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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강박장애의 상담사례

  3. 1. 강박장애의 주요증상과 치료
  강박장애(obsessive compulsive disorder)의 주요특징은 되풀이 되는
강박관념과 강박행동이다. 즉, 원하지 않는 생각(강박 관념)이 자꾸
떠오른다든지, 그렇게 할 이유가 없는 데도 자꾸 어떤 행동(강박행동)을 되풀이
하려는 충동을 느끼는 것이다. 이러한 강박관념과 강박행동은 심한 불안감을
야기하고 시간을 낭비하게 하며, 개인의 정상적인 일상생활, 직업에서의 직무수행
혹은 원만한 대인관계를 저해한다. 강박관념이란 이성적으로 통제 불가능한
돌발적이고도 되풀이 되는 생각과 사고 그리고 심상 등을 말하는 것이다. 때로
정상적인 사람들도 그러한 강박관념을 한두 번쯤은 경험할 수 있지만, 환자들의
강박관념은 그 힘과 빈도가 심해서 개인의 정상적인 기능을 마비시킬 정도이다.
예를 들어, 부모가 자기의 사랑스런 자식을 죽일 것 같은 생각이 끊임없이
떠오른다든가, 어떤 끔찍한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생각이 계속 떠올라 하룻밤에도
수십 번씩 자는 아이에게 가보고 확인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혹은 손에
병균이라든가 쇳가루 등 무언가 묻었으리라는 강박적인 생각을 떨칠 수 없어
하루에도 수십 번씩 손을 씻는 강박행동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종교에
심취해 있는 어떤 사람은 되풀이 되는 불경한 생각들로 인해 정상적인 종교활동에
전념하지 못하기도 한다.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되풀이 되는 생각이나
충동을 무시하거나 억압하려고 시도하지만 그것이 쉽게 되지는 않는 것이다.
환자들에 있어서 가장 흔하게 경험되는 강박관념은 폭력과 관계된 생각(예를
들어, 자신의 자식, 부모, 배우자 등을 죽이는 것), 오염에 대한 생각(예를 들어,
다른 사람과 악수를 함으로써 병에 감염된다고 생각하는 것) 그리고 의심과
관련된 생각(예를 들어, 혼잡한 지하철역 구내에서 자신이 혹시 다른 사람의 발을
밟지 않았는지에 대해서 계속 염려하는 것), 성적인 내용(예를 들어, 자신이
누군가를 강간하거나 당할 것 같은 생각) 등이다.
  강박행동이란 강박관념에 의해서 어떤 규칙성을 가지고 항상 특정한 방식으로
행해지는, 반복적이고 목적을 가진 의도적인 행동이다. 이 강박행동은 그 행동을
수행하지 않았을 때 야기되는 불편함과 불안을 상쇄시키거나 회피하는 수단이
된다. 강박행동이 심각하게 생각되는 것은 그러한 강박행동의 빈도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중년부인은 손이 매우 쓰라릴 정도로 고통이 수반됨에도
불구하고 매일 50번씩 손을 씻는다. 이렇게 강박행동을 하는 사람은 자신의
행동이 과도하고 비현실적이며, 그 행동을 함으로써 즐거움이 따르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박행동을 수행하지 않았을 때의
긴장감과 불안 때문에 그런 행동을 멈출 수가 없는 것이다. 주변에서 발견되는
가장 흔한 강박행동은 손씻기, 반복적으로 특정대상의 수를 세기, 확인하기
그리고 만져보기 등이다.
  강박장애에 대한 정신분석적 이론에서는 어렸을 때의 지나치게 엄격한
배변훈련(toilet training)으로 인해 자아의 통제력을 벗어난 공격적인 본능적
충동 때문에 강박적인 관념과 행동이 야기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환자들에
있어서 발견되는 강박적 증상들은 원초아(id)와 방어기제간의 투쟁의 산물이므로,
강박장애의 상담 혹은 치료 목표는 강박적 증상, 그 자체보다는 환자의 무의식
속에 억압되어 있는 본능적 충동들을 의식의 표면으로 떠오르게 하여 환자로
하여금 직면(자각)케 하는 것이다. 그러나 강박장애에 대한 정신분석적 접근의
어려움과 한계에 대해서 여러 학자들이 논의한 바 있으며, 대체로 강박장애는
다른 증상에 비하여 정신분석적 접근방식에 잘 반응하지 않는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강박장애에 대하여 정신분석적 접근을 할 때에는
보다 직접적인 관여(involvement)와 직면시키기(confrontation)가 강조되고,
과거에 대한 해석보다는 현재(here and now)에 초점을 맞춘 현실적 행동수행을
강조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강박장애에 대한 행동주의적 입장에서는 강박적 증상들이 불안과 긴장을
일시적이나마 감소시키는 반복적인 경험 때문에 '강화된, 학습된 행동'으로
간주한다. 따라서 행동주의적인 치료는 단계적 둔화나 사고중지(thought
stopping) 등의 기법을 사용하여 강박적 증상 자체를 감소시키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3. 2. 강박장애 내담자의 상담사례
  다음에 제시한 상담사례는 전형적인 강박장애 증상을 보이는 내담자의
사례이다. '수업시간에 갑자기 소리를 지를 것 같다. 동생의 목을 조르게 될 것
같다. 앞에 있는 사람을 갑자기 주먹으로 때릴 것 같다. 집에 있으면 누군가가
들어와 자신을 강간할 것 같다' 등의 강박관념이 반복적으로 떠오르고 있어
괴로워 했다. 그러나 강박행동은 두드러지지 않고, 4년 전 개인병원에 입원한
병력이 있었다.
  이러한 내담자에 대한 치료적 접근방식에 대해서는 앞에서 요약한 바 있으므로,
여기서는 실제사례를 통하여 그 진행과정을 개관하고 특징 등을 검토하기로 한다.

  (사례4) "갑자기 소리를 지를 것 같고, 문을 잠갔는지 자꾸 불안하다..."
  1. 내담자 인적사항: 현재 22세, 여학생, xx대학 3년
  2. 내담자가 호소한 문제
  수업시간에 교실에서 갑자기 소리를 지를 것 같다. 텔레비젼이나 영화에서
잔인한 장면을 보면 그 일이 자신에게 일어날 것 같다. 문을 잘 잠갔는지, 가스를
껐는지, 자꾸 불안하다(자신이 잘못해서 집에 불이 날까봐). 길에 혼자 가다
쓰러져 죽어 버릴 것 같다. 이러다 미치는 게 아닌가 불안하다.
  3. 상담경위
  내담자가 학과 지도교수에게 찾아가 자신의 문제를 호소하였는데, 이를 면담한
지도교수가 상담자에게 의뢰하였다.
  4. 가족사항: 부(59세, 대졸, 건축업), 모(56세, 중학중퇴, 주부),
내연의 처(내담자 출생 전 혼외관계), 내연의 처에게서 난 딸(28세, 현재
교류없음), 오빠(33세, 회사원, 결혼), 내담자(22세), 여동생(15세, 중3)
  5. 심리검사결과(다면적 인성검사(MMPI)) - 도표생략
  해석내용: 그 결과는 불안장애, 우울, 강박장애의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6. 첫 면접시 특징
  표정이 굳어 있고 통통한 몸집. 밑화장이 짙은 편. 상담자를 가끔 쳐다보고
이야기하나 무표정. 등을 약간 구부린 경직된 자세로 가슴이 답답하고 불안하다며
한숨을 몰아쉼.
  7. 상담과정 요약 및 축어록
  (1회: 19xx. 5. 30)
  2개월 전부터 몹시 불안하다. 2개월 전 써클 전시회에 낼 붓글씨를 쓰다가
집에서 뛰쳐 나갔다. 5월 29일 수업시간에 갑자기 교수에게 소리를 지를 것 같아
너무 두려워서 수업도중에 나오고 다음 날 그 교수에게 찾아가 이야기를 했다.
텔레비젼이나 영화에서 잔인한 장면을 보면 그 일이 나에게 일어날 것 같다.
고2때 갑자기 엄마를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든 후 너무 불안해 신경정신과에
입원했었는데 문제해결이 된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어머니는 잘해 주시지만
과잉보호를 하신다. 잔소리가 많다. 내 얘기를 들으면 상담자가 지겨울 것 같다.
  상담자는: 주 2회 상담과 이들 증상의 완화를 목표로 상담 방향을 구조화,
녹음에 대한 동의, 상담자에 대한 반응을 함께 분석: 상담자가 지겨울 것 같다는
반응에 대하여, 불안으로 인한 긴장의 경감을 위하여 이완훈련, '이러다 미치는
것이 아닌가'에 대하여 안심을 시킴, 내담자가 호소한 문제의 객관적 진단을
위하여 MMPI 실시

  (2회: 19xx. 6. 1)
  상담자: MMPI결과 해석
  아빠가 오빠 낳고 다른 곳에서 딸을 하나 낳았다. 하지만 그런 것이 별로 내게
충격은 없다. 내가 태어났을 때는 다 정리된 상태였다. 아빠는 건축업을 하는데
일정한 일자리는 없다. 아빠는 성격이 느슨해 돈을 많이 벌지 못했지만
경제적으로 윤택하지 못했는 데도 먹고, 입고 하는 것을 남들과 뒤지지 않게
하였다. 아빠가 일 없을 때는 집에서 계시는데 그럴 때는 굉장히 답답함을
느꼈다. 중학교 때도 그렇고 마음에 가난하다라는 사실이 남아 있었다. 엄마보다
아빠한테서 깊은 정을 느낀다. 고2때는 굉장히 안 좋았는데 오빠는 방 하나 따로
쓰고, 방 하나는 갈라서 엄마, 아빠가 반 쓰고 동생이랑 내가 나머지 반 썼다.
고2때 엎드려서 공부하고 있는 손이 떨리고 불안해졌다. 그 때 엄마는 속옷만
입고 주무시고 계셨는데, 갑자기 칼같은 도구가 생각이 났다. 그 이후로 엄마
목만 보면 그런 도구들이 생각이 난다. 그 때 같이 생각난 게 성적인 그런
호기심이 많을 때라 그런지 공부시간에 앞에 앉은 여학생 목이 너무 이뻐 보여서
만져보고 싶었었다. 오빠의 성기가 어떻게 생겼을까 호기심이 생기고, 동생에게도
추잡한 생각이 들어서 괴로웠다. 어떤 사물을 봐도 자꾸 그런 생각이 들고, 책도
볼 수가 없었다. 초경은 국교 5학년 때 시작했는데 남들보다 육체적으로 빨랐다는
것이 부끄럽고 성욕이 강할 것이라는 그런 느낌이 든다. 성적인 장면들이 나오면
추잡한 것으로 생각된다.
  상담자는: 성적인 호기심이 자연스러운 것임을 지적하면서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상담분위기를 조성, 앞으로 내담자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이야기하도록 하자고
제안하면서 상담의 방향과 필요성을 제시.

  (3회: 19xx. 6. 7)
  (상담자가 2개월 전의 생활변화를 묻자) 3월달에 이사를 했는데 그방에 적응을
못하겠다. 내가 정신적인 그런 문제를 알고 있어서 한 인간으로서 올바르게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이 열등감을 준다. 병원에
갔다 온 이후로 항상 그 생각을 한다. 누가 병원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
같아 불안하다. 병원에서는 약같은 것을 계속해서 먹었는데, 그 약이 너무 강해서
목이 막 뒤로 넘어가던 기억이 있다. 카운셀링 하는 분과 이런 얘기도 하고
그랬는데 특별히 도움이 되는 말씀은 없었다. 내가 성적인 호기심 얘기를 했더니
성교하는 사진들을 보여줬다. 너무 끔찍하단 생각을 많이 했다. 내가 좋아하는
친구가 있는 데 그 친구가 먼저 내게 다가오지 않아 고민했다. 횡단보도에 서
있으면 버스 안에 있는 사람들이 나만 쳐다보는 것 같고, 내가 빵같은 걸 사서
들고가면 쟤는 저런 걸 좋아하니까 뚱뚱하지 이렇게 생각할 것 같다. 내가 화장을
하는 이유도 내 얼굴 빨개지는 걸 감추기 위해서다.

  (4회: 19xx. 6. 13)
  어렸을 때 무뚝뚝하구, 무표정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다른 애들에 비해
침착하지 못하고 실수도 잦다. 어머니는 금기사항이 많았지만 요즘은 참 좋고
공감이 된다. 실수하면(컵 깨고, 숟가락 떨어뜨리는 등) 엄마가 먼저 생각난다.
  상담자는: 어머니의 완벽함에 대한 기대를 항상 채울 수 없었던 것이 못나고
실수가 많다는 자아상을 갖게 된 원인이고, 어머니에게 야단맞을 때 미운 감정
갖게 되고 이에 죄책감을 갖고 있음을 지적.

  (5회: 19xx. 6. 13)
  (꽃을 사갖고 옴) (다시 이전에 이야기한 증상들을 주로 호소) 공부는 억지로
하면 그럭저럭 된다. 성적은 창피하다. (상담자가 성적을 구체적으로 묻자) 대학
1학년 1학기는 장학금 받았고 이후에는 못했다. (3.0은?) 넘는다. 과에서
중간정도 (이번 주말의 생활은?) 친구 만나고 도서관서 공부.
  상담자는: 내담자가 꽃을 사온 의미에 대해 이야기(상담자와의 관계에서의
의미를 탐색), 증상 호소를 반복적으로 할 때 중지시키고 생활장면의 실제사건,
행동으로 이야기의 방향을 유도(실제생활 탐색).

  (6회: 19xx. 6. 15)
  잠을 못잤다. (불면과 두통을 호소) 오빠는 보수적이며 오빠 생각을 끌고
나가려는 게 싫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활발히 놀지 못했던 것 같다. 어릴 때는
지금보다 더 뚱뚱했었다. 별명이 돼지. 오빠 친구의 사촌 남동생이 외모가 잘
생겼다. 남자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상담자는 내담자의 하루 생활을 점검)

  (7회: 19xx. 6. 19)
  아버지의 외도... 불결하고 추잡하다. 대2 때 남자친구의 편지내용이 안 깨끗해
관계를 끊었다. 복학생은 안 깨끗하다. 몇 번 만나면 손잡고 그럴까봐.
  (상담자는 '이성관계=성관계'의 도식을 가지고 있음을 지적) 성에 대해 불결한
생각 때문에 성관계를 갖지 못할까봐 불안하고, 한편으로는 내가 남편에게
성행위를 너무 요구하고 원할 것 같아 징그럽게 될까봐 불안하고, 여자가
남자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면 성욕이 강한 여자로 보일 것 같다.

  (8회: 19xx. 6. 27)
  남자친구를 갖고 싶다. 남자친구하고 육체적 관계를 연결시키고 있었던 것
같다. (상담자는 내담자의 방학생활 계획을 함께 점검)

  (9회: 19xx. 7. 18)
  사랑은 자연발생적인 것이 아니고 노력해야 되는 것 같다. 여자가 프로포즈를
먼저 하는 것도 되는지...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상담자는 '게으르다,
못났다' 등의 자아개념이 변화되어야 할 것임을 강조)

  (10회: 19xx. 7. 28)
  좋아하는 남학생과 한 번 만났다. 그리고 나서 전화했더니 거절당했다.

  (11회: 19xx. 9. 28)
  1학기 성적이 잘 나온 편이다. 장학금을 받을 정도이다. 2학년 2학기까지 평균
성적은 5등 정도이다. 친구 언니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 한다. 거기서 일하는 게
좋다. 갈 곳이 있다는 게 기분이 좋다. 친구xx(같은 과 친구)가 가끔 찾아와서
기분이 좋다. (상담자: 자신의 어떤 점이 친구에게 좋게 느껴지는지?) 내게
장점이 있어서는 아니고 그저 성향이 비슷하다. 잘 때뿐만 아니라 앞에 누가
있으면 때리거나 목을 조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죽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
신촌에서 이대 앞에 갔을 때 어느 미친 할아버지가 설교하는 것을 봤는데, 막
소리지르고 팍 때리고 싶었다. 자살, 살인, 정신질환 등의 이야기를 보거나
읽으면 그런다.
  상담자는 그런 생각이 드는 구체적인 상황, 장면을 알아보고 앞으로는 어린
시절의 경험을 많이 이야기하도록 제안.

  (12회: 19xx. 10. 5)
  대학교에서 대인관계가 불편. 고등학교 때 합창부 활동. 국민학교 때는 노래
콩쿠르 주 장원과 월 장려상 탔었고, 대학 때 교내 가요제 금상. 중학교 때 영어
연설 발음이 좋다고 영어연극에 뽑혔다. 노래모임 동아리에서 오디션 거쳐
선발되었다. 남들 앞에서 재치있게 말하고 싶은데 못한다. 나는 참 재미없는
사람이다. 친구들은 나보고 재미있게 산다고 했다. 친구들이 내게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상대는 아니라고 한다. (상: 어떤 점 때문에 그러는 것 같은가?)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한다고 한다.
  상담자는: 내담자가 단점에만 초점을 두고 장점을 경시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잘했던 기억이나 상황, 경험을 이야기 시킴. 특수한 집단에서 대인관계가
불편하다고 호소하였으므로 어떤 집단에서 불편했는지를 생각해 보고 다음 시간에
이야기하도록 함.

  (13회: 19xx. 10. 12)~(14회: 19xx. 10. 26)
  합창단 사람들과 있을 때 불편하다. 생각해 보니 자신감 있고 당당해 보이는
사람들과 있으면 불안하다. 다른 사람 앞에서는 재미있고 재치있는 이야기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엄마 얘길 하니까 지금 이 상태의 모든 잘못이 엄마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 미안하다. 엄마는 우리가 잘못하면, 누가 잘못했는지부터
따진다. 부엌일이나 집안일, 심부름 할 때면 막 '그것도 하나 빨리 못해!'
그러실까봐 겁이 난다. 내 주위에 너무 사람이 없는 느낌이 든다. 다방면에 아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 늘 혼자이고 내가 먼저 전화해서 만나기보다 나를
찾아주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
  상담자는 여러 방면에 아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여러 사람에게
관심을 받고 싶다는 의미가 있음을 이야기. 이는 특정한 사람, 즉 남자친구를
갖고 그에게 사랑을 받고 싶은 욕구가 채워지지 않아 늘 혼자라는 기분이 드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보도록 함.

  (15회: 19xx. 10. 30)
  생각이 성숙이 덜 되었다. 다른 사람에게 나를 사랑해 주지 않는 것에 대해
어리광 부리는 것 같다. xx연극을 봤는데 여자주인공에게 뭘 던지고 싶고,
소리지르고 싶고 앞에 있는 남자 목을 조를 것 같은 느낌이 항상 있었다.
고등학교 때 영어공부 하면서 대학을 못 가면 어떡하나 생각하니까 손이
떨렸는데, 그러고 며칠 후에 엄마 보면서 그런 생각 한 것이다. xx과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고 못 가면 어떡하나 하고 불안해 했다. 그냥 그 과를 못 간다고
생각하니 싫었다. 어렸을 때는 애들하고 잘 못 놀고 그랬었다. 그리고 여우같지
못해서 말도 잘 못하고 그랬다. 고3때도 친구가 없었는데 답답하고 편안한 기분을
못 느꼈다. 그럴 때면 돌아다니고 그랬다. 아이들하고 못 어울린 건 천성인 것
같다. 내가 너무 기대가 많기 때문에 그런다고 생각한다.
  상담자는 어렸을 때 아이들과 못 어울린 것과 현재도 많은 사람과 어울리지
못한다는 느낌에 유사성이 있다는 점과 이것이 지금 여러 사람을 알고 싶다는
욕구와 관련 있음을 이야기.

  (16회: 19xx. 11. 2)
  내1: 그렇겠죠, 뭐. 친구는 그래도 대등한 관계로 만나서 서로 얘기한건데 맨날
제 얘기만 하니까 걔네는 뭐, 또 듣는 사람은 그렇잖아요. 그러니까 상대방은
얘기를 하는 거 자체가 벌써 들어주는 사람 있다는 것이 참 고맙고 속이 시원한데
듣는 입장에서는 또 들어주는 입장에서 만족하지 못하고 뭐, 아무 힘도 못돼주고
그러는게 참 미안하다고... 이런 식으로 친구들이 얘기를 해요.
  상1: 음, 그래 (2초) 그, 왜 xx씨가 맨날 친구들한테 맨날 똑같은 내 애기만
하니까 애들이 지겨울 것이다 하는 생각을 했는데... 그 친구들이 xx, xx인가?
  내2: 네. 고등학교 때 친구들한테도.
  상2: 응, 걔네들한테도. 그렇다면은 아, 친구들한테 어떻게 해야 되겠다 하는
생각은 안 들어요?
  내3: 앞으로요? (음). (3초) 저는 친구관계를요, 되게 진정하고 뭐 이렇게 다
털어 놓고 얘기하는 이런 관계를 맺고 싶었는데요, 그냥 아유 물론 친구들도
다 그렇지만 왜 어떤 사람은 누구한테 얘기하는 거보다 자기 혼자만 안고 자기
안에서 해결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잖아요. 제 친구들을 보면 그런 사람들이
꽤 많은 거 같아요. 그래서 그냥 이제는 친구관계에 신경을 쓰고 싶지 않아요.
그냥 제가 보고 싶으면 만나고 뭐 만나서 부담 없이 얘기하고, 또 고민 있으면
얘기하고 뭐 상대방 얘기하든 말든 너무 피곤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요.
그리고 뭐 친구한테서 뭘 원하거나 이런 건 안하기로 했어요. 이제.
  상3: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에서부터 뭔가 원해지지 않든가? 그 결정을 내린 게
언제쯤부터예요?(내담자는 대인관계에서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는 나름대로의
인지방식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상담자는 그 생각을 하게 된 시기를 묻고 있다.
그런 생각을 한 것만으로는 해결된 것이 아님을 직면시키기 위한 전초적 질문으로
보이는 데, 이보다는 대인관계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하여 공감적 이해를
하고 내담자 나름의 노력을 지지하는 것이 나을 듯하다.)
  내4: 어, 그런 거보다 제 자신을 좀 편안하게 해주고 싶어요, 이제는. 그러니까
뭔가를 원한다는 게 그만큼이 채워지지 않으면 굉장히 불만족스럽잖아요.
  상4: 남들이 먼저 전화해 주기를 기다리고 말야, 또 그래 주지 않으면 난 왜
이렇게 혼잘까 고민하고, 이런 데서부터 이제 자유로워져야 되겠다. 이런
얘기지요?
  내5: 네. 그런 것도 있고요. 이렇게 친구들을, 사람을 완벽하게 보면서 그
단점같은 걸 확대해서 보면서 '그거 참 왜 이럴까' '꼴보기 싫다' 이렇게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뭐 나는 나쁜 점이 굉장히 많은데도 상대방의 나쁜 점을
자꾸 고치고 싶고, 막 그 앞에서 얘기를 하고...
  상5: 예를 들면 누구한테, 어떤 점 때문에 그랬어요.
  내6: 어, xx는요, 좀 굉장히 프라이드가 강해요. 정말 똑똑하고 항상 이렇게
공부 외에 장학금을 타거나 이런 거 말고도 잘하는 것도 너무 많고 참 똑똑하고
참 괜찮은 애예요. (근데?) 근데 그러다보니까 좀 뭐랄까 정말 그 잘난 체를,
걔는 뭐 아주 자연스럽게 하는 행동인데도 우리가 봐서 그런지 몰라도 그런
행동이 너무 많이 보여서... 1학년 때, 처음에는 애들이 좀 많이 놀라고 좀 아주
독특한 스타일의 그런 애를 처음 접하는 거니까 애들이 막 놀라고, 이렇게 막
거부하고 이랬었어요. 그러다 인제 점점 학년이 올라가면서 이제 많이 이해를
해주고 이제 면역이 되가지고, 또 저는 워낙 친하니까 그냥, 그런 뭐 잘난 체를
하고 눈에 거슬리는 모든 걸 다 커버할 만큼 걔한테서 좋은 점이 이렇게 융화가
되니까 전..., 그런데 맨 처음에는 친해지면서 '왜 쟤는' 이런 식으로 생각을
많이 했었거든요.
  상6: 예를 들면 xx가 어떤 태도를 보일 때?
  내7: 그러니까 xx는요, 어떤 얘기를 할 때 음, 내가, 나나 어떤 다른 사람이
얘기를 했을 때 자기가 어떤 의견이 있으면 아니야라고 아주 강하게 반박을 해요,
그 상대방의 의견에 아니야!라고 인상을 팍 쓰면서 얘기를 하고 자기 의견을 막
펼치는 거예요.
  상7: 그러니까 xx씨가 얘기할 때... 그러면 xx씨는 어떤가?
  내8: 저는 굉장히 기분이 나쁘죠.
  상8: 무시당한 거 같으니까.
  내9: 그럼요. 그래서 그런 경우가 굉장히 많았었어요. 그래서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뭐(그런 얘기를 했다고, xx하고?) 네. 그런 얘기를 했는데요... 그리고
이제는 모르겠어요. 별로 그런 게 없고 또... (익숙하니까 그런 게 잘 안 보이는
거군) 익숙한 것도 있고 xx가 절 생각을 해주고, 또 그러니까 그런게 전혀
없거든요. 근데 예전에는 걔한테서 어떤 그런 거를 없애기 위해서 제가 막
얘기하고 막 그랬었는데.
  상9: 약점, 싫은 점에 대해서 자꾸, 얘기하니까. (가끔 가다 한 번...) 가끔
했지만 걔가 공격받는 기분이었겠군요, xx한테.(상담자는 이야기할 당시 상대편의
입장에 서서 감정을 이해하게 하려 했으나, 이 반응으로는 공감적 이해를 하고
있다는 표현도 안 되고 감정적인 차원의 통찰로 이어지지도 못하고 있다.
이보다는 친구에게 실제 어떤 식으로 이야기하는지 그 말하는 방식을 탐색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다른 상담자의 견해이다.)
  내10: 네. 그러지 않구요. 그 점을 진정한 친구라면 물론 나쁜 점이긴 하지만
그냥 좀 이해해 주고 싶어요. 이제는 뭔가 자꾸 변화시키려고 하는 것보다 그냥
정말 걔한테 맞게 나를, 차라리 변화시키는 게 조금 더 좋을 것 같아요.
  상10: 이제 xx도 잘 안 변하는 점이고, xx씨도 변화시키기 어려울거란
말이예요. 그런 점에서, 싫은 건 싫은 건데, 이제 어떤 타협점을 찾았다는 게...
남의 어떤 약점 같은 거, 나한테 싫은 점을 그 사람의 일부로 받아들인다는 게
이제 xx씨의 발전된 면인 거 같네요. (3초) xx씨가 그 얘기했었지요? 친구한테
많이 기대하지 않겠다고. 그런 생각을 하고 나서 좀 편안해졌으나, 실제로?
  내11: 그 생각은요, 옛날부터 많이 하고 있었어요. 그러니까 그냥 그 고등학교
때 친구들한테 제가 너무 질려 가지고요, 이젠 정말, 정말 피곤하고 그래서
원하지 않기로 했어요.
  상11: 오랜 동안 쭉 그런 생각을 해왔는데도 편안하지 않았다면, 지금 그
생각을 해도 (편하지 않은 건 마찬가지죠) 계속해서 편하지 않다는 얘기네.
그러니까 그 생각에서 이러지 말기로 하자 하는 거하고 진짜 내가 그럴 필요가
없다 하고 마음 속에서부터 받아들이는 거하고 조금 다를 거 같애. xx씨는 생각은
참 앞서 간단 말예요.
  내12: 저도 선생님, 그게 문제예요. (글쎄) 다 알고 다 그러는데.
  상12: 지금 거의 xx씨 모든 게 그렇단 말이야. (13초) 우리 그 얘기 그 때
하다가 말았지요? 어떤 때 진짜 엄마, 아빠가 날 사랑해 준다는 걸 느낄 수
있느냐... 그 생각 해봤어요?(내담자가 친구관계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는데,
상담자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로 화제를 전환하여 버렸다. 여기에서는
친구관계에서 경험하는 구체적 상황을 좀더 다루는 게 바람직하다.)
  내13: 근데 그 생각을 해봤는데요. 그걸 느끼는 경우가 너무 웃기게도 그러니까
막 뭘 사줬거나, 엄마, 아빠가. (웃음) 그냥 그랬을 때예요. 그러니까 이제 제가
어떤 걸 원한다고, 좀, 좀, 무리한 요군데, 엄마, 아빠한테 한 번 얘기를 했을
때...
  상13: 그 물건이 뭐였어요? 언제쯤이고...
  내14: 그러니까 예를 들면 (4초) 남들이 잘 안하는 거. 그러니까... 하긴
하지만 어, 기타를 배운다거나. (언제?) 1학년 때요. (대학교 1학년 때?) 네,
1학년 때도 그랬었고, 뭐 하여튼 저는 좀.
  상14: 한 가지씩 얘기해봐요. (내담자 웃음) 지금, xx씨 얘기하듯이 뭐 해줬을
때 하는 식 말고, 뭐 사줬을 때가 아니라 대학 1학년 때 기타를 사줬을 때라든가
어떤 한 가지, 한 가지를 좀... 일반화 시키지 말고, 자꾸.
  내15: 선생님, 근데요. 아주 구체적으로는 잘 생각이 안 나요. 안 나요.
  상15: 그걸 생각해야지요.
  내16: 그럼 아주, 아주 쉬운 거부터 (2초) 제가 만약에 오늘 아침에 나오면서
'오늘 왜 이렇게 갑자기 팥죽이 먹고 싶지'라고 얘기를 하면 (웃음) 얘기하면,
엄마가, 저녁 때 딱 왔을 때 이렇게, 정말로 팥죽을 쑤고 계세요. 그런 걸 볼
때...
  상16: 오늘 그랬나요? (아니요, 오늘은 아니구요) 그 팥죽은 언제적 얘기지요?
(구체적 상황을 이야기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상담자는 내담자가 이야기하고 있는
내용이 일어난 시기를 묻는 듯하나, 내담자에게는 따지듯 몰아가는 느낌을 주기
쉽다.)
  내17: 어, (웃음) 예를 들면인데요. 그런 식으로 어떤 인제, 제가 그냥 가볍게,
저는 어쩌다가 이제... 그냥 조금 아이 뭐가 먹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어서 그냥
내뱉은 말인데, 엄마는, 제가 엄마한테 얘길 한 것도 아니고 그냥 저 혼잣말
이렇게 한 건데 엄마는 그걸 기억했다가 이렇게, 인제 막 쑤세요. 그래서 내가
깜짝 놀라가지고 어머, '엄마 웬 팥죽이야' 그러면 '너가 먹고 싶다 그랬잖아'
이렇게 얘기하세요.
  상17: 언제쯤이었나? (그런 경우가 굉장히 많았어요) 주로 언제... 대학때?
(구체적 상황을 이야기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상담자는 내담자가 이야기하고 있는
내용이 일어난 시기를 묻는 듯하나, 내담자에게는 따지듯 몰아가는 느낌을 주기
쉽다.)
  내18: 네, 대학 때도 그랬고, 중, 고등학교 때는 더 그랬구요. 엄마가 그러니까
도시락 같은 거 싸는 거 봐도요. 다른 학생들보다 훨씬, 너무 엄마가 음식도 참
깨끗하게 정돈돼서 이렇게... 다른 엄마들보다 더 많이 신경쓰고, 그래 주시는 것
같아서 참 고맙다고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상18: 그러니까 xx씨가 학교가서 도시락을 이렇게 펴놨을 적에 애들하고 비교해
보면은 내 도시락이 굉장히, 빼어나게 잘 싸 있다는 말이지요. (참 깨끗하고요.
다른 애들 것보다는) 그럴 때 엄마가 참 고맙다. 날 참 사랑하는구나. 이렇게
느껴진단 말이지요. 깨끗한 도시락을 봤을 때.
  내19: 전반적인 느낌이 그랬어요. 항상 엄마, 아빠가 뒷바라지를 꼭 물질적으로
돈을 많이 주시는 것보다 잘해주신 것 같아요.
  상19: 조금 실제경험 얘기로 내려옵시다.
  내20: (웃음) 실제경험 얘기... 선생님, 그런 거예요. 그리고 뭐. 아니면은
그러니까 인제 동생이 뭐 아빠한테 뭘 사달라 그랬더라 음... 뭘 사달라거나
아니면 배운다고 이렇게 했을 때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 저희는 거의 잊어버릴
만해서 엄마, 아빠가 그걸 사들고 오시거나, 아니면 인제...
  상20: 그 당시에는 어떻게 대답하시지요?
  내21: 아, 그 당시에는 아 그럼, 사줘야지. (그렇게 대답을 하시고...) 그리고
며칠 지나서 정말로 그걸 사들고 오세요. 저희는 그냥 뭐 잊어버리거나 아니면
사주시겠지 그랬는데... (외부로부터의 방해로 상담이 잠시 중단)
  상21: xx씨한테는? 기타 배우는 얘기로 돌아가서 인제 xx씨가 기타 배운달 때
어땠어요? 그 때 대학 1학년 때 그 때 장면을 한 번 떠올려 봐요.(외부로부터
상담을 방해받아 잠시 중단된 후 상담자가 화제의 방향을 일방적으로
지정해버렸다. 이 때에는 '무슨 이야기하다가 중단되었던가?'하는 식으로
내담자가 화제를 선택할 기회를 주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
  내21: 그 때요... 그 때 엄마는 맨 처음에 그러세요. 맨날, 아유 그런 거 뭐 꼭
배워야 되냐 이런 식으로. 그리고 인제 평소에도 항상 돈을 달라고 그럴 때
이렇게 엄마는 그거 꼭 써야 되냐고. 필요한 거냐, 뭐. 그렇게 얘기를 하시는데,
그래도 인제 돈을 주시고요. 제가 정말로 필요하다고 이렇게 얘기를 잘하면
엄마는 항상 아, 그래. 그럼, 써야지. 이렇게 꼭 어떤 사건이나 이런 게 아니라
말 한 두 마디가 정말로 이렇게, 그런 게 느껴질 때가 많아요.
  상22: 대체로 그러니까 xx씨가 처음에 뭘 요구할 적에는 엄마가 딱히 찬성하는
쪽은 아니네요. (네. 아무래도 돈이) 돈이 들어가니까. '꼭 해야 되냐?' 그랬을
때 xx씨 마음 어때요? 맨처음에는.
  내23: 그냥 답답하죠, 뭐. 아유, 그런 것도 이해도 못 해주고 아주 뭘 모를까?
(웃음)
  상23: 그런데 그럴 때 xx씨는 어떻게 얘기를 해요? 지금처럼 그렇게 얘기해요?
  내24: 예. 필요하고, 또 내가 필요하지 않으면 뭐하러 얘길 하겠냐고.
  상24: 엄마한테 하는 투로 똑같이 좀 한 번 해보세요.
  내25: (웃음) 아유, 엄마는 뭐 엄마가 필요한 만큼 엄마가 어떤 걸 원하는 만큼
나도 원하는 게 있으니까 엄마는 필요할 때 이렇게 딱 사면서 왜 내가 필요한
거는 꼭 따지고 그러냐고. 나도 다 분별있고 필요한 것만 얘기한다고. 그렇게
얘기해요, 저는.
  상25: 그래도 없는 살림 애껴야 되니까 그렇지. 이렇게 얘기하시나... (네)
그러면 그럴 땐 화가 나 있겠다. (화날 때 많죠) 그렇지요. 그러고 있었는데 며칠
지나 가지고 엄마가 돈을 주면서 해라 그럴 때... (네) 사랑하는구나. 내가
원하는 걸 그러니까 시켜줄 때 그러는 느낌이구나. 엄마가 날 정말 사랑하나
보다.
  내26: (3초) 아유, 꼭 그런 건 아니고 하여튼간에 그냥 저는 그래요. 그런
자그마한 그런 것들이 이렇게 쌓여서 그냥 엄마, 아빠는 저희들을 사랑하는 것일
거예요. 항상.
  상26: (29초) 원하는 게, 어느 부모든지 원하는 거를 바로바로 들어주지는
않는단 말이에요. 애들이 느끼기에는 사사건건, 내가 그래도 생각해서 요구하는
건대 사사건건 막는다 하는 기분이 들텐데... 원하는 것이면 원하는 것일수록
그런 느낌이 들 거 아닌가요. (네) 처음엔 반대를 당하다가 xx씨가 관철한 것들이
뭐가 있어요? 기억나는 것들.
  내27: 엄마가 부탁을 들어주신 거요?
  상27: (3초) 기타 배우라고 돈 주신 거든지.
  내28: 그런 거나 아니면 여름방학에 서예를 배운, 배운 거나. (대학 때?) 네.
뭐 수영을 배운다고 그랬을 때도 그랬구요. (수영도 대학 때였나요?) 그리고 뭐,
어, 싼 옷을 산다 그럴 때나 음. 뭐. 그런...
  상28: 어렸을 때는 뭐 없었나요?
  내29: 어렸을 때는 더 많았을 거예요, 아마.
  상29: (5초) 어렸을 때 참 기뻤던 일 같은 거 없어요? 기억나는 거. (10초)
그런 식으로 부모님이 어떤 걸 나에게 해줘서 혹은 내 요구를 들어줘서 참 기뻤다
하는.
  내30: (8초) 글쎄. 전에는, 대학교 전에는 별로 생각하는 게 별로 없네요.
  상30: 그러면은 내가 추측하기에 부모님이 날 사랑하지. 참 고마운 분들이다
이런 생각을 한 거는.
  내31: 아니요. 대학교 때부터는 아니구요. 그냥 항상 그런 생각은 했었어요.
엄마, 아빠가 항상. 그냥 잘해 주세요, 항상, 저희들한테. 근데 그 잘해 준다는
것이 좀. (9초) 저는 이런 소리를 애들한테 몇번 들었어요. 이렇게 쉽게 대하기가
어렵다든지 아니면 이렇게 그냥 친구들끼리 장난하면서 한 대 툭툭 때릴 수
있잖아요. 그런 거를 저한테 못하겠대요. 저한테. 그러면서 꼭 저한테 온실
속에서 자란 화초같다고 뭐 그런 말을 하는 걸 많이 들었거든요. 제가 돌이켜
보고 또 엄마, 아빠가 제 동생을 대하는 그런 태도를 보면 이제 저한테도 똑같이
그러셨었는데 그것이 결코 아주 그 애들, 독립적인 그런 사람으로 키우는데 많은
장애요소가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니까 엄마, 아빠가 다 해주세요.
그냥. 그러니까 뭐 자기 방 청소서부터 이불 개는 거라든지 뭐 빨래는 물론,
빨래는 세탁기가 하지만 하여간에 그냥 제 동생은 와가지고 하는 게 요즘 다른
애들은 어떤지 모르는데 걔는 그냥 공부 밖에 하는 게 없어요. 공부 밖에 하는 게
없고 집에 오면은 그냥 자기 몸 하나 씻고 그 다음에 또 뭐 먹을, 먹을 거
없으면 투정부리고. 먹고 좀 자다가 일어나서 늦게까지 공부하거나 TV보거나
그런식으로... 토요일, 일요일 되면 또 피곤하다고 자거나 뭐 영화보러 다니거나
그러고... 저도 똑같이 그렇게 큰 거 같애요. 그러니까 뭐 하나 제대로 음식을
제대로 만들어 본 적도 없고, 물론 도와준 적은 많아요. 엄마랑 인제 같이 뭐
부침개를 한다든가 이런적은 많은데... 어 그런 것도 많고...
  상31: 그러니까 동생을 보면서 지 것만 딱 챙기고, 저 놀 거 다 하고 싹싹
받아 먹는 게 눈에 거슬리는구나, xx눈에.
  내32: (웃음) 눈에 거슬리기도 하면서 저도 옛날에 저랬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상32: 그렇지, 그런 눈에 거슬리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도 어렸을 땐 저랬지
하는 식으로 동생을 이해하지요. 근데 하여튼 눈에 거슬리지요. xx씨가 보기에 다
큰 동생인데... 그러고는 자기 것은 탁탁 챙기고 엄마 몽땅 시켜먹고.
  내33: 저는 더 한 것 같구요.
  상33: xx씨도 고만 때는 그랬어요? (네) 지금 그나마 좀 도와주지만... (설거지
밖에 하는 게 없어요. 가끔 가다 그것도) 가끔 설거지 하지만, 하여튼 그게
동생한테 보일 때는 나도 그러고 했지만 사실은 얄밉다 이거지요.)
  내34: 그럼요. 제가 막 야단치는데요, 뭘.
  상34: 음, 그럼 또 동생은 그러겠다. 자기도 그러면서 뭘 나한테 이러냐고.
(네, 맞아요) 그런 점들이 xx씨가 생각하기에 굉장히 사랑해서 부모님들이 다
해주기는 하지만 실제로 좋은 영향은 아닐거다. (네) 자기 건 자기가 알아서
챙기도록 하는 게 더 좋은 방법이 아니었겠느냐. (8초) 엄마는 애들 뭘 못
시키겠다ㅑ.
  내35: 엄마가, 예. 잘 안 시키세요. 뭘.
  상35: 사랑해서도 그러시겠지만 어디 안심이 안 돼서 시키시겠어요. 도시락을,
애들 도시락을 유별나게 싸주실 정도면... 얼마나 다른 것들도 다 그렇게
완벽하게.
  내36: 엄마가 좀 굉장히 깨끗하고 그런 걸 많이 원하세요.
  상36: 집에 가면 항상 깨끗하고 정돈되어 있나?
  내37: 엄마가 항상 그러세요. 그렇게 깨끗하고 그런 건 아닌데, (제자리에
놓고...) 항상 잔소리를 많이 하는 편이세요. 그러니까 뭐 식당에서 휴지를 좀
닦다가 조금, 저는 한다고 많이 치우고 그래도 엄마 눈에는 항상 거슬리기
마련이잖아요. 목욕탕 불을 꺼라, 뭐 신발을 물에 젖은 걸 항상 세워 놔야
된다거나 아니면 항상 절약해야 되니까 뭐 가스불도 항상 잘 꺼야 되고. 굉장히
집에 가면 기억해야 할 것이 많아요.
  상37: 신경쓸 게 많군요.
  내38: 뭐, 머리카락이 조금 떨어져 있어도 그러고 저는 그냥 뭐 그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데, 뭐 물론 이렇게 엉망은 아닌데 저는 그랬다가 몰아서
한꺼번에 싹 치우거든요. 보통 때도 뭐. 좀 그냥... 저는 집에 가서 잠만 자니까
근데도 엄마가 항상 다 치워 놓으세요.
  상38: 조용히 치워 놓으면 좋은데. (꼭 뭐라 그러세요) 잔소리 하시면서...
(10초) 그런 엄마의 꼼꼼함, 청결함, 그런 것들이 실제로 완벽하게 챙겨 주니까
참 우리를 사랑하는 것처럼 느껴지고, 좋기도 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엄마가
잔소리가 많은 거 아니예요. 그같은 속성 때문에 이래라 저래라, 넌 왜 이랬냐.
그랬으니까 한편으로는 그렇게 잔소리 하는 걸 보면은 우릴 사랑하지 않나 보다
날 사랑하지 않나 보다 (네) 하는 생각이 들면서, 똑같은 속성이 어떤 땐 굉장히
사랑하는 거 같았다가, 아마 그런 기분을 쭉 가지고 살아왔을 거 같애요.
  내39: 잔소리할 때요, 엄마가 저한테 잘되라고 하는 거잖아요. (그래도 신경질
나지요) 하긴 그랬어요. 그 당시에는 굉장히 신경질 나지만 (그럼) 엄마도 잘
못하고 그럴 때도 있는데...
  상39: 있지요. 엄마도 잘 못할 때가 있고, 그렇게 해야 할 필요를 못 느낄 때가
있고. 뭐가 좀 떨어져 있으면 어떻고. 제자리 안 있으면 어떻고. 까짓거 목욕탕
불 안 끄고 있으면은 전기 나가봐야 얼마 나가요.
  내40: 저는 다 그렇게 생각하는데 엄마는 안 그렇잖아요.
  상40: 그렇지. 그런데 그거 갖고 그러면 신경질 나지요. (네) 그런 잔소리 들을
때 화가 나는 게 정상이라고. 그리고 실제로 xx씨도 화가 나고. 그런데, 글쎄
나한테 얘기할 때만 그러는지, 아니면 xx씨 자신이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하는지
모르겠는데. 화가 나는 게 당연한 건데. xx씨는 그걸 실제로 화를 내고서도 그런
만큼 못 받아들인단 말이야.
  내41: (3초) 무슨 말씀인지 잘...
  상41: 뭐냐 하면은 '그럴 때 화나지요' 이렇게 얘기했더니 xx씨가 뭐라
그랬어요. 그래도 다 사랑해서 하시는 거예요.
  내42: 어, 엄마가 그렇게 말씀하세요. 잔소리 하시면서. 다 너희들 잘되라고
그러는 건데 잔소리 좀 들어야 된다고.
  상42: xx씨도 동의해요? (내담자 웃음) 그거를 들을 때 더 거부감 들지 않아요?
  내43: 아니요. 그렇게 거부감은 없어요.
  상43: 당시에? (3초) '다 너희 잘되라고 그러는 거다' 하지요. 자기 성격
때문에 그러는 거 아닌가요?
  내44: 아유, 안 그렇죠. 그래도 엄마, 아빠가 그렇게 말씀을 하시니까 제가
그래도 좀 많이 나아지잖아요. 치우고 그런 것이.
  상44: 20년 동안 치워라 치워라 소리를 들어와서 그러는 거예요? xx씨한테
어떤 자발성, 엄마 도와줘야 되겠다 이런 생각이 나서 그런 건 아니야? 엄마가
해라 해라 했으니까인가? (9초) 왜 그렇게, 엄마의 어떤 속성들, xx씨한테 싫을
수도 있는데 그렇지만 엄마의 일부로 받아들인단 말이에요. 그럴 수도 있는데
자신은 싫지 않다는 걸 왜 그렇게 주입을 하려고 애를 쓰나, 자기 자신한테?
(내담자에게는 어머니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인식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데, 상담자가 지나치게 서둘러 어머니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직면시키려 하고
있다.)
  내45: 전 엄마가 좋으니까요.
  상45: xx가 좋지. 근데 걔 그렇게 거만떠는 건 싫지? 아무리 좋더라도 그 싫은
면이 사람들한테 있지. 근데 그게 그 사람의 일부니까 나한테는 싫은 점이지만
내가 그 사람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역시 내가 싫은 점이야. 왜 엄마한테
그게 안 되지요? 그리고 엄마의 싫은 점 같은 게 드러날 때 무지무지하게
죄의식이라고 그럴까 미안감이라고 그럴까...
  내46: (4초) 제가 커 오면서 너무 많이 봐온 것들이요. 엄마, 아빠는 저희는 뭐
제가 비싼 옷이나 좋은 걸 원할 때는 이렇게 힘들지만 해주세요. 근데 엄마,
아빠는 항상 좀, 그렇게 잘 안해 입으시고 먹는 것도 항상 그냥 저희만 원하고
저희가 원하는 거 해주시고 이러고 어려서부터 그런 게 많이 쌓여 와서요. 엄마,
아빠가 저희를 위한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러니까 너무 힘들고. 엄마,
아빠는 저희만 믿고 바라고 모든 걸 믿고 바래서 키우셨는데 어떤 그런 조그마한
그런 것들이, 물론 나한테 영향을 크게 미쳤다고 할 수 있지만 그런 거 막
확대해서 제가 그러는 게 저는 정말 미안해요, 엄마한테.
  상46: xx씨가 어떤 그런 영향을 생각하기를, 생각하기를 두려워 하는 것 같애.
그러다가 내가 엄마를 원망하게 되면 어떡하나 싶어서.
  내47: 네. 그렇지 않아도 원망을 가끔 가다가 할 때가 있어요. 그러니까
이상해. 정말 내가 이러는 건 엄마, 엄마 때문이 아닐까 뭐 이런식으로 생각이
들고요. 어떤 땐 이런 생각이 많이 들어요. 막 나 왜 이렇게 마음이 약하지. 우리
엄마, 아빠가 마음이 약하니까 내가 이렇게 태어났지. 이런 생각도 하고, 또
아유, 엄마, 아빠가 그게 키운 결과야, 내가. 나를 밖으로 내돌리면서 편하게
키웠으면 내가 좀 강한 애로 클 수 있었을텐데... 그럴 때도 있구요. 그리고 왜,
왜 하필이면 내가 그런 엄마를 그런 나쁜 생각을 했을까 생각해 보면, 생각이
엄마한테 집중되는 게 왜, 왜 그럴까. 나는 엄마를 참 사랑한다고 생각했었고,
지금도 사랑하고. 그런데도 불구하고 왜 첫번째 생각이 엄마한테 자꾸 갔었는지.
(참 의문스럽지요?) 네. 정말 의문스러워요.
  상47: 그거를 풀 수 있는 매듭이 있을 거 같아요. 근데 그럴려면 xx씨가
엄마한테 원망스러웠던 거 다 쏟아내놔야 하는 거 같애. xx씨는 그게 나올까봐
굉장히 두려워 한다고요, 지금.
  내48: 저희 엄마는 그러세요. 그러니까 엄마가 음식을 좀 짜게 하시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저는, 저희는 엄마가 짠 음식 하는 것에 좀 면역이 되었어요.
엄마한테 굉장히 많이  얘길 했어요. 식구들이 다 돌아가면서 얘길  했는데 엄마는
그냥 인제, 미각이 그냥 마비가 되셨는디 (식습관이겠지요) 자꾸 짜게 하세요.
엄마한테는 안좋고. 고혈압이시거든요, 엄마가. 안 좋다고 그렇게 얘길 했는데도
자꾸 음식을 짜게 하세요. 좀 우리가 짜다 그러면 엄마는 안 짜대요. 그래서
엄마가 좀 우기는 걸 좀 잘하세요. (뻔한 걸 우기시는구나) 네, 뻔한 걸
우기시고.
  상48: 우기면 지겠다, xx씨가. 우기는 사람하고 합리적으로 따지는 사람하고
대결을 하면 우기는 사람이 이기니까.
  내49: 네. 그냥 뭐 (6초) 제가 생각할 때는 뭐, 별로 중요한 것 같지 않고
엄마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또 제가 중요한 걸 인제 엄마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상49: 그렇지. 난 중요한 걸로 생각해서 기타 배우겠다. 하고 싶고 뭐 갖고
싶어서 하면 뭐 그런 걸 해야 되느냐. 학생이 공부나 하면 됐지 뭐 그 따위 것은
배울려고 하느냐 그러실 거란 말야. 내 욕구하고 엄마의 필요성, 엄마의 가치하고
대결하다가 내가 늘 좌절되지.
  내50: (3초) 그러고 뭐 엄마도 보면 잘못하는 것도 많고, 또 뭐 예를 들면
엄마가 교회를 다니시는데 어, 돈이 굉장히 없을텐데 나는 돈이 필요한데 엄마는
뭐 교회에서 금요일마다 돌아다니면서 그 예배를 보는 그런 게 있대요. 그래서
이제 우리집에서 한다고 엄마가 음식을 장만하거나 이런다고 장을 봐올려고 그럴
때, 나도 필요하고 엄마도 필요한데 엄마는 내 거는 아주 필요없다 이런 식으로
얘기하고.
  상50: 교회사람 먹일려고 돈을 쓰면서 내가 정말 필요한 것은 안해 준다
이거지요.
  내51: 아무래도 자기께 되면 그렇게 확대해서 추리하게... 또 뭐 그런 경우가
많지요.
  상51: 그럼. 그 때마다 화가 난다고...
  내52: 네. 화가 나요. 그리고 저는 뭐 하나 사면 굉장히 좀 힘들어요. 좀
화장품을 사거나 이럴 때도 엄마, 아빠한테도 얘길 하는데 그런거 하나 살려면
엄마는 인제 돈이 금방 없으면 며칠 있다 주시고.
  상52: 있더래도 당장 안 주시겠지요. (있으면 주시죠) 당장 줘요?(내담자로부터
부정적 감정을 표출시켜 정화로 이끌려는 상담자의 의욕이 지나치다. 이 반응은
부모가 아무리 사랑하여도 돈을 원할 때마다 항상 주는 것은 아니라는 상식을
냉소적으로 과장시켜 부각시킨 감이 있다.)
  내53: 그럼요. 있으면 주세요. 근데 좀 절약해라, 어유 뭐 하러 그렇게 화장을
하냐 그렇게 얘기하시고요. 근데 얼마 전에 엄마가, 엄마는 인제 아줌마들 화장품
쓰시는데 한 5가지 정도를 한꺼번에 외상으로 사셨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깜짝
놀라고 엄마 이거 어떻게 한꺼번에 샀냐고 그랬더니 필요해서 샀다고 그러세요.
그래서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고.
  상53: 나는 뭐 하나 사는 것도 그렇게 잔소리를 하면서 주면서 자기 건 몇 개씩
한꺼번에.(내담자로부터 부정적 감정을 표출시켜 정화로 이끌려는 상담자의
의욕이 지나치다. 이 반응은 부모가 아무리 사랑하여도 돈을 원할 때마다 항상
주는 것은 아니라는 상식을 냉소적으로 과장시켜 부각시킨 감이 있다.)
  내54: 그랬더니 아이구 엄마가 딸 때문에 뭐 하나 못하겠대요. (그렇지) 엄마는
돈 있으면 저희 다 주시고 인제 남는 걸로 옷을 하나 해 입는다거나 뭐 이러는데
그것마저도 딸들이 저래서 참 엄마가 못 살겠다고 그러세요. (웃음) (그렇지, 딸
시집살이지요) (4초) 하여튼간에 저는 엄마한테 항상 받는 느낌이 어,
그러니까... 근데 저도 엄마 거는 이렇게 생각하고 다른 사람 거는 다 필요 없다.
뭐...
  상54: 자기만 생각한다. 엄마라는 사람이. 자기께 우선이다. 그런 느낌이
들지요... (4초) 그런 점들에 대해서, 나도 그렇게 될 거라는 사실을 뒤늦게
받아들이지만 그 생각에 도달할 때까진 아주 그것 때문에 사람을 싫어하고
혐오하고 괴로워하고... xx씨는 밉고 싫은 마음이 한 때나마 드는 것조차
거부하니까. 엉뚱한 환상으로 되잖아요. xx씨한테 지금 두 마음이 있단 말이야.
이성적으로는 엄마가 다 사랑하니까 그렇지, 엄마가 그렇게 말을 했으니까
그러려니 그런 생각과, 마음 한 쪽에서는 지금 화가 나 있는 마음이 있단 말이야.
자기 것 먼저 챙기고 내가 원하는 거하고 자기가 원하는 거하고 상치될 때 자기
것 먼저 충족시키고, 내 가치하고 자기 가치하고 상치될 때까지 가치를 우기고
이런 마음이 화가 나고 속상하고. 이 두 가지 마음이 있다고요. 그리고 이
마음이, 화나는 마음이 있다는 것조차도 굉장히 그 미안해 한달까 하지요. (10초)
그 마음을 보기 시작해야지요. 그래야 어떤 상상 속에서 그 화가 난 걸 풀지
않아도 된단 말예요.(9초) xx씨가 맨날 누군지도 모를 사람들 해칠 것 같아서 늘
걱정되고 그런다 그랬지요. 내 앞에 있는 사람, 어떤 사람일지도 모를 사람을
내가 해칠 것 같다. 죽일지도 모르겠다, 혹은 누가 얘기하고 있는데 막 일어나서
소리지를 것 같다. 우리 답답할 때 그러잖아요. 답답한데 저 하고 싶은 말 못할
때 막 소리지르고 싶단 말예요. 누군지도 모를 사람을 해칠지도 모를 것 같다
하는 거. xx씨가 화가 나 있기는 하고 화풀이를 해야 되긴 하겠는데, 그걸
못하고. 그러니까 엉뚱한 상상으로 자꾸 해결하는 거지, 화가 난걸. 답답한
마음을. 답답한 마음을 사람 앞에서 못하니까. 지금은 그런 생각이 떠오르지
않나? 어땠었나?
  내55: 지금은 그런 생각이 전혀 없어요.
  상55: 없었어요? xx씨가 이렇게 손을 꽉 쥐고 있어서 물었어요.(상담자의
해석이 내담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앞서 가고
있다.)
  내56: 선생님. 그냥요. 요새 그런 생각이 많이 심해져 가지고요. 정말 제가 막
손이 이상하게 될 거 같고 손이 막 떨리고 막. 그냥 저도 모르게 어디론가 막
가서 정말 사람을 해칠 것 같고 그런 생각이 너무너무 심해 가지고요. 그냥 항상
너무 골이 아프고 그래요.
  상56: 골 아프지요. (심장도 막 아프고) 뛰지, 막. (5초) xx씨는 현재 자기
마음을 모르고 있지만 안 보고 싶으니까, 막 껴 눌러 둔단 말이에요. 그러고
있지만 사실은 굉장히 화가 나 있다고. 우리 화났을 때 머리 지끈지끈 아프고 막
가슴 뛰고 이러잖아요. 부들부들 떨리고, 화가 나니까. 어딘가에 굉장히 오랫동안
화가 나 있는데 xx씨는 모르니까 아니라고 그러고.
  내57: 선생님. 저는 이렇게 생각했어요. 그런 답답함이나 문제같은 것들이 다른
사람들도 안고 있다고 생각을 했어요. 어, 다른 사람들도 다 어느 한 부분에
이렇게 마음이 정말 곪아가고 있고, 그런 아주 무거운 것들이 내려 앉아 있는
부분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러고 또 실제로 친구들 얘기를 또
들어봐도. 이렇게 이제 컸으니까 표현은 안하지만 얘기를 하는 걸 보면 뭐 아빠가
술을 많이 드시고 와 가지고 엄마랑 사이가 굉장히 안 좋으시다거나, 아빠가 일찍
돌아가셨는데 엄마가 나이가 굉장히 젊으세요. 그랬을 때 엄마가 인제 충실하지
못하시고. 뭐 이런 가정도 있고 그런것에 비하면 저는 훨씬 내적인 상황이 나타난
게 없고, 저는 문제가 하나도 없는 거 같아요. 남들이 보면 전 문제가 없어
보인대요. 근데도 어떤 그런 것이 정말로 이상한 쪽으로 자꾸만 발전해 나가는
것이 왜, 왜 내가 이런가, 어떤 것들이 그런 것들과 길이 통하기 때문에 그런가.
사람들 다 답답하고 그런 건 다 마찬가지라고 생각을 했어요.
  상57: 근데 그 답답함이 그런 xx씨처럼 억눌러 온 답답함이 아니라고요. 걔들은
자기가 얼마나 답답한지도 알고. 근데 xx씨는 외적으로 우리가 보는 것보다는
속마음은 훨씬 더 답답했을 것 같애요. 왜냐하면, 어려서부터 엄마 성질은 착착
챙겨야 되고 깨끗해야 되고 또 누구한테나 그걸 요구하고.
  내58: 네, 엄마가 뭐 그러세요. 뭐 다른 집 앞이 지저분한 것만 보면 아유, 저
여자는 밥 먹고 뭐 하는지 모르겠다고. (웃음)
  상58: 남의 집까지 그렇게 참견할진대 내 집에서야 오죽했겠어요. 그러니까
나는 막 미치겠는 거지요. 엄마 말은 틀린 게 하나도 없지요. 틀리지 않았는데,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아니란 말야. 뭔지도 모르겠는데 아니다라는 것 같은
기분은 있는데, 뭔지는 모르겠으니까 더 답답... (녹음 끝)

이후 내담자는 (상54)의 해석에 동의하는 반응을 하고 자신의 증세에 대한 의문을
풀 수 있으리라는 희망적인 느낌을 이야기하였다.

  8. (16회) 상담의 교육지도 내용
  상담자가 교육 지도자(지도교수)와 토의하고 조언을 받고 싶은 내용은 다음의
것들이었다.
  (1) 강박행동보다는 강박관념이 더 두드러진 내담자에게 보다 적절한
상담전략은 무엇인가?
  (2) 과거(고2 때)와 현재(대학 3년)에서의 증상이 악화되게 한 촉발요인을
무엇으로 보아야 하는가?
  (3) 내담자의 강박적 관념 중에서 성적인 내용과 죽음, 살해에 대한 내용의
의미는 무엇인가 등이었다.

  교육지도과정에서 토의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상담자가 너무 정신역동적인 면에 치중하려는 느낌이고, 너무 서두르고
있다. 보다 구체적인 상황에서의 행동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2) 이러한 사례는 상담자의 지구력을 요구하는 사례이므로, 우선 상담자
자신이 감정적으로 약해지거나 지치면 안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3) 정확한 진단과 상담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종합심리검사를 실시하여 그
결과(자료)를 활용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4) 입원 병력이 있고 심각한 중증의 내담자이므로 분명하고 지지적인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 내담자의 방어기제를 단시일 내에 깨려 하기보다는 처음
단계에서는 지지하면서 역동적인 분석의 속도를 완만히 해야 하며, 증상의 지속적
재발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5) 효과적인 상담전략을 위해 관련문헌의 연구를 철저히 하여 상담과정에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

  9. 이후의 상담진행과정 및 상담자의 총평
  16회 상담내용의 교육지도 후, 총 48회의 상담이 진행되고 종결하였다.
상담진행중 31회(이듬해인 19xx. 4. 30) 이후 어머니의 암 수술로 병간호 하는
동안 약 3개월의 공백기가 있고 난 후 32회째의 상담이 재개되었다. 어머니가
병원에 약 1개월간 입원해 있는 동안 오히려 집에 동생과 둘이만 있게 된 것이
좋았다고 하였다. 그리고 다음 주 33회 약속일 전날 아버지가 갑자기 사고로
사망하게 되어 약속을 못 지킨다는 전화연락이 있었다. 당시 내담자의
전화목소리는 슬픔이나 비탄이 섞이지 않은 밝은 목소리였다. 2주 후 33회
상담에서는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된 내담자의 감정을 주로 이야기하였는데, 이
때도 아버지의 죽음에 대하여 별로 슬퍼하는 감정은 없었으며 오히려 빚만 남기고
횡사한 아버지에 대한 원망감이 약간 표현되고 그러한 자신에게 죄책감을
느끼기는 하지만 그리 감정적으로 깊은 수준의 죄책감은 아닌 것으로 느껴졌다.
  이후 대학 4학년 2학기 종강 때까지 총 48회의 상담이 이루어졌으며
강박관념(누군가 자신을 강간할 것 같다 등)이 깨끗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내담자가 견디며 생활을 할 수 있는 정도까지는 약화되었다. 그 동안의
상담에서는 주로 생활상에서 겪는 문제, 즉 친구관계라든가 써클에서의
독창연습과 관련한 인간관계 문제 등을 다루었다. 이 때에도 강박관념과 관련된
정신분석적 해석보다는 실질적인 대인관계 기술의 습득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상담의 전략을 바꾸어 나갔다.
  이러한 상담자의 상담전략에 대하여, 내담자는 실제생활상에서는 자신이 별
문제가 없고 자신만이 겪는 고통을 되풀이 하여 이야기하며 상담이 미진함을
간접적으로 표현하였다. 그러나 강박관념의 원인을 알고 싶고 상담자가 명쾌하게
설명해 주기를 원할 뿐 실제로는 모든 사건을 추상적 일반론으로 생각하고
지적으로 처리하는 내담자의 방어기제 때문에 진정한 통찰은 이루어지 않았다.

  이 내담자를 상담하는 과정에서 상담자가 경험한 어려운 점들은 다음과 같다.
  (1) 내담자가 자기의 감정을 인식하기보다 주로 논리적이고
주지화(intellectualization)된 반응을 계속함으로써 자칫 철학적 논쟁 내지는
일반론적인 토론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았다. 상담자는 이를 탈피시키기 위해 자주
상황의 사실묘사를 강조하거나 권유함에 따라 내담자로 하여금 몰리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경우가 생겼다.
  (2) 내담자의 집요한 방어는 상담자를 지치게 만들었고, 상담의 방향이
막막하다는 느낌으로 이어지게 했다. 그래서 상담자 스스로 위축되어 버린 경우가
있었다.
  (3) 눈에 띄는 상담효과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상담자가 상담의 필요성에
대하여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

  교육지도과정에서 상담자의 지구력을 요하는 내담자라는 점을 환기시켜 준 것이
큰 도움이 되었고 내담자의 방어를 깨려는 상담자의 노력 자체를 수정하게
되었다. 이후 상담자는 이 내담자에게 공감적 이해를 하려는 노력을 더 하게
되었고, 지지적인 전략을 활용하면서 생활장면에서의 내담자의 생각 및
행동결과의 의미를 인식시키려는 데 주력했다.

  (사례 4)를 읽고
  16회 상담에서 상담자는 자신의 해석과 선도하는 반응을 잘 받아들이지 않는
내담자 때문에 상당히 초조해 하고 있는 것 같다. 상담자는 내담자의 경험내용과
감정을 명료화하는 데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어머니에 대한 부정적
감정(적개심)을 인정하고 표현할 것을 내담자에게 자주 요구하고 있고 (상38, 39,
40, 42, 43, 44, 50, 51, 52, 53, 54 등), 내담자가 그것을 표현하는 것을 매우
두려워하고 있다고 단정하고 있다(상47). 또한 내담자의 강박증상은 공격적
감정을 인정하지 않고 거부하기 때문이라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상54). 강박증은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에서 생긴 적개심과 이에 대한 죄책감을 부정하려는
심리에서 비롯된다는 정신분석의 정설과 상담자의 가설이 일치하며, 상담자가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담자는 상담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따라 오지 않고 있다.
  이 사례는 강박증의 치료가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총 48회의 상담이 그렇게
뚜렷한 결과를 보여주지 못하는 것도 사례 자체가 너무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담관계가 오랫동안 지속된 것은 내담자가 상담자를
기본적으로 신뢰하고 있다는 증거로 보인다. 이러한 사례에서는 상담자의 끈기와
지구력이 요구된다는 교육지도 내용은 언젠가 이와 비슷한 내담자를 만나게 될
상담의 초심자들에게 유익한 지적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1991. 9. x대 상담
전공생)

  (사례 4)에서의 연구 문제
  1. 상담자가 2회에서 내담자에게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이야기하도록 하자고
제안하면서 상담의 방향과 상담의 필요성을 제시했다'고 했는데, 이 말을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가? 내담자의 성장 및 생활배경을 상담의 화제로 우선
삼도록 권유했을 것인데, 내담자의 문제 해결을 위한 상담의 접근방향에 관해서
그리고 상담의 필요성을 내담자에게 어떻게 이해시켰을 것인가?
  2. 9회에서 자신이 못 났다고 생각하고 내담자의 자아개념의 변화 필요성을
강조했는데, 자아개념의 변화가 필요성의 인식이나 상담자의 강조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진대 다음 면접에서 이러한 방향의 상담적 개입이 어떻게
이루어졌는가?
  3. 11회에서 언급된 '강박관념에 관한 구체적 탐색'과 '어린 시절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4. 16회 면접의 상담자 개입 중 특징적인 것으로 (상47)과 (상54)가
주목되는데, '원망감을 쏟아내놓기를 요청'하는 이런 개입들이 강박관념의
내담자에게 어느 정도로 유효할 것인가?
  5. 32회, 33회는 각각 어머니의 암수술 간병, 교통사고로 인한 아버지의 사망
등 내담자에게 극히 중요한 생활 사건들이 발생한 시기의 면접들인데 이 두
면접들에서 상담자는 어떤 개입을 했는가?
  6. 내담자가 "인간관계, 일상 사건 중심의 화제가 연속된 것에 미진한감을
느낀다"고 했고, 상담자도 내담자가 '치료적 통찰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내담자의 방어가 강하고, 상담이 뚜렷이 진전되지 못하고 있음에 지쳤다'고
자평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를 접하는 상담자는 어떠한 준비와 훈련을 쌓아야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