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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무를 마친 약은 배설된다

  모든 약은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한 후에 우리 몸 밖으로 배설된다. 대부분의 약물과
약물의 대사 산물은 주로 신장(소변)을 통해 배설되고, 그 다음으로는 대변. 호흡을
통해 배설되며, 소량은 땀, 젖, 침 눈물을 통해 배설되기도 한다.
  그러면 여러 배설 경로 중 가장 중심적인 것을 알아보기로 하자.

  #1 신장에서 걸려져 오줌으로 배설된다 

  우리가 비타민제를 먹고 난 뒤에 소변을 보면, 소변 색깔이 노랗고 약 냄새가 나는
것을 흔히 경험하는데, 이것은 바로 비타민이 신장을 통해 배설되었다는 증거이다. 이
것은 다른 모든 약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잘 알다시피 신장은 혈액내에서 적혈구나 백혈구, 혈소판보다 작은 혈장에 포함된
모든 내용물을 밖으로 밀어내는 '사구체'와 이렇게 사구체 밖으로 빠져 나온 작은 내
용물 중에서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분이나 전해질 그리고 물을 다시 흡수하는 '세뇨
관'으로 이루어 져 있다.
  우리 몸의 신장에서 사구체를 통하여 내보내는(이것을 여과라고 부른다) 혈장의 양
은 하루에 180리터지만, 그 대부분이 세뇨관에서 다시 흡수되어, 정작 소변으로 배출
되는 양은 하루에 1.5리터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약물 분자는 사구체 막의 체구멍보다
작기 때문에 사구체를 쉽게 통과하여 세뇨관으로 나가 소변과 함께 배설된다.
  그런데 이러한 신장의 중요한 배설지능이 때로는 약물의 독성으로 인해 중대한 위기
에 처하기도 한다. 소변에 녹은 약이 몸 밖으로 배출되기를 기다리는 동안에 그 소변
을 담고 있는 세뇨관이나 방광에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주로 얼굴이나 몸이
붓는다). 약 설명서에는 빨간 글씨로 '주의 -부작용' 이라고 경고하는 내용이 들어 있
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신장에 대한 언급이 굉장히 많다. 이 런 신장에 대한 부작용은
바로 배설 과정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2 소화기 계통을 따라가 대변과 함께 배설된다 

  우리가 먹은 약물이 완전히 흡수되지 않을 경우 그 약물은 대변으로 배설된다. 어떤
알약은 완전히 녹지 않은 상태 그대로 대변으로 나오기도 하는데, 그 약은 효과가 전
혀 없었던 셈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약물은 일단 흡수된 후 간장에서 대사된 다음, 담즙에 섞여 다시
장으로 배설되고 그 일부가 대변으로 배설되는 경로를 밟게 된다. 어떤 약물은 이러한
배설 경로를 이용하여 장내의 병원균을 죽이는 데 이용되기도 한다.
  한편 담즙에 섞여 배설된 약물은 대부분 소장에서 재흡수되어 신장으로 가서 소변으
로 배설되므로, 대변 배설의 비중은 그다지 크지 않다.

  #3 호흡을 통해 배설된다 

  가스 상태의 약물이나 휘발성 약물은 호흡기 계통을 통하여 흡입되고 또 배설도 당
연히 호흡기를 통하여 이루어지지만, 다른 방법으로 우리 몸에 들어온 약물 중에도 휘
발성인 것은 일부 호흡기로 배출되기도 하는데, 알코올이나 파라알데하이드 등이 있
다.

  #4 젖, 땀, 침, 눈물, 기관지 분비선 등을 통해 배설된다 

  양은 적지만 젖 땀, 눈물, 침, 기관지 분비선 등을 통하여 배설되기도 한다. 이것은
앞에서도 살펴보았듯이 일단 우리가 사용하는 약은 몸에 들어가면 우리가 원하든 원하
지 않든 몸의 모든 곳을 돌게 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들 중 젖을 통한 약
물 배설은 비록 그 양은 적지만 젖먹이 어린이에게 예상치 않은 약리 작용이나 부작용
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예를 들면 어머니가 변비 치료제를 사용하고
있을 경우 그 어머니의 젖을 먹은 아이는 설사를 하게 된다.
  이렇게 우리가 사용한 약은 장을 통해 흡수되고, 수용체와 결합하여 효과를 나타내
고, 대사 작용으로 무효화된 후 배설됨으로써, 약의 일생은 그 막을 내리게 되는 것이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