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충청도 충주에 이씨라는 부자가 살고 있었어요. 이 부자네 식구들
은 날마다 소금 하나를 반찬삼아 밥을 먹었어요.
어느 날 아이가 소금에 질려 반찬 투정을 했어요.
"우리 집은 맨날 반찬이 이게 뭐야!"
"허허.... 인석이 밥맛이 없나 보군. 여보 오늘 장에 가거든 굴비 한 마리
를 사다가 맛있게 구워 올리구료."
아내는 눈이 동그래졌어요. 평소 같으면 불호령을 찰 남편이 순순히 굴
비를 사 오라고 하자 깜짝 놀란 거지요.
점심때가 되자 노릇노릇 구워진 굴비가 밥상에 올라왔어요. 그러자 이
부자는 굴비를 실로 묶어 천장에 꽁꽁 매달아 놓고 말했어요.
"자, 밥 한 숟갈 먹고 굴비 한 번씩만 쳐다보거라."
이 부자는 아들이 연거푸 두 번 굴비를 쳐다보자 뒤통수를 쳤어요.
"이 녀석아, 한 번씩만 쳐다보라니까! 자꾸 쳐다보면 짜서 물을 먹게 되
잖아!"
아들은 속으로 투덜거리며 꾹 참고 밥을 먹었어요. 그런데 잠시 후 이
부자의 얼굴이 험상궂게 일그러졌어요. 굴비에 파리 한 마리가 앉았거든
요.
"이런 고얀 놈!"
파리가 날아가자 이 부자는 파리채를 들고 쫓아갔어요.
"이놈! 도망가기는 어딜 도망가!"
이 부지는 결국 파리를 이웃 마을까지 끈질기게 쫓아가 잡았어요.
그리고 그 파리를 헹군 불로 국을 끓여 먹었다고 해요.
그 뒤 한참이 지난 어느 날이었어요.
이 부자의 집에 부모님의 제삿날이 돌아왔어요. 이 부자의 아내는 제사
음식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어요. 참다못한 부자의 아내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어요.
"여보, 제사 음식은 어떻게 하지요?"
"내가 이미 다 준비해 놓았으니 걱정하지 마오."
그 날 밤 제사상을 본 아내는 어이가 없어 입이 딱 벌어졌어요. 상위에
는 음식 대신 사과, 배, 곶감 등 음식 이름이 적힌 종이가 놓여 있었기 때
문이죠.
그렇게 제사를 마친 이 부자는 지방을 들고 한참 망설였어요. 지방이란
제사를 지낼 때 조상의 이름을 적어 붙이는 것인데 제사가 끝나면 곧 태워
버리는 것이 예법이에요.
"작은 종이 쪽지일망정 태워 버리기는 아깝군."
이 부자는 결국 그 종이를 기름에 절여 해마다 제사 때가 되면 다시 꺼
내어 썼다고 해요.
자린 고비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되었어요. '고비'란 '돌아가신 부모님'을
일컫는 말이에요. 그 후 '절이다'라는 말이 '자린'으로 변해 '자린 고비'란
말이 생겨났지요.
따라서 자린 고비란 돌아가신 부모님에게까지 인색한 구두쇠 중의 구두
쇠란 뜻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