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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장 시간을 만들어라 사색을 실마리(II)

  1. 시간을 만든다

  "이거 야단났는데요. 시간이 없어서..."
  "바쁘면 좋지 않습니까?"
  "정말 죽을 지경입니다. 좋은 수가 없을까요?"
  "그렇게까지 바쁘시단 말인가요? 그렇다면..."
  "그렇다면 뭐지요?"
  "실은 말입니다. 지금 나는 책을 쓰고 있는 중입니다. "생각의 기술"이라는
책입니다. 그 책에서 시간을 만드는 방법도 다루려고 합니다. 생각하기 위한 시간을
어떻게 해서 만드는가를 여러 가지로 적어 보았는데 반드시 당신에게도 효과가
있겠지요"
  "그렇지만 그건 나에겐 별로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내 경우는 좀
다르거든요"
  "뭐가 다른가요?"
  "실은 말입니다. 나는 생각할 일이 너무 많아서 시간이 없어요. 놀거나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거나 할 시간이란 도무지 없어요"
  "원, 저런!"
  "그럼 바빠서 이만 실례합니다"
  "난 말이지요. 시간이 너무 많아서 탈입니다"
  "그것 참 좋으시겠군요"
  "그런데 그렇지가 못해요"
  "어째서 그렇지요?"
  "나에겐 시간은 많이 있지만 아무것도 할 일이 없어요. 그저 멍하니 아무렇게나
소일하고 하고 있는 형편이지요. 이렇게 따분할 수가 없어요"
  사실 세상에는 '시간이 없다', '사간을 낼 수 없다'고 고민하는 사람이 정말 많은

같다. 사람들은 입버릇처럼 말하고 잇다.
  그러나 그것이 정말일까? 지금 내게는 다음과 같은 잠언이 생각이 난다.
  '바쁜 사람일수록 자기 시간을 잘 만들어 낸다'
  같은 이야기를 거꾸로 표현할 수도 있다.
  '시간이 언제나 남아 돌아가는 사람은 도리어 무엇을 하더라도 시간을 만들어 내기

어렵다'
  실상 이 세상의 모든 일이 이런 식으로 서로 어긋나는 일이 많다. 그러나 좀더
진지하게 시간을 만드는 문제를 생각해 보자. 그 요령으로서,
  #1 시간을 절약하는 방법
  #2 시간의 낭비를 막는 방법으로 나누어서 검토해 보자.

  2. 시간을 절약하는 방법

  시간이 좀더 있다면, 몸이 두 쪽이라면 하고 누구나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뜻대로 안되는 까닭은 무슨 일일까?
  "설마 말로만 그러는 것은 아닐 테지요?"
  말로만 그런다고 하더라고 도리가 없지만, 하고 말하면서도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언제나 머리 속에서 이 문제를 생각하면서도 해결을 보지 못하고 있다면
그것은 예사 일이 아닌 듯하다.
  그러나 나는 여기서 다시 한 번 독자에게 반문하고 싶다.
  "당신은 정말로 시간을 절약할 수 없다는 것입니까?"라고.
  그래도 계속 당신의 고민, 즉 진지하게 생각해 볼 시간이나 메모를 해둘 시간조차
없다는 고민이 정말로 절실한 것이라면 나는 대담한 충고를 하려고 한다. 즉 시간을
절약하려면, 결단을 내려서 과감하게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이 길밖에 적절한 방법이 달리 또 없을 줄 안다.
  이 과감한 치료 방법의 대상이 되는 시간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손쉬운 예를 몇 가

들어보자.
  #1 노는 시간-가족이나 친구와 단란하게 한때를 즐길 시간을 희생시키라는 것은
아니다. 잘 생각해 보면 별로 즐거울 것도 없는 그저 그렇고 그런 흔히 있는 '노는'
시간은 절약하라는 것이다.
  #2 쓸데없는 잡담으로 보내는 시간.
  #3 별로 재미도 없고 배울 접도 없는 영화나 연극 구경.
  #4 별로 위안이 되지도 못하는 주말의 여행.
  #5 할 일 없는 사람과 어울려서 별 볼일 없이 보내는 시간.
  어떤가? 당신에게는 뭔가 걸리는 게 없는가? 어쩌다가 다른 사람과 어울려서
노닥거리다가 보면 가령 그것이 쓸데없는 노릇인 줄 알면서도 박절하게 거절하기가
인정상 어려운 경우가 있다.
  그러나 당신은 일단 '시간을 만들어야 되겠다'고 마음에 결심을 한 이상은 당신은
체면에 매달려서는 안된다.
  시간을 내는 방법이란 요약하면 결국 이 한 가지뿐이다. 단호히 해낸다는 결심,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할 수가 있다.
  어떤 것이 쓸데없는 시간인가 하는 문제는 실상 당신이 이미 잘 알고 있는 사실이
다.
다음은 실행하느냐 안하느냐 두 가지 중의 하나밖에 남아 있지 않다.

  3. 어중간한 시간을 살려라

  '당신은 어중간한 시간을 즐겁게 보낼 궁리를 한 적이 있는가?'
  라므와뇽가(16-17세기의 파리 의회의 초대 의장과 대법관 등을 낳은 명문가)의 한
남자는 저녁 식사 전에 의례 자기 부인을 2, 3분 정도는 기다려야 했다. 그는 여기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시간에 메모를 몇 줄 정도는 쓸 수가 있겠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곧장 이것을 실행에 옮겼다. 그것을 위해서 식당 한쪽 구석에 펜과
종이를 마련해 놓았던 것이다.
  '세월은 짧고 분초는 길다'는 말이 있듯이 그가 식당에서 적어둔 메모철은
후에 몇 권의 "회상록"이 되어 세상에 남겨지게 되었다.
  사람은 대부분 기다린다는 것을 싫어한다. 그러나 기다리는 것을 극히 좋아하는
극소수의 사람들도 이 세상에는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은 손해가 되지 않는다.
  차를 타기 위해서 잠시 기다리는 시간에도 곧장 호주머니에서 조그마한 책, 예를
들면 엘리어트 총장의 어록을 끄집어낼 용의가 있는 사람이라면, 당당하게
'기다리는 것은 즐거워하는' 소수의 뛰어난 사람에 낄 수가 있는 것이다.
  '당신은 아침 시간이 신비롭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가?'
  때로는 보통 때보다도 3, 40분 일찍이 눈이 떠지는 일이 있을 것이다. 그럴 때에는
과단성 있게 얼른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책을 읽는 것도 좋고, 산책을 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당신은 분명히 기분도 좋아질 것이고 어떤 일에 집중도 잘
될 것이다. 그리고 아침이 갖는 신비성의 의미를 알아차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잠자리에서 책을 읽는 것은 권하고 싶지 않다. 안과의사들은 말할 것도
없지만, 많은 모럴리스트들은 이것을 경계하고 있다.
  지적 작업을 하고 싶거든, 당신의 아침의 작업장을 깨끗이
정돈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펜롱(1651-1715, 프랑스의 주교, 작가)은 어떤 여성에게 이렇게 글을 써서 보낸 적

있다. 정말로 함축성이 풍부한 말이다.

  4. 낭비를 없게 하는 방법

  앞에서 필자는 시간을 절약하게 위해서 당신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야기했다.
필요한 듯이 보여도 실상 필요 없는 시간이 더 이상 당신을 속박하는 일은 이제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조금만 주의하면 아직도 '쓸데없는 시간'은 당신 주변에 널려
있음을 알 수가 있을 것이다.
  '아! 잊고 있었구나' 한다던가, '그건 미처 생각하지 못했어'라고 한다던가 하는 일

없는가?
  만일 '있었다'하는 대답이 나왔다고 하면, 그거야말로 시간의 낭비를 증명해 주는
것이 된다. 그 이유는 말할 필요조차 없을 줄 안다. 한번이면 끝날 일을 두세 번
되풀이하는 것은 일을 잘 처리하지 못했다는 이야기이다.
  잊어버리기 쉬운 것은 성격 탓이니 할 수가 없지 하고 체념해 버린다는 것은 성급한
일이다. 당신에게 만일,
  #1 앞을 내다본다
  #2 일을 잘 정돈한다
  라는 두 가지 습관이 있다고 하면, 결코 잊어버리는 일은 없을 것이며, 실수도 안하

될 것이다.
  선견과 질서-이 두 가지 습관은 누구나 쉽게 몸에 익힐 수 있는
것이다. 결코 어려운 일은 아니다.
  선견이란 미리부터 상상하는 일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순서에 맞추어 잘 정리해서 트렁크에 넣어 두면, 일단 여행 중에 필요하게 될 때 그건
어디에 있더라, 그것을 가지고 왔는지 어떤지를 당황해서 황급히 찾거나 혼란을
일으키지 않고 찾아낼 수가 있다. 이런 정도의 주의로도 시간의 낭비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알 수 없다.
  앞을 내다보는 힘이란 것을 조금 과장해서 생각해 보자.
  인생에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 문제가 몇 가지 있다. 결혼, 늙는 것, 질병, 죽음,
정신이상 등등, 모든 가능성에 대해서 선견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커다란
차이가 있을 것이다.
  행복과 불행의 갈림길도 말하자면 이 선견지명이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유비무환'이란 교훈은 남의 일이
아닌 것이다.
  선견지명을 당신의 습관으로 몸에 익히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노트를 하는 것, 즉
기록을 하는 일일 것이다.
  당신의 상상력의 작용에 맡겨 보라. 상상이 가는 대로 주의 깊게 노트를 해 보자.
간단하게 노트 해도 무방하다. 당신은 싫더라도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이면 그것을 알고
있어야 되며, 그렇게 기록을 해두면 행동의 지침이 되는 것이다. 당신의 안전과
독립의 지침, 이것이야말로 당신의 귀중한 재산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질서는 마치 선견지명과 형제 같은 관계에 있다고 하겠다. 선견지명이 있는
사람에게는, 질서는 자연스러이 갖추어져 간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질서는

정돈된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부인, 단정하게 하고 계신다는 것과 질서가 있다는 것과는 어떻게 다른지 알고
계십니까?"
  "모르겠는데요"
  "당신의 화장실은 잘 손질이 되어 있으며, 또 닦고 문질러서 깨끗하게 되어 있군요.
그러나 토요일에 변호사에게 온 중요한 편지는 어디에 두셨지요?"
  "네? 참 그걸 어디에 두었더라?"
  이런 일은 실상 매우 흔한 일이다. 어쨌든 그 부인은 편지를 찾는 데 야단법석을
떨겠지요. 여기도 없다, 저기도 없다, 중요한 것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이 부인은
드디어 얼굴이 창백해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참다 못해 남자가 이렇게 말했다.
  "부인, 당신은 분명히 깨끗한 것을 좋아하시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정리하는 것이
부족한 것 같군요"
  그래서 할 수 없이 이 부인은 이 손님의 도움을 받아들여 화장대 주변을 깨끗이
정리했다.
  "아이구, 이제야 깨끗해졌군요. 30분이 걸렸군요. 그래도 생각보다 빨리 끝난
셈이군요"
  불과 30분만에 정리가 끝났다고 하자. 그러나 이 부인이 낭비한 시간은
30분뿐이었겠는가?
  아닐 것이다. 그렇게는 안된다. 왜냐하면 어수선한 화장대에 못지 않은 혼란이 그녀

마음 속에도 있었을 터이고, 생활의 구석구석에까지 스며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5. 주저하는 버릇을 없애라

  질서가 없다는 것 다음으로 뭔가를 하려고 하면서도 망설이는 것도 시간의 낭비에
속한다고 하겠다.
  이러한 좋지 못한 습관은 사람들의 생활에 있어서 치명적인 약점이라고 하겠다.
  필자의 친구 중에 독일에서 4년간 포로 생활을 하다가 돌아온 사람이 있다. 그는
불행하게도 '의지상실'이라 불리는 신경증에 걸려 있었다. 어느 날 이런
광경을 목격했다.
  그는 꼬박 10분 동안이나 모자걸이 앞에 멍하니 서 있었다. 뭘 하느라고 그러고
있었느냐고 물으니, 자기의 장교 모자를 어느 못에 걸 것인가를 결정짓지 못해서,
망설이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사람의 경우는 확실히 병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이상 체념해도 좋겠다. 그러나

 때문이 아니라 박력이나 지성, 요령이 없어서 어떤 일에나 우물쭈물하면서 주저하는
것을 볼 때 정말로 안타까울 뿐이다.
  당신이 만일 다른 사람을 한 시간 반이나 걸림 몸치장을 40분 안에 끝낼 수가 있다
면,
'망설이는 버릇'고는 인연이 없다고 할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럴 경우의 당신은,
베르그송이 추천하는 무의식행동(즉 별로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고도
하게 되는 자동적 행동을 말함)을 터득하고 있다고 할 수가 있을 것이다.
  대체로 인간에 있어서 '주저'하기 쉬운 성향이 만성화되는 것만큼
무서운 것은 없다. '주저'는 끝없는 악순환이다. 언제나 시작만 있을 뿐 끝이
없는 것이다.
  '시작'이 있으면, 발전이 있게 마련이라는 이론대로 본다면 이러한 악순환에는
'시작'조차도 없다고 하겠다. 그들은 이렇게 해서 그 무엇하나 시작도 하지 않고,
자기의 일평생을 헛되게 보내는 것이다.
  지금 당신이 한 장의 원고지와 연필을 준비하고 책상 앞에 앉았다고 하자.
  그 원고지의 첫머리에 포쉬 원수(1851-1929, 1차대전 때의 연합군총사령관)의 유명

명제 즉 '무엇을 문제로 삼을 것인가?'를 적었다고 하자. 당신 같으면 이 문제에
하나의 해답을 제시할 때까지 5분 동안은 충분히 몰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유력한 집중에의 시도도 주저하는 습관에 푹 젖어 있는
사람에게는 아무 효험도 없다. 일단 일에 부딪쳐서 손을 쓰기 시작하면, '내가 이기
지'
하는 배짱도 '주저'하는 버릇을 가진 사람에게만은 별도리 없이 당하게 되는 것이다.
평범해 보이는 이러한 하나의 습관이 이처럼 무서운 결과를 가져온다는 사실과
사물에는 주저 없이 '덤벼든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인가를 우리들은
다같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시작이 반이라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이 속담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사용되고
있지만, 우리들은 이것을 격려의 말로 받아들였으면 한다.
  "당신은 프랑스어나 독일어를 공부하려고 생각해 본 일은 없습니까?"
  전에는 한 번 해 본 일이 있다는 분은 상당히 많다. 그렇다면 다시 한 번 시작해
보는 것이 어떨까?
  그러나 결코 해서는 안된다. 실험은 한 번만으로 충분하다. '주저하는 악마'는
사람에게 외국어를 배우라고 충동질을 해 놓고는 속으로는 매우 기뻐하고 있다.
  당장 착수할 수도 없는 일을 이런저런 생각만을 거듭하면서 주저하기보다는 당장
실행할 수 있는 일을 착수하라.
  과감하게 실행에 옮겨라. 무조건 시작해야 한다. 선견과 질서 있는 준비만 있으면

무엇하나 우물쭈물하면서 차일피일 머뭇거릴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