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한 날 낚시질만 하면 어디서 쌀이 나와요, 돈이 나와요? 에구, 내
팔자야. 이젠 더 이상 못 살아!"
아내는 참다못해 보따리를 싸서 힁허케 집을 나가 버렸어요. 하지만 남
편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여전히 낚싯대를 들고 어슬렁어슬렁 강가로 나
갔어요.
그 남편이 바로 강태공이에요. 그는 주나라 문왕을 도와 나라의 기틀을
다지는 데 큰 공을 세운 인물이지요.
강가에 나온 강태공은 낚싯대를 드리웠어요. 해가 질 때까지 앉아 있었
지만 고기는 한 마리도 잡히지 않았어요. 강태공의 낚싯바늘은 여느 낚싯
바늘과 달랐기 때문이지요. 고기를 잡으려면 끝이 약간 구부러진 낚싯바늘
로 고기가 입질할 때를 노려야 해요. 그러나 강태공의 낚싯바늘은 곧아서
고기가 아무리 미끼를 물어도 낚아 올릴 수가 없었어요.
그는 백발 노인이 될 때까지 고기를 잡을 셈도 아니면서, 매일같이 낚싯
대를 메고 강가로 나갔어요. 빈 낚싯대를 한가에게 던져 놓고 자기를 알아
줄 군왕을 기다리며 세월을 낚아 올리고 있었던 거지요.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강태공의 인물 됨됨이를 알아본 사람이 나타났어
요. 바로 주나라 문왕이었어요. 문왕은 사냥을 나왔다가 우연히 강태공을
만났는데 첫눈에 그가 비범한 인물임을 알아본 거지요. 그 길로 강태공은
낚싯대를 거두고 문왕을 따라가 높은 벼슬길에 올랐어요.
집을 나갔던 아내가 이 소식을 듣고 궁궐로 강태공을 찾아왔어요.
"잘못했어요. 속 좁은 아녀자의 짓이니 너그러이 용서하시고.... 저를 다
시 받아 주세요."
아내는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잘못을 빌고 또 빌었어요. 그러자 강태공
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내에게 발했어요.
"그럼, 나가서 물 한 그릇만 떠 오시구려."
아내는 속으로 몹시 기뻤어요.
'아, 이제 됐다. 날 용서하시는 모양이구나.'
아내는 서둘러 물을 떠 와 공손하게 강태공에게 바쳤어요. 그런데 강태
공은 대접에 담긴 물을 바닥에 주르르 쏟아 버리는 게 아니겠어요?
순간 아내는 몹시 긴장했어요. 이윽고 강태공이 조용히 입을 열었어요.
"이 엎지른 물을 그대가 도로 주워 담을 수 있다면 다시 아내로 삼겠
소."
말을 마치자마자 강태공은 밖으로 나가 버렸어요. 아내는 바닥에 엎드려
흐느껴 울었어요. 뒤늦게 지난날의 잘못을 깨달았지만 이미 엎지른 물을
다시 담을 수는 없었지요.
이처럼 '엎지른 물'은 다시 바로잡거나 돌이킬 수 없게 된 일을 두고 쓰
는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