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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은 결국 못 낫는 병이다?

김종숙
  계요병원 정신과

  정신병은 낫지 않는다는 왜곡된 고정관념이 널리 퍼져 있다. 그러나 정신병은
조기에 치료를 받으면 90p 정도가 증상호전을 보인다.

  스물 여덟인 은행원 남자가 있었다. 어느 날부터인가 자꾸 뒷자리에 앉은
동료가 자기를 욕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더니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은행에
온 손님들도 길을 가는 사람들도 모두 자기를 욕하는 것 같았다. 자신도 가족도
이것이 병이라 여기지 않다가 환자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왜 나를 욕하느냐?"
고 거세게 항의하는 일이 늘어나고 사람 만나기를 꺼리며 은행에 출근도 안하려
하자 걱정을 하게 되었다.
  이웃에게 물어보니 그것은 '귀신이 들린 것이다'며 안수기도가 효험이 있다고
했다. 기도원에 들어가 안수를 받았으나 별 효과가 없었다. 기가 허한 것이라고
하여 한약도 먹고 나중엔 굿까지 했지만 증세는 더욱 악화되어 이젠 직장은
물론이고 두문불출 꼼짝도 않고 자기 방에만 틀어박혀 지냈다.
  이웃들이 수군대는 것 같고 집안에 망신살이 낀 운명을 탓하며 도저히 집에
둘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러 가족들은 환자를 그 끔찍한 정신병원에 넣기로
하였다. 환자는 석달을 입원하여 집중치료를 받아 증세가 없어져 퇴원하였다.
그후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예방적 차원에서 최소량의 약을 먹으며 발병전과
똑같이 회사에 다니면서 생활하고 있다. 2년 전에는 결혼도 하여 지금은
7개월된 귀여운 아들 하나를 둔 행복한 사람이 되었다.
  '정신병은 나을 수 없다', '귀신들였다', '정신과 약을 먹으면 머리가
둔해진다', '정신과 약은 수면제다', '정신병을 가진 환자 때문에 혼사길
망친다'. 등등 정신병에 대한 고정관념은 끝없이 많다. 이 때문에 환자는
미신이나 안수기도 또는 적절치 못한 치료에 방치되어 병이 빨리 치료될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린다. 때로는 정말 못 나을 병으로 만들어 버리기도 한다.
앞에서 예를 들었던 환자도 처음 이상할 때 곧바로 전문치료를 받았더라면 그
긴기간의 입원이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신병에 있어서도 현대의학은 눈부신 발전을 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정신병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예전과 다를 바가 없다. 여전히 정신병은 남이
알까 쉬쉬해야 하고 낫지도 않는 병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다.
  필자가 볼 때 정신병은 조기에 치료를 받으면 약 90p 정도가 증상호전을
보이며 그 후 발병전과 유사한 상태로 개인적, 사회적 기능을 하며 정상생활을
할 수 있다. 정신병은 고혈압이나 당뇨병과 같이 소량의 비중독성
정신약물제제를 계속 복용하면 자기 전문분야에서 충분히 자기능력을
발휘하면서 살 수 있는 병이다. 실제로 나의 환자 중에 정신병을 앓은 후
치료되어 교수, 공무원, 외교관, 용접공, 식당경영자 등의 직업을 훌륭히
수행하며 살고 있는 환자들이 많이 있다.
  문제는 정신약물에 대한 왜곡된 고정관념들이다. 되도록 정신과의 약은 먹지
않아야 한다고 굳게 믿은 나머지 증상이 좀 호전되었다 하면 바로 약을
끊어버려 재발에 재발을 거듭하고 병을 나을 수 없는 상태로 만들어 버리는
환자들이 있다. 병을 일찍 발견하고 일찍 전문치료를 받고 지속적으로 예방적
치료를 하는 것이 정신병을 극복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