 그랬어요.
  상35: 어떨 때 헤어져요? (탐색)
  내36: 나 싫다고 하면.
  상36: 그래. 다시 말해서 xx씨는 자기 의사가 아니라 저쪽에서 사랑받지 못하는
게 관심사야. 사랑받지 못할까봐 도망가고 싶다고. xx씨를 사랑해 줄 사람이 이
세상에 없다고 생각하거든. 그래서 예민하게 상대편 눈치보고 그러다 나에게 그런
것들이 조금이라도 느껴지면, 이건 상대편과는 무관해요. 그러면 헤어지고.
그러려면 내 마음은 가능하면 보여주지 말아야지. 보여주는데 저쪽에서 싫다
그러면 어떡하나. 왜 그렇게 그런 두려움이 강할까? 어렸을 때 부모한테
두려웠어? (명료화) (탐색) (내담자의 행동의 의미를 잘 해석하고 있다. 꾸준히
(상29~상40)까지 내담자의 행동에 대해 일관되게 주제를 이끌어 오고 있다.)
  내37: 부모한테보다는 고모한테 사랑을 더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엄마하고는
계속 떨어져 있고, 혼자 지낸 적이 많았어요.
  상37: 그 때 기분은 어땠어요? 혼자서. (명료화)
  내38: 그냥 잘 놀았어요. 크게 외롭다는 건 안 느꼈어요.
  상38: xx씨를 버리고 달아날 것 같은 느낌은 없었어? (반영) (상담자가 너무
내담자의 감정을 앞서서 반응하고 있다.)
  내39: 아니요. 그런 건 없었어요.
  상39: (15초) xx씨가 진실한 마음을 어려서부터 표현하면서 산 적이 있었나?
(탐색) ((내38)과 (상38)이 어긋나고 있어 15초의 침묵이 진행되었다. 이 때
상담자가 내담자에게 화제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보다는 15초의 침묵을
이용하는 것이 필요했다. 예컨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어요?'와 같이
내담자로 하여금 화제를 이어가게 하는 것도 좋다.)
  내40: 엄마, 아빠랑 대화하면서보다는 고모, 친구랑 더 많이 대화하고.
고등학교 때까지는 혼자 삭였어요. 대학교 때는 친구들하고 많이 대화했어요.
언젠가 선배 언니가 엄마한테 남자친구 얘기도 하고 그런 거 보면서 부러웠어요.
  상40: 얘기할 기회가 없었어요? 아니면 그 얘기가 먹히질 않아요? (명료화)
  내41: 얘기할 기회가 없었어요. 엄마하고는. 아버지는 무슨 말 들으면 앞에서
아무 말 안하고 뒤에서, 뭐 술잡숫고 이런 때 그런 걸 꼬집어서 얘길 하세요.
그래서 아버지하고는 아예 대화를 안하려고 생각했구요. 엄마랑은 기회도 없었고.
아버지하고는 그런 얘기 별로 안해요. 속상한 얘기.
  상41: 그렇지. xx씨가 진실한 마음 얘기를 하면은 들었다가 나중에 딴소리 한단
말이에요. 그것도 직접적으로 얘기 안하고 뒤에서 뭐라뭐라 하신단 말야. 그러면
진짜 마음을 얘기하기가 참 두려웠겠어요.
  내42: 아버지한테는. 그렇기 때문에 오빠들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아버지한테는 별로 그런 얘기 안해요.
  상42: 안하는 게 수지요, 그러고 어떡하다가 내 태도에서 불만같은 게
나타나면은 그게 불만이 아닌 척 더 무마를 해야 되겠다, 말로. 그게 어때, 지금?
다른 남자들한테 그렇게 나타나지 않아요? (안심) (탐색) (내담자의 이야기에
공감적 반응을 하면서 상담자가 가진 가설을 확인하고 있다.)
  내43: 네. 그런 것 같아요.
  상43: 지금, 아버지는 성격이 그러시니까 어떻게 할 수가 없고. 다른
남자들하고 아버지하고는 구별해야 할 것 아니예요. 어제 그 친구한테도
아버지에게 있는 감정이 다 덮어 씌어지는 거라고요. (명료화)
  내44: 그런 것 같아요.
  상44: 그냥 내 마음 보여줬다가 삐긋하는 날엔 꼬투리 잡을지 모를까봐. 안
그럴 사람이라는 거 생각으로는 알지? (네) 근데 감정적으로 그게 안 된다고.
그러니까 진실한 얘기, 하고 싶은 얘기, 진짜 하고 싶은 얘기를 못하지. (반영)
(명료화)
  내45: 네. 그랬던 것 같아요. 여자친구한텐 안 그래요. 친구들도 와서 얘기하고
저도 같이 가서 얘기하고 별 문제 없었던 것 같아요.
  상45: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되나. xx씨의 남자를 대하는 태도는 아버지를
대하는 태도에서 올 거란 말이에요, 그게 xx씨 만나는 남자친구마다 그럴 거고.
자 그럼, 변화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하면... 그런 두려움은 있지만 한번쯤은
시도해 보는 거지. 그 친구한테 편지를 쓴 것도 xx씨가 시도하는 것이었어요.
전화도 xx씨로서는 변화하려는 시도였어. 그 때 전화해줬으면 xx씨가 표현하기가
쉬웠겠지. 근데 좌절당했지요. 왜냐면 그 친구는 그런 걸 모르니까. 그러면서
객관적으로 보면 이상하잖아요. (조언) (명료화) (앞으로의 행동방향을 상담자가
지시하고 있다.)
  내46: 네. 그럴 것 같아요.
  상46: 그렇지. 얼마나 이상해. 그러면서 어저께 만났단 말이야. xx씨가
표현해야 한다고 느끼면서도, 못하겠으니까 xx씨가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그러면서 이거 알면 어떡하나 두려워하면서... (반영) (안심)
  내47: 네. 맞아요.
  상47: 하여튼 그건 변화는 해야지. 이 세상에 있는 남자들은 아빤 아니야.
xx씨가 변화하려고 애썼다는 점만 칭찬해 두자. 변화하려고 애썼다는 것은 굉장한
용기이니까. 이제 그게 첫 단계야. 다시 기회가 오면 이제는 다시 한 번
도전해야지... 이제는 xx씨가 사람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를 좀 구별해 봐요.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xx씨의 입장에서 좋아하는지 생각해 보자. 그리고
오늘 아버지에 대한 감정이 남자친구에게 전이되고 있다고 그랬는데, 나랑 다
못한 얘기, 다른 지나간 사람에게는 어떡했나를 한 번 주욱 생각해 보고 와요.

  (5회 상담면접에서 나타난 상담자 반응유형의 양적분석)
  5회의 면접에서의 상담자 반응들을 앞에서 제시한 유형에 따라 분류한 빈도는
다음과 같다.
  이를 보면, 상담자의 반응에는 명료화가 가장 많고 반영, 탐색, 조언, 안심,
바꾸어 말하기의 순서를 보인다. 수용과 안심은 내담자를 받아들이고 시인해 주는
지지적인 면에서 유사하며, 구조화와 조언은 내담자가 어느 방향으로 가게끔
제시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바꾸어 말하기, 명료화,
반영은 내담자의 말 이면에 담긴 감정이나 문제를 내담자가 인식할 수 있도록
통찰을 주기 위한 반응이며, 이들은 그 깊이에 있어서는 다르나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에 중복되기도 할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들 기법들을 유사한
것끼리 다시 유목화하였다. 이렇게 하면 면담의 전반적 추세를 보다 간결하게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표 1) 반응유형별 빈도
  반응유형  반응수  백분율(퍼센트)
  탐색  11  21.6
  수용  0  0
  안심  5  9.8
  구조화  0  0
  조언  9  17.6
  바꾸어말하기  2  3.9
  명료화  24  47.1
  반영  11  21.6
  (1) 정보를 얻기 위한 반응: 탐색
  (2) 내담자를 지지해 주는 반응유목: 수용, 안심
  (3) 내담자를 안내하는 반응: 구조화, 조언
  (4) 내담자의 통찰을 위한 반응유목: 바꾸어 말하기, 명료화, 반영
  이러한 기준에 따라 재분류한 결과는 아래와 같다.
  (표2) 유목화에 따른 상담자 반응유형의 빈도
  반응유목  반응수  백분율(퍼센트)
  정보를 얻기 위한 반응  11  21.6
  지지해 주는 반응  5  9.8
  안내해 주는 반응  9  17.6
  통찰을 위한 반응  37  51.0
  (표 2)를 보면, 이 상담회기(5회 면접)는 주로 내담자가 자신의 문제를
재인식할 수 있도록 통찰을 격려하는 시도가 주축을 이루었음을 볼 수 있다. 이는
상담 중기에서 어느 정도 상담자와의 관계형성이 이루어진 이후 내담자에게
자신의 문제를 재인식하면서 문계해결적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상담전략의 한
목표가 된다. 또한 지지해 주는 상담자의 반응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 보이지만,
이는 수용으로 분류되는 '음', '예' 등의 반응이 내담자 말 사이에 많이 삽입되어
분류 빈도에 제대로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지지적인
반응유목의 수용, 안심이 상담자의 지지적 태도의 지표로서 '필요조건'이긴 하나
'충분조건'이 될 수 없다는 점도 있다. 예컨대, 이 조사 분류에 포함되지 않은
상담자의 시선, 고개 끄덕임 등의 비언어적 행동단서들도 지지적 태도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례 5'를 읽고
  이 사례에서는 약 2, 3개월에 걸쳐 10회의 상담이 이루어졌는데, 상담 전후의
MMPI 결과를 보면 그 변화가 매우 극적임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변화는
일차적으로 상담자의 성실하고 적절한 개입노력 - 전이감정의 해석, 역할연습 등
- 의 결과 얻어진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하나의 가정에 불과한 것이지만 또 다른 개입요인을 추측해 볼 수 있다.
(상담과정)에 따르면 10회의 상담기간 중 9회까지는 내담자가 계속해서
대인관계에서의 갈등과 신체적 고통을 호소하였는데, 10회 상담에서는 갑자기
문제가 많이 해결되었으므로 상담을 종결할 것을 요청하였다. 9회 상담(6. 28)과
10회 상담(7. 18) 사이의 약 20일간 어떤 중요한 환경적 변화가 일어나서
내담자의 문제를 일시적으로 완화시켜 준 것은 아닐까? 또는 어떤 이유로 해서
빨리 상담을 끝내기 위해 일부러 자신의 상태를 좋게 표현한 것은 아닐까? 주어진
자료만으로는 별 근거가 없는 추측에 불과하지만 일단 그런 가능성을 종결 전에
탐색해 보았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
  한편 상담자는 상담종결 2주 후(방학중)에 추수면접을 하고 MMPI를 실시하여
내담자의 긍정적 변화가 지속되고 있음을 발견하였다. 이 내담자의 경우에는 개학
후 학교생활을 하는 도중에 다시 추수면접을 하여 그러한 변화가 뿌리내리고
있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1991. 10. x대 상담 전공생)

  하나의 논평
  1. 내담자의 가족구도와 방어기제
  막내이고, 오빠들밖에 없는 고명 딸이므로 어렸을 때(약 5세 이전), 부모의
사랑을 받기 위한 경쟁의 필요성이나 어려움이 없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모두
내담자를 위하는 가운데, 수동성이 발달했을 가능성이 높고, 조그마한 심리적인
어려움에도 상처받기 쉽고, 어려움이 생기면 이차적인 이득을 얻으려고 신체화형
장애를 일으켰을 가능성이 크다. 공부에 대한 아버지의 잔소리와
가족구도(오빠들은 고졸인데 내담자는 대학생이므로)상 있을 것으로 추측되는
가족과 스스로에게서 오는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서 공부에 대한 부담과
기대가 컸을 것이다. 또 위로 있는 오빠들도 아버지와는 대화를 잘 안하는 분위기
속에서, 아버지에게는 속 마음을 안 보여야 사랑을 잃지 않는다는 회피의 패턴이
자리잡은 것 같다. 과거의 사랑의 대상인 아버지를 대하는 이 패턴이 이제 다른
사랑의 대상인 이성친구를 만날 때에도 그대로 전이(병렬적인 왜곡)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친구관계에서도 자신이 겪었던 상처(?) 때문인듯(과거 중학교
시절의 일과 아버지에게 심한 말을 듣고 숨을 못쉴 지경이 됨) 조그마한 일에도
타인에게 상처가 될 것으로 지레 짐작하면서 민감해지고, 자기를 주장하면
모두에게 거부당할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에 회피행동과 감정억제라는
방어기제(안전장치, security operations)를 작동시킨다. 즉, '친구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다. 그러므로 내 욕구는 무시되어도 된다.' 혹은 '한 사람이
거부하면 난 끝장이야, 그러니 기분이 나빠도 내 주장은 억눌러야 해.'라고
생각하여(무의식 혹은 반의식적으로) 거절을 못하고, 자기주장을 못하게 된다.
이것은 역시 내담자에게 고통을 줄 것이다.

  2. 내담자의 우월성 - 인정욕구와 생활양식의 배경
  상담요약을 통해 내담자의 우월성 및 인정욕구의 추구 등을 많이 엿볼 수
있었는데, 각 회기마다 정리해 보면,
  2회: 아버지로부터 '나쁜 씨'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심장이 멎고 숨이 안
쉬어졌다. (인정)
  3회: 어릴 때 사랑받으려고 한 행동이 많다. (가족구도에서 위치확보)
  4회: 학점이 안 나올 때 충격이 크다. (우월, 인정)
  5회: 자존심만 세우는 것 같다. (우월) 남들에게 어떻게 보이냐에 신경쓰인다.
(인정) 아버지에게 속 마음을 안 보여줘야 한다. (가족구도에서 위치확보)
  6회: 부모와 타인에게 공부를 잘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 (인정, 가족구도에서
위치확보) 남들이 말하기 전에 내가 다 알아서 해야 할 것 같다. (우월, 인정)
  7회: 나를 다 보여주면 나를 얕볼 것 같다. (인정)
  8회: 이해심 없는 내 모습을 볼 것 같아 싫다. (인정) 본 모습을 보면 남들이
싫어할 것 같다. (인정)
  9회: 부모님 실망하는 게 두려웠다. (가족구도에서 위치확보)

  삶의 양식이란 개인의 성격을 움직이는 독특한 신념체계로서 행동부분에 명령을
내리는 중추적 역할을 하는 것이다. 각 개인의 삶의 목적, 자아개념, 가치, 태도
등을 포함하는, 삶의 목적을 달성하는 독특한 방법이기도 하다. 생활양식의
4가지의 유형(A. Adler의 성격이론 참조) 중에서 이 내담자는 자기의 삶의 목적을
달성하려고 도피형(Avoiding Type)을 주로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 추정을 지지해 주는 부분을 각 회기로 살펴보면,
  1회: 마음과 다르게 남자친구에게 쌀쌀맞게 대한다.
  2회: 헤어진다.
  3회: 아버지에게는 이야기를 안한다.
  4회: 만나기를 바라던 남자친구를 우연히 만나지만 가만 있다.
  5회: 속마음은 안 보여줘야 한다.
  6회: 남들이 말하기 전에 내가 다 알아서 해야 할 것 같다.
  7회: 같이 공부하던 형 거절 (우정 포기)
  8회: 이런 이야기는 안한다.
  9회: 공부 포기하고 싶고 그랬다.

  3. 축어록 중 상담자 개입 반응의 검토
  내1~4: 현재 일어났던 사건 중 그의 감정의 동요가 심했던 것을 상담장면에서
이야기로 제시한다.
  상4: 그런데 상담자는 그 감정을 정리해 주거나 더 탐색하려 하지 않고, 과거의
역동이라고 추정되는 것을 연결시키려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연결도 필요하나
여기에서는 성급하다.
  상5: (내5)에서 말했던 '-저한테 문제점이 많다고 생각해요.'나 '-정을 주는
일은 제가 자제해야 되겠고, 이제 누굴 사귀거나 누구에게 정주는 게 힘들 것
같아요.'등의 의미를 포착하여 불안을 줄일 수 있도록 감정을 탐색하거나 감정을
명료화 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갑자기 아버지가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를 묻는
것은 부적절했다. 계속 과거의 연결된 역동을 탐색하려는 듯이 보이나 부적절하게
개입하는 것 같았다. 침묵이 10초씩 전후로 흘렀다.
  대안반응: 문제점이라고요? 문제점이란 게 무슨 의미죠?, xx씨가 정을 준 게
문제라고 생각하는군요.

  상8: 앞에서 상담자가 이야기하고자 했던 주제(아버지와 비슷한 점)에 대한
정리 없이, 상담자가 다시 현재에 일어난 남자친구 이야기를 해 일관성이 없어
보인다. 그러다가 '그 친구도 정리하려고 그랬던 것 같으냐'고 묻는다. 현재
내담자에게 중요한 사람과의 관계에서 살펴본다면 결정적으로 중요한 이야기가
이제 나온다. 진작 이런 이야기를 해서, 이를 중심으로 탐색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상9: 'xx가 좋은데, -'는 내담자를 앞지르는 반응이다.
  대안반응: xx씨는 그 사람에 대한 생각은 어때요?

  상11: 굉장히 강한 충고다. 아들러(Adler)조차도 사용하지 않는 방식의 충고로,
상담자 마음이 급하고 내담자에 대한 존중이 결여되어 있는 듯하다.
  대안반응: 창피했군요. 물어 보고는 싶었어요?, 부끄러운 짓을 했다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상13: 계속 내담자를 나무라는 식이다. 상담자가 앞질러서 가치판단을 하고
있으면서도, 내담자를 안내하지 않고 자존심에 상처가 갈 수도 있는 대화를
계속한다. 상담자가 조급했다는 판단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내담자가 상담자에게
잘 따라와 주지 않으니까 화가 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혹시
이것이 상담자의 병렬적 왜곡(parataxic distortion)이 아닌지? (상14), (상15)도
마찬가지다.
  대안반응: 어떻게 하면 자존심이 꺾인 건가요?, 무척 힘들었군요. 그런데
여기서 자존심이란 뭐예요?

  상14: 아예 교육적 훈시다. 이에 대해 내담자는 무의식적으로 저항감을
표시한다. 여기서도 내담자가 의미하는 바를 앞지른다.
  대안반응: 잠도 못잘 정도였어요? 그런 상황이 아주 없었으면 하고 바라시는
거군요?

  상15: 여기서 조금 누그러지는 것 같다. 그러나 아직도 훈시적이다.
  대안반응: xx씨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군요. xx씨는 자신이 왜 다른
사람의 호의에 거부 반응이 생긴다고 생각하나요?

  상16: 여기서야 비로소 내담자의 마음에 신경을 써주고 있다. 이 이후의
반응들은 좋은 것 같다.
  상17: 치료적이다. 내담자에게 통찰을 줄 만한 두려움의 원인을 추정하여
제시함으로 합의적 타당화에 이르고 있다.
  상18: 내담자의 마음을 반영해 주긴 하지만 단어 자체를 사용하는 것이 너무
포괄적인 것 같다. 그러므로 여기서 질문해도 될 것을 (상20)에 가서 질문하게
된다. 그런대로 좋은 반응이다.
  대안반응: 다른 사람이 무시할지도 모른다는 게 중요하군요.

  상19: 해석을 하면서 들어가기 위한 준비단계인 것 같다. 이 이후에
(상21)까지는 모두 치료적인 것 같다. 이 부분은 내담자가 말한 보상심리를 반복
요약하는 작업이다.
  상20: 좋은 반응이다. 여기서는 내담자의 인정욕구(가설)를 확인하고 있다.
  상21: 여기서는 내담자의 열등감(가설)을 확인하고 있다.
  상22: 내담자의 열등감에 대한 해석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이를 확인하지
않고 다른 주제로 넘어간다. 여기서 안전장치(방어기제)를 확인하고 '좋다고
생각했으면 붙잡아야 할 것 아닌가'는 다음에 따로 다루어도 충분할 주제였다.
  대안반응: - 자신을 못났다고 생각하니까? xx씨는 안 그런 것 같아요?

  상27~28: 해석을 해서 벗기고 난 후 (상26) 후반부터 준비해서 더 건강한
대인관계 양식이 내담자에게 있음을 확인시켜 주는 좋은 반응이다.
설리번(Sullivan)은 안전장치(방어기제)만 밝히면 안 되고, 이것을 대체할 더
건강한 대인관계 양식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상27)과 (상28)의 '그치요'를
통해 내담자에게 보다 건강한 대인관계 양식이 있음을 확인시켜 준다. 치료적인
반응이다. 그런데 그 부분을 더 다루지 않고 상대방은 어떨 것 같냐고 주제를
돌리는 부분이 안타깝다. 오히려 이 부분을 더 충분히 다루고 이런 새로운 패턴을
사용하는 데 따르는 정서적 고통을 논의해야 했다.
  대안반응: 그치요? xx씨가 좋아하면 굉장히 잘해줄 마음을 가지고 있단
말이에요. 좋은 마음인데, 어떻게 잘해줄 것 같아요? 한 번 생각해 볼까요?

  상29~31: 상담자가 다루려고 한 것이 내담자의 마음 상태를 잡아 다루는 것도
아니고, 내담자가 표현하고픈 말에 충실하려고 하는 것 같지도 않아 일관성이
없어 보인다. (상31) 같은 경우 또 내담자를 앞지른다.
  상32: 여기서는 침묵 5초에 굴해서 상담자가 대안을 제시하지 말고 내담자의
더 깊은 기분을 탐색하여서 그것을 주제로 다루었으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설리번(Sullivan)은 내담자가 너무 고통스러워 직면하지 못하는 사건을
타인을 대상으로 해서 다루는 기법을 제시하고 있다.
  대안반응: (침묵 5초) 이런 때의 기분을 이야기하는 것은 때때로 정말
곤란할텐데, 그러면 '나' 말고 다른 친구를 생각해 볼까? 남자친구에게 쌀쌀맞게
이야기를 들은 친구가 있다면 그 친구의 기분이 어떨까?

  상33: 내담자의 상태가 직면할 수 없는 상태인 줄 알고 피해간 것까지는
좋았는데 내담자를 전혀 수용하지 못하고 무시해 버리듯이 덮어버린다. 차라리 이
문제를 언급했으므로 (상32)에서의 대안반응처럼 타인을 대상으로 해서라도
다루는 게 좋았을 것 같다.
  상34: 내담자의 두려움의 근원을 확인하고 있다. 치료적 반응이다.
  상36: 그릇된 과일반화 경향을 지적(사랑해 줄 사람이 이 세상에는 없는 것
같다)하고 과거의 방어기제 및 방어기제의 원인을 확인하고자 한다. 치료적이다.
  상37~42: 과거이야기 탐색.
  상42: 아버지와 관련된 과거의 방어기제와 남자친구와 관련된 현재의
방어기제를 연결하여 해석한 개입이다. 통찰 치료적 반응이다.
  상44: 생각만으로는 안 되는 그릇된 감정의 기능(흐름)을 다룸. 치료적이다.
  상45: 보다 건전한 방어기제(안전장치)를 확인토록 하고 있다. 이런 새로운
행동양식을 실행하는 데 따른 감정적 어려움의 부분들도 미흡하기는 하나
다루어지고 있다. 가장 치료적이라 여겨진다.
  상47: '전이'라는 전문용어를 내담자가 모를테니까 그런 전문용어를 쓰지 않는
것이 더 바람직했을 것 같다.

  4. 상담과정의 종합 및 예후에 대한 소견
  10회에 걸친 상담은 축약적이고 치료적이었다. 상담경험이 많은 치료자란
생각이 들 정도로 상담이 매 회기마다 한두 가지 주제로 때로는 주장훈련 등의
기법도 섞여가며 매끄럽게 진행되었다. 내담자도 상담에서 신체화형 장애가
경감되었고, 자기 주장성, 안정감 등을 얻었으며, 2주 후 추수면접에서도 적절한
대인관계를 유지하고 만족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요약만 가지고는 처음 내담자가 가져온 이성에 대한 문제와 공부의
부담에 대한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었는지를 알 수가 없다. 이성문제는 5회
이후에는 전혀 언급이 없다. 공부에 대한 부담도 정리되지 않은 채 친구문제가
해결되는 것으로 종결된다. 미진한 부분이 남아 있는 것 같다. 내담자 스스로가
자신의 '전이'(병렬적 왜곡)가 남자친구에게 나타나는 것을 깨달았다고 해도 그
후가 어떻게 되었는지를 확인해 보고 정리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또 시험에
대한 부담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 그런 문제들을 그 다음 회기에서 더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다른 문제가 있어 못 다루었다 해도 몇 회 지난 후에라도
확인해 보고 정리를 해주는 것이 치료적이고 더 바람직했을 것 같다.
  그리고 축어록을 살펴보면, 상담자가 상당히 권위적이고, 자주 내담자의 표현을
무시하고 지나가는 경향이 있었다. 상담자와 내담자가 어떤 사회적인 관계인지는
모르지만 내담자는 이런 상담관계를 통해서 보이지 않게 상담자의 틀에 따라와야
한다는 강요를 받았을 것 같다. 또 상담자는 마음이 너무 앞선 것 같았다. 그가
가지고 있는 가설을 무리하게 제시하고, 너무 주도권을 가지고 이끄는 경향이
있었다. 만약 상담이 10회로 끝난 것이 내담자가 상담에서 얻을 것을 충분히 다
얻었기 때문이 아니라면, 이런 보이지 않는 압력이 내담자에게 미리 종결할
생각을 갖게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내담자의 예후는 2주 후 추수면접에서는 좋았으나 장기적으로 볼때, 복학 후
또다시 시험 등의 압력을 받으면 재발 또는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된다.
(심온, 서울대 대학원, 상담심리 전공)

  (사례 5)에서의 연구 문제
  1. 내담자는 고3부터 거의 연 1회씩 위경련을 경험했고 담석증의 자각증세는
의사의 진단결과 심인성으로 판정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대학 1학년 때
남성으로부터의 성관계 요구에 '무서운 경험'을 했다고 말했고 최근의
이성친구와의 관계에서 좌절을 보고하고 있다. 따라서 내담자의 문제는
가족구도로부터 형성된 강한 인정욕구와 의존적 성격을 배경으로 하고 충격으로
고모댁으로까지 피신하게 된 대학 1년때의 경험과 최근의 대인관계 실패가 그
촉발요인이 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내담자 문제의 배경요인과 촉발요인에 대해서 이 사례의 상담자는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가?
  2. 상담적 개입의 내용이 불분명한 부분으로서, 9회 면접 중에서 문제(불안)의
신체증상화가 '2차적 소득을 위한 것임을 납득했다'는 것과 10회에서 '증상의
심인성을 통찰했다'는 상담자의 판단을 확인할 수 있는 내담자의 반응들은 어떤
것인가?
  3. (표 1)과 (표 2)의 상담자 반응유형의 빈도로 보아 이 사례의 상담자는 면접
장면에서 대체로 어떤 접근방식을 선호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4. 10회에서 '소화불량, 두통 등의 증상이 완화되고 자기의 문제가 심인성임을
통찰했다'는 판단의 근거를 내담자의 어떤 태도와 반응에서 발견할 수 있는가?
  5. 내담자의 문제가 심하게 긴장이 되는 환경에 접하게 되면 다시 표출될 수
있는 가능성에 비추어, 가령 내담자가 "요즈음 편안해지려고 노력중"이라고 말할
때(10회) 내담자가 겪을지도 모르는 스트레스 요인들을 점검해 보고 그에 대한
예방적 대처방안을 지도해 주어야 하지 않는가?
  6. 이 사례기록 중 어느 부분에서 상담자의 치료적 태도와 촉진적 반응이
나타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