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국 시대 때의 이야기예요.
전국 시대란 중국 역사에서 진시황이 중국을 통일하기까지 여러 나라들
이 뒤엉켜 끊임없이 싸우던 시기를 말해요. 우리 나라로 치면 신라가 삼국
을 통일할 때까지 고구려, 백제, 신라가 서로 싸우던 시기라고 할 수 있지
요.
당시 위나라에는 혜왕이라는 임금이 있었어요. 그는 나라를 잘 다스려
백성들로부터 칭찬을 듣는 훌륭한 임금이 되고 싶었어요. 그러나 백성들은
혜왕을 칭찬하기는커녕 불만으로 가득했어요.
어느 날 혜왕은 학식과 인품이 높은 맹자를 모셔다가 백성을 다스리는
일의 어려움에 대해 말했어요.
"나는 이웃 나라의 왕들보다 나라를 잘 다스리기 위해 많은 힘을 쏟고
있소. 지난 해 흉년 때에도 굶주리는 백성들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소.
그런데도 이웃나라에 비해 백성들이 더 늘지 않고, 불만도 많으니 도대체
어찌 된 까닭이오?"
맹자가 한참 뜸을 들이더니 말문을 열었어요.
"왕께서는 전쟁을 좋아하시니 전쟁을 예로 들어 말씀드리겠습니다. 화살
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 한 병사가 겁을 먹고 도망을 쳤습니다. 한 50보쯤
도망치다가 문득 앞을 보니 100보쯤 도망친 병사가 보였습니다. 그러자 50
보 도망친 병사가 100보 도망친 병사를 보고 비겁한 놈이라고 비웃었습니
다. 왕께서는 이것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혜왕은 별 싱거운 것을 다 묻는다는 듯이 대답했어요.
"50보든 100보든 그게 무슨 차이가 있겠소. 어차피 도망가기는 매한가지
가 아니오?"
그러자 맹자가 빙긋이 웃으며 말했어요.
"옳으신 말씀입니다. 왕께서는 나라를 잘 다스린다고는 하나 이웃 나라
왕들과 비교해 보면 50보 100보의 차이입니다."
이 말에 왕은 깜짝 놀랐어요.
"아니, 그게 무슨 말이오? 그 동안 내가 백성들을 얼마나 백성들을 얼마
나 정성껏 돌보았는데 그런 섭섭한 말을 하는 거요!"
"지금 백성들을 가장 괴롭히는 것은 전쟁입니다. 진정 백성들을 위하신
다면 즉시 전쟁을 멈추십시오. 그리고 흉년에만 백성들을 돌보실 것이 아
니라 평소 백성들의 생활을 어버이처럼 따뜻하게 보살피십시오. 그러면 틀
림없이 백성들이 늘어나고, 백성들로부터 어진 임금이라는 칭찬을 듣게 되
실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혜왕은 크게 깨닫고 더욱 어진 정치를 베풀었다고 해요.
'오십보 백보'란 여기서 비롯된 말로서, 좀 낮고 못한 차이는 있을 지언
정 서로 엇비슷하다는 뜻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