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중국에 양일이라는 사람이 있었어요. 그는 지혜롭고 총명하여 29세
의 젊은 나이에 한 고을을 다스리는 현감이 되었어요.
하지만 현감이 된 뒤로 밤낮없이 방 안에 틀어박혀 책만 읽을 뿐 아무것
도 하지 않았어요.
"자왈, 학이 시습지면 불역 열호아라! 음.... 공자님이 말씀하시기를, 배우
고 때로 익히면 그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현감은 도대체 고을을 다스리는 일에는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였어요.
그러자 현감의 밑에 있던 관리들은 그를 얕보기 시작했어요.
"아직 어리고 순진해서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구나."
관리들은 현감의 눈을 피해 백성들을 괴롭히며 마음대로 재물을 빼앗았
어요. 백성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요.
"에구, 관리들 등쌀에 못 살겠구먼."
"그러게 말일세. 관리들이 백성들을 이렇게 괴롭히는 것도 모르고, 현감
은 매일 책만 읽고 있으니.... 정말 한심해!"
고을 백성들은 하나같이 현감을 원망했어요. 하지만 현감은 관리들의 잘
못을 낱낱이 알고 있었어요. 비밀리에 부하들을 풀어 고을 곳곳에서 일어
나는 일들을 다 전해 듣고 있었거든요.
어느 날, 현감은 고을의 관리들을 뜰 앞에 불러 세웠어요.
"네 이놈, 네 죄를 네가 알렷다!"
"아니, 무슨 말씀입니까? 저는 아무런 죄도 없습니다요."
관리는 현감이 아무것도 모를 거라고 생각하고 시치미를 뚝 땠어요.
"이놈, 네가 저 윗마을 김씨네 황소를 억지로 빼앗은 사실을 내가 훤히
알고 있다! 감히 나를 속이려 들다니.... 여봐라! 저자에게 곤장 20대를 쳐
라!"
"아이고, 잘못했습니다."
한 관리의 문초가 끝나자 다음 관리를 대령시켰어요.
"네 이놈, 너는 저 아랫마을 박 노인 댁 논 두 다랑이와 밭 세 마지기를
강제로 빼앗은 사실이 있으렷다!"
"아이고..., 나리. 한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여봐라, 저자가 빼앗은 논밭을 모두 주인에게 돌려 주고 저자에게 곤장
10대를 쳐라!"
현감은 그 동안 나쁜 짓을 했던 관리들을 하나하나 가려 내어 벌을 주었
어요.
그러자 백성들은 감탄을 했어요.
"현감 어른은 천리안이야. 어떻게 방 안에만 계시면서 바깥 일을 훤히
다 아실까?"
그 뒤로 고을에는 관리들의 부정 부패가 자취를 감추었어요. 아무리 몰
래 한다고 해도 현감이 다 보고 있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지요.
천리안이란 여기서 비롯된 말이지요. 천리 밖까지 내다보는 눈이라는 뜻
으로, 가만히 앉아서 멀리서 일어나는 일까지도 꿰뚫어 보는 사람을 가리
키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