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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치료는 물맑고 산좋은 곳에서 해야한다?

이영문
  용인정신병원 정신과

  신체적 심리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결합되어 생기는 정신병은 사회적응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정신병치료를 위해서는 장기적인 약물치료와
자기방어능력을 키워야 한다.

  누구나 사는 것에 지치고 생각할수록 골치 아픈 일이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때 흔히 듣는 말이 있다. '어디 조용한 데 가서 생각이나 정리하고
와야겠다'라든지 '바다나 산이라도 며칠 다녀오면 기분이 나아지겠지'등이 바로
그러한 상투적인 어투들이다.
  우리 생활속에 이같은 상식적인 생각들이 정신과 치료를 하는 과정에서도 늘
부딪치는 일이다. 정신병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생기는 병이니까
스트레스가 없는 조용한 산골이나 바닷가에서 요양하면 낫게 되리라는 그릇된
믿음들이다. 필자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정신분열병으로 진단된 S라는
대학생을 치료한 일이 있었는데 부모와 환자를 자세하게 면담해본 결과
정신병은 1년 전부터 시작되었으나 정작 병원을 방문한 것은 최근이라고 했다.
그래서 왜 그동안 정신병이 의심되었는데도 빨리 병원에 오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보호자는 말하기를 산속의 절에서 100일간 수양을 하면 더 낫다는
주변의 말을 듣고 고향 근처의 절에 있다가 도저히 환자를 조절할 수 없어서
이제야 오게 되었다고 했다. 이 정도는 약과다. 어떤 경우는 50만원 짜리
굿판에서 시작하여 200만원까지의 큰 굿판을 벌인 후에 오는 경우도 허다하다.
물론 이는 우리의 무속신앙이 사이비임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정신병과
무병은 구별되고 또한 진실한 종교적 체험과 정신병을 구별하여 치료해야 함을
일러주고 싶다. 정신병의 원인은 다양하다. 그중의 하나가 바로 사회로부터
받는 스트레스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 스트레스로 모든 정신병이 설명되는
것은 아니다. 정신병은 다른 내과질환과 같이 일단은 신체의 왜곡된 방어의
결과로 생겨난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신병은 신체적 요인과 외부의
스트레스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된 마음의 병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사회속에서 숨쉬고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사회와의
마찰은 불가항력적이다. 산 좋고 물 좋은 곳은 잠시 숨을 돌리기 위한 곳이지
사회의 여러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곳은 아니다. 또한 정신병은 사회의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따라서 이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에는 인간은
퇴행할 수 밖에 없고 소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경우 인간은
시간이 지나가면서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거나 스스로 또다른 변화를 일으키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즉 나름대로의 독특한 방어기술을 만들어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정신병은 이러한 방어기술이 일시적으로 망가진 상태를 의미한다.
일차적으로는 정신과적 약물이 부분적으로 현실검증 능력을 향상시키는데 큰
기여를 한다. 그 다음 이차적인 문제는 새로운 방어기술을 만드는 것이다. 이럴
때 계속 사회로부터 격리된 산 좋고 물 맑은 곳은 더이상 도움이 되지 않는다.
조금씩 사회에 재적응하며 부딪치는 힘을 길러주어야 새롭게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것이다. 정신병의 재활치료라는 관점은 이러한 원리하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정신병을 앓았던 사람은 약물을 지속적으로 복용하여 부분적인
사회활동을 하여야만 이 사회내에서 적응할 수 있다. 그런데도 사회로부터
동떨어진 정신병원에 몇 년이고 입원을 시켜두면 병의 뿌리가 뽑힐 것이라고
믿는 보호자들이 부지기수이다. 불행하게도 정신병은 결코 뿌리가 뽑히지 않는
병이다. 병이 생긴 원인에 걸맞게 사회속에서 같이 생활할 수 있어야지만 나을
수 있는 사회적 요소가 강한 병이다.
  다시금 말하자면 산 좋고 물 맑은 곳은 정신병 환자들이 치료를 받아야 할
곳이 아니라 정신병을 앓았던 사람들이 사회의 새로운 구성원이 되어 때때로
휴식을 취하는 곳이다. 이들도 우리와 똑같이 쉴 수 있고 자연의 풍요로움을
느낄 자유가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