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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결핵예방주사는 불필요하다?

박태진
  인제의대 부산백병원

  현대인들은 결핵을 너무나 하찮은 병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결핵이 많이 사라졌다는 지금도 55명 중 한 명이 결핵환자로 보고되고 있다.

  얼마 전의 일이다. 30대 초반의 주부가 찾아와 결핵검사를 하고 싶다고 했다.
몇 년전에 결핵으로 진단을 받아 약을 먹었는데, 요즈음 몸이 그때처럼
이상하다고 했다. 검사결과 그 주부는 결핵이 재발한 것으로 밝혀졌다.
결핵약을 충분한 기간동안 먹지 않고 중단했기 때문에 재발한 것이었다.
  환자에 대한 치료를 시작하면서 가족들도 모두 결핵검사를 받아보라고 했다.
남편은 걸리지 않았으나, 4살 먹은 아들과 갓 돌이 지난 딸은 결핵반응검사
(일명 튜베르쿨린 검사)가 양성이었다. 어깨에 결핵예방주사(비씨지
주사)흉터를 찾아보았으나 두 아이 모두 없었다. 어린애들이 결핵예방주사를
맞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어머니한테 왜 결핵예방주사를 맞히지 않으셨어요?
하고 물어 보았다. 어머니의 대답은 이랬다. 실은 자신과 자기 남동생도 모두
어릴때 결핵예방주사를 맞았는데도 둘다 결핵에 걸렸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스스로 내린 결론은 결핵은 예방주사를 맞아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이었다.
나름대로의 확신에 따라 자신의 두 아이들에게는 예방주사를 맞히지 않았던
것이다. 옛날에는 결핵을 지나치게 무서워하는 것이 문제였는데, 지금은
너도나도 결핵을 너무 하찮은 것으로 여기는 것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결핵은
우리나라에서 아직도 심각한 건강상의 문제이다. 전국적인 결핵실태조사에
따르면, 엑스선 촬영에 의한 진단으로 결핵에 걸려 있는 사람이 1965년에는
인구 100명당 5.1명이었는데, 1980년에는 2.5명. 반으로 줄었고, 1990년에는
1.8명이었다. 그러나 이처럼 숫자가 줄어드는 것만 생각하면 곤란하다. 결핵에
걸린 사람이 전보다는 많이 줄었지만 아직도 55명이 한 곳에 모여 있으면 그 중
한 명은 결핵에 걸려 있을 정도로 많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결핵이 줄어든 데에는 전반적인 생활여건이 향상되고 좋은 결핵치료약이
나왔다는 이유도 있지만, 결핵예방접종이 큰 기여를 했다. 30세 미만의
사람들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비씨지 접종을 받은 사람은 1965년에는
인구 100명당 24.3명이었는데 반해 1990년에는 86.0명으로 늘어났다. 결핵이
줄어 든 만큼 많은 사람이 결핵예방주사를 맞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아직도 충분하다고 할 수는 없다. 만 네살 이하의 어린이에 대한
비씨지접종률이 100명당 78명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 100명당 22명은
부모들이 비씨지를 맞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부모들이 비씨지를 맞히지 않는
이유는 앞서 필자가 진료한 어머니와 같이, 주위에서 비씨지를 맞혀도 결핵에
걸린 경우를 보면서 비씨지를 맞혀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는 잘못된 생각들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핵예방주사인 비씨지는 지금까지 60년간 사용되어 왔으며 현재도
182개국에서 결핵예방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 한가지 단점으로 결핵에 대해
100p 방어력이 없다는 점이다. 대개 60--75p 정도의 사람에서 결핵에 대한
방어력을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핵예방주사를 맞는다고 해서 모두다
결핵에 걸리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이 때문에 비씨지를 맞고도
결핵에 걸리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그러나 이 때문에 결핵예방주사를 기피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특히
비씨지는 어른들보다는 소아에서 예방효과가 더 좋다. 소아에서 결핵에 걸리면
결핵성뇌막염이나, 전신으로 퍼지는 속립성결핵같이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는
결핵으로 되기 쉽다. 비씨지는 소아에서 이렇게 심한 결핵으로 되는 것을 잘
방어해 주기 때문에 세계보건기구에서도 생후 가능한 빨리 비씨지를 맞도록
권장하고 있다.
  앞서 말한 주부의 두 아이는 어머니로부터 결핵에 전염되어 있는 상태이므로
1년 동안 결핵약을 먹어야 하지만 그래도 다행스런 경우였다. 비씨지 접종을
받지 않은 대가로 결핵성 뇌막염에 걸리고 그 후유증으로 평생을 장애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어린이들을 병원에서는 종종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