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독이 갖는 매력
여기에 아주 흔한 라틴어로 된 시가 있다.
아! 행복 할진저, 이 고독
아! 고요 할진저, 이 행복
실상 흔해빠진 말이기는 하지만 그러나 무엇인가 우리의 마음을 끄는 것이다. 무엇
이
그렇게 만들어 주는 것일까?
'고독'이라는 상태가 갖는 매력, 힘, 그 속에 우리들의 마음에 속삭여 오는 무엇이
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고독-그리고 정밀! 이 관념은 확실히 매력적이다. 고독 속에 기꺼이 몸을
던진 몇몇 인물들이 이미지가 지금 내 눈앞에 어른거린다.
화려한 왕궁의 생활을 깨끗이 청산하고 브르타뉴의 장원에 틀어박힌 세비녜 부인
(1626-1656, 프랑스의 서간문 작가), 정원 한 구석에 있는 조그만 오두막에서 살기를
즐겼던 보스에(1627-1704, 프랑스의 신학자)나 매러디드(1828-1909, 영국의 소설가),
루소는 숲 속에서 무한한 행복을 맛보았다고 했으며, 실비오 페리코(1798-1854,
이탈리아의 작가)는 감옥에 갇혀 있는 동안의 하루하루를, 알렝 제르보
(프랑스의 선원)는 대서양에서 표류하는 동안 보트 위에서 고독의 즐거움을 마음껏
맛보았던 것이다. 디킨즈(1812-1870, 영국의 소설가)와 같은 마음이 고운 사람들도
밤길을 혼자서 걷는 것을 즐겼다.
밤길을 혼자서 거닐 때의 당신의 기분을 생각해 본다. 당신도 문득 그런 상태를
행복한 것으로 생각하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거기에 참된 당신이 존재하는 것이다.
나는 큰 소리로 그렇게 말하고 싶은 심정이다.
그러나 오해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우리들은 '어둠 속의 고독'에서, '뭔가'가
얻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고-이런 약삭빠른 말을 내가 하려는 것은 아니다. 아무런
기대도 없이 그저 문득... 문득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문득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간다'란 것은, 정말 묘한 무엇이 있는 듯하지 않은가.
2. 밀실이야말로 자유의 보루
모든 일은 욕심대로, 장사 속으로만 처리하려는 속된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문득
고독을 사랑'하는 심정이 되는 수가 있다.
눈을 번득이며 도박을 하던 친구가 돈을 모두 잃고 난 후의 그들의 마음을, 그
위안해 주는 것은 고독이 아닐까? 오직 홀로 있을 때만 그들은 내일에의 활력을
불러일으킬 수가 있는 것이다.
우리들의 입에서, "이제는 지겹다!"라는 말이 터져 나올 때, 마음은 분명히 고독을
구하고 있는 것이다.
지겹다는 것, 단조하고 평면적인 생활, 다람쥐 쳇바퀴 돌 듯한 생활의 되풀이에서
오는 허망함... 고독은 바로 이와 같은 것의 반대 쪽에 있다.
이런 것은 실은 우리들 누구나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좀더 적극적으로 말한다면
우리들의 마음은 '진부함'을 미워한다. 여기서나 저기서나 그 어디서나 잡동사니
투성이뿐! 이런 풍경을 우리 주변에서 언제나 목격하게 되는 것은 참을 수가 없다.
차라리 이러한 지저분한 것들은 아예 없어져 버리는 편이 훨씬 좋은 듯한 기분이
되기도 한다.
우리의 마음은 이렇게 해서 끊임없이 '나 자신만이' 호젓이 숨어 살 수 있는 집을
찾아 헤매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러한 안식처를 찾아내게 되면 거기서 비로소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지금 나는 아무도 모르는 곳에 혼자 있다'는 일종의 안도감이 우리들의 마음에
여유를 갖게 해준다.
사회라고 하는 곳은 이른바 사회사상을 생산해 내는 곳이다. 사회사상이라고 하는
어마어마한 말도 실상 따지고 보면 슬로건에 지나지 않으며 단순한 낱말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이 생산된 낱말에는 다소간 명령적인 위력이 따라붙게 마련이
다.
이러한 명령이라든가 강제와 같은 외부의 압력으로부터 우리가 피해갈 수 있는 곳은
'고독'이라는 진부한 시구까지도 갑자기 빛을 띠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런 것을 시도해 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일 것이다.
아침에 어느 때보다 한두 시간 일찍이 눈을 떴을 때, 커피를 진하게 타서 한잔
마신다. 그리고 소파(침대가 아니고)에 편안하게 앉아서 당신 자신의 '문제'를 생각해
보라. 복잡하게 생각하면 안된다. 될 수 있는 대로 단순한 방향으로 끌고 가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단순화가 극점에 이르게 되면-그 때에는 '고민 거리'의 응어리는
말끔히 사라져 버리게 될 것이다.
내가 잘 아는 어떤 부인은 자기 집의 지하실 한 구석에 자기 가족들도 잘 모르는
밀실을 만들어 놓고 있다. 그런데 실상 그 부인은 평범하고 붙임성 있는 상냥한
부인이다. 당신도 그녀의 기분을 알만하지 않는가?
여기서 지금까지 말을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혼자 있고 싶다는 소원만큼 강한 것은 없다.
#2 이 소원이 관철되었을 때 비로소 사람은 뭔가를 생각할 수 있는 상태에 놓이게
되며 자유로워지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