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가량 흥분·극치감 결여로 고민
요즘들어 각종 발기부전 치료제들이 쏟아지면서 중년 남녀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비아그라」은 자가복용으로 여러명의 사망자를 냈음에도 불구, 미국내에서 하루 복용인구가 4만여명에 도달한 가운데 국내서는 밀반입품의 고가판매가 횡행할 정도로 비아그라 열풍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같은 비아그라의 폭발적인 인기는 남성의 발기부전 빈도가 그동안 막연히 추정돼 온 것 보다 높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주고 있다. 발기부전에 대한 남성들의 관심이 이 정도라면 상대적으로 여성의 성기능장애는 어느정도 일까 한번 생각해 볼 만하다. 성기능장애는 남녀 한쌍의 병이며 남성의 성기능장애는 배우 자인 여성에 의해 영향을 받고 영향을 줄 수 있는 질환이다.
외국의 보고에 의하면 정상적인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부부에서 남성의 40%가 발기 또는 사정 장애가 있고 여성의 63%가 흥분이나 극치감 결여 등의 성기능장애가 있다고 한다. 여 성의 성기능 장애도 남성과 비슷하게 나이에 따라 증가하며 폐경기 이후에 더욱 늘어난다. 이같은 추세로 미뤄 우리나라 여성에서도 이와 비슷한 빈도 이상으로 성기능 장애가 나타나 고 있으며 당사자들은 말 못하는 고민에 빠져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아마 우리사회에서 날 로 증가하고 있는 이혼 사유중 1순위로 꼽히는 「성격차」이 바로 성생활의 문제가 아닌가 싶다.
그동안 우리사회에서는 남성의 성기능장애에 대한 논의는 활발하게 진행돼 왔으나 여성의 성기능장애에 대한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이는 여성의 성기능장애는 우리사회 관습상 드러내 놓고 말하기가 어려웠으며 여성의 신체 적 특성 때문에 성기능장애에 대한 조사를 하기 어려웠던 측면도 있다. 또 남성의 경우 발 기부전이나 조루증 같은 성기능장애가 분명히 드러나지만 여성은 수동적으로 남성을 받아들 인다는 생각에서 성기능장애라는 의미 자체가 정립되지 않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짝을 만들고 생식행위로써 성관계를 하고 아이를 만들게 된다. 그러나 생식이 끝난 「생식후 연령」이 되면 부부라는 한쌍은 체온을 느끼는 「피부접촉으로서의 성」에 더 큰 의의를 가진다.
우리나라 여성은 과거 인생 50년에 생식을 끝냈으나 요즘은 평균연령이 약 77세에 달함에 따라 중년기(생식)이후 삶의질 증진을 위한 여성의 성기능장애 극복은 21세기를 위한 중요 한 과제라 할 수 있다. 최근들어 지역 의학계에서 활발해지고 있는 여성 성기능장애 질환 극복 노력에 관심을 가져 볼만하다.
정희창(영남대의료원 비뇨기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