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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참 마속

촉나라 제갈공명은 위나라와 한창 싸움을 벌이고 있었어요,  공명이 위나
라를 물리칠 작전을 세우다  보니 꼭 한 곳이 불안했어요. 다름  아닌 촉군
의 식량 수송로인  가정 땅이었어요. 가정 땅을 위군에게 빼앗긴다면  촉군
은 독 안에 든 쥐 꼴이라 이 곳을 누구에게  맡길지가 큰 고민 거리였어요.
이 때 한 젊은 장수가 나섰어요.
  "공명 선생, 제가 그 땅을 지키겠습니다. 위나라 군사의 그림자도 얼씬거
리지 못하게 할 테니 걱정 마십시오."
  이렇게 용감하게 나선 사람은 마속이었어요. 젊지만 재주가  뛰어나 공명
이 앞으로 큰 재목이 될 인물로 점찍은 부하였지요.
  하지만 공명은 선뜻  결단을 내리지 못했어요. 그러자 마속이 다시  간청
했어요.
  "저도 오랫동안 병법을 배웠는데 가정 땅 하나 지켜 내지 못하겠습니까?
만약 제가 싸움에서 패한다면 군법에 따라 엄한 벌을 받을 것이니 믿고 지
켜 봐 주십시오."
  음, 자네의 각오가 정 그렇다니  한번 맡겨 보겠네. 하지만 만에 하나 실
패하는 날이면 자네의 목이 달아날 줄 알게나."
  그리고 공명은 곧바로 계략을 일러 주었어요.
  "가정산은 삼면이 절벽이니 산기슭에  진을 치고 막고 있으면 위나라 군
대가 절대로 접근하지 못할 것이네."
  마침내 마속은 군사를  이끌고 가정 땅에 도착했어요. 지세를 가만히  살
펴보던 마속이 빙그레 웃었어요.
  '음.... 이 곳은 적군을 유인하여  역습하기에 꼭 알맞은 곳이군. 그렇다면
산기슭에 진을 칠 것이  아니라 산 꼭대기에 진을 쳐야겠어. 이번에  큰 공
을 세워 공명 선생께 내 실력을 보야 드려야지.'
  마속은 제갈공명의 명령을  어기고 결국 산 꼭대기에 진을 쳤어요.  그러
나 마속의 작전은 빗나갔어요. 위군이 산기슭을 포위하여  식량을 수송하던
길을 막자  마속은 궁지에 몰렸어요. 마속은  하는 수 없이 군사를  이끌고
쳐내려왔으나 이를 미리 눈치채고 있던 위군에게 역습을 당하여 크게 패하
고 말았지요.
  그 결과 군법에 따라 마속이 벌을 받게 되자 신하들은 말렸어요.
  "마속은 유능한 인재입니다.  그를 잃는 건 나라의 큰 손실이니  공명 선
생께서 한번만 너그러이 용서해 주십시오."
  마속이 아까운 인재라는  걸 내 모르는 바  아니지만 군법은 누구에게나
공정해야 하오. 그를 잃는 것도 나라의 큰 손실이지만  그를 용서하면 군대
의 기강이 서지 않아  더욱 큰 손실이 올 것이오. 아까운  인재일수록 엄중
히 죄를 벌해야만 대의가 바로 서는 것이 아니겠소?"
  마속이 형장으로 끌려가자 공명은  소매로 얼굴을 가리고 자리에 엎드려
통곡했어요. 이를 본  모든 신하들도 공명의 마음을 헤아리고 따라서  울었
어요.
  '읍참 마속'이란 눈물을  머금고 마속의 목을 베었다는  말로, 큰 목적을
위하여 자기가  아끼는 사람을 버리는 것을  비유할 때 쓰는 말이지요.  혹
여러분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 부모님이 매를 든다면 이는 읍참마속의 심정
이라 할 수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