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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씨년스럽다.

1905년 을사년은 우리 나라 역사에  있어 매우 불행한 일이 일어난 해이
지요.
  일본은 그 해 우리  나라와 을사 보호 조약을 맺었어요. 우리  나라의 외
교권을 뺏기 위해 강제로 맺은 조약이에요.
  이 소식이 전해지자  금세 온 나라가 슬픔에 빠졌어요. 일본한테  외교권
을 빼앗겼으니 나라의 주인 행세를 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지요. 사람들
은 모두들 하나같이 시름에 잠겼어요.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디 있나? 벌건 대낮에 나라를  도둑질해 가다니.....
피를 토하고 죽을 일이네."
  "누가 아니라나? 어엿하게 우리 임금님과 조정  대신들이 있는데, 왜놈들
이 우리 나라 외교와 나랏일에 간섭을 하다니...... 세상에 이런 억울한 일이
어디 있나!"
  동네 어귀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한숨을 푹 푹
내쉬었어요. 그 중 한 백발 노인이 곰방대에 살담배를  재어 넣고는 기운이
빠진 목소리로 말했어요.
  "우리 대신들도 믿을 수가 있어야지..... 대신  중에는 나라를 팔아먹은 사
람이 있다잖소!"
  그 노인의 말에 모두들 눈이 휘둥그래졌어요.
  "아니, 세상에! 나라를 팔아 먹다니요? 도대체 어떤 놈들이 그랬답니까?"
  그 노인은 사람들을 힐끗 쳐다보더니 퉁명스럽게 대꾸했어요.
  "아니, 자네들은 소문도  못 들었나? 외부 대신  박제순, 내부 대신 이지
용, 군부 대신 이근택, 학부  대신 이완용, 농상공부 대신 권중현이지 않나.
사람들은 이들을 나라를 팔아 먹은 도적놈들이라고 '을사 오적'이라고 부른
다는구먼."
  "이런 죽일 놈들이 있나........!"
  모두들 이를 악물고 부르르 떨었어요. 노인은 계속 말을 이었어요.
  "그래도 조정에 매국노만  있는 건 아닐세. 민영환 같은 분은  너무 원통
해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군. 그리고 지방 곳곳에서  의병이 일어났다는
소문이 있던데......"
  "에잇, 나도 이 참에 의병에나 가담할까?"
  "쉿! 이 사람아, 말조심하게. 누가 듣겠네."
  이처럼 을사 보호 조약이 있던  을사년에는 온 민족이 슬픔에 잠겨 나라
가 전체가 술렁거렸어요.
  한편에선 매국노들이 일본에 빌붙어 나라를 팔아먹고, 다른  한편에선 여
기에 저항하여 목숨을 끊기도  하고, 또 더러는 의병을 일으켰으니, 나라가
온통 어수선할 수밖에 없었지요.
  그래서 훗날 사람들은 마음이 쓸쓸하고 어수선할  때를 일컬어 '을사년스
럽다'고 했어요. 그러다가 이 말이 차츰 변하여 '을씨년스럽다'는 말로 굳어
진 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