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침은 황제처럼, 점심은 왕자처럼, 저녁은 거지처럼 사람이 누리는 복 가운데 가장
으뜸인 것은 뭐니뭐니 해도 식복이다. 언제나 배불리 잘 먹고 사는 게 모든 사람의 소망이
다. 이러한 소박한 꿈은 지난날 전쟁을 치르며 못 먹고 가난하게 살았던 우리 민족의 슬픈
역사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산업이 발달하고 생활이 윤택해지면서 식복에
대한 지나친 욕심은 오히려 화를 불러왔다. 질 좋고 맛있는 음식을 과잉 섭취하면서 비만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당뇨병과 고혈압 등 성인병을 비롯해 각종 질병에 시
달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식복이 아니라 식화가 된 셈이다.
이러한 부작용들은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하느냐' 라는 식습관이 올바로 자리잡지 못해
서 일어난 문제이다.
"천지 사이에 사람의 성명을 기르는 것은 오직 오곡뿐이며, 몸을 편히 하는 근본은 반드
시 음식의 힘을 입어야 한다"고 할 정도로 식사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식사를 하는 데도
반드시 지켜야 할 법도가 있다. 이 법도에 어긋나는 식습관을 매일매일 반복한다면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병을 얻어 고생할 수밖에 없다. 아침 점심 저녁으로 먹는 하루 세 끼의
평범한 식사가 우리의 건강을 지켜주기도, 혹은 해치기도 하는 아주 중요한 열쇠가 되는 셈
이다. 그럼 올바른 식습관이란 어떤 것일까? 간단하고 모두 알고 있으면서도 막상 잘 지켜
지지 않는 올바른 식생활법에 대해 알아보자.
과연 무엇을 먹으면 좋을까? 요즘 사람들은 '무엇을 먹을까' 의 문제로 너무 고심하는
것 같다. 육류는 몸에 좋지 않으니 야채류를 많이 먹으라든지, 흰쌀보다는 현미가 몸에 좋
으니 그것만 먹으라든지, 하는 식으로 말이다. 물론 이런 얘기가 모두 틀렸다는 것은 아니
다. 나름대로 합리적인 근거를 갖고 있는 이론도 많다. 그러나 음식은 편식만 하지 않는다면
입맛 당기는 대로 먹으면 된다. 고기든 야채든 한쪽으로 치우지지 않게 골고루 먹고, 자기
입맛에 맞춰 먹는 게 가장 좋다. 어떤 음식이 유독 맛있게 느껴진다는 건 자신의 몸이 그
음식을 필요로 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아기를 가진 임부들이 평소엔 입에도 대지 않던
음식을 자꾸 찾는 현상도 그런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다. 새 생명을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
평소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하려는 본능적인 욕구인 셈이다.
이렇게 말하면 아이들의 편식 문제 때문에 고민하는 많은 부모들이 반박할 것이다. "우리
아이는 밥을 잘 안 먹어요. 맨날 피자랑 햄버거만 찾고 과자를 입에 달고 살아요. 그럴 때
그냥 내버려두란 말인가요?" 물론 그렇지는 않다. 다만 아이들의 편식이란 대체로 음식의
맛을 골고루 체험해보지 않은 데서 비롯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아이들의 편식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부모의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직 음식맛을 제대로 가리지 못
하는 어린 아기 때부터 이런저런 요리 재료를 다양하게 사용하여 골고루 입맛을 들이는 게
좋다. 다양한 입맛에 길들여진 아이는 결코 편식하지 않는다.
무엇이든 편식하지 않고 골고루 입맛 당기는 대로 먹되 꼭 피해야 할 음식들이 있다. 우
선, 찬 음료나 찬 음식은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다. 찬 것은 인체의 모든 내장 기능을 위축
시키므로 기혈의 운행 상태가 나빠진다. 우리 몸은 적당한 체온을 유지해야 오장육부의 기
능이 원활해지면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만약 찬 음식을 습관적으로 계속 먹으면 기혈이
한곳에 뭉치면서 담음을 만들어내다. 담음이 생기면 눈 밑이 숯을 발라놓은 듯 시커멓게 되
면서 소화도 안 되고 메슥거리며 어지럼증도 나타나는데, 이것이 만병의 근원이 된다. 특히
성장발육기에 있는 청소년들은 절대적으로 지켜야 할 금기 사항이다. 추운 곳에 뿌린 씨앗
이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약하게 자라거나 금방 죽어버리는 것과 똑같은 이치다.
너무 짜거나 매운 음식도 좋지 않다. 이런 음식을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원기를 손상시키기
때문에 체력이 떨어지면서 수명이 단축된다. 되도록 너무 자극적인 음식은 피해야 한다.
체질에 따라 피해야 할 음식도 있다. 얼굴이 유난히 붉은 사람은 너무 뜨겁거나 매운 음
식을 먹지 않는 게 좋다. 왜냐하면 얼굴이 유난히 붉다는 건 선천적으로 심장이 약하다는
표시이므로 심장을 자극하는 뜨겁고 매운 음식을 피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체내에
사혈이 생겨 고생하게 된다. 피부색이 유난히 흰 사람은 선천적으로 폐가 약한 체질이므로
찬물이나 찬 음식을 반드시 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폐가 쉽게 손상되어 기관지염이나
폐렴, 폐결핵 등 각종 폐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무엇을 먹을까에 대해 살펴
보았지만 사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먹을까' 이다. 대부분 음식으로 인해 빚어지
는 문제들은 잘못된 식습관에 그 원인이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먹어야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는 걸까?
첫째, 아침은 황제처럼 점심은 왕자처럼 저녁은 거지처럼 먹어라. 한마디로 조반석죽의 원
칙을 지키라는 얘기다. 조반석죽이란 아침엔 밥을 제대로 잘 차려 먹고, 저녁엔 죽을 먹듯
가볍게 식사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사람이 아침에 일어나 활동하기 시작하고 밤에는 잠
을 자는 존재라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음식을 소화시키는 일은 위가
하는 게 아니다. 위는 음식물을 받아들이는 저장 탱크일 뿐이다. 소화는 사지(팔다리)와 명
문의 화(비위를 덥게 하여 음식의 소화 작용을 도와주는 것)에 의해 이루어진다. 특히 사지
는 성체의 근본이기 때문에 사지가 움직일 때 음식을 먹어야 비로소 피와 살이 되고 진액이
되어 몸의 기능이 순조로워진다. 따라서 아침에는 그날 하룻동안 할 일을 생각한 후에 식사
를 해야 하며, 팔다리를 움직이지 않는 저녁에는 식사를 적게 해야 한다. 더욱이 밤에는 위
기가 닫히므로 이때 음식을 먹고 억지로 움직이려면 그만큼 무리가 따른다.
만약 이를 어기고 저녁을 많이 먹거나 야참을 즐기면 여러 가지 질병에 걸릴 수 있다. 내
상발반이라 해서 팔다리에 악성 피부병이 생기기도 하고, 천식에 걸리기도 하는데 이때의
천식은 식적천식이라 하여 새벽이면 기침이 아주 심해지는 특징을 보인다. 또 얼굴에 여드
름이 심하게 나기도 하며 식적복통, 식적설사, 식적요통 등 많은 질병에 시달린다. 그리고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데도 계속해서 저녁식사를 많이 할 경우엔 중풍이나 좌골신경통, 디스
크, 식궐증이 온다. 이 중에서 식궐증이란 간질과 비슷하게 별안간 혼수 상태에 빠지는 병인
데 검사상으론 아무런 이상도 나타나지 않는다. 또한 성장기에 있는 어린이들이 자꾸 아침
식사를 거르면 키가 잘 자라지 않고 두뇌 발달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이렇게 음식은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약이 되기도 하지만 독이 되기도 한다. 간혹 어떤
이들은 아침식사를 거르고 하루에 두 끼만 먹어도 된다고 말하지만, 굉장히 위험천만한 생
각이다. 대개 마른 체질의 사람들이 이런 주장을 하는데, 마른 사람은 뚱뚱한 사람에 비해
비위 기능이 좋기 때문에 아침을 걸러도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반면에 뚱뚱한 사람은
원래 위장이 약하므로 자꾸 아침을 거르면 거의 틀림없이 병에 걸린다. 다시 말해서 내가
경험을 해보니 아침은 안 먹는 게 좋더라, 하는 식의 주장은 체질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문
제점이 있다. 그러나 조반석죽의 원칙은 체질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적용되며, 또 누구든
반드시 지켜야 할 생활 규칙이다. 동의보감의 내경 편에서도 "저녁에 너무 배불리 먹지 말
것이며" "밤참을 먹는 것은 새벽밥을 먹는 것만 못하다"고 하여 조반석죽의 중요성을 강조
하고 있다. 더욱이 비만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은 조반석죽의 원칙만 잘 지켜도 다이어트 효
과를 볼 수 있다.
둘째, 식사는 되도록 천천히 먹고 음악을 들으면서 하라. 천천히 꼭꼭 씹어서 먹어야 소화
도 잘 되고 정신도 안정된다. 그리고 식사를 할 때는 음악을 들으면서 하는 것이 좋다. 비장
은 음악을 좋아하기 때문에 음악을 들으면서 식사할 경우 비장이 음식을 갈아서 소화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음악은 굳이 클래식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즐겨 듣고 좋아하는 것이면 된다.
셋째, 식후에 곧바로 드러눕거나 일을 해서는 안 된다. 식후에 바로 드러눕는 것은 좋지
않다. 포식 후에 누우면 처음엔 잘 모르지만 자꾸 반복될 경우 배에 덩어리가 생긴다. 한방
에선 이것을 적취라고 하는데, 큰 병으로 발전할 위험이 있다. 그러므로 식사 후에는 손으로
얼굴을 마찰하고, 배도 수백 번 비벼준 다음 200보 내지 300보 정도 걸어야 한다. 그래야 소
화도 잘 되고 모든 병이 없어진다. 식후에 금방 일을 하는 것도 좋지 않다. 식사 직후에 일
을 하거나 운동을 하면 비장이 상하기 쉽다. 그렇게 되면 소화장애가 올 뿐만 아니라 전신
의 건강 상태까지 나빠진다.
넷째, 과식해서는 안 되며 너무 배고픈 상태에서 일하지 마라. 과식은 비위를 손상시키므
로 비위와 관련된 여러 가지 병의 원인이 된다. 비위는 팔다리를 주관하므로 피로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비위가 나빠지면 식후혼곤증이 생기기도 한다. 또 너무 배고픈 상태에서 일을
하면 기를 손상시키므로 건강에 좋지 않다. 건강을 지키는 올바른 식습관에 대해 알아보았
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아무리 좋은 방법이라도 실생활에서 직접 실천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특히 다른 건 몰라도 조반석죽의 원칙만큼은 꼭 지켰으면 한다. 건강
장수를 약속하는 행운의 열쇠이기 때문이다.
2. 잠도 생긴 대로 자야 건강하다.
고문 중에 가장 혹독하고 견디기 힘든 것이 잠을 재우지 않는 방법이라고 한다. 그만큼
불면의 고통이 크다는 말인데, 이는 사람에게 잠이란 그저 잠깐 쉬고 일어나는 단순한 행위
가 아니기 때문이다. 잠은 배터리를 충전하는 것처럼 내일의 활기찬 생활을 위해 심신의 에
너지를 충전하는 일이다. 밤에 충분히 자야 간담에서 혈을 충분히 조성하기 때문에 인체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만약 혈이 부족하여 에너지를 제대로 충전하지 못하면 대뇌는 극도
로 피곤한 상태에 빠지고 체력 또한 급격히 떨어진다. 따라서 불면이 계속되면 정상적인 활
동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죽음에까지 이를 수 있다. 옛말에 '잘 먹고 잘 자는 것이 건강 장
수의 비결' 이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하루에 몇 시간이나 자야 건강 장수를 위해 잘 자는
것일까? 어떤 이는 4시간만 자도 숙면을 취하면 아무 상관이 없다고 하며, 어떤 이는 7-8시
간 정도는 자야 충분하다고 얘기한다. 왜 이렇게 서로 의견이 다를까? 바로 여기에 해답이
있다.
잠도 타고난 체질에 맞게 자야 한다는 것이다. 덩치가 크고 뚱뚱한 사람은 그 덩치에 맞
게 잠을 많이 잘 수밖에 없으며, 바짝 마르고 여윈 사람은 수면 시간이 적더라도 아무 문제
가 없다. 이는 에너지 충전량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대형 차를 움직이려면 소형 차에 비
해 기름이 더 많이 필요한 것과 마찬가지 얘기다. 그러나 지나칠 정도로 잠이 많이 쏟아진
다면 혹시 기가 허하지 않은지 진단해볼 필요가 있다. 뚱뚱한 사람의 경우 잠이 많은 것도
대개는 기가 허하기 때문이다. 또 봄철이면 으레 찾아오는 춘곤증도 소화기 계통인 비위의
기가 허해져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만약 몸에 아무 문제가 없는데도 잠을 많이 자고, 또 잠자고 일어나도 개운치 않다면 잠
자는 자세가 나쁘지 않은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가장 좋은 자세는 새우처럼 구부리고 옆으
로 누워 자는 것이다. 흔히들 반듯이 누워 자는 게 좋은 줄 알지만 이런 자세는 숙면을 취
하는 데 방해가 된다. 중국의 성인인 공자 역시 옆으로 누워 자길 즐겨했다는 기록이 전해
진다. 다리를 약간 구부리고 모로 눕는다. 똑바로 누울 때보다 사람의 기를 더해준다. 공자
는 잘 때 죽은 시체처럼 똑바로 눕지는 않았다. 그래서 잘 때는 구부리는 것을 싫어하지 않
았으며 깨어 있을 때는 (손발을) 쭉 펴고 있는 것을 싫어하지 않았다고 한다.(손사막의 천금
방)
동의보감에도 "사지를 뻗고 평와하면 귀신과 사마가 따른다"고 하여 똑바로 누워 자면 깊
은 잠을 이룰 수 없음을 말하고 있다. 또한 옆으로 자는 게 좋은 이유는 낮과 밤에 따라 호
흡의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낮에는 피부 호흡을 하지만 밤이면 피부로 호흡하는 것이
아니라 대장(항문)으로 호흡하게 된다. 옆으로 자는 건 바로 이 대장 호흡을 도와주는 자세
이다. 밤에 이루어지는 대장 호흡은 몸이 나쁜 기운을 배출시킬 뿐만 아니라 심기를 북돋워
심장을 튼튼하게 한다. 그러므로 심장이 약한 사람이나 체질적으로 허약한 사람은 옆으로
누워 자는 습관을 들이면 아주 좋다. 그런데 옆으로 누워 자면서도 그 자세를 그대로 유지
하는 것이 아니라 하룻밤에 대여섯 번 정도 자세를 바꿔주는 것이 좋다. 처음엔 옆으로 잤
다가 다시 바로 눕고, 또 옆으로 눕는 식으로 말이다. 그리고 잘 때는 입을 다물고 자야 한
다. 입을 벌리고 자면 기운을 잃으며 나쁜 기운이 입으로 들어가서 발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잠잘 때 불을 켜놓고 자는 것도 좋지 않다. 아이들 중에 무섭다면서 밤에 불을 끄지 못하
게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담이 허해서 그렇다. 이런 아이들을 보면 대개 손톱이 얇은 것
이 특징이다. 손톱은 간담의 영화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너무 심한 아이는 그냥 내버려두지
말고 치료를 해주는 것이 좋다. 성인들 역시 불을 켜놓고 자면 신이 불안해서 숙면을 취할
수가 없다. 잠을 잤는데도 잔 것 같지 않다고 말하게 되는 것이다. 어른이나 아이나 잠을 잘
때는 반드시 이불을 덮고 자야 한다. 낮에는 온도가 높아서 공기가 가볍지만 야간에는 온도
가 내려가서 공기의 무게가 무거워진다. 이 무거운 공기를 막아주는 방패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이불이다. 이불을 덮지 않으면 아침에 일어났을 때 몸이 찌뿌드드하고 개운치 않은 것
이 이런 이유에서다. 아무리 더운 여름이라도 홑이불 정도는 꼭 덮고 자는 게 건강에 좋다.
심폐 기능이 좋지 않은 노인들은 더욱더 조심해야 한다.
잠자는 문제 중에서 가장 심각한 것이 바로 불면증이다. 자고 싶은데도 며칠씩 눈을 붙이
지 못하고 밤을 지새면 원기가 손상되어 건강까지 해치고 만다. 잠은 되도록 12시 이전에
자야 간담의 조혈 작용이 원할해지면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그래서 비행사나 간호사, 스
튜어디스 등 밤을 새워야 하는 사람들은 특별히 건강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불면증도 젊
은 사람과 노인에 따라 그 양상이 다르다. 노인성 불면증은 기운이 쇠약해지면서 나타나는
자연적인 현상으로, 낮에는 졸고 밤이면 잠이 오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노인성 불면
증으로 시달리는 사람들을 보면 주로 살찐 체질이 많다. 젊은 층의 불면증이 마른 체질들에
게 나타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것은 살찐 사람이 마른 체질에 비해 선천적으로 기운이 없
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인성 불면증을 치료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기력을 돋워주어야 하므로
한방에선 '가미육군자탕' 등을 이용한다.
3. 더운 나라로 신혼 여행 가는 것은 넌센스
옛날엔 신혼 여행지라고 하면 제주도가 으뜸이었다. 비행기도 타보고 배도 타보고 섬나라
이국 정취에 취해도 보고, 그야말로 첫손에 꼽히는 신혼 여행지였다. 그런데 요즘엔 제주도
로 신혼 여행을 간다고 하면 고작 그 정도야, 적어도 해외 여행은 가야 제격이지, 하는 눈빛
으로 바라본다. 지금은 경제 한파로 주춤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괌이나 하와이,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로 신혼 여행을 떠나는 새내기 부부들이 많았다. 여행 경비도 저렴하고
거리도 가까워서 큰 무리 없이 갔다 올 수 있다는 이유로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더운 지방
으로 신혼 여행을 떠나는 건 사실 심각하게 고려해봐야 할 문제다. 한의사인 나로서는 극구
말리고 싶을 뿐이다. 도시락 싸가지고 다니며 말려야 할 일이 아니라 몇날며칠 굶고서라도
뜯어말리고 싶은 심정이다.
너무 더운 기후 속에서 성관계를 가지면 남자는 신장이, 여자는 자궁이 나빠진다. 또 그런
상태에서 아기를 가지면 선천적으로 심장이 안 좋거나 태열이 심하고 말을 더듬는 등 전체
적으로 허약한 체질의 아이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 활인서의 내용을 잠깐 들여다보자. 여름
한때는 사람의 정신이 떨어지는 때이다. 심이 왕성하고 신이 모손되며 신이 녹아서 물이 되
다가 가을이 되면 결국 엉기고, 겨울이 되어서야 견고해지는 고로 더욱 방실(성생활)을 삼가
여 정기를 보양하는 것이 좋다.
무더운 여름철은 심왕신쇠한 계절이다. 나무로 치면 잎이 무성하고 뿌리가 약해지는 시기
이다. 이렇게 뿌리가 약한 여름철에 성관계를 과도하게 하면 안 그래도 약한 뿌리가 더욱
약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건강에도 많은 문제가 생기며, 심지어는 신장(콩팥)이 손상되고
만다. 여름에는 되도록 성관계를 갖지 않는 게 바람직하며, 임신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런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무더운 여름 기후가 계속되는 해외의 더운 지방으로 신혼 여행을 가
는 웃지 못할 코미디가 연출되는 것이다. 너무 더운 날씨도 좋지 않지만 매우 추운 날에도
성생활을 삼가야 한다. 또 시간적으로는 병, 정일과 초하룻날, 보름날, 그믐날을 피하는 게
좋다. 낮시간에 하거나 불을 켜놓고 하는 것도 좋지 않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양기가 크게
손상되어 여러 가지 병이 생긴다. 그리고 비바람이 심하게 칠 때나 천둥번개가 번쩍일 때
성관계를 하면 남자는 허리를 못 쓰게 되고 여자는 자궁과 심장에 병이 올 수 있다.
이렇게 얘기해놓고 보면 성이란 즐기는 것인데 뭐 그리 까다롭게 지킬 것이 많냐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오렌지족이다 야타족이다 해서 하룻밤 성관계쯤이야 대수롭잖게 여기
는 이들도 많은 게 요즘의 현실이다. 그렇지만 이런 때일수록 절도 있는 성생활이 반드시
필요하다. 사람살이란 숨쉬고 밥 먹고 일하고 성생활하는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
만큼 적당하고 절도 있는 성생활이야말로 건강하게 살아가는 중요한 열쇠이다. 만약 너무
지나치게 성생활을 하면 여러 가지 질병이 초래된다.
얼마 전에 나를 찾아왔던 76세의 김씨도 지나친 성생활로 인한 증상을 호소했었다. 김씨
는 나이에 비해 아주 건강해 보였으며 얼굴에도 불그스름하게 화색이 돌았다. "어지러워서
잘 걷지도 못하겠고 숨이 많이 찹니다. 한번은 코피가 나더니 계속 멈추지를 않아 병원에
입원한 적도 있구요. 또 밤이면 수면제를 먹지 않고는 통 잠을 이룰 수가 없어요." 게다가
소변이 매우 잦다고 덧붙여 말했다. 김씨와 함께 온 부인을 보니 무척 젊어 보였다. 나이가
55세라고 하는데 아직도 생리가 있다고 했다. 이는 나이에 비해 건강 상태가 아주 좋다는
걸 말해준다. 부부관계가 어떻게 하고 있느냐고 부인에게 묻자 겸연쩍어하는 표정으로 매일
관계를 갖는다고 대답했다. 변명인지는 모르지만 남편에게 약간의 의처증 증세가 있어서 더
욱 자주 하게 된다고 털어놓았다.
김씨의 증상과 부인의 얘기를 통해 보건대 과도한 성생활로 인한 허로증이 분명했다. 허
로증은 지나친 성생활이나 잦은 유산 경험 후에 오는 것으로 진음이 고갈되어 나타나는 증
상이다. 어지럼증은 물론이고, 특히 밤이 되면 온몸을 바늘로 콕콕 찌르는 것처럼 아프고 칼
로 저미는 듯이 괴로운 증상을 호소한다. 그야말로 전신이 쑤시고 아파서 죽을 지경인 것이
다. 허로증에는 허열을 끄고 진음을 돋워주는 '사양보음탕' 같은 유의 처방을 써서 치료한
다.
즉, 뿌리를 튼튼하게 하여 잎을 무성하게 만드는 것이다. 사양보음탕을 한 제 복용한 후 다
시 나를 찾아온 김씨는 몰라보게 혈색이 깨끗해졌고 어지럼증도 많이 없어졌다며 다시 한
제를 지어갔다.
성생활을 과도하게 함으로써 나타나는 증상에는 허로증뿐만 아니라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음허요통이라 하여 허리가 뻐근하게 아프다. 두통과 함께 머릿속이 흔들리며 어지럼증
이 생긴다. 땀을 많이 흘린다(특히 허리 아래로 땀을 많이 흘리는 것은 건강의 적신호로 남
자들에게 많이 나타난다). 오른쪽 귀에서 자꾸 소리가 난다. 콧속에서 단내가 나면서 목이
아플 때도 있다. 밤이 되면 온몸이 쑤시고 저리다. 이불 속에 발을 못 넣을 정도로 발바닥이
화끈거린다.
여자는 49세 무렵이 되면 갱년기에 접어들어 폐경을 맞고, 남자는 64세 무렵이 되면 폐정
을 맞는다. 그래서 천금방의 소녀론에는 "사람이 60세가 되면 정액을 간직하고 내보내지 말
아야 한다" 고 쓰여 있다. 정을 함부로 소모하지 않아야 건강 장수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
러나 사람들은 온갖 정력제와 희한한 스태미나 식품들을 정신없이 찾아나선다. 과도한 욕심
이 육체를 병들게 한다는 사실도 깨닫지 못한 채로 말이다. 몇십만 원, 몇백만 원을 주고도
못 산다고 하는 비아그라 열풍이 또한 그렇다. 다만 허약 체질이거나 과로로 인한 체력 소
모, 나이에 따른 허로 증상 등으로 고생할 경우엔 전문적인 처방과 함께 정기를 돋우도록
해야 한다.
정기를 보하는 음식으로는 오미자, 백복령, 구기자, 산수유, 녹용, 참깨 등이 있지만, 이보
다 더 손쉽게 구할 수 있고 값도 저렴하며 훌륭한 정력보강 음식이 있다. 죽이나 밥이 끓을
무렵 한가운데 고이는 걸쭉한 밥물이 바로 그것이다. 이 밥물을 먹으면 정액이 제일 잘 생
긴다고 하였다. 밥물이 무슨 효과가 있으랴 싶겠지만 세상의 모든 음식물 중에 오곡만이 온
전한 맛을 갖고 있으며 이 오곡을 먹는 것으로써 정을 가장 많이 보충할 수 있다. 원기가
많이 허약해진 노인들의 경우에도 싸래기우유죽을 먹으면 아주 좋다. 우유와 싸래기(부스러
진 쌀알)를 섞어 죽으로 만들어 먹는 것이다. 굳이 불편한 증상이 없더라도 건강을 위해 권
해볼 만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4. 사계절 건강법
봄 여름 가을 겨울 중 유독 어느 한 계절이 되면 까닭 없이 기운이 빠지면서 매사 의욕이
없고 병치레가 잦아지는 경우가 있다. 흔히 얘기하는 '계절을 타는' 증상이다. 어떤 이는
봄철만 되면 남들보다 더 몸이 무거워지면서 평소 고생하던 관절염이 훨씬 심해진다고 호소
한다. 또 어떤 이는 겨울에는 조금만 추운 곳에 가거나 찬바람만 쐬어도 기침이 나고 두드
러기가 생기면서 가렵다고 고통스러워한다.
봄을 탄다 또는 여름을 탄다는 것은 자연 환경의 변화에 인체가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계절에 따라 날씨가 더워지거나 추워지는 등
자연 환경이 변화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체의 오장육부도 변화한다. 인간이 제아무리 만물
의 영장이라 해도 인간 또한 자연의 일부인 만큼 계절에 상응하여 변화하지 않고는 생명을
이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봄은 간왕폐허한 계절로 간 기능은 왕성하지만 폐 기
능은 쇠약해진다. 여름은 심왕신쇠한 계절로 심장 기능은 왕성해지지만 신장 기능은 약해진
다. 이는 모두 계절을 이겨나가기 위한 인체의 무의식적인 본능인 셈이다. 따라서 사계절을
건강하게 보내려면 계절의 특성은 물론이려니와 인체의 변화에 대해서도 잘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거기에 알맞은 섭생법으로 대처할 수 있다.
봄: 습기와 바람이 많은 때이므로 관절 질환과 풍을 조심해야 한다. 봄은 발진이라 하여
겨우내 얼어붙었던 천지만물이 다 발동하여 만물이 소생하고 번영하는 계절이다. 이처럼 얼
었던 땅이 다시 녹고 뿌리 속에 저장되었던 양기가 땅 위로 솔솔 피어오르면 우리 인체 내
부에서도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 그 대표적인 것이 습에 의한 증상이다. 대지가 녹으면서 축
축해지듯 우리 몸에도 습이 쌓이면서 불편한 증상이 생긴다. 가령 소화가 잘 안 되고, 답답
하며, 몸이 천근만근 무거우면서 나른해진다. 또 자꾸 눕고 싶고, 얼굴이나 손이 붓고, 평소
에 관절이 좋지 않던 사람은 상태가 더 나빠진다. 봄철이면 으레 찾아오는 춘곤증도 습에
의해 소화기 계통인 비위 기능이 상해서 나타나는 수가 많다.
다리 쪽으로도 이상이 잘 생긴다. 봄이 되면 겨울 동안 뿌리 속에 저장되어 있던 양기가
위로 솟아오르는데, 양기를 뿜어올릴 때 여자는 오른쪽에서 시작하고 남자는 왼쪽 발이 축
이 된다. 이때 양기가 부족하면 여자는 주로 오른쪽 발이, 그리고 남자는 왼쪽 발이 약해져
서 이상이 생긴다. 나타나는 증상으로는 아무 이유 없이 발목이 아프거나 붓고, 자꾸 젖혀지
면서 근육이 늘어난다. 또한 봄철에는 평소 혈압이 높거나 뚱뚱한 사람들은 특별히 풍을 조
심해야 한다. 봄은 바람이 많은 계절이라 인체 역시 똑같은 원리에 의해 풍이 동하기 때문
이다. 자칫 소홀히 하여 풍에 상하면 혈압이 올라가고 어지럼증이 생기면서 토할 것 같고,
두통과 함께 귀가 울리고 항상 정신이 맑지 못하다. 땅을 딛고 서면 마치 배를 타고 있는
것처럼 흔들리고 감기 기운을 달고 사는 사람도 있다.
특히 봄철 감기는 온병의 하나로, 대부분 '00형 독감' 식의 지독한 감기 형태로 나타난
다.
이러한 현상의 근본 원인은 비정상적으로 따뜻한 겨울 날씨와 더운 실내에서 생활한 잘못된
섭생에 있다. 겨울은 겨울답게 추워야지, 그렇지 않고 따뜻하면 세균들이 죽지 않고 잠복해
있다가 봄이 되어 병증을 일으킨다. 사람 또한 겨울에 너무 따뜻하게 지내면 양기가 외부로
발산되므로 몸 안의 기운이 약해져서 병을 이겨내지 못한다. 겨울철 실내 온도를 너무 덥게
하고 반팔로 지내는 요즘의 생활 문화는 에너지 낭비일 뿐만 아니라 건강을 위해서도 바람
직하지 않다. 그럼 봄철 건강을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동의보감의 내경 편에 보면 봄철
건강 관리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밤에 일찍 자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뜰을 거닐며
머리를 풀고 몸을 편안하게 늦추어주며 마음을 유쾌하게 하며 생겨나는 만물에 대해서는 그
생장을 도와주고 죽이지는 말며 주기는 하면서 빼앗지는 말며 상은 주되 벌은 주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봄철에 맞게 양생하는 방법이다. 이것을 거역하면 간을 상하고 여름에 가서 철
이 아닌 추위가 와서 자라게 하는 힘이 적어진다. 봄은 꽁꽁 얼었던 대지가 녹아내리고 추
웠던 공기가 풀리는 시기다. 따라서 사람도 따뜻한 기운을 받아들이기 쉽도록 옷도 느슨하
게 입고 머리와 몸도 편안하게 늦추어야 한다. 입으로 먹는 음식도 제철에 나는 식품 위주
로 하되, 달래와 냉이 같은 봄나물을 많이 먹으면 좋다. 또 봄철에는 기가 부족하고 습이 많
아지므로 기를 돋우기 위한 음식으로 인삼차, 황기, 닭이 알맞다. 특히 봄에는 조반석중의
원칙을 지켜 위장장애가 일어나지 않도록 아주 조심해야 한다. 춘곤증도 비위 기능이 좋지
않아 일어나는 현상이므로 아침은 많이, 저녁은 적게 먹도록 한다. 검은콩과 검은깨, 돼지고
기 등을 자주 섭취하여 신장 기능을 돕는 것도 중요하다. 신장은 추운 겨울 동안 인체의 건
강을 위해 부지런히 일한 장기이므로 봄이면 많이 지쳐 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다가올 여름
은 신장이 쇠약해지는 때이므로 봄에 신장 기능을 돋워주면 여름 나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여름 : 자궁과 신장이 시약해지는 때이므로 성행활을 자제해야 한다. 사계절 중에서 가을
과 겨울은 음양기혈, 즉 인체의 모든 영양이 뿌리로 들어가는 시기이고 봄과 여름은 뿌리에
저장되었던 음양기혈이 잎사귀로 흩어지는 때다. 따라서 이에 맞게 섭생해야 건강을 지킬
수 있다. 특히 여름철은 사계절 중 건강 관리가 제일 어려운 때이므로 신경을 많이 써야 한
다.「위생가」에서도 여름철 건강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계절 중에 여름이 가장
조섭하기 어려우니, 복음이 잠재하여 위장이 냉하므로 신을 보하는 약과 음식을 항상 먹어
야 한다. 음식물이 조금만 냉하여도 절대로 먹지 말 것이며, 심이 왕성하고 신이 쇠하여 정
기를 잃기 쉬우니 잠자리를 청결하게 하고 조용히 하여 지려와 심기를 화평하게 하며 빙장
(얼음물)과 채과(과일과 익히지 않은 야채)를 먹는 것을 절제해야 한다. 이러한 것을 조심하
지 않으면 가을에 학병(학질)과 이병(이질)에 걸리기 쉽다.
여름은 뜨거운 열기가 기를 손상시키는 계절로, 이때 기를 돋워주지 않으면 정신이 멍하
고 집중력과 의욕이 떨어지면서 두통과 만성 피로, 식욕저하 등의 증상으로 고생한다. 더욱
이 여름철엔 찬 음식을 많이 먹게 되는데 이렇게 찬 것을 자꾸 먹으면 증상이 더 심해지므
로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찬 음식을 절대로 피해야 하는 이유는 인체의 모든 원기가 더위
를 이기기 위해 피부로 몰려나오거나 상부로 떠서 뱃속이 허해지기 때문이다. 뱃속에 양기
가 부족한 상태에서 찬 것을 먹으면 소화기관이 손상을 입어 구토와 설사, 복통 등이 잘 일
어난다. 심지어는 발열과 오한 증상이 겹쳐 나타나기도 한다.
그렇다고 여름에 찬 것을 아예 먹지 않을 수는 없으며, 또 어느 정도 열기를 식혀줄 필요
가 있으므로 이러 때는 '인삼냉차'를 끓여 먹도록 한다. 인삼냉차는 인삼을 푹 달여 시원하
게 익힌 다음 꿀을 타서 마시면 된다. 이렇게 해서 마시면 배탈이 나지 않으면서 갈증도 해
소되는데, 특히 피부가 하얀 사람이나 코가 큰 사람들에게 아주 좋다. 오미자와 인삼, 맥문
동을 1:1:2의 비율로 달여서 보리차처럼 마셔도 좋다. 오미자는 기를 보충하면서 갈증도 해
소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여름철, 특히 늦봄과 초여름에 흔히 나타나는 증상으로 '주하병'
이 있다. 밥맛이 없고 머리가 아프면서 몸이 후끈거리고 다리에 힘이 없어지는 증세를 보
인다.
주하병은 음이 허하고 원기가 부족해서 나타나므로 체질에 맞게 적절히 치료해야 한다.
또한 여름은 심왕신쇠한 계절로 자궁이나 신장 쪽이 무척 쇠약해지는 시기이므로 성생활
을 지나치게 많이 하면 체력이 떨어지면서 신장이 손상되기 쉽다. 따라서 무더운 여름에는
임신하지 않는 것이 좋으며, 결혼 시기로도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 최근엔 해외의 더운 지방
으로 신혼 여행을 많이 가지만 사실은 굉장히 말리고 싶은 일이다. 한의학에서는 더울 때
임신을 하면 뼈나 하체가 허약하거나 말을 더듬는 아기가 태어날 가능성이 많다고 본다. 아
기를 갖는 시기로는 봄과 가을이 적당하다. 여름철 기운을 돋우는 음식으로는 황구육, 복숭
아, 살구, 부추, 보리밥 등을 들 수 있다. 황구육, 복숭아, 부추 등은 봄에 열심히 일했던 간
기능을 보해주는 식품이고, 보리밥은 더위를 이기게 해주는 식품이다. 보리는 굳이 여름이
아니라도 열성 체질의 경우 열을 내리는 효과가 있으므로 자주 먹으면 좋다. 그리고 여름에
는 쇠약해진 신 기능을 보해야 하는데 이때는 검은콩과 검은깨, 호두보다는 닭고기나 파를
많이 쓰도록 한다. 왜냐하면 검은콩과 검은깨 등은 겨울철에 먹어야 그 효과가 제대로 발휘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름철에는 파를 듬뿍 넣은 삼계탕으로 몸보신을 하는 게 더욱 좋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황구육으로 만드는 보신탕은 여름에 먹는 음식이지 일 년 내내 즐기는
식품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도 제때에 알맞게 먹는 지혜가 필요하다.
가을 : 식사를 잘해 뼛골에 진액을 보충하고 살을 찌워야 한다. 가을이 되면 오곡백과는
물론이고 물고기며 짐승들까지 살이 통통하게 오른다. 이는 앞으로 다가올 추운 겨울을 잘
견뎌내기 위해 온몸에 지방분을 축적하는 본능적인 생리 현상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사람도
모든 기운을 안으로 거두어들여야 한다. 봄과 여름에는 바깥을 향해 발산했다면 가을에는
마음을 가다듬고 신기를 안으로 모아야 겨울의 추위를 잘 이겨낼 수 있다. 특히 가을철엔
밥을 잘 먹어서 뼛골에 진액을 보충하고 살을 찌우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한약
을 써도 밥을 잘 먹게 해주는 약을 처방하도록 되어 있다. '동의보감'의 '내경'편에 나와
있는 가을철 건강법에 대해 살펴보자.
가을 세 달은 용평(가을에 만물을 거두어들이고 다시는 성장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한
다. 이때에 천기는 쌀쌀해지고 지기는 깨끗해진다. 이때는 밤에 일찍 자고 아침에는 일찍 일
어나야 한다. 닭이 울면 일어나서 마음을 안정하고 쌀쌀한 가을의 기분이 없게 하며 신기를
거두어들여 가을 기운에 적응하게 하고 마음속에 다른 생각이 없게 함으로써 폐기를 맑게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가을의 기운에 맞게 거두어들이는 도이다. 이것을 거역하면 폐를 상
하게 하고 겨울에 가서 삭지 않은 설사를 하며 간직하는 기운을 도와주는 힘이 적어진다.
가을철은 폐왕간쇠한 계절로 폐는 왕성하고 간이 쇠약해지는 때이다. 아침 저녁으로 온도
차가 심해지고 하루가 다르게 추워지기 시작하므로 폐 기능이 왕성해야 이에 적응하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천적으로 폐가 약한 사람이나 너무 과도하게 폐를 지치게 하면 기침, 천
식, 가래 등 호흡기 계통의 질환으로 고생하게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한 가을에는 조증이
라 하여 피부가 거칠어지면서 여러 가지 피부병이 오기 쉽다.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 가을에
는 무슨 음식이든 가리지 않고 골고루 먹어 살을 찌우도록 한다. 요즘엔 모두 다이어트를
한다고 야단들이지만 비만해지지 않을 정도라면 얼마든지 먹어도 괜찮다. 가을에도 제철 음
식을 먹는 게 좋으며, 특히 감 등 단맛이 나는 과일을 먹도록 한다.
겨울 :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 찬 기운에 몸이 상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겨울은 신왕심쇠
한 계절로, 고양(양기를 응축시킨다는 뜻)시키는 때이다. 즉, 봄과 여름에 쓸 에너지를 충전
시키는 시기다. 인체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정기를 받아서 그와 함께 변화하는데, 이 정기
를 가을 겨울에 함양하지 못하면 겨울철 찬 기운에 손상받게 된다. 겨울철에 잘 나타나는
증상으로는 감기, 기침, 천식, 알레르기성 비염, 한랭성 두드러기 등이 있다. 여기서 한랭성
두드러기란 추운 곳에 나가거나 찬물에 손을 담그면 두드러기가 생기면서 가려운 증상을 말
한다. 이런 경우 심장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동의보감'에 나온 겨울철 건강법도
양기를 발산하지 않고 저장하는데 강조점을 두고 있다.
이때는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되 반드시 해가 뜬 뒤에 일어나야 한다. 마음에 숨겨두는
일이 있거나 남에게 보이지 못할 물건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하며 추운 데가 아니라 따스한
방에 있으면서 살갗으로 땀이 흘러나와 갑자기 기운이 빠져나가지 않게 해야 한다. 이것이
겨울철에 손응하는 것이며 간직하는 기운을 돕는 방법이다. 이것을 거역하면 신을 상하여
봄에 가서 위궐병(손발에 힘이 없어서 잘 쓰지 못하거나 손발이 싸늘해지는 병)이 생기고
봄에 나는 기운을 돕는 힘이 적어진다.
봄 여름 가을과 달리 겨울에는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 찬 기운에 몸이 상하지 않도록 해
야 한다. 이때 이부자리 위에서 간단히 손발 운동을 한다든지 실내에서 가벼운 맨손 체조를
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또한 겨울철에는 너무 덥게 지내지 않도록 한다. 땀이 날 정도로
난방이 잘 된 곳에서 생활하면 양기가 몸 밖으로 발산되어진다. 가뜩이나 부족한 양기가 빠
지고 나면 몸이 허약해져 겨울은 물론이고 봄이나 여름에도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겨울은
봄을 준비하기 위해서 있는 것이며, 양기를 함양하고 비축하는 계절이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다시 말해 앞으로 다가올 일 년을 위해 연료 탱크에 기름을 채우는 시기이다. 특히
겨울철에 덥게 지내면 봄에 온병에 걸리기 쉬운데, 온병이란 주로 장질부사 비슷하게 고열
감기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형태로 나타난다.
겨울에 알맞은 섭생법으로는 다음의 것들이 있다. 첫째, 너무 춥게 옷을 입거나 너무 두툼
하게 옷을 많이 입지 않도록 한다. 둘째, 실내 온도도 너무 높은 것은 오히려 해롭다. 셋째,
겨울에는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게 좋다. 반대로 여름에는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난다. 음
식은 차거나 매운 것을 먹으면 좋다. 냉면 등 찬 음식은 양기를 응축시켜주므로 오히려 몸
이 더워진다. 또 김치나 매운탕 등 매운 음식은 몸에 열을 내주므로 겨울에 먹는 음식으로
적당하다. 손발이 냉하거나 시린 증상으로 고생하는 사람은 생강차를 수시로 복용하면 아주
좋다.
5. 건강하게 술 마시는 법
예로부터 술은 '오곡의 진액이요 미곡의 정화이므로 사람을 유익하게 한다'고 하였다. 우
리나라 한의학의 고전으로 꼽히는 '의방유취'에도 적당히 술을 마시면 풍과 찬 기운을 없
애고 몸 안의 나쁜 기운을 몰아내며 혈맥의 순환을 돕고 약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되어
있다. 남성의 경우 하루에 한 잔 정도 커피에다 코냑이나 브랜디 같은 술을 몇 방울 떨어뜨
려 마시면 기혈의 순환을 도와주므로 건강에 아주 좋다.
하지만 지나치게 술을 많이 마시면 인체에 해를 끼치는 독이 된다. 한의학에서 술은 열이
많으면서 독도 많은 것으로 본다. 게다가 술은 중독성이 있어서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까지
병들게 할 수 있다. 숙취를 비롯해 술로 인해 야기되는 질병을 주내상이라고 하는데, 주내상
의 증상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술에 의해 나타나는 첫 번째 증상은 손떨림이나 손저림이다.
이런 현상은 술 때문에 피부 호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일어난다. 또 구역질을 하거
나 헛배가 부른 것 같기도 하고 배가 자꾸 나오면서 숨이 차는 증상이 생긴다. 헛배가 부르
고 가스가 차서 하루에도 몇 번씩 대변을 보러 다니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이 정도는 가벼운 증상이라 할 수 있다. 주독이 아주 심해지면 술로 인한 열독이
위쪽으로 솟구쳐 폐를 손상시키는데, 이렇게 되면 헛기침을 하거나 천식으로 발전하는 수가
있다. 주독은 피부병도 일으킨다. 온몸이 가렵다고 호소하는 환자나 알레르기성 피부염으로
고생하는 환자들 중에는 술을 너무 마셔서 발생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때로는 종기가 생
기면서 심하게 아프기도 하고 땀띠처럼 벌겋게 돋는 경우도 있는데, 술을 마시면 더 심해지
는 특징이 있다. 이 밖에도 주갈이라 하여 술로 인해 당뇨병에 걸리기도 하며, 감기는 아닌
데 감기 같은 증상이 오랫동안 지속되기도 한다. 심한경우엔 간질발작 비슷하게 이유 없이
쓰러지는 사람도 있다. 또한 심장병에 걸리며 치질로 고생하고, 눈이 자꾸 침침해지다가 더
심하면 실명하는 수도 있다. 요즘엔 여성들도 술을 많이 마시는데, 같은 양의 술을 마시더라
도 남성에 비해 여성은 주내상에 걸릴 가능성이 높으므로 더욱 조심해야 한다. 왜냐하면 여
성은 체질적으로 몸에 화가 많아서 술로 인한 열독을 쉽게 해독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체
내에서 화와 열독이 만나면 폭발하는데 이것이 바로 병으로 나타난다.
이렇듯 주독의 폐해는 실로 엄청나다. 그러나 사업상 어쩔 수 없이 술자리를 자주 가져야
하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물론 술로 인한 주내상을 예방하려면 술을 적당량 마시는 게
최선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엔 주독이 몸에 쌓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알코올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는 길은 세 가지로 소변, 땀, 구토를 통해서이다. 술 마시고 난 뒤 속이 아주 답답
할 때 구토를 하고 나면 술이 깨면서 시원해지는 것도 알코올이 체외로 빠져나갔기 때문이
다. 그렇지만 자주 토하게 되면 식도가 상하므로 조심해야 한다. 음식을 아래쪽으로 내려보
내는 식도의 털들이 거꾸로 서면서 손상을 입는 것이다. 따라서 구토하는 방법은 급한 경우
에만 일시적으로 써야 한다.
결국 땀과 소변으로 알코올을 자연스럽게 배출시키는 방법이 권할 만한데, 이때도 조심해
야 할 점이 있다. 숙취를 푼다고 해서 술 마신 다음날이면 꼭 사우나를 하는 사람이 있지만
땀을 통해 주독이 빠지면서 체내의 정기까지 빼앗길 수 있으므로 너무 자주 하는 것은 금물
이다. 또한 뜨거운 한증탕도 피해야 한다. 사우나를 하려면 미지근한 물에서 20분 내외로 가
볍게 하는 것이 좋다.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적당한 운동이나 육체 노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땀을 흘리는 것이다. 소변으로 알코올을 배출시키려면 이뇨 작용이 있으면서 몸에도 좋은
녹차를 뜨겁게 해서 마시는 것이 좋다. 그러나 차도 많이 마시면 신장을 상하게 할 수 있으
므로 지나치지 않도록 주의한다. 특히 술 마신 뒤 찬물을 마시거나 냉음료를 마시는 것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술이 깨지 않았을 때 찬 음료를 마시면 곧장 신장으로 들어가 손상을
입히기 때문이다.
동의보감에 보면 인체에 해를 주지 않으면서 술 깨는 법에 대해 이렇게 적고 있다. 술을
마시고 취하면 우선 뜨거운 물로 여러 번 입 안을 헹궈낸다. 술에 많이 취한 상태라면 뜨거
운 욕탕에서 얼굴을 여러 차례 씻으면 좋다. 또 굵은 소금으로 치아를 닦은 뒤 따뜻한 물로
가셔내도 좋은데, 이때는 세 번 이상은 하지 말아야 한다. 아주 손쉬운 방법이면서 효과도
뛰어나므로 꼭 실천해보길 권하고 싶다. 술독을 푸는 데는 갈근(칡즙)이 좋은데, 갈근은 처
서에서 춘분 사이에 캔 것을 사용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특히 갈근은 입술과 눈두덩이 두
툼하고 얼굴이 둥글넓적하면서 배가 나오고 젖가슴이 두툼한 양명형 체질에 잘 맞는다. 그
리고 술안주로는 두부를 넣은 명태찌개나 동태찌개가 적당하다. 보통은 몸을 보하고 소주의
독을 없앤다는 잘못된 생각으로 돼지고기 삼겹살을 많이 먹지만 이는 잘못된 상식이다. 그
보다는 콩이나 명태를 많이 먹으면 좋은데, 이는 옛날부터 한방에서 독을 해독시키는 효과
가 있다 하여 즐겨 애용했던 식품이다. 더욱이 콩은 신기능도 보하고 원기를 돋워주는 효과
가 있다.
음주 후에는 반드시 피해야 할 사항이 있다. 첫째, 술에 취한 다음에는 찬바람을 많이 쐬
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음주 후에 찬바람을 쐬면 입이 삐뚤어지거나 안면마비가 올 수도 있
다. 둘째, 술 마신 후에는 억지로 식사를 해서는 안 된다. 소화장애를 일으킬 수도 있으며,
심할 경우엔 뱃속에 적취(덩어리)가 생기기도 한다. 셋째, 성생활을 금하는 것이 좋다. 음주
후에 성생활을 하면 정기가 심하게 손상되어 수명이 단축되며, 이때 임신을 하면 아기의 건
강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 이러한 금기 사항은 언뜻 생각하기엔 별 것 아닌 듯싶지만 실제
로는 잘 지켜지지 않는 것들이다. 건강을 지키는 비결이 바로 여기에 있다. 아무리 좋은 건
강법이라도 스스로 실천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 것이다.
6. 혼자 사는 것도 병이 된다.
우리나라에선 여자 나이 스물 일고여덟만 넘으면 주저없이 노처녀의 대열에 끼워넣는다.
부모들은 아침 저녁으로 얼굴 부딪힐 때마다 언제 시집 갈 거냐고 잔소리를 해대고, 만나는
사람들은 국수 좀 먹여달라는 별로 반갑지 않은 인사를 건넨다. 그래도 여기까진 참아줄 만
하다. 막상 서른을 넘기고 나면 영락없는 노처녀 꼬리표가 매달리면서 때론 따가운 눈총까
지 받기에 이른다. 서른을 넘기도록 데려갈 남자 하나 없다는 건 분명 무슨 문제가 있어서
일 거야, 라는 식의 눈총 말이다. 그래도 시대가 많이 바뀌고 사회 분위기도 변하면서 사람
들의 생각 역시 많이 달라졌다. 스물 일고여덟 살 난 미혼 여성을 흔히 볼 수 있게 되었고,
어디 나를 데려갈 남자 없나 하고 두리번거리기보다 어디 같이 살만한 참한 남자 없나 하고
찾아나서게 되었다. 더욱이 직업 여성이 늘어나면서 경제 능력을 갖추자 독신 생활을 고집
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또한 이혼율이 급증하면서 혼자 사는 여성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연구에 의하면
여성을 세대주로 하는 단독 가구들이 예전에 비해 눈에 띄게 많아졌다고 한다. 하지만 이렇
게 모든 것이 변해도 결코 변하지 않는 게 있다. 바로 인간의 생체 리듬이다. 적당한 나이가
되면 결혼해서 짝을 이루고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살아가는 것은 사회적 관습일 뿐만 아니
라 건강 면에서도 아주 바람직한 일이다. 만약 너무 늦은 나이까지 결혼을 하지 않았거나,
또 결혼 생활을 하다가 혼자 사는 여성들에겐 보통 사람들이 상상하지 못하는 여러 가지 증
상들이 나타난다.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에선 성생활에 대한 얘기를 꺼낼라치면 뭔가 감추고 꺼리는 듯한 경
향이 강하다. 그러나 성이 인간의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의외로 크다. 성생활이 원만히
이루어져야 생체 리듬이 조화롭게 작용하면서 이로 인한 문제들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혼자 사는 여성들에겐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먼저 혼자 사는 여성들에게 특징
적으로 나타나는 증상들을 살펴보자. 광대뼈 부위가 불그스름하면서 얼굴에 기미가 끼기 시
작한다. 만성 감기 증상에 시달린다. 새벽녘이면 아랫배가 살살 아프고 잠을 설친다. 항상
피곤하며 매사 의욕을 잃는다. 오후가 되면 머리가 맑지 못하고 두통이 심하다. 시끄러운 것
을 싫어하고 밝은 불빛을 피한다. 사람 만나기를 꺼린다. 사소한 일에도 잘 놀란다. 유난히
땀을 많이 흘린다. 어깨에서 열이 나며, 허리와 옆구리가 아프다. 음부가 가렵고 분비물이
많아진다. 이유 없이 하혈하기도 한다. 입맛이 쓰고 식욕이 없다. 눈에서 지나칠 정도로 광
채가 난다. 귀신과 성관계하는 꿈을 꾼다.
이러한 '홀로병' 증상들은 대개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특징이 있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3개
월 정도의 간격으로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그리고 생리 때가 되면 불편한 증상들이 더욱
심해진다. 물론 이 홀로병이 혼자 사는 여성이라고 해서 누구나 겪는 것은 아니다. 건강한
사람이나 성 기능이 발달한 사람, 유방과 유두가 큰 사람, 피부가 까무잡잡한 사람, 눈썹이
진하거나 눈에 눈물이 많은 사람들에게 주로 생긴다. 만약 이런 생김새의 여성에게 홀로병
증상이 나타났을 경우에 이를 적절히 치료하지 않고 계속 내버려두면 자궁에 혹이 생기거나
자궁근종의 원인이 된다.
한방 처방으로는 생지황, 시호를 중심으로 한 '억음지황환' 이나 시호, 황금, 반하를 중심
으로 한 '시호억간탕' 등이 있으며 '사물탕'을 체질에 따라 가미해서 투여하기도 한다. 내
가 치료한 환자 중에 피부가 아주 까무잡잡한 40대 부인이 있었다. 친구의 소개로 왔다는데,
온 얼굴에 기미를 뒤집어쓴 듯 거뭇거뭇하고 혈색이 좋지 않았다. "새벽이면 아랫배가 살살
아파와서 잠이 깨요. 그러고 나서는 아침이 될 때까지 엎치락뒤치락 제대로 잠을 못 이루
죠.
특히 항상 감기 기운을 달고 있어서 머리가 맑을 날이 없어요. 어떨 땐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기도 하구요. 두통약을 아무리 먹어도 소용이 없네요." 그 외에 다른 증상이 없느냐고
묻자 몸이 안 좋아서 그런지 피로감을 많이 느끼며 만사가 귀찮다고 했다. 혹시 홀로병 증
상이 아닌가 싶어 두통에 대해 좀더 자세히 물었다. "두통 증상은 오전에 더 심한가요, 아니
면 오후에 더 심한가요?" "오전에는 그럭저럭 견딜 만한데 오후가 되면 더 심해지는 것 같
아요. 별로 신경 쓰는 일도 없는데 왜 이런지 모르겠어요." 부인의 생김새와 호소하는 증상
을 종합해보건대 틀림없이 홀로병으로 고생하는 것일 터였다. 검은 피부색과 얼굴에 잔뜩
낀 기미, 그리고 유난히 반짝거리는 눈빛 등이 그러했으며, 그녀가 호소하는 증상이 이를
뒷받침해주었다. "실례되는 질문 같지만, 혹시 혼자 사시지 않습니까?" 매우 조심스럽게 말
을 건넸다. 그러자 부인의 눈빛이 더욱 반짝거리며 화들짝 놀라는 기색이었다. "어머, 그걸
어떻게 아세요? 사실은 제가 5년 전에 남편과 이혼을 했거든요. 지금은 아이들 키우면서
혼자 살아요." 이로써 홀로병 증상임을 다시 한번 확인한 다음 부인의 여러 가지 증상과
여건을 고려해서 '가미시호억간탕'을 처방하였다. 투여한 지 얼마 안 되어 일단 두통이 가
시면서 다른 증상들도 점차 호전되었다. 얼굴에 끼어 있던 기미가 조금씩 없어지자 혈색
도 제자리를 찾아나갔다.
7. 운동이 노동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요즘 우리들의 생활은, 특히 도시인들의 생활은 그 구조 자체가 매우 정적이다. 활발히 몸
을 움직여 일을 하기보다는 가만히 앉아 공부를 하고 컴퓨터를 치고 사무를 본다. 가까운
거리도 걸어가기보다는 승용차나 버스를 이용하고, 땀 흘려 빨래를 하기보다 간단히 단추를
눌러 세탁기를 돌린다. 이러한 생활의 변화는 단순히 사람들이 게을러졌다는 차원에서만 이
해할 수 없다.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계속되는 바쁜 직장 생활과 맞벌이 주부의 증가, 수험
공부에 열중해야 하는 입시 제도 등이 현대인이 삶을 정적이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생활 속에서 운동량이 부족해지자 여러 가지 건강상의 문제점이 생겨나게 되었다. 건강이란
인체 내의 기혈이 잘 돌아가고 혈맥의 조화를 이루어야 제대로 유지되는데, 운동 부족으로
인해 그 균형이 깨어지고 만 것이다. 아무리 잠을 자도 늘 피곤해하고 소화불량으로 고생하
며 비만과 성인병에 시달린다.
결국 사람들은 건강을 지키기 위해 집 안에 운동 기구를 들여놓거나 새벽이면 공원길에서
달리기를 하고 배드민턴을 친다. 또 아파트 단지마다 신나는 음악에 맞춰 에어로빅을 하는
주부들의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직장인들은 업무 시간 외에 운동을 하려고 이른 새벽,
또는 밤늦게 헬스 클럽을 찾는다. 적당한 운동은 기혈의 순환을 도와주므로 건강 유지에 더
없이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운동을 너무 지나치게 하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즉 운
동을 노동처럼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운동은 어디까지나 건강을 위한 수단이 되어야지 목적이 될 수는 없다. 모든 일이 그렇듯
운동 또한 과유불급이다. 지나친 것이 모자람만 못하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로 운동 선
수들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운동 선수들만큼 튼튼하고 체력이 단단한 사람들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매일같이 몇 시간씩 연속으로, 그것도 몇십 년씩 운동을 하다보면 신체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 야구 경기를 하는 투수들은 어깨통증으로 고통받으며, 마라톤 주자
들은 근육통과 다리 경련 등으로 고생하는 걸 보게 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어느 마라톤
선수도 결국엔 발바닥 수술까지 받고는 은퇴의 길로 접어들었다.
운동을 할 때에도 반드시 지켜야 할 법도가 있으며, 금기해야 할 사항이 있게 마련이다.
첫째, 여성들은 운동을 할 때 땀을 너무 많이 흘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여성에게 있어 땀은
곧 혈이다. 따라서 여성은 땀을 많이 흘리면 좋지 않다. 평상시에 특별한 일을 한 것도 아닌
데 자꾸 땀을 흘리는 여성이라면 한번쯤 건강 체크를 해보도록 한다. 몸이 허약해졌거나 신
체 기능에 이상이 생겼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성의 경우 아무리 좋은 운동을 한다고
해도 땀을 줄줄 흘릴 만큼 해서는 안 된다. 이런 경우 처음에는 신체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지 잘 모르지만, 이것이 오래 경과되면 차츰차츰 신체에 여러가지 이상 현상이 나타난다. 땀
으로 혈이 많이 빠져나가면 피부가 거칠어지기도 하며, 더 심해지면 이유 없이 하혈하는 수
도 있다. 여성들은 하더라도 등에 땀이 촉촉히 밸 정도에서 적당히 그치는 것이 좋다.
둘째, 질병을 앓았거나 과로로 인해 체력이 떨어져 있을 때는 운동을 삼간다. 어떤 이유로
든 체력이 떨어졌다는 건 체내의 에너지가 부족하다는 얘기다. 이때 무엇보다 충분히 휴식
을 취하는 것이 급선무다. 운동은 되도록 피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고 무리하게 욕심을
내어 운동을 하면 심폐 기능이 저하되면서 심각한 지경에 이를 수 있으므로 각별히 조심해
야 한다.
셋째, 너무 이른 새벽이나 밤늦게 운동을 하는 것은 좋지 않다. 사람은 인체 구조상 낮에
는 일하고 밤에는 잠을 자도록 되어 있다. 특히 밤에 잠을 충분히 자야 간담에서 혈을 순조
롭게 조성하기 때문에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다. 혈이 부족해면 눈에 핏발이 서기 시작하면
서 체력도 떨어지고 피로감에 시달린다. 그럼 너무 이른 새벽과 밤늦은 시각이란 어떤 기준
으로 말하는 것일까? 바로 해가 떴느냐, 해가 졌느냐 하는 게 기준이 된다. 해가 떠 있는 동
안에 모든 활동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미다. 해가 뜨지 않은 캄캄한 새벽이나 심야에는 영
위가 불능해서 기혈이 잘 돌아가지 않는다. 이 시각에 운동을 하면 신체의 조화를 억지로
깨는 셈이 되므로 건강을 해치게 된다. 직장인들은 여유 시간을 내기 어려우므로 새벽이나
심야에 운동을 많이 하지만 별로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다. 새벽에 운동을 하더라도 해가 뜬
이후에 운동을 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넷째, 운동 후 땀이 식지 않은 상태에서 찬물로 샤워하거나 목욕을 해서는 안 된다. 운동
을 하고 나면 당연히 열이 나면서 땀을 많이 흘린다. 그래서 대부분은 열기도 식히고 땀을
씻어낼 겸해서 찬물로 샤워를 하거나 찬물에 들어가곤 한다. 거의 무의식 중에 일어나는 행
동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행동은 대단히 위험천만한 일이다. 운동 후 땀이 많이 난다
는 건 피부에 있는 땀구멍이 활짝 열려 있다는 증거이다. 이는 곧 외부의 공기 역시 안으로
쉽게 침범할 수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이때 별안간 찬물로 샤워를 하거나 차가운 물 속에
텀벙 들어가면 활짝 열려 있는 땀구멍으로 외부의 나쁜 기운이 침범하게 된다. 그러면 가볍
게는 오한이 들거나 감기에 걸리는 등 여러 가지 질병이 올 수 있다. 그러므로 운동을 한
다음에는 너무 뜨겁거나 찬 물로 샤워하지 말고 되도록 따뜻한 물로 씻어내도록 한다.
다섯째, 목욕한 다음에는 가급적 찬바람을 쐬지 않도록 주의한다. 헬스 클럽의 샤워실이나
목욕탕에 가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풍기 바람으로 머리를 말리곤 한다. 이것도 건강을 위
해서는 피해야 할 일 중에 하나다. 몸의 열기가 식지 않은 상태에서 찬바람을 쐬면 두풍이
라 하여 어지럼증과 두통, 안면마비 증상 등으로 고생할 수 있다. 머리에서 찬바람이 난다고
얘기하는 것도 바로 이 두풍에 의한 현상이다.
여섯째, 운동 후에 찬물을 마시는 것도 좋지 않다. 운동한 후 몹시 덥다고 하여 으레 차가
운 물을 벌컥벌컥 들이키는 사람이 있다. 또 운동 선수들이 운동을 마친 다음 옷으로 몸을
감싸 근육이 굳는 것을 예방하는 반면 서슴없이 찬물을 마시는 것도 보게 된다. 이렇게 계
속해서 찬물을 많이 마시면 인체에 '담음' 이 생겨 건강을 해치는 만병의 근원이 된다. 눈
밑이 컴컴해지며 어지럽고 이유 없이 가슴이 두근거리고 한다. 또 소변이 잦고 시원찮으며
몸에 멍울도 잘 생긴다. 갑자기 살이 빠지거나 살이 찌는 원인이 되기도 하며 중풍을 초래
할 수도 있다. 운동 후에는 더 말할 필요도 없거니와 평상시에도 항상 물은 상온에 두었던
것을 마시도록 하는 게 좋다.
8. 찬물은 되도록 마시지 않는다.
2, 30년 전만 해도 요즘처럼 돈 주고 물을 사 먹거나 무슨 물을 어떻게 먹을까로 고민하
게 될 줄은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 수도꼭지에 입을 대고 그대로 물을 마셨고 맑은 개울물
에서 미역을 감고 고기를 잡았다. 한강에서 빨래를 했던 것도 그리 오래 된 추억은 아니다.
하지만 환경 오염이 심각해지면서 우리는 물뿐만 아니라 생존 자체에 커다란 위협을 받기에
이르렀다. 공장 폐수로 하천이 더러워지면서 물고기가 자취를 감추고 상수원 오염으로 수돗
물도 제대로 먹을 수 없이 되었다. 이제는 집집마다 정수기가 설치되고 새벽이면 약수터에
줄지어 서서 물을 받고 생수를 배달시켜 먹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사람들은 좀더 깨끗한 물, 몸에 좋은 물을 마시기 위해 여러 가지로 애를 쓰지만, 사실 이
런 노력들도 크게 오염되지 않은 물을 먹는 것 정도로 만족해야지 예전 같은 수준의 물이라
고 생각할 수는 없다. 결국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물을 끓여먹는 것이다.
그러나 맹물을 끓여 그냥 먹는 것보다는 옥수수나 보리, 결명자를 살짝 볶아 달인 차를 물
로 마시면 좋다. 곡물을 볶을 때 살짝 탄 부분이 물맛도 구수하게 해주지만 중금속 등을 흡
수하여 몸에 좋은 물이 된다. 결명자는 간기를 돋우는 식품으로 예로부터 많이 애용되어 왔
다. 특히 이보다 더 좋은 것으로는 쌍지차를 들 수 있다. 봄철에 물오른 뽕나무 가지를 잘라
물에 넣고 달여 마시면 된다. 쌍지차는 풍과 비만을 예방하며 소화 작용을 돕는 등 한방 효
과도 아주 좋다. 이처럼 무슨 물을 마시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물을 마시는냐도 그에 못
지않게 중요한 문제다. 근래엔 사무실마다 냉온기가 설치되고 집안에 냉장고가 필수품으로
자리잡으면서 물 하면 으레 차갑게 식힌 냉수를 떠올린다.
옛날엔 겨울철에나 먹던 냉수가 사시사철 식탁에 오르고 누구나 수시로 냉수를 마시게 되
었다. 어떤 이는 변비를 치료하겠다며 새벽이면 마치 약을 마시듯 냉수를 벌컥벌컥 들이킨
다. 사실 요즘엔 너나없이 찬물을 예사로이 마시므로 이것이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을 인식
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변비 치료를 위해 새벽에 찬 냉수를 마시는 사람들이 꽤 많은 듯한
데, 이 방법이 변비에 도움이 되는 체질도 있지만 도리어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 찬물을 오
랫동안 계속해서 많이 마시면 인체의 내장 기능이 위축되면서 기혈의 운행이 나빠진다. 이
렇게 기혈이 잘 돌아가지 않고 한곳에 뭉치게 되면 만병의 근원인 담음이 생겨나는데, 진액
이 제대로 진액화되지 못해서 그런 것이다. 담음이 생기면 주로 다음과 같은 증상들이 나타
난다.
눈 밑이 숯을 칠해놓은 것처럼 어둡고 컴컴하다. 속이 느글느글하면서 메슥거린다. 어지럼
증이 생기며 두통이 오기도 한다. 배에서 꾸르륵거리는 소리가 난다. 소변이 잦고, 소변을
본 후에는 시원치가 않다. 몸에 멍울이 잘 생긴다. 갑자기 살이 찌거나 살이 빠지기도 한다.
이유 없이 가슴이 두근거린다. 심해지면 중풍이 올 수도 있다. 명치와 배꼽 중간을 눌러보면
압통이 느껴진다.
이러한 담음은 냉수뿐만 아니라 날것이나 생것을 많이 먹었을 때도 나타난다. 생선회나
육회도 너무 많이 먹지 않는 게 좋으며, 과일 역시 한두 쪽 먹는 것으로 충분하다. 앉은 자
리에서 열 개, 스무 개씩 과일을 먹는 사람도 있지만 무슨 음식이든 편벽되게 먹으면 건강
을 그르친다. 특히 냉장고 음식을 즐기는 식습관은 꼭 고쳐져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물
이나 과일이 차갑지 않으면 먹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냉장고란 음식이 상하지 않도록 보관
해두는 곳이지 냉장된 음식을 먹으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물은 되도록 상온에 두고 먹도록 하며, 날것이나 생것도 지나치게 많이 먹지 않도록 조심
해야 한다. 아주 사소한 보일지라도 잘못된 생활 법도를 하나씩 바로잡아나갈 때 우리는 비
로소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