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르네상스 시대에 자연 과학이 발달하면서 생약의 복합적이고 불확실한 문제점을 해
결하고자 한 사람이 나타났는데, 그가 바로 현대 약물학의 시조라고 하는 '파리셀수스
(1493~1541)이다. 그는 수은, 황, 인 등을 질병 치료에 이용하기 시작하였는데, 그의
시도는 현대 의약품 발달의 커다란 밑거름이 되었다.
그런데 약물학의 아버지인 파라셀수스는 "모든 약물은 바로 독물이며 다만 용량이
문제일 뿐 독성이 없는 약물은 없다."라는 말을 통해서 약물의 독성에 대해 우리의 주
의를 환기시켰다.
요즈음에는 약물의 효과가 얼마나 큰가를 따지기에 앞서, 독성이 있는지 없는지를
먼저 따질 만큼 독성은 약의 중요한 특성이 되고 있다. 한편 독성이라는 말과 더불어
부작용이라는 말도 함께 사용되는데, 엄밀하게 말하면 다르지만 거의 같은 의미로 사
용되고 있다.
부작용이라는 덫
그러면 우리가 알아야 할 약물의 대표적인 독성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자.#1 간장 장애
간장 장애는 약에 의한 부작용으로서는 가장 주목되고 있고, 화제가 되고 있다. 실제로 모든 약은 일종의 독물(화학 물질)이므로 우리 몸에 들어온 다른 모든 독물과 마
찬가지로 간장에서 해독 과정을 거치게 된다. 따라서 아무리 좋은 목적으로 먹은 약이
라 할지라도 일단은 간장에 부담을 준다고 생각해야 한다.
약을 계속 복용하다가 황달을 일으키는 경우에는 간세포 자체에 장애가 미친 경우이
다. 또한 담즙의 분비를 원활하지 못하게 하여 울체(빠져 나가지 못하고 갇혀 있는 상
태)가 일어나서 황달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항암제나 항결핵약 그리고 몇몇 항생제는 간세포 자체를 침범해서 황달을 일으키는
데, 이 경우 완전한 회복에는 긴 시간이 걸린다.
한편 담즙 울체성 황달은 호르몬계 약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경구피임약,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 단백동화스테로이드(근력 강화제로서 올림픽 출전 선수들
이 성적 향상을 위해 사용하기도 하고, 마비의 회복에도 사용하는 약)등의 약을 지나
치게 사용해서 오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에는 약 복용을 중지하면 차차 회복된다.
어떠한 간장 질환을 앓고 있든지 약을 사용하기 전에는 반드시 그 약이 꼭 필요한
것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2 신장 장애
약을 사용한 후에 얼굴이 푸석푸석해지고 손이나 발이 붓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러한 부종은 약물에 신장 장애의 전형적인 예이다. 약물에 의한 신장 장애는 이미 신장
에 어떤 병이 있는 경우나 생리적으로 그 활동이 약해져 있거나 아직 발육이 충분하지
않은 단계(유아)에 있는 사람의 경우에 장애의 정도가 커진다.
항생제, 설파제 같은 항균제, 일부 진통 해열제는 특히 신장 장애를 일으키기 쉬운
약물이므로 신장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 이런 약을 사용해야 할 경우에는 세심한 주의
가 필요하다.
#3 대사 장애
우리 몸의 각종 대사 중 약물에 의한 대사 장에는 주로 지방의 대사와 물의 대사에관계된 것이 많다.
지방 대사 장애일 경우에는 지방이 쌓여서 얼굴이 둥글게 변하고, 물 대사 장애일
경우에는 온몸이 부어서 체중이 증가한다.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에 크게 유행했던
살찌는 약 '부신피질호르몬'은 그 부작용으로 얼굴이 둥글어지고(만월형 얼굴)살이 찌
는 현상을 보였다.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부작용을 효과로 믿었던 어처구니없는 시
대가 있었다.
지금은 그러한 변화가 부신피질호르몬의 무서운 부작용으로 밝혀져 있고 그 외에도
부신피질호르몬에는 다른 무서운 부작용들도 많이 있음이 밝혀져 사용에 제한을 받고
있다. 더구나 살찌는 약으로서는 아무도 사용하지 않게 되었음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그런데 아직도 신경통 치료제로 오이씨약으로 통하는 부신피질호르몬제를 찾는 할머
니들을 가끔씩 만나게 된다. 약사가 그들에게 그 약의 부작용에 대해서 아무리 설명해
줘도 "나야 뭐 갈 데라고는 한 군데뿐이다. 계속 사용하다 갈 때 되면 가야지, 그 약
안 먹는다고 다시 젊어지는 것도 아니고......."라고 하는데는 더 이상 말이 필요없게
된다.
또한 가끔씩 한약 먹고 살쪘다는 불평을 하는 환자들을 만나게 되는데, 한약 속에
대사 이상을 일으키는 어떤 성분이 들어 있는지 앞으로 계속 연구되어야 할 것으로 생
각된다.
또 이와 달리 반대로 살 빼겠다고 젊은 아가씨들이 자주 사용하는 라식스 같은 이뇨
제(원래는 고혈압이나 부종에 사용하는 약이다)를 연속적으로 사용하면 각종 대사 장
애를 일으켜 혈액 속의 칼륨이 부족하게 되거나, 혈액 속의 당분이 높아지기도 하고
손변 중의 요산 농도가 높아지기도 하는 부작용을 수반하게 된다.
#4 혈액 장애
약물에 의해 유발되는 혈액의 장애에는 클로람페니콜이라는 항생제 및 설파제에 의한 백혈구 감소증, 과립세포 감소증, 재생불량성 빈혈, 출혈성 빈혈, 혈소판 감소 등
의 무서운 부작용이 있다.
이러한 약들의 사용이 외국에서는 엄격히 규제되어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
용하지 못하게 하고 있는데, 우리 나라는 아직 이러한 부작용에 대해 거의 손을 못 대
고 있는 실정이다.
혈액 장애를 유발시키는 또 하나의 약은 항갑상선 계통의 약이다. 항갑상선약은 갑
상선 이상에 대한 치료제인데, 갑상선 질환은 95%이상이 여성에게 오는 병으로, 그 약
을 복용하면 백혈구의 감소가 일어나기도 한다.
또한 약물에 의한 혈액 장애는 한꺼번에 저항력이 저하되어 또 하나의 새로운 병을
불러들이게 되어 위험도가 증가되는 무서운 부작용도 있다.
#5 내분비 장애
내분비액은 침이나 위액, 췌액, 담즙 등의 소화액처럼 외부로 분비되는 것과는 달리몸 안으로 분비되는 특수액으로 우리 몸의 각종 호르몬이 여기에 들어간다. 즉 남성호
르몬과 여성호르몬과 같은 성호르몬이 있고 또한 갑상선호르몬, 부신피질호르몬, 인슐
린 등이 바로 내분비액이다.
어떤 이유에서든지 이러한 여러 가지 내분비액 계통의 약을 사용하게 되었을 때, 그
사용이 하루나 이틀 정도의 단기간으로 끝나면 별문제가 없지만 장기간 사용하게 되면
내분비 장애라는 부작용을 일으키게 된다. 즉 내분비액을 분비하는 분비선의 입장에서
보면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오랫동안 외부에서 계속해 주기 때문에 스스로의 힘으로 분
비하는 것을 주저하게 되고 그 기능을 잃게 되어, 분비기관 자체가 위축상태에 들어가
버린다. 따라서 그러한 내분비액을 장기간 사용하게 되면, 사용 목적이 달성된 뒤에도
그것을 외부에서 계속적으로 투입시켜야 하는 불행한 사태가 발생한다.
이미 대사 장애에서 언급한 바 있는 부신피질호르몬제를 장기간 사용하게 되면 대사
장애에 의한 부작용 말고도 부신기능(몸이 위험에 처했을 때 그것에 대응할 수 있는
물질을 분비하는 기능- 스트레스 대응기능)의 저하가 일어나 몸의 저항력 감퇴나 근무
력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6 약물 알레르기
약물 알레르기는 같거나 비슷한 약물이나 음식에 의해 이미 노출된 적이 있어서 다시 노출되면 그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는 현상을 말한다. 어떤 약물과 접촉한 일이
있는 후 일정한 기간이 지난 다음(보통 7~14일 후)그 약물 또는 비슷한 약물에 다시
노출될 때 '항원-항체'반응이라는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게 된다.
알레르기 반응은 그 정도가 미약한 피부염에서부터 혈액, 간장, 기관지, 신장 등에
서 나타나게 되는데, 심한 경우 치명적인 경우(아나필락시스라고 한다)도 있다. 약물
알레르기를 자주 일으키는 약으로는 페니실린계 항생제, 아스피린 등의 피린계 해열
진통제, 설파제, 프로카인과 같은 국소 마취제 등이 있다.
약물 알레르기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약물을 피부에 소량 투입하여
미리 검사해 보는 피내 반응이나 결막 반응 등을 응용하기도 하지만 불확실하거나 그
자체로도 치명적인 경우가 있다.
따라서 알레르기가 쉽게 일어나는 체질인 사람은 모든 약을 사용 할 때 최소량부터
시작하고, 또한 한 번 사용으로 알레르기가 발생하면 즉시 그 약의 사용을 중단하고
전문가와 상의하여야 한다.
#7 발암 작용
암이란 우리 몸의 정상 세포가 아닌 비정상 세포가 갑자기 많이 증식하는 병으로서,우리 나라 사람의 주요 사망 원인 중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 암은 방사능, 바이러스,
또는 발암 물질 등에 의해서 생기는데, 발암 물질 가운데 약물도 포함된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담배와 같은 기호품 외에도 벤조피렌, 나프탈아민, 니트로소아민, 우레탄 등이 발암
물질로 알려져 있으며, 우리가 많이 사용하는 항생제 중의 일부도 발암 물질의 가능성
이 있다는 보고도 있다고 하니 약을 사용하기 전에 발암 가능성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8 최기형 작용
약물에 의해서 기형아가 태어나는 경우를 말하는데 이 사항에 대해서는 (임산부와약)편에서 자세히 다루기로 하겠다..
#9 약물 의존성
약물을 반복해서 사용하게 되면 마침내는 그 약물이 있어야 정상 생활을 하는 상태까지 나타나게 되는데, 이 현상을 약물 의존성이라고 한다. 그러한 약물 의존성을 일
으키는 약으로는 마약류, 진정제, 수면제, 알코올, 담배 등이 있다.
약물 의존성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정신적으로만 약물을 갈망하는 상태
로서 이것을 '정신적 의존성-습관 작용'이라고 한다. 또 다른 하나는 정신적으로 그
약물을 갈망할 뿐 아니라, 그 약물 투여를 중단하면 구토, 경련, 혼수상태, 불면 등의
여러 가지 병적 증상, 즉 금단 증상이 일어나는 것으로 이것을 '육체적 의존성-약물
탐닉'이라고 한다.
약물 의존성에는 대개 약물의 내성이 함께 생기는 것이 보통이다. 내성은 어떤 약물
을 오랫동안 반복하여 사용함으로써 그 효력이 점차 약화되는 성질을 말하는데, 이러
한 경우 원하는 약효를 얻기 위하여 용량을 점차 늘여야만 한다.
한편 어떤 약물에 내성이 생겼을 때, 그 약과 구조나 작용이 비슷한 다른 약물에 대
해서도 내성이 형성되는 수가 있는데, 이를 교차내성이라고 한다. 교차내성의 예로는
알코올중독자의 경우 마취약 '에테르'나 진정제 '바르비탈'에 대해서도 내성이 생긴
다.
#10 기타
신경 안정제를 계속해서 사용하면 파킨슨증후군(몸이 떨리고 가면을 쓴 것 같은 표정과 근육의 강직 상태를 일으키는 병, 추체외로증이라고도 한다)을 일으키게 된다.
술을 장기간 많이 마시거나 부신피질호르몬제나 콜리스틴 일부 항생제를 장기간 또
는 다량 사용하면 신경성 근무력증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부신피질호르몬제를 정신질환자에게 많이 사용하게 되면 신경과민이나 성격 변화,
다행증(행복감을 많이 느끼게 되는 병)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고혈압이란 원래 장기간 계속되는 증상이기 때문에 한 가지 약이 선택되면 장기간
연속 사용할 수밖에 없는데, 그러한 고혈압약의 장기간 사용에 대해 조사한 바에 따르
면 그 가운데 약15%가 억제상태(만사 의욕이 없고 무기력한 상태)를 경험한 것으로 나
타났다. 특히 '레제르핀(상품명: 레셀핀)'이 그러한 결과를 많이 가져오는 것으로 보
고되고 있다.
우울증이 심할 때 항우울약으로서 '이미푸라민'이나 '아미트립틸린'이 많이 사용되
는데, 이들의 과량 복용에 의해서 환각이나 착란증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이상과 같이 수많은 부작용의 덫에 걸리지 않고 우리 몸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서는 먼저 평소에 몸을 튼튼히 유지하여 약 쓸 일을 없애야 한다. 그렇게 하고도 부득
이 약을 사용해야 할 경우가 발생했을 때는 여러 가지 규정을 잘 지키고 사용 도중에
불쾌감이 생기거나 이상증세가 나타나면 즉시 전문가와 상의해야 한다.
약에 의한 부작용에 대한 문제는 자기 자신도 책임이 있음을 주목해서 적어도 자기
의 몸에 관해서는 어느 정도 전문가가 되도록 마음을 쓸 필요가 있다. 즉 '자기 자신
의 건강의 주인은 바로 자신'이라는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
약이 부작용을 일으키는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병을 치료하거나 또는 예방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종류의 약을 규정된 용량만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바람직하지 않은 작용이 일어난 것을 부작용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부작용이라고 하는, 기대한 효과와는 다른 작용이 모든 약에 다양하게 따라다닌다.
물론 이러한 기대치 않은 작용이 모든 사람에게서 똑같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몸이 비명을 지르는 이 부작용은 왜 일어나는가 그 원인을 알아보자.
#1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적합한 용량은 없다.
똑같은 질병에 대해 똑같은 종류, 똑같은 용량의 약을 투여해도 그 효과나 민감한정도가 크게 다를 때가 많다. 그 이유는 사람마다 체질 즉 흡수 속도, 대사 속도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콧물이나 피부병 치료제로 많이 사용되는 항히스타민제나 진정
제, 진통제 계통의 약은 그러한 특성을 두드러지게 나타내는 약이다.
콧물이 날 때 항히스타민제인 콘택 600 한 알을 복용하면 코는 금방 마르지만 그 후
유증으로 이틀 정도는 비몽사몽간을 헤매고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체질도 있다. 그런
데 건장한 남자들은 콘택 600 두 알을 한꺼번에 먹고도 아무렇지도 않을 뿐 아니라 오
히려 콧물이 멈추지 않는다고 불평을 늘어놓는 경우도 많다. 일반적으로 여성은 남성
에 비해 약에 훨씬 민감한 편이다.
수면제 같은 약도 마찬가지이다. 잠이 안 온다고 수면제를 한 알 한 알씩 계속 집어
먹다가 사망하는 사건도 가끔씩 있지만, 반면에 자살할 목적으로 수면제를 100알 넘게
한꺼번에 먹었는데도 며칠동안 잠만 실컷 자다가 깨어난 사건도 전해 들을 수 있다.
이러한 약물에 대한 신체 적응력의 차이는 사람에게만 있는 일은 아니다. 동물실험
에도 치사량(그만큼 사용하면 생명을 잃게 되는 양)을 투여하거나, 심지어 그 이상을
추가하여도 결코 죽지 않고 생생한 것이 있다. 반대로 안전량이라고 하는 양 또는 그
이하의, 도저히 효능을 얻을 수 없는 정도의 양에도 움직임이 둔해지고 결국에는 죽음
에 이르는 것도 있다.
따라서 약의 일반적인 안전역이라는 것을 무조건 믿을 수는 없고 약을 사용할 필요
가 생겼을 때는 잘 듣는 약일수록 세심한 주의를 해야 한다. 또한 약을 장기간에 걸쳐
서 사용하게 되면 처음에는 별 영향이 없지만, 약이 몸 안에 쌓이면서 어느 정도 시간
이 지나고 나서 좋지 못한 증상을 나타내는 종류도 있다.
약에 대해서 강하다고 자부하는 사람 중에는 "나는 이 정도로 많이 먹지 않으면 효
력이 없다."고 하면서 정해진 용량을 훨씬 초과해서(때로는 2~3배 이상까지도)복용하
는 경우가 있는데, 우선 당장의 효과도 좋지만 많은 양의 약이 간장이나 신장 등 내장
에게 주는 부작용을 생각해서 고쳐야만 할 복약 습관이다. 이렇게 약에 대해 강한 사
람은 간장이나 신장 등의 내장을 위해서는 결과적으로 나쁜 체질의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적어도 평균 수명까지 건강하게 몸을 유지하겠다면 말이다.
또한 평소부터 약에 민감한 사람이 약을 사용해야 할 경우 규정량보다 약간 적은 양
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특히 항히스타민제나 진통제와 같이 민감하게 반응이
나타나는 약은 적은 양에서부터 시작하여 서서히 규정량으로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약간 많도록까지 늘려 나가는 것이 안전한 방법이다.
#2 신생아나 조산아와 같이 체내 처리능력이 불충분한 사람은 요주의
보통 시판하는 어린이용 시럽제는 대부분 생후 3개월까지의 어린이에게 사용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3개월 이후의 어린이라도 약을 사용할 때는 복용 후의 반응
에 대해 예의 주시해야 한다. 왜냐하면 신생아나 조산아 그리고 일부 유아는 간장의
활동이 아직 불충분하고 또한 신장의 배출기능도 극히 저조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항
생제 등을 사용하면 몇 할 정도는 대사도 되지 않은 채 배설도 되지 않고 체내에 잔류
해서 중독증상을 일으키게 된다.
한편 우리 몸의 혈액 속에는 빌리루빈(황색의 담즙으로 유독한 작용을 하는 물질)이
포함되어 있는데, 정상인의 경우 혈장의 알부민(단백질)과 단단히 결합되어 있기 때문
에 인체에 별 지장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신생아, 조산아에게는 혈장 알부민이 모자
라 항상 과포화상태(약간의 알부민에 많은 빌리루빈이 결합되어 있는 상태)에 있기 때
문에 다른 독물을 무독화시킬 혈장 알부민 양에 여유가 없거나 오히려 모자라기 쉽다.
따라서 이러한 상태에 있을 때 약물 등 독물에 가까운 물질이 들어가면 빌리루빈과
결합하고 있던 알부민은 빌리루빈을 버리고(결합상의 경합현상이라고 부른다)밖에 들
어온 독물과 결합해 버리기 때문에 혈중에는 빌리루빈이 부족하게 되어 활달이 된다.
신생아나 조산아에 설파제 같은 화학 요법제가 들어간 감기약 또는 항균 작용약(박
트림 시럽)을 사용하면 '핵황달'을 일으키는 것은 그 때문이고, 빌리루빈이 뇌 속에
들어가 뇌의 기저핵을 노랗게 염색해서 중추신경에 반영구적인 장애를 남기는 경우까
지도 있다.
#3 특이체질은 약물 부작용을 준비하고 있다.
약국에서 두드러기(피부 알레르기)에 의한 가려움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말이 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돼지고기와 생선을 먹었는데, 왜 남들은 멀쩡하고 나
만 혼자 두드러기가 납니까?"
쉽게 이야기하자면 선천적인 특이체질의 사람들은 특정 음식에 이상하게 강한 반응
을 나타내는데, 이 현상은 약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모르핀 등의 마약은 일반적으로 중추신경계의 활동을 억제하고 기분 좋은 가수면상
태(졸리운 정도)에 빠지게 만드는데 특이체질인 사람 중에는 이 약을 먹으면 거꾸로
이상흥분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진통 해열제로 오랫동안 사용되어 온 아스피린을 대량으로 쓸 때에는 이명(귀가 울
리는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간혹 있다. 그런데 특이체질의 경우에는 보통의 양에서
도 이명을 일으킨다.
특이체질의 사람에게 무슨 부작용이 생길지는 예측하기 불가능하다. 그리고 그 과학
적 해명도 아직까지 정확히 이루어져 있지 않아 유감스럽다.
특이체질인 사람은 스스로 음식이나 약물 등 일상적인 생활에서 많으 주의가 필요하
다.
#4약물 알레르기(특정 약에 민감하게 반응)
병원이나 약국에서 의사와 약사에게 가장 두려운 대상 중 하나는 분명 약물 알레르기일 것이다. 대부분의 약사들은 적어도 한 번 이상 자신의 환자가 약물 알레르기를
당한 적이 있다고 한다.
약물 알레르기 반응에서 가장 흔한 증상에는 피부, 발진, 발열, 혈관 장애, 혈액 변
화, 아나필락시스 쇼크(알레르기가 강해진 것)등이 있다. 이러한 알레르기 증상 중에
서도 피부 발진이 가장 흔한 증상이며, 일시적인 발진을 보이다가 비교적 빨리 회복되
는 것으로부터 주기적으로까지 발전하는 자반(출혈반)이 일어나거나 피부가 벗겨지는
심각한 증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또한 혈관 장애는 혈관염의 형태로, 혈액 변화는
골수에서 혈액이 생산되지 않게 되는 고도의 빈혈이나 황달을 일으키고, 아나필락시스
쇼크는 생명을 잃게 되는 경우까지 있다.
후천적이라고 할 수 있는 약물 알레르기가 일어나는 원인은 다음과 같다. 살아가면
서 우연히 어떤 항원(몸이 저항하는 어떤 물질-그것이 약일 수도 있고 그에 가까운 물
질일 수도 있다)이 체내에 1~2회 들어온 적이 있어서 그에 대한 항체(항원을 이기기
위해 몸 안에서 특별히 만들어진 물질)가 몸 안에 만들어진 뒤에, 그 항원과 닮은 약
을 사용하게 되면 항체는 그것이 항원인 줄로 착각하여 반응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 곧
약물 알레르기 반응이다.
원래 약은 모두 흡수되기 쉽도록 분자량이 작게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약 자체가 그
대로 항원이 되는 일은 없지만 체내의 단백분자와 강하게 결합하는 경우에는 항원으로
서 작용하게 된다.
따라서 한 번 알레르기를 일으킨 약물에 대해서는 그 후에도 계속해서 알레르기를
일으키게 되는데, 그와 비슷한 성질을 가진 약물에 대해서도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등
그 범위가 점점 넓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약물 알레르기가 언제 발생될는지를 모르는 것이 의사와 약사에게 가장 두려
운 것이다. 왜냐하면 이제까지 아무런 부작용이 없었던 약에서 갑자기 알레르기를 일
으켜 위험에 빠지기도 해, 마치 약을 처방한 의사나 약을 판매한 약사의 실수로 그러
한 일이 일어난 것처럼 오해받기 쉽다.
어떤 약물에 대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지를 알면서도 부주의하게 처방이나 판매한
결과 알레르기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그 환자의 몸에 특정 약물에 대한 항체가 갑자
기 만들어진 후에, 그 사실을 모르고(아무도 알 수 없다)처방했거나 판매한 후에 발생
된 알레르기에 대해서는 의사나 약사도 어쩔 수 없는 예방이 불가능한 일인 것이다.
따라서 어떤 약이든지 한 번 먹고 몸에 어떤 이상이 생기면 즉시 약을 중단하고, 그
약을 준 의사나 약사에게 조언을 구해야 한다. '괜찮겠지' 하며 방심하고 그 약을 계
속 사용하면 위험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피린계 부작용이니, 페니실린계 부작용이니, 설파제 부작용이니 하는 알레르기들이
이러한 이유에서 발생한다.